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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출판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검인정교과서가 지난달 19일 이후 중단했던 교과서 발행과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가 교과서 발행 중단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강경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조치다. 한국검인정교과서 비상대책위원회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교과서 발행사들의 경제적 출혈이 뒤따르더라도 교육에 장애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하에 오늘부터 교과서 공급과 발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학생이나 교과서를 분실한 학생들은 조만간 재학 중인 학교를 통해 교과서를 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과서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점에는 공급되지 않는다. 발행 재개와 별도로 대책위원회는 “교육부의 가격조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및 행정소송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정부가 교과서 발행 및 공급을 중단하는 출판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30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정책 현안 점검 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교과서 발행과 공급을 중단하는 행위는 학생의 수업권과 교원의 교수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회의에서 “교과서 발행 중단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면서 “교육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출판업계는 교과서 발행 및 공급 중단 행위를 철회해 달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교육부의 가격조정명령에 따르지 않고 교과서 사태를 장기화시킬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올해 초중등 교과서의 독도 관련 오류가 모두 수정, 보완됐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사회 관련 교과서(사회, 역사, 한국사, 동아시아사, 한국지리 및 각종 부도)에서 292건의 오류(초등학교 1개, 중학교 174개, 고등학교 117개)를 바로잡아 일선 학교에 수정보완대조표를 보냈다고 30일 밝혔다. 학교에서는 수정 보완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그 내용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5개 정부 기관이 ‘독도영토관리대책단’을 꾸려 독도 통합홍보 표준 지침을 만들었지만 실제 교과서에는 이와 어긋나는 내용이 많았다. 연도나 면적 같은 기본적인 사실이 다른가 하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틀렸다는 점을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중학교의 경우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독도를 ‘무인도’라고 기술했고, 지학사 사회 교과서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이라고 썼다. 교육부는 이를 각각 ‘무주지’와 ‘인간의 거주가 적은’으로 수정했다. 고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비상교육의 동아시아사 교과서는 ‘서해 영유권 분쟁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써서 삭제됐다. ‘독도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한국이 지배하고 있다’고 기술한 교학사의 동아시아사 교과서는 ‘독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이 영유하고 있다’로 고쳤다. 이 밖에 삼화출판사와 천재교육의 역사부도, 비상교육의 동아시아사, 천재교과서의 역사① 교과서는 지도에 독도를 표시하지 않았고, 성지문화사의 사회과부도는 독도를 점 하나로 표시해 모두 수정됐다. 교육부는 2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독도 서술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일자 초중고 사회 관련 교과서 110여 종의 독도 관련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에 착수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사상 초유의 교과서 가격조정명령이 내려진 1차 원인은 교육부의 오락가락 교과서 정책에 있다. 지난 정부가 교과서 가격을 무작정 자율화하는 한편, 대학수학능력시험에 EBS 연계율을 70%까지 높여 사실상 교과서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 교과서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010년 교과서 질을 높이라며 검인정 교과서 가격을 자율화했다. 이에 따라 각 출판사는 연구개발비를 들여 경쟁적으로 종이 질과 색을 개선하고, 학습자료를 강화했다. 출판사는 이를 감안해 희망가격을 매겼으나, 교육부는 뒤늦게 지난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가격조정명령권을 신설했다. 교육부는 “조정가격을 따를 경우 전체 고교 교과서 값은 지난해보다 평균 19.5% 인상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사들은 교육부가 소급입법으로 가격을 낮추려 한다고 반발했다. 27일 교육부가 제시한 가격조정명령 인하 폭을 보면 고교의 경우 평균 44.4%지만, 출판업계는 실제 인하 폭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김인호 금성출판사 대표는 “출판 부수가 적은 교과서는 10% 정도만 깎고, 많은 교과서는 70% 이상 깎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개별 교과서의 인하율이나 최대 인하율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교과서 집필 및 사용 기간을 줄인 것도 교과서 제작 단가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과거에는 중고교의 3년 치 교과서를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개발했으나, 이제는 1년 동안 3년 치 개발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과서 개발 인력을 2배가량 늘렸던 출판사들은 최근 수백 명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A출판사 관계자는 “메이저 출판사 4곳을 기준으로 인건비가 한 해 150억 원 이상 늘었는데 교과서 비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교과서 사용 연한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 것도 타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검정심사 수수료를 크게 올린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01년 근현대사 교과서의 검정심사 수수료는 390만 원이었는데, 이번 한국사 교과서는 1800만 원으로 4.6배가 됐다. 교과서 제작 원가를 둘러싼 시각차도 크다. 교육부는 출판사들의 요구를 반영해 기존에 인정하지 않았던 기획연구비, 본문디자인비, 교정검토비 같은 개발비를 가격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출판업계는 “교육부가 포함시킨 개발비는 전체 교과서 금액의 1.2%로 권당 100원 미만”이라며 “개발비의 핵심인 인건비와 콘텐츠 확보 비용 등은 원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고교 현장에서는 EBS가 교과서를 밀어낸 것을 최대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수능의 70%를 EBS 교재에서 낸다고 하니 교과서와 EBS 교재를 이중으로 사게 되는 셈이다. 서울 S고 교사는 “고3 교실에서 교과서를 펴놓으면 야단치는 교사도 있다”면서 “정부가 교과서를 비싸게 만들어 놓고 정작 학교에서 쓰지 않게 만든 것이 비정상이고, EBS 교재는 교과서보다 훨씬 허술한데 비싼 것을 문제 삼지 않는 것도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전주영 기자}
