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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계속되고 민주주의 회복을 거부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17일 김한길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잔뜩 독이 올라 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전날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은 서로를 향한 비난 수위만 높이는 역효과만 낳았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두고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결과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어렵사리 성사된 첫 여야 대표 회담은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그 뒤 1년 1개월간 흔히 ‘영수회담’으로 불리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없었다. 29일 이뤄지는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2차 회동에 각별한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경제 활성화 입법 등 정부와 여야가 모처럼 의기투합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국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 혁신에 국회의 초당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두 해 연속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국회와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국회를 존중하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최근 불거진 군납비리나 방산(防産)비리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할 경우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대통령과 얼굴을 붉히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회담 때처럼 뚜렷한 정치적 쟁점이 없는 데다 경제 활성화나 공무원연금 개혁에 근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붉힐 현안도 적지 않다. 당장 박 대통령은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개헌 논의에 반대 의견을 냈으나 야당은 정기국회 또는 내년 상반기 중 개헌특위 구성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이른바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단 살포 규제와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남북교류를 중단한 5·24조치의 해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29일 회동을 통해 개헌론 논란으로 얼어붙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회동에는 김 대표가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도 참석해 서로 소통의 물꼬를 틀지도 주목된다.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정부가 9월 국회에 제출한 2015년 예산안과 관련해 정치권이 날 선 정치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예산과 관련된 주요 쟁점들에 대해 펴는 주장들은 대부분 사안의 한쪽만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논리적 모순들을 내포하고 있어 합리적인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경제 및 재정 전문가들은 내년 나라 살림을 다룰 예산안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중단하고 치밀한 경제논리를 토대로 세계적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랏돈 사용처에 대한 시각차 여야는 ‘최(崔)노믹스’의 성격, 재정건전성 악화 논란, 국가채무 위험 수준, 지방재정 지원 부족 논란 등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모두 나랏돈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써야 하는지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새누리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단기 부양책에 동의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함께 챙기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41조 원 정책 패키지보다 더 강도 높은 경제활성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랏빚은 규모 자체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중요하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단기간 빚이 급증해 재정건전성에 노란불이 켜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가채무 비율이 30%대로 낮은 편이라도 무차별적인 돈 풀기 정책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날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다음 정부에 빚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이에 대해 재정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의 심각한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야당이 재정 확대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은 포기할 수 없는 중장기 과제이지만 경제 활성화를 못하면 경기가 악순환에 빠진다”며 “어느 한쪽만 강조하면 논리에 오류가 생긴다”고 말했다.○ ‘나라 곳간 어떻게 채워야 하나’ 논란 ‘서민 증세(增稅)’ 논란은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불붙었다. 야당은 정부가 사치품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담배에 붙인 것은 서민을 통해 부족한 세수(稅收)를 메우려는 의도라고 비판한다. 이날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세를 늘리기 위한 수단임을 인정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 목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 중에서는 정부의 논리가 다소 군색하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정서상 증세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많은 데다 담배같이 보편적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품목에 간접세가 붙으면 소득이 낮은 사람이 고소득층보다 세금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역진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담뱃값 인상은 증세와 건강 증진 목적을 모두 염두에 둔 것이라고 인정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반면 야권의 ‘부자 감세(減稅)’ 주장에는 상당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주장은 이명박 정부 때 소득세율을 내린 점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당시 소득세율 인하는 과표(세금 부과 기준소득) 8800만 원 이하인 사람에게만 적용됐고, 과표 3억 원 초과인 경우 세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를 과표 1억5000만 원 초과로 대폭 늘린 데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비과세 감면도 축소해 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야권이 ‘세율 인하=부유층 혜택’이라는 도식을 무리하게 주장한다는 지적이 많다. ○ 교육예산 놓고 대립각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여당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반면 야당은 개혁의 큰 틀에 동의하면서도 ‘공무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 사회를 대상으로 ‘연금을 삭감하라’고 직설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양상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누리과정 등 교육예산이 드는 사업에 대해서는 여야 간 견해차가 상대적으로 선명하다. 여당은 누리과정이 지방자치단체 사업이지 국고 사업이 아니라고 보지만 야당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교 무상교육 공약 등을 이행하려면 재정이 많이 드는데 야당이 재정건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교육재정 확대를 주장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 민동용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사진)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의 조직강화특별위원 사퇴를 발표했다. 