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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라도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4일 밝혔다.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 집행과 관련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대선주자로는 처음으로 견해를 밝힌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아동 성폭행범 등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형제 폐지 움직임이 있었을 때도 저는 사형제 폐지는 신중하게 고려할 일이지 폐지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대통령이라면 사형을 집행하겠느냐’라는 질문엔 잠시 생각한 뒤 “글쎄…. 저는 예전에도 그렇게 (사형제 존치를) 주장한 사람”이라고만 했다. 즉답을 피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정치권과 학계, 법조계에서 사형제 존폐 및 집행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형 집행은) 인권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제도적으로 사형제를 유지하면서 집행은 하지는 않는 현 상태가 지속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날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범인들의 인권보다는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며 “인륜에 반하는 자들에게 1심, 2심에서 사형 판결을 내려놓고 대통령부터 집행부까지 모두 (사형) 집행을 안 하고 있다. 이게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지사는 “대한민국의 현행 법률에는 (사형) 제도가 있는데도 해괴한 궤변으로 할 일을 하지 않아 (사회)문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까지 15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AI)로부터 사형폐지국으로 지정받았다”며 “(사형 집행 요구는) 성급한 주장으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형법에 명시된 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은 범죄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법으로 정해 놓은 ‘죄형법정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미 선고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허일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의 상위법인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면서 “국가는 복수심이라는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일반 여론은 사형 집행과 사형제 자체에 찬성하는 쪽이다. 6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사형선고와 집행이 모두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이 58.4%, ‘사형선고는 하되 집행은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27.1% 등 전체 응답자의 85.5%가 사형제 존치에 찬성했다. 사형제 폐지는 5.4%가 요구했다.이날 ‘사형 집행 논란’을 다룬 4일자 본보 기사가 올라온 동아닷컴 홈페이지에는 550여 건의 댓글이 달렸다. 특히 사형제에 찬성하는 누리꾼 ‘GraceMegu*****’의 글은 1000여 차례 추천을 받았다.그러나 현직 법원 관계자들은 “사형 집행 요구는 지금처럼 감정이 격해진 분위기에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서울고법의 한 현직 부장판사는 “사법부는 최후의 심판 기관으로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잘못된 선택까지 고심해야 한다”며 “흥분된 분위기에서 사형 집행 문제가 거론될수록 진지하고 성찰적인 실천적 학문적 논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사형이 인간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2008년 위헌소송을 낸 사람은 전남 보성에서 젊은이 4명을 연쇄 살해한 어부 오종근(74)이었다. 오종근은 2007년 8월 바닷가에 놀러온 19세 대학생 커플을 자신의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간 뒤 남자를 물에 빠뜨려 숨지게 했다. 여대생을 성추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는 여대생마저 바다로 내던졌다. 그는 3주 뒤 같은 방법으로 20대 여성 2명을 더 살해했다.그는 법정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대학생 커플은 파도가 요동쳐 물에 빠졌는데 구하지 못한 것뿐이고 20대 여성 2명에 대해선 가슴을 만지려 실랑이를 벌이다 함께 바다에 빠졌다가 혼자만 살아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시신은 피부가 군데군데 까졌고 시커먼 타박상으로 뒤덮여 있었다. 배 위로 기어오르려다 오종근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생긴 흔적이었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그는 2심 도중 사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구했다.○ 1인당 평균 3.5명의 목숨 빼앗아오종근처럼 사형수가 사형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1953년 사형이 형법에 명시된 이후 네 차례 있었다. 그들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는 헌법 제10조를 근거로 살인범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주장했다. 사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사형수는 현재 60명(군인 사형수 2명 포함). 이들이 살해한 피해자는 모두 207명으로 사형수 한 명에게 평균 3.5명이 희생됐다. 여러 명의 생명을 빼앗아놓고 자신의 인권은 존중해 달라고 요구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형 집행이 억울하게 숨진 원혼을 위로하고 유족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방편이라고 여긴다. 경기 수원시에서 오원춘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20대 여성의 남동생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무고한 사람을 그렇게 난도질하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살인마에게 왜 인간 대우를 해야 하느냐”며 “수십 년이 지나도 사회로 못 내보낼 위험인물이라면 사형을 통해 사회와 영구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경남 통영에서 김점덕에게 납치 살해된 아름 양(10)의 아버지도 “그 어린 것의 억울함을 달래주려면 아빠인 내가 복수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면 국가가 대신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집행도 안 되는 사형 선고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헌법은 특정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피고인 등 당사자가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거나 헌법소원을 낼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살인과 특수강간으로 사형이 확정된 정모 씨는 1995년 “사형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해 폐지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7 대 2로 ‘합헌’ 결정했다. 오종근이 제기한 위헌심판도 1년 5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합헌으로 결론 났다. 이때는 5 대 4로 재판관의 판단이 팽팽했다. ‘합헌’ 재판관 5명 중 2명이 인권을 중시하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형수 대부분 범행 시인사형의 합헌성이 두 차례 확인됐지만 사형은 1997년 이후 15년간 집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형수 60명을 살려두기 위해 한 해 13억2000만 원가량의 예산을 쓰고 있다. 법무부는 사형수 1명에게 들이는 돈을 연간 약 2200만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식비 의류비 등 직접경비는 약 200만 원, 그 외 교도관 인건비와 건물 감가상각비, 공공요금 등이 2000만 원가량 드는 셈이다. 일반 수용자와 사형수의 처우 차이는 없기 때문에 같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노인과 출장마사지 여성 20명을 자신의 ‘살인용’ 쇠망치로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유영철, 초등생이었던 혜진이 예슬이를 성추행한 뒤 토막살해한 정성현, 부녀자 10명을 납치 살해한 강호순 등 흉악범죄자들을 먹여 살리는 데 거액의 세금이 매년 소요되는 것이다. 이들처럼 현재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 가운데는 인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며 엽기적 살인 행각을 벌인 살인마들이 많다. 피해자 가족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살인마를 먹여 살린다는 게 얼마나 미칠 노릇인지 정부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울부짖고 있다.