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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에서 미군 헌병의 민간인 불법 연행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우리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경찰이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7일 오후 8시 39분 현장에 도착했을 때 미군 헌병 7명은 양모 씨(35) 등 시민 3명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려던 참이었다. 경찰이 이들의 신병을 넘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군은 공무집행 중이라며 거부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미군이 안전에 위협을 느낄 경우 한국 민간인을 연행할 수 있지만 한국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인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헌병이 합당한 이유 없이 경찰의 인계 요구를 거부하거나 한국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우면 형법상 불법 체포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 미군의 인계 거부 자체가 SOFA 위반에 해당하지만 경찰은 10분 넘게 구두로 인계 요청만 반복했다. 결국 미군은 연행자들을 미군 부대 방향으로 150m가량 끌고 간 뒤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지 22분 만인 오후 9시 1분이었다. 경찰은 “당시 시민 30여 명이 현장을 둘러싸고 욕설을 하는 상황이어서 미군 헌병이 위축돼 있었다”며 “수갑을 바로 풀어 주면 시민과 미군이 충돌할 수 있어 우리 측 제안에 따라 장소를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경찰은 미 헌병이 직권을 남용해 시민을 함부로 체포했다고 보고 형법상 불법 체포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정부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노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노 씨는 3월 김정일 추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무단 방북했다. 석 달가량 북한에 머무르며 김정일을 찬양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북한에서의 일부 행적은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친북행위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노 씨의 방북을 도운 혐의로 범민련 간부 원모 씨도 같은 날 구속했다. 경찰은 노 씨의 방북에 범민련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여자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엔 164명의 여성이 살인 혐의로 수감돼 있다. 그 가운데 무려 81%인 133명(2006년 기준)은 남편을 죽인 수감자다. 이들은 대부분 남편 살해 이전엔 형사입건 한 번 된 적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의 조사 결과 그들 가운데 82.9%가 남편한테 학대를 당했고 이 중 44.5%는 ‘안 맞고 살기 위해’ 남편을 살해했다.가정폭력이 심했다고 해도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된 적은 없다.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이뤄진 반격이 아니었던 탓이다. 남편 눈빛 하나에 숨을 죽이곤 했던 아내들은 남편이 칼을 내려놓거나 잠들었을 때 비로소 ‘용기’를 내고 최후의 수단을 택했다.아내가 남편을 죽이면 살인이지만 남편이 아내를 죽이면 과실치사로 간주될 때가 많다. ‘평소 때리던 수준으로 때렸을 뿐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남편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반면에 아내는 살해할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긴 ‘확신범’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상습적 구타 끝에 아내를 살해한 남성은 3년 이하 징역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범행한 여성은 5년∼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이런 부조리를 막아야 할 공권력은 무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여성의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경찰이 가해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 ‘신고한 적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여성이 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남편을 처벌해 달라고 하지 않으면 ‘별수 없다’며 돌아서는 경찰관도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합법적으로는 ‘지옥’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 경찰을 부른 후엔 남편의 보복 폭행이 이어지고 학대의 기술이 더 교묘해진다는 게 그들이 터득한 ‘신고의 법칙’이다. 좌절을 반복하다 그들은 ‘죽느냐 죽이느냐’의 갈림길에 선다.미국에선 ‘가정폭력 피해여성은 남편의 처벌을 반대한다’는 전제 위에 정책을 만든다. 출동한 경찰관은 도착 즉시 남편과 아내를 완전히 분리한 뒤 피해를 조사한다. 남편을 체포하거나 접근금지명령을 내릴 때도 아내의 동의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검사는 아내의 비협조로 남편의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우면 ‘기소를 안 하는 대신 접근금지명령을 수락하라’는 조건으로 남편과 플리바기닝(유죄협상제)을 해 어떻게든 피해자를 보호한다.가정폭력은 모든 폭력의 시작이다. 얼마 전 서울 신촌에서 대학생을 살해한 10대들 역시 아버지한테 오래 학대를 받아온 자녀들이었다. 가정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에서 가정은 폭력을 잉태하는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
