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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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문화 일반40%
음악30%
인사일반17%
문학/출판13%
  • “김지하,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야”

    “지하 선배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야 합니다.”(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올해 5월 세상을 떠난 김지하 시인(1941∼2022·사진)의 벗들이 엮은 추모문집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을 열다’(모시는사람들) 출간 기자간담회가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20일 열렸다. 이날 간담회엔 유 전 청장을 비롯해 이부영 전 국회의원,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 임진택 연극연출가 등 시인과 오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참석했다. 추모문집은 고인의 49재 추모문화제에서 벗들이 낭독한 추모문과 이후 발표된 시인과 관련된 글을 모았다. 고인과의 추억을 회고하거나 고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고인이 나온 서울 중동고와 서울대 미학과 후배인 유 전 청장은 “지하 선배는 우리나라에 문화운동을 심은 1세대이자 생명운동의 대가”라며 “MZ세대는 물론이고 40, 50대인 X세대조차 고인의 참모습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경찰에게 맞아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한 일간지에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 칼럼을 기고한 것에 대해서는 이제 묻고 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고인이 말년에 어깃장을 부려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지만 모두 그가 치열하게 산 결과물”이라고 했다. 송 이사장은 “한때 그가 미워서 찾지 않은 적도 있지만 이제 다 잊으려 한다”며 “고인이 저승에서 허허 웃기를 바란다”고 했다. 추모문집 발간에 참여한 이들은 내년 5월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추모 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고인의 시와 생명사상에 대한 연구를 다룰 계획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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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질 결심’에 스며든 ‘안개’처럼… 영화인에 영감주고 싶다”

    “저를 서울로 데려다주시겠어요?”(하인숙) 안개가 짙게 깔린 무진의 밤. 서울 소재 제약회사 상무 윤기준(신성일)은 무진중학교 음악교사 하인숙(윤정희)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윤기준은 서울에 있는 아내 때문에 하인숙에게 다가가기를 망설인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듯 안개 속 둘의 대화는 공허하게 울린다. 윤기준이 도망치듯 무진을 떠나는 장면에서 노래 ‘안개’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김수용 감독(93)이 1967년 연출한 영화 ‘안개’다. 김승옥 작가(81)가 1964년 발표한 단편소설 ‘무진기행’이 원작이며 각색도 김 작가가 했다. 김 작가의 첫 시나리오 작업으로, 영화는 서울에서만 15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계기로 ‘영화인 김승옥’이 재조명받고 있다. ‘안개’의 무진처럼 ‘헤어질 결심’도 안개가 가득한 바닷가 소도시 이포가 배경이다. 정훈희가 부른 노래 ‘안개’는 ‘헤어질 결심’에 나와 다시 화제가 됐다. 영화 말미에는 ‘안개’를 1975년 리메이크한 송창식이 정훈희와 함께 부른 ‘안개’가 흘러나와 감탄을 자아냈다. 김 작가의 각본집 ‘안개’, ‘도시로 간 처녀’(스타북스)가 10일 출간됐다. 2003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 작가는 말하기가 수월하진 않지만 글과 말로 일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최근 허리 수술을 받고 집에서 치료 중인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각본집을 낸 이유가 궁금하다. “올해는 단편소설 ‘생명연습’(1962년)으로 등단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이를 아는 스타북스 대표가 출판하고 싶다고 했고 의미가 있겠다 싶어 수락했다.” ―‘영화인 김승옥’은 요즘 세대에겐 낯설다. “서울대 불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0년대, 유럽을 강타한 영화 사조 ‘누벨바그’(새로운 물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소설가 김동인(1900∼1951)의 ‘감자’를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1968년 상영했다. 같은 해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1934∼2022)의 소설 ‘장군의 수염’을 각색한 동명의 영화로 대종상 각본상을 받았다.” ―소설가로서 영화 작업이 부담되지 않았나. “각색한 작품들 상당수는 문학이 원작이다. 소설을 쓰지 않는 동안에도 ‘문학의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영화인이 되고 싶은 젊은이가 내 각본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바탕으로 영화 ‘안개’ 각본을 썼다. “각색은 감독의 요구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이 원하는 쪽으로 작업했다.” ―‘헤어질 결심’을 계기로 영화 ‘안개’도 주목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노래 ‘안개’가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가 됐다”고 말했다. “노래 ‘안개’와 관련해 선명한 기억이 있다. 당시 작곡가 이봉조 선생(1931∼1987)이 곡을 만든 뒤 색소폰 연주를 전화로 거듭 들려줬다. 곡을 들으며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가사를 썼다. 발표된 노래를 보니 제가 작사한 원문을 약간 손질했더라.”(※‘안개’ 작사가는 박현으로 나온다. 김 작가는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1981년 각본을 쓴 영화 ‘도시로 간 처녀’도 각본집을 출간했다. “버스 회사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바로잡으려는 버스 안내양의 분투를 그린 영화다. 원작 없이 바로 시나리오를 썼다. 수시로 버스 회사에 가서 살피고 종일 버스에 앉아 운전기사와 안내양을 관찰했다.” ―각본집을 계속 펴낼 계획인가. “집필한 각본 16편을 모두 출판하고 싶다. 내가 각본을 쓰고, 배우 윤여정(75)이 주연한 영화 ‘충녀’(1972년) 각본을 특히 펴내고 싶다.” ―집필 중인 작품이 있는가. “건강 때문에 소설이나 시를 쓰는 게 쉽지 않다. 지인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데 몸이 회복되면 개인전을 열고 싶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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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영화 각각의 생명력 있어”…‘헤어질 결심’ 모티브 ‘안개’ 각본집 펴낸 김승옥

