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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최소 4만7000명이 사망한 가운데 20일 튀르키예 남동부 안타키아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분경 안타키아에서 약 16km 떨어진 시리아 북서부 접경지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동이 인근 레바논, 이집트, 그리스 등에서 느껴졌으며 이날 저녁에만 27차례 여진이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 또한 지진으로 해수면이 최대 50cm 상승할 수 있다며 안타키아 해안가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이번 지진으로 21일 기준 튀르키예에서만 최소 6명이 숨지고 29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6일 강진과 마찬가지로 피해 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아 사상자 수가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영국 스카이뉴스 등을 인용해 시리아에서만 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 또한 최소 47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전화 등도 끊겼다. 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21일 USGS는 이번 지진으로 100∼1000명이 숨질 확률을 46%, 1000∼1만 명이 사망할 가능성을 29%로 추산했다. 1만∼10만 명에 이를 확률도 5%로 예상했다. USGS는 20일 지진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에 이를 것으로도 추정했다. USGS는 6일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 또한 기존 24%에서 25%로 높였다. 1만∼10만 명일 확률 역시 35%에서 36%로 상향했다. 경제 피해 규모는 튀르키예 GDP의 최대 10%로 전망했다. AFAD도 “6일 지진으로 아직 많은 이가 실종된 상태이며 사망자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공개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6일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최소 4만7000명이 사망한 가운데 20일 튀르키예 남동부 안타키아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분경 안타키아에서 약 16km 떨어진 시리아 북서부 접경지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동이 인근 레바논, 이집트, 그리스 등에서 느껴졌으며 이날 저녁에만 27차례 여진이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 또한 지진으로 해수면이 최대 50cm 상승할 수 있다며 안타키아 해안가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이번 지진으로 21일 기준 튀르키예에서만 최소 6명이 숨지고 29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6일 강진과 마찬가지로 피해 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아 사상자 수가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영국 스카이뉴스 등을 인용해 시리아에서만 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 또한 최소 47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전화 등도 끊겼다.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21일 USGS은 이번 지진으로 100명∼1000명이 숨질 확률을 46%, 1000∼1만 명이 사망할 가능성을 29%로 추산했다. 1만∼10만 명에 이를 확률도 5%로 예상했다. USGS는 20일 지진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에 이를 것으로도 추정했다.USGS는 6일 강진의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 또한 기존 24%에서 25%로 높였다. 1만∼10만 명일 확률 역시 35%에서 36%로 상향했다. 경제 피해 규모는 튀르키예 GDP의 최대 10%로 전망했다. AFAD도 “6일 지진으로 아직 많은 이가 실종된 상태이며 사망자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공개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이후 시리아 지역 내 구호 활동 및 피해 복구가 내전 상황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강진 발생 후 처음으로 시리아 내 친(親)이란 무장세력을 폭격했다. 미국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시리아인권관측소는 19일(현지 시간) 새벽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한 10층 높이 건물이 폭탄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레바논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와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인권관측소 측은 이번 공격으로 친이란 민병대원과 민간인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시리아 정부군 역시 폭탄 공격이 있었다며 군인 1명과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군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민간인 주거지역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라미 압델 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 대표는 “오늘 공습은 다마스쿠스를 목표로 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했다.이날 공습은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막대한 피해를 준 강진이 발생한 이후 처음 이뤄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올해 들어서는 두 번째다. 지난해부터 이스라엘은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과 친이란 성향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하는 이란군 주둔지와 무기고를 집중적으로 타격해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앙숙 관계인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의 핵심 동맹이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가까운 시리아 국경에 친이란 무장 세력이 주둔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의 튀르키예 방문에 맞춰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1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이자 유럽과 아시아 사이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한 튀르키예와의 우호 관계 형성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지진 피해 지역 인근 아다나의 공군기지를 찾아 미국 구호대를 격려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튀르키예와 함께하며 튀르키예가 지진을 극복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튀르키예(터키) 정부는 여기 없다. 슬픈 쿠르드인만 있을 뿐이다.” 8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아디야만에서 만난 쿠르드족 알리 바란 씨(23)는 생면부지의 기자를 보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터키 정부는 나쁘다”는 말을 영어로 반복했다. 아디야만은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강진의 피해가 집중된 곳이다. 그는 당국이 쿠르드계 구조를 내팽개친 채 튀르키예계만 우선적으로 살리고 있다며 “아무도 우리를 돌보지 않는다.우리끼리 서로 도우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반면 7일 인근 디야르바크르에서 만난 하즈 살르시 씨(75)는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해 준 덕에 생존자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먹을 것도 충분하다”며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행정 수도 앙카라 출신이라는 그는 줄곧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진 대응을 호평했다. 