현재 복역 중인 사형수 60명 대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 법정에서 “더이상 재판도 필요 없고 살고 싶지 않으니 빨리 사형을 시켜달라”고 주장한 경우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 대표적 ‘사법살인’ 사례로 거론되는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처럼 잘못된 재판에 의해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사형수는 형이 확정됐지만 집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결수’ 신분으로 구치소 독거실에서 홀로 생활한다. 구치소 밖으로 나올 희망이 없는 데다 어차피 ‘죽을 몸’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기분이 틀어질 때는 다른 재소자나 교도관에게 돌발 행동을 하며 위협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구치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법무부가 2008년 관련법을 개정해 미결수인 사형수를 기결수에 준해 처우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사형수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서울구치소에 수십 명이 몰려 있던 이들을 대전 대구 부산 광주구치소로 분산 수감했고 희망자는 노역장에서 일도 할 수 있게 됐다. 2010년 3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은 청송교도소(현재의 경북북부교도소)에 사형 집행 시설을 설치하고 사형수 상당수를 이곳에 격리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 계획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전남 나주에서 7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23)은 아동 포르노광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모텔이나 PC방에 틀어박혀 성인 남성이 여자 어린이와 성행위하는 일본 포르노를 자주 봤다고 했다. 경남 통영에서 10세 소녀를 살해한 김점덕이나 초등학교 건물 복도에서 8세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도 PC에 수십, 수백 건의 아동포르노를 저장해놓고 범행 전 집중적으로 시청했다. 경찰은 7월에 김점덕 사건이 터진 직후 아동포르노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로 이어진다는 언론의 지적이 나오자 아동음란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동음란물이 대량 유통되는 성인전용 PC방은 지금도 당국의 허술한 감시 속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1일 오후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성인전용 PC방을 찾았다. 이곳에서 100m 반경에만 성인전용 PC방이 3개나 있었다. 내부는 일반 PC방 형태와 크게 달랐다. 한낮에도 어두웠고 분홍빛 조명등만 드문드문 켜져 있었다. 컴퓨터는 보이지 않고 3.3m²(약 1평) 남짓한 방 10여 개가 닭장처럼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내부 복도를 오가는 사람 중에는 앳된 얼굴에 스포츠형 머리의 청소년도 있었다. 빈방이 없어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들어가 방문을 열자 담배 찌든 냄새부터 풍겨왔다. 방 안에는 컴퓨터와 간이침대, 성인용품 자판기가 놓여 있었다. 재떨이와 휴지통에는 휴지가 수북했다. 컴퓨터 모니터는 ‘동영상 시청용’이어서 그런지 31인치로 꽤 컸다. 주인은 “시간당 5000원만 내면 컴퓨터에 저장된 음란동영상 수천 편을 볼 수 있고 2만 원을 내면 음란 화상채팅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방 내부를 둘러보고 나와 복도를 지나는데 주인이 있는 카운터 앞쪽 방문이 열렸다.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성이 나오더니 “애들 나오는 건(아동포르노)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그거 따로 폴더에 많이 모아놨는데…” 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에게 해당 폴더를 직접 찾아주고 나온 주인은 “이런 거(아동포르노)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다”며 “진짜 어린애들이 나오는 건 많지 않고 성인이 어린이 흉내를 내는 동영상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인은 취재진을 직접 사무실로 데리고 가 PC방 상영용으로 수집한 아동포르노 수십 편의 목록을 보여줬다. 열 살 남짓한 학생들이 등장하는 동영상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신림동을 비롯해 전국에 퍼져 있는 성인전용 PC방이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일부 남성들의 욕망 분출구가 되는 현장이었다.이 같은 성인전용 PC방은 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음란물 배포를 금지한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성인 PC방 업주들은 음식점이나 일반 게임장 등으로 영업 신고를 해 단속을 피하거나 아예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다. 간판도 ‘휴게텔’ ‘남성 휴게실’ ‘○○ PC방’ 등으로 달아 외관상으로는 성인전용 PC방인지 알 수 없다. 실제로 본보 취재진이 찾은 성인전용 PC방 5곳의 영업 신고 여부를 관할 구청에 확인한 결과 2곳은 일반 게임장으로 신고했고 3곳은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단속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성인전용 PC방을 이용하는 미성년자도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PC방에서 음란물을 틀어준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면 PC방 주인이 음란물을 볼 수 있는 내부 연결망을 즉각 차단해버린다”며 “그러면 방 안에 일반 컴퓨터를 진열해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성폭행범 고종석을 1, 2일 이틀간 면담한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종석은 평소 범행 대상을 정해놓고 기회를 노리다 부모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계획대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종석이 범행 전 피해자 어머니에게 딸들의 안부를 물은 이유는….“범행을 앞두고 상황 판단을 위해 정보를 수집한 것이다. 고종석은 사건 당일 우발적으로 성적 충동을 느낀 게 아니고 평소 큰딸에게 성욕을 느끼면서 꾸준히 성폭행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피해자 엄마가 집을 계속 비우고 있고 현관문도 열려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고종석은 평소 피해자 부모를 매형, 누나로 불렀지만 상대방의 피해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평소 친분은 개의치 않는다.”―집 안까지 들어와 피해자를 이불로 싸서 납치하는 건 어떤 심리….“피해자를 어떻게 납치할지 고민하다 집에서 직접 데리고 나오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낮에 바깥에서 납치를 시도할 경우 주변 사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 가족과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혹시 들키더라도 안부인사 겸 들렀다고 둘러댈 수 있다. 이불째 통째로 들고 나온 것도 성폭행을 할 때 편의를 위한 것이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다리 밑에서 범행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불이 있으면 더 수월하다고 본 거 같다. 고종석은 범행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침착하게 계획대로 움직였다.”―고종석은 반성하고 있나.“이런 성범죄자들은 반성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하필 거실 바깥쪽에 자는 바람에 결국 운이 없어 걸려든 것으로 본다. 범행을 피하지 못한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은 못 느낀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아동 상대 성범죄를 충동질하는 요인 중 하나인 아동 포르노에 대해 한국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왔다. 아동 음란물을 소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중 처벌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아 보관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영국 인터넷감시기구인 IWF(Internet Watch Foundation)는 한국을 세계에서 5번째로 아동 음란물이 많이 유통되는 나라로 분류하고 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아동 음란물은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동영상 또는 사진을 뜻한다. 음란물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로는 성인이더라도 미성년자로 보이게 변장했다면 이 역시 아동 음란물로 간주된다. 이 법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출입한 자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 배포하거나 전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 소지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아동음란물 소지 행위도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지만 이 처벌 조항이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11월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2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할 정도로 처벌 의지가 강하다. 