    “저를 서울로 데려다 주시겠어요?”(하인숙) 안개가 짙게 깔린 어두운 ‘무진’의 밤. 서울 소재 제약회사 상무 윤기준(신성일)은 무진중 음악교사 하인숙(윤정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윤기준은 서울에 있는 아내 때문에 하인숙에게 다가가기를 망설인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듯 안개 속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공허하게 울린다. 윤기준이 명확한 약속 없이 도망치듯 무진을 떠나는 장면이 나오며 노래 ‘안개’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김수용 감독(93)이 1967년 연출한 영화 ‘안개’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김승옥 작가(81)가 1964년 발표한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한다. 각색 역시 김 작가가 맡았다. 소설가로 활동하던 김 작가가 처음 했던 시나리오 작업이었지만 13만 명의 관객을 끌었다. 최근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을 계기로 ‘영화인 김승옥’이 재조명 받고 있다. 영화 ‘안개’와 ‘헤어질 결심’ 모두 유부남이 우연히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안개’의 무진처럼 ‘헤어질 결심’은 안개가 가득한 바닷가 소도시 이포가 배경이다. 노래 ‘안개’는 ‘헤어질 결심’에 나온다. 이같은 상황 속에 10일 그의 각본집 ‘안개’ ‘도시로 간 처녀’(스타북스)가 출간됐다. 허리 수술을 받고 재택 치료 중인 김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각본집을 펴낸 이유가 뭔가. “올해는 단편소설 ‘생명연습’(1962)으로 문단에 나온 지 60년이 되는 해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스타북스 대표가 그동안 출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의미가 있겠다 싶어 수락했다.”―‘영화인 김승옥’이 요즘 세대에겐 낯설다. “서울대 불문학과 재학 중인 1960년대 유럽을 강타한 영화 사조 ‘누벨바그’(새로운 물결)가 불었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안개’ 외에도 영화작업이 많다. 소설가 김동인(1925~1951)의 소설 ‘감자’를 각색,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1968년 발표했다. 같은 해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1934~2022)의 소설 ‘장군의 수염’을 각색한 동명의 영화로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소설가로서 영화작업이 부담되지 않았나. “소설이나 영화나 내게 별 차이가 없다. 어떤 이는 영화가 ‘아픈 손가락’이 아니냐고 묻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각색한 작품들 상당수가 문학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을 쓰지 않는 동안에도 ‘문학의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영화인의 길로 들어서고 싶은 젊은이가 내 각본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단편소설 ‘무진기행’을 바탕으로 영화 ‘안개’ 각본을 썼다.“각색은 감독이 만들고자 하는 요구에 충실한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감독이 원하는 쪽으로 작업했다.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각자의 생명력을 갖고 독자나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헤어질 결심’을 계기로 영화 ‘안개’가 언급되는데. “영화 ‘안개’가 ‘헤어질 결심’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노래 ‘안개’에 관련해서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당시 작곡가 이봉조(1931~1987) 선생이 작곡한 곡을 전화로 색소폰 연주로 거듭 들려줬다. 곡을 들으면서 나는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열심히 작사했다. 그런데 발표된 노래를 들어 보니 제가 작사한 원문에 약간 손질을 했더라.”―1981년 각본을 쓴 영화 ‘도시로 간 처녀’도 출간했다. “버스회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부조리를 고쳐보려는 버스안내양의 분투를 그린 영화다. 상영 6일 만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운전기사와 버스안내양의 명예를 손상했다며 상영중지를 요청했다. 반발은 예상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제작사가 자진해서 상영을 중단했고 내용을 손봐 2개월 후에 다시 상영했다.”―‘도시로 간 처녀’는 원작 없이 바로 시나리오를 썼는데.“수시로 버스회사에 가서 분위기 파악도 하고 어떤 날은 종일 버스에 앉아 운전기사와 안내양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안내양과 대화하면서 실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도 집필에 도움이 됐다.”―앞으로도 각본집을 계속 펴낼 계획인가. “내가 집필한 각본 16편을 모두 출판하고 싶다. 내가 각본을 쓰고, 배우 윤여정(75)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충녀’(1972) 각본을 특히 펴내고 싶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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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책들 사이 돋보이는 담백함[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책장을 열었는데 목차가 없다. 요즘 책이라면 흔히 실을 만한 화려한 사진이나 삽화도 없다. 작가를 홍보할 만한 그럴듯한 소개, 작품을 예찬하는 평론도 한 줄 없다. 책 안엔 하나의 주제에 담은 에세이 1편과 단편소설 3편만 있다. 촌스러워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간다. ‘긋닛’은 출판사 이음이 이달 1일 창간한 문학잡지다. ‘긋닛’은 ‘끊다’의 옛말인 ‘긋다’와 ‘잇다’의 옛말인 ‘닛다’를 합쳤다고 한다. 전력 질주하는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나아갈 길을 고민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해마다 네 차례 발간하고, 한 권당 소설 3편과 에세이를 1편씩 싣는다. 문학이 대중과 멀어졌다는 비판이 어느 때보다 심해서일까. ‘긋닛’엔 사회 현안을 주제로 쓴 작품을 담았다.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6일 간담회에서 긋닛 편집위원인 김태용 소설가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시대의 단면, 시대의 문제의식을 일상의 이야기로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며 “사회가 함께 고민해나갈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소설을 소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뜻에서 ‘긋닛 1호: 비대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시작된 화두인 ‘비대면’을 담았다. 전치형 KAIST 교수는 에세이 ‘비대면의 방법들’에서 택배기사와 만나지 않고, 화상회의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시대에 대해 깊게 고찰한다. 소설가 구병모는 단편소설 ‘있을 법한 모든 것’에 비대면 관계에서 벌어질법한 사랑 이야기를 상상했다. 단편소설 이상우의 ‘졸려요 자기’, 정용준의 ‘일요일 아침’도 비대면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풍경을 다양하게 다룬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작품 외엔 볼만한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진과 도판이 다양하게 담긴 화려한 책이 많은데, 이 문학잡지는 디자인에 무신경하단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글 외엔 도망갈 곳 없는 책이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글에만 집중해서 책을 읽어내려 간 것이 언제인가 싶었다. 책은 124쪽에 불과하지만 담긴 글의 양만 따지면 요즘 나오는 다른 책보다 적지 않을 듯했다. 영상이 아닌 책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는 적합한 편집 방법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긋닛’은 기후위기(2호), 노동(3호), 지방소멸(4호), 빚(5호)처럼 요즘 독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꾸준히 다룰 예정이다. “수요가 있을지,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긋닛 편집위원인 소설가 우다영의 말처럼 이 문학잡지가 많이 팔릴지 확신은 하지 못하겠다. 다만 화려한 장식을 앞세운 잡지가 넘쳐나는 시대, 이 소박한 문학잡지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출판계엔 의미심장한 사건이 될 것 같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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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어린이 책]이번 크리스마스엔 흰 눈을 선물로 주세요

