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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는 1%대로 떨어진 지 오래인데 왜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 것이죠?”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들의 예금·대출금리 담합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서면서 은행들의 금리 산정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기준금리 1% 시대에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타는 가운데서도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떨어지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은 은행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기준금리 내려가는데도 ‘요지부동’ 대출금리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금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월∼2016년 1월 기준금리가 2.5%에서 1.5%로 1%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정기예금 금리는 2.63%에서 1.63%로 똑같이 1%포인트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75%에서 3.10%로 0.65%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각자 따로 움직인다는 불만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몇 달간은 더 심했다. 기준금리는 1.5%로 제자리였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0.14%포인트 높은 3.04%, 12월엔 3.12%까지 오르는 등 ‘나 홀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대출금리의 인상 추세와 반대로 KB국민은행이 최근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하는 등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는 여전히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이 같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괴리는 두 금리의 산정체계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한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은행연합회가 매달 국내 9개 은행이 자금조달에 적용한 금리를 평균해 산출하는 코픽스(COFIX·은행 자금조달비용지수), 고정금리 대출은 보통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각각 기준금리로 사용한다. 반면 예금금리 등 수신금리는 특정 시장금리에 연동하지 않고 은행들이 수익성이나 리스크 관리 등을 반영해 임의로 정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예금금리의 변동 주기나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경쟁 은행과 영업전략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털어놨다.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낮출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최근의 담합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A은행 관계자는 “공정위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코픽스를 가지고 장난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나 본데 황당하다”며 “코픽스는 데이터를 가지고 가중 평균해 나오는 숫자라 은행들이 개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담합 시비에 휘말릴까 봐 최대한 타행과의 연락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곡선을 그린 것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선(先)반영되면서 금융채 금리가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영업비밀이라는 ‘가산금리’, 의혹 키워 그러나 이 같은 은행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합 의혹과 더불어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시 자체적으로 더하는 가산금리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금리 인하폭을 메우며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은행연합회 통계를 이용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옛 외환 포함), NH농협, IBK기업, SC, 씨티 등 8개 시중은행의 2014년 1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2016년 1월 금리를 비교한 결과 2년 새 가산금리는 0.16%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산금리가 오르다 보니 전체 대출금리의 인하폭은 한은 기준금리 하락폭에 턱없이 못 미치는 0.6%포인트에 그쳤다. 은행들은 가산금리가 점포 운영비와 인건비, 대출소비자의 신용도 등 각종 항목을 반영해 산정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산식(算式)이나 반영 항목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0.1%포인트의 금리 변동에도 예민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산금리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리 담합 의혹으로 은행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소비자가 원할 경우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가산금리 산정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황성호 기자}
지난해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미국과 일본 은행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71%로 지난해 9월 말에 비해 0.30%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국(1.59%), 일본(1.53%) 등 주요 선진국 은행권보다 더 높은 수치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이들 국가에 비해 높아진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14년 3월 말 1.81%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9월 말 1.41%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말 반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선업과 건설업 등 취약 업종의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면서 “은행들이 적정한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등 손실에 따른 위험을 감당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영향으로 보인다. 1일 은행들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2월 2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51조177억 원으로 1월 말(350조3836억 원)에 비해 6341억 원(보금자리론 등 주택금융공사 양도분 제외) 늘었다. 지난해 2월 증가액(3조2782억 원)과 비교하면 약 20% 수준에 그쳤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1일부터 수도권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다 보니 고객들이 대출 신청을 자제하고 있다”며 “주택 구입을 앞둔 고객들은 제도 시행 이전에 미리 대출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 2월은 부동산 거래가 많지 않은데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어서 2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이뤄졌다”며 “올해는 작년과 비교하면 증가분이 작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예금금리는 1%대로 떨어진 지 오래인데 왜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 것이죠?”