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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미래 세대가 서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곧 양국 관계를 지탱할 버팀목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최근 격해지는 반중 정서에 대해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체제가 다른 한국과 중국을 유지해 준 것은 문화·정서적 유대감인데 양국 간 연결고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신호”라며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사드 보복 등 문제에서 양국 정부가 갈등의 주체였다면 지금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양국 시민들이 직접 충돌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인적 교류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인터넷 공간에서만 서로를 접하는 2030세대가 일부 극단적인 의견을 상대국의 보편적인 정서로 받아들이며 논란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경우 정부의 중재에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취한 한국의 대중문화 진출을 막는 이른바 ‘한한령’을 풀지 않으면서 한중 간 문화·관광산업 교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교류의 질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단순히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상대방의 정체성과 변화된 사회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 방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 2030세대가 가장 많이 한 답변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되 중국 견제에는 신중해야 한다”(51.7%)였다.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33.6%)가 그 다음이었고,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 중국 견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답은 12.3%였다.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한국 MZ세대들이 반중국 정서가 강하지만 반도체 등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략에 한국 정부가 앞장서 동참하면 경제적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의 78.8%가 중국을 경제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론조사와는 별도로 진행된 2030세대 심층 인터뷰에서 문경언 씨(29)는 “전기차 등 미래 산업에서 거대한 중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답은 1.7%에 불과했다. 미국을 경제적 측면(94.1%)과 안보적 측면(93.2%)에서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꼽았다. 2030세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에 강경한 인식을 보였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인 데 대해 76.6%가 “정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는 70.6%가 “정당하다”고 응답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중국 하면 감옥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라요. 중국인은 스스로가 감옥에 갇혀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중 수교 30주년인 24일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한중 2030세대 각각 10명씩 모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한국인 박모 씨(25)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 대한 한국 MZ세대들의 부정적 인식은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11∼14일 전국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호감도를 ‘매우 비호감’(0점)부터 ‘매우 호감’(10점) 척도로 평가해 달라고 물었을 때 나온 중국에 대한 평균 호감도는 2.73점에 그쳤다. 미국(6.76점)은 물론이고 일본(3.98점), 북한(2.89점)보다 낮았다. 중국에 대해 비호감 평가(10점 만점 중 0∼4점) 비율은 응답자 중 78.8%에 달했다. 0점을 준 비율이 3점을 준 비율(21.8%)과 비슷한 20.5%였다. 응답자들은 중국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4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중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과 신장위구르 등 인권 침해 문제’(35%), ‘첨단기술·인재·정보 유출과 지식재산권 침해’(29.3%), ‘중국 공산당의 일당 통치 등 정치체제’(26.4%),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18.8%) 순이었다. 별도로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 전모 씨는 “김치 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평생 누린 문화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중 관계가 나쁘다는 평가도 58.9%에 달했다. 한중 관계가 좋다는 평가는 5.3%에 그쳤다.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압적 외교 및 태도’(52.9%)가 관계 악화 원인으로 가장 많이 제시됐다. 호감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가 없다”(31%)는 답변이 자연환경과 역사유적(32.1%)이라는 의견과 비슷한 비율로 많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2030세대의 부정적 인식이 여과 없이 확산되면 미래 한중 관계의 가교가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교류가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진다고 젊은층들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14%) 및 무선(86%) 전화 면접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8%포인트다.