    “눈이 안 오면 크리스마스의 마법도 안 일어날 텐데….” 설레는 크리스마스이브, 소녀 뤼시는 시무룩하다. 뤼시는 창가에 붙어 서서 눈이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눈이 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잔뜩 실망한 뤼시에게 대모(代母)의 선물이 도착한다. 엄마는 스노볼을 갖고 놀라며 뤼시를 달래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뤼시에겐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잠들기 전 기적이 찾아온다. 침대에 누워 호기심에 스노볼을 살짝 흔들었는데 갑자기 깃털처럼 가벼운 눈이 뤼시의 뺨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행운처럼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마법에 신난 뤼시는 눈사람을 만들러 뛰어나간다. 벨기에 그림책 작가인 저자는 눈이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책에 쓴 색은 검정, 하양, 빨강 세 가지뿐. 그럼에도 화려한 장식이 달린 크리스마스트리와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크리스마스에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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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슬픔 담은 응모작들, 희망의 끈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경기 불황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의 여파인지 삶의 고달픔과 슬픔을 담은 응모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련의 위기에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하는 응모자들의 의지가 돋보였다.”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힘들었던 2022년의 심리가 응모작에 많이 반영됐다고 총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년 가까이 이어졌고, 다사다난한 사건이 여럿 발생한 영향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학을 등불 삼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긍정적인 작품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9개 모집 부문에 걸쳐 응모작은 총 6970편이다. 삶의 고통을 문학이 지닌 힘에 기대 극복하려는 열망이 반영됐는지 응모작은 지난해보다 816편이 늘어났다. 세부적으로는 중편소설 236편과 단편소설 685편, 시 5064편, 시조 529편, 희곡 75편, 동화 275편, 시나리오 48편, 문학평론 27편, 영화평론 31편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중편소설 백가흠 정한아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 △단편소설 김성중 김금희 손보미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 서효인 오은 시인 △시나리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였다. 중편소설 부문은 공상과학(SF) 장르의 작품이 많았다. 최근 문학·출판계의 흐름을 반영한 현상으로 신춘문예 응모작이 다양한 방식으로 폭넓어지는 모양새다. 정한아 소설가는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달한 미래, 실존 인물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만든 가상 인간인 ‘버추얼 휴먼’이 등장하는 소설들이 눈에 띄었다”며 “바이러스와 전염병이 창궐하는 미래를 그린 작품처럼 팬데믹 현상을 심도 있게 해석한 SF 작품도 있었다”고 전했다. 단편소설 부문에선 현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이 두드러졌다.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이나 오토바이를 몰며 배달 다니는 노동자 등 힘겨운 삶의 자락을 다룬 작품이 상당했다. 김성중 소설가는 “‘갓생’(God+生·훌륭한 인생)으로 성실하게 지내다가 ‘번아웃’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청년의 자화상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띄었다”며 “혼란스러운 사건들이 많았던 올해의 사회적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 부문에서는 재난 상황이 배경인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은유적으로 다루거나, 가상의 재난을 가정해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도 있었다. 오은 시인은 “재난을 주관적 감정이 아닌 객관적 시각에서 보여주려는 시도를 담은 시들이 많았다”며 “현실 문제를 가상에서 다뤄 문학적 효과를 극대화하려 노력한 실험적 작품들에 눈길이 갔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부문은 ‘대체역사’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졌다. 응모자들은 ‘만약 역사가 기존 사실과 다르게 전개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가정 아래 흥미로운 상상력을 펼쳐냈다. 조정준 대표는 “이 밖에도 가족의 해체나 청년의 방황을 담은 작품들도 인상적”이라며 “소재가 이색적이면서도 작품성이 탄탄한 응모작이 많아 어떤 당선작이 나올지 기대된다”고 했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11편(11명) △단편소설 13편(13명) △시 65편(12명) △시나리오 8편(8명)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에서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에게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2일자 지면에 소개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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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에도 끝까지 포기 안해”…‘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현장

    “경기 불황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의 영향인지 삶의 고달픔과 슬픔을 담은 응모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하는 응모자들의 의지가 엿보였다.”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3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총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3년 가까이 이어졌고, 안타깝고 답답한 사건들이 이어진 탓인지 힘든 한 해의 심리가 응모작들에 반영됐다. 하지만 문학을 등불 삼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긍정적인 작품들도 많았다. 올해 9개 모집 부문에 걸쳐 응모작은 총 6970편이다. 인생의 고통을 문학의 힘에 기대 극복하려는 열망 때문인지 응모작은 지난해 6154편 보다 816편이 늘어났다. 세부적으로는 중편소설 236편, 단편소설 685편, 시 5064편, 시조 529편, 희곡 75편, 동화 275편, 시나리오 48편, 문학평론 27편, 영화평론 31편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중편소설 백가흠 정한아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 △단편소설 김성중 김금희 손보미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 서효인 오은 시인 △시나리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로 구성됐다. 중편소설 부문에서는 공상과학(SF) 분야 작품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최근 문학·출판계 흐름을 반영한 현상으로 신춘문예 응모작의 장르가 폭넓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한아 소설가는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달한 미래, 실존 인물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만든 가상의 인간인 ‘버추얼 휴먼’이 등장하는 소설이 눈에 띄었다”며 “바이러스와 전염병이 창궐하는 미래를 그린 작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좀 더 심도 있게 해석한 SF 작품도 있었다”고 했다.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현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이 두드러졌다.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을 그리거나 오토바이를 끌고 배달을 다니는 노동자를 다루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김성중 소설가는 “‘갓생’(신의 경지에 이를 만큼 모범적으로 산다는 뜻)으로 성실하게 지내다가 ‘번아웃’(신체적 정신적 탈진)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청년의 자화상을 담은 작품도 있었다”며 “혼란스러운 사건이 많았던 올해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 부문에서는 재난 상황이 배경인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은유적으로 다루거나, 가상의 재난을 가정해 상상한 작품도 있었다. 오은 시인은 “재난을 주관적인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여주려는 시도가 많았다”며 “현실 문제를 가상에서 다뤄 문학적 효과를 극대화하려 노력한 실험적 작품에 눈길이 갔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대체역사 장르의 작품이 많았다. 응모자들은 ‘만약 역사가 기존 사실과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전제 아래 갖은 상상력을 펼쳤다.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는 “가족의 해체, 청년의 방황을 담은 작품도 있었다”며 “소재가 이색적이면서도 작품성이 탄탄한 응모작이 많아 당선작이 기대된다”고 했다. 예심 결과 중편소설 11편(11명)을 비롯해 단편소설 13편(13명), 시 65편(12명), 시나리오 8편(8명)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으로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에게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2일자 지면에 소개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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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진정 소중한 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아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에이해브 선장은 흰 고래를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 세찬 파도를 넘고, 해파리가 우글거리는 바다를 건넌다. 끝없는 안개에 갇혀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나는 언제나 커다란 흰 고래를 찾았어.” 어느 날 에이해브는 길을 잃는다. 그는 자신이 왜 여행을 시작했는지 잊어버린다. 이름조차 까먹는다. 겨우 집으로 돌아온 에이해브. 그 앞에 거대한 흰 고래가 등장한다. 에이해브는 이 광경을 보고 속삭인다. “바다는 신비야.” 이 책은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1819∼1891)의 소설 ‘모비딕’을 모티브로 삼았다. 한 선장이 세상 끝으로 항해해 커다란 빙하를 구경하고, 해골이 가득한 식인종의 섬에서 벌벌 떨며, 용암이 솟아오르는 화산을 탐험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백미는 에이해브 앞에 모습을 드러낸 흰 고래를 묘사한 그림. 어두운 바다 아래 거대한 흰 고래의 모습은 밤하늘을 밝히는 달처럼 아름답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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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는 건 그만두고 이젠 제대로 살아요

