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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3일(현지 시간) 오전 7시 삼성전자 베트남 호찌민 가전생산법인(가전복합법인·SEHC) 앞 도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직원 수천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전자가 2016년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조성한 호찌민 생산법인은 부지 면적 94만 ㎡(약 28만4000평)에 고용 규모가 5000여 명에 달한다. 163개 SHTP 입주 기업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같은 SHTP에 자리 잡은 미국 인텔의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은 45만 ㎡(약 13만7000평)에 종업원 수가 2800여 명 규모다. 출근길에 만난 삼성전자 현지 직원 김흐우호앙 씨(36)는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호찌민에선 인텔이 최고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삼성이 채용도 더 많이 하고 TV, 냉장고 등 가전 제품이 일상에 자리잡으며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가 베트남 수출의 20% 차지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주요 제조 중심지로 키우고 있다.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분산돼 있던 TV·모니터 공장을 호찌민 법인에 결집시켰다. 휴대전화 공장은 2009년 베트남 북부 박닌성, 2013년 타이응우옌성에 새롭게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글로벌 휴대전화의 5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제품들은 전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간다. 베트남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자국 수출의 20%를 책임질 만큼 없어선 안 될 사실상 ‘국민 기업’이 됐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호찌민 법인 협력사만 총 115개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창출하는 고용 인력만 직간접 모두 합쳐 10만 명이 넘는다”며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몇 안 되는 외국 기업”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기업들도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전 세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베트남이 아시아의 제조기지로 부상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8년 30.2%에서 지난해 11.7%로 18.5%포인트 빠진 반면 같은 기간 베트남이 2.5%에서 9.8%로 7.3%포인트 늘었다. 올해 초 인텔이 베트남에 최소 10억 달러 이상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주재 일본 기업 10곳 중 6곳은 1∼2년 내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트남은 인구수 1억 명에 평균 연령 32.5세의 젊은 인구구조, 강한 학구열과 성취욕으로 질 좋은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고 동남아 국가들과 경쟁을 벌이는 지정학적 특징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베트남은 노동 경쟁력에 더해 그동안 쌓은 인프라 덕에 기업들이 제조 공급망을 구축하기 유리한 환경”이라며 “무엇보다 정부가 ‘탈중국’ 기업들을 노리고 유리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대형마트 등 베트남 시장 자리 잡아 베트남 경제 수도 호찌민에서 가장 큰 마트는 한국의 롯데마트다. 3층 높이에 영업 면적 2만2300㎡(약 6800평) 규모의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오후 9시 장 보러 나온 현지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매장 안에 들어가면 진로 소주, 비비고 만두, 농심 신라면, 오리온 초코파이 등 익숙한 한국 상품들이 전면에 진열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국 식품이 큰 인기를 끌어 별도 ‘KOREAN ZONE’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2020∼2021년을 제외하면 15년 동안 매년 10%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GS25 편의점은 2018년 처음 진출한 뒤 지난해 말 211개로 매장을 확대해 서클케이와 함께 톱2 편의점이 됐다. 또 현지 삼성페이 결제 가맹점도 갈수록 늘고 있어 ‘한국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일본 도요타에 빼앗겼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올 5월 말 현재 재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LG의 경우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법인이 있는 ‘하이퐁 클러스터’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세트 및 부품 생산액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 간 무역수지(흑자)는 342억3900만 달러로 베트남이 처음으로 한국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떠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내수 시장이 큰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이해관계가 충돌하더라도 신뢰가 깨지기보단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호치민=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성장한 국내 비대면 의료 플랫폼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의약계와의 갈등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시범사업안이 ‘재진’만 가능하도록 한 게 결정적이다. 개인정보 문제로 플랫폼 사업자가 초·재진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기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들은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환경에 놓였다고 토로한다. 국내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고,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도 흔들리니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낡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데다 유사 산업 기득권자들의 반발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437개 생길 때 한국에선 4개만 나와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글로벌 리서치 회사 CB인사이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1209개로 2019년(449개) 대비 760개(169.3%)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18개에서 655개로 437개(200.0%)가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10개에서 14개로 4개(40.0%)가 추가되는 데 그쳤다. 한국 유니콘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2%에서 1.2%로 1.0%포인트 뒷걸음쳤다. 압도적 1위인 미국은 48.6%에서 54.2%로 비중이 더 높아졌다. 중국(24.3%→14.0%)이 다소 주춤했지만 인도(4.5%→5.8%)의 영향력이 커졌다. 2019년 한국보다 유니콘이 적었던 이스라엘(1.6%→2.0%), 프랑스(1.1%→2.1%), 캐나다(0.4%→1.7%) 등도 약진했다. 한국은 특히 핀테크,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업종에서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국내 유니콘 핀테크 기업은 1곳(7.1%)뿐이다. AI는 한 곳도 없다. 