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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는 러시아 전투기가 지난해 영국 정찰기를 향해 미사일을 쏴 격추시킬 뻔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 담겨있다. 실제로 격추가 이뤄졌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적인 충돌로 확전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었다. 다만 문건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유출된 문건을 인용해 지난해 9월 러시아 전투기 2대가 흑해 상공을 정찰 중이던 영국 정찰기 ‘리벳조인트(RC-135)’를 따라붙었으며, 이들 중 1대가 리벳조인트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미사일은 빗나갔지만 만약 영국 군용기가 격추됐으면 나토와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나토 가입국이 무력 공격을 당할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회원국들이 집단 대응하도록 조약에 규정돼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벤 왈라스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 하원에 나와 당시 러시아군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격추 시도’ 대신 ‘기술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이라고 설명했다. WP는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대결은 피하려는 서방의 ‘균형 전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또 다른 유출 문건을 인용해 러시아의 해킹그룹 자리야(Zarya)가 러시아 당국의 지시로 2월 캐나다 가스관 폭파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문건에 따르면 자리야는 캐나다 가스관의 비상경보를 해제해 긴급 가동중단 기능을 해제한 뒤 가스관 압력을 높이는 방법이 담긴 사진을 당국에 전송했다. 해커들은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과 가스관 폭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캐나다 가스협회 측은 “해커 공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32년까지 전체 신차의 3분의 2(약 67%)를 전기차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8일 보도했다. 북미산 전기차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내놓은 정책이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상당하다. 지난해 미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5.8%에 불과한 상황에서 9년 만에 이를 11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의미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2032년까지 신차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전환해 탄소 배출량을 대대적으로 줄이는 내용의 규정을 12일 공개하기로 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챠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 왔는데 이 비율을 훨씬 높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달성 가능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업체의 생산 능력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려야 하는 데다 전기차 충전소 등 추가 인프라 또한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내외적 상황도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대중국 견제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으로 주요 기업은 반도체,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 부품에 필요한 원자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친환경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감안할 때 차기 행정부가 규제안을 철회하거나 약화할 수 있으며 최종 정책 시행까지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동맹국 감청 정보 등이 담긴 미국 기밀문서가 대규모로 유출된 사건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나 친러시아 세력이 미국과 동맹국들 간 연대를 약화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에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유출된 기밀문서의 상당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문서다. 미국이 러시아 정보기관에 광범위하게 침투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의 구체적인 작전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비밀리에 계획하던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과 이에 대한 러시아 참모부의 대응 전략 등 ‘일급 기밀’ 문서들도 유출됐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유출의 배후에 러시아나 친러시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특정 세력이 우크라이나와 미국, 나토의 노력을 망치기 위해 고의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NYT는 “이번 유출 사태로 인해 러시아가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경로를 차단할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유출된 문서에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수가 실제보다 많고 러시아군 전사자 수는 적게 나와 있는 등 일부 정보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왜곡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문건 유출이 러시아의 소행이며 유포된 내용은 허위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국의 대반격 작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러시아가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는 취지다. 반면 러시아에선 문건에 나온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러시아 정부 발표보다 많다며 이번 문건 유출이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서방 정보 당국의 책략이라는 주장이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찰스 3세 영국 국왕(사진)이 왕실의 노예무역 역사를 밝히는 연구에 협조하기로 했다. 왕실이 노예무역 역사 연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밝혔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6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17∼18세기 선대 국왕들과 노예무역 간 역사적 연관성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자료를 모두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찰스 3세 즉위 직후 맨체스터대와 영국 왕궁 관리 재단은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왕실 대변인은 “국왕이 조상들의 노예무역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철저한 조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최근 가디언이 영국의 왕이었던 윌리엄 3세가 1689년 노예무역업자인 에드워드 콜스턴으로부터 노예무역 기업 ‘왕립 아프리카 회사’의 주식을 양도받은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를 최초로 보도한 뒤 이뤄졌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미동맹 70주년 및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한국 법정기념일 ‘김치의 날’을 미국에서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이 미 의회에 발의됐다.