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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기준 세계 3위였던 미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 FTX가 최대 80억 달러(약 11조 원)의 유동성 위기를 맞자 세계 1위인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8일 나서 FTX의 미국 외 해외 법인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9일 돌연 인수를 철회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락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상화폐 세계의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2의 ‘테라·루나 사태’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 미국인-중국계 코인 거물 간 갈등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TX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최근 ‘FTX닷컴’ 투자자들에게 추가 현금 투자가 없다면 회사는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대 80억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당장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는 최근까지 기업 가치 320억 달러(약 44조 원)로 평가받던 회사다. 하지만 5일 FTX와 별개 회사지만 뱅크먼프리드가 창업한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가 FTX 자체 코인(FTT)으로 자산 부풀리기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사이 뱅크먼프리드와 함께 세계 1위 가상자산 업체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45)이 자신이 보유한 FTT 5억8000만 달러(약 8000억 원)어치를 한 번에 팔아버린 사실이 트위터에 공개됐다. 뱅크런(고객이 코인을 한꺼번에 인출)이 시작되며 FTX의 유동성 위기가 커졌다. 바이낸스는 FTX의 해외 법인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기업 실사 결과 FTX는 우리가 통제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발을 뺐다. 이는 FTX의 파산 위기 가능성을 시사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최대 규모인 비트코인은 10일 장중 1만6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11% 넘게 급락하며 1200달러 선이 무너졌다.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8일 80% 급락한 데 이어 9일 40% 이상 떨어졌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 가격이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와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대폭락 사태에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과 미국인인 뱅크먼프리드 간 갈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의 가상화폐 산업 규제에 협조적인 뱅크먼프리드와 규제에 반발해온 자오창펑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를 둘러싸고 온라인에서 설전을 벌여 왔다. FTX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 자오창펑의 급작스러운 FTT 처분도 이런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1위 중국계 바이낸스가 빠르게 성장하던 미국계 FTX를 공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것” NYT는 이번 사태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부실 담보로 위험을 퍼뜨리고 있었는지 알게 해준 사건이 리먼 사태였듯 FTX 사태도 가상화폐 시장의 부실 실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FTX 사태의 파장이 가상화폐 시장을 넘어 이미 자금줄이 마르고 있는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는 10일 “각 거래소에 맡긴 현금과 자산은 안전히 보관되고 있으며 지급 불능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니 안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할 때마다 다른 업계와 이해 충돌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중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를 몇 년째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일이 잦다.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들은 저성장, 고령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헬스케어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생명의 ‘더헬스’ KB손해보험의 ‘오케어’ 등 대형 보험사들마다 헬스케어 플랫폼을 하나씩은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서비스는 고객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인공지능(AI)이 운동자세를 교정해주는 등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사 의료행위 우려 등을 구실로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보험사들이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건강보험공단의 의료 데이터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보험사들의 의료 관련 서비스가 날개를 달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은 헬스케어 플랫폼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검진, 질병위험 분석 등도 해준다. 글로벌 보험사 악사(AXA), 벨기에 보험사 AG 등도 의약품 배송, 노년층을 위한 가사노동, 건강검진 예약 서비스 등을 해준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의 의료데이터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해 당사자 간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징계 불복 소송과 이를 통한 연임 도전에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금융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에서 문제 인식이 있음에도 고의로 벌어진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이 전날 확정된 중징계(문책경고 상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2020년 3월에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았지만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징계 불복 소송과 이를 통한 연임 도전에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금융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에서 문제 인식이 있음에도 고의로 벌어진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이 전날 확정된 중징계(문책경고 상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2020년 3월에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았지만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손 회장의 중징계 확정으로 금융권 일각에서 ‘낙하산 인사’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 원장은 “정치적 외압이든 어떤 외압이든 있지 않다”며 “혹여 어떤 외압이 있다면 제가 정면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미국의 FTX가 유동성 위기로 사업 매각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코인 시장이 또다시 공포에 짓눌렸다.