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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은 통할까. 국내 예능계에서 배려의 아이콘인 유재석과 독설의 대명사인 김구라가 처음으로 한배를 탄다. SBS는 17일 “두 사람이 진행하는 신규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22일 녹화한다”고 밝혔다. 방영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로 예정돼 있다. ‘동상이몽…’은 부모와 자녀의 실생활을 들여다보는 관찰 버라이어티. 두 MC가 출연 가족과 영상을 본 뒤 방청객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첫 방송은 사춘기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세 가족이 참여할 예정. 현재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나 정규 편성은 거의 확정적이다. SBS 관계자는 “시청자 반응에 따라 포맷이 바뀔 순 있지만 유재석과 김구라를 ‘1회용’으로 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는 새로울 게 없으나 두 특급 예능인의 조우엔 관심이 쏠렸다. ‘의외지만 신선한 조합’이란 기대와 ‘배려와 독설이 어울릴까’란 우려가 엇갈렸다. 누리꾼들은 “어벤저스급 유느님(유재석 별명)과 김보살(김구라 별명) 합체” “고수는 어떻게든 장단을 맞춘다. 흥행불패” “김구라가 디스하고 유재석이 쉴드치는(감싸는) 뻔한 전개” “종편에서 잘나가는 포맷을 그대로 베낀 듯. MC들 재능이 아깝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극과 극은 통할까. 국내 예능계에서 배려의 아이콘인 유재석과 독설의 대명사인 김구라가 처음으로 한 배를 탄다. SBS는 17일 “두 사람이 진행하는 신규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22일 녹화한다”고 밝혔다. 방영은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로 예정돼 있다. ‘동상이몽…’은 부모와 자녀의 실생활을 들여다보는 관찰 버라이어티. 두 MC가 출연 가족과 영상을 본 뒤 방청객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첫 방송은 사춘기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세 가족이 참여할 예정. 현재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나 정규 편성은 거의 확정적이다. SBS 관계자는 “시청자 반응에 따라 포맷이 바뀔 순 있지만 유재석과 김구라를 ‘1회용’으로 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는 새로울 게 없으나 두 특급 예능인의 조우엔 관심이 쏠렸다. ‘의외지만 신선한 조합’이란 기대와 ‘배려와 독설이 어울릴까’란 우려가 엇갈렸다. 누리꾼들은 “어벤져스 급 유느님(유재석 별명)과 김보살(김구라 별명) 합체” “고수는 어떻게든 장단을 맞춘다. 흥행불패” “김구라가 디스하고 유재석이 쉴드 치는 뻔한 전개” “종편에서 잘 나가는 포맷을 그대로 베낀 듯. MC들 재능이 아깝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스물’(25일 개봉)은 청춘영화다. 풋풋한 봄(靑春)을 다룬 영화야 지겹도록 많다. ‘맨발의 청춘’(1964년) ‘별들의 고향’(1974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년)…. 그런데도 요 녀석 정이 간다. 어디서 본 듯하나 구닥다린 아니다. 온갖 장르가 뒤섞였는데 산뜻하다. 뭣보다 재밌다. 게다가 이 영화는 “지들끼리 놀지 않아” 좋다. 억지 복고를 끌어다 쓰지도, 요즘 인터넷 외계어로 장벽을 치지도 않는다. 중장년도 빵 터질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쌈빡한 작품이 나올 터전을 마련해준 ‘선배’ 청춘영화들과 비교해 봤다. 해마다 봄꽃은 피고 또 지니까. 우리 모두의 뜰에서.○ 1990년대 ‘비트’=청춘의 간지 제임스 딘과 저우룬파(周潤發), 신성일과 최재성…. 누구나 그랬다. 젊음의 권리인 양. 최소한 고개라도 삐딱하게. 남정네는 따라했고 여인네는 울먹였다. 1997년 ‘비트’의 정우성은 그 정점을 찍었다. 청춘영화에서 ‘간지’(느낌이란 뜻의 일본어)는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그냥 ‘척’했다. 일단 이름부터 민이야. 오토바이 따윈 두 손 놓고 타줘야지. 헬멧 미착용인데 경찰이 잡지도 않아. 근데 젠장, 멋있어. 심지어 여자친구는 로미(고소영). ‘스물’은 이런 공식을 비껴간다. 아예 내다버린 건 아니다. 그럼 김우빈(치호 역) 강하늘(경재 역) 이준호(동우 역)를 안 썼겠지. 뻔한 셔츠 하나만 걸쳐도 근사한 놈들. 헌데 멀쩡한 배우들이 꼴값 떠니까 괜히 흐뭇하다. 하긴 어디서 강하늘이 자위행위하다 여동생(이유비)한테 걸리는 구경을 하겠나. 어쩌면 시대가 간지 개념을 바꿔놨을지도. 치호 같은 허우대도 잉여인간이 되고, 가난하면 동우처럼 여친마저 접는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에 주택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세대)가 뭔 폼을 잡겠나. 이런 시절엔 까불 수 있는 여유 자체가 최고의 간지다.○ 2000년대 ‘청춘’=청춘의 성욕 제목이 ‘청춘’인데 청소년 관람불가였다. 21세기 청춘영화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정우성은 폭력배와 맞짱 떠도 사랑과 의리 앞에선 어린애였다. ‘청춘’의 자효(김래원) 수인(김정현) 남옥(배두나)은…. 성기발랄. 까져도 너무 까졌다. 영화 ‘청춘’은 솔직했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탐닉은 자연스러운 거다. 이전까지 젊음을 순정만화처럼 꾸미던 포장지를 확 찢어발겼다. 성애 또한 성장의 단계임을. 그 끝에 뭐가 기다리건. ‘스물’은 그 욕정을 마주보되 어둠은 사양한다. 당연한 거니 신명나게 밝힌다. ‘아메리칸 파이’의 한국 버전이랄까. “내 ××를 네 엉덩이에 비비고 싶어.”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발칙한 유혹이 있었던가. 치호가 구상한 시나리오 제목은 ‘꼬추 행성의 침공’이다. 이렇게 야리꾸리한데. 놀랍게도 ‘스물’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되짚어보니 노출은 없다. 끈적한 청춘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만나시길. 다만 얘들이 더 짜릿하다.○ 2010년대 ‘족구왕’=청춘의 병맛 언제부턴가 청춘은 독립영화의 텃밭이 됐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더니 앓는 젊음을 숱하게 입원시켰다. ‘한공주’(2014년) 같은 걸작도 그런 흐름에서 나왔다. 지난해 저예산영화 ‘족구왕’은 이를 뒤틀었다. B급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대한 복학생이 족구하는 얘기. 여성이라면 치를 떨 소재를 병맛(병신 같은 맛) 나게 풀어냈다. 대학생이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게 당연해져버린 시대를 ‘족구왕’은 낄낄거린다. 청춘은 정색하지 않아도 세상을 비추니까. 상업영화 ‘스물’은 ‘족구왕’의 부잣집 사촌이다. 경재는 꿈이 대기업 입사고, 치호는 꿈을 찾는 게 꿈이다. 동우는 끝없는 알바에 시달린다. 어쩌다가…, 누군 혀를 차겠지. 허나 스무 살은 웃어도 된다. “남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 그러다 보면 또 길을 찾을지니. 참고로 ‘족구왕’에서 이 말을 한 주인공 안재홍(만섭 역)은 ‘스물’에서 경재 대학동기로 나온다. 둘은 캠퍼스에서 족구 한 판 할라나. 벚꽃 흐드러지면 막걸리 한 사발 걸고.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스물’(25일 개봉)은 청춘영화다. 풋풋한 봄(靑春)을 다룬 영화야 지겹도록 많다. ‘맨발의 청춘’(1964) ‘별들의 고향’(1974)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그런데도 요 녀석 정이 간다. 어디서 본 듯하나 구닥다린 아니다. 온갖 장르가 뒤섞였는데 산뜻하다. 뭣보다 재밌다. 게다가 이 영화는 “지들끼리 놀지 않아” 좋다. 억지 복고를 끌어다 쓰지도, 요즘 인터넷 외계어로 장벽을 치지도 않는다. 중장년도 빵 터질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쌈빡한 작품이 나올 터전을 마련해준 ‘선배’ 청춘영화들과 비교해봤다. 해마다 봄꽃은 피고 또 지니까. 우리 모두의 뜰에서.●1990년대 ‘비트’=청춘의 간지 제임스 딘과 저우룬파(周潤發), 신성일과 최재성…. 누구나 그랬다. 젊음의 권리인 양. 최소한 고개라도 삐딱하게. 남정네는 따라했고 여인네는 울먹였다. 1997년 ‘비트’의 정우성은 그 정점을 찍었다. 청춘영화에서 ‘간지’(느낌이란 뜻의 일본어)는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일단 ‘척’했다. 일단 이름부터 민이야. 오토바이 따윈 두 손 놓고 타줘야지. 헬멧 미착용인데 경찰이 잡지도 않아. 