이소연

이소연 기자

동아일보 편집부

구독 54

추천

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문학/출판43%
문화 일반23%
미술10%
역사7%
사건·범죄7%
사회일반7%
연극3%
  • [책의 향기]초가공식품 늪에서 빠져나와 ‘제대로’ 먹자

    메뚜기 한 마리 앞에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제각각 구성된 25가지 먹이가 놓여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부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까지 다양한 먹거리 앞에서 메뚜기는 무얼 선택할까. 호주 시드니대 생명환경과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1991년 메뚜기 20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실의 모든 메뚜기가 탄수화물 300mg, 단백질 200mg의 최적 균형을 갖춘 먹이를 선택한 것. 메뚜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30년간 곤충영양학을 연구한 저자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식욕의 비밀’을 찾아냈다. 생물은 수학과 컴퓨터 없이도 스스로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주장이다. 곤충뿐 아니라 포유류까지 다양한 생물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미생물도 최적의 식단을 찾을 수 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을 11단계로 설정한 접시에 점균(粘菌) 조각을 넣었더니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2 대 1의 비율로 이뤄진 먹이 위에만 점균 덩어리가 똬리를 틀었다. 단백질 대 탄수화물의 비율이 이보다 높거나 낮은 먹이 위에서는 균의 증식 속도가 더뎠다. 미생물인 점균도 번식을 위해 가장 완벽한 영양 비율을 찾아낸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은 미생물도 찾아낼 수 있는 최적의 식단을 찾아내지 못하는 걸까. 비만, 당뇨, 심장질환 등 현대사회에서 인류는 불균형한 식단으로 발생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게 식단을 조절하는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1860년대 이후 초가공식품이 대규모로 생산·유통되면서 최적의 식단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가공식품은 식용유와 같은 가공식품에 비해 화학적 가공을 더 많이 한 식품으로 인스턴트 라면, 각종 과자류, 소시지, 도넛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초가공식품은 주로 지방,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다. 하루 식단에서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으면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단백질의 빈틈이 채워질 때까지 다른 식품을 먹고 또 먹기에 현대인은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 실제 저자가 미국인 9042명의 식단을 분석한 결과 하루 식단 중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아질수록 일일 에너지 섭취량 역시 증가했다. 초가공식품을 피하라는 저자의 해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2016년 새로 나온 식료품 2만여 종 가운데 60%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일상 곳곳에 초가공식품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나이, 성별, 활동량을 토대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섭취해야 하는 열량을 확인하는 계산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처럼 하루 섭취량을 꼼꼼히 따져서 먹다 보면 인간도 동물처럼 최적의 식단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결정한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메뚜기-미생물도 균형잡힌 식사를 한다는데…인간은 왜?

    메뚜기 한 마리 앞에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제각각 구성된 25가지 먹이가 놓여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부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까지 다양한 먹거리 앞에서 메뚜기는 무얼 선택할까. 신간 ‘식욕의 비밀’의 공동 저자이자 호주 시드니대 생명환경과학 교수들인 데이비드 로벤하이머와 스티븐 J. 심프슨은 1991년 메뚜기 20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실의 모든 메뚜기가 탄수화물 300mg, 단백질 200mg의 최적 균형을 갖춘 먹이를 선택한 것. 메뚜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30년간 곤충영양학을 연구한 저자는 모든 생명체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식욕의 비밀’을 찾아냈다. 생물은 수학과 컴퓨터 없이도 스스로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주장이다. 곤충뿐 아니라 포유류까지 다양한 생물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미생물도 최적의 식단을 찾을 수 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을 11단계로 설정한 접시에 점균(粘菌) 조각을 넣었더니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2대 1의 비율로 이뤄진 먹이 위에만 점균 덩어리가 똬리를 틀었다. 단백질 대 탄수화물의 비율이 이보다 높거나 낮은 먹이 위에서는 균의 증식 속도가 더뎠다. 미생물인 점균도 번식을 위해 가장 완벽한 영양 비율을 찾아낸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은 미생물도 찾아낼 수 있는 최적의 식단을 찾아내지 못하는 걸까. 비만, 당뇨, 심장질환 등 현대사회에서 인류는 불균형한 식단으로 발생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게 식단을 조절하는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1860년대 이후 초가공식품이 대규모로 생산 유통되면서 최적의 식단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가공식품은 식용유와 같은 가공식품에 비해 화학적 가공을 더 많이 한 식품으로 인스턴트 라면, 각종 과자류, 소시지, 도넛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초가공식품은 주로 지방,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다. 하루 식단에서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으면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단백질의 빈틈이 채워질 때까지 다른 식품을 먹고 또 먹기에 현대인은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 실제 저자가 미국인 9042명의 식단을 분석한 결과 하루 식단 중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아질수록 일일 에너지 섭취량 역시 증가했다. 초가공식품을 피하라는 저자의 해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2016년 새로 나온 식료품 2만여 종 가운데 60%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일상 곳곳에 초가공식품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나이, 성별, 활동량을 토대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섭취해야 하는 열량을 확인하는 계산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처럼 하루 섭취량을 꼼꼼히 따져서 먹다 보면 인간도 동물처럼 최적의 식단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결정한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7
    • 좋아요
    • 코멘트
  • “출생신고는 ‘존엄한 존재’의 첫 출발점… 모두의 의무”