헬스케어 부문에선 유일한 유니콘이었던 에이프로젠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다시 ‘제로’가 됐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은 할 수 있는 것만 나열하는 ‘포지티브’식 규제 위주여서 안 되는 게 많다”며 “핀테크, 모빌리티, 바이오·헬스케어 등은 이런 규제에 기존 업종과의 충돌까지 크다”고 했다.● 기성 산업과의 충돌에 번번이 막혀 업계에서는 기성 산업과의 충돌 속에서 신산업이 표류하는 사례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택시 업계와의 갈등으로 사업을 접은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나 변호사 업계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법률 플랫폼 ‘로톡’이 대표적이다. 타다는 출범 1년 만에 170만 회원을 모집했지만 국회가 법을 바꾸면서까지 타다 사업 모델을 불법으로 규정해 2020년 4월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다. 로톡 역시 한때 회원 변호사가 4000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성장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와 갈등을 빚으며 사업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투자 유치가 가장 중요한데 ‘타다’ 같은 사례는 기존 법체계와 부딪히는 사업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시그널로 작용한다”며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개인이 지배력을 갖는, 즉 오너가 있는 국내 대기업집단 10곳 중 4곳은 창업자가 그룹 총수(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보다 비중이 1.6배로 늘어난 것으로 새로 창업한 기업들이 그만큼 많이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중 오너가 있는 대기업집단은 모두 72곳이었다. 이 중 30곳(41.7%)이 창업자가 현재 그룹을 이끄는 동일인이었다. 동일인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 지배구조와 관련해 더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다. 2012년에는 오너가 있는 43개 대기업집단 중 11곳(25.6%)이 창업자가 동일인이었는데, 10년 사이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새롭게 성장한 대기업집단은 정보기술(IT), 바이오, 건설 부문 기업이 많았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 두나무, 크래프톤, 셀트리온, 중흥건설, SM, 호반건설, 대방건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기존 대기업들은 창업자의 후손들이 그룹 총수에 올라 있다. 2012년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창업자였던 11곳 중 현재까지 창업자가 총수 자리를 유지한 곳은 DB(옛 동부), 부영, 미래에셋, 태영, 이랜드 등 5곳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가 국제 인공지능(AI) 학회에서 사람처럼 이미지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AI가 이미지를 본 뒤 10초 만에 5개 문장, 10개 키워드를 생성하는 수준으로 방대한 양의 이미지 검색·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LG AI연구원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컴퓨터 비전 학회인 ‘CVPR 2023’에서 ‘캡셔닝 AI’를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고 19일 밝혔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개발된 캡셔닝 AI는 AI가 처음 보는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설명 글로 풀어 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LG의 캡셔닝 AI에 아버지와 아들이 낚시하는 사진을 입력하면 ‘한 남자가 부두에서 소년과 낚시를 하고 있고, 소년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또 사진과 관련해 ‘휴일(holiday)’, ‘여가(leisure)’, ‘행복(happy)’ 등의 키워드도 생성해 낸다. LG AI연구원은 “AI가 기존에 학습한 대량의 이미지와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경, 인물, 행동 등 다양한 요소와 특징을 인식한다”며 “사람처럼 처음 보는 물체나 장면을 이전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캡셔닝 AI 개발을 위해 세계 최대 이미지·영상 플랫폼 셔터스톡과 협력했다. 셔터스톡이 보유한 이미지 분류, 문장 표현 등 노하우를 바탕으로 데이터 학습, 서비스 개발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AI 모델 개발을 위해 학습 데이터의 편향성, 선정성 등 AI 윤리 검증을 진행했고 저작권 투명성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세잘 아민 셔터스톡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재 글로벌 고객사 10곳을 대상으로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캡셔닝 AI를 통해 사람들이 더 본질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AI연구원은 행사 중 서울대 AI 대학원, 셔터스톡과 함께 캡셔닝 AI 기술과 관련한 워크숍도 진행했다. 이미지 캡셔닝 분야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 LG전자,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 LG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19일 네트워킹 행사를 열고 20일부터 3일 동안 각 계열사 구성원들이 LG 통합 부스에서 최신 기술 시연과 채용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인테리어 효과를 주는 액정표시장치(LCD) 액자형 에어컨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아트쿨’(사진)을 출시한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최초 27인치 LCD 화면 ‘커버 스크린’을 탑재하고 우드 프레임 디자인을 더해 액자나 예술 작품 같은 인테리어 효과를 낸다. 구매자는 취향에 따라 다양한 테마의 커버 스크린을 고를 수 있다.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인 ‘LG씽큐’를 통해 최대 20장의 사진을 10초에서 5분까지 선택한 시간 간격으로 바꿀 수 있다. 쉬고 싶을 때는 차분한 느낌의 영상과 함께 하단 스피커를 통해 조용한 음악이 나오는 ‘명상 테마’를 고르면 된다. 냉방 면적은 22.8㎡(약 7평)로 오른쪽, 왼쪽, 아래쪽 등 3방향으로 공간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 가격은 출하가 기준 288만∼300만 원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 씨(32·사진)가 직장을 휴직하고 미국에서 교육봉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 씨는 올 4월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6개월 전부터 지역 비영리단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봉사를 시작했다”고 썼다. 최 씨가 활동하는 단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민단체 ‘스마트(SMART)’다. 방과 후 심화 프로그램 등 지역 내 취약계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한다. 최 씨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휴직한 뒤 샌프란시스코 원격의료 스타트업 ‘던(Done)’에 소속돼 경영전략 등 무보수 자문역을 맡고 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는 영화관용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오닉스(Oynx·사진)’를 통해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감상할 수 있다고 18일 밝혔다. 오닉스는 영사 방식인 빔 프로젝터와 달리 스크린에 직접 영상을 띄워 균일한 화면 표현과 뛰어난 색 재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4K 해상도에 HDR(명암·색감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기술) 화질이 지원되고 기존 프로젝터 대비 6배 높은 휘도(화면 밝기)를 구현한다. 