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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인기 품목인 호두과자 가격이 5000원에 육박하고 돈가스 가격은 1만 원을 넘는 등 휴게소 물가가 1년 새 5%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도로공사가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 상위 10개 음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5.6%)에 이어 2년 연속 5%대 상승률을 보였다. 가격 인상률이 가장 큰 품목은 라면(12.1%)이었다. 지난해 5월 3940원에서 올해 5월 4415원으로 올랐다. 호두과자(8.5%)는 같은 기간 4548원에서 4936원으로 5000원대에 근접했다. 돈가스(8.2%)는 9341원에서 1만111원으로 오르며 1만 원대에 진입했다. 비빔밥(5.6%)은 8783원에서 9274원으로, 어묵우동(5.6%)은 6060원에서 6403원으로 각각 올랐다.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메리카노(3.2%)는 4321원에서 4461원으로 올랐고, 국밥(4.0%), 핫도그(3.6%) 등도 3∼4%대 상승률을 보였다. 김 의원은 “치솟는 물가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민생 대책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고속도로 휴게소 인기 품목인 호두과자 가격이 5000원에 육박하고 돈가스 가격은 1만 원을 넘는 등 휴게소 물가가 1년 새 5%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도로공사가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 상위 10개 음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5.6%)에 이어 2년 연속 5%대 상승률을 보였다. 가격 인상률이 가장 큰 품목은 라면(12.1%)이었다. 지난해 5월 3940원에서 올해 5월 4415원으로 올랐다. 호두과자(8.5%)는 같은 기간 4548원에서 4936원으로 5000원대에 근접했다. 돈가스(8.2%)는 9341원에서 1만111원으로 오르며 1만 원대에 진입했다. 비빔밥(5.6%)은 8783원에서 9274원으로, 어묵우동(5.6%)은 6060원에서 6403원으로 각각 올랐다.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메리카노(3.2%)는 4321원에서 4461원으로 올랐고, 국밥(4.0%), 핫도그(3.6%) 등도 3~4%대 상승률을 보였다. 김 의원은 “치솟는 물가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는만큼 민생 대책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이 새벽에 누가 보겠어.” 폭주족 이모 씨는 2일 오전 2시 반경 서울 중랑구 일대를 오토바이로 질주했다. 교차로 신호등에서 빨간불을 만나도 가속을 멈추지 않았다. 상봉지하차도 구간 제한속도는 시속 50km였지만 이보다 30km나 빠른 80km로 질주했다. 새벽 시간대는 과속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의 폭주는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에서 관리하는 후면 무인교통단속 장비에 선명하게 잡혔다. 촬영된 파노라마 사진 8장에는 이 씨의 오토바이 번호판도 명확하게 찍혔다. 이진수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 계장은 “그동안 이륜차는 폐쇄회로(CC)TV 단속의 사각지대였지만, 최근 기술 진화로 무인단속이 가능해졌다”며 “반칙운전을 일삼는 오토바이들이 숨을 곳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배달 오토바이 늘며 사고도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서비스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배달업 종사 라이더들도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를 의미하는 소화물 배송대행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23만7188명에 달했다. 3년 전 같은 기간(11만9626명)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배달 대행업체는 전국 7794곳에 이른다. 배달 오토바이와 라이더가 늘면서 이들과 관련된 교통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는 줄고 있지만 유독 이륜차 사고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735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등이 줄어든 덕분이다. 반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484명으로 전년(459건)보다 5.4% 늘었다. 매일 1명 이상이 이륜차 사고로 세상을 뜨는 셈이다. 대행업체들의 촉박한 배달시간과 짧은 시간에 많은 배달을 하려는 무리한 운전습관 등이 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딥러닝 기술로 CCTV 번호판 인식률 높여 이에 교통당국을 중심으로 이륜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첨단기술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입된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폐쇄회로(CC)TV 판독 기술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CCTV로 이륜차의 반칙 운전을 잡아내기 힘들었다. 승용차에 비해 오토바이가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번호판도 작다 보니 CCTV로 선명한 사진을 얻기 어려웠던 것이다. 불법 주차단속의 경우엔 오토바이 정차 시 차체가 기울어 번호판이 잘 안 찍히는 경우도 많았다. 일각에선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앞에 달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AI 딥러닝 프로그램이 도입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딥러닝 프로그램은 수만 장의 번호판 사진을 학습하며 번호의 패턴을 익혔다. 그 결과 흐릿한 사진도 해상도를 조절해 명료하게 바꿔 줄 수 있게 됐다. 처음 본 형태의 번호판도 보정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딥러닝 프로그램은 오토바이의 외양도 학습했다. 예를 들어 ‘A모델 오토바이 번호판은 상대적으로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는 정보까지 알고 있다 보니 CCTV 판독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현재 5대인 딥러닝 단속 시스템을 연내에 10대로 늘릴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는 번호판이 어디에 있던 단속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오토바이가 단속 사각지대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수 브레이크와 AR 헬멧도 개발한 번 사고가 나면 부상이 상대적으로 큰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호하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차체의 균형을 인지해 코너를 돌 때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특수 브레이크(ABS)가 대표적이다. 일반 브레이크는 급제동 시 관성 때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거나 옆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운전자가 차체에서 이탈해 허공을 날기도 한다. 하지만 특수 브레이크를 장착하면 관성측정장치(IMU)가 작동하면서 기울기를 감지해 차체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를 통해 속도 제어와 안전 주행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몇 바이크 모델이 옵션으로 채택해 라이더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증강현실(AR) 스마트 헬멧도 개발 중이다. 이 헬멧은 실드(유리) 부분에 내비게이션 AR 영상을 띄워 줘 라이더가 손을 쓰지 않고도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후진국형 사고 사례가 너무 많았다”며 “첨단 기술 개발 및 적용과 함께 이륜차 운전문화 개선에 공을 들이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륜차 반칙운전 잡는 공익제보단… 작년에만 23만건 신고 현직 교사 등이 신호위반 등 촬영해교통안전공단에 제보… “사고 줄어” “가르치던 학생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A 씨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 반칙운전을 적발하는 ‘공익제보단’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A 씨는 출퇴근길 또는 주말에 휴대전화로 이륜차들의 신호 위반, 인도 주행, 중앙선 침범 등을 촬영해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에 제보한다. A 씨가 지난해 제보한 도로교통법 위반 건수는 2632건에 달한다. 이륜차 공익제보단 4247명 중 제보 실적 2위다. 현직 교사 신분이라며 익명을 요청한 A 씨는 “예전에는 길에서 보이는 오토바이 10대 중 9대가 교통법규를 어겼다면 지금은 10대 중 5대 정도로 위반 오토바이가 줄었다”며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는 동네 거리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안전을 위해 조직된 공익제보단의 법규 위반 제보 건수는 지난해 23만3539건이나 됐다. 신호 위반이 11만3222건(48.5%)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 주행(15.3%), 중앙선 침범(11.3%), 안전모 미착용(10.2%) 순이었다. 공단은 제보 1건당 최대 8000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월 20건까지만 포상금을 준다. 지난해 이렇게 지급한 포상금은 총 11억2000만 원에 달한다. 공단은 공익제보단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공익제보단 제보가 가장 많은 신호 위반 사고가 크게 줄었다. 2019년에는 이륜차 신호 위반 사고 사망자가 106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68명이 됐다. 공단 관계자는 “전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안 줄었는데 신호 위반 사망이 줄어든 건 제보단 활동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익제보단원들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제보 사진 촬영을 방해하는 건 예사고, 사진이나 영상을 지워달라며 위협을 가하는 운전자도 있다. A 씨는 “배달원들이 저를 몰카범으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 당시 자초지종을 파악한 경찰이 ‘멋있다’며 제 활동을 지지해주면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익제보 활성화와 함께 이륜차 반칙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책본부장은 “오토바이는 금세 사라져 단속이 쉽지 않은 만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륜차는 신고제가 적용되는데 일반 자동차처럼 등록제를 실시해 소유자를 명확히 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대구 수성구의 30평형대 아파트(전용 84㎡)에 전세 사는 세입자 김모 씨(40)는 12일 전세 계약 만기일을 앞두고 속이 탄다. 두 달 전 집주인에게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집주인은 “현금이 없어 집을 팔기 전까진 보증금을 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셋값은 2년 새 4억5000만 원에서 3억 원까지 떨어졌고, 전세자금 대출 이자로 매달 110만 원씩 나간다. 그는 “아이 학교 때문에 이사가야 하는데 전 재산이 전세금에 묶여 있다”며 “배째라 식의 집주인을 보니 막막하다”고 했다. 역전세난이 현실화하면서 올해 1∼4월 전국 아파트에서 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추가로 돈을 마련해 세입자에게 내준 전세보증금이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아파트 1채당 평균 8400만 원을 기존 세입자에게 내준 것이다. 역전세난이 이미 시작된 가운데 지방 아파트와 신축 빌라가 하반기(7∼12월) 역전세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올해 1∼4월(22만7844건)과 2년 전 같은 기간 계약(18만8469건) 중 단지·동·층·면적이 같은 계약 6만283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의 47%인 2만9508건이 직전 계약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건 중 1건이 직전 계약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것이다. 