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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의 내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 협상 난항으로 미 재무부가 추정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일시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추가 지원 여부가 협상의 막판 쟁점이 되고 있다. 2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최대 250억 달러(약 33조7000억 원)를 두고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만 야당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요구가 거세다. 일부 강경파는 자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집권 민주당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합의하면 의장직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이힐 신은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백지수표를 주는 데 찬성할 공화당원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며 동료 의원들을 압박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1130억 달러(약 152조 원)를 지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관을 비롯해 장교 34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는 등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러시아 또한 내년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6% 규모인 약 150조 원으로 대폭 늘리는 등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연방정부 새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 0시부터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정부 관련 노동자 약 80만 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게 된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셧다운이 미국의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의회의 내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 협상 난항으로 미 재무부가 추정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일시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추가 지원 여부가 협상의 막판 쟁점이 되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최대 250억 달러(약 33조 7000억 원)를 두고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만 야당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요구가 거세다. 일부 강경파는 자당 소속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집권 민주당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합의하면 의장직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이힐 신은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백지수표를 주는 데 찬성할 공화당원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며 동료 의원들에게 관련 국방부 예산안을 처리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1130억 달러(약 152조 원) 규모 군사적,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한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관을 비롯해 장교 34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는 등 공세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또한 내년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6% 규모인 약 150조 원으로 대폭 늘리는 등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나섰던 서방 국가에서도 균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연방정부 지출 관련 법은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이달 30일 효력이 만료된다. 새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다음달 1일 오전 0시부터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정부 관련 노동자 약 80만 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게 된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셧다운이 미국의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무기 거래를 비롯한 군사 기술 협력을 논의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신(新)밀월 관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제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 제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양국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러시아가 중국보다 더 큰 북한 조력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북-러 관계는 ‘혈맹(血盟)’ 같은 우호 관계를 유지하다가 단교(斷交) 직전까지 치닫는 등 부침을 겪어왔다. 향후 양국 전략 목표와 지정학적 환경 변화 등에 따라 북-러 관계 훈풍이 지속 가능할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혈맹’에서 ‘단교’ 위기까지 1945년 8월 15일 소련(현 러시아)은 1941년 소련군 제88여단에 배속된 김일성을 지도자로 세울 계획을 세우고 북한에 진주하면서 1948년 9월 김일성 정권 수립을 도왔다. 이 시기 소련은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1950년 6·25전쟁 직전 소련 최고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허락하고 인민군 10개 사단을 무장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했다. 다만 소련은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소련군을 파병하지는 않았다. 소련의 이 같은 소극적인 전쟁 대응과 1956년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 취임 이후 벌어진 ‘스탈린 격하 운동’은 북한의 대(對)소련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중국 마오쩌둥이 흐루쇼푸 노선을 수정주의라고 비난하며 이념 갈등이 빚어지면서 중소 분쟁의 막이 올랐다. 이는 1960년대 공산 진영 내부 패권 경쟁으로 비화했고 1969년 중소 국경 무력 분쟁으로 정점을 찍었다. 격한 중소 갈등의 1960년대 북한은 정치적 자주와 주체사상을 내세우면서 소련 편향적 대외 정책에서 벗어나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등(等)거리 외교를 펼치며 실리를 챙겼다. 북한은 중소 분쟁에 대해 명확하게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으면서 양국과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된 우호조약을 맺었다. 이 같은 줄타기 외교 노선은 1980년대까지 유지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통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관심은 주로 대중국 정책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중국에서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러시아와의 협상을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후반 소련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고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 정책을 추진하면서 소련과 한국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소련은 북한 반대에도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가했고 1990년 한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이후 10년간 북한과 소련의 실질적인 교류는 중단됐고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소련 붕괴 후 1995년 러시아는 북한과의 조소 우호조약 파기를 선언하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북한은 본격적으로 핵 개발에 나섰다. ● 푸틴 취임 후 냉각기 해소 2000년 푸틴 대통령이 취임하고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러 관계에는 다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국제무대에서 미국 독주를 견제하고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꾀한 푸틴 대통령과 외교적인 고립에서 탈피하고 경제 재건이라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푸틴 대통령은 그해 7월 러시아(옛 소련 포함)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단독 회담했다. 