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아산병원 50대 남성 교수가 간호사·전공의 등 여성 의료진 10여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업무에서 배제됐다. 아산병원은 17일 “호흡기내과 A 교수가 의료진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1월 접수됐고, 바로 다음 날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직무를 정지한 상태”라고 17일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A 교수에게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피해자가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간호사 등 10여 명에 이른다. 병원에 접수된 피해 사실 중에는 “심장 초음파를 보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손으로 목 아래부터 가슴 끝까지 쓸어내렸다” “회의 중에 허벅지를 자주 만졌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수가 언어적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성 의료진에게 “(일이) 힘드니 몸매 유지는 되겠다” “낮에 데이트하러 가자” 등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중 일부는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진상을 파악 중이며, A 교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A 교수는 폐 이식 전문가이며 이 병원 중환자실 실장을 지낸 바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20일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도 버스, 지하철, 비행기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1월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5일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완화하는 내용을 확정해 발표했다. 20일부터는 대형마트나 기차역, 터미널 등에 있는 개방형 약국을 방문할 때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2020년 1월 중단됐던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같은 날부터 재개된다. 두 나라 간 여객 운송은 3년 2개월 만에 순차적으로 재개되는 것으로 그동안은 화물 선박만 양국 사이를 오갔다. 이번 조치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곳은 병원과 일반 약국 등 의료기관과 노인요양원 등 감염 취약시설만 남게 됐다. 병원과 감염 취약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4월 말, 5월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한 후에야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중대본 제2차장)은 이날 회의에서 “혼잡 시간대의 대중교통 이용자, 고위험군, 유증상자들은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본인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써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이제 남은 코로나19 방역조치는 확진자에 대한 7일 격리 의무와 의료기관 등 일부 마스크 착용 의무뿐이다. 질병관리청은 나머지 방역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확진자 7일 격리’는 5월 해제될듯 대중교통 NO 마스크 허용약국은 고위험군 이용 많아 제외WHO 비상사태 해제 맞춰남은 방역조치 완화 방침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주(5∼11일)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58명으로 집계됐다. 감염 우려가 낮은 일부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직후인 2월 첫 주(1월 29일∼2월 4일)에 비해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규 위중증 환자도 260명에서 118명으로 55% 감소했다. 방역당국이 당초 4월 이후로 전망됐던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점을 앞당긴 건 이렇듯 유행이 빠르게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15일 브리핑에서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해제로 유행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큰 폭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3월 초중고교 새 학기가 시작된 것도 유행을 다시 증가세로 되돌릴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번 마스크 착용 지침 조정을 앞두고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자문위)의 의견을 받았다. 자문위는 “약국은 손님이 머무르는 시간이 짧은 만큼 모든 약국에 대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방역당국에 냈다. 하지만 일반 약국은 의심 증상자와 고위험군이 이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에 앞서 방역 조치를 완화해 온 해외 주요국 중에서도 의료기관 내 마스크 착용 의무만큼은 남겨둔 곳이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독일 스페인 대만 호주 등 18개국(한국 제외)이 의료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7일 격리 의무에 대해서도 서둘러 완화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확진자 수가 하루 1만 명 안팎까지 줄면서 동시에 격리되는 국민의 수도 크게 줄어든 만큼 격리 의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격리 의무 해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정부는 4월 말, 5월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하는 시점에 보조를 맞춰 남은 방역조치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점 이후에는 현재 결핵, 장티푸스 등과 함께 2급인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4급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확진자의 격리 의무도 자동으로 사라지고, 일일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 코로나19를 완전히 독감처럼 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보건복지부가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21일자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에서 해촉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복지부는 10일 민노총에 윤 위원을 대신할 새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7일 열린 2023년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벌어진 일이 계기가 됐다. 이날 회의에서 윤 위원은 논의 내용에 반발해 물병과 마이크를 집어던지는 등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날 윤 위원의 행동이 국민연금법상 위원 해촉 사유인 ‘품위 손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이날 윤 위원이 반발한 안건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등을 결정하는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비상근위원의 구성을 바꾸는 내용이었다. 원래는 비상근위원 6인을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단체에서 추천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중 3인을 ‘전문가 추천’ 위원으로 바꾼 것이다. 복지부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수책위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한편 복지부는 14일 전문가 단체가 추천한 이인형 전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강성진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3명을 수책위 비상근 위원으로 위촉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의사 면허를 딴 후 병원에서 일하며 수련을 받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2명 중 1명은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심장, 폐 수술을 주로 하는 과목인 흉부외과는 레지던트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넘었다. 일반적인 ‘나인 투 식스(9 to 6)’ 근로자의 2.5배에 이른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로부터 제출받은 ‘2022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흉부외과 레지던트의 주당 근무시간은 102.1시간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26개 과목(인턴 포함) 전공의 중 근무시간이 가장 길었다. 2, 3위인 외과와 신경외과도 주당 근무시간이 90시간을 넘었다. 세 과목 모두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목이다. 2016년 시행된 전공의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의 근무시간은 최대 주당 80시간이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1903명 중 절반 이상(52%)이 “최근 1년 사이 80시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공의들이 법정 기준을 넘겨 과로에 시달리는 일이 아직도 일선 병원에서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77.7시간으로, 최근 논란이 된 ‘주 69시간’ 기준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공의 혹사는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재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외과 전공의는 “병원이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보고 혹사시키면서 ‘하루빨리 대학병원을 떠나겠다’는 전공의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전공의의 연속근무 시간 상한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는 전공의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4일 밝혔다.이지운기자 easy@donga.com}
