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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러시아가 해외에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소련이 붕괴한 1991년 이후 32년 만이다. 특히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1년이 넘어섰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반복적으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러시아24’ 방송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러시아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며 이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또한 수십 년간 전술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 왔다”며 이번 배치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자국 영토를 러시아군의 이동 통로로 제공하는 등 줄곧 러시아의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핵무기 운반 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개, 항공기 10대 등을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고 했다. 이어 “7월 1일까지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하겠다”며 구체적인 배치 일정 또한 공개했다. 미사일 운용 등을 위한 벨라루스군의 훈련 또한 다음 달 3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하겠다는 20일 영국 국방부의 발표가 이번 조치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화우라늄을 탄두로 만든 포탄으로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핵물질로 분류되거나 국제적 금지 무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은 당시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달 21일에도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과 똑같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결정을 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내린 가장 중요한 무기 조치라고 진단했다. 한스 크리스텐센 미국과학자연맹(FAS) 국장 또한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고 가세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5일 “미국의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의 행보가 위협 성격이 짙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재무부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전용기, 벨라루스 기업 두 곳을 제재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몬테네그로 검찰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고 구금 기간 또한 최장 30일로 연장하겠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사법 절차가 끝난 뒤에야 다른 나라로 인도가 가능한 데다 미국 인도 가능성도 있어 한국에 송환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 허용하는 몬테네그로는 현지 검찰 측 요청으로 피의자 신문을 거쳐 권 대표의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로 연장했다. 법원은 “권 대표가 싱가포르에 주거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 신원 또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구금 기간 연장 이유를 밝혔다. 권 대표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체포됐다. 권 대표의 짐에선 한국 여권과 위조된 벨기에 여권이 발견됐다. 권 대표 측 변호인 브란코 안젤리치 씨는 25일 현지 언론에 “법원의 구금 기간 연장 결정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첫 피의자 신문에서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며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권 대표가 영어를 잘 이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영어가 유창한 권 대표는 지난해 6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테라폼랩스 공식 미디어 채널에 영어로만 문의해 달라”고 했으며 미국 매체와도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 앞서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 한국과 몬테네그로는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으로 상호 간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반드시 응해야 하는 건 아니어서 권 대표 신병이 조기에 국내에 인도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몬테네그로가 미국 등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다른 국가에 신병을 인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제법은 피의자를 체포한 나라가 송환국을 정하게 돼 있다. 법무부는 몬테네그로가 권 대표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인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 및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등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형이 선고되는 상황에 따라 송환 국가와 시점 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외교 채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사법당국의 방침도 파악 중”이라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몬테네그로 검찰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고 구금 기간 또한 최장 30일로 연장하겠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사법 절차가 끝난 뒤에야 다른 나라로 인도가 가능한 데다 미국 송환 가능성도 있어 한국에 신병이 인도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 허용하는 몬테네그로는 현지 검찰 측 요청으로 피의자 신문을 거쳐 권 대표의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로 연장했다. 법원은 “권 대표가 싱가포르에 주거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 신원 또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구금 기간 연장 이유를 밝혔다. 권 대표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체포됐다. 권 대표의 짐에선 한국 여권과 위조된 벨기에 여권이 발견됐다. 권 대표 측 변호인 브란코 안젤리치 씨는 25일 현지 언론에 “법원의 구금 기간 연장 결정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첫 피의자 신문에서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며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권 대표가 영어를 잘 이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영어가 유창한 권 대표는 지난해 6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테라폼랩스 공식 미디어 채널에 영어로만 문의해달라”고 했으며 미국 매체와도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 앞서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 한국과 몬테네그로는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으로 상호간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반드시 응해야 하는 건 아니어서 권 대표 신병이 조기에 국내에 인도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몬테네그로가 미국 등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다른 국가에 신병을 인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제법은 피의자를 체포한 나라가 송환국을 정하게 돼 있다. 