이후 김정일은 세 차례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 경제,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러시아는 이를 비난하면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촉구했다. 러시아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10차례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2011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북-러 관계는 소강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던 2019년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직접 찾아 푸틴 대통령에게 다급한 손길을 내밀었다. 두 달 전인 그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종료돼 체면을 구긴 김 위원장은 실패를 만회할 우군이 절실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실패 충격으로 휘청였으며 외교적 생명줄을 찾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은 더욱 밀착했다. 북한은 그해 3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군 철수 요구 결의안’에 시리아 벨라루스 같은 ‘러시아 맹방’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이어 5월 러시아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군사 넘어 철도-노동 협력 전망” 2019년 북-러 정상회담은 뚜렷한 소득 없이 끝났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군사 협력을 넘어 전략적 관계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 군사 외에도 경제, 관광 분야 등의 협력을 논의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북한 초청을 수락했고 다음 달 초 외교장관 회담을 열기로 했다. 북한은 이른바 ‘5대 국방 과업’ 가운데 수중 핵무기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 등의 확보를 위해 러시아 군사 기술이 필요하다. 또 북-러 밀착을 지렛대 삼아 중국의 경제 협력 등을 압박할 수 있다. 러시아로서도 포탄 같은 재래식 무기를 지원받아 탄약고를 채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역사적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지금처럼 상호 이해관계가 일치한 적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이어 “두 나라가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구체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북한은 탄약 지원을 확실히 할 것이고 러시아도 북한이 원하는 군사기술을 이전한 뒤 광범위한 경제 협력이 시작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양국 연결 철도와 러시아의 나진항 이용 활성화도 주요 관심사다. 양국은 북한 나선시 나진항에서 러시아 연해주 하산까지 철도 수송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2008∼2014년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철도 54km 구간을 개·보수하고 시베리아산 석탄을 운송해 중국 등으로 수출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북한 국경이 봉쇄돼 운행이 중단됐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은 김 위원장 방러 당시 “하산역과 나진항을 잇는 철도는 (양국 관계) 미래이며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유엔 대북 제재에 아랑곳 않고 숙련된 노동력을 러시아에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한은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한 외화벌이가 절실하고 러시아는 노동자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된 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재건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중국 협력을 끌어내는 협상 카드로, 러시아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전략적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 관계는 전략적 이해에 따라 역사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만큼 향후 세계 질서 변화에 따른 유동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교수는 “역사적으로 양국 관계는 상황에 따라서 부침이 있었다”며 “전략적 밀착 수준이 이전과는 다르지만 국제사회 항의와 제재에 따라 속도 조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정장 차림을 엄격히 고수했던 미국 상원이 평상복을 포함해 어떤 차림도 상관없다는 새 복장 규정을 내놨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이 18일 보도했다. 척 슈머 집권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어떤 복장을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나는 정장 차림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미 의회에서는 그간 공식적인 복장 규정이 없었다. 그러나 남성 의원은 정장과 넥타이, 여성 의원은 스커트나 드레스 정장을 입는 관행이 엄격히 지켜졌다. 특히 소매가 없는 의상, 발가락이 드러나는 구두 등을 착용하는 여성 의원은 볼 수 없었다. 복장 완화를 주도한 의원은 민주당의 존 페터먼 상원의원이다. 최근 우울증 치료 후 복귀한 그는 반바지와 후드티 차림(사진)으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지역구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고속도로가 무너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후드티를 입고 바이든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했다. 다만 관련 법안을 처리할 때는 복장 관례 탓에 본회의장에서 투표하지 못하고 별도의 공간에서 투표했다. 야당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는 강경 보수파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성 트럼프’로 불리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 “복장 규정은 우리 사회의 기준이자 의회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예의범절”이라고 주장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한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정책에 앞서 ‘낳은 아이부터 잘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매년 전 세계 입양 통계를 집계하는 국제 비정부기구(INGO) ISS(International Social Service)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해외 입양 아동 수가 266명이다. 콜롬비아(387명), 우크라이나(277명)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로 꼽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25전쟁 이후인 1953년 이래 약 20만 명의 한국 아이가 해외로 보내졌다”고 지적하며 “한국은 세계 최대 해외 입양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8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총 16만8427명이다. 이 중 16만3696명은 1958∼2010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이다. 그 이후로는 △2011년 916명 △2015년 374명 △2019년 317명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로 아동 수가 줄다 보니 해외 입양도 함께 줄고 있다”고 말했다. NYT가 1953년부터 집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의 집계와도 비슷한 규모다. NYT는 과거 ‘수출 산업’ 성격으로 이뤄진 한국의 해외 입양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어 “한국의 ‘아기 수출’이 처음에는 뿌리 깊은 외국인 혐오와 혼혈아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6·25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를 미국으로 떠나보내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후 산업화 시기인 1960년대 말부터는 미혼모 아이의 해외 입양이 많아졌고, 1970년대에는 입양 관련 기관들이 돈벌이 목적으로 서류를 위조하거나 심지어 친부모도 모르게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덴마크 입양인들로 구성된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은 지난해 8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아기 수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 관련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입양 아동을 보호하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헤이그협약)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입양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 및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이 협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났는데도 법적 정비가 지연되면서 협약을 비준하지 못했다. 