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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꼽은 사자성어는 ‘일념통천(一念通天)’이다.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노력하면 그 뜻이 하늘에 닿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고객을 위해 그룹 전체가 진정한 ‘하나(one)’가 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한 ‘KEB하나은행’을 공식 출범시켰다. 올해가 통합된 하나금융의 역량을 처음 평가받는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하나금융 측은 올해 6월을 목표로 기존 하나와 외환은행 간에 나눠져 있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전산 통합뿐 아니라 은행을 비롯한 그룹 전체 직원들의 화학적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그룹 내 직원들의 소속, 출신, 경험이 모두 다르지만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고객 앞에 ‘하나의 팀(One Team)’이라는 전통이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하나멤버스’는 대표적인 그룹 통합 서비스다. 고객이 은행 카드 보험 등 계열사에서 쌓은 포인트를 통합해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출시 두 달 만인 지난해 말 가입자 수가 170만 명을 넘었다. 하나멤버스는 은행, 금융투자, 카드, 생명, 캐피털, 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 금융 거래 실적에 따라 포인트 ‘하나머니’를 적립하고 이를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 금융권 최초의 통합 서비스다. 김 회장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나 유통업체들이 제공하던 멤버십 서비스를 금융권에 최초로 도입한 핀테크의 모범 사례”라며 “‘고객의 행복 증대’라는 하나금융의 가치에 걸맞은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올해 금융권은 국내외 경제의 어려움뿐 아니라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 등으로 변화와 경쟁이 격화되는 해”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을 헤쳐 나갈 키워드로 ‘고객 가치’와 ‘핀테크’를 꼽았다. 올해 하나금융은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선도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전 직원의 프라이빗뱅커(PB)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각 은행 지점의 PB 업무를 전담할 ‘행복파트너’ 1700여 명을 전국의 모든 지점에 배치했다. 또 1억 원이던 자산관리 서비스 기준을 3000만 원으로 낮춰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옛 외환은행이 가지고 있던 외국환 업무에 대한 강점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전 직원에 대한 외국환 업무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영업 현장에서는 고객 중심의 영업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지역 특성에 맞게 지점의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찾아가는 마케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우수 영업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 영업 조직을 확대 신설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손님의 기쁨’이 쌓여나갈 때 그룹의 도약이 있기 마련”이라며 “고객 중심의 영업을 위해 시스템 구축과 직원 역량 교육을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역시 하나금융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김 회장은 “핀테크와 스마트금융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금융시장에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 업체에 사무공간과 경영 상담 등을 함께 제공하는 ‘핀테크 1Q Lab(원큐 랩)’을 세워 업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도 비접촉 지문인식, 빅데이터 신용평가 기술 등을 가진 스타트업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KEB하나은행의 인터넷뱅크 브랜드인 ‘1Q Bank(원큐 뱅크)’가 이미 캐나다에서 성공을 거뒀으며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출시될 계획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파생결합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적발 건수가 단 2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무소속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ELS 검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ELS 불완전판매로 적발된 금융회사는 교보증권과 하나금융투자였다. 교보증권은 5000만 원의 기관 과태료를 부과받았지만 관련 직원 8명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회사와 관련 직원 7명 모두 ‘회사 자율 처리’ 조치를 받았다. 이 밖에 은행과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특전금전신탁(ELT) 등 ELS 관련 상품은 적발된 사례가 아예 없었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이 고객에게 ELS를 팔며 ‘부적합 금융상품 거래 확인서’와 ‘투자 권유 불원 확인서’에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이 이들 확인서에 서명하면 ‘위험한 것을 알고 투자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금융사는 ‘면죄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위험 투자 상품을 판매할 때 이런 확인서들이 남발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과 주력 산업의 수주 부진이 겹치면서 일반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금융·은행채,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뺀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40조9160억 원으로 전년(42조3253억 원)보다 3.3% 줄었다. 