하락 계약의 전세금은 2년 새 총 2조4793억 원 줄었다. 채당 8402만 원꼴로 집주인이 대출을 추가로 받거나 본인 돈을 들여 이를 부담한 것이다. 입주 물량이 많거나 그동안 주택 공급이 누적됐던 지방에서 하락 계약 비중이 높았다. 대구는 전세 계약 1490건 중 하락 계약이 1218건으로 하락 계약 비중이 81.7%에 달했다. 세종은 784건 중 524건(66.84%)이 하락 계약됐다. 전세사기 온상으로 지목됐던 신축 빌라도 역전세난 심화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올해 말까지 전세 계약이 다가오는 신축 빌라(2020년 이후 준공 기준) 77.5%는 2년 전 입주 시 가격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1년 5∼12월 전국 빌라 실거래 10만6728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이들 신축 빌라는 전세금을 채당 약 5994만 원 내려야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6월 이후 역전세난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역전세, 대구 82% 인천 61%… 집주인들 평균 8400만원 돌려줘 “전세금 1억 낮춰도 세입자 못구해”… 집주인들, 대출도 어려워 전전긍긍전셋값 고점 2021년 계약 잇단 만기지방 중심 역전세난 더 심해질 우려정부, 보증금반환용 대출 완화 추진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 10단지 더샵힐스테이트(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9일 전세 보증금 3억 원에 계약됐다. 2년 전(4억5000만 원)보다 1억5000만 원 떨어진 것. 이 단지 전셋값은 2021년 한때 5억6000만 원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호가가 2억8000만 원까지 내려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전세 계약 만기가 된 집주인 대부분이 세입자에게 1억∼1억5000만 원을 내줘야 한다”며 “대출도 안 돼서 친인척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대구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한모 씨(43)는 지난달 전세 계약이 끝난 대구 달서구 아파트(전용 59㎡) 전셋값을 2억8000만 원에서 1억 원을 낮춰 세입자를 겨우 구했다. 기존 보증금에서 부족한 돈은 적금을 깨고 추가 대출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다음 달 전세 시세가 2년 전 2억6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내린 구축 아파트 전세 계약이 또 끝난다는 점이다. 에어컨, 신발장, 타일 등을 모두 바꿔주겠다는 광고까지 했지만 두 달째 세입자를 못 구하고 있다. 그는 “15년 넘게 임대사업을 하며 전세금 반환에 문제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은행대출이 어렵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가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있는 등 주택 공급이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셋값이 고점이었던 2021년에 맺은 계약들의 만기가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도래하기 시작해 앞으로 역전세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지방 아파트 역전세 심화 동아일보가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올해 1∼4월 전국 아파트 전세 계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 광역 지방자치단체 17곳 중 5곳은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진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대구가 81.7%로 가장 높았고 세종(66.8%), 울산(56.4%), 대전(53.4%), 부산(52.8%) 순이었다. 수도권에서는 인천이 60.6%로 가장 높았고 경기 50.8%, 서울 46.3% 순이었다. 대구는 1채당 평균 8728만 원을 집주인들이 마련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은 평균 9309만 원, 서울은 1억2153만 원을 각각 내줬다. 문제는 역전세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셋값이 고점이었던 2021년 5∼12월 전세 계약된 전국 아파트가 44만8347채로 이들 아파트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임대차3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전세실거래가지수는 110.3에서 2021년 5월 121.4로 급등해 같은 해 말까지 123∼127을 유지했다.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것도 역전세난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하반기 전국 입주물량은 23만1370채로 전년 동기(20만9172채) 대비 2만2198채가 더 많다. 특히 지방 분양 물량이 11만8805채로 전년 동기 대비 2만4534채 늘었다. 역전세가 심한 대구는 올해 하반기 물량만 1만7626채로 전년 동기보다 4000여 채 가까이 늘어난다. 수도권보다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한 만큼 집주인의 부담도 더 크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수성SK리더스뷰(전용 111㎡)는 이달 6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다. 2년새 전셋값이 23.5%(2억 원) 하락한 것. 울산 중구 우정동 선경2차 전용 59㎡는 2년 전 2억7000만 원에서 이달 2억 원으로 7000만 원 하락했다. 울산 중구 공인중개업소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내려도 계약하겠다는 세입자가 없어서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이 있던 집주인은 추가 대출이 안 돼 자금난에 처한다”고 했다. ● 정부 “임대인, 전세금 반환 보증 대출 완화 검토”정부는 역전세가 심화되자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선의의 집주인’을 가려낼 장치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담보 여력이 있어도 추가 대출을 못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 담보 범위 내에서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며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역전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추가 대출 규제는 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셋값이 추가 하락할 수도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역전세전세 시세가 직전 전세 계약 때보다 떨어져 신규 세입자에게 받을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찾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베쿰시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 지름 4m, 길이 15m의 대형 원통형 가마(킬른)가 돌아가며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킬른은 약 1450도 고온으로 철광석과 점토 등 원료를 구워 시멘트의 반제품인 클링커를 만드는 설비다. 킬른과 연결된 5층 건물 높이의 대형 창고에 들어서자 잘게 쪼개진 스티로폼, 비닐 따위가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피닉스 공장은 이런 폐기물을 연간 약 4만 t씩 공급받아 시멘트 생산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시멘트 생산에 쓰이던 유연탄을 폐기물로 100% 대체한 것. 이 공장 관계자는 “연간 시멘트 40만∼52만 t을 생산하는데, 5만 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나무 758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탈탄소 흐름에 발빠르게 적응한 독일 시멘트 업계의 유연탄 대체율은 2020년 기준 69%에 이른다. 국내 시멘트 산업의 유연탄 대체율이 35%(2021년 기준)로 유럽연합(EU)의 평균(52%)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시멘트 업계 역시 향후 탄소세 부과 등에 대비해 대체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거부감, 시멘트 수급 문제 등이 겹쳐 탈탄소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 과정에서 고온 처리가 필수인 시멘트 산업은 그동안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를 차지할 정도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으로 꼽힌다.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한국 역시 시멘트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유연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약 30%를 차지해 이를 대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로 유연탄을 대체하는 방법은 1980년대부터 유럽 등 선진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료 수급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쓰레기 매립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베쿰 공장에 도입된 설비를 생산하는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사 우베 마스 기술부문 총괄책임자(CTO)는 “대체 연료 수급에 필요한 비용은 유연탄 가격의 30∼6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장점에도 국내 시멘트 업계의 대응이 속도를 못 내는 가장 큰 이유는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데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 연료로 쓰레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시멘트에 유해물질이 함유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졌고, 관련 규제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어 섣불리 사용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수급 불안도 영향을 미친다. 올 초 시멘트 업계가 1000억 원대 설비 교체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평균 시멘트 재고량이 통상 재고량(120만 t)의 70% 수준인 85만 t으로 낮아져 ‘공급 대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토마스 기요 세계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 회장은 “재활용 철강으로 만들어진 차를 ‘쓰레기 차’로 부르지는 않는다”며 “품질이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800도 수준으로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과 달리 킬른은 용암 수준인 1450도로 모든 것이 파괴돼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했다.베쿰=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31일부터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맺기 전부터 정부의 ‘안심전세 앱’을 통해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앱에는 전국 빌라(연립·다세대주택)는 물론이고 오피스텔, 아파트까지 1252만 채의 시세 정보가 담기고, 특히 신축 빌라는 준공 1개월 전부터의 시세가 공개된다. 시세 인지의 어려움 등 정보의 비대칭으로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이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기능을 담은 ‘안심전세 앱 2.0’ 서비스를 31일 선보인다고 밝혔다. 올 2월 초 ‘안심전세 앱 1.0’을 선보인 지 약 4개월 만이다. 이번 버전에서는 계약 전인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안심전세 앱을 통해 ‘카카오톡 알림톡’을 보내 국세, 지방세 체납 여부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집주인이 수락하면 예비 세입자 휴대전화로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알 수 있다. 