우리나라 의료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이 미국에 비해 2∼3.5년가량 뒤처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년 전에 비해 기술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등장하는 AI 생태계를 감안하면 여전히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의료 AI 기술이 급성장하며 일부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진흥원은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 설문을 통해 한국과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보건의료산업 기술 발전 수준을 비교 평가했다. 의료 AI는 △질병 진단·치료 △질병 예방·예측 △신약개발 알고리즘 △의료자원 최적화 시스템 등 4개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의료 AI 관련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수준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보유한 의료 AI 기술 수준이 미국의 74∼80%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미국의 현재 기술 수준을 우리가 따라잡는 데 2년에서 3.5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조사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술 격차가 3.8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다소 줄었다. 특히 한국은 AI를 활용한 의료 영상 판독 분야에서 발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현철 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장은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학습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 AI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쓰일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은 지난달 28일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방암 진단을 돕는 AI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의 의료 AI 분야 기술 발전이 돋보였다. 6년 전 조사에선 중국은 한국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엔 일부 분야에서 오히려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왔다. 진료기록이나 의료기기 정보를 통해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에선 중국의 기술이 한국보다 1.3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료용 빅데이터를 토대로 질병을 예방, 예측하는 기술도 중국이 한국에 비해 1년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예산 투입과 빠른 의사 결정이 고속 성장의 원동력으로 지목된다. 한 의료 AI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한국은 연구 목적의 의료 데이터 공유 측면에서 해외 주요국에 비해 규제가 많은 편”이라며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0일로 예정됐던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의 이임식이 하루 전 날인 9일 돌연 연기됐다. 최근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퇴임하는 전 정권 인사들로 이목이 집중되는 것에 현 정부가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원장 역시 지난 정부 시절인 2020년 임명돼 임기를 한 달 가량 남겨 둔 상태에서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후임 심평원장으로는 강중구 전 일산 차병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심평원 내부 게시판에 ‘10일 오전 이임식이 열린다’는 내용이 공지되기까지 했지만,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자 9일 돌연 일정이 취소됐다. 김 원장은 10일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심평원은 이임식과 취임식을 같은 날 열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을 뿐 특별한 기류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아직 차기 원장이 공식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취임식 일정도 미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퇴임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것에 대해 현 정부가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역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강도태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6일 임기를 22개월 남겨두고 물러난 바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3세 딸을 둔 워킹맘 백모 씨(32)는 올해 초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는 어린이집의 연락을 받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당장 회사를 나올 수 없어 퇴근 후 달려갔지만 이미 집 근처 소아청소년과는 문을 닫은 후였다. 백 씨는 스마트폰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을 찾아 전화로 진찰을 받았다. 1시간 뒤 집으로 배달된 약을 먹이자 아이의 열이 가라앉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전화나 화상 통화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병·의원 이용을 쉽게 하는 편리한 제도로 자리 잡으면서 특히 어린이와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의 이용이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 다시 비대면 진료가 금지될 수 있어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 비대면 진료 2년 새 12.8배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어린이(0∼14세)의 비대면 진료 이용량은 195만6000여 건이다. 이 연령대 전체 인구(약 593만 명)의 33%에 이른다. 의료계 관계자는 “특히 주중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 힘든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비대면 진료가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병원 오픈런’까지 벌어지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비대면 진료 건수는 총 1015만66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20년 79만4100여 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 새 12.8배로 늘었다. 비대면 진료는 병원에 자주 방문하기 힘든 섬 지역 등에서 특히 유용하다. 고혈압, 당뇨 등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사람이 전화 진료로 먹던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되면서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군 단위 등 98개 지방자치단체를 ‘의료취약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의 비대면 진료 이용량은 2년 새 17.4배로 늘었다.● 코로나 위기경보 완화되면 ‘불법’하지만 이르면 2개월 뒤부터는 비대면 진료가 전면 금지될 수 있다.