지역위원장 인선을 논의하는 조강특위는 당내 세력화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기구다. 안 전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한 것은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대표직을 사임한 뒤 처음이다. 안 전 대표는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그 때문에 구성된 비대위에 합류하는 것은 당원과 지지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저의 비대위 참여는 물론이고 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임명된 송 의원의 조강특위 참여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강특위 위원 선정을 당이 저와 상의를 했었다면 혼선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내년 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 관심사가 아니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집권할 수 없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친노(친노무현) 중심의 당무와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은 개인의 문제보다는 당 전체적으로 국민 신뢰 회복이 최선이라는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탈당 가능성을 묻는 데 대해서도 “저는 (새정치연합) 창업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歲費)를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도 13일 2015년도 세비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급여를 받게 됐다.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인 3.8%로 세비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세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일하지 않는 국회가 돈만 더 받으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가 신속하게 ‘세비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만약 3.8%를 인상하면 내년 국회의원 연간 세비는 1억4320만 원이 된다. 여야가 다음 달 국회 운영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세비예산항목을 올해 수준으로 삭감하면 세비는 동결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3선·전남 광양-구례)이 9일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경선에서 우 의원은 2차까지 간 결선투표 끝에 투표 참여 의원 118명(전체 130명) 중 64표를 얻어 당선됐다. 우 신임 원내대표의 임기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7개월)로 내년 5월 초까지다. 이번 경선은 당내 계파 간 대결로 치달았다. 당선한 우 의원은 친노(친노무현)·범친노 진영의 지지를 얻었다. 우 의원의 당선으로 친노·범친노 진영과 비노(비노무현)가 주축인 중도개혁파 간의 갈등은 더욱 두드러져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을 둘러싼 계파 투쟁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 의원은 1차 투표에서 42표를 얻어 중도파를 대표해 출마한 이종걸 의원(43표)에게 뒤졌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이목희 의원(33표)의 표를 상당수 끌어와 최종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걸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54표를 얻었다. 우 의원은 당선 직후 “협상도 130명, 투쟁도 130명이 하는 강력한 야당, 국민과 통하는 품위 있는 야당을 만들겠다”며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상대책위원으로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과 전당대회 경선방식 결정 등 당의 골간을 구성하는 작업도 맡는다. 율사 출신의 우 의원은 온건한 합리주의자로 통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회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에도 기업인을 비롯한 일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의 입씨름이 계속됐다. 일부 상임위원회는 한동안 파행을 빚기도 했다. 전날 환경부 국감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 채택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다 질의 한번 못하고 끝난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오전 기업인 증인 채택 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고용부 국감은 예정 시간을 1시간 45분 넘긴 오전 11시 45분에 시작됐지만 여야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면서 30분 만에 중단됐다. 오후 2시 20분경 야당이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물러서면서 가까스로 재개됐다.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감에서는 북한의 ‘고위급 3인방’의 방문을 계기로 터져 나온 5·24조치 해제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했다고 해서 지금까지 견지한 5·24조치 등 대북정책의 원칙을 재고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류 장관은 “남북이 서로 논의해 5·24조치를 극복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남북 간 어떤 형태의 대화에서든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무위의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에 대한 국감은 15, 16일 열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감에 출석할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다 한때 정회됐다. 정무위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 전현직 금융기관장을 포함한 24명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22명은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국감에서는 카카오톡 검열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카톡을 들여다보는 통신제한 조치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데 법원이 내주지 않고 있다”며 “법원이 무분별하게 (검찰이 청구한) 감청 영장을 발부해주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동용 mindy@donga.com·신나리 기자}
정부는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을 비롯해 앞으로 이어질 각종 남북대화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짧지만 굵은’ 대북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이런 구상에는 쌀, 비료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카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해온 만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과의 담판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내년이 분단 70주년이고, 이산가족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5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정부는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 과정을 거친 뒤 부부, 부모-자녀, 형제 등 직계가족을 우선순위로 북한에 상봉 정례화를 요구할 방침이다. 정치권은 이날 한목소리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고 상대가 손을 내밀면 우리도 내밀어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빗장인 5·24 조치를 과감히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 길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전의 전제에 너무 매몰돼 있지 말고,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5·24 조치 등을 포함한 정부의 ‘통 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8일부터 열리는 세계군인육군5종선수권대회 참가를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최고위급 3인방이 방문했던 4일 벨기에 조직위원회로부터 북한이 ‘선수 부상’을 이유로 대회 불참 의사를 밝혔다는 e메일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민동용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5개월 넘게 심각한 기능부전 상태에 빠져 있다가 가까스로 정상화된 대한민국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체념 반, 분노 반에 가까울 것이다. 