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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다. 그 다음이 원칙을 지킨 패배다. 가장 나쁜 게 원칙도 지키지 못하고 패배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하던 말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친노 진영에선 문재인 대표의 행보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의 지론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 대표는 2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의 원칙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엔 페이스북에 “우리가 설령 작아지는 한이 있어도 더 단단해져야 하고 더 결속해야 한다”고 적었다. 비주류의 연쇄 탈당으로 인한 분당, 나아가 총선 패배를 감수하고라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나아가 작금의 상황을 ‘원칙을 지킨 패배’를 넘어 ‘원칙 있는 승리’로 가기 위한 고난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이 지역분열 극복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민주당의 불모지인 부산으로 향했던 것처럼 더민주당도 ‘원칙 있는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주류 측은 문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한쪽 프레임에만 사로잡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당내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패배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도 대선 승리를 위해 보수진영의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문 대표에게 ‘승부사 노무현’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주류 측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기득권을 던지는 방법으로 원칙을 지키고 싸움도 이겼다”고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와 결과가 불투명했던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전격 합의해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게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한 비주류 의원은 “문 대표가 국면을 바꾸는 승부사적 모습이 필요하다”며 “그게 원칙을 지키고 승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라는 기득권을 과감히 던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문 대표가 상황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철수 신당’과의 ‘정면승부’의 길만 남았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과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휘두르던 공천권을 이미 혁신 당헌·당규에 따라 시스템화하기로 했다”며 “대표의 기득권은 이미 내려놓았고, 혁신을 통해 당을 쇄신해 총선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는 방침은 명확하다”고 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큰일이네. 내년 1월 초 의정보고회 하기로 했는데…. 12월 넘기면 이제 못 하는 거 아냐?” “혹시 그럴까 봐 나는 벌써 지역 순회 의정보고회 다 마쳤다니까.” 28일 국회 의원회관. 새누리당 A 의원은 같은 초선인 B 의원에게 의정보고회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거구 전면 무효’ 사태가 되면 지역구 활동이 ‘불법 선거운동’이 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246개 선거구가 모두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가 31일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면 내년 1월 1일 0시부터 선거구 무효 사태가 현실화된다. 자격이 상실되는 예비 후보뿐만 아니라 현역 의원들도 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구가 없어지더라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로 획정될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니라 이전 선거구에서 뽑아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유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선거 관리 방침이 없어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북 지역의 한 3선 의원은 지역 선관위로부터 “선거구가 무효화되면 의정보고를 못 한다”는 잘못된 해석을 듣고 당황했다. 당초 예정된 22일에 국회 본회의가 열려 내년 1월 13일로 의정보고를 미뤘기 때문. 선거구 통폐합이나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의 예비 후보들은 선거사무소 개소를 언제 해야 할지, 어디에 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예비 후보는 선거사무소 문을 닫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무소를 낸 동(洞)이 이웃 지역구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그는 “내년 총선까지 임차 계약을 해놓은 데다 새로 구하려 해도 목 좋은 곳은 다 차 있더라”고 했다. 통폐합이나 분구 예상 지역이 아니더라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기하는 예비 후보들도 많다. 대구 달성군에 출사표를 낸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선거구 무효 사태가 발생하면 어차피 문을 닫아야 한다”며 “획정이 결정된 뒤 다시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심 선거구 공백 사태를 반기는 쪽도 있다.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초반 레이스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후보들이 그렇다. 지역 활동을 하던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족쇄를 채우는 격이기 때문. 한 비례대표 의원 보좌관은 “경쟁하는 예비 후보의 선거사무소 밖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이 ‘눈엣가시’ 같았는데 선거구 무효로 당분간 철거하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전국구’로 어디에서나 의정보고회를 열 수 있다. 중앙선관위도 고민이 깊다. 현역 의원이든, 예비 후보든 “빨리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우성치고 있어서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 다양한 안을 검토, 논의하고 있다”며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어떻게 운영할지 30, 31일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선관위가 방침을 정한다 해도 선거구 공백 기간 동안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예비 후보는 “비자발적인 이유로 자격이 상실된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고발 조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 등으로 내년 총선에 등록한 예비 후보자 수도 19대 총선 때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19대 총선 직전인 2011년 12월 31일 1054명이었던 예비 후보가 올해는 29일 현재 758명에 불과하다. 야권 예비 후보들의 혼란은 더욱 심하다. 새누리당 예비 후보는 475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은 172명으로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홍수영 gaea@donga.com·고성호·길진균 기자}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카드를 꺼내 든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호남 인사 영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 내분을 수습하고,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그러나 비주류의 탈당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날 최재천 권은희 등 현역 의원에 이어 29일 김유정 전 의원 등 전직 의원들까지 탈당 선언이 이어졌다. 