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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조선업의 수주 활성화를 돕기 위해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확대 등의 통 큰 금융 지원에 나선다. 조선사들이 1분기(1∼3월) 세계 1위 수주 실적을 쌓은 만큼 ‘K조선’의 재도약을 다질 적기라 본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된 지방 중형 조선사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울산 현대호텔에서 조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수주 활성화를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4월에 발표한 조선업 금융 지원 강화 방안에 이어 한 달 만에 대책을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이번 지원 방안은 수주 지원을 위한 선박금융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RG를 추가 공급하고 발급 기관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RG란 조선사가 정해진 기간 내에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발주처에서 이미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변제하겠다고 보증하는 것이다. 수주 금액에서 선수금이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RG가 발급돼야 수주가 성사되는 등 RG 발급 여부는 조선사의 수주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우선 정부와 은행들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 한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최근 국책은행과 주요 시중은행의 RG 발급이 급증하면서 보증 한도가 부족해졌는데, 한도가 소진될 경우에도 향후 수주 전망 수정치를 감안해 추가 한도를 설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서울보증보험(약 1조6000억 원)과 대구은행(약 1억 달러·잔액 기준)이 RG를 신규 취급하기로 했다. 기계설비건설·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도 RG 발급 기관에 추가됐다. 다만 대구은행의 RG 발급은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사 3곳(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으로 한정된다. HJ중공업, 케이·대한·대선조선 등 지역에 거점을 둔 중형 조선사에 대한 은행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여는 등의 지원책도 나왔다. 정부는 시중은행이 중형 조선사에 RG를 발급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향후 중형사의 수주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은행권의 동참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남동우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지방은행과 중형사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협의해왔다”며 “은행권 역시 재무 상태 우려만 불식된다면 적극적으로 RG 발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를 위한 보호장치도 마련된다. 은행권의 금융 지원 과정에서 보증 한도를 초과하는 RG 발급 특별승인 건에 대해선 면책을 부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금융 지원과 함께 생산인력 확보, 미래 기술력 강화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 올해 조선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1만4000명 정도인데 1분기(1∼3월)에만 약 40%(5500여 명)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조선업 별도 쿼터(5000명), 국내 인력양성 사업(2000여 명) 등으로 추가 인력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올해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미래선박, 디지털 기술 등에 1800억 원을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조선업 시황이 다시 반등 중이고 국내 조선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조선업이 차질 없이 수주해나갈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적기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이 주최하는 해외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한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투자자 유치와 현지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9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8일부터 12일까지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을 방문한다. 금융권이 공동 주최하는 해외 IR에 참석하고, 3개국의 금융감독기구 수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감원장이 금융권의 해외 설명회에 직접 동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IR에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상대로 한국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성장 잠재력을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 의무 폐지, 공개매수 및 사전 공시 의무화,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등의 제도 개선 방향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가계부채에 대해 “대출자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면서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이 소폭 저하됐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외화유동성 상황 역시 매우 양호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태국 중앙은행, 싱가포르 통화감독청,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관계자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수시 검사에 나선다. 조갑주 전 대표 겸 신사업추진단장의 가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내로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수시 검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1월 말부터 2월까지 현장 검사를 진행했는데 석 달 만에 다시 검사에 나선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부동산 펀드 운용 상황, 자산 부실 가능성 등을 점검했다.금감원이 석 달 만에 수시 검사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 단장은 가족 회사를 통해 이지스자산운용과 공동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단장 일가가 9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GF인베스트먼트)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시행하는 개발 사업에 공동으로 투자하며 성장했다. 