기를 쓰고 국민의 뜻에 역주행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나 진정한 민의(民意)의 전당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한탄을 해보기도 한다. 4년에 한 번씩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선량(選良)들이 모인 여의도 1번지는 벌써 19대 국회를 맞았다. 1948년 제헌국회가 열렸으니 66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도 갖는다. 첫 국회가 국회의원 200명을 배출한 이래 꾸준히 정원이 늘어 1988년 13대 선거 이후 299명(16대 국회만 예외적으로 273명)을 유지하다가 2012년 19대 선거부터 정원은 300명(비례대표 54명)으로 늘었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년마다 100명이 넘는 초선의원이 탄생해 정치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의 여파 속에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과 17대 국회 임기 내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통해서는 11대 총선(225명) 이후 최다인 206명의 초선의원이 나왔다.역대 최고의 ‘슈퍼 루키’ 줄줄이 배출한 15대 국회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이념 성향, 출신 지역을 가진 국회의원들로 4년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는 나름의 독특한 특징을 보였다. 13대 국회는 5공 비리 청문회,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에게 민주화를 실감할 수 있게 해줬고, 16대 국회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관련 뒷거래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임명해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현대의 5억 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다소간의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상당수 정치전문가는 1996년 4월 총선으로 구성된 15대 국회를 가장 화려한 ‘인재의 산실’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권에서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이재오 의원이 신한국당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이 ‘여의도 96학번’ 동기생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부친인 남평우 의원의 작고로 치러진 경기 수원팔달 보궐선거(1998년 7월)를 통해 금배지를 단 뒤 같은 지역에서 내리 5선에 성공한 경우다.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신한국당 한나라당 총재 등을 역임하고 한나라당 후보로 두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이회창 씨도 15대 국회를 통해 민의의 전당에 입성했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1, 2위도 15대 국회의 산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정치에 화려하게 데뷔했으며, 정의화 국회의장은 부산 중-동 지역구에 처음으로 둥지를 튼 뒤 5선의 경력을 쌓아가며 국회부의장을 거쳐 올해 국회의장의 반열에 올랐다. 야권에도 ‘슈퍼 루키’가 즐비했다. 2001년 이른바 ‘정풍운동’을 주도하면서 열린우리당 창당과 노무현 정부 출범의 개국공신 역할을 했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은 1996년 여의도 국회의 풋풋한 새내기였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을 지휘했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 정세균 추미애 의원도 당시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물들이다. 작고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15대 국회를 통해 ‘큰 꿈’을 키워온 사람이다.‘혈액형’ 달라도 과감한 수혈 15대 국회가 향후 20년 한국정치를 쥐락펴락해 온 걸출한 인재를 수도 없이 배출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영이나 이념(이른바 정체성), 과거의 경력보다는 잠재력이나 능력 본위로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려 했던 당시 시대 분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6년 선거 당시는 ‘3김 시대’가 종막(終幕)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였다. 3당 통합을 통해 대통령이 된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새로운 인재의 영입이 필요했고, 1995년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자신의 네 번째 대통령 도전을 위해서는 총선에서의 승리가 절실했다.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 총재 역시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세력 확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당시 정치권은 경향 각지의 인재를 끌어당기는 거대한 용광로 역할을 자임했고 각 정당 역시 오직 능력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인재 영입작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신한국당이 재야 노동그룹 인사였던 김문수, 이재오를 영입한 것은 당시로선 엄청난 파격이었다. 장외투쟁과 병행해 제도정치권 내부에서도 기층 민중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며 만든 혁신정당이 바로 민중당이었으니 요즘 기준으로 치면 새누리당이 정의당 인사들을 전격 영입해 공천을 준 셈이다. YS가 재임 중 안보정책 조정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얼굴을 붉히고 떠난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다시 끌어안은 것은 인재영입 작업의 백미(白眉)라는 평가가 많다. 이후 15대 국회의원이 된 이회창이 사생결단의 권력투쟁을 벌인 끝에 1997년 대선후보가 됐으니 YS로서는 호랑이 새끼를 불러들인 것을 크게 후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권도 전문가그룹 영입에 최선을 다했다. 신한국당 쪽이 박성범, 이윤성(이상 KBS 출신)과 맹형규(SBS 출신) 등 ‘스타 앵커’를 다수 영입한 데 자극받아 MBC 출신 정동영 씨를 대변인으로 충원했다. 당시 30대였던 젊은 판사 추미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천정배를 영입한 것도 결과적으로 1997년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15대 국회 당시만 해도 당 총재의 당권이 확고했고 대권주자들이 인재 영입을 통해 진부한 이미지를 깨고 수권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우수한 자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108번뇌’ 17대 국회 하지만 활발한 인재 충원으로 일궈낸 국회의 르네상스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수도권 3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불통이라고 비난하지만 정말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강경파”라면서 “같은 당 의원들끼리도 이야기가 안 되는 이런 현상은 17대 국회 때 생겨 전통처럼 돼버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17대 국회에는 초선의원들이 대거 들어왔고 공교롭게도 그 초선들이 분란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개원 당시 지역구 당선자 243명 중 초선의원은 133명(54.7%)을 차지할 정도로 대세였다. 이는 16대 국회 당시 지역구 초선의원 비율 38.8%보다 15.9%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새정치연합 전신)은 의원 152명 가운데 초선이 108명(71%)이나 됐다.