    태어났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살아온 A 씨(23) 등 세 자매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중고교까지 정규교육을 일절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증이 없어 아파도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했다. 친모는 “출생신고 절차가 복잡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홈스쿨링으로 교육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불과 6개월 전 일이에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출생신고를 선택이라 여기고 있어요.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건 아동학대입니다. 아이가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앗아가니까요.”(김희진 변호사·35) 김 변호사와 강정은 변호사(39) 등 변호사 5명이 최근 신간 ‘생일 없는 아이들’(틈새의시간)을 펴냈다. 서울 중구 법률사무소에서 13일 만난 김 변호사와 강 변호사는 “출생신고는 아이가 존엄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동의 출생신고를 보장하기 위해 2015년 출범한 시민단체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이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거나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 내연 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단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가 최소 8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김 변호사는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로 한정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올 4월 법무부는 의료기관에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한 출생통보제를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병원은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지자체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에 대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의료계는 행정 의무를 민간에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 출생신고는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검사나 지자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2016년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됐지만 지난해 10월까지 지자체장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한 사례는 10건에 그쳤다. 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아이를 유기한 부모를 영아 유기죄로 수사하면서도 정작 아이가 신고됐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 교육기관, 병원뿐 아니라 이웃까지 모두가 아이를 지킬 책무가 있어요. 여러분 곁에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가까운 지자체에 알려주세요. 법률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강 변호사)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cm 금박에 0.05mm 선으로 새긴 화조도, 통일신라시대 ‘초정밀 금속예술’ 첫 공개

    가로 3.6cm, 세로 1.17cm.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금박에 별세계가 펼쳐져 있다. 상상의 꽃 단화(團華)가 사방에 흐드러지게 핀 가운데 멧비둘기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다. 꽃과 비둘기 모두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놀랍게도 이 그림은 A4 용지보다 얇은 0.04mm 두께의 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0.05mm의 세선(細線)으로 새겨져 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고 현미경으로 6배가량 확대해 봐야 무늬 전체가 드러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경주 동궁과 월지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을 16일 공개하자 학계는 “통일신라시대 금속예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 금박 유물은 2016년 11월 경주 월지의 임해전(臨海殿) 터 건너편 동쪽 건물터에서 2점으로 쪼개진 채 발견됐다. 20m가량 떨어져 있던 두 금박 조각은 심하게 구겨진 상태였다. 연구소는 발굴 후 2년간 보존처리를 거쳐 두 조각을 하나로 합쳤다. 연구소는 금박에 새겨진 화조도(花鳥圖)가 7, 8세기 무렵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양식인 데다 유물이 출토된 토층이 통일신라시대에 속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 유물이 8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존하는 신라시대 그림이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天馬圖)와 불교경전 표지 3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번 출토품은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다. 한정호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신라시대 회화 예술의 우수성을 증명할 핵심 유물”이라고 말했다. 금박에 새겨진 화조도의 양식이 실크로드에서도 발견된 점으로 미뤄 신라와 서역의 문화 교류 흔적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박 유물의 용도는 아직 미스터리다. 학계는 동궁과 월지가 신라시대 별궁 터였다는 점에 근거해 왕실 용품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어창선 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왕실에서 사용하던 기물의 끝 장식이거나 마구리 장식일 수 있다. 쓰임새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누군가에게 과시할 수 없을 만큼 극도로 미세하게 새긴 수법으로 미뤄 종교 유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정호 교수는 “육안으로는 어떤 문양이 새겨져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정교한 유물이다. 인간이 아닌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작 기법도 밝혀내야 할 과제다. 김경열 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넓은 금판에 문양을 새긴 뒤 필요한 부분을 오려냈을 것이다. 현미경 분석 결과 금박을 선에 맞춰 잘라낸 흔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금속공예품은 망치로 정을 내리쳐 무늬를 새기지만, 이번 출토품은 금박 두께가 0.04mm로 얇아 이런 방식으로 새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극미세 철필로 금박을 긁어내듯 무늬를 새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박 유물은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 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BTS, 개별 활동으로 2막… 제이홉-RM 등 솔로 앨범 준비

