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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온화한 여름 날씨를 자랑하던 영국에서도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교통편이 마비되고 학교와 직장이 재택으로 전환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 CNN 등에 따르면 영국 기상청은 18일 사상 처음으로 수도 런던 등 동·남·중부 일대에 최고 위험 수준인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웨일스 지역은 37.1도까지 오르며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폭염에 혼란이 이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8일 폭염으로 인한 노선상의 안전 문제로 전국 철도편의 지연 및 취소 사례가 평소 2배 가까이 뛰었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학교 약 200곳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조기 하교했으며, 정부는 재택 근무를 권고했다. 이날 런던에 있는 대영박물관은 폭염 경보에 전체 박물관을 폐쇄했으며, 버킹엄궁은 근위병 교대식 시간을 단축했다. 이번 폭염으로 특히 냉방 시설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영국은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런던 내 대부분의 지하철에는 냉방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가정용 건물 중 냉방 시설이 있는 곳은 단 3%~5%에 불과했으며, 이 중 에어컨 등 고정된 장치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NYT는 “영국 시민들은 몹시 암울한 출근길이나 답답한 재택근무 사이의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BA.5’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면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사상 최초로 11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 보건당국 또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16일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11만675명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렸던 올 2월 5일의 기존 최고치(10만4169명)를 넘어섰다. 이날 수도 도쿄에서만 1만891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주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나가사키 후쿠오카 등을 포함한 14개 현(縣)의 일일 신규 확진자 역시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15일(현지 시간) 당초 이달 13일 끝났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10월 13일까지 3개월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모든 미국인은 코로나19 검사는 물론이고 백신과 치료제 등을 계속 무료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공중보건 비상사태 연장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전파력 강한 코로나19 하위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 및 권한을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 자체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1주일 평균 일일 확진자는 12만9987명으로 2주 전에 비해 약 14% 증가했다.역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당국은 14일 “확진자 및 입원 환자 추세가 지금같이 늘어난다면 29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한국의 군(郡)에 해당하는 미 3243개 카운티 중 약 38%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감염 위험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BA.5’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면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사상 최초로 11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 보건당국 또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16일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11만675명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렸던 올 2월 5일의 기존 최고치(10만4169명)을 넘어섰다. 이날 수도 도쿄에서만 1만891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주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나가사키 후쿠오카 등을 포함한 14개 현(縣)의 일일 신규 확진자 역시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15일(현지 시간) 당초 이달 13일 끝났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10월 13일까지 3개월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모든 미국인은 코로나19 검사는 물론 백신과 치료제 등을 계속 무료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 비용이 비싼 미국에서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복지부는 “공중보건 비상사태 연장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전파력 강한 코로나19 하위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 및 권한을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 자체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1주일 평균 일일 확진자는 12만9987명으로 2주 전에 비해 약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입원 환자 수도 20% 가까이 늘었다. 역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당국은 14일 “확진자 및 입원 환자 추세가 지금같이 늘어난다면 29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한국의 군(郡)에 해당하는 미 3243개 카운티 중 약 38%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감염 위험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4·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이 외국의 쿠데타 계획을 도왔다고 말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볼턴 전 보좌관은 12일 미 CNN에 출연해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계획된 쿠데타는 아니다”라며 “여기(미국) 말고 다른 지역 쿠데타 계획을 도운 사람으로서 쿠데타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어떤 쿠데타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분명히 있다”고만 답했다. 