단, 구체적인 체납 금액 또는 체납 기간 등은 앱에서 확인할 수 없다. 기존엔 공개 정보가 악성 임대인 여부, 보증사고 이력, 보증가입 금지 여부로 제한적이었다. 또 집주인이 앱에서 본인 정보를 조회한 후 휴대전화 화면을 세입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제는 비대면으로도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계약서를 이미 쓴 세입자는 안심전세 앱이 아닌 전국 세무서(국세) 또는 지방자치단체(지방세)를 방문해 집주인 동의 없이도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임대차 기간 시작일까지 신분증과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갖고 방문해야 한다. 단, 보증금 1000만 원 이상 계약일 때만 정보를 볼 수 있고 집주인 동의 없이 열람 시 집주인에게 열람 사실이 통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주인이 세금 체납 여부를 공개하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는 게 세입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며 “집주인이 세입자를 들이려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시세 제공 범위는 기존 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 등 빌라 위주에서 전국 시군구 오피스텔·대형 아파트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시세 공개 대상도 기존 168만 채에서 1252만 채로 7배로 늘어나게 된다. 1252만 채는 단독·다가구주택을 제외한 전체 주택 중 약 88%에 해당한다. 빌라 시세를 준공 1개월 전후로 제공해 전 세계약을 준공 이전에 맺는 세입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준공 1개월 뒤 시세만 공개해 착공에서 준공까지 3∼4개월이 걸리는 신축 빌라는 적정 시세를 알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매매가와 같거나 매매가보다 비싸게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버전에 빠진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기능은 올해 12월까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9월 말 관련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당사자에게 약 3개월간 소명 기회를 주고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악성 임대인은 HUG가 3번 이상 해당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고, 해당 금액을 청구했지만 회수 못 한 보증금이 2억 원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일정 자격을 갖춘 집주인은 HUG가 발급하는 ‘안심 임대인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최근 1년간 악성 임대인으로 등록된 적이 없고, 현재 세금 체납액이 없으며 최근 3년간 보증사고 이력이 없고 HUG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하면 된다. 별도로 ‘보증가입 가능 임대인 확인증’도 발급받을 수 있다. 유효 기간은 1개월로, 해당 확인증이 있으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계약 당시와 실제 잔금 납부 시점에 집주인 사정이 달라질 수 있으니 확인증이 있더라도 계약서에 보증 가입 거절 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특약을 넣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예정대로 6월 1일 공포 즉시 시행된다. 전세사기에 연루된 공인중개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된 경우에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예방의 핵심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라며 “현재 공개 대상에 다가구주택이 빠지는 등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이달 전국 50개 주요 아파트 단지 가격이 11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이 1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반등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KB부동산 리브온 5월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15일 기준)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0.1%로 지난달(―0.04%)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7월(―0.24%) 하락세를 보인 후 11개월 만에 상승으로 전환한 것. 이 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중 시가총액(가구 수와 매매가를 곱한 금액)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으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대단지들이 포함돼 시장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보다 0.87% 하락하며 4개월 연속 하락 폭이 줄었다.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지난달 85에서 이달 91로 올랐으나 하락 전망이 아직 우세했다. 서울은 지난달 83에서 92로 올랐고 경기(88→96), 인천(86→91)도 상승했다. 이 지수는 전국 6000여 개 공인중개업소에 해당 지역 집값 상승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기준선(100)을 넘으면 2∼3개월 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이달 31일부터 SGI서울보증의 보증으로 전세대출을 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도 주택도시기금의 저리 대환대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9일 SGI 보증서 대환 상품을 내놓아 31일부터 우리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은행 등 다른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은 전산시스템 구축이 끝나는 6월 이후 순차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대환대출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하는 경우 낮은 금리(연 1.2∼2.1%)의 기금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다. 기존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서 전세대출 이용자만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어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배터리 덮개가 약간 긁혔다고 생각했는데, 배터리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소형 전기차를 타는 경남 김해의 직장인 이헌주 씨(44)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속도로에서 앞에 달리던 트럭의 바퀴가 빠지며 이 씨의 차량을 덮친 것이다.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차량 전면부가 손상됐고 차량 하단에 있던 배터리 덮개가 약간 긁혔다. 이 씨는 “다친 곳도 없고 차량 손상도 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리센터를 방문한 이 씨는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어 배터리 가격이 2600만 원이고 여기에 공임 등을 더하면 총수리비가 3200만 원이 나온다고 했다.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 구입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씨는 “수리센터에선 사고 당시 충격으로 배터리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지 모르고 나중에 혹시라도 불이 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보상도 못 받기 때문에 완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결국 보험사에 차를 주고 2800만 원을 받으며 전손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전손 처리는 차량이 크게 파손돼 수리비가 차 가격보다 높다고 판단될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뒤 폐차 처리하거나 중고차 매매업체에 판매하는 것이다. ● 툭하면 전기차 배터리 통째 교체 국내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신규 차량 중 1.7%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지난해 9.8%로 4년 만에 5배 이상이 됐다.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는 현재 40만 대가량인데 2030년까지 3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에 비해 수리, 정비 등 안전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이용자들은 차에 문제가 생겨 수리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먼저 첨단기술이 투입된 만큼 내연기관차보다 수리단가가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의 ‘자동차보험 자차 담보 평균 수리비(공임)’는 회당 270만 원이다. 일반 내연기관차의 수리비(197만 원)보다 37.1% 높다. 특히 수백 개의 셀로 이뤄진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안전상의 이유를 들며 통째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홍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래모빌리티실증센터장은 “언제 배터리 전체를 바꾸고, 언제 일부 모듈만 바꾸면 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이용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큰돈을 내고 배터리 전체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와 실험을 통해 경미한 손상의 경우 일부 모듈만 교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비소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동네마다 카센터가 있다. 반면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정비소는 전체의 5% 미만이다. 이 때문에 한번 고장나면 수리까지 한두 달 걸리는 경우가 예사다.● 배터리 정기 점검 필수전문가들은 전기차 수리 정비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정기 점검을 통해 고장을 미리 막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기차 운전자 중에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점검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내연기관차처럼 엔진오일 교체 등을 이유로 정기적으로 정비소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역시 1년에 한 번 또는 주행거리 1만 km 정도마다 서비스센터를 찾아 배터리 셀의 온도 및 전압, 모터와 인버터의 상태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더 안전하게 오래 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이 지난해 8월 도입한 전자장치진단기(KADIS)를 활용하면 더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KADIS는 차량에 장착된 단자에 진단기를 부착해 배터리 결함 등을 확인하는 장비다. 공단이 운영하는 검사소 59곳, 민간 검사소 300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공단은 지난해만 전기차 9086대를 검사해 배터리 융착 등 93건의 이상을 발견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안전성 검사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보니 민간 검사소 중에는 KADIS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검사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B-라이프케어’처럼 전기차에 장비를 장착하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배터리 성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점검 사각지대’전기차 안전을 위한 최선의 조치는 정기 점검이지만 일부 수입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점검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점검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는 KADIS 운용을 위한 자료를 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공단은 이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배터리 점검을 실시하게 된다. 