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MOKAH)은 한국계 영 김 미 연방 하원의원이 11월 22일을 미국에서도 ‘김치의 날’로 선포하자는 결의안을 6일(현지 시간) 하원에 냈다고 밝혔다. 11월 22일은 한국김치협회가 선포한 김치의 날로, 2020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도 김치의 날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까지 처리가 되지 않아 폐기됐다. 올해 다시 영 김 의원이 주도해 한국계 앤디 김, 미셸 스틸 박,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 등과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것이다. 영 김 의원은 결의안에서 “미국에서 김치 관련 식품과 메뉴가 늘고 있고 미국인에게도 인기가 확산되는 것은 문화 교류의 긍정적 사례”라고 설명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美 ‘틱톡 퇴출’ 세대갈등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미국에서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 절반에 육박하는 1억5000만 명이 즐기니 가히 ‘국민 앱’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틱톡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침투한 정찰풍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틱톡 규제가 전 세계로 번지는 가운데 주 이용자인 젊은 세대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전 세계 성인들이 하루에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는 앱은 무엇일까.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도,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로 꼽히는 페이스북도 아니다. 정답은 바로 ‘틱톡’.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가 2017년 9월 출시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다. 미국은 틱톡에 중국 다음으로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는 나라다. 전체 인구 3억4000만 명 중 약 1억5000만 명이 틱톡 이용자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수년간 주도해온 ‘틱톡 퇴출’ 움직임이 최근 본격화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강경파들이 “틱톡은 중국의 트로이목마”라며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틱톡에 열광하는 젊은층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역풍’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쇼트폼’ 시대 연 틱톡, 누적 다운로드 40억 회 2017년 9월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틱톡은 ‘쇼트폼’(Short-form·1분 이하의 짧은 동영상)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용자들은 몇 번의 터치로 15초 남짓한 짧은 영상을 찍어 공유한다. 유튜브와 달리 비싼 장비도, 고도의 편집 능력도 필요 없다. 전 세계 150여 개국의 틱톡 사용자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무수한 주제의 영상을 쏟아내고 있다. 틱톡의 성장세는 무섭다. 지난해에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지금까지 40억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지난해 2분기(4∼6월) 전 세계 틱토커들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95분으로 유튜브(74분), 인스타그램(51분), 페이스북(49분)을 훌쩍 넘어섰다. 모바일 시장분석 서비스 앱에이프는 틱톡 전체 이용자 중 77.5%가 13∼34세라고 분석했다. 틱톡이 전 세계 MZ세대의 놀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미국에서도 틱톡 돌풍은 거세다. 미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의 지난해 7월 발표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이 하루에 틱톡을 이용하는 시간은 45.8분으로 유튜브(45.6분)를 제쳤다. 트위터와 스냅챗,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미국에서 만들어진 다른 플랫폼들의 이용 시간은 30분대에 머문다. 광고시장 분석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트는 틱톡의 올해 미국 내 광고 매출은 36% 급증한 68억3000만 달러(약 8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인 주머니 속으로 들어온 신냉전” 하지만 “틱톡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미국을 필두로 유럽, 아시아 각국이 틱톡 퇴출 움직임에 나서면서 이런 폭발적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미 하원에서 열린 ‘틱톡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틱톡은 스마트폰에 있는 정찰풍선”이라며 매섭게 공격했다. 최근 한 달간 프랑스, 영국, 호주, 인도 등도 잇따라 틱톡 금지에 동참하고 나섰다. 미국의 틱톡에 대한 강한 불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 가짜뉴스 확산 등의 이유로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틱톡은 행정명령에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틱톡의 손을 들어줘 행정명령은 무효가 됐다. 2021년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세를 다소 낮췄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미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바이트댄스 본사 회의 녹취록을 입수해 정보유출 의혹을 보도하는 등 ‘정황증거’들이 제시되면서 다시 ‘퇴출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중국 안에서 모든 것이 보인다”라는 틱톡 직원의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현재는 미 연방정부를 비롯해 20여 개 주정부가 모든 IT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20개 이상의 공립대학도 교내 와이파이를 이용해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했고, 학생들에게도 틱톡 삭제를 권장하고 있다. 