아동 포르노를 컴퓨터에 내려받기만 해도 통상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작년 468명 중 225명 풀려나… 1년새 ‘집유’ 6.8%P 증가, 성인대상 성범죄도 솜방망이 ▼아동(만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법원이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비율이 지난해에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8월 31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형사법관포럼 발표 자료에 따르면 1심 선고 기준으로 만 12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은 2010년 전체 482명 중 199명으로 41.3%였지만 지난해에는 48.1%(468명 중 225명)로 6.8%포인트 높아졌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유형 중 60%가량을 차지하는 강제추행 사건은 집행유예 비율이 9.8%포인트 늘었다. 반면에 강제유사성교는 1.1%포인트, 강간은 1.7%포인트 정도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낮아졌다. 성인 대상 범죄를 포함한 전체 성범죄에서도 2010년 38.8%(1525명)에서 지난해 40.4%(1721명)로 집행유예 비율이 높아졌다. 벌금형에 처한 비율도 2010년 10.5%(414명)에서 지난해에는 13.5%(573명)로 높아졌다. 반면에 무기징역을 포함한 실형 선고는 3%가량 줄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추행 신고건수가 늘어나 집행유예도 함께 늘어난 것”이라며 “추행은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7월 18일 경기 부천시에 사는 송모 씨(37·여)는 직장에서 회의를 하다 딸 이름으로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았다. 중학교 2학년인 딸(14)이 학교에 있을 오전 10시경이라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중학교 ○반 ○○○ 어머니시죠? 따님이 사고가 났습니다.” 전화기에선 굵은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딸의 학교와 학급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송 씨가 “많이 다쳤느냐”고 묻자 남자는 “딸과 직접 얘기해 보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넸다. 수화기 너머로 어린 여자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눈이 안 보여. 무서워.” 긴가민가했지만 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전화를 건 남자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딸 데려가려면 빨리 1000만 원 보내. 전화 끊기거나 허튼짓하면 칼로 찌른다.”송 씨는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 회사 1층에 있는 현금인출기로 향했다. 수화기에선 여자의 비명이 계속 들렸다. 송 씨는 급한 대로 계좌에 있던 290만 원을 두 차례 송금했다. 모자란 돈을 부치려고 남편에게 연락하자 남편이 학교에 가보겠다고 했다. 전화기에선 “5분 내로 돈 안 부치면 딸을 죽이겠다”는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속이 다 타들어갈 즈음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딸은 학교에 있었다. 송 씨는 지금도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그놈 목소리’가 귀에 윙윙거려 괴로워하고 있다.○ 발신번호 조작 해외선 얼마든지 가능자녀나 노부모의 휴대전화 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해 전화를 건 뒤 “자녀(노부모)를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고 협박하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례가 많이 알려지면서 피해건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이 같은 가족 납치 빙자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자녀 이름이 뜬 전화를 받으면 납치범이 자녀 전화기를 빼앗아 대신 전화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특히 7월 경남 통영 ‘아름이 사건’이나 8월 30일 전남 나주에서 일어난 7세 여아 납치 성폭행 사건 등 어린 자녀를 상대로 한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부모들은 이런 전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현재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 가운데 가족 납치 빙자가 35%를 차지해 가장 많다.이런 수법이 성행할 수 있는 건 각종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무단 유출되면서 범인들이 가족 단위 신상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족 구성원의 직장 및 학교 등 소속을 파악한 뒤 자녀나 노부모의 휴대전화 번호로 발신번호를 바꿔 현금 인출권이 있는 가장에게 전화를 건다.범인들은 피해자가 자녀나 노부모에게 연락해 사기 여부를 확인할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해당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한 뒤 학교 수업이나 취침 등의 사유로 전화 연결이 안 되는 때를 노린다. 피해자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거나 스팸 문자를 퍼부어 전화를 끄게 만들기도 한다. 발신번호 조작은 국내에선 금지돼 있지만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선 제약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사설 통신망을 통하면 발신번호를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납치 전화’ 오면 112에 신고해야자녀가 납치됐다는 전화가 오면 즉각 112에 신고하는 게 좋다. 실제 납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통화는 계속하되 메모나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주변 사람에게 신고해 달라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발신번호가 자녀 번호이더라도 다른 전화로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화가 꺼져 있거나 신호음이 가면 ‘납치 전화’는 거짓일 수밖에 없다.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자녀가 가깝게 지내는 친구나 평소 자주 가는 곳을 확인해둘 필요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피해자의 경찰 신고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협박에 흔들리지 말고 무조건 112에 신고해야 한다”며 “그러면 위치조회 등을 통해 납치 여부를 확인해 주고 납치 가능성이 있으면 바로 수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경찰은 112센터와 은행 콜센터 간에 전용라인을 구축해 피해자가 112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해당 은행 콜센터로 즉시 연결해 해당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110콜센터(국번 없이 110번)도 유용하다. 바로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어 상황별 대처법을 신속히 안내받을 수 있다.보이스피싱범으로 의심되는 자에게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이미 알려준 상황이라면 곧바로 경찰이나 해당 금융기관에 신고한 뒤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국번 없이 1336(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전화해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또 평소에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확인해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다른 친구들은 이제 다치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나영이와 몇 번이나 약속했는데 그걸 못 지켰네요.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2008년 12월 조두순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나영이(가명·당시 8세)의 아버지는 8월 30일 전남 나주에서 7세 여아가 집에서 잠자다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에 밤새 잠을 못 이뤘다. 그는 3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4년 전 비극이 떠올랐는지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세상 살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짐승이 돼가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을까요. 자고 있는 그 어린아이를 어떻게 집 안에까지 들어와 납치해 갈 수 있는지….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그는 “나영이가 사건 직후 응급실에서 깨어나자마자 ‘친구들이 주변에 있으니 그 아저씨(조두순)한테 안 다치게 해 달라’고 했다”며 “언론 인터뷰도 자기 얘기를 알려서 다른 피해가 없게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만 하라고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또 터져 딸을 볼 낯이 없다”고 했다.나영이는 2010년 학교 복도에서 김수철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8세 초등학생의 병실을 직접 찾아 선물로 차고 있던 시계를 주고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위로했다고 한다. 두 학생은 이후 종종 만나며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고 있다. 