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들의 예금·대출금리 담합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서면서 은행들의 금리 산정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기준금리 1% 시대에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타는 가운데서도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떨어지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은 은행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기준금리 내려가는데도 ‘요지부동’ 대출금리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금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월~2016년 1월 기준금리가 2.5%에서 1.5%로 1%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정기예금 금리는 2.63%에서 1.63%로 똑같이 1%포인트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75%에서 3.10%로 0.65%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각자 따로 움직인다는 불만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몇 달 간은 더 심했다. 기준금리는 1.5%로 제자리였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0.14%포인트 높은 3.04%, 12월엔 3.12%까지 오르는 등 ‘나 홀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대출금리의 인상 추세와 반대로 KB국민은행이 최근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하는 등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는 여전히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이 같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괴리는 두 금리의 산정체계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한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은행연합회가 매달 국내 9개 은행이 자금조달에 적용한 금리를 평균해 산출하는 코픽스(COFIX·은행 자금조달비용지수), 고정금리 대출은 보통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각각 기준금리로 사용한다. 반면 예금금리 등 수신금리는 특정 시장금리에 연동하지 않고 은행들이 수익성이나 리스크 관리 등을 반영해 임의로 정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예금금리의 변동 주기나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경쟁 은행과 영업전략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털어놨다.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낮출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최근의 담합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A은행 관계자는 “공정위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코픽스를 가지고 장난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나 본데 황당하다”며 “코픽스는 데이터를 가지고 가중 평균해 나오는 숫자라 은행들이 개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담합 시비에 휘말릴까 봐 최대한 타행과의 연락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곡선을 그린 것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선(先)반영되면서 금융채 금리가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업비밀이라는 ‘가산금리’, 의혹 키워 그러나 이 같은 은행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합 의혹과 더불어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시 자체적으로 더하는 가산금리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금리 인하폭을 메우며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은행연합회 통계를 이용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옛 외환 포함), NH농협, IBK기업, SC, 씨티 등 8개 시중은행의 2014년 1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2016년 1월 금리를 비교한 결과 2년 새 가산금리는 0.16%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산금리가 오르다 보니 전체 대출금리의 인하폭은 한은 기준금리 하락폭에 턱없이 못 미치는 0.6%포인트에 그쳤다. 은행들은 가산금리가 점포 운영비와 인건비, 대출소비자의 신용도 등 각종 항목을 반영해 산정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산식(算式)이나 반영 항목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0.1%포인트의 금리 변동에도 예민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산금리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리 담합 의혹으로 은행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소비자가 원할 경우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가산금리 산정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영향으로 보인다. 1일 은행들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2월2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51조177억 원으로 1월 말(350조 3836억 원)에 비해 6341억 원(보금자리론 등 주택금융공사 양도분 제외) 늘었다. 지난해 2월 증가액(3조2782억 원)과 비교하면 약 20% 수준에 그쳤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1일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다보니 고객들이 대출 신청을 자제하고 있다”며 “주택 구입을 앞둔 고객들은 제도 시행 이전에 미리 대출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에 따른 기저 효과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2월은 부동산 거래가 많지 않는데,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어서 2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이뤄졌다”며 “올해는 작년과 비교하면 증가분이 작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내 카드업계 1위 업체인 신한카드가 기프트카드(무기명 선불카드) 발행 중단을 검토하고 나섰다. 허술한 보안 시스템으로 복제 사고나 사기 사건 등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 데다 일부 고액권을 제외하고는 기프트카드가 사실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기프트카드에 대한 추가적 보안조치를 요구할 계획이어서 기프트카드 발행 중단 움직임은 카드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28일 신한카드 고위 관계자는 “사고가 빈발하는 기프트카드에 대해서 발행을 중단하는 방안을 포함해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가 기프트카드 발행을 중단하거나 발행 물량을 축소하면 다른 카드사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기프트카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품”이라며 “신한카드에서 먼저 움직이면 다른 회사들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처음 도입된 기프트카드는 간편함과 익명성을 앞세워 발행 첫해에만 6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갈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고 2010년 2조4000억 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이후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이 등장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프트카드가 뇌물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는 것도 카드업계가 발행 중단을 검토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초 컴퓨터 수출실적을 조작해 은행 10곳으로부터 3조4000억 원을 불법 대출받은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은 담뱃갑에 500만∼1000만 원어치의 기프트카드를 넣어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을 정도다.