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해적군단’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지난해 100패(62승)를 당했다. 4년 연속 지구 최하위였다. 피츠버그가 ‘가을 야구’에 진출한 것도 2015년이 마지막이다. 그랬던 해적군단이 180도 달라졌다. 피츠버그는 최근 7연승을 기록하며 25일 현재 16승 7패(승률 0.696)로 내셔널리그(NL) 전체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다. 아메리칸리그(AL)에서도 탬파베이 한 팀만이 승률 0.870(20승 3패)으로 피츠버그에 앞서 있을 뿐이다. 피츠버그가 시즌 첫 23경기에서 16승을 기록한 건 팀 간판타자였던 배리 본즈(59)가 NL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1992년 이후 31년 만이다. 당시 피츠버그는 NL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선발진이 안정적이라는 게 일단 고무적이다. 피츠버그 선발진은 최근 13경기 가운데 12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실점)를 기록했다. 23일 안방 신시내티전 선발로 나선 리치 힐(43)이 5이닝 1실점한 뒤 마운드에서 물러나며 팀 연속 QS 기록은 깨졌지만 피츠버그는 이날도 2-1 승리를 거뒀다. 리그 최고령 투수 힐을 비롯해 앤드루 매커천(37), 카를로스 산타나(37) 등 베테랑이 가세한 것도 성적 상승 이유로 손꼽힌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타자(26.3세)와 투수(27.3세) 모두 NL 15개 구단 가운데 평균 나이가 가장 어린 팀이었다. 이렇게 젊은 팀에 베테랑이 합류하면서 클럽하우스 분위기부터 바뀌었다. 2020년부터 팀을 이끌다가 최근 재계약한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특히 매커천의 리더십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말했다. 2009년 피츠버그에서 데뷔한 매커천은 본즈 이후 피츠버그 최고 타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해적선장’으로 불렸지만 가난한 팀 사정상 2018년 팀을 떠났다가 6년 만에 다시 팀에 돌아왔다. 산타나 역시 젊은 선수들 ‘혈기’를 억누르는 능력은 리그에서 손꼽힌다. 문제는 시즌 초반 맹활약했던 배지환(24)이 최근 4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면서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창섭 SPOTV 해설위원은 “배지환은 타석도 타석이지만 누상에서 팀이 원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탬파베이에서 뛰다가 피츠버그로 건너온 최지만(32)도 왼쪽 아킬레스힘줄 부상으로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상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데뷔 후 첫 경기부터 시속 160km대 광속구. 19일 프로야구 데뷔전을 치른 ‘전체 1순위 신인’ 한화 투수 김서현(19·사진)의 이야기다. 그가 이날 7회초 2사 후 두산 이유찬에게 던진 두 번째 공이 시속 160.1km(트랙맨 기준)를 기록했다. 그는 23일에도 159.5km 공을 던졌다. 시즌 전 SNS 험담으로 논란이 됐던 김서현은 고개 숙여 사과한 뒤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강렬한 신인의 등장에 모처럼 야구팬들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베트남계 미국인 릴리아 부(26)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더 셰브론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호수의 여인’이 됐다. 부는 24일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 더 클럽 칼턴우즈(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부는 중국계 미국인 에인절 인(25)과 동타가 돼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인이 파 퍼트를 앞두고 있을 때 부가 버디를 따내며 우승 상금 76만5000달러(약 10억2000만 원)를 챙겼다. 앞서 2월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투어 첫 승을 거둔 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 투어 첫 다승자가 됐다. 챔피언 세리머니로 연못에 뛰어든 부는 “전날 17번홀 연못에서 뱀을 봐서 (뛰어들지 말지) 생각했었는데 감정이 고조되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쳐서 그냥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대회 장소가 바뀐 올해에도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18번홀 근처 연못을 정비하면서 악어 등 야생동물을 막는 그물망을 설치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이 대회는 우승자가 18번홀 그린 옆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게 전통이었다. 부는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6언더파 210타로 공동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1위였다. 4라운드 들어 후반 10∼16번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간 부는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따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갔다. 연장전에서는 경쟁자 인이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유리한 상황을 맞았지만 그린 바깥에서 친 퍼트가 생각보다 홀 가까이에 붙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약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끝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서 태어난 부는 ‘보트피플’의 손녀로 외할아버지가 1982년 가족들과 함께 배를 타고 공산화된 베트남을 탈출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부는 이날 우승 뒤에도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외)할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를 기리며 “심장 질환으로 입원해 있던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내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에는 김아림(28)과 양희영(34)이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4위, 고진영(28)이 7언더파 281타로 공동 9위를 하며 톱10에 이름을 올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KIA 최형우(40)가 프로야구 통산 최다 2루타 기록(465개)을 새로 썼다.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464개)의 기록을 넘어섰다. 최형우는 23일 삼성과의 광주 안방경기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말 첫 타석에 기록을 세웠다. 