나영이 아버지는 “아이들이 어렵게 상처를 회복해 가고 있는데 어린 소녀들이 납치되고 죽는 일이 반복되면 피해자들은 그때 공포가 떠올라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예전 상처에 파묻히게 된다”며 울먹였다.나영이는 심각한 성폭행 후유증에 시달리다 배변주머니를 제거하고 얼마 전부터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올 7월 경남 통영 김점덕 사건이 발생한 이후엔 종종 불안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나영이 아버지는 “나주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딸에게 차마 얘기하지 못했지만 알게 되면 예전처럼 또다시 말문을 닫을까봐 걱정”이라며 “나영이가 최근 여러 성범죄 사건을 접하며 ‘요즘도 나쁜 아저씨들이 이렇게 많아요?’라고 물어올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나주 사건은 나영이와 가족들에게 4년 전 악몽을 고스란히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나영이 아버지는 그동안 여러 성폭력 대책이 나왔지만 정부가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도입한다고만 했지 관련 연구나 보완을 통해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사람이길 포기한 성범죄자들은 철저히 격리해야 하는데 사건이 지나가고 나면 그 심각성에 무관심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세대가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성폭력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와 왜곡된 인식이 많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시민들도 나주 성폭행 사건이 터지자 “야수의 손길이 집안까지 뻗친다면 도대체 안전한 곳이 어디냐”며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주부 강문영 씨(36)는 “그동안에는 학교나 학원 다녀오는 길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제는 아이를 집에 두고 장보러 갈 때도 불안에 떨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영호 씨(47)는 “김점덕 사건 이후 초중고교생인 세 딸을 등하굣길마다 자가용으로 태워주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신경을 써야 하느냐”며 “아내는 직장에 있을 때도 아이들 걱정에 일손이 안 잡힌다고 하는데 딸들 가방에 호신용품이라도 달아줘야 되는 거냐”고 토로했다.지난달 딸을 출산한 정모 씨(30)는 “여성과 어린이를 지켜주는 사회 안전망이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며 “아기를 위해서라도 이민을 가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성폭행범을 강력 처벌하자’는 서명운동이 벌어져 31일 하루에만 2만여 명이 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국민께 심심한 위로를 표하고 가족에게도 위로를 보낸다. 정부를 대신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왜 긴급전화인 112가 통화 중일까.’ 112에 전화하면 평균 10통 중 3통이 ‘통화 중’ 상태여서 연결되기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이나 성폭행 위험에 놓인 피해자가 생명을 위협받으며 전화해도 연결이 안 될 확률이 30%나 되는 것이다. 실제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일어난 흉기난동사건 때 현장에 있던 김모 씨가 범행 장면을 목격하고 112에 전화했지만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 대기하라”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음성만 반복된 것이다. 김 씨는 할 수 없이 전화를 끊고 허리띠를 풀어 범인과 맞서야 했다.○ 신고자 14%, 통화 안 돼 신고 포기 동아일보가 29일 입수한 서울지방경찰청 112 신고전화 대기 현황을 보면 지난달 하루 평균 걸려온 112 전화 2만1429건 중 통화 대기된 건은 6306건이었다. 신고자의 29.4%는 112가 ‘통화 중’인 탓에 바로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1∼6월에도 30∼32%가 전화 연결을 기다려야 했다. 서울경찰청 112센터의 경우 18∼23명의 근무자가 모두 신고를 받고 있으면 그 후 걸려온 전화는 계속 대기하다 접수원 중 한 명이 전화를 끊어야 연결된다. 112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은 범죄가 빈발하는 오후 10시∼오전 3시에 가장 심했다. 범죄가 적은 오전시간대에 비해 신고대기 건수가 3∼6배 많았다. 금요일과 토요일의 통화대기 건수도 일요일과 월요일보다 각각 2배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때 112 신고를 제대로 받지 못한 데 따른 징계가 내려진 뒤 한 건이라도 제대로 신고를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다른 신고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자의 절반은 통화도 못해 보고 전화를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경찰청에 들어온 112 신고전화 857만 건 중 통화대기 상태에서 끊긴 전화는 119만 건으로 14%에 달했다. 10명 중 3명은 ‘통화 중’에 걸리고 그중 절반(14%)이 신고를 포기하는 것이다. 전화가 도중에 끊기면 경찰 내부전산망에 번호가 남지만 당장 들어오는 신고를 받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라 끊긴 번호로 다시 연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911로 걸려온 전화가 접수원이 받기 전에 끊기면 해당 번호의 발신지를 추적해 무조건 경찰이 출동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초가 중요한 긴급 상황 때 이용되는 112가 통화 중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신고가 빨리 접수돼야 피해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범인도 수월하게 검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신고 대기 건수를 줄이려면 신고 접수가 부실해지는 게 문제다. 112센터 관리자가 대기전화 현황을 파악해 직원에게 신속한 처리를 독촉하면 서둘러 전화를 끊느라 출동한 경찰관에게 충분한 현장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6월 경기 수원시에서 동거남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던 여성이 몰래 112 신고를 했는데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 남성에게 전화로 폭행 사실을 물은 뒤 되돌아가 피해를 키운 사건도 그런 사례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 여성은 거의 감금상태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폭행을 당하고 있었는데 해당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서두르느라 피해자의 부상 정도나 폭행 내용을 자세히 명시하지 않아 출동한 경찰관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력 증원하고 접수방식 개선해야 경찰은 ‘통화 중 증상’을 해결하려면 전국적으로 112 접수 및 지령요원을 1500명가량 증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112 직원 1인당 하루 평균 접수처리 건수는 61.5건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32건), 일본 도쿄(30건) 등에 비해 두 배가량 많다. 거짓 오인신고와 긴급하지 않은 민원전화도 많아 불필요한 일에 인력이 분산되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인력을 늘리기보다 신고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근무요원을 늘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다른 업무로 배치하는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요와 공급이 맞도록 112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현 연세대 경영대 교수(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는 “비긴급 전화는 추후 다시 연락하거나 다른 곳에 연결하고 거짓전화를 신속히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춰 업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며 “다만 112는 국민 생명이 달린 공공 서비스인 만큼 지나치게 효율성에 집착하기보다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택가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시도하다 30대 주부를 살해한 서진환(42)은 범행 직전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까지 복용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성폭행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진환은 범행 당일 새벽까지 밤새워 음란동영상을 본 뒤 아침 일찍 성폭행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집을 나서기 전 비아그라를 복용했다. 평소 스트레스성 발기부전 증상이 있었던 그는 성폭행을 작심하고 약까지 챙겨 먹은 것이다. 서진환을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요원) A 경사는 “평소 모든 관심이 오로지 성욕에만 집중돼 있는 전형적인 강간범”이라고 진단했다.경찰 조사 결과 서진환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앞서 얼굴과 옆구리, 배 등을 수십 차례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칼에 찔리기 전 서진환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이미 저항력을 잃은 상태였다. 