신용등급이 AA 이상으로 신용도가 양호한 회사채가 전체 발행액의 77.9%를 차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산업에서의 수주 실적이 악화되면서 일반 회사채 시장이 위축됐다”며 “올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경우 발행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작년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을 통한 직접 금융 조달액은 8조121억 원으로 전년보다 38.9% 급증하며 2013년 이후 3년 연속 증가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의 자구안 제출이 임박하면서 이에 대한 현대그룹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당장 근본적인 생존 방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부가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범현대가(家)마저 현대상선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현대차그룹 글로비스 측에 현대상선 지원 여부를 태핑(tapping·타진)해봤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범현대가가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라고 26일 밝혔다. 여기에 이미 팔 만한 알짜 자산을 다 매각해버린 현대상선이 내밀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 》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사진)이 결단을 내려 과감한 자구안을 내줄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마땅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대 국적 선사 중 하나인 현대상선이 극적인 생존의 길을 찾을지, 끝내 법정관리의 길로 들어설지 중대한 갈림길에 처한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해운업황 악화로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2013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었다. 이후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문과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등 자구계획을 나름 충실히 이행해왔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운업황이 살아나지 않아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데다 6000억 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이 지난해 말 불발되면서 자구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2분기(4∼6월) 630억 원, 3분기(7∼9월) 6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계속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당장 올 4월과 7월 각각 2208억 원, 2992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산업은행이 “단순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떠나 회사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오라”고 현대그룹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대상선이 △자산 추가 매각 △유상증자 △공모사채 출자전환 등의 방안을 자구안에 담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최근 벌크전용선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이 1500억 원에 이를 인수하고 현대상선 부채 5000억 원을 떠안는 방식이다. 이번 매각이 성공하면 현대상선은 부채 비율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신항만 지분 매각, 현대증권 재매각도 옵션으로 거론된다. 자산 매각 외에 유상증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과거 ㈜STX의 경우처럼 공모사채를 출자전환해서 부채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선택 가능한 방안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고(高)용선료가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용선료 재협상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구안으로는 현대상선이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생존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KDB대우증권 류제현 연구원은 “자산을 추가로 팔아봤자 돈 될 만한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상증자, 공모채 출자전환을 성공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는 당장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칠 수 있고 공모사채 출자전환도 일일이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난제(難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법정관리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정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지키기 위해 용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과 정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희생의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해운업계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읍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냉정한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해운업 지원 대책을 새로 내놨지만 그 대상을 부채 비율 400% 이하의 기업으로 제한했다. 2015년 3분기 현재 현대상선의 부채 비율은 980%에 달해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9000억 원 이상의 자본을 새로 확충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00%라는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 기자}