당내에선 “2007년 열린우리당 붕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교동계, “쓰나미는 시작됐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문 대표가 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분으로 호남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분을 영입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김준태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 대표 측이 영입하려 했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주류의 이탈은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날 인천 중-동-옹진 지역위원장인 한광원 전 의원과 인천 민주연합청년회 이상섭 지부장 등 회장단은 탈당을 선언한 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대통령 선거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전 대표의 대변인을 지낸 김유정 전 의원은 “탈당한 뒤 광주 북갑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이곳은 광주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친노(친노무현) 주류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다. 김 전 의원 역시 안 의원 신당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 동교동계도 문 대표와의 결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문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거론하지 말라’고 하니 더 해 볼 게 없다”며 “(탈당) 쓰나미가 시작됐다. 내년 1월 10일쯤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야권 통합이 안 되면 (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문 대표는 내년 1월 8일 새로운 당의 로고를 공개하며 사실상 재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주류는 그 즈음에 대규모 탈당을 예고하고 있어 야권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와해 작전 재연? 문 대표와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의 ‘강 대 강’ 대치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이 주도했던 ‘2007년 열린우리당 와해 작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선도적으로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을 거쳐 대통합민주신당을 결성했다. 의원들의 ‘탈당 러시’를 막을 수 없었던 열린우리당은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되면서 간판을 내렸다. 김 의원의 적극적인 주도로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의원, 김근태 전 의원 등이 흩어져 있던 범여권은 대통합민주신당 깃발 아래 하나로 모였다. 김 의원이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로 안철수 신당과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의원 등을 결국 하나로 통합하는 데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더민주당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탈당 의원들이 안 의원과 천 의원의 신당에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당장 전날 탈당한 최재천, 권은희 의원이 각각 안 의원과 천 의원에게로 흩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관계자는 “2007년 당시 김 의원은 외곽으로 나가 본진(열린우리당)을 허물어뜨리고 새집을 지었다”며 “문 대표가 완강히 버티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당시와 비슷한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2007년 당시 김 의원은 탈당의 선두에 선 반면 지금은 탈당과 관련해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게 다르다. 김 의원 측은 “야권 통합과 관련한 길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이른바 ‘안철수 색 벗기기’다. 이로써 지난해 3월 안 의원과 민주통합당이 합당해 탄생한 ‘새정치연합’은 1년 9개월여 만에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으로의 개명(改名)은 전격적이다. 전날 후보 당명 5개를 결정한 뒤 하루 만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2월 당명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2개월이나 앞당겼다. 문재인 대표가 안 의원의 흔적을 지우고 ‘마이웨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요구해 온 비주류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내 거취는 내가 결정한다. 더 이상 내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비주류 측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이날 최재천(재선·서울 성동갑), 권은희 의원(초선·광주 광산을)은 탈당을 선언했다. 새정치연합이 ‘더불어 가자’고 당명까지 바꿨지만 문 대표와 비주류의 갈등은 ‘분당(分黨)’을 향해 치닫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새 당명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등록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당의 약칭을 ‘더민주당’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선관위에 약칭 등록을 하지 않았다. 원외 정당인 ‘민주당’으로 인해 ‘더민주당’이라는 약칭 등록이 거부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정당법은 ‘당의 명칭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돼 있다.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제1야당이 정신을 잃은 것 같다”며 “‘더민주당’은 정당법의 명백한 위반이고, 기필코 배격되어야 할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포장지만 바꾼다고 사람들이 내용물이 바뀌었다고 믿겠느냐”며 “이름을 바꾼다면 내용도 같이 바꾸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리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새정치연합의 새 당명을 두고 “더민당(약칭)이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더 미는 당이 아니길 기원한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다음 최고위부터 (조기 선대위) 논의를 구체화해 새해부터 총선 체제로 전환하자”고 말했다. 비주류를 향해선 “탈당을 언급하는 분들은 그 뜻을 거둬 달라”면서도 “당의 혼란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비주류가 반대해도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대표직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주류 측은 “사실상 선전포고”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비주류 측의 한 의원은 “본인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테니 나갈 테면 알아서 (당을) 나가라는 것”이라며 “(문 대표가) 내분을 수습하려는 게 아니라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루비콘 강가에 와 있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표가 사실상 비주류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분당 가능성은 더 커졌다. 당장 이날 비주류인 최, 권 의원이 탈당했다. 최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경제정당, 청년정당, 미래정당을 만드는 일에 소리 없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소속 안철수, 천정배 의원 등을 포함한 야권 통합에 나설 계획이다.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비주류의 기획 탈당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 “개인의 고독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부인했다. 권 의원은 천 의원의 ‘국민회의’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두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비주류의 ‘탈당 릴레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이용훈 회장 등 임원진도 30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국민회의에 입당할 예정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야권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문-안 전쟁’의 화두는 ‘인재 영입’과 ‘혁신 정책’이다. 문 대표는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영입하고 ‘당명 교체’를 선언했다. 이른바 ‘안철수 지우기’다. 