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일 때에만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방역당국은 5월 전후로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진료하는 데도 비대면 진료의 활용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아직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전화나 화상 통화를 하는 것만으론 정확한 진료가 어려워 오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가 보편화되면 동네 의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거란 예측도 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정협의체를 꾸려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1월 말 의협이 간호법 국회 본회의 상정을 문제 삼아 협의체 가동을 중단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 의원은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비대면 진료환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나 화상통화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 화상진료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올겨울 발생한 한랭질환자 수가 전년 대비 4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겨울이 지난 겨울에 비해 전반적으로 추웠던 가운데 ‘기습 한파’가 기승을 부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전국 500여 곳 응급의료기관에서 보고된 한랭질환자 통계를 종합한 것으로, 질병청은 2013년부터 매년 겨울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질병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3개월간 집계된 한랭질환자는 447명이다. 총 300명이 발생한 직전 겨울에 비해 49% 늘어난 수치로, 2017~2018년 겨울(631명)에 이어 5년 만에 한랭질환자가 가장 많았다. 이 기간 확인된 한랭질환 증상은 저체온증(67.1%)이 가장 많았고, 동상(30.4%)이 뒤를 이었다. 한랭질환자가 증가하다 보니 사망자도 전년 대비 3명 늘어난 12명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겨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을 센 ‘한파일수’는 전국 평균 7.0일로, 직전 겨울 6.1명에 비해 약 15%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기온이 전날에 비해 갑자기 떨어지는 ‘기습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랭 질환자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등 기습 한파가 찾아왔던 1월 24일의 경우 하루에만 한랭질환자가 44명 발생하기도 했다. 고령자일수록 한랭질환에 취약한 경향이 나타났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겨울 발생한 한랭질환자의 22.8%가 80세 이상이었으며, 범위를 65세 이상으로 넓히면 이 비율이 42.3%까지 높아졌다. 한랭질환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73세였으며, 사망자의 83%는 기저질환을 앓는 65세 이상 고령자로 파악됐다. 한랭질환이 발생한 장소는 ‘길가’인 경우가 24.8%로 가장 잦았고, 시간대는 오전 6~9시 사이가 17.9%로 가장 많았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노년층에서 한랭질환자와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년층 대상 건강 수칙을 세분화하고, 관계부처와 협력해 기후 보건 취약계층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난해 12월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입원병동 운영을 중단한 이유는 입원 환자들을 돌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1명밖에 없어서다. 의료계에서는 대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이나 외래 진료를 하지 않고 병동에서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일만 전담하는 의사다. 보통 국내병원은 입원 환자 관리를 전공의들이 전담해왔는데, 올해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이 25.5%에 그치는 등 필수의료 전공의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 의료계에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필수의료 의사 부족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제도를 통해 요양병원에 취업한 소청과 전문의, 성형외과 의원을 차린 외과 전문의 등 ‘전공이 아닌’ 일을 하고 있는 전문의들을 다시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필수의료 과목(외과·소청과·산부인과·흉부외과) 전문의 중 38.7%는 본인 전공과목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은퇴자를 포함한 수치임을 감안해도 필수의료 전문의 상당수가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병동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있으면 입원 환자들도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전공의는 의대 졸업 후 병원에서 일하며 전문성을 기르고 일을 익히는 ‘학생 의사’인 반면, 전문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 병동에서 환자의 만족도가 3.3∼7.9배 높아졌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로 일하는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진료교수는 “전공의는 수술실 보조 등 다른 업무를 많이 맡고 있어 입원 환자 케어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처음 시작된 건 2017년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활동 중인 입원전담전문의는 346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6만 명 안팎에 이른다. 이처럼 제도 정착이 더딘 건 ‘돈’ 때문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입원전담전문의를 뽑고는 싶지만, 1명을 채용할 때마다 6000만 원에서 7000만 원씩 적자가 난다”고 말했다.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연봉은 통상 1억5000만 원 안팎인데, 병원 입장에서 이 정도 수익을 내려면 입원전담전문의 1명이 환자 25명을 돌봐야 한다. 하지만 중증 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에선 의사 한 명이 이만큼 많은 환자를 돌보기는 힘든 실정이다. 장 교수는 “중한 환자의 경우 15명 정도만 돌봐도 병원 입장에서 ‘수지’가 맞도록 중증도에 따라 수가(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를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필수의료 전문의들이 전공을 살려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입원전담전문의수술이나 외래 진료를 하지 않고 병동에 상주하며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일만 전담하는 전문의. ‘호스피털리스트(hospitalist)’라고도 함.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검사 출신 변호사인 한석훈 씨(사진)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4일 “자격 조건을 갖췄다”며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900조 원에 이르는 연기금의 투자기업 주주권에 대해 조언하는 중요한 자리로, 그간 경제, 금융, 연금 전문가들이 맡아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복지부는 “(한 변호사는) 사용자 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로 법령상 자격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자격 조건은 금융, 경제, 자산운용, 법률 또는 연금 제도 분야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자”라고 밝혔다. 한 변호사가 법률 분야에 5년 이상 종사했으므로 자격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4일 3년 임기의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 3명 중 1명으로 한 변호사를 임명했다. 상근전문위원은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에서 1명씩 추천해 복지부 장관이 위촉한다.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8기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부장,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지냈다. 2021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재판 공정했는가’라는 책을 냈고, 논문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무효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현 정부에서 검사 출신 인사가 잇달아 요직에 오르고 잇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한 변호사의 상근전문위원 임명에 대해 “전직 검사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맡게 됐다. 