“한세대는 ‘한세 비전 2020’이라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섬김의 전문인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취업률 90% 이상, 국제교환학생 비율 30% 이상을 달성해 학생들이 찾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급변하는 외부 상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학의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도입해 2012년 한세 비전 2020을 수립했다.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한세대는 2012년 8월 발족한 차세대통합정보화위원회를 통해 5월까지 학교의 통합정보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앞서 2013년 2월에는 최신식 스마트 도서 시스템, 기념관, 학생 기숙사 등이 멀티콤플렉스 형태로 조성된 영산비전센터를 건립해 학교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었다. 김 총장은 “교육 환경과 여건을 개선하면서 학교 및 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와 학업성취도가 크게 향상됐다”면서 “2013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기관평가인증제에서도 6개 모든 평가영역에 걸쳐 우수 판정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교육역량을 키우기 위한 김 총장의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올해 중국어과와 산업보안학과를 신설하고, 기존의 영어통번역학과를 영어과로 업그레이드했다”면서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므로 우리 학생들에게 경쟁력을 심어주기 위해 외국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세대는 학생들의 어학 실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매일 점심 시간에 학생들이 원어민 교수와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으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무료 식사 쿠폰을 준다. 매주 화요일에는 10명 이상의 원어민 교수가 패컬티 미팅(faculty meeting)을 통해 내국인 전임교수들의 영어 강의 실력을 키워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 밖에 전교생의 회화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어 회화 수업의 분반 규모를 10∼14명으로 제한하고, 원어민 교수가 3∼5명의 소규모 학생과 매주 1시간 이상 모임을 하도록 하고 있다. 김 총장은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졸업 인증제를 실시하고 30시간 사회봉사 인증제도 적용하고 있다”면서 “3학기를 마치면 자유롭게 학부나 학과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 대학의 강점”이라고 꼽았다. 김 총장은 “사단법인 ‘한세에듀센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고 교육복지를 실현함으로써 우리 대학만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방과후 교사훈련 교육과정을 통해 수료자의 70% 이상을 직적 채용하는 등 취업 연계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이들이 지역 취약계층 학생들을 교육하는 역할도 한다. 김 총장은 “대학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 대비해 선제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학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꼼꼼하고 체계적이다. 한세대는 인재개발원을 설립해 전공별 취업 지도를 하는 것은 물론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고려하는 일대일 심층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3명 이상의 외부 취업 전문 컨설턴트가 인재개발원에 상주하며 진로 지도와 취업 상담을 실시하는 ‘밀착 취업상담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8학기의 정규과정 가운데 4주는 23개국 70여개의 해외 자매 결연대학에서 어학연수를 실시하고, 4주는 산학협력을 맺은 기업에서 인턴십을 이수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세비트교육센터, 한세달크로드센터, 한세문화융합연구소 등 부설기관을 통해 학점을 인정 받는 단기 교육과정을 만들어 학생들이 고급 직무역량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강점이다. 김 총장은 “이제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국가와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섬김과 나눔이라는 가치에 따라 글로벌 여성 교육의 허브가 되고, ‘과학 이화’의 위상을 떨치기 위한 전략들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지낸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은 이공계 분야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통해 ‘과학 이화’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김 총장은 “우리 학교는 국내 여대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와 공대를 모두 갖고 있다. 특히 1996년 설립된 공과대학은 세계 여자대학 중에 최초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화여대는 올해 초 연면적 2만5833m³ 규모의 산학협력관을 완공했다. 현재 솔베이(Solvay) 연구개발(R&D) 센터가 들어서 있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서부센터 등 각 기관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세계 10대 화학종합그룹인 솔베이는 2011년 특수화학 부문 글로벌 본부의 R&D 센터를 이화여대에 만들고자 260억 원 규모의 산학협력을 맺었다. 김 총장은 “솔베이의 기술개발 협력 파트너 가운데 대학은 이화여대가 유일하고, 국내 대학과 다국적 기업이 글로벌 R&D 센터를 설립한 것도 처음”이라며 “전자기술, 리튬이온, 광전지 등 고성장 분야를 공략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 퀴리가 100여 년 전 솔베이 포럼에서 활동한 유일한 여성이었다. 이화여대에서 제2의 마리 퀴리가 탄생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는 세계 수준의 선도 연구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이화 글로벌 탑 5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글로벌선도분야와 미래유망분야로 나뉘어 선정된 각종 사업단은 대형 국책연구과제를 수주하고, 저명 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싣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총장은 128년 전 단 한 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이화여대가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 종합 교육기관으로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구로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우리만의 것이 아닌 사회 모두를 위한(Non Nobis Solum)’이라는 라틴어를 꼽았다. 이화여대가 글로벌 여성 교육의 허브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화여대는 2006년부터 개발도상국 여학생들을 뽑아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에는 개발도상국 여성 공무원을 위한 ‘이화-코이카(KOICA) 석사 과정’, 2012년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비정부기구(NGO)여성 리더들을 초청하는 ‘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을 시작했다. 