상대 선발투수 백정현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빠른 공을 받아 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연결했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그해 10월 18일 롯데전에서 2루타로 프로 첫 안타를 만들었다. 2005년 삼성에서 방출된 최형우는 경찰야구단을 거쳐 2008년 다시 삼성에 입단했고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삼성에서 마지막으로 뛴 2016년엔 한 시즌 최다 2루타(46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날 첫 타석에서 2루 주자 류지혁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1-1 동점 적시타를 만든 최형우는 후속 타자 김선빈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역전 득점도 기록했다. 4-3으로 쫓긴 7회말에는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솔로포(시즌 3호)를 쏘아 올렸다. KIA는 삼성을 5-3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통산 최다 2루타 기록을 세운 최형우는 이제 통산 최다 타점 기록을 정조준한다. 23일 현재 1472타점으로 이 감독(1498타점)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LG와 한화의 대전 경기에서는 안방 팀 한화가 7-6으로 역전승했다. 4-6으로 뒤지던 한화는 8회말에만 4안타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7-6으로 앞선 9회초 1사 1, 2루 위기에서 한화 투수 박상원이 LG 서건창의 뜬공 때 일부러 공을 떨어뜨리는 재치를 발휘하며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타자 서건창은 인필드플라이 선언으로 아웃됐고 박상원이 공을 놓치는 것을 보고 2루로 뛴 주자 김기연을 태그아웃시켰다. 한화는 3연패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SG와 준우승팀 키움이 맞붙은 인천 경기에서는 SSG가 9-7로 승리하며 3연전을 모두 챙겼다. 4연승을 이어간 SSG(승률 0.667)는 LG(0.650)를 승차 없이 승률에서 제치고 1위가 됐다. 롯데는 9회에만 5점을 뽑아 NC에 5-3 역전승을 거두고 4연승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홀인원이다.” 전인지(29)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 뒤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대회 스폰서인 셰브론이 홀인원 하나당 100만 달러(약 13억3000만 원)를 기부하기로 한 홀에서 작성된 대회 첫 홀인원이다. 전인지는 23일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 더클럽 칼턴우즈(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더 셰브론 챔피언십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전인지는 164야드(약 150m) 길이의 홀에서 5번 아이언을 선택했다. 티샷 뒤 그린 위로 떨어진 공은 약 4m 넘게 굴러 홀로 빨려 들어갔다. 홀인원을 확인한 전인지는 캐디, 동료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크게 기뻐했다. 전인지의 LPGA투어 첫 번째, 골프 경력에서 여섯 번째 홀인원이다. 2016년 LPGA투어에 데뷔한 전인지는 앞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두 차례 홀인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대회 스폰서를 새로 맡은 셰브론은 17번홀에서 버디 하나당 1만 달러(약 1330만 원), 홀인원 하나당 100만 달러를 적립해 기부하는 ‘셰브론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전인지가 이날 홀인원으로 획득한 기부금은 LPGA 재단과 휴스턴 지역의 소녀 골퍼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서는 14번홀(파3)을 대상으로 첫 챌린지가 진행됐다. 당시에는 홀인원이 나오지 않았다. 전인지는 “골프를 하고, 원하는 물건을 샀을 때는 2, 3일만 지나도 행복한 마음이 사라졌다. 하지만 누군가를 도우면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계속 (내 기분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며 “오늘 홀인원을 해서 어딘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비회원으로 2015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는 당시 대회 장소(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에 1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후 전인지 랭커스터 컨트리클럽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올 3월에는 LPGA투어의 사회공헌 공로상인 ‘벨로시티 글로벌 임팩트 어워드’ 초대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꼴찌였으니까 이젠 올라갈 일밖에 없잖아요.” 이번 프로배구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화제를 일으킨 선수는 단연 박정아(30·아웃사이드 히터)였다. 박정아는 이번 시즌 한국도로공사 소속으로 팀의 챔피언결정전 ‘리버스 스윕’ 우승을 이끌었다. 박정아는 챔프전 5경기에서 팀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87점을 올렸다. 챔프전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박정아는 6년간 몸담았던 한국도로공사를 떠나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두 시즌 연속으로 최하위에 그친 팀이다. 박정아는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을 기회가 온다면 잡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박정아는 흥국생명 김연경(35·아웃사이드 히터)과 똑같이 여자부 연간 보수 상한선인 7억7500만 원에 계약했다. 김연경은 1년 계약이라 3년 계약을 맺은 박정아가 이번 여자부 FA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에 사인한 선수다.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 외에도 복수의 팀이 박정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한 구단은 시즌 종료 후 대만으로 개인 여행을 떠났던 박정아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 아헨 킴 페퍼저축은행 감독(38)도 여행 중인 박정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설득에 나섰다. 박정아는 “‘새로운 배구를 함께 해보고 싶다’는 감독님 말씀이 와 닿았다. 팀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 나 또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박정아의 페퍼저축은행 입단은 ‘색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박정아는 프로 첫 소속팀이었던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에서 푸른색 계열의 유니폼을 주로 입었다. 페퍼저축은행에서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다. 박정아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빨간 유니폼을 오래 입어서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며 “한국도로공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고은(28·세터), 대표팀에서 같이 뛴 이한비(27·아웃사이드 히터) 등이 있어 팀 적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IBK기업은행에서 3회, 한국도로공사에서 2회 챔프전 정상을 차지해 현대건설 황연주(37·오퍼짓 스파이커), 한국도로공사 임명옥(37·리베로)과 함께 여자부 챔프전 최다 우승(5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두 구단에 모두 창단 후 첫 우승을 선물해 ‘우승 청부사’로도 불린다. 