이날 안 의원은 ‘합리적 개혁’을 앞세운 신당 정책을 발표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각각 ‘마이웨이’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7일 “30, 40대 우리 사회의 허리가 정치의 생산자가 돼야 한다”며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 노선’을 정치의 중심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설(2월 8일) 전에 모습을 드러낼 신당의 청사진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을 각각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로 규정하고 ‘중도 개혁’의 깃발을 들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1970년대 개발독재와 1980년대 운동권의 패러다임으로는 2016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양당 구조를 깨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안 의원은 신당의 4대 기조로 △공정 성장 △교육 혁신 △격차 해소 △튼튼한 안보를 내세웠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자신의 브랜드에 ‘증세를 통한 복지체계 보완’과 ‘교육시스템 개혁’을 덧붙인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여전히 구체성이 결여되고 모호하다”고 깎아내렸다. 안 의원은 이날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괜찮은 사람을 찾겠다”고 했다. 신당의 문을 열어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영입 인사 1호는 이에 걸맞은 새로운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안 의원 측에는 박선숙 전 의원 등이 물밑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 김성식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지난해 창당 작업을 도왔던 인사들과도 접촉 중이라고 했다. 다만 신당 합류보다는 지지와 후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태규 실무준비단장은 새정치연합에서 장 교수 영입 추진설이 나온 것을 두고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 측은 충청 출신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도 접촉했다. 정 전 총리는 아직 관심이 없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 창당 실무준비단은 28일부터 서울 마포 일신빌딩에서 본격적인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준비단은 기획, 총무, 조직, 정책, 직능, 공보 등 분야별 팀을 꾸리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강정책, 당헌당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명은 국민 공모를 거쳐 내년 1월 초 확정된다. ▼ 文, 새당명 후보 5개 공개… 安 색깔 지우기 ▼새정치민주연합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은 27일 문재인 대표에게 “공천권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날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새 얼굴로 맞았다. ‘합리적 개혁 신당’을 내세운 안철수 의원에 맞서 자신이 직접 ‘인재 영입’을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표는 전날 울산까지 찾아가 정찬모 전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영입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초 안 의원을 겨냥해 ‘영입 0순위’로 거론됐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은 무산되는 분위기다. 장 교수는 완곡한 거절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문 대표와의 면담 자체를 고사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새로운 당명 후보로 ‘희망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민주소나무당’ ‘새정치민주당’ ‘함께민주당’ 등 5개를 선정해 내년 1월 새 당명을 결정한다. 당명 개정 작업을 진행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내가 전율을 느낀 당명은 ‘민주소나무당’”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해 3월 합당한 새정치연합 명칭을 지우며 ‘안철수와의 결별’을 공식화한 셈이다. 당 내홍은 심화되고 있다. 문 대표의 ‘2선 후퇴’와 선거대책위원회로의 조기 전환을 요구한 중진 수도권 의원은 67명에 달했다. 당 소속 12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7명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국 각자도생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가 탈당에 이어 분당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도권 중진 모임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전날 문 대표를 향해 “당이 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꽃가마 타고 (대표직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김한길 의원 측은 이날도 “문 대표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차길호 기자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야권에서 때 아닌 ‘총선 포기론’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을 지낸 서울대 조국 교수는 24일 “안철수 의원의 강력한 지지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2016년 총선 포기론’이 실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측을 사실상 ‘총선 포기론’의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총선 포기론’은 뿌리 깊은 계파 갈등으로 지리멸렬한 제1야당을 끌고 가느니 내년 총선에서 철저히 망가진 뒤 체질을 바꿔 2017년 대선을 노리는 정치실험을 해야 한다는 야권 일각의 주장이다. 한 교수는 최근 ‘벼랑 끝에 선 제1야당과 문재인’이란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이와 유사한 논리를 펼쳤다. 한 교수는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가치판단의 돌연변이가 넓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신당을 둘러싼 정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다. 야권 개편의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라고 썼다. 새정치연합 친노 주류 측은 안 의원이 탈당을 감행한 것도 결과적으로 총선 패배를 유도하고, 책임을 문 대표와 친노 세력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총선 패배를 계기로 친노 세력을 야권에서 축출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얘기다.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총선 목표를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가 아닌 ‘개헌선 저지’로 설정한 것도 총선 승리보다는 대선 승리에 방점이 있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 혁신과 변화에 대한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생각은 하지 않고, 총선 포기론 같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흘려서 벌써부터 총선 패배의 책임을 안 의원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비주류 측은 오히려 문 대표 측이 ‘총선 포기론’의 진원지라고 맞서고 있다. 일찌감치 문 대표와 친노 진영이 차기 대선을 바라보고 공천 과정에서 가치관이 다른 비주류들을 배제하는 당의 ‘통합’보다는 ‘정예화’의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한다. 문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가 설령 좀 작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더 단단해져야 하고 더 결속해야 합니다”라고 쓴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비주류의 수장격인 김한길 의원은 “총선에서 져도 대선에서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위험하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바깥사람들과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그 최소 조건이 문 대표가 물러나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고 김 의원 측 인사가 전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탈당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탈당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최근 며칠간 지역 정서가 반문(반문재인)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지는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20일 동아일보의 새정치연합 호남 의원 전수조사 당시 “탈당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으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같은 답변을 했던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도 이날 “탈당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광주에 이어 전남의 민심이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문’ 기류 전남으로 확산 호남 지역에서 반문 정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광주’다. 