미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틱톡을 몰아붙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에너지·상업위원장은 ‘틱톡 청문회’에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 전체를 조종하는 데 틱톡을 사용할 수 있다”며 “틱톡은 미래 세대를 착취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무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간사 프랭크 펄론 의원도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비호하에 있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신무기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틱톡 퇴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틱톡의 데이터 수집 능력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틱톡은 사용자가 특정 영상을 보는 시간과 댓글 게재 여부 등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피드를 제공한다. ‘틱톡은 본인보다도 사용자를 더 잘 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사이버안보 전문가 샘 색스는 뉴욕타임스(NYT)에 “틱톡이 (향후) 미국을 위협하거나 불안정하게 할 콘텐츠를 우선순위로 노출하도록 결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권은 중국 정부가 틱톡에 ‘백도어’(특정 정보를 훔쳐볼 목적으로 기기나 소프트웨어에 몰래 심어두는 프로그램)를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7년 도입된 중국 국가보안법은 “기업과 시민은 국가 정보 업무를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정부가 이를 근거로 미국인의 데이터를 모아 대미 첩보활동이나 정치 선동전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사프나 마헤슈와리 기자는 “틱톡은 티베트 독립, 톈안먼 학살 등 중국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한 비디오를 검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틱톡은 중국 정부와 무관하다고 항변한다. 저우서우쯔(周受資)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삭제하지 않는다”며 본인 역시 중국 본토가 아닌 싱가포르 화교 출신임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틱톡이 데이터를 미국으로 옮겨 미국 기업인 오라클이 관리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Z세대 “젊은이들 뺨 때리는 격” 반발 미국이 ‘틱톡과의 전쟁’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틱톡 사용자 다수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라는 점이 큰 딜레마다. 지난달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중간선거 이후로 민주당이 선전해 온 것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틱톡 금지령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젊은 유권자들이 틱톡을 통해 각종 뉴스를 접한다는 점을 알고 틱톡을 홍보 경로로 활용해 왔다. 미 터프츠대가 지난달 3일 18∼29세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뉴스를 접하는 주된 경로로 틱톡을 꼽았다. 미 비영리단체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연합’이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하원 주지사 후보 중 틱톡 계정을 갖고 있는 비율은 공화당에선 12%뿐이었지만 민주당 후보는 34%로 훨씬 높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틱톡 금지가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틱톡 금지 법안에 반대하며 “35세 미만의 모든 유권자를 영원히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WSJ에 “틱톡은 Z세대 사이에서 특히 지배적인 플랫폼이다”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틱톡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유권자의 반발은 벌써부터 거세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청문회 이후 틱톡에선 ‘#미국정부는정말별로다(US government sucks)’라는 해시태그가 인기를 끌었다. 한 틱토커(틱톡 인프루언서)는 “미국 정부는 중국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틱톡을 사용하고 있다고 걱정하지만, 미국 정부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 정부 자체다”라고 반발했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을 올렸던 유명 틱톡커 에이든 콘 머피(19)는 NBC방송에 “만약 미국 정부가 틱톡을 금지한다면 수많은 젊은 미국인의 뺨을 때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WP는 틱톡 규제가 이제 ‘주머(Zoomer·줌을 쓰는 Z세대) 대 부머(베이비붐 세대)’, 즉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치적, 경제적 힘을 가진 기성세대가 틱톡 금지 논의를 이끌고 있지만 틱톡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유고브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틱톡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0세 미만에선 37%에 그친 반면에 45∼64세에선 60%, 65세 이상에선 75%를 기록했다. ‘틱톡이 미국 내에서 금지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30세 미만 응답자는 39%만이 찬성했지만, 45∼64세에선 65%가, 65세 이상은 83%가 찬성했다.● “틱톡 금지, 표현의 자유와 충돌” 지적도 틱톡 금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핵심 가치, 즉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0년 트럼프 전 행정부가 틱톡 금지를 추진했을 때 제동이 걸렸던 것도 수정헌법 1조 때문이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수정헌법 1조는 정부의 검열이나 억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암묵적 연결고리”라며 “틱톡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것은 미국 사회의 핵심 강점인 개방성을 해친다”고 분석했다. 컬럼비아대 ‘수정헌법 1조 기사 연구소’의 자밀 재퍼 이사도 로이터통신에 “매일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앱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디지털 공공영역의 규제 범위를 확장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틱톡이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트로이 목마’라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CNN방송은 지난달 21일 “중국 정부가 실제로 틱톡을 사용해 사람들을 추적했다는 공개된 증거가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롭 조이스 미 국가안보국(NSA) 사이버보안국장은 지난해 12월 틱톡에 대한 보안 우려를 명확히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는 대신 “장전된 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폴리티코 역시 “중국 정부 개입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앱이 언젠가 무기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만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앱 외교전’은 당분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신(新)냉전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 주머니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린지 고먼 마셜펀드 기술담당 연구원은 WSJ에 “지정학적 고려 없이 미중 간의 비즈니스가 지속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틱톡 갈등은)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왕실의 노예무역 역사를 밝히는 연구에 협조하기로 했다. 