박정아는 “어릴 땐 ‘은퇴하기 전에 다섯 번 우승하겠다’고 장난처럼 이야기했는데 정말 그 목표를 이뤘다”면서 “이젠 몇 번을 말하기보다는 새 팀에 왔으니 첫 번째 ‘별’을 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박정아는 새 팀 합류에 앞서 24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한국은 6월 1일부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일정을 소화하고 9월에는 2024 파리 올림픽 세계 예선과 항저우 아시아경기에도 참가한다. 김연경, 양효진(34·현대건설) 등의 국가대표 은퇴로 세대교체 중인 대표팀은 지난해 VNL에서 12전 전패를 당하며 최하위에 그치는 등 부진을 겪었다. 박정아는 “대표팀이 처음인 선수도 많다 보니 버거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분명 지난해보다 좋아질 거란 기대가 있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 매일매일 발전하는 대표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V리그에 아시아쿼터 시대가 열린다. 2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2023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가 실시된다. 수년간 논의가 되풀이돼왔던 아시아쿼터는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탔다. 여자부 아시아쿼터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태국 세터 폰푼, 1지명 유력 모든 드래프트가 그렇듯, 최대 관심사는 첫 번째 지명자다. 23명의 참가자 중 V리그 최초의 아시아쿼터 지명자의 영광을 안을 수 있는 선수는 단 1명이다. 태국, 필리핀,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선수들이 출사표를 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태국의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30·태국)가 꼽힌다. 키 173㎝의 폰푼은 지난시즌 루마니아 라피드 부쿠레슈티에서 뛰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일본에서 뛴 경험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여러 리그에서 뛴 경험도 풍부한데다 토스도 다양하다. 키에 비해 블로킹 높이도 잘 나오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세터 고민이 깊은 복수의 구단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밖에 일본의 레이나 토코루(24), 태국의 위파위 시통(24) 등 2명의 1999년생 아웃사이드 히터도 주목하고 있다. 태국의 세터 소라야 폼라(31)도 지명 대상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지명 대상자가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구단에서 지명 기회 자체를 포기하는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확률은 모두가 7분의 1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모든 구단의 확률이 같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순위에 따라 차등 확률을 두는 외국인, 신인드래프트와는 다른 방식이다. 전력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이 같은 장치가 마련된 상황에서 아시아 쿼터마저 차등 확률을 적용할 경우 오히려 역으로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결정이다. 이에 확률 추첨기에는 구단별로 10개씩 총 70개의 구슬이 들어가게 된다. 1~3 순위까지 구슬을 뽑은 뒤 네 번째 추첨을 앞두고는 이미 지명 기회를 쓴 3구단의 구슬을 제외하고 추첨기를 돌린다. 물론 동등 확률 추첨에 대한 목소리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직전 시즌 상위권 팀이 1지명 기회를 얻는 경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구단의 전력 차와 관계없이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구단도 있다. 가뜩이나 인재 풀도 좁은 가운데 차라리 외국인 선수를 2명 지명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게 현주소다. ●보상선수 수 싸움에도 영향 아시아쿼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 선택을 앞두고 아시아쿼터가 실시되기 때문. 구단의 전력 보강 상황에 따라 보호선수 제시, 보상선수 선택 전략도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하루 뒤인 22일 오후 6시에 2주간의 FA 협상 기간이 끝나면 구단들은 23일 정오까지 보호선수 명단을 제시하고, 이후 26일 오후 6시까지 보상선수 지명이 이뤄진다. 특히 20일 현재 이번 FA 시장에서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 A급(연봉 1억 원 이상) 선수들의 이동이 활발했던 만큼 구단들의 수 싸움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당장 A급 선수 중 박정아가 한국도로공사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황민경이 현대건설에서 IBK기업은행으로, 김수지가 IBK기업은행에서 흥국생명으로 각각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IBK기업은행으로선 흥국생명에서 보상 선수를 지명하면서, 현대건설에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 입장이다. 당장 아웃사이드 히터, 미들블로커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추후 트레이드에 활용할 목적으로 보상선수를 지명하는 경우도 여태껏 많았다. 확률 추첨기를 바라보는 구단들의 속내가 더욱 복잡해지는 이유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 여제’ 김연경(35)이 ‘절친’ 김수지(36)와 흥국생명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은 “자유계약선수(FA) 김수지와 연간 보수 3억1000만 원(연봉 2억7000만 원, 옵션 4000만 원)에 3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전력 보강을 약속하며 16일 김연경을 붙잡는 데 성공한 뒤 사흘 만이다. 미들블로커(센터)로 뛰는 김수지는 프로 18년 차인 2022∼2023시즌에도 블로킹(세트당 0.693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세트당 블로킹 2.058개로 여자부 7개 구단 가운데 6위에 그쳐 ‘높이 보강’이 필요한 상태였다. 1988년 2월생으로 1987년생과 함께 학교를 다닌 김연경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97년 안산서초등학교 배구부에서 김수지와 처음 만난 후 원곡중,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를 함께 다니며 우정을 쌓았다. 김연경은 김수지를 “옆에 있기만 해도 힘이 되는 친구”라고 소개한다. 두 선수는 2021년 도쿄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끄는 등 대표팀에서는 오랜 시간 동행했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데뷔 18년이 지난 뒤에야 처음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수지로선 6년 만의 흥국생명 복귀다.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된 김수지는 2014년 FA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뒤 3시즌 동안 뛰었다. 김연경도 같은 시즌 신인으로 흥국생명에 입단했지만 김수지가 흥국생명에서 뛸 때는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동 중이었다. 