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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사실상 비상대책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기로 하면서 제1야당은 당분간 권력공백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력의 진공상태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각 계파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각 계파는 1차로 후임 비대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비대위원장은 차기 당권의 향배를 결정할 전당대회 경선 룰을 정하고,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에 전권을 갖고 있다. ○ 비대위원장 문희상? 이석현? 당내 각 계파는 16일 비대위원장 후보로 자기 계파에 유리한 인사를 두기 위해 신경전을 벌였다. 중도파들은 국회부의장인 이석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부의장은 당헌상 당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중 최고 득표자, 원내대표에 이어 당 서열 4위다. 계파 색도 뚜렷하지 않은 게 강점이다. 반면에 당 최대 주주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원로그룹에 속하는 원혜영, 유인태 의원을 내심 지지하고 있다. 범친노계인 정세균계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을 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도 거론된다. 친노 원로그룹에 속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 색이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19개월 남은 20대 총선이 변수 비대위원장 자리가 정해지면 비대위원은 각 계파를 대변하는 인사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지역위원장 배분은 계파 안배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차기 당권을 놓고 각 계파 수장들이 직접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 정세균 의원, 옛 민주계와 호남에 지분을 갖고 있는 박지원 의원, 486 그룹의 이인영 의원 등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 당직자는 “크게 보면 친노 대 비노의 대결이 되지 않겠느냐”며 “진영별로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 이 당으로 되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차기 당권을 쥔 쪽도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총선이 19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당장 분당 또는 탈당이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엉망진창이 된 새정치연합이 내년 3월 전당대회 이후에도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 총선 전망이 암담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차기 당대표가 1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시 봉합된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이 터져 나오면서 중도통합을 지향하는 제3지대 정당 구상이 구체화할 수도 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 밖에서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이 무르익는다면 당 안의 분열 조짐과 맞물려 ‘야권 빅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파는 여전히 “박영선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 한편 김현, 우원식, 은수미, 최민희 의원 등 강경파 의원 10여 명은 여전히 박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은 물론이고 원내대표직도 내놓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박 원내대표가 들고 온 합의안 거부를 주도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당에 남더라도 원내대표직에서 즉각 물러날 경우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새 원내대표 선출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정말 황당한 사람들”이라며 “일의 선후, 중요성 등을 전혀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 기자}
탈당을 시사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잠적한 15일 내내 야권에서는 ‘탈당’, ‘분당’, ‘제3지대 창당’ 같은 말들이 오갔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붙이긴 했지만 야권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돈 것이다. 정계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당 사정이 어수선하다는 방증이었다. ○ 동반 탈당 시나리오 한 중진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탈당하면 새정치연합은 130석에서 129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 1인 탈당에 그쳐서 정치적 파장은 없다고 평가절하한 것이다. 의원들도 대체적으로 “박 원내대표를 따라 당을 나갈 의원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의원들은 별로 없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7·30 재·보궐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 ‘현재 모습으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가설 단계인 정계개편이 주목을 받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탈당 구상 배후에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박 원내대표가 주요 결정을 할 때 김 전 대표와 상의한 만큼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시사한 것은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중도파 의원들의 동반 탈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 시절이었던 2007년 초 의원 23명과 함께 탈당했고, 김 전 대표의 탈당은 열린우리당 붕괴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김 전 대표 측은 불쾌해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2008년 총선 때 불출마하면서 박 원내대표가 김 전 대표의 지역구(서울 구로을)를 물려받는 등 각별한 인연이 있지만 동반 탈당이나 배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박 원내대표 측도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 제3지대 창당설… 호남 신당론도 나돌아 ‘제3지대 창당설’도 돌고 있다.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석패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부겸 전 의원이 중심에 있다. 김 전 의원은 7·30 재·보선 이후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났는데, 이달 초엔 김한길 전 대표와 만나 제3지대 창당 관련 논의를 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김 전 의원 측은 “당의 장래를 논의하는 게 신당 논의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장외투쟁 반대’ 서명에 참여한 의원 15명 중 호남 출신이 9명인 것을 근거로 한 ‘호남 신당론’이 돌기도 한다. 호남을 구심점으로 할 경우 지지기반이 뚜렷한 데다 서명파가 원내교섭단체 요건(20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들만으로 깃발을 들어도 원내 제3당으로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의당 등의 의석은 5석 미만이다. 