    “이제 나를 시작으로 각자 (솔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제이홉) 방탄소년단(BTS)이 14일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며 ‘BTS’로서의 1막이 끝났다. 단체 활동은 잠시 멈추지만 7명의 멤버는 솔로 활동으로 2막을 준비 중이다. 첫 주자는 제이홉이다. 그는 14일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BANGTANTV)’를 통해 “개인 활동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기조 변화를 뜻한다. 방탄소년단이 챕터2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며 솔로 활동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이홉은 “이제부터 믹스테이프(비정규 앨범)가 아니라 정식 솔로 앨범으로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은 팀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RM, 슈가, 제이홉 등이 개인별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바 있다. 제이홉은 다음 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에서 솔로 데뷔 무대를 갖는다. 한국 가수가 롤라팔루자에서 메인 무대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제이홉은 데뷔 초부터 방탄소년단 앨범 타이틀곡과 수록곡 작사·작곡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로 2018년 3월 발매한 그의 첫 번째 솔로 믹스테이프 ‘Hope World’(홉월드)는 빌보드200 차트에서 38위, 빌보드 톱 랩 앨범 차트 19위에 올랐다. 솔로 가수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리더 RM은 제이홉의 신곡에 대해 “멋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RM은 다양한 장르를 녹인 솔로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곡들은 일관성이 하나도 없다. 장르도 다 다르다”고 했다. 2018년 발표한 믹스테이프 ‘모노(MONO)’가 빌보드200 차트 26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RM은 2020년 재즈 싱어송라이터 은희영의 앨범에 백 보컬로 참여하는 등 다채로운 행보를 보여줬다.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 사이에서 ‘민 프로듀서(PD)’라고 불리는 슈가(본명 민윤기)도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슈가는 이소라의 ‘신청곡’, 아이유의 ‘에잇’, 싸이의 ‘댓댓’을 통해 프로듀싱 능력을 선보였다. 이에 더해 슈가는 “광고 음악, 게임 음악 등 여러 장르를 하고 싶다”며 폭넓은 활동을 예고했다. 정국은 “슈가 형 다음엔 내가 나선다”며 차기 앨범 발매 시기를 언급했다. 올 3월 “올해 개인 믹스테이프를 내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던 뷔도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RM은 “(뷔가) 오래전부터 준비했고 좋은 곡을 많이 만들어 놨다. (만든 곡을) 들어봤는데 팬들이 너무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지민은 “나는 이제 시작했다. 슈가 형에게 찾아가 피처링을 부탁했다”고 귀띔했다. 진은 연기 활동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도 곡을 받고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배역에 따라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배워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음악계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15일 “앞서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멤버들이 빌보드200 차트에서 저력을 보여줬듯 멤버 모두 브랜드 가치가 높고 솔로로서의 역량을 갖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솔로 활동을 준비해온 만큼 각자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베트남 설화 ‘의붓자매 떰과 깜’ 한국 콩쥐팥쥐 이야기와 닮았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서구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說話)는 동화책은 물론이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속에 뿌리내린 지 오래다. 30년 넘게 구비문학을 연구한 신동흔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9)는 서구 설화보다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이 품고 있는 옛이야기가 궁금했다. 그의 경기 양평군 집 주변에는 중국 출신 이주민이 산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여성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서구 유럽의 설화는 익히 알려져 있는데 정작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남아 출신 이주민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어쩌면 진정 새로운 이야기는 그들로부터 나오지 않을까요.” 신 교수 등 구비문학 연구자 16명이 1364편에 달하는 세계 구전설화를 정리한 ‘다문화 구비문학대계’ 21권(북코리아)을 최근 펴냈다. 2016년부터 3년간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27개국 출신 이주민 136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 연구실에서 13일 만난 신 교수와 오정미 인하대 다문화융합연구소 연구교수(46), 김정은 건국대 서사문학치료연구소 연구교수(48)는 “옛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언어나 국가는 달라도 각국 설화에는 비슷비슷한 사람 이야기가 담겼다. 2017년 12월 김 교수가 경북 경산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부티프엉 씨(32)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우리나라에도 ‘콩쥐팥쥐’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며 ‘의붓자매 떰과 깜’ 설화를 들려줬다. 새엄마가 자신의 친딸 깜과 함께 의붓딸 떰을 학대하다 벌을 받는 이야기다. 언어나 문화는 서로 달라도 아이를 학대하면 처벌받는다는 인과응보의 가치관을 공유한 것. 그뿐일까. ‘망태 할아버지’ 설화는 문화권에 따라 할머니로 변주되는 차이만 있을 뿐,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들려주는 경고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부모 모습은 세계 어디서나 같아요. 겉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결국 같은 인간이니까요.”(오 교수) 설화는 서로 다른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통로가 돼주기도 한다. 필리핀에서 전하는 ‘첫 번째 원숭이 루파네스’ 설화가 대표적이다. 동물 가죽을 벗겨 질기고 강한 옷을 만들어 팔던 상인에게 분노한 신이 그를 털가죽으로 뒤덮인 원숭이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에는 동물의 생명을 중시하는 필리핀 문화가 깃들어 있다. 오 교수는 “동남아 설화에는 자연과 공존하고 타인을 포용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있다. 3년의 연구를 통해 내 안의 편견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문화 구비문학대계’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동화를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민이 들려준 설화가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다름을 받아들일 자양분이 돼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책에 담긴 1364편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된 이주민이 우리말로 풀어낸 우리의 문화자원입니다. 앞으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어요.”(신 교수)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드라마 ‘파친코’ 주연 배우 김민하,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홍보대사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홍보대사로 애플TV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 역을 맡은 배우 김민하(사진)가 14일 위촉됐다.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은 세계에 한국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2020년 시작한 탐방 프로젝트로, 경북 안동 도산서원을 포함해 전국 서원을 둘러보는 ‘서원의 길’ 등 총 10개 방문 코스를 운영 중이다. 김민하는 ‘산사의 길’에 포함된 경남 합천 해인사를 방문했다. 김민하의 해인사 탐방 영상은 하반기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송출될 예정이다. 지난달 10일 전면 개방된 청와대는 종묘, 경복궁 등을 잇는 ‘왕가의 길’ 코스의 핵심 거점지로 활용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콩쥐팥쥐‘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 베트남에도 있어요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서구 유럽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說話)는 동화책은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전 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뿌리내린 지 오래다. 30년 넘게 구비문학을 연구해온 신동흔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9)는 서구 유럽의 설화보다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품고 있는 옛 이야기가 궁금했다. 경기 양평에 위치한 그의 집 주변에는 중국 출신 이주민이 산다. 한 동네에서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여성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서구 유럽의 설화들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 정작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어쩌면 진정 새로운 이야기는 그들로부터 나오지 않을까요.” 신 교수와 오정미 인하대 다문화융합연구소 학술연구교수(46), 김정은 건국대 서사문학치료연구소 학술연구교수(48) 등 구비문학 연구자 16명이 합심해 2016년부터 3년간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27개국 출신 이주민 136명으로부터 1364편에 달하는 구전설화를 정리한 ‘다문화 구비문학대계’ 21권(북코리아)를 지난달 15일 펴냈다. 1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들은 “옛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언어나 국가는 달라도 옛 이야기에는 결국 사람 사는 얘기가 담겼다. 2017년 12월 김 교수가 경북 경산시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부티프엉 씨(32)는 첫 만남의 낯섦도 잠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우리나라에도 콩쥐팥쥐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며 ‘의붓자매 떰과 깜’ 설화를 들려줬다. 새엄마가 자신의 딸 떰과 함께 의부 딸 깜을 학대하다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콩쥐를 괴롭힌 팥쥐를 젓갈로 담갔듯 깜을 젓갈로 담가 벌을 주는 방식까지 똑같았다. 언어는 달라도 서로 닮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를 학대하면 처벌받는다는 공통의 가치관을 공유한 것. 그뿐일까. ‘망태 할아버지’ 설화는 문화권에 따라 할머니로 변주되는 차이가 있지만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닮았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부모의 모습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아요. 겉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결국 같은 인간이니까요.” (오 교수) 설화는 서로 다른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통로가 돼주기도 한다. 필리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첫 번째 원숭이 루파네스’가 대표적이다. 동물의 가죽을 벗겨 질기고 강한 옷을 만들어 팔던 상인에게 분노한 신이 그를 털가죽에 뒤덮인 원숭이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속에는 동물의 생명을 중시하는 필리핀의 문화가 깃들어 있다. 오 교수는 “저개발국가라고 여겨졌던 동남아시아 국가의 설화에는 자연과 공존하고 타인을 포용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3년간의 연구를 통해 오히려 내 안의 편견을 돌아보게 됐다”고 웃었다. 김 교수는 3년간 엮어낸 ‘다문화 구비문학대계’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동화를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민들이 들려준 설화가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다름을 받아들일 양분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책에 담긴 1364편의 이야기는 이미 우리사회 구성원이 된 이주민들이 우리말로 풀어낸 우리의 문화자원입니다. 앞으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신 교수)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4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인간이 개를 길들였다고? 아니, 개가 인간을 길들인 거야