김수지는 이후 IBK기업은행으로 옮겨 이번 시즌까지 뛰었다. 김수지는 “흥국생명에서 다시 뛰게 돼 기쁘다. 다음 시즌 통합 우승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주형(21)과 김시우(28)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유일의 2인 1조 대회인 ‘취리히 클래식’(총상금 860만 달러·약 114억 원)에서 의기투합한다. 20일부터 나흘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 루이지애나 TPC(파72)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팀을 이뤄 출전한다. 1938년에 처음 열린 취리히 클래식은 2017년부터 2인 1조 대회로 치러지고 있다. 1, 3라운드는 두 선수가 각자 자기 공으로 경기를 한 뒤 성적이 더 좋은 선수의 기록을 점수로 매기는 포볼 방식으로 진행된다. 2, 4라운드는 두 선수가 공 하나를 번갈아 가며 치는 포섬 방식으로 치러진다. 우승자 2명에게는 각각 124만2700달러(약 16억5000만 원)의 상금이 돌아간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 8명을 포함해 모두 80개 조 160명이 출전한다. 이 가운데 김주형과 김시우는 유일하게 이번 시즌 PGA투어 우승자끼리 조를 이룬 경우다. 김주형은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김시우는 올해 1월 소니 오픈에서 각각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주형과 김시우는 악샤이 바티아(21·미국)-해리 홀(26·잉글랜드) 조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최연소 팀이기도 하다. PGA투어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파워랭킹을 발표하면서 김주형-김시우 조를 7위에 올려놨다. 김주형과 김시우는 팀을 이뤄 좋은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프레지던츠컵(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의 단체 대항전)에 인터내셔널팀으로 함께 출전한 두 선수는 4라운드 포볼 매치에서 승리했는데 당시 상대가 이번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패트릭 캔틀레이(31)-잰더 쇼플리(30·이상 미국) 조였다. 김주형이 18번홀(파4)에서 3m 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1홀 차 승리를 거뒀다. 이 퍼트는 미국 ‘골프채널’이 선정한 올해의 퍼트 11개 가운데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김주형은 “작년 프레지던츠컵에서 시우 형과 호흡이 좋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팀을 하기로 했다. 즐겁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형-김시우 조는 이번 대회 1, 2라운드에서도 캔틀레이-쇼플리 조와 함께 경기한다. 올해로 취리히 클래식에서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캔틀레이와 쇼플리는 지난해 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대회 참가자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캔틀레이(4위)-쇼플리(5위) 조는 파워랭킹에서도 1위로 뽑혔다. 김주형의 세계 랭킹은 19위, 김시우는 40위다. 임성재(25)는 키스 미첼(31·미국)과 팀을 이룬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최고령 선수인 정대영(42·미들블로커)이 현역 생활을 연장한다.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는 “정대영과 1년 보수 3억 원(연봉 2억5000만 원, 옵션 5000만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보수 총액 1억6000만 원보다 87.5% 인상된 액수다. 이로써 정대영은 2013∼2014시즌 이후 9년 만에 다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정대영은 성인 무대 25년 차였던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36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블로킹 3위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 시즌 세트당 블로킹 수(0.769개)가 통산 기록(0.632개)보다 더 많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경기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의 공격을 세 번 차단한 건 정대영과 한국도로공사 동료였던 배유나(34)뿐이다. 정대영은 “이번 이적을 통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몸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충분히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현역 생활을 길게 이어가는 선수들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약을 1년만 맺은 데 대해서는 “1년 뒤 은퇴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때 상황에 따라 다시 결정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대영은 양백여상 졸업반이던 1999년 당시 실업팀이던 현대건설에 입단하면서 성인 배구 무대에 데뷔했다. 이번 시즌 여자부 등록 선수 137명 가운데 66명(48.2%)은 정대영이 성인 무대에 데뷔한 뒤 태어난 선수다. 정대영은 프로배구 원년인 2005시즌 득점상, 블로킹상은 물론이고 수비상까지 거머쥐면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리고 2007∼2008시즌을 앞두고 팀 동료였던 이숙자(43)와 함께 GS칼텍스로 옮기면서 프로배구 역사상 FA 이적 1호 기록도 남겼다. 이적하자 마자 2007∼2008시즌 GS칼텍스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한 정대영은 2009∼2010시즌에는 프로배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다녀왔다. 그리고 2013∼2014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에서도 2017∼2018시즌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을 경험한 다음 GS칼텍스로 돌아가게 됐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49)은 “기량적인 면은 물론 코트 안팎에서도 좋은 귀감이 될 만한 선수. 베테랑으로서의 경험은 팀 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IBK기업은행도 이날 현대건설에서 뛰던 황민경(33)을 연간 보수 4억5000만 원에 영입했다. KGC인삼공사는 ‘내부 FA’ 염혜선(32·세터)과 3억5000만 원, 한송이(39·미들블로커)와 2억1000만 원에 계약을 마쳤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클러치 박’ 박정아(30·사진)가 프로배구 여자부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는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유계약선수(FA) 박정아와 3년 계약을 맺었다고 17일 발표했다. 박정아는 다음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선수 몸값 총액 상한선인 7억7500만 원(연봉 4억7500만 원, 옵션 3억 원)을 받는다.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도 같은 금액에 흥국생명과 계약했다. 