또 GF인베스트먼트가 지분 45%를 보유한 IRDV는 총 사업비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마곡 초대형 복합시설 사업의 시행사로도 참여했다. IRDV는 이 사업에 참여해 2020~2021년 동안 282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업계에서는 조 단장의 가족 회사가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를 등에 업고 시행사로서 손쉽게 수익을 챙겼다고 지적한다.금감원은 조 단장이 이지스자산운용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에 나선 것인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8년 김대영 창업주의 작고 이후 지배구조의 변화를 겪었다. 창업주의 부인 손화자 씨는 45.5%의 지분을 상속받은 이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해 지분율을 12.4%까지 낮췄다. 지분율이 1.99%인 조 단장은 GF인베스트먼트(9.9%)와 함께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의 오해를 막기 위해 1분기에 IRDV 지분을 처분했으며 이에 대해 금감원에도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우리는 (버나드) 메이도프를 신으로 여겼고 그의 손에 모든 것을 맡겼다.”(엘리 위젤 노벨평화상 수상 작가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내가 번 모든 돈은 쟤(라덕연 대표)한테 다 준다. 종교는 이렇게 탄생하는 것.”(가수 임창정 씨)200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금융사범으로 알려진 버나드 메이도프가 저지른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는 22세에 본인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를 차리고 1970년대 초부터 2008년까지 136개국의 약 3만7000명을 상대로 650억 달러(약 82조 원) 규모의 사기극을 벌였다.지난달 24일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SG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8개 종목 주가가 무더기로 폭락하면서 초대형 주가조작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작전 세력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에게 돈을 댄 투자자만 1000여 명, 투자 금액은 8000억∼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메이도프와 라 대표의 투자자들은 한때 이들을 ‘신’처럼 떠받들며 거액의 돈을 맡겼다. 이들은 어떻게 오랜 기간 금융 당국의 감시를 피해 세력을 키울 수 있었을까.》● 화려한 인맥 앞세워 ‘장기 작전’미국의 메이도프 금융사기와 최근의 SG증권발 사태, 두 사건은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 화려한 인맥을 토대로 한 맹목적 믿음, 유명인과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장기간 비상식적 수익률을 보장했다는 점 등이다. 1938년 미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메이도프는 1990년부터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세 차례 지낸 ‘월가의 거물’이었다. 최고급 골프클럽에서 자산가들과 골프를 즐기며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각종 자선 활동을 통해 본인의 평판을 관리했다. 인도주의재단을 운영하던 노벨상 수상자 위젤을 비롯해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의 제프리 캐천버그 대표, 영화배우 존 말코비치 등의 거물이 그의 먹잇감이 됐다. 이번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도 라 대표는 연예인, 재계 회장 등과의 친분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가수 임 씨와 박혜경 씨,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 등이 주요 투자자였던 것으로 알려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연예인이 소유한 빌딩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라 대표의 측근 프로골퍼 출신 안모 씨를 통해 연예인들에게 은밀한 ‘투자 영업’을 했고, 피부관리숍, 고급 주점 등을 차려 다단계 점조직 형태로 인맥을 넓혀 갔다. 투자자들은 라 대표에게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를 모두 일임할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두 사건 모두 장기간에 걸쳐 ‘밑그림’을 그리고 판을 키워 나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메이도프는 투자자들에게 시장 변동성과 상관없이 연 10∼20%의 수익률을 보장했는데, 실제 그가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0원’이었다. 메이도프는 투자자들의 돈은 자금세탁을 거쳐 자신의 계좌에 넣어둔 채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 규모를 키웠다. 장기간 더 많은 투자자를 모을수록 수익금으로 나눠줄 여윳돈과 본인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이번 SG 사태에서도 주가조작 세력은 약 3년간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의 주가를 하루에 약 1%씩 상승하도록 시세를 조종했다. 더 오래 더 조금씩 주가를 올릴수록 주가조작이 드러날 가능성은 낮아지고 수익률은 높아졌다.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1일 기준 대성홀딩스 주가는 3년 전보다 약 1223%, 선광은 1106%, 삼천리는 606% 올랐다. 이들은 투자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 주고 다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수익의 50%를 수수료로 챙기고 원금에 수익금을 더해 재투자를 권유했다. 단기간 치고 빠지는 과거 주가조작 수법과는 달랐다. 게다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빚투’(빚내서 투자)로 수익률을 극대화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다.● 금융당국의 감독 능력 도마 위에…CFD 관리 소홀로 사태 자초 지적도두 사건 모두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완전히 피해 가며, 감독당국의 ‘무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월가를 뒤집은 메이도프 사기의 경우에도 발각되기 전부터 수익률을 두고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차례 메이도프에 대한 조사에 나섰음에도 문제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수년간 주가조작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 금융당국도 전혀 해당 종목들의 이상 거래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초 “작전 세력이 몇 개 종목의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띄우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서울남부지검, 금융감독원 등과 공조하며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등의 뒤늦은 대처로 이번 사태의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폭락이 시작된 지난달 24일은 이미 금융위가 관련 제보를 받고 열흘 남짓 흐른 뒤였다. 