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도 카드사로서는 탐탁지 않다.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돼 기프트카드의 수수료도 0.5%포인트씩 감소했다. 고객이 10만 원짜리 기프트카드를 연매출 2억 원 초과 3억 원 이하인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수수료로 1000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프트카드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인지세 등을 포함해 1300원 정도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구조다. 금융 당국이 “기프트카드 보안 절차를 강화하라”며 카드회사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비용이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 당국은 기프트카드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2일 최근 정보 유출 사고가 난 카드사 2곳을 시작으로 기프트카드를 발행하는 카드사에 대한 보안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두 회사에 대한 징계 수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만 원이 넘는 고액 기프트카드의 경우 복제가 쉬운 마그네틱 방식이 아닌 집적회로(IC)칩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에서 기프트카드 부정 사용이 계속되는 만큼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신용카드처럼 IC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기프트카드와 관련해 보안 절차뿐 아니라 기프트카드 유통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지 사업 전반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기프트카드 발행 중단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기프트카드에 대한 수요가 있고 기프트카드 발행이 일종의 고객 서비스인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어서다. 또 국회가 유효기간이 지난 신용카드 포인트와 소멸시효를 넘긴 기프트카드의 잔액을 기부금으로 돌리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점도 걸림돌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고 있는 상황에 카드사들이 기프트카드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정치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프트카드(GiftCard) ::무기명 선불카드. 사용금액이 미리 충전돼 있어 상품권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백화점과 계열 대형마트에선 사용할 수 없다.박희창 ramblas@donga.com·김철중 기자}
올해 들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중소형 손보사들로부터 시작된 자동차보험료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다음 달 1일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3.5%, 택시 등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를 3.2% 인상할 방침이다. 올해 초 현대해상이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2.8% 올린 데 이어 대형 손보사가 보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이로써 작년 하반기부터 중소형 손보사들이 차례로 보험료 인상을 발표한 이후 총 11개 손보사 가운데 삼성화재과 동부화재를 2곳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가 모두 보험료를 올렸다.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이 높아져 만성적인 영업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8%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지난해 88.0%로 2013년 86.8%, 2014년 88.3%에 이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보험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손해율을 낮추기보다는 그 피해를 고객에게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내 손해보험회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 수억 원을 부당하게 삭감한 사실이 적발됐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손보,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롯데손보 등 4개 보험사는 보험금 부당 지급 등을 이유로 총 5400만 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5300만 원, 경영유의 등의 기관 제재를 받았다. 이들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자필서명 흠결이나 과거병력 고지의무 위반 등 약관상 명시하지 않은 사유를 내세워 총 300건의 계약에 대해 8억46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현대해상을 제외한 3개 보험사는 직원들이 보험금을 덜 지급할수록 좋은 성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부 성과평가기준(KPI)을 운영해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4월부터 전월세 세입자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세입자가 따로 보증보험사를 찾아갈 필요 없이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단종(單種)보험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단종보험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가 그와 관련한 보험상품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애견숍에서 동물보험을 팔거나 여행사에서 여행자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는 단종보험 판매자격을 획득한 공인중개사가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세입자에게 바로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시행세칙 개정 작업을 거쳐 4월부터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험사가 대신 지급을 보증하는 상품이다. 현재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보험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행세칙이 변경되면 전세금 폭등으로 거액의 보증금을 내야하는 세입자들이 좀 더 부담 없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철중기자 tnf@donga.com}