박정아는 “배구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퍼저축은행이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 남성여고 출신인 박정아는 2010년 신생팀 우선 지명을 통해 IBK기업은행에 입단하면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IBK기업은행에서 2012∼2013, 2014∼2015, 2016∼2017시즌 우승을 경험한 뒤 FA 자격을 얻어 2017∼2018시즌을 앞두고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이적 첫 시즌부터 팀 우승을 도운 그는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3위였던 한국도로공사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을 물리치고 V리그 정상에 오르는 데 앞장섰다. 2021∼2022시즌부터 V리그에 합류한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2월 17일 미국 교포인 아헨 킴 감독(38)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긴 뒤 팀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킴 감독은 시즌 종료 후 대만으로 여행을 떠난 박정아에게 “(팀 연고지인) 광주에서 함께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전한 끝에 결국 현재 국가대표 주장인 박정아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창단 후 두 시즌 연속으로 최하위에 그쳤던 페퍼저축은행은 박정아와 함께 ‘수비형 아웃 사이드 히터’인 채선아(31·전 KGC인삼공사)도 영입했다. 채선아는 다음 시즌 총보수 1억 원(연봉 9000만 원, 옵션 1000만 원)을 받는다. 페퍼저축은행은 또 ‘집토끼’ 이한비(27·아웃사이드히터), 오지영(35·리베로)과도 FA 계약을 맺었다. 이한비는 다음 시즌 보수 3억5000만 원(연봉 2억3000만 원, 옵션 1억2000만 원), 오지영은 3억 원(연봉 2억 원, 옵션 1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누구를 데려다놔도 안 된다. 좀처럼 터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프로야구 롯데 4번 타자 이야기다.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날 현재 롯데 4번 타자 타율은 0.180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리그 3위인 팀 타율(0.271)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롯데 1∼9번 타자 가운데 타율이 가장 떨어지는 자리가 4번이다. 그렇다고 ‘한 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롯데 4번 타자 자리에서 홈런은 아직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타점(5점)과 득점권 타율(0.133) 역시 10개 구단 4번 타자 중 최하위다. 롯데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4번 타자로 낙점한 건 한동희(24)였다. 이대호(41·은퇴)의 경남고 후배로 ‘포스트 이대호’라고 불리는 한동희는 시범경기 때만 해도 4번 타순에서 타율 0.346을 기록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53)도 “한동희가 4번 타자를 맡는 게 우리 팀에서 가장 강한 라인업”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정규시즌 개막 후 4번 타순에서 11타수 무안타에 그치자 6번으로 타순이 바뀌었다. 롯데는 대신 ‘베테랑’ 전준우(37)에게 4번 타자 자리를 맡겼다. 전준우는 지난해 롯데에서 선발 4번 타자로 가장 많이(70경기) 기용된 선수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6경기)보다도 두 배 가까이로 많은 숫자였다. 전준우는 지난해 4번 타자로 타율 0.297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4번 자리에서 타율 0.200(30타수 6안타)에 그친 뒤 14일 경기에서 상대 투구에 맞아 옆구리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서튼 감독은 15, 16일 대구 방문경기 때는 외국인 타자 렉스(30)를 4번 타순에 넣었다. 렉스는 15일 경기 때는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지만 16일에는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렉스는 지난해에도 1번 타자로 타율 0.378, 3번 타자로 타율 0.336을 기록했지만 4번 타순에서는 타율 0.240에 그쳤던 선수다. 롯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4번 타자 걱정이 없던 팀이었다. 전준우와 이대호 등이 번갈아 가며 4번 타자 자리에 들어서 타율 0.300(1위), 18홈런(공동 5위), 104타점(5위)을 합작했다. 2021년에도 롯데 4번 타자는 3할이 넘는 타율(0.304)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1, 2번 타자가 타율 0.308(1위)을 기록하며 열심히 ‘밥상’을 차려주는데도 4번 타자가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거꾸로 4번 타자 자리가 가장 강한 팀은 한화다. 한화는 팀 타율(0.239)은 9위지만 4번 타자 타율(0.400)은 1위다. 한화는 4번 타자 타점(17점)도 1위이고 홈런(3개)은 KT(4개)에 이어 2위다. 한화 4번 타자 자리가 강한 건 시즌 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6년 총액 90억 원에 영입한 채은성(33) 덕분이다. 현재까지 한화 4번 타자 홈런과 타점을 모두 채은성이 기록했다. 채은성은 17일 현재 13경기 중 12경기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타율 0.438을 기록 중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일본프로야구(NPB) 세이부의 다키자와 나쓰오(20·사진)는 15일 니혼햄과의 방문경기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9회초 우측 담장을 넘기며 프로 무대 첫 홈런을 친 것. NPB 현역 최단신(164cm)이면서 육성선수(연습생) 출신인 그가 올 시즌 자신의 첫 번째 타석에서 친 홈런이다. 경기 뒤 그는 “이 몸에서도 홈런이 나왔다고 전하고 싶다”라면서 홈런공을 부모님에게 선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 여제’ 김연경(35·사진)이 친정팀 흥국생명에 남았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1년간 보수 총액 7억7500만 원(연봉 4억7500만 원, 옵션 3억 원)에 계약했다”고 16일 발표했다. 7억7500만 원은 2023∼2024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보수 상한액이다. 2022∼2023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연경은 통합우승 전력을 갖춘 다른 팀으로의 이적도 생각했지만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의 설득으로 원소속팀인 흥국생명에 남았다. 김연경은 “FA 자격을 처음 얻어 생각이 많았다. 감독님의 다음 시즌 구상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다음 시즌엔 꼭 들어 올리고 싶다”고 했다. 2005년 흥국생명에서 프로 데뷔를 한 김연경은 일본, 중국, 튀르키예 리그를 거쳤는데 국내에선 흥국생명 한 팀에서만 뛰었다. 김연경의 흥국생명 잔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아본단자 감독은 튀르키예 리그 페네르바흐체에서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성유진(23)이 초청 선수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다. 성유진은 16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했다. 호주 교포 그레이스 김(23·사진), 류위(28·중국)와 동타가 된 성유진은 18번홀(파5)에서 진행된 첫 번째 연장에서 보기를 해 버디를 써낸 그레이스 김에게 우승을 내줬다. 