“中, 경제-안보 韓 압박 말아야 관계개선” 60%… “호감 0점” 21% MZ세대가 보는 중국-韓中관계“中 고압적 외교 탓 관계악화” 53%… “10년뒤 관계 더 나빠질 것” 30%20~24세 78% “中 가고 싶지 않아”… “中과 경제협력 해야” 79% 동의안보협력 두고는 찬반 의견 팽팽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2030세대의 75.3%는 한중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중국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60.2%)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현재 한중 관계가 나쁜 원인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압적 외교 및 태도’(52.9%)를 가장 많이 꼽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의 MZ세대들은 중국이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국이 해야 할 일을 요구하는 모습을 양국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응당 해야 할 5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20∼24세 78% “중국 가고 싶지 않다”공세적으로 변한 중국의 외교정책을 탈권위주의 시대에 자란 한국 MZ세대들이 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이 힘이 커지며 매우 공세적인 태도로 바뀌었고 (사드) 보복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행태가 젊은 세대에겐 일종의 ‘꼰대 문화’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중국에 비호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한복이나 김치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48.2%)을 꼽았다. 중국이 역사와 문화에서 한국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깔려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별도로 동아일보와 성균중국연구소가 진행한 심층인터뷰에 응한 임동준 씨(24)는 “역사적으로 수천 년간 갑을관계로 지냈다는 인식에 중국이 한국을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은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한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에서 10년 뒤 한중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0%로 나타났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51.9%는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지만 58.9%가 현 한중 관계를 나쁘다고 평가한 것을 감안하면 ‘나쁜 한중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본 셈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중국인에 대한 비호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매우 비호감’(0점)부터 ‘매우 호감’(10점) 척도로 평가해달라고 물었을 때 0점 비율이 22.8%로 가장 높았다. 평균 점수는 2.64점, 비호감이라고 답한 비율은 74.4%에 달했다. ‘중국을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65.4%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24세는 방문 의사가 없다는 답변이 78%로 특히 높았다. 호감도와 상관없이 중국의 긍정적 요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면이 없다’는 대답이 31%로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와 성장 잠재력’(24%)보다 많았다. 가장 비중이 높은 답은 ‘자연환경과 역사유적’(32.1%)이지만 “긍정적 요소가 없다”는 답과 별 차이가 없었다.○ 78.8% “中과 경제협력 필요” 그럼에도 응답자의 78.8%가 ‘중국이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하므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경제 협력의 이유로는 “인구가 많고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42.3%),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36.7%)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반면 안보적 측면에서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49.7%)와 그렇다(48.7%)는 비율이 팽팽했다. 다만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8.3%인 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27.2%였다. 안보 협력 대상이 아닌 이유로는 ‘중국이 주변국과 정치·경제·안보 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38.9%)이라는 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40.8%)가 가장 많았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가 현실적 감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행태가 개선되면 한중 관계가 모멘텀을 찾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60년 만의 최고 수준 폭염으로 최근 전력 수요가 폭증한 중국 남서부 쓰촨(四川)성에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주요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의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핵심 생산지인 쓰촨성의 가동 중단으로 해당 제품의 가격 인상 및 공급 불안정이 우려된다. 쓰촨성에는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생산하는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 미 반도체 기업 인텔 등 세계적 대기업의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미 CNN에 따르면 쓰촨성 당국은 14일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성 내 21개 도시 중 19개 지역에서 15일부터 20일까지 6일간 모든 산업 전력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력 공급 악화로 가정용 전기까지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해 산업용 전기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만 폭스콘과 미 반도체 제조사 인텔 등 글로벌 기업 공장들의 생산이 일제히 중단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리튬 생산도 평균 생산량의 약 30% 수준으로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가 16일 전했다.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요 배터리 공급원이자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기업인 중국 CATL의 가동도 멈췄다. 중국에서는 이달 들어 남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가뭄으로 이 지역의 수력 발전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6일부터 이날까지 남서부 지방의 강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16일 창장강(長江·양쯔강) 유역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5일간 총 5억 t의 물을 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6일 미 뉴욕 상업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MMBTU(열량 단위)당 9.329달러를 나타냈다.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8월 이후 14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 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을 사실상 중단해 미국산 가스의 유럽 수출이 증가하면서 미국 내 가스 공급 부족을 일으켜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복원 가능성이 겹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을 기록했다. 16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6.53달러를 기록했다. 1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탈레반은 제가 남자 형제에게 제 일자리를 넘기길 원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여성은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지 꼭 1년이 되는 15일 영국 BBC방송에 동료 여직원이 자신에게 보냈다는 메시지를 조심스레 보여줬다. 