25일 오후 크라우드펀딩 온라인중개업체 한 곳에 접속하니 펀딩(자금 모집)이 진행 중인 업체 목록이 나타났다. ‘국내 유일의 수제자동차 기업’이라고 소개한 업체가 눈길을 끌어 클릭하자 회사 대표가 직접 출연하는 홍보동영상이 나왔다. 일반 승용차가 독특한 디자인으로 다시 탄생하는 과정에 마음이 끌리면서 ‘투자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회사 소개와 향후 사업계획을 샅샅이 살펴봤다. 투자 현황판에는 이미 11명이 1800만 원을 투자한 것으로 돼 있었다. 일단 예약 청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누구나 손쉽게 투자 가능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시행 첫날인 이날 직접 온라인중개업체에 접속한 결과 실제 청약까지의 절차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만든 크라우드펀딩 안내사이트인 크라우드넷(www.crowdnet.or.kr)에 접속하면 등록 온라인중개업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등록된 5곳 가운데 1곳을 선택해 회원가입을 하면 투자 준비는 끝난다. 회원가입은 이메일 주소, 카카오톡, 페이스북 계정만 있으면 가능하다. 다만 직접 투자를 하려면 휴대전화 인증을 받거나 해당 사이트에 신분증 사본을 업로드해야 한다. 투자를 원하는 업체와 청약할 주식 수를 정하면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 전에 투자위험 등에 대한 약관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약관에 동의하고 청약 대금을 계좌이체하면 예비 주주가 된다. 다만 청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이 기업이 목표한 투자액의 80%를 채우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청약이 자동 철회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액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해당 사업의 투자가치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체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펀딩 대상 회사들은 투자자들을 위해 최고경영자(CEO)와 기업 재무상황에 대한 정보, 국내외 시장분석 및 향후 사업계획 등을 게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각 업체에 실시간으로 회사 및 제품에 대한 정보를 문의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나중에 해당 회사가 상장을 하면 주식시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상장하기 전에도 비상장기업의 주식이 거래되는 금융투자협회의 장외시장(K-OTC BB)을 통해 지분을 사고팔 수 있다. ○ 싸이월드도 투자자 모집 대열 합류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첫날 하루 만에 목표 수익률을 100% 달성한 ‘1호 성공기업’이 탄생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양바이오사업을 하는 ㈜마린테크노는 25일 오후 4시 현재 목표 투자액 7000만 원을 초과 달성했다. 주당 가격이 20만 원으로 다소 비싸고 최소 5주 이상 투자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해양생물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화장품 등 각종 상품에 활용한다는 참신한 사업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결정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일반 개인투자자의 최대한도인 200만 원을 이 업체에 투자했다. 이날 펀딩에 나선 업체는 ㈜마린테크노를 포함해 모두 18개 기업. 이들 기업 중에는 과거 국내 1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였던 싸이월드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싸이월드는 목표금액을 5억 원으로 잡고 앞으로 한 달간 자금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도 모바일 게임 제작 업체, 소형 공기청정기 제조사 등이 자금 모집 대열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 첫날 중개업체 사이트 접속자가 총 4만 명을 넘어섰다”면서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문 투자자들도 해당 업체에 투자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한때 접속자가 몰리면서 3, 4곳의 중개업체 사이트가 접속이 지연되거나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많은 업체가 정식 재무제표를 올려놓지 않았고, 일부 업체들은 회사 소개나 경영 현황 대신 개발하는 제품 설명만 늘어놓은 곳도 있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개업체들이 1차적으로 펀딩 대상 업체를 선정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등록과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면서 “다만 투자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으므로 리스크 요인을 꼼꼼히 살핀 뒤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철중 tnf@donga.com·장윤정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산업계에 대한 여신 공급 규모를 줄인다. 주요 산업의 수주 부진과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를 반영한 것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사진)은 25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대출과 보증 등 여신 공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5조 원 줄인 75조 원으로 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은의 정책금융 지원액은 창립 이후 40년 동안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었다. 이 행장은 “저유가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여신 공급 목표를 줄인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이날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정책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수은의 ‘산업 관리자’ 역할을 강조했다. 이 행장은 “민간 기업들이 해외에서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수은이 직접 개도국 정부 및 발주처를 상대로 유망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은은 이란 시장 개방에 앞서 지난해 7월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도 개최했다. 이 행장은 이 밖에 국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엄정하게 진행해 기업 부실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은은 유망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을 지난해보다 1조 원 늘리기로 했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자동차·일반기계 부문에 대한 여신 지원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20%로 늘릴 예정이다. 