살인 강간 등 긴급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관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긴급출입권’이 신설된다. 경찰관이 출입문을 뜯는 등 가택수색 과정에서 생긴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는 규정도 생긴다. 주거침입과 기물파손 논란을 우려해 경찰이 긴급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4월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이 이번 개선조치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경찰청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정부 입법 형태로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긴급출입권’은 강력사건 신고가 들어왔을 때 의심이 가는 주택에 강제로 출입해 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수원 사건 당시 경찰은 범인 오원춘의 옆집을 수상하게 보고 탐문하려 했지만 집주인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1시간 반가량을 허비했다. 이튿날 발생한 평택 여대생 성폭행 사건에서도 경찰은 신고 여성의 위치를 추적해 94가구를 특정하고 탐문수색을 했는데 인기척이 없어 내부를 확인하지 않은 12가구 중 한 곳에서 범행이 이뤄졌다.경찰관계자는 “사생활 침해나 야간주거침입을 이유로 경찰의 수색 요구를 거부하면 더이상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112 위치추적은 수십∼수백 가구 범위로만 위치를 압축할 수 있어 정밀한 가택수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긴급출입권’을 행사한 이후 소속 경찰관서장에게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넣어 사후 검증 절차도 강화했다. 경찰은 또 적법하게 직무를 집행하다 발생한 물적 인적 피해를 정부가 보상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현재는 문을 뜯고 들어갔다가 허탕일 경우 경찰관 개인이 보상해야 해 적극적인 가택수색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범죄 피의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옮기는 호송 인치 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이달까지 두 기관이 호송 인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라고 권고했지만 2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올해 초 이 MOU가 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검찰 사건에 대한 호송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피의자 호송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검찰과의 협상 시한을 잠정 연기하고 당분간 검찰 사건 피의자 호송 인치를 현행대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송 인치는 체포한 피의자를 재판기간에 수감하는 구치소로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동안 이 업무를 경찰이 전담해왔다. 하지만 앞으론 검찰 사건 피의자에 대해선 검찰이 독자적으로 호송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게 경찰 측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신병을 단순히 옮기는 행위는 수사가 아닌 행정지원에 속하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개정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에도 호송지휘 관련 규정이 없어 검사가 경찰에 호송을 요구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호송 인치가 범인 확보나 증거 보전을 위한 행위로 수사에 해당하는 만큼 지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본다. 호송지휘가 수사지휘의 일환임을 인정한 법원 판례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및 수사와 관련된 행정업무까지 검사에게 복종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제53조가 폐지돼 기존 판례는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대통령령인 호송규칙 2조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검찰은 ‘교도소와 교도소 사이의 호송은 교도관이 행하며 그 밖의 호송은 경찰관이 행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호송은 경찰업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 조항에 나온 ‘경찰관’에는 검찰청 소속 일반사법경찰관리(검찰수사관)도 포함된다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실제로 출입국 관리 세관 등 특별사법경찰관리는 자체적으로 호송 업무를 하고 있다. 검찰은 무술 능력을 갖춘 호송 인력이 부족하고 호송 차량 등 장비 관련 예산이 확보돼 있지 않은 점도 호송 인치를 맡기 어려운 이유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찰 역시 호송을 위한 인력과 예산이 별도로 편성돼 있지 않고 수사 관련 예산과 장비를 대신 투입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인력은 경찰의 3분의 1 수준이고 1인당 수사예산도 경찰보다 2배 많으면서도 처리하는 사건은 경찰보다 18배나 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찰이 업무 부담이 커서 피의자 호송 인치를 중단해야 한다면 호송 인치를 담당하는 검찰 수사관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검찰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엄마는 감옥에서 더 평온해 보였다. 연녹색 수의(囚衣)를 입고 오늘도 ‘괜찮다’는 말만 계속했다. “밥은 먹을 만해?” “그럼, 잘 먹지.” 김경숙(가명·64) 씨가 하얗게 센 머리를 긁적였다. 손등의 검버섯이 더 짙어져 있었다. 수감된 지 이제 9개월. 면회 때마다 반복되는 엄마의 ‘괜찮은 척’에 딸 은희(가명) 씨는 화가 치민다. 그는 ‘아버지가 엄마를 죽일지 모른다’는 걱정을 놓은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구치소에 갇히는 상상을 수없이 했는데 창 너머에 수의를 입은 사람은 엄마다. 김 씨가 딸을 다독인다. “정말 괜찮아. 여긴 안전하잖아.”》○ 엄마의 선택지난해 8월 그날도 남편 정재만(가명·68) 씨는 싱크대 서랍을 열었다. 그러곤 25cm 길이의 식칼을 빼들었다. 집 안 청소를 몇 시간째 하는데 도와주지 않는다고 부인이 불평을 한 직후였다. 김 씨는 집안 곳곳으로 도망치다 안방 장롱 앞에서 남편이 든 칼과 맞닥뜨렸다. 정 씨는 발로 부인의 무릎을 차 주저앉혔다. 칼끝은 김 씨 눈앞에 와 있었다.“눈을 찔러 소경을 만들까, 배때기에 난도질을 할까.” 김 씨는 바닥에 누워 사정했다. “나 이빨 나가도, 연골 찢어져도 절대 신고 안 할게. 제발 살려줘.” 남편은 몇 분간 칼로 찌르는 시늉을 하다 서서히 지치는 듯했다. “나가면 죽여 버린다.” 남편은 방바닥에 누우며 다리를 김 씨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칼은 바로 꺼낼 수 있도록 칼자루가 보이게 장판 안에 넣었다.얼마 뒤 남편은 잠들었다. 칼로 찌른다는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김 씨의 손가락과 왼팔 가슴 등에는 칼에 찔린 상처가 여럿 있었다. 김 씨는 자포자기 상태로 한동안 멍하니 있다 뭔가를 보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대청소를 하느라 열어놓은 장롱에 넥타이 3개가 있었다. 김 씨는 숨을 멈춘 채 팔을 뻗어 그중 한 개를 빼냈다.○ 아버지의 발소리아버지는 유명 공기업에 다녔다. 은희 씨는 아버지가 출근한 직후 1시간이 가장 좋았다. 하루 중 긴장이 풀리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점심부턴 마음이 무거워지고 저녁이 되면 집 주변 발소리에 귀가 쏠렸다. 아버지는 술을 싫어해 대부분 맑은 정신으로 귀가했다. 그의 구두 소리는 점점 커지다 문 앞에서 ‘딱’ 소리를 내며 멎었다. 열쇠를 찔러 넣는 ‘드르륵’ 소리는 은희 씨의 심장을 관통했다.