근데 젠장, 멋있어. 심지어 여자친구는 로미(고소영). ‘스물’은 이런 공식을 비껴간다. 아예 내다버린 건 아니다. 그럼 김우빈(치호 역) 강하늘(경재 역) 이준호(동우 역)를 안 썼겠지. 뻔한 셔츠 하나만 걸쳐도 근사한 놈들. 헌데 멀쩡한 배우들이 꼴값 떠니까 괜히 흐뭇하다. 하긴 어디서 강하늘이 자위행위하다 여동생(이유비)한테 걸리는 구경하겠나. 어쩌면 시대가 간지 개념을 바꿔놨을지도. 치호 같은 허우대도 잉여인간이 되고, 가난하면 동우처럼 여친마저 접는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에 주택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세대)가 뭔 폼을 잡겠나. 이런 시절엔 까불 수 있는 여유 자체가 최고의 간지다. ●2000년대 ‘청춘’=청춘의 성욕 제목이 ‘청춘’인데 청소년 관람불가였다. 21세기 청춘영화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정우성은 폭력배와 맞짱 떠도 사랑과 의리 앞에선 어린애였다. ‘청춘’의 자효(김래원) 수인(김정현) 남옥(배두나)은…. 성기발랄. 까져도 너무 까졌다. 영화 ‘청춘’은 솔직했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탐닉은 자연스러운 거다. 이전까지 젊음을 순정만화마냥 꾸미던 포장지를 확 찢어발겼다. 성애 또한 성장의 단계임을. 그 끝에 뭐가 기다리건. ‘스물’은 그 욕정을 마주보되 어둠은 사양한다. 당연한 거니 신명나게 밝힌다. ‘아메리칸 파이’의 한국 버전이랄까. “내 XX를 네 엉덩이에 비비고 싶어.”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발칙한 유혹이 있었던가. 치호가 구상한 시나리오 제목은 ‘꼬추 행성의 침공’이다. 이렇게 야리꾸리한데. 놀랍게도 ‘스물’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되짚어보니 노출은 없다. 끈적한 청춘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만나시길. 다만 얘들이 더 짜릿하다. ●2010년대 ‘족구왕’=청춘의 병맛 언제부턴가 청춘은 독립영화의 텃밭이 됐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더니 앓는 젊음을 숱하게 입원시켰다. ‘한공주’(2014) 같은 걸작도 그런 흐름에서 나왔다. 지난해 저예산영화 ‘족구왕’은 이를 뒤틀었다. B급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대한 복학생이 족구하는 얘기. 여성이라면 치를 떨 소재를 병맛(병신 같은 맛) 나게 풀어냈다. 대학생이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게 당연해져버린 시대를 ‘족구왕’은 낄낄거린다. 청춘은 정색하지 않아도 세상을 비추니까. 상업영화 ‘스물’은 ‘족구왕’의 부잣집 사촌이다. 경재는 꿈이 대기업 입사고, 치호는 꿈을 찾는 게 꿈이다. 동우는 끝없는 알바에 시달린다. 어쩌다가…, 누군 혀를 차겠지. 허나 스무 살은 웃어도 된다. “남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 그러다보면 또 길을 찾을지니. 참고로 ‘족구왕’에서 이 말을 한 주인공 안재홍(만섭 역)은 ‘스물’에서 경재 대학동기로 나온다. 둘은 캠퍼스에서 족구 한 판 할라나. 벚꽃 흐드러지면 막걸리 한 사발 걸고.정양환기자 ray@donga.com}
《 “이제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전성시대’가 오는 건가요?” 그럴지도 모른다. 적어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폭주(?)만 보면. 438만 명(11일 기준)이라니. 청불 외화는 지금까지 300만도 넘긴 적이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청불 영화 개봉은 험난한 도전이었다. 청불은 대략 관객 30%는 손해 본다는 게 지금도 업계의 통념. “제작자로선 ‘15세 이상’ 등급을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안영진 미인픽쳐스 대표) 최근 극장가는 다르다. 2011년 전후로 400만 명 이상 관객이 든 한국 청불 영화가 여러 편 쏟아졌다. 급기야 외화 ‘킹스맨’까지. 어쩌면 ‘추격자’(2008년)가 한국에 스릴러 붐을 일으켰듯, 청불이 오히려 행복한 시대가 올지도. 역대 흥행순위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에게 ‘청불 흥행의 법칙’을 들어봤다. 》○ 법칙1=한국은 ‘범죄’, 외화는 ‘액션’이 갑 청불이라고 다 같은 청불은 아니다. 잔인해서 야해서 혹은 욕설 약물 탓에. 다양한 장르만큼 이유도 제각각이다. 허나 히트작들은 공유하는 코드가 있다. 흥행작 1∼10위를 보면 답이 나온다. 청불 한국 영화는 범죄물이 황금알 낳는 거위다. 1위 ‘타짜’를 비롯해 ‘아저씨’(2위) ‘추격자’(4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5위) ‘신세계’(6위) ‘타짜-신의 손’(9위)까지 6편이 도박이나 연쇄살인, 조직폭력배를 다뤘다. 큰 범주에선 ‘도가니’(7위)도 범죄가 소재다. 무겁고 어둡다. 밝은 코미디 계열은 8위 ‘색즉시공’뿐이다. 외화는 다르다. 액션영화 위주다. 대부분 범죄자가 등장하지만 적과 맞서는 통쾌한 쌈질에 초점을 둬야 국내에선 먹혔다. ‘킹스맨’은 물론이고 이전까지 8년 동안 1위를 지켰던 ‘300’(2위)도 마찬가지. ‘원티드’(3위) ‘테이큰 1, 2’(4, 5위) ‘루시’(6위) ‘300: 제국의 부활’(10위)까지 7편이나 이 범주에 속한다. 청불 하면 먼저 떠오르는 ‘야한 영화’는 되레 열세다. 국내 영화는 ‘색즉시공’과 10위 ‘쌍화점’, 외화는 ‘색, 계’(7위) 정도만 순위에 올랐다. 영화홍보사 딜라이트의 장보경 대표는 “요즘엔 노출 심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걸 불편해하는 경향이 크다”며 “멀티플렉스가 주거 지역에 늘어나면서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아진 것도 야한 영화엔 마이너스 요소”라고 말했다.○ 법칙2=청불인 듯, 청불 아닌, 청불 같은 너 ‘킹스맨’을 배급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 따르면 초기 극장가엔 무심코 표를 끊으려다 당황한 청소년이 많았다. 청불인 줄 몰랐기 때문. 이영리 부장은 “신나는 스파이 액션을 강조해 청불 이미지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킹스맨’ TV 광고를 봐도 청불이 떠오르는 문구나 장면을 찾을 수 없다. 다만 규정상 오후 10시 이후에만 광고가 가능하다. 12일 개봉한 한국 영화 ‘살인의뢰’도 마찬가지. 연쇄살인마에게 당한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실감나게 다뤄 청불 판정을 피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충격적 수위보단 드라마가 지닌 공감을 부각한 마케팅을 펼쳤다. 영화를 제작한 미인픽쳐스의 안 대표는 “영화적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방식을 찾다 보니 청불이 됐을 뿐”이라며 “청불이라고 무조건 수위가 강하게 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불 영화에서 ‘강한 수위’는 양날의 검이다. 너무 잔인하다고 입소문 나면 흥행의 주도권을 쥔 여성 관객이 기피한다. ‘킹스맨’ 홍보를 맡은 호호호비치의 이나리 팀장은 “대부분의 장르에서 ‘세다’는 관객 반응은 부정적 효과”라고 말했다. 다만 에로영화는 (노출이) 세다는 평이 플러스가 된다. 아니면 센 내용을 상쇄할 것이 있어야 한다. ‘아저씨’는 꽃미남 원빈, ‘도가니’는 사회적 공감이란 무기를 지녔다. 킹스맨의 성공은 한국이 외화 청불의 불모지란 인식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화 청불은 흥행 기대치가 낮아 수입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장 대표는 “영화계는 한번 통념이 깨지면 문이 확 열리는 동네”라며 “금방은 아니더라도 훨씬 다양한 청불 외화가 국내로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제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전성시대’가 오는 건가요?” 그럴지도 모른다. 적어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폭주(?)만 보면. 438만 명(11일 기준)이라니. 청불 외화는 지금까지 300만도 넘긴 적이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청불 영화 개봉은 험난한 도전이었다. 청불은 대략 관객 30%는 손해 본다는 게 지금도 업계의 통념. “제작자로선 ‘15세 이상’ 등급을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안영진 미인픽쳐스 대표) 최근 극장가는 다르다. 2011년 전후로 400만 명 이상 관객이 든 한국 청불 영화들이 여러 편 쏟아졌다. 급기야 외화 ‘킹스맨’까지. 어쩌면 ‘추격자’(2008년)가 한국에 스릴러 붐을 일으켰듯, 청불이 오히려 행복한 시대가 올지도. 역대 흥행순위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에게 ‘청불 흥행의 법칙’을 들어봤다.