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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국민안전처의 세종시 이전 비용 486억 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지 않아 내년 3월 이전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소관부처인 행자부의 직무 태만과 함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는 일부 정치권의 반발이 겹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0월 16일 고시를 통해 해양안전경비본부를 포함한 국민안전처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확정했다. 이전 대상공무원은 1038명 정도다. 하지만 사무실 이사 및 공사 등 ‘이전 비용’의 국회 예산 심사 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전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9월 11일이지만 확정 고시가 지난달 16일에야 이뤄진 탓에 2016년 예산안에 이전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안전처의 세종시 이전계획은 이미 지난해 결정됐기 때문에 확정 고시를 내세우는 행자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행자부는 뒤늦게 사무실 공사 등 당장 시급한 373억 원을 올해 남은 예산으로 활용하되 113억 원이라도 내년도 예산에 추가 편성해 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의 세종시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또 다른 변수다. 인천 지역 의원은 여야 모두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안전경비본부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며 그대로 인천에 남겨둘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눈앞의 총선을 의식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예산 반영에 소극적인 이유다. 물론 충청권 의원들은 세종시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예산 협의를 제대로 못한 행자부는 확정 고시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며 “뒤늦게 국회 차원에서 예산을 추가 편성하려다 보니 지역구 의원들의 정쟁으로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13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11월 둘째 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지지율은 5%로 나왔다. 같은 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26%), 안철수 의원(14%)에 비해 크게 밀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지난달 처음으로 한 자릿수(8%)를 기록한 것에서 더 떨어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최대 기반인 호남에서 문 대표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실질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놓고 당내 분란이 계속되면서 당을 책임져야 할 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2·8 전당대회 직후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29%였으나 9개월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박지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충격이다. 92%의 지지를 받던 광주, 90%였던 전남북에서 5%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라며 “문 대표가 살아야 새정치연합이 살고 호남이 살아야 문 대표도 새정치연합도 산다”고 적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이 총선 심판론으로 번지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국민공천제’로 맞섰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촉발된 전략공천 요구가 부산경남(PK)과 서울 강남지역 등 텃밭 전역으로 번지자 비박계의 반발이 가시화한 것. 정병국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전략공천이나 물갈이론이 나오는 것은 공천권 때문”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가 불발로 끝났지만 야당 의원 80여 명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상황에 힘입은 듯 정 의원은 “(실현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태 의원도 “오픈프라이머리가 원칙이고, 설령 전략공천을 하더라도 TK 등 ‘텃밭’ 지역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박심’을 업고 나오는 출마예상자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즉 수도권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여당 강세인 TK가 아니라 ‘험지’인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을 뽑는 일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물갈이라는 표현이 묘하기는 하지만 정치인들이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물갈이론’을 옹호했다.▼ 비노 “하위 20% 교체? 공정경선 필요” ▼친노는 “기득권 지키기 하나” 의총서 격론… 文대표는 자리 떠여권의 물갈이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야당에서도 ‘물갈이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2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의 물갈이 혁신안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쏟아져서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의 공천 배제’를 핵심으로 한 물갈이 혁신안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날 의원총회는 그동안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대표 제안한 최규성 의원 등 78명이 서명하면서 이뤄졌다. 오픈프라이머리가 경선에 유리한 현역 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만큼 문재인 대표 측의 물갈이 시도에 각을 세운 것이다. 최 의원은 “그동안 당 대표가 마음대로 (현역 의원을) 잘랐다”며 혁신위의 ‘하위 20% 물갈이’ 방침을 비난했다. 이어 공정 경선을 보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했다. 