학부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내년부터 서울 소재 최초의 레지덴셜 칼리지를 전면 도입하는 것도 김 총장의 성과다. 모든 신입생이 6개월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교수, 선배들과 함께 인성교육, 사회교육,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받게 된다. 김 총장은 환경에 따라 달리 자라는 ‘코이’라는 비단잉어를 예로 들며 이화여대의 특징을 설명했다. 코이가 어항에서는 5cm의 작은 물고기로 남지만 강물에서는 2m의 대어로 자라는 것처럼 여성이 이화여대를 만나면 큰 인재로 자랄 수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화여대가 남녀공학 대학의 역할을 똑같이 하면서 여성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로 전방위적인 경력개발 지원을 꼽았다. 학내 경력개발센터(CDC)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위해 교육, 진로상담, 취업정보 제공, 구인·구직 연계는 물론이고 취업후 경력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돕는다. 김 총장은 “고난과 역경의 한국 근대사 속에서 이화여대는 여성이 당당히 역사의 주체가 되도록 교육함으로써 최초의 여성 박사, 의사, 변호사, 과학자, 언론사 사장, 국무총리 등 여성 리더 1세대를 배출했다”면서 “이화여대는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적 한계와 경계를 깨고 진정한 변화를 만드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정부의 구조개혁 압박은 날로 거세진다.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기술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바뀐다.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대학을 이끄는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총장의 혜안과 추진력이 대학의 성쇠를 가르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는 국내 유수 대학의 총장들에게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주역, 총장 흔히 하는 농담 중에 여자들은 전화 통화를 몇 시간 하고 난 뒤 “만나서 다시 얘기해”라고 끊고, 교수들은 회의를 몇 시간 하고 난 뒤 “회의를 다시 열어 논의합시다”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학이라는 조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보수적인 대학 사회에서 시대 흐름에 맞춰 학사, 행정, 재정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은 총장의 역량이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취임 이후 대학 재정 수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창업투자사와 서강미래기술연구원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유 총장은 대학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 명문 대학들처럼 연구비와 산학협력 실적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도 취임 직후 책임부총장제, 학문단위 개편, 본·분교 통합, 적십자간호대 통합처럼 만만치 않은 혁신 과제들을 수행해 왔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총장의 추진력이 좌우한다. 법학도 출신인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이 인문사회 계열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과대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것도 혁신 사례로 꼽힌다. 김 총장은 ‘과학 이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취임 이후 막대한 연구비를 할애하고,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해 이화여대를 세계 수준의 선도 연구 대학으로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았다. 대학의 변함 없는 역할은 인재 양성 총장들은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급변해도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대학의 역할은 달라지면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각 대학은 학생들을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인재로 키우기 위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취임 이후 교육과 연구 인프라 강화에 힘을 쏟았다. 신공학관과 종합상의동 등을 완공하고, 이공계 연구 인프라를 3배 이상 늘렸다. 대학이 갖춰야 할 시스템을 모두 안정적으로 구축해 교육과 연구의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한 조치였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은 지혜로운 인재 양성을 궁극적인 목표로 꼽았다. 대학이 지혜로운 리더를 길러내야 사회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은 ‘유니버시티 플러스’라는 새로운 교양교육을 도입하고, 융합전공 및 학생설계전공을 신설했다.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외부 컨설팅을 받아 중장기 계획을 세운 뒤 교육 여건과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학생들이 취업에 경쟁력을 갖도록 어학 교육과 전문 능력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학이 사회가 바라는 인재를 길러내면 자연히 사회는 그 대학을 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고려사이버대가 ‘직장인 선호도 1위’라는 목표를 품은 것도 이런 차원이다.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갖는 역할과 위치를 사이버라는 공간을 통해 잘 구현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구조개혁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상당수 대학이 정원을 채우기도 힘든 시대. 그러나 경쟁력 있는 대학들은 이미 구조개혁에 대비해 선제적인 해법을 만들고 있었다. 경영학자인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대학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특성화를 넘어서 ‘개방형 혁신 생태계’라는 미래 사회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창업 타깃 분야를 선정해 여러 전공을 융합함으로써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도 미래지향적 학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공과대학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대는 공대와 안 어울린다는 편견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개념의 융복합 학과를 만든다는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미래 유망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춘 중단기 발전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구조개혁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올해부터 학내 구성원이 공유하는 ‘특성화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창조경제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이를 이끌어 갈 창의 인재가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고등학교 문·이과 융합교육, 대학 개혁을 통해 창조경제의 밑거름을 다지겠습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교육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며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A는 26일 오전 8시부터 20분간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서 장관과의 대담을 방송한다. ―교육 분야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은 무엇입니까. “창조경제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 국민이 가진 창의력과 상상력을 최고로 발휘해서 새로운 경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미 발달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오랜 고유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기존 경제 시스템과 이런 것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창의 인재를 길러내는 게 중요합니다.” ―창의 인재가 핵심이라는 말씀이시죠. 