    개는 천재다. 단어를 익힐 만큼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라 사람의 말과 몸짓에 반응할 줄 알아서다. 견주가 손가락으로 장난감을 가리키며 “가져오라”고 말하면 개는 손이 가리킨 곳을 향해 달려간다. 반면 인간과 가장 닮은 침팬지는 인간의 손짓에 반응하지 않는다. 침팬지는 많은 단어를 외우거나 사물을 인지할 수는 있어도 인간과 소통할 수는 없다. 오랜 세월 인간이 개와 한집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건 개가 인간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생물체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연구팀에 속한 두 저자는 지난해 국내 출간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에 이어 이 책에서도 “인간이 늑대를 가축화해 가정견을 탄생시켰다”고 보는 동물학계 통설을 뒤집는다.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로 가축화한 것이 아니라 영리하고 천재적인 개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인간과 더불어 사는 길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공격성을 띠는 것보다 인간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생존에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부 늑대 종이 진화를 거듭해 스스로 개가 됐다는 것. 실제로 인간과 개가 공존하기 시작한 4만 년 전, 수렵 생활을 하던 인류는 늑대에게 사냥감을 내줄 정도로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 인간이 공격적인 늑대를 길들였다는 학설보다 늑대가 개로 진화해 인간에게 다가갔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개는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황금열쇠”라는 저자의 말처럼 인간과 개는 서로 닮았다. 수렵채집 시기 인간은 타인에게 지나치게 공격적인 이를 무리에서 쫓아내기 위한 집단 방어체계를 만들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도 공격성보다 친화력이 생존에 유리했다는 얘기다. 친화력은 서로에게 이롭다. 저자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과 견주가 30분간 빈방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밀접하게 접촉하자 쾌감을 높여주는 도파민 분비량이 둘 모두에게서 증가했다. 개가 인간에게 충성하는 대가로 집과 음식을 얻는 것처럼 인간도 개 덕분에 행복을 얻는다. 어쩌면 친화력이야말로 개와 인간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아닐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靑 개방 한달간 77만여 명 다녀갔다…가장 인기있는 곳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전면 개방 이후 한 달 동안 77만여 명이 청와대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경복궁을 찾은 연간 관람객 108만5188명의 71.6% 수준이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10일 “지난달 10일부터 9일까지 청와대 누적 관람객 수가 77만724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대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한 사적 공간인 대통령 관저로 27만2968명이 찾았다. 지난달 23일부터 내부 출입이 시작된 영빈관과 춘추관에는 각각 20만4513명, 10만1355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재청은 청와대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15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와 임산부, 8세 이하 아동 및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청와대 관람 전용 무료 셔틀버스를 신규 운영하기로 했다.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서 출발해 경복궁역 4번 출구를 지나 청와대 연무관 앞까지 운행하는 왕복 노선이다. 청와대 방면으로는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경복궁 방면으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운행한다. 문화 행사도 마련된다. 6월에는 춘추관 앞 헬기장 잔디밭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서커스와 비눗방울 공연이 열린다. 7월부터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전승자의 고품격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10
    • 좋아요
    • 코멘트
  • “학대받는 동물들 법정투쟁 도와줍니다”