그러나 혁신위원이었던 우원식 의원은 “중앙위를 거친 혁신안을 의총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의결하며 무력화시킨다면 ‘일부 의원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받아쳤다. 문 대표는 의총이 비공개로 진행되자 곧바로 의총장을 떠났다. 찬반 설전 속에 절반 이상의 의원이 자리를 비우면서 당론 채택은 무산됐다. 한편 박지원 의원은 이날 문 대표를 만나 “대표가 결단을 내려 달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종합편성채널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문 대표가 n분의 1로 참여하는 조기 선대위를 구성하든지, 물러나 대권의 길로 간다면 당신(문 대표)도 살고 우리 당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당의 통합과 단결,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자”면서도 대표직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국방안보연구소’를 설립하고 장성 등 군 출신 인사 20명을 영입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대장 출신의 백군기 의원을 비례대표로 영입한 적은 있지만 군 출신을 대거 영입해 공식기구를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표의 ‘안보 강화’ 노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로 입당한 군 인사는 송영무 전 해군 참모총장, 이영하 전 공군 참모차장, 장종대 전 육군훈련소장, 정표수 전 공군 소장, 김달윤 전 해군 준장, 이태엽 전 해군 준장 등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이 ‘폭풍 전야’다. 비주류 의원들이 곳곳에서 ‘반(反)문재인 체제’ 목소리를 높이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당내 갈등이 다시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1일 오후 당 소속 의원들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2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입법화 논의 및 정기국회 주요 법안 논의를 위한 의총을 연다”는 거였다. 오픈프라이머리 의총은 최규성 의원 등이 줄곧 소집을 요구했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 등을 이유로 지연돼 왔다. 그러나 이날 이 원내대표는 이를 전격 수용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문 대표가 주도한 당 혁신위원회의 ‘하위평가 20% 의원 물갈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치다. 문 대표 측은 “의총 참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 등 비주류 의원 10명은 국회에서 ‘정치혁신을 위한 2020 모임’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의원이 간사를 맡았고 권은희 노웅래 송호창 유성엽 이상민 이춘석 정성호 최원식 최재천 의원이 참여했다. 당내 비노(비노무현) 성향 의원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출신이 대다수다. 이들은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했지만 속내는 다르다. 참여한 의원들의 면면을 볼 때 결국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과의 주도권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의원은 “당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지도체제가 중요 토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임 구성원은 통합 전당대회를 하는 게 가장 명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방향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당외 인사까지 포함한 통합 전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2020 모임’은 준비 단계부터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여러 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은 최근 “이제 비주류는 안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도 포함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이 모임에 참여한 의원 대부분이 17대 국회 당시 천정배 의원(무소속)을 주축으로 움직였던 ‘민생정치모임(민생모)’ 소속이어서 천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비주류의 목소리가 ‘백가쟁명(百家爭鳴·여럿이 각자 자기주장을 내세움)’ 식으로 터져 나오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중도 성향의 전·현직 의원 8명이 모인 ‘통합행동’의 박영선 의원 등도 통합 전대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친노와 비노를 아우르는 야권 단일화 등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통합행동 내부에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대선 주자급을 간판으로 하는 선대위나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원 강창일 의원 등 당 중진 사이에선 “통합선대위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 의원은 “문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대표들이 ‘n분의 1’ 권한으로 공동선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 속에서 잠복했던 문재인 대표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번 주부터 봇물처럼 터져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10·28 재보선 참패가 제공했다. 하지만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두고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문 대표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들은 이번 주부터 당내 현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모양새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통합선대위 구성을 본격화할 태세다. 