말 그대로 ‘투자 암흑기’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주식시장도 불안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연 수익률이 6∼10%대를 기록하면서 개미투자자는 물론이고 큰손들도 서서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러 건의 대출 신청을 묶은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거나 담보 대출 방식을 활용하는 등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업체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 급성장하는 국내 P2P 대출 시장 국내에서 P2P 대출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6년이지만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국내 금융권에 핀테크 열풍이 분 2014년부터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P2P 대출 금액은 2013년 36억4000만 원에서 2014년 57억8000만 원으로 58.7%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1∼6월)에만 52억6000만 원이었다. 2014년 말 기준 6개에 불과하던 업체 수도 현재 50여 개까지 늘어났다. 새롭게 P2P 대출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 기업이 많아지면서 영업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렌딧’은 일정 기간 집행한 대출을 모아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여기에 고객이 투자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설령 개별 대출 건이 부도 또는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원금이 전부 손실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투자자는 매달 원금의 일부와 월 이자를 돌려받는다. 렌딧의 이미나 홍보이사는 “지난해 7월 내놓은 포트폴리오 1호부터 올해 초 선보인 6호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10.46%(세전)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테라펀딩’은 건축 자금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P2P 대출 업체다. 기존 토지나 완성될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투자 리스크를 줄였다. 테라펀딩은 201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29건의 대출을 진행했으며 이 중 12건(30억5000만 원)이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 상환이 끝난 대출을 기준으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13.29%이다.○ 근거 법 없는 데다 원금 보장 안 돼 국내에서 P2P 대출은 아직 근거 법이 만들어지지 않아 투자자 보호 등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대부분의 업체는 회사를 대부업으로 등록하거나 자회사로 대부업체를 두고 사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자소득세율(15.4%)이 아닌 비영업대금 소득세율(27.5%)이 적용된다. 또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자신이 투자한 돈을 빌려 간 대출자가 부도를 낼 경우 투자금을 고스란히 잃게 된다. 현재 P2P 대출 시장이 이제 막 조성되는 단계이다 보니 대부분의 업체가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편이다. 따라서 업체마다 연체율이 0%인 경우가 많지만 시장이 커지고 대출 건수가 늘어날 경우 연체율과 부도율이 상승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방은행과 협업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피플펀드’는 대부업체가 아닌 전북은행과 연계한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피플펀드가 대출자와 투자자를 모으면 실제 대출 집행과 관리는 전북은행이 담당하는 구조다. 피플펀드 측은 “은행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며 투자자들도 연 4∼6%대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유엔난민기구에서는 신분증이 없는 난민들을 등록하는 데 홍채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죠. 이제 국내에서도 홍채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곽영기 기업은행 핀테크사업부장) “스마트폰에 탑재된 마이크나 카메라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다른 장치 없이 각자의 휴대전화만 있으면 얼굴과 목소리 인식이 가능합니다.”(최용 한국IBM 보안실장) 최근 핀테크가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이후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는 ‘간편 결제’와 ‘비대면 본인 인증’ 기술이다.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려면 기존에 활용하던 공인인증서 등의 보안 수단을 대체할 첨단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3일 열린 ‘동아 인포섹 2016―정보보호 콘퍼런스’에서 사례 발표에 나선 금융회사 담당자들은 “홍채나 정맥 등 생체정보를 통한 본인 인증은 성공적인 핀테크 보안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올해 하반기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금융 거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기존 은행들 역시 주로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은행 업무를 하는 젊은 고객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비대면 거래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금융당국이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면서 이를 대신할 대체 보안 수단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스타트업들과 함께 홍채 인증을 금융 거래에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채 인식은 타인수락률(다른 사람의 홍채를 등록된 고객의 홍채로 오인할 확률)이 0.0001%로 현재까지 나와 있는 생체 인증 기술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홍채 인식을 통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곽영기 부장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이 스마트폰 안에 홍채 카메라를 탑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향후 ATM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홍채 인증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정맥 정보를 이용해 100여 가지의 은행 업무가 가능한 디지털 키오스크 서비스를 이미 도입했다. 이명구 신한은행 정보보호본부 상무는 “고객들의 정맥 정보를 그대로 보관하는 게 아니라 정맥의 특정 패턴을 암호화해 저장하기 때문에 생체 정보가 유출되는 데 따른 위험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생체 인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용 한국IBM 보안실장은 “핀테크 분야에서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사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생체 인증은 일반 고객이 직접 편리함을 느끼게 하는 가장 좋은 보안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생체 정보 가운데 휴대전화에서도 인증이 가능한 지문, 목소리, 얼굴 인식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IBM은 목소리와 얼굴, 그리고 사인을 합친 복합 인증 방안을 연구 중이다. 고객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자신의 얼굴을 비춘 뒤 사전에 약속된 문장이나 단어를 말하는 방식이다. 이때 마이크를 통해 들어온 목소리와 화면에 비친 얼굴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지문 인증 방식을 도입했다.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지문을 인증하면 로그인부터 계좌 이체까지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DB대우증권은 SK C&C와 함께 얼굴과 음성을 함께 인증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상반기에 상용화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정비 중이다. 다만 정보 유출을 걱정해 자신의 생체 정보가 수집되는 것을 꺼리는 고객들의 거부감을 줄이는 게 핀테크가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최승천 금융보안원 보안연구부장은 “홍채나 정맥 등 생체 정보는 바뀔 수 없기 때문에 유출될 경우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철저한 보안 대책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중 tnf@donga.com·주애진 기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금융권에 불어닥친 ‘핀테크’ 열풍은 금융소비자들의 일상을 빠르게 바꿔 나가고 있다. 