주가조작 세력 중 일부가 당국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유례없는 주가 폭락이 시작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라 대표에게 돈을 댄 투자자 중 정·재계 인사들이 상당수인 만큼 주가조작 세력이 당국의 조사를 감지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상거래 징후를 포착해야 하는 한국거래소도 감시 소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급변할 때 거래소는 해당 회사에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변동 요인이 있는지 묻고 공시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는 지난 3년간 주가조작 종목들에 시황 변동 관련 조회 공시를 요구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력이 3년여에 걸쳐 매일 주가의 1% 정도만 치밀하게 움직여서 잡아내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하지만 당국을 향한 책임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이 투자자 신원을 숨기면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데 이용한 CFD 위험 관리에 소홀해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 문턱을 낮춰 CFD 시장을 성장시켜 놓고 그에 상응하는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을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 5억 원 이상에서 5000만 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 결과 2021년 말 기준 개인 전문투자자는 2만4365명으로 전년(1만1626명) 대비 약 2.1배로 증가해 전체 거래의 97.8%를 개인 전문투자자가 차지했다.● “시장 감시 시스템 개편, 투자자 보호 강화 필요”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CFD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주식 내부자 거래에 대한 사전 공시 제도 등 각종 예방책을 도입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더 교묘해진 제2의 SG 사태 등 신종 금융사기가 또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응보다 근본적인 감시 및 처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전 세력이 장기간 서서히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기존 시장 감시 시스템의 사각지대였을 것”이라며 “시장 감시 시스템이 너무 자주 작동되는 것도 문제지만, 새로운 유형의 주가조작에 대해서도 사전 경고음이 울리도록 감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주가조작범은 날아다니는데 금융당국은 뛰어다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금융 범죄는 고도화되는데 금융위 내 디지털 포렌식 전문 인력이 한 명도 없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관련 인력을 더 투입하고 첨단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주가조작 등 증권 범죄에 가담한 경우 최대 10년간 계좌 개설, 주식 거래를 제한하고 금융·상장회사 임원에 취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산정한 증거금을 낸 뒤,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 1억원의 증거금으로 2억5000만 원의 주식을 매매하는 식으로, 증거금의 2.5배를 투자할 수 있음.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용융자와 유사.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이 인수합병(M&A) 거래를 활성화하고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는 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 우량 회사를 인수할 때는 정책금융, 컨설팅 등도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업 M&A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공개매수를 시도하는 기업의 자금 확보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신뢰성 있는 인수금융기관의 대출 확약이나 주요 투자자(LP)의 출자이행 약정을 공개매수의 자금 확보 증명 서류로 인정하기로 했다. 현행법에서는 공개매수 신고 단계에서 예금 잔액 등을 보유한 경우에만 자금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공개매수를 위해 자금이 실제로 집행되는 시기보다 20∼60일 앞서 매수예정자금을 미리 예치해두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라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도입을 추진 중인 의무공개매수제도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제도가 기업 구조조정에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의무공개매수 대상이자 기업결합신고 대상이 된다면 의무공개매수 시점을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국가 전략 산업과 관련된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곳에 정책금융과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이 제2의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해 상장사 오너, 임원의 주식 거래에 대한 사전 공시 입법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도 상향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와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두 가지 대책을 발표했으며 법 개정을 통해 조속히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G증권발 주가 폭락 및 조작 의혹 사태로 이 개정안에 대한 심사, 입법이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란 상장사 오너(주요 주주), 임원 등이 회사 주식을 거래할 때 최소 15일 전 매매 계획을 밝히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됐다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의 자사 주식 매도 계획이 시장에 미리 알려질 수 있었다. 현재는 주요 주주나 임원이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할 때 사전 공시 의무가 없어,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불공정거래 대응과 관련해 시장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 거래 등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과징금을 부당이득액(회피 손실액 포함)의 최대 2배까지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현행법에서는 과징금을 부당이득액의 1.5배까지만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그 밖에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10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회에서도 금융당국의 입장과 비슷한 입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어 제2의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은 빠르게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제도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담겨 있다. 과징금 강화 관련해선 윤관석 의원이 제출한 안건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수정 의결됐으며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불공정거래 혐의자의 주식 거래,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번 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꼽히는 차익결제거래(CFD) 제도 개선도 논의 중이다. 