문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2선으로 물러나고 각 계파 수장급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함께 총선을 준비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민집모는 이번 주 중 성명서 발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집모 소속인 강창일 의원은 “당내 통합을 위해 조기 선대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 이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혁신과 당내 통합을 기치로 내건 비주류 결사체인 가칭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이 11일경 공식 출범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2020 모임에는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정성호 문병호 최원식 의원 등 10여명이 참여한다. 호남 비주류의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0·28 재보선 결과 야권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명 등에서도 새정치연합이 패배한 것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지지층이 아예 투표장에 나서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문 대표로는 총선을 치르기가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번 주부터 문 대표 퇴진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주류에서 새로운 지도체제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문 대표가 통합선대위 카드를 전격 수용한 뒤 정면 돌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표 측의 한 인사는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 정국 때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며 “총선 승리가 최우선”이라고 전했다. 다만 총선 공천권을 포함해 통합선대위의 권한과 위상을 대표 및 최고위와 어떻게 나눌지 등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4일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키맵 대학 강연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는 일을 해야지 갈등을 조장해선 안 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 전 고문은 이어 “어린 학생들은 편향되지 않은 역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 편향되지 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역할은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역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편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전 고문은 지난해 7·30재·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에서 머물러 왔다. 그러나 이번 카자흐스탄 강연 이후 정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정계 복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기자들에게 “(향후)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정계복귀론’과 거리를 뒀다. 다만 “언제까지 강진에 머물 것이냐”는 질문에 “강진 산이 지겨워 더 못 있겠다 하면…”이라며 여운을 남겼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로 정국 대치가 가속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모처럼 역사전쟁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사불란하게 속도전에 나서려는 청와대와 달리 예산국회를 앞둔 새누리당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정부가 확정 고시를 앞당기면서 야당은 국회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고시 이후’ 전략이 마땅치 않은 듯하다. 국정화 정국의 키를 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속내를 짚어봤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국민 담화를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3일 담화에 대한 반박의 성격도 띤다. 당 관계자는 “황 총리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주장한 만큼 반론권 차원에서라도 담화를 하고 국정화 추진의 문제점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전날 소속 의원들의 국회 로텐더홀 농성을 주도했다. 당 대표가 된 뒤 처음으로 국회 농성 카드를 꺼내 든 것. 정부가 국정화 고시를 앞당긴 상황에서 ‘비상한 각오와 결단’을 보여 줘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대국민 담화에 이어 장외 집회를 여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법원에 확정 고시 효력 정지 신청을 내는 한편 고시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 검토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문 대표의 강공은 당내 반발을 잠재우는 부수 효과도 있다. 공천 룰이나 혁신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일 수는 있어도 ‘역사 전쟁’에서는 한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 당장 안철수, 박영선 의원도 4일 대구시당 사무실에서 국정 교과서 반대 기자회견을 한다. 하지만 문 대표로서도 무작정 강공 드라이브를 밀어붙이기 어렵다. 예산 국회를 볼모로 한 국회 농성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도 그렇지만 당장 소속 의원들의 투쟁 동력을 이끌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이 “전면적인 장기전으로 가자”며 목소리를 냈지만 다른 의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단돈 1원이라도 더 많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국회 보이콧이 마뜩지 않아 보인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11월 30일까지 여야 협상이 불발되면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탓에 보이콧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선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위 간사인 정성호 의원은 당 지도부의 방침과 달리 4일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위한 상임위 개최를 여당과 합의했다. 