하지만 CATL 등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기술보안을 이유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KADIS를 활용해 배터리 검사를 할 수 없는 전기차는 승합차 62개 모델(약 3000대), 화물차 29개 모델(약 6000대)에 달한다. 특히 미국 테슬라는 KADIS를 연결할 수 있는 접합부를 아예 만들어놓지 않았다. 무선으로만 차량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이미 5만여 대가 팔린 테슬라의 전기차는 국내 시스템으로는 점검이 불가능한 것이다. 김승기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과 수입차 규제 등의 측면에서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기술 경쟁 때문에 정보 공유가 쉽지 않겠지만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업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90%가량 충전을… 완충하면 전압 높아 불안정” 전기차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Q&A비오는 날-보닛 열때 감전 주의를 “이번에는 전기차를 사야 하나?” 최근 전기차 구입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기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신차의 약 10%를 차지하며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화재 등 안전에 대한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Q&A로 정리했다. ―비 올 때 전기차를 충전하면 감전될 수 있나.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은 충전기는 이용자가 손으로 만지는 부분에 전류가 통하지 않게 설계돼 있다. 비가 내려 충전기에 물이 스며들면 보호 장치가 작동해 전류를 차단한다. 다만 감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차량이나 충전기의 충전단자가 파손됐다면 순간적으로 누전이 발생할 수 있다. 비를 피하기 어려운 곳에선 최대한 물기가 충전단자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견인 시 차량 손상이 많다던데….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모터가 발전기로 변환돼 전기를 생산한다. 앞바퀴만 들어올려 견인할 경우 뒷바퀴가 구르면서 발전 기능이 작동한다. 이에 따라 모터 내부 온도가 올라가 손상이 생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견인차에 차량을 완전히 싣거나, 전기차 바퀴를 ‘둘리’라고 부르는 작은 받침대에 올려 견인해야 한다.” ―배터리를 완충하면 화재 위험이 커지나. “전기차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내장돼 과충전을 자동 제어한다. 완충으로 인한 화재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90%가량만 충전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완충 상태에선 배터리 전압이 상대적으로 높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충전하면 화재 위험 크지 않나. “정부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배터리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1000도 넘게 올라가고 불길이 잘 잡히지 않는다. 더구나 지하주차장은 입구 높이가 낮아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전기차 화재 진화 장치 활용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는 지하주차장에 소방설비 의무 설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닛을 열 때 주의할 점이 있나. “전기차 보닛 안에 주황색 전선이 있는데, 이 전선은 만지면 안 된다. 300V(볼트) 이상의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아빠 위험하니 스마트폰 그만 보세요.” 운전 중 휴대전화를 5초 이상 사용하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미리 녹음해둔 가족들의 목소리다. 운전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안전 운전에 위협이 되는 휴대전화 사용을 멈춘다. 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개발한 ‘콜미아웃’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장면이다. 미국 등 교통선진국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음주운전’에 비견될 정도로 위험한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단속과 범칙금 부과를 넘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콜미아웃’처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시키는 서비스도 있지만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도 있다. 테슬라 출신 기술자들이 설립한 드라이브모드가 만든 ‘대시’라는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을 사용하면 시속 24km 이상 주행할 경우 자동차 안에서 전화 통화와 문자 수신, 알람이 자동 차단된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경영본부장은 “운전 중 휴대전화 조작은 습관이기 때문에 앱 등의 기술을 통해서라도 강제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음주운전만큼 위험한 휴대전화 사용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음주운전만큼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속 40km로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돌발 상황에서 정지 거리가 45.2m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음주운전자(18.6m)의 2.4배에 달한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는 운전자가 문자메시지 확인을 위해 2초 동안 전방 주시를 안 할 경우 약 35m를 눈 감고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 유타대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사고 확률이 5.4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카네기멜런대 연구소는 핸즈프리 상태로 휴대전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운전과 관련된 뇌 활동의 양이 37% 감소한다고 밝혔다. 전방 주시 등 운전에 쏟아야 할 집중력이 휴대전화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도 계속 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교통사고 중 약 10%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한국에선 2018∼2022년 5년 동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총 371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79명이 사망하고, 5873명이 다쳤다. 그럼에도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 30일 동안 운전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했다는 답변이 2018년 28.7%에서 지난해 41.8%까지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조사에서는 운전자가 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 수는 통계로 나타난 수치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차단 기술 있지만 상용화 안 돼 국내에서도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하다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또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하는 앱을 개발할 기술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ICT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운전 중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지금은 운전 중’이란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내는 ‘인 트래픽 리플라이’ 앱을 출시했지만 강제로 휴대전화 사용을 막진 않았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운전자가 느끼는 불편이 상당한데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앱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이용할지 미지수”라며 “강제 규정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차단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불법이지만 상당수가 이를 알면서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크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범칙금 6만 원을 부과하는 정도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막기 어렵다”며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휴대전화 차단 앱 등 기술을 활용해 강제로 사용을 막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美선 운전중 폰 들기만 해도 최소 35만원… 벌금 韓은 6만원 미국-일본-영국 등 처벌 강화 추세“한국, 범칙금 지나치게 낮은 수준”난해한 CCTV 분석 등 단속 애로에AI 적발 시스템 도입 필요성 제기 영국 출신의 세계적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2018년 11월 런던 중심가에서 자신의 벤틀리 차량을 운전하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베컴에게는 6개월 면허 정지와 함께 750파운드(약 125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영국 재판부는 “속도가 느렸다고 하지만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통 선진국들은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오리건주는 2017년부터 운전 중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기만 해도 처벌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교통 체증 등으로 차량이 잠시 정지한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처벌된다. 범칙금은 최소 260달러(약 35만 원)다. 스쿨존 등에선 최대 1000달러(약 134만 원)에 달한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 따르면 오리건주는 법 개정 후 후방 추돌 사고가 8.8% 줄었다. 