가족들은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식사를 하면 밥상이 뒤집히는 일이 많았다. 누군가가 젓가락질을 서툴게 하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무심코 얘기하다 기습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아버지는 ‘애들 교육을 왜 이 따위로 시키느냐’며 의자나 혁대로 엄마를 때렸다. 선인장 화분을 던져 엄마 얼굴에 가시가 수북이 박히기도 했다. 집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아버지에겐 폭행의 핑계였다. 은희 씨는 초등학교 때 쓴 일기에 “아빠가 한 달에 한 번만 때렸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이유가 늘 궁금했지만 어느 순간부턴 주먹질이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었다.가족들은 정 씨가 차라리 술자리를 즐기길 간절히 원했다. 집에 늦게 들어오면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술에 취했을 때만 폭력적이 된다면 언제 방어가 필요할지 예측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폭력은 언제나 느닷없었다. 연탄을 옮기며 달궈진 집게로 허벅지를 찌를 듯 휘둘렀고 펜치로 생니를 뽑았다. 방문을 잠그고 숨으면 손도끼로 문고리를 내려치고 들어왔다. 성한 문이 없어 언제부턴가 숨을 곳이 없었다. 엄마는 딸들이 집에 있을 땐 아버지 손을 잡고 안방에 들어갔다. 그 안에선 ‘퍽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헉헉’ 하며 신음을 삭이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가 나오면 얼마 뒤 엄마가 피 묻은 수건을 들고 나왔다. 엄마는 그때마다 “이제 괜찮으니까 공부해”라고 했다.은희 씨는 부모가 욕실에서 반나체로 있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다. 엄마에겐 가장 몸서리쳐지는 시간이었다. 식당일을 하는 김 씨가 귀가 예정시간을 넘겨 집에 오면 남편은 “어떤 놈이랑 있다가 왔느냐”며 표백제로 하체를 씻게 했다. 기계를 잘 다뤘던 남편은 집 전화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통화 내용을 수시로 엿들었다.○ 반향 없는 SOS“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아빠가 엄마를 때려요.” “어떻게 때리니?” “엄마를 칼로 찌르려고 해요.” “그래, 경찰 아저씨 보내 줄게.” “엄마 얼굴에 피나요. 살려 주세요.”은희 씨가 경찰에 처음 신고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엄마에게 칼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 손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30분쯤 뒤 도착한 경찰은 초인종을 눌렀다. 아버지가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네? 부부싸움이라뇨. 지금 집에 혼자 있어요. 여자애요? 우리 집에 딸이 없는데….” 인터폰 화면이 꺼지자 은희 씨의 반바지가 소변으로 젖기 시작했다.몇 년 뒤 은희 씨는 다시 용기를 냈다. 그날 엄마는 안방에서 생니를 뽑히기 직전 욕실로 도망을 쳤다. 아버지는 펜치를 손에 쥐고 욕실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경찰에게 이번엔 집에 꼭 들어와 달라고 했다. 경찰관은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현관문을 두드렸다. 아버지는 욕실 문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중간에 나오면 알지.” 아버지는 지갑을 꺼내 쥔 채 현관문을 열었다.“추운데 고생이 많으시죠?” 경찰관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애들 교육 문제로 아내와 언성이 좀 높아졌습니다. 제가 잘 타이를게요.” 경찰관은 현관문 앞에 선 채 집 안을 둘러봤다. 아버지는 경찰관을 집 밖으로 잡아끌더니 지갑 속 사원증을 꺼내보였다. “내가 이 회사 차장으로 있습니다. 내 친구가 지방의원이고….” 경찰관은 몇 마디를 더 나누더니 거수경례를 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이때 은희 씨가 맨발로 달려 나가 경찰관의 허리춤을 붙들었다.“신고는 제가 했는데 왜 저한테는 아무것도 안 물어보세요. 아빠가 엄마를 때렸다고요.” 경찰관은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가 점잖으신 분 같은데 좀 더 지켜보자. 당장 칼부림 난 것도 아닌데 우리가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기도 그렇고….”‘쾅 쾅 쾅.’ 세 번째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이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예사롭지 않았다. “문 빨리 여세요.” 그날 아버지는 컴퓨터 책상을 고치다 대형 드라이버로 엄마 머리를 내리쳤다. 거실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져 있었다. 아버지도 오늘은 어찌하지 못하리라. 은희 씨는 기대했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넘어진 의자를 일으켜 세우고 물걸레로 핏자국을 닦기 시작했다.은희 씨는 황급히 뛰어나가 현관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평소처럼 경찰관에게 깍듯이 인사한 뒤 나가서 얘기하자며 어깨를 감쌌다. 경찰은 “가만히 계세요”라며 뿌리쳤다. 경찰은 머리에 피딱지가 앉은 엄마를 보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경찰 옆에 서 있던 아버지가 엄마의 눈을 노려봤다.“괜찮은데….” 엄마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줌마 정말 괜찮아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희 씨가 가슴을 치며 끼어들었다. “아저씨 지금 가면 우리 엄마 정말 죽어요.” 경찰관은 한숨을 쉬다 “잘 화해하라”며 돌아갔다. 엄마는 그날 처음으로 은희 씨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나 이러고 사는 거 너무 치욕스러워서 남한테 알리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네 아빠, 너 결혼식장 들어갈 때 네 손 잡아줄 사람이잖아. 나중에 늙으면 못 때릴 거야.” 엄마가 아버지를 떠나지 못하는 건 ‘도망가면 지구 끝까지 쫓아와 죽일 것’이란 공포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저항김 씨가 자신에게 다리를 올린 채 잠든 남편의 얼굴을 봤을 때 그간 폭력의 통증들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남편이 눈을 떴을 때 시작될 고통을 떠올리니 넥타이를 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김 씨는 넥타이로 원 모양 매듭을 만든 뒤 남편 목에 걸고 잡아당겼다. 남편이 화들짝 놀라 깨 몸을 일으키자 김 씨는 남편의 등 쪽으로 몸을 피해 뒤에서 목을 졸랐다. 김 씨는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수박색 어둠이 깔린 하늘에 형광색 직선이 여러 개 그어지는 환영을 보았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새들이 지저귀는 환청까지 들리며 몸에는 힘이 솟구쳤다.부모와 따로 사는 은희 씨는 이튿날 경찰서에서 온 전화에 잠에서 깼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잠시 머뭇했다. “어머니가 용의자로 잡혀 있습니다.”