그의 발언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인 선거 결과 불복 행위들은 쿠데타 시도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하다 비롯됐다. 미국 언론을 비롯한 외신은 볼턴 전 보좌관이 2019년 베네수엘라 쿠데타 시도를 가리킨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베네수엘라 야당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내세워 집권 2기를 맞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이도를 지지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해 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주장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수의 3분의 2를 훌쩍 웃도는 의석수를 확보하자마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가 평화헌법 개정 추진 가속화를 선언했다. 11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안 발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식화했다. 개헌을 ‘필생의 숙원’으로 여겼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달리 개헌에 신중했던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를 뜻을 이어받겠다”며 태도를 바꿔 주목된다. 아베 전 총리의 피살로 보수가 결집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기 위한 개헌의 호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선제 공격을 정당할 수 있는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명문화하는 방위정책 개정을 올해 말 마무리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방위정책 개정에 이어 개헌까지 이뤄지면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이 경계심을 높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시다 정권의 군사력 팽창이 한일관계 개선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는 “개헌 논의가 처음 등장한 2000년대 초반 이후 개헌에 가장 가까워진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군대보유 금지 헌법 바꿔 자위대 명기 기시다 총리는 이날 “가능한 한 빨리 개헌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하반기 개최할) 임시국회에서 계속 분위기를 띄워 나가겠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촉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의 개헌안 중 핵심은 자위대 명기다. 전쟁 포기, 육해공군 등 전력(戰力)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을 담은 헌법 9조 1, 2항을 고쳐 자위대가 ‘위헌 조직’이라는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자민당 내 강경파는 한때 자위대를 군으로 개편하는 개헌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최근 1, 2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 존재 명기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위대가 지금도 전쟁 수행이 가능한 육해공 무력을 갖춘 실질적 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1, 2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사실상 1, 2항을 부정하고 자위대를 헌법이 보장하는 군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자민당의 속내다. 특히 기시다 정권이 올해 말 ‘적 기지 공격 능력’를 국가안보전략에 명시를 추진하는 의도가 심상치 않다. 표면상으로는 “탄도미사일 공격 등 일본을 향한 무력 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 보유”를 적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위상을 지낸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 “상대의 공격이 명확히 의도가 있고 이미 착수한 상황이라면 (공격 여부) 판단은 정부가 한다”며 선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공격받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방위력을 행사하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 폐기를 시사한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을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대북 선제 공격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2015년 국회를 통과한 집단적 자위권 법안을 통해 자위대가 일본 밖에서 활동할 근거를 마련했다. 여기에 개헌까지 이뤄지면 일본 군대가 선제 공격을 포함해 유사시 한반도에 개입할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 개헌, 단기간 어려울 수도 전문가들은 기시다 정권의 군사력 증강이 동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용 안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이 필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적 기지 공격 능력’ 등에 지지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기시다 정권이 국민투표까지 필요한 개헌 절차를 단시간에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자민당 강경보수의 구심점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당내 역학관계에 큰 변화를 불러와 개헌 논의가 분산될 수도 있다. 기시다 총리도 개헌의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자위대 명기에 대한 개헌 추진 세력 4개 정당의 입장도 조금씩 다르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교수는 “자민당이 개헌에 얼마나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명확치 않다”며 “자위대 헌법 명기가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안보 강화에) 실질적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7년 경찰관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이다. 책임의 무게를 통감하고 있다.”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피격 사망하기까지 현장 경호가 크게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유세가 벌어진 나라시 경비 총책임자 오니즈카 도모아키 나라현 경찰본부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부인할 수 없는 결함이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사히신문 등은 이날 아베 전 총리의 나라시 유세 현장 경호 업무에 참여했던 경찰관 다수가 “첫 번째 총성 이후에야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걸 인지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저격범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는 아베 전 총리 뒤로 7∼8m까지 다가가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는 당초 나가노현을 방문할 계획이었다가 사건 전날 밤 나라현으로 유세 장소를 변경해 사건 당일 유세 차량이나 무대가 아닌 아스팔트 위에서 연설을 했다. 