대한민국을 ‘검사공화국’으로 만들려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교육부 장관정책보좌관, 서울대병원 감사 등에도 검사 출신이 임명됐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앞으로 사전 검사에서 질환이 의심되지 않는데도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면 진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하루에 받는 초음파 검사 횟수도 제한된다. 급격한 고령화와 ‘문재인 케어’ 확대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을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하고 올해 상반기(1∼6월)부터 MRI와 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보 적용 기준을 조정·적용하기로 했다. ● 뇌 MRI 하루 2회로 제한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뇌·척추 MRI 및 초음파 검사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검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1년 두 항목에 쓰인 건보료만 1조8476억 원에 이른다. 뇌·뇌혈관 MRI의 경우 지금은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있으면 다른 이상이 없어도 건보가 적용돼 환자가 통상 20만 원만 부담하면 됐다. 앞으로는 다른 검사(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경우에만 건보 적용이 된다. 이상 소견 없이 MRI를 찍으면 환자가 50만 원 안팎의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하루에 찍을 수 있는 횟수도 기존 3회에서 2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초음파 검사 기준도 깐깐해진다. 수술 전 관례적으로 찍던 상복부 초음파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건보를 적용하고,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초음파 검사 횟수를 제한하는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반기(1∼6월)부터 급여 기준을 조정해 올해 말까지 MRI와 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보 적용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이나 해외 장기체류자가 건보료를 ‘먹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올해 중 시행된다. 지금은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오는 즉시 피부양자(직장 가입자 밑에 등재돼 건보 적용을 받는 사람)가 될 수 있는데,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건보 적용을 받도록 기준을 강화한다. 한국인이지만 해외에 장기체류 중인 영주권자도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건보 가입이 가능하다. ● 실손보험 줄여 ‘도덕적 해이’ 막는다정부는 건보 재정을 지키기 위해 민간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와 수준도 줄여나갈 방침이다.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범위가 넓어져 환자 본인의 부담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환자가 불필요한 진료까지 받는 ‘도덕적 해이’가 벌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간 365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는 과다 의료 이용자에 대해선 현재 20% 수준인 본인부담금을 90%까지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정부는 병원에 입원할 만큼 건강이 나쁘지 않은 노인이 요양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는 ‘사회적 입원’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중증일수록 수가(건보료로 병원에 지급되는 진료비)가 높게 책정된다. 여기서 환자를 중증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해서 요양병원들이 증세가 가벼운 환자를 퇴원시키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장기적으로 수가 체계를 ‘가치 기반’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재 우리나라는 검사, 시술, 수술 등 개별 의료 행위에 각각 비용을 매기는 ‘행위별’ 수가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한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데 투입한 진료 행위 전체를 하나로 묶어 비용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20, 30대 여성의 절반 이상은 본인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단 4%만이 결혼과 출산을 ‘필수’라고 여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청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인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학회지인 ‘사회복지연구’에 게재했다. 박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만 20∼34세 미혼 남녀 281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는 말에 동의한 여성은 4%뿐이었다. 남성 응답자(12.9%)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또 여성 응답자 중 53.2%가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 중에선 이렇게 대답한 비율이 25.8%였다. 결혼과 출산을 하나의 선택으로 보는 청년층의 인식이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초저출산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는 자신의 삶과 우리 사회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삶의 질이 높다고 응답한 사람일수록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었다. 또 우리 사회를 신뢰할수록,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다고 생각할수록, 자녀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높게 평가할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결혼과 출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초저출산 경향을 해결하기 위해선 양육비, 주거비 등 금전적 지원에 더해 사회적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이번 주 중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연금개혁안 초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16인의 연금 전문가들이 석 달 넘게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지만 높은 점수를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혁의 ‘방향타’ 역할을 할 이 초안이 신통치 않으면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연금개혁이 이번에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단 지각 제출이다. 원래 제출 시한은 1월 말이었지만 자문위원들이 1박 2일 끝장토론을 벌이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한 달을 늦췄다. 장고(長考)한 만큼 충실한 개혁안이 담기기를 바랐으나 오히려 ‘맹탕’ 보고서가 될 모양이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의 주문에 따라 연금개혁의 핵심인 모수개혁, 즉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조정 방안은 초안에서 빠지게 됐다. 군인·사학·공무원 등 직역연금과의 연계, 퇴직연금 강화 등 구조개혁의 방향성이 담기겠지만 장기 과제일 뿐 ‘급한 불’을 끄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 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모수개혁이 집을 수리하는 것이라면, 구조개혁은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낡아빠진 집을 수리하는 것보다 아예 부수고 새로 짓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취지다. 맞는 말이다. 현행 공적 연금 제도의 문제가 단순히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집’이라는 것뿐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낡은 집일 뿐만 아니라 적자로 돌아서기까지 18년밖에 남지 않은 ‘불난 집’이다. 일단 불길부터 잡아야 수리든 재건축이든 할 수 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자문위가 꾸려진 뒤 3개월 가까이 별말이 없던 연금특위는 8일 돌연 “구조개혁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험료·소득대체율 조정은) 정부가 10월에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내면 국회가 받아서 최종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에 민감한 국회가 결국은 “더 내라”는 연금개혁에 선을 그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국회 연금특위는 국민 500명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했다. 국민이 직접 연금개혁의 방향과 수위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인데, 정작 국민에겐 판단을 위한 정보와 근거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자문위원 16명이 합의해 하나의 개혁안을 만들기 어렵다면, 자문위에서 거론된 주장과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판단을 내릴 근거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자문위원들이 설득해야 할 대상은 ‘선 긋기’에 바쁜 국회가 아니라 연금의 고객이자 주인인 국민들이다.이지운·정책사회부 기자 easy@donga.com}