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은 80% 이상 급락했고 가상자산 대표주자인 비트코인도 10% 넘게 하락했다. 올 들어 세계 각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의 겨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1.49% 하락한 1만8174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8000달러대로 떨어진 건 2020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16% 급락해 1323달러에 거래됐고 FTX가 주로 거래를 지원한 솔라나도 25% 폭락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8.97% 하락한 2595만 원에 거래됐다. FTX에서 불거진 유동성 위기가 이번 폭락의 뇌관이 됐다. 최근 FTX의 자회사인 벤처캐피털 ‘알라메다’의 재무제표상 자산 대부분이 FTX의 자체 코인 ‘FTT토큰’으로 이뤄진 것이 드러나면서 두 회사의 재정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 시간) FTX의 불확실한 코인 거래 구조를 이유로 자사가 보유한 FTT토큰 5억8000만 달러어치를 모두 팔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FTX에서 뱅크런(고객이 코인을 한꺼번에 인출)이 발생했고 시장 전반이 요동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FTX의 유동성 위기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궤멸시킨 루나·테라 사태 이후 또 한 번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자오창펑 CEO가 8일(현지 시간) “FTX가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에 도움을 요청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국 법인을 제외한 FTX의 모든 사업을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성사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FTX 외에도 규제 사각지대에서 ‘깜깜이’로 운영 중인 거래소들이 많아 언제든지 유사한 형태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인 서클의 제러미 알레어 CEO는 “이번 약세장에서 업계의 수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투명성 부족, 불명확한 거래 상대자, 투기성 토큰 기반의 부실 경영 등이 이런 사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까지 뛰면 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원리금도 못 갚는 대출자가 120만 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9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출자 1646만 명 가운데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일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90%를 초과하는 대출자는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3.96%이던 3월 말(90만 명)에 비해 30만 명 늘어난 규모다. 이들이 갚아야 하는 부채는 335조7000억 원으로 3월 말(253조9000억 원)보다 81조8000억 원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DSR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통상 DSR 90%를 초과하면 소득에서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내고 나면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취약차주로 분류된다. 아울러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일 때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자는 190만 명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3월 말(140만 명)보다 50만 명 급증한 규모다. 이들은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하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이들을 뜻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5.15%로 10년 2개월 만에 5%를 넘어섰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일 현재 연 5.160∼7.646%로 이미 금리 상단이 7%대에 진입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까지 뛰면 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원리금도 못 갚는 대출자가 120만 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9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자 1646만 명 가운데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일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90%를 초과하는 대출자는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3.96%이던 3월 말(90만 명)에 비해 30만 명 늘어난 규모다. 이들이 갚아야 하는 부채 규모는 335조7000억 원으로 3월 말(253조9000억 원)에 비해 81조8000억 원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DSR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통상 DSR 90%를 초과하면 소득에서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대출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취약차주로 분류된다. 3월 말 62만 명이던 제2금융권의 DSR 90% 초과 대출자는 대출 금리가 7%로 진입하면 76만 명으로 늘어나고 은행에선 28만7000명에서 43만7000명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가운데 DSR 90%를 넘긴 사람도 33만2000명에서 45만6000명으로 급증한다. 아울러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일 때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자는 190만 명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하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로 분류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5.15%로 10년 2개월 만에 5%를 넘어섰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는 4일 현재 연 5.160~7.646%로 이미 대출 금리 상단이 7%대에 진입했다. 대출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여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1%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기 때문이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금융당국이 연 20%에 묶인 법정 최고금리 제도의 보완을 검토하고 나섰다.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최고금리를 낮췄는데, 최근 시장금리 급등 여파로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선진국들처럼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오히려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연 20% 최고금리 부작용”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법정 최고금리 운영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제도가 고금리 상황에서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는 우려가 크다”며 “해외 사례를 연구해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 보완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적으로 서민금융 공급을 늘리고 불법 사금융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44% 수준이던 법정 최고금리는 저금리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 속에 2016년 27.9%, 2018년 24%, 지난해 7월 20% 등으로 꾸준히 인하됐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대부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고신용자, 담보 위주의 대출에 대거 나섰다. 