왕실이 노예무역 역사 연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밝혔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6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17~18세기 선대 국왕들과 노예무역 간 역사적 연관성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자료를 모두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찰스 3세 즉위 직후 맨체스터대와 영국 왕궁 관리 재단은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왕실 대변인은 “국왕이 조상들의 노예무역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철저한 조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최근 가디언이 영국의 왕이었던 윌리엄 3세가 1689년 노예무역업자인 에드워드 콜스턴으로부터 노예무역 기업 ‘왕립 아프리카 회사’의 주식을 양도받은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를 최초로 보도한 뒤 이뤄졌다. 앞서 찰스 3세는 즉위 전인 지난해 6월 르완다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노예제도를 포함해 과거 잘못을 인정해야 미래의 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당시 국왕이 일반적인 슬픔만 표현했을 뿐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노예제 및 노예무역의 희생자가 많은 카리브해 지역 공동체(카리콤) 배상위원회의 에릭 필립스 부의장은 “국왕의 연구 지원을 환영한다”면서도 “왕실의 개입을 지금 당장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2005년부터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를 이끌고 있으며 세계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67·사진)가 미 중소형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에 대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소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4일(현지 시간) 경고했다. 이 여파로 위기에 처한 또 다른 중소형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 또한 이날 5.6% 하락했고 주요 금융주 역시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다이먼 CEO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43쪽짜리 연례 서한에서 “은행 위기가 지나간 듯 보여도 앞으로 수년간 악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위기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하고 고물가 또한 계속될 것이라며 “인플레가 지속되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 위기에도 기준 금리를 더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은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무조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이먼 CEO는 “현재 시행 중인 규제, 감독, 해결 체계 등이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래 규제에 대한 끊임없는 불확실성은 은행 체계를 안전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손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왜 현 위기가 발생했는지를 연구해야 하지만 과잉 반응도 금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로 중소형 은행에 돈을 맡겼던 고객들이 JP모건 같은 대형 은행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몇몇 큰 은행만 이득을 봤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라며 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하락해 모든 은행이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다이먼 CEO는 이번 사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같은 대형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으며 미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의 감소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대형 금융사,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회사, 보험사 등이 서로 연결됐고 함께 무너졌던 2008년과 달리 이번 은행 위기에는 얽혀 있는 금융사, 해결해야 할 문제가 훨씬 적다”고 평했다. 다이먼 CEO는 2008년 당시 위기에 처한 베어스턴스,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하며 금융위기 진화에 공을 세웠다. 지난달 JP모건을 비롯한 11개 대형 금융사가 ‘제2의 SVB’로 불린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를 지원할 때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다만 그가 유명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을 비호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져 일각에서는 조만간 그가 사임할 가능성 또한 거론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프랑스가 살 가능성이 희박한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3일(현지 시간)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시민 184명으로 구성된 시민 자문기구인 ‘184 프랑스 시민들’과 만나 “프랑스식 (안락사) 모델을 담은 법안을 여름 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칠 수 없는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자유의지로 안락사를 원한다고 밝히는 경우에만 이를 허용할 것”이라며 “정부가 기구의 제안을 반드시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법안을 마련해도 의회 통과 관문이 남아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프랑스 좌파와 일부 중도파는 안락사에 찬성하지만 우파 진영은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5년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도입했지만 약물 등을 통해 사망을 돕는 ‘적극적 안락사’는 아직 불법이다.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복용 또는 투약해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의료진이 약물을 처방하는 ‘조력 자살’도 불법이다. 2016년에는 고통이 심한 말기 환자에게 의시가 강력한 안정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법안만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프랑스 국가윤리위원회가 적극적 안락사를 검토할 수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후 이달 2일 ‘184 프랑스 시민들’이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 자문위원 4분의 3이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권고는 구속력은 없다. 현재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이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조력 자살은 허용한다. 2일 프랑스 주간지 ‘저널 뒤 디망슈’가 프랑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가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했다. 단, 본인이 불치병 환자인 경우 안락사를 선택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연일 ‘핵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 배치 계획을 밝힌 가운데 2일 보리스 그리즐로프 주벨라루스 러시아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경과 가까운 벨라루스 서부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언급했다. 