뒤늦게 원내지도부의 만류로 상임위 개최는 취소했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강공으로 나가겠지만 언제까지 싸우기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이슈와 민생 경제는 별개’라는 투 트랙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문 대표 리더십도 다시 시험대에 섰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확정 고시를 3일로 앞당기기로 방침을 정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저녁 국회 로텐더홀에서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여야가 합의한 3일 본회의는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이 국회 농성을 한 건 ‘세월호법’ 정국에서 여야가 대치했던 지난해 8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심의도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농성장에서 “(정부의 국정화) 고시 강행은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우리 당은 정부의 포기 선언이 있을 때까지 농성을 하며 정부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끝까지 국정화를 총력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민생 국회 차원에서 예산안 심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국정화 조기 확정 고시 때문에) 이제는 그것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확정 방침을 발표한다. 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전자관보에 확정 고시한다. 당초 5일 고시할 예정이었지만 국정화를 놓고 찬반 대립이 격화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고시 시점을 앞당겼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확정 고시 이후에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달 중순까지 집필진을 구성해 이달 말부터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에 들어간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2일 청와대 앞에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이들은 “국정화가 확정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해당 교과서를 쓰지 않는 방안을 찾겠다”고 주장했다.길진균 leon@donga.com·김희균 기자}
예상대로 ‘저조한 투표율’에 ‘맥 빠진 선거’였다. 10·28 재·보궐선거가 전국 24개 지역에서 실시됐지만 수도권과 영남은 새누리당이,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앞서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선거에는 유권자 106만여 명 중 21만여 명이 투표했고, 사전투표자를 포함해 20.1%의 잠정투표율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치러진 선거 중 최저 투표율이다. 경남 고성군수 선거에서는 오후 10시 반 현재 새누리당 최평호 후보가 41.5%의 득표율로 새정치연합 백두현 후보(19.3%)를 크게 앞서고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오늘 자리해 주신 의원님을 호명(呼名)하겠습니다.” 19대 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이 열린 16일 낮 12시 5분 본회의장. 의사봉을 쥔 정갑윤 부의장(새누리당)이 본회의장 안에 있던 의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강은희 의원, 김경협 의원, 김관영 의원, 김기식 의원, 김동완 의원….” 호명된 의원은 총 49명이었다. 정 부의장은 “의원님들께서는 오후 1시 반까지 꼭 오셔서 속개 정족수를 채워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뒤 정회를 선포했다. 국회 부의장이 학교 선생님처럼 일일이 의원들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확인해야 하는 게 19대 국회의 현실이다. 오전에 ‘출첵’(출석체크의 줄임말)을 한 뒤 점심식사 후에는 돌아오지 않는 의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출석’만 부르고 자리를 뜨는 금배지들 동아일보 정당팀이 16일 오전 10시 8분 개의 때부터 오후 5시 53분 산회할 때까지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1시간 간격으로 좌석에 앉은 의원 수를 확인했다. 그 결과는 초라했다. 오전 10시 무렵 출석한 의원은 102명. 그러나 1시간쯤 뒤인 오전 11시에는 70명만 남아 있었다. 무려 32명이 ‘출첵’만 하고 사라진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개의, 속개, 산회 시 출석을 체크해 국회 회의록에 기록을 남기지만 의원 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낮 12시 산회 직전 의원 수는 49명까지 줄었다. 오후 1시 반 국회사무처가 출석을 체크하는 속개 때 65명으로 약간 늘었지만 2시 46명, 3시 33명, 4시 39명, 5시 30명 등으로 줄었다. 재적의원이 297명임을 감안하면 10% 남짓한 의원만이 자리를 지켰던 셈이다. 결국 이날 본회의는 오후 5시 53분 의원 38명만 남은 상태에서 산회됐다. 대정부질문 도중 본회의장을 뜬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구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궁색한 이유를 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지역행사에 얼굴을 비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자리를 비운 동료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국회의원에게 의정 활동은 지역구 활동, 의원 외교 등 세 가지 역할 중 최우선이어야 한다. 지역구민에게 ‘의정 활동을 잘해야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왜 설득하지 못하느냐.” ○ 대정부질문 5번 중 1번은 의사정족수 못 채워 26일 국회회의록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4년 동안 열린 총 50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개의 때 재적의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명 이상이 참석한 건 25회, 100명 이상이 참석한 것은 47회였다. 반면 산회 때 100명 이상이 자리를 지킨 경우는 5회, 150명 이상이 남아 있었던 건 2회뿐이었다. 대정부질문 의사정족수인 재적의원의 5분의 1(약 60명)을 못 채우고 회의를 끝낸 것도 13회나 됐다. 19대 마지막 대정부질문 기간인 13∼16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무처의 출석 체크 때마다 모두 자리를 지킨 건 새정치연합 이원욱 임수경 의원 2명뿐이었다. 