야마가미가 아베 전 총리의 등 뒤에서 첫 발을 쏜 후에도 달려오는 경호원은 없었다. 아베 전 총리는 3초 뒤 두 번째 총격에 쓰러졌다. 일부 경호원이 위급 시 경호 대상을 감쌀 때 쓰는 ‘방탄 가방’을 펼쳤으나 이미 늦었다. 현장에는 전문 경호원 1명과 사복 경찰 수십 명이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첫 총성 후 호위에 들어가기까지 3초가 걸린 것은 늑장 대응”이라며 “(유세 현장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뒤쪽의 위협을 완전히 차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호·경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서초구 윤 대통령 자택과 용산구 집무실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엔 인권이사회는 8일 엘리사베트 살몬 페루 교황청 설립 가톨릭대 민주주의·인권연구소 소장(56·사진)을 신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 임명했다. 다음 달 1일 퇴임하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특별보고관 후임인 살몬 신임 특별보고관은 북한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개선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임기는 1년이며 6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페루 리마 출신으로 국제법 전문가인 살몬 신임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규모는 10년 전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자금추적서비스(FTS)에 따르면 10일 기준 올해 북한에 지원금을 보낸 나라는 스위스 스웨덴뿐으로 총 153만1567달러(약 19억9000만 원) 규모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 1억1779만 달러의 1.3%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한 데다 세계 각국의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해 지원금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입니다. 지난 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소식들,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1960년대 말 어느 늦은 밤. 루마니아 이아시시(市) 한 아파트에서 목소리를 잔뜩 낮춘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다급히 묻습니다. “누구한테 듣고 온 거죠? 임신 사실은 언제 알았어요?” 여성의 답변을 들은 남성이 말합니다. “피를 준비하세요. 소 피가 색이 진하니 나을 거예요. 그 피로 속옷을 적시고 다리 사이에도 묻히세요. 그리고 산부인과에 가서 ‘갑자기 피가 심하게 난다’고 말하세요. 거기서 뵙죠.” 곧 그의 말대로 한 여성이 산부인과 병원에 도착합니다. 의사인 이 남성은 그제야 낙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은 운이 좋았습니다. 그는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낙태하러온 여성을 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공산주의 국가 루마니아에서 낙태는 엄격히 금지돼 있었습니다. 낙태 시술한 의사는 비밀경찰에 끌려가서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 사연을 담은 올 5월 17일자 영국 일간 더타임스 기사 제목은 ‘국가가 낙태를 금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What happens when a country bans abortion)’입니다. 오늘은 ‘루마니아와 낙태금지법 24년’을 주제로 얘기해보겠습니다.● ‘법령 770’, 자궁을 국유화하다 1966년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에게 고민이 생깁니다. 그해 루마니아 출산율이 1.9명으로 역대 가장 낮았던 겁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사회 참여는 높아지고 생활수준은 열악해진 결과입니다. 노동력이 줄어들까 우려된 차우셰스쿠는 인구 증가 정책의 하나로 ‘법령 770’을 발표합니다. 법령 770은 만 45세 이하 여성의 낙태와 피임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강간, 근친상간, 산모가 위험한 경우, 또는 4명 이상(이후 5명으로 늘어납니다) 아이를 낳은 여성은 이 법령에서 ‘해방’(?)됐습니다. 루마니아 비밀경찰은 여성들 생리주기를 체크하고, 임신이 의심되는 여성들을 비밀명단에 올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추적하고 감시했습니다. 법령 시행 1년 만에 출산율은 1.9명에서 3.66명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일 뿐이었습니다. 임신을 원치 않던 여성은 ‘불법’ 낙태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낙태가 금지된 1967년부터 1989년까지 루마니아에서는 낙태는 약 730만 건 시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해 시행 17년 만인 1983년 2명 수준으로 내려옵니다. 법령 770은 가난한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었습니다. 부유층 여성은 암시장에서 밀수입한 콘돔을 사거나 뇌물을 주고 의사를 집으로 불러 시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가난한 여성에게 남은 선택지란 불법 낙태 시술소가 있는 뒷골목으로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 ‘식탁 위 낙태’ 지하 네트워크 1970년대 중반 대학생이던 다니엘라 드러기치는 불법 낙태 시술소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당시 루마니아 여성 대부분은 ‘손다(Sonda·루마니아어로 파이프)’라는 것을 통해 직접 자궁에 낙태를 유발하는 액체를 투여했습니다. 높은 데서 배로 떨어지는 것도 흔한 낙태법이었습니다. 온갖 위험한 방법을 동원한 ‘셀프’ 낙태가 유행한 셈이죠. 드러기치는 친구들 손에 이끌려 한 노파의 집으로 갔습니다. 집안 오래된 화덕에서는 철제 기구들이 소독을 위해 달궈지고 있었습니다. 노파는 그에게 수건 한 장을 던져주고 입에 물라고 합니다. 이웃이 비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소리가 새 나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시술을 받은 다음에도 그의 입덧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낙태는 실패했습니다. 그 후 드러기치는 정식 산부인과 의사를 통해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루마니아 직장인 한 달 월급보다 비용이 더 들었습니다. 드러기치는 이후 낙태가 필요한 여성이 안전하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와 연결해주는 지하조직 ‘식탁 위 낙태’ 네트워크에 참여합니다. 