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 탄핵 바람을 타고 국회에 들어왔다고 해서 ‘탄돌이’라고도 불렸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386이 30여 명이었고 1970년대 운동권, 시민사회활동가, 관료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젊고 싱싱한 사고방식으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통해 국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 국민이 적지 않았다. 17대 국회 초반에는 활발한 토론 문화와 왕성한 입법 활동을 보이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정치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게 된 것도 초선들의 등장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들은 “내 주장만이 옳다”는 독선의 모습을 보였다. 당론은 분열됐고 여야 관계는 적대감으로 가득해졌다. 정치권 내의 신구(新舊)세력 간 갈등이 본격적인 문제로 드러난 것도 17대 국회 때부터라는 지적이 많다. 선배 의원들을 구태로 몰며 우습게 보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선배 의원들이 초선의 군기를 잡겠다고 하면 귀를 물어뜯겠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보이기도 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목청을 높이는 이들 앞에서 당 지도부는 망연자실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4년 12월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국가보안법 폐지에서 한발 물러나 야당과 합의 처리하겠다고 하자 국회에서 240시간 농성을 주도한 것도 초선 40여 명이었다. 이들의 강경한 대응에 국가보안법 폐지는커녕 독소조항 삭제가 담긴 국가보안법 개정안도 물 건너갔다. 여야 타협에 공을 들였던 당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이들의 농성을 두고 “과격한 상업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잘하면 이념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맥이 빠진다”고 허탈해하기도 했다. 수적으로 30%도 안 되는 강경파가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지만 때는 늦었다.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은 목소리만 컸지 전략과 비전은 찾기 어려웠다는 비판도 들었다. 17대 국회에서 2007년 분당 사태를 겪을 때까지 3년여 동안 열린우리당의 당 대표(의장)는 9명이나 바뀌었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문제였지만 아예 귀를 닫고 목청만 열어 놓은 초선 ‘사공’이 너무 많은 탓도 컸다. 열린우리당 중진의원들은 당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초선 의원 108명을 ‘108번뇌’라고 불렀다. 신구 조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하고 이듬해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초선 108명 가운데 공천을 통과해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35명에 불과했다. 대통령 탄핵 같은 바람은 다시 불지 않았다. 이때 재선에 실패한 17대 국회 초선의원 중 17명은 19대 국회에서 야당인 옛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 전신) 소속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징검다리 재선’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노련하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는 여전히 강경파로 분류되며 서슴지 않고 막말을 하기도 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의회정치 르네상스 맞으려면 15대와 17대 국회가 보여준 극명한 차이 속에 정치가 다시 한 번 인재의 용광로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입법부의 권한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재들의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더이상 국회가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과거 정치의 비중이 클 때는 지역구 공천이나 비례대표를 제안하면 각 분야의 ‘베스트’를 충원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 입법권의 추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초선 영입을 통한 ‘새로운 피’의 수혈도 중요하지만 다선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입법 권력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회정치라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나 지식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농익은 경험이 묻어나는 현인들의 전당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김민전 교수는 “17대 국회 이후 진영 간 대결이 강화되면서 의회에 대한 평가도 급전직하한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정치가 대통령을 변화의 상징으로 삼지만 의회는 그 변화의 완급을 조절하는 경험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최근 들어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공천권을 가진 사람의 입맛에 맞는 사천이 공공연히 자행됐다”며 “의원들의 연륜이 살아 숨쉬고 전통에서 나오는 정당성이 지배하는 의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민동용 기자}
2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 당연직 비대위원이 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모바일 투표 재도입 논란에 이어 계파 간 힘겨루기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벌써부터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현재 차기 원내대표 경선 후보 물망에는 우윤근 이종걸 최재성 의원(가나다순)이 거론된다. 모두 박 전 원내대표와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다. 우 의원(3선·전남 광양-구례)은 2012년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의 동행1본부장을 맡으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친숙하다. 중도개혁파 일부의 지지도 받고 있다. 문재인 의원과 가까운 노영민 의원(3선·충북 청주)이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노의 지지를 받을 확률이 높아졌다. 친노 및 중진 그룹에서 우 의원을 추대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책위의장으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 내용을 잘 알고 있어 10월 말까지 마무리하는 데 적임이라는 것이다. 합의안이 못마땅한 초·재선 강경파의 반대 여부가 변수다. 친노 진영은 상임위원장 선정 같은 권한은 없고, 잔여 임기 7개월만 치르고 생색나지 않는 일은 많은 이번 원내대표보다는 내년 5월 뽑을 다음 원내대표를 노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을 이 같은 기류와 연결짓는 시각이 많다. 이 의원(4선·경기 안양 만안)은 중도개혁파로 분류된다. 중도파를 대표할 수 있는 비대위원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당내 지지 세력은 부족하다. 최 의원(3선·경기 남양주갑)에게는 ‘정세균계’라는 꼬리표가 붙어있기 때문에 비대위원이 된다면 비대위의 계파 간 균형이 깨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비대위원들이 물밑 사전 조율을 통해 관리형 인사를 사실상 단일후보로 추대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유인태 의원(3선·서울 도봉을)은 경선은 거부하지만 단일후보로 추대되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신기남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선관위는 6일 하루 후보 등록을 마치고 9일 오후 2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세월호 참사(4월 16일)가 발생한 지 167일 만인 30일 세월호 특별법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5개항을 담은 합의문을 작성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세월호 특별검사 추천권은 특검 후보군 4명을 여야 합의로 추천하되 유족이 추천 과정에 참여할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2차 합의안’을 기본틀로 해 일부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2차 합의안에선 7명으로 구성된 특검후보추천위원 중 여당 쪽에서 2명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유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6월 발효된 특검법은 특검후보추천위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여야와 유가족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은 “피해자(유가족)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법체계에 어긋난다”며 강력 반대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 참여는 추후 논의한다’는 문안을 넣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유가족의 범위에는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뿐만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을 비롯해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이른바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을 10월 말까지 일괄 처리키로 합의했다. 