과거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가능했던 통장 개설과 카드 발급 등의 업무들도 이제 스마트폰이나 자동화기기에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에 공인인증서를 내려받고, 매번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손가락 지문만으로 로그인과 대출 업무 등이 가능하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앞두고 비대면 실명 확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모바일 전문은행’ 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스마트폰으로 은행 대출 가능 우리은행은 모바일 전문 은행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내놓은 ‘위비뱅크’를 통해 중금리 대출 상품인 ‘위비모바일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은행들은 해당 은행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등 기존 거래가 있는 고객에게만 대출을 해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위비모바일 대출은 우리은행 거래가 없어도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한 대출 고객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다. 소호(SOHO)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위비 SOHO 모바일 대출’은 기업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대출 조건을 결정하지 않는 대신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매출액을 추산하고 대출 한도를 정한다. 스크래핑이란 자동으로 시스템에 접속해 필요한 자료를 추출해 가져오는 기술이다. ‘위비 직장인 공무원 신용대출’ 역시 고객이 팩스를 이용해 은행에 서류를 전달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상품 외에도 위비뱅크는 캐릭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작하고,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서비스, 무료 음악방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객들이 위비뱅크의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위비게임, 위비캐릭터, 위비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융권 최초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위비톡’은 일반 모바일메신저에는 없는 ‘펑메시지’(일정 시간 지난 후 메시지 삭제) 등 차별화된 기능이 탑재돼 있다. 지문으로 로그인부터 송금까지 가능 KEB하나은행의 스마트폰 뱅킹인 ‘1Q bank’에서는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계좌 이체가 가능한 ‘지문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문 인증만으로 로그인부터 계좌이체, 상품 가입, 대출 신청 등 대부분의 거래가 가능하다. 지문 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지문을 갖다 대고 등록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인인증서보다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게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지문을 휴대전화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비접촉 방식(사진 촬영)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라며 “지문 인증 서비스를 모바일뿐 아니라 인터넷뱅킹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또 국내 최초로 실물 없이 휴대전화 보안영역에서 작동하는 T-OTP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T-OTP(Trust zone-One Time Password)는 스마트폰의 보안영역에서 일회용 비밀번호를 직접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신한은행의 ‘써니 뱅크’는 이달 중순 모바일에서 자동차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써니 마이카 대출’을 출시했다. 써니 뱅크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도 공인인증서만 가지고 있다면 계좌를 새로 만들고 대출 신청까지 할 수 있다. 신차 구매 시 금리를 0.6%포인트를 깎아주고, 연소득 3000만 원 이하 고객에게는 0.1%포인트를 우대해주는 등 거래실적에 따라 금리가 최저 연 3.9%까지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실명확인을 활용해 기존에 신한은행과 거래가 없었던 고객도 써니뱅크에서 자유입출식 통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인 인증 방식은 △휴대전화 인증 △신분증 사진 전송 후 상담사와 영상통화 △기존 타 금융기관을 통한 계좌이체 등 3가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으며, 통장 개설과 함께 체크카드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대포통장으로 악용될 우려를 막기 위해 자동화기기(ATM)에서 하루 최대 30만 원까지만 출금할 수 있도록 해 놨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NH농협생명은 61세부터 75세까지 가입 가능한 ‘행복한실버NH3대질병보험(갱신형, 무배당)’을 새롭게 내놨다. 이 상품은 NH농협생명이 두 번째로 내놓은 고령자 전용 상품으로 한국인들에게 많이 발병하는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을 집중 보장한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자사 보험을 보유한 고객 300만 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약 75만 명(25%)인 점을 감안해 고령자 전용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실버NH3대질병보험’은 계약 심사나 건강검진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여 고령자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이미 실버암보험에 가입한 고객이라도 추가 가입이 가능하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다. 만약 고혈압과 당뇨병에 걸린 적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료의 7%를 깎아준다. 진단보험금(1계좌 기준)은 일반암 2000만 원(유방암, 남녀 생식기 관련암 600만 원, 기타 소액암 200만 원), 뇌출혈과 급성심근경색증은 1000만 원이다. 암으로 사망했을 경우 의무부가특약을 통해 1000만 원까지 보장한다. 기존에 가입한 보험과 관계없이 최대 1계좌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0.5계좌로도 가능하다. 보험료(최초 계약, 월납 기준)는 61세 여자가 3만6360원, 남자는 6만7660원이다. 10년 만기 갱신을 통해 최고 100세까지 보장하며, 만기 시 만기환급금 100만 원을 지급한다. NH농협생명 측은 “고령자 전용 상품인 만큼 고객들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영업 교육을 철저히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환율 급변동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렇게 볼 수 없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유 부총리는 22일 인천국제공항 수출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관장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환율에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지금은 (변동성을) 살펴봐야 할 시기”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과 같은 1234.4원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한국은행과 기재부가 19일 외환시장에 공동 구두개입에 나선 데 이어 유 부총리가 재차 개입성 발언을 하면서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진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對)중국 수출 등이 회복되는 등 한국 경제의 여건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환율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최근 정부의 환율 대응이 미국의 의심을 사 환율 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봤다. 유 부총리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최근의 환율 움직임을 보면 (환율 조작이 없었다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자국에 유리하게 환율을 조작한 나라에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베닛-해치-카퍼(BHC) 수정법안’을 가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간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원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지적한 점을 들며 한국이 BHC 법안의 타깃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대북 리스크와 관련해 유 부총리는 “북한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세계 7위 수준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외부 충격에 대응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김철중 기자}