법무부는 몬테네그로가 권 대표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 및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등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형이 선고되는 상황에 따라 송환 국가와 시점 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외교 채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사법당국의 방침도 파악 중”이라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2005년 폐쇄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정착촌에 18년 만에 유대인의 출입을 전격 허용하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마이클 헤르초그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면서 이례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우려를 표하는 등 핵심 동맹이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말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이후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금지했던 법을 최근 이스라엘 의회가 무력화한 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또한 헤르초그 대사를 만나 팔레스타인과의 긴장을 부추기는 행동이나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은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예정에 없던 국무부의 호출을 받은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최근 호메시, 가님, 카딤, 사누르 등 서안지구 내 4곳의 정착촌에 대한 유대인 출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스라엘 의회 또한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철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유대인이 정착촌으로 이주하면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이 격화될 게 확실시된다. 미국은 유대인 정착촌 확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제법 위반이라며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과의 패권 다툼 등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중동에서 추가 분쟁이 일어나면 관리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네타냐후 정권은 미국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정착촌 확대를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2일 성명을 통해 “과거 조국의 일부였던 사마리아(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식 표현) 북부에 유대인의 거주를 막아온 차별적이고 굴욕적인 법안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주장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지난해 12월 말 재집권한 ‘중동의 스트롱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추진했던 ‘사법부 무력화 법안’의 처리 기한을 미루고 일부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법안이 부패 혐의로 기소된 본인을 위한 ‘방탄용 입법’이자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우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하는 등 안팎의 비난이 고조되자 ‘1보 후퇴’를 택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 측은 “처리 시한을 미뤘을 뿐 입법은 강행한다”는 뜻을 고수했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연정 내부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다. 야권 또한 헌법소원,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예고해 당분간 이를 둘러싼 혼란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경고 하루 만에 1보 후퇴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성명을 통해 그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발의한 사법부 무력화 법안 중 일부를 수정하고, 다음 달 2일 전까지 통과시키겠다던 기존의 처리 기한 또한 미루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이 법안은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반대파와 타협하라”는 취지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지 하루 만이다. 올 1월 초 네타냐후 정권이 발표한 이 법안의 핵심은 사법부의 영향력 축소다. 우선 의회 과반(61석)이 동의하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뒤집을 수 있도록 했다. 의회가 만든 법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심사할 수 있는 대법원의 권한도 없앴다. 11명으로 구성된 대법관 추천위원회 또한 내각과 여당 의원이 과반(7명)을 차지하도록 했다. 사실상 정권 입맛에 맞는 법관을 앉히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정권은 법관 임명에 관한 부분에서만 한 발짝 물러섰다. 기존에는 야권이 추천하는 법관 추천위원회의 인사가 11명 중 1명에 불과했지만 이를 2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법원이 의회가 만든 법의 적법성, 행정부의 각종 조치를 심사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 또한 처리 시점을 늦추기로 했다. ● 국방장관 “법안 강행하면 사임”야권은 일부 수정에도 불구하고 법안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꼼수 후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법안 수정이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악의적 의도를 더 담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대법원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식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연정 내부의 반대 여론도 심상치 않다. 현지 매체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 소속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최근 총리에게 “현 법안을 계속 추진하면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연정 내부에서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문제 삼아 사임 의사를 거론한 사람은 갈란트 장관이 처음이다. 이는 공군, 해군, 특수부대 출신의 일부 예비역 군인들이 네타냐후 총리를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법안 강행에 전방위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명목상 국가원수인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조차 15일 TV 연설을 통해 타협과 절충을 강조했지만 네타냐후 총리 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 극우 민족주의, 친미, 반이란 등의 노선으로 유명하다. 이스라엘 헌정사상 최장수 집권 총리이며 이번이 3번째 집권이다. 1996∼1999년 처음 총리를 지냈고 2009∼2021년 다시 집권했다. 이후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 등 가족의 각종 부패 혐의로 실각했지만 지난해 말 총선에서 승리해 세 번째로 취임했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도 그를 총리직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시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이 에둘러 반대 의사를 전하고 내부 비판 여론 또한 거세지만 네타냐후 정권은 강행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민주주의 가치 수호는 양국 동맹의 핵심 특징”이라며 “이런 종류의 개혁은 가능한 한 최대한 폭넓은 동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비판 세력과 타협점을 찾으라”고 권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경고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민주주의 가치를 지킬 것”이라는 원론적 대답만 하는 데 그쳤다. 