지역구 의원 8명 가운데 김동철 박주선 임내현 천정배 의원 등 4명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강기정 권은희 박혜자 장병완 의원이 남아 있지만 문 대표와 가까운 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3명도 조만간 탈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당 관계자는 “원래 광주가 민심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전남을 거쳐 전북으로 퍼진다”고 말했다. 그동안 탈당에 대해 말을 아꼈던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밖에서의 야권 통합 가능성에 대해 “먼저 (당을) 나가 그런(신당 세력 통합) 운동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심이 원한다면 나도 어디에 서 있을지 예측 불허고,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남은 선거구 획정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탈당 논의가 물밑에 있지만 조만간 탈당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얘기다. 호남 지역 의원들은 “박 의원이 전남 지역 탈당 바람의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박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 김영록 이윤석 등 적지 않은 전남 지역 의원들이 함께 행동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범친노’ 강한 전북은 잠잠 반면 전북 지역 의원 11명 가운데 일찌감치 탈당을 선언한 유성엽 의원(정읍)과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군산)을 제외한 9명의 의원은 탈당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은 “천정배 박지원 의원 등 중진 의원이 많은 광주·전남과 초선 의원이 많은 전북의 분위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의원(무주-진안-장수-임실)도 “당에 남아 통합에 노력하라는 게 전북 주민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전남·광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범친노(친노무현) 성향의 의원이 많다는 점도 탈당 움직임이 적은 배경으로 꼽힌다. 유성엽 김관영 이춘석(익산을) 강동원(남원-순창)을 제외한 의원 7명은 범친노 혹은 주류로 분류된다. 정동영 전 의원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정 전 의원은 18일 문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미 먼 길을 왔다”며 복당을 거부했다. 안철수 의원과 손잡을 경우 ‘안철수 신당 바람’이 전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북도당 관계자는 “문 대표의 퇴진보다 정 전 의원의 행보가 전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의원들이 속속 안 의원 측에 합류하면서 한발 앞서 신당 창당 작업에 들어간 천정배 의원 측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천 의원의 국민회의는 이날 안철수 신당에 대해 “도로 새정치연합”이라고 날을 세웠다. 천 의원 측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에서 안 의원 측에 합류한 광주 의원들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차길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의 총선용 ‘경제심리전’ 공격이 도를 넘었다”며 “과거 독재정권이 안보불안 심리를 악용하는 ‘북풍(北風)’ 공작을 펼쳤다면 박근혜 정권은 경제불안 심리를 조작하는 ‘경풍(經風)’ 공작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이 병신이냐, 바보냐”라고 반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경제심리를 선거에 이용하는 선거여왕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하다”며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제조업 침체,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버블 등 경제위기를 야당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해 “이미 파산선고를 낸 초이노믹스에 어떻게 대처할지 검증할 것”이라며 “유 후보자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표의 ‘국민 병신’ 발언이 논란을 빚자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야당의 막말 퍼레이드”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야가 차분하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에서 막말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의 직설적인 표현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이라는 발언을 한 뒤 ‘분노조절 장애’ ‘영혼 포기’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앞선 10월에는 박 대통령을 ‘무속인’에 빗대기도 했다. 당내에선 ‘안철수 탈당’ 이후 추가 탈당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4개월가량 앞두고 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에 ‘다걸기(올인)’하는 분위기다. 부실 인사청문회가 우려되는 이유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무너진 야당을 대전 충청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2일 ‘충청권 민심 공략’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대전 동구 대전상인연합회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역대 선거를 보면 중원인 대전에서 민심을 얻는 정당이 승리했다”며 “야당을 바꾸고, 정권을 바꾸고, 낡은 정치를 바꾸는 대장정의 큰 함성을 대전 충청에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의 대전 방문은 전날 창당 계획 발표 후 첫 공식 지방 행보다. 그는 “2년 전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창당을 선언한 직후 처음 방문한 곳도 바로 대전”이라며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 전략으로 “충청권이 인구도 늘고 있고 국가 연구개발(R&D)의 3분의 2가 쏟아지는데 지역 경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안 의원이 부산 광주에 이어 대전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신당 창당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반면 새정치연합에서는 탈당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임내현 의원(광주 북구을·사진)은 탈당 선언을 앞두고 마지막 고민에 들어갔다. 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핵심 당원들과 상의한 뒤 23일 탈당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최근 안 의원의 광주 방문 때 모습을 보이면서 탈당 기류가 이미 감지됐다. 임 의원이 탈당할 경우 광주 지역구 의원 8명 가운데 무소속은 김동철 박주선 천정배 의원 등 4명이 된다.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강기정 권은희 박혜자 장병완 의원이 있지만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강 의원을 제외한 3명도 탈당을 위한 의견 수렴에 들어간 상태다. 새정치연합의 심장부인 광주가 안철수 신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안철수 의원은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1년 가까이 독자 신당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선언하면서 창당 작업은 중단됐다. 당시 안 의원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통합’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는 인물난에 자금난까지 겹쳐 안 의원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안 의원을 지원하는 현역 의원들이 생겼다. 안 의원 외에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안 의원이 창당을 추진했던 ‘새정치위원회’에선 안 의원이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다. 