사건 후 발견된 시신은 얼굴 대부분이 피멍으로 검게 부어올라 유족조차 쉽게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A 경사는 “잔혹한 살해 수법으로 볼 때 좌절된 성욕이 필요 이상의 과도한 폭력성으로 변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강간살해범들은 흔히 피해자가 소리를 지를 수 없도록 베개로 머리를 누르거나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질식해 숨지게 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서진환은 피해자의 저항 여부와 무관하게 칼을 휘두르는 극단적 폭력을 가해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보였다. A 경사는 “상습 강간범인 서진환은 피해자의 정서적 육체적 아픔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고 피해자를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대상으로만 봤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진환의 사례처럼 성범죄는 강압적 성관계뿐 아니라 폭행으로 인한 상해나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성폭행범은 상해나 살인 등은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해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얄팍한 변명이라고 지적한다. 성폭행 중 벌어지는 폭행은 성욕뿐 아니라 내면의 분노, 평소 억압됐던 욕구를 일시에 표출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대부분 사전에 계획된다는 것이다. 성폭행은 피해자를 학대해 물리적 심리적으로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출발하는 것이지 단순히 성욕 해소를 위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는 설명이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연구원은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볼펜이나 젓가락만 들고 있어도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 죽음을 각오하고 저항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저항 의사가 없는데도 피해자에게 일부러 주먹이나 흉기를 휘두르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상대를 지배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단순히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은 폭행 살인 등 추가 범죄는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피해가 커지면 경찰의 집중 수사 대상이 돼 성범죄 행각을 이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성폭행 범죄 현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테이프, 칼, 노끈 등의 증거물들을 ‘강간범 세트’라고 부른다. 서진환도 이런 장비를 치밀하게 준비했다. 피해자를 결박할 청테이프와 얼굴을 가릴 청색 마스크,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과도를 갖췄다. 경찰 관계자는 “서진환이 그동안 세 차례 성범죄를 저지르며 나름대로 정교하게 범행 수법을 익힌 것 같다”며 “청테이프는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폭행의 상당수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돼 저질러진다. 성폭행범들은 흔히 “노출이 심한 옷차림의 여성을 보고 순간적으로 충동을 못 이겨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하지만 이는 피해자에게 책임의 일단을 돌리려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진환의 사례가 보여 주듯 단순히 성욕을 채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 온 성적 좌절감과 열등감을 여성에 대한 폭행이나 살인을 통해 표출하는 계획적 성폭행범이 많아진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성폭행범에 대처하는 대책과 처벌도 그에 맞게 강화되어야 함을 보여 준다.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경찰의 뒷조사 의혹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집중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결산심사 보고에 나선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경찰이) 안 원장의 유흥업소 출입을 사찰하고 여성 문제를 조사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냐”고 따졌다. 김 경찰청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자 같은 당 유대운 의원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느냐”며 “경찰청장이 모르는 비선(조직)이 있을 수 있지 않으냐”고 다그쳤다. 김 경찰청장은 “가능한 모든 범위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유 의원이 “경찰청장의 답변과 상이한 사실이 드러나면 그때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고 묻자 김 경찰청장은 “가정해서 답하기 어렵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안 원장에 대한 경찰의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권 장관은 “구체적 수사 단서가 있으면 그때 가서 검토할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언론을 통해 접한 것 이외에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이 안 원장의 단란주점 출입 여부 등을 지난해 초 내사했다고 보도한 민영통신사 뉴시스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경찰은 “안 원장의 사생활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언론중재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뉴시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덧붙였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동아일보는 23일 ‘묻지마 범죄자’들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온 경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요원) 3명에게서 범죄자들의 특징을 들어봤다.○ 11년차 프로파일러 C 경감 이들은 경찰에 잡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반 범죄자는 범행이 적발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범행 후 최대한 증거를 인멸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잡히면 범행을 순순히 시인하고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범행 계획까지 다 털어놓기도 한다. 얼마나 무거운 처벌을 받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자신의 분노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회 문제에 대한 평소 주장을 펼치면서 ‘사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공통적이다. 양극화 문제 등 일리 있는 대목도 적지 않지만 자기만의 편협한 세계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니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8년차 프로파일러 A 경위 묻지마 범죄의 동기는 사회에 대한 누적된 분노다. 그 분노가 자기 안으로 향하면 우울증을 유발해 자살에 이르기도 하지만 밖으로 분출되면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이 된다. 자살과 타살의 경계에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가 자신을 망쳤기 때문에 자기 외에 다른 사회 구성원들을 그런 결과에 일조한 ‘적’으로 본다.○ 6년차 프로파일러 B 경사 이들은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가치관이 왜곡돼 대인관계에 좌절한 경험이 많다. 신뢰관계 형성이 안 되다 보니 집에 틀어박혀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실직이나 실연 같은 힘든 상황에 놓이면 주변 사람과의 감정적 교류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기보다 사회 탓, 남 탓을 하며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자살을 고민하다가도 ‘나 혼자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선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예전엔 늦은 밤이나 으슥한 거리만 아니면 성폭행 같은 건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낮밤 구분 없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도 끔찍한 일이 생기니 무서워서 못 살겠어요."(김윤미 씨·24·취업준비생) 성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가 급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국격 상승에도 아랑곳없이 흉악범죄는 오히려 늘어가고 있다. 나라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시민들은 더욱 불안에 떠는 '위험 사회'가 되어 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 사이에 무려 8건의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2명이 숨지고 2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부분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하철 승객, 퇴근길의 직장인, 두 아이의 엄마, 하교하던 초등생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 영문도 모른 채 참변을 당했다. 