    미국 뉴저지주 버건카운티는 일요일만 되면 시내가 한적하다. 대부분의 대형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물론 빵집, 식료품점, 약국같이 필수품을 파는 가게는 문을 연다. 하지만 장난감, 옷, 프라이팬, 자동차를 사고 싶다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당연히 휴업이다. 버건카운티가 일요일만 되면 조용해지는 건 ‘파란색 법(Blue Law)’ 때문이다. 이 법은 영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 이민자가 안식일에 충분히 휴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상공인들은 24시간 영업하는 대형 상점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법을 지지했다. 오늘날 미국 대부분의 주는 이 법을 폐지했지만, 버건카운티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일요일에 쇼핑을 못 하지만 버건카운티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음식을 정성 들여 차려 먹는다. 라디오를 많이 듣고, 책을 자주 읽는다. 이웃과 수다를 떨다 낮잠을 자는 게 매주 일요일의 일상이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며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인생이 더 충만하다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저자는 소비에서 행복을 찾는 삶은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말한다. 쓸모없는 생산과 소비 때문에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현재 시스템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저자는 인간이 소비를 계속 늘린다면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인류 문명이 멸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현장을 답사하며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 나간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작은 마을 ‘덴구이’. 수렵 채집으로 살아가는 덴구이 주민은 일주일에 평균 32시간 일한다. 이에 비해 미국인은 일주일에 직장에서 평균 31시간 일하고 22시간 가사 노동을 한다. 덴구이 주민은 미국인보다 적게 일하고 덜 소유하려 한다. 덴구이 주민은 자신들의 삶을 ‘부유함 없는 풍요’라고 부른다. 소비에서 자유로운 생활 방식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왜 현대인은 소비를 포기하지 못할까. 저자는 미국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의 이론을 인용해 과시적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부(富)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소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베블런 효과’라는 것.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있다. 하지만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남과 비교하는 세태가 더 일하고, 더 소비하는 삶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소비를 줄이는 게 불가능할까.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에게 ‘경험’을 선사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미국 가계 지출은 20% 줄었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소비를 못 해 사람들이 불행해졌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최근엔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인 ‘디컨슈머’가 등장하고 있다. 재킷 한 벌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자원과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표시하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 같은 친환경 기업을 찾는 디컨슈머가 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코로나19를 거치며 덜 사고, 덜 쓰는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구를 대체할 만한 다른 행성을 찾지 못한 인류에게 살아남기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할 때가 벌써 닥친 것 아닐까. “사느냐(Buy), 사느냐(Live), 이것이 문제”라는 저자의 주장을 무시하기엔 마음껏 소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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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느냐(Buy), 사느냐(Live), 이것이 문제로다”

    미국 뉴저지 주 버건 카운티는 일요일만 되면 시내가 한적하다. 대부분의 대형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물론 빵집, 식료품점, 약국 같이 필수품을 파는 가게는 문을 연다. 하지만 장난감, 옷, 프라이팬, 자동차를 사고 싶다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당연히 휴업이다. 버건 카운티가 일요일만 되면 조용해지는 건 ‘파란색 법’(Blue Law) 때문이다. 이 법은 영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 이민자가 안식일에 충분히 휴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상공인들은 24시간 영업하는 대형 상점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법을 지지했다. 오늘날 미국 대부분의 주는 이 법을 폐지했지만, 버건 카운티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일요일에 쇼핑을 못하지만 버건 카운티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음식을 정성들여 차려먹는다. 라디오를 많이 듣고, 책을 자주 읽는다. 이웃과 수다를 떨다 낮잠을 자는 게 매주 일요일의 일상이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며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인생이 더 충만하다는 것이다. 신간 ‘디컨슈머’(문학동네)의 저자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찾는 삶은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말한다. 쓸모없는 생산과 소비 때문에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현재 시스템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저자는 인간이 소비를 계속 늘린다면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인류 문명이 멸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현장을 답사하며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 나간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작은 마을 ‘덴구이’. 수렵, 채집으로 살아가는 덴구이 주민은 일주일에 평균 32시간 일한다. 이에 비해 미국인은 일주일에 직장에서 평균 31시간 일하고 22시간 가사 노동을 한다. 덴구이 주민은 미국인보다 적게 일하고 덜 소유하려 한다. 덴구이 주민은 자신들의 삶을 ‘부유함 없는 풍요’라고 부른다. 소비에서 자유로운 생활방식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왜 현대인은 소비를 포기하지 못할까. 저자는 미국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의 이론을 인용해 과시적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부(富)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소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베블런 효과’라는 것.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있다. 하지만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남과 비교하는 세태가 더 일하고, 더 소비하는 삶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소비를 줄이는 게 불가능할까.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에게 ‘경험’을 선사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미국 가계 지출은 20% 줄었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소비를 못해 사람들이 불행해졌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최근엔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인 ‘디컨슈머’가 등장하고 있다. 재킷 한 벌을 생산하고 운반하는데 사용하는 자원과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표시하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 같은 친환경 기업을 찾는 디컨슈머가 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코로나19를 거치며 덜 사고, 덜 쓰는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구를 대체할만한 다른 행성을 찾지 못한 인류에게 살아남기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할 때가 벌써 닥친 것 아닐까. “사느냐(Buy), 사느냐(Live), 이것이 문제”라는 저자의 주장을 무시하기엔 마음껏 소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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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원 추위도 잊고 책 속에 빠진 아이들… 쉬리마을작은도서관 문열어[작은 도서관에 날개를]