개인 전문투자자의 CFD 투자를 한시적으로 중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CFD는 주식 등 기초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거금(40%)만 납부하면 2.5배까지 빚을 내 투자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투명한 대출금리 산정을 위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도 별도로 공시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준금리가 변동할 때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대출금리를 조정하면서 이자마진을 키운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4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 제7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금리 산정 체계 정비 방향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 대출금리 산정에 포함되는 가산, 우대금리를 시계열로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 항목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은 금리 인상기에는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려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면, 금리 인하 국면에선 대출금리 하락 속도를 줄이면서 예대 마진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금리 공시가 세분화되면 소비자들이 개별 은행들의 대출금리를 더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은 또 변동성이 비교적 낮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더 늘리기로 했다. 지금은 신용대출 상품의 85%가 단기 시장금리와 연동돼 금리 상승이 오롯이 대출자의 부담으로 전이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과 코픽스 기준 대출 상품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시중은행 몇 곳이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 같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한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20일 김 회장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3.65%·605억4300만 원 규모)를 매도한 것과 관련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은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전에 인지했다면 주가조작 공범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SG 사태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다단계식 투자자 모집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는 “저평가된 주식을 검토해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면서 투자 종목과 방법 등을 묻는 투자자들에게는 “소문이 나면 안 되니 종목 등에 대해서는 묻지 말고 전적으로 맡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는 점조직을 꾸리고 투자자들을 데려오면 추가 수익금을 배분하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방식을 활용했다. 투자자 수익의 절반을 수수료로 챙긴 라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남은 수익에 추가로 투자금을 보태 재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또 투자자들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추가로 차액거래결제(CFD) 계좌를 만들고 투자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거래를 반복했다. 투자자들끼리 주식을 서로 사고파는 형태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CFD는 투자자가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도 증거금 40%만 있으면 최대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일종의 ‘빚투’(빚내서 투자)다.● 2, 3년에 걸친 시세조종 라 대표는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하는 과거 방식과 달리 2, 3년에 걸쳐 하루에 주가를 0.5∼1.0%씩 올리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했다. 선택한 종목은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 삼천리,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CJ 등 9개였다. 해당 종목의 공통점은 대주주 지분이 높고 유통 주식이 적은 이른바 ‘품절주’라는 것이다. 유통 주식 수가 적을수록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가 짜고 치는 ‘통정매매’를 통해 시세를 조종하기 더 쉬웠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또 해당 종목 대부분은 고령인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한 8개 기업 총수는 모두 60세 이상이다. 폭락 전 주식을 대량 매도해 불공정거래 의혹이 불거진 김익래 회장(73)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78)은 모두 70대다. 라 대표는 본보를 포함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등록 투자자문업을 펼친 것만 잘못을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사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업을 한 것은 분명한 불법이고, 주식을 서로 사고팔면서 주가를 올리는 통정매매를 한 것도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주가조작단 매도로 ‘무더기 하한가’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9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달 24일 폭락하기 시작했다. SG증권을 통한 매물이 갑자기 쏟아진 것이다. 주가조작과 관련해 언론 취재와 금융당국의 조사가 시작돼 주가조작단들이 대량 매도에 나섰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부분의 CFD 거래는 SG증권 같은 외국계 증권사를 끼고 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돼 주가조작 세력이 악용할 여지가 크다. 주가가 하락해 증권사는 CFD 계좌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했지만 라 대표가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해 반대매매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는 나흘간 지속됐다. 수사당국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다만 인지한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가 섞여 있어 기준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태로 CFD 계좌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진 투자자들은 4일 “주가조작 사기로 인해 벌어진 하한가 사태인 만큼 채권 추심을 유예해 달라”는 진정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글로벌 은행업의 구조조정은 향후 20년간 지속될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현재 은행의 절반 정도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은행 위기에서 생존하려면 금융사와 규제당국 모두 변해야 한다.” 