헤이그협약의 주요 내용은 국내에서 입양 부모를 찾지 못한 경우에만 해외 입양을 허용하고, 입양 절차의 전반을 민간 기관이 아닌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다. 올해 6월에야 ‘국제 입양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비준의 기틀이 마련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안이 시행되는 2025년 7월에 맞춰 헤이그협약을 비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북-러 간 밀착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이 분주해졌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미국,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와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연 데 이어 다음 달 중-러 정상회담, 11월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反)서방 전선에 앞장서며 북-중-러 연대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일정 정도 관계 개선을 통해 북-러를 제어하는 역할을 택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中, 북-러 회담 이후 분주해져 미국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 부장이 16, 17일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전격 회동했다. 왕 부장이 러시아를 찾아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벌이기 하루 전날 미중 외교안보 수장이 먼저 만난 것이다. 이번 만남은 5월 오스트리아 회동 이후 넉 달 만이다. 백악관은 이틀간 12시간에 걸쳐 이뤄진 회동에 대해 “미중 관계의 주요 현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등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며 “양측은 이 전략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개월간 추가 고위급 접촉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점을 강조하면서도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외교안보 사령탑 간 회동으로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 간 만남도 다시 추진 동력을 찾는 모양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연내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13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에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왕 부장은 설리번 보좌관과 회동한 직후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곧바로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당초 왕 부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북-러 정상회담 이후 이를 급히 취소하고 러시아로 행선지를 바꿨다. 왕 부장의 방러는 10월로 예상되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유도 이뤄질 전망이다. ● 북-러 밀착으로 딜레마에 빠진 中 왕 부장의 분주한 행보에서 드러나듯 북-러 정상회담이 중국에 딜레마를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북-러 밀착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견제에 나쁠 것은 없지만 동시에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나 북한의 독자성이 커지는 대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향후 중국의 행보에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러의 밀착으로 미중 간 접점이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국제적 왕따’인) 러시아, 북한과 동급 취급을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중국이 북-러 연대에 깊이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이 북-중-러 삼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면서 여전히 이를 미국을 견제하거나 동북아 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 CNN방송은 “중국은 미중 경쟁구도를 고려했을 때 새로 떠오른 북-러 축에서 위험보다는 이점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도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을 지지할 수도 없고,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할 수도 없다”면서도 “미국의 대만 지원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으로 북-러와의 협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올 4월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배승아 양(10)이 사망한 후 국내에서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국회에선 5월에 한 차례 논의된 뒤 후속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시동잠금장치 도입이 포함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7건, 국민의힘 2건 등 총 9건이 발의됐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김기현 대표가 1호 법안으로 발의했고, 이후 당정 협의를 통해 주요 법안으로 지정되며 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 논의된 후 국회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여야는 6월 중으로 법안소위를 추가로 열어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후 일정을 미뤘다. 경찰청에 따르면 여야는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고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시동잠금장치를 부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으로 통과될 경우 향후 5년 동안 약 2만2000명이 장치를 부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동잠금장치 설치 비용을 운전자에게 전액 부담시킬지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 제출된 비용 추계에 따르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동잠금장치 비용을 지원할 경우 향후 5년간 46억5900만∼93억18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중 처벌 논란도 부담이다. 네덜란드 최고재판소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에 대해 이중 처벌이란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시동잠금장치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통과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때처럼 여론의 요구가 강한 시점에 법안을 처리했어야 하는데 시일이 늦어지면서 동력이 다소 떨어졌다”고 말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음주운전 한 번으로 입은 손해가 1만 달러(약 1300만 원) 이상입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1일 오후 4시경 매슈 하드먼(가명·41)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업체에서 시동을 걸 때마다 음주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했다. 그는 올 7월 혈중알코올농도 0.12%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음주운전 초범인 만큼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6개월 부착과 면허정지 1년 중 선택하라고 명령했다.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하드먼 씨는 차가 없으면 생계에 큰 지장이 생겨 시동잠금장치 부착을 결정했다. 시동잠금장치 설치는 1시간 반가량 걸렸다. 설치비는 100달러(약 13만 원)였다. 장치를 설치하자 시동 버튼을 눌러도 엔진이 움직이지 않았다. 차량에 부착된 음주측정기 전원을 먼저 켜자 ‘Blow’(불라)라는 안내가 나타났다. 4초간 길고 강하게 숨을 불어넣자 기계에 ‘Passed’(통과) 표시가 떴는데 그 후에야 시동이 걸렸다.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층에 해당하지 않는 그는 시동잠금장치 설치비와 운영비를 모두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설치비와 별도로 매달 장치 유지비만 100달러 넘게 지출된다. 