그러나 호남의 한 재선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파괴력이 상당히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끼리는 ‘안 전 대표가 탈당하는 것이 제일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 친노-486은 분화 조짐 한편 한목소리를 내온 친노(친노무현)계와 486그룹의 분화 조짐도 엿보인다. 486 인사인 이인영 의원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불발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역시 486 인사인 우상호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친노 진영 내에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문 의원이 박 원내대표와 이 교수 영입을 사전조율하고 동의했다는 데 대해 한 친노 의원은 “문 의원이 오케이하면 우리가 다 동의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당내 상당수 의원으로부터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및 원내대표직을 자진 사퇴하라는 압박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사진)가 탈당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투톱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구상이 무산된 뒤 당이 내홍에 직면한 가운데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한다면 새정치연합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의 핵심 측근은 14일 “박 원내대표는 12일 ‘투톱 체제’ 구상이 불발에 그친 직후 이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그러면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당을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이, 안 교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태도가 돌변한 사실과 외부인사 공동비대위원장 체제를 반대하면서도 아무런 대안이나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중진들의 행태에 크게 낙담한 박 원내대표가 당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당장 탈당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후임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고 나서 모든 직을 내려놓을 것이고, 당을 떠난다면 그때 떠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당의 친노, 정세균계, 486그룹, 3선 의원 일부 등은 이날 국회에서 연쇄적으로 회동해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요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식하는 유가족 및 이들에게 동조하는 세력과 ‘폭식 농성’을 통해 단식을 조롱하며 세월호 특별법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 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정치권의 대치 정국도 거의 같은 모습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연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이나 여의도 모두 중간지대가 없다는 지적이다. 모두들 강경파에 휘둘려 진영 논리의 포로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강경파가 점령한 야당 vs 무기력한 여당 정치권의 폐색 정국을 만든 1차적 원인 제공자는 허약한 리더십으로 혼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야당이다. 당 대표 격인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대다수 당 의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지난달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2차례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당 의원총회에서 2차례 모두 부결됐다. 친노(친노무현)·486그룹이 강경 대열의 선두에 서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거리로 나가자”라고 외쳤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광화문으로 나가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전한 중도의 목소리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명 안팎의 중도파 의원은 “장외투쟁은 안 된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작은 반향을 불렀다. 중도파 의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은 19대 국회 들어 처음이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묻혀 호응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문재인 문희상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 대선 후보 및 대표를 지낸 각 계파 수장들은 12일 박 원내대표를 만났지만 위기 상황의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대치 정국을 손놓고 바라보고 있는 여권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높다. 여권은 박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처분’을 기다리는 형국이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가 할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는 정치의 큰 축이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줘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늘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꾀하는 희한한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아직도 2012년 대선 연장전? 정치권은 지난해 내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친노그룹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에 등을 떠밀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40여 일간 ‘숙박 농성’을 벌였고, 결국 김 전 대표는 여러 차례 강조했던 중도개혁 구상은 구체화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올해 들어서도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놓고 세월호 참사 발발 5개월 가까이 공방만 벌이고 있다. 여기에 여야는 최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 개입은 유죄, 선거 개입은 무죄라는 내용의 1심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무조건적인 진영 논리로 옹호와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대선의 연장전’을 치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야가 지지 세력의 이야기만 듣고, 지지 세력이 결집할 수 있을 만한 행동만 추구하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정치권에서는 중도파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하고, 국민도 더 강하게 정치권을 채찍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이현수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꺼내든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안경환(서울대 명예교수)’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무산됐다. 이 교수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 출신 전력으로 촉발된 당내 반발이 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번지자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김한길 문재인 문희상 박지원 정세균 의원과 회동을 하고 비대위 구성을 세월호 특별법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집중하고 담뱃세 인상 등 민생 현안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직 대표를 지낸 인사들조차 반대하면서 계속 드라이브를 걸었다가는 원내대표직도 내놓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대변인은 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당이 더 위기로 치닫게 되고 세월호법 협상을 실종시키게 돼 자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는 당분간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리더십은 치명적 상처를 입게 됐다.