미국 인터넷은행 ‘모벤’의 창업자이자 ‘뱅크 4.0’의 저자인 브렛 킹(55)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국면에서 은행들이 소멸과 매각 등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은행 위기가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단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진 공포심리로 파산한 사례를 거론하며 금융회사와 규제당국의 인식이 모두 바뀌어야 다음 은행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2011년 모바일 스타트업 뱅크 ‘모벤’을 설립한 킹은 현재 핀테크 및 은행산업 전문가이자 미래학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뱅크 4.0’ ‘핀테크 전쟁’ ‘테크노소셜리즘’ 등 여러 저서를 통해 은행산업 및 미래 기술의 향방을 제시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핀테크 전략에 대해 자문에 응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3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해 ‘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뱅크 4.0’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유럽 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했는데 이런 상황을 예측했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산업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 은행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일어났고, 현재 미국 은행 수는 2000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디지털 전환에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도입되면서 지점 위주로 사업을 펼쳐온 은행 간 이합집산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형 금융사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은행산업의 구조조정은 얼마나 오래 진행될까. “개별 은행의 파산, 은행 간 통폐합이 향후 20년 동안 계속 진행될 것이다. 향후 현재 은행의 절반만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전환에 미진한 금융사가 많아 구조조정이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시기다.” ―‘제2의 SVB 사태’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금융회사와 규제당국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우선, 금융사는 소비자와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 SNS 여론만으로 중소형 은행이 파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고객 접근 및 관리 방식을 바꾸지 않는 금융사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소셜미디어와 대중의 의견에 민첩하게 반응해야 한다.” ―규제당국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디지털 은행에 적합한 새로운 유동성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유동성 개념 및 지표가 디지털 은행에 그대로 적용되긴 어렵다. 은행이 적정 자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성공적인 디지털 은행 사례를 꼽는다면…. “모바일 플랫폼으로 시작한 기업 중에선 중국 알리페이와 위뱅크, 남미 최대 핀테크 은행 누뱅크(nubank) 등이 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금융회사다. 이들은 고객의 돈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데만 그쳤던 은행의 개념과 역할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 안에서 고객 경험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성 은행 가운데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 10곳 남짓밖에 안 된다.” ―한국 금융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규제당국이 현재의 보수적인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쉼 없이 바뀌는 금융 생태계에 대처하려면 기술, 규제에 대한 생각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중국의 핀테크 시장이 미국보다 10년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데, 이는 중국 규제당국이 디지털 은행과 가상화폐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덕분이다.” ―은행 점포 축소에 대한 생각은…. “정부 차원에서 은행 간 통합 지점 설립을 유도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건 비용 절감을 위해 당연하다. 고령층의 모바일 접근성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힘드니 정부가 이런 식으로 조율해 나가야 한다.”2023 동아국제금융포럼 31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볼룸(등록 및 안내: 동아인사이트 홈페이지 www.dongainsight.com )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위원회는 3일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에 김미영 부원장보(사진)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설립 이후 내부 출신의 여성 부원장이 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신임 부원장은 1985년 서울여자상업고를 졸업한 직후 한국은행에 입사했으며 이후 야간으로 동국대 영어영문학과를 다녔다. 1999년 금감원으로 이동했으며 은행준법검사국 팀장, 자금세탁방지실장, 여신금융검사국장 등을 지냈다. 상고 출신으로 임원까지 오르게 된 김 부원장은 2001년 금감원 최초 여성 검사역, 2010년 최초 여성 검사반장 등의 이력을 지녔다. 이어 불법금융대응단장, 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를 지내며 금융회사 검사, 감독 업무와 소비자보호 업무 간에 균형 감각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굵직한 금융사고를 도맡아 처리해 온 ‘검사통’으로 불린다. 김 부원장은 2021년 불법금융대응단장으로 활약할 당시에는 ‘김미영 잡는 김미영’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불법 대출 피싱 문자에 종종 등장하는 ‘김미영 팀장’과 이름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단속 업무를 하면서 실제 피싱범으로 의심받는 일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이번 인사는 3월 김은경 전 부원장의 퇴임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졌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의 제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차익결제거래(CFD)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키움증권에 대한 전격 검사에 나섰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사진)이 주가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전 키움증권에 대한 CFD 검사에 착수했다. 나머지 주요 증권사에 대한 검사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 금감원의 금융사 검사 기간은 2주 정도며 필요한 경우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CFD 관련 증권사에 대한 조사 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금감원은 키움증권의 고객 주문 정보의 이용, 내부 임직원 연루 여부 등을 검사할 방침이다. 2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CFD 잔액은 5181억 원으로 교보증권(6131억 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다.