러시아는 이날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친(親)푸틴 성향의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41)가 폭사하고 30여 명이 부상당한 사건의 배후에도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했다.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출신으로 텔레그램 구독자만 57만 명이 넘는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줄곧 지지했다. 러시아 당국은 반전 시위로 구금된 전력이 있는 다리야 트료포바(26·여·사진)를 긴급 체포한 후 “타타르스키 살해가 우크라이나 특별기관에 의해 계획됐다”고 밝혔다. 트료포바가 수감 중인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라고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부인했다.● 러 대사 “벨라루스 서부에 전술핵”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즐로프 대사는 2일 벨라루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서부에 전술 핵무기를 전진 배치해 안보를 강화하겠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튀르키예(터키) 등 나토 회원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상황에서 우리도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3개 나토 회원국과 약 130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곳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유럽 중동부의 나토 회원국, 우크라이나 등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온다. 1만∼2만 t의 핵무기를 뜻하는 전술핵은 전략핵무기에 비해 사거리가 짧고 폭발력이 약해 국지전에 주로 쓰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의 위력이 1만5000t이다. 3일 타스통신은 러시아가 2024년 말∼2025년 상반기까지 핵추진 어뢰 ‘포세이돈’을 탑재할 잠수함 사단을 태평양함대의 일부로 편성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포세이돈은 히로시마 원폭의 100배가 넘는 위력을 갖춰 ‘지구 종말의 무기’로 불린다. 우크라이나에서 봄철 대공세를 계획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추가 지원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는 최근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일종의 정보전(戰)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친푸틴 블로거 폭사… 러 “배후에 우크라-나발니 있어” 러시아 당국은 200g 이상의 강력 폭탄 ‘TNT’가 쓰인 타타르스키 폭사를 ‘살인’으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 푸틴의 사상적 스승으로 불리는 극우 민족주의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의문의 차량 폭발로 숨진 데 이어 이번 폭발 역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본명이 막심 포민인 타타르스키는 이날 카페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트료포바로 추정되는 여성이 그에게 헬멧을 쓴 군인 모양의 조각상을 선물했고, 몇 분 후 조각상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타타르스키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최소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반테러 국가위원회는 “우크라이나가 타타르스키 살해를 계획했으며 나발니 조직과 협력하는 인물이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타타르스키와 동향이며 지난해 9월 러시아가 합병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이끌고 있는 데니스 푸실린 수반 또한 “우크라이나는 테러 정권이며 타타르스키 또한 이들에 의해 비열하게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가 국내 테러로 인해 소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거미(친푸틴 인사)’가 ‘항아리’ 속에서 서로를 잡아먹고 있다”고 반박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전·현직 미 대통령의 기소 결정은 1776년 건국 후 처음이다. 워터게이트 도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불륜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피했던 ‘첫 형사 기소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결정 후 “최악의 정치 탄압이자 마녀사냥”이라며 “조 바이든(대통령)에게 역풍이 불 것”이라고 반발했다. 맨해튼 대배심은 2006년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가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당시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시켜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가족 기업 트럼프그룹의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제시했다. 공소장은 공개되지 않아 공식 혐의는 검찰의 기소 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설사 유죄를 선고받아도 2024년 대선에는 출마할 수 있다. 다만 그는 지지층의 의회 난입을 배후 조종한 혐의 등 별도의 수많은 사법 위험에 직면한 상태다. 동시에 각종 소송의 적체로 트럼프 반대파가 원하는 만큼 빨리 판결이 나오기 어렵고 트럼프 지지층 또한 결집할 가능성이 커 기소 결정이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트럼프 지지층 “바이든 탄핵을”… “美상황, 남북전쟁 직전과 유사” 트럼프, 美 역대 대통령 첫 기소이르면 4일 출두… 머그샷 찍을듯NYT “후임자 때 기소, 개도국 같아” 경찰, 기소한 검사장 신변보호 강화 “미국의 상황이 남북전쟁 직전인 1850년대와 유사하다. 내전 발발 조건이 충족됐다.” “전직 대통령이 후임자에 의해 투옥되는 개발도상국식 ‘승자의 정의’처럼 보일 수 있다.” 1776년 미국 건국, 1789년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취임 후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기소 결정을 두고 미 시사매체 타임과 뉴욕타임스(NYT)가 각각 내놓은 평가다. 대통령의 면책 특권이 헌법에 명시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당적이 다른 전직 대통령의 기소를 자제해 왔는데 이 전통이 깨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야당 공화당은 기소 결정을 주도한 최초의 흑인 맨해튼 지검장 앨빈 브래그 검사장(50)이 집권 민주당원이란 이유로 그가 정치적 수사를 펼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정당한 수사”라고 맞선다. 이 사건 외에도 지지층의 의회 난입 선동, 가족 기업의 탈세 등 다양한 사법 위험에 노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화해 내년 11월 대선 때까지 양당이 극한 대치를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최초 흑인 맨해튼 지검장, 17년 전 스캔들 기소 기소 결정의 뿌리는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의 수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7년 전 대선 당시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악영향을 우려해 2006년 성관계를 가진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44)에게 대선 직전인 2016년 10월 입막음 목적의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당시 돈을 건넨 사람은 2006∼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지내며 각종 뒤치다꺼리를 도맡은 ‘해결사’ 마이클 코언이다. 2017년 5월 임명된 뮬러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코언에게 ‘플리바겐(유죄 인정 후 감형)’을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코언 또한 “트럼프의 지시로 대니얼스에게 돈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특검과 별도로 트럼프의 사업체가 있는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은 2017년 1월 트럼프그룹이 코언에게 이 13만 달러를 변제하기로 결정한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개인의 일에 회삿돈을 쓰면서 문서를 조작했고, 이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등 다른 범죄가 자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2021년 11월 선출직인 맨해튼 지검장에 당선된 브래그 검사장은 이 수사에 대한 속도를 부쩍 높였다. 