민동용 mindy@donga.com·배혜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내걸었던 회심의 ‘보수-혁신 투톱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알려진 지 반나절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영입 대상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자신이 합의했던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이 두 차례나 당내 추인이 거부된 데 이어 비대위 구성안마저 무산됐기 때문이다.○ 전직 대표들도 “안 돼” 박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김한길 문재인 문희상 박지원 정세균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동을 요청했다. 이상돈 카드로 촉발된 반발이 “원내대표직도 사퇴하라”는 주장으로 급속히 번지자 각 계파 수장을 설득해 자신의 구상을 관철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전직 당 대표를 지낸 5명의 중진은 “세월호 특별법부터 먼저 처리해야 한다”며 박 원내대표의 비대위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원내대표 퇴진론으로까지 번진 당내 반발도 상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5시부터 두 시간 동안의 격론 끝에 참석자들은 ‘선(先) 세월호 특별법, 후(後) 비대위 구성’이란 어정쩡한 결론을 냈다. 그러나 언제 비대위를 구성할지, 비대위원장은 누가 맡을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못했다. 당내에선 외부 인사 영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핵심 관계자는 “두 교수의 영입 불발로 외부 인사 영입은 대단히 어려워졌다”며 “어쩔 수 없이 내부 인사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식물 원내대표’가 됐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공수표를 남발한 원내대표의 말에 과연 힘이 실릴 수 있겠느냐는 것. 한 당직자는 “비대위 구성을 세월호 특별법 처리 이후로 미뤄 놨지만 세월호 특별법만 해도 묘수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황주홍 의원은 ‘초선일지’에서 “박영선만 식물 지도부 되는 게 아니라, 우리 당 자신마저 식물 정당, 뇌사 정당 되어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승부수 띄웠지만 이에 앞서 박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외부 인사 영입은 혁신과 확장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진행돼 왔고, 그 결과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체제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승리를 위해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 애초 저의 생각이었다”고도 했다. ‘이상돈-안경환’ 투톱 비대위원장 체제의 취지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당 내부는 격랑으로 빠져들었다. ‘이상돈 반대’에서 ‘박영선 원내대표 퇴진’으로까지 반발이 번지는 분위기였다. 이, 안 두 교수도 공동위원장직 수락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강행 의사를 밝혔지만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이 교수는 “오후 7시경 당에서 연락이 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미안하게 됐다’고 하더라”고 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배혜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1일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위원장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내정됐다. 여야 비대위를 넘나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교수는 이날 저녁 경기 광주 자택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100% 찬성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80% 이상 동의해줘야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발이 심한 것을 안다. 그 분위기가 풀리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이 심하면 비대위원장직을 거부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상돈 “박근혜 정권에 실망했다” 이 교수는 이날 귀가 직전 박 원내대표와 만났다고 말했다. 자신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연판장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기자에게 “내가 지금 무슨 욕심이 있나. 내가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들어가서 친이(친이명박)계와 그렇게 싸웠는데 또 민주당 들어가서 친노(친노무현), 강경파들과 싸워?” 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와 만나 무슨 얘기를 했나. “원칙론을 얘기했다. 내가 맡는다, 안 맡는다 얘기할 게 아니다. 공은 이제 박영선에게 넘어간 거다.” ―김종인(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추천했나. “아니다. 내가 박영선과 연락을 하고 지냈다. 박영선은 괜찮은 사람이다. 박근혜 비대위 때도 그렇고.” ―왜 새정치연합이냐. “박근혜 정권에 너무 실망했다.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서 이제 제대로 된 보수정권이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박 원내대표가 뭐라고 설득했나. “그럼 차선으로 야당을 살려서 제대로 해보자. 혁신을 하겠다. 힘을 보태 달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와 공동위원장 체제 얘기도 나왔다. “여러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내가 보수 쪽을 맡고 진보 쪽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등. 하지만 내가 비대위원장 맡을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박영선의 승부수? 야권에선 박 원내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내 친노 중심의 강경파 그룹에선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잘못했다”며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중도파 의원들은 “당 쇄신을 위해 외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기류를 감안해 박 원내대표가 스스로 외부 인사 출신의 비대위원장을 띄운 것 아니냐는 것. 박 원내대표는 이 교수 외에도 소설가 조정래 씨, 강준만 전북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등도 타진했지만 모두 고사했다고 한다. 특히 조 교수는 문재인 의원이 설득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당내 반발 기류가 거셀 경우 이 교수가 최종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결정된 게 없다”라면서도 공동비대위원장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망국의 설움’까지 운운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반발 기류가 거셌다. ‘의원 카톡(카카오톡)방’에서 강경파인 최민희 의원은 “사실인가요? 지금 원내대표실 가서 확인하려 합니다. 사실 아닐 수 있으니까요” 라고 했고, 정청래 의원은 이 교수의 과거 전력을 들어 “결사 저지하겠다. 박영선, 밸도 없나”라고 했고, 장하나 의원은 “혈액형이 다른 피를 수혈하면 살겠나”라고 비난했다. 홍익표 의원은 “부끄럽고 비통하다. 조선말 망국의 설움이 이러할까…”라고까지 했다. 