    “쉬리마을작은도서관에 왔어요!” 1일 강원 철원군 김화읍 ‘쉬리마을작은도서관’. 구연동화 교사가 “여러분, 어디에 왔냐”고 묻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외쳤다. 동화 ‘개구리 왕자’를 응용한 구연동화가 시작됐다. “공주님이 연못가에서 공놀이를 하다 연못에 공을 빠뜨렸다”는 대목에서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모인 아이들은 공립 ‘새롬어린이집’ 원생들. 마을에 적당한 도서관이 없어 아이들은 읍내 김화도서관에 갔다. 이날 개관한 쉬리마을작은도서관 덕에 이젠 멀리 갈 필요가 없어졌다. 민난홍 새롬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차로 3분 거리에 도서관이 생겨 신나게 달려 왔다”면서 “앞으로 도서관에 오는 일정을 늘리겠다”며 기뻐했다. 쉬리마을작은도서관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문화체육관광부와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만들었다. KB국민은행 후원으로 만든 105번째 작은도서관으로, 비어 있던 김화읍 소유의 건물을 5월부터 2억8400만 원을 들여 고쳤다. 규모는 242.74m²로 아담하지만, 책 4000여 권이 들어차 알차고 아늑해 보였다. 이날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한파에도 주민들이 찾아와 도서관을 흐뭇하게 둘러봤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도 많았다. 이윤성 군(11)은 “집 가까이 깨끗한 도서관이 생겨 신기하다”며 “평소 만화책을 많이 봤는데 도서관을 보고 나니 역사책도 읽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쉬리마을작은도서관 인근에는 백골부대(제3보병사단)와 군인아파트가 있어 군인 자녀들도 도서관을 애용할 수 있다. 김정근 KB국민은행 동부8(송우)지역본부장은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이 마련돼 기쁘다”며 “아이들이 작은도서관에서 신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기준 철원군의회 의장은 “철원군엔 문화 시설이 부족했는데 작은도서관이 생겨 고맙다”고 말했다. 신인철 철원군 부군수도 “작은도서관이 어린이공원과 인접해 있어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쉬리마을작은도서관에서는 유·아동을 위한 독서문화 프로그램과 문화 행사를 꾸준히 열 계획이다.철원=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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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바람에도 독서 열기가 후끈” 강원 철원군 ‘쉬리마을작은도서관’ 개관

    “쉬리마을작은도서관에 왔어요!” 1일 강원 철원군 김화읍에 있는 ‘쉬리마을작은도서관.’ 구연동화 교사가 “여러분, 어디에 왔냐”고 묻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동화 ‘개구리 왕자’를 응용한 구연동화가 시작되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공주님이 연못가에서 공놀이를 하다 연못에 공을 빠트렸다”는 대목에서 까르르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모인 아이들은 공립 ‘새롬어린이집’ 원생들. 평소 아이들은 마을에 적당한 도서관이 없어 한달에 한 번 꼴로 읍내 김화도서관에 다녔다. 이날 개관한 쉬리마을작은도서관 덕에 이젠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 민난홍 새롬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차로 3분 거리에 도서관이 생겨서 신나게 달려왔다”며 “근처에 책 읽을 공간이 생긴 만큼 앞으로 도서관에 오는 일정을 늘리겠다”고 기뻐했다. 쉬리마을작은도서관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문화체육관광부와 KB국민은행 후원을 받아 만들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1987년부터 산간벽지와 농어촌, 섬마을 지역 어린이와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건립을 이어왔다. KB국민은행 후원으로 만든 작은도서관은 105번째다. 마을 주민들에게 행복한 연말 선물이 된 쉬리마을작은도서관은 오랫동안 비어있던 김화읍 소유의 건물을 5월부터 2억8400만 원을 들여 고쳤다. 크기는 242.74㎡로 아담한 편이지만, 책 4000여 권이 들어차 알차고 아늑해보였다. 이날 철원은 갑작스런 한파로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졌지만, 작은도서관의 열기는 뜨거웠다. 삼삼오오 모여든 지역 주민들은 창으로 햇볕이 내리쬐는 내부를 흐뭇하게 둘러봤다. 철원군이 개관을 맞아 도서와 장난감, 간식을 포장해 준비한 ‘독서패키지’ 60세트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특히 엄마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이 많았다. 이윤성 군(11)은 “집 가까이 깨끗한 작은도서관이 생겨 신기하다”며 “평소 만화책을 많이 봤는데 도서관을 보고나니 역사책도 읽고싶단 생각이 들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쉬리마을작은도서관과 가까운 거리에는 백골부대(제3보병사단)가 있다. 도서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군인아파트가 있어, 군인 가족의 자녀들도 도서관을 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서관 바로 옆에 김화읍행정복지센터와 어린이공원도 있어 ‘놀이터’ 역할도 할 수 있다. 김정근 KB국민은행 동부8(송우)지역본부장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마련돼 기쁘다”며 “특히 아이들이 작은도서관에서 신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도 작은도서관을 크게 환영했다. 개관식에 참석한 박기준 철원군의회 의장은 “철원군엔 문화 시설이 심각하게 부족했는데 작은도서관이 생겨 고맙다”고 말했다. 신인철 철원군 부군수도 “작은도서관이 어린이공원과 인접해 있어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쉬리마을작은도서관에서 유·아동을 위한 독서문화 프로그램과 독서 진흥 프로그램,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철원=이호재기자 hoho@donga.com}

    •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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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출판학술상에 한울엠플러스·전주범 씨 공동 선정