예기치 못한 기계 고장이 생길 경우 수리비도 내야 한다. 자동차 보험료가 몇 배로 오른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장치를 설치하는 내내 담배를 피우던 하드먼 씨는 “시동잠금장치 부착 기간이 끝나더라도 음주운전은 앞으로 절대 안 할 것”이라고 했다.● 4년간 음주운전 약 6000건 예방 음주운전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캘리포니아주는 1986년 미국 최초로 ‘운전자 안전법’을 제정해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했다. 음주운전자를 대상으로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시행했는데 이후 상당한 음주운전 예방 효과를 거뒀다. 시동잠금장치 생산업체 라이프세이버에 따르면 2015년부터 4년간 로스앤젤레스에서만 6000명이 음주운전을 시도하다 시동잠금장치에 가로막혔다. 잠재적 음주운전을 약 6000건 예방한 것이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70%가량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효과가 입증되자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1월부터 음주운전 초범에게도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캘리포니아주 교통국(DMV) 관계자는 “2018년 12월까지는 음주운전 초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30일 동안 면허가 정지됐다”며 “법안 개정 후 ‘30일 면허 정지’가 사라지고 ‘시동잠금장치 설치’가 의무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동을 걸며 첫 번째 음주 측정을 통과했다고 끝이 아니다. 시동잠금장치는 운전 중 수시로 음주 측정을 요구한다. 평균적으로 20, 30분마다 시동잠금장치에서 음주 측정 신호음이 울린다. 운전자가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울 시간을 감안해 6분 내 음주 측정에 응해야 한다. 시동잠금장치 생산·설치 업체 인톡살록 관계자는 “운전 중 술을 마시거나 운전자를 바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 주기로 다시 측정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시동잠금장치가 부착된 차량으로 음주운전을 시도하면 잠금(LOCK) 상태가 된다. 설치업체에 50∼60달러(약 6만5000∼7만8000원)의 벌금을 내야 잠금 상태를 풀 수 있다. 음주운전이 상습성이 큰 범죄라는 점을 감안해 일부러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장비 수리를 위해 시동잠금장치 설치 업체를 찾은 제니퍼 셰리(가명·40) 씨는 “비용 부담이 있지만 시동잠금장치 설치 후 술을 마신 채 운전하는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고 했다. 역시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한 마이크 틴달(가명·33) 씨도 “운전 때마다 호흡 측정을 하는 게 귀찮긴 하지만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했다.● 2개월마다 점검도 받아야 시동잠금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운전자는 주에서 승인한 생산 업체를 통해 장치를 부착하고 법원에 증빙 서류를 내야 한다. 이어 승인된 설치소를 두 달 간격으로 방문해 주기적으로 장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장치 검사 과정에서 음주 상태로 시동을 건 기록과 장치를 일시 제거한 흔적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경우 관련 정보가 DMV로 전송되고 법원에 해당 사실이 보고돼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한 지역은 미국 전역과 유럽연합(EU)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7년 8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한 차량은 30만 대가 넘는다. 미국에는 수천 개의 시동잠금장치 설치소가 운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만 운영 중인 설치소가 650곳 이상이다. 부작용이나 편법도 없지는 않다. 한 설치소 관계자는 “간혹 기계가 콜라, 주스, 녹차 등을 알코올로 인식해 잠금이 잘못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운전자는 음주운전 적발 시 자신의 차량을 폐차하고 가족이나 친구 명의의 차량을 운전한다. 또 시동잠금장치를 조작해 음주 측정 없이도 운전을 하도록 개조하기도 한다. DMV 관계자는 “장치를 조작하다 적발되면 최악의 경우 평생 면허를 잃을 수 있도록 하면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음주운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걸 인식시켜야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로스앤젤레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북-러 간 밀착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이 분주해졌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미국,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와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연 데 이어 다음달 중-러 정상회담, 11월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反)서방 전선에 앞장서며 북-중-러 연대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의 일정 정도 관계 개선을 통해 북-러를 제어하는 역할을 택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북-러 회담 이후 분주해진 中미국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 부장이 16, 17일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전격 회동했다. 왕 부장이 러시아를 찾아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벌이기 하루 전날 미중 외교안보 수장이 먼저 만난 것이다. 이번 만남은 5월 오스트리아 회동 이후 넉 달 만이다.백악관은 이틀간 12시간에 걸쳐 이뤄진 회동에 대해 “미중 관계의 주요 현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등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며 “양측은 이 전략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개월간 추가 고위급 접촉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점을 강조하면서도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미중 외교안보사령탑 간 회동으로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 간 만남도 다시 추진동력을 찾는 모양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연내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13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에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왕 부장은 설리번 보좌관과의 회동 직후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곧바로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당초 왕 부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북-러 정상회담 이후 이를 급히 취소하고 러시아로 행선지를 바꿨다. 왕 부장의 방러는 10월로 예상되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유도 이뤄질 전망이다. ● 북-러 밀착으로 딜레마에 빠진 中왕 부장의 분주한 행보에서 드러내듯 북-러 정상회담이 중국에 딜레마를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북-러 밀착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견제에 나쁠 것은 없지만 동시에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나 북한의 독자성이 커지는 대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향후 중국의 행보에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러의 밀착으로 미중 간 접점이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국제적 왕따’인) 러시아, 북한과 동급 취급을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중국이 북러 연대에 깊이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이 북-중-러 삼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면서 여전히 이를 미국을 견제하거나 동북아 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 CNN 방송은 “중국은 미중 경쟁구도를 고려했을 때 새로 떠오른 북-러 축에서 위험보다는 이점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도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을 지지할 수도 없고,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할 수도 없다”면서도 “미국의 대만 지원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으로 북-러와의 