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과 규정을 충실히 지키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김 회장의 주가조작 연루 여부도 살펴보기로 했다.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의 주가폭락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로 주식 140만 주(3.65%, 605억 4300만 원 규모)를 매도해 주가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등에서 이번 폭락 사태를 촉발한 인물로 김 회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태와 무관함을 주장하며 2일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이날 시간외매매로 매도한 다우데이타 주식에 대한 거래명세서를 공개하고 나섰다. 김 회장이 주가폭락 직전 주식을 처분한 것을 두고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 의혹을 제기한 라 대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는 매도 일자를 스스로 정하지 않았으며, 외국계 증권사의 일정에 맞춰 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 측 관계자는 “4월 20일 낮 12시 해외 기관에 시간외매매 진행을 통보했으며 당일 장 종료 뒤 거래가 성사됐다”며 “매수자를 찾는 것이 외국계 증권사의 역할이며, 우리는 매수자를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으로부터 주가폭락 사태 수사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장은 “주가조작에 가담한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하고 엄정하게 처벌하라”며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피해를 준 불공정거래 범죄에 대해 금융당국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 금감원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 10여 명은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주가조작 세력을 수사해 달라며 고소장을 냈다. 이들은 주가조작 일당이 피해자 명의의 전화 등을 개통해 주식을 사고팔며 가격 시세를 조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금융위원회는 3일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에 김미영 부원장보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설립 이후 내부 출신의 여성 부원장이 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신임 부원장은 1985년 서울여자상업고를 졸업한 직후 한국은행에 입사했으며 이후 야간으로 동국대 영어영문학과를 다녔다. 1999년 금감원으로 이동했으며 은행준법검사국 팀장, 자금세탁방지실장, 여신금융검사국장 등을 역임했다. 상고 출신으로 임원까지 오르게 된 김 부원장은 2001년 금감원 최초 여성 검사역, 2010년 최초 여성 검사반장 등의 이력을 지녔다. 이어 불법금융대응단장, 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를 지내며 금융회사 검사, 감독 업무와 소비자보호 업무 간에 균형 감각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굵직한 금융사고를 도맡아 처리해 온 ‘검사통’으로 통한다. 김 부원장은 2021년 불법금융대응단장으로 활약할 당시에는 ‘김미영 잡는 김미영’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불법 대출 피싱 문자에 종종 등장하는 ‘김미영 팀장’과 이름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단속 업무를 하면서 실제 피싱범으로 의심받는 일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이번 인사는 3월 김은경 전 부원장의 퇴임 이후 약 두 달만에 이뤄졌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의 제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글로벌 은행업의 구조조정은 향후 20년간 지속될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현재 은행의 절반 정도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은행 위기에서 생존하려면 금융사와 규제당국 모두 변해야 한다.” 미국 인터넷은행 모벤의 창업자이자 ‘뱅크 4.0’의 저자인 브렛 킹(55)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국면에서 은행들이 소멸과 매각 등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은행위기가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단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진 공포심리로 파산한 사례를 거론하며 금융회사와 규제당국의 인식이 모두 바뀌어야 다음 은행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2011년 모바일 스타트업 뱅크 ‘모벤’을 설립한 브렛 킹은 현재 핀테크 및 은행산업 전문가이자 미래학자, 작가로 활약 중이다. ‘뱅크 4.0’, ‘핀테크 전쟁’, ‘테크노소셜리즘’ 등 여러 저서를 통해 은행산업 및 미래 기술의 향방을 제시했고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핀테크 전략에 대해 자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3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해 ‘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뱅크 4.0’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미국, 유럽 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했는데 이런 상황을 예측했나.“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 산업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 은행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일어났고, 현재 미국 은행 수는 2000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디지털 전환에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도입되면서 지점 위주로 사업을 펼쳐온 은행간의 이합집산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형 금융사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은행 산업의 구조조정은 얼마나 오래 진행될까. “개별 은행의 파산, 은행 간 통폐합이 향후 20년 동안 계속 진행될 것이다. 향후 현재 은행 수의 절반만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전환에 미진한 금융사가 많아 구조조정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시기다.”―‘제2의 SVB 사태’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금융회사와 규제당국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우선, 금융사는 소비자와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만으로 중소형 은행이 파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고객 접근 및 관리 방식을 바꾸지 않는 금융사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금융회사 CEO들은 소셜미디어와 대중의 의견에 민첩하게 반응해야 한다.”―규제당국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디지털 은행에 적합한 새로운 유동성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유동성 개념 및 지표가 디지털 은행에 그대로 적용되긴 어렵다. 