지금도 그는 루마니아에서 낙태 옹호론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법령 770이 시행된 1966년~1989년에 불법 낙태 시술을 받던 여성이 적어도 1만 명 숨졌습니다.(2만 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산모 사망률은 시행 13년 만에 10만 명 당 85.8명에서 159명으로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대부분 불법 낙태 시술에 따른 사망입니다. 1989년 챠우체스쿠 독재가 무너지며 낙태가 합법화되자 이듬해 산모 사망률은 다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버려진 ‘법령의 아이들’ 17만 명디크레테이(Decretei) 또는 법령의 아이들. 낙태가 금지된 23년 동안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낙태가 금지되자 루마니아 전역의 고아원에는 새 생명을 감당하지 못한 부모가 버린 아이들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1970년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난 고아를 줄이기 위해 루마니아 정부는 관리 제도를 도입합니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사회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는 만 9세가 넘으면 특수시설에 격리됐습니다. ‘회복 불가능한(irrecuperable)’한 아이들이라는 것이었죠. 1989년 챠우체스쿠 독재 정권이 붕괴된 이후 루마니아 전국 고아원 아동 약 17만 명의 실태가 알려졌습니다.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했고 온몸에는 폭력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사망률도 높았습니다. 서부 비호르주(州) 한 고아원에서는 겨울마다 평균 수용인원 100명 중 50명 넘게 숨졌다고 합니다. 사인은 대부분 폐렴이었지만 말 그대로 얼어 죽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후에도 회복 불가능한 아이들은 한동안 사형선고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회복 불가능한 아동이 몇 명이었는지 이들이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낙태 금지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낙태와 피임을 금지하면 인구가 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은 여성과 아이 수십만 명을 ‘지옥’에 빠뜨렸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여성이 낙태할 권리(낙태권)를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낙태권은 각 주에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일이지 헌법상 주어진 권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비과학적인 ‘셀프 낙태’ 방법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차가운 식탁 위에 몸을 맡겨야 했던 루마니아 여성들이 떠오릅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지난달 신임 투표까지 실시했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성비위 인사를 감싸다 다시 사퇴 위기에 몰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퇴진을 권고한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까지 전격 해임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소 48명의 장차관급 인사 및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 등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혀 그가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BBC 등은 고브 장관이 6일 존슨 총리에게 “이제 그만둘 때”라며 사퇴를 권고하자 분노한 총리가 곧바로 당일 그를 해임했다고 전했다. 총리실 소식통은 “뱀처럼 구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며 총리가 고브 장관의 사퇴 요구를 배신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옥스퍼드대 동문인 두 사람은 수십 년간 가까운 사이로 지내왔다. 그러나 이날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 크리스 히튼해리스 보수당 원내대표 등도 총리 사퇴를 외치는 등 당과 내각의 전방위적인 퇴진 요구가 이어졌다. 브랜든 루이스 북아일랜드 장관, 사이먼 하트 웨일스 장관 등도 총리 밑에서 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2월 존슨 총리가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은 2019년 외교 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 비위를 저질렀다. 존슨 총리는 이 사실을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핀처 의원은 지난달 30일 사퇴했지만 존슨 총리는 1일 “그 사실을 몰랐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관련 보고를 받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매사 거짓말로 일관한다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 등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프랑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개월 만에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 곳곳에서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와 BA.5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새로운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려된다. 프랑스 보건부는 5일(현지 시간) “지난 24시간 코로나19 하루 감염자 20만6554명이 발생해 4월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5, 6월 평균 5만 명 이하이던 하루 평균 확진자는 지난달 말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 일주일간 12만 명을 넘었다. 프랑수아 브론 보건부 장관은 하원에서 “BA.4와 BA.5가 7차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며 “다시 마스크를 쓰고 취약계층은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5월 16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끝으로 모든 코로나19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5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만 명 이하로 줄었던 독일도 5일 신규 감염자가 14만7489명으로 늘어났다. 