두 사람은 모두 탈레반 집권 전 재무부 등 국가 요직에서 근무하던 고위 공무원이었지만 현재 무직 상태다. 탈레반이 권력을 잡자마자 여성 공무원들에게 “당신의 일을 남자 친척에게 넘기라”며 직장을 그만둘 것을 강요한 탓이다. 탄압이 두려워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은 이 여성은 자신 역시 현 직장을 얻기 위해 석사 학위를 따고 17년을 일했지만 ‘제로(0)’ 상태가 됐다며 허탈해했다. 막무가내식 일자리 빼앗기를 용인하는 것은 스스로를 배신하는 행위임을 잘 알지만 탈레반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취업 기회 뺏긴 아프간 여성1996∼2001년 첫 집권 당시 여성 교육 및 취업 금지 등 세계가 경악할 만한 억압 정책을 폈던 탈레반은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 사회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해 재집권 직후 “여성의 일자리 및 교육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곧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탈레반은 권력을 장악하자마자 남녀 학생의 교실을 분리하고 여학생 교육을 금했다. 전국 곳곳에 ‘여성은 얼굴을 포함해 신체 전부를 가리고 다니라’는 커다란 포스터를 붙였다. 여성의 머리를 감싸는 이슬람 전통 복장 히잡 착용도 의무화했다. 신체 전부를 가리는 전통 복장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길거리에서 사살되는 일도 벌어졌다. 여성은 항상 집에 머물러야 했다. 남성을 대동하지 않고는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이후 부르카 착용까지 의무화했다. 탈레반은 올 3월 중고교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새 학기 첫날 돌연 말을 바꿔 여학생 등교를 금지했다. 18세 소하일라 양은 BBC에 “나를 포함해 모든 아프간 여학생에게 힘든 1년이었다. 학교에 다닐 때는 1등이었는데 학교에 가지 못해 너무 슬프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1년간 집에서만 지냈다는 페레슈타 알리야르 양(18)도 뉴욕타임스(NYT)에 “집이 내 세계의 전부”라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 46만 원 예상”세계에서 가장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프간 경제는 더 큰 수렁에 빠졌다. 탈레반의 억압 정책, 세계적 물가 상승, 가뭄 등으로 생활고가 극심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탈레반 집권 전 493달러(약 64만 원,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서 올해 350달러(약 46만 원)에 불과할 것으로 미 아프가니스탄재건감사관실(SIGAR)은 예측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올해 아프간 성인 남성 실업률을 29%로 추정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9∼12월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20가구 중 한 가구만 음식이 충분할 정도로 식량난도 상당하다. NYT는 “빵집 주변에는 혹시라도 공짜 빵을 받지 않을까 하고 여성들이 몰려 있다. 한때 사무실에서 일하던 남성들은 시장에서 야채나 중고물품 등을 판매하며 겨우 약간의 음식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집권 전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나 가족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했다는 누르 모하마드 씨는 BBC에 “총격전보다 무서운 것이 가난과의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철군 결정 및 과정이 졸속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 공화당 의원들은 14일 자체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카불 함락에 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성급히 철수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최소 12만 명의 카불 시민이 미국으로 피란했어야 하지만 카불 공항에는 불과 36명의 미 영사관 직원들만 있었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끼익∼!” 시속 40km로 달리던 승용차가 마찰음을 내며 급제동했다. 차량은 키 1m 남짓의 더미(사람을 본뜬 인형) 30cm 앞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비상자동제동장치(FCA·Forward Collision Avoidance)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더미를 그대로 치고 갔을 뻔한 순간이었다. 지난달 18일 오후 2시 반 충남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에서 진행한 FCA 실험의 한 장면이다. ‘AEBS(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로도 불리는 FCA는 운전자의 부주의나 실수 등으로 전방의 보행자 등과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만 작동하는데, 최근 보편화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서 보행자 안전을 지키는 핵심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 따르면 FCA만 잘 활용해도 보행자 사고 확률을 25∼27% 감소시킬 수 있다. 동아일보와 현대모비스는 FCA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보행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운전 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3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실험해 봤다.○ “서행하면 더 안전하게 작동”FCA는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와 레이더,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제동 명령에 따라 감속하는 전자식 주행안전장치(ESC)로 구성된다. 각각 전방의 사물이나 보행자 위치를 인지한 뒤 이동 속도와 충돌 예상 시간(TTC·Time To Collision)을 계산해 차량의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차량에 따라 같은 장치를 활용해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시청각 경고 알림 시스템’이 작동하기도 한다. 1차 실험은 FCA를 장착한 차량이 교차로에서 저속(시속 10∼30km)으로 좌회전할 때 자전거가 맞은편에서 시속 10km로 달려오는 상황을 가정했다. 차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할 때 자전거가 튀어나오자 제동장치가 작동했고, 차는 자전거에 닿기 1초 전쯤인 50cm 앞에서 멈췄다. 제동의 강도는 안전벨트를 맨 운전자의 몸이 운전대로 한껏 쏠릴 만큼 강했다. 통상 카메라와 레이더는 100m 안팎의 대상을 인지하며 충돌까지의 예상 시간(TTC)을 계산하는데, TTC가 1초 미만이면 급제동 기능이 작동한다. 