네타냐후 정권은 대법원 확정판결도 의회 다수가 찬성하면 무효화하고, 법관 인사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권 분립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다음 달 2일 의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공군, 특수부대, 정보기관 모사드 소속 예비역 장교 450여 명은 네타냐후 총리를 ‘독재자’로 규정하고 업무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는 독재자를 위해 일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안전해지면 다시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10일 중국의 중재로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전격 관계 회복에 나선 이란이 억류 중인 3명의 미국인 수감자를 두고 “미국과 교환 합의를 했다”고 12일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즉각 “잔인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재선 도전 준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우크라이나 전쟁 대처 등으로 바쁜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에 예전만큼 집중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을 등에 업은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 및 고립 전략을 뚫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안은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과 서방의 핵합의를 전격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에는 약 70억 달러(약 9조2600억 원)의 이란산 원유 대금이 묶여 있다. 이란은 줄곧 한국에 이 돈을 달라고 했고 미국에도 “수감자를 풀어주는 대가로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이 과거에도 죄수 교환과 동결 자금 해제가 임박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터라 이번 공방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 주목된다.● 이란 “美와 합의” vs 美 “거짓”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국영방송에서 “최근 며칠간 미국과 수감자 교환에 관한 초기 합의에 도달했다”며 “미국 측의 최종 조정이 이뤄지면 단기간 내 포로 교환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이중 국적자인 사업가 시아마크 나마지는 2015년 이란 방문 중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10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다. 역시 미국과 이란의 이중 국적자인 에마드 샤르기, 이란 미국 영국 3개국 국적을 지닌 모라드 타바즈 또한 비슷한 혐의로 구금 중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주장과 관련해 AP통신에 “수감자 교환 협상이 타결됐다는 주장은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잔인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또한 “현재로선 발표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란은 지난해 초부터 미국에 수감자 3명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미국에 수감된 10여 명의 이란 국적자를 석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엔, 카타르, 스위스 등도 중재에 나섰지만 한국 내 동결자금 해제, 핵합의 복원 등 얽힌 사안이 많아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발하면서 이란 당국의 시위대 탄압을 놓고 양측의 대립은 더 격화됐다. 미국은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인기, 탄환 등 각종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도 비판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이란의 일방적 발표를 두고 “시위와 경제난으로 휘청이는 이란이 국내용 메시지를 냈다”고 분석했다. 반정부 시위, 서방의 경제 제재 등으로 내부 비판 여론에 직면한 이란 당국이 미국인 수감자 교환 합의를 통해 한국 동결자금 반환, 경제 제재 완화 가능성 등을 강조하려 했다는 것이다.● 中에 허 찔린 美 이란의 이번 주장이 사우디와의 관계 복원 이틀 만에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은 핵개발에 나선 이란을 중동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맹방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복원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각종 인권 탄압을 비판하면서 사우디와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이 상황에서 이란이 발 빠르게 사우디와 손을 잡은 데다 그 배후에 미국과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국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동에서 완전히 허를 찔린 모양새다. 현재 사우디는 미국에 민간 핵개발 지원과 각종 안전 보장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역시 쉽게 들어주기 어려운 사안이어서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도 국교 정상화 협상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미중 사이에서 노골적인 줄타기를 하고 있다. 중국 또한 중동에서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이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중동 주요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중동의 오랜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국이 중재했다는 소식에 미국이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는 등 중동을 무대로 한 미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 관계가 악화된 사이 중국이 중동 긴장 완화 중재자를 자처하며 영향력을 넓히는 모양새다. 주요 외신 및 중동 매체는 10일 “(이란-사우디) 양국이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상대국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간 외교 관계 정상화는 2016년 1월 이후 7년여 만이다. 당시 사우디가 자국 시아파 유력 성직자들을 체포하고 일부를 처형하자 이란 내 보수 시아파 세력이 주이란 사우디대사관 등을 공격하며 단교 사태를 맞았다. 양국 관계 정상화 합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린 베이징에서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됐다. 이란과 사우디 정부는 10일 성명에서 “이번 회담을 주선한 중국 지도자들과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도 이날 “이번 베이징 대화는 중국과 사우디, 이란 3국 지도자들의 공감대를 기초로 추진됐다.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사우디를 최대 우방으로 삼아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대한 정책을 펴온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란이 사우디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은 대내외적 압력 때문이지, 대화하고 협상하라는 중국의 초청 때문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로 미국이 수세에 몰렸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수잰 멀로니 외교정책 부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합의는 중국의 선전 활동에 큰 승리를 안겨 준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사우디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경제적 지원 및 협력을 무기로 대(對)중동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 온 지역에서 중국이 평화 중재자 노릇을 하며 미 정부 인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중동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히잡 시위’ 6개월, 이란은… ‘노 히잡’ 여성들이 이란 거리를 누비고 있다. 동시에 반(反)정부 시위대에 대한 공개 처형, 여학생을 노린 ‘독가스 테러’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이후 6개월, 이란 사회를 살펴봤다.》 “히잡 강제 착용 시대는 끝났어요.” 