○법칙1=한국은 ‘범죄’, 외화는 ‘액션’이 갑 청불이라고 다 같은 청불은 아니다. 잔인해서 야해서 혹은 욕설 약물 탓에. 다양한 장르만큼 이유도 제각각이다. 허나 히트작들은 공유하는 코드가 있다. 흥행작 1~10위를 보면 답이 나온다. 청불 한국 영화는 범죄물이 황금알 낳는 거위다. 1위 ‘타짜’를 비롯해 ‘아저씨’(2위) ‘추격자’(4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5위) ‘신세계’(6위) ‘타짜-신의 손’(9위)까지 6편이 도박이나 연쇄살인, 조직폭력배를 다뤘다. 큰 범주에선 ‘도가니’(7위)도 범죄가 소재다. 무겁고 어둡다. 밝은 코미디 계열은 8위 ‘색즉시공’뿐이다. 외화는 다르다. 액션영화 위주다. 대부분 범죄자가 등장하지만 적과 맞서는 통쾌한 쌈질에 초점을 둬야 국내에선 먹혔다. ‘킹스맨’은 물론 이전까지 8년 동안 1위를 지켰던 ‘300’(2위)도 마찬가지. ‘원티드’(3위) ‘테이큰 1,2’(4·5위) ‘루시’(6위) ‘300: 제국의 부활’(10위)까지 7편이나 이 범주에 속한다. 청불 하면 먼저 떠오르는 ‘야한 영화’는 되레 열세다. 국내영화는 ‘색즉시공’과 10위 ‘쌍화점’, 외화는 ‘색, 계’(7위) 정도만 순위에 올랐다. 영화홍보사 딜라이트의 장보경 대표는 “요즘엔 노출 심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걸 불편해하는 경향이 크다”며 “멀티플렉스가 주거지역에 늘어나며 가족단위 관객이 많아진 것도 야한 영화엔 마이너스 요소”라고 말했다.○법칙2=청불인 듯 청불 아닌 청불 같은 너 ‘킹스맨’을 배급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 따르면 초기 극장가엔 무심코 표를 끊으려다 당황한 청소년이 많았다. 청불인 줄 몰랐기 때문. 이영리 부장은 “신나는 스파이 액션을 강조해 청불 이미지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킹스맨’ TV광고를 봐도 청불이 떠오르는 문구나 장면을 찾을 수 없다. 다만 규정상 오후 10시 이후에만 광고가 가능하다. 12일 개봉한 한국영화 ‘살인의뢰’도 마찬가지. 연쇄살인마에 당한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실감나게 다뤄 청불 판정을 피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충격적 수위보단 드라마가 지닌 공감을 부각시킨 마케팅을 펼쳤다. 영화를 제작한 미인픽쳐스의 안 대표는 “영화적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방식을 찾다보니 청불이 됐을 뿐”이라며 “청불이라고 무조건 수위가 강하게 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불영화에서 ‘강한 수위’는 양날의 검이다. 너무 잔인하다 입소문나면 흥행의 주도권을 쥔 여성관객이 기피한다. ‘킹스맨’ 홍보를 맡은 호호호비치의 이나리 팀장은 “대부분 장르에서 ‘세다’는 관객 반응은 부정적 효과”라고 말했다. 다만 에로영화는 (노출이) 세다는 평이 플러스가 된다. 아니면 센 내용을 상쇄할 것이 있어야 한다. ‘아저씨’는 꽃미남 원빈, ‘도가니’는 사회적 공감이란 무기를 지녔다. 킹스맨의 성공은 한국이 외화 청불의 불모지란 인식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화 청불은 흥행 기대치가 낮아 수입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장 대표는 “영화계는 한번 통념이 깨지면 문이 확 열리는 동네”라며 “금방은 아니더라도 훨씬 다양한 청불 외화가 국내로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황량한 삶. 절망할 틈도 없다. 세상은 시궁창이니까. 적어도 영화 ‘리바이어던’(19일 개봉)은 그렇게 말한다. 가슴이 휑해지도록. 러시아 바닷가 마을에서 자동차정비를 하는 콜랴(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는 아내와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 조상 때부터 살아온 그의 보금자리를 부패한 시장 바딤(로만 마댜노프)이 야비한 수단으로 뺏으려 해 곤경에 처한다. 모스크바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친구 디마(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가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바딤과 결탁한 법원은 시장 손을 들어주고…. 콜랴와 디마는 마지막 수단으로 어렵사리 바딤의 비리를 캐낸다. 최소한 적절한 보상이라도 받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안드레이 즈뱌긴체프 감독이 지금까지 찍은 장편은 4편. 첫 장편 ‘리턴’부터 모두 칸과 베니스에서 상을 받았다. 리바이어던 역시 지난해 칸에서 각본상을, 올해 골든글로브에선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세계적 거장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과 비견되곤 하는 그의 작품이 2006년 ‘리턴’ 이후 국내에서 9년 만에 선보인다. 리바이어던은 리턴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감독은 전작 3편에선 주로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리바이어던 역시 아버지인 콜랴와 그의 가족 얘기긴 하나 여기에 짙은 사회성을 추가했다.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가족한테 수컷 냄새 풍기던 가장은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지 영화는 찬찬히 목도한다. 영화를 한 차원 더 높이 끌어올리는 건 러시아의 풍광이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드넓은 자연과 도시의 곳곳을 찬찬히 훑는다. 그곳은 뭐 하나 성한 데가 없다. 건물은 무너졌고, 바다는 지저분하다. 지나치는 인간 군상은 하나같이 무심하고 무력하다. 독한 보드카에 취하거나 주위에 성질만 낼 뿐. 시궁창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시궁창이다. 엄청난 해외 호평과 달리 리바이어던은 현지에선 지난한 논란에 휘말렸다. 러시아를 너무 부패한 국가로 그린 ‘반푸틴 영화’란 비난이었다. 심지어 러시아 정부는 이 작품을 계기로 “국가의 결속을 해치는 영화”에 대한 검열제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자루를 쥔 치들은 어째 하는 일이 그 모양이다. 참고로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국가권력에 비유한 그 괴물이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황량한 삶. 절망할 틈도 없다. 세상은 시궁창이니까. 적어도 영화 ‘리바이어던’(19일 개봉)은 그렇게 말한다. 가슴이 휑해지도록. 러시아 바닷가 마을에서 자동차정비를 하는 콜랴(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브)는 아내와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 조상 때부터 살아온 그의 보금자리를 부패한 시장 바딤(로만 마댜노브)이 야비한 수단으로 뺏으려해 곤경에 처한다. 모스크바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친구 디마(볼디미르 브도치엔코브)가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바딤과 결탁한 법원은 시장 손을 들어주고…. 콜랴와 디마는 마지막 수단으로 어렵사리 바딤의 비리를 캐낸다. 최소한 적절한 보상이라도 받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즈비아긴체프 감독이 지금까지 찍은 장편은 4편. 첫 장편 ‘리턴’부터 모두 칸과 베니스에서 상을 받았다. 리바이어던 역시 지난해 칸에서 각본상을, 올해 골든글로브에선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세계적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과 비견되곤 하는 그의 작품이 2006년 ‘리턴’ 이후 국내에서 9년 만에 선보인다. 리바이어던은 리턴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감독은 전작 3편에선 주로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리바이어던 역시 아버지인 콜랴와 그의 가족 얘기긴 하나 여기에 짙은 사회성을 추가했다.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가족한테 수컷 냄새 풍기던 가장은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지 영화는 찬찬히 목도한다. 영화를 한 차원 더 높이 끌어올리는 건 러시아의 풍광이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드넓은 자연과 도시의 곳곳을 찬찬히 훑는다. 그곳은 뭐 하나 성한 데가 없다. 건물은 무너졌고, 바다는 지저분하다. 지나치는 인간 군상은 하나 같이 무심하고 무력하다. 독한 보드카에 취하거나 주위에 성질만 낼 뿐. 