협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유럽연합(EU)이 동유럽 5개국에 일시 허용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EU 내 자국 농산물 수출길이 열려 한시름을 놓았지만 EU 회원국인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3개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EU와 자국 농산물 가격 하락을 막으려는 동유럽 회원국들 간 연대에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부터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모든 수입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5월 EU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통로였던 흑해 항로가 전쟁으로 봉쇄되자 밀·옥수수·유채·해바라기씨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 4개 품목에 대해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5개의 EU 동유럽 국가를 경유해 아프리카, 중동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시행 결과 동유럽을 경유하는 대신 이 국가들에 직접 유입되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급증하면서 해당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각국 농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EU는 5개국을 통한 경유만 허용하되 우크라이나산 직접 수입은 일시 금지한 바 있다. EU 집행위는 “이 조치 시행 후 5개국의 시장 왜곡 현상이 사라졌다”며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대홍수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넘어서 곧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수 당일 댐 두 개가 무너지며 급류가 약 90분 만에 도시를 휩쓸어버려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댐 관리 부실과 그로 인한 피해를 두고 리비아의 분열된 두 정부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당국이 댐 붕괴 당시 “집에 머물라”는 메시지를 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6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유엔은 데르나에서 적어도 1만1300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유엔은 “구조대가 생존자를 쉬지 않고 찾고 있다”며 “사망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데르나시는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민은 4만 명을 넘어섰다. 대홍수 당일 데르나 위쪽 댐 두 개가 붕괴해 유출된 물이 도시 전체를 휩쓰는 데 9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리비아에 양립한 두 정부의 무능이 사실상 더 큰 인재(人災)로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BBC방송은 범람 당일 대피 명령이 내려졌는지, 아니면 집에 있으라는 지시가 발령됐는지를 놓고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뒤 이집트가 지지하는 동부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한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로 나뉘어 있다. 두 정부는 폭풍이 몰아치고 댐이 무너졌을 때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NU 측 구마 엘가마티 타그히르당 대표는 14일 “(동부) 피해 지역 주민들은 ‘가만히 집 안에 있어라.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스만 압둘 잘릴 LNA 대변인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고 반박했다. 서부 GNU 압둘하미드 드베이베흐 총리는 “댐 유지 관리 책임은 있으나 홍수로 인한 사망자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데르나 지역 홍수 위험을 경고하는 논문을 쓴 압델와이즈 아쇼르 오마르 알무크타르대 수력 전문 연구원은 16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정부가 최근 몇 년간 (홍수 위험) 경고를 무시했다”며 “정부는 대신 주민 돈을 갈취하고 부패를 저지르며 정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유럽연합(EU)이 동유럽 5개국에 일시 허용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EU 내 자국 농산물 수출길이 열려 한시름을 놓았지만 EU 회원국인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3개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EU와 자국 농산물 가격 하락을 막으려는 동유럽 회원국들 간 연대에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16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부터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모든 수입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5월 EU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통로였던 흑해 항로가 전쟁으로 봉쇄되자 밀·옥수수·유채·해바라기 씨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 4개 품목에 대해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5개의 EU 동유럽 국가를 경유해 아프리카, 중동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시행 결과 동유럽을 경유하는 대신 이들 국가에 직접 유입되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급증하면서 해당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각국 농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EU는 5개국을 통한 경유만 허용하되 우크라이나산 직접 수입은 일시 금지한 바 있다 EU 집행위는 “이 조치 시행 후 5개국의 시장 왜곡 현상이 사라졌다”며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대홍수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넘어섰다. 가장 피해가 큰 데르나에서만 아직도 1만 여 명이 실종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수로 인한 댐 붕괴 당시 “집에 머물라”는 메시지를 낸 주체가 누구인지 리비아의 분열된 두 정부가 책임을 묻는 혼란상이 벌어지고 있다.16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유엔은 데르나에서 적어도 1만1300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유엔은 “구조대가 생존자를 쉬지 않고 찾고 있다”며 “사망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민은 4만 명을 넘어섰다. 대홍수 당일 데르나 위쪽 댐 두 개가 붕괴해 유출된 물이 도시 전체를 휩쓰는 데 9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리비아에 양립한 두 정부의 무능이 사실상 더 큰 인재(人災)로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은 범람 당일 대피 명령이 내려졌는지, 아니면 집에 있으라는 지시가 발령됐는지를 놓고 책임론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디피 정권이 붕괴한 뒤 이집트가 지지하는 동부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한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로 나뉘어 있다. 두 정부는 폭풍이 몰아치고 댐이 무너졌을 때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GNU 측 구마 엘가마티 태그히어당 대표는 14일 “(동부) 피해 지역 주민들은 ‘가만히 집안에 있어라.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스만 압둘 잘릴 LNA 대변인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고 반박했다. 대피 경고가 있었지만 주민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지난해 데르나 지역 홍수 위험을 경고하는 논문을 쓴 압델와이즈 아쇼르 오마르 알무크타르대 수력 전문 연구원은 16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정부가 최근 몇 년 간 (홍수 위험) 경고를 무시했다”며 “정부는 대신 주민 돈을 갈취하고 부패를 저지르며 정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폭풍 대니얼이 휩쓴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지역 대홍수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리비아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6000여 명이다. 