성유진은 공동 2위 상금 15만9346달러(약 2억800만 원)를 받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성유진은 지난해 6월 KLPGA투어 롯데 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초대됐다. 2019년 투어에 데뷔한 성유진은 지난해 롯데 오픈에서 자신의 첫 우승을 따냈다. 성유진은 롯데 챔피언십에 앞서 2020년 US여자오픈과 2021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LPGA투어 대회를 두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성유진은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치며 챔피언 조에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했다. 이날 17번홀(파4)까지 공동 2위였던 성유진은 18번홀에서 버디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갔다. 2013년 8월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우승자 리디아 고(26·뉴질랜드) 이후 10년 만의 초청 선수 우승자가 될 기회를 잡았다. 연장 승부에 나선 세 선수는 모두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러프에 떨어뜨렸다. 성유진은 세 번째 샷을 그린 너머 러프로 보내는 실수를 하며 우승에서 멀어졌다. 그레이스 김은 안정적인 어프로치로 버디를 따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성유진은 대회 뒤 “버디를 잡지 못하면 (우승이) 쉽지 않아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며 “내 골프 인생에서 매우 흥미롭고 좋은 경험을 했다. 다음 기회에는 꼭 우승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황유민(20)이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9위, 최혜진(24)이 6언더파 282타 공동 13위를 했다.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 지난해 대회 챔피언 김효주(28)는 공동 48위(1오버파 289타)에 그쳤다. 한국인 부모를 둔 투어 신인 그레이스 김은 이번 시즌 세 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의 기쁨을 안았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3억9000만 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48번의 두드림 끝에 첫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이주미(28)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승을 차지했다. 이주미는 16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섰다. 2위 박현경(23)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을 받았다. 2015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주미의 첫 우승이다. 자신의 148개 출전 대회 만이다. 이주미는 안송이(237개), 박소연(167개), 윤채영(157개)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많은 출전 대회 끝에 첫 승을 따낸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 전까지 이주미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21년 7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의 5위였다. 톱 10 진입도 3차례가 전부였다. 2019, 2020년에는 드림(2부)투어로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상금랭킹 58위를 하며 상위 60위까지 주는 출전권을 가까스로 지켰다. 이번 대회도 3라운드를 공동 4위로 마쳤지만, 우승 후보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주미의 이름 위에는 박지영(27), 박민지(25), 박현경이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박지영은 지난해 12월 열린 시즌 개막전(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째를 노리고 있었다. 지난해 투어 다승왕, 상금왕 2연패에 성공한 박민지와 지난해 우승은 없지만 27개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한 박현경 등을 넘어서긴 쉽지 않아 보였다. 이주미는 마지막 2개 홀에서 역전극의 시동을 걸었다. 17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2.6야드(약 2.4m) 거리로 굴려 보낸 이주미는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자신의 다음 차례인 챔피언 조 선수들을 압박했다. 탄력을 받은 이주미는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1.5야드(약 1.4m) 거리로 더 가까이 붙이며 연속 버디를 작성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한 때 선두로 치고 나섰던 박현경은 14번 홀(파3), 16번 홀(파3)에서 내리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 기회를 놓쳤다. 18번 홀에서 버디로 한 타를 줄이며 공동 2위에서 단독 2위가 된 데 만족해야 했다. 반대로 단독 2위를 눈앞에 뒀던 신인 김민별(19)은 18번 홀에서 2.8m 버디 퍼팅을 놓친 데 이어 0.6m 거리 파까지 놓치는 실수로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주미는 “(우승하면) 많이 울 줄 알았는데 실감이 안 난다”라며 “최고 성적인 5위 안에만 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서 조금 더 편하게 경기했다.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하지 않아서 (부담 없이) 우승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선수생활을 하며) 고비도 많았다. 부모님이 이제 골프를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도 하셨다”며 “이왕 골프를 시작했으니 뭐라도 한 번 해보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148번의 도전 끝에 첫 승을 수확한 이주미는 이번 우승이 새로운 분기점이 되길 꿈꾼다. 당장 2년간 정규투어 출전 자격을 확보하게 된 이주미는 “생각지도 못한 2년의 세월이 생겼다. 당장 어떤 목표를 세운 것은 없지만 기존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승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묻자 “행복한 고민이다. 고향이 부산이라 (경기) 용인에 방을 구했는데 계약기간이 끝나간다. 새로운 방을 구하는 데 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가 6일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에서 흥국생명에 3-2로 승리하며 ‘0%의 확률’을 깼다. 프로배구에서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리버스 스윕’(1, 2차전을 내주고 3, 4, 5차전을 승리)에 성공했다. 최종 5차전 마지막 5세트까지 이어진 역대급 명승부에 신기록도 쏟아졌다. 여자부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 시간(2시간 38분)에 프로배구 사상 최고 시청률(3.4%)도 새로 썼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여자부가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팬들의 관심사는 ‘배구 여제’ 김연경(35)의 거취다. 2005∼2006시즌 흥국생명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연경은 4시즌을 뛴 뒤 일본으로 진출해 이후 튀르키예, 중국 리그에서 뛰었다. 2020∼2021시즌 국내로 복귀했던 김연경은 지난 시즌 다시 중국을 거쳐 V리그로 돌아와 이번 시즌 흥국생명과의 6번째 시즌을 보냈다. 