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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전의 열쇠는 예산이다. 근본적인 시설 개선과 안전 관련 소프트웨어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재정 투입이 우선순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선 초중고교의 예산으로는 한여름에 전기료를 내기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수억 원이 드는 근본적인 안전 개선은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은 부족한 교육 재정만 탓하며 책임을 학교에 지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학교 안전 개선에 의지를 갖고 기존 교육 재정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교육복지 예산을 한시적으로라도 축소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도교육청의 교육 재정은 대부분 내국세 총액의 20.27%가 할당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시도 이전 수입으로 꾸려진다. 2000년대 들어 교부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시도 이전 수입은 줄면서 교육 재정 수입은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교육 재정 지출은 급증하고 있다. 2011년에 무상급식, 2012년에 누리과정이 잇달아 도입되면서 최근 5년간(2009∼2013년) 교육복지 지출은 38.4% 증가했다. 무상급식이나 돌봄교실 등 현물이나 서비스로 제공된 것을 제외하고 순전히 현금으로 투입된 액수만 따져 봐도 2009년 2700억 원에서 2013년 6800억 원(서울 기준)으로 늘었다. 예산은 한정된 상황에서 교육복지 지출이 늘다 보니 시설사업비가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누리과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교육환경개선비가 2008년 6760억 원(전체 교육 예산의 9.6%)에서 2013년 1563억 원(2%)으로 줄었다. 학교는 점점 낡아 가는데 노후시설 개보수에 필요한 돈은 도리어 축소되는 것이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가 16일 발표할 예정인 ‘교육복지 재정 실태와 과제’라는 연구 내용을 보면 교육복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시설사업비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중기 재정계획에 따르면 시설사업비는 2014년 4294억 원, 2015년 6412억 원, 2016년 6456억 원, 2017년 5662억 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시설사업비는 2014년 3291억 원에서 2017년에는 1138억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에 고교 무상교육이 도입되면 현재 교육사업비 가운데 70% 정도인 교육복지비 지출 비중이 90%까지 늘기 때문이다. 이 경우 2017년을 기준으로 필요한 시설사업비에 비해 가용 시설사업비는 서울에서만 4000억 원 이상 부족하게 된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별회계법을 마련해 교육 재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시설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교육환경개선 특별회계’를 만들거나 고교 무상교육 도입 및 누리과정 확대에 필요한 예산은 ‘교육복지 특별회계’로 따로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서는 “과거에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교육세를 올려서 한시적으로 교육환경개선 특별회계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면서 “특별회계를 만들어서 일반적인 교육 예산이 잠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편성된 시설사업비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매년 시설사업비 예산의 집행률은 70%에 못 미친다. 교육청이 시설 예산을 집행하는 기준이 까다롭고, 일부 학교만 선정해 지원하는 데 따른 잡음 등을 우려해 시설사업비 집행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교육 재정 중 이월 및 불용 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변화는 없다. 서울 A초등학교의 관계자는 “특정 학교가 사업비를 받으면 인근 학교에서 불만이나 민원이 나오기 때문에 교육청이 너무 소극적이다”라며 “교육 당국이 시설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설사업비를 재량껏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6·4 전국 교육감 선거 후보들의 적합도 조사 결과 경기와 충북은 진보 진영 후보가, 인천과 충남은 보수 진영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4개 시도 모두 ‘모름·무응답’이 50%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장에 비해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에서는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11.9%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중도를 표방한 정종희 전 부흥고 교사는 6.6%로 2위를 차지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이 도지사 선거에 도전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경기는 예비후보만 12명에 이를 정도. 진보 진영은 11일 이 전 장관으로 단일화를 이뤘지만 보수 진영은 단일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광래 경기도 교육의원, 조전혁 명지대 교수, 석호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최준영 전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등 보수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성사 여부가 선거 판세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12일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된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이 14.1%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어 김영태 인천시 교육의원(10.8%), 이청연 인천시자원봉사센터 회장(9.8%), 안경수 전 인천대 총장(7.2%)이 뒤를 이었다. 김 의원과 안 전 총장은 경선 없이 진행된 보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 불복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은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김병우 전 충북도 교육위원이 19.8%의 지지율로 나머지 후보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보수 진영 후보들은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거나 각자 출마를 고집하면서 지지율이 분산된 상황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세 번째로 높은 지지율(5.3%)을 보인 홍순규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이 13일 사퇴하면서 보수 진영의 합종연횡 가능성은 남아있다. 