픽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엘리멘탈을 오닉스 전용 4K HDR 콘텐츠로 만들어 전 세계 상영관에 배급했다. 오닉스 스크린은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을 비롯해 CGV 왕십리점 등 전 세계 총 120여 개 영화관에 설치돼 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이를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특히 따로 정답을 정해놓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비(非)지도 학습’ 기술이 고도화하며 산업 현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불량을 정확하게 분별해 냄으로써 공정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 LG, 불량 잡아내는 기술 ‘세계 최고’ 평가18일 AI 업계에 따르면 비지도 학습 기술을 스마트팩토리 공정에 적용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 비지도 학습은 정답을 정해놓지 않고 AI가 확률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A이면 B이다’와 같이 입력에 따른 결과값을 단편적으로 내놓는 ‘지도 학습’보다 수준이 높은 학습 기법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효율적이다. 최근 AI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은 챗GPT 등 생성형 AI도 비지도 학습을 활용한 대표 사례다. 공통점이 있는 사람과 물건을 묶어 콘텐츠나 상품 판매를 위한 타깃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비지도 학습을 응용한 것이다. 최근 LG가 비지도 학습 기반의 AI 탐지 기술로 미국 아마존을 넘어서 주목받고 있다. LG AI연구원의 ‘ReConPatch’ 알고리즘은 조그만 단서로도 양품과 불량품을 정확하게 식별해 낸다. 이 알고리즘은 지난달 글로벌 머신러닝 학술 사이트인 ‘페이퍼 위드 코드’에서 ‘컴퓨터 비전’(이미지·영상 분석 기술) 관련 ‘이상탐지(Anomaly Detection)’ 부문 최고 성능(State of the art)을 달성했다. 페이퍼 위드 코드는 전 세계 AI 연구자들이 자신의 AI 모델을 논문과 함께 올려 검증받는 세계 최대 커뮤니티다. LG 알고리즘은 평가 지표에서 99.72점을 받아 아마존의 알고리즘 ‘PatchCore’(99.60)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LG는 현재 이 기술을 LG이노텍의 기판 생산을 비롯해 다양한 계열사들의 공정에 도입해 수율을 개선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도 활용 기대삼성전자도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등 첨단 제품 개발에 비지도 학습 기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글로벌 R&D협력담당(사장)은 지난해 11월 ‘삼성 AI 포럼’에서 비지도 학습을 통한 알고리즘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산학협력도 활발하다. 올 2월 포스텍은 모터, 엔진 등 회전기기의 결함을 비지도 학습을 통해 탐지, 추적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회전기기의 결함 유무 및 종류를 99% 이상의 정확도로 맞힐 수 있는 기술”이라며 “스마트팩토리에서 장비·시스템의 상태를 감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유지·보수 전략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현장 엔지니어의 역량에 따라 수율이 좌우되는 한계를 극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작은 불량이 기업의 평판 하락 등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라며 “비지도 학습 같은 최신 기술을 통해 드물게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불량까지 검출해낼 수 있는 모델 개발의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 씨(32·사진)가 직장을 휴직하고 미국에서 교육봉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 씨는 올 4월쯤 자신의 SNS에 “6개월 전부터 지역 비영리단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봉사를 시작했다”고 썼다. 최 씨가 활동하는 단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민단체 ‘스마트(SMART)’다. 방과 후 심화 프로그램, 입시 준비 등 지역 내 취약계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한다. 최 씨는 “당초 수학 과외를 지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투른 영어 과목을 배정받았다”며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지만 (가르친) 학생의 영어 성적이 ‘F’ 등급에서 ‘B’로 향상됐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의 학생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부리또를 요리해 주면 좋겠다’고 한 말을 전하며 “진정한 기쁨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의 선함을 깨닫게 해준 사랑의 ‘SMART’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최 씨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휴직한 뒤 샌프란시스코 원격의료 스타트업 ‘던(Done)’에 소속돼 경영전략 등 무보수 자문역을 맡고 있다. 던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전문 업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일본 속담에 세 사람이 모이면 문수보살과 같은 좋은 지혜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양국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양국은 먹고 입는 것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끊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있습니다. 교류 확대로 상호 이해가 깊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와 일본상공회의소가 9일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박람회(엑스포)에서의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이날 양국 상의 회장단 30여 명은 부산 시그니엘호텔에 모여 ‘제12회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밝혔다. 회장단 회의는 한일 갈등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2018년부터 중단됐다가 6년 만에 개최됐다. 회의 시작에 앞서 오전 8시 55분쯤 최 회장이 휠체어에서 내린 뒤 목발을 짚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가운데 고바야시 회장이 걱정하는 모습을 비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최 회장은 최근 운동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거동이 불편한 최 회장을 본 고바야시 회장은 “다시 만나서 반갑다”면서도 “괜찮냐. 상태가 어떻냐”고 물었다. 이에 최 회장이 “인대가 끊어졌다”면서 “저희가 (고바야시) 회장님을 잘 모셔야 하는데 회장님이 오히려 저를 돌봐준다”며 머쓱해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감싸며 “다이조부, 다이조부(괜찮습니다)”라고 거듭 말한 뒤 “제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줬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했다. 