독일병원협회(DKG)는 “여름이 지나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도 이날 신규 확진자가 13만227명으로 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6월 26일∼7월 2일) BA.5 검출 비율이 전체 확진 사례의 53.6%를 기록해 우세종이 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BA.4 비율은 16.5%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비율이 총 70%를 차지했다. BA.5의 일주일 전 비율은 40.5%였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5일 기준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155명으로 2주 전에 비해 4% 상승했다. NYT는 “이번 확산세가 두 번째로 큰 유행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의 5일 코로나19 감염자는 3만6189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86.7%(1만6808명) 증가했다. 일본에서 하루 감염자가 3만 명을 넘은 것은 5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고토 시게유키 후생노동상은 6일 “BA.5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다시 확산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산시성 시안은 6일부터 준(準)봉쇄에 해당되는 임시 방역 조치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5월 29일 세계 일일 확진자는 27만 명까지 줄었지만 여름이 되며 증가세로 돌아서 이달 5일 121만 명을 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BA.4와 BA.5가 주도하는 새로운 코로나19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수칙을 어기고 파티를 벌인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핵심 장관들의 ‘줄사퇴’로 최대 위기에 몰렸다. 존슨 총리가 성 비위 인사를 당내 요직에 앉히면서 거짓말까지 한 것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 5일과 6일 이틀간 장관급 최소 9명과 차관 9명을 포함한 내각 인사 21명이 사퇴를 발표했고 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내각이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존슨 총리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이 5일 “(존슨 총리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며 사임을 발표한 데 이어 6일 윌 퀸스 아동가족장관, 로라 트롯 교통부 차관도 사의를 밝혔다. 이들의 줄사퇴는 존슨 총리가 5일 성 비위를 저지른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을 2월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것에 대해 “나쁜 실수”였다고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한 직후 이뤄졌다. 핀처 의원은 지난달 29일 클럽에서 남성 2명의 몸을 더듬은 혐의가 불거지자 다음 날 사임했다. 존슨 총리는 핀처 의원이 2019년 외교부 부장관 재임 때 성 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알고도 원내부총무 임명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존슨 총리는 1일 “관련 내용을 몰랐다”고 잡아떼다가 5일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번복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계 에너지 대란 와중에 탄소중립 목표까지 달성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자 원자력 발전을 반대했던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55), 다이앤 파인스타인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89) 등 집권 민주당 소속 주요 정치인이 속속 입장을 바꾸는 등 원전 찬성 여론이 늘고 있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4000만 명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는 미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아 고질적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내 유일한 원전이자 전력 수요의 10%를 담당하는 ‘디아블로 캐년’ 원전 또한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2025년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두 사람이 연장을 강하게 주창하고 있어 가동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또한 기간이 만료된 원전의 운영을 연장하기 위해 총 60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4월부터 디아블로 캐년 원전의 운영을 주창하며 소유주 PG&E와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인스타인 의원 또한 지난달 지역신문 기고를 통해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원전을 10년간 더 가동하면 주내 에너지업계의 탄소 배출량을 10% 감축할 수 있다는 스탠퍼드대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지금은 원전 폐기물 우려보다 탄소 중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에서 27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홀로 두 딸을 키워 온 ‘싱글파더’ 케빈 포드 씨(54·사진)의 사연이 알려지며 그의 앞으로 33만 달러(약 4억3000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고 미 폭스뉴스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버거킹 매장에서 조리사 겸 현금 수납원으로 근무해온 포드 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장기 근속을 축하하는 의미로 영화 표, 사탕, 스타벅스 컵, 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받았다. 그가 이를 자랑스레 보여주는 영상이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온 후 ‘27년간 헌신한 직원에 대한 버거킹의 대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딸 세리나 씨가 온라인 모금 사이트에 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했고 미 전역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포드 씨는 ‘어떻게 단 하루도 안 빠지고 일만 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난 로봇일 것”이라며 “그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일했다”고 답했다. 성금은 다른 지역에 사는 나머지 딸과 손주들을 보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하일랜드파크에서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크리모 3세(사진)가 축제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현재까지 최소 6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2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범죄기록 조사 등을 포함한 총기규제 강화법안에 서명한 지 불과 9일 만에 최대 국경일 행사가 피로 얼룩져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 직후 긴급 성명을 내고 “총기폭력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 들어 미 전역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사고는 총 309건이고, 올해까지 누적 사망자는 1만60명에 달한다. ○ 축제 20분 만에 아이·노인에게 무차별 총격이날 참사는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약 20분이 흐른 오전 10시 20분쯤 발생했다. 