충남은 3월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된 서만철 전 공주대 총장이 17.1%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대 충남지부장을 지낸 김지철 선문대 겸임교수가 12.1%를 기록했다. 보수로 분류되는 명노희 한국교육의원총회 부의장(8.9%)과 심성래 전 천안 병천중고교 교장(3.8%)이 본선까지 완주할 계획이어서 충남은 보수 다자 대 진보 단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어떻게 조사했나동아일보는 6월 지방선거 17개 광역단체장 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8개 접전지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충북, 부산, 광주, 강원지역이 대상이다.1차로 경기, 인천, 충북, 충남 지역에서 각각 19세 이상 남녀 700명씩을 대상으로 11, 12일 조사를 실시했다. 경기는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이용한 RDD(임의번호걸기) 방식, 인천, 충북, 충남은 유전전화를 이용한 RDD 방식의 전화면접 조사응답률은 경기 11%, 인천 12.2%, 충북 16.2%, 충남 20.4%,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7%포인트.2차 조사지역은 서울, 부산, 광주, 강원지역이었다. 서울은 13일 하루 동안 유·무선전화 RDD(임의번호걸기), 부산, 광주, 광주, 강원은 12~13일 유전전화 RDD 방식의 전화면접으로 조사했다.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7%포인트. 광주는 각 지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708명, 나머지 지역은 700명씩을 조사했고 응답률은 서울 11.5%, 부산 16.8%, 광주 18.0%, 강원 18.8%였다. 그밖에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올해 대학 입시에서 지방대의 지역인재 전형이 도입됨에 따라 지방대 64곳에서 7400여 명을 이 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관심이 집중된 의대, 치대, 한의대의 경우 대부분 수시모집을 통해 550명 정도를 선발한다. 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각 대학이 정한 2015학년도 지역인재 전형 인원을 종합한 결과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학 육성법) 시행령은 모집 인원의 30%(강원·제주는 15%) 이상을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 중에서 선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강원대는 시행령 권고 기준의 배에 이르는 1536명을 지역인재 전형에 할당해 선발 규모가 가장 크다. 호서대(400명) 건양대(339명)도 지역인재를 많이 선발한다. 의대는 23곳이 지역인재 전형으로 총 383명을 선발한다. 조선대(44명)와 전북대(35명)의 선발 규모가 크다. 치대는 5곳이 63명을 선발하는 가운데 조선대(28명)가 가장 많이 뽑는다. 대부분의 의대와 치대가 수시로만 선발하는 것과 달리, 조선대는 지역인재 전형의 절반을 정시에 배정했다. 한편 8개교가 100명을 선발하는 한의대는 원광대(31명)와 동국대 경주캠퍼스(29명)가 지역인재를 특히 많이 뽑는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전문대들이 2017학년도까지 입학 정원을 2014학년도 대비 7.7%(1만2000여 명)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5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입하는 전문대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현재 전문대 정원은 약 19만 명이다. 교육부가 8일 발표한 전문대 특성화 사업 신청 결과를 보면 전국 137개 전문대 가운데 123곳이 정원을 줄이겠다고 신청했다. 수도권대는 7.6%, 지방대는 7.8%를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전문대 특성화 사업 평가 시 예체능계 취업률을 반영하되 1인 사업자, 프리랜서, 공연이나 전시 경력자도 취업자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예체능계 취업률은 나머지 계열과 분리해 평가하기로 했다. 앞서 7일 교육부가 발표한 4년제대 특성화 사업 신청 결과와 전문대 신청 결과를 합산하면 2017년 대입 정원은 올해에 비해 3만4000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수도권 대학들이 2017년까지 현재 정원의 3.8%를 감축하기로 했다. 지방대는 평균 8.3%다. 이는 각 대학이 교육부에 제출한 대학특성화사업 신청 결과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대학재정지원사업인 대학특성화사업은 올해 지방대에 2031억 원, 수도권대에 546억 원을 지원한다. 대학특성화사업에는 160개 대학, 989개 사업단이 신청했다. 신청 결과를 종합하면 2015년까지 현재 정원의 2.2%, 2016년까지 5.6%, 2017년까지 6.8%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교육부는 특성화 사업에 최종 선정된 대학들이 신청한 대로 정원을 줄이면 정부 구조개혁 목표치(2017년까지 2만5300명 감축)의 60% 정도가 달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선정 결과에 따라 실제 감축 규모는 달라질 수 있지만 신청 추세대로라면 수도권대와 지방대의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 곳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건국대 동국대 송원대 영동대 전주교대 포스텍 등 10곳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다문화시대의 사회통합을 주도할 여성의 역할과 여성인재 육성을 위한 방안을 찾는 논의의 장이 열린다. 서울시, 서울산업진흥원(SBA), 이화여대가 공동 주최하고 이화창조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여성인재포럼(Women's HR Forum)이 24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다. ‘다문화시대, 여성이 미래다’를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 오전에는 ‘다문화시대 여성 리더로서의 자질’을 주제로 각 분야의 여성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손지애 전 아리랑TV 대표, 이주여성 단체인 물방울나눔회의 와타나베 미카 회장, 다문화가정 출신 경기도의원인 이라 씨 등이 패널로 참여해 정계 언론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이 겪은 다문화 관련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해주기로 했다. 이들은 다문화는 단순히 배려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공존해야 할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이 각계각층에서 특유의 소통 능력과 친화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다국적 출신의 노래단 ‘몽땅’의 공연,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뷰티 세션, 생활 속 재산 관리 비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세션도 열린다. 엄마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녀들을 대상으로 창의력을 일깨워 주는 ‘주니어 인재포럼’도 함께 진행된다. 참가 신청기간은 14일까지 여성인재포럼 홈페이지(www.whrforum.com)에서 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일본 최남단 휴양지 오키나와 도심에는 유이레일이라는 지상철(地上鐵)이 다닌다. 두 량짜리 작은 객차가 15개 역을 왕복하는 단일노선이다. 놀이동산 모노레일처럼 단순해서 사고가 나려야 날 수 없어 보인다. 