양국 상의가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대한상의는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적극 참여하고, 일본상의는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에 함께 대응하고 공급망 재구축, 탄소중립, 인공지능(AI)에서의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양국 왕래가 급속히 회복되는 가운데 자매 도시 등 지방 차원의 교류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양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서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자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고바야시 회장은 “양국 관계가 개선의 궤도에 오르게 되어 기쁘다”며 “한일 기업이 서로 지혜를 나누고 미래지향적인 경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 회장 등 지역상의 회장들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하범종 LG 사장 등이 함께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일본 속담에 세 사람이 모이면 문수보살과 같은 좋은 지혜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양국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양국은 먹고 입는 것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끊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있습니다. 교류 확대로 상호 이해가 깊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공회의소와 일본상공회의소가 9일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박람회(엑스포)에서의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이날 양국 상의 회장단 30여 명은 부산 시그니엘호텔에 모여 ‘제12회 한일상공회의소회장단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밝혔다. 회장단회의는 한일 갈등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2018년부터 중단됐다가 6년 만에 개최됐다.회의 시작에 앞서 오전 8시 55분쯤 최 회장이 휠체어에서 내린 뒤 목발을 짚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가운데 고바야시 회장이 걱정하는 모습을 비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최 회장은 최근 운동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거동이 불편한 최 회장을 본 고바야시 회장은 “다시 만나서 반갑다”면서도 “괜찮냐. 상태가 어떻냐”고 물었다. 이에 최 회장이 “인대가 끊어졌다”며 “저희가 (고바야시) 회장님을 잘 모셔야 하는데 회장님이 오히려 저를 돌봐준다”고 머쓱해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감싸며 “다이조부, 다이조부(괜찮습니다)”라고 거듭 말한 뒤 “제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줬으면 좋았을 뻔 했다”고 했다.양국 상의가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대한상의는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적극 참여하고, 일본상의는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에 함께 대응하고 공급망 재구축, 탄소중립, 인공지능(AI)에서의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양국 왕래가 급속히 회복되는 가운데 자매 도시 등 지방 차원의 교류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최 회장은 “양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서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자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고바야시 회장은 “양국 관계가 개선의 궤도에 오르게 되어 기쁘다”며 “한일 기업이 서로 지혜를 나누고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 회장 등 지역상의 회장들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하범종 LG 사장 등이 함께 했다. 한일상의 회장단회의는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양국을 오가며 열리다가 2018년부터 중단돼왔다. 제13회는 2024년 오사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법을 강화하면 뭐 합니까. 법원이 제자리인데.” 법원이 기업의 기술 유출 범죄를 ‘솜방망이’ 처벌로 다루는 데 대한 업계의 우려 목소리다. 국내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걸려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벌금형에 그치다 보니 주변에서 잘못된 유혹에 시달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 유출은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범죄이고 개인의 일탈로 구성원 전체에 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을 지키기 위한 국가 보호망은 더 촘촘해지고 엄격해지는 반면 이를 현실에 반영하는 법원 시스템은 6년간 멈춰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법들이 개정되고 새로 생기면서 처벌 수위는 강화됐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 지침인 양형기준은 기술 유출 범죄와 관련해 2017년 수정된 게 마지막이다. 권고 형량을 보면 법정형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기술 유출 사범들에게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8년간 기술 유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의 평균 형량은 12개월이었다. 이 중에서도 80%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패해도 해볼 만한 범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걸렸을 때 잃을 건 별로 없지만 성공하면 일확천금할 수 있는 범죄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셈이다. 한 형사법 전문 교수는 이를 두고 “법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려 실효성 없는 제도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이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로 바뀌었지만 실제 법을 다루는 법원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사람들이 다른 예측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8일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산업의 기술 유출은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데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가속화로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 유출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더 늦기 전 법원도 변화에 나서야 할 때다.박현익·산업1부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일하던 전 직원 최모 씨는 지난해 1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로 이직을 준비하던 중 회사 기밀을 밖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사진을 찍어 가져간 자료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두 기업만 대량생산에 성공한 최첨단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공정 관련 내용이다. 최 씨는 인텔 이직에 한 번 실패한 뒤 다시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전 직원 김모 씨는 국내 반도체 지식재산권(IP) 개발 전문 기업으로 이직을 결심하고 최신 통신 표준 기술과 관련한 파일 총 122개를 열람·촬영해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각각 올해 3월과 4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최 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김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분야를 둘러싼 각국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유출 범죄 또한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 중국 기업들의 기술 확보 전쟁이 치열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가벼워 제2, 제3의 범죄를 막을 안전장치가 헐거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검찰청의 ‘기술 유출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65명이었다. 