이 행장은 수은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성동조선에 대해서 “올해 안에 가시적인 구조조정 성과가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큰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들이 많아 향후 금리가 오르면 이들의 대출 연체가 늘어날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이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다중채무자는 353만 명으로 전년 말(336만 명)보다 17만 명 늘었다. 2013년 말 326만 명까지 줄었던 다중채무자는 2014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다중채무자는 신용등급이 중간 수준인 4∼6등급에서 크게 늘었다. 한은이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4∼6등급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28.1%로 전년 말보다 1.5%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고신용자(1∼3등급)와 저신용자(7∼10등급)의 다중채무자 비율은 각각 0.2%포인트, 0.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향후 4∼6등급의 다중채무자들이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경우 금리 상승기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는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다음 달부터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일부 대출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준비 기간을 거쳐 늦어도 올해 6월 안에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하반기부터 심사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융회사에 등록된 주소를 한번에 변경해주는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이달 18일 금융감독원은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 중 하나라며 이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금감원은 “소비자가 금융회사 한 곳에서만 변경을 신청하면 다른 모든 금융사에 등록된 주소도 바뀐다”며 “소비자 불편이 해소되고 시간, 비용도 절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직장인 손모 씨(28)는 각종 금융회사 고지서를 받아보는 이메일 주소를 바꾸기 위해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 하지만 손 씨가 바꿀 수 있는 건 ‘집 주소’와 ‘회사 주소’뿐이었다. 손 씨는 “이메일 주소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며 “요즘 고지서를 우편으로 직접 받기보다 이메일로 받는 추세인데 금감원이 구시대적인 서비스를 내놓았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최근 소비자에게 불편했던 금융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부 정책들은 당국의 홍보와는 달리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들이는 발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거나,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겉모습만 포장해 새로운 대책처럼 내놓은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당국이 무리한 속도전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신용등급 제도 개선 방안’ 역시 비슷한 사례에 속한다. 금감원은 21일 “앞으로 공공요금과 통신요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내용을 신용조회회사(CB)에 제출하면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다”며 “최대 708만 명이 혜택을 받고 이들이 부담하는 이자는 최대 4조6000억 원이 줄어든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취재 결과 이 서비스는 이미 신용조회회사들이 2013년 하반기부터 시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요금 납부 내용뿐만 아니라 주민등록증 사본 혹은 주민등록 초본, ‘요금 납부 실적 정보제공 동의서’ 등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해 이용자가 적었을 뿐이었다. 또 이런 복잡한 절차를 통해 신용등급이 올라가더라도 그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6개월마다 같은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한 CB사 관계자는 “제도를 시행해온 지 2년이 넘었지만 불편함 때문에 이용률이 매우 낮았다”며 “이런 절차가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어서 서비스 이용이 갑자기 많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도 금감원은 홈페이지에 ‘완료’됐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시중은행 중에 이 서비스가 운영되는 곳은 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3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고객이 오프라인 영업점포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는 곳은 기업은행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대포통장 근절을 강조하고 있어서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금융사기 등 보안 위험이 커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는 ‘금융주소 한 번에’ 서비스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신용등급 향상에 관해서는 추후 제도적으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감원이 주도적으로 이러한 일을 하기에는 인력의 한계가 있어 시행착오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에 큰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금융소비자를 위한 다른 보호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김철중 기자}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발급해 부당한 실손보험금을 챙기는 보험 사기가 금융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치료 횟수를 부풀리거나 건강·미용 목적의 시술을 실손보험으로 보장되는 치료인 것처럼 조작한 병원 36곳을 