앞 칸에 타면 운전석과 연결된 유리창 너머로 기관사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기관사는 역마다 타고 내리는 이가 없어도 직접 플랫폼에 내려 상황을 확인한 뒤 다시 출발한다. 매번 정체를 알 수 없는 열쇠를 뽑았다 꽂았다 하는데 꽤나 번거로워 보인다. 운행 중에는 보는 이도 없는데 혼자서 각종 수신호를 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일행들과 “진짜 매뉴얼대로 한다. 장인정신이 느껴진다”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규칙을 지키면 바보 취급을 받는 사회에 사는 우리였기에,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대충 하고 빨리 하는 데 익숙한 우리였기에, 매뉴얼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결과가 좋으면 그만인 우리였기에, 우리는 그렇게 웃었다. 황망하게 배가 가라앉고 황당하게 지하철이 부딪히는 악몽 같은 현실을 보면서 나는 그날 웃었던 나를 책망했다. 원칙을 무시한 것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 자신의 할 일을 팽개치고 달아난 짓이 무고한 이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는지, 사고를 수습해야 할 이들이 우왕좌왕하고 남의 탓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신뢰 없는 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도 암담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곤혹스럽다는 교사들을 적잖게 만났다. 자녀에게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라고 가르치지 못하겠다는 부모들도 많이 보았다. 지하철 사고 당시 안내방송이 없었다는 뉴스를 접한 지인들은 “안내방송이 나왔으면 더 아수라장이 됐을지도 몰라. 안내방송의 반대로 하느라 난리가 났을 거야”라고 입을 모았다. 10여 년 전 대구 지하철 사고를 취재했던 나 역시 이런 상황에 처하면 안내방송의 청개구리가 될 게 뻔하다. 세월호 참사에는 무원칙, 무책임, 안전 불감증, 무능한 행정, 관피아 등 수많은 문제가 녹아 있다. 무엇 하나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깊이 잠자고 있던 문제들이다. 유일하게 원칙대로 작동한 것이라면 승객들이 선원과 정부를 믿었다는 것뿐이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문제가 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책을 얻지는 못한다. 어떤 결정적인 계기를 만나야 사회적 의제가 되고 대책을 찾게 된다. 행정학자 존 킹던의 정의에 따르면 ‘정책의 창(Policy Window)’이 열리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문제들의 정책의 창이라고 하기에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너무나 크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희생을 겪고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은 자들의 무책임도 죄가 될 것이다. 노란 리본에 ‘잊지 말자’는 글귀를 꾹꾹 눌러쓰는 것은 희생자뿐만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들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다. 해야 할 일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기본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다. 학원이 밀집한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정원 초과 벨이 빽빽 울리는데도 아이를 한 명이라도 더 밀어 넣는 행동을, 인적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에 멈춰 선 차에 경적을 울리며 위협하는 행동을, 급하다는 이유로 문이 닫히는 지하철에 다이빙하는 행동을 멈추자는 다짐이다. 한 달 뒤 투표장에 섰을 때 세월호 참사를 악용해 홍보 문자를 보냈던 사람들을 잊지 말고, 오키나와의 유이레일 기관사처럼 원칙과 소명에 충실할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것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다.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 장관들이 서울에 있는 산하 공공기관 내 집무실을 공짜로 빌려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사들의 협회인 선주협회가 소유한 해운빌딩 집무실을 보증금 없이 빌려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다른 부처 장관들도 무료 사무실을 통해 산하기관과 유착관계를 유지해 온 셈이다. 30일 동아일보가 2012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세종시로 청사를 옮긴 부처들을 대상으로 장관들의 서울 집무실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부처가 서울의 산하기관이나 민간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부처들은 청와대 보고와 국회 업무가 많아 서울 여의도지역과 광화문 일대에 사무실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수출입은행과 중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에 2개의 사무실을 두고 있다. 국회 일정이 있을 때 주로 이용하는 수출입은행 사무실의 경우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 기재부 당국자는 “장관 집무실과 부속실이 있는 정도의 작은 공간으로 상시 사용하는 장소가 아니어서 별도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업무가 없을 때는 주로 예보 사무실을 이용한다. 30평 남짓한 규모로 지난해 5월부터 시세 수준의 임대료를 예보에 내고 있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현 부총리 사무실이 있는 수출입은행에서 500m 떨어진 해운빌딩 10층에 집무실을 두고 있다. 1일 4만8000원 기준의 월세를 건물주인 선주협회에 내고 있지만 보증금은 없다. 해수부는 장관 집무실이 다른 사무실보다 작고 월세가 밀릴 가능성이 낮아서 빌딩주가 보증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무실이 소규모라거나 임차인의 신분이 확실하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면제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부동산 상식과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보고와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가 많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 5층의 회의실을 무료로 집무실로 이용하고 있다. 생산성본부는 산업발전법에 따라 출범한 특수법인으로 정부 출자금이 없고 민간과 경쟁하며 수익을 내야 하는 단체다. 무료로 사무실을 임대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어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은 11층 회의실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집무실로 빌려주고 있다. 장관 집무실 옆의 대회의실에서는 실무 국장들이 가끔 업무를 본다. 국토부는 대한주택보증 사무실에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 장관은 국회에 약속이 없을 때는 지하철 4호선 동작역 근처에 있는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업무를 본다. 홍수통제소는 국토부 소속기관이어서 무료 사용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세종시 부처들이 서울 집무실을 1, 2개씩 무료로 빌리는 데 대해 산하기관들은 “일하기 불편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장관과 국, 과장들이 한꺼번에 오면 전체 직원들이 긴장하게 된다”며 “‘상전’이 항상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는 압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의 낙하산인사가 반복되면서 정부 부처가 산하기관 사무실을 무료로 빌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참여하는 한 재정 전문가는 “정부가 공공기관과 거리를 두지 않고 사실상 유착해 온 관행을 이어가면 공공기관 개혁의 강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희균·유근형 기자}
