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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계는 솔직히 영화제가 차고 넘친다.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가 100개 이상 열린다. 새로운 영화제 소식을 들어도 심드렁한 게 당연지사. 하지만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눈여겨봐도 좋을 만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뮤지컬영화를 테마로 삼은 신선함을 갖춘 데다 지난해 프리페스티벌을 거치며 관객 1만여 명을 끌어들여 충분한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를 비롯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명동예술극장 야외광장 등 서울 중구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사실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음악영화도 아니고 뮤지컬영화로 한정 지으면 장기적으로 작품 선정도 녹록지 않을 거란 우려였다. 하지만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차린 밥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뮤지컬영화란 장르적 국한이 아닌 영화와 뮤지컬의 다양한 조우”라는 김홍준 예술감독의 말처럼, 오히려 영화 팬과 뮤지컬 팬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외연의 확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총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영화제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메이드 인 헝가리’ 등 다양한 뮤지컬영화와 ‘볼쇼이 바빌론’ ‘오디션’ 등 뮤지컬 관련 다큐멘터리를 망라해 29편의 영화를 마련했다. 그 가운데 ‘트윈 픽스(twin picks)’와 ‘충무로 리와인드’는 영화제 취지에 걸맞게 영화와 뮤지컬의 마리아주(mariage·결합 혹은 결혼)’가 돋보이는 섹션이다. 트윈 픽스는 같은 뮤지컬을 영화와 공연실황으로 둘 다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1973년 노먼 주이슨 감독의 영화와 2012년 영국에서 펼쳐진 공연실황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연실황은 원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제작 4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연출로 참여했다. 역시 인기 뮤지컬인 ‘빌리 엘리어트’도 2000년 영화와 2014년 공연실황을 모두 상영한다. 충무로 리와인드도 인상적이다. 1956년 한국 뮤지컬영화의 시조로 꼽히는 ‘청춘쌍곡선’은 영화도 보고 이를 재해석한 뮤지컬쇼도 함께 선보인다. 1934년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변사 공연, 사운드가 소실된 1957년 작 ‘이국정원’의 라이브 더빙 쇼도 기대가 크다. 영화제를 열고 닫을 개막작과 폐막작으로는 스페인 출신 거장인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아르헨티나’(2015년)와 퀸시 존스가 음악 감독을 맡았던 ‘마법사’(1978년)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아르헨티나 음악의 풍부하고 미세한 선율을 감상하고, 영원한 슈퍼스타 마이클 잭슨과 다이애나 로스를 스크린으로 만날 기회는 놓치면 아쉽다. 02-2230-6666∼9, 홈페이지 chimff.co.kr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어라? 이 책은 첫 장을 여는 순간 당황스러움이 몰려온다. 머리말 목차도 없이 곧장 본문으로 들어가다니. 허나 잠깐 낯섦을 견디고 페이지를 넘겨보시라.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진짜 검(劍)은 미사여구가 오히려 거치적거리는 법. 꺼내 보면 아니까. 이 책은 제목처럼 인권변호사인 저자가 조국 팔레스타인의 생활을 써내려간 일기다. 때문에 다소 신변잡기적인 대목이 많은데, 이게 훨씬 더 강렬하다. 그저 인상 평가에 그쳤던 팔레스타인의 속살을 날것 그대로 마주할 수 있다. 뭣보다 인상적인 건 여기도 사람 사는 데란 걸 느끼는 순간이다. 열정 넘치는 젊은이부터 성실한 직장인까지 여러 군상이 ‘일상’을 영위한다. 허구한 날 테러가 끊이지 않아 공포만이 가득할 거란 외부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긴 서울에서 멀지 않은 땅에 철조망이 길게 드리워진 우리네 삶을 떠올리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허나 그 일상 속에 잘금잘금 묻어나는 ‘점령지’의 고단함은 그 어떤 유혈낭자함보다 참혹하다. 약속에 늦지 않으려면 검문소를 피할 우회로를 알아둬야 하는 인생. 그건 삶의 지혜가 주는 편리함이 아닌 절망이 주는 익숙함일 뿐. 그런 상처 속에서도 희망이란 꽃을 품고 사는 이의 얘기를 어찌 허투루 넘길 수 있을까. 담담해서 더 아린 그들의 아픔을.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0년 만에 돌아온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22일 개봉). 어떠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명하다. “1편이 좋았다면 2편도 재밌게 보실 거예요.” 1996년 첫 편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느닷없이 외계인이 백악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같은 미국의 상징을 깡그리 때려 부수다니. 전 세계에서 8억 달러(현재 환율로 약 9200억 원)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게 ‘아메리카 초토화’에 열광한 반미(反美)주의자들 덕분이란 농담도 돌았다. 국내서도 92만여 명(서울 기준)이 관람하며 그해 흥행 1위에 올랐다. 욕도 먹었다. 부수는 거 말곤 줄거리가 앙상했다. 이음새가 헐렁한 건 둘째. 대통령이 전투기 몰고 외계인이랑 싸우니 말 다했지 뭐. 주제는 ‘람보’보다 더한 ‘팍스아메리카나’. ‘광고가 본편보다 낫다’고도 했다. 그런 뜻에서 2편은 놀랍다. “이렇게 닮을 수가!” ‘활동 재개(resurgence)’란 부제처럼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쌍권총 카우보이가 차림새는 똑같은데 광선총을 쏘는 차이랄까. 줄거리도 엇비슷하다. 스무 해 전 외계인이 또 찾아왔다. 역시 다 때려죽이고 정복하려고. 물론 당시 습득한 외계 기술을 바탕으로 지구도 상당한 준비 태세. 허나 다 소용없다. 속편답게 더 크고 더 센 놈들이 왔으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지구. 또 여기저기서 영웅들이 기어 나온다. 혹평이 많지만 흥행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1편을 즐겼던 이들이 좋아할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으니. ‘투모로우’(2004년) ‘2012’(2009년)를 연출한 독일 출신 롤란트 에머리히 감독의 파괴 본능도 여전하다. 좀 엉성하면 어때, 주구장창 신나게 갈기는데. 농담 슬쩍 섞어주다 가족이 최고라고 몇 번 되새긴다. 그렇게 큰 우주선 몰고 와서 외계인 여왕은 왜 홀로 내려 싸우는지 따지지 말자. 타깃도 명확하다. ‘1편 본 분들 다시 오세요’다. 상당수 출연진이 다시 나오는 데다(윌 스미스는 사진만 등장), 전편을 안 봤으면 이해 못할 대화가 오간다. 살짝 안쓰러운 대목도 있다. 전편에서는 무조건 자기들(미국)만 최고라더니 이젠 중국도 ‘따봉’이란다. 우주전투기를 모는 절세미녀(앤절라 베이비)에 달 방어기지 대장도 중국인이다. 달에서 마시는 우유조차 ‘메이드 인 차이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014년)만큼은 아니지만 중국을 향한 읍소가 짙게 배어 있다. 그래, 자존심이 어디 밥 먹여주나. ★★☆(별 5개 만점)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건국의 아버지가 브로드웨이의 영광을 온몸으로 거머쥐다.” 미국 10달러 지폐에도 얼굴이 실린 정치가 알렉산더 해밀턴(1755∼1804)을 다룬 뮤지컬 ‘해밀턴’이 제70회 토니상을 휩쓸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 비컨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받으며 11관왕에 올랐다. ‘해밀턴’의 완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해 8월 막을 올린 뒤 줄곧 매진 행렬을 이어간 최고 인기 작품이기 때문. 암표는 물론이고 위조 표까지 나왔을 정도다. 자칫 고루할 수 있는 역사물을 강렬하고 산뜻한 힙합으로 풀어내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지난달 동아일보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해외 뮤지컬’ 2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다인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기대됐던 최다 부문 수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여우주연상 등을 놓치며 타이기록 달성도 이루지 못했다. 2001년을 강타했던 뮤지컬 ‘프로듀서스’가 세운 12관왕이 역대 최다 수상이다. 70회를 맞아 흥겨운 축제가 됐어야 할 시상식 분위기는 무거웠다. 같은 날 새벽 올랜도에서 벌어진 총기 테러 참극의 슬픔이 무대를 짓눌렀다. 시상식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가슴에 회색 리본을 달고 조의를 표했다.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해밀턴’ 축하 공연도 원래 극에서 주요하게 쓰이는 소총 소품을 아예 빼고 진행했다. 시상식을 진행한 배우 제임스 코든은 개막 무대에 올라 “잔혹한 참사를 당한 모든 이에게 우리의 마음을 보낸다”며 위로를 표했다. 