경남 통영과 제주에서 각각 10세 소녀와 40세 여성이 성폭행을 시도하는 전과자에게 살해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흉악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우리 사회는 강력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살인 강도 성폭행 방화 등 강력범죄는 2001년 이후 10년간 84.5%나 증가했다. 성폭행은 2002년 6754건에서 2011년 1만9491건으로 3배로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살인 6위, 성폭행 11위로 범죄율이 높다. '범죄 방정식'도 깨졌다. 범인들은 굳이 으슥한 곳을 찾거나 야심한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범행 동기도 불분명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누적된 분노를 쏟아낸다. 살인사건 가운데 우발적으로 일어난 비율은 1982년 6.8%에서 1998년 28.2%, 2010년 43.3%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 국민이 '거리의 악마'의 위험에 노출된 사회가 됐다.실제로 최근 두 달간 주요 흉악범죄를 분석해 보면 야심한 시간에 으슥한 곳에서 일어난다는 상식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 18일 퇴근시간대 경기 의정부역에서는 30대 남성이 지하철 전동차와 승강장을 오가며 승객 8명에게 공업용 칼을 휘둘렀다. 20일 등교 시간에 두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을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집에 들어왔다가 성폭행범에게 살해됐다. 집에서 50m 앞을 잠시 다녀와 벌어진 참변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흉기 난동으로 4명이 크게 다친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해가 지기도 전인 오후 7시 10분경이다. 여의도의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은주 씨(30·여)는 "칼부림 사건이 나기 5분 전까지 사건 현장에 있었다"며 "이제는 매일 오가는 도심 번화가의 출퇴근길조차 혼자 다니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범인들의 면면을 봤을 때도 '범죄자 공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여의도에서 칼을 휘두른 김모 씨(30)와 의정부역에서 공업용 칼을 휘두른 유모 씨(39)는 둘 다 범죄전과가 없다. 김 씨는 한때 신용정보회사에서 부팀장으로 근무했던 화이트칼라였다. 당시 사건의 목격자들도 "안경을 끼고 나약한 인상의 김 씨가 갑자기 칼을 휘둘러 놀랐다"고 했다. 수입이 적은 일용직 노동자나 노숙인이 갑자기 흉악범죄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노성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도한 경쟁사회에서 스스로 낙오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노를 범죄로 표출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무너진 사회적 안전망을 하루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최근 강력범죄 가운데서도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 새 성폭력 사건이 3배로 증가한 배경에 대해 사회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늘면서 적절한 방법으로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 환경이 좋아지면서 아동 포르노 등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유포돼 왜곡된 성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도 성범죄가 느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남성들이 음란물이 불러일으킨 자극적 충동을 자제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단절된 사람이 늘어나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당할 고통을 가늠하지 못한 채 자신의 욕구충족만을 최우선시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성범죄 증가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물론 범죄 접수 건수가 늘어난 것은 언론 등을 통해 '성범죄 피해를 입으면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홍보가 많이 돼 신고 건수 자체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성범죄가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일부 범죄자들이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으론 성범죄자가 성폭행만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피해자가 다치거나 숨지면 범행 후 더 많은 경찰력이 투입돼 추가 범행을 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범죄 건수는 급증했지만 피해자의 신체 상해 정도는 오히려 가벼워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매년 집계하는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폭행 과정에서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2008년 883명, 2009년 753명, 2010년 412명으로 줄었다. 장기 입원이 필요한 전치 8주 이상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도 38명, 26명, 22명으로 감소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최근 흉악한 성범죄 사건이 많이 알려지면서 피해자가 겁을 먹고 반항을 포기해 가해자가 물리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필요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상습적인 성폭행범은 앞으로도 계속 범행을 할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범행 흔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자를 무리하게 폭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성범죄자들은 아예 잔혹한 수법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거나 교묘하게 수사망을 따돌리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오되는 사람들 상당수가 가족이 해체되거나 정상적 인간관계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받지 못하고 추락하면 범죄 유혹에 취약해진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동영상=‘여의도 칼부림’, 묻지마 흉기 난동범 체포 영상}
“인천공항 지분을 매각한다는 정부 방침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습니다.” 10대 고교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며 기획재정부 영문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6월 26일 재정부 영문 홈페이지에 침입해 메인화면을 변조한 혐의로 경기도의 한 고교 1학년인 김모 군(16)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은 당시 ‘인천공항 일부 지분 매각’ 관련 보도를 보고 매각 주관 기관인 재정부 홈페이지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군은 인터넷 검색으로 재정부 영문 홈페이지(english.mosf.go.kr)의 보안 취약점을 발견한 뒤 해킹해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청사초롱을 든 쥐’ 이미지와 ‘MBC 파업을 지지합니다’ 문구가 번갈아 표시되도록 바꿔놓았다. 김 군은 1월 MBC 노조파업 때도 사측 대응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MBC 사내 통신망에 침입해 메인 홈페이지 문구인 ‘通MBC’를 ‘通MB’로 변조하기도 했다. 당시 김 군은 이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군은 컴퓨터 전문가는 아니고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초보적인 해킹 수법으로 표현했다”며 “미성년자라도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성범죄자가 출소 후 전자발찌 없이 지내다 다시 성폭행이나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상 전자발찌 착용 대상인 성범죄자들이 최소한의 재범 예방 장치인 전자발찌조차 없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난동을 부려 1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한 강모 씨(39)는 특수강간으로 7년이나 복역한 전과자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강 씨는 전자발찌 소급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만 그는 전자발찌를 차지 않았다. 