현재 고교 2학년생이 치르는 201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농어촌 특별전형에 지원하기 위한 농어촌 거주 기간이 기존 고교 3년에서 중고교 6년으로 늘어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발표했다. 대교협은 일부 도시지역 학생이 농어촌으로 위장전입해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을 받는 부정입학을 막기 위해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2012년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 주요 사립대 등 55개 학교에서 학생 400여 명이 이런 방식으로 부정입학해 입학이 취소된 바 있다. 예체능 전공 실기고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대학이 연합해 평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교협은 음악, 미술, 무용, 체육 등 전공별로 여러 대학이 공통으로 실기고사를 치르고, 평가위원의 3분의 1 이상은 다른 대학 교수로 구성하도록 권장했다. 대학입시를 단순하게 만든다는 기조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간소화 관련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학별 전형방법 수는 수시모집 4개, 정시모집 2개로 제한된다.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최저학력기준은 등급을 활용해야 한다. 논술, 문제풀이식 적성고사와 구술면접 등 대학별고사는 최소화해야 한다. 2016학년도 입시안의 세부 내용은 대교협 대입정보 홈페이지(univ.kcu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세월호 참사가 장기화하면서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선 교사도 우울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고를 당한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을 매일 접하고, 좁은 교직 사회에서 피해자의 사연을 전해 듣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지난주 서울의 한 고교에서는 20대 여교사가 수업 중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사고 장면이 떠올라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사는 이번에 희생된 교사 가운데 한 명과 같은 사범대 출신이어서 동문들과 장례식장을 찾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감은 “우리 학교에도 피해를 당한 교사들과 이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거나 연수 등을 함께한 교사들이 있다”면서 “교무실에서 텔레비전을 틀거나 컴퓨터 모니터에 관련 뉴스를 띄우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교사가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예민해졌다”고 전했다. 다른 직업군과 달리 교사들은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가정에 빠져 괴로워하기도 한다. 광주의 한 중학교의 교장은 “교사라는 직업상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 자신을 그 상황에 대입시키는 성향이 있다”면서 “이런 가정에 깊이 빠져 중간고사를 앞두고 문제 출제에 어려움을 겪거나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등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호소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전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이 우울해하거나 불안감을 느낄 경우, 학생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도 교사들의 정서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현재 단원고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선 상담교사가 동료 교사를 상담해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상담교사는 “참사 이후 많은 교사가 ‘내가 웃어도 되나, 내가 맛있는 것을 먹어도 되나’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다”면서 “선생님의 심신이 건강해야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안전교육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4년제 국립대 성악과를 다니던 황소희 씨(21)는 올해 대경대 분장예술과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러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왠지 모르게 무대 뒤에서 분장을 하는 일에 더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황 씨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만큼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아 성악과 분장을 넘나드는 멀티 예술문화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경희대 한의대를 나와 한의사가 된 정아름 씨(26)는 올해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다시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간직했던 피아노 연주자라는 꿈을 위해 주중에는 대학생으로, 주말에는 한의사로 뛰고 있다.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뒤에 평소 바라던 꿈을 찾기 위해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는 ‘U턴 입학생’이 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27일 발표한 2014학년도 전문대 입시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 4984명이 올해 전문대에 지원해 1283명이 신입생이 됐다. 현직 고교 교사인 이화신 씨(57)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복지에 대한 관심이 생겨 전북과학대 복지계열에 입학했다. 이 씨는 사회복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워서 퇴직 후 교육현장에 접목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전문대협의회 관계자는 “교대 졸업생이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거나, 영어교사가 부동산과에 입학하는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4년제 대학을 마치고 전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1000여 명이 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능력을 갖춰 취업을 하겠다는 판단에 따라 어린 학생들이 전문대의 특성화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재중동포 어머니를 둔 김승환(19), 근형(16) 형제는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한국에서 검정고시를 치른 뒤 마산대 의료관광중국어과에 입학했다. 