시궁창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시궁창이다. 엄청난 해외 호평과 달리 리바이어던은 현지에선 지난한 논란에 휘말렸다. 러시아를 너무 부패한 국가로 그린 ‘반 푸틴 영화’란 비난이었다. 심지어 러시아 정부는 이 작품을 계기로 “국가의 결속을 해치는 영화”에 대한 검열제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자루를 쥔 치들은 어째 하는 일이 그 모양이다. 참고로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국가권력에 비유한 그 괴물이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간 갈등을 빚어온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와 부산시가 합의했던 ‘공동집행위원장 제도’가 사실상 이용관 현 집행위원장의 사퇴 의사 표명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위원장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영화제 측이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한 게 아니다”라며 “임시로 공동위원장 체제를 운영해 신임 위원장이 안착할 시간을 1, 2년 정도 가진 뒤 물러나겠단 뜻을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다만 영화계와 부산 시민이 수긍할 인사여야 한다는 점과 영화제의 독립성 보장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부산시는 지난해 영화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 뒤 계속 갈등을 벌여 왔다. 특히 1월 부산시가 이 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하며 논란이 커졌다. 이후 지난달 17일 서 시장과 이 위원장이 공동위원장 제도 도입을 포함한 조직 쇄신을 약속하며 봉합 국면으로 가는 듯 보였으나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이날 열린 공청회에는 임권택 박찬욱 감독과 심재명 명필름 대표, 민병록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등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시의 간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입을 모았다. 특히 임 감독은 “20년 동안 어렵사리 키운 영화제를 망치는 일”이라며 “영화인뿐만 아니라 부산시, 나아가 나라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박 감독 역시 “세계 어느 나라 영화제도 시가 간섭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영화제라면 일단 나부터 작품을 출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집행위원장 제도와 이 위원장의 사퇴에도 부정적 반응이었다. 심 대표는 “조직을 운영하는 절차나 과정이 미흡하면 함께 논의해 보완하면 될 일”이라며 “공동위원장 제도는 결코 적절한 개선방안이 아니며 이 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패널들 역시 “이 위원장이 계속 영화제를 맡는 게 제대로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와는 달리 부산시를 성토하는 다소 일방적인 분위기로 흘렀다. 부산시의 입장이나 의견을 전달할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았던 점도 아쉬웠다. 한 영화인은 “올해로 스무 돌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행사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자꾸 갈등이 확산되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평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키보드 워리어(악플러처럼 공격적 성향을 지닌 누리꾼)들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기성세대는 저 정도일까 싶겠지만,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인간관계가 이미 가상공간에 만연해 있으니까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한국영화아카데미(KAPA)에서 만난 홍석재 감독(32)은 의외로 차분했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소셜포비아’로 첫 장편 데뷔를 앞둬 굉장히 떨릴 텐데. 특히 지난해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으로 뜬 배우 변요한이 출연해 관심이 높다. 홍 감독은 “흥행 스코어보단 관객 반응이 걱정”이라며 “촬영 땐 매일 망했다고 절망하며 완성만 바랐다. 이 순간이 기적 같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사이버 문화를 적나라하게 다뤘다. “현피(인터넷에서 다투다 실제로 만나 싸우는 것)나 그로 인한 죽음이 자극적일 수 있다. 영화라 극적 과장도 없진 않다. 허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구축한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윗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10, 20대에게 인터넷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웹상의 평판을 현실보다 중요시한다. 그 흐름을 포착하고 싶었다.” ―등장인물이 폭력이나 죽음을 쉽게 여긴다. 그런데 또 다들 평범하다. “그게 영화의 핵심이다. 이들은 특별하지 않다. 매일 길에서 마주치는, 동시대 사람들이다. 수줍은 소녀가 인터넷에선 광폭한 전사로 변하고, 사회적 ‘루저’가 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빠져드는 걸지도. 이들을 옹호할 맘은 없다. 악당은 아니지만 꽤나 이기적이고 주장만 앞세운다. 현실 사회가 이들을 품지 못해 잉여인간이 된 건 아닐까.” ―주인공 지웅(변요한)은 사건에 얽히긴 했지만 주도하진 않는다. “이런 세계를 객관적으로 볼 인물이 필요했다. 일종의 관찰자 입장이랄까.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자기 합리화에 빠지니까. 변호도 비난도 관객의 선택에 맡기고 싶었다. 다만 이 영화가 일종의 ‘가이드북’이면 좋겠다. 잘 모르면서 부정만 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저예산(제작비 2억 원)으로 찍었는데 흐름이 매끈하다. “부족한 점이 많다. 편집은 제일 재밌기도 하고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어서 중요하게 고려한다. 상대가 못 알아먹으면 무슨 소용인가. 최근 한국 영화는 너무 감정 중심적이다. 현장에서 우린 정보 전달이 초점이라고 자주 말했다. 감정의 과잉은 오히려 메시지 전달을 방해한다.” ―세간의 관심이 변요한에게 몰렸다. “웬걸, 너무 고맙다. 로또 맞은 기분이다. 덕분에 영화가 이렇게 주목받고 있다. 진짜 로또는 그의 출연 자체였다. 미생 전부터 독립영화계에선 유명했다. 변요한은 시나리오에서 다소 무기력했던 지웅에게 넘치는 에너지를 담아줬다. 용민(이주승)과 양게(류준열) 등 다른 배우들도 대단했다. 영화를 보면 배우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올 거라 확신한다. 그들 모두가 우리 영화의 로또였다.”○ 영화 ‘소셜포비아’는… 홍 감독이 KAPA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과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넷팩상)을 받았다.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과 독립영화스타상(변요한)도 수상했다. 몇몇 누리꾼이 악플러 여성을 현피했다가 그 여성이 죽은 걸 발견하며 복잡한 사건에 얽히는 이야기를 담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키보드 워리어(악플러처럼 공격적 성향을 지닌 누리꾼)들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기성세대는 저 정도일까 싶겠지만,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인간관계가 이미 가상공간에 만연해 있으니까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한국영화아카데미(KAPA)에서 만난 홍석재 감독(32)은 의외로 차분했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소셜포비아’로 첫 장편 데뷔를 앞둬 굉장히 떨릴 텐데. 특히 지난해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으로 뜬 배우 변요한이 출연해 관심이 높다. 