일본은 2019년 관련 법을 개정하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5만 엔(약 48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됐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 엔(약 97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처벌은 관대한 편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승합차는 7만 원, 승용차는 6만 원, 이륜차는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의 20% 미만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걸 감안하면 범칙금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며 “범칙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서도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명백하게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쥐고만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귀에 대고 통화를 하는 등 명백한 경우를 우선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이 CCTV 영상을 분석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자동 적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AI 학습을 거치면 몇 주 내 자동 적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며 “다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확한 단속 기준이 마련돼야 AI 적발 시스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최근 전세사기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공유주거(코리빙·Co-living)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공유주거는 침실, 화장실, 샤워실 등 기본 시설은 홀로 쓰되 주방, 식당, 세탁실 등은 다른 입주자와 공유하는 원룸을 말한다. 공유주거는 개인이 임대하는 일반 전월세와 달리 기업이 전문적으로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주거 상품을 원하는 1인 가구와 20, 30대 사회 초년생을 중심으로 공유주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유주거 사업에 눈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유주거가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일반 전월세의 사각지대를 메워줄 새로운 주거 유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서울 여의도의 한 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김태성(가명·45) 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유주택에 살고 있다. 3년 전인 2020년만 해도 그는 아내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자가로 거주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업무 특성상 ‘공유’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되며 석 달 정도 살아볼까란 생각에서 현재의 집에 오게 됐다. 주거 공간은 원룸 형태 전용면적 24㎡. 기존의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전형적인 전용 84㎡ 구조인 문래동 집과 비교하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큰 불편함은 없다. 업무는 공유주거 내 회의실에서 보고 계절마다 바뀌는 옷과 물품은 간이형 창고에 보관한다. 김 씨는 슬리퍼만 신은 채로 한 건물에서 업무, 취미, 운동 등 일상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누리고 틈날 때마다 인근 성수동 일대를 즐길 수 있다는 데에 만족감이 크다. 그는 “고가의 장비를 갖춘 회의실을 별도 비용 없이 빌려 쓸 수 있다”며 “공유주택에서 필라테스 강사, 패션업체 대표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들이 떠난 후에도 연락할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세의 월세화-가격 상승에 인식 바뀌어 한국에서 공유주거 개념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경부터다. 공유주거는 주로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월세가 비싼 해외 대도시에서 인기를 끌며 국내에 소개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은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해 공유주거에 대한 관심이 덜했다. 인근 시세보다 월세가 비싸고 규모가 작다는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고 고금리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에서 계약된 소형 오피스텔(전용 60㎡ 이하) 월세 거래 중 월세가 100만 원 이상인 비중은 10.8%에 이른다. 2021년 3.6%, 지난해 5.3%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서울 신촌역 인근 한 공유주택의 경우 전용 14㎡가 보증금 500만 원, 월세 약 100만∼120만 원(관리비 별도)이다. 인근 신축 오피스텔 같은 면적과 같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공유주택과 일반 전월세 주택 간 주거비 차이가 줄어들자 공유주거를 통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기업이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보증금이 수백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적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임대료 인상이나 보증금 떼일 우려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힘입어 공유주거 상품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주로 역세권에 거주하며 출퇴근 편의를 따지는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강남·성수역(에피소드) △신촌역(맹그로브) △남영·선정릉역(홈즈스튜디오) △신도림역(커먼타운) △충무로역(디어스) 등 기존의 원룸 오피스텔을 대체하는 상품으로 들어섰다. 초기에는 빌라 수준인 수십 채 규모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20층 높이, 200∼300채 건물을 통째로 공유주거 시설로 꾸민다. 내부에 클라이밍장, 스크린골프장까지 들어서는 등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해졌다.● ‘경험’ 원하는 MZ세대 수요에 맞아 1인 가구가 늘고, 재택근무가 일반화한 최근 주거 트렌드도 공유주거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다. 2021년 기준 서울 1인 가구 비율은 36.8%다. 2010년(24.4%)에 비하면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준으로, 3가구당 1가구가 1인 가구다. 여전히 다세대·연립 월세와 비교하면 주거비가 비싸 ‘그들만의 주거’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에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는 최근 MZ세대의 경향과 맞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는 “공용공간에서 한국화 그리는 취미를 즐기는 입주민을 본 적이 있다”며 “방을 1∼2평 늘린다고 즐길 수 없는 취미인데 공유주거를 통해 취미생활에 필요한 공간이 제공된 셈”이라고 말했다. 공유주거 시설에는 건물 내 카페, 회의실, 헬스장, 도서관, 테라스 등 공용공간이 있어 업무를 해결하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일본술 체험,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입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구, 조명 등 인테리어 소품은 별도의 구독 서비스로 즐길 수도 있다. 공유주택 입주민인 장승남 씨(33)는 “내가 내는 월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편”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의 한 공유주택에 사는 이모 씨는 “이웃과의 교류가 없어진 요즘 시대에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이라며 “거주 계약에 입주민이 범죄를 저지를 시 운영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입주민 관리가 된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돈 모이고 규제 풀려…“성장 가능성” 공유주거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기업들이 잇달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는 2월 홈즈컴퍼니와 공유주거 사업을 위한 30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공유주거 운용사 MGRV는 지난해 12월 125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도 관련 규제를 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2월 기존 건축법에 ‘임대형 기숙사’ 용도를 신설하고 민간임대사업자도 임대형 기숙사를 지을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학교나 공장만 기숙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 주차장 규제가 오피스텔(가구당 0.5대)보다 완화된 기준(건축면적 200㎡당 1대)을 적용받아 건축 비용도 절감된다. 공유주거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은 개인 임대인 중심이었기 때문에 전문적인 임대관리업이 없는 시장이었다”며 “공유주거를 통해 임대인과의 불필요한 갈등 등 기존 전월세 상품의 단점을 보완하려 한다”고 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주택 사업자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침체기에는 시행, 분양을 노리기보다 꾸준한 월세 수익을 낼 수 있는 임대주택 사업이 더 효과적”이라며 “코리빙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이런 점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주선 충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유주거는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타인과 교류하기를 원하는 1인 가구의 니즈(요구)에 부합하는 상품”이라며 “서비스 수준에 따라 가격도 다양해 교통이 편한 역세권을 중심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축복 산업2부 기자 bless@donga.com}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6주 연속 줄며 보합권에 가까운 하락률을 보이면서 상승 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은 일제히 상승 폭이 커졌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0.04%)보다 0.01% 내렸다. 4월 둘째 주(―0.13%)부터 6주 연속 하락 폭이 둔화했다. 구별로는 강남(0.01%→0.10%), 서초(0.04%→0.10%), 송파(0.08%→0.11%) 등 강남 3구에서 모두 상승 폭이 확대됐다. 강북에서는 노원구(0.05%→0.07%)가 재건축 단지 위주로, 용산구(0.01%→0.05%)는 대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나타나며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인천 아파트값은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주 0.03%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약 1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난해 1월 넷째 주(0.02%) 이후 처음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구도심 위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하락 폭이 컸던 대단지 위주에서 급매물이 소진되며 전체적으로 상승 전환했다”고 했다. 경기 아파트값은 지난주(―0.04%)보다 0.02% 떨어지며 하락 폭이 줄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이슈가 있는 용인이 지난주(0.02%)보다 0.12% 오르며 상승세가 가팔랐다. 전세시장도 매물이 소진되며 가격 하락 폭이 줄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0.07%)보다 0.06% 하락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 호텔(힐튼호텔)이 기존보다 약 2배 높은 최고 38층(150m)짜리 오피스와 쇼핑몰, 호텔이 어우러진 빌딩으로 재개발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힐튼호텔이 근대건축유산으로 통했던 점을 감안해 호텔 상징이었던 1층 메인 로비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최대한 살려 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힐튼호텔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서울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는 건폐율 49.98%, 용적률 1107%, 150m 높이 2개 동(지하 10층, 지상 38층) 복합시설로 새로 짓는 계획이 담겼다. 71.35m, 23층 높이인 기존 힐튼호텔보다 2배 이상 높이 고밀 복합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힐튼호텔 자체가 산 중턱(약 30m 고도)에 위치해 개발안이 실현되면 실제 높이는 180m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 맞은편 건물인 서울스퀘어 높이가 81.9m로 23층인 것에 견줘도 높다. 