근형 군은 이 학교 최연소 입학생이다. 세쌍둥이인 유기룡, 기창, 기원(19) 형제는 원광보건대 특전부사관과에 나란히 입학해 직업군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부의 대학 정원 감축이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의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가 2500억 원을 내걸고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특성화사업에 지방대들이 사활을 걸면서 최대 10%의 정원 감축까지 불사하겠다는 곳도 있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교육부에 특성화사업 지원 계획서와 함께 정원 감축 규모를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가 2월 발표한 특성화사업 선정 기준에 따르면 2014년에 비해 2015∼2017년 정원을 △10% 이상 줄이면 5점 △7∼10% 미만은 4점 △4∼7% 미만은 3점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은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갈려 가산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27일 현재 각 대학이 내부적으로 세운 정원 감축 규모를 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줄이지 않기로 했다. 동국대 이화여대 등도 감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희대 단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등 나머지 수도권 사립대는 대부분 가산점을 받기 위한 최소 요건인 4% 감축을 검토 중이다. 반면 지방대는 대부분 7% 또는 10% 감축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방 국립대 가운데 강원대와 부산대는 7%, 충북대와 충남대는 10% 감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재정 지원에 사활을 거는 지방 사립대는 상당수가 10% 감축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충남 지역의 한 사립대 총장은 “1점 차면 당락이 바뀔 수 있어 막판까지 7%와 10% 중에서 고심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돈줄을 쥐고 대학들을 출혈 경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대와 지방대의 감축 규모가 격차를 보임에 따라 대학구조개혁이 본격화하면 몰락하는 지방대가 상당수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가에서는 특히 부실대학일수록 정원 감축의 칼날을 피해간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된 학교들은 특성화사업을 비롯한 정부예산 지원사업에 아예 지원할 수 없어서 정원 감축을 논의조차 하지 않는 허점이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세월호와 관련된 자극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져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아이들에게 사건과 관련된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도록 권고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A초등학교 6학년의 한 교사는 최근 학생들에게 세월호에 대한 뉴스를 보고 느낀 점을 써오라는 숙제를 냈다. 자녀의 숙제를 받아든 학부모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가급적 집에서는 텔레비전을 틀지 않고 있는데 난감하다”면서 “좋은 취지로 숙제를 냈겠지만 예민한 아이들에게 감상문을 써오라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취소한다는 계획을 설명하면서 세월호 사고 영상을 보여줬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았다. 배가 침몰하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집에 와서 부모에게 “배를 타면 죽는 거야?”, “경찰 아저씨는 아무도 못 구하는 사람이야?” 같은 질문을 했던 것. 이 유치원 관계자는 “안전교육 차원에서 10분 정도 보여주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윤모 씨는 아이가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어른들 때문에 애들이 다 죽었다. 공부를 해서 이민을 가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는 사회 시간에 정부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같은 조 아이들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일부 사례이지만 세월호 사건이 워낙 큰 참사인 만큼 앞으로도 학교에서 이에 대한 교육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형 참사에 대한 교육 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중학교 교사 정모 씨는 “사건 이후 아이들이 불쑥불쑥 세월호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데 솔직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전문적인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재난·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앞으로 대학들은 구조조정이나 정원 감축 등의 특별한 사유가 아닐 경우 한 번 발표한 대입전형계획을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대입전형계획 변경 요건을 제한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 시행령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학교협의체가 정하는 대입전형 기본사항과 각 대학이 정하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공표된 뒤에는 변경할 수 없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단, 예외적으로 △관련 법령의 제정·개정이나 폐지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 △대입전형 기본사항의 변경 △학생정원 감축, 학과 폐지,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처분 △다른 법령에서 시행계획 변경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시행령은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함께 30일부터 시행된다. 고등교육법은 입학연도 3월 1일을 기준으로 학교협의체는 2년 6개월 전에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각 대학은 1년 10개월 전에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201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외국에서 초중등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결혼 이주민을 정원 외 특별전형 대상에 넣기로 했다. 