적발하고 이들을 수사당국에 통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병원은 실제로는 피부 마사지나 미백 주사를 시술하고서 도수치료(치료사가 손을 이용해 틀어진 척추 등을 치료하는 것)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융당국이 부실한 상품을 팔거나 불완전판매를 한 보험사의 과징금을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들에 자유롭게 상품을 설계하고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자율성을 주는 대신 보험사가 잘못된 영업행위를 한 경우에는 처벌 수위를 높여 사후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1일 “현재는 불완전판매 등으로 적발되더라도 보험사에 부과되는 과징금이 수천만 원에 그치고 있다”며 “과징금을 10배 수준으로 인상해 부당이득을 취한 보험사가 실질적인 타격을 입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보험업법은 부당광고를 하거나 불완전판매 등을 했을 경우 해당상품을 통해 1년간 거둔 보험료의 20% 이내에서 과징금을 매기고 있다. 예를 들어 A보험사가 3년 동안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문구가 적힌 광고 등으로 총 75억 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뒀더라도 1년 동안 수입보험료 25억 원의 20%인 5억 원의 한도 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되는 데 그친다. 금융위원회의 1건당 평균 과징금은 2억7000만 원으로 해외는 물론이고 공정거래위원회(평균 71억2000만 원) 등 타 부처와 비교했을 때도 턱없이 낮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내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 부과기준을 뜯어고칠 예정이다. 과징금 부과 대상을 ‘1년간 거둔 보험료’에서 ‘위반행위가 지속된 기간에 거둔 모든 보험료’ 또는 ‘관련 영업이익 총액’ 등으로 변경해 과징금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간 수입보험료는 보험사가 부당행위로 거둬들인 이익을 일부만 반영하고 있다”며 “부과기준을 바꿔 과징금 규모를 10배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A보험사의 경우에도 과징금 부과기준이 ‘위반행위 기간에 거둔 모든 보험료’로 바뀌면 법정 과징금 한도액이 15억 원(75억 원의 20%)으로 껑충 뛰게 된다. 실제로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을 기본으로 해서 과징금을 산정한다. 위반행위로 인해 직간접으로 벌어들인 모든 돈을 관련 매출액으로 보기 때문에 과징금이 높게 매겨지는 편이다. 금융당국의 보험사에 대한 과징금 확대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보험 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다. 해당 로드맵은 규제를 풀어 상품 개발과 가격 책정을 완전히 보험사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보험사들은 온라인 상품의 가격을 내리고, 경쟁적으로 공시이율(보험금 지급 시 기준으로 하는 이율)을 높이는 등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금융당국의 보험 규제완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다양한 상품들이 등장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겠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상품들이 나와 불완전판매가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대한 과징금 수위를 확 끌어올려 사후책임을 강화하면 이 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금융위가 금감원을 달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근 보험시장 자율화로 감독 권한이 크게 축소돼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금융위가 금감원에 그대신 과징금이란 ‘칼’을 쥐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 기자}
경기도의 A병원은 환자가 줄어 병원 경영이 어렵게 되자 보험사기 브로커와 손을 잡았다. A병원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암 환자만을 모집한 뒤 이들에게 ‘보험금을 많이 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유혹했다. A병원은 환자들에게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고주파온열치료를 해주고 치료 횟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기록했다. 환자들은 조작된 진료기록부를 통해 병원에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았다. A병원과 환자 190명은 이런 수법을 통해 28개 보험사로부터 총 52억 원을 받아 챙겼다. 이처럼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발급해 부당한 실손보험금을 챙기는 보험 사기가 금융당국에 의해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치료 횟수를 부풀리거나 건강·미용 목적의 시술을 실손보험으로 보장되는 치료인 것처럼 조작한 병원 36곳을 적발하고 이들을 수사당국에 통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병원은 실제로는 피부 마사지나 미백주사를 시술하고서 도수치료(치료사가 손을 이용해 틀어진 척추 등을 치료하는 것)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했다. 미용목적의 시술 행위는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없지만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대상이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입원시설이 아예 없는데도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해준 병원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짜로 미용 관련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환자들이 쉽게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병원과 공모했거나 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경우 환자도 사기죄로 처벌 받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실손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향후 공청회 등을 열어 실손보험 보장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동영상 속 한 남성이 백팩(배낭)을 집어 들고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가 백팩 내부의 공간 분리대를 떼어 내 구부린 뒤 다른 위치에 붙이자 카메라, 삼각대, 여벌 옷 등이 각각의 틈에 딱딱 맞는다. 