국정감사는 10월 7일부터 27일까지 20일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대정부질문 및 교섭단체대표연설, 예산안 심의 등 정기국회 세부 의사 일정은 조만간 협의하기로 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타결 직후인 오후 7시 36분 여야는 본회의를 열어 자녀를 학대한 부모의 친권을 최대 4년간 정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등 85개 법안과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 규탄 결의안’을 비롯한 일반 안건 5건 등 90개 안건을 처리했다. 이로써 5월 2일 이후 151일 만에 ‘식물 국회’는 정상화됐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아니라 ‘무(無)법부’라는 따가운 시선과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여야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이날 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합의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유족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앞으로 여당과의 협상에서 유족의 뜻을 전면적으로 담은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홍정수 기자}
30일 국회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정감사 등 향후 세부 의사일정 합의는 30일 오전 ‘여·야·유가족 재협상’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9일 오후 8시 반부터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유가족 간 1차 협상 내용을 박영선 원내대표에게서 들었다. 국회 등원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국회 등원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여·야·유가족 협상 직후 하기로 한 의원총회를 다음 날로 옮기지 않고 예정대로 연 것도 협상 타결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새정치연합 의원총회가 끝난 뒤 총회를 열어 협상 전권을 야당에 위임할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오전 “강력한 원내 투쟁으로 방점이 옮겨지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등원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서도 “국회 복귀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원내 투쟁’이란 말을 한 것”이라며 “협상이 타결되면 의사일정도 합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지금 상황은 화룡점정, 용 그림을 그리면서 눈알 하나만 찍으면 되는 데까지 와 있다”며 국회 정상화가 임박했음을 부연했다. “국회의원의 국회 출석은 학생의 수업 참석이나 다름없다. 등원 반대는 명분이 없다”는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파 의원들이 중심이 된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은 오찬 회동을 갖고 “국회 등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장외투쟁 반대’ 연판장 작업을 주도했던 황주홍 의원은 “국회 등원은 국회의원의 의무”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30일 본회의는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감사나 예산안 심의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세균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친노무현) 강경파 사이에선 여전히 “얻은 게 없는데 빈손으로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문 의원은 ‘유민 아빠’(김영오 씨) 동조 단식을 끝내면서 ‘유가족을 설득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강경으로 돌아섰다. 대선후보를 지낸 분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30일 본회의 개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과의 약속(30일 본회의)은 지켜져야 한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일정 연기를 요청하지 않는 한 본회의는 열린다”고 말했다. 국회 홈페이지에는 여·야·유가족 협상 진행 도중 30일 본회의 일정과 처리할 법안 등이 일찌감치 게재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여·야·유가족 1차 협상 뒤 기자들에게 “국회의장이 정한 의사일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국회 정상화’란 공을 넘겨받았다. 새정치연합은 26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호소해 여당 단독 본회의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30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막을 명분은 없어 보인다. 더욱이 새누리당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그야말로 빈손으로 국회에 돌아가야 할 처지다. 그럴 경우 의원들을 상대로 회군을 설득할 명분은 희박해질 것이 뻔하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협상을 벌여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서 진전을 보겠다는 계획이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본회의 산회 직후 “세월호 유가족들과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며 “새누리당이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느냐가 마지막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30일까지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무산을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즉각 반려됐지만 이 원내대표가 새정치연합과의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본회의 직후 박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의 손을 들어준 정 의장에 대한 당내 반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화가 났다면 저희도 어떻게 하겠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 만한 상황이 아닌 듯하다”면서 “계속해서 이 원내대표에게 연락해 세월호법을 마무리하자고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19일 여야 2차 합의안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려는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지만 새정치연합으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도 고민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이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막가자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당의 책임에 관한 양식을 믿는다”고 했을 뿐이다. 새정치연합은 29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복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진척이 없다면 ‘빈손 회군’에 반발할 의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당직자는 “대다수 의원이 어쨌든 국회 복귀를 바라고 있다”며 “반발이 거세다면 표결을 해서라도 국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 기자}