연극 부문에서는 추수감사절에 모인 평범한 미 중산층 가족의 속내를 들여다본 작품 ‘더 휴먼스’가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에 올랐다. 1976년 영화 ‘킹콩’의 여주인공으로 데뷔한 원로배우 제시카 랭(76)은 유진 오닐의 극본으로 유명한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랭은 2번의 오스카상을 비롯해 숱한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받았지만 토니는 이번이 처음이다. 랭은 “마침내 오랜 꿈이 이뤄졌지만 이렇게 슬픈 날 큰 행복이 찾아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니, 젊은 놈이 어디서 계속 담배질이야?” 길거리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달 초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관. 20대 청춘의 방황을 그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 A 씨(31·회사원)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뒷좌석에 앉은 한 50대 남성이 “15세 관람가라더니 애들 보기 안 좋다”며 음주나 흡연 장면에서 끊임없이 불만을 쏟아 낸 것. 참다못한 옆 관객이 “조용히 좀 하자”고 했더니 “내 입 갖고 말도 못 하느냐”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결국 당사자는 영화 중반쯤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지만 주위 관객들은 이미 기분을 잡친 상태였다. 영화관은 안방이 아니다. 물론 극장은 재밌으면 웃고 슬프면 울며 다른 관객들과 함께 공감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돈을 내고 문화상품을 향유하러 온 타인을 방해하는 행위는 이해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잡담으로 인한 소란. 올 1∼3월 멀티플렉스 CGV에 접수된 민원들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아빠와 어린 딸이 15분 넘게 떠들었다. 쉴 새 없이 물어보는 애는 둘째 치고 넙죽넙죽 대답하는 아빠가 더 얄미웠다.”(2015년 3월) “한 커플이 스포츠 중계라도 하듯 끊임없이 영화 평을 해 댔다. 눈치를 줬더니 ‘재수 없다’는 소리가 들렸다.”(2월) “중년 남성 2명이 뒤늦게 들어와선 계속 무슨 내용이냐며 서로 떠들어 댔다. 자기 집처럼 목소리도 낮추질 않았다.”(3월) ‘무(無)매너’는 이뿐 아니다. 컴컴한 극장을 찾은 연인들이 영화 관람을 하는 게 아니라 민망한 애정 행각에 집중해 주변에 민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 보러 온 건 지 1만8000원 주고 애정 행각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블로그 후기도 종종 올라온다. 최근 CGV에서는 영화를 보다가 코를 심하게 골며 졸아서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민원도 있었다. 영화관에선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음식물 씹는 소리나 포장지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지나쳐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양쪽에 앉은 사람이 제각기 영화관 의자 팔걸이를 차지해 정작 자신이 팔 놓을 데가 없었다며 옆 사람도 생각해 줬으면 한다는 민원도 나왔다. 이런 불편은 극장 쪽에서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직원을 상영관에 상주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CGV 관계자는 “언젠간 나도 똑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단 생각으로 관객들이 서로 배려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당부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니, 젊은 놈이 어디서 계속 담배질이야?” 길거리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달 초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관. 20대 청춘의 방황을 그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 A씨(31·회사원)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뒷좌석에 앉은 한 50대 남성이 “15세 관람가라더니 애들 보기 안 좋다”며 음주나 흡연 장면에서 끊임없이 불만을 쏟아낸 것. 참다못한 옆 관객이 “조용히 좀 하자”고 했더니 “내 입 갖고 말도 못 하냐”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결국 당사자는 영화 중반쯤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지만 주위 관객들은 이미 기분을 잡친 상태였다. 영화관은 안방이 아니다. 물론 극장은 재밌으면 웃고 슬프면 울며 다른 관객들과 함께 공감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돈을 내고 문화상품을 향유하러 온 타인을 방해하는 행위는 이해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잡담으로 인한 소란. 올 1~3월 멀티플렉스 CGV에 접수된 민원들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아빠와 어린 딸이 15분 넘게 떠들었다. 쉴 새 없이 물어보는 애는 둘째 치고 넙죽넙죽 대답하는 아빠가 더 얄미웠다.”(2015년 3월) “한 커플이 스포츠중계라도 하듯 끊임없이 영화 평을 해댔다. 눈치를 줬더니 ‘재수 없다’는 소리가 들렸다.”(2월) “중년 남성 2명이 뒤늦게 들어와선 계속 무슨 내용이냐며 서로 떠들어댔다. 자기 집처럼 목소리도 낮추질 않았다.”(3월) ‘무(無)매너’는 이뿐 아니다. 컴컴한 극장을 찾은 연인들이 영화 관람을 하는 게 아니라 민망한 애정 행각에 집중해 주변에 민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 보러 온 건 지 1만9000원 주고 애정 행각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블로그 후기도 종종 올라온다. 최근 CGV에서는 영화를 보다가 코를 심하게 굴며 졸아서 옆 사람에 피해를 준다는 민원도 있었다. 영화관에선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음식물 씹는 소리나 포장지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지나쳐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양쪽에 앉은 사람이 제각기 영화관 의자 팔걸이를 차지해 정작 자신이 팔 놓을 데가 없었다며 옆 사람도 생각해줬으면 한다는 민원도 나왔다. 이런 불편은 극장 쪽에서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직원을 상영관에 상주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CGV 관계자는 “언젠간 나도 똑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단 생각으로 관객들이 서로 배려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당부했다.정양환기자 ray@donga.com}
미국 인디애나 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앨리스(제시카 비엘)는 동네 최고의 퀸카. 경찰 남자친구 스콧(제임스 마스든)의 프러포즈를 받다가 머리에 못이 박히는 사고를 당한다. 의료보험이 없어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앨리스는 충동조절장애로 점점 이상해지고…. 우연히 TV에서 “시민들을 돕겠다”는 하원의원 하워드(제이크 질런홀)의 말에 혹해 도움을 요청하러 워싱턴으로 향한다. 그런데 막상 만나본 하워드는 신참 의원이라 당 실세에 휘둘리는 처지. 허나 묘하게 얽힌 앨리스와 하워드는 충동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만다. 7일 개봉하는 ‘엑시덴탈 러브’는 골 때리는 영화다. 설정도 황당하고 전개도 당황스럽다. 개연성은 신경도 안 쓴다. 로맨틱 코미디라더니 막상 사랑은 극 흐름상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그런데, 웃긴다. 사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가 데이비드 러셀 감독이란 걸 안다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파이터’(2010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년) ‘아메리칸 허슬’(2014년) 등 그의 전작은 언제나 그랬다. 궁상맞고 지질한 캐릭터들이 어수룩한 몸 개그와 쫄깃한 말장난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엑시덴탈 러브’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엔 훨씬 정치 풍자가 짙어졌다. 전작 역시 미국 정치판에 대한 야유가 꽤나 묻어났지만 이번 작품은 더욱 직설적이다. 정치인들은 사리사욕에만 눈이 벌겋고, 막상 국민에게 필요한 법안은 관심도 없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면 걸스카우트조차도 이용하며, 방해가 되면 어린아이들도 중상모략으로 괴롭힌다. 그런 그들에게 맞서는 방법? 주인공들도 꾀를 부려 정치인을 속일 수밖에. ‘엑시덴탈 러브’의 약점은 여기에 있다. B급 ‘병맛’(병신 같은 맛·황당하고 어이없는 재미를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 코드로 정치 개그를 풀어놓은 건 좋은데 너무 가다 보니 공감대가 무너진다. 너도나도 권모술수를 써대니 결국 정의를 실현했는데도 통쾌하질 않다. 하지만 의미 부여에는 신경 쓰지 말고 아무 부담 없이 키득거리고 싶다면 이만 한 작품도 없다. 특히 그간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질런홀,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아내인 ‘할리우드 여신’ 비엘이 이토록 망가진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하나 더. 100% 이해할 수 있건 없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인 ‘까는’ 재미는 언제나 참 야무지다.