딱 1년 전인 2010년 8월, 은희 씨는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신문고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40년간 아버지의 폭행으로 무릎 연골이 찢어져 걸을 때마다 통증을 느끼고 이가 부서져 음식을 갈아서 드시면서도 자식들 상처받을까 봐 숨기시는 우리 엄마를 구해 주세요. 법은 예방과 보호가 아닌 판결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인가요.” 민원담당자는 무료 상담소에 문의하라며 전화번호 몇 개를 적은 답변을 보냈다. 은희 씨가 이미 여러 번 상담했던 곳이었다.1심 재판이 열린 2월 어느 날, 증인석에 선 은희 씨에게 검사가 물었다. “학벌도 좋고 유학까지 다녀온 성인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그동안 뭘 하셨습니까.” 은희 씨는 오래전 엄마가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 ‘괜찮다’고 말할 때 느꼈던 무력감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이 지경까지 견뎌낸 게 나의 죄입니다. 언젠가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진 게 죄일 테죠.” 은희 씨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이 말을 내뱉지 못했다. 피고인 최후진술을 하던 엄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제가 저지른 끔찍한 잘못 사죄합니다. 스물두 살에 시집와 예순넷. 그래도 이젠 휴대전화로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어 마음이 가볍습니다.”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저항은 살인으로 끝이 났다. 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남편이 칼을 휘두르다 잠든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해당하지 않아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남편이 흉기를 휘두르는 동안 반격을 했어야 정당방위가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서울고등법원은 다음 달 김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한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기지방경찰청은 ‘수원 112신고 묵살 사건’을 계기로 112 신고자에게 출동하면서 전화나 문자로 알려주는 사전통보제를 폐지키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전통보제는 경찰 출동 지연이나 출동하는 사이 신고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현장상황에 대한 사전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2010년 3월 경기경찰청이 자체 특수시책으로 도입했다. 다만 납치 감금 범행진행 중인 사안 등은 제외했다. 전화를 걸었다가 오히려 신고자의 피해가 커지거나 경찰 출동 사실이 범인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수원중부서 경찰관들이 피해여성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하면서 전화를 걸었다가 폭력 가해자의 말만 믿고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아 물의를 빚자 아예 제도 자체를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이번 112신고 묵살 사건은 가정 내 폭력 사건으로 범행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사전통보제 대상이 아니었는데도 경찰관이 부적절한 대응을 한 것이었다. 경기청 관계자는 “신고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사전통보제를 도입했던 것인데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만에 하나 이번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도 있을 것 같아 이같이 결정했다”며 “이중 통화와 신고자가 반복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도 폐지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다만 신고자 위치 파악과 심리적 안정이 필요할 때는 해당 경찰관이 자체 판단해 예외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청은 경찰관의 치안만족도 분야 성과 평가 항목에서도 사전통보제를 제외하기로 했다. 또 112 지령을 내릴 때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신고했을 때는 이를 반드시 출동 경찰관들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경찰청도 112신고 접수 내용이 일선 출동 경찰관들에게 곧바로 전해질 수 있도록 신고 내용을 녹음파일로 만들어 순찰차로 바로 보내는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구축해 시행하기로 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해외 30개국 경찰관들이 한국의 사이버 수사 기법을 배우러 한국에 온다. 경찰청은 25∼27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30개국 대표단 등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 사이버안보 위협과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행사는 세계 각국 경찰관들이 모여 한국의 사이버 수사 노하우와 각국의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한국 경찰이 인터폴에 제안해 성사됐다.}
경찰은 서울의 공원 50곳을 범죄 가능성이 높은 위험 공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시내 공원 2143곳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뒤 위험도 평가를 한 결과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폐쇄회로(CC)TV 등 방범시설 설치 여부와 주변 환경, 주민 이용 정도를 기준으로 취약 공원 226곳을 고른 뒤 이 중 범죄 신고가 많은 50곳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정했다.○ 어린이공원이 범죄에 가장 취약 서울 용산구 새꿈공원과 중랑구 봉화공원, 중구 서소문공원 등은 노숙인들이 공원에 상주하며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사례가 많아 위험 공원에 포함됐다. 매달 112 신고 건수가 50건까지 접수될 정도다. 경찰은 서울 시내 공원 가운데 CCTV가 1개 이상 설치된 곳이 3곳 중 1곳꼴인 715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공원도 223개로 10%에 그쳤다. 또 취약 공원 226곳 중 어린이공원이 118곳(52%)으로 근린공원(23%)이나 마을공원(9%)보다 월등히 많았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 서초구 방배구는 취약 공원이 1곳에 불과했다. 생활수준이 높은 지역의 공원이 대체로 안전한 것이다. 반면 송파구(33곳) 강서구(28곳) 중랑구(16곳)에는 취약 공원이 밀집해 있었다. ○ 공원만 늘리고 관리엔 소홀 서울 공원의 상당수가 우범지대로 전락한 데에는 서울시가 무분별하게 공원 수만 늘리고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2006년 서울시장에 취임한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서울의 공원은 급속도로 늘었다. 2005년 1812곳이던 공원은 이후 44%가 증가해 지난해 2605곳으로 늘었다. 