    동물들은 학대를 당해도 스스로 구조를 요청할 수 없다. 2014년 결성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이 이들 대신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동변 소속 송시현 변호사(37)는 낮에는 법률사무소에서, 밤과 주말에는 동물보호소를 돌며 학대 피해를 입은 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그가 동변 변호사 10명과 함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을 정리한 신간 ‘동물에게 다정한 법’(도서출판 날·사진)을 10일 펴낸다.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때로 본업보다 동물을 변호하는 일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붓는다”며 웃었다. “가장 약한 지위에 있는 동물을 보호하는 사회는 어떤 구성원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 갇혀 폐사한 돌고래를 대신해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수사기관에 진돗개 학대 피의자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내고,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물 학대 콘텐츠가 올라오는지도 점검한다.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당하는 동물들이 있어요. 동물의 권리는 대신 목소리를 내줄 누군가가 있어야 지켜질 수 있습니다.” 그는 동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동물권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지만, 재판부가 형량을 지나치게 감경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지난해 11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동물판 n번방’ 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길고양이를 철장에 넣고 산 채로 불태우는 등 악의적으로 동물을 학대한 영상을 SNS에 제작, 유포한 피고인에게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동물학대범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변은 해당 사건 항소심에 대해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최근 SNS를 통해 동물 학대 영상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그는 “자극적일수록 높은 조회 수가 나오다 보니 동물 학대 영상이 확산 소비되고 있다. 동물 학대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만으로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늘 다정했던 우리시대의 할아버지 같았던 분”

    “그렇게 사랑하셨던 전국노래자랑, 이제는 ‘천국노래자랑’으로 힘차게 외쳐 주십시오.”(코미디언 이용식) 34년간 KBS ‘전국노래자랑’을 지킨 노장의 별세에 후배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이용식은 8일 딸 수민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 송해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를 전했다. 그는 1974년 MBC 코미디언 채용 면접에서 심사위원으로 만난 고인을 회상하며 “카랑카랑하셨던 목소리를 기억한다. 천국에 가셔서 선후배님들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드시라”고 썼다. 고인을 ‘아빠’라 부른 가수 현숙은 “자신이 더 아픈데도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빨리 회복하라’며 어깨를 토닥이셨다. 늘 따뜻하고 다정하셨던 우리 시대의 할아버지 같은 분이 떠나셨다”고 애도했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가수 김흥국은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셨던 선생님은 후배들이 가장 존경한 방송인”이라며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전국노래자랑 녹화로 전국을 누비며 100세 이상 사셨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가수 조영남은 “그 나이까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없는데 (고인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이었다”고 했다. 고인과 같은 황해도 출신인 방송인 이상벽은 “최근까지 지역순회 공연을 함께 했다. 무대 뒤에서 30분씩 묵상하는 모습을 보며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제 ‘천국노래자랑’으로 힘차게 외치길”…연예계 故송해 추모 물결

    “그렇게 사랑하셨던 전국노래자랑, 이제는 ‘천국노래자랑’으로 힘차게 외쳐주십시오.”(개그맨 이용식) 34년간 KBS ‘전국노래자랑’의 무대를 지킨 노장의 별세 소식에 후배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이용식은 8일 딸 이수민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 송해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를 전했다. 그는 1974년 MBC 개그맨 채용 면접에서 심사위원으로 처음 만난 고인을 회상하며 “스포츠 헤어스타일에 카랑카랑하셨던 목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고 썼다. 이어 “천국에 가셔서 선후배님들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드시라”고 추모했다. 고인을 평소 ‘아빠’라고 부른 가수 현숙은 “자신이 더 아픈데도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빨리 회복하라’며 어깨를 토닥이셨다. 늘 따뜻하고 다정하셨던 우리 시대의 할아버지 같은 분이 떠나셔서 너무나 슬프다”고 말했다. 개그우먼 김신영도 이날 라디오에서 “유머와 인생관, 방송을 대하는 자세 등 많은 것을 배웠다. 저희 가슴 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계실 것”이라고 애도했다. 가수 송가인은 12년 전 전국노래자랑 전남 진도 편에 출연했던 사진을 SNS에 올리며 “제일 먼저 재능을 알아봐주시고 이끌어주신 선생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가장 먼저 찾은 가수 김흥국은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셨던 선생님은 후배들이 가장 존경한 방송인”이라며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전국노래자랑 녹화로 전국을 누비며 100세 이상 사셨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유재석과 조세호도 빈소를 찾았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08
    • 좋아요
    • 코멘트
  • 충무공 위토 지킨 민초, 후손 찾아 감사패 준다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가 일제강점기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던 충무공의 위토(位土·묘소 관리비를 조달하기 위한 토지)를 지키기 위해 성금을 낸 민초의 후손을 찾는다. 현충사관리소는 ‘이충무공 유적보존 민족성금 후손 찾기 운동’을 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현충사관리소는 1931년 5월 충남 아산시 음봉면의 충무공 위토가 일본은행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충무공 위토를 지켜 달라”며 성금을 보낸 기탁자 2만여 명과 400여 단체 이름을 홈페이지(hcs.cha.go.kr)에 공개했다. 명단에서 조상의 이름을 검색해 당대 기탁자가 살던 지역명 등을 확인한 뒤 후손신청 버튼을 누르고, 기탁자와 가족관계임을 증명하는 제적등본이나 족보를 첨부하면 된다. 현충사관리소는 후손에게 문화재청장 명의의 감사패를 전하고 초청 문화행사를 열 예정이다. 충무공 위토를 지켜낸 민족성금 운동은 1931년 5월 13일 ‘2000원에 경매당하는 이충무공 묘소 위토’라는 동아일보 기사에서 시작됐다. 기사가 나간 다음 날부터 동아일보사로 성금을 동봉한 편지가 쏟아졌다. 민족성금 덕분에 1932년 6월 충무공 위토를 되찾았고 현충사도 중건했다. 1706년 설립된 현충사는 1868년 대원군 때 철폐됐다. 올해는 현충사 중건 90주년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동양의 이교도 군주, 서양사의 흐름을 뒤집다