    한국출판연구소는 제28회 한국출판학술상 대상 수상자로 ‘도서 전쟁’ ‘오디오북의 역사’ ‘흥미로운 무선 이야기’를 기획한 출판사 한울엠플러스와 이를 번역한 전주범 씨를 최근 공동 선정했다. 3권으로 이뤄진 해당 책은 세계적으로 출판계가 겪고 있는 종이책의 위기를 진단하고, 전자책·오디오북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책 읽기 붐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출판평론상 우수상은 ‘서점의 시대’와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을 쓴 강성호 씨를 비롯해 신중현 씨(다시, 지역출판이다), 윤길수 씨(운명, 책을 탐하다), 김도영 씨(기획자의 독서)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8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 동교동 바실리오홀’에서 열린다. 한국출판연구소는 이날 시상식에 앞서 ‘출판계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82회 출판포럼도 개최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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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성향 분석부터”… 10명이 10시간만에 웹소설 줄거리 완성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줄거리를 쓰는 게 아닙니다. 독자들 성향 분석이 먼저예요.” 지난달 25일 A PD와 작가 8명이 모인 화상회의에서 PD가 말을 꺼내자 채팅방에 “알겠습니다”는 답이 이어졌다. 이후 의견을 조율했고 독자가 읽고 싶은 얘기가 최우선이란 점에 다들 동의했다. B 작가는 “처음 하는 경험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화상회의는 최근 웹소설계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집단 창작을 위한 모임. 집단 창작은 소설가 1명이 글을 쓰는 순수소설과 달리, 여러 웹소설 작가들이 협업해 작품을 쓰는 방식이다. 동아일보는 웹소설 ‘마이 윈터, 눈 속에서 깨어날 때’ 집단 창작을 위한 회의에 직접 참여했다. 10명이 모인 회의는 PD의 지시에 따라 독자 분석부터 시작했다. 기자도 나이대와 남녀로 분류된 엑셀 파일에 해당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적어 넣었다. “10대 남성은 게임과 교우 관계, 20대 여성은 소셜미디어와 판타지, 회귀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C 작가는 “20대 여성은 로맨스, 30대 남성은 직업물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줄거리도 함께 정했다. PD가 모험, 복수, 유혹 등 14개의 키워드를 제시하자 작가들은 짧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주인공이 어떻게 숨지는가에 대한 토론에서 기자는 “사회 현안을 녹여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모두 동의했고, 한 작가가 최근 벌어진 ‘공장 노동자 사망’을 모티브로 떠올렸다. 지난달 25일부터 진행된 회의는 28일까지 기획을 다듬고 줄거리 및 캐릭터를 정하는 데 총 10시간이 걸렸다. 진행은 모두 온라인으로 했다. 본격적인 창작은 이런 모든 과정이 결정된 뒤 진행된다. 지금까지 결정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르는 요즘 웹소설에서 가장 핫한 주제인,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는 회귀물. 20대 여성 독자를 겨냥해 여성이 주인공인 로맨스 판타지 장르로 정했다. ‘22세 여성 인아는 공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인아의 유일한 낙은 웹소설 읽기. 기계를 청소하며 몰래 소설을 읽던 인아는 실수로 사고가 벌어지며 숨을 거둔다. 그런데 눈을 뜬 인아는 자신이 그동안 읽던 웹소설 속 백작(伯爵)의 막내딸 아드리안 아리엔으로 환생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미 소설 내용을 알고 있는 인아는 이 세계에서 천하무적. 인아는 대공(大公)의 후계자 비엘 카이언을 도와 권력의 핵심부에 다가간다.’ 이런 집단 창작을 통해 히트 친 웹소설이 많다. 누적 조회 수 1억8000만 회를 넘긴 ‘전지적 독자 시점’은 작가 부부가 공동 작업했다. 작가 6명이 참가한 ‘이혼도 A/S가 되나요?’처럼 집단 창작은 일상화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집단 창작 시스템으로 유명한 북미 웹툰 플랫폼 ‘래디쉬’를 5000억 원에 인수하며 집단 창작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웹소설에서 집단 창작이 보편화된 건 효율성 때문이다. 웹소설은 거의 매일 연재해야 해 작가는 하루 5000자 이상, 한 달에 15만 자 넘게 쓴다. 이로 인해 체력이 떨어진 작가들이 연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한 웹소설 작가는 “집단 창작은 작품 집필 속도가 1인 창작보다 훨씬 빨라 ‘펑크’ 날 일이 적다”고 했다. 또 다른 작가는 “혼자 할 때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의견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때문에 집단 창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에 대한 갈등을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학수 웹소설PD협회장은 “창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이견(異見)을 조율하는 제작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되 작가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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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험·복수·유혹을 버무려…웹소설 집단창작 해보니

    “가장 먼저 해야할 건 줄거리를 쓰는 게 아닙니다. 독자들 성향 분석이 먼저예요.” 지난달 25일 A PD와 작가 8명이 모인 화상회의에서 PD가 말을 꺼내자 채팅방에 “알겠습니다”는 답이 이어졌다. 이후 의견을 조율했고 독자가 읽고 싶은 얘기가 최우선이란 점에 다들 동의했다. B 작가는 “처음하는 경험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화상회의는 최근 웹소설계에서 주류로 자리잡은 집단 창작을 위한 모임. 집단 창작은 소설가 1명이 글을 쓰는 순수소설과 달리, 여러 웹소설 작가들이 협업해 작품을 쓰는 방식이다. 동아일보는 웹소설 ‘마이 윈터, 눈 속에서 깨어날 때’ 집단 창작을 위한 회의에 직접 참여했다. 10명이 모인 회의는 PD의 지시에 따라 독자 분석부터 시작했다. 기자도 나이대와 남녀로 분류된 엑셀 파일에 해당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소재를 적어넣었다. “10대 남성은 게임과 교우 관계, 20대 여성은 소셜미디어와 판타지, 회귀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C 작가는 “20대 여성은 로맨스, 30대 남성은 직업물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줄거리도 함께 정했다. PD가 모험, 복수, 유혹 등 14개의 키워드를 제시하자 작가들은 짧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주인공이 어떻게 숨지는가에 대한 토론에서 기자는 “사회 현안을 녹여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모두 동의했고, 한 작가가 최근 벌어진 ‘공장 노동자 사망’을 모티브로 떠올렸다. 25일부터 진행된 회의는 28일까지 기획을 다듬고 줄거리 및 캐릭터를 정하는 데 총 10시간이 걸렸다. 진행은 모두 온라인으로 했다. 본격적인 창작은 이런 모든 과정이 결정된 뒤 진행된다. 지금까지 결정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르는 요즘 웹소설에서 가장 핫한 주제인,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는 회귀물. 20대 여성 독자를 겨냥해 여성이 주인공인 로맨스 판타지 장르로 정했다.‘22세 여성 인아는 공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인아의 유일한 낙은 웹소설 읽기. 기계를 청소하며 몰래 소설을 읽던 인아는 실수로 사고가 벌어지며 숨을 거둔다. 그런데 눈을 뜬 인아는 자신이 그동안 읽던 웹소설 속 백작(伯爵)의 막내딸 아드리안 아리엔으로 환생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미 소설 내용을 알고 있는 인아는 이 세계에서 천하무적. 인아는 대공(大公)의 후계자 비엘 카이언을 도와 권력의 핵심부에 다가간다.’ 이런 집단 창작을 통해 히트친 웹소설이 많다. 누적 조회 수 1억8000만 회를 넘긴 ‘전지적 독자 시점’은 작가 부부가 공동 작업했다. 작가 6명이 참가한 ‘이혼도 A/S가 되나요?’처럼 집단 창작은 일상화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집단창작 시스템으로 유명한 북미 웹툰 플랫폼 ‘래디쉬’를 5000억 원에 인수하며 집단창작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웹소설에서 집단 창작이 보편화된 건 효율성 때문이다. 웹소설은 거의 매일 연재해야 해 작가는 하루 5000자 이상, 한 달에 15만 자 넘게 쓴다. 이로 인해 체력이 떨어진 작가들이 연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한 웹소설 작가는 “집단 창작은 작품 집필 속도가 1인 창작보다 훨씬 빨라 ‘펑크’ 날 일이 적다”고 했다. 또 다른 작가는 “혼자 할 때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의견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때문에 집단 창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에 대한 갈등을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학수 웹소설PD협회장은 “창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이견(異見)을 조율하는 제작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되 작가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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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연’으로 뭉친 9개국 작가… 9가지 아픔