이란 북서부 사난다지에 사는 여대생 키미아 씨(23)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히잡을 쓰고 다니지 않은 지 몇 개월이 됐다. 심지어 갖고 다니지도 않는다”며 “남자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쿠르드족이 많은 사난다지는 지난해 9월 16일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의 죽음 이후 반정부 시위가 잦은 곳으로 꼽힌다. 여성 억압의 상징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지 반년이 지났다. 키미아 씨의 발언처럼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분위기는 많이 완화됐다. 수도 테헤란 등 곳곳의 도심과 대학 캠퍼스에는 히잡 대신 머리를 묶은 ‘포니테일’ 스타일의 여성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무자비한 히잡 단속으로 악명이 높았던 이른바 ‘도덕 경찰’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억압적인 사회 체계는 바뀐 게 없으며 실질적인 변화 또한 요원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 전역의 여학교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젊은 여성을 겨냥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독가스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반정부 인사와 인권운동가 또한 “당국이 언제든 히잡을 다시 강제 착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지 않아도 서방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란 경제 또한 더 큰 위기에 처했다. 리알화 가치는 시위 반년 만에 반 토막으로 떨어졌다. 고실업과 고물가 또한 여전하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와 올해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모두 2%대에 불과해 주요 석유 수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개 처형에 독가스 테러까지 아미니는 도덕 경찰에 체포된 후 사흘 만에 감옥에서 숨졌다. 경찰은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진압봉으로 아미니의 머리를 때렸다”는 증언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국에서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아미니 사망 직후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17세 여학생 니카 샤카라미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당국이 군경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한 것도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로 인해 반년간 최소 530명 넘게 숨지고 1만9700명이 구금됐다. 당국은 시위대를 지지하거나 당국을 비판한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유명 여배우, 축구 선수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다. 세계 각국에서 이란 당국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마리옹 코티야르, 쥘리에트 비노슈 등 서구 유명 여배우가 “시위대와 연대하겠다”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영상을 올려도 개의치 않았다. 당국은 지난해 12월 시위에 참여한 20대 남성을 잇달아 사형하면서 전 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23세 남성 마지드레자 라나바르드는 “신과 전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공개 교수형을 당했다. 당국은 손과 발이 묶인 채 건설 크레인에 매달린 그의 처형 사진까지 공개했다. 강경 진압을 멈추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반정부 시위에 대한 보복 행위로 추정되는 여학생 대상 ‘독가스 테러’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또 다른 시아파 성지 쿰에서 처음 공격이 발생했고 지금까지 230곳이 넘는 학교에서 최소 5000명 이상의 학생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테헤란 인근 여학교에서 37명의 여학생이 호흡곤란 증세로 집단 입원했다. 당국은 당초 “난방 설비 노후화로 인한 단순 사고”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사태가 학부모들의 시위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뒤늦게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하메네이도 겉으론 유화책 히잡 착용 등 이슬람 풍속 단속을 전담했던 도덕 경찰의 위세는 크게 위축되긴 했다. 이들은 예전부터 체포 및 구금 권한을 남용해 길에서 여성을 구타하거나 납치하듯 연행하는 마구잡이식 단속으로 악명이 높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악마”라고 부를 정도로 서구에 적대적이었던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시절 특히 위세를 떨쳤다.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 시절에는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2021년 보수 이슬람 학자 출신의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들이 즐겨 타는 초록색 줄무늬의 승합차는 이란 여성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모마하드 자파드 몬타제리 검찰총장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도덕 경찰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총장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최고권력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폐지를 거론하기 전까지는 검찰총장의 발언이라 해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도덕 경찰을 폐지했는지에 대한 혼란과 모호함은 여전하지만 길거리에서 이들을 보기가 어려워졌다”며 규모와 활동 범위가 대폭 축소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하메네이 또한 겉으로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올 1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아도 우리의 딸들”이라며 과거처럼 히잡 착용을 엄격히 단속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지난달 5일 반정부 시위대를 포함한 수감자 수만 명을 사면했다. 이달 6일에도 약 8만 명을 풀어줬다. 여학생 대상 독가스 테러에 대한 엄중한 조사도 천명했다.● 경제난-외교 고립 심화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당국이 최근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민심 이반과 외교적 고립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엔 산하 여성지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란을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제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또한 각종 제재를 쏟아내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최고조직 ‘혁명수비대’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 또한 속속 가했다. 경제 위기도 심각하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하지 않은 핵시설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2002년 이후 20년 넘게 서방의 제재를 받아왔다. 이로 인해 고물가, 고실업, 화폐가치 하락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다. 이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쳤고, 전염병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반년 동안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시위대와 당국의 물리적 충돌은 그렇지 않아도 낙후된 도로, 건물 등 각종 인프라를 더 훼손했다. 인터넷 접속 차단에 따른 손해액만 3800만 달러(약 459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혁명수비대가 직접 운영하거나 후원하는 기업의 제품을 향한 불매 운동도 끊이지 않아 경제의 근간인 내수 또한 얼어붙었다. 최근 세계은행은 반정부 시위 여파 등으로 2022년 이란의 GDP 증가율 전망치를 3.7%에서 2.9%로 낮췄다. 올해 성장률은 2.2%로 제시했다. 