이어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금리가 급등하자 역마진을 우려해 아예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2020년 사상 최저인 0.5%까지 내려갔던 기준금리는 지난달 10년 만에 3% 시대를 열었다. 최근 대형 대부업체들마저 잇달아 신규 대출을 축소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대부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서민들에 대한 신용공급 역할을 계속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유럽형 모델 눈여겨봐야”이 여파로 제도권 대출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에서도 밀려나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는 2019년 4986건에서 지난해 9238건으로 급증했고 올 들어서도 8월까지 6785건이 접수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6월 현재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한 고금리(18∼20%) 신용대출을 받은 가구 가운데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취약가구는 84.8%에 달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중·저신용자들이 법정 최고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며 “조달 금리가 더 오르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 같은 최고금리 제도의 역설을 보완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등 유럽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금리 변동 폭만큼 최고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식이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0%일 때 최고금리가 20%라면 기준금리가 3%일 때 최고금리는 23%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최고금리를 더 낮추는 법안이 10여 건 발의돼 있어 제도 보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최고금리가 저금리 상황에서 정해진 만큼 실제와 괴리가 있다”며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유연화해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직장인 임모 씨(39)는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며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내년 초 금리 변동 시점이 되면 대출 이자가 얼마나 오를지 계산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으로 3억6000만 원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 서울 아파트를 구매했다. 6개월마다 바뀌는 주담대 금리는 연 4.2%에서 이미 연 6%대로 뛰었고 마통 금리는 7%에 근접했다. 임 씨는 “대출 금리가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걱정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연준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자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국내 대출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미 연 최고 7%를 넘긴 대출 금리가 내년 초 8%를 돌파해 9%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일 현재 연 5.160∼7.64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71∼5.07%)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2.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청년, 서민 등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자금대출 상단(7.395%)도 연 7%를 훌쩍 넘긴 상태다. 대출 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태세다. 한국은행은 1%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를 줄이기 위해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산 세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고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만일 현재 3%인 기준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은행권 대출 금리 상단도 8%를 넘겨 9%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빅스텝 한 번에 가계대출자들이 갚아야 할 이자는 연간 6조5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조사 대상 3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긴급 생계비 소액대출, 안심전환대출 확대, 자동차 보험료 경감 등 민생 금융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흥국생명이 외화채권의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에 실패하면서 그 충격이 다른 국내 금융사들로 확산되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 한국물(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액면가 100달러인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4일 72.2달러를 나타냈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10월 말 가격(99.7달러)에서 27.6%나 급락했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의 신종자본증권도 지난달 말 83.4달러에서 이달 4일 52.4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같은 기간 87.5달러에서 77.8달러로 각각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내년 8월이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도 96.6달러에서 88달러(3일 기준)로 가격이 하락했다. 금융사들이 통상 자본 확충의 목적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매우 길지만 5년 내에 조기상환하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최근 이를 돌연 포기하면서 국내외 채권시장에는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재무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콜옵션 미행사가 외국인들의 한국 외화채권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유동성 경색 등도 외국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일부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은 실거래가 전혀 없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인기가 계속 떨어질 경우 발행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들의 자금난에 대응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주기를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절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채권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도록 회사채 발행 일정을 최대한 분산하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한꺼번에 이뤄져서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면 다른 채권시장에 자금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직장인 A 씨는 2년 전 은행에서 대출 5억3000만 원을 받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주택담보대출 4억3000만 원과 신용대출 1억 원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결과로, A 씨는 매달 원리금 211만 원을 갚았다. 