이 중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은 292명(80%)이었고, 실형을 산 사람은 73명(20%)뿐이었다. 2015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술 유출 관련 범죄 1심 선고 판결문 334건을 분석한 결과다. 최 씨와 김 씨 모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초범’이고 ‘실제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직과 관련된 기술 유출은 대체로 초범일 수밖에 없고 중간에 적발되므로 피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산업 스파이’에 중형을 내리는데 우리나라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할 경우 기업뿐 아니라 막대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韓, 기술 탈취범 80%가 집유… 美선 ‘경제스파이’ 간주 30년형도 ‘솜방망이 처벌’ 정비 시급기술 유출 혐의 36%가 무죄 받아징역형 받아도 평균 12개월 그쳐美, 벌금 최대 65억원 엄정 대응 “반도체 업계는 전쟁터입니다. 작은 정보 하나만 경쟁사로 빠져나가도 치명적이에요. 그런데 핵심 자료 수백 개를 유출하고도 실형을 살지 않으니 또 다른 범죄 시도가 계속된다고 봅니다.”(국내 반도체 기업 임원) 국가 안보와 경제를 좌우하는 첨단기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기술 유출’ 위협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 탈취라는 중대 범죄에 대해 한국의 법과 제도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죄 비율 36%, 유죄라도 벌금형이 26% 7일 대검찰청의 ‘기술 유출 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774명이다. 이 중 278명(35.9%)이 무죄를 받았다. 일반 형사 사건의 평균 무죄 비율이 3%인 것과 비교해 훨씬 높다는 평가다. 무죄를 선고한 주요 판결들을 보면 경쟁사에 건네기 위해 반출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법에서 정한 첨단기술이 아닌 정보를 유출했기 때문에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됐다. 설령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8년간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은 496명이었다. 이 중 벌금형만 받은 이가 131명(26.4%), 평균 벌금 액수는 1233만 원이었다. 징역형 365명(일부 벌금형과 함께 선고) 중에서는 80%가 집행유예(292명)로 풀려났고, 나머지 20%만 실형(73명)을 살았다. 징역형의 평균 형량은 실형 12개월, 집행유예는 25개월로 집계됐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은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법원이 법정형 대비 지나치게 낮게 선고하고 있다”며 “양형기준 자체가 원체 낮은 데다 감경 또는 가중 사유 등을 고려하는 요소들도 현실에 뒤처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도 바뀌는데 뒤처지는 법원 국내외 기술 유출과 관련한 처벌 규정을 다룬 산업기술보호법은 2019년 8월 개정됐다.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려다 적발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법 조항이 신설됐다. 또 일반 산업기술 유출의 법정형도 국내로 유출할 때 기존 7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강화(해외 유출은 15년 이하로 유지)됐다. 지난해 제정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는 징역 5년 이상 20년 이하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기술 유출과 관련한 양형은 2017년 5월 개정된 이후 제자리다. 국외 유출은 기본 징역 1년∼3년 6개월이고 가중처벌을 해도 최대 6년이다. 국내 유출은 기본이 징역 8개월∼2년이고, 가중 시 최대 4년이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명시된 법정 최고형(국외 15년, 국내 10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집행유예 비중이 큰 것은 이처럼 양형 수위가 낮은 데다 초범이라는 점을 감경 사유로 반영하고 있어서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기술 유출 범죄 특성상 초범 비중이 많고 한번 발생했을 때 기업, 국가에 미치는 손실이 어마어마하게 큰데 이를 처벌의 감경 사유로 두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가 안보와 직결” 주요국 엄정 대응 미국은 이른바 ‘경제스파이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간첩죄 수준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 법정 최고형이 징역 15년이나 피해액에 따라 30년형 이상까지도 가능하다. 벌금은 최대 500만 달러(약 65억 원)다. 영국은 기술 유출과 관련해 죄질, 피해 규모에 따라 최대 7년의 양형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가중처벌하면 법정형인 징역 1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국내에선 대검찰청, 특허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기술안보 관련 부처들이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말 양형위 전문위원들도 양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양형위는 12일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재조정할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속도를 내면서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사전 및 사후 보호장치를 빈틈 없이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국가핵심기술 수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7건이었던 심의·신고 건수가 지난해 87건으로 늘었다. 심의를 통과해 ‘승인’을 받았거나 신고가 ‘수리’돼 실제 해외로 이전된 기술은 같은 기간 22건에서 82건으로 4년새 4배로 증가했다.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등 12개 분야 73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있다. 이 중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기술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수출할 수 있다. 지원을 받지 않은 기술은 신고만 하면 되지만 사후 관리를 받는다. 미국과 유럽이 핵심 공급망 확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내 기업의 기술 수출은 반도체와 전기전자(배터리 포함) 분야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반도체 기술 수출 심의·신고는 21건으로 전년(14건) 대비 50% 늘었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는 7건에서 13건으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짓겠다고 발표한 한국 반도체,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고 양산 시점에 이를 경우 기술 해외 이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술 수출 사례가 급증할수록 기술 유출 가능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배터리 합작회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안정성 검증을 이유로 핵심 제조 노하우가 담긴 실험 데이터를 요구받았다. 국가 승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앞으로 모든 요구를 외면하긴 힘들 거라는 게 걱정이다. 