이는 주요 석유 수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2월 기준 인플레이션이 48%로 1995년 이후 27년 최고치라고 전했다. 반정부 시위 이전 달러당 31만 리알대였던 리알화 가치 또한 최근 60만 리알대가 됐다. 6일 NYT는 리알화 가치 급락으로 곳곳의 환전소에서 달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위 한 달째인 지난해 10월 기준으로만 시위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 피해가 240억 달러(약 31조2000억 원)라고 분석했다. 그로부터 다섯 달이 흐른 지금은 이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 확실시된다.● 러 지원으로 서방과 관계 악화 계속된 반정부 시위와 당국의 탄압은 그렇지 않아도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란 핵협상 복원 논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와중에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인기(드론), 탄약 등 각종 무기를 계속 공급하는 점도 서방과의 관계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8일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란이 올 1월 일반 화물선 2척을 이용해 러시아군에 총알, 로켓, 박격포 포탄 등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또한 대가로 현금을 지급해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전했다. 그간 이란이 러시아군에 드론을 지원했다는 보도는 많았지만 구체적인 탄약 지원 정황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전쟁 장기화로 탄약 등 각종 군수품 보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러시아가 이란을 후방 기지로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방과의 관계 악화, 시위 장기화 등이 되레 강경파의 득세에 힘을 실어주는 일종의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위 발생 직후에는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것을 자제했던 하메네이가 최근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 외교매체 포린어페어스(FA) 또한 반정부 시위가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하메네이, 라이시 대통령 등 지도부 또한 강경파에 더 기대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대법원장 역할을 맡고 있는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가 6일 “히잡을 반대하는 행위는 이슬람 가치에 반하는 반국가 행위”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겠다”고 경고한 것 또한 강경파 득세의 증거로 풀이된다. 시민단체와 인권운동가들은 반정부 시위가 발발하면 잠시 유화책을 내놓는 듯하다 시위가 소강 상태를 보이면 다시 인권을 옥죄는 과거의 행태가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전 이란을 통치했던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자 레자 팔레비는 최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시민 혁명(반정부 시위)이 운명의 순간을 맞았다”고 평했다. 서방 주요국 정부가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면 시위대가 힘을 얻겠지만 방관하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과거보다 더 거센 탄압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무슬림 여성 최초로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유명 여성 인권 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지난달 10일 미 워싱턴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우리가 연합하지 않아 이슬람 정권이 44년 동안 살아남았다”며 시민사회의 연대를 주문했다. 변호사 겸 인권 운동가 나스린 소투데 또한 미 CNN에 “시위의 불길이 죽었다고 해서 여론의 분노가 가라앉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정권교체를 원한다”며 시위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히잡 의문사에 반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반년째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란 당국이 한동안 느슨했던 히잡 단속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신정(神政)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사진)는 반정부 시위대 수만 명을 사면하고, 시위에 대한 보복으로 추정되는 여학교 대상 독가스 테러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강경책과 유화책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6일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히잡을 반대하는 행위는 이슬람공화국과 그 가치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는 것”이라며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법부와 행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겠다”며 엄벌을 예고했다. 지난해 9월 16일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는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이른바 ‘도덕 경찰’에 끌려가 숨졌다. 그의 의문사 후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발하자 당국은 시위를 강경 진압했지만 경찰 인력 부족, 민심 악화 등을 우려해 히잡 단속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했다. 이 여파로 최근 테헤란 도심의 젊은층 밀집 지역과 대학 등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크게 늘었다.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당국이 밝힌 것이다. 다만 이날 하메네이는 반정부 시위대를 포함한 죄수 8만 명을 사면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에 따르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약 580명이 숨지고 1만9000명 이상이 구금됐다. 반정부 시위로 인한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하메네이는 “여학생을 목표로 한 독극물 사건에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며 “의도적 공격임이 입증되면 가해자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난해 11월부터 발발한 여학생 겨냥 공격을 두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잇따른 가스 테러로 공포에 찬 학부모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설 조짐이 보이자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학생 대상 공격은 테헤란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최소 52개 학교에서 발생했다. 400여 건의 피해 사례가 보고됐고 피해자 중 최소 1명이 숨졌다. 반정부 시위에 적극 가담한 여성을 노린 테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부 반정부 인사들은 하메네이의 유화책을 두고 “매번 반복되던 시나리오”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강행’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비행기 조종사들마저 총리 전용기의 조종을 보이콧하고 있다. 국영항공사 엘알은 5일(현지 시간) 총리 전용기의 조종사 및 승무원 지원을 받았지만 지원자가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 이탈리아를 찾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이에 필요한 조종사와 승무원을 모집했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엘알은 “총리 전용기 기종인 보잉 777을 조종할 수 있는 조종사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라며 승무원 배치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공군 69 비행대대의 예비역 조종사 40명 중 37명 또한 8일로 예정된 훈련의 불참을 선언했다. 69 비행대대는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폭격한 ‘오차드 작전’을 수행한 부대로 유명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이 ‘사법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여권은 최근 의회가 헌법 ‘기본법’에 위배되는 입법을 할지라도 대법원이 이를 막지 못하도록 하고, 의회가 법관 인사에도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의회에서 예비 투표 절차를 마쳤다. 