그러나 이후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원리금은 이달 303만 원으로 불어났다. 연 2.98%였던 주담대 금리가 5.50%로, 연 3.61%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7.48%로 급등한 영향이다. 다음 금리 변동 시점인 내년 5월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A 씨의 월 상환액은 337만 원까지 커진다. 2년 반 만에 월 상환액이 126만 원 급증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 기조에 1∼2년 전 초저금리 상황에서 ‘영끌’에 나섰던 대출자들과 청년, 서민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 금리가 조만간 연 8%를 넘겨 9%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사각지대에 놓인 대출자의 부실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한파에 영끌족·취약계층 비상금리 인상의 여파는 ‘영끌족’뿐만 아니라 청년과 서민 등 취약계층을 덮치고 있다. 6일 한 시중은행의 대출자 사례에 따르면 2년 전 전세자금대출 2억 원과 신용대출 5000만 원을 받아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한 B 씨는 최근 월 이자 부담이 2배로 뛰었다. 처음엔 59만 원 수준이던 이자가 118만 원으로 오른 것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4%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1∼6월)엔 B 씨의 월 이자 상환액이 139만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은행권 전세대출의 93.5%가 변동금리인 데다 전세대출자 10명 중 6명은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 30대 청년층이라 금리 인상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이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을 찾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부업 이용자의 평균 대출액은 653만 원으로 최근 6년여 동안 가장 많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 국내 대출 금리도 내년에 9%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핀셋 지원을 비롯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완화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정 “긴급 생계비 소액대출”국민의힘과 정부는 6일 국회에서 ‘민생금융점검 당정 협의회’를 갖고 ‘긴급생계비 소액대출’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긴급생계비 소액대출은 저신용자들이 급전을 제도권에서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 ‘햇살론’과 비슷한 정책금융상품이지만 이보다 대출액을 줄이고 대출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30만 원, 50만 원이 없어 생계를 위협받는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긴급 대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생계비 대출 규모로는 100만 원 안팎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이 같은 정책 서민금융 상품 공급을 현재 10조 원에서 12조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기존 ‘보금자리론’의 주택 가격과 소득 요건도 완화할 계획이다. 금융 소비자들이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도 구축한다. 이달 7일부터 가입대상 주택 요건이 ‘6억 원 이하 주택’으로 완화되는 안심전환대출의 가입요건을 내년부터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청년층을 위한 전세 특례보증 한도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서민들의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의 손해율, 원가 요인 등 산정 기준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자동차보험료가 민생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시장 동향과 자율적 기능이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보험료 인하를 압박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흥국생명이 외화채권의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에 실패하면서 그 충격이 다른 국내 금융사들로 확산되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 한국물(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액면가 100달러인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4일 72.2달러를 나타냈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10월 말 가격(99.7달러)에서 27.6%나 급락했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의 신종자본증권도 지난달 말 83.4달러에서 이달 4일 52.4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같은 기간 87.5달러에서 77.8달러로 각각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내년 8월이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도 96.6달러에서 88달러(3일 기준)로 가격이 하락했다. 금융사들이 통상 자본 확충 목적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매우 길지만 5년 내에 조기상환하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최근 이를 돌연 포기하면서 국내외 채권시장에는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재무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콜옵션 미행사가 외국인들의 한국 외화채권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유동성 경색 등도 외국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일부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은 실거래가 전혀 없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인기가 계속 떨어질 경우 발행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들의 자금난에 대응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주기를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절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채권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도록 회사채 발행 일정을 최대한 분산하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한꺼번에 이뤄져서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면 다른 채권시장에 자금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앞으로 5년간 은행들은 준법감시부서 전문 인력을 71% 늘리고 한 부서에 장기 근무하는 인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대 횡령과 같은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국내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3일 발표했다. 