반면 새누리당 이완구 이한구 주영순 진영 의원,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 무소속 유승우 의원 등 6명은 한 번도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임기를 7개월 앞두고 의원 본연의 임무는 나 몰라라 한 셈이다. ‘일하는 국회’를 다짐했던 19대 국회 첫해인 2012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당시 7월 20일 첫 번째 대정부질문에선 산회할 때 의원 202명이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참여도는 크게 떨어졌고 4년 차인 올해 대정부질문 속개 때나 산회 때 자리를 지킨 의원은 세 자릿수(100명)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정부질문 등 의정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느냐가 국회의원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소비자연맹 홍금애 기획실장은 “대정부질문에 성실하게 참석하는 의원은 의정 활동도 우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본회의 참석 등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본회의가 열릴 때 ‘눈도장’만 찍은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19대 국회에서 본회의가 시작될 때 평균 출석률은 90.6%나 됐지만 실제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토론이나 표결에 참여한 의원들의 비율은 64.8%에 그쳤다. 4명 중 1명(25.8%)꼴로 눈 가리고 아웅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아일보가 26일 법률소비자연맹과 공동 분석한 결과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본회의 재석률’이 90%를 넘는 의원은 전체 298명 중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99.2%),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92.1%) 등 2명뿐이었다. 재석률은 본회의 시작 때와 속개, 회의 도중, 산회 때 자리를 지킨 경우를 모두 포함한 출석률이다. 반면 재석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원은 22명이나 됐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18.3%로 가장 낮았다. 정 의원은 2013년 1∼11월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가 국회에 복귀(이후 대법원 무죄 판결)해 재석률이 크게 떨어졌다. 새정치연합 장하나(35.5%) 이해찬 의원(41.2%), 무소속 박주선 의원(42.8%),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43.6%)이 뒤를 이었다. 본회의 재석률은 19대 국회 1년 차에 65.8%였지만 2년 차 64.8%, 3년 차 64.0%, 4년 차(9월 말 현재) 61.6%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20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재석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음이 ‘표(票)밭’에 가 있으니 의정활동은 뒷전이라는 얘기다. ‘법안 표결 참여율’의 경우 90%를` 넘는 ‘모범’ 의원은 26명으로 집계됐다. 참여율이 가장 높은 의원은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97.8%)이었다. 이어 새누리당 김태원(97.8%) 박윤옥 의원(96%), 새정치연합 문희상(95.5%) 김민기 의원(95.1%)이 뒤를 이었다. 법안 표결 참여율이 절반도 안 되는 의원도 34명이나 됐다. 정두언 의원(24.5%)이 가장 낮았고 이어 이해찬 의원(24.9%),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30.1%),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30.5%),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32.6%) 순이었다.홍수영 gaea@donga.com·길진균·홍정수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지율이 한 자리수까지 떨어져서다.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10월 둘째 주(13~15일) 조사에 따르면 문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30%), 안철수 의원(20%)보다 2배 이상 뒤졌다. 호남기반이 약한 새누리당 김무성(9%) 대표에게도 밀렸다. 김 대표와 문 대표의 지지율은 표본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서 ± 3.1%)안에 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때 광주에서 9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문 대표로서는 ‘참담한’ 수준이다. 문 대표에 대한 냉랭한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문 대표 측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문 대표는 27일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전국시군구 단체장 협의회’에 강사로 참석하는 등 호남에 대한 구애(求愛)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25일 “다음 달 까지 (문 대표 지지율의 하향)추세가 이어진다면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바라는 호남 민심이 문 대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져서다.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10월 둘째 주(13∼15일) 조사에 따르면 문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31%), 안철수 의원(20%)보다 절반 이하로 뒤졌다. 호남 기반이 약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에게도 밀렸다. 김 대표와 문 대표의 지지율은 표본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 안에 있다. 2012년 대선 때 광주에서 9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문 대표로서는 ‘참담한’ 수준이다. 문 대표에 대한 냉랭한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문 대표 측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서 교육부의 국정화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 등은 이날 저녁 국립국제교육원에 도착해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교육부 차원에서 국정화 준비를 위해 마련한 임시 사무실인데 무슨 문제냐”고 반박했다. 도 의원 등은 정부가 지난달 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TF팀’을 구성해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 TF가 청와대의 일일점검을 받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총괄했다는 것이다. 도 의원이 입수한 ‘TF 구성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이 조직은 단장 1명,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은혜 의원은 “지금은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는 11월 5일에 앞서) 행정 예고 기간으로 의견 수렴을 해야 하는데 국정화 작업을 이미 시작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간사인 강은희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면 당연히 관련 부서에서 TF를 만드는 것”이라며 “당내에도 이미 보고된 내용이어서 문제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이은택 기자}