그러나 리비아 동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시(市) 압둘메남 알 가이시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거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구 약 12만5000명인 데르나에서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홍수 경보가 빨리 발령됐다면 많은 인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 타예흐는 전날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떠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온 듯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수습한 시신을 처리할 사람도 없고, 여건도 안 돼 병원 밖 인도에는 시신이 줄지어 놓여 있고, 온통 진흙으로 덮인 거리 여기저기에는 뿌리 뽑힌 나무와 뒤집힌 차량 등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은 구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이시 시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등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구호 등에 쓰기로 했고 영국과 스페인은 각각 100만 파운드(약 16억5000만 원)와 100만 유로(약 14억2400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패키지 제공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 구조팀은 생존자 구출보다 시신 수습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곳곳에 널린 시신으로 인해 수인성 질병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존자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신을 수백 구씩 집단 매장하고 있으며 병원 두 곳은 시신이 너무 많이 몰려 사실상 영안실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째 무정부 상태로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는 행정당국의 무능으로 피해 복구가 매우 더디다. 주요 도로와 다리가 훼손돼 구호물자와 인력 투입이 어려운 데다 진입로 확보에 필요한 중장비도 부족하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 교수는 “인프라와 적절한 통치구조 같은 역량이 부실한 아프리카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자연재해 후 일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며 “리비아 국민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폭풍 대니얼이 휩쓴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지역 대홍수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리비아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6000여명이다. 그러나 리비아 동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시(市)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다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거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구 약 12만5000명인 데르나에서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타예는 전날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떠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온 듯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수습한 시신을 처리할 사람도, 여건도 없어 병원 밖 인도에는 시신이 늘어섰고, 온통 진흙으로 덮인 거리 여기저기에는 뿌리 뽑힌 나무와 뒤집힌 차량 등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시신을 덮은 담요를 들춰보며 가족을 찾는 이들도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세계 각국은 구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가이티 시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등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구호 등에 쓰기로 했고 영국과 스페인은 각각 100만 파운드(약 16억5000만 원)와 100만 유로(약 14억2400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패키지 제공을 발표했다.하지만 현장 구조팀은 생존자 구출보다는 시신 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곳곳에 널린 시신으로 인해 수인성 질병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존자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신을 수백 구씩 집단 매장하고 있으며 병원 두 곳은 시신이 너무 많이 몰려 사실상 영안실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째 무정부 상태로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는 행정당국의 무능으로 피해 복구가 매우 더디다. 이번 홍수로 주요 도로와 다리가 훼손돼 구호 물자와 인력 투입이 어려운 데다 진입로 확보에 필요한 중장비도 부족하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 교수는 “인프라와 지배구조 등 국가 역량이 부실한 아프리카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자연재해 후 일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며 “리비아 국민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윤다빈기자 empty@donga.com이지윤기자 asap@donga.com}
#1. 2016년 11월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 오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기사 제목은 ‘힐러리가 승리할 확률 85%’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예상한 여론조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루 전 발표된 22개 기관의 여론조사 중 20곳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힐러리가 질 수 없는 선거’라고까지 했습니다.하지만 결과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306명을 확보해 232명에 그친 힐러리 후보를 압도했죠. 힐러리의 승리를 믿고 뉴욕의 화려한 행사장에서 승리 연설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1930년대부터 과학적 여론조사 기법을 내세워 선거 결과를 예측해온 미국 여론조사 업체들로서는 최악의 실패 사례였습니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당황한 미국 여론조사 업계는 반성문을 내놨습니다.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대선 직후 성명서를 통해 “여론조사가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며 “여론조사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힐러리 지지 수준을 과대평가하고, 트럼프 지지율을 과소평가한 오류를 분석해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2. 2016년 6월 영국에서 치러진 브렉시트(Brexit·영국 유럽연합 탈퇴) 국민 투표를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잔류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투표일 직전 7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6개 기관에서 잔류 응답이 탈퇴보다 많았습니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서도 “질 것 같다”는 비관론이 나왔습니다. 파운드화 가치가 연중 최고치로 뛰는 등 영국의 EU 잔류 쪽으로 분위기가 쏠렸습니다. 그러나 국민 투표 결과는 탈퇴 51.9%, 잔류 48.1%였습니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더라도 여론조사와 사뭇 다른 결과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것입니다. 1년 전인 2015년 5월 치러진 영국 총선 때도 주요 여론조사 업체 3곳은 보수당과 노동당 득표율이 33∼35%로 거의 동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보수당 36.9%, 노동당 30.4%로 큰 격차를 보였죠. 영국 내에서 여론조사 신뢰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 여론조사가 결정하는 ‘편리한 정치’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조사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은 전 세계 공통 현상입니다. 2018년 미국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물었을 때 믿지 못한다는 답변이 52%로, 믿는다(12%)는 답변을 크게 앞섰습니다. 2021년 한국에서 실시된 비슷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가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이처럼 여론조사는 정확성과 신뢰도의 한계가 있기에 주로 참고자료로 활용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론조사를 단일화나 공천 수단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K정치는 유독 여론조사에 목을 맵니다. 정치권에서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당내 공천 때 여론조사를 만능열쇠로 활용하면서 결국 여론조사가 답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습니다. 