은행 모범규준 등을 신설해 준법감시부서의 인력 및 전문성을 확대하고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를 줄여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현재 총 임직원의 0.52% 수준인 준법감시부서 인력을 2027년까지 0.8%로 늘려야 한다. 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인력을 현행보다 70.7% 늘리고 이들을 전체 준법감시 인력의 20% 이상으로 채워야 한다. 아울러 2025년 말부터 동일 부서의 장기 근무자 비율을 순환 근무 대상 직원의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또 장기 근무를 최대 2회로 제한하고 정기적으로 장기 근무자에 대한 채무 및 투자 현황 등을 파악해 사고 위험을 심사하게 된다. 명령휴가 등 사고 예방 조치 운영 기준도 재설계하도록 했다. 명령휴가 대상자를 영업점 직무에서 본점 직무로 확대하고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 동일 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하기로 했다. 또 위험 직무자와 장기 근무자는 최소 연 1회의 강제 명령휴가를 의무화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대상이 ‘주택 가격 6억 원 이하’로 확대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7일부터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2단계 신청 접수를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2단계 신청부터는 대상 주택 가격이 기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은 7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김치코인’(한국산 가상자산)을 국내 대형 거래소에 상장시킨 뒤 해당 코인을 직접 사고팔며 시세를 조작한 가상자산 발행사 2곳이 금융당국에 처음 적발됐다. 상장 이후 1년간 이뤄진 코인 거래의 최대 80%가 발행사가 직접 사고판 ‘자전거래’였다. 지난해 ‘코인 광풍’ 속에서 상당수 투자자들이 이 같은 김치코인의 시세 조종으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치코인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사가 75만 건 사고팔아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9월 말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자전거래 등에 대한 유의 및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FIU는 공문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검사 과정에서 일부 사업자(코인 발행사)의 자전거래 의심 행위를 확인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발행사가 법인 고객으로 거래소에 가입해 여러 개의 계정을 발급받은 뒤 자신이 발행한 가상자산을 자전거래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FIU가 자전거래를 적발한 코인 발행사는 2곳으로, 복수의 법인 명의 계좌를 만들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수법으로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데이터 탈중앙화’를 내세우며 발행된 A코인은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1년간 94만 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이 중 75만 건이 발행사의 법인 계좌를 통한 자전거래였다. 1500원으로 출발한 A코인은 상장 한 달 만에 400% 가까이 폭등하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지만 1일 현재 8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B코인도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1년간 거래된 100만 건 가운데 64만 건이 자전거래였다. 이 코인 역시 자전거래가 집중됐던 상장 초반에 10원에서 50원까지 치솟은 뒤 현재 6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김치코인, 시세 조종 놀이터”6월 말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전체 가상자산 638개 가운데 61%(391개)가 국내에서 발행된 김치코인이다. 김치코인은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아 글로벌 시세가 없기 때문에 자전거래나 시세 조종 같은 불공정거래가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적발된 자전거래가 국내 가상자산 불공정거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수의 김치코인에서 상장 초반 시세가 급등하는 ‘상장빔’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적발된 자전거래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에 자전거래가 이뤄진 거래소는 은행에서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 금융당국에 신고한 5대 거래소 중 한 곳이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대형 거래소 역시 발행사의 자전거래를 감시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 드러난 셈이다. 또 FIU의 검사 범위는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 방지’에 한정돼 있어 이번 적발도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본인확인절차 의무’를 확인하던 중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인시장은 자본시장과 달리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감독하거나 규제할 수단이 전혀 없다”며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10월에만 9조 원 가까이 불어 사상 처음 700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자금 시장 경색이 이어지자 은행 대출에 손 벌리는 기업들이 급증한 탓이다. 기업대출과 회사채 등을 포함한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 2위 수준으로 빠른 데다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의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권 막히자 시중은행 기업대출 700조 돌파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0월 27일 현재 703조75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35조8878억 원)과 비교해 10개월 새 67조8634억 원 늘어 70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693조8816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올 들어 가계대출이 15조 원 넘게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매달 평균 6조8000억 원씩 불어 가계대출을 역전했다.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기업대출은 6월 말 현재 1672조 원으로 올 들어서만 130조 원 급증했다. 올해 초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늘려 온 데 이어 최근 채권 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대기업들까지 은행으로 눈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10월에만 8조8522억 원 급증했는데 이 중 67%(5조8592억 원)가 대기업 대출이었다. 기업 빚 증가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빠른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금융사 제외)은 117.9%로 1년 새 6.2%포인트 늘었다. 