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4월 29일 오후, 경기 파주출판단지에서 마주한 영화제작사 ‘명필름’ 신사옥은 일단 위용이 엄청났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베이지색 건물은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만 7941m²(약 2400평). 심재명 대표(52)는 “일을 진행하며 조금씩 욕심내다 보니 사이즈가 커졌다”며 “사재도 출연했지만 상당 부분 은행 빚”이라며 웃었다. 전체 식구가 17명뿐인 명필름을 위한 공간이라면 말도 안 되는 규모. 실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명필름은 파주사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영화인재를 양성하는 ‘명필름영화학교’와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는 ‘명필름아트센터’를 만든 것. 30일은 학교 및 센터의 개관식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한국 영화계를 지켜온 명필름. 영화 제작도 바쁠 텐데 심 대표는 또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영화사가 학교와 문화센터를 세운 건 처음입니다. “2010년 15주년 행사 때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남편인) 이은 명필름 공동 대표가 ‘명필름의 성과는 한두 사람의 공이 아니라 모든 한국 영화인과 관객 덕분’이라며 이를 함께 공유할 길을 찾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때부터 문화재단 설립 등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했죠. 열정만으로 시작해 20년 동안 쌓은 노하우를 새로운 인재에게 전하는 건 학교가 제격이라고 봤습니다. 아울러 영화는 관객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문화산업이잖아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관과 공연장, 전시장을 갖춘 문화센터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그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사업은 아니잖습니까. “영화와 동떨어진 분야였다면 쉽지 않았겠죠. 하지만 학교나 센터 모두 한국 영화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취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동참해줬습니다. 승 건축가도 단순한 건물이 아닌 ‘도시 속의 영화도시’를 세운다는 심정을 담았다고 얘기하더군요.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를 통한 상생을 꿈꿨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명필름은 창립 때부터 가장 중요시 여긴 덕목이 ‘항상성(恒常性)’이었습니다. 늘 초심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한발씩 내딛는 거죠. 이 대표랑 농담 삼아 파주 이전을 ‘명필름 4.0의 출발’이라고 불렀어요. 파격적인 변화가 아니라 지금껏 해온 일의 연장선에 있는 겁니다.” ―4.0이란 표현이 인상적인데, 명필름의 1∼3기는 어떤 20년이었나요. “1995년 창립하고 ‘코르셋’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던 2003년까지가 1기라 할 수 있죠. 영화 마케터로 일하다 이 대표와 결혼하며 영화사를 차렸는데, 운이 따랐는지 성과도 나쁘지 않았고요. 2004∼2007년이 2기입니다. 강제규필름과 합병해 투자배급사 ‘MK픽쳐스’를 만들었죠. 돌아보면 그땐 제작을 넘어 다양한 비즈니스를 모색했던 시기였어요. 이후 ‘서촌 시절’이 3기입니다. 벌였던 일들을 정리하고 다시 영화 제작이란 본업에 충실했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부터 현재 상영 중인 ‘화장’까지. 말하고 보니 꽤 거창한데요. 그저 영화가 좋아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우문(愚問)이지만 어떤 작품이 기억에 남으십니까. “뻔한 대답이지만 우리에게 작품은 자식입니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나요. 이래저래 관여한 작품이 모두 36편인데요. ‘공동경비구역 JSA’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 다 추억도 다르고 기억도 다릅니다. 아쉬운 작품이라면 역시 첫 영화였던 ‘코르셋’이겠네요. 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모든 게 부족했습니다. 감독은 물론이고 배우, 스태프 모두에게 미안했습니다. 꼭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작품이 작품성과 상업성 모두 반응이 약할 때가 제일 속상하죠.” ―최근작인 ‘카트’ ‘화장’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은 아쉬웠습니다. “일단 제작자로선 참여한 분들에게 제대로 된 성과를 돌려주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카트’(약 81만 명)는 좀 의아한 부분도 있어요. 첫 주에 42만 명이 들었는데 갑자기 관객이 뚝 떨어졌어요. 보통 첫 주 관객의 3배 이상은 드는 게 영화계 통념이거든요. 많은 영화계 분들도 대기업 위주의 시장구조에 짓눌렸단 의구심을 가지더군요. 그런 걸 떠나서 최근에 너무 영화적 가치, 주제의식 이런 거에 경도됐던 건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제작자는 상업성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이 대목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명필름은 2013년 케이퍼필름(대표작 ‘도둑들’), 주피터필름(‘관상’) 등 9개 제작사와 함께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를 세웠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배급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 그런데 내놓는 작품마다 작품성과 별개로 흥행에 쓴맛을 봤다. 특히 지난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삼거리픽쳐스)은 독과점 시장구조에 피해를 입었단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카트’와 ‘화장’ 역시 리틀빅픽쳐스가 배급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또 명필름의 색깔이잖습니까. “물론이죠. 반성한다는 게 뜯어고친단 뜻은 아니죠. 명필름은 첨부터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었어요. ‘카트’ 제작도 주변에선 말리는 이가 적지 않았죠. 하지만 선입견 때문에 좋은 작품을 외면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바람난 가족’은 완성될 때까지도 투자를 못 받았어요. 여기저기 돈 꿔서 겨우 맞췄죠. 영화 제작이란 게 그런 신념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도외시한단 뜻은 아닙니다. 다만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으려 노력해왔어요.” ―20년 전과 지금은 영화계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대기업의 유입이 가장 큰 요인이었죠.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렸어요. 분명 영화산업 규모가 커지고 제작환경도 효율적으로 나아졌습니다. 투명해진 점도 긍정적이고요. 그런데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만 움직입니다. 명필름 초기엔 영화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 컸습니다. 지금은 투자 마인드만 활개를 칩니다. 질적으론 하향 평준화됐단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스크린 독과점과 같은 지적은 몇 년째 지속되는데 딱히 나아지질 않습니다. “어벤져스를 보세요. 상영횟수 점유율이 70∼80%에 이릅니다. 멀티플렉스에 관이 몇 개인데 모두 같은 영화를 걸고 있어요. 갈수록 자본의 논리가 더 기세등등해지고 있습니다. 이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죠.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정부가 나서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영화계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쉽진 않을 거예요. 다만 최근 리틀빅픽쳐스를 비롯해 대안 배급사들이 생겨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명필름 20주년인데 너무 거대담론만 물어봤네요. “하하, 그러게요. 근데 따지고 보면 우리만 축하할 건 아닙니다. 부산국제영화제랑 영화사 ‘씨네2000’도 동갑내기예요.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도 지난해 20주년이었을 겁니다.(공식적으론 1995년 설립해 올해 20주년이다.) 당시 영화계엔 재능 있는 인력들이 쏟아지던 시절이었죠. 명필름도 그중 하나일 뿐이에요. 앞으로가 더 문제겠죠. 솔직히 말할까요. 명필름에 학교나 아트센터 설립은 대단한 사회 환원이 아닙니다. 영화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 우리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종의 투자인 셈이죠. 영화로 일군 터전을 바탕으로 영화를 통해 공존을 지향하는 거라고나 할까요. 영화는 여전히 우리에게 꿈이니까요.”▼작품 제작비-학비-숙식 무료… 2015년 10월 2기생 모집▼명필름영화학교와 아트센터는 4월 30일 경기 파주시 회동길 명필름 사옥에서 개관식을 가진 ‘명필름아트센터’와 ‘명필름영화학교’는 영화를 매개로 한 복합영상문화공간이라 부를 수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영화제작사 명필름이 파주출판도시 속 ‘영화도시’를 모토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아트센터는 영화관과 공연장, 예술전시장으로 구성됐다. 