은행이 적정 자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성공적인 디지털 은행 사례를 꼽는다면. “모바일 플랫폼으로 시작한 기업 중에선 중국 알리페이와 위뱅크, 남미 최대 핀테크 은행 누뱅크(nubank) 등이 있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금융회사다. 이들은 고객의 돈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데만 그쳤던 은행의 개념과 역할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 안에서 고객 경험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성 은행 중에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사례는 전세계에서 10곳 남짓밖에 안 된다.”―한국 금융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규제당국이 현재의 보수적인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쉼 없이 바뀌는 금융 생태계에 대처하려면 기술, 규제에 대한 생각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중국의 핀테크 시장이 미국보다 10년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데, 이는 중국 규제당국이 디지털 은행과 가상화폐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덕분이다.”―은행 점포 축소에 대한 생각은. “정부 차원에서 은행 간 통합 지점 설립을 유도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건 비용 절감을 위해 당연하다. 고령층의 모바일 접근성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힘드니, 정부가 이런 식으로 조율해나가야 한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차익결제거래(CFD)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키움증권에 대한 전격 검사에 나섰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 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전 키움증권에 대한 CFD 검사에 착수했다. 나머지 주요 증권사에 대한 검사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 금감원의 금융사 검사 기간은 2주 정도며 필요한 경우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CFD 관련 증권사에 대한 조사 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금감원은 키움증권의 고객 주문 정보의 이용, 내부 임직원 연루 여부 등을 검사할 방침이다. 2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CFD 잔액은 5181억 원으로 교보증권(6131억 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다.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과 규정을 충실히 지켜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와 김 회장의 주가 조작 연루 여부도 살펴보기로 했다.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의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로 주식 140만주(3.65%)를 매도해 주가 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으로부터 주가 폭락 사태 수사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장은 “주가 조작에 가담한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하고 엄정하게 처벌하라”며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피해를 준 불공정거래 범죄에 대해 금융당국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 금감원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최근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차익결제거래(CFD)가 허용되는 개인 전문투자자가 2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2019년 전문투자자 문턱을 낮춘 이후 CFD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그와 관련된 위험 관리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작성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개인 전문투자자는 2만4365명으로 전년(1만1626명) 대비 약 2.1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CFD 거래는 30조9000억 원에서 70조1000억 원으로 약 2.3배로 늘어났다. 전체 거래의 97.8%를 개인 전문투자자가 차지하며 CFD 시장 규모를 키웠다. 개인 전문투자자가 급증한 것은 금융당국이 2019년 금융투자상품의 잔액 기준을 5억 원 이상에서 5000만 원 이상으로 내리는 등 전문투자자 진입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CFD 시장 규모를 키워 놓고도 위험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도 이 보고서에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 CFD 거래의 레버리지(차입) 효과로 인해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CFD는 주식 등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거금(40%)만 납부하면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금융위는 CFD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일부 작전 세력들이 유동성이 적은 종목, 공매도 금지 종목 등에 CFD를 악용할 경우 불공정거래에 취약할 수 있다”며 “최근 제기되는 CFD의 제도상 보완 사항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은 실제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무차입)에서 주가 하락을 위해 고의로 매도 주문을 낸 사례를 처음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지금까지 무차입 공매도는 여러 차례 적발돼 왔지만, 주문 실수나 착오에 따른 매도 주문이어서 수천만 원 수준의 과태료에 그쳐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에서 의혹이 제기됐던 악의적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조사 과정에서 처음 포착됐다”며 “해당 혐의자에 대한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올려 제재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실제 주가가 내리면 주식을 싼값에 매입해 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그러나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현행법 위반으로 당국의 단속 대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공매도 전담 조직을 설치한 이후 총 76건의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했다. 이 중 31건에 대해 21억5000만 원의 과태료를, 2건에 대해 과징금 60억5000만 원을 부과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4월 말까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253건이었다. 