조사 대상 35개국 가운데 베트남(7.3%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 속도가 빨랐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1년 전보다 3.0%포인트 줄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1위를 이어갔다.○ 기업 빚 증가 속도 세계 2위… 부실 우려도 커져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회사채 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기업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어닝 쇼크’ 수준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대출 급증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IIF도 보고서에서 “싸게 돈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끝나면서 많은 기업이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대출 비용(금리)이 올라 부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의 비중은 2021년 14.9%에서 올해 최대 18.6%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늘어난 기업대출은 투자용이 아니라 레고랜드 사태 등 자금 시장 경색에 대응한 긴급자금 성격”이라며 “기업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면 연쇄적으로 기업부채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 금융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다시 기업이 돈 빌리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대출의 건전성과 상환 능력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이 커지면서 디지털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행위)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팬들이 가수, 배우, 운동선수, 캐릭터 등의 사진을 인쇄한 ‘포토카드(포카)’를 수집해 왔다면 최근엔 NFT를 결합한 ‘디지털 포카’ 수집이 유행하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그림, 영상 등 디지털 파일에 고유한 값을 부여한 디지털 자산으로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NFT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예술품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2020년 9490만 달러였던 글로벌 NFT 판매액은 지난해 249억 달러로 262배로 증가했다. NFT를 보유한 계정 역시 이달 17일 현재 642만 건으로 올 초(294만 건)에 비해 3배 수준으로 늘었다. 해외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전 연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제작한 NFT 가운데 아기 천사가 화성을 수호하는 형상을 담은 ‘워 님프’는 약 65억 원에 판매됐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가 NFT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11월 NFT 거래 플랫폼 ‘업비트 NFT’를 베타 서비스로 출시하고 EBS 인기 캐릭터 펭수, 만화가 김성모 작가의 웹툰 등 다양한 장르의 NFT를 선보였다. 이 중 펭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3차원 작품 ‘펭수의 하루’ NFT는 7.5이더리움(당시 약 2700만 원)에 낙찰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야구선수 포토카드도 NFT로 재탄생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KBO)리그가 두나무 컨소시엄과 손잡고 만든 NFT 프로젝트 ‘크볼렉트’는 9월 롯데 자이언츠 소속 이대호 선수의 은퇴 경기 영상을 NFT(사진)로 발행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NFT가 미래 대체 투자 수단으로도 주목받으면서 NFT 수집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덕근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NFT의 등장으로 디지털 아티스트와 디지털 수집품 창작자들에게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한 경제적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올해 1∼9월 수도권 아파트값 누적 하락폭이 10년 만에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7일 부동산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극심한 거래절벽을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수도권 아파트값 10년 만에 최대 하락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도권 아파트값은 2.37% 떨어졌다. 동기 기준으로 2012년(―4.13%) 이후 1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1.67% 하락하며 2013년(―1.89%)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경기(―2.57%)와 인천(―3.18%) 역시 10년 만에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 시장 침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규제지역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규제지역 내 1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집값과 무관하게 50%로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업계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반기면서도 후속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거래절벽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는 거래세(취득·등록세)나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중 어느 하나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LTV 50% 완화 혜택, 고액 연봉자·맞벌이 가구에 집중규제지역 내 LTV가 50%로 완화돼도 대출 한도를 높이는 효과는 고액 연봉자나 맞벌이 가구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대부분 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에 먼저 걸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 원인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14억 원 아파트를 살 때 현재는 최대 2억9400만 원의 주택담보대출(30년 원리금 균등 상환)을 받을 수 있다. 9억 원까지 LTV 40%, 9억 원 초과분에 대해선 LTV 20%를 적용한 결과다. 하지만 내년부터 LTV가 50%로 높아져도 대출 한도는 변함이 없다. 현재 대출 금리가 연 5.48%까지 뛰어 DSR가 40%에 꽉 찼기 때문이다. 반면 연봉 1억 원인 직장인이 같은 조건의 집을 산다면 현재 LTV 규제를 적용받아 최대 4억600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DSR는 31.27%로 여유가 있다. 내년에 LTV가 50%로 완화되면 DSR 40%에 맞춰 5억88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지금보다 대출 한도가 1억2800만 원 늘어나는 셈이다. 대출 금리가 현재와 같다면 14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LTV 50%에 맞춰 최대 7억 원까지 빌릴 수 있는 대출자의 연소득은 1억2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부부 연봉이 각각 6000만 원을 넘으면 아파트 가격의 절반을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 40% 규제가 그대로인 상태에선 LTV 50%의 혜택은 고소득자에 집중될 것”이라며 “특히 DSR는 부부 연소득 합산이 가능해 맞벌이 가구의 대출 여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27일 오전 6시 반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관악신협 영업점 앞은 30명이 넘는 사람이 줄지어 있었다. 