문재인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반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486의원 54명은 이 교수 영입 중단을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초·재선 강경파 모임 ‘더 좋은 미래’도 긴급 회동을 갖고 이 교수 영입 작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직도 내려놔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왜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하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 측은 “어제 문재인 의원, 김한길 전 대표 등에게 영입 사실을 미리 전달했다”고 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민동용·한상준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국회 상황은 답답한 제자리걸음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는 진전이 전혀 없고 10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불발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전화 접촉을 이어갔고 11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국회 정상화 등과 관련해 논의키로 했다. 결국 15일 국회 본회의 개최 여부가 정국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문제도,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하는 문제도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與 “15일에 민생법안 분리 처리해야”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한 15일에 본회의에 계류 중인 90여 건의 법률안과 일반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다른 민생법안들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기에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계속 보류돼야 하는가”라며 “정 의장도 15일 본회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야당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미 소속 의원들에게 15일 본회의에 대비해 ‘비상대기령’을 내려놓았다. 정 의장 측도 국회법에 따라 15일에 본회의를 연 뒤 의사일정을 정하고 계류 안건들을 상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작성에 있어서는 국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아니할 때에는 의장이 이를 결정한다’는 국회법 76조 3항을 준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회의에 계류 중인 안건들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과 상관이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 의장 측 판단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 속에 본회의를 강행하기에는 새누리당이나 정 의장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추석 민심이 엄중한데 지금이라도 의사일정을 정하지 않으면 정기국회를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다”면서도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野 “본회의 단독 개최는 선진화법 취지 위배”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본회의 개회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관심이 없는 여당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강하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푸는 데 주력해야 할 여당이 사실상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의장 단독으로 본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하라는 선진화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본회의에 계류된 법안의 경중이 다르고, 이 법안을 처리한다고 해서 경제가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법리적으로도 본회의 단독 개회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법 어디를 살펴봐도 의장은 본회의 소집권조차 갖고 있지 않다”며 “국회법 85조에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원칙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장기화할 경우 민심을 등진 채 언제까지 본회의를 거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고려할 때 본회의를 무작정 거부했다가는 ‘일하는 국회’ 프레임을 들고 나온 새누리당에 수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일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싸늘한 민심은 커져 가지만 여야는 교착 상태인 세월호 특별법 정국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9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고심을 계속했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와 민생경제 현안 처리 문제를 분리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여야가 서로) 좀 더 쿨다운하자(차분해지자)”고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지난달 19일 여야 2차 합의안에서 여당이 더 양보할 수는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 협상안에서 변형을 한다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며 “헌법과 우리나라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2차 합의안보다 진일보한 안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를 흔들어 대는) 야당의 강경파분들이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며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만 하면 국회의 존재 이유가 국민들 사이에서 없어질 것 같다. 국회 해산론이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새정치연합 박 원내대표는 추석인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대책회의가 마련한 ‘국민 한가위상, 세월호 가족과 함께 음식 나누기’ 차례 행사에 참여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9일 자신의 거취와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정기국회 정상화 문제 등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당내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내려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 문제는 15일경을 전후해 가닥이 잡힐 것 같다”며 “출범을 무한정 늦출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직후 비공식 접촉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정치연합 일부 의원들이 연휴 직후인 11일 시작하기로 했던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의 ‘도보 행진’은 미뤄졌다. 의원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부정적인 여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제 식구 감싸기’에는 여도, 야도 없었다. 5월 이후 국회를 법안 처리 ‘0건’의 식물 상태로 방치해온 여야는 3일 금품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 의원 구하기’에는 의기투합했다. 비리 의혹보다는 희한한 의리가 앞서는 구태를 보여줬다. 결국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불체포 특권 등 각종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공약은 헛된 구호였다. 여론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정쟁은 정쟁, 특권은 특권?