정부가 전국 상급종합병원(현재 45곳)에 소아응급 전문의를 의무 배치하고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의료진에게 전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상담센터를 열기로 했다. 소아 중환자실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고 중증 어린이 환자를 담당하는 공공전문진료센터를 14곳까지 늘린다. 보건복지부는 이처럼 어린이 응급 및 중증 환자를 위한 공공인프라를 우선적으로 늘리고,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22일 발표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최근 진료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필수의료 분야에서 가장 취약하다.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초저출산으로 환자 수가 줄어들자 문을 닫는 병·의원이 늘어나고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 정책 잘못”이라며 “건강보험이 모자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강화에 국고 투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만 가는 ‘의대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범부처 솔루션’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국가가 적자 보상… 어린이 진료센터 14곳으로 확대 소아 ‘진료대란’ 개선책 전문의 상주-24시간 응급서비스 등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평가때 반영전문 응급의료센터 8곳 →12곳으로 보건복지부가 22일 발표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은 어린이 응급 환자와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 인프라 강화가 그 핵심이다. 밤중에 갑자기 아픈 아이가 ‘구급차 뺑뺑이’를 도는 것을 막고, 소아암 등 중증 어린이 환자가 서울로 ‘원정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현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소아진료 문제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 교육·돌봄 환경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는데 아이들이 아파도 갈 데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 대형병원에 소아응급 전담 의사 배치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중 36곳에서 어린이 응급 환자를 받지 않거나 일정 시간에만 진료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서울 주요 병원 중에서도 소아응급실 운영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응급실에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를 24시간 상주시키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병원들은 3년 주기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24시간 소아응급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를 배치했는지 등을 평가 기준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2027년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퇴출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야 병원에 지급되는 수가(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진료비)가 올라가는 만큼 병원들이 소아 응급 진료를 강화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현재 전국에 8곳 있는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도 2024년까지 12곳으로 늘린다. 상대적으로 증세가 가벼운 아이들이 밤중에도 이용할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현재 34곳에서 100곳으로 늘린다.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전화로 의료진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도 올해 하반기 중 시작할 계획이다. 중증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는 공공전문진료센터가 현재 전국에 10곳 있는데, 비수도권 위주로 4곳을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는 운영 중 적자가 발생하면 건보료로 이를 메워 주는 ‘사후보상’ 제도도 운영한다.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도 5곳을 육성할 계획이다. 소아의료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 입장에서 소청과가 ‘돈이 안 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된 소청과 진료비는 5134억 원으로, 9년 전(7161억 원)에 비해 2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병원에 지급되는 소아 중환자실과 신생아실 입원수가를 인상하고, 0세 아이가 일반병동에 입원할 경우엔 입원료를 50% 가산해 주기로 했다. ● ‘의대 쏠림’에도 의사 부족…“정원 확대 필요” 정부는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근본 대책은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 수 확보라고 보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부족한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지역별, 과목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가장 적합한 의대 정원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멈춰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문제 삼으며 이달 의정협의체 운영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의대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복지부 등이 대책을 제시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조정하는 범부처 솔루션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한 젊은 인재가 의료계로만 몰리는 현상이 현 정부가 주력하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 인재 육성뿐만 아니라 교육개혁, 건강보험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인식에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가 기간 연장 없이 28일까지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발 입국자는 입국 전후 2차례에 걸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2일 회의를 통해 대(對)중국 방역조치 조정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21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일부터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입국 직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했고, 그로부터 3일 뒤부터는 입국 전 현지에서 발급받은 음성확인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방역당국은 두 조치의 적용 기한을 2월 28일까지로 발표했는데 이를 연장하지 않고, 중국발 항공편이 인천국제공항으로만 도착하도록 한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중대본은 중국발 항공편을 주 62회에서 주 80회로 증편했고 3월부터는 주 100회까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내 코로나19 유행이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우려했던 신종 변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중국에서 입국해 공항에서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은 단기체류 외국인 277명 중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양성률이 1.4%로 집계됐다. 