이준영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운전자가 서행한다면 ECU가 경고 및 제동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 좀 더 안전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행자 인식 카메라도 사각지대 존재2차 실험은 같은 교차로에서 어린이 모형이 갑자기 뛰어드는 상황을 가정했다. 1차 실험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는 저속으로 달렸지만 60cm 앞에서야 멈출 수 있었다. 차량이 시속 30km 이상으로 주행했다면 충돌을 피하긴 어려워 보였다. 제동이 걸린 이후 차량이 밀려 나가는 거리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FCA가 작동해 급제동이 걸렸을 때 놀란 운전자가 실수로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조작하거나,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세게 밟기도 한다. 이 경우 FCA는 자신이 오인한 것으로 판단해 제동을 풀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차량의 인지 기능을 맡는 카메라의 화각이 100도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안장모 현대모비스 AV주행시스템 섹터장은 “보통 휴대전화 카메라의 화각(촬영 범위)이 100도인데, 여기서 벗어나는 위치에 있는 보행자나 자전거 등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FCA도 100% 안전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했다.○ “첨단기술과 안전운행 습관 어우러져야”마지막으로 차량이 시속 40km 속도로 직진하던 중 전방에 주차된 차들 사이에서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황을 실험했다. 어린이 더미를 카메라가 처음 인지한 순간 TTC는 2초를 가리켰고, 어린이와의 거리는 15m 정도였다. 이후 급제동이 시작됐고 차량은 더미와 30cm 거리만 남겨둔 채 멈춰 섰다. 만약 차량 속도가 더 빨랐거나 더미가 앞으로 넘어졌다면 FCA가 작동했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ADAS를 ‘완전자율주행’ 기술로 오인하거나 지나치게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승기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ADAS는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보조하는 시스템”이라며 “관련 기능을 켜놓은 채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다든지 휴대전화를 보는 건 남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법 행위”라고 말했다. 차량의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밤이나 폭우가 내릴 때는 FCA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더 주의해서 운전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어떤 상황에서 비상자동제동장치가 작동하는지 매뉴얼 등을 보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며 “첨단안전기술을 숙지하고 주변을 잘 살피며 서행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만큼 안전한 운전은 없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애플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시리’가 한국을 소개하는 내용에 ‘일본제국령(領) 조선’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는 9일 시리가 ‘한국에 대해 알려줘’라는 사용자 질문에 치명적 오류가 있는 내용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이 질문을 하면 시리는 ‘한국은 동아시아에 위치한 지역 또는 헌법상 국가로 현대사에서는 한반도 또는 조선반도의 일본제국령 조선을 이르는 말이다. 화국을 이르는 경우가 많으며, 근현대사에서 한국은 고종이 수립한 대한제국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는 글과 함께 음성으로 답변한다. 이 글에서 ‘화국’은 뜻이 불명확하다. 반크 측은 특히 ‘일본제국령 조선’이라는 대목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반크 측은 “한국 현대사는 1945년 8·15 광복 이후를 말한다”며 “시리는 광복 후에도 한국이 마치 일본 제국령 조선을 이르는 것처럼 잘못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크 측은 “애플에 시리의 한국 정보 오류 시정을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애플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시리’가 한국을 소개하는 내용에 ‘일본제국령(領) 조선’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는 9일 시리가 ‘한국에 대해 알려줘’라는 사용자 질문에 치명적 오류가 있는 내용을 알려 준다고 밝혔다. 이 질문을 하면 시리는 ‘한국은 동아시아에 위치한 지역 또는 헌법상 국가로 현대사에서는 한반도 또는 조선반도의 일본 제국령 조선을 이르는 말이다. 화국을 이르는 경우가 많으며, 근현대사에서 한국은 고종이 수립한 대한제국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는 글과 함께 음성으로 답변한다. 이 글에서 ‘화국’은 뜻이 불명확하다. 반크 측은 특히 ‘일본제국령 조선’이라는 대목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반크 측은 “한국 현대사는 1945년 8·15 광복 이후를 말한다”며 “시리는 광복 후에도 한국이 마치 일본 제국령 조선을 이르는 것처럼 잘못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출처도 모호하다. 시리는 출처를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위키백과’라고 했다. 실제 위키백과에서 ‘한국’을 검색하면 “현대에 일반적으로 ‘한국’은 대한민국을, ‘조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 말고는 시리의 소개 부분을 찾을 수 없다. 반크 측은 “애플에 시리의 한국 정보 오류 시정을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이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 세탁에 가담한 믹서 기업을 또 한 번 제재 대상에 올렸다. 올 5월 처음으로 믹서 기업에 제재를 내린 후 두 번째다. 미 재무부는 8일(현지 시간) 가상화폐 믹서 기업 ‘토네이도 캐시’를 북한의 가상화폐 세탁을 도운 혐의로 제재했다고 밝혔다. 2019년 설립 이후 3년간 이 기업이 세탁한 가상화폐 규모는 70억 달러(9조 14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고 섞으며 누가 전송했는지 불분명하게 만드는 기술로, 해당 과정이 반복될 경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해지는 등 거래 추적이 어려워진다. 재무부는 3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커 조직 ‘라자루스’가 4억5500만 달러의 가상화폐를 세탁하는 데 토네이도 캐시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올 6월 블록체인 기술기업 ‘하모니’가 라자루스에게 해킹당한 가상화폐 1억 달러 중 최소 9600만 달러의 세탁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제재로 토네이도 캐시는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다만 미 재무부는 해당 기업의 근거지나 해외 정부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토네이도 캐시는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들의 자금 세탁을 방지할 기본적 조치도 없이 효과적인 통제에 반복적으로 실패했다”며 제재 배경을 밝혔다. 앞서 재무부는 5월 믹서 기업 중 처음으로 ‘블렌더’를 제재했다. 