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양심이 있다면 책임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며 여당이 세월호 특별법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시점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은 “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새정치연합 지도부 리더십은 완전히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야당이 두 차례나 여야 원내대표 협상안을 거부하면서 세월호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처리에는 힘을 모았다. 한 치의 양보 없이 티격태격해 오던 여야가 ‘국회의원 특권 유지’에는 ‘우리가 남이가’를 합창한 셈이 됐다. ○ 여도 야도 허언(虛言)만 특히 송 의원이 소속돼 있는 새누리당은 불과 2주 전 “방탄국회는 없어져야 한다”던 당 대표의 공언(公言)을 공언(空言)으로 만들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어떤 경우라도 우리 당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를 열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기국회 시작에 맞춰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기국회는 방탄국회가 돼 버렸다. 새정치연합은 표면상으로는 “새누리당은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할 말 없는 형국이 됐다. 입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자당(自黨) 의원 3명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7월 임시국회 종료(지난달 19일 밤 12시)를 1분 남겨 놓고 8월 임시국회 소집 공고를 한 전력 때문이다.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일조한 것도 논란거리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도 양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의원들 자율에 맡겼다. ‘특권 유지’를 위해 방치했다는 지적을 떨칠 수 없어 보인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 개혁’ ‘특권 내려놓기’를 입에 달고 살지만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해야 될 일은 안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골라서 한 꼴”이라며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릴 만한 일만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 “불체포 특권, 이번에는 없애자”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말로만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내려놓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체포특권이 군사정권 등 권위주의 정부 시절 입법권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니 만큼 철폐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평중 교수는 “자기 이름을 걸고 표결 결과에 책임을 지는 기명투표로 바꿔야 정치 문화가 바뀐다”며 “국회의원이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면 유권자인 시민들이 깎아줘야 한다. 유권자들이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 기자}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만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19일 여야 재합의안이 유가족 총회에서 거부된 이후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새정치연합은 배제돼 있다. 새정치연합은 1일 오후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유가족 대표들의 3차 면담을 긴장 속에 지켜봤다. 결렬되자 새정치연합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금 우리는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솔로몬의 재판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 정국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 여당과 유가족의 2차 면담 때도 박 원내대표 측은 “박 원내대표가 여당 측에 아이디어를 줬다. 유가족이 사실상 야당과 상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다면 자식을 포기한 엄마의 심정으로 뒤에 서 있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만을 위해 말을 참고 인내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세월호 특별법만 타결된다면 그 공로가 새누리당과 유가족들에게 돌아가더라도 이의가 없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처지다. 당 관계자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모두에게 신뢰를 잃었다. 한마디로 외통수에 몰린 형국”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분명한 것은 우리가 협상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가족과 여당에) 꼽사리 낄 수도 없고…”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2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할 계획이다. 팽목항에는 여전히 시신을 찾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넉 달 넘게 머물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가 단식을 끝낸 지난달 28일 김 씨를 따라 단식을 중단한 문재인 의원은 1일 팽목항을 다녀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올해 정기국회가 1일부터 100일간 일정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첫날 개회식 외에는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일 정기국회 개회식 참석 외에는 백지상태로 남겨놨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첫날부터 국회는 파행으로 얼룩질 모양이다.○ ‘세 가지 길’ 고심하는 새정치연합 새정치연합은 31일 정기국회 대응 문제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숙식 농성을 끝냈고, 30일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장외에서도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그러나 성과물 없이 ‘빈손’으로 회군하는 데 대해선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의 향후 일정에 대해 김현미 전략홍보본부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세 가지 트랙으로 활동하겠다”면서 △비상행동 △국민안전 현장방문 △정기국회 참여를 제시했다. 비상행동에는 거리 홍보, 광화문 단식 농성 등이 포함됐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가 표류할 경우 추석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기국회 개회 이후 다시 장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난제다. 정기국회 참여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달려 있다”고 못 박았다. 정기국회 참여와 세월호 특별법을 연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KBS의 31일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의 장외 투쟁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 답변이 68.8%로 나타났다. 새정치연합의 국회 복귀에 대해선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계없이 복귀해야 한다’는 응답이 82.5%나 됐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도 84.4%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 소집을 공고했다. 