남산을 낀 신라호텔(최고 23층),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최고 21층) 등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건물이 된다. 6층 높이로 위아래로 탁 트여 준공 당시부터 화제였던 호텔 메인 로비는 기존 대리석 계단, 기둥 등을 최대한 보전한다. 힐튼호텔은 1983년 현대건축 1세대로 꼽히는 김종성 씨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직접 의뢰받아 설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1층 로비는 김 씨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설계해 꼭 보전되길 바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계획안에 따르면 건물은 상업, 업무시설과 호텔 등 복합시설로 조성된다. 지하 2층∼지상 1층은 쇼핑시설과 공용라운지, 지상 2∼29층에는 오피스, 30∼38층은 호텔이 들어선다. 개발계획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첨단기술을 도입해 전례 없는 형태의 오피스를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인근 서울로타워(옛 대우재단빌딩), 메트로타워 등을 사들이기 위한 매매 계약을 맺었다. 힐튼호텔뿐 아니라 주변 빌딩을 공중보행로인 서울로7017처럼 스카이워크로 연결해 대규모 오피스타운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밀 개발 계획이 가능해진 것은 올해 2월 서울시의 개발 가이드라인인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민간 사업자가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면 그 대가로 용적률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높이도 완화해 고밀 개발을 유도했다. 힐튼호텔의 대지면적 중 40% 이상이 녹지로 조성돼 개방형 녹지 인센티브가 구릉지에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남산 일대 초고층 개발로 경관 훼손 우려도 나온다.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고밀 개발로 해당 건물이 자연 경관을 독식한다면 도시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효과가 날 것”이라며 “남산 특성을 고려한 개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힐튼호텔이 공원을 조성해 받는 용적률 인센티브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원이 호텔 뒤편에 조성되는 폐쇄적인 구조인 데다 공원 경계 대부분이 일반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아 호텔 이용객이 녹지를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인허가 단계여서 구체 안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남산 경관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5층짜리 빌라(다세대주택) 세입자 10가구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달 23일 2차 경매 매각기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모두 대항력이 없는 후순위 임차인으로 집주인 1명과 전세 계약을 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으로 밝힌 경매 유예 대상은 아니다. 당장 23일 경매에서 낙찰자가 나오면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잃고 살고 있는 집에서도 쫓겨나야 한다. 이들은 2020년 8월 계약 당시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전에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선순위 근저당을 설정해 놓으면서 후순위 임차인이 됐다. 임차인 10명의 보증금은 총 16억6500만 원. 하지만 월세 계약자 1명만 소액임차인에 해당돼 최우선변제금 34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 9명은 선순위 근저당 규모가 커서 낙찰되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 세입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 피해 주택 경매 계속되며 세입자 불안 커져여야가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또다시 처리에 실패했다. 특별법 관련 소위만 4번째로, 여야는 22일 다섯 번째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다. 이달 초로 예상됐던 특별법 입법이 2주 이상 지연되며 피해 주택 경매가 진행되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대상으로만 경매 유예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 미추홀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있는 세입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당초 정부는 특별법 통과 뒤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을 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경매 유예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려내는 작업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피해자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 피해자와 1인 깡통전세 피해자도 지원하기로 피해자 요건을 확대한 상태다. 미추홀구 역시 법적 근거 없이 금융당국 권고로 경매를 중단한 상태여서 개인 채권자나 대부업체 등이 경매를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 여야 합의 4번째 불발… 25일 본회의 통과 미지수여야는 이달 1일과 3일, 1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국토위 소위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 내고 16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상태였다. 이날 합의에 또 실패해 22일 5번째 특별법 관련 소위를 열 예정이지만, 당초 목표대로 25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소위는 야당이 주장하는 최우선 변제권 소급 적용과 보증금 채권 매입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우선 변제권 소급 적용은 재계약 때 보증금을 올리며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벗어난 피해자에 대해 첫 계약일 당시로 변제기준을 소급 적용해 최우선 변제 대상을 늘리자는 것이다. 보증금 채권 매입은 공공이 세입자들의 보증금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우선 매입해 세입자를 보상한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선지원 후구상 방식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불가 방침을 재차 밝혔다. 정부는 이날 소위에서 경·공매 비용을 지원하고 경매 절차를 대행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의 추가 피해가 현실화되기 전에 특별법 입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관련 단체들도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급등기 때는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도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많았다”며 “낙찰이 돼버리면 되돌리기 힘든 만큼 신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불가피하게 못 돌려주는 집주인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기로 했다. 전세가가 직전 계약 때보다 떨어지는 역(逆)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대거 전세금을 떼이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전월세신고제 과태료 부과 시점을 1년 미루는 대신에 임대차3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전세제도 보완 방안을 찾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셋값 하락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다른 대출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해주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구체적인 요건은 금융당국이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전세퇴거자금대출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일부 임대인은 DSR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종료 예정인 전월세신고제 계도 기간을 1년 연장하겠다는 방침도 나왔다. 원 장관은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사기 문제가 엉켜 있고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며 “전월세 신고라는 단편적 행정에 행정력을 쏟는 것보다는 임대차 시장 전반적으로 큰 틀의 공사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당초 6월 1일부터 계도 기간이 끝나 신고제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계도 기간을 연장해 과태료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전세제도가 그간 우리 사회에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한다”며 “임대차3법을 포함해 ‘잘못된 판’을 본격적으로 수리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 등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만큼 당장 급한 피해 구제 외에도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킬 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임대차3법 폐지까지 고려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꼭 폐지라는 답만이 아니라 전세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전월세) 가격이나 기간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 기간을 늘리거나 가격을 덜 올리면 집주인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 원리를 가미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 계약하거나 전월세 인상률을 낮춘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방식도 언급됐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3의 기관(신탁사나 보증기관 등)에 입금하면 이들 기관이 보증금 일부를 예치하고 나머지를 집주인에게 주는 방식이다. 원 장관은 전세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올해 7월 이후 본격적인 개선 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서는 경착륙 우려가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원 장관은 “미분양의 경우 금융기관이나 건설사의 현금 흐름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3∼4년 안에 없다고 본다”며 “공급 기반이 급속히 위축되고 인허가나 착공, 분양을 미루면서 임기 후반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공급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해 “내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질 것”이라며 “다음 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포럼에 참여해 한국의 지원 의사와 초기 단계 프로그램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 실적이 지난해 말 계획 대비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올해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 물량은 1만5949채로 지난해 말 조사한 계획 물량(5만4687채) 대비 29%에 그쳤다.