이를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지난해 대학입시제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간 고교에서 문과와 이과를 분리해 가르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창의적 인재를 만들려면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체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는 문·이과 통합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7월 큰 틀을 정해 2018년을 전후해서 고교에서 문·이과 융합 교육이 적용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있죠. “우리나라는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에서 언제나 앞서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정말 학습에 충분한 동기를 갖고 있는지, 학교생활이 행복한지를 생각하면 드릴 말씀이 없어집니다. 아이들에게 학업 흥미와 만족도를 갖게 해서 창의적 인재로 만드는 핵심 정책이 바로 자유학기제입니다.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 현장체험, 진로탐색, 동아리 활동 등을 마음껏 하면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탐색하는 기회입니다.” ―1년 시행한 성과와 현장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42개 연구시범학교에서 시작했는데 이 학교들을 방문하면서 깊은 감명과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올해 시범학교 38곳을 추가 지정하면서 희망 학교도 지원을 받아봤더니 무려 800곳이 신청했습니다. 2016년에는 모든 중학교에 적용하고, 이 작업이 성공하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도 이런 교육이 확산되도록 하겠습니다.” ―입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좋은 입시제도가 있어야 좋은 인재를 키울 수 있을 텐데 지금 입시는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대학입시에 자율화와 다양화를 추진한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지나쳐서 일반 학생과 학부모가 입시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한 해는 입시 전형을 단순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올해는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해서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받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대학 구조개혁을 앞두고 대학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현재 초등학생이 대학에 갈 때는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게 될 겁니다. 내가 어느 분야로 갈 것인가, 그 분야의 대학은 어디가 좋은가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반가운 일이지요. 그런데 대학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위기입니다. 사실 이번 정부 임기 중에는 여전히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다음 정부가 되면 고교 졸업생이 크게 줄어듭니다. 지금 구조개혁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나중에 수십 개 대학이 걷잡을 수 없이 문을 닫게 될 겁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특성화하고 발전시킬지 고민해서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대학이 되도록 고민하라는 취지에서 구조개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대학에 대한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대학 졸업 이후 진로와도 연결이 됩니다. 청년실업이 정말 중요한 이슈인데 대학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대학이 교육과정을 만들 때부터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고, 현장 실습을 통해 학생들이 산업계의 모습을 많이 알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일자리 미스매치도 큰 문제인데, 최근 대학들이 산학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을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대학에서 창업 친화적인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우리 대학에서 아직까지 직업 교육이라고 하면 일 잘하는 월급쟁이를 기르는 내용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역할은 젊은이들이 자기 나름의 꿈과 포부를 갖고 도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 재학 중이나 졸업 직후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줘야 합니다. 교육부는 현재 중소기업 취업생에게 주는 희망사다리 장학금을 창업 지원자에게도 주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무리로 교육과 관련된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아니라 독특한 끼와 개성, 미래에 대한 희망, 인성을 갖추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창의적 인재를 제대로 기르려면 국가 차원의 정책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부모의 용기도 필요합니다. 자녀를 교육할 때 창의성과 인성을 기르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정리=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부는 창조경제를 이끌 창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책으로 자유학기제를 꼽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관심 있는 분야를 즐겁게 공부하고, 이를 통해 나중에 선택한 직업이 행복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창의인재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란 한 학기 동안 학교 공부 대신 사회단체 등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제도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자유학기제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협업하는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법제처, 문화재청, 경찰청, 국가보훈처, 경찰청, 소방방재청, 문화재청, 농촌진흥청, 산림청, 중소기업청과 업무 협약을 맺어 이들 기관의 교육 인프라를 자유학기제 실시 중학교와 공유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30여 