본회의에서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고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보고를 마친 뒤 3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1일 개회식에는 참석할 예정이지만 본회의 참석 여부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회군을 할 경우 상처 입은 리더십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회를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국회 거부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거부한 듯한’ 어정쩡한 태도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열흘간의 단식을 끝낸 문재인 의원은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문 의원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가가 책임지고 실종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 의원 측은 “정기국회 개회식, 의원총회 참석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유가족 3차 면담 주목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은 1일 3차 면담을 갖는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달라는 것은 ‘위헌적 수사기구 창설’ 주장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몫 특검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넘겨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정한 특검이라는 제도 취지에 안 맞는다”며 반대했다. 이에 대해 유경근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기존 여야 합의안이 최대한 양보한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면 면담을 지속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의 3차 면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는 31일 유가족 대표를 국회에서 비공개로 별도 면담했다. 새누리당 면담에 앞서 사전 조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홍정수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47)가 28일 45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열흘째 동조 단식을 하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도 중단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유가족이 강하게 맞서 왔던 세월호 특별법 정국이 협상 국면으로의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해온 김 씨는 이날 오전 단식을 중단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김 씨가 입원한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일하게 남은 딸과 모친, 유가족들의 요청과 국민들의 염원에 따라 단식을 중단하고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문 의원 등에게 “단식을 멈추고 국회로 돌아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싸움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씨와 문 의원의 단식 중단으로 새정치연합의 향후 투쟁 강도와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30일까지는 비상행동(장외투쟁)을 진행할 것”이라며 “(중단은) 좀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26일 시작한 밤샘 농성을 29일 새벽까지 하고 향후 투쟁 방식과 수위는 다음 달 1일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이건혁 gun@donga.com·민동용 기자}
7·30 재·보궐선거는 공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는 얘기들이 많다. 공천은 역대 선거에서도 ‘선거의 절반 이상’이란 평가를 들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첫 공천부터 꼬이면서 선거 기간 내내 무기력했다. 새누리당은 압승을 거뒀지만 새정치연합의 공천 실패로 반사이익을 챙겼을 뿐 잘된 공천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 유명무실한 공천 기준, 횡행한 돌려 막기 이번 재·보선에서는 원칙 없는 ‘돌려 막기’가 많았다. 새누리당은 경기 평택을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를 경기 수원정(영통)에 공천했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광산을에서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를 서울 동작을로 끌어올렸다. 아무 연고가 없는 곳에 지도부가 내키는 대로 내리꽂았다. 지역 유권자의 의사는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여야 지도부는 ‘당선 가능성’을 이유로 꼽았지만 객관적인 증빙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원칙이 없다’, ‘유권자를 우습게 본다’는 고백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은 공천 기준, 방식을 두고 고심한다. 2012년 4월 총선 전 여야는 ‘하향식 밀실 공천’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상향식 공천’을 다짐했다. 새누리당은 △지역 주민의 신망 △당선 가능성 △정책 입안 능력 등을,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 전신)은 △정체성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등을 주요 공천 기준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나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새누리당 공천 후보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공천의 73.9%는 공천심사위원회 결정, 단수공천 등 하향식 공천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역구 공천에 앞서 이뤄진 비례대표 공천에서부터 ‘무원칙 공천’이란 잡음이 거세게 일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 민주당은 친노(친노무현), 486 중심으로 이뤄졌다. 계파가 다르면 경선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해 “학살”이란 비판도 거셌다. 뒤집어 보면 계파나 세력이 공천의 제1 원칙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현재 정당에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공천 기준이 없다”며 “공천 기준을 점수화한 표준화된 공천지수를 만들어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주의의 유혹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각 영남과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한다. 이 지역적 지지기반이 여야 지도부에는 유혹이다. ‘공천만 되면 당선’인 지역에서의 공천권을 미끼로 자신의 당내 권력기반을 유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호 부경대 교수(정치외교학)가 분석한 역대 총선 결과에 따르면 15∼19대 총선에서 영·호남 현역의원은 절반가량이 폐쇄적인 하향식 공천을 통해 물갈이됐다. 이 교수는 “영·호남 정치인의 정치적 운명은 유권자가 아닌 정당 지도부가 결정했다”며 “선거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당 지도자들은 지역주의를 등에 업고 정치 쇄신과 참신한 인물을 요구하는 따가운 여론을 피할 수 있었다.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정치권에서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지만 영·호남 기득권을 쉽게 놓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천 혁신해야 국회도 혁신된다” 20대 총선을 1년 8개월가량 앞두고 여야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앞다퉈 공언하고 있다. 일부 현역 의원들은 벌써부터 지역구를 찾아 주민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가 여성과 정치 신인을 배려한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될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공천의 실질적 결정이 당 지도부에서 이뤄지고, 정치적 생존율이 5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의정 활동에 전력을 다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이런 공천 구도에서는 의원들이 해당 상임위원회의 전문성을 연마해 행정부를 견제하거나, 적극적으로 정책 어젠다를 개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지방의 특성상 지역구 예산을 따내는 데는 신경을 쓴다. 