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에서 분양 물량 감소 폭이 더 컸다. 올해 1∼4월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 실적은 수도권에서 1만302채가 공급돼 당초 계획(2만6747채)보다 61%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는 5647채만 공급돼 계획 물량(2만7940채)보다 80%가 감소했다. 대형 건설사의 분양 물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주택 공급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대 건설사의 분양 물량은 올 한 해 전체 민영아파트 분양계획 물량 27만8958채 중 절반이 넘는 14만6382채 수준이다. 부동산R114 측은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미분양 우려 등으로 분양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며 “5월 이후에도 대형 건설사의 분양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곳이 많아 청약시장 분위기가 쉽게 살아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어요.” 지난달 20일 오후 11시 반경 충남 금산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밤늦게 차를 운전해 귀가하던 회사원 이관범 씨(52)는 주차장에 진입하다 차를 세웠다. 주차장 입구 쪽에 세워진 1t 트럭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주차장 천장으로 번지고 있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트럭 맞은편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있었다. 서둘러 불길을 잡지 않으면 주차장 전체로 불이 번질 것으로 보였다. 이 씨는 문득 자신의 승합차 트렁크에 차량용 소화기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119에 신고한 후 곧바로 소화기를 꺼내 분사를 시작했다. 내심 ‘소화기 한 대로 불이 잡힐까’ 싶었지만 약 1분 만에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현장에 출동한 금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 화재 골든타임은 불이 난 후 5분이다. 이 씨의 차량용 소화기 덕분에 큰 사고를 막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화재 초기 소화기는 소방차 한 대 위력”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219명, 재산 피해는 약 641억 원에 달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피해가 컸다. 소방청 관계자는 “등록 차량이 늘면서 노후 차량과 전기차 등 신형 모빌리티가 동시에 증가한 탓”이라고 했다. 차량 화재는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7명의 사망자를 낸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는 지하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채 정차해 있던 1t 화물차의 배기구가 과열돼 불이 붙으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역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시작된 불이 터널로 번지며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것이 차량용 소화기라고 지적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실험에 따르면 차량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3∼5분 만에 엔진룸 내부 전체로 불길이 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분이 지나자 엔진룸을 넘어 운전석으로까지 불길이 확산됐다. 한 시간가량 지나면 차량은 전소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차량용 소화기가 있으면 소방차 현장 도착 전 조기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차량용 소화기를 ‘차 안의 최종 보험’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7인승 이상 차량에 비치되는 차량용 소화기는 평균 무게 0.7kg, 높이 24cm가량이다. 용량은 일반 분말 소화기(무게 3.3kg, 높이 38cm)의 20%에 불과하지만 진화 능력은 일반 소화기의 3분의 1 이상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소화기는 소형화·첨단화돼 초기 진화 때 소방차 한 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며 “차량 화재뿐 아니라 일반 건물 화재 상황에서도 약 100㎡ 면적(약 30평)까지 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차량용 소화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분말형 또는 스프레이형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소화기와 탈출용 망치 등으로 구성된 차량용 화재안전키트도 판매되고 있다.● “차량용 소화기 설치 전 차종으로 확대해야” 차량용 소화기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현장에서 입증됐다.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의 한 도로에서 불이 붙은 트럭을 보고 지나가던 덤프트럭 차주가 자신의 차량용 소화기를 꺼내 진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덤프트럭 차주의 활약으로 소방차 현장 도착 전 불길이 모두 잡혔고, 화재 차량에 실린 2억 원 상당의 건설 기계도 무사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 창원의 완암터널 입구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싣고 운행하던 트럭에서 불이 발생했는데, 운전자가 지나가던 탱크로리 운전자로부터 차량용 소화기를 구해 화재를 초기에 진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소화기 설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에 따르면 7인승 이상 차량은 지금도 차량용 소화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실제로 해당 차종은 이미 신차 출고 때 차량용 소화기가 설치된 채로 운전자에게 인도된다. 그럼에도 매년 1만5000대 이상이 정기검사 때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소화기를 설치했거나, 설치 방법이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고 있다. 일부 운전자는 과태료 등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무시하기도 한다. 또 내년 12월부터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이 5인승 이상 차량으로 확대되는데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이 바뀐다는 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설치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자동차 정기검사 때 시정권고로 돼 있는 규정을 강화해 의무 설치 대상이 규정을 어겼을 경우 검사에서 통과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인승 차량까지 설치 의무가 확대되는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2인승 스포츠카 등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의무 설치 대상을 전 차량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로 진화 10배 힘들어 이동식 침수조 전국 44개뿐설치에 15분 걸려 진화 어려움소방硏, 상방향 방사장치 개발“배터리 불길 16분 만에 잡혀” 최근 전기차 화재 발생이 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진화하기 위한 소방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1건이던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런데 소방관 사이에선 “전기차 화재 진화에는 일반 차량 10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열 폭주 현상’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에는 고전압 배터리팩이 장착돼 있다. 불이 붙으면 이 배터리팩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열이 치솟으며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오르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산소와 가연성 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물을 뿌려도 불이 되살아나고 공기 공급을 차단하는 질식 소화도 큰 효과를 못 낸다. 최근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동식 침수조를 활용하고 있다. 차량을 수조에 통째로 넣어 하부의 배터리팩을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예산 등의 문제로 현재 전국 소방서에 구비된 이동식 침수조는 44개뿐이다. 또 현장에 이동식 수조를 설치하고 물을 채우는 데 10∼15분이 걸려 화재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차량 아래로 바퀴가 달린 분사장치를 밀어 넣는 방식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도 최근 전기차 전용 ‘상방향 방사장치’를 개발하고, 전기차 배터리 30개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불이 나자마자 열 폭주가 시작됐고, 8분 만에 배터리 전체가 불꽃에 휩싸였다. 이때 미리 배터리 밑에 넣어둔 상방향 방사장치를 가동해 물을 뿜었더니 약 16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소방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전기차 화재 시 진화하는 데 7, 8시간까지도 걸렸다. 상방향 방사장치의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상방향 방사장치 역시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장치의 부피가 커지면 기존 소방차에 싣기 어려울 수 있다. 소방연구원 관계자는 “올 3월 전국 소방서에 상방향 방사장치 안내서를 배포해 각 서 차원에서 현장 상황에 맞게 준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 12곳이 최고 70층에 달하는 마천루 단지로 바뀐다. 과거 ‘여의도 통개발’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한강변 단지는 통합 재건축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사라지며 대부분의 개별 단지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계획 수립안’ 공람을 시작했다. 지구단위계획은 미래 개발 수요를 고려해 도로,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을 어디에 배치할지 결정하는 일종의 ‘개발 밑그림’이다. 이번 공람안에는 여의도 내 59만9795.1㎡, 12개 단지(광장아파트는 분리 재건축)의 용도지역을 높여 고밀 개발하고 높이 등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람안에 따르면 12개 단지 중 △목화 △삼부 △한양 △삼익 △은하 △광장 1, 2동 △광장 3∼11동 △미성 등 8개 단지는 도심 중심지에 지정하는 일반상업지역으로 바뀐다. 학교와 가까운 △장미 △화랑 △대교 △시범 등 4개 단지는 역세권에 지정하는 준주거지역이 된다. 이들 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상한 용적률 300%)에서 준주거지역(상한 용적률 400%) 또는 일반상업지역(상한 용적률 800%)으로 바뀌어 고밀 개발이 가능해지게 된다. 각 단지는 목화·삼부아파트(1구역), 장미·화랑·대교아파트(2구역), 한양아파트(3구역), 시범아파트(4구역) 등 9개의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모두 최대 높이 200m 이하로 지정됐으나 위원회 심의를 통해 더 높게 지을 수 있다. 높이 200m는 약 70층 내외(평균 층고 2.8m인 아파트 기준)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첼리투스(최고 56층),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최고 49층) 수준이다. 