개 기관이 참여해 문화유산 방문교육을 실시하고, 10여 개 단체가 고고학체험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전국 539개 농촌교육농장을 개방하고, 농어촌 학교와 지방농촌지도기관의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은 11개 지방청과 16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도해 중소기업 현장 견학과 체험 기회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법제처는 청소년 법제관 제도를 운영하고, 산림청은 산림 탐방과 학습을 도울 전문 강사와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른 부처와 지자체도 구체적인 자유학기제 지원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방부는 군부대를 활용한 학생 진로체험 활동 및 안보교육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는 정수장, 소방시설 등 산하기관을 활용해 700여 개의 프로그램을 진로체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박물관이나 한국중부발전의 보령 에너지월드처럼 부처 산하 공공기관의 홍보관을 활용한 진로탐색 활동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내년부터 선행학습을 하거나 국영수 등 주요 입시 과목을 기준 이상으로 가르치는 자율형사립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전학, 자퇴 등 학생이 너무 많이 이탈한 자사고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2010년부터 운영된 자율형사립고 25곳과 자율형공립고 21곳에 대해 운영 성과를 평가해 9월에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24일 밝혔다. 초중등교육법은 교육감이 5년마다 자율고를 평가해 지정 취소 또는 연장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운영, 교육과정 운영,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 여건, 학교 만족도, 교육청 재량 평가 등 6개 영역에 걸쳐 자사고 27개, 자공고 22개의 평가 지표 표준안을 만들었다. 주요 지표는 △입학전형 운영 적정성(자사고) △기초교과 편성 비율 △선행학습 방지 노력(자사고) △학생 충원율(자사고) △학생 전학 및 중도이탈 비율(자사고) △학생의 학교 만족도 등이다. 자사고 입시가 중학생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등 공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 국영수에 치우쳐 나머지 기초 과목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경우, 선행학습을 시키거나 관련 시험을 내 ‘미흡’ 평가를 받은 자사고는 총점이 높아도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이는 일부 자사고가 설립 목적과 달리 입시 위주 교육을 하거나, 학생을 성적 위주로 선발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과서 가격 문제로 교육부와 대립하고 있는 교과서 출판 업체들이 신규 검인정 교과서의 발행과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일관성 없는 교과서 정책 때문에 학생들이 교과서를 못 구하는 피해가 예상된다. 93개 교과서 출판사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교과서 발행과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단 대상은 지난해 검인정을 통과해 올해부터 일선 고교에서 쓰일 고등학교 교과서다. 일선 학교에 이미 배포된 교과서를 회수하는 것은 아니나, 추가 발행이나 공급은 막힌다. 이에 따라 교과서를 잃어버리거나 전학을 한 학생들은 교과서를 못 구할 가능성이 높다. 교과서 출판 업체들이 발행·공급 중단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교육부가 무리하게 교과서 가격 인하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09년 교과서 질을 높이기 위해 출판사들에 교과서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은 교과서 분량과 콘텐츠, 컬러 자료 등을 늘렸다. 당시 교과서가 수시검정 체제로 바뀌면서 출판사마다 교과서 관련 인력을 3, 4배씩 늘리기도 했다. 기존에는 3년에 걸쳐 1∼3학년 치 교과서를 개발했던 것이, 1년 만에 3학년 치 교과서를 모두 개발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후 교과서 가격이 급등하자 교육부는 2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교육부 장관이 직권으로 가격조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6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출판사들이 제시한 희망 가격을 절반 정도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일부 출판사의 교과서에 대해 이르면 24일 가격조정 명령까지 내릴 계획이다. 출판사들은 이미 개발, 인쇄를 마친 교과서에 원가도 안 되는 가격을 강요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출판사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의신청이 수용되지 않은 교과서에 대해서는 검인정 합격을 취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일일교사 프로그램에 참가할 초중고교 150곳을 25일부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신문기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취재와 보도 과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5∼7월과 9∼11월에 두 차례 진행되며 학교당 1개 학급 규모가 참가할 수 있다. 신문협회 홈페이지(www.presskorea.or.kr)에서 희망 날짜와 강의 주제, 희망 신문사 등을 적어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02-733-2251■ 서울 송파도서관은 20일부터 5월 22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청소년과 일반인 120명을 대상으로 ‘조선, 시(詩)로 말하고 역사로 숨쉬다’라는 주제의 역사인문학 강연회를 연다. 10회에 걸쳐 한시를 통해 조선의 시대상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강의한다. 02-404-7917}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어김없이 휴대전화가 울려댄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문자가 서너 통, 심심할 때 찾아 달라는 문자가 두어 통, 힘들 때 전화하라는 문자가 또 한두 통…. 이렇게 써놓으니 참 다정해 보이지만 실상은 대리운전, 게임, 대출 광고 문자메시지다. 날이면 날마다 스팸 번호를 등록하고 문자를 지워대다 보면 시쳇말로 영혼까지 털리는 기분이다. 근래 금융사와 통신사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시끄럽지만, 이미 일상 곳곳에서 개인의 신상 정보는 탈탈 털리고 있다. 특히 교육 현장의 신상 정보 수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닐뿐더러 유출의 경계마저 모호하다. 물론 1970, 80년대처럼 교사가 “모두 눈 감고 집에 컬러텔레비전 있는 사람 손 들어”라며 가정환경을 파악하던 시절은 지났다.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교육당국이 만든 개인정보 업무처리 사례집에 따르면 학교는 학부모의 수입, 재산, 직업, 직장, 학력 등의 수집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아직도 각종 조사서식을 만들어 학부모의 신상 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아이의 환경을 파악해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지나친 정보까지도 말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놀이학교는 입학 지원서에 부모의 직업은 물론 직장 이름, 직위, 연봉 수준, 출신 대학과 대학원까지 적으라고 한다. 가정환경 스펙을 보고 애들을 가려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 지인은 몇 년 전 중학교에 들어간 자녀의 가정환경 조사서에 부모 직업을 구체적으로 쓰라기에 ‘교육부 ×급 공무원’이라고 적었다가 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학교 과학실이 낡았는데 ○○ 아버님이 도와주실 수 있죠?”