또 일반 고교나 평생학습시설에서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들도 재직자 특별전형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여고 2학년 A 양은 과학고를 거쳐 의대에 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언니를 늘 동경해왔다. A 양 역시 중학교 때는 성적이 좋았지만 원하던 외고에 떨어진 뒤 조울증이 왔다. 고교 1학년 학교생활기록부는 출석보다 결석 기록이 더 많았다. A 양이 두 달가량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던 중 의사는 A 양의 어머니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자녀를 우등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A 양 어머니의 강박증이 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것. 서울대 출신인 남편에 비해 중상위권 대학을 나온 자신을 ‘루저’라고 규정하는 어머니의 부정적인 자아가 문제였다. 자매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짜놓은 혹독한 틀을 따라왔고,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낙오자가 된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의 강박감에 짓눌린 아이들 사회는 급속하게 변하지만 사농공상(士農工商)에서 비롯한 뿌리 깊은 직업 귀천의식 때문에 모두가 획일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는 아이는 부적응자나 이단아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교육 현실이 아직까지 산업화 모형에 머물러 있고 재단된 결과를 추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학교라는 교육제도가 요구하는 능력만을 부여하고 개개인을 붕어빵처럼 찍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남들이 가는 길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밟아야 하는 길은 무한대로 늘고 있다. 부모들은 지역 학년 교육관에 따라 수십 개의 공식을 정해 놓고 아이를 어느 길로 밀어붙일지 저울질한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에 사는 학부모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 태권도, 영어 3종 세트를 시키고→S나 Y 사립초에 보내고→공립 중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4, 5학년 때 공립 초등학교로 전학을 시키고→특목고가 안 되면 최소한 일반고 중 Y고 이상에 배정받도록 하고→그 이하 고교에 배정 받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한다’는 식의 시나리오를 세워 놓는 이들이 많다. 특히 30, 40대 학부모 가운데 자신의 부모 세대의 교육열을 등에 업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일수록 자녀들을 공식대로 키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입시 컨설턴트들은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종의 부모가 자녀를 특목고나 상위권 대학에 보내겠다는 집착이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이 누려본 것을 자녀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 자신의 지위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자녀를 그 이상으로 밀어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뒤섞여 아이를 몰아붙인다는 말이다. 서울 한양초등학교 이인순 교사는 “부모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아이들 가운데 과도한 학원 부담 때문에 틱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부모가 모든 계획을 짜서 자녀를 학교 행사, 경시대회, 학원마다 빠짐없이 끌고 다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런 아이들을 보면 자기주도성이나 시간관리 능력이 떨어지고 매사에 힘들어한다. 적어도 초등학교 때에는 학원을 끊거나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가 아이를 분리해야 자녀가 어릴 때는 이런 틀에 박힌 교육을 멀리하던 학부모도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변의 말에 흔들리고 젖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자녀의 성적에 따라 자신의 지위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동조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윤동수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는 “학부모 상담을 해보면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학부모가 사교육 정보에 노출되는 것을 보고 자기 자녀도 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자기와 같은 급이라고 생각했던 학부모가 자녀의 성적이 오르면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틀에 박힌 교육 풍토를 바꾸려면 부모가 자녀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안경식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미 학부모가 틀에 맞춰 살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녀도 그런 식으로 키우는 것이 잘못됐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다”면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인데 부모가 아이를 위한답시고 관리를 한다면 결국 그 아이는 남의 인생을 살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최근 범람하는 학부모 교육들이 입시정보 위주 교육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부모가 자녀의 삶을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꿈이 있는 아이들을 만들려면 앞으로 직업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자녀의 인생이 단기간에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물질적인 부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자녀의 진로를 폐쇄적으로 이끈다면 불행한 아이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대에는 특정 직업이면 무조건 돈을 많이 벌거나 정년퇴임을 보장받는 식의 사회가 아니다. 직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신종호 교수는 “대학에 가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닌데 한국 부모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자녀의 인생에 승부를 내려고 한다”면서 “자녀가 30대나 40대에 진정 행복할 수 있도록 긴 안목에서 아이의 인생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희균 foryou@donga.com·전주영 기자}