검찰이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결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전자발찌가 도입된 2008년 9월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들이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하도록 2010년 7월 전자발찌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회 이상 성폭행한 성범죄자 2675명을 선별해 법원에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중 75%인 2019건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2010년 8월 개정 전자발찌법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3건의 재판에서 "전자발찌 소급 적용은 형법 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보안처분이므로 적법하다"는 일관된 판례를 제시했지만 법관들은 헌재 판단을 더 중요하게 보는 셈이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위헌심판이 제청돼 재판 진행이 중단된 사건의 피고인과 다른 유사 사건 피고인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추후 위헌 결정이 나면 재심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위헌 결정이 나기 전에는 현행법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며 "입법부가 여론을 반영해 만든 법을 집행하지 않으면 민의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위헌심판이 제청된 사안은 헌재가 180일 안에 판결해야 한다는 훈시 규정이 있지만 헌재는 전자발찌법에 대해 2년째 결론을 못 내고 있다. 그로 인해 일선 법원 판결이 계속 유보되면서 전자발찌를 차지 않은 성범죄자가 출소 후 재범한 사례는 19건에 달한다. 현행법상 위헌심판이 제기되면 해당 사건은 재판이 중단된다. 하지만 다른 유사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명확한 기준 없이 법관 재량에 맡겨져 있어 판단이 제각각이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소급적용 대상자 2675명 중 656명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려 424명은 전자발찌를 차도록 했다. 성범죄자가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경남 통영의 '아름이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 소급적용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진 실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5명이 다음달 교체된다. 새 진용이 꾸려지면 다시 논의해야 해 결론이 날 때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2일 하청업체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GS건설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GS건설 측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주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실제 금액보다 부풀려 결제해준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GS건설의 하청업체 계좌와 통신기록을 압수수색해 분석한 결과 공사가 여러 업체에 배당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의 공사비가 부풀려진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사 현장 담당 부서나 특정 직원의 비리일 가능성도 있지만 되돌려 받은 금액 규모가 크고 여러 하도급 업체에서 자금이 같은 방식으로 GS건설 측에 흘러들어간 점으로 볼 때 단순 리베이트 수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GS건설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되돌려 받은 거액의 자금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경찰이 어느 협력업체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아 부당한 돈거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본사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 불법행위를 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남 통영의 열 살 소녀 아름이가 김점덕(45)에게 무참히 살해된 지 불과 한 달, 성범죄 전과자들이 서울과 경기 수원에서 성폭행을 하려다 살인광란극을 벌였다. 성폭력대책을 강화하자던 정부와 정치권의 요란했던 목소리가 흐지부지되는 기미를 보이자 성범죄자들이 감춰온 수심(獸心)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구호만 무성할 뿐 실효성이 없는 제도의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었다.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 성범죄 전과자 서모 씨(42)가 주부 이모 씨(37)를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3번의 성범죄 전력을 포함해 전과 12범인 서 씨는 전자발찌를 찬 채 범행을 저질렀다. 관할 보호관찰소는 “서 씨가 자기 집 1km 범위 내에서 움직여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전자발찌는 ‘이 상태로 범행하면 쉽게 잡힌다’는 착용자의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는 것인데 성범죄자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밀착 감시를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서 씨는 신상정보 공개대상에서도 제외돼 피해자 이 씨를 포함해 주민 누구도 그가 성폭력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는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 출소했는데, 신상공개는 지난해 4월 16일 이후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2010년 1월 1일 이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자에게 한정된다.21일 수원에서는 특수강간 전과자 강모 씨(39)가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를 휘두르며 도주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강 씨는 2005년 2차례 성폭행을 저질러 7년이나 복역했지만 지난달 출소 후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고 전자발찌도 착용하지 않았다. 2005년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는 전자발찌 소급 적용마저 피해갔다. 국회는 2010년 김길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법 개정 한 달 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전자발찌 소급 적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전국 법원이 소급 적용을 전면 중단했다. 이 사안은 아직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그 결과 소급적용 대상자 6916명 중 전자발찌를 차게 된 성범죄자는 위헌제청 전 출소한 378명뿐이다. 성범죄자의 왜곡된 성충동을 없애는 상담치료도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자발찌를 차고 가정주부를 살해한 서 씨는 성폭행으로 7년 6개월을 선고받고도 상담교육은 고작 40시간 처분에 그쳤다. 법원은 최대 500시간까지 상담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지만 판사 재량에 따라 시간이 제각각이다. 성범죄자는 전자발찌, 신상정보 공개,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상담치료 등 모든 수단이 유기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면 언제 재범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한림대 범죄심리학과 조은경 교수는 “주변과 단절돼 홀로 생활하는 성범죄자는 욕구 불만이 더 커져 음란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성관념이 더욱 왜곡될 수 있다”며 “성범죄자의 생각과 행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취업 준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저는 왜 ‘서류광탈(서류전형에서 미친 듯 떨어지는 사람)’의 반열에 올랐을까요.”“거의 완벽한 스펙인데 면접관들은 왜 저한테 관심이 없을까요.”“너무 자랑하듯 자기소개를 하면 건방져 보일 테고 적당히 하자니 자신감 없어 보일 거 같고 어쩌죠?”17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있는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 본사에 20대 남녀 30명이 모여 취업 고민을 털어놨다.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낙방한 취업준비생들이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입사 면접에 온 것처럼 정장차림으로 눈을 반짝이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누구를 위한 스펙 경쟁인가”참가자 중에는 1차 관문인 서류심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들 상당수가 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에 토익 학점 봉사활동 등 스펙 관리를 충실히 해온 터라 더욱 고민이 깊었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 4학년 권모 씨(23·여)는 “토익 950, 토익 스피킹 레벨 6, 학점 3.8(4.5 만점)에 해외봉사까지 다녀왔다”며 “정보처리기사 한국사능력시험 등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도 많이 땄는데 서류에서 계속 떨어져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권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H대 출신 김모 씨(26)는 “해외인턴 같은 특별한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 스펙이 화려해야 면접 때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스펙 예찬론’을 폈다. 