관악신협이 이날 판매한 연 10% 금리의 특판 적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이었다. 일부는 오전 2시부터 기다려 앞 번호표를 받아갔다. 오전 10시쯤 대기번호가 500번을 넘어가면서 영업점은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 적금의 온라인 판매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예고도 없이 시작됐는데도 6분 만에 온라인 전용 한도 350억 원이 ‘완판’됐다. 신협 관계자는 “별도 조건이나 한도 제한 없이 1년 만기에 10% 이자를 주는 특판 상품이 몇 년 만에 나오다 보니 고객들이 몰렸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새벽부터 가입을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예테크(예·적금+재테크)’ 열풍 속에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선 주식 종목 추천 대신 ‘예금 갈아타기 계산기’가 유행하고 있다.○ 8∼10% 고금리 예·적금에 새벽부터 오픈런2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5.4%로 올 초에 비해 3%포인트 이상 뛰었다. 이날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는 JT친애저축은행의 연 6.3%다. 24일까지만 해도 CK, 안국저축은행이 연 6.5%를 제공해 가장 높았지만 몇 시간 만에 한도가 소진돼 이튿날 금리를 각각 연 5.9%, 연 6%로 낮췄다. 최근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내놓은 연 8% 안팎의 고금리 특판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 광주축산농협이 25일 선보인 연 7.2% 금리의 정기적금은 하루 만에 200억 원어치가 마감됐다. 서울 광진구 화양새마을금고가 12일 출시한 연 8% 금리의 정기적금도 하루 만에 특판을 끝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신협이 판매한 연 7% 이자의 정기적금 역시 10분 만에 완판됐다. 6%대 수신상품이 등장한 19일부터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과 비대면으로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SB톡톡’ 애플리케이션은 연일 접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SB톡톡 앱 접속자가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었다”며 접속자가 폭주해 29일 서버를 증설하기로 했다”고 했다.○ 고금리 찾아 예·적금 갈아타기도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도 현재 연 4.6∼4.95%로 5%에 육박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은 11일 현재 811조7546억 원으로 6개월 만에 110조 원 넘게 급증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금리에 예테크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회사원 오모 씨(45·여)는 올 들어 정기예금을 두 번이나 해지하고 새 예금으로 갈아탔다. 5월에 연 3.1%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에 3000만 원을 넣었다가 8월에 연 금리 4.2% 상품으로, 이달엔 6%대로 갈아탔다. 오 씨는 “중도해지에 따른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재테크 커뮤니티에선 기존 예금의 금리와 만기, 해지 일자, 해지 금리 등 정보를 입력하면 예금 갈아타기에 따른 손익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예금 갈아타기 계산기’ 프로그램도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예·적금에 가입할 때는 예금자 보호 한도(계좌당 원리금 5000만 원)를 지켜야 한다”며 “또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위기에 취약한 만큼 건전성 등을 따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27일 오전 6시 반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관악신협 영업점 앞은 30명이 넘는 사람이 줄지어 있었다. 관악신협이 이날 판매한 연 10% 금리의 특판 적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이었다. 일부는 새벽 2시부터 기다려 앞 번호표를 받아갔다. 오전 10시쯤 대기번호가 500번을 넘어가면서 영업점은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 적금의 온라인 판매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예고도 없이 시작됐는데도 6분 만에 온라인 전용 한도 350억 원이 ‘완판’됐다. 신협 관계자는 “별도 조건이나 한도 제한 없이 1년 만기에 10% 이자를 주는 특판 상품이 몇 년 만에 나오다보니 고객들이 몰렸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새벽부터 가입을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예테크(예·적금+재테크)’ 열풍 속에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선 주식 종목 추천 대신 ‘예금 갈아타기 계산기’가 유행하고 있다.● 8~10% 고금리 예·적금에 새벽부터 오픈런 2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5.4%로 올 초에 비해 3%포인트 이상 뛰었다. 이날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은 JT친애저축은행의 연 6.3%다. 24일까지만 해도 CK, 안국저축은행이 연 6.5%를 제공해 가장 높았지만 몇 시간 만에 한도가 소진돼 이튿날 금리를 각각 연 5.9%, 연 6%로 낮췄다. 최근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내놓은 연 8% 안팎의 고금리 특판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 광주축산농협이 25일 선보인 연 7.2% 금리의 정기적금은 하루 만에 200억 원어치가 마감됐다. 서울 광진구 화양새마을금고가 12일 출시한 연 8% 금리의 정기적금도 하루 만에 특판을 끝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신협이 판매한 연 7% 이자의 정기적금 역시 10분 만에 완판됐다. 6%대 수신상품이 등장한 19일부터 저축은행중앙 소비자포털과 비대면으로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SB톡톡’ 애플리케이션은 연일 접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SB톡톡 앱 접속자가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었다”며 접속자가 폭주해 29일 서버를 증설하기로 했다”고 했다.● 고금리 찾아 예·적금 갈아타기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도 현재 연 4.6~4.95%로 5%에 육박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은 11일 현재 811조7546억 원으로 6개월 만에 110조 원 넘게 급증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금리에 예테크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회사원 오모 씨(45·여)는 올 들어 정기예금을 두 번이나 해지하고 새 예금으로 갈아탔다. 5월에 연 3.1%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에 3000만 원을 넣었다가 8월에 연 금리 4.2% 상품으로, 이달엔 6%대로 갈아탔다. 오 씨는 “중도해지에 따른 손해를 감안 하더라도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재테크 커뮤니티에선 기존 예금의 금리와 만기, 해지 일자, 해지 금리 등 정보를 입력하면 예금 갈아타기에 따른 손익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예금 갈아타기 계산기’ 프로그램도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예·적금에 가입할 때는 예금자 보호 한도(계좌당 원리금 5000만 원)를 지켜야 한다”며 “또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위기에 취약한 만큼 건전성 등을 따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