유대계가 많은 부촌 하일랜드파크에 사는 크리모는 동네 한 상가 건물 옥상에 올라 건너편 관람객을 향해 소총을 무차별로 쏘기 시작했다. 성조기를 흔들며 축제를 즐기던 관람객들은 처음 총성을 들었을 때 퍼레이드를 위한 축포 혹은 불꽃놀이로 여겼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대피하기 시작했고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참사를 촬영한 일부 영상에서는 60번 이상의 총성이 들렸다. 경찰은 이날 사상자의 연령이 8세부터 85세까지 다양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신체 곳곳에 여러 발의 총격을 맞고 위중한 사람도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상자 중 1명은 어린이다. 크리모는 사건 발생 7시간이 흐른 이날 오후 한 차량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그는 고등학생이던 2016년부터 ‘어웨이크 더 래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당시 뮤직비디오 등에 대량 살상,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총격범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등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행사에 참여한 영상도 올렸다. 1987년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자회견장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버드 드와이어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영상과 ‘정치인은 이렇게 연설해야 한다’는 글도 게재했다. 그의 부친은 2019년 하일랜드파크 시장에 도전할 정도로 지역 유명 인사다.○ 미국의 일상이 된 총기 난사올 들어 미국에서는 유례없을 정도로 자주 총기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5월에는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히스패닉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19명, 교사 2명 등 총 21명이 희생됐다. 같은 달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에서도 백인 남성의 난사로 10명이 숨졌다. 롭초등학교 참사 후 미 전역에서 총기 규제 여론이 높아져 지난달 25일 1993년 이후 29년 만에 총기규제 법안이 통과됐지만 총기 구매 연령 상향, 돌격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같은 강도 높은 규제가 빠져 ‘반쪽짜리 입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규제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연방대법원의 구성, 야당 공화당 및 미 최대 이익단체로 꼽히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반대 등으로 추가 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총기 보유의 자유를 언급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워 추가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 소속인 제이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무고한 생명을 총으로 앗아간 ‘악(evil)’은 형언할 수 없다. 총기 난사가 매주 벌어지는 미국의 전통이 되고 있다”며 추가 규제를 촉구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패스트푸드체인 ‘버거킹’에서 27년 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홀로 두 딸을 키워 온 ‘싱글파더’ 케빈 포드씨(54)의 사연이 알려지며 그의 앞으로 33만 달러(약 4억3000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고 미 폭스뉴스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버거킹 매장에서 조리사 겸 현금 수납원으로 근무해온 포드 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장기 근속을 축하하는 의미로 영화표, 사탕, 스타벅스 컵, 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받았다. 그가 이를 자랑스레 보여주는 영상이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온 후 ‘27년간 헌신한 직원에 대한 버거킹의 대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딸 서리나 씨가 온라인 모금사이트에 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했고 미 전역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포드 씨는 ‘어떻게 단 하루도 안 빠지고 일만 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난 로봇일 것”이라며 “그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일했다”고 답했다. 성금은 다른 지역에 사는 나머지 딸과 손주들을 보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학생! 빨간불!”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앞 오거리.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며 걷던 20대 남성이 보행신호를 보지 않고 곧장 횡단보도로 진입했다. 우회전 차량이 남성을 발견하고 경적을 울렸지만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라 안 들리는 듯했다. 옆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김모 씨(61)가 황급히 소리를 질러 남성이 걸음을 멈췄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남성은 별일 아니라는 듯 목례만 한 뒤 다시 스마트폰을 봤다. 김 씨는 “요즘 길거리에서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면서 걸어다니는 젊은이가 많다”며 “큰 사고가 날까 항상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행자 10명 중 7명이 ‘스몸비족’국민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스마트폰에 빠져 주변을 살피지 않고 걷는 일명 ‘스몸비족’(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운전자 못지않게 보행자의 안전 의식도 중요한데, 여전히 많은 이들이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15세 이상 남녀 시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30대 이하의 경우 △15∼19세 84.0% △20∼29세 85.7% △30∼39세 86.8% 등 10명 중 8명 이상이 걸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보행 중 타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78.3%에 달했다. 