그는 올 1월 일반 시민이 특정인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을 구성했다. 이후 두 달 만에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기소 결정을 이끌어냈다. 브래그 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뉴욕 토박이이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자서전에서 자신을 맨해튼 빈민가 ‘할렘’이 낳은 아들로 묘사했다. 기소 결정 후 뉴욕 경찰은 브래그 검사장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했다. ● 트럼프 지지층 “바이든 탄핵”… 민주 “정당”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차례 하원의 탄핵 소추안 통과에 이어 퇴임 후에도 최초로 기소가 결정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성명을 통해 “부패하고 조작된 혐의”라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성관계 사실과 코언을 시켜 돈을 건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NYT는 그가 4일 법원에 자진 출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때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머그샷’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할 때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서 조작은 주(州)법, 선거법 위반은 연방법이어서 둘을 결합한 기소 결정이 부적절하며, 이미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까지 한 코언의 증언 신빙성 또한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소 기각 가능성을 거론한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공화당 주요 인사는 사법 체계가 사적 복수 도구로 쓰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서도 지지층이 규탄 시위를 벌였다. 타임에 따르면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 대통령도 모든 미국인과 동일한 법을 적용받는다”며 기소 결정이 정당하다고 맞섰다. 백악관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형사 기소 결정이 약 1년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11월 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당 공화당에서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기소의 정당성 및 유죄 여부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미 하버드대 미국정치학센터(CAPS)와 여론조사회사 해리스폴이 지난달 22, 23일 양일간 미 유권자 29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41%)을 4%포인트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와 야후뉴스가 실시한 2월 조사에서도 45%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43%)을 눌렀다. 다만 지난달 23∼27일 미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앞섰다. 하버드대-해리스폴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답이 59%에 달했다. “기소가 정당하다”(41%)는 답변을 훨씬 앞섰다. “그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란 답이 60%였으며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은 40%였다. 지지층의 선호 또한 굳건하다.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공화당원의 75%는 “기소 여부에 관계없이 그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재무부가 31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의 광물 규정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4월 18일부터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하고, ‘배터리 부품 ’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전기차에만 현행 보조금 7500달러(약 978만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양극재, 음극재 또한 이번 핵심 광물에 포함됐다. 또 핵심 광물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은 세계 고급 전기차 대부분이 장착하고 있는 삼원계(NCM)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 음극재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한국산 양극재와 음극재를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가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지 여부에 주목해 왔다. 국내 업계가 요구한 부분은 대체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최근 광물 협정을 새롭게 맺은 일본과 유럽연합(EU) 등도 ‘FTA 체결국’으로 인정했다. 일본은 한국 못지 않은 양극재 음극재의 생산국이며 EU 역시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주요국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세계 최대의 예술·디자인박물관인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의 패션쇼에 한국 디자이너가 처음으로 참여한다. 알렉산더 맥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차지했던 자리다. V&A 박물관은 최근 홈페이지에 V&A가 개최하는 패션쇼 시리즈 ‘패션 인 모션’의 다음 주인공이 한국계 디자이너 김민주라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다음 달 21일(현지 시간) 김민주가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상징하는 한국의 여신 ‘바리 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지난해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박물관은 이 패션쇼를 “우리 시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대중들에게 아름다운 박물관을 배경으로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무료 패션쇼”라고 소개했다. 1999년 시작돼 20여년간 장 폴 고티에, 요지 야마모토, 겐조, 에르뎀 등 세계적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이 무대를 거쳐갔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한국 삼성디자인교육원(SADI)과 세계 3대 패션학교로 꼽히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H&M 디자인 어워드’ 첫 한국인 대상,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프라이즈’ 준결승 진출, 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MINJUKIM’(민주킴)을 