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한강변 첫 주동)의 높이 규제는 기존 15층에서 20층 이하로 완화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8년 “여의도 전체의 재개발이 예상되므로 선제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여의도 통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여의도 집값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긴급 입장을 발표하고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보류했었다. 이후에도 일부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개별 단지마다 사정이 달라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번에 한강변 단지의 공동 개발을 강제하지 않는 방안이 공식화되면서 단지별로 재건축하는 방안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인식 목화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재건축 준비를 다 갖춘 만큼 개별 재건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삼부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장도 “통합 재건축은 상대와 생각이 같을 때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판단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통합 재건축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서울시는 한강과 가장 가까운 1, 2구역 단지에 대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공동 개발을 권장했다.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은 11일까지 공람을 거친 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노후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할 경우 최고 70층, 최대 용적률 800%까지 지을 수 있게 한다는 서울시 방침이 공개됐습니다. 현재 이 내용은 ‘여의도 아파트지구단위계획’이라는 이름의 문서에 담겨 서울도시계획포털()에서 볼 수 있는데요, 35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보니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들어봤을 ‘지구단위계획’. 여의도를 사례로 지구단위계획이 뭔지 알아두고 앞으로 다른 지역 개발 소식이 발표될 때 활용해보시면 어떨까요? Q. 지구단위계획이 뭔가요? “특정 지역을 어떻게 개발하고 관리할지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입니다. 미래의 개발 수요를 고려해 기반시설계획을 수립해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을 사전에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도로와 공원은 어디에 지을지, 아파트는 어느 정도 높이로 지을 수 있는지 등이 포함됩니다.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 건축물의 용도, 종류, 규모 등을 제한 또는 유도하거나 용적률, 건폐율, 높이 등의 기준을 강화 또는 완화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구역은 총 699곳(116.6㎢)으로 서울시 면적의 약 19.3%에 해당합니다. 수립된 지구단위계획대로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 인근 지역과 도시 전체의 기능, 미관이 바뀝니다. 그래서 지구단위계획은 앞으로의 개발계획, 도시의 여건 변화, 미래 모습 등을 예측하는 게 중요하죠.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공람안에 따르면 전체 59만9795.1㎡가 총 23개 획지로 나뉩니다. 구역 내 아파트 단지는 12개(광장아파트는 분리 재건축)지만 상가, 학교 등이 개별 구역으로 분리되면서 획지 수가 늘었습니다. 11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Q. 지구단위계획이 왜 중요한가요? “용적률, 건폐율, 높이 등 토지 이용은 물론 건축물 외관까지 다루기 때문입니다. 먼저,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된 구역에서는 별도의 용적률 체계를 수립할 수 있습니다. 용적률은 △기준 △허용 △상한 등 3단계로 나뉩니다. ‘기준 용적률’은 조례에서 정한 용도지역별 용적률 범위에서 입지 여건을 고려해 블록별, 필지별로 정한 용적률입니다. 여기에 친환경 계획, 지능형 건축물, 공공보행로 등 특정 계획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허용 용적률’이라 부릅니다. 이후 토지와 건물 일부를 도로, 공공시설, 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상한 용적률’이라고 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2가지입니다. 먼저 상한 용적률 한도입니다. 높으면 높을수록 더 고밀 개발이 가능합니다. 재건축에서는 용도지역 상향으로 ‘상한 용적률’ 한도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여의도의 경우 대부분 3종일반주거지역(법정 용적률 300%)인데 학교가 가까운 장미·화랑·대교아파트와 시범아파트 등 4개 단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돼 최대 용적률 400%를, 나머지 8개 단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돼 최대 용적률 800%를 적용받습니다. 그 다음은 허용 용적률과 상한 용적률의 차이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상한 용적률’이 800%인 2개의 재건축 단지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 단지에서는 ‘허용 용적률’이 350%이고 B단지는 420%입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두 단지가 ‘상한 용적률’까지 개발한다면 A 단지는 B단지보다 더 많은 토지 또는 건물을 공공에 내거나 임대주택을 지어야 합니다. A 단지 허용 용적률이 낮은 만큼 기부채납을 더 해야 상한까지 용적률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두 단지는 기부채납하는 토지·건물의 가치와 아파트를 공급해 얻는 분양 수익을 저울질해 최종 개발 밀도를 결정합니다. 재건축 이후 개발 밀도는 정비계획으로 구체화 됩니다. Q. 용적률 말고 다른 내용은 없나요? “지구단위계획은 건축물의 높이에 관한 내용도 다룹니다. 이번 여의도 아파트지구 공람안에 따르면 대다수 단지는 최대 높이 200m까지 지을 수 있습니다. 평균 층고(바닥부터 위층 바닥까지의 높이)를 2.8m로 계산하면 약 70층 내외에 해당하는 높이입니다. 통경축 확보, 스카이라인 형성 등 경관적 조화를 확보하면 높이계획을 일부 완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또 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한강변 첫 주동)은 15~20층 이하로 지어야 합니다. 다수 단지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규제인데 기존 15층 이하에서 20층 이하로 기준이 조금 완화됐죠.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특별계획구역 내 ‘공동개발 권장’입니다. 특별계획구역은 창의적 개발안이 필요하거나 계획안 수립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때 지정하는 구역을 말하는데 목화·삼부아파트(구역1)와 장미·화랑·대교아파트(구역2)가 각각 특별계획구역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각 구역 내 개발 가이드라인을 통합개발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2가지로 나눴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과거 서울시는 각 구역의 통합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지금의 목화아파트 자리에 국제금융중심지에 걸맞은 컨벤션 센터 등을 짓고 삼부아파트를 고밀 개발해 목화·삼부 주민이 같이 사는 아파트를 짓고자 했습니다. 또 장미·화랑·대교 아파트의 경우에는 화랑 아파트 자리에 문화공원을 조성하려고 했고요. 통합하는 경우 허용 용적률을 더 많이 주는 것이 인센티브였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 재건축은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단지마다 사정이 다르다 보니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 역시 재건축 이후의 최종 단지 형태는 정비계획 및 사업시행계획으로 알 수 있을 예정입니다.” Q.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지구단위계획은 어떻게 다른가요? “신통기획은 민간이 수립하는 정비계획에 공공인 서울시가 사전적으로 개입하는 제도로, 정식명칭은 ‘정비지원계획’입니다. 재건축, 재개발 등 개별 정비사업 단지를 대상으로 하죠. 지구단위계획의 내용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여의도 내에서는 시범·한양·대교·삼부 등 대다수 단지에서 신통기획에 참여해 개발을 추진하는 중입니다. 예시로 시범아파트의 경우 지구단위계획이 공개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신통기획안을 먼저 발표했습니다. 서울시가 사전에 참여해 만든 개발안인 만큼 큰 그림인 지구단위계획 공개 전에 발표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Q. 용적률 인센티브 허용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 아닌가요? “현재는 국토계획법에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 건폐율, 용적률, 높이를 완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다양한 상황에 맞추기에는 다소 경직된 부분이 있는 점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는 인센티브 항목을 다양화해 지구단위계획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연구원에서 낸 ‘지구단위계획 제도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서는 공원이 부족한 지역에 공원을 제공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추가로 부여하거나, 높이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허용 용적률만큼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환산해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죠.”Q. 아파트가 아닌 곳을 대상으로 한 지구단위계획은 없나요?“서울시의 북촌지구단위계획이 대표적입니다. 2008년 6월부터 서울시 종로구 북촌(가회동, 삼청동 등 일대 112만8372.2㎡) 일대의 경관 특성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준이 상당히 엄격한데요, 이 구역 내에서는 프랜차이즈 입점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삼청동길 일부와 대로변인 율곡로 일부에만 제한적으로 프랜차이즈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신 한옥을 지을 때는 건축물 높이 기준을 비한옥과 차별해 적용하고 건축 제한 규정 완화, 주차장 기준 완화 등과 같은 인센티브도 담았습니다. 만약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지구단위계획 규제가 엄격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가는 게 좋겠죠?”‘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올해 3, 4월 거래된 전국 아파트 절반 이상이 직전 두 달 전인 1, 2월 거래된 가격보다 매매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 4월 아파트 거래 1만3242건 중 7624건(57.6%)의 매매가격이 올 1, 2월 가격 대비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 2월과 3, 4월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 계약된(직거래 및 계약해제 제외) 거래를 대상으로, 동일 단지, 동일 평형 거래의 평균 매매가격을 구해 비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는 직전 2개월 대비 하락 거래 비중이 64.6%였다. 3, 4월 들어 하락 거래 비중이 40%대로 감소하고 상승 거래가 절반을 넘긴 것이다. 상승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은 세종시로 3, 4월 거래된 조사 대상 213개 평형 중 165개(77.5%)의 평균 실거래가격이 직전 2개월 대비 올랐다. 서울의 상승 거래 비중은 64.0%로 두 번째로 높았고 이어 경기(62.7%), 인천(62.4%) 순으로 높았다. 부동산R114 측은 “금리 변동성이 줄고 공시가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도 감소하면서 급매물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매매 호가가 오르면서 상승 거래도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