문제는 관리 부실. 서울시나 자치구별로 공원 관리에 대한 통일된 규정이 아직 없는 상태다. 가로등이나 CCTV 같은 방범시설 설치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 없고 공원 규모나 특성에 따른 인력 배치 규정도 없다. 공원 내 CCTV 설치 규정이 없어 자치구의 재정자립도나 민원 유무에 따라 설치 대수가 달라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구는 8개뿐이지만 관악구는 107개, 서대문구는 154개나 된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우리 동네에 공원이 하나 있는데 밤에 거기서 죽이면 아무도 몰라. 시체는 공원 숲에 버리면 아침에 청소 아줌마가 치워줄 거야.”4월 30일 서울 신촌 바람산공원에서 대학생 김모 씨(20)를 살해한 이모 군(16)은 범행 전 공범 윤모 군(19)에게 카카오톡으로 이런 문자를 보냈다. 이 군은 경찰 조사에서 “집 근처 바람산공원에 자주 갔는데 밤이 되면 사람도 없고 폐쇄회로(CC)TV도 없는 것 같아 김 씨를 공원으로 유인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원룸 주택가 끝 고지대에 위치한 이 공원은 밤이 되면 어둠에 잠겨 주민들이 찾지 않는 곳이다. 이들이 김 씨를 살해한 곳은 공원 초입 가로등 아래였다. 아직 암흑이 찾아오지 않은 오후 8시 15분경 흉기를 휘둘렀다. 이 군은 “초저녁만 돼도 사람이 안 지나다녀 밝은 데서 죽여도 안 들킬 것 같았다”고 했다. 어두워지면 인적이 끊기는 공원의 으슥함이 이 군에게 살인의 ‘영감’을 준 셈이다.○ 시민 안식처가 강력범죄 온상으로시민의 안전한 휴식처가 돼야 할 도심 공원이 강력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공원이 방치돼 발길이 끊기면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 최적의 범행 장소가 되는 것이다. 무더위를 피해 공원을 찾고 싶은 시민들은 혹시나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 외국에선 공원이 우범지대가 되지 않도록 공원 내 수목의 조밀도와 조명, CCTV 배치 기준 등을 상세히 규정하는데 우리는 무분별하게 공원만 늘려왔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동네 공원들이 범죄의 섬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한다.서울지방경찰청은 조만간 공원 치안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공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 계획이다. 공원이 살인이나 강간, 시신 암매장 장소로 이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오전 1시 전북 전주시 평화생태공원에서는 외삼촌이 여섯 살 된 조카딸을 벤치에 눕혀놓고 성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달 28일에는 50대 남성이 내연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부산 맥도생태공원으로 옮겨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한강 주변 공원들은 자살 카페 회원들이 집단 자살을 시도하기 전 회합을 갖는 ‘죽음의 광장’으로 활용된다.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시내 공원 2143곳에서 발생한 살인 강간 강도 절도 폭력 마약 방화 등 7대 범죄 발생 건수는 3618건에 이른다. 서울에서만 하루 3건의 범죄가 공원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범죄의 절반은 밤에 일어나지만 낮 12시∼오후 8시에 발생한 범죄도 36.8%를 차지할 만큼 공원은 대낮에도 치안의 사각지대다.○ 공원의 무법자들 만나 보니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은 서울의 공원들은 노숙인 집단 거주지로 변질돼 있었다. 14일 오후 10시경 서울 중랑구 봉화공원에는 노숙인 11명이 공원 입구에 돗자리를 깔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오른팔에 잉어 문신을 한 노숙인 박모 씨(61)는 “여기서 노숙인 13명이 객사했어. 다 술 마시고 자다 죽었지. 여긴 원혼이 깃든 곳이랄까”라고 했다. 그는 운동기구 주변에 옷가지가 든 박스를 쌓아두고 그 옆에 취침용 리어카까지 설치하는 등 아예 ‘살림’을 차렸다. 그는 “복지관에는 계급도 있고 끼워주지도 않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고 했다.서울 중구 서소문공원은 주변에 무료 급식시설들이 있어 여름이 되면 서울역 노숙인들의 ‘성지’로 변한다. 15일 오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노숙인 김모 씨(52)와 30대 여성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김 씨가 산책을 나온 이 여성에게 신발을 던진 것. 김 씨는 운동을 하던 노인들에게도 “얼마나 오래 살려고 운동을 하느냐”며 시비를 걸었다.14일 저녁 서울 도봉구 생잇돌공원에는 교복 차림의 청소년 8명이 모여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남학생 3명이 벤치에 앉아 있는 일행 한 명의 뒤통수와 뺨을 여러 번 때렸다. 기자가 ‘무슨 일이냐’고 말을 걸자 “좋은 말로 할 때 가던 길 가라”며 노려봤다. 15일 서울 금천구 쌈지어린이공원에서는 주민 윤모 씨(37)가 담배를 피우는 고교생 4명을 나무라다 싸움이 났다. 윤 씨가 집에서 몽둥이를 들고 나오자 고교생들은 욕설을 하며 달아났다. 윤 씨는 “그놈들이 가로등에 돌을 던져 계속 깨뜨리는 바람에 밤에는 아예 불을 못 켜 더 위험해졌다”며 “매일같이 몰려와 오토바이로 굉음을 내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공원에서 만난 고교생 성모 군(17)은 “PC방이나 노래방을 가면 돈 내라고 하는데 여긴 공짜고 아무도 간섭을 안 해 최고의 아지트”라고 말했다.동네 술판으로 변질된 공원도 많았다. 15일 저녁 서울 용산구 새꿈어린이공원은 입구 30m 전부터 음식물 썩는 냄새와 술 냄새가 났다. 곳곳에서 구린내와 지린내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이곳을 ‘술 공원’으로 불렀다. 어린이용 미끄럼틀 앞에선 50대 남성 6명이 팩소주를 놓고 담배를 피우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어린이 두 명이 그네를 타고 있는데 주민 이모 씨(49)가 그 옆 미끄럼틀에서 비틀거리며 소변을 봤다. 그는 “여기(공원)는 우리 집이다. 집에서 술 마시는데 이유가 있느냐”며 횡설수설했다.○ 각목 들고 장사하는 공원 주변 상인들공원 주변 상인들은 수시로 몰려드는 무법자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봉화공원 앞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모 씨는 계산대 뒤에 각목을 세워둔 채 장사를 했다.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노숙인들이 깨진 술병을 휘두르며 돈이나 술을 달라고 위협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노숙인도 손님인데 경찰에 신고하면 손님이 떨어질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방어 차원에서 각목을 옆에 끼고 산다”고 했다. 새꿈공원 앞 슈퍼마켓은 외상으로 술을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주인이 외상장부를 넘겨 보며 취객들과 말씨름을 하는 사이 한 50대 남성은 냉장고에서 맥주 2병을 꺼내 달아났다.