초중고교 동창인 IBK기업은행 김수지가 네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동안 김연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FA가 됐다. 시즌 도중이던 2월 김연경은 “은퇴 생각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한때 은퇴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6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 뒤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어느 정도 생각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구계 한 관계자는 “김연경에게 선수로서 동기부여가 될 만한 목표가 없다 보니 심적으로도 지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장 눈앞의 동기부여는 첫 FA 계약이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여자부 보수 상한선인 7억 원(연봉 4억5000만 원, 옵션 2억5000만 원)을 받고 있다. 최근 여자부 샐러리 캡이 증액되면서 다음 시즌 최대 7억7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FA 하면 흔히 떠오르는 대박 계약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해외 진출 전 이미 4시즌 동안 3차례 정상에 서기도 했다. 김연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평소 지도자, 행정가, 방송인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적도 있다. 김연경은 6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선 “많은 팬들이 내가 뛰기를 원한다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래도 우승하지 못해 (거취를 결정 내리기가) 고민이 된다. 많은 분들이 (선수로 뛰길) 원하는 만큼 혼자 결정하긴 어렵다”고 선수 생활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FA에 대해서도 “원소속 구단인 흥국생명과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구단으로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후 이번 시즌 처음으로 100% 관중 입장이 가능해지면서 어느 때보다 팬들의 성원이 뜨거웠다. 이런 부분도 김연경의 심경에 변화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 여자부 정규시즌 경기 19차례 매진 중 17번이 흥국생명 경기에서 나왔다. 챔프전도 1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가 매진됐다. 그만큼 안방, 방문 할 것 없이 구름 관중이 몰렸다. 대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번 FA 시장에서 김연경의 결정에 따라 판이 짜일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 외에도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IBK기업은행 김희진 김수지, KGC인삼공사 염혜선, 페퍼저축은행 오지영 등 2021년 도쿄 올림픽 4강 진출 주전 멤버 대부분이 FA 자격을 얻는다. 이 중 김수지를 제외한 4명은 세 번째 FA 자격 취득이다. 우승팀 도로공사에서만 박정아를 비롯해 배유나, 정대영, 문정원, 전새얀 등 5명을 포함해 총 20명이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자부 FA 명단은 9일 공시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돌아온 20승 에이스 두산 알칸타라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7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한 알칸타라는 6이닝 동안 공 100개를 던지며 2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2020시즌 이후 3년 만에 두산 유니폼을 다시 입은 알칸타라는 앞서 1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는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등 4실점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은 에이스다운 경기력으로 20승 2패를 기록했던 2020시즌을 떠올리게 했다. 1회말부터 상대 박찬호, 류지혁, 소크라테스를 모두 탈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선을 제압했다. 패스트볼에 포크와 슬라이더를 섞어 상대 타선을 공략했다. 타석에서는 1번타자 정수빈이 1회초 안타로 출루한데 이어 도루로 2루, 상대의 폭투를 틈타 3루까지 도착한 뒤 2번타자 허경민의 뜬공 때 홈을 밟으며 알칸타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0 살얼음 리드를 이어가던 두산은 8회초 양석환이 1점홈런(시즌 2호)을 치는 등 2득점하며 달아났다. 창원NC파크에서는 NC 페디와 키움 안우진의 명품 투수전이 빛났다. 안우진은 이날 7이닝 동안 2피안타 탈삼진 12개에 1실점 호투했다. 6회말까지 18타자를 상대로 노히트 기록을 이어가다 7회말 NC 박세혁에게 1점 홈런을 내준 게 뼈아팠다. 지난해 15승 8패를 기록했던 키움 안우진은 2경기에서 승리 없이 이날 1패를 안았다. NC 페디의 호투가 판정승을 거뒀다. 페디는 8이닝 동안 공 112개를 던지며 4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하며 결국 팀의 2-0 승리를 도왔다. 시즌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수확했다. 13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NC는 8회말 오영수가 1점 홈런을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SSG는 대전 방문경기에서 한화와 연장 승부 끝에 7-3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8회말 한화에게 2점을 내주며 1-3 역전을 허용한 SSG는 코너에 몰렸다. 그러나 9회초 최정과 최주환이 연속 2루타로 1점을 따라잡았다.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 오태곤은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으나 대타 전의산이 7구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만들어내며 가까스로 승부를 동점으로 이어갔다.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연장으로 승부를 이어간 SSG는 10회초 최지훈의 몸 맞는 공을 시작으로 안타 3개, 볼넷 3개를 더하며 4득점했다. 무사 만루에서 나온 에레디아의 2타점 적시타가 승부를 갈랐다. 부상의 악령은 이날도 이어졌다. 두산 김인태는 KIA와의 광주 방문경기 5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했다 2루 주자가 런다운에 걸린 사이 1루를 거쳐 2루를 가려다 상대 팀 내야수 류지혁과 충돌해 어깨 부상으로 앰뷸런스에 실려 나갔다. 한화 이명기는 SSG와의 대전 안방경기 5회말 1사 상황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우측 발목이 접질려 들것에 실려 나갔다. 정밀 검진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이동한 결과 골절 진단을 받았다.▽7일 전적삼성 2-7 LGKT 7-1 롯데키움 0-2 NC두산 4-0 KIASSG 7-3 한화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5세트 14-13. 한국도로공사 박정아가 회심의 공격을 날리자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은 몸을 날렸다. ‘디그 여왕’으로 불리는 김해란의 손끝에 닿았지만 공은 끝내 떠오르지 못하고 코트 위에 떨어졌다. 