라는 물음에 “요즘 세상이 투명해서요…”라며 진땀을 뺐다. 그 뒤로 그는 교육부 후배들에게 가정환경 조사서에는 무조건 ‘중소기업 회사원’이라고 적으라고 귀띔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일선 학교의 개인정보 수집실태를 조사해서 사생활 침해 및 학생 차별과 같은 부작용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올 신학기에도 이런 일은 되풀이되고 있다. 사교육 현장은 더 살벌하다. 아이에게 학습지 좀 시켜줄까 하고 몇 군데 상담을 받았을 뿐인데 어느새 ‘다섯 살 아이에게 필요한 한방 영양제가 나왔습니다’, ‘○○ 영어학원으로 오세요’ 같은 엉뚱한 우편물과 e메일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고교생 자녀를 둔 대구의 학부모는 서울의 한 입시업체에서 무료로 학습자료를 준다는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전화 공세에 시달렸다. 온라인으로 학교와 학년, 전화번호를 입력했더니 며칠 뒤 동네 보습학원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앞에서 코흘리개 아이들을 붙잡고 “엄마 전화번호랑 주소를 알려주면 장난감을 준다”고 유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올해 초등학생 학부모가 된 친구는 “동네 태권도장에서 끈질기게 전화를 걸더니 급기야 집까지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너무 무섭다”고 했다. 교육 현장의 개인정보보호 불감증을 곱씹다 보니 문득 2월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한 기자간담회가 떠오른다.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에 대한 간담회라서 총리실,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분야의 담당 기자들에게 참가 신청 공문이 돌았다. 그런데 참가 신청서를 들여다보니 기자의 출신 고교와 대학, 학과를 쓰도록 돼 있었다. 기자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가 취재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정부부터 이렇게 쓸데없는 신상 정보를 모으는 판에 교육 현장에서 개인정보가 지켜지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프랑스 파리에 우리나라 유학생을 위한 기숙사가 생긴다. 교육부와 파리 교육청, 파리 국제대학촌은 17일 파리에서 ‘한국관’ 건립을 위한 사업 약정을 맺었다. 한국관 건립 약정은 지난해 11월 한국과 프랑스 간 정상회담 이후 프랑스 정부가 무상으로 2600m² 규모의 기숙사 용지(115억 원 상당)를 제공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관은 250명 안팎의 유학생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로, 2017년까지 준공을 마치고 2018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한국관이 들어설 파리 국제대학촌은 1920년 각국 젊은이의 교류를 늘리기 위해 조성된 다국적 기숙사촌이다. 현재 130여 개국에서 온 유학생 5500여 명이 40개 관에 나눠 거주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25개국은 자국 이름을 붙인 기숙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1927년 개관), 캄보디아(1957년), 인도(1967년)만 독립된 국가관을 갖고 있다. 국제기숙사는 규약에 따라 정원의 30%는 다른 국적 유학생을 배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관에는 외국 국적자 30%가 거주하고, 한국관 정원의 30%에 해당하는 우리 유학생은 타국 기숙사에 배정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한국관에 기숙시설은 물론이고 강의실, 전시실, 공연장 등을 만들어 교육 한류의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2013년 4월을 기준으로 프랑스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6325명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과서 출판 업계가 정부의 교과서 가격 조정 명령에 반발하고 나섰다. 2009년 교육부가 내린 지침에 따라 교과서 개발과 보급을 마쳤는데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 나선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다.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은 12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수준 높은 교과서를 만들겠다며 2009년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교과서 체제 및 가격을 자율화해 놓고 이제 와서 갑자기 교과서 가격 규제에 나섰다”면서 “물가 안정을 빌미로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달 18일 교육부 장관이 검인정 교과서의 가격을 조정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출판사가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만든 데 대한 반발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출판사들이 제출한 올해 고교 교과서 희망 가격은 지난해보다 74%(4630원) 오른 평균 1만950원이다. 교육부는 지난주 출판사들에 희망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값을 내리라고 권고했고, 출판사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다음 주 초에 가격 조정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교과서 출판 업계는 정부가 가격 조정 명령을 내리면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교육부는 “일부 출판사의 교과서 가격 부풀리기가 도를 넘어 몇 년간 인하 협조를 구했지만 잘되지 않아 강제 조정 규정을 만든 것”이라며 “교과서 발행의 자율성도 보장하고 물가도 안정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적정한 수준의 가격 조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발을 담당할 대규모 전담 조직을 만든다. 지난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 편향성 논란 당시 비판을 받은 교과서 검인정 부실 문제도 보완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10일 현재 창의인재정책국을 교육과정정책국으로 바꿔 교육과정 및 교과서 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정책국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교육과정정책과, 교과서 문제를 전담하는 교과서정책과가 주축 부서가 된다. 교과서정책과는 기존의 교과서기획과를 확대 개편하는 것으로, 옛 편수실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부실 검정에 대한 대책으로 편수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앞서 1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가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관이라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교육부 내에 책을 1차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편수 전담조직을 만들어 한국사뿐만 아니라 전체 교과서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내 다른 국에서 16명을 교육과정정책국 소속으로 옮겨 배치하기로 했다. 안전행정부와 협의해 교과 전담 전문직도 16명을 추가로 충원할 계획이다. 이 경우 두 과는 60명에 달하는 매머드 조직이 된다. 통상 한 과의 인원이 1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조직이다. 교육과정정책과는 상반기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총론 시안을 만들고, 교육과정 개발 방향을 정한다. 