중국 내 유행이 심각하던 지난달 초 양성률이 30%를 웃돌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가 기간 연장 없이 28일까지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발 입국자는 입국 전, 후 2차례에 걸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2일 회의를 통해 대(對)중국 방역조치 조정 방안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21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일부터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입국 직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했고, 그로부터 3일 뒤부터는 입국 전 현지에서 발급받은 음성확인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방역당국은 두 조치의 적용 기한을 2월 28일까지로 발표했는데 이를 연장하지 않고, 중국발 항공편이 인천국제공항으로만 도착하도록 한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중대본은 중국발 항공편을 주 62회에서 주 80회로 증편했고 3월부터는 주100회까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내 코로나19 유행이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우려했던 신종 변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15일 열린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위원 다수가 “대 중국 방역 조치를 이달 중 종료해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중국 유행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입국 전 음성확인서 제출은 더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 의견도 제시됐다.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중국에서 입국해 공항에서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은 단기체류 외국인 277명 중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양성률이 1.4%로 집계됐다. 지난달 2일 공항 내 검사를 시작한 이후 누적 양성률은 6.1%다. 중국 내 유행이 심각하던 지난달 초 양성률이 30%를 웃돌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난달 말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분만, 소아 등 일부에만 치중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발표는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 누구나 골든타임 내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이번 정부 임기 내에 마련하는 게 목표다. 일단 희귀질환, 중증 응급 정신질환 등에 대한 추가 대책을 하반기(7∼12월) 발표할 계획이다.” ―필수의료가 ‘돈 못 버는’ 과목이 된 이유가 뭔가. “소아청소년과, 중증외상 같은 필수의료 과목뿐 아니라 지역의 필수의료가 무너진 데는 수요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잠재적 환자 자체가 적어진다. 중증외상 분야의 경우 환자가 있건 없건 ‘항시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공공정책수가’를 지급하는 것이다.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다 발생한 적자를 국가가 보전해 주는 공공어린이병원 사후보상제도가 대표적이다. 또 의료 수요 자체가 적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적자 폭이 더 크므로 보상을 더 얹어 주자는 것이 ‘지역수가제’다.” ―검사는 비싸고, 수술은 싼 기형적 건강보험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 체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맞다. 수가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가는 만큼 한없이 올려 줄 수는 없다. 영상, 검사 분야에 비해 수술과 처치 비용이 낮게 책정된 부분은 조정을 통해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 급격한 조정으로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계와 절충점을 찾아 나가겠다.” 국내 건강보험 체계에서 수가 책정은 정해진 파이 안에서 ‘상대평가’로 이뤄진다. 한 분야의 수가를 올리면 다른 분야 수가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박 차관은 “공공정책수가는 재정 투입을 늘려 지급하는 것이므로, 이 정책으로 검사 등 다른 분야에서 손해 볼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노동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건 결국 전문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선 병원들이 전문의를 더 뽑아 기존 교수진과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도 공공정책수가를 적극 확대해 병원이 인력을 추가로 뽑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교수 정원도 늘릴 수 있도록 교육부와 적극 협의하겠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공급 자체도 늘려야 한다.” ―인력 공급이라면 의대 정원 확대를 뜻하는 것인가. “그렇다.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늘게 돼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2035년 우리나라에 의사가 지금보다 1만 명 더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단기 대책이 보상 확대라면 장기 대책은 의대 정원 확대다.” ―의료계에선 의대 졸업생이 늘어도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의사만 더 늘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용 성형 분야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으며, 수요가 늘면 공급(의사 수)도 느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피안성 의사가 느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이 분야와 필수의료 분야의 소득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서 의사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정책수가를 대폭 강화해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이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필수의료 공백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동아일보는 ‘이공계 블랙홀 된 의대’ 시리즈를 통해 성적이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몰려가고 있지만 정작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분야에는 의사가 없는 현실을 집중 조명했다. 이에 대한 해법을 묻기 위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을 각각 14일 인터뷰했다. 이들은 국내 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구성된 의정협의체에서 각각 정부와 의료계를 대변하고 있다. 박 차관과 이 회장은 “필수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어 이구동성으로 ‘공공정책수가제’를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지급되는 보상을 늘리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병원들이 전문의(교수)를 더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8년째 3058명인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선 의견 차가 컸다. 2020년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파업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정부는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에 실패했고, 의사단체는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환자들은 꼭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우리 사회 전체의 실패가 된 셈이다. 이번에도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이 9일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것에 반발해 의정협의체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19일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우리 사회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필수의료를 살릴 다음 기회는 없다. “의대 정원 늘려 필수의료 강화”박민수 복지부 2차관 “병원도 협조를”전문의 더 뽑아 전공의 부담 줄이고공공정책수가 확대해 인력 충원 지원교수 정원도 늘리도록 교육부와 협의―지난달 말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분만, 소아 등 일부에만 치중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발표는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 누구나 골든타임 내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이번 정부 임기 내에 마련하는 게 목표다. 일단 희귀질환, 중증 응급 정신질환 등에 대한 추가 대책을 하반기(7∼12월) 발표할 계획이다.” ―필수의료가 ‘돈 못 버는’ 과목이 된 이유가 뭔가. “소아청소년과, 중증외상 같은 필수의료 과목뿐 아니라 지역의 필수의료가 무너진 데는 수요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잠재적 환자 자체가 적어진다. 중증외상 분야의 경우 환자가 있건 없건 ‘항시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공공정책수가’를 지급하는 것이다.