지하 1층 영화관은 170석 소규모이긴 하나 디지털4K 영사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 3차원(3D)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개관 기념으로 1일부터 20일까지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하루 2회(오전 10시 반, 오후 1시 반) 무료 상영한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도 교차 상영하며, 21일 개봉작 ‘산다’도 상영할 계획이다. 지상 2, 3층에는 25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 들어섰다. 뮤지컬, 콘서트는 물론이고 강연이나 파티도 열 수 있다. 명필름이 첫 번째로 제작하는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7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4층 전시장 ‘아트랩’은 재능 있는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쓰인다. 1일부터 새로운 가구를 체험하는 ‘조립식: 레이어 세트 플레이’와 영상과 음악의 교차점을 구현한 ‘크로싱 웨이브스(Crossing Waves)’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1층엔 영화 건축 디자인 전문서적을 구비한 북 카페도 마련했다. ‘의식과 재능을 겸비한 참다운 영화인재 양성’을 기치로 내건 명필름영화학교는 현재 1기생 10명 선발을 마친 상태다. 해마다 △극영화 연출(2명) △다큐멘터리 연출(1명) △제작(1명) △연기(2명) △미술·촬영·편집·사운드(각 1명) 부문을 모집한다. 교육 기간은 2년으로 다양한 영화이론 및 인문 교육과 제작수업을 병행한다. 정지영(‘부러진 화살’) 이준익(‘왕의 남자’) 이용주 감독(‘건축학개론’), 이은 대표, 배우 문소리 등이 객원교수로 참여한다. 작품 제작비는 물론이고 학비와 기숙사를 포함한 숙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내년 2기생은 올해 10월 5∼12일 입학원서를 접수한다. 명필름문화재단 홈페이지(www.myungfilm.org) 참고.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3일 선보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 7일 만에 400만 명을 돌파했다. 일단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다. 개봉 전에는 1000만 클럽 가입은 기정사실이고 심지어 지난해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명량’(약 1761만 명)을 넘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개봉 후 CGV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그렇지 않다’. 누적 관객수는 물론이고 좌석점유율에서 명량에 훨씬 뒤진다.○ 초인 8명의 공습? 장군에겐 12척이… 아무리 초인들이라도 성웅은 버거운 걸까. 어벤져스는 개봉 첫날에는 62만 명을 모아 명량이 개봉 당일(지난해 7월 30일) 세운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 68만 명에 근접했다. 하지만 첫 주말 누적 관객 수는 344만 명에 그쳐 명량의 476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두 영화의 격차는 개봉 2주 차에 더 벌어지고 있다. 명량은 평일인 월요일(8월 4일)에도 99만 명이 들면서 전날인 일요일(약 126만 명)에 비해 22%가량 줄었다. 반면 어벤져스는 월요일(27일) 29만여 명에 그쳐 전날(약 101만 명)보다 70% 이상 빠졌다. 한 영화제작자는 “명량은 가장 관객이 많은 여름방학기간 성수기에 개봉돼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섰는데, 그 기세를 지금 어벤져스에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좌석점유율도 차이를 보인다. 명량은 최고 87.9%(지난해 8월 2일)를 정점으로 개봉 3주 차까지도 60%를 넘나드는 괴력을 보였다. 허나 어벤져스는 개봉주 주말인 25일(63.7%)에만 60%를 넘겼고 27일 18.3%, 28일 16.2%로 추락했다. 이 추세라면 ‘명량’은 이미 멀어졌고 역대 외화 1위인 ‘아바타’(1330만 명)를 넘어설 것인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소문과 SNS 반응은 긍정적, 관건은 황금연휴 영화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입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의 평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순식간에 퍼진다. 27일 CGV가 어벤져스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564명에게 받은 소감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스토리 전개와 액션이 뛰어나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마블 팬이라면 꼭 봐야 한다”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개봉 전 1개월 동안 살펴본 ‘바이럴 키워드’(SNS에 등장하는 영화 관련어)도 긍정적이다. 어벤져스는 ‘개봉’(9168개)이 1위를 차지했고 ‘좋다’(6291개·2위) ‘기대하다’(5693개·3위) 등 긍정적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한국’(2960개)은 12위로 예상보다 큰 흥행변수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000만 영화에 등극한 ‘국제시장’도 ‘좋다’ ‘아버지’, 명량 역시 ‘이순신’ ‘좋다’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배급사는 다음 달 1∼5일 연휴에 기대를 걸고 있다. 5일 동안 중장년층이 자녀들과 함께 얼마나 보러 오느냐에 따라 어벤져스의 운명도 갈릴것으로 전망된다. CGV 관계자는 “이번 주 평일은 학교 중간고사여서 부진했다고 본다”며 “결국 중장년층이 얼마나 받쳐주느냐로 판가름날 것 같다”고 말했다. 흥행과 별개로 어벤져스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다시 불붙였다. 25일 어벤져스 상영횟수는 전국 1만 회를 넘기며 상영점유율이 68.2%에 이르렀다. 명량은 1일 최다 관객 기록(약 126만 명)을 세웠던 지난해 8월 2일도 52.1%였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관은 28일 전체 상영횟수 25회 가운데 19회(76%)가 어벤져스였다. 그나마 다른 작품은 오전 9시나 오후 11시 이후였다. SNS에선 “초인들이 지구는 몰라도 한국 극장은 확실히 점령했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어쩌면 진짜 초인들은 차이나타운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은 독특한 지점에 선 작품이다. 국내 최초로 여배우 2명이 중심을 잡은 본격 누아르이면서도, 극장을 나서면 수많은 상념을 헤매다 ‘가족’이 떠오른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줄거리만 보면 전형적이고 단출하다. 차이나타운 암흑가에서 자라난 일영(김고은)과 모두가 ‘엄마’라 부르는 보스(김혜수)가 우연한 일로 갈등을 빚으며 파국으로 치닫는 스토리. 허나 감독은 피로 얼룩진 밑바닥 세계를 잿빛 그리스 비극으로 빚어냈고, 배우들은 무대 위 뿌연 먼지를 거둬내고 단단한 현실에 작품을 곧추세웠다. 22일 두 슈퍼히어로 김혜수 김고은을 만나 봤다. 》▼“이 정도면 확실히 변신했죠?”… 범죄조직 보스 냉혹한 ‘엄마’, 김혜수▼시나리오 부담 처음엔 여러번 거절… 김고은, 한마디로 하면 ‘좋은 배우’―냉혹한 범죄조직 보스를 연기했다. “처음엔 여러 번 거절했다. 시나리오는 강렬했지만 부담이 컸다. 수정 대본을 보내도 일부러 안 봤다. 도전의식 생길까봐. 근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읽고 있는 게 아닌가. 또 스스로 빠져든 거지. 게다가 감독의 한마디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게 마지막 연출이 되더라도 자기 첫 영화는 차이나타운’이라고. 그렇게 인생을 거는데 어떻게 더 거부하겠나.” ―외모도 완전히 망가뜨려 더 힘들었겠다. “또 그건 아니다. 결정한 뒤부턴 너무 신났다. 백발에 기미 가득한 얼굴, 살은 뒤룩뒤룩 찌고 ‘배바지’ 입은 여성 보스. 진짜 변신이 뭔지 보여줄 기회가 어디 흔한가. 첫 야외촬영 때 김혜수 보러 온 시민들이 날 몰라보더라, 하하. 엄마는 이런 외양이 아니고선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다. 그걸 제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건 배우의 당연한 의무 아닌가.” ―엄마는 섬뜩하면서도 처연한 슬픔이 감돈다. “영화 ‘차이나타운’이 그린 세계는 극단적이다. 평소 만날 일이 없는. 엄마는 그걸 온몸으로 새긴 인물이다. 길에서 우연히 엄마를 마주친다고 상상해 보자. 그저 쳐다볼 뿐인데 온몸이 얼어버리지 않을까. 허나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가족이 산다. 그 버텨 온 세월이 다양한 감정의 중층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김고은과의 호흡은…. “딱 한마디면 충분하다. 좋은 배우다. 연기자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더라. 좋은 얼굴에 깨끗한 감정에 영민한 두뇌까지. 이런 배우가 발굴돼 관객 앞에 설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차이나타운’은 그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미 지금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지만 더 빛을 발할 날이 분명히 온다.” ―작품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그거야 감독 덕분이지. 물론 칭찬 받고 상도 받으면 기분이야 좋다. 하지만 그건 이미 제 몫이 아니다. 