도로공사 선수단과 코치진이 모두 코트 위로 뛰어나왔다. 경기 전 “기적을 기록에 남기느냐, 팬들의 기억에 잠시 남느냐는 5차전에 달렸다”던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의 바람대로 도로공사의 기적은 V리그 역사에 길이길이 남게 됐다. 불가능해 보일 것만 같던 0% 확률을 깼다. 도로공사가 프로배구 V리그 최초 챔피언결정전 ‘리버스 스윕’에 성공하며 구단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챔프전 최종 5차전에서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역전승하며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정상에 섰다.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17~2018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챔프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6연속 득점으로 뒤집은 3세트 이날 도로공사는 1세트에만 흥국생명 옐레나에게 12득점을 내주며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그러나 배유나가 2세트 들어 도로공사에서 가장 많은 8득점을 책임지며 시동을 걸었다. 미들블로커 포지션에도 공격 점유율 25.5%에 공격 성공률 58.3%로 날개 공격수 이상의 활약을 해냈다. 하이라이트는 3세트였다. 19-23까지 뒤처졌던 도로공사는 이후 6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세트를 뒤집었다. 김연경이 후위에 내려가 흥국생명의 화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옐레나, 김미연의 공격 범실이 연이어 나왔다. 도로공사 캣벨이 퀵오픈 공격에 성공하며 직접 세트를 마무리했다. 승리의 기운이 도로공사로 넘어간 순간이었다.흥국생명에 4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도로공사는 5세트에 다시 상대를 몰아붙였다. 흥국생명 김다은의 리시브를 흔든 박정아의 서브 성공으로 선취점을 안고 시작한 도로공사는 5세트 내내 동점을 허용하지 않은 채 세트를 끌고 나갔다. 김종민 감독의 절묘한 비디오 판독신청도 쐐기를 박았다. 도로공사가 13-12로 앞선 상황에서 심판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박정아의 공격이 라인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 감독이 다시 터치아웃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 결과 상대 블로커 옐레나의 손가락에 공이 맞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13-13 동점이 될 위기가 14-12로 바뀌었다. 흥국생명 이주아의 블로킹으로 1점 차까지 쫓겼지만 박정아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2시간 38분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도로공사 캣벨이 팀 내 최다인 32득점(공격 성공률 45.45%)을 기록했다. 특히 최종 5세트에 6득점에 공격 효율 100%를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캣벨은 기자단 투표 31표 중 17표를 받아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날 양 팀은 블로킹(10점), 서브(3점) 득점이 같았지만 범실에서 도로공사 16개, 흥국생명 28개로 승부가 갈렸다. ●0%의 불가능을 깬 도로공사도로공사의 이번 시즌 자체가 불가능과의 싸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했지만 올 시즌 ‘봄 배구’ 진출 후보로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비시즌 동안 선수 5명이 코트를 떠났고 새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의 활약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4라운드 들어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 뛰던 캣벨을 새로 영입했지만 시즌 막판 4연패에 빠지며 봄 배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그러나 마지막 4경기에서 1위 흥국생명, 2위 현대건설을 모두 꺾는 등 4연승을 달리며 3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다. 그러고는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전 전승을 거두며 2018~2019시즌(당시 준우승) 이후 4시즌 만에 챔프전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당시 우승팀이던 흥국생명과 재회했다. 챔프전에서도 도로공사는 방문 경기인 1, 2차전을 모두 내주며 벼랑에 몰렸다. 역대 챔프전에서 1, 2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100%였던 만큼 도로공사에 더는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1, 2차전 당시 일부 주전 선수들이 몸살감기 증상을 겪으면서 컨디션도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3, 4차전 모두 1세트를 내주고 2~4세트를 따내는 저력을 발휘하며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끝내 V리그 첫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김종민 감독은 “기적을 일궈낸 선수들에게 고맙다.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살살 해라’ 이 말도 하고 싶었는데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 있었다. 워낙 경험 많은 선수들이다 보니 뒤에서 채찍질하고 끌고 갔던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계속해 “시즌 전부터 (우승 후보로) 우리 팀엔 다들 관심도 없었다. 잃을 것도 없었던 만큼 상대가 더 부담을 가졌다.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고 말했다. ●100% 확률 이루지 못한 흥국생명, 김연경은 거취 가능성 열어 둬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받은 흥국생명은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우승 한 걸음 앞까지 다가섰지만 끝내 챔프전 반지를 끼지 못했다. 역대 챔프전 처음으로 1, 2차전을 따내고도 우승하지 못한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다섯 번째 챔프전 우승 도전도 다음을 기약했다. 흥국생명 김연경은 이날도 30득점으로 분전했지만 김연경과 대각에 서는 김미연이 4득점에 그치는 등 다른 쪽에서 활로를 뚫지 못하면서 끝내 무릎을 꿇었다. 2020~2021시즌 준우승에 이어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셨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우리 팀 전력의) 90%는 김연경으로 돌아간다. 선수 혼자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시즌 중반 은퇴 가능성을 거론했던 김연경은 경기 뒤 “쉬운 결정은 아닌 거 같다. 부모님도 가족도 그렇고 많은 분이 (선수 생활 연장을) 원하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생각해서 (거취를)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김연경은 “원래 소속 구단과도 어느 정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이날 경기장엔 6125명 만원 관중이 들어서며 2~4차전에 이어 챔프전 네 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올 정규시즌에는 여자부에서 19차례 매진이 나왔는데 그중 17번이 흥국생명 경기였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