    “‘절연’(絶緣)이라는 단어로 아시아 젊은 작가들이 한 권의 소설집을 써보면 어떨까요?” 2020년 가을, 드라마로도 제작돼 화제가 된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2015년·민음사)을 쓴 정세랑 작가(38)는 일본 유명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 편집자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일본에서 정 작가의 책을 다수 펴낸 쇼가쿠칸이 정 작가에게 “일본 작가와 책을 써보자”고 요청하자 오히려 정 작가가 더 큰 기획을 말한 것이다. 정 작가는 “한일 문학계 교류를 아시아로 확대하자. 우정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다”고 쇼가쿠칸을 설득했다. 그렇게 2년이 걸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티베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작가 9명이 함께 소설집을 펴냈다. 5일 출간되는 ‘절연’(문학동네)이다. 지난달 29일 전화로 만난 정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인연이 끊기면서 ‘절연’이란 단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절연’이라는 키워드가 각지에 떨어져 살던 작가들 간의 연결을 만들어낸 셈이다. “다른 나라 작가들은 나보다 더 재밌는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가 섭외에만 1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작가들은 ‘절연’이란 단어를 다양하게 해석한다.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을 2016년 수상한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등장하는 단편 ‘무(無)’로 일본 젊은 세대의 방황을 그린다. 정 작가는 ‘절연’에서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직장 동료를 감싸는 또 다른 직장 동료와 인연을 끊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주인공을 통해 한국 사회의 첨예한 논쟁을 그린다. “불쾌한 일과 불법적인 일 사이에 복잡한 스펙트럼이 있잖아요. 모호한 구석이 있는 사건의 경우 그걸 해석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갈리게 되는데 그 상황을 그리고 싶었어요.” 중국에 대한 비판이 담긴 작품도 눈에 띈다. 공상과학(SF) 소설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2016년 받은 중국의 하오징팡(학景芳)은 부정적 감정을 지닌 시민이 구치소에 격리되는 ‘긍정 벽돌’로 정부를 비판한다. 홍콩의 홍라이추(韓麗珠)는 ‘비밀경찰’에서 당국의 감시로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계를 묘사한다. 싱가포르의 알피안 사아트, 태국의 위왓 럿위왓웡사, 티베트의 라샴자, 베트남의 응우옌응옥뚜, 대만의 롄밍웨이도 모두 신선한 작품을 선보인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 뭐냐는 질문에 정 작가는 담담하게 답했다. “다른 나라 작가들 입장에선 자국에서 출간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을 쓴 것 같아요. 책은 한국과 일본에만 출간되는데요, 다른 나라에도 출간되면 좋겠습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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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 亞 9개 도시, 9명의 젊은 작가가 바라본 ‘절연’

    “‘절연’(絶緣)이라는 단어로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이 한 권의 소설집을 써보면 어떨까요?”2020년 가을, 드라마로도 화제를 모은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2015·민음사)을 쓴 정세랑 작가(38)는 일본 유력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 편집자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일본에서 정 작가의 책을 다수 펴낸 쇼가쿠칸이 정 작가에게 “일본 작가와 책을 써보자”고 요청하자 오히려 정 작가가 더 큰 기획을 말한 것이다.정 작가는 “한일 문학계 교류를 아시아로 확대하자. 우정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다”고 쇼가쿠칸을 설득했다. 그렇게 2년이 걸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티베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작가 9명이 함께 소설집을 펴냈다. 5일 출간되는 소설집 ‘절연’(문학동네)이다.지난달 29일 전화로 만난 정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인연이 끊기면서 ‘절연’이란 단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절연’이라는 키워드가 각지에 떨어져 살던 작가들 간의 연결을 만들어낸 셈.“다른 나라의 작가들은 나보다 더 재밌는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가 섭외에만 1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입니다.”작가들은 ‘절연’이란 단어를 다양하게 해석한다.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의 양대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을 2016년 수상한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등장하는 단편 ‘무(無)’으로 일본 젊은 세대의 방황을 그린다. 정 작가는 단편 ‘절연’에서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직장동료를 감싸는 또 다른 직장동료와 인연을 끊어야하는지 고민하는 주인공을 통해 한국 사회의 첨예한 논쟁을 그린다.“불쾌한 일과 불법적인 일 사이에 복잡한 스펙트럼이 있잖아요. 모호한 구석이 있는 사건의 경우 그걸 해석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갈리게 되는데 그 상황을 그리고 싶었어요.”중국에 대한 비판이 담긴 작품도 눈에 띈다. 공상과학(SF) 소설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2016년 받은 중국의 하오징팡은 부정적 감정을 지닌 시민이 구치소에 격리되는 단편 ‘긍정 벽돌’로 정부를 비판한다. 홍콩의 홍라이추는 단편 ‘비밀경찰’에서 당국의 감시로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계를 묘사한다. 싱가포르의 알피안 사아트, 태국의 위왓 럿위왓웡사, 티베트의 라샴자, 베트남의 응우옌 응옥 뚜, 대만의 롄밍웨이도 모두 신선한 작품을 선보인다.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 뭐냐는 질문에 정 작가는 담담하게 답했다.“다른 나라 작가들 입장에선 자국에서 출간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을 쓴 것 같아요. 책은 아직 한국과 일본에만 출간되는데요. 다른 나라에도 출간되면 좋겠습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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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세 철학자 “사랑이 있는 고생이라 행복했죠”