배우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 밖의 일은 무심해진다. 물론 연기자로서 아쉬운 평가를 받으면 언제나 가슴에 새긴다. 아직도 배울 게 많고 도전할 게 많다. 삶이 그러하듯이.”▼“어벤져스와는 두번째 맞대결”… 바깥세상이 궁금했던 소녀 ‘일영’, 김고은▼잔인하지만 따스함이 스민 영화… 김혜수 선배가 중심 잘 잡아줘―영화가 잔인한데 묘한 따스함을 지녔다. “그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 지하철 보관함 10번에서 발견돼 이름이 일영인 이 아이는 차이나타운이 세상의 전부다. 딱 한 번 바깥세상을 궁금해 하며 돌이킬 수 없는 삶으로 나아간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울컥울컥했던 기분이 지금도 남아 있다. 사실 그런 인생을 어찌 알겠나. 하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깊이 건드렸다. 범죄세계다 보니 잔인한 장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봤다.” ―일영을 흔들었던 석현(박보검)에 대한 사랑인가. “아니다. 그건 일종의 호기심이다. 자신이 몰랐던 세상에 대한. 영화에서도 엄마가 묻는다. ‘걔 어디가 좋았느냐’고. 일영의 대답은 ‘친절해서’. 냉혹함밖에 몰랐기에 겨우 한 줌의 친절함이 그렇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오히려 일영의 사랑은 차이나타운으로 향한다. 그에게 조직은 가족이다. 평생 살아왔고 돌아갈 곳이라곤 거기뿐이니까.” ―김혜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지금도 혜수 선배를 만나면 스타를 바라보는 팬이 된다. 데뷔 4년차인데 여전히 신기하고 쑥스럽다. 대스타라 긴장도 컸는데 현장에서 만난 선배는 상상 이상이었다. 따뜻하고 소탈하고 배려 깊고…. 스스로 행운아란 생각을 많이 했다. 여배우가 극을 이끄는 누아르는 한국시장에서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선배가 중심 잡고 엄마를 연기해줘서 이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었다.” ―데뷔작 ‘은교’(2012년)부터 강렬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젠 정. 말. 멜로 하고 싶습니다! 아, 물론 ‘차이나타운’에도 멜로가 있다, 흐흐. 예전부터 밝고 단순한 사랑 얘기 노래를 불렀다.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도, 깊고 내밀한 관계도 다 좋다. 차이나타운처럼 처음 접한 시나리오와 완성된 영화가 주는 느낌이 같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오케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경쟁한다. “뭐, 여러 번 겪어 덤덤하다. ‘은교’ 개봉 다음 날 ‘어벤져스’가 걸렸고, 지난해 ‘몬스터’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랑 겹쳤다. 미국 초인하고 맞붙는 게 팔자인가 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어쩌면 진짜 초인들은 차이나타운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은 독특한 지점에 선 작품이다. 국내 최초로 여배우 2명이 중심을 잡은 본격 느와르이면서도, 극장을 나서면 수많은 상념을 헤매다 ‘가족’이 떠오른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줄거리만 보면 전형적이고 단출하다. 차이나타운 암흑가에서 자라난 일영(김고은)과 모두가 ‘엄마’라 부르는 보스(김혜수)가 우연한 일로 갈등을 빚으며 파국으로 치닫는 스토리. 허나 감독은 피로 얼룩진 밑바닥 세계를 잿빛 그리스 비극으로 빚어냈고, 배우들은 무대 위 뿌연 먼지를 거둬내고 단단한 현실에 작품을 곧추 세웠다. 22일 두 슈퍼히어로 김혜수 김고은을 만나봤다. ○ 김혜수 인터뷰 -냉혹한 범죄조직 보스를 연기했다. “처음엔 여러 번 거절했다. 시나리오는 강렬했지만 부담이 컸다. 수정대본을 보내도 일부러 안 봤다. 도전의식 생길까봐. 근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읽고 있는 게 아닌가. 또 스스로 빠져든 거지. 게다가 감독의 한 마디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게 마지막 연출이 되더라도 자기 첫 영화는 차이나타운’이라고. 그렇게 인생을 거는데 어떻게 더 거부하겠나.” -외모도 완전히 망가뜨려 더 힘들었겠다. “또 그건 아니다. 결정한 뒤부턴 너무 신났다. 백발에 기미 가득한 얼굴, 살은 뒤룩뒤룩 찌고 ‘배바지’ 입은 여성보스. 진짜 변신이 뭔지 보여줄 기회가 어디 흔한가. 첫 야외촬영 때 김혜수 보러온 시민들이 날 몰라보더라, 하하. 엄마는 이런 외양이 아니고선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다. 그걸 제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건 배우의 당연한 의무 아닌가.” -엄마는 섬뜩하면서도 처연한 슬픔이 감돈다. “영화 차이나타운이 그린 세계는 극단적이다. 평소 만날 일이 없는. 엄마는 그걸 온몸으로 새긴 인물이다. 길에서 우연히 엄마를 마주친다고 상상해보자. 그저 쳐다볼 뿐인데 온몸이 얼어버리지 않을까. 허나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가족이 산다. 그 버텨온 세월이 다양한 감정의 중층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김고은과의 호흡은. “딱 한 마디면 충분하다. 좋은 배우다. 연기자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더라. 좋은 얼굴에 깨끗한 감정에 영민한 두뇌까지. 이런 배우가 발굴돼 관객 앞에 설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차이나타운’은 그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미 지금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지만 더 빛을 발할 날이 분명히 온다.” -작품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그거야 감독 덕분이지. 물론 칭찬 받고 상도 받으면 기분이야 좋다. 하지만 그건 이미 제 몫이 아니다. 배우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 밖의 일은 무심해진다. 물론 연기자로서 아쉬운 평가를 받으면 언제나 가슴에 새긴다. 아직도 배울 게 많고 도전할 게 많다. 삶이 그러하듯이.” ○ 김고은 인터뷰-영화가 잔인한데 묘한 따스함을 지녔다. “그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 지하철 보관함 10번에서 발견돼 이름이 일영인 이 아이는 차이나타운이 세상의 전부다. 딱 한번 바깥세상을 궁금해 하며 돌이킬 수 없는 삶으로 나아간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울컥울컥했던 기분이 지금도 남아있다. 사실 그런 인생을 어찌 알겠나. 하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깊이 건드렸다. 범죄세계다 보니 잔인한 장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봤다.” -일영을 흔들었던 석현(박보검)에 대한 사랑인가. “아니다. 그건 일종의 호기심이다. 자신이 몰랐던 세상에 대한. 영화에서도 엄마가 묻는다. ‘걔 어디가 좋았냐’고. 일영의 대답은 ‘친절해서.’ 냉혹함 밖에 몰랐기에 겨우 한 줌의 친절함이 그렇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오히려 일영의 사랑은 차이나타운으로 향한다. 그에게 조직은 가족이다. 평생 살아왔고 돌아갈 곳이라곤 거기뿐이니까.” -김혜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지금도 혜수 선배를 만나면 스타를 바라보는 팬이 된다. 데뷔 4년차인데 여전히 신기하고 쑥스럽다. 대스타라 긴장도 컸는데 현장에서 만난 선배는 상상 이상이었다. 따뜻하고 소탈하고 배려 깊고…. 스스로 행운아란 생각을 많이 했다. 여배우가 극을 이끄는 느와르는 한국시장에서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선배가 중심 잡고 엄마를 연기해줘서 이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었다.” -데뷔작 ‘은교’(2012년)부터 강렬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젠 정. 말. 멜로 하고 싶습니다! 아, 물론 ‘차이나타운’에도 멜로가 있다, 흐흐. 예전부터 밝고 단순한 사랑 얘기 노래를 불렀다.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도, 깊고 내밀한 관계도 다 좋다. 차이나타운처럼 처음 접한 시나리오와 완성된 영화가 주는 느낌이 같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오케이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경쟁한다. “뭐, 여러 번 겪어 덤덤하다. ‘은교’ 개봉 다음날 ‘어벤져스’가 걸렸고, 지난해 ‘몬스터’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랑 겹쳤다. 미국 초인하고 맞붙는 게 팔자인가 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을 앞두고 주위에서 가장 많은 질문은 두 가지였다. “재밌어?” “한국 (장면이) 얼마나 나와?” 21일 드디어 공식 시사회가 열려 이젠 답할 수 있다. “음…, 너무 기대하지 않는다면.” “대략 8분쯤.” 23일 시작되는 초인들의 진격을 한반도는 어떻게 맞이할까. 》 ○ 미래도시? ‘그냥’ 서울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국내 촬영을 앞둔 마블 측은 한국을 “첨단 도시의 모습과 수려한 자연을 함께 갖춘 나라”라고 칭찬했다. 근데 어벤져스2에 나온 서울은 그냥 서울이었다. 일단 한국 분량은 러닝타임 141분 가운데 10분 20초 남짓. 이도 닥터 헬렌 조(수현)의 연구소로 설정된 스튜디오 촬영(3, 4분)을 빼면 실제 한국 촬영 장면은 7, 8분 정도 노출된다. 전혀 서울 지하철을 닮지 않은 지하철 내부 격투 장면을 포함해서. 당초 20분가량 될 것이라던 것과는 달랐다. 