백팩을 메고 여행에 나선 남성은 가슴 옆 배낭끈에 숨어 있던 공간에서 휴대전화와 카메라 등을 꺼낸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이 동영상과 간단한 제품 설명 사진이 올라오자 한 달 동안 1897명이 1억2265만 원을 투자했다. 제품을 만든 이상훈 씨(35)는 “크라우드 펀딩이 아니었다면 나 혼자 만들어 썼을 배낭인데 펀딩 덕분에 날개를 달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 “투자 유치, 판로 걱정 한꺼번에 날려” 지난해 11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이 씨가 운영하는 회사를 포함해 총 20개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한 달 동안 ‘청년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달 25일 크라우드 펀딩 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우수 벤처기업 발굴을 위해 시범적으로 기획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약 5400명이 총 3억7000만 원을 투자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수납 최적화’ 백팩으로 1억 원 넘게 투자 받은 이 씨는 국내외 디자인 업계에서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산업 디자이너다. 2010년 조명등과 스피커, 휴대전화 충전기가 합쳐진 ‘도킹(docking) 스피커’를 내놨지만 당시 투자를 약속했던 미국 측 에인절 투자자와의 합의가 틀어져 제품화에 실패했다. 이후 부업으로 간간이 신제품을 만들어 온 그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돈이나 판로가 없어 사업을 진행할 엄두를 못 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킹 스피커와 백팩이 크라우드 펀딩에서 연달아 히트를 치며 이 씨는 사업 밑천을 확실히 마련했다. 강동구 대표(36) 역시 6년째 이렇다 할 투자자 없이 홀로 개발만 해 오다 이번 펀딩 프로젝트을 통해 성공 기회를 잡았다. 그는 세계 최초로 줄넘기, 달리기, 훌라후프가 모두 가능한 스마트 운동 기기를 개발했다. 강 대표가 이 상품을 처음 구상한 건 2009년. 하지만 기술 개발을 돕겠다는 투자자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투자회사를 찾아가도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강 대표는 “제품을 포기할 수 없어 작은 유통회사를 운영하며 그 수익금으로 제품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펀딩에서 그의 제품이 세상에 알려지자 벌써부터 미국의 월마트나 한국의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정부 “크라우드 펀딩 성공 위해 최선” 이번 ‘청년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의 대가로 해당 기업의 제품을 받는다. 이른바 ‘보상형 펀딩’이다. 하지만 25일부터는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가 투자 회사의 지분을 받는 ‘증권형 펀딩’도 가능해진다. 기업인과 투자자 모두 책임이 커지는 셈이다. 증권형 펀딩에 참여하기로 한 이상훈 씨는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제품 판매 방식과 향후 개발 예정인 제품군 등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창업 기업들이 ‘증권형’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조종 가능한 전기스케이트보드를 만든 연성욱 씨(28)는 “사업 초기부터 소액 주주가 많아지면 향후 이들이 수익금을 회수할 때 분쟁이 생길 수 있고 제품 개발과 판매 전략에도 혼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비상장기업 주식이 거래되는 금융투자협회의 장외시장(K-OTC BB)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 투자금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투자한 업체가 코스닥시장 등에 상장하지 않아도 투자자가 원할 경우 자금을 회수할 길이 열린 것이다. 또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 조성 단계부터 정부가 조성한 성장사다리펀드를 함께 투자해 펀딩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크라우드 펀딩 중개 업체인 와디즈의 최동철 이사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한 달 만에 2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페블 타임’(미국의 웨어러블 기기 제조 업체)처럼 국내에도 하루빨리 대표적인 성공 기업이 나와야 투자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해 12월 KEB하나은행 서울 동작구 보라매지점에 30대 여성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그는 다짜고짜 자신의 인터넷뱅킹과 예금 계좌를 모두 해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창구 담당자였던 김모 계장은 불안해 보이는 고객을 일단 안정시킨 뒤 대화를 유도했다. 고객은 “경찰청으로부터 ‘당신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사용됐으니 모든 계좌를 해지하고 돈을 인출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잠시 뒤 고객에게 걸려온 전화를 대신 받은 김 계장은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경찰에 신고한 뒤 고객을 돌려보냈다. 이처럼 영업점 직원이 기지를 발휘하거나 금융회사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한 금액이 지난해 1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금융사기 피해를 막아낸 계좌는 2만543개, 금액으로는 1036억 원에 달했다. 피해 예방 금액은 2013년 439억 원에서 2014년 1056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에는 영업점 직원이 현장에서 금융사기를 막아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영업점 직원이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한 건수가 440건, 금액으로는 122억 원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고액 현금이 창구에서 인출될 때의 대응요령을 매뉴얼로 보급한 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보이스피싱 예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작년 하반기에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실제 목소리를 공개했다. 