한편에선 스펙 경쟁의 허탈함을 토로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펙 준비에 시간을 쏟아 붓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직무나 지망하는 기업에 대한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강대 4학년 강모 씨(25·여)는 “어차피 원하는 곳에 합격하긴 어렵다는 생각에 일정 수준으로 스펙을 맞춰 놓고 웬만한 대기업에 다 지원하게 되는데 그런 방식으로 차별화가 되겠느냐”고 했다. 취업 준비가 ‘돈 잔치’가 됐다는 푸념도 쏟아졌다. 건국대 4학년 한모 씨는 취업 컨설팅 업체에 찾아간 일화를 소개했다. “60만 원만 내면 한 곳이라도 합격할 때까지 도와주고, 합격하면 60만 원을 추가로 내는 조건이었어요. 자기소개서 첨삭 받으러 갔더니 밑줄 하나 안 그어주고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만 하더군요.” 3년차 백수인 한 구직자가 “등록금으로 1800만 원을 대출받아 이자 내기도 벅찬 형편이라 매달 4만2000원 하는 토익시험료도 부담”이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공감한다는 듯,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엉뚱한 데 열정 쏟아 안타까워”참가자의 대화를 지켜보던 취업컨설턴트들은 “구직자의 절실함이 엉뚱한 방향으로 발휘돼 좌절을 반복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스펙 등 계량적 요소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기업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 기업은 업무에 대한 진정성과 근속 가능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과 업무 특성을 고려해 2, 3개 분야로 범위를 좁혀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기업은 이런 인재를 뽑는다는 방향이 있는데 구직자들이 그걸 고려하지 않고 일단 찔러 본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서류부터 계속 낙방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해당 기업 몇 곳을 집중 공략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전문가들은 참가자들을 직접 면접하며 단점을 찾아주기도 했다. 면접관의 눈길을 피하거나 말끝을 야무지게 맺지 못하는 구직자가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선 멋대로 판단해 답하기보다 질문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게 낫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임현민 인크루트 컨설턴트는 면접관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느냐’는 질문을 하면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여자친구가 데이트 끝나고 ‘오늘 어땠어’라고 묻는데 ‘할 말 없다’고 하면 어떻겠어요. 면접관도 마찬가지예요.”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
경찰이 노사분규나 재개발 현장에 투입되는 경비용역업체 직원 가운데 폭력전과자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또 현장에 배치되는 용역 직원의 신분이 드러나도록 이름표를 달게 하고 용역 업체 직원들의 장구와 복장에 대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19일 이 같은 내용으로 경비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유성기업 사태와 올해 SJM 사태 때 드러난 경비용역업체의 폭력행위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 효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개정안을 보면 조직폭력배 등 범죄단체와 관련된 죄로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향후 10년간 경비용역업체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강도 절도 성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 처분을 받거나 폭력 행위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두 번 이상 받은 자도 5년간 경비원 취업을 금지했다. 폭력 전과자가 경비원 등 용역업체 직원이 되는 길을 차단한 것이다. 집단 민원 현장을 담당하는 경비업체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현장에 투입된 직원은 소속 업체와 본인 이름이 표시된 명찰을 부착해야 하고, 용역 직원 배치 24시간 전에 이들의 장구와 복장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민주통합당은 16일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박정희 정권 시절 대표적 재야 정치인이었던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을 계기로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민주당은 이날 당 차원에서 의문사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17일 경기 파주시 장준하 공원에서 열리는 장 선생의 37주기 추모식엔 이해찬 대표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유신독재의 정치적 계승자로, 5·16쿠데타에 대한 미화와 역사왜곡에 앞장서온 박 후보의 사과와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대선주자들도 박 의원에 대한 공세에 가세했다. 정세균 의원은 전북도당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친일파 박정희에 의해 독립군 장준하가 타살됐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불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후보 측은 논평을 내고 “박정희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 의원은 즉각 석고대죄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경선캠프 관계자는 “박 의원이 2007년 장준하 선생의 유가족을 만나 사과 말씀을 드린 게 있다”며 “그때 말씀한 뜻은 변함없으며 장 선생 아들의 말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더이상 어떻게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장준하기념사업회는 16일 서울대 법의학연구소의 장 선생 유골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검사 소견서에 따르면 유골은 대체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머리뼈와 골반에서 골절 소견이 나왔다. 유골 검사를 진행한 이윤성 서울대 교수는 소견서에서 “머리뼈와 오른쪽 볼기뼈의 골절은 둔탁한 물체에 의한 손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하지만) 머리뼈 골절을 야기한 손상이 누군가의 가격에 의한 것인지, 추락하면서 부딪혀 생긴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장 선생의 사망 원인은 절대 추락사가 아니며 외부적 가격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주(駐)러시아 북한대사관 외교관이 최근 중국에서 행방불명되자 그의 가족들이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고위관계자는 15일 “주러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 A 씨(51)의 부인과 자녀가 4월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다”며 “우리 정부가 러시아 외교부와 이들에 대한 출국허가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망명 신청자는 A 서기관의 부인 B 씨(51)와 딸(22) 아들(20) 등 3명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A 서기관이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행방불명되자 4월 24일 모스크바에 있는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전화로 망명을 요청했다. 우리 대사관은 이튿날 오후부터 이들을 보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서기관 가족이 한국에 입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A 서기관의 행방은 현재 알 수 없는 상태”라며 “가족들이 A 서기관이 북한당국에 의해 숙청당한 것으로 보고 신변에 위협을 느껴 망명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그동안 북한 외교관이나 가족의 한국 망명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북한의 핵심 우방인 러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 가족이 우리 공관에 망명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통상부는 동아일보가 A 서기관 가족의 망명 여부에 대해 공식 확인을 요청하자 “대답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010년 공개한 미국 국무부 전문(電文)에 따르면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그해 1월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숫자를 특정할 수 없는 북한의 해외 고위 관리들이 최근 남한으로 망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 말 북한의 한 공관장급 외교관과 외화벌이 책임자가 한국으로 망명해 현재 우리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에는 헝가리에 머물던 북한 국영회사 직원 등 4명이 한국으로 망명했다. 홍순경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은 부인 아들과 함께 북한 요원들에게 끌려가다 탈출해 2000년 한국 땅을 밟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