삼성SDI는 협력을 논의하던 미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민감한 정보를 넘겨 달라고 해 양사 간 협력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기술 수출은 해외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인정받는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핵심 기술이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갈 우려도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中대체’ 美-베트남 기술 수출 급증해외공장 설립-현지인 고용 과정서노하우-부품 공급망 등 노출 가능성정부, 기술유출 방지제도 정비 착수… “기업 해외진출 발목 우려” 지적도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인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A사는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지난해 9월 정부로부터 수출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A사 기술은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 그래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구성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사전 심사를 통과해야 수출이 가능하다. 산업부는 당시 불승인 이유로 “국내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기술 이전에 대한 구체적 사유가 부재하고 기술 보호 및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사가 수출하려는 기술 분야는 배터리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A사는 올 초에도 미국 전기차 업체와 수조 원대 공급계약을 맺으며 주목받았다. A사 측은 “미국 진출 계획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며 “JV의 지분 구조를 비롯해 산업부와 협력사 양쪽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조율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현지 정부·기업·인력…“새어나갈 구멍 많아져” 전문가들은 기업 의지와 상관없이 기술의 해외 이전이 늘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술 유출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지 공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해외 정부가 자국민을 일정 비중 이상 채용할 것을 요구하거나 특정 정보를 제공하라는 조건을 달아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해외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을 하면 현지 인력과 인프라를 쓸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인 노하우는 물론이고 원재료나 부품 공급망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현지 인력이 경쟁 기업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한국에서보다는 아무래도 기밀이 새어나갈 구멍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밖을 벗어나면 더 좋은 조건을 통한 이직이나, 기밀을 경쟁사에 넘기는 데 대한 대가 등 기술 유출 시도가 더 노골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 핵심 산업을 둘러싸고 공급망 유치 경쟁이 심화될수록 국내 기업 대상 기술 공유 또는 이전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 심의를 통과했거나 신고 수리된 기술이 가장 많이 향한 곳은 역시 중국(23건)이었지만 전년(22건)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신 공급망 대체지로 떠오른 미국(13건→20건), 베트남(1건→6건)으로의 기술 수출이 부쩍 늘어났다.● 사각지대 없애려는 정부 vs 해외 진출 서두르는 기업 국가핵심기술 중에도 정부의 사전 승인 후 수출되는 사례보다는 먼저 신고만 하고 사후 관리를 받는 비중이 더 크다는 점도 변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뒤 승인받은 기술은 23건이고, 산업부에 신고한 뒤 수리 통지를 받은 기술은 2.5배가 넘는 59건이었다. 최근 5년 사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사에서는 총 92건 중 5건이 탈락했지만, 신고의 경우 236건 중 산업부가 수리하지 않은 사례는 아예 없었다.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심사 후 승인 절차는 보통 3개월에서 길면 1년이 걸리지만, 신고는 2개월 이내로 처리된다. 단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만 하고 해외로 나간 기술들이 특히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들은 반대로 기술 해외 이전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할 경우 공급망 재편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기술 유출을 우려해 막는 정부 입장이 충돌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30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방향성을 발표하며 기술 유출 우려를 최소화할 본격적인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심사 강화, 해외 이전된 기술의 재이전 시에도 승인 및 신고 대상 포함 등 안전장치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미중 패권 다툼 속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동시에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업계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일본 분리막 기업 도레이가 한국 생산법인을 한국 자회사 산하로 변경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도레이 자회사 도레이첨단소재는 1일 도레이의 핵심 생산법인인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한국(도레이BSF한국)의 지분 7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도레이BSF한국은 기존에 도레이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다. 인수 계약이 체결되면 나머지 30%는 도레이 본사 지분으로 유지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본사를 둔 화학소재 전문 기업이다. 전기차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용 이형필름 등 모빌리티 관련 첨단 소재도 생산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분리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리막 시장을 선도하고 국내외 고객의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도레이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도레이의 한국 사업 역량을 키우고 국내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레이BSF한국의 경영 체제도 한국인 중심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전해상 도레이첨단소재 대표가 직접 도레이BSF한국을 이끈다. 분리막은 양·음극재, 전해질과 함께 배터리 핵심 4대 소재다.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생산 시 분리막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10∼20%다.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분리막 시장은 공급액 기준 한국이 23%, 일본이 19%를 차지했다. 