    ‘폐하는 저를 보내 인도와 그곳 군주들을 개종하기 위한 수단을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항해일지에 남긴 기록이다. 서구사에서 콜럼버스는 미지의 대륙에 대한 유럽인의 지적 호기심과 더불어 막대한 부를 축적하려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당도한 이후로 약 500년의 역사를 ‘서양의 부상’이자 ‘근대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에 맞서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당시 동양의 패권을 손에 쥔 오스만제국을 우회하지 않고서는 항해가 불가능했던 탓에 콜럼버스가 대서양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콜럼버스 항해는 팽창하는 이슬람 세력을 멸하고 신대륙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는 ‘십자군 전쟁’의 일환이었다. 저자는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건 서구 유럽이 아니라 오스만제국이었다”고 주장한다. 오스만제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한 9대 술탄 셀림 1세(1470∼1520)의 생애를 조명하며 서구 중심의 역사학자들이 말하지 않은 사실을 들춰낸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대전환기에 걸쳐 있는 셀림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근대를 주도한 이가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선대 술탄보다 제국을 약 3배로 확장한 그로 인해 유럽은 오스만제국을 우회하는 항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대서양 항해를 비롯한 서구 근대사는 세계 각지로 뻗어나간 오스만제국에 대한 반작용이었다는 것이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제국은 유럽인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로마제국의 동쪽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무슬림에게 빼앗겼다는 공포는 서구 기독교 입장에서 세상의 종말처럼 여겨졌다. 반(反)무슬림 연대를 구축해 이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신념이 뿌리내린 이유다. 스페인 이사벨 1세 여왕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콜럼버스의 항해를 지원한 데에는 신대륙 군주를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유럽 정복자들이 신대륙 원주민을 학살한 건 그들을 무슬림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처음 도착한 신대륙을 카이로라고 믿었기에 원주민 역시 무슬림으로 생각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 저자는 유럽 대항해시대 역사는 구세계에서 수백 년간 지속돼온 종교전쟁을 답습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역시 셀림이 지배한 오스만제국에 대한 유럽 사회의 반작용이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1520년 셀림은 기독교 성지인 예루살렘을 정복한 데 이어 이스탄불 다음으로 거대한 무슬림 도시였던 이집트 카이로를 점령한다. 유럽 사회는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슬람 세력을 바라보며 위기감과 함께 무력감을 느낀다. “교황의 도덕적 타락이야말로 오스만제국이 이슬람교를 퍼뜨릴 수 있게 만든 원흉”이라는 루터의 주장이 유럽에서 폭넓게 지지를 받은 배경이다. 원제 ‘신의 그림자(God‘s Shadow)’가 말해주듯 오스만제국이 드리운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517년 예멘을 오스만제국에 편입한 셀림은 이곳에서 생산한 커피콩을 세계로 수출한다. 오스만제국에 뿌리내린 커피하우스 문화는 지금까지 카페 문화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셀림의 유산은 대항해시대와 종교개혁을 추동하며 세계를 바꿨을 뿐 아니라 커피처럼 우리 일상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어쩌면 우리도 수백 년 전 유럽인처럼 여전히 술탄 셀림의 그림자 아래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콜럼버스가 신대륙 찾아나선 건…‘공포의 술탄’ 때문이었다