홍 감독은 “흥행스코어보단 관객 반응이 걱정”이라며 “촬영 땐 매일 망했다고 절망하며 완성만 바랬다. 이 순간이 기적 같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사이버문화를 적나라하게 다뤘다. “현피(인터넷에서 다투다 실제로 만나 싸우는 것)나 그로 인한 죽음이 자극적일 수 있다. 영화라 극적 과장도 없진 않다. 허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구축한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윗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10, 20대에게 인터넷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웹상의 평판을 현실보다 중요시한다. 그 흐름을 포착하고 싶었다.” -등장인물이 폭력이나 죽음을 쉽게 여긴다. 그런데 또 다들 평범하다. “그게 영화의 핵심이다. 이들은 특별하지 않다. 매일 길에서 마주치는, 동시대 사람들이다. 수줍은 소녀가 인터넷에선 광폭한 전사로 변하고, 사회적 ‘루저’가 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빠져드는 걸지도. 이들을 옹호할 맘은 없다. 악당은 아니지만 꽤나 이기적이고 주장만 앞세운다. 현실 사회가 이들을 품지 못해 잉여인간이 된 건 아닐까.” -주인공 지웅(변요한)은 사건에 얽히긴 했지만 주도하진 않는다. “이런 세계를 객관적으로 볼 인물이 필요했다. 일종의 관찰자 입장이랄까.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자기합리화에 빠지니까. 변호도 비난도 관객의 선택에 맡기고 싶었다. 다만 이 영화가 일종의 ‘가이드북’이면 좋겠다. 잘 모르면서 부정만 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저예산(제작비 2억 원)으로 찍었는데 흐름이 매끈하다. “부족한 점이 많다. 편집은 제일 재밌기도 하고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어서 중요하게 고려한다. 상대가 못 알아먹으면 무슨 소용인가. 최근 한국영화는 너무 감정 중심적이다. 현장에서 우린 정보 전달이 초점이라고 자주 말했다. 감정의 과잉은 오히려 메시지 전달을 방해한다.” -세간의 관심이 변요한에게 몰렸다. “웬 걸, 너무 고맙다. 로또 맞은 기분이다. 덕분에 영화가 이렇게 주목받고 있다. 진짜 로또는 그의 출연 자체였다. 미생 전부터 독립영화계에선 유명했다. 변요한은 시나리오에서 다소 무기력했던 지웅에게 넘치는 에너지를 담아줬다. 용민(이주승)과 양게(류준열) 등 다른 배우들도 대단했다. 영화를 보면 배우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올 거라 확신한다. 그들 모두가 우리 영화의 로또였다.” :소셜포비아는: 홍 감독이 KAPA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과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넷팩상)을 받았다.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과 독립영화스타상(변요한)도 수상했다. 영화는 몇몇 누리꾼이 악플러 여성을 현피했다가 그 여성이 죽은 걸 발견하며 복잡한 사건에 얽히는 이야기를 담았다.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몇몇 영화는 볼 땐 재밌으나 돌아서면 잊는다. 어떤 건 그냥저냥 봤는데 묘하게 잔상이 끈덕지다. 영화 ‘살인의뢰’는 뒤편에 속한다. 12일 선뵈는 ‘살인의뢰’는 스릴러 계열이나 속도감이 뛰어나진 않다. 반전도 딱히 없다. 제목을 보면 대충 흐름이 잡힌다. 그런데 뭔가를 지녔다. 잠깐 포스터 얘기를 하자. 주연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의 얼굴만 가득한. 그 눈빛들을 주목하길. 이 영화는 이들의 눈에 담긴 결여(缺如)를 따라가야 한다. 능글맞은 태수(김상경)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강력계 형사. 우연히 뺑소니를 친 조강천(박성웅)을 붙잡았더니 다름 아닌 살인 용의자가 아닌가. 허나 이 ‘운수 좋은 날’은 곧 지옥으로 바뀐다. 그가 저지른 마지막 범행 대상이 다름 아닌 태수의 여동생 수경(윤승아).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강천은 끝내 수경의 행방을 불지 않는다. 괴로운 건 태수만이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수경의 남편 승현(김성균)은 슬픔에 몸부림치다 태수와 연락마저 끊는다. 3년 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태수는 우연히 폐쇄회로(CC)TV에서 승현을 마주하는데…. 줄거리에서 보듯 ‘살인의뢰’는 관점이 생경하다. 범죄스릴러는 주로 범인을 쫓는 과정을 담는 게 전형. 허나 이 작품은 범인이 잡힌 뒤부터 시작한다. 마구잡이 살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선택’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살인자는 사형을 선고받긴 했으나 한 줌의 뉘우침도 없이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상황. 상처 입은 이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보복인가, 용서인가. 사실 영화는 다소 한쪽으로 기울어진 측면이 있다. 범죄에 대한 응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나 할까. 물론 숱한 액션영화(심지어 드라마도)가 폭력을 미화하는 시대에 이 정도쯤이야 여길 수도 있다. 허나 감정적 공감과 현실적 적용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사적 복수’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다. 다시 눈빛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도 포스터도 태수와 승현, 강천은 하나같이 공허하다. 자의건 타의건 살인과 연을 맺는 순간 인성 자체를 파괴당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우리 사회가 범죄율을 낮추는 데도 힘써야겠지만, 피해자들을 얼마나 잘 보듬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사족 하나. 박성웅은 2013년 ‘신세계’에서 최고의 악당을 보여주더니 이번엔 최고의 악마를 그려냈다. 아무리 연기라도 주위에서 잘 ‘회복’하도록 챙겨주면 좋겠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몇몇 영화는 볼 땐 재밌으나 돌아서면 잊는다. 어떤 건 그냥저냥 봤는데 묘하게 잔상이 끈덕지다. 영화 ‘살인의뢰’는 뒤편에 속한다. 12일 선뵈는 ‘살인의뢰’는 스릴러 계열이나 속도감이 뛰어나진 않다. 반전도 딱히 없다. 제목 보면 대충 흐름이 잡힌다. 그런데 뭔가를 지녔다. 잠깐 포스터 얘기를 하자. 주연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의 얼굴만 가득한. 그 눈빛들을 주목하길. 이 영화는 이들의 눈에 담긴 결여(缺如)를 따라가야 한다. 능글맞은 태수(김상경)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강력계 형사. 우연히 뺑소니를 친 조강천(박성웅)을 붙잡았더니 다름 아닌 살인용의자가 아닌가. 허나 이 ‘운수 좋은 날’은 곧 지옥으로 바뀐다. 그가 저지른 마지막 범행 대상이 다름 아닌 여동생 수경(윤승아).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강천은 끝내 수경의 행방을 불지 않는다. 괴로운 건 태수만이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수경의 남편 승현(김성균)은 슬픔에 몸부림치다 태수와 연락마저 끊는다. 3년 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태수는 우연히 폐쇄회로(CC)TV에서 승현을 마주하는데…. 줄거리에서 보듯 ‘살인의뢰’는 관점이 생경하다. 범죄스릴러는 주로 범인을 쫓는 과정을 담는 게 전형. 허나 이 작품은 범인이 잡힌 뒤부터 시작한다. 마구잡이 살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선택’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살인자는 사형을 선고받긴 했으나 한줌의 뉘우침도 없이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상황. 상처 입은 이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보복인가 용서인가. 사실 영화는 다소 한쪽으로 기울어진 측면이 있다. 범죄에 대한 응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나 할까. 물론 숱한 액션영화(심지어 드라마도)가 폭력을 미화하는 시대에 이 정도쯤이야 여길 수도 있다. 허나 감정적 공감과 현실적 적용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사적 복수’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다. 