지난해 대선 당내 후보 선출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여론조사를 대폭 활용했습니다. 1차 경선에서 여론조사 80%로 8명을 압축한 뒤 2차 경선에서 70%를 적용했습니다. 마지막 3차 경선에서는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를 절반씩 반영해 최종 후보를 선출했죠. 민주당 역시 여론조사와 당원조사를 절반 비율로 합산해 최종 후보 6명을 뽑았습니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당이 양질의 당원 중심으로 성장하지 못하다 보니 온전히 당원 뜻으로만 후보를 결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당 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대체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많이 활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한 정치권 관계자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놨습니다. 그는 “요즘 한국 정치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권력을 잡아서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 쟁취 자체가 목적인 것”이라며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당선될 사람을 뽑는 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론조사 대부분이 ‘단순 지지율 조사’선거철이 아니어도 대통령의 직무평가나 정당 지지도 조사는 거의 날마다 이뤄지고 있습니다. 단순 지지율을 비교하는 경마식 중계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에 조사 기관마다 결과 차이가 커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유권자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선거 때가 아니면 여론조사를 기획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편입니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여론조사 보도 역시 단순 지지율 조사를 넘어 심층분석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된 CNN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에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지지 여부와 함께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그의 정책이 미국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는지, 바이든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지, 바이든이 자신과 같은 사람을 돌본다고 생각하는지,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둔 것이 자랑스러운지, 그가 효과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체력과 예리함을 갖췄는지를 물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종합 평가를 시도했습니다. 영국의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11일 공개한 영국 리시 수낵 총리 관련 정례 여론조사를 보면 소득 구간, 주택 임차 기간, 소득 증가 여부, 미래 기대소득에 따른 정부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 또 보수당과 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묻기 위해 교육, 치안 국방 등 각종 정책 분야에서 1~10점 척도로 정당 정책에 동의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영국 유권자들은 트랜스젠더 권리 및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 보수당에 공감했고, 공공 서비스 지출에서는 노동당에 공감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유고브는 100만명 이상의 영국 성인으로 구성된 패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하면서 심층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층적으로 기획된 여론조사는 정당과 인물의 정책적 차이를 여러 각도로 살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순 지지율 비교보다 정치권에 정책적, 정무적 시사점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것이죠.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 과정에서 정당별 공약을 검증하고 이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논의해야 한다”며 “여론조사를 후보 지지율 위주로만 하면서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나 앞으로 정치권이 개선할 점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한국 여론조사가 지지율 중심의 단순 조사로 흐르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홍형식 소장은 “우리나라는 정책 정당의 역사가 짧고, 정책보다는 이념 정당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당선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고, 정책적 차이를 조사하는 게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가뜩이나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은 상황에서 문항이 길어질수록 응답자 확보가 어렵다”며 “이럴 경우 여론조사 비용이 늘어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비용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 보도가 민주주의 수준을 좌우한다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단순 지지율 비교는 온라인 시장에서 소위 클릭수가 보장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기사 제목부터 지지율 수치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보도는 실제 정치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여론조사 수치가 높게 나오는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정치권 인사들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보고 줄을 섭니다. 당선이 유력한 선거 캠프에 자금과 조직이 몰리게 됩니다. 언론도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를 집중 보도합니다.반면 판세 역전을 노리는 후보는 언론에서 소외되고 유권자에게 잊히게 됩니다. 선거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왜 선택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여론조사가 선거를 승패 중심으로 단순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반면 해외 언론에서는 기사 제목에 여론조사 수치를 그대로 적는 경우가 드뭅니다. 일본은 NHK 등이 간간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만 조사 수치만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여론조사 결과를 기사 제목으로 뽑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윤희웅 센터장은 “민주주의는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돼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경마 중계식 여론조사로 정치 현실이 결정되고 있다”며 “지금보다 정책과 공약과 관련한 조사가 많아질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보도 역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 정치의 수준은 왜 나아지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를 각각 두 번씩 취재하며 가진 의문에 대해 해외 정치와 비교하면서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여론 조사, 실태와 한계 그리고 미래’ 책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empty@donga.com으로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루스(Aurus)’가 제작한 자신의 전용차량 리무진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소개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담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1000km 떨어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렸는데 푸틴 대통령은 아우루스 차량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도착한 뒤 우주기지를 함께 시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차량을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차의 이름은 아우루스이며, 러시아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아우루스는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 등 고위급 인사들이 주로 의전용으로 타는 브랜드다. 