박모 군(17)은 초등학교 때 쉬는 시간에 학교를 빠져나와 몇 시간씩 PC방에 파묻힐 정도로 심각한 게임 중독에 빠졌다. 상담도, 치료도 소용이 없자 부모는 극약 처방을 썼다.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호주의 시골 학교로 박 군을 조기유학 보낸 것. 유학 5년 차인 박 군은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 공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에서 수시로 학생들의 성격, 특성, 과목별 성취도를 검사하고, 이 자료를 누적해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박 군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발견한 덕분이다. 학교가 학생마다 개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개인의 소질을 발견하는 데 힘을 쏟고, 원하는 분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했기에 박 군은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다. 박 군이 한국에 있었다면 ‘공부 못하는 문제아’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학교에서 적성과 특기를 찾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진로를 위해 학교가 직간접적으로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부모도 자녀가 ‘해볼 만하겠다, 좋아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도 최근 진로교육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중학교 1학년 때 직업 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자유학기제가 대표 정책이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쉽게 접근할 수는 없다. 대신 정부기관이나 사교육업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테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커리어넷 사이트(www.career.go.kr)는 다양한 검사를 무료로 지원한다. 심리검사는 직업적성검사, 직업흥미검사, 직업가치관검사, 진로성숙도검사로 세분화돼 있다. 진로탐색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중고교생별로 자기 이해 및 관심 직업을 알아볼 수 있다. 교육부와 직능원이 2001년부터 만들어온 ‘미래의 직업세계’도 참조할 만하다. 2011년 ‘직업편’이 업데이트된 데 이어 1월에 ‘학과’편 최신판이 나왔다. 전자책으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제작한 ‘e-진로채널’도 흥미롭다. 진로에 대한 동영상 200여 편이 진로 설계의 중요성과 여러 직업 현장의 얘기를 생생하게 알려준다. 인터넷 사이트(www.jinrojinhak.com)와 모바일 앱(진로채널)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주부 A 씨는 지난달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이 오른팔에 ‘선거’라는 완장을 차고 집에 들어선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 아이는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다짜고짜 종이학을 수십 마리 접더니 일일이 ‘○○○은 우리 반을 가장 잘 이끌 인재입니다’라고 썼다. 아들은 반장 선거 후보 3명 중 한 명의 선거 운동원이 됐다고 했다. 그 후보의 엄마는 날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면서 누구는 등굣길에 피켓을 만들어 흔들고, 누구는 종이학을 접어 날리고, 누구는 홍보 전단을 나눠 주도록 시키는 모양이었다. 아들에게 “○○○이랑 친하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후보마다 선거 운동원 무리가 갈리기 때문에 어딘가에 끼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대한민국에서 초중고교를 다녀본 이라면 누구나 당연한 존재로 여기는 반장. 그런데 얼마 전 외국에서 몇 년 머물다 돌아온 초등학교 선생님을 만났다가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외국 학교에는 대부분 우리와 같은 반장 제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반장의 유래가 궁금해져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예전에 교육기관에서 교실을 한 단위로 하는 반을 대표하여 일을 맡아보던 학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왜 과거형일까? 교육학 교수에게 물었더니 이런 설명이 돌아왔다. 영국에서 산업혁명 당시 갑자기 수많은 아이들이 학교로 몰리자 한 반에 대규모 아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나온 제도라고 했다. 교사 한 명이 나이도 수준도 제각각인 수백 명을 감당할 수 없어서 우수한 아이를 골라 보조교사로 삼는 방식이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고, 나이가 같은 아이들이 한 반을 이루면서 이런 제도는 자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급장에서 비롯된 제도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옛날에는 교사가 성적이 좋은 학생을 임명했지만, 1980년 문교부가 학도호국단 간부를 선거제로 바꾸면서 반장도 선거제로 바꾼 정도가 달라진 점이랄까. 요즘은 반장 대신 학급회의를 이끈다는 의미에서 회장을 두거나, 학급 도우미라는 용어를 쓰는 학교도 있다. 이름은 바뀌어도 반장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장이 하는 일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칠판에 떠든 사람 이름 적기’를 떠올리는 것처럼 대체로 급우를 통제하는 역할이다. 초중학교 반장들을 대상으로 ‘반장의 역할’에 대해 연구한 논문들을 모아 보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주로 통제, 감독, 담임 보조, 질서 유지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각종 입시에서 반장 경력이 있으면 리더십전형 지원 자격을 주거나, 친화력이나 봉사정신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 이런 능력을 기대했기 때문일까. 앞서 말한 선생님은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반장을 없애보려 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했다. 반장 경력이 사라지면 다른 학교에 비해 스펙 쌓기에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반장이 없으면 급식이나 교통지도를 맡아 줄 이른바 ‘임원 엄마’까지 사라질까 봐 우려하는 교사도 일부 있다고 했다. 신학기만 되면 과열 반장 선거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주로 성적이나 가정환경에 따라 아이들의 지위가 갈리는 것이 교육적인지도 의문이다. 민주적인 학급회의 운영이 필요하다면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 것이 훨씬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리더십을 발현할 장이 필요하다면 저마다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모임을 꾸리도록 도우면 될 일이다. 한 반 학생이 20∼30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과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반장 제도가 유지돼야 하는지 고민해볼 때가 됐다.