‘10·28 재·보궐선거’를 5일 앞둔 23일 여야 지도부는 재·보선 지원 유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인천시의원에 출마하는 최만용, 문현주 후보의 지원 유세를 펼쳤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부산시청에서 서병수 부산시장과 예산 정책협의회를 한 뒤 부전시장, 부전역을 찾아 이상호 시의원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재·보선은 총 24개 선거구에서 총 68명이 등록해 경쟁률은 평균 2.8대 1. 사전 투표가 23, 24일 이틀간 진행되고 있지만 선거 분위기는 뜨지 않고 있다. 현지에선 ‘굵직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없고 대상 지역이 경남 고성군수 1곳, 광역의원 9곳, 기초의원 14곳에 그친 점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정가에선 “10·28 재·보선은 20%대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맥 빠진 선거’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당초 호남권에서 관심은 컸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야권 신당 세력의 ‘진검 승부’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남 광역의원(함평군), 기초의원(목포시, 신안군) 선거는 김이 빠진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호남권 신당 세력이 맞붙을 경우 호남권 민심의 속내를 엿볼 계기가 사라진 셈이다. 재·보선 투표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투표 시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등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22일 청와대 5자 회동의 시작은 부드러웠지만 끝은 냉랭했다. 청와대를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회동이 끝난 뒤에도 청와대와 여야는 제각각 브리핑을 했다. 3각 브리핑이 벌어진 셈이다. 108분간의 5자 회동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나온 자리가 된 셈이다. 청와대 접견실에 먼저 도착해 여야 지도부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 사이가 좋으신 것 같다. 귓속말도 하시고…”라며 분위기를 이끌려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님 이름에 ‘종’자가 들어가지 않나. 제 이름에 ‘유’자가 들어가니 19대 국회에서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퇴장한 뒤 참석자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2012년 대선후보 TV토론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 싸움이 치열했다고 한다. 테이블 위에는 물과 차만 준비돼 있었다. 공방은 예상대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 가장 뜨거워졌다. 전체 회동시간의 3분의 1이 넘는 30분을 할애하며 서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다른 이슈로 넘어갔다가도 다시 역사 교과서 얘기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표가 모두 발언을 통해 선공을 하자 박 대통령은 “한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하는 역사를 고쳐야 한다”고 맞섰다. 회동 막바지에 박 대통령은 이종걸 원내대표를 보고 “훌륭한 원내대표시고 인상도 좋으신데 말씀은 참 세게 하시네요”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날 날선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5자 회동을 앞두고 대선후보 TV토론처럼 준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전인 2주 전에 회동 준비를 지시했다.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각 수석실은 회동에서 언급할 분야별 사안들을 추려냈고, 박 대통령이 의제를 최종 선택한 뒤에는 관련 자료 정리에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수치 하나까지 꼼꼼히 확인하며 ‘심화학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도 회동 직전까지 사전준비회의를 열어 주장할 내용에 대한 최종 검토를 했다. 회동 전후 신경전도 치열했다. 문 대표는 이날 청와대 회동에 당 대변인을 배석시킬 것을 요청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하자 “정말 쪼잔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은 대변인 배석 없이 진행됐고 브리핑은 여야 원내대표가 맡았다. 5자 회동에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만이 배석했다.박민혁 mhpark@donga.com·길진균 기자}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012년 제18대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뒤 잠적한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또다시 대선 불복을 시사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올렸다. 강 의원은 15일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당에 혼선을 빚게 만들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당은 강 의원의 원내부대표와 국회 운영위원직 사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잠적한 지 9일 만에 거듭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토대로 “18대 대선의 공정성과 관련해 ‘불공정했다’가 61.6%로 ‘공정했다(34%)’보다 많았다”고 적었다. 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반대가 50.4%로 찬성(34.7%)보다 높았다”며 “차기 대선 지지성향은 여권 38.6%, 야권 49.2%”이라고도 했다. 강 의원의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강 의원이 왜 또 대선 불공정 의혹을 주장해 문제를 키우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 의원은 지금도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예산 44억 원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로 이미 의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야당이 발끈했다(). 