중국은 56%였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본격 시행 등 전 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앞으로 북미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요 소재 기업들과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도레이 지배구조 개편도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본격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 네이버 등 국내 기업의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경쟁력이 미국, 중국 기업과 비교해 뒤처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의 보급과 함께 치열해진 AI 주도권 다툼에서 국내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최근 1년간 글로벌 3대 AI 학회에 채택된 논문 2759건을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 32건, 네이버 28건으로 각각 17위, 18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31일 밝혔다. 두 기업의 논문 채택 수를 합쳐도 1위인 구글(541건)의 11% 수준이다. 3대 AI 학회는 표준학습국제학회(ICLR) 2023,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 2022,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2022다. 학술 정보 플랫폼 ‘구글 스칼라’에서 최근 5년간 피인용 횟수 등을 기준으로 줄을 세웠을 때 ‘AI’ 테마에서 순위가 높은 학회들이다. 2∼5위는 마이크로소프트(267건), 메타(211건), 아마존(156건), IBM(118건) 순으로 집계돼 ‘톱5’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 이어 화웨이(114건), 텐센트(86건), 알리바바(63건) 등 중국 기업이 6∼8위에 올랐다. 최근 챗GPT, 구글 ‘바드’, 마이크로소프트 ‘빙’ 등 스스로 학습해 답변을 내놓는 생성형 AI 개발 경쟁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해지며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등 반도체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 성장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한국도 미국, 중국처럼 범국가 차원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화비전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영상·이미지 솔루션인 AI PTZ 라인업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AI PTZ 라인업 ‘AI PTZ Plus’는 기존 PTZ Plus 라인업에 AI 기능이 적용돼 카메라를 통해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분석·관리할 수 있게 됐다. 영상 품질까지 업그레이드돼 밤낮에 상관없이 최상의 모니터링 효율을 낼 수 있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우선 AI 기능을 통해 사람, 차량, 얼굴, 번호판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분류할 수 있다. 불필요한 객체는 제외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만 분석해 분석 정확도와 검색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업그레이드된 AI 엔진 기반 자동 추적(Auto-tracking) 기능은 사람, 차량을 구분하고 원하는 타깃을 자동 추적하며 어둡고 복잡한 야간 환경에서 작은 물체까지도 정확하게 판별 가능하다. 카메라가 특정 객체를 추적하다가 다른 상황 발생으로 잠시 놓쳤을 경우에도 재빠르게 추적 객체를 다시 찾아주는 기능도 적용됐다. AI는 영상 품질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AI 기반 노이즈 저감 기술 등으로 노이즈와 끌림을 최소화해 밝고 선명하며 깨끗한 이미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최신 영상 압축 기술인 ‘WiseStreamⅢ’도 AI 알고리즘에 의한 객체 감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영상 품질 저하 없이 대역폭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한화비전은 AI PTZ Plus 라인업이 특히 많은 객체(사람, 차량 등)를 모니터링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 관리해야 하는 도시 안전 모니터링 및 도로·교통 관리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SK하이닉스는 17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2023년 동반성장협의회 정기총회’를 열고 협의회 소속 협력사들과 함께 ‘ESG 경영 실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선언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데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실천하기로 했다. 동반성장협의회는 SK하이닉스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과 기술 및 제품 개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1년 ‘하이닉스 협의회’라는 명칭으로 결성한 단체다. 협의회는 2014년 3월부터 현재의 협의체로 개편돼 운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협의회 소속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동 연구 및 자금 지원, 인프라 공유, 인재 발굴 및 육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곽노정 사장 등 SK하이닉스 경영진과 89개 협력사 대표가 참석한 이번 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SK하이닉스와 협력사들은 사업 결산과 함께 SK하이닉스의 ESG 관리 정책 등을 공유했다. 또 동반성장협의회를 단순 기업 협의체를 넘어 기후변화 및 노동·인권을 개선하는 공동 노력의 장으로 확장하자는 취지로 ESG 경영 실천을 공동 선언했다. 이 선언문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ESG 전 영역에서 SK하이닉스와 협의회가 공동으로 실천해 나갈 원칙과 행동 규약이 담겼다.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함께 줄이고(환경), 인권 경영 실천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 기여하며(사회),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 윤리 경영을 강화하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자는 것(지배구조)이 골자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GS는 지난달 6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허태수 회장을 비롯한 GS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이 함께하는 벤처 네트워킹 행사 ‘GS day’를 처음 개최하고 ‘스타트업 벤처와 함께하는 미래 성장’이라는 사업 전략을 선언했다. ‘GS day’는 ㈜GS와 GS벤처스, GS에너지가 투자한 스타트업 20개사와 국내 벤처캐피털 32개사 및 GS 계열사 임원진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GS그룹의 벤처 투자 전략을 알리고 참가 스타트업에 투자 유치와 교류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리코(음식 폐기물 재활용 솔루션 기술), 에스디티(산업 현장 디지털 전환 IoT 솔루션 기술) 등 6개 스타트업 대표가 연사로 나서 IR 피칭(투자자 설명)을 했고 사업 현황과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퓨처EV, 누비랩, 마이셀, 어썸레이, 해줌 등 GS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벤처캐피털 대표와 GS 계열사 임원진과 일대일 미팅 등 교류 시간을 가지며 투자 유치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초청된 벤처캐피털로는 DSC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아시아, 카카오벤처스 등 저명한 전문 벤처 투자사를 비롯해 DS자산운용, IMM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등 대형 투자사도 포함됐다. GS는 또 일반적인 스타트업-투자자 행사와 달리 GS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표와 임원이 참석해 교류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GS는 지난해 국내 지주사 중 처음으로 CVC(기업형 벤처캐피털)인 GS벤처스를 설립한 이후 GS 