시간은 둘째 치고 어디서 ‘자랑스러운 서울의 풍광’을 찾아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와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가 도심을 질주하며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동안 서울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 한글만 아니라면 여느 서양인 눈엔 그저 아시아의 수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1조 원의 홍보 효과를 창출한다는 건 어떤 셈법으로 나온 건지 또다시 궁금해진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한강이다. 호크아이(제러미 레너)가 모는 어벤져스 전투기 ‘퀸젯’ 아래로 시원스레 흘러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일한 한국인 출연자 닥터 조는 어떨까. 조연보다는 인상적인 단역에 가깝지만 매력은 있다. 영어가 뒷받침된 연기도 나쁘지 않거니와 세계적인 유전공학자란 설정이 꽤나 어울리는 스마트한 분위기를 지녔다. 그 덕분인지 닥터 조의 연구소로 등장한 세빛섬도 평소 보던 모습과 달리 있어 보인다. 뭣보다 어벤져스2에서 사상 최고의 적인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과 맞서 싸우는 데 가장 중요한 존재가 이 세빛섬에서 탄생한다. 진짜 어벤져스2가 우리에게 안겨준 선물은 따로 있다. 살다 보니 무감각해졌지만 스크린 속 서울은, 참 뿌옇다. 촬영 시기(지난해 4월 초) 탓도 있겠으나 황사라도 뒤덮인 듯 색감이 무미건조하다. 우중충한 건물에 온갖 간판으로 뒤엉킨 골목. 고맙다, 초인들. 덕분에 우리가 어떤 도시에 사는지 다시 느끼게 해줬다.○ 진짜 최강의 적은 다음 기회에 21일 오후 어벤져스2의 예매율은 94.2%. 2011년 ‘트랜스포머3’가 개봉 전날 세웠던 역대 최고 예매율 기록(94.6%) 돌파를 눈앞에 뒀다. 현재까지 예매한 관객만 봐도 67만 명이 넘는다.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영화 줄거리도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3년 만에 모인 어벤져스는 동유럽 가상의 나라 소코비아의 악당들을 습격하며 시작된다. 1편에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동생 로키가 지녔던 창을 되찾기 위한 것. 이 과정에서 만난 쌍둥이 초능력자 퀵실버(에런 존슨)와 스칼릿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는 웬일인지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창을 가져가도록 내버려둔다. 스타크는 ‘헐크’ 브루스 배너 박사(마크 러펄로)와 함께 이 창을 이용해 인공지능 평화유지프로그램 ‘울트론’을 만들려 시도한다. 그러나 울트론은 그들의 예상과 달리 인간에게 증오를 품게 되는데….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에 따르면 어벤져스2의 제작비는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 원)로 추정된다. 막대한 비용만큼이나 어벤져스2의 전투 장면은 화려하다. 후반부 울트론에 맞선 초인 연합의 싸움도 근사하지만, 스칼릿 위치에게 세뇌당한 헐크와 ‘헐크 버스터’로 무장한 아이언맨과의 일대일 매치는 쫄깃하다. 주로 아이언맨이 쏟아내는 개그도 1편 못지않다. 그러나 짜임새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겨우 2시간 분량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탓일까. 코스요리를 먹는데 먹던 음식을 억지로 치우고 디저트를 받아 든 기분이 여러 차례 든다. 특히 울트론은 사상 최강의 적이라더니 왜 이리 무력한지. 다음 편에 또 다른 ‘진짜’ 최강의 적을 내놓기 위한 포석이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최근 조스 웨던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더이상 어벤져스 연출은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우린 그 이유를 영화를 보면서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영화 ‘인터스텔라’에서)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치매는 쉬쉬하며 숨기지 말고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노인질환이에요. 영화 ‘장수상회’는 그런 아픔을 지닌 가족을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줘서 고마웠어요.” 9일 개봉한 영화 ‘장수상회’는 70대 성칠(박근형)과 금님(윤여정)의 어쩌면 인생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사랑을 그린 작품. 아울러 많은 노년층이 겪고 있는 고통인 치매를 주요한 소재로 다뤘다.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인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그간 치매는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둡게만 그려지는 게 불만이었는데 ‘장수상회’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뭣보다 가족과 지역사회가 치매 노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대처하는 분위기를 이 영화가 가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영화에서 성칠이 평생 일하던 슈퍼마켓에서 그냥 일하게 하고, 사람을 몰라보거나 길을 잃어도 주위에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건 정말 좋은 대처법”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독일의 치매 요양병원에선 이전에 환자가 살던 가구나 장식을 병실로 그대로 옮겨와 배치한다. 환자가 편안한 심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게 증상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관점에서 성칠은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별것 아닌 일에도 버럭버럭 화를 내는 건 질병 초기의 전형적 증상이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은 혈관성 치매 등 10여 종에 이르는데 알츠하이머가 가장 많다. 현재로선 완치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이를 형벌처럼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재 국내에선 65세 이상 인구의 10% 안팎이 치매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교수는 “특히 75세 이후 신체기능이 떨어지며 치매가 찾아올 확률이 높아진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자신을 잃어가는’ 환자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시기에 맞지 않게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멀쩡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환자가 가족을 송두리째 몰라보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이 교수는 “주위 사람은 알아보면서 가족만 몰라본다는 것도 실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질환 초기에 특정 인물에게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례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후반부에 성칠이 자신의 딸에게 ‘네가 내 딸이로구나. 기억을 못 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이 교수는 “기억의 일부가 지워진다고 사고능력마저 다 잃는 건 아니다”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주변의 노력이 환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치매는 쉬쉬 하며 숨기지 말고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노인질환이에요. 영화 ‘장수상회’는 그런 아픔을 지닌 가족을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줘서 고마웠어요.” 9일 개봉한 영화 ‘장수상회’는 70대 성칠(박근형)과 금님(윤여정)의 어쩌면 인생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사랑을 그린 작품. 아울러 많은 노년층이 겪고 있는 고통인 치매를 주요한 소재로 다뤘다.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인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그간 치매는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둡게만 그려지는 게 불만이었는데 ‘장수상회’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뭣보다 가족과 지역사회가 치매 노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대처하는 분위기를 이 영화가 가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영화에서 성칠이 평생 일하던 슈퍼마켓에서 그냥 일하게 하고, 사람을 몰라보거나 길을 잃어도 주위에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건 정말 좋은 대처법”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독일의 치매 요양병원에선 이전에 환자가 살던 가구나 장식을 병실로 그대로 옮겨와 배치한다. 환자가 편안한 심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게 증상을 완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관점에서 성칠은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버럭버럭 화를 내는 건 질병 초기의 전형적 증상이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은 혈관성 치매 등 10여 종에 이르는데 알츠하이머가 가장 많다. 