전년 동기(83건) 대비 약 3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국내 증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8곳의 상장사 주가가 무더기로 폭락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27일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서고 28일 35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호출했지만 이미 8조 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증발한 뒤의 때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SG증권 사태로 폭락한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선광, 삼천리, 대성홀딩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을 둘러싼 주가조작 세력의 이상거래를 적발해내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조작 세력이 3년여에 걸쳐 매일 주가의 1% 정도만 치밀하게 움직여서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주가 폭락을 불러온 차익결제거래(CFD)에 대한 위험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CFD 시장이 급성장하는 와중에도 개인 전문투자자 문턱을 낮춰 위험 노출액을 키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을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 5억 원 이상에서 5000만 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18년 말 3000명 남짓이었던 전문투자자는 수십만 명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날 뒤늦게 CFD와 관련된 위험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삼성증권은 26일 CFD 신규 거래를 중단했으며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도 다음 달부터 신규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2차 전지, 로봇 등 유망 분야를 허위로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상장사들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유망 테마주로 엮인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세력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1년(2022년 4월∼2023년 3월) 사이 105곳의 상장사가 2차 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사업 목적에 새롭게 추가했다. 2차 전지 사업을 추가한 회사가 54곳으로 절반 이상(51.4%)을 차지했다. 인공지능(38곳)과 로봇(21곳)을 내세운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여러 분야를 사업 목적에 동시에 추가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정관에 신규 사업을 추가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 진행 경과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정기보고서에서 신사업 경과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이 실제 사업의 진척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특히 2차 전지, 로봇 등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한 분야를 별도로 선정해 기업이 기재한 내용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유망 분야를 사업 목적에 추가한 상장사의 주가 급등, 대주주 거래 현황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또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사업과 관련된 테마주가 유행하는 시기에 이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세력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공시 심사와 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27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종합 대책에는 금융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피해자가 경매로 주택을 낙찰받았을 때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디딤돌 대출에 전용 상품을 만들어 연 1.85∼2.70%의 금리에 최대 4억 원까지 낙찰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 거치 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피해자가 이 대출을 이용하려면 소득(부부 합산 기준)이 7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소득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피해자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된다. 기존 상품 대비 0.4%포인트 낮은 연 3.65∼3.95%의 금리에 최대 5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에 없던 거치 기간도 3년 동안 보장된다. 경매 이후 전세 대출의 잔여 채무에 대한 이자는 면제되며, 원금의 분할 상환 기간도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난다. 주택 취득세는 최대 200만 원까지 면제되고 3년간 재산세도 면적에 따라 25∼50% 감면받는다. 금융사는 피해자에게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4억 원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0%를 적용해, 피해자가 낙찰가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가 신규 주택을 구입할 땐 LTV 80%를 적용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등에 연 3%의 금리로 제공해온 ‘취약계층 자립자금 대출’을 피해자에게도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자 중에서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거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근로장려금 해당자인 경우 최대 12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프랑스계 증권사 SG증권에서 쏟아진 대량 매도 물량으로 촉발된 ‘주식 하한가 충격’의 여파가 3일 연속 이어지며 이들 8개 종목에서만 시가총액이 약 7조4000억 원 증발했다. 게다가 이번 무더기 폭락 사태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된 정황도 파악돼 금융당국이 서둘러 조사에 나섰다. 검찰도 관련자들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성홀딩스, 다올투자증권, 삼천리, 세방, 서울가스 등 5개 코스피 종목과 다우데이타, 선광, 하림지주 등 3개 코스닥 종목이 24일 하한가를 기록하더니 25일 이 중 6개 종목이, 26일에는 4개 종목이 사흘째 폭락하며 하한가에 내몰렸다. 24∼26일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세광 등 6개의 주가가 60% 이상 떨어졌다. 증권업계는 애초 이들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작전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년간 모두 거래량이 적은 자산주인데도 주가가 별다른 호재 없이 꾸준히 우상향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작전세력들이 연예인 등 고액 자산가에게 수십억 원씩 투자금을 모은 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활용해 해당 종목들의 시세를 조종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앞서 24일 주가조작 세력 일당으로 의심받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금융감독원은 28일 증권사 사장단을 소집하는 등 충격에 빠진 주식시장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 조작 의혹을 비롯해 CFD, 반대매매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24일부터 대량 매도가 시작됐는데 당국의 조사를 눈치채고 팔아버렸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