    ‘폐하는 저를 보내 인도와 그곳 군주들을 개종하기 위한 수단을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항해일지에 남긴 기록이다. 서구사에서 콜럼버스는 미지의 대륙에 대한 유럽인의 지적 호기심과 더불어 막대한 부를 축적하려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당도한 이후로 약 500년의 역사를 ‘서양의 부상’이자 ‘근대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에 맞서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당시 동양의 패권을 손에 쥔 오스만제국을 우회하지 않고서는 항해가 불가능했던 탓에 콜럼버스가 대서양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콜럼버스 항해는 팽창하는 이슬람 세력을 멸하고 신대륙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는 ‘십자군 전쟁’의 일환이었다. 저자는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건 서구 유럽이 아니라 오스만제국이었다”고 주장한다. 오스만제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한 9대 술탄 셀림 1세(1470~1520)의 생애를 조명하며 서구 중심의 역사학자들이 말하지 않은 사실을 들춰낸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대전환기에 걸쳐 있는 셀림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근대를 주도한 이가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선대 술탄보다 제국을 약 3배로 확장한 그로 인해 유럽은 오스만제국을 우회하는 항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대서양 항해를 비롯한 서구 근대사는 세계 각지로 뻗어나간 오스만제국에 대한 반작용이었다는 것이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제국은 유럽인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로마제국의 동쪽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무슬림에게 빼앗겼다는 공포는 서구 기독교 입장에서 세상의 종말처럼 여겨졌다. 반(反) 무슬림 연대를 구축해 이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신념이 뿌리내린 이유다.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콜럼버스의 항해를 지원한 데에는 신대륙 군주를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유럽 정복자들이 신대륙 원주민을 학살한 건 그들을 무슬림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처음 도착한 신대륙을 카이로라고 믿었기에 원주민 역시 무슬림으로 생각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 저자는 유럽 대항해시대 역사는 구세계에서 수백 년간 지속돼온 종교전쟁을 답습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역시 셀림이 지배한 오스만제국에 대한 유럽 사회의 반작용이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1520년 셀림은 기독교 성지인 예루살렘을 정복한 데 이어 이스탄불 다음으로 거대한 무슬림 도시였던 이집트 카이로를 점령한다. 유럽 사회는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슬람 세력을 바라보며 위기감과 함께 무력감을 느낀다. “교황의 도덕적 타락이야말로 오스만제국이 이슬람교를 퍼뜨릴 수 있게 만든 원흉”이라는 루터의 주장이 유럽에서 폭넓게 지지를 받은 배경이다. 원제 ‘신의 그림자’(God‘s Shadow)가 말해주듯 오스만제국이 드리운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517년 예멘을 오스만제국에 편입한 셀림은 이곳에서 생산한 커피콩을 세계로 수출한다. 오스만제국에 뿌리내린 커피하우스 문화는 지금까지 카페 문화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셀림의 유산은 대항해시대와 종교개혁을 추동하며 세계를 바꿨을 뿐 아니라 커피처럼 우리 일상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어쩌면 우리도 수백 년 전 유럽인처럼 여전히 술탄 셀림의 그림자 아래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03
    • 좋아요
    • 코멘트
  • 청와대 관람인원 1만명 늘려… 오늘부터 선착순 예약

    12일부터 청와대가 상시 개방되고 하루 관람 인원은 4만9000명으로 기존보다 1만 명 늘어난다고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이 2일 밝혔다. 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나뉘었던 신청 방식은 ‘청와대 개방 누리집’으로 일원화된다. 3일 오전 10시부터 12일 이후의 청와대 관람 신청권을 예약할 수 있다. 관람자 선정 방식도 기존 추첨제에서 선착순으로 바뀐다. 온라인 접수가 어려운 65세 이상 등을 위해 오전 9시와 오후 1시 30분에 관람 신청권을 현장에서 각 500장씩 선착순으로 발급한다. 청와대는 매주 화요일 휴관한다. 대통령 집무실 인근 용산공원 부지는 10일부터 19일까지 시범 개방한다. 개방 대상지는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km 구간으로,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5차례에 걸쳐 총 방문객 2500명을 받는다. 관람 예약은 5일 오후 2시부터 ‘용산공원 시범개방 공식 사이트’에서 하면 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9세기 동남아 화교 통해 中으로 서구문화 역수입”

    ‘영국 은화 4개와 초콜릿 141알, 손톱깎이, 비누 한 묶음을 보냅니다.’ 1889년 6월 30일 필리핀에서 일하던 화교(華僑)가 중국 본가의 아버지에게 송금하며 보낸 편지다. 19세기 후반 약 1000만 명의 중국인 이민자들이 동남아시아 각국에 정착했다. 당시 동남아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미국 등 서구 열강에 점령돼 있었다. 학계는 19세기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문화가 동남아에 전파됐다고 봤다. 하지만 필리핀 화교 편지는 서구 자본과 근대문화가 중국 본토로 역수입된 사실을 보여준다. 김종호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최근 주최한 ‘해양과 메가 아시아’ 학술대회에서 ‘남중국해 화인 네트워크’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 20세기 동남아로 이주한 화교들이 고향에 보낸 편지를 분석한 결과 각종 근대 물품을 비롯한 서구문화가 중국으로 유입됐다. 예컨대 1917년 필리핀에 거주한 화교 쉬징만(許經滿)은 어머니에게 장식 거울과 고무 부츠를 보내면서 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편지에 썼다. 김 교수는 “동남아로부터 서구 자본과 생활용품이 중국 본토로 흘러들어가 중국인의 구매력과 소비욕구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화교들의 편지를 통해 세계 정세에 대한 정보가 중국 본토로 전해지기도 했다. 1939년 싱가포르 화교가 본토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사진)에는 싱가포르와 중국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를 잇는 증기선 정기항로 광고가 인쇄돼 있다. 각국을 오가는 운송의 세계화가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그동안 중국 중심주의에서 조명받지 못한 아시아 주변 지역을 조명하고, 문화 교류가 양방향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충무공 묘소 지켜달라”… 일제하 민초들, 끼니 굶고 모은 돈 보냈다