현재로선 완치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이를 형벌처럼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재 국내에선 65세 이상 인구의 10% 안팎이 치매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교수는 “특히 75세 이후 신체기능이 떨어지며 치매가 찾아올 확률이 높아진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자신을 잃어가는’ 환자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시기에 맞지 않게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멀쩡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환자가 가족을 송두리째 몰라보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이 교수는 “주위 사람은 알아보면서 가족만 몰라본다는 것도 실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질환 초기에 특정인물에게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례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후반부에 성칠이 자신의 딸에게 ‘네가 내 딸이로구나. 기억을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이 교수는 “기억의 일부가 지워진다고 사고능력마저 다 잃는 건 아니다”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주변의 노력이 환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터미네이터 두 번째 예고편은 성공적?”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미국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13일(현지 시간) 2차 공식 예고편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84년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터미네이터 5편에 해당하는 이번 작품에는 한국 배우 이병헌이 출연했다. 2차 예고편은 지난해 12월 처음 공개한 1차 예고편과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1편이 무거운 느낌이 강했다면, 2편은 역동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데 치중했다. 신기술 나노 입자로 만들어졌다는 터미네이터 T-3000의 모습도 상당 부분 윤곽이 드러났다. 뭣보다 1편에서 순식간에 지나갔던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T-1000(이병헌·사진)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을 선보였다. 누리꾼들의 반응에는 “너, 로맨틱, 성공적”이란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불륜 영화도 아닌데 작품에만 집중했으면”이라는 반박 댓글도 눈에 띄었다. 영화와 관련해서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할아버지, 숨차 보인다.” “‘왕좌의 게임’ 여신 에밀리아 클라크가 사라 코너라니” 등등의 의견이 달렸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리부트’(다시 시작한다는 개념) 성격을 지닌 ‘…제니시스’는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로봇군단의 미래전쟁과 1984년 존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한 과거를 동시에 그린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인권 박철민이 출연한 작품. 별생각 없이 낄낄 웃으러 극장을 찾았다간 어안이 벙벙해진다. 영화 ‘약장수’는, 짠하다. 신용불량자 일범(김인권)은 인생이 고달프다. 대리운전에 일용직 노동자에 온갖 일을 전전하지만 뜻대로 풀리질 않는다. 게다가 몇 개월째 월세가 밀린 집 안엔 병이 깊은 딸내미가 아빠만 바라보고 있으니. 결국 돌고 돌다 “어르신들 등쳐먹는” 건강생활용품 판매업 ‘떴다방’에까지 발을 들인다. 허나 거기라고 어디 돈이 쉽게 벌리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매사에 쭈뼛거리는 일범을 점장 철중(박철민)은 닦달하는데…. 검사 아들을 뒀는데도 외로이 홀로 사는 할머니 옥님(이주실)이 우연히 떴다방을 찾으며 둘은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 ‘약장수’가 선뵈는 23일은 하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하는 날. 박철민은 “‘초인’들과 당당히 맞서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더 낫다고도 말 못하겠다. 그래도 이 작품을 선택한 관객들. 분명 후회하진 않으리라. 엄지손가락 척. ‘약장수’는 솔직히 좀 어정쩡하다. 대박 웃기지도, 눈물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동네 치킨가게’ 같은 영화랄까. 대기업 브랜드도 아니고 자리도 서너 테이블밖에 없는. 평소 감흥 없이 지나치다 우연히 들렀는데 ‘싸고 푸짐하고 맛깔난다’. 어디서나 마셨던 생맥주 한 잔이 오늘 따라 짜릿하게 목젖을 파고드는 기분. 영화 ‘약장수’는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았다. 뭣보다 웃길 거란 선입견이 컸던 김인권 박철민의 존재감이 크다. 주인공 김인권은 대부분 장면에서 그다지 감정 변화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 번씩 터뜨릴 때마다 찌릿찌릿하다. 박철민은 쏟아내는 말마다 명언이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주고. 세상에 그런 자식 어디 있어. (친자식은) 1년에 4시간도 못 놀아줄걸? 근데 우린 매일 하잖아.” “돈이 사람을 속이지,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거 아니다.” “(장사는) 목숨 걸고 팔아야 해. 자선사업 하러 나온 거 아니니까.” ‘약장수’는 운명이 기구하다. 너무 강한 ‘초인’들에 맞서 틈새를 노려야 하니. 영화 내용도 딱 그렇다. 다들 번화가 큰길에 눈이 홀렸을 때 그들은 뒤편 구석진 골목을 찾았다.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며.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인권 박철민이 출연한 작품. 별 생각 없이 낄낄 웃으러 극장을 찾았다간 어안이 벙벙해진다. 영화 ‘약장수’는, 짠하다. 신용불량자 일범(김인권)은 인생이 고달프다. 대리운전에 일용직 노동자에 온갖 일을 전전하지만 뜻대로 풀리질 않는다. 게다가 몇 개월째 월세가 밀린 집안엔 병이 깊은 딸내미가 아빠만 바라보고 있으니. 결국 돌고 돌다 “어르신들 등쳐먹는” 건강생활용품 판매업 ‘떴다방’에까지 발을 들인다. 허나 거기라고 어디 돈이 쉽게 벌리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매사에 쭈뼛거리는 일범을 점장 철중(박철민)은 닦달하는데…. 검사 아들을 뒀는데도 외로이 홀로 사는 할머니 옥님(이주실)이 우연히 떴다방을 찾으며 둘은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 ‘약장수’가 선뵈는 23일은 하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하는 날. 박철민은 “‘초인’들과 당당히 맞서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더 낫다고도 말 못하겠다. 그래도 이 작품을 선택한 관객들. 분명 후회하진 않으리라. 엄지손가락 척. ‘약장수’는 솔직히 좀 어정쩡하다. 대박 웃기지도, 눈물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동네 치킨가게’ 같은 영화랄까. 대기업 브랜드도 아니고 자리도 서너 테이블 밖에 없는. 평소 감흥 없이 지나치다 우연히 들렀는데 ‘싸고 푸짐하고 맛깔 난다.’ 어디서나 마셨던 생맥주 한 잔이 오늘 따라 짜릿하게 목젖을 파고드는 기분. 영화 ‘약장수’는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았다. 뭣보다 웃길 거란 선입견이 컸던 김인권 박철민의 존재감이 크다. 주인공 김인권은 대부분 장면에서 그다지 감정변화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번씩 터뜨릴 때마다 찌릿찌릿하다. 박철민은 쏟아내는 말마다 명언이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주고. 세상에 그런 자식 어디 있어. (친자식은) 1년에 4시간도 못 놀아줄걸? 근데 우린 매일 하잖아.” “돈이 사람을 속이지,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거 아니다.” “(장사는) 목숨 걸고 팔아야 해. 자선 사업하러 나온 거 아니니까.” ‘약장수’는 운명이 기구하다. 너무 강한 ‘초인’들에 맞서 틈새를 노려야 하니. 영화 내용도 딱 그렇다. 다들 번화가 큰길에 눈이 홀렸을 때 그들은 뒤편 구석진 골목을 찾았다.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며.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극장가엔 흥행을 내다보는 용한 점쟁이가 있다? 영화 관계자라면 귀가 쫑긋해질 터. 왜 아니겠는가. 큰돈이 걸린 일인데. 과욕이건 엄살이건 “손익분기점만 넘기고 싶다”는 소릴 개봉 때마다 듣는다. 그런 뜻에서 이달 초 열린 ‘2015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은 업계의 관심을 모을 만한 자리였다. 국내 최대 극장망을 가진 CGV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한 구체적인 흥행 전망 방법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CGV는 영화의 개봉 지역, 스크린 수나 시간대 역시 이에 따라 결정한다. ‘며느리도 모른다’던 영화 흥행은 어떤 식으로 예측이 가능할까.○ SNS 입소문이 답 CGV가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개관한 건 17년 전인 1998년. 그만큼 데이터도, 노하우도 쌓았다. 