블렌더는 라자루스가 올해 초 온라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에서 해킹한 가상화폐 6억1500만 달러(약 70억 원) 중 일부 세탁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역대 최대 규모 암호화폐 해킹 사건이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민간 부문에 믹서 기업과 연관된 위험성을 알리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믹서 기업에 대한 두 번째 조치이지만 마지막 조치는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집으로 보내 달라!”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이한 중국의 대표적 관광지 하이난(海南)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돼 6일 전격 봉쇄됐다. 특히 관광객 8만 명이 섬에 고립됐다. 하이난섬 남부 싼야(三亞)에서는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를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관광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7일 관영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싼야시 당국은 전날 오전 6시부터 도시 전체에 봉쇄령을 내렸다. 시민과 관광객의 이동을 금하고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지시했다. 도시 내 모든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싼야국제면세성’ 등 대형 쇼핑몰도 운영이 중단됐다. 외부 도시와의 통행도 금지됐다. 미 CNN에 따르면 6일 기준 싼야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의 80% 이상이 취소됐고 기차도 전면 중단됐다. 도시 밖으로 향하는 차량 역시 검문소에서 제지를 받았다고 지역 매체들은 보도했다. 당국은 “7일간 총 5번의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도시를 떠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중국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하이난성 싼야공항에서 비행기가 취소돼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관광객 수십 명이 모여 당국 관계자에게 항의하는 영상이 확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숙박시설을 구하지 못한 일부 관광객은 공항 터미널 바닥에서 잠을 잤다. 호텔 측은 예고 없이 진행된 봉쇄에 항의한 관광객에게 “불만이 있으면 정부에 항의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이난 지역은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하이난의 누적 신규 확진자 수는 총 1140명이다. 특히 6일 일일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고 수준인 483명으로 중국 전체 신규 확진자(736명)의 56%를 차지했다. 이번 봉쇄로 중국 관광 산업이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엄격히 제한된 상황에서 많은 관광객이 면세 혜택을 위해 하이난을 방문하면서 이 일대의 면세 산업이 호황을 누렸다. FT는 “관광업을 통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려던 중국 정부의 노력이 다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를 소탕하겠다며 5, 6일 양일간 또 다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7일 기준 어린이 6명을 포함해 최소 31명이 숨지고 275명이 다치는 등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상자가 많아 인명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양측 충돌이 지난해 5월의 ‘11일 전쟁’ 같은 대규모 전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600여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는 등 거센 반격에 나섰다. 하마스나 이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중동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친이란 무장단체 PIJ가 갈등 도화선7일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5일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현재까지 31명이 숨지고 275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이 중 어린이 5명은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 캠프에 있다가 로켓포 포격에 희생됐다. 이스라엘 측은 자신들이 발사한 로켓이 아니라 PIJ가 쏜 로켓이 오작동으로 떨어져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지만 무고한 어린이가 대거 희생된 것에 대한 규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30여 년간 팔레스타인 무장 봉기를 이끌어 온 PIJ의 고위급 지도자 바삼 알사아디를 두고 격한 갈등을 벌여왔다. 이스라엘이 1일 밤 알사아디를 체포하자 또 다른 PIJ 지도자 지야드 알나칼라흐는 즉각 “이스라엘과의 전투에 레드라인은 없다. 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도시들이 저항의 로켓에 무너질 것”이라고 복수를 천명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5일 가자 내 주요 도로를 봉쇄한 채 공습을 단행했다. 이번 공습으로 칼리드 만수르 PIJ 사령관, PIJ 2인자 타이시르 자바리 등 수뇌부 15명도 숨졌다. 1981년 설립된 PIJ는 하마스보다 규모가 작지만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맺은 오슬로 평화협정을 전면 부정하는 강경파다. 자살폭탄 테러로 유명하며 2014년부터 이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세를 불렸다. 알나칼라흐는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도 만났다. 살라미 사령관은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지키고 예루살렘을 해방시키기 위해 시온주의자(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지원 의사를 강조했다.○ 제2의 ‘11일 전쟁’ 우려이번 사태가 대규모 전투로 비화할 가능성도 크다. 이스라엘은 이미 공습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비군 2만5000명을 소집할 수 있는 의회 승인도 마쳤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국경지대 80km 이내 거리에 있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바깥 활동을 제한하는 등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이르 라피드 임시 총리는 “영토를 겨냥한 모든 공격 시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갖고 있다. 가자지구의 테러 조직이 국민을 위협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자들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11월 총선을 앞둔 그가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공습을 단행했다고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 강경 정책으로 유명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와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비슷한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하마스가 PIJ를 도와 이스라엘을 공격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마스는 지난해 11일 전쟁의 당사자로 당시 어린이 66명을 포함해 248명이 숨졌다. 