새꿈공원 옆에서 음식점을 하는 임모 씨는 “인근에 사는 쪽방촌 사람들이 공중화장실이 조금 멀다는 이유로 공원 바닥에 변을 보는데 가게 쪽으로 오는 손님들이 냄새에 기겁을 하고 발길을 돌린다”며 “냄새가 심해 ‘저리 좀 가라’고 했더니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더라”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물빛공원 앞 포장마차는 공원 내 노숙인과 취객이 막무가내로 음식을 집어 간다. 주인 우모 씨는 “달라는 음식을 안 주면 손님들 안주 접시를 뒤엎으며 행패를 부려 할 수 없이 몇 개 쥐여준 뒤 보낸다”고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폭발물처리로봇이나 X선 투시기 등 대테러장비를 담당하는 경찰 군인 공항공사 간부 등 현직 공무원들이 특정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고 납품 계약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안전을 위해 복무해야 할 경찰과 군 간부가 해외파병 장병과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잇속을 챙긴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테러장비 제조업체인 C사가 경찰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도와준 대가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 대표 오모 씨(48)에게서 42회에 걸쳐 1억87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서울 양천경찰서 박모 경감(49)과 공범 이모 씨(49)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박 경감은 해당 기간에 경찰청 대테러센터 계약담당 직원으로 근무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오 씨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오 씨가 박 경감을 주요 관리대상으로 정한 뒤 정기적으로 술을 접대하고 용돈과 휴가비 명목으로 돈을 줬다”며 “박 경감은 대테러장비 수의계약 조건 등 핵심정보를 알려줘 오 씨가 낙찰 받도록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국내 굴지의 대테러장비 업체인 C사는 경찰뿐 아니라 공기업 간부, 군 장교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금품로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운영보안실 팀장급(4급) 직원 조모 씨(44)와 해양경찰청 박모 경감(46)은 C사로부터 각각 수백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C사는 전직 육군 대령 조모 씨(61)를 브로커로 고용해 대테러장비 입찰과 관련된 군 내부 정보를 빼내기도 했다. 경찰은 “필요 물품의 정보를 공개해 최저가 낙찰을 하는 통상적 납품방식과 달리 대테러장비는 보안상의 이유로 제품 사양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필요 장비를 만들 능력이 되는 업체를 골라 수의계약을 맺는다”고 설명했다. 납품업체 입장에선 경찰이나 군이 도입하려는 장비의 정보를 미리 알아낸 뒤 해당 조건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놔야 계약을 딸 수 있어 내부정보에 밝은 전현직 공무원들을 브로커로 고용하는 게 관행이었다. 경찰은 C사가 장비 성능심사를 하는 영남지역 국립대 교수 2명과 국군기무사령부 출신 영관급 군 간부 등 14명에게도 남품 과정에서 특혜를 받는 대가로 금품을 살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관에게 막말을 한 혐의로 고소당한 대구지검 서부지청 박대범 검사(38)에 대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 경찰청 수사국은 12일 “박 검사에 대해 세 차례 소환통보를 했지만 응하지 않았고 양쪽 진술이 엇갈려 진실 규명 차원에서 대질 등 강제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구지검은 박 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정재욱 경위(30)의 진술 태도와 사건 수사방법에 대해 질책한 사실은 있지만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어 모욕죄로 보기 어렵다며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박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이 내부비리를 없애기 위해 전담 수사부서와 시민 감찰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내부 신고자에게 특진과 최대 1000만 원의 신고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경찰쇄신안을 발표했다. 경찰은 우선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 내부비리 전담 수사 부서를 신설해 경찰관 부패와 비리에 대해 감찰 차원을 넘는 고강도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는 감찰과 수사가 분리돼 내부 비리를 철저히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본청 감사관실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청렴지원담당관실을 신설하고 서울 부산 경기경찰청의 감사관 직급을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높이기로 했다. 반(反)부패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외부인사 5∼7명으로 구성된 시민감찰위원회도 설치한다. 김 청장은 “경찰이 제 식구를 감싼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하던 비리 조사를 외부에 맡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감찰위원회는 주요 비리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한 뒤 경찰청장이나 각 지방경찰청장에게 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내부 신고자에 대해서도 특진을 확대하고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최대 1000만 원까지 지급하는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고자의 익명성 보호를 위해 신고접수는 민간전문기관 ‘헬프라인’에 위탁할 방침이다. 또 경찰관의 지역 토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시스템도 마련한다. 상습적인 금품 향응 수수 경찰에게는 수수액의 최대 5배까지 ‘징계부가금’을 내도록한 규정을 더 강화해 부가금을 늘릴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112신고센터가 긴급한 범죄 신고에 집중 대응할 수 있도록 10월부터 일반 민원전화를 전담하는 ‘경찰콜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행 민원 대표번호인 1566-0112번이 182번으로 변경된다. 10월부터 범죄신고는 112, 민원상담은 182로 하면 된다. 