야당, 법조계, 시민사회는 이를 “사법 개혁이 아니라 ‘정치적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두 달 넘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4일 집회에는 최대 30만 명이 참여해 정부를 규탄했다. 예비군 장성들까지 반대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해 당분간 이를 둘러싼 사회 전반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을 넘긴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의 거점 도시 바흐무트에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철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러시아 또한 수도 모스크바 인근 콜롬나 등 본토 곳곳에서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당하는 등 양측이 모두 교착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달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에 밀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가장 어려운 곳이 바흐무트”라고 했다. 지상군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대령 또한 “적(러시아군)이 잘 훈련된 바그너 부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바흐무트 전선의 우크라이나 병사들 또한 끝없이 밀려오는 러시아 병력에 지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 휴학 후 입대했다는 세르히 흐네즈딜로우 씨(22)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가 이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 파이프’처럼 군인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사상자 발생에도 개의치 않고 병력을 투입해 “고기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시체가 나온다”는 증언도 등장했다. 미국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문 알렉산드르 로드얀스키가 바흐무트에서의 전략적 후퇴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모든 인력을 헛되이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콜롬나, 2014년 강제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등에서 우크라이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당했다. 콜롬나는 모스크바와 불과 110km 떨어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쟁 발발 후 모스크바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 또한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연결된 크라스노다르, 아디게야 등에 무인기 공격을 가하려 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현지 매체들은 한 유류 저장고에서 드론 공습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날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 상공에도 미확인 물체가 등장해 공항 운영이 잠시 중단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간첩 및 파괴 공작(사보타주)에 대응하기 위한 방첩 활동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라고도 주문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을 넘긴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의 거점도시 바흐무트에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철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러시아 또한 수도 모스크바 인근 콜롬나 등 본토 곳곳에서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당하는 등 양측이 모두 교착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에 밀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가장 어려운 곳이 바흐무트”라고 했다. 지상군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대령 또한 “적(러시아군)이 잘 훈련된 바그너 부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바흐무트 전선의 우크라이나 병사들 또한 끝없이 밀려오는 러시아 병력에 지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교 휴학 후 입대했다는 세르헤이 흐네즈딜로프 씨(22)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가 이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 파이프’ 마냥 군인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사상자 발생에도 개의치않고 병력을 투입해 “고기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시체가 나온다”는 증언도 등장했다. 미국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문 알렉산드르 로드얀스키가 바흐무트에서의 전략적 후퇴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모든 인력을 헛되이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콜롬나, 2014년 강제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등에서 우크라이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당했다. 콜롬나는 모스크바와 불과 110km 떨어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쟁 발발 후 모스크바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 또한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연결된 크라스노다르, 아디게야 등에 무인기 공격을 가하려 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현지 매체들은 한 유류 저장고에서 드론 공습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날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 상공에서도 미확인 물체가 등장해 공항 운영이 잠시 중단됐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간첩 및 파괴 공작(사보타주)에 대응하기 위한 방첩 활동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라고도 주문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교역장벽을 낮추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속 협약에 전격 합의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이지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같은 생활권이라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단일시장에 남았다. 이중적 지위 탓에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물품은 한 나라임에도 검역·통관을 거쳐야 했는데 이 장벽을 사실상 없앤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유럽 주요국 간 충돌을 낳고, 미국까지 나서게 했던 북아일랜드 문제에 영국과 EU 모두 한 발씩 물러선 셈이다.● 英 본토-북아일랜드 교역장벽 완화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영국 윈저성에서 회담을 갖고 북아일랜드 협약을 개정한 ‘윈저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물품이 북아일랜드로 넘어갈 때 ‘북아일랜드에 남는 것’과 ‘아일랜드 등 EU 단일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구분해 북아일랜드에서 소비되는 물품에 대해선 검역·통관 절차를 면제하기로 했다. EU는 북아일랜드에 새 EU 규정이 적용될 때 북아일랜드 의회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영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교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가(ECJ)가 최종 중재를 맡는다. 2020년 브렉시트 발효에도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에 남았다. 