다시 눈빛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도 포스터도 태수와 승현, 강천은 하나같이 공허하다. 자의건 타의건 살인과 연을 맺는 순간 인성 자체를 파괴당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우리 사회가 범죄율을 낮추는 데도 힘써야겠지만, 피해자들을 얼마나 잘 보듬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사족 하나. 박성웅은 2013년 ‘신세계’에서 최고의 악당을 보여주더니 이번엔 최고의 악마를 그려냈다. 아무리 연기라도 주위에서 잘 ‘회복’하도록 챙겨주면 좋겠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내에게 물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보러 갈래?” 순간 정색한 표정. “왜 이래? 느끼하게.” 지난달 25일 선보인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출발이 지지부진하다. 1일 기준 24만 명(누적매출액 19억여 원). 하루 평균 5만 명이 안 된다. 해외에서 개봉 열흘 만에 4억 달러(약 4408억 원)를 벌어들인 기세는 찾을 길 없다. 국내에선 왜 이리 잠잠할까. 작품성이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외국에서도 평단 반응은 참혹했다. 미국 언론 허핑턴포스트는 개막 날 독자를 초대했다가 ‘(이런 영화 보게 해서) 미안하다(We‘re sorry)’를 제목으로 뽑은 기사를 실었다. 궁금하면 물어볼 수밖에. ‘그레이의…’는 원작 소설 때부터 ‘주부들의 포르노’로 불린 작품. 주 타깃이 30대 이상 여성이란 소리다. 딸을 둔 37세 직장인 여성 A와 아들 둘인 40세 전업주부 B, 40대 후반 전문직 여성 C(자녀 없음)에게 영화 관람을 요청했다. 반응은…, 거칠었다. 주말에 시간 내준 그들에게 미안했다. A=일단 안 야하다. 포르노는 웬걸. 최근 한국 에로가 더 찐하다. 친구랑 어이없어 서로 쳐다봤다. 극장에서도 실소가 자주 들렸다. 딱 한 번, 이병헌 유행어 ‘로맨틱’이 나왔을 때 크게 웃었다. 무조건 벗으면 단가. 분위기가 끈적끈적해야지. 베드신도 색다른 게 없더라. 1990년대 한국 에로영화 수준이다. B=책 보고 은근 기대했다가 실망이 크다. 소설도 짜임새야 별로지만 한 번씩 훅 들어오는 게 있었다. 엘리베이터 신은 정말…. 크리스천(제이미 도넌)이 “도저히 못 참겠다”며 갑자기 키스하는 장면이 짜릿했는데. 영화는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SM(사디즘+마조히즘)도 수위가 뭐 그러냐. 엉덩이 때리는 거 보고 쇼킹하길 바라나. C=좀 불편했다. 솔직히 한국 정서랑은 안 맞지 않나. 남편(50대)도 “뭐 이런 걸 보냐”며 성질냈다. 차이를 인정해도 가학적 성애는 공감하기 어렵다. 여성을 노예처럼 다루는 방식도 기분 나빴다. 아무리 상대가 잘 생기고 부자여도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가 사랑에 빠진 맥락을 모르겠다. A=할리퀸 로맨스(청소년 연애소설)의 성인 버전이더라. 모든 걸 다 가진 나쁜 남자가 평범한 여주인공에게 빠져 모든 걸 다 해주는 설정. 외국에선 여전히 먹힐지 몰라도 한국에선 힘들 거다. 그동안 그런 한국 드라마에 얼마나 단련됐는데.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은 같은 설정이라도 훨씬 쫄깃하다. TV만 틀면 공짜로 보는데, 왜 돈 내고 극장 찾나. B=어느 정도 예견된 거라 본다. 소설도 외국에선 1억 부 이상 팔렸다지만 국내에선 고만고만했지 않나.(출판사 시공사에 따르면 국내에선 6권 합쳐 55만 부가 팔렸다. 이 가운데 전자책이 18만 부를 차지한다) 게다가 책은 혼자 보지. 극장은 누가 같이 가야 제맛인데,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말 꺼내기도 힘들다. A=그래도 혹시나 하고 찾는 사람은 있겠지. 주위에 물어보면? 각자의 선택이지만 추천할 맘은 안 든다. 다만 인터넷 찾아보니 2, 3부가 나온다던데 뒤가 궁금하긴 하다. 기다려지는 게 아니라 1편이 너무 싱겁게 끝나서. 근데 원작자랑 감독이랑 다퉜다는데 나올 수 있을까.(실제로 샘 테일러존슨 감독은 원작자 E L 제임스와의 불화를 실토했다) C=딴 건 다 제쳐두더라도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진다. 허여멀게 가지고…. 구릿빛 피부에 더 늘씬해야지. 뭣보다 여자 꼬드기며 노트북 1대가 뭐냐. 우리 남편도 그 정돈 사준다. 물론 헬리콥터나 전용기는 없지만. 자꾸 어느 수위까지 SM을 할 것인지 계약서 쓰자는 거 보니 좀스럽기도 하고.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배우 신하균은 ‘한겨울 개미’를 닮았다. 베짱이와 달리 열심히 달린 자만이 갖는 여유랄까.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곤조곤하면서도 쾌활했다. 모진 계절을 날 양식을 쌓았기에 평온한, 허나 봄이면 언제든 나설 준비가 된.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는 1398년 조선 초기 왕자의 난 등 권력 암투에 얽힌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작품. 신하균은 바닥에서 출발해 조선 무장의 정점에 섰으나 사랑 앞에서 고뇌하는 장군 김민재를 맡았다. ―1998년 영화 데뷔인데 사극이 처음이다. “나도 놀랐다. 의식적으로 피한 건 아니다. 막상 해보니 재밌더라.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조선 초기를 했으니 다른 시대로. ‘순수의 시대’는 다양한 면을 가진 작품이다. 액션과 멜로에, 진한 에로티즘까지. 배우로서 보여줄 게 많은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김민재란 캐릭터 자체는 우직하고 단순하다.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끌렸다. 그런 성격이라 순수한 사랑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시나리오로 접했을 땐 안쓰러웠다. 권력 상층부에 올랐지만 자기 인생은 없는 인물이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자 맹목적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현실에선 보기 드문, 영화니까 가능한 사랑이지.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정사 장면이 많았는데 몸이 엄청 좋더라. “감독님이 김민재는 몸에서부터 캐릭터가 묻어나길 원했다. 밑바닥에서부터 악으로 살아온 풍파의 흔적이랄까. 잔 근육 키우려고 엄청 고생했다. 체지방률을 2.7%까지 낮췄다. 지방이 부족하니 체력이 떨어져 촬영조차 쉽질 않았다. 실제 조선시대 무장은 힘을 써야 하니 씨름선수 같은 체형이 많았겠지. 허나 그런 몸으로 애정 신을 찍긴 그렇잖나, 하하.” ―정치물인 줄 알았더니 ‘야한’ 영화였다. “앞서 말했지만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다양한 면을 가졌다. 여주인공 강한나가 신인인데 고생 많았다. 장혁 강하늘까지 세 배우와 모두 베드신을 찍었다. 힘들었을 텐데 뚝심이 있더라.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라 별로 조언할 건 없었다.” ―차기작은 뭔가. “확정은 아닌데 밝은 영화다. 무겁고 답답한 캐릭터를 했으니 행복한 역할을 하고 싶다. ‘지구를 지켜라’(20003년)의 병구 같은 독특한 인물은 언제든 환영인데, 요즘 그런 영화 찾기 쉽지 않다. 물론 어떤 작품이건 내 만족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야기를 잘 전달해 관객이 행복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 그게 배우가 할 일 아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배우 신하균은 ‘한겨울 개미’를 닮았다. 베짱이와 달리 열심히 달린 자만이 갖는 여유랄까.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곤조곤하면서도 쾌활했다. 모진 계절을 날 양식을 쌓았기에 평온한, 허나 봄이면 언제든 나설 준비가 된.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는 1398년 조선 초기 왕자의 난 등 권력 암투에 얽힌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작품. 신하균은 바닥에서 출발해 조선 무장의 정점에 섰으나 사랑 앞에서 고뇌하는 장군 김민재를 맡았다. -1998년 영화 데뷔인데 사극이 처음이다. “나도 놀랐다. 의식적으로 피한 건 아니다. 막상 해보니 재밌더라.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조선 초기를 했으니 다른 시대로. ‘순수의 시대’는 다양한 면을 가진 작품이다. 액션과 멜로에, 진한 에로티즘까지. 배우로서 보여줄 게 많은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김민재란 캐릭터 자체는 우직하고 단순하다.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끌렸다. 그런 성격이라 순수한 사랑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시나리오로 접했을 땐 안쓰러웠다. 