큰 줄기만 보면 산정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1월 개봉한 영화 ‘테이큰3’를 예로 들어 보자. 먼저 과거 유사 작품 3편을 골라 관객 수를 합산한다. ‘테이큰3’의 경우 주인공 리엄 니슨이 출연했던 테이큰 시리즈 두 편과 역시 니슨이 주연한 액션영화 ‘논스톱’(지난해 2월 개봉)이 유사 작품으로 뽑혔다. 여기에 △내용·감독·캐스팅 △시즌 수요 △경쟁작 상황 △예매 수량 △관객 의향(인지도 등) △시사 반응 등에 따라 관객 수를 더하거나 뺀다. 최종적으로 배급사와 의견을 조율한 뒤 3으로 나눠 평균을 낸다. 테이큰3는 인지도 등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당시 ‘국제시장’이란 경쟁작이 강했다. CGV의 최종 예상 수치는 200만 명, 실제 관객은 200만6500여 명이 들었다. 여기에 개봉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NPS’(순수 추천 고객 지수)가 흥행을 진단하는 데 요긴하다. 흔히 ‘입소문 고객 지수’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 이 영화를 SNS에서 얼마나 추천하는지를 계량화한다. 2월 11일 개봉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13일 기준 602만여 명)의 NPS는 26.8%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7번째 아들’(9만여 명)은 ―64.5%였다. CGV리서치센터의 이승원 팀장은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핵노잼’(진짜 재미없다는 뜻의 신조어)이라며 “SNS에서 이 딱지가 붙으면 흥행에 큰 타격을 미친다”고 말했다.○ 효율적 안배인가 짜인 결론인가 CGV에 따르면 이런 예측은 대략 10편 가운데 7, 8편은 들어맞는다. 허나 반대로 보면 20∼30%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단 얘기다. 포럼 공개 자료엔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상당하다. 2013년 ‘미스터 고’는 700만 명을 예상했으나 약 133만 명만 극장을 찾았다. 올해 180만 명을 기대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겨우 36만 명을 넘겼다. 반대로 예상보다 관객이 많이 든 사례도 많다. 지난해 ‘비긴 어게인’은 30만 명급 영화라고 판단했지만 10배가 넘는 약 343만 명이 들었다. 지금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킹스맨…’은 당초 200만 명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예측 과정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기준의 핵심인 ‘과거 유사 작품’을 어떤 작품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2009년 ‘하모니’와 2012년 ‘7번방의 선물’은 둘 다 교도소가 무대인 가족영화지만 각각 302만 명, 1281만 명으로 차이가 크다. 영화관은 예측치를 바탕으로 지역별, 시간대별 수요를 감안해 극장 편성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치가 잘될 작품 위주로 스크린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평론가는 “편성은 관객의 ‘관람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상당수가 왜 요즘 볼 영화가 없다고 느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CGV 측은 “효율성만큼 다양성도 고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극장가엔 흥행을 내다보는 용한 점쟁이가 있다? 영화 관계자라면 귀가 쫑긋해질 터. 왜 아니겠는가. 큰 돈이 걸린 일인데. 과욕이건 엄살이건 “손익분기점만 넘기고 싶다”는 소릴 개봉 때마다 듣는다. 그런 뜻에서 이달 초 열린 ‘2015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은 업계의 관심 모을 만 한 자리였다. 국내 최대 극장 망을 가진 CGV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한 구체적인 흥행 전망 방법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CGV는 영화의 개봉 지역, 스크린 숫자나 시간대 역시 이에 따라 결정한다. ‘며느리도 모른다’던 영화 흥행은 어떤 식으로 예측이 가능할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입소문이 답 CGV가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개관한 건 17년 전인 1998년. 그만큼 데이터도, 노하우도 쌓았다. 큰 줄기만 보면 산정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1월 개봉한 영화 ‘테이큰3’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과거 유사작품 3편을 골라 관객 수를 합산한다. ‘테이큰3’의 경우 주인공 리암 니슨이 출연했던 테이큰 시리즈 두 편과 역시 니슨이 주연한 액션영화 ‘논스톱’(지난해 2월 개봉)이 유사 작품으로 뽑혔다. 여기에 △내용/감독/캐스팅 △시즌 수요 △경쟁작 상황 △예매 수량 △관객 의향(인지도 등) △시사 반응 등에 따라 관객 수를 더하거나 뺀다. 최종적으로 배급사와 의견을 조율한 뒤 3으로 나눠 평균을 낸다. 테이큰3는 인지도 등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당시 ‘국제시장’이란 경쟁작이 강했다. CGV의 최종 예상 수치는 200만 명. 실제 관객은 200만6500여 명이 들었다. 여기에 개봉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NPS(순수 추천 고객 지수)’가 흥행을 진단하는데 요긴하다. 흔히 ‘입소문 고객 지수’라 불리는데, 쉽게 말해 이 영화를 SNS에서 얼마나 추천하는가를 계량화한다. 2월 11일 개봉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시’(13일 기준 602만여 명)의 NPS는 26.8%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7번째 아들’(9만여 명)는 -64.5%였다. CGV리서치센터의 이승원 팀장은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핵노잼(진짜 재미없다는 뜻의 신조어)’라며 ”SNS에서 이 딱지가 붙으면 흥행에 큰 타격을 미친다“고 말했다.●효율적 안배인가 짜여진 결론인가 CGV에 따르면 이런 예측은 대략 10편 가운데 7,8편은 들어맞는다. 허나 반대로 보면 20~30%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단 얘기다. 포럼 공개 자료엔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상당하다. 2013년 ‘미스터 고’는 700만 명을 예상했으나 약 133만 명만 극장을 찾았다. 올해 180만 명을 기대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겨우 36만 명을 넘겼다. 반대로 예상보다 더 많이 든 사례도 많다. 지난해 ‘비긴 어게인’은 30만 명 급 영화라고 판단했지만 10배가 넘는 약 343만 명이 들었다. 지금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킹스맨…’는 당초 200만 명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예측 과정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기준의 핵심인 ‘과거 유사작품’을 어떤 작품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2009년 ‘하모니’와 2012년 ‘7번방의 선물’은 둘 다 교도소가 무대인 가족영화지만 각각 302만, 1281만 명으로 차이가 크다. 영화관은 예측치를 바탕으로 지역별 시간대별 수요를 감안해 극장 편성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치가 잘 될 작품 위주로 스크린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평론가는 ”편성은 관객의 ‘관람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상당수가 왜 요즘 볼 영화가 없다고 느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고 말했다. CGV 측은 ”효율성만큼 다양성도 고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정양환기자 ray@donga.com}
“예능 출마(출연)도 인사검증에 걸리면 낙마할 수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식스맨’ 특집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장동민(사진)이 설화(舌禍)에 휩싸여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인터넷에선 장동민이 지난해 유세윤 유상무와 진행했던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옹꾸라)’의 내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당시 이들은 도가 지나치게 여성을 비하했다. 특히 장동민은 자신의 코디네이터를 거론하며 원색적인 욕도 서슴지 않았다. 이게 문제가 되자 결국 3명은 청취자에게 사과하고 방송을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장동민이 유력한 식스맨 후보로 떠오르자 당시 방송 내용이 다시 주목받았다. ‘기존 멤버가 물의를 빚으며 하차한 자리를 대신하기엔 문제가 크다’는 입장과 ‘이미 사과하고 마무리된 사안을 굳이 끄집어 낼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장동민은 13일 자신이 진행하는 KBS FM라디오 ‘장동민 레이디제인의 2시!’에서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그런 과오가 없도록 하겠다”고 용서를 구했다. 누리꾼들은 장동민의 적절치 못했던 언행과 별개로 무한도전의 높은 ‘진입 장벽’에도 관심을 가졌다. “잘 나가던 장동민, 무한도전 ‘청문회’에 그로기 상태” “무한도전은 이제 예능이 아니라 성역. 그만큼 국민이 애정한단 뜻” “기존 무한도전 멤버도 재검증하면 거의 못 버틸 텐데…” “식스맨 경쟁자들이 정보를 흘린 게 아닐까”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