당시 북아일랜드에 있는 아일랜드계 시민들이 “EU에서 탈퇴하면 경제가 무너진다”며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북아일랜드가 영국-EU 간 관세 없이 상품이 오가는 ‘뒷문’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왔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는 1998년 유혈 분쟁을 종식시킨 ‘벨파스트 협정’에 따라 인력과 물품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은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물품에 대해 번거로운 검역·통관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 같은 교역장벽은 북아일랜드에서는 물론 영국과 EU의 갈등 요소로 작용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과 EU의 이번 합의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지정학적 위험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년간의 마찰을 종식하고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일랜드계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벨파스트 협정으로 어렵게 획득한 평화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반색했다.● 급한 불 껐지만 브렉시트 후폭풍은 지속이번 후속 협약 타결로 영국 내 정치·외교적 혼란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아일랜드의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은 지난해 5월 역사상 처음으로 총선에서 승리해 제1당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영국과의 통합을 주창해온 민주연합당(DUP)이 교역장벽으로 인해 영국과의 단일성이 훼손됐다며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영국계와 아일랜드계의 갈등 완화를 위해 연방주의 정당과 민족주의 정당 간 연정(聯政)을 통해 공동정부를 꾸려야만 한다. 수낵 총리는 브렉시트를 주도한 집권 여당 보수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 및 EU와의 관계를 개선할 ‘묘안’을 찾아냈다. 이에 취임 4개월 만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영국 경제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이 남아 있다. 영국은 전기·가스요금 급등에, ‘물류 대란’ ‘채소 대란’ 등 각종 식자재와 생필품 유통 혼란이 겹치며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 지난해 11월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잘못됐다’는 응답자는 56%로, ‘옳았다’는 응답(32%)을 크게 앞섰다. 영국에서는 EU 탈퇴를 후회한다는 의미의 ‘브레그렛(Bregret·Brexit와 regret의 합성어)’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보복전 양상으로 격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6일 요르단강 서안 북부 나블루스 인근 후와라에서 차에 타고 있던 21세, 19세 이스라엘 형제 2명이 팔레스타인 무장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총격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후와라 작전’은 나블루스에서 학살을 자행한 점령 세력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이라며 배후를 자처하는 성명을 냈다. 11일 나블루스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간 총격전으로 팔레스타인인 11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이라는 취지다. 그러자 이스라엘 정착촌 유대인들은 26일 후와라에서 차량과 주택에 불을 지르며 맞섰다. 정착촌 유대계 주민들은 소셜미디어에 ‘복수를 위한 행진에 동참하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요르단 아카바에서는 미국과 이집트, 요르단 중재로 이-팔 고위급 안보 회담이 열렸지만 유대인 정착촌 확대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담 후 당사국 명의로 “이스라엘이 향후 4개월간 새 정착촌 논의를 중단하며, 6개월간 불법 정착촌을 합법화하지 않기로 했다”는 성명이 발표됐다. 하지만 극우파인 베잘렐 스모트리흐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트위터에 “단 하루도 유대인 정착촌 건설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썼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강진은 21세기 들어 역대 6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자연 재해로 꼽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재난관리국(AFAD)은 6일(현지 시간) 강진 발생 후 24일까지 누적 사망자 수가 4만421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당국이 최근 발표한 사망자 수 5914명을 합하면 양국에서 지진으로 5만1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진으로 인한 시리아 사망자 수를 6760명으로 보고 있어 실제 사망자 수는 5만132명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19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살던 집을 피해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에 머무르고 있으며 시리아에서도 10만 명 넘는 이재민이 나왔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재민을 위한 주택 재건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은행 JP모건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택과 각종 기반시설을 새로 짓는 데 250억 달러(약 32조9500억 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시리아에서는 지진 피해가 난 북서부 반군 장악 지역에서 드론 공습으로 2명이 숨졌다. 아직까지 누가 공습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한국산 무기가 지원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산 포탄 추가 구매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미국에 155mm 포탄 수만 발을 추가로 수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을 3490억 달러(약 457조 원)로 추산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 젤렌스키 “韓 지도부 초청도 논의 중”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이 훌륭한 나라에 관해 다른 나라들과 의논 중인 세부 사항들이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최근 한미 간 진행 중인 포탄 수출 협의를 언급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요청으로 포탄을 추가 수출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고 미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한미 간 포탄 수출 합의 시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뒤 한국산 포탄으로 미군의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우회 지원’인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 지도부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무총리의 한국 방문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국 관계에 굉장히 관심이 크다”며 한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고위급 인사의 양국 방문과 관련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간 논의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軍-우크라군, 민군작전 콘퍼런스 개최우리 정부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26일 한미연합사에 따르면 캠프 험프리스(경기 평택 미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대사관과 한미 군 당국,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전시 민군작전을 토론하는 화상 콘퍼런스가 열렸다. 민군작전이란 전·평시에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펼치는 인도주의 활동 등 대민작전을 뜻한다. 