올해는 현역 의원들이 동참하면서 ‘안철수 신당’의 필수 조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내년 2월 15일 이전까지 신당을 창당하고 원내교섭단체 구성(현역 의원 20명 이상)에 성공하면 총선에서 선거보조금 70억 원 등 최대 87억90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내년 4·13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정치권 인재 풀이 늘어난 점도 달라진 것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총선은 지방선거에 비해 규모가 큰 데다 정치권 인사들의 이동도 많다”며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인재난은 겪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야권의 심장인 호남 민심도 변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은 안 의원에게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호남 민심을 파고들면 새정치연합의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을 공간이 생긴다는 뜻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3선의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이 20일 탈당을 선언해 당내 호남지역 의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의 한 의원은 “유성엽 황주홍 의원의 탈당과 김 의원의 탈당은 차원이 다르다”고 전했다. 유, 황 의원은 독자 행보를 걸으며 탈당이 기정사실화돼 있었지만 김 의원은 호남 비주류 모임의 한 축을 맡아 왔기에 무게감이 다르다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이날 호남권 새정치연합 의원 24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는 19명이 응했다. 나머지 권은희(광주) 박지원 우윤근(이상 전남) 강동원 김춘진 의원(이상 전북)에게도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상당수 호남 의원들은 거취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민심에 따라 결단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호남 민심의 추이와 함께 하위 평가 20% 인선이 호남권 의원들에게 집중될 경우 탈당이 가속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 민심의 추이가 결정적 변수 이번 조사에 응답한 19명 중 12명(63%)은 “탈당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날 김동철 의원이 탈당했더라도 후속 탈당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성주 의원은 “지금의 탈당은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정훈 의원도 “안철수 탈당과 신당 창당, 나아가 당이 갈라서는 것에 대해 호남 민심이 매우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한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을 포함해 5명이었다. 광주 남구의 장병완 의원은 “광주 시민이 원하는 건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라며 “다른 의원들도 여론 수렴을 한 뒤 각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의원도 “지역구 분위기나 정치적 상황에 따른 추가 탈당이 틀림없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탈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최규성 의원도 “‘하위 20%’ 등으로 망신을 주게 되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호남 민심의 변화가 탈당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의원은 “지금 호남 민심의 20%는 ‘탈당하라’, 20%는 ‘절대 탈당하면 안 된다’, 60%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남 의원은 “지금까지 호남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일주일 정도 지켜보면 그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에 얼마나 많은 의원이 함께하느냐에 따라 민심도 요동칠 거라는 얘기다.○ 광주·전남 ‘탈당 고려할 수도’ vs 전북 ‘탈당 안 돼’ 새정치연합 호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이가 드러났다. 광주·전남 지역과 전북 지역 의원들이 미묘하게 달랐다. 광주·전남 의원 11명 가운데 박혜자 임내현 장병완(이상 광주) 김영록 이윤석 주승용(이상 전남) 등 6명은 “시민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강기정(광주) 김성곤 김승남 신정훈 이개호 의원(이상 전남) 등 5명만 “탈당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 전북의 경우 김관영 의원 1명을 제외한 7명의 응답자 모두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광주·전남은 신당 바람의 진원지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지역 기반이 강하다. ‘호남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선 의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김윤덕 의원은 “전북은 이미 19대 총선에서 물갈이가 이뤄져 11명 중 7명이 초선”이라며 “전북에서 연쇄 탈당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북 의원들이 친노 성향이 많은 것도 탈당에 거리를 둔 유인으로 꼽힌다. 문 대표 체제 유지를 놓고도 광주·전남과 전북 지역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광주의 임내현 의원은 “문 대표가 (호남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완 의원도 “호남 시민은 큰 통합을 원하는데 (문 대표가) 작은 단결만 말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친문(친문재인) 진영인 강기정 의원은 “호남 민심은 안철수 신당이 좋다는 게 아니라 무당층의 급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의 김윤덕 의원은 “안철수 탈당으로 신당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결국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차길호 기자}
여야 지도부가 20일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 대표는 이달 들어 6번이나 회동을 갖고 선거구 획정을 논의했는데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3시 10분부터 약 9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야당은 정당득표율 3∼5%인 정당에는 비례대표 3석, 5% 이상 득표한 정당에는 5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새로 제시했지만 여당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제안도 여당은 거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겨 선거구가 무효화하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하며 대책을 논의한다. 다만 여야는 21일부터 쟁점법안 관련 상임위원회들을 가동해 심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3선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고 안철수 의원 측에 합류했다. 안 의원 탈당 이후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지역구 의원의 탈당은 처음이다. 동아일보가 새정치연합 소속 호남 의원 24명을 상대로 긴급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9명 가운데 7명은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18일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이만섭 전 국회의장에 대한 영결사에서 “이 전 의장의 투철한 신념과 원칙으로 어렵게 지켜낸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변칙 없는 정치로 끝까지 의회주의를 지켜낸 이 전 의장의 삶, 그 자체가 이 전 의장이 남긴 유지(遺志)”라며 “후배들이 이 전 의장의 뜻을 이어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거구 획정안과 달리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요구는 계속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선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태흠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의장으로서 폼만 잡는 것이지 국가를 생각하는 건 하나도 없다”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그러면 국회의장이 뭐가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정 의장을 향한 직권상정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야당과의 협상을 강조했다. 여여(與與) 갈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전선(戰線)을 정 의장에서 야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권분립이 흔들리는, 법에서 벗어나는 일은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을) 만나고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는 직권상정이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는 17일 밤에 정 의장의 초청으로 의장 공관에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여야 지도부는 20일 오후 3시에 다시 만나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한다.