26일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결정한 의사일정에 따른 본회의 개최일이다. 여야 합의로 상정한 91개의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상태다.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겠다는 태세지만 야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월 2일 이후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회가 26일에도 법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국회를 해산하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과 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 권한으로 본회의를 열어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이 61%나 됐다. 반대는 26%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본회의 개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이 잡은 일정에 따라 여당 단독으로라도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여야 합의에 의해 결정된 본회의 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찾아가 야당이 의사일정 참여를 계속 거부한다면 본회의에서 여당만이라도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91개 법안을 상정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따로 만나 여당의 본회의 단독 개의 등의 움직임에 강력 항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용 의장이냐”고 따졌다. 최형두 국회의장 대변인은 통화에서 “의장이 본회의를 열겠다고 공표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이걸 바꾸려면 국회법 77조에 따라 여야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으로서도 여야가 본회의를 열지 못해 국회 공전(空轉) 사태가 지속될 경우 국민적 공분에 직면하게 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입법부가 법을 만들지 못하는 ‘무(無)법부’가 되는 마당에 국회가 존재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처리 때문에 국정감사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증세(增稅) 논란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프레임(frame)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야당이 담뱃세, 지방세 인상 등을 ‘서민 증세, 부자 감세’로 규정하자 새누리당이 반박하고 나서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강경대립 국면이 예산안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23일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담뱃세와 지방세 인상을 ‘서민 증세’라고 지적하고 ‘부자 감세’ 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현장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증세가 아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인상한다고 하는데 이 말을 과연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정치 공세”라며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그동안 하지도 않은 부자 감세를 비판하다 이번에는 있지도 않은 서민 증세를 들고나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담뱃세 인상은 서민층보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부담이 더 크다”며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은 정부와 여당이 아니라 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한 지자체가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용 / 민동용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를 재도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중도 성향이 강한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발끈했다. 문 위원장이 벌써 친노(친노무현) 쪽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것. 문 위원장이 2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 재도입 여부에 대해 “모바일 투표가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 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한다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모바일 투표는 전당대회 투표권을 일반 국민에게도 부여하고 휴대전화로 투표하는 방식. 2012년 민주당 6·9 전당대회 때 도입됐는데, 당시 김한길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모바일 투표에서 친노계 이해찬 의원에게 져 대표직을 놓쳤다. “당심(黨心)이 모발심(모바일+心)에 졌다”는 자조도 나왔다. 대리투표 등 각종 잡음도 터져 나왔다. 결국 문 위원장은 지난해 초 비대위원장 1기 시절 모바일 투표를 당헌·당규에서 삭제했다. 중도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모바일 투표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당원과 다른 형태의 조직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노 쪽에서는 당의 지지세를 넓히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이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지 않는데도 지지율이 오르고 정권을 재창출한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모바일 투표는 당원 조직을 와해시키고 당심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486그룹은 ‘범친노’로 분류되지만 차기 당권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선 유리할 게 없다고 찜찜해하는 분위기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첫 회동을 가졌다. 문 의원이 비대위원장에 선출된 뒤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국회 정상화와 대화채널 복원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셈이다.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은 정치를 복원하고 국회를 최대한 빨리 열자는 데 합의했다. 또 국회의사일정과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가 가까운 시일 내에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일단 상견례의 자리였지만 적극적인 대화의 의지만큼은 천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양당 원내대표 대화 재개” 촉구 여야 대표는 이날 오후 4시부터 30분가량 국회 본관 2층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문 위원장이 김 대표 집무실을 찾는 방식이었다. 10분간 진행된 공개회동에서는 덕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대표는 “문 위원장은 의회 민주주의자로 존경받는 지도자”라며 “정치가 빨리 복원되는 데 역할을 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문 위원장도 “제가 야당의 대표가 됐을 때 여당 대표, 또 여당 대표일 때 야당 대표에게 인사를 드리면 그분이 꼭 대통령이 됐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문 위원장은 “김 대표는 통 큰 정치를 늘 한다”면서 “우리는 막힌 문제를 뚫는 데는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철도노조 (파업) 문제를 앞서 푸셨고, (이번에도) 이런 것을 뚫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문했다”고도 했다. 