이에 맞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어 국정화 예산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비비 44억 원 편성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이미 시나리오를 완성해놓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교육부총리와 예산을 통제해야 할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이 국가예산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같은 당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헌법의 가치를 뒤집는 극단적인 목표 설정, 법과 절차·과정 생략, 목표를 향한 공격성 신속성 등이 국정교과서를 다루는 현 정부의 작전능력”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장은 예비비 의결 과정에서 △국가재정법 위반 △예비비 편성 당위성 부족 △행정절차법 위반 △교육의 전문성 중립성 위반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통상 예비비는 국가 재난이나 재해 등 부득이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집행되는데 교과서 예산으로 돌린 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뒤통수를 맞은 분위기였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안 배정을 철저히 막겠다는 계획이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속 조치 마련에 들어갔지만 무조건 내년도 예산안 전체 심사와 연계하는 것을 두고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내년도 예산 심사를 전면 거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재부 전체회의에 출석해 “(예비비 편성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국무회의 의결은) 주무 부처 장관으로 해야 할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의결을 철회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그럴 권한도, 그럴 생각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최 부총리는 예비비 편성 요건으로 예측 가능성, 시급성, 보충성 등을 꼽은 뒤 “교과서 편찬은 예측하지 못했던 사안이었고 제작에 15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11월 안에 착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한을 넘기면 2017년에 발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같은) 정치적 이슈를 볼모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어떠한 연계조건 없이 예산안 처리에 (야당이)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홍정수 기자}
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이념과 진영갈등을 넘어 인신공격을 포함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선대의 친일·독재를 미화하기 위해 국정화에 나섰다고 주장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김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하는 것은 정치 금도를 벗어난 무례의 극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인격 살인적 거짓선동 발언”이라며 “연일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억지 선동의 최선봉에 서서 막말을 쏟아내는 문 대표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전날 서울 서초구 학부모와의 대화 행사에서 “두 분(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의 선대가 친일·독재에 책임 있는 분들”이라고 전제한 뒤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발단”이라고 규정했다. 새누리당 초·재선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도 문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완영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어른이 빨치산이라 2004년도 최초로 좌편향으로 검정식 역사 교과서로 바꿨느냐”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김영우 의원도 “발행되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다는 것은 문 대표가 이야기하는 진보가 사이비 진보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선친·선대를 운운하면서 교과서 국정화를 왜곡시키는 것은 교과서 연좌제”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도 ‘역사 전쟁’ 국면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맞대응을 이어갔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국민을 선동하고 불안하게 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의당 심상정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의 3자 연석회의에서도 “걸핏하면 색깔론을 내세우는 게 버릇이 된 새누리당이 이번에는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 전쟁을 계기로 야권 연대가 가동된 셈이다. ‘교과서 갈등’은 서로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10월 셋째 주(12∼16일) 주간집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1.1%포인트 오른 42.8%를 기록했다. 새정치연합 지지도도 0.6%포인트 올라 26.3%가 됐다. 다만 예산정국을 앞두고 여당의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내 갈등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재선의 김용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정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해놓고 따라오라는 식이니까 의원들은 당혹스럽고 한편으로는 황당하기까지 하다”며 “역사 전쟁에 매몰돼 다른 일을 못 한다면 중도층과 젊은층에게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승민, 정두언 의원 역시 국정화가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홍정수 hong@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