실제 동아일보 취재팀이 6월 30일∼이달 1일 이틀간 신촌을 비롯해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사거리, 마포구 공덕 오거리, 중구 광희동 사거리 등 4곳에서 보행자들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홀로 걷는 보행자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릴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이들 중 절반가량은 신호가 녹색으로 바뀐 뒤에도 좌우를 주시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건넜다. 이날 공덕 오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 물웅덩이를 밟은 고등학생 이모 군(17)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에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게 수험생활의 유일한 낙”이라며 “영상에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앞을 보지 않고 걷게 된다”고 말했다. ‘스몸비족’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보행자의 안전도 위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맛비가 쏟아졌던 지난달 30일 광희동 사거리에선 우산을 든 채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한영준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은 본인은 물론 타인의 보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보행 주의 분산 심각…“안전시설 확충하고 의식 개선해야”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4년부터 3년간 삼성화재에 접수된 보행 중 ‘주의 분산’에 의한 교통사고 사상자 1791명을 분석한 결과 61.7%(1105명)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이용할 경우 주의가 분산돼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에 따르면 보행자가 뒤에서 오는 자전거의 경적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는 최대 12.5∼15m 정도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며 보행할 땐 이 거리가 연령에 따라 33.3∼8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행자들의 의식 개선과 함께 △보행 교육 강화 △안전시설 확충 △도로 환경 정비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행 교육을 강화하고 위험한 지역엔 바닥 표지판 등을 설치해 보행자가 스마트폰 이용에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보행 시스템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는 현재 횡단보도 138곳에 ‘바닥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성동구와 구로구 등이 운영 중인 ‘스마트폰 차단 시스템’은 초등학생이 학교 앞 횡단보도에 진입하면 스마트폰 화면이 경고 문구로 전환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앱과 횡단보도가 연동돼 스마트폰 이용이 자동 차단되는 것이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횡단보도처럼 보행자와 차량이 만나는 곳에선 바닥 신호등이나 음성 신호기 같은 안전시설이 꼭 필요하다”며 “보도 포장을 매끄럽게 하고 장애물을 줄여 보행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
‘괴짜’ 억만장자이자 소셜네트워스서비스(SNS) 업체 트위터 인수에 나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가 1억 명을 넘었다. 트위터 팔로워 수 세계 6위에 올랐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데이터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를 인용해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워가 26~27일(현지 시간)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29일 현재 팔로워는 약 1억18만 명이다. 이날까지 머스크를 포함해 트위터 팔로워가 1억 명이 넘는 인사는 여섯 명이다. 1위는 1억3210만 명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다. 이어 저스틴 비버(1억1410만 명) 케이티 페리(1억880만명) 리애나(1억690만 명) 등 미 팝스타가 차지했고 포르투갈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억130만 명)가 5위다. 2009년 6월 트위터를 시작한 머스크는 테슬라와 자신의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 소식을 전하며 활발하게 트위터 활동을 해왔다. 올 4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440억 달러(약 55조 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7일 미국 남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 도로에 방치된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50명이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미 역사상 최악의 밀입국 참사”라고 전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미 당국으로부터 50명이 숨졌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국적이 알려진 사망자는 멕시코인 22명, 과테말라인 7명, 온두라스인 2명이라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경 철로 옆 도로에 있던 트레일러 인근에서 구조 요청을 들은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샌안토니오 소방 당국은 트레일러 내부에서 시신 대부분을 발견했다. 시신 최소 한 구는 트레일러 밖에 너부러져 있었다. 어린이 4명을 포함한 생존자 1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대부분 온열질환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샌안토니오 경찰은 희생자들의 사인을 질식사와 열사병으로 추정했다. 미국 남부가 극심한 열돔(dome) 현상에 포획된 가운데 샌안토니오의 이날 최고기온은 섭씨 40도에 육박했고 습도는 높았다. 소방 당국은 발견 당시 시신들은 몸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또 이 트레일러는 냉장용 차량이었으나 냉장장치가 가동된 정황은 없었고 내부에서 식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3명을 연행했으며 인신매매 연관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론 니런버그 샌안토니오 시장은 “숨진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온 가족들로 보인다”며 “인류의 끔찍한 비극”이라고 애도했다.