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다 발생한 적자를 국가가 보전해 주는 공공어린이병원 사후보상제도가 대표적이다. 또 의료 수요 자체가 적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적자 폭이 더 크므로 보상을 더 얹어 주자는 것이 ‘지역수가제’다.” ―검사는 비싸고, 수술은 싼 기형적 건강보험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 체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맞다. 수가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가는 만큼 한없이 올려 줄 수는 없다. 영상, 검사 분야에 비해 수술과 처치 비용이 낮게 책정된 부분은 조정을 통해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 급격한 조정으로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계와 절충점을 찾아 나가겠다.” 국내 건강보험 체계에서 수가 책정은 정해진 파이 안에서 ‘상대평가’로 이뤄진다. 한 분야의 수가를 올리면 다른 분야 수가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박 차관은 “공공정책수가는 재정 투입을 늘려 지급하는 것이므로, 이 정책으로 검사 등 다른 분야에서 손해 볼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노동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건 결국 전문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선 병원들이 전문의를 더 뽑아 기존 교수진과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도 공공정책수가를 적극 확대해 병원이 인력을 추가로 뽑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교수 정원도 늘릴 수 있도록 교육부와 적극 협의하겠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공급 자체도 늘려야 한다.” ―인력 공급이라면 의대 정원 확대를 뜻하는 것인가. “그렇다.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늘게 돼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2035년 우리나라에 의사가 지금보다 1만 명 더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단기 대책이 보상 확대라면 장기 대책은 의대 정원 확대다.” ―의료계에선 의대 졸업생이 늘어도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의사만 더 늘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용 성형 분야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으며, 수요가 늘면 공급(의사 수)도 느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피안성 의사가 느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이 분야와 필수의료 분야의 소득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서 의사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정책수가를 대폭 강화해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이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고 투입해 수술 수가 높여야”이필수 의협회장 “정부에 바란다”뇌혈관 수술 수가, 일본의 20%에 불과지방 의료난, 시니어 의사 활용해 해결을필수의료 사고, 중과실 없으면 면책 필요―정부가 최근 분만 및 소아 진료 보상 강화, 응급의료체계 개편 등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중증외상, 흉부외과 등 공급이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이 꾸준히 강화돼야 한다. 정부의 방향성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 ―수가는 결국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가는데, 무한정 높일 순 없지 않나. “국내에서 뇌혈관 개두술(머리를 열고 하는 수술)에 책정된 수가는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수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려면 건강보험 재정의 틀 안에서 조정하는 게 아니라 국가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듯’ 다른 분야의 수가를 깎아서 필수의료에 지원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공의 과반이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이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붕괴가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꼰대’ 같은 이야기지만 내가 수련받을 때(1980년대 후반)는 전공의 2년 차만 돼도 간단한 맹장염 수술 정도는 맡아서 했다. 지금 전공의들은 근무 시간은 길지만 잡무에 시달릴 뿐 이런 경험을 쌓기 어렵다. 대학병원들은 입원 환자들을 돌보는 입원전담 전문의를 뽑아서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전공의들이 교육과 수련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은 대학병원에 의사가 부족하단 얘기인데,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지 않나. “지금 의대 졸업생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다. 이미 공급이 충분한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의 의사만 늘어날 뿐이다. ‘어떤’ 의사가 부족한지를 잘 보고, 지금 있는 의사를 부족한 분야로 진출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의사 수를 늘리면 건보 재정에 부담이 더 커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 늘면 1인당 의료비 지출이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의사가 모자란 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정년 퇴직한 의대 교수 등 ‘시니어 의사’의 활용을 제안한다. 나이가 지긋한 선배 중에서도 현업에 남고 싶어 하는 분이 많다. 이분들이 고향에 내려가 의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면 의료취약 지역을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다.” 의료계에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소송 등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 때문에 위험한 수술이 많은 필수의료 분야 종사를 꺼린다고 말한다. 이에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기소나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환자가 잘못되면 책임 소재는 가려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책임을 면제하자는 게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서까지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의사와 간호사 등 7명이 기소되고 이 중 3명은 구속됐는데, 5년간의 재판 끝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의료계에선 ‘소아청소년과는 가면 안 되는 곳’이란 인식이 굳어지고 말았다. 의료진이 위중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특례법이 필요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국고 투입해 수술 수가 높여야”이필수 의협회장 “정부에 바란다”―정부가 최근 분만 및 소아 진료 보상 강화, 응급의료체계 개편 등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중증외상, 흉부외과 등 공급이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이 꾸준히 강화돼야 한다. 정부의 방향성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 ―수가는 결국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가는데, 무한정 높일 순 없지 않나. “국내에서 뇌혈관 개두술(머리를 열고 하는 수술)에 책정된 수가는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수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려면 건강보험 재정의 틀 안에서 조정하는 게 아니라 국가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듯’ 다른 분야의 수가를 깎아서 필수의료에 지원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공의 과반이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이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붕괴가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꼰대’ 같은 이야기지만 내가 수련받을 때(1980년대 후반)는 전공의 2년 차만 돼도 간단한 맹장염 수술 정도는 맡아서 했다. 지금 전공의들은 근무 시간은 길지만 잡무에 시달릴 뿐 이런 경험을 쌓기 어렵다. 대학병원들은 입원 환자들을 돌보는 입원전담 전문의를 뽑아서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전공의들이 교육과 수련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은 대학병원에 의사가 부족하단 얘기인데,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지 않나. “지금 의대 졸업생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다. 