국제사회는 긴급 중재에 나섰다. 미국은 양측에 확전 자제를 촉구했고 이집트 역시 대표단을 이스라엘로 급파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7일 오후 8시(한국 시간 8일 오전 2시)부터 휴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지만 양측 정부는 아직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집으로 보내 달라!”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이한 중국의 대표적 관광지 하이난(海南)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돼 6일 전격 봉쇄됐다. 특히 관광객 8만 명이 섬에 고립됐다. 하이난섬 남부 싼야(三亞)에서는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를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관광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7일 관영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싼야 시 당국은 전날 오전 6시부터 도시 전체에 봉쇄령을 내렸다. 시민과 관광객의 이동을 금하고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지시했다. 도시 내 모든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싼야국제면세성’ 등 대형 쇼핑몰도 운영이 중단됐다. 외부 도시와의 통행도 금지됐다. 미 CNN에 따르면 6일 기준 싼야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의 80% 이상이 취소됐고 기차도 전면 중단됐다. 도시 밖으로 향하는 차량 역시 검문소에서 제지를 받았다고 지역 매체들은 보도했다. 당국은 “7일간 총 5번의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도시를 떠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중국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하이난성 싼야공항에서 비행기가 취소돼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관광객 수십 명이 모여 당국 관계자에게 항의하는 영상이 확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숙박시설을 구하지 못해 일부 관광객은 공항 터미널 바닥에서 잠을 잤다. 호텔 측은 예고 없이 진행된 봉쇄에 항의한 관광객에게 “불만이 있으면 정부에 항의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이난 지역에서는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간 하이난의 누적 신규 확진자 수는 총 1140명이다. 특히 6일 일일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고 수준인 483명으로 중국 전체 신규 확진자(736명)의 56%를 차지했다. 이번 봉쇄로 중국 관광 산업이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엄격히 제한된 상황에서 많은 관광객이 면세 혜택을 위해 하이난을 방문하면서 이 일대의 면세 산업이 호황을 누렸다. FT는 “관광업을 통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려던 중국 정부의 노력이 다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가 27일 독일을 통해 유럽 국가들로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절반으로 줄이자 세계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유럽에선 하루 만에 15%, 미국에선 이달 들어 66% 치솟았다. 가스값 직격탄을 맞은 유럽 기업들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호소한다. 특히 제조업 활동이 위축돼 유럽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분석이 곳곳에서 나온다. 세계 가스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를 더 가파르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러, 이렇게 빨리 가스값 올릴 줄이야”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기준가로 삼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현물 가격(8월물)이 이날 오전 9시 22분 메가와트시(MWh)당 228유로(약 30만3000원)로 6일 연속 상승했다. 전날 종가(199유로) 대비 15%가량 올랐다. 1년 전(22.97유로)보다는 약 10배로 뛰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독일 벤치마크 에너지 가격도 가스값 급등 영향으로 MWh당 370유로를 기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 천연가스 가격(8월 만기 기준)도 같은 날 장중 한때 11% 이상 급등해 MMBTU(열량단위)당 9.75달러를 기록했다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7월 이후 14년 만의 최고치다. 11일부터 열흘간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축소한 러시아가 27일 추가 중단을 예고했는데도 가격이 치솟는 건 가스 공급 축소가 예상보다 더 빨랐기 때문이다. 제임스 헉스텝 S&P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츠 매니저는 FT에 “모두가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줄어들진 몰랐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현지 언론에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독일이 가스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여차하면 독일에 가스 소비량의 2%인 20테라와트시(TWh)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독일처럼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도 비상이 걸렸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이날 올해 말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면 내년 2월쯤 가스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가스값 급등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26일 유로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9% 떨어진 1.012달러였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리스태드의 카슈알 라메시 수석 연구원은 FT 인터뷰에서 “(가스값은) 많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곧 경기 침체 경보가 울리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유로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1년 5.4%에서 올해 2.5%로, 내년에는 1.