“이건 절대 해킹 사고가 아닙니다. 서버가 뚫린 게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악용했을 뿐입니다.” 기프트카드 정보 유출에 대한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해당 카드사 임원이 나타낸 반응이다.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가기는커녕 오히려 당황스러워졌다. 고도의 해킹 기술이 아니라 기초적인 수법에 당했다는 것을 카드사가 자백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카드사 측은 도리어 “최신 이상징후감지시스템(FDS) 덕분에 고객 민원이 발생하기도 전에 해커들의 공격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놓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초보적인 공격은 막지 못했다. 이 카드사들은 CVC(유효성 확인 코드)를 여러 차례 잘못 입력했을 때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를 해놓지 않아 결국 수백 장의 고객 카드에서 3억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고객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보안의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결과였다. 2014년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카드회사를 통해 유출된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진 않은 것 같다. 심지어 이번 기프트카드 해킹 사건이 발생한 카드사의 한 임원은 “회사가 유출된 금액을 다 보상할 것이기 때문에 고객이 피해를 입은 게 아니다.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금융회사 임원의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금융회사에서 발생하는 정보 유출 사건의 본질은 실제 금전적인 피해 유무를 떠나 회사를 믿고 거래하는 고객과의 ‘신뢰’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핀테크’ 열풍에 따라 소비자의 편의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금융권의 보안 의식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것이 자칫 소비자의 정보 보호를 등한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2년 전과 같은 대형 사고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김철중·경제부 tnf@donga.com}
기프트카드 정보가 유출된 대형 카드회사 A사와 B사가 한 달이 넘도록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피해자들의 기프트카드에 피해금액을 몰래 채워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들 카드사가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A사에 고객들의 ‘기프트카드 잔액이 없어졌다’는 민원이 접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이다. 이에 A사는 지난해 12월에 이미 자사 홈페이지에서 잔액 조회 시도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기프트카드가 부정 사용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지난달 19일에야 금융감독원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B사 역시 1월 말경에 금감원에 기프트카드 도용 사실을 알렸다. 두 회사는 또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기프트카드 이용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기명 카드의 특성상 피해 고객에게 직접 알릴 수 없더라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피해 사실과 후속 조치를 알리는 게 금융회사의 도리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정보가 해커들에게 노출돼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카드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전에 피해금액에 해당하는 돈을 슬그머니 채워 넣은 것도 논란거리다. B사 관계자는 “부정사용이 의심되는 카드는 지난달 말에 잔액을 모두 채워 넣고 회사비용으로 처리했다”고 실토했다. 카드사들은 하지만 19일 금감원이 피해 보상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 전까지 이 같은 선(先) 보상 사실을 금감원에 알리지 않아 민원 건수나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미리 손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프트카드 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지자 기프트카드 도매상이 많은 서울 명동의 상품권 매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프트카드 잔액이 보유자 몰래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해커 조직에 정보가 유출돼 돈이 빠져나간 기프트카드를 팔았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상품권 매매업자 C 씨는 지난해 12월 말 50만 원짜리 기프트카드 20장을 고객에게 팔았다. 며칠 뒤 이 고객은 20장 중 10장의 잔액이 ‘0원’인 사실을 알고 경찰에 C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C 씨는 “카드사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당시엔 ‘기프트카드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것 아니냐’는 답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기프트카드의 부정사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19일 발표했다. 앞으로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기프트카드 잔액을 조회할 때 5회 이상 오류가 발생하면 카드 이용을 차단할 예정이다. 또 실물 카드의 경우 CVC번호와 마그네틱선 일부를 보안스티커로 막아 이미 사용된 카드가 유통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김철중 tnf@donga.com·박훈상 기자}