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세력이 해산 1주년을 맞아 다시 정치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4월 총선을 계기로 민노총 등과 함께 진보 진영 연합 정당을 만들어 현실 정치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은 반(反)헌법적 정치 세력이 우회로를 통해 다시 정치 세력화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의 한 인사는 17일 “통진당 세력이 한때 예전의 전국 조직을 기반으로 간판만 바꾼 사실상의 재(再)창당 또는 신당 창당을 추진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민노총 등 진보 진영과 연합해 원내 진출을 시도하는 우회 정당 창당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민노총이 옛 통진당 세력과 함께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선거 연합 정당을 구성한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홍성규 전 통진당 대변인 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따르면 민노총은 지난달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노동 개악 저지와 노동자 계급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이에 동의하는 세력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선거 연합 정당으로 총선을 돌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진당 세력이 선거 연합 정당의 한 축을 맡게 됐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방송은 특히 “선거 연합 정당은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정당 형식을 취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독자성과 고유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 통진당 세력의 정체성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중앙집행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임원과 16개 가맹 조직 대표, 16개 지역 본부 대표로 구성되는 민노총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은 통진당과 정치 성향이 유사한 NL(민족해방)계가 중심이 된 민노총 정치위원회가 7차례의 회의를 거쳐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그와 같은 논의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노총 내부 논의와는 별개로 옛 통진당 주요 인사들은 대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란음모죄로 구속 수감 중인 이석기 전 의원 등은 신당이 추진되더라도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인사들 중 상당수는 총선 출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재연 전 의원은 9월부터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 TV에 ‘김재연의 서른쯤에’라는 방송을 개설했다. 그는 경기 의정부을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정태흥 전 서울시당 위원장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홍성규 전 대변인은 이미 총선 출마를 선언했고, 또 김미희 이상규 전 의원 등도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의 명칭은 다시 사용할 수 없고, 해산된 정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당을 창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 정당의 창당을 제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탈당하거나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도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죠. 우리 같은 생계형은….” 당 곳곳에서 ‘탈당설’이 터져 나올 즈음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이 사석에서 이같이 푸념했다. 언젠가부터 야당에서 ‘생계형 의원’이라는 말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정치를 그만두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는 탓에 공천에 매달리는 상황을 빗댄 자조적 표현이다. ‘대의’보다는 ‘공천’에 열중하는 제1야당의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한 축인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주류-비주류 간 갈등도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야권의 분열로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내후년 대선까지 여당에 패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야권의 패배는 이미 만성적인 상황이다. 2007년, 2012년 대선은 물론이고 전국 단위의 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도 야당의 승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년 야당’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돌았다. ‘복원력’이 있는 정당이라면 한시적으로라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쇄신의 길로 가야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그러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공천 문제로 귀결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15일 “낙하산 자리가 있는 여당과 달리 야당 정치인은 공천을 못 받으면 말 그대로 ‘끝’”이라며 “미래가 불투명해질수록 대의보다는 공천을 받기 위한 투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이 통합의 대의가 돋보인 적이 있었다. 2012년 19대 총선 직전 민주당에 친노(친노무현) 진영,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한국노총 등 다양한 세력이 손을 잡고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새정치연합도 올 2·8 전당대회 직후에는 ‘희망’이 있었다.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30%에 육박하며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8주 연속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이 합당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올해 두 번의 재·보선에서 연패했다. 야권 내부의 분열상이 주요한 패인이었다. 결국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총선 승리와 집권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은 불투명해졌다. 미래가 어두워지면서 각 계파는 생존을 위해 내년 총선 공천권을 얻기 위한 지분 싸움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외연을 넓히는 장기적 투자보다는 당장의 ‘집토끼’만 잡으려는 투기만 판을 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계파의, 계파에 의한, 계파를 위한 정치만 남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 꼼수를 벗어나 힘들더라도 수권 능력을 갖추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집권 목표를 찾고, 계파 모두 자기희생 속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1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안철수 의원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의 회견문 맨 앞줄에 적힌 제목은 ‘다시,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서서’였다. 그의 모습은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는 달랐다.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안 의원은 자신이 말한 대로 ‘혈혈단신’이 됐다. ‘광야’에서 정치세력을 모으고 지지자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그가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과거엔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정치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전직 당 대표다. 급(級)이 달라지면서 신선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은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1년 가까이 독자적인 중도신당 창당을 준비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 박호근 전 과학기술부 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많은 인사가 함께했다.