권력 상층부에 올랐지만 자기 인생은 없는 인물이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자 맹목적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현실은 보기 드문, 영화니까 가능한 사랑이지.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정사 장면이 많았는데 몸이 엄청 좋더라. “감독님이 김민재는 몸에서부터 캐릭터가 묻어나길 원했다. 밑바닥부터 악으로 살아온 풍파의 흔적이랄까. 잔 근육 키우려고 엄청 고생했다. 체지방율을 2.7%까지 낮췄다. 지방이 부족하니 체력이 떨어져 촬영조차 쉽질 않았다. 실제 조선시대 무장은 힘을 써야 하니 씨름선수 같은 체형이 많았겠지. 허나 그런 몸으로 애정 신을 찍긴 그렇잖나, 하하.” -정치물인 줄 알았더니 ‘야한’ 영화였다. “앞서 말했지만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다양한 면을 가졌다. 여주인공 강한나가 신인인데 고생 많았다. 장혁 강하늘까지 세 배우와 모두 베드신을 찍었다. 힘들었을 텐데 뚝심이 있더라.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이라 별로 조언할 건 없었다.” -차기작은 뭔가. “확정은 아닌데 밝은 영화다. 무겁고 답답한 캐릭터를 했으니 행복한 역할을 하고 싶다. ‘지구를 지켜라’(20003년)의 병구 같은 독특한 인물은 언제든 환영인데, 요즘 그런 영화 찾기 쉽지 않다. 물론 어떤 작품이건 내 만족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야기를 잘 전달해 관객이 행복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 그게 배우가 할 일 아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혹 금연이나 금주에 도전하고 있나. 그럼 당분간 ‘버드맨’은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 마지막 들이켰던 잔, 비벼 껐던 꽁초가 비릿하게 입안을 맴돌 테니.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버드맨’이 국내에서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감독상에 각본상 촬영상까지 주요 부문상을 거머쥐었으니 올해 오스카 승자라 할 만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도 극찬을 쏟아내며 시상식 전부터 작품상 수상작 0순위로 꼽았다. 줄거리만 간추리자면 그다지 복잡하진 않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인기를 끌었던 왕년의 톱스타 리건 톰슨(마이클 키턴)이 주인공. 지금은 퇴물로 낙인찍힌 신세지만 권토중래를 꿈꾸며 연극판에 도전한다. 허나 빚까지 끌어다 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순탄치가 않다. 함께 출연하는 여배우 레슬리(나오미 와츠)는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매니저 역할을 맡은 딸 샘(에마 스톤)은 시종일관 냉소적이다. 게다가 평단의 사랑을 받는 연극배우 마이크 사이너(에드워드 노턴)를 우연찮게 영입했으나 제멋대로 굴며 골치를 썩이고…. 과연 버드맨 톰슨은 브로드웨이에서 꿈처럼 날아오를 수 있을까. ‘21그램’(2004년) ‘비우티풀’(2011년) 등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돋보였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이제 그는 버드맨으로 확실히 장인의 경지에 오른 솜씨를 펼쳐 보인다. 블랙코미디인데도 웃음보단 씁쓸함이 가득한 대사. 롱테이크(한 장면 길게 찍기)와 숨 가쁜 편집이 엉키며 빚어내는 영상. 이 모든 걸 재즈뮤지션 안토니오 산체스의 드럼 하나로 어우르는 음악까지. 낯선 흐름이 어느 순간 심장박동처럼 ‘쿵짝’ 합이 맞아 가는 희한한 경험을 선사한다. 발군의 연기는 이를 매조지하는 용의 눈깔(畵龍點睛)이다.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 스톤이나 와츠도 근사하다. 원래도 브로드웨이 무대 출신인 노턴은 ‘역시나’ 감탄스럽다. 하지만 키턴. 그가 없었다면 버드맨이 이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팀 버턴 감독의 ‘배트맨’을 연기했던 그의 이력 때문에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한 인터뷰에서 “전혀 설렘을 느끼지 못한 오랜 시기가 있었다”는 고백처럼, 그는 그간 분출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이 한 편에 폭발시키는 ‘마스터 키튼’(일본만화 제목)으로 우뚝 섰다. 버드맨은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6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짙푸른 바닥까지 떨어지는 벤(니컬러스 케이지)의 서글픈 침잠과 위태롭게 쌓아올린 톰슨의 신경질적인 표류는 색깔이 다르다. 허나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다 못해 영혼을 불안에 내맡겨버리는 안타까움이 닮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웃는 듯 우는 듯 창밖을 내다보는 샘의 눈빛. 어쩌면 가끔씩 자신의 인생조차 구경꾼처럼 속절없이 바라보게 되는 우리네 무력한 심정이 그럴까. 날아오르건 떨어져 내리건 추락하는 버드맨에겐 날개가 있다. 한데 ‘버드맨’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 국내에서 엉뚱한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극 중 스톤의 대사인 “꽃에서 역겨운 김치 냄새가 난다(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가 한국 비하가 아니냔 지적이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스톤은 2014년 출연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선 “요즘 한국 음식에 완전 중독됐어”란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에서 마리아(줄리 앤드루스)는 일곱 남매를 두루두루 잘 돌본다. 올해의 오스카는 개봉 50주년을 맞은 마리아를 닮고 싶었던 걸까. 한국 연말 TV 대상에서 영감을 얻은 것처럼 골고루 상을 뿌려댔다. 23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우리가 남이가’ 분위기가 진득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8개 영화가 모두 한 부문 이상씩 상을 거머쥐며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게 배려(?)했다. 최다 부문(9개) 후보였던 ‘버드맨’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역시 각각 4개 부문을 챙겨 최다 수상작에 다정하게 이름을 올렸다. 음악영화 ‘위플래쉬’가 3개 부문(남우조연 편집 음향)으로 뒤따랐다. 씨알 굵은 월척은 ‘버드맨’이 쓸어갔다.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촬영상 등 4개 부문을 알차게 챙겼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각본도 직접 써서 세 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멕시코 태생 감독의 수상. 잊혀진 무비스타가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에서 재기를 노리는 내용을 담은 버드맨은 국내에선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약 78만 명을 동원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음악·미술·의상·분장 부문이라 중량감이 떨어졌다. ‘버드맨’도 아쉬움은 남았다. 남우주연상에서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마이클 키턴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 실제로 ‘배트맨’ 1, 2편에서 주인공이었던 키턴이 버드맨이란 슈퍼히어로로 인기를 끌었던 퇴물 배우로 나와 ‘인생 연기’를 펼쳤다. 키턴에게 쓴잔을 내민 이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를 복사한 듯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브래들리 쿠퍼는 2013년 숨진 미국의 전설적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로 분해 3년 연속 주연 후보에 올랐으나 또다시 다음을 기약했다. 반면 줄리앤 무어는 다섯 번째 도전에서 열매를 땄다. 할리우드 ‘연기 갑’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유독 오스카와 인연이 없던 무어는 ‘스틸 앨리스’로 마침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교수를 실감나게 연기한 그는 1998년 ‘부기 나이트’를 시작으로 네 번이나 주연·조연상에 노미네이트(지명)됐었다. 