런칭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005년부터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를 이끌고 있으며 미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67·사진)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과 최소 두 차례의 금융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미 CNBC 등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벌써부터 월가에서는 그의 해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정부는 지난해 JP모건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JP모건이 논란이 많은 엡스타인의 고객 자격을 유지해주는 바람에 그가 성범죄 피해자에게 돈을 보내 무마하고, 인신매매를 하는 데도 용이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다이먼 CEO가 엡스타인을 비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논란을 인지한 JP모건 측이 당초 다음 달 그를 해임하려 했지만 법정 공방 등으로 올 5월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조만간 관련 재판에도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계 이민자의 후손인 다이먼 CEO는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월가에 입문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트래블러스, 씨티그룹 등을 거쳤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 워싱턴뮤추얼을 잇달아 인수해 JP모건을 미 최대 은행으로 만들었고 본인 또한 ‘황제’ 칭호를 얻었다. JP모건을 포함해 미 11개 금융사가 최근 파산 위기에 시달린 중소형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를 지원할 때도 그가 주도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18억 달러(약 2조 3400억 원)의 순자산 또한 지녔지만 이번 의혹으로 월가 황제의 이미지는 이미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7일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 내슈빌의 기독교계 초등학교 ‘커버넌트 스쿨’에서 이 학교 졸업생인 트랜스젠더 오드리 헤일(28)이 반자동 돌격소총 ‘AR-15’로 무차별 난사를 가해 학생 3명, 성인 3명 등 총 6명이 숨졌다. 진압 과정에서 사살된 헤일은 범행 장소에 대한 사전 답사, 범행 과정을 표시한 지도 소지는 물론 범행에 대한 입장문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반자동 소총은 탄약이 떨어지면 자동 장전을 통해 빠른 연발이 가능한 살상 무기다. 각각 21명, 10명이 숨진 지난해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 사고와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 사고 때도 범행 도구로 쓰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악의 악몽이며,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특히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 계류 중인 ‘돌격소총 등 공격무기 금지 법안’의 빠른 통과를 호소했다. 미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올 들어 범인 제외 4명 이상이 숨진 129번째 총기 사고다.● 사전 답사 후 모교서 난사헤일은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남성으로 규정하는 성전환자다. 사건 전 범죄 전과는 없으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식품회사 직원 등으로 일했다. 그는 학교 문을 총으로 쏴 건물에 침입한 뒤 1, 2층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6명을 사살했다. 피해자는 모두 9세인 학생 3명에 교장, 교사, 학교 관리인 등 6명이다. 헤일은 2정의 반자동 소총과 권총 1정으로 무장했으며 이 중 2정은 합법적으로 구매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13분에 첫 신고가 들어온 후 14분 만에 경찰에 의해 학교 건물 내에서 사살됐다. 그 짧은 기간에 출동한 경찰차를 향해서도 총을 쏘며 위협을 가했다. 헤일은 범행 전 친구에게 자살 예고 메시지도 보냈다.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서장은 NBC방송에 “그가 이 학교를 다녔으며 학교에 대해 분노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범행 동기가 그의 성정체성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학교를 설립한 교회가 보수 성향 ‘커버넌트 장로교’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 교단은 2020년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죄악’으로 규정했다. 내슈빌의 부촌 그린힐스에 있는 이 학교는 전체 학생을 200명 이내로 제한하며 교사 대 학생 비율이 1 대 8인 명문 사립이다. 연 학비는 약 1만6000달러(약 2080만 원). 재학생 부모 또한 신앙심이 깊은 지역 유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무기 금지법’ 통과 요원AR-15를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1990년 미 민간용 총기 제조에서 차지하는 AR-15 비중은 1.2%에 그쳤다. 9·11테러를 통해 살상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용자가 급증했고 2020년 비중이 23.4%로 뛰었다. NYT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집권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었음에도 ‘공격무기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총기 규제에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 테네시주의 환경 또한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미 총기 전문 잡지 ‘건스앤드애모’는 2022년 기준 테네시를 미 50개 주 중 총기 소유자에게 12번째로 우호적인 주로 선정했다. 주 정부는 최근 주민들이 허가 없이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소지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9살짜리 학생 3명을 포함해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은 28일(현지 시간) 내슈빌의 부촌 그린힐스 지역의 기독교계 커버넌트 사립초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9살 학생 3명과 교장, 교사, 관리인 등 총 6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범인은 오전 10시 15분 첫 신고가 들어온 지 12분 만에 경찰에 의해 학교 건물 내에서 사살됐다. 범인이 출동한 경찰차에 총격을 가하는 등 어느 정도 교전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학생과 교직원 등 총 108명이 경찰의 호위를 받고 건물 밖으로 호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학교 문을 총으로 쏴 건물에 침입한 뒤 1, 2층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범인의 차에서 이 학교의 감시카메라, 출입구 등이 상세하게 표시된 지도와 범인의 ‘선언문’ 등 범행을 계획한 내용이 담긴 문서들을 발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몇몇 이례적 특징도 확인됐다. 우선 범인인 28살 오드리 헤일리가 사건 직후 이례적으로 여성 총기난사범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경찰 대변인은 범인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등에 본인을 남성이라고 표기하는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추정된다고 다시 발표했다. 