교육부는 교과서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공통교과에는 교과당 2명, 나머지 교과에는 교과당 1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사처럼 검정을 외부 기관에 위임한 경우에도 교육부 내 전담 인력이 전반적인 과정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3월 개학과 함께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 중에는 캠퍼스의 봄을 즐기는 이가 많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실시된 선택형 수능으로 인해 정시모집 합격선이 요동치면서 아예 재수에 나서거나 반수를 생각하는 이가 대폭 늘었다. 최근 몇 년간 정원을 채우지 못해 고전하던 기숙형 재수학원들이 올해는 일찌감치 접수를 마감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올해 대학 입시는 반수생 이상이 대거 합류해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해 입시 결과를 통해 올해 입시 전망과 대비법을 알아보자. ○ 하향 지원 심했던 지난해 입시 2014학년도 수능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국어 영어 수학이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나뉘어 실시됐다. 국어와 수학은 계열에 따라 선택 유형이 갈린 반면, 영어는 중구난방이어서 대학별 지원 가능 수능 점수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서 하향 지원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합격선이 유례없이 뒤죽박죽이 됐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정시모집 결과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떨어질 줄 알았던 학생이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한 경우도 있고, 안정권인 학생이 추가합격으로 간신히 합격한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례적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상위권 학과와 의대의 추가합격이 급증한 것도 지난해 입시의 특징이다. 수능 고득점자들이 대거 하향지원을 하면서 중복합격에 따른 연쇄 이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1차와 2차 추가합격 인원이 지난해 484명에서 올해 59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최상위권 학과인 경영학과가 99명 모집에 76명의 추가합격이 발생했다. 특히 이과 상위권 수험생들은 의대, 약대, 한의대 등에 추가합격한 경우가 많았는데 의대의 경우 25명 모집에 15명이 추가합격할 정도로 이동 폭이 컸다. 정시모집이 다 끝난 뒤 진행되는 추가모집에서도 전국적으로 의대 13명, 치대 4명, 한의대 9명의 추가모집 정원이 나오는 이변이 일어났다. 입시 전문가들은 선택형 수능으로 인해 지원전략에 혼선을 빚은 상위권 수험생들이 입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무더기로 재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입시에서는 상위권 경쟁이 무척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입시 상담 전문가는 “지난 정부가 죽어가던 재수 시장에 선택형 수능이라는 링거를 놓아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유웨이중앙교육이 지난달 2014년 대입 합격자 1232명(수시 623명, 정시 6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시 합격자의 42.5%가 반수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 상위권 경쟁 치열할 올해 입시 올해는 수시모집 전형이 간소화되면서 많은 대학이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와 비교과를 한꺼번에 보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논술이나 적성검사와 같은 대학별 고사를 반영하는 전형은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점수로 일정 인원을 미리 뽑는 우선선발 제도가 폐지됐고, 중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낮췄다. 이에 따라 일반계고 학생들은 수시모집의 학생부 중심 전형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 논술 전형은 많이 줄었지만 상위권 대학의 수시모집에서는 여전히 논술의 영향력이 크다. 논술 중심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도 많기 때문에 논술 전형을 준비하는 상위권 수험생이라면 수능 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올해는 수시 선발 인원도 줄고 대학별 고사도 적어지기 때문에 따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학생부 중심 전형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높아질 것”이라며 “3학년 1학기 학생부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미충원 인원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시에서는 올해도 역시 수능이 최대 변수다. 영어는 A, B형이 폐지될 뿐만 아니라 듣기평가가 22문항에서 17문항으로 줄고, 고난도 빈칸 채우기 문항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영어 평균점수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표준점수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영어의 영향력이 떨어지므로 상대적으로 수학과 탐구 영역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의학전문대학원 체제에서 의대로 복귀하는 대학도 많아서 최상위권 이과 수험생 사이에는 의대 입시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서 의대 신입생을 다시 뽑는 곳으로는 가톨릭대(65명) 경희대(77명) 이화여대(53명)가 있고, 지방 거점 국립대 중 경북대 부산대 전북대 충남대 등도 80명 안팎을 선발한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의대 입시는 대체로 정시 선발 비중이 높고,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기 때문에 수능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자녀의 휴대전화에 학교폭력으로 의심되는 문자메시지가 오면 이를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서비스가 시작된다. 정부는 4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열고 7월 시행을 목표로 ‘학교폭력 의심문자 감지 알림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신체 위해 중심이던 학교폭력이 스마트폰과 메신저 등을 통한 언어와 사이버 폭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서비스는 청소년의 휴대전화에 학교폭력과 관련된 단어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메시지가 오면 이를 감지하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작동해 부모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알려주는 방식이다. 욕설이나 비방, 따돌림과 관련된 단어들이 감지 대상이다. 감지 소프트웨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6월까지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방통위 측은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일어나는 사이버폭력은 제3자가 알기 어려워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면서 “폭력 징후를 보호자에게 미리 알려줘서 사이버폭력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모든 이동통신사가 만 19세 미만 휴대전화 이용자에 대해서는 청소년 유해정보 필터링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입학식을 연 3일, 전국에서 100곳이 넘는 초등학교가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생은 2010년(47만6291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 지난해 43만6621명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2007년 태어난 황금돼지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례적으로 입학생이 48만 명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남 37곳, 강원 23곳, 경북 12곳 등 상당수 학교가 1학년이 없는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소규모 학교가 많은 대표적 지역인 강원도의 경우 올해 초등학생은 8만743명. 