우크라이나군은 화상으로 연결해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사 측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현지 민군작전 환경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전시 민군작전의 교훈을 얻고자 마련된 세미나였다”며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이 당장 우크라이나 현지 민군작전을 지원하거나 관여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날 콘퍼런스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한 파병 가능성 등을 고려한 자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포탄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 역시 전후 재건 사업 참여에 대한 고려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의 참여 요청에 따라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3일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6·25전쟁 이후 한국의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한국산 무기가 지원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산 포탄 추가 구매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미국에 155mm 포탄 수만 발을 추가로 수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우리 정부가 참여하는 방안을 두고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젤렌스키 “韓 지도부 초청도 논의 중”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이 훌륭한 나라에 관해 다른 나라들과 의논 중인 세부사항들이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최근 한미 간 진행 중인 포탄 수출 협의를 언급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요청으로 포탄을 추가 수출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고 미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포탄 수출 합의 시, 포탄을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고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뒤 한국산 포탄으로 미군의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우회 지원’인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 지도부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무총리의 한국 방문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국 관계에 굉장히 관심이 크다”며 한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한국 지도부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간 논의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軍-우크라군, 민군작전 컨퍼런스 개최 종전 후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26일 한미연합사에 따르면 캠프 험프리스(평택 미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한미 군 당국,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전시 민군작전을 토론하는 화상 콘퍼런스가 열렸다. 민군작전이란 전·평시에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펼치는 인도주의 활동 등 대민작전을 뜻한다. 우크라이나군은 화상으로 연결해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사 측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현지 민군작전 환경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전시 민군작전의 교훈을 얻고자 마련된 세미나였다”며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이 당장 우크라이나 현지 민군작전을 지원하거나 관여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날 컨퍼런스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한 파병 가능성 등을 고려한 자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포탄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 역시 전후 재건 사업 참여에 대한 고려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의 참여 요청에 따라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3일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6·24 전쟁 이후 한국의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강진은 21세기 들어 역대 6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자연 재해로 꼽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재난관리국(AFAD)은 6일(현지 시간) 강진 발생 후 24일까지 누적 사망자 수가 4만421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당국이 최근 발표한 사망자 수 5914명을 합하면 양국에서 지진으로 5만1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진으로 인한 시리아 사망자 수를 6760명으로 보고 있어 실제 사망자 수는 5만132명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19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살던 집을 피해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에 머무르고 있으며 시리아에서도 10만 명 넘는 이재민이 나왔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재민을 위한 주택 재건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은행 JP모건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택과 각종 기반시설을 새로 짓는데 250억 달러(32조95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시리아에서는 지진 피해가 난 북서부 반군 장악 지역에서 드론 공습으로 2명이 숨졌다. 아직까지 누가 공습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과 독일 이중국적자가 이란에 대한 테러를 모의 및 시행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독일 정부는 사형 선고를 집행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21일(현지 시간) 이슬람혁명법원이 이날 테러 조직 ‘톤다르(Tondar·천둥이라는 뜻의 페르시아어)’의 수장으로 지목된 잠시드 샤르마흐드에게 최고형인 ‘지구상의 부패 확산(corruption on earth)’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이란과 독일 이중국적자이자 미국 영주권자인 샤르마흐드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둔 테러 조직 톤다르를 이끌며 이란 내 다양한 테러를 모의하고 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톤다르는 이슬람혁명 이전 왕조 재건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이란 왕조단(The Kingdom Assembly of Iran)’으로도 알려져있다. 톤다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도움을 받아 이란 내 주요 시설물 테러 행위를 모의했으며 특히 샤르마흐드는 2008년 14명이 사망한 이란 중부 시라즈 지역 세예드 알쇼하다 모스크 테러 주동자라는 게 이란 정부 입장이다. 이밖에도 톤다르는 지난 수년 간 시라즈의 시반드 댐,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영묘, 테헤란 도서 전시회 등을 겨냥한 폭탄 테러 27건을 모의한 혐의도 받는다. 이란 사법부는 샤르마흐드의 재판이 변호인 입회 하에 지난해부터 7차례 진행됐다고 밝혔다. 샤르마흐드는 2003년부터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겨 이란 체제를 비판하는 라디오 방송을 해오다가 이란 당국에 체포됐다. 이란 정보 당국은 2020년 8월 성명을 통해 ‘복잡한 작전(complex operation)’에 의해 그를 체포했다고만 밝히며 구체적인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샤르마흐드에 대한 사형 선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뤄질 경우 뚜렷한 대응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