    ‘거북선을 만드신 충무공의 위토(位土·묘소 관리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토지)가 경매된다는 소리를 듣고 밥 지을 때마다 쌀 한 홉씩을 덜어 돈으로 보냅니다.’ 1931년 6월 8일 일본 오사카에 살던 해외동포 서소선 박순이 양이 동아일보에 보낸 편지글이다. 친구 사이인 두 소녀는 ‘굶주리더라도 일주일 동안 모은 돈을 넣었다’는 글과 함께 현금 50전을 보냈다. 일제강점기 충무공 후손의 부채로 경매 위기에 처한 위토를 지켜낸 이들은 먹을 것을 아껴가며 십시일반 성금에 참여한 민초들이었다. 문화재청은 1931, 1932년 동아일보가 주도한 ‘이충무공 유적보존회’ 기록물 4254점을 국가등록문화재로 30일 등록 예고했다. 기록물은 성금을 보낸 이들의 편지 2609점과 유적보존회의 성금결산 및 지출장이다. 충무공 위토 경매사건은 1930년 9월 20일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충무공 13대 종손 이종옥 씨가 충남 아산 음봉면의 충무공 위토를 담보로 빚을 진 것. 이듬해 5월 13일 동아일보는 ‘2000원에 경매당하는 이충무공의 묘소 위토’ 제목의 기사를 후속 보도했다. 이 씨가 빚을 갚지 못해 위토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다음 날 독립운동가로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던 위당 정인보(1893∼1950)가 “충무공 묘소와 위토를 보존하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책임”이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위당의 사설은 민족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빈부와 국경을 초월해 “충무공 위토를 지켜 달라”는 편지와 더불어 독자들이 동아일보에 성금을 보내왔다. 후속 보도가 나간 다음 날 최태식 씨 등 5명이 ‘우리들의 주머니를 긁어모아 충무공 묘소와 위토를 찾자’는 편지와 더불어 5원을 보낸 게 시작이었다. 첫 보도 후 열흘 만에 모인 성금이 1578원13전. 성금 장부에 따르면 1931년 5월 16일부터 이듬해 6월 5일까지 약 2만 명, 400여 개 단체가 총 1만6021원30전을 모았다. 현재 화폐가치로 약 10억 원에 달하는 돈이다. 동봉된 편지에는 끼니를 굶더라도 돈을 보낸 이들의 절절한 사연이 담겼다. 1931년 충남 아산 둔포에 살던 김동섭 씨의 편지에는 ‘세파에 시달리는 가냘프고 약한 몸은 1원의 여유도 없어서 50전의 피 같은 돈으로 백의동포의 핏줄을 잇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평양의 부녀연합 기독병원 간호부 40명은 점심 한 끼를 굶고 모은 성금 11원70전을 보탰다. 자신을 일곱 식구의 가장이라고 소개한 최성엽 씨는 1931년 6월 1일 편지에 ‘일곱 가족의 생활도 겨우 영위하는 빈민입니다. 그러나 저는 백의민족의 혼을 타고 났습니다. 근근한 자산 중 피 같은 돈을 바칩니다’라고 썼다. 헌신적인 모금 운동 덕에 유적보존회는 1931년 6월 11일 2272원22전을 주고 은행으로부터 충무공 위토를 되찾았다. 남은 돈으로는 충무공의 유지를 보전하기 위해 1932년 충남 아산 백암리 충무공 고택 옆 현충사를 중건했다. 조선 숙종 때인 1706년 설립된 뒤 1868년 대원군 때 철폐된 현충사가 60여 년 만에 중건된 것이다. 현충사는 1967년 3월 사적으로 지정됐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5-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입양 브로커, 아이 양부모 찾는 여정… 또 하나의 가족 그려

    제75회 칸영화제를 사로잡은 송강호 주연의 영화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각각 다음 달 8일과 29일 국내 개봉된다. 배우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는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첫 한국영화다. 송강호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훔쳐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상현이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 우성이를 데려왔다가 친모 소영(이지은)에게 이 사실을 들키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아이를 좋은 부모에게 입양시키고 돈도 벌기 위한 여정에 동행한 이들은 작은 선의를 주고받으며 또 하나의 가족이 된다. 송강호는 선과 악의 경계에서 고뇌하며 끝내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 상현 역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긴 ‘헤어질 결심’은 수사멜로극이다.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이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 남성의 부인 서래(탕웨이)를 용의선상에 놓고 수사하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다. ‘미장센의 천재’라 불리는 박 감독은 베드신과 같은 자극적인 장면 없이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깊어졌다가도 멀어지는 인물의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아가씨’로 2016년 칸영화제에서 미술상을 수상한 류성희 미술감독은 두 인물이 머무는 공간 곳곳에 굽이치고 요동치는 산과 바다의 형상을 배치해 인물의 감정을 공간적으로 확장했다. 영국의 영화전문지 스크린인터내셔널이 “비주얼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영화”라고 극찬한 이유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영화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에 돌아갔다. 심사위원대상은 벨기에 감독 뤼카스 돈트의 ‘클로즈’와 프랑스 감독 클레르 드니의 ‘스타 앳 눈’이 공동수상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05-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