결국 정치엘리트의 충원이나 공직후보 선출을 지역 선거구가 결정하는 영국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나, 당원이나 일반 주민이 참여하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가 결정되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의원들이 유권자보다는 정당 또는 계파 지도자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공천에 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를 반영해야 행정부에 대한 견제, 감시 기능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초선 최원식 의원(인천 계양을)은 지난달 국회에 과학기술분석처를 신설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처럼 과학기술분석처를 두고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도움을 줄 것은 주자는 취지다. 최 의원은 “정부의 과학기술 예산은 점점 늘어나는데 정작 국회의원들이 왜 예산이 책정되는지, 또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른 채 통과만 시켜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실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 국정감사는 행정부 견제를 위한 것인데, 해당 부처나 기관이 증언을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도 여당의 동의 없이는 상임위원회에서 고발 및 처벌 건을 처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이뤄지려면 당리당략 차원에서 여당이 행정부를 감싸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국정감사가 본연의 역할과 달리 여야가 정쟁을 펼치는 자리로 둔갑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니 입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는 “의원들의 입법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시국회를 열어 법안심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본회의 전날 오후 9시경에 처리할 법안 100여 개가 한꺼번에 올라와서는 검토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특권은 낮추되 국회의 권한은 강화해야 ‘제왕적 대통령제’의 행정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해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에는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국회도서관, 법제실 같은 입법 지원 기구가 있다. 그러나 입법 활동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정책 어젠다를 세울 수 있는 중장기적 싱크탱크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입법 역량, 예산심사권 강화에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의회는 1970년대 초반 ‘워터게이트 사건’(공화당 출신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재임 시절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한 사건)을 계기로 행정부를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의회예산처(CBO)가 설립됐다. 의회예산처 설립 이전부터 있었던 의회조사국(CRS), 연방회계감사원(GAO)과 함께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의회에 제공한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의 역량은 미미하다.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에 올해 편성된 예산은 275억 원이고, 소속된 인원은 2013년 말 현재 243명이다. CBO가 480억 원(4680만 달러·2011년)의 예산에 235명, CRS는 1100억 원(1억680만 달러·2012년)의 예산에 6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열악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국력이나 국가예산 등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편도 아니다. 결국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에서 일하는 인원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현재 특별위원회로 돼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전임 상임위원회로 돌려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심도 있는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정부의 예산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원들 스스로 의정활동에 열중하도록 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정치학)는 “국회의원 스스로 전문성을 갖춰 국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억제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총선과 대선이 치러졌던 2012년, 정치권의 화두는 ‘혁신’이었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쇄신 의지를 보였다. 의원 겸직 금지 및 국회 폭력행위 처벌 강화 방안부터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등 여러 쇄신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실천에 옮겨진 것은 거의 없다. 동아일보와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가 19대 국회 개원 이후 이달 8일까지 국회 운영위원회에 발의된 법안 24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담은 법안은 30건이었다. 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국회의원의 겸직을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 19대 국회의원부터 의원연금(연로회원 지원금)을 제한하는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개정안 등 5건(16.7%)이었다. 나머지 25건 중에서도 8건이 다른 법안과 내용이 비슷해 대안을 반영하고 폐기됐다. 다시 말해 17건(56.7%)은 소관 상임위에 제출된 뒤 2년 가까이 잠자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국회의원의 처벌 및 징계와 관련돼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된 징계안, 자격심사안은 33건이 상정됐지만 32건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건은 철회됐다. 의원들의 탈법, 위법 행위를 제재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른사회 이옥남 정치실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안 처리가 저조한 건 여야 지도부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특권 폐지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한 결과”라며 “선거 때만 특권 내려놓기를 외쳐선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김준용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이 보수가 위, 진보가 아래를 차지한 형국이란 비유로, 흔히 진보 진영이 정치 환경이 불리하다고 할 때 쓰인다. 그러나 기울기로 따지자면 행정부와 입법부의 기울어진 정도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헌법은 ‘3권 분립’을 명시하고 있다. 