    “나는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했지만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었기에 행복했죠.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허허.”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2)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에세이집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열림원)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여전히 활짝 웃는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걸어 들어오며 처음엔 살짝 부축을 받긴 했지만 곧고 정정했다. 여유 있게 발걸음을 디뎠고, 목소리에선 힘이 느껴졌다. 의자에 앉은 뒤엔 다리를 꼰 채 2시간 가까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행복론을 설파했다. 지난달 28일 출간된 에세이집은 김 교수가 그동안 행복을 주제로 쓴 글들을 골라 묶었다. 그는 책에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선 목표가 아니라 과정을 즐겨야 한다”며 “고생했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받았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전한다. “누구나 행복을 원합니다. 그런데 행복은 내가 어떤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느냐에 달려 있어요. 결국 내 인격만큼 행복을 누리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행복해지기 위해선 인격을 갈고닦아야 합니다.” 김 교수는 “인간은 나이에 따라 다른 행복을 느낀다”고도 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행복을 인정하는 태도”라고도 조언했다. “젊었을 땐 돈과 사랑, 즐거움이 행복과 동의어예요. 50, 60대가 되면 성공이 행복의 척도가 되죠. 70∼90세쯤 되면 보람을 추구하며 행복을 찾습니다. 90세 이후에는 베푸는 걸 행복으로 여기게 되죠. 100세가 넘으니 남들에게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그는 요즘 들어 ‘오래 살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김 교수는 “아무래도 95세 이후엔 몸이 쉽사리 피곤해지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인다”며 “건강은 몸이 아니라 정신력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오래 사는 게 그리 좋은 건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든데, 밤에 잠을 청하면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이젠 오래 잠들 때가 된 것 같아요. 다만 지금 하는 작업들은 끝내고 싶습니다. 아마 내년에도 책이 더 출간될 수 있을 것 같네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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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쓰는 까닭 [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저도 웹소설이나 써볼까요? 하하.” 최근 만난 소설가 A 씨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A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얘기하다 최근 내놓은 신간 판매량을 걱정했다. 종이책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지나 급격히 성장한 웹소설 업계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했다. 괜스레 민망해져 겸연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저도 웹소설 써볼까요?” ‘소설엔 마진이…’는 출판사 작가정신이 창립 35주년을 맞아 기획한 에세이집이다. 한국 소설가 23명이 자신의 ‘작가정신’이 무엇인지를 솔직히 적었다. 소설을 쓸 때의 마음과 창작 과정, 작가의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다양하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작가들의 수입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한기 작가는 최근 한 선배로부터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3억 원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이익이 20%나 돼 한 달에 6000만 원을 벌었다는 말에 크게 좌절했다. 오 작가는 며칠 뒤 소설 쓰기를 관두고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선배에게 조언까지 구하고 여러 사업 자료를 찾다가, 갑자기 그는 포기한 뒤 스스로 묻는다. “따지고 보면 나는 3억 원 대신 소설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순수하게 나에게 남는 건 뭘까?”(‘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중) 소설가들이 마진에 대해 생각하는 건 아마도 소설이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정용준 작가는 “써야만 한다”는 짧은 문장 하나를 노트에 적어 넣고는 어떤 문장도 더 쓰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정지돈 작가는 첫 책을 내고서도 아버지한테 돈 버는 직업을 구하라는 타박을 들었다고 한다. 소설을 쓸 때마다 입가가 찢어진다는 한은형 작가의 토로는 창작에 들어가는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소설가들이 글을 쓰는 건 ‘마진 너머의 기쁨’ 때문이 아닐까. 박민정 작가는 “소설이 결국 나를 먹고살게 했고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수줍게 털어놓는다. 손보미 작가는 “글을 완성해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소설을 쓰는 기쁨이 뭔지 명확하게 밝히진 않지만, 자발적으로 이 직업을 택했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문학을 좋아할 것. 무엇이 와도 그 마음을 훼손당하지 말 것. 나는 내 삶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소설이 있는 쪽으로.”(조경란 작가의 ‘작가의 말과 신발’ 중) 물론 순수문학 작가들이 웹소설 작가보다 더 중요하다든가, 순수문학이란 이유만으로 다른 콘텐츠보다 더 의미 있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 “소설이면 다 똑같은 소설이다. 자신(순수문학)과 다르다고 무시하고 차별할 이유는 없다”는 백민석 작가의 말처럼 창작자라면 누구나 고군분투하니까. 다만 마진이 훨씬 덜 남는데도 펜을 놓지 못하는 작가들을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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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방촌 언덕에 묻어나는 삶, 잠깐 놀러온 관광객은 몰라”

    ‘내가 사는 동네에는 오르막길이 많네/게다가 지름길 꼭 오르막이지/마치 내 삶처럼’(시 ‘내 삶의 예쁜 종아리’ 중) 황인숙 시인(64·사진)은 최근 출간한 9번째 시집 ‘내 삶의 예쁜 종아리’(문학과지성사)에서 서울 용산구 해방촌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1986년 집세가 저렴한 곳을 찾아 해방촌에 들어왔고, 지금은 작은 옥탑방에 살고 있다. 언덕이 많은 동네, 가파른 골목길을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느라 굵어진 종아리를 보고 그는 역설적으로 “예쁘다”고 표현한다. 전화로 28일 만난 그는 “해방촌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평지에 세워진 아파트에서 태어나 잠깐 해방촌에 놀러 오는 관광객은 몰라요. 노인이 폐지가 담긴 수레를 끌고, 상인이 무거운 상자를 옮기는 이 언덕엔 삶이 묻어난다는 걸요.” 그가 시집을 펴낸 건 ‘아무 날이나 저녁때’(현대문학·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신작에 해방촌의 뒷모습을 담아냈다. 시인은 퇴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보고 ‘짙고 짙은 암갈색/환영처럼 앉아 있었다’(‘어둠의 빛깔’ 중)라고 썼다. 물건을 팔기 위해 소리 지르는 시장 상인을 보곤 ‘뒤집힌 풍뎅이처럼 자빠져/바둥거리는 맛도 있다우’(‘장터의 사랑’ 중)라고 풀어냈다. 1984년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한 그는 매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3시까지 해방촌을 돌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그러나 ‘동네 한 바퀴 돌고/돌아오는 길에 보니/고양이 밥그릇이 사라졌다’(‘봄의 욕의 왈츠’ 중)는 일도 벌어지는 게 현실. 해방촌에 언제까지 살 것이냐고 묻자 그는 조용히 답했다. “제가 돌보는 고양이만 80마리에 가깝습니다. 집세를 못 내서 쫓겨날 때까지 이곳에 살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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