1965년 9월 8일 오전 청와대 본관. 박정희 대통령이 푸른 눈의 한 외국인과 자리를 함께했다. 근대 재정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경제학계의 거두’ 리처드 머스그레이브 미국 하버드대 교수였다. 한국 경제 정책을 조언하는 미국 네이선 경제고문단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머스그레이브 교수는 박 대통령에게 서류를 하나 건넸다. ‘한국 조세 개편을 위한 건의’라는 제목의 문건이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세율 인상만으로는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없습니다.” “동감하오. 마침 그저께 비서실에 조세행정 특별감사를 지시했소.” “잘하셨습니다. 하지만 일회성 감사로는 부족합니다.” “방법이 있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탈세를 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국 국세청(IRS) 같은 강력한 독립 징세기관이 필요합니다.” 박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듬해 1월, 박 대통령은 재무부에 국세청 설립을 공식 지시했다. 두 달간의 준비를 거쳐 1966년 3월 3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노라노양재학원’ 건물에서 역사적인 개청식을 가졌다. 올해로 개청 5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국세청은 그렇게 탄생했다. 개청 첫해 ‘세수 700억 원’ 달성 ‘누구도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에는 세금을 낼 개인도, 기업도 변변치 않았다. 국가 수입의 절반 이상(1957년 기준 52.9%)은 해외 원조로 충당했다. 국민들은 세금 하면 일제강점기 공출(供出)을 떠올릴 정도로 반감이 심했다. 일각에서는 탈세를 범죄가 아닌 경제 활동의 요령으로까지 여길 정도였다. 세수(稅收) 확보는 정부의 염원이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으로 돈을 쓸 곳은 날로 늘어 가는데 해외 원조는 되레 줄기 시작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로 일본에서 받은 8억 달러의 대일 청구권자금은 포항제철 등 경제 기반시설을 짓기에도 빠듯했다. 1965년 미국 경제고문단은 세무행정이 제대로 돌아가면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를 세금으로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은 고무됐다. ‘내년이면 GDP가 1조 원으로 늘어나니 세금을 1000억 원 거둘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해 국세 수입은 421억 원. 박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팔 격인 이낙선 당시 대통령민원비서관을 초대 국세청장에 임명했다. 지시는 간단명료했다. “올해 목표는 700억 원이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무부조차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노력한들 전년 대비 66%나 많은 세금을 어떻게 거두냐는 것이었다. 육군 대령 출신이자 5·16 주역인 이 청장은 달랐다. 각오를 다지기 위해 청장 관용차 번호판부터 ‘서울 관 1-700’으로 바꿨다. 조사반 직원들에게는 ‘007 가방’을 지급했다. 검찰, 경찰, 재무부 등이 행사하던 세무사찰 권한은 국세청으로 일원화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일선 세무서는 아침마다 관내 굵직한 업체에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는 게 주 업무였다. 이듬해의 세금을 미리 받는 조상징수(繰上徵收)라는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됐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이렇게 세금을 가혹하게 매기면 어떻게 선거를 치르나. 이낙선 청장은 박 대통령을 낙선(落選)시키려고 작정했나”라는 말이 나왔다. 결과는 704억 원으로 목표 초과 달성. 감격한 이 청장은 1967년 1월 24일자 동아일보 1면에 ‘국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청장 명의로 광고를 게재했다. ‘재정자립·고도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다 국세청 설립으로 안정적 세수 확보가 이뤄지면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 신화가 본격화됐다. 국세청이 거둔 세수를 밑거름으로 정부는 경부고속도로 착공(1968년), 새마을운동 시작(1972년), 중화학공업 육성계획 발표(1973년) 등 일련의 경제 성장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국세청 설립 등 박정희 정부의 세정 개혁은 원조에 의존하던 한국 경제를 자립형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세수 확보로 재정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거시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세청 개청 8년 만인 1974년, 마침내 해외 원조액이 ‘0원’이 되면서 한국은 재정 자립에 성공했다. 1975년에는 연간 국세 징수액이 1조 원을 돌파(1조442억 원)하며 ‘고도성장→세수 증가→투자 확대→경제 발전’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구축했다. 세무행정의 틀이 갖춰지면서 종합소득세(1975년), 부가가치세(1977년) 등 선진화된 세제(稅制)도 본격 도입됐다. 징세만이 다가 아니었다. 기업 사채 감시, 부동산 투기 단속, 물가 점검 등 경제 분야에서 공권력을 필요로 할 때는 어김없이 국세청이 활약했다. 지난해 국세청은 사상 최대 징수 실적(208조1600억 원)을 달성했다. 발족 첫해와 비교하면 무려 2957배로 증가한 규모다. 세무자료 전산화,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정착 등은 지하경제 양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미리 채워주는(pre-filled) 사업소득 신고 서비스 등은 개발도상국에서 앞다퉈 배워갈 정도로 우수성을 입증받았다.비리 척결, 역외탈세 대응은 과제 하지만 지난 50년간 국세청에 밝은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청 당시 국세청의 3대 지표 중 하나가 ‘오명불식’이었다는 것은 세무공무원에 대한 당시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뇌물수수 등 비리 사건은 국세청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국세청 직원의 견책 이상 징계 건수는 2010년 75건에서 2014년 157건으로 4년 새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극소수의 일탈로 모든 성과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청렴문화 정착을 강력 주문했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더불어 ‘4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국세청의 강력한 힘은 세무조사 권한에서 나온다. 과거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한 나쁜 선례를 남겼다. 1991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정치 참여를 준비하자 국세청은 현대그룹에 세무조사를 실시해 1361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직후의 포스코 세무조사, 김대중 정부 시절 언론사 23곳 동시 세무조사도 대표적인 정치 목적의 세무조사로 꼽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원한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을 세무조사하며 ‘박연차 게이트’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지금도 논란거리다.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대규모 과세불복 소송과 역외탈세 문제도 국세청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지난해 4000억 원에 이르는 KB국민은행과의 조세소송에서 국세청이 대법원 패소 판결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그만큼 납세자의 권리가 높아졌다는 의미도 있지만, 법률로 집행되는 과세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는 역외탈세를 잡기 위한 국제적 공조 마련도 절실하다. 김봉래 국세청 차장은 “세금 부과 처분이 취소되면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점이 있는 제도는 고쳐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납세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비정상적 탈세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김철중 기자}