입법과 행정의 견제, 균형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행정부를 견제하기에는 입법부인 국회가 역부족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 허약한 입법 역량 19대 국회 전반기(2012년 6월∼2014년 5월)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9711건이다. 18대 국회 전체의 의원발의 법안 1만2220건에 육박한다. 14대 국회 의원발의 법안은 321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1144건(15대), 1912건(16대), 6387건(17대)으로 계속 늘고 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통법부’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갈수록 법률안의 질은 양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발의된 법안은 5806건이다. 이 중 본회의를 통과한 건 865건. 통과율은 겨우 14.9%에 불과하다. 사실상 중복되는 내용이 많고 일부 내용만 수정해 발의한 법안도 많아 의원들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해당 분야에서 많게는 20년 넘게 종사한 전문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이 행정부를 뒷받침하는 정부 산하 싱크탱크는 질과 양에서 국회를 압도한다. 의원 개개인의 입법역량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초선 의원이 국회에 들어와 받는 교육이라고는 ‘본회의장 전자투표시스템 조작법’을 배우는 게 전부다. 법안 마련은 보좌진의 도움을 얻는데, 보좌진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법안 검토보고서에는 정부나 이익단체의 관점이 곧잘 반영된다. 법안은 추상적으로 만들고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 등 행정입법으로 규정하는 과도한 ‘행정부 위임’ 현상도 딜레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은 “장관들 불러다 호통 치니까 국회가 대단한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입법까지도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토로했다. ○ 부실한 예산 심사 “예산심사는 행정부의 거대한 쇼다.”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황을 지켜본 국회 핵심 관계자의 고백이다. 입법과 더불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예산심사에서도 국회의 존재는 미미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 예산 355조 원 중 국회 재량으로 2조5000억 원밖에 움직이지 못했다”며 “그나마도 정부가 국회 요구를 미리 짐작해 준비해 놓고는 못 이기는 척 생색을 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사실상 예산의 감액밖에 할 수 없다. 상임위원회 심사에서는 잔뜩 증액을 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지만 예결특위로 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예산편성 과정의 9개월여를 행정부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예산심사의 문제점으로 든다. 국회는 올해부터 60일에서 그나마 열흘 늘어난 70일간 심의를 한다. 각 상임위는 평균 10조 원이 넘는 예산안을 1차적으로 심사하기에는 역량이 달린다. 이 때문에 심사과정에서 의원들은 해당 부처 예산책임자의 설명에 의존한다. 각 행정부처가 요구하는 예산이 얼마나 타당한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 졸속심사에 가깝다. 예결특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균 2주 남짓한 기간에 350조 원 안팎의 정부예산을 꼼꼼히 심사하기란 어렵다. 예산정책처의 지원을 받지만 정부 예산안을 크로스체크할 기회는 거의 없다. 특히 50명의 예결특위 위원이 아니라 11명으로 구성된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사실상 예산안 수정이 이뤄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예산안 처리 막바지에는 여야 예결특위 간사와 기획재정부 예산담당자가 여의도 모처에서 밀실 합의로 마무리 짓는 일도 적지 않다. ○ 전문성 떨어지는 의원들 이처럼 국회가 행정부 견제 역량이 크게 떨어지는 데에는 의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독일 등 의회에서는 상임위를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우리 국회는 통상적으로 2년마다 의원들이 상임위를 바꾼다. 국토교통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노른자’ 상임위를 공평하게 나눠 맡아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정감사 기간에 호통으로 전문성 부족을 커버하는 일이 적지 않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법안 발의, 정책 개발, 행정부 견제와 감시 등을 공천 기준으로 삼아 일하는 의원들이 재공천을 받고 다시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26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사상 첫 분리 국정감사도 무산됐다. 여야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도 불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25일을 3자 협의체 구성과 관련한 여당 입장 표명의 마지노선으로 선언한 뒤 “(새누리당이) 거절하면 강도 높은 대여(對與) 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며 4일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지 21일 만의 입장 선회다. 새정치연합은 25일 밤늦게까지 의원총회를 열고 난상토론을 계속했다. 의원들은 장외투쟁 대신 다음 달 1일 정기국회 전까지 국회에서 매일 비상의원총회를 여는 방식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이날 처음으로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만났다. 새누리당은 3자 협의체 구성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홍정수 기자}
세월호 특별법 파행 정국이 끝이 보이지 않는 혼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 야당,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논의 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입법권 훼손”이라며 즉각 거절했다. “재재협상은 없다”고 했던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사실상 여야 합의를 또다시 파기했다는 것이다. 여당은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집권 1년 6개월을 맞은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한마디로 세월호 특별법 정국에 정치시계가 멈춰 선 꼴이다. 새정치연합 박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시도지사와의 제2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유족 대표와 여야 대표가 마주 앉는 3자 대화가 필요하다”며 3자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여야 합의와 관련해 두 번이나 불신임당한 박 원내대표가 던진 승부수라는 시각이 많다. 박 원내대표는 “이 벽(세월호 특별법 처리)을 넘어야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국회도 정상적인 가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재협상은 없다는 기존 박 원내대표의 방침에 대해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영구불변은 없다”며 “재재협상은 없다는 발언에는 무게가 있지만 변화에 조응해서 가는 상태다. 나이스(좋은)한 일은 아니지만 이해할 수 있다”며 재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자 협의체 제안에 대해 “그럼 국회는 왜 있는 것이냐”며 “앞으로 법안을 만들 때 항상 이해당사자들이 함께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여야의 재협상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최근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국민과 새누리당 지지층의 뜻이 그런데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나. 나도 이제 한계다. (재재협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족과의 대화에는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민동용 mindy@donga.com·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