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약 250km 떨어진 샌안토니오는 텍사스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경유지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달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된 불법 이민자는 역대 최다 수준이었으며 이 중 약 24만 명이 밀입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NYT는 지난달 샌안토니오 인근 국경도시 델리오와 이글패스에서만 불법 이민자 4만4000명 이상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야당인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죽음의 책임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며 “생명을 앗아가는 국경 개방정책 결과”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옹호 정책을 비판해온 애벗 주지사는 국경지대에 주 경찰과 방위군을 배치해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고 컨테이너와 강철 등으로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도 했다. 2003년에는 샌안토니오에서 찜통더위 속 트럭에 갇힌 이민자 19명이 숨졌다. 2017년 샌안토니오 월마트 앞에 주차된 트레일러트럭 내부에서도 이민자 39명이 물과 음식도 없이 갇힌 채 발견돼 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남부 국경 인근에서는 이민자들이 타고 있던 차량과 대형 트레일러가 충돌해 13명이 숨졌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7일(현지 시간) 미국 남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 도로에 방치된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시신 46구가 발견됐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이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최악의 이민자 참사”라고 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경 철로 옆 도로에 있던 트레일러 인근에서 구조 요청을 들은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샌안토니오 소방 당국은 트레일러 내부에서 시신 대부분을 발견했다. 시신 몇 구는 트레일러 밖에 너부러져 있었다. 어린이 4명을 포함한 생존자 1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대부분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샌안토니오 경찰은 희생자들 사인을 질식사와 열사병으로 추정했다. 미국 남부가 극심한 열돔(dome) 현상에 포획된 가운데 샌안토니오의 이날 최고기온은 섭씨 40도에 육박했고 습도는 높은 전형적인 무더위였다. 소방 당국은 발견 당시 시신들은 몸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 트레일러는 냉장용 차량이었으나 냉장장치가 가동된 정황은 없었고 트레일러 내부에서 식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3명을 연행했으며 인신매매 연관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론 니렌버그 샌안토니오 시장은 숨진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온 가족들로 보인다”며 “인류의 끔찍한 비극”이라고 애도를 표시했다. 희생자 등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약 250km 떨어진 샌안토니오는 텍사스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경유지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달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된 불법 이민자는 역대 최다 수준이었으며 이 중 약 24만 명이 밀입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NYT는 지난달 샌안토니오 인근 국경도시 델리오와 이글패스에서만 불법 이민자 4만4000명 이상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야당인 공화당 소속 그래그 에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죽음의 책임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며 “생명을 앗아가는 국경 개방정책 결과”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옹호 정책을 줄곧 비판해온 애벗 주지사는 국경지대에 주 경찰과 방위군을 배치해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고 컨테이너와 강철 등으로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남부 국경 인근에서는 이민자들이 타고 있던 차량과 대형 트레일러가 충돌해 13명이 숨졌다. 2017년 샌안토니오 월마트 앞에 주차된 트레일러 트럭 내부에서는 이민자 200여 명이 물과 음식도 없이 갇힌 채 발견됐다.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 2003년 샌안토니오 남동부에서도 찜통 더위 속에 트럭에 갇힌 이민자 19명이 숨졌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낙태가 불법이던) 과거 낙태 시술자로서 제가 느꼈던 두려움이 이제는 딸의 몫이 됐네요.” 미국 미시간주에서 2대에 걸쳐 낙태 클리닉을 운영해온 캐시(78)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대해 “세상이 거꾸로 뒤바뀐 듯하다”며 이같이 한탄했다. 캐시는 1990년대 낙태 클리닉을 열어 운영해 오다 10여 년 전 은퇴했다. 현재 그의 딸이 이어받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2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모녀의 사례를 통해 낙태 관련 종사자들이 겪는 위험한 실상을 보도했다. 캐시 모녀의 클리닉이 있는 미시간주는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에도 아직까진 낙태 불법화 관련 입법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31개 주 중 하나다. 그럼에도 캐시 모녀는 판결 이전부터 낙태 반대론자들의 끊임없는 협박과 테러 위협에 시달려 왔다. 클리닉 앞 정원에는 꽃은 물론이고 풀 한 포기조차 심어져 있지 않다. 혹시 모를 폭탄 테러에 대비해서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수시로 클리닉에 난입해 환자들을 향해 “아이를 죽이는 살인자”라며 위협하기도 한다. 클리닉 직원들은 집 앞까지 스토킹을 당하거나 협박 메일에 시달린다. 캐시는 손녀들에게 “엄마 대신 왔다”면서 접근해올 경우에 대비해 그 누구도 따라가선 안 된다고 단단히 경고를 했다. 캐시 모녀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에도 낙태 시술을 해오며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돼 왔는데 이번 판결로 최소한의 장벽마저 사라졌다. 캐시는 “(클리닉을 계속 운영하는) 딸이 더욱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낙태 클리닉 종사자를 표적으로 한 폭력 사건은 2018년 15건에서 2021년 123건으로 늘었다. 미시간주가 향후 ‘낙태 합법화’ 입법에 나설지도 불분명하다. 공화당 소속의 스티브 캐라 주 하원의원은 22일 낙태 시술을 하다 적발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캐시는 뉴욕 등 4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일부 특수한 경우 외에는 낙태가 불법이었던 1970년대부터 낙태 시술자로 활동했다. 그는 문의가 들어오면 집이 있던 디트로이트에서 뉴욕으로 이동해 몰래 시술을 해야 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그가 근무했던 병원이 처음으로 낙태 시술을 시작하자 병원 주차장은 밤새 줄서 기다리는 여성들로 넘쳤다. 캐시는 “당시 의료진은 정신없이 바빴지만 열정이 넘쳤다”고 했다. 26일 미 CBS 방송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는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