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2452명 줄었지만 학급은 40학급만 줄었다. 중학생(5만2012명)은 지난해보다 2735명 줄었지만 학급은 21학급만 줄었다. 그러다 보니 전교생이 20명이 채 안 되는 중학교가 강원도 내에만 삼척시 소달중학교를 비롯해 8곳에 이른다. 초등학교도 춘천시 당림초등학교를 비롯해 26곳의 신입생이 1명이었다. 경제성만 따지면 이런 학교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지방교육재정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된다. 미니학교가 많은 강원도나 전남의 초등학생 1인당 교육청이 부담하는 교육비는 연간 820만∼850만 원 선. 반면 학생 수가 많은 서울이나 경기도는 470만∼510만 원 선이다. 하지만 학교를 경제성만으로 따질 순 없는 일. 학생 수가 적다고 폐교할 경우 농산어촌의 교육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강원도교육청이 학생 수 감소 폭에 비해 학급 수 감소 폭을 적게 잡고 오히려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소규모 학교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농산어촌에서 작은 학교를 무작정 없애버리면 아이들의 원거리 통학이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농촌 몰락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학교 규모가 너무 작으면 교사나 교과목을 정상적으로 배치할 수 없어 아이들의 교육에 지장이 생긴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최근 30여 년 새 초등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해당 지역의 교육적 문화적 상황, 교육의 사회적 기능 등을 고려해 적절한 해법을 찾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전주영 기자}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1980년대 이후 줄곧 뜨거운 감자였다. 학생수가 계속 줄어들고, 구도심 공동화 및 농어촌 인구 이탈이 심해지는 현상이 도화선이었다. 학생수가 지나치게 작은 학교를 어느 수준까지 유지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 6203개 초등학교 가운데 입학생이 1명도 없는 학교는 121곳이었다. 전남이 38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25곳, 경북 24곳 순이었다. 출산율 급락에 따라 초중고교 학생수는 2011년(초 313만, 중 191만, 고 194만 명)과 비교해 2020년에는 4분의 3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농산어촌의 미니 학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둘러싼 고민 역시 깊어질 상황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현황 정부는 1982년 농어촌 교육 정상화를 내걸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해 농산어촌에서 학생수가 100명 이하인 학교를 통폐합하기 시작했다. 통폐합 학교는 1990년대에 연간 200곳이 넘을 정도로 속출했다. 특히 분교들이 대거 폐교되면서 1994년 505곳, 1995년 414곳, 1999년 798곳의 학교가 사라졌다. 정부는 2006년 이후 통폐합 대상 학생수 기준을 농산어촌은 60명 이하, 도시 지역은 200명 이하로 바꿨다. 다만 이는 가이드라인일 뿐 학교 통폐합의 결정 권한은 시도 교육감에게 있다. ‘1개면 1개교 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교육감이 지역 여건이나 학부모 여론 등을 감안해 통폐합 기준과 대상 학교를 정하도록 돼 있다.○ 학교의 ‘적정 규모’ 논란 그러다가 2012년 정부가 초중등교육법에 ‘적정 규모 학교를 위한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소규모 학교 문제는 다시 전국적으로 번졌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당 최소학급(초등학교와 중학교는 6개 학급, 고등학교는 9개 학급)과 학급당 최소 학생수(20명) 규정을 만들려고 했다. 교육부는 일정 수준의 교육 여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적정 학교 규모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농산어촌에서는 사실상 통폐합 기준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1년 대비 전국 초중고교의 28%인 3138곳이 통폐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강원, 충청, 전·남북 지역 교육청이 특히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는 이 개정안을 철회했다. 그 대신 정부는 채찍을 거두고 당근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2012년 초중등교육법에 ‘시도교육감이 학교별 학급수와 학급당 학생수를 정할 때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의 적정한 수업시수 등을 반영하도록 한다’는 원론적인 조항만 넣는 대신 학교 통폐합에 대대적인 인센티브를 내건 것이다. 기존에는 통폐합을 추진하는 시도교육청에 학교당 20억 원의 지원금을 주었던 것을 초등학교는 30억 원, 중고교는 10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 경제논리와 교육논리의 평행선 학교 운영의 효율성에 치중하자면 일정 규모 이하의 학교는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농산어촌 초등학교 상당수가 학생이 모자라 2, 3개 학년이 한꺼번에 공부하는 복식수업을 하는 바람에 학습 효과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교육부는 특히 교과목이 많아지는 중고교의 경우에는 학교가 적정 규모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양한 교과목의 교사를 확보하고, 실험실 어학실 체육실 같은 교육시설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적정 규모’의 학교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어촌에서는 아이들의 등하교 여건과 지역공동체 등을 감안하면 학생수가 아무리 작은 학교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가 주장하는 적정 규모를 고집할 경우 1개면 1개교 유지도 힘들게 될 것”이라며 “농산어촌 지역의 특성상 장시간 등하교를 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학습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사회가 학교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교육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학교를 경제 논리로 재단하지 말고 투자를 통해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스마트 교육을 개발하고 학교별 특성화를 유도해 농산어촌에 아이들이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교육부가 경제적 시각으로만 소규모 학교를 보는 바람에 교사와 학부모들이 요구해 온 학급당 인원수 감소와 교원 충원율 확보 같은 근본적인 개선에 역행하고 있다”며 “공적 영역인 교육에 시장의 논리를 들이밀어 상품서비스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소규모 학교를 무작정 없애기보다는 학교 기능을 살려두면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평생교육센터나 문화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