무어는 “아카데미상을 받으면 5년은 젊어진다는 기사를 봤다. 남편이 연하라 꼭 받고 싶었다”며 농담 섞인 기쁨을 표현했다. 이날 시상식은 섭섭지 않은 수상 안배 말고는 인상 깊지 못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50주년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뮤지컬 분위기를 강조한 볼거리는 풍부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문신 가득한 레이디 가가가 정통 드레스를 입고 ‘사운드 오브 뮤직’ 테마송을 부른 뒤 앤드루스와 포옹하는 장면 정도가 색달랐다. 지난해 두드러졌던 유색 인종과 성적 소수자에 대한 조명도 올해는 살짝 발만 담그는 모양새였다. 86회 아카데미는 흑인 인권을 다룬 ‘노예 12년’과 에이즈 환자를 소재로 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각각 3개 부문을 안겨줬다. 하지만 올해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다룬 ‘셀마’는 주제가상, 동성애자 앨런 튜링 교수를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은 각색상 하나씩 획득했을 뿐이다.:: 부문별 수상자 ::▶ 작품상=버드맨▶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버드맨)▶ 남우주연상=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여우주연상=줄리앤 무어(스틸 앨리스)▶ 남우조연상=J K 시먼스(위플래쉬)▶ 여우조연상=퍼트리샤 아켓(보이후드)▶ 각본상=버드맨▶ 각색상=이미테이션 게임▶ 촬영상=버드맨▶ 편집상=위플래쉬▶ 음향상=위플래쉬▶ 음향편집상=아메리칸 스나이퍼▶ 음악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주제가상=글로리(셀마)▶ 시각효과상=인터스텔라▶ 미술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의상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분장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외국어 영화상=이다(폴란드)▶ 장편 애니메이션상=빅 히어로▶ 단편 애니메이션상=피스트▶ 장편 다큐멘터리상=시티즌포▶ 단편 다큐멘터리상=크라이시스 핫라인▶ 단편 영화상=더 폰 콜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개가 되어버린 사내들 vs 새가 되고픈 여인네들.’ 설의 끝자락. 북적거리던 연휴가 마무리되면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다. 이럴 땐 시끌시끌한 영화보다 잔잔하되 무게감을 지닌 영화가 딱. 적은 예산이지만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한국 영화 2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26일 개봉하는 ‘조류인간’과 다음 달 5일 선뵈는 ‘개: dog eat dog’는 각각 순제작비 1억 원과 5500만 원을 들인 작품이다. 많게는 수백억 원씩 들이는 대작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허나 넘치는 에너지는 남부럽지 않다. 뭣보다 독립영화다운 짙은 사회적 현실이 배어있어 한 입 깨물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 》삶은 비리도록 슬픈 꿈의 한 자락 “꿈을 꿨어요. 꿈에서 이룰 수 없는 많은 꿈들이 이뤄졌어요. 그래서 알았어요. 꿈이란 걸.”(‘조류인간’에서 소연의 대사) 소설가 정석(김정석)은 집필도 중단한 채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 까칠하고 사회성도 부족하지만 실은 15년 전 행방이 묘연해진 아내를 찾고 있다. 홀연히 나타난 소연(소이)이란 여인은 부인을 안다며 길동무를 자처하나 왠지 의심스럽다. 어느 날, 자기처럼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이들을 찾는다는 실종자 가족들이 진실을 찾을 단서를 제공하는데…. 영화 ‘조류인간’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뒤 러시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독일 함부르크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로 주목받았던 2013년 ‘배우는 배우다’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신작이다. 소규모 영화지만 김정석 소이 정한비 등 낯익은 얼굴들이 친숙함을 더했다. 눈치 빠른 관객은 금방 알아채겠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 사건의 단초가 들어있다. 실종자들은 ‘진짜로’ 새가 되려고 수술을 받았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허나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왜 새가 되고 싶었을까. 아니, 그들은 왜 인간이란 틀을 벗어나고 싶었을까.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안개처럼 뿌옇던 진실은 자막이 올라간 뒤에도 모호하다. 허나 원래 삶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누구나 맘속에 뭔가를 담고 살지만, 그걸 꼭 꼬집어 얘기하긴 힘들다. 어쩌면 새가 되겠다는 욕망을 좇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일지도. 그 진실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우린 새가 날아가 버린 허공을 멍하니 응시할 수밖에. 15세 이상 관람가.시큼한 현실을 찢어발기는 악마의 일상 형신(김선빈) 일당은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는 이들. 해외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뜯어내던 그들은 급기야 국내로 밀입국해 피해자와 가족들을 괴롭힌다. 같은 조직의 두진(박형준)도 우연히 터키 여행을 하다 새로운 먹잇감 준교(정준교)를 감금하고….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라 증거 확보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맘껏 활개치고 다니는 그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개: dog eat dog’는 2007년 무렵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다. 당시 범인들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제물로 삼아 4년간 19건의 납치 및 강도 행각을 벌였다. 하지만 영화는 실제 사건 자체보다는 그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에게 주목했다.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갔다는 소리다. 카메라에 담긴 그들의 일상은 전율스럽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의 하루는 너무 덤덤해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평범한 직장생활이라도 하듯 타인을 괴롭히고 돈을 뜯는다. 진짜 현실에서 정의란 사전에나 존재하는 단어인 것처럼. 이를 극대화시키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범죄 패거리 지훈(곽민호), 두진의 연기도 좋지만 우두머리 형신은 비열함의 화신이다. 이런 배우가 무명이라는 게 더 놀라울 정도다.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으나 문득문득 소름이 돋아 불편할 수도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영화 ‘국제시장’이 ‘아바타(2007년)’를 넘어 역대 흥행기록 2위에 올랐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20일 약 30만 명이 관람해 누적 관객수 1381만 1254명을 기록했다. 역대 외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자 전체 2위였던 ‘아바타’(약 1361만 명)보다 20만 명가량 많은 숫자다. 역대 1위는 ‘명량’(1761만여 명)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국제시장’은 이로써 관객 14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현재까지 누적매출액은 1074억여 원. 아이맥스 상영이 많았던 ‘아바타’(약 1285억 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명량’은 1357억여 원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