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진영 정치를 깨고 ‘새정치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안 의원이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선언하면서 그의 멘토 대부분은 안 의원과 멀어졌다.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 지 불과 2주도 채 안 된 시점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적지 않은 지지자들도 안 의원에게 등을 돌렸다. 안 의원과 함께했던 인사들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시 안 의원과 함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말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예전에는 안 의원이 새정치의 상징이었고, 바람이었다면 지금은 한 명의 정치인”이라며 “안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왜 다시 뭉쳐야 하는지’ 설명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지난해와 같은 국민의 기대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은 “무조건 날 믿고 따르라”는 식의 구시대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새정치’ 깃발을 들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합당 과정에서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설익은 결정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해야 한다. 이 소통 과정을 통해 안 의원은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
“눈앞이 깜깜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경남 의령-함안-합천 지역구를 노리는 이현출 전 한국정당학회 회장(새누리당)은 14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선거구로 묶인 세 곳이 공중분해된다는데 어떻게 선거구가 갈라질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서울 중구를 노리는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새누리당)은 홍보용 현수막 문구를 두 번이나 바꿔야 했다. ‘중구’에서 ‘중구·성동구’로 했다가 결국 공란으로 갔다. 서울 성동갑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인 장백건 전 서울시설공단 감사는 성동을이 중구와 붙을지 아니면 성동갑과 붙을지 몰라 냉가슴을 앓고 있다. 15일 오전 9시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자화상이다. 내년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만 정해졌을 뿐 내가 뛰어야 할 동이나 읍, 면이 내년 선거에서 어떻게 조정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길도 없는데 무조건 뛰어라”라고 하는 한심한 상황이다. 12월 31일까지 새로운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현재의 선거구는 모두 무효가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선거구가 무효가 되면 예비후보자가 운영 중인 기존의 선거 사무실을 폐쇄하고, 후원회도 해산해야 한다. 명함 배포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사무실을 어디에 둘지 몰라 일단 자택을 ‘베이스캠프’로 두는 웃지 못할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은 철저히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원외 인사들과 정치 신인들은 불공정한 사례로 현역 의원들의 의정보고서와 민원의 날 행사를 꼽았다. 재선 의원 출신으로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박종희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은 “예비후보들은 등록 후에도 총가구의 10%밖에 홍보물을 돌릴 수 없는데 의정보고서는 형식이나 장수 제한도 없어 완전히 불공정 게임”이라며 “이런 법을 고치지 않고 무슨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하느냐”고 반문했다. 여야는 협상을 하고 있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비례성 강화 방안을 놓고 접점을 못 찾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어수선한 야당 상황은 여야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31일 이후부터는 입법 비상사태가 될 수 있고, 그때에는 의장이 액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연말이 지나야 직권상정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성호 sungho@donga.com·길진균 기자}
안철수 의원 탈당의 후폭풍은 거셌다. 새정치민주연합 주류 측은 안 의원의 ‘야권 분열’을 문제 삼고 나섰고, 비주류 측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야권 쇄신’을 외치며 치열한 프레임 전쟁을 시작했다. 내전(內戰)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14일 의원총회에서 주류 측 강기정 의원은 “일단 문 대표를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며 문 대표 옹호에 나섰다. 안 의원이 탈당한 상황에서 문 대표에게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윤근 의원은 “(문 대표) 본인이 물러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 많은 요구를 했으니 기다려 보자”고 했다. 하지만 비주류 의원이 중심이 된 ‘구당모임’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은 “비대위를 구성해 통합해야 한다”며 “해법을 찾지 않고 이 체제를 유지하면 다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문 대표 사퇴를 거듭 요구한 것이다.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은 17일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날 안 의원 이후 1차 집단 탈당을 예고한 것이다. 강경파 3인 이외에 나머지 비주류 의원들의 후속 탈당은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며 문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당내 투쟁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탈당 명분 쌓기’를 한 뒤 시기를 보면서 당 잔류나 탈당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틀간 당무를 쉰 문 대표는 이날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15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16일 최고위원회의에 나와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탈당 후 첫 일정으로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의 경로당을 방문했다. 그는 15일 부산, 17일 광주를 방문해 지역 민심을 들은 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3일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신당 창당’이나 ‘신당 합류’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음 행선지를 ‘신당’으로 좁히지 않고 ‘무소속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민심을 듣고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 뒤 창당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력 규합에 심사숙고하겠다는 의미다. 안 의원은 회견 뒤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길도 없고 답도 없는 야당을 바꾸고, 이 나라의 정치를 바꾸는 길의 한가운데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3·3·3전략’ 정치권은 안 의원이 정치 지형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도’ 성향의 안철수 신당과 ‘진보’ 성향의 새정치연합,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등 삼각 구도로 바꾼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2013년 말 독자 신당을 추진할 당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새누리당 인사들까지 아우를 정도로 중도적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민주당과의 합당 때도 ‘진보-보수 통합’ 노선을 천명했다. 안 의원의 탈당 이후 행보도 비슷한 노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인사와 새정치연합 중도 성향 의원, 신진 인사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만들어 신당의 가치, 총선 전략 등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후 중도 보수 진보의 삼각 구도를 구축하고 외연 확대를 통해 중도신당을 출범시켜 내년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노리는 ‘3·3·3전략’을 세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순차적 탈당 이뤄질 듯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창당했던 김한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야권 통합을 위해 어렵게 모셔온 안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며 “패배의 쓴잔이 아른거린다. 