별도의 전과는 없으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식료품회사 직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서장은 미 NBC방송에 범인이 학생시절 이 학교를 다녔으며, 학교에 대해 분노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교 외에도 여러 장소를 목표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범행동기와 성정체성이 관련돼 있냐는 질문에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NYT는 해당 학교를 설립한 교회가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교단에 속했으며, 2020년에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죄악’으로 표명하는 보고서를 펴내는 등 기존에 젠더와 관련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K-12 학교 총기 난사 정보’를 인용해 전체 학교 총기 사건 중에서 초등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발생한다는 것. 범인은 또한 2정의 반자동 돌격형 소총과 권총 1정으로 무장했으며, 이 중 2자루는 이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자동 소총은 자동 장전 기능이 탑재된 소총으로, 탄약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장전해 빠른 연발을 가능케 하는 돌격 무기다. 지난해 미 텍사스주 초등학교와 뉴욕주 슈퍼마켓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에서도 이 소총이 사용돼 논란이 됐다. 사건 직후 미 뉴욕주는 이 소총의 구매가능 연령을 올리는 법안을 가결시키는 등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또다시 총기난사에 사용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소기업청 여성 비즈니스 서밋 행사 연설에서 “최악의 악몽이며, 가슴이 찢어진다.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공화당에 돌격형 소총 등 공격무기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NYT는 바이든 정부 첫 2년간 민주당이 상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었으며, 이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만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고 예측했다. 미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는 미국에서 올해에만 범인 제외 4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대량 총기 난사’ 사건이 벌써 약 13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과 서방은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핵무기 사용은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전술핵무기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로 옮겨지는 징후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선언을 이행했거나 핵무기를 옮겼다는 어떠한 조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열화우라늄탄 제공 발표가 핵무기 배치 계기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방사능이 없는 열화우라늄탄은 전장에서 통상 사용되며 러시아 역시 비슷한 포탄을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오아나 룬제스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변인도 “러시아의 핵 태세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전술핵 벨라루스 배치 선언은 봄철 대공세를 앞두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한 속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는 25일 보고서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벨라루스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위해 핵무기를 배치하려 했다. 이번 발언은 서방을 위협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 위한 정보전(戰)의 일종”이라고 분석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과 서방은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핵무기 사용은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전술핵무기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로 옮겨지는 징후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선언을 이행했거나 핵무기를 옮겼다는 어떠한 조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핵무기 상황을 계속 감시 중이지만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며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열화우라늄탄 제공 발표가 핵무기 해외 배치 계기라는 푸틴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는 “방사능이 없는 열화우라늄탄은 전장에서 통상 사용되며 러시아 역시 비슷한 포탄을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오아나 룽게스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변인도 “우리 핵 태세를 조정할 만한 러시아의 핵 태세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를 수용할 경우 미국에 이어 추가로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전술핵 벨라루스 배치 선언은 봄철 대공세를 앞두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한 속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는 25일 보고서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벨라루스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위해 핵무기를 배치하려 했다”며 “이번 발언은 서방을 위협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잠재적 지원을 줄이기 위한 정보전(戰)의 일종”이라고 분석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승수 전 국무총리(87)가 쓴 붓글씨가 유엔본부 총회장에 걸렸다. 한 전 총리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차 유엔 물·재난 특별세션’을 주재했다. 하루 뒤인 22일 ‘세계 물의 날’과 ‘유엔 물 총회’를 기념하고, 기후 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 수자원 부족 사태 또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유엔 물·재난 고위급 패널(HELP) 창설 의장 자격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한 한 전 총리는 붓으로 쓴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선보였다. 붓글씨에 능한 한 전 총리가 이번 회의가 물 관련 회의임을 감안해 직접 고사성어를 고르고 글씨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수자원 전문가, 관료들은 한 전 총리의 실력에 감탄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일부는 ‘붓글씨를 가져가고 싶다’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수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인 HELP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재임 시절 설립을 주도했다. 2013년부터 2년에 한 번씩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공동 주최국은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타지키스탄 호주 스웨덴이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