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완만한 경기 침체에 들어가 유럽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물가 급등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영국에선 맥도널드가 대표 메뉴 치즈버거 가격을 14년 만에 20% 인상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구 생태계 전체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가이아(Gaia·그리스어로 지구) 이론을 창시한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 씨(사진)가 26일(현지 시간) 103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가족은 고인의 103번째 생일인 이날 영국 남부 도어싯 자택에서 낙상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고인의 1972년 논문 ‘대기를 통해 본 가이아’에서 처음 발표된 가이아 이론은 지구가 생명 창조와 지속가능한 환경 유지를 위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면서 이 같은 지구 시스템이 비정상적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많은 논쟁을 낳은 가이아 이론은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가 늘어나며 점차 영향력이 커졌다. 2001년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전 지구적 변화에 대한 암스테르담 선언’에서 과학자 1500명은 지구가 자기 조절적 시스템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과 부인 올레나 여사(44)가 미국 패션지 보그의 화보를 찍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개월을 넘겨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선다. 보그는 26일(현지 시간) 부부의 여러 사진을 공개했다. 자신의 상징이 된 카키색 티셔츠를 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검은색 옷을 입은 올레나 여사를 뒤에서 껴안은 모습, 올레나 여사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궁 계단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뒤를 보며 서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특히 이 사진에서는 두 사람의 주변으로 먼지 묻은 포대가 가득 쌓여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당신의 고향에서 전쟁이 일어날 때도 여전히 기름값과 전기요금을 생각하겠느냐”며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을 호소했다. 올레나 여사 역시 “내 인생과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끔찍한 몇 달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과 부인 올레나 여사(44)가 미국 패션지 보그의 화보를 찍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개월을 넘겨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선다. 보그는 26일(현지 시각) 두 부부의 여러 사진을 공개했다. 자신의 상징이 된 카키색 티셔츠를 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검정색 옷을 입은 올레나 여사를 뒤에서 껴안은 모습, 올레나 여사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궁 계단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뒤를 보며 서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특히 이 사진에서는 두 사람의 주변으로 먼지 묻은 포대가 가득 쌓여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당신의 고향에서 전쟁이 일어날 때도 여전히 기름값과 전기요금을 생각하겠느냐”며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올레나 여사 역시 “내 인생과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끔찍한 몇 달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방역당국은 여름휴가철을 맞아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8월 초 신형 백신 5000명분을 들여오기로 했다.○ 역대 7번째 비상사태 선언23일(현지 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해 WHO의 최고 경계 수준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내린다고 밝혔다. 신종 인플루엔자(H1N1)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이어 역대 7번째 비상사태 선언이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사람두창)와 비슷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본래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다. 올 5월 7일 영국에서 비(非)아프리카 지역 가운데 처음 확진자가 생겼다. 국제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환자는 이달 21일 기준 비아프리카 지역 65개국에서 누적 1만5510명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까지 42개국에서 3205명이 확진됐는데 한 달 만에 환자가 5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어린이 환자도 2명 발견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두 건은 관련성이 없다”며 “가정 내 전염이 의심되지만 구체적 감염 경로는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입국 규제 완화로 국내 유입 우려원숭이두창의 주된 감염 경로는 성적 접촉 등 밀접 접촉이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존 손힐 감염의학과 교수 등이 영국 등 16개국의 원숭이두창 환자 528명을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감염 의심 경로는 95%가 성적 접촉이었다.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에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거나 수영장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1일 독일에서 입국한 30대 한국 남성이 원숭이두창으로 확진된 이후로 추가 환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이 스페인과 미국, 독일 등 우리나라와 왕래가 잦은 나라에서 유행하는 데다 최근 입국 규제 완화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은 물론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이 늘고 있는 만큼 추가 환자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입국 외국인은 24만3514명으로 지난해 6월(8만4802명)의 2.9배 수준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주 중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위기 상황 평가회의를 열고 조치 사항을 점검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8월 초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해외 제조사와 협의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계약된 물량인 1만 회분(5000명분)을 한 번에 들여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엔 심근염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2세대 백신밖에 없다. 