계열사들의 투자를 받아 13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 조성 후 9개월여 만에 10개 스타트업에 직접투자를 실행하는 등 벤처 생태계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허 회장은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진다고 하지만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주인공은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임이 확실하다”며 “스타트업과 벤처 업계야말로 GS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 파트너”라고 전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과 일본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 중국발(發) 경제안보 위험을 최소화하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과 함께 동일한 가치를 지닌 국가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공급망 새판 짜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6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현지 시간) 미 디트로이트에서 회담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한다. 니시무라 장관은 디트로이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회의 참석차 방미했다. 이 성명에는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신약, 인공지능(AI), 오픈 랜, 양자컴퓨팅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지국 통신 기술 오픈 랜은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할 때부터 우려했던 정보보안과 관련된 사안이다. 또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해 미 정부가 설립하는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CT)와 일본 정부가 지난해 세운 기술연구조합최첨단반도체기술센터 간의 파트너십도 추진될 전망이다. 요미우리가 보도한 성명 원안에는 “경제적 번영과 경제안보 강화, 지역 경제질서 유지 및 강화에는 미일 협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내용과 함께 지난해 발족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한 협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칩4’ 가운데 한국 대만보다 일본과의 협력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과 일본이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부터 반도체 기업 간 투자,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까지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현재 미일이 공동 연구 개발 중인 2nm(나노미터)급 제조 공정 등은 한국이나 대만을 따라오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제조 분야를 제외한 차세대 반도체 원천기술 및 소재 장비 분야 강국인 데다 애플 소니 같은 기업의 첨단 반도체 구매력 또한 풍부해 한국 대만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미국 일본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를 특정 국가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자국 반도체 산업 재건 목적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美日, AI 반도체 ‘칩2’ 동맹… 中견제 앞세워 판 흔들기 양국, 차세대 반도체 개발협력 발표1986년 협정뒤 美설계-日소부장 특화당시 日반도체 산업 후퇴 원인 돼 “세계 최고 아이폰용 이미지센서를 만들어줘 고맙다.” 지난해 12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을 깜짝 방문해 한 이 발언은 큰 화제를 모았다. 쿡 CEO가 찾은 구마모토현에서는 이미지센서 같은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는 소니반도체솔루션과 대만 TSMC가 공장을 짓고 있다. 반도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라는 미 정치권 압박을 받는 그가 미일 반도체 협력을 과시하는 장면이었다. 같은 날 미 정보기술(IT) 기업 IBM도 일본 라피더스와 차세대 초미세 공정 반도체인 2nm(나노미터) 반도체 개발업무협약을 맺으며 “같은 가치를 가진 기업과 국가가 협력해 균형 잡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26일(현지 시간)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협력을 밝힌 미일 상무장관 공동 성명은 최근 미일 기업 및 정부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을 겨냥해 미일 양국이 ‘기술 안보’ 차원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시대 반도체 주도권 전쟁 격화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은 미일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협력을 IBM과 라피더스 협약의 강화로 해석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5년 내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키옥시아(반도체) 소니(전자) 도요타(자동차) 소프트뱅크, NTT(통신사) 등 IT 대기업 8개사가 함께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고 TSMC는 애플을 최대 고객으로 하는 3나노 공장을 미국에 짓고 있다. 일본은 그 다음 세대인 2나노 반도체를 목표로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될 미래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 중에서도 미국 일본 중심의 ‘칩2’가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반이 중국 영향 아래 있는 대만에 집중된 점과 중국이 AI 기술에서 앞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따라서 칩2, 즉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는 미국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에 특화된 일본이 함께 제조 역량을 강화해 중국 디리스킹(탈위험)을 이루겠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일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보다 상호 보완 성격이 크다. 더욱이 가장 가까운 안보 동맹인 만큼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리스크’에 다시 손잡는 미일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 일본이 공동 연구에 나선다 해도 삼성전자나 TSMC 제조 공정기술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견해가 적지 않다. 미세 공정 양산에 손놓고 있던 일본이 당장 2나노 양산에 성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서 뒤처진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다. 당시 세계 반도체 제조 점유율 50%를 넘은 일본 견제를 위해 미국은 일본 반도체 가격을 높이고 수출을 제한하는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그때 앞장선 미국 반도체협회 핵심 기업이 마이크론이다. 이후 미국은 전자산업이 발전하자 자신은 설계 및 구매, 후발주자 한국 대만은 제조, 일본은 소부장을 맡도록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했다. 그러다 이제 중국 위협이 닥치자 미일이 다시 공급망 재편에 나선 것이다. 마이크론이 극자외선(EUV) 기반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위해 일본에 투자한 것도 이런 변화를 뜻한다. 반도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양산 기술은 떨어져도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일본이 적극 동참하는 것이 한국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