푸틴 대통령 전용차는 차량 설계에 최소 124억 루블(1720억 원)의 세금을 투입했으며, 2019년 5월 대통령 취임식에서 처음 사용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모든 관리는 국산차를 타야 한다”며 자국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관용차를 외제차에서 러시아산으로 바꾸도록 하는 등 러시아산 고급 승용차 ‘아우루스’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설명에 내부에서 차량을 둘러본 뒤 실내로 들어가 뒷자리에 앉아보기도 했다. 옆에 푸틴 대통령도 탑승했다. 그러면서 차량의 특징에 대해 물었고, 함께 옆에 있던 다른 아우루스 모델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를 현장에서 포착한 러시아 국영 방송의 한 기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예정에 없던 사건”이라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제너럴모터스(GM)가 제작한 대통령 전용 캐딜락 원 리무진을 소개하면서 차량 내부를 보여준 적이 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 혼란을 노린 각종 음모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의 대규모 산불을 두고는 ‘미군이 비밀무기를 실험하다 불을 냈다’는 중국발 음모론이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해서도 극우 진영에서 근거 없는 대규모 봉쇄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노린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 결과 최소 115명이 사망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를 두고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날씨를 이용한 ‘기상 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는 과정에 마우이섬에 불을 냈고, 이 사실을 영국의 해외정보국(MI6)이 파악했다는 것이다. 해당 음모론의 배후로 중국 정부가 지목된다. 중국은 이 음모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조작 사진까지 만들어 레딧 등 여러 소셜미디어(SNS)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음모론의 파급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대형 자연재해를 음모론의 소재로 사용한 중국에 대해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세계) 지도국을 꿈꾸는 나라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사이버보안업체인 레코디드퓨처의 브라이언 리스턴 연구원은 “중국이 자신의 이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 음모론을 퍼트리는 것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했다.중국이 음모론 생산에 적극적인 이유는 내년 미국 대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YT는 “(음모론) 양상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 직전인 2015년부터 보였던 패턴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16년 미 대선 기간에 온라인상에서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봇(자동으로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올리는 계정)과 가짜 계정을 운영했다. 최근에는 마우이섬 화재 이후 X(옛 트위터) 유령 계정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돈으로 산불 피해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역을 위한 대규모 봉쇄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은 14.1%로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인데, 이를 이용한 정치권의 ‘공포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것. NYT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지난달부터 극우파 웹사이트에서는 ‘플랜데믹(plandemic)’과 ‘스캠데믹(scamdemic)’이란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pandemic)’과 계획을 뜻하는 ‘플랜(plan)’, 사기를 의미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인 두 단어는 미국 정부가 계획적으로 코로나19를 퍼뜨리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비판했던 공화당 정치인도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좌파 미치광이들은 코로나19 변형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적 공포를 유발해 대규모 봉쇄 조치를 다시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극우파 사이에서 영향력이 높은 방송인 잭 포소비엑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모로코 남서부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이 주요 관광도시를 덮치면서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모로코의 경제적 타격이 극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모로코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이르는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여행 성수기를 앞둔 관광산업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모로코 GDP의 7.1%를 창출할 만큼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광업이 모로코 전체 고용의 5%인 56만5000개의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모로코를 찾은 관광객은 2019년 약 1290만 명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280만 명으로 줄었다. 다만 올해는 5월 기준 관광객 수가 2019년 같은 기간을 넘어설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는 연간 4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꼽히지만 이번 지진 진앙에서 불과 71㎞밖에 떨어지지 않아 피해가 극심한 상태다.다급해진 모로코 정부는 피해 복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라케시 관광을 재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라케시에서 모로코인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야외 취침을 하는 가운데, 모로코 정부는 가이드를 대동한 관광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바히아 궁전 등 유명 관광지에서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풍경이 다시금 연출되고 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모로코 남서부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이 주요 관광도시를 덮치면서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모로코의 경제적 타격이 극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모로코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이르는 최대 100억 달러(13조3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여행 성수기를 앞둔 관광산업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모로코 GDP의 7.1%를 창출할 만큼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광업이 모로코 전체 고용의 5%인 56만5000개의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모로코를 찾은 관광객은 2019년 약 1290만 명에서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인 2020년 280만 명으로 줄었다. 다만 올해는 5월 기준 관광객 수가 2019년 같은 기간을 넘어설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는 연간 4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꼽히지만 이번 지진 진앙에서 불과 71㎞밖에 떨어지지 않아 피해가 극심한 상태다. 미국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의 비상임연구원 라치드 아우라즈는 WSJ에 “지진 피해로 지역 경제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다급해진 모로코 정부는 피해 복구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라케시 관광을 재개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라케시에서 모로코인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야외 취침을 하는 가운데, 모로코 정부는 가이드를 대동한 관광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바히야 궁전 등 유명 관광지에서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풍경이 다시금 연출되고 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