부작용이 적은 3세대 백신을 확보하면 영국처럼 원숭이두창 밀접 접촉자에게 백신을 맞혀 전파를 차단하는 이른바 ‘포위 접종(ring vaccination)’ 전략을 쓸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환자가 국내에 들어온 뒤 지역사회에서 2차 감염을 일으키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 새로운 질병 부담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BA.5 변이 확산으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NHK 등에 따르면 23일 일본 내 신규 확진자 수는 20만975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도쿄를 포함한 총 17개 현에서 최다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 12명에서 203명으로 급증했다. 일본은 16일 확진자 수가 11만 명을 넘어서며 최고점을 찍은 후 잠시 주춤하다 나흘 만인 20일 15만 명을 돌파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23일까지 4일 연속으로 최고치를 계속 갈아 치우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도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는 밀접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확산세를 막기 위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개량형 코로나19 백신을 올가을 이후 추가 접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일주일 연속 확진자 수가 12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확진자의 75∼80%는 BA.5 변이 감염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22일 기준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12만7569명으로 2주 전에 비해 약 18% 늘어났다. 올 초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고강도 방역 봉쇄가 이어졌던 중국에선 BA.5 변이의 확산으로 인구 약 5분의 1이 또다시 봉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5일부터 41개 도시에 전면 또는 부분 봉쇄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도시들에는 약 2억64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21일 기준 중국의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880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보건당국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대한 중국산 백신의 효능이 떨어진 것이 최근 확산의 요인”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여름휴가철 해외 여행객이 많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환자가 유행하면서 국내 유입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해 WHO의 최고 경계 수준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내린다고 밝혔다. 신종 인플루엔자(H1N1)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이어 역대 7번째 비상사태 선언이다. 21일 열린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에서는 위원 15명 중 9명이 비상상태 선포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백신과 치료제 부족 우려가 커지자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선제 대응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사람두창)와 비슷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본래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다. 올 5월 7일 영국에서 비(非)아프리카 지역 가운데 처음 확진자가 생겼다. 국제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환자는 이달 21일 기준 비아프리카 지역 65개국에서 누적 1만5510명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까지 42개국에서 3205명이 확진됐는데 한 달 만에 환자가 5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어린이 환자도 2명 발견됐다. 원숭이두창의 주된 감염 경로는 성적 접촉 등 밀접접촉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존 쏜힐 감염의학과 교수 등이 영국 등 16개국의 원숭이두창 환자 528명을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감염 의심 경로는 95%가 성적 접촉이었다.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에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거나,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1일 독일에서 입국한 30대 한국 남성이 원숭이두창으로 확진된 이후로 추가 환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원숭이두창이 스페인과 미국, 독일 등 우리나라와 왕래가 잦은 나라에서 유행하는데다 최근 입국 규제 완화로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는 만큼 추가 환자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입국 외국인은 24만3514명으로 지난해 6월(8만4802명)의 2.9배 수준이었다. 원숭이두창의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선 접종 후 부작용이 적은 ‘3세대’ 백신을 서둘러 도입하고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등은 모든 원숭이두창 밀접 접촉자에게 4일 이내에 3세대 백신을 맞히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심근염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2세대’ 백신밖에 없다. 감염병 유행 국가에 다녀온 사람이 동네 병의원을 찾으면 의료진에게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워 주는 시스템도 스페인 등 5개국을 다녀온 환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환자가 국내에 들어온 뒤 지역사회에서 2차 감염을 일으키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 새로운 질병 부담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백악관과 각료들 간 소통 업무를 맡는 백악관 요직에 한국계 댄 고 씨(37·사진)가 발탁됐다. 미 보스턴글로브 등은 19일(현지 시간) 마틴 월시 노동장관 비서실장인 고 씨가 백악관 각료 담당 비서관보로 기용됐다고 보도했다. 고 씨는 백악관과 각 부처 사이에서 의견 전달 및 조율 등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부인인 에번 라이언 백악관 각료 담당 비서관이 그의 상관이다. 한국-레바논계 태생인 고 비서관보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 후 28세 때 당시 보스턴 시장이었던 월시 장관의 비서실장으로 낙점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고 비서관보의 큰아버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법률고문이었던 고홍주(미국명 헤럴드 고) 전 예일대 법대 학장이다. 고 비서관보의 아버지도 오바마 행정부 때 보건부 차관보로 재임해 한국계 첫 ‘형제 차관보’로 불렸다. 할아버지는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법학 박사인 고광림 박사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