허위신고를 할 경우 벌금을 현행 1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올리고 죄질이 중할 경우 형사입건과 함께 손해배상청구를 병행할 방침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중앙일보 인터넷 뉴스 사이트가 해킹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중앙일보의 예전 홈페이지(www.joongang.co.kr)의 링크 시스템이 9일 오후 6시 반경 해킹당해 한때 접속이 불안정했으며 누가 어떻게 해킹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버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홈페이지에는 고양이가 입을 가리고 웃는 사진과 함께 내용을 알 수 없는 컴퓨터 용어가 나열됐다. 경찰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예전 사이트 주소로 접속하면 메인 사이트인 조인스닷컴으로 자동연결되는데 해커가 그 연결을 차단하고 대신 고양이 그림이 뜨도록 조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6월 한나라당 홈페이지가 해킹공격을 당했을 때도 고양이 그림이 사용됐다. 당시 한 30대 남성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방침에 불만을 품고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홈페이지 첫 화면을 고양이가 쥐를 잡는 그림으로 바꿨다. 경찰은 북한이 4일 중앙일보를 포함해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7개 언론사를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으로 미뤄 이번 해킹이 북한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는 해킹 직후 공격당한 홈페이지 링크 시스템을 바꿔 중앙일보 홈페이지(joongang.joinsmsn.com)에 정상적으로 연동시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측은 또 해킹 이후 내부 전산망도 접속이 불안정해져 한때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고 전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주행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는 운전자에게 벌금이 부과되고 택시 버스 등 사업용 차량 운전사가 DMB를 보며 운전하다 적발되면 100만 원 안팎의 과태료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 또 택시 운전사가 차량에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블랙박스)를 설치할 때 비용 일부가 지원된다.정부는 지난달 화물차 운전사가 DMB를 보며 운전하다 훈련 중인 사이클 선수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본보 5월 2일자 A12면 참조)을 계기로 이 같은 내용의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수립했다고 7일 밝혔다. 정부는 우선 처벌규정이 없었던 운전 중 DMB 시청행위에 대해 3만∼7만 원의 벌금을 물리고 벌점 15점을 매기기로 했다. 또 차량 내비게이션에는 DMB 영상이 주행 중 자동 차단되도록 하는 기능이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중 이용 차량 운전사가 DMB를 보며 운전하다 걸리면 100만 원 안팎의 과태료까지 물릴 방침이다.택시 등 사업용 차량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와 관련해선 정부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까지 설치비용을 일부 대주기로 했다.정부는 이와 별도로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 지난해부터 5년 단위로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을 2, 3년으로 추가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이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갈취하는 등 서민생계를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 7일부터 100일간 특별단속에 착수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거나 불법채권추심을 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재래시장 상인이나 노점상에게 매월 자릿세를 물리거나 영업권을 갈취하는 행위, 노래방 호프집 등 대중 시설에서 상습적으로 폭력을 일삼는 행위 등을 중점 단속할 예정이다. 경찰은 서민들이 신고 후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몰수한 범죄 수익금으로 피해 구제에도 나설 계획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거짓으로 죽은 것처럼 꾸몄다는 의혹에 휩싸인 4조 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씨(55)에 대해 경찰이 조 씨의 뼛조각을 확보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사망 조작 의혹을 밝혀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뼛조각은 화장되고 남은 것으로 유전정보가 상당부분 사라져 조 씨 시신이 맞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 씨의 아들이 아버지 시신을 화장하는 과정에서 챙겨놓은 뼛조각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되자 조 씨 아들이 ‘아버지의 것’이라며 보관하던 뼛조각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조 씨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일종의 기념으로 챙겨놓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당신이 나만큼 돈 있어 봤어? 내가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이것(카드 게임)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 마지막 패를 열어보는 그 짜릿함은 말도 못해.” 중국인 관광객 우빙야우 씨(52)는 1일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카지노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4번을 연달아 져 5분 만에 8만 홍콩달러(약 1216만 원)를 잃었지만 그는 싱글벙글했다. 중년 남성인데도 왼손에 손톱 크기만 한 30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꼈고 시계는 금으로 도금돼 있었다. 그는 카드를 받을 때마다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한 대에 36만 홍콩달러(약 5472만 원)인 자신의 ‘전시용’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아직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생각은 못했는지 그가 입을 벌리고 웃자 아랫니 3개가 빠져 있었다. 이 카지노의 VIP 고객을 관리하는 중국동포 C 씨는 우빙야우 씨를 중국 산시(陝西) 성의 광산재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틀간 200만 홍콩달러(약 3억400만 원)를 잃고도 자리를 뜨지 않는 카지노의 ‘우량 고객’이었다. C 씨는 “땅 파면 돈이 나오는 사람인데 중국에선 쓸 곳도 없고 정부 규제도 심해 욕구가 많이 쌓였을 것”이라며 “이런 고객은 우리가 스위트룸을 잡아주고 게임할 돈도 빌려주며 모셔온다”고 귀띔했다. 인구 56만 명의 도시국가 마카오는 요즘 우빙야우 씨처럼 돈 쓸 곳을 찾아 헤매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지난해 마카오를 찾은 중국인은 1616만 명. 