이미 공급이 충분한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의 의사만 늘어날 뿐이다. ‘어떤’ 의사가 부족한지를 잘 보고, 지금 있는 의사를 부족한 분야로 진출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의사 수를 늘리면 건보 재정에 부담이 더 커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 늘면 1인당 의료비 지출이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의사가 모자란 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정년 퇴직한 의대 교수 등 ‘시니어 의사’의 활용을 제안한다. 나이가 지긋한 선배 중에서도 현업에 남고 싶어 하는 분이 많다. 이분들이 고향에 내려가 의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면 의료취약 지역을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다.” 의료계에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소송 등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 때문에 위험한 수술이 많은 필수의료 분야 종사를 꺼린다고 말한다. 이에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기소나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환자가 잘못되면 책임 소재는 가려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책임을 면제하자는 게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서까지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의사와 간호사 등 7명이 기소되고 이 중 3명은 구속됐는데, 5년간의 재판 끝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의료계에선 ‘소아청소년과는 가면 안 되는 곳’이란 인식이 굳어지고 말았다. 의료진이 위중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특례법이 필요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위잉, 위이이잉….” 9일 새벽 수도권 A 상급종합병원 내 전공의 당직실. 외과 중환자실 레지던트 2년 차 김아름(가명·31) 씨의 업무용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닥터 노티(notification·병동 간호사의 당직 의사 호출)였다. 전날 밤 긴급 신장이식 수술에 들어간 환자가 중환자실로 오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불 꺼진 당직실을 까치발을 들고 빠져나왔다. 토막잠을 자는 동료들을 깨울까 봐서다. 휴대전화 시계는 0시 45분을 가리켰다. 당직실 침대에 몸을 누인 지 45분 만에 다시 중환자실 호출이다. 그는 격일로 26시간 30분씩 당직을 선다. “밤새 한숨도 못 자고 환자를 돌볼 때면 내 생명을 쪼개 환자들에게 나눠 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김 씨는 환자의 생명을 살려내는 외과 집도의(執刀醫)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전공의 생활 2년 만에 꿈을 접기로 했다. 수많은 전공의가 김 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수련을 마치기 무섭게 대학병원을 떠난다. ‘덜 힘든 일자리’를 찾거나 동네 의원을 차리기 위해서다. 매년 대학 입시에서 성적 최상위권 학생 3058명이 의대에 간다. 전국 의대 정원 수다. KAIST 등 이공계 인재들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대학병원 필수의료 병동엔 의사가 부족하다. 선천성 심장병, 미숙아 등을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를 예로 들면, 올해 전공의 충원율은 25.5%에 불과하다. 동아일보가 6, 7일 전국 의대생 246명을 대상으로 ‘기피하는 전공 세 가지를 꼽아 달라’고 물었더니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가 1∼3순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목들이다. 이대로 가면 수년 안에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소아-흉부-산부인과 기피… “수술 싸고 검사 비싼 건보수가 고쳐야” 소아과 개원의 평균 연봉 1억 최하위의대생들 격무에 보상 적은 곳 기피필수의료 과목들 공백 점점 커져비급여로 돈버는 진료과목으로 몰려 13일 낮 12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레지던트 2년 차 정진형 씨(29)는 폐렴으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70대 림프종 환자에게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하려 애쓰고 있었다. 환자의 기도가 좁아진 탓에 삽관이 쉽지 않았다. 3, 4분이나 지났을까. 환자가 심장마비에 빠졌다. “코드 블루(Code Blue·심정지 환자 발생). 내과 선생님들 혈액내과 병동으로 와주세요.” 다급한 안내방송이 울리고 병원 곳곳에 있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달려왔다. 전공의 10여 명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사투를 벌인 끝에 환자의 숨이 돌아왔다. 정 씨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아침도 점심도 걸렀지만 잠이 배보다 더 고팠다. 전날 응급실 당직으로 밤을 꼬박 새운 터였다. 하지만 잠시 쉴 틈은 나지 않았다. 오후 2시 30분. 회진 시간이다. 입원 환자 40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워라밸’ 찾아 꿈 접는 새내기 의사들2016년 시행된 전공의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실태조사를 보면 전공의 2명 중 1명(52%)은 주당 근무 시간이 80시간을 초과한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흉부외과(100%), 외과(82%), 신경외과(77.4%) 등 필수의료 과목에서 특히 높았고, 피부과(15.2%), 마취통증의학과(22.2%)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러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격차는 의대생들이 필수의료 전공을 기피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 전공’으로 선택한 의대생의 67.1%가 “전문의가 된 후 삶의 질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전공의 시절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서”라는 응답도 61.1%에 달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는 응답은 51.9%였다. 이달 말 서울 소재 의대 졸업을 앞둔 서모 씨(26)도 뇌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겠다던 꿈을 포기했다. 서 씨는 “신경외과 교수님들이 최소 3시간 걸리는 수술을 하루에 4, 5건까지 하더라. 내 체력으론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1년간 인턴 생활을 한 뒤 재활의학과 전공의 자리에 지원할 생각이다. 서 씨는 “재활의학과 전공의들은 병원에서 화장까지 하고 다니더라”라고 했다.● 기형적 수가체계가 문제‘워라밸’을 포기하고 필수의료를 전공한다고 해도 미래의 기대소득은 다른 과목보다 오히려 낮다. 본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필수의료 과목을 지망하지 않는다고 밝힌 의대생의 과반(52.1%)이 “필수의료 과목에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는 낮은 보상(수가)”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62.6%는 “업계 평균 수준의 보상이 보장된다면 필수의료 과목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의대생들이 가장 선택을 꺼리는 과목이 됐다. 소아청소년과는 2020년 기준 개원의 1명당 연평균 소득이 1억875만 원으로, 업계에서 최하위다. 의사 전체 평균(2억307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진 초저출산 추세를 감안하면 미래는 더 어둡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건강보험 수가가 필수의료 분야 진료나 수술에 대해선 낮게, 검사에 대해선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비 등 고가 검사 장비를 구입하는 데 쓴 돈이 수가에 반영되면서 검사 비용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병원은 인건비가 싼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과한 업무를 못 견뎌 필수의료를 떠나는 젊은 의사가 늘어난다. 반면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과목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최신 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돼 과목 간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강남의 성형외과 개원의 중에는 본래 전공이 성형외과가 아닌 외과 등 필수의료 과목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숨졌다.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으면 살 수 있었다.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교수)는 이 병원에 2명뿐인데 안타깝게도 모두 출장 중이었다. 전국에서 이 수술이 가능한 숙련된 의사는 133명뿐이며, 이 중 상당수가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필수의료 체계를 살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