참담하다”고 적었다. 박지원 의원도 “좋은 소식을 기다렸지만 까치는 오지 않았다”며 안 의원의 탈당을 아쉬워했다. 후속 탈당의 규모가 관심이다. 안 의원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이 15일 선도 탈당을 예고했고 호남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도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13일 저녁 문 의원 등을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단 비주류 진영의 좌장인 김한길 의원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의원계가 탈당에 합류할 경우 후속 탈당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계, 손학규계 의원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동반 탈당할 현역 의원은 김영록 노웅래 유성엽 이윤석 정성호 박혜자 최원식 최재천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호남 또는 비주류 의원 일부는 바로 탈당하고 싶겠지만 안 의원 측에서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어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탈당 명분을 계속 쌓으며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박영선 민병두 의원과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통합 행동’도 당분간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거취를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탈당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安, 호남에서 깃발 들 듯 안 의원은 전날 밤부터 기자회견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안 의원 측 지인은 “안 의원이 ‘문 대표는 당 대표 프리미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것만 벗기면 끝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문 대표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만큼 결국 탈당밖에 길이 없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번 주 광주를 먼저 방문할 계획이다.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을 준 호남에서 재기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손잡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다. 자칫 ‘호남당’이란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안 의원이 시차를 두고 신당을 고민하는 이유다. 안 의원 측 인사들은 14일부터 탈당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 김제-부안 출마를 노리는 홍석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과 박인복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경기 고양 덕양을 출마를 준비 중인 이태규 ‘내일’ 부소장이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 당 안팎에선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에 리더십 부재까지 겹쳐 빚어낸 ‘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의 문제는 당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국정 운영 전반에 부작용을 미치기 때문이다. 야당이 흔들리면 여당이 방심하고,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게 된다. 야당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안 의원 탈당을 계기로 ‘위기의 야당 어디로’ 긴급 진단을 시작하는 이유다. 새정치연합의 세력 분포는 일찌감치 분열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 당의 두 축은 호남권 세력과 함께 친노 세력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친노 패권주의 논란은 당을 곳곳에서 갈라지게 만들었다. 두 세력 갈등의 뿌리는 노무현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대통령이 취임 초 김대중(DJ) 정부의 대북송금특검법을 수용한 것이 불을 지폈다. 이어 친노 인사들은 호남권 세력까지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전선은 확대됐다. 이른바 ‘영호남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고 깃발을 든 것이다. 친노 인사들이 집중 포진한 청와대와 호남권 세력이 주축인 여당은 항상 으르렁거리고 싸웠다. 당시 노 대통령은 “왜 여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 말에 여당의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집단 탈당으로 열린우리당을 허물었다. 당시 여권의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큰 표차로 패한 배경도 친노와 호남세력의 불화에서 기인한 바 크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딛고 있는 당의 기반도 비슷했다. 문 대표는 “더이상 친노는 없다”고 선언하지만 당 운영의 곳곳에서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친노-호남 ‘애정없는 동거’… 文, 통합의 리더십 못 보여줘 ▼지난해 6·4 지방선거 이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중도 사퇴한 것을 놓고 비노 진영은 “친노 진영이 집요하게 흔들었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운다. 10·28 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는 사퇴 거부로 맞섰다. 사퇴 요구를 일축한 문 대표는 ‘하위 20% 물갈이’ 혁신 카드를 내걸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힘들더라도 이번에는 각자 가치와 정체성을 토대로 국민에게 심판받아야 한다는 정면 돌파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결국 문 대표의 ‘혁신 드라이브’도 비주류 진영에선 ‘친노, 그들만의 드라이브’라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당의 근거지인 호남권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이 바닥을 맴돌고, 안 의원이 호남을 방문하며 탈당 결심을 굳힌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당 내홍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문 대표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안 의원은 끝내 탈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며 안 의원을 상대로 한 설득 노력은 한계를 보였다. 대표직 사퇴는 절대 없다고 선을 그어 놓았으니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려웠던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문 대표와 안 의원 모두 초선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이번 새정치연합의 분열이 두 초선이 빚어낸 참사라는 얘기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당 내부의 이해관계조차 조정하지 못하는 리더십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리더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선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대혼란은 국정 운영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현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문 대표와 비노 성향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최고위원회 불참 여부를 놓고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집안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여야 협상은 기약하기 힘들어진다. 당장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15일이 기한인 선거구획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상태로 연말이 지나면 선거구 모두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번 임시국회 안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5법의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야당의 분열을 단순히 집안싸움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