마카오 전체 방문객 2800만 명의 58%가 중국인이었다. 지난해 마카오 국내총생산(GDP)이 326억 달러인데 관광객이 카지노를 하며 쓴 돈이 305억 달러(94%)일 정도로 카지노는 마카오의 핵심 산업이다. 마카오 정부는 카지노 업체에 수익의 40%를 세금으로 물려 지난해 117억6400만 달러를 세금으로 걷었다. 정부 세수입의 80%다. 12년 무상교육에 올해 초엔 전 주민에게 100달러를 보너스로 나눠 줄 만큼 국가 재정이 풍족하다. 대규모 카지노 34개가 번창하면서 일자리도 넘쳐 실업률은 2.1%에 불과하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 기준)은 5만1400달러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마카오 관광산업은 침체에 빠진 카지노를 2002년 외국에 개방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지 카지노 재벌 스텐리 호가 독점해온 이 사업에 미국 카지노 자본인 샌즈와 윈, MGM, 홍콩계 카지노 갤럭시 등이 300억 달러를 집중 투자했다. 당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자본에게 중국과 거리상 가깝고 언어도 비슷한 마카오는 최적의 투자처였다. 마카오 역시 중국 부자들을 끌어들이려 카지노를 적극 활용했다. 마카오 카지노의 매출 규모는 2006년 라스베이거스를 넘어서 세계 1위로 발돋움했다. 최근 셰러턴과 콘러드 등 대형 호텔체인이 마카오에 잇달아 카지노를 개장했고 W호텔과 샹그릴라 등도 카지노와 대형 명품점이 포함된 초대형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기 위해 용지 매립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도 마카오식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05년 싱가포르 정부는 40년간 금지해왔던 카지노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다시 추진했다. 2010년 샌즈 그룹으로부터 28억 달러를 투자받아 센토사 섬과 마리나베이에 대형 카지노 리조트를 조성했다.▽팀장김상수 산업부 차장▽팀원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신광영 기자(사회부)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
마카오 정부의 요즘 관심사는 카지노 일변도의 국가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문화와 쇼핑 휴양 기능까지 겸비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야 해외 관광객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31일 마카오관광청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앙 마누엘 코스타 안투느스 관광청장(사진)은 “중국인을 끌어들이려면 카지노 명품쇼핑 식도락 문화유적 등 그들의 억압된 오락적, 문화적 욕망을 충족시켜 줄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카오는 ‘24시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나라’를 관광정책의 모토로 삼고 있다. 안투느스 청장은 “카지노가 많으면 폭력조직이 활개 치고 강력 사건이 많을 것이란 우려가 커 카지노마다 경찰관을 배치했고 공권력의 권위도 중국 공안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인구가 56만 명인 마카오에서 경찰관은 5000여 명에 달한다. 경찰 1인당 시민 수가 100명으로 한국(1인당 500명)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밤에는 200m 간격으로 경찰관이 서서 순찰을 한다. 치안이 불안하면 관광객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팀장김상수 산업부 차장▽팀원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신광영 기자(사회부)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
매일 노인과 결식아동 1200명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해온 ‘사랑의 밥차’ 터가 법원 경매에 넘어가면서 중단 위기에 몰렸지만 정부 중재로 ‘밥차 살리기’ 모금운동이 추진된다. 밥차 홍보대사인 가수 김장훈 씨는 모금운동이 시작되면 2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밥차 사업을 주관하는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 이선구 이사장은 28일 “보건복지부가 밥차의 무료급식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밥차와 공동모금회가 함께 모금운동을 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도 “밥차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법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밥차는 서울역과 인천의 부평 주안역 등지에서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농산물도매시장에서 팔고 남은 농산물을 모아 전국의 복지시설에도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조리 공간과 식자재 창고, 냉장설비가 필요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에 있는 용지를 2009년 독지가로부터 무상으로 빌려 사용해 왔다. 하지만 기부자의 사업이 어려워져 밥차 용지가 경매에 넘어간 뒤 제3자가 낙찰을 받아 현재는 갈 곳을 잃은 처지다. 밥차 측은 새 용지 마련에 최소 1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부 천사’로 유명한 가수 김장훈 씨는 모금운동에 2억 원을 내놓는 등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팬들에게 “기부하는 곳을 늘리느라 생긴 빚 7억 원을 갚기 위해 야간업소 무대에 설 테니 이해해 달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김 씨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건 몰라도 밥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요즘 형편이 어렵긴 하지만 어디든 달려가 노래할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밥차 측 발행물에 실린 추천사를 통해 “소외계층 복지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밥차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인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사랑의 밥차 구하기 운동에 많은 성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초 밥차 측은 2009년 밥차 용지가 경매에 넘어갔을 때 우선 은행대출로 낙찰 받은 뒤 후원금으로 빚을 갚으며 계속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가기관인 한국감정원이 13억6000만 원으로 평가한 해당 용지 경매가를 법원이 민간업체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54억6000만 원으로 산정해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밥차 측은 결국 낙찰을 받지 못했고 법원에 감정평가를 다시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심 청구 기한이 지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