금융권도 통장 발급 요건을 이전보다 강화한 결과 대포통장 건수가 2014년 4만6902건에서 지난해 2만7598건으로 크게 줄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융당국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실효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의 정상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사들의 운영협약 가입을 최대한 독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 제정 태스크포스(TF)’ 전체회의를 열어 협약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다음 달 1일부터 운영협약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운영협약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 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주채권은행이 ‘채권단 협의회’를 소집한 시점부터 채권금융회사의 채권 행사가 자동 유예된다. 이후 협의회에서 채권금융회사의 75% 이상이 찬성할 경우 운영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이 개시된다. 채권은행들이 협약에 참가했다가 중간에 독자적으로 채권 행사에 나서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채권단 협의회는 의결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채권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출자를 원할 경우 금융위원회가 사안마다 예외 인정 여부를 검토해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정상적인 운영협약 시행을 위해 금융협회별로 1월 말까지 소속 금융사의 가입절차를 최대한 완료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진웅섭 금감원장은 18일 간부회의에서 “일부 금융회사가 운영협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오히려 가입한 금융사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모든 금융사가 하루빨리 협약에 가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앞으로 이사를 가거나 회사를 옮길 경우 거래하던 금융회사마다 일일이 연락해 자신의 주소지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 금융감독원은 고객이 금융사 한 곳에서 주소 변경을 신청하면 다른 금융사에 등록된 주소도 한꺼번에 바꿔주는 ‘금융주소 한 번에’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주소 변경을 원하는 고객은 본인이 직접 은행,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 자신이 거래하는 금융사의 영업점에 방문해 주소 변경 신청서를 작성하고, 변경을 원하는 금융사들을 함께 기재하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영업점에서만 주소 변경이 가능하지만, 올해 3월까지 순차적으로 각 금융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금융사는 신청 접수 후 7일 안에 고객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변경 결과를 알려준다. 주소 이외에 연락처와 이메일의 경우에는 금융사기에 악용될 소지가 커 일괄 변경 대상에서 제외됐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12년 만에 과장으로 고속 승진한 ‘단순 계약직 아르바이트’ 출신 은행원의 성공 신화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KEB하나은행 대전 대흥동지점의 이모진 과장(37)이다. 그가 하나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영업점에서 복사나 잔심부름을 하는 ‘기간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다. 싹싹한 성격과 꼼꼼한 일처리가 돋보이자 동료 직원들은 그에게 개인금융 전담 직원 시험에 응시하도록 권유했고, 그는 2003년 보란 듯이 합격했다. 이후 1년 만인 2004년에 정규직 직원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다른 직원들보다 2배 이상으로 많은 568개의 예·적금 상품을 유치하는 등 탁월한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 전환 12년 만인 올해 과장으로 승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동기들보다 4, 5년 빠른 승진이고 개인금융 전담 직종에서 책임자를 맡는 게 드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영업 비결을 ‘친밀함’으로 꼽았다. 영업점을 찾는 동네 어르신들의 사적인 얘기까지 들어 주고, 수첩과 달력에 꼼꼼히 적어 둔 뒤 해당 고객이 다시 영업점을 찾으면 안부를 묻고 신뢰를 쌓았다. 그는 “보일러를 고치느라 돈을 급하게 찾아 가신 고객에게 얼마 뒤 ‘춥지 않으셨느냐’고 물었더니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했는데, 며칠 뒤 나한테 예금 상품을 들고 싶다며 장판 밑에 넣어 뒀던 500만 원을 가져오셨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17일 이 과장을 포함해 영업 실적이 탁월한 행원급(계장·대리) 직원 6명을 특별 승진시킨다고 발표했다. 승진 대상자 6명은 모두 여성이며 예금 및 신용카드 유치, 펀드·방카쉬랑스 판매 등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렸다. 지금까지는 행원이 책임자급으로 승진하려면 일정한 근무 기간을 채워야 했다. 이런 관행을 깨고 이 과장처럼 행원이 호봉에 상관없이 책임자로 특별 승진한 것은 은행 창립 이래 처음이다. 전체 은행권에서도 영업 실적만 가지고 일부 직원을 특별 승진시키는 일은 흔치 않은 만큼 말 그대로 ‘파격 인사’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 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은행권의 ‘성과주의 도입’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함영주 행장은 “직원들 사이에 ‘노력한 만큼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성과 중심의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남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게다가 미국과 유엔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검토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 기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대출 지원 방안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을 거쳐 한국으로 유연탄 등 물자를 실어 나르는 사업으로,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3개사가 북-러 합작회사인 나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지분 49%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수출입은행을 통해 남북협력기금 약 1000억 원을 연 2%대의 낮은 이자를 받고 포스코 등 3사에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5·24 