국내 카드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중국 해커의 소행으로 보이는 공격을 당해 수백 장의 50만 원권 기프트카드(무기명 선불카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금융 당국은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이 3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4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카드회사의 허술한 보안이 문제가 된 것은 여러 차례였다. 하지만 기존 정보 유출 사고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사기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직접적인 금전 손실을 입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18일 금융감독원과 경찰에 따르면 중국 해킹 조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한 달가량 대형 카드회사인 A 사와 B 사의 홈페이지를 집중 공격했다. 이 조직은 실제로 기프트카드를 산 뒤 카드회사 홈페이지의 기프트카드 등록 및 잔액 조회 화면에 들어가 카드번호 생성기를 이용해 유효기간이 같은 카드번호 16자리를 확인하고, 무작위 숫자 입력 프로그램으로 CVC 번호도 알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CVC 번호는 카드 뒷면에 적힌 세 자릿수의 유효성 확인 코드로, 신용카드의 비밀번호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은행 창구에서 살 수 있는 기프트카드는 누구나 카드회사 홈페이지에서 잔액을 확인할 수 있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 번호만 있으면 실물이 없더라도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임의의 숫자를 무한 반복적으로 대입해 정확한 값을 추출하는 ‘빈어택(Binattack)’ 방식의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공격에 당했다”며 “금융사들이 보안은 도외시한 채 고객의 편의만 고려해 비밀번호 입력 횟수 제한을 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해커는 이렇게 얻은 수백 장의 기프트카드 정보를 카카오톡을 통해 국내 카드 범죄 조직에 넘겼다. 이 조직의 주범 이모 씨(23)는 기프트카드 액면가의 82% 정도인 2억9000만 원을 중국으로 송금했다. 이 씨 등은 기프트카드 정보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구입하고 이를 되팔아 모두 현금화했다. 피해를 본 카드회사는 금융감독원에 총 30여 건, 1500만 원의 피해를 확인해 신고했지만 이 씨가 중국에 건넨 돈을 고려하면 극히 일부만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커가 이 씨가 아닌 다른 국내 조직에도 기프트카드 정보를 판매했을 가능성도 있어 피해액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카드사가 피해 여부를 확인해 보상하기로 했지만 소비자의 혼란과 불편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피해가 확산되자 지난달 29일 금융기관에 ‘기프트카드 온라인 부정 사용 사고 관련 유의사항’ 공문을 보내 시스템 보안 강화를 지시하고 피해 상황 집계에 나섰다. 경찰은 주범 이 씨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8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돈을 받은 복수의 계좌를 확인해 보니 대부분 중국인으로 드러났다”며 “해킹 조직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철중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A 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50만 원짜리 기프트카드 8장을 샀다. 불과 며칠 뒤, A 씨는 이 기프트카드로 결제를 하려다 잔액이 ‘0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입 당시 잔액이 50만 원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한 뒤 카드를 집에만 보관했던 그는 누군가 돈을 빼갔다는 생각에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 씨의 기프트카드가 특정 모바일상품권을 사는 데 쓰인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 끝에 이모 씨(23) 일당을 검거했다. 18일 금융감독원과 경찰에 따르면 이 씨 일당에게 기프트카드 정보를 넘긴 중국 해킹 조직은 실제 구입한 기프트카드의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토대로 또 다른 기프트카드 정보를 생성해냈다. 총 16자리인 카드번호 가운데 일부 숫자만 바꾸면 유효기간이 같은 새로운 카드번호가 생성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번호는 자릿수마다 특정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일정한 패턴이 있다”면서 “카드번호 생성 알고리즘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킹 조직은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외에 카드 뒷면에 새겨진 3자리의 CVC(유효성 확인코드) 번호까지 추출해냈다. 카드사 홈페이지의 ‘기프트카드 잔액조회 서비스’에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입력한 뒤 CVC 번호에는 임의의 숫자를 반복적으로 입력해 일치하는 번호를 알아내는 방식이었다. 결국 해킹 조직은 지불결제 기능이 있는 카드의 핵심 정보 3가지(카드번호, 유효기간, CVC 번호)를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처럼 서버를 뚫어 내부 정보를 빼간 경우와는 다르다”면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홈페이지상의 잔액조회 서비스를 악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카드사들은 이 CVC 번호를 일정 횟수 잘못 입력했을 때 더이상 조회할 수 없도록 하는 간단한 보안절차도 마련해 놓지 않은 탓에 피해를 자초했다. 대부분의 금융사나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고객이 틀린 비밀번호를 3회 또는 5회 입력하면 해당 서비스를 더는 이용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두 카드사는 이런 보안장치를 생략했다. 해당 카드사들은 “무기명 선불카드인 기프트카드는 소유권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잔액을 조회할 수 있다”며 “이때 여러 명이 CVC 번호를 실수로 잘못 입력할 경우 다음 사용자가 불편을 겪을 수 있어 일부러 보안장치를 두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두 카드사는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평소보다 잔액조회 시도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CVC 번호 오류 횟수를 뒤늦게 제한했다. 다만 내부 보안시스템을 바꾸는 데 2주일가량 걸렸고, 경찰은 이 기간에 중국 해킹 조직이 수백 장의 기프트카드 정보를 확인해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카드사가 확인한 피해 건수는 A사가 10여 건(약 500만 원), B사가 20여 건(약 990만 원)이다. 이는 기프트카드에 남아 있는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고객이 민원을 제기한 것만 포함한 것이라서 앞으로 피해 금액이 더 늘어날 소지도 있다. 카드사들은 일부 기프트카드 고객의 피해 신고를 받은 뒤에도 이런 사실을 금감원에 보고만 했을 뿐 다른 고객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A사 측은 “기프트카드는 무기명 방식이라 현재 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잔액을 확인해 문제를 제기한 고객에 대해서는 실제 피해 여부를 확인해 보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해당 카드사로부터 피해 사실을 전달받았고 피해 규모를 계속 집계하고 있다”며 “범죄조직의 수법과 이에 대한 예방조치를 다른 금융회사에 전파해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철중 tnf@donga.com·박훈상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산업계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은 정상화가 가능한지와 자구 노력을 잘 하고 있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시장 관계자들과 대화에 적극 나서겠지만 무작정 끌려가는 형태의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기 위해 데드라인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자구노력을 추진 중인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현대상선 측이 선주 등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목숨을 건 협상을 포함해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현대상선의 부채가 4조8000억 원이며 매년 1조 원 씩 갚아야하는 상황”이라며 “선박 호황기였던 2007, 2008년 체결한 고가(高價)의 용선 계약도 재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정은 회장이 사재 300억 원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자신의 ‘정권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산은 회장 자리는 현재 어려운 우리 경제의 현실에 고려했을 때 보은 인사로 오기에는 너무 무거운 자리”라며 “1,2년 뒤에 여러분들이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