이어 두 대표는 곧바로 배석자 없이 회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회동 자체가 그동안 꽉 막힌 대치정국 해소를 위한 ‘브레인스토밍’ 성격으로 진행된 만큼 즉각적인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및 향후 국회 일정 등과 관련해서는 양당 원내대표가 계속 협상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김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회동은) 문 위원장이 (새로 취임한 뒤) 상견례하고, 인사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위원장이 갖고 있다는 특별법 문제 해결과 관련한 복안(腹案)에 대해 “문 위원장이 얘기를 꺼낼 줄 알았는데 안 했다”면서 “특별법에 대해서 구체적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비록 이날 회동이 당장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지만 여야 안팎에선 기존의 원내대표 채널에서 사실상 당 대표급 채널이 등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향후 정국 정상화를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회동하는 ‘2+2’ 회동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與, 2차 합의안 ‘고수’ vs 野, ‘플러스알파’ 새누리당은 이날도 지난달 19일 내놓은 여야 2차 합의안이 마지노선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특히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국회 몫 4명 중 여당 추천 2명의 경우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 선정하도록 한 것 이상을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일부 언론에서 유가족 단체에 특검 후보 추천위원 2명을 넘겨주거나, 유가족 단체에서 요청하는 10명의 후보군 중 여당이 2명을 선정하는 안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면서 “이는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보장하는 상설특검법의 취지에 맞지 않고, 근본적으로 존립근거를 심히 훼손하는 것이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여야 2차 합의안이 최종”이라는 가이드라인이 극복돼야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이 2차 합의안 고수만 주장한다면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여당은 유가족이 (진상조사위에 부여해야 한다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하면 특별검찰의 신뢰를 어떻게 보장할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일단 새정치연합은 공식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선 유가족의 뜻을 좀 더 반영하는 특검추천권 조항이 나오면 여야 합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고성호 sungho@donga.com·민동용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비대위원으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 유력한 당 대표 후보들을 참여시켰다. 비대위원에 계파의 대리인이 아니라 계파 수장들이 직접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포함됐고,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의원이 강경파 그룹 몫으로 들어갔다. 친노(친노무현)의 좌장인 문 의원과 친노와 가까운 정 의원이 참여해 ‘돌고 돌아 친노’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비대위원장은 “당의 지금 상황에 대해 책임이 있고 당의 재건에 책임을 져야 할 전(前) 당 대표들을 망라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전당대회 경선 룰은 비대위가 아니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만든다”며 ‘당권 도전자가 경선 룰을 정하는 게 맞느냐’는 당내 우려를 일축했다. 또, 지난해 초 옛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때 계파 간 격론 끝에 없앴던 전당대회 경선의 모바일 투표 방식에 대해 “모바일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련해서는 “수사권, 기소권 포기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면서도 “세월호 유가족의 동의 내지는 양해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조금씩 극복된다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수사권, 기소권 쟁점이 바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비대위원에서 왜 빠졌나. “두 전 대표에게 번갈아 10번은 비대위원 참여를 요청했다. 오늘 발표(오후 2시) 직전까지도 통화했다. ‘모두 책임을 지고 재건하자는데 (참여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라고까지 얘기했다. 중간에 두 분 가운데 한 분은 하겠다고 했다가 우여곡절이 있었다. ‘비대위 출범의 원인 제공자들이 하는 건 명분이 없다’고 하더라. 언제든지 책임에 대한 생각이 들면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비대위는 당 대표 경선 룰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에 뜻있는 분들이 어떻게 전당대회 경선 룰을 만드나. “경선 룰은 그들이 정하는 게 아니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똑 부러지게 만들 거다. 거의 다 만들어져 있다. (비대위가) 경선 룰을 놓고 싸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일종의 프레임이다. 이번 비대위의 원칙은 재건과 공정이다, 공정. 나는 그분들이 당권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뭘 잘못 본 거다. 그분들이 비대위에 당 재건하려고 나오지, 미쳤다고 룰 정하겠다고 하겠는가.” ―지역위원장을 정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지난해 비대위처럼 조강특위도 각 시도당위원장이 하는 원칙에 따라 할 것이다. 나는 계파 안배, 나눠먹기 이런 거 안 한다.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 ―당 일각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 ‘네트워크 정당’을 주장한다. 이를 위한 모바일 투표를 놓고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반발하고 있다. “네트워크 정당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외연 확장을 위해 인터넷 정당원도 있을 수 있다. 당헌에 다 열려있다. 문제는 투표 방식인데, 모바일 투표가 문제 있는 게 아니다. 모바일이 무슨 죄가 있나. 모바일로 한꺼번에 전 국민에게 뽑아달라고 하면 끝인데 그것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나. 문제는 모바일로 하면 특정 계파가 유리하다는 전제 때문에 그렇다. 개표할 때 확인작업이 까다롭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논란이 된 거다. 그 문제만 풀고 여야가 법률로 제정하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 ―세월호 특별법 문제 해결에 복안(腹案)이 있다고 했다. “있다. 그러나 내용을 말하면 복안이 아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방침을 접기로 한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한 사실이 없다. 정기국회 정상화 지름길도 세월호 특별법이 잘 통과되는 거다. 그러면 모든 것이 일괄 타결된다. 걸림돌이 두 가지 있다. 한쪽은 (세월호) 유족의 동의 내지는 양해, 다른 한쪽은 박근혜 대통령의 (2차 합의안이 최종이라는) 가이드라인. 이 두 가지가 조금씩 극복된다면 된다고 본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유족과 접촉하고 이쪽저쪽 만난다.” ―여야 2차 합의안에서 좀 더 진척된 안이면 된다고 보나. “그런 생각은 아니다. 먼저 두 차례 합의안을 파기한 것에 대해 의회주의자로서 책임을 느끼고 당으로서도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1차 합의안도 2차 합의안으로 깨졌듯, 3차 합의가 된다면 2차도 자동적으로 깨지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다. 그런데 거기서 자꾸 오해가 생겨서 유족이 수사권, 기소권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옳지 않다. 그렇게 질러 놓으면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이 국면에서 뭘 해야 하나. “이 문제는 특검을 어떻게 추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상 규명에 있기 때문에 그걸 하려는 의지와 진정성이 유족에게 전달되면 해결된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이 ‘나라도 진상규명에 필요하다면 조사위원회에 나가서 증언할 수 있다’ ―환골탈태, 혁신을 강조했는데 당내에서는 인적쇄신 주장도 적지 않다. “인적쇄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유권자다. 표로서 심판 받는 게 가장 큰 쇄신이다. 지난해 대선평가보고서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문재인 한명숙 이해찬 의원) 세 사람에게 의원직 사퇴를 시키라고 했는데 그것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이를 ‘부관참시(剖棺斬屍·한 번 죽은 사람을 또 죽이는 것)’라고 표현했다. 그런 조치를 취하게 하려면 나한테 비상대권을 줘야 한다. 그저 비대위원장에게는 말이 안 된다. 나는 관리형 비대위원장이 틀림없지만 혁신 이미지로 남고 싶다. 그래서 지난해 만든 혁신안 중에서 민주정책연구원 해체 등은 이번에 할 거다.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존 국회의원이 무조건 당선된다는 의미다. 쉽게 주장할 일은 아니다.” 민동용 mindy@donga.com·배혜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19일 출범하면서 정기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새정치연합의 태도가 바뀔 조짐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 위원장은 22일 오전 10시 반 국회에서 만난다. 