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학교 인근 관광호텔 설립 허가와 관련해 교육 당국이 호텔 종류에 따라 일부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 인근 호텔에 대한 유해성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호텔을 학교 담장 반경 200m 이내에 들어설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관광진흥법에 규정된 호텔의 종류에 따라 관광호텔이나 가족호텔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되, 유흥시설이 없는 호텔에 한정해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관광진흥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 현재 국회에 계류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호텔 종류와 상관없이 유흥주점, 도박장, 당구장 같은 유흥시설이 없으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금지시설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해시설이 없는 일부 호텔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서울 풍문여고 옆에 설립을 추진 중인 호텔도 유흥시설이 없다는 조건하에서 설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고교 교사들이 정부의 졸속적인 대학 입시 정책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고교 진학지도 및 입시정책 연구 교사들의 모임인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A, B형으로 나뉜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 1년 만에 폐지되고, 수능 영어를 대체하겠다며 추진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무산된 것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고 3일 밝혔다. 교사연대는 7일부터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10만 명 서명운동(우편과 거리 서명)을 벌여 이를 모아 21일경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국민감사는 19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청구할 수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서울을 시작으로 17개 시도 교육청이 속속 2015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일반고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의 입시 틀을 바꿈에 따라 올해 고교 입시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자사고 입시가 시도별로 다르고, 올해 입시부터 중학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적용됨에 따라 교육 당국의 의도와 달리 자사고 입시 준비는 더 까다로워졌다. ○ 시도마다 다른 자사고 입시 지난 정부가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만든 자사고는 지원 자격에 성적 제한을 두어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부가 평준화 지역의 모든 자사고 입시에 성적 제한을 없애고 전면 추첨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혼란이 일었다. 반대 여론이 커지자 교육부는 두 달 만에 서울에 대해서만 추첨제를 도입하되 학교에 면접 권한을 주기로 입시안을 바꿨다. 나머지 시도는 내신 성적 제한을 유지하되 원하는 곳은 서울처럼 추첨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예상대로 올해 대부분 시도가 내신 성적 제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반영 비율과 방식은 각기 다르다. 광주는 상위 30%, 전북은 50% 이내가 지원할 수 있다. 경기 부산 대구 등은 2단계에서도 내신을 반영한다. 서울의 경우 기존에 내신 50%로 제한했던 지원 자격이 사라진다. 대신 1단계에서 입학 정원의 1.5배를 뽑은 뒤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내신 절대평가로 더 복잡해진 입시 서울 지역 자사고가 사실상 선발권을 갖게 된 가운데 올해 입시부터 내신 반영 방식이 바뀐 것이 입시 판도의 변수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내신을 상대평가로 반영했지만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반영한다. A∼F의 6등급으로 나누는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학교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중학교 2학년 학생 가운데 영어 내신 A등급(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만 명이 넘을 정도로 내신 인플레가 생긴 상황. 내신을 반영하는 시도에서는 자사고 모집 정원보다 A등급을 받은 학생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다른 요소의 평가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오히려 자사고 입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는 예년 경쟁률이 1.5 대 1이 넘는 학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1단계에서 1.5배수를 추첨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내신 50% 이내에만 들면 추첨에 운을 맡겼지만, 이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를 해야 하므로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는 것이다. 광주와 전북은 2단계에서 추첨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 시도 학생들은 주요 과목의 내신 A등급 확보는 기본이고, 다른 전형 요소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올해부터 서류와 면접 평가가 처음 들어가기 때문에 비교과 영역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특히 교내 수상 실적이 인정되므로 학교 입장에서는 더 우수한 학생을 골라 뽑을 수 있는 여지가 커졌고 학생 입장에서는 입시 준비가 복잡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 입시안 바뀌는 것도 불안 요소 일반고 강화 방안의 나비효과로 자사고 입시가 더 꼬였다는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언제 또 입시안이 바뀔지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시도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자사고 지원 자격이나 선발 방식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광주의 경우 장휘국 교육감의 지시로 자사고 입학 지원 시 성적 제한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송원고와 숭덕고는 중학교 내신 상위 30%의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부터 교육청이 이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학교들은 자사고 운영 취지를 훼손하는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서울 지역 자사고 입시안이 오히려 귀족학교를 만들 우려가 있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A자사고 교장은 “올해 교육감 선거 결과에 따라 자사고 입시가 또 흔들리지 않겠느냐”면서 “입시가 자꾸 바뀌는 것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울 B자사고 교장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해 보면 또 이런저런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여론에 따라 입시안이 이리저리 바뀔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고교를 만들겠다며 도입한 자사고가 일반고 강화 및 사교육 감소 정책과 뒤섞이면서 현장을 힘들게 만드는 방향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