조치에 따라 남북 경협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현 정부가 대북 투자 기업에 세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이달 6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완전히 틀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비록 러시아를 통한 간접 투자 방식이지만 현재로서는 정부가 북한에 대한 지원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며 “수출입은행이 남북협력기금이 아닌 자체 은행계정을 통해 지원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자체 보유 자금을 무리하게 투자했다가는 지난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에 앞장섰다가 ‘부실 투자’ 비난을 받은 광물자원공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올해 3월로 예상됐던 이 프로젝트의 본계약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포스코 등 3사는 러시아산 유연탄의 국내 수입이 현재로서는 사업성이 낮아 정부 지원 없이는 본계약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금융 지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별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도 높은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마련하고 있어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국제사회의 제재에 가로막힐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유엔 결의안의 내용에 따라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북 제재를 적용할지를 정부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 및 신년 기자회견’에서 향후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대해 “일일이 말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증권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형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사진)이 이번에는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예금보험공사는 13일 김 단장이 금융부실 책임조사본부장으로 임명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금융부실 책임조사본부는 부실 금융사 임직원에 대해 책임을 묻고, 부실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채무자들의 은닉 재산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는다. 검찰 간부들이 파견 형식으로 1년씩 번갈아 가며 본부장을 맡으며, 김현웅 현 법무부 장관도 2003년 이곳을 거쳐갔다. 김 신임 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검사를 거쳤다. 2013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 환수팀장을 맡아 은닉 재산 수천억 원을 찾아내고 추징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는 주가 조작과 같은 금융 범죄를 전담하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았다. 김 본부장이 증권 범죄와 관련해 구속한 인원만 200명이 넘는다. 그래서 증권사가 몰려 있는 여의도에서 김 본부장은 ‘저승사자’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뒷돈을 받고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증권사 전현직 임원과 한국거래소 차장 등 19명을 적발한 사건도 김 본부장이 담당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내놓는 각종 금융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문을 연다. 금융감독원은 14일부터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인 ‘금융상품 한눈에’(finlife.fss.or.kr)를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예·적금, 대출, 연금저축 등 여러 금융사에서 공통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택한 뒤 대출 금액, 만기, 상환 방식 등의 세부조건을 입력하면 상품별로 금리 수준과 중도상환수수료 등이 표시된다. 펀드와 자동차보험처럼 특정 업권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은 해당 협회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연결해준다. 상품 정보는 각 금융사가 협회에 제출하는 자료를 토대로 매달 20일에 업데이트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 상품이 손쉽게 비교되므로 금융사 간 가격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국은행이 동전 사용을 최대한 줄여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동전을 카드 등 다른 결제 수단으로 대체해 관리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12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지급결제 분야의 중장기 과제를 담은 ‘지급결제 비전(vision) 2020’을 발표했다. 한은은 우선 영국 스웨덴 등이 운영 중인 현금 없는 사회 모델을 연구하기로 했다. 이 국가들은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현금을 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유럽 국가들은 자금 세탁 방지 등을 목적으로 100만∼500만 원 이상 금액을 거래할 경우 현금이 아닌 수표나 계좌이체 등의 수단을 이용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현재 한은이 검토하는 방식은 동전으로 받게 되는 거스름돈을 선불카드에 충전해 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9500원짜리 물건을 살 때 현금 1만 원을 냈다면 거스름돈 500원을 고객에게 주지 않고 해당 금액만큼 고객의 카드에 충전을 해주는 것이다. 박이락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동전은 사용하기 불편하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소액 결제망을 이용해 동전을 대체할 방법이 있는지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와 모바일기기 등 현금을 대체할 수단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그 중간 단계로 먼저 동전 사용을 줄여 보자는 취지”라며 “다만 동전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