꽉 막힌 세월호 정국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족들의 양해가 필요하다” 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광역단체장·전직 시도당위원장 합동회의’에서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된 뒤 “국회의 당면 급선무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며 “세월호 유족들의 최소한의 양해가 있을 수 있는 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19일 여야 2차 합의안마저 거부된 뒤 세월호 유족의 뜻을 따르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유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유족이 동의하는 합의안’ 말고 ‘유족의 양해가 있을 수 있는 안’이라고 표현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새누리당에는 ‘2차 합의안+α(알파)’의 진전된 안으로 협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유족을 향해서도 기존의 수사권 및 기소권 요구를 관철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을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당내 대부분 의원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수사권, 기소권 주장에 발목 잡힐 바에는 특별검사추천권과 관련해 2차 합의안보다 좀 더 유가족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2차 합의안+α 구상은 박영선 원내대표의 생각이기도 하다”며 “문 위원장이 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 세월호 협상을 매듭지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합동회의 참석 직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당연히 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문제는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여야 합의의 문제라는 것”이라며 현실론을 강조했다. 당 내부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탈당 소동’과 유가족 대표들의 대리운전 기사 폭행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대여(對與) 협상력은 물론이고 국민 여론까지 악화됐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문 위원장도 박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과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위원장의 언급은 결국 수사권, 기소권 문제에 대한 (당의 태도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 것”이라면서 “정기국회가 조만간 부분적으로라도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르면 다음 주 초 당내 비중 있는 중진 의원들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처리는 가시밭길? 세월호 특별법과는 달리 예산안은 여야 의견차가 커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국회법 85조 3항에 따라 반드시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면서 “다음 주에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 심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부터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따라 예산안은 예결특위 심사 여부와 상관없이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법인세 증세와 연계하지 않은 세제 개편 논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안은 부자인 기업보다 서민인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쥐어짜는 구조로 설계됐다”며 “부자의 세금은 깎아준 채로 서민의 고혈을 짜내는 구조인 내년도 예산안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7일 탈당 의사를 접고 당무에 복귀했다. 겸직하던 비상대책위원장직은 사퇴하기로 했다. 원내대표 자리는 세월호 특별법을 수습할 때까지 유지할 뜻을 밝혔다. 그는 비대위원장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영입하려던 계획이 당내 반발로 무산되면서 사흘간 잠적했었다. 박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이 전날 전수조사를 통해 탈당 반대 의사를 전달해오자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구성 문제는 전현직 대표와 원내대표,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어 논의된 결과를 가지고 당의 총의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전현직 당 대표와 원내대표단, 상임고문단이 다음 비대위원장을 추천하면 박 원내대표가 임명하고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제 잘못에 분노한 분들은 제게 돌을 던지시라. 그 돌을 제가 맞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18일 첫 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은 내부 인사로 정리된 상태에서 문희상, 이석현, 유인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초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고 지역위원장 인선 등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계파 간 신경전이 첨예하다. 이 때문에 18일 한 차례 회의만으로 비대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원내대표는 또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삼권분립 운운하며 세월호 특별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모순적 통치행위를 했다”며 “세월호 특별법 문제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의원들과 함께 총의를 모아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당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을 죽이고 당을 살리라는 원로 고문님들의 간절한 요청에 이 자리에 섰다”며 “이 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또 집권을 꿈꾼다면 60년 전통의 뿌리만 빼고 끊임없이 혁신해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시기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당내 강경그룹은 원내대표의 조기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당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무 복귀를 선언한 17일에도 강경파인 유승희 은수미 이인영 의원 등 10여 명은 국회에서 긴급 모임을 열어 박 원내대표를 향해 “하루빨리 원내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유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탈당 논란은 유감이지만 원내대표직 조기 사퇴 의사 등을 밝힌 점은 수용한다”며 “조속히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계속하기로 한 데 대해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즉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강경파 일부는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 협상을 빌미로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원내지도부는 전날 당 소속 의원 전체를 상대로 ‘박 원내대표는 당분간 세월호 특별법 해결에 노력한다. 원내대표직은 그 뒤에 내려놓는다’는 방안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강경파 일부 의원은 답변을 유보했다. 은 의원은 트위터에서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협상)에서 손을 떼고 당은 진상규명팀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잘못해 사퇴 요구를 받은 분이 탈당을 거론하면서 (재신임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건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은 의원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중도 성향의 이언주 의원은 라디오에서 “박 원내대표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당의 소중한 인재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동지애라는 게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