살르시 씨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정부가 큰 도움이 되어준 덕에 버티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지진 피해 취재를 위해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튀르키예 현지에 머물렀다. 쿠르드족을 둘러싼 튀르키예의 사회 갈등이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에서 나오는 분진만큼 잿빛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대 약 3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은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린다. 오랫동안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 아르메니아 등에 살며 고유 언어와 문화를 지켜왔지만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여 아직도 독립국가를 건설하지 못했다. 특히 튀르키예에는 인구의 약 20%인 최대 2250만 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다. 2003년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줄곧 쿠르드족을 거칠게 탄압한 데다 이번 지진 피해 지역이 쿠르드족 밀집 거주지여서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아디야만, 하타이 등에서는 이곳이 쿠르드계가 많은 지역이라 에르도안 정권이 늑장 대처한다는 원성이 상당했다.지진 현장 곳곳서 군인과 몸싸움 아디야만에서 만난 또 다른 쿠르드인 데브란 카라엘 씨는 “쿠르드를 위한 정부는 어디에도 없다.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고 했다. 튀르키예뿐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이란 정부 또한 자국 내 쿠르드족을 혹독하게 탄압한다는 의미다. 디야르바크르에서 아디야만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쿠르드족 동포를 돕기 위해 다른 도시에서 달려왔다는 쿠르드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만난 한 쿠르드계 봉사자는 “아디야만에 거주하는 친척들이 일손이 필요하다고 해 친구 넷과 함께 급하게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예민해진 쿠르드계 주민과 튀르키예계 주민 사이에는 금방 주먹다짐이 오갈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부 쿠르드계 주민들이 기자에게 에르도안 정권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하자 튀르키예계 주민이 “왜 외국에 정부를 욕보이는 짓을 하느냐”며 고성을 치는 일이 잦았다. 한 구조 현장에서도 쿠르드계 주민이 “제발 가족을 구해달라”며 군경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자 인근의 쿠르드계 주민과 군인들이 잠시 단체로 주먹다짐까지 했다.각국과 미로처럼 얽힌 이해관계 쿠르드족의 역사는 고난 그 자체다. 서구 강대국과 중동 각국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들을 이용하면서 독립국가 건설이 요원해졌고 각국 정부와의 갈등 또한 격화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쿠르드족에게 “오스만튀르크와 맞서 싸우면 독립국가를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참전했지만 승전국은 1923년 ‘로잔 협상’을 통해 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쳤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 또한 사담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던 이라크 내 쿠르드족을 지원하며 이라크 사회 분열을 조종했다. 2003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 당시 이라크 내 쿠르드족의 도움을 받았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지만 튀르키예, 이라크, 이란 등의 강한 반대로 독립에 실패했다. 2014년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맹위를 떨치자 쿠르드족은 다시 미국과 서방을 도와 IS 격퇴에 앞장섰다. 쿠르드족은 거주 인구가 가장 많은 튀르키예 정부와 가장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1923년 공화국 설립 후 튀르키예는 쿠르드어 교육, 쿠르드식 이름 등을 금했다. 이 와중에 1987년 무장투쟁 등 강경 노선을 통해 분리 독립을 이뤄내겠다는 무장단체 ‘쿠르디스탄노동자당(PKK)’이 등장했다. PKK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주축이며 온건한 노선을 추구하는 ‘쿠르드민병대(YPG)’, ‘시리아민주군(SDF)’ 등과도 척을 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PKK를 IS 못지않은 테러단체로 본다. IS 퇴치를 위해 잠시 협력했던 튀르키예와 쿠르드족의 갈등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며 더 격화됐다. 에르도안 정권은 시리아 정부군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며 미군도 없는 시리아 북부에 지상군을 파병했다. “YPG는 PKK의 분파”라며 시리아 북부에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에르도안 정권은 지난해 11월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의 배후로도 PKK를 지목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계속됐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을 신청하자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두 나라가 쿠르드족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에르도안 정권은 스웨덴과 핀란드에 거주하는 일부 쿠르드인을 튀르키예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를 튀르키예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나토 가입을 불허한다는 의미다. 나토 신규 가입에는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노렸다.지진 빌미로 탄압 강화 우려 튀르키예와 시리아 정부가 이번 지진 후 사회 혼란을 방지한다는 목적을 앞세워 교묘히 반대파를 탄압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에르도안 정권은 10일 지진 현장의 약탈 및 절도를 엄벌에 처하고 단속 또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부 쿠르드계는 “당국이 쿠르드계를 탄압하는 용도로 쓸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에르도안 정권이 지진 대응을 핑계로 시민 기본권을 축소할 것이란 걱정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튀르키예가 지진 발생 후 처음으로 13일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계 또한 공습했다고 밝혔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 또한 지진 발생 불과 몇 시간 만인 6일 쿠르드족이 많은 북부의 반군 거주지 마레아를 폭격했다. 아디야만 주민 아흐메드 씨(49)는 12일 “최소 수년간 이어질 지진 피해 복구 기간 내내 튀르키예 당국과 쿠르드족의 갈등이 롤러코스터처럼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아디야만·디야르바크르(튀르키예)에서 강성휘 카이로 특파원 yolo@donga.com}
“개만도 못한 처지예요.” 지진 발생 6일째인 12일(현지 시간) 오후 튀르키예(터키) 동남부 아디야만의 한 주유소 앞에서 만난 카디르 마샤란 씨(20)는 “오전 6시부터 7시간째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한참 멀었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대피해 6일째 가족들과 차 안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따뜻한 곳에서 잠시나마 쉬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기름을 넣지 못하면 영하의 날씨 속에 떨면서 자야 한다. 마샤란 씨 뒤로는 주유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1km 넘게 이어져 있었다. 인구가 20만 명인 아디야만에서 기름을 넣을 수 있는 주유소는 이곳 하나뿐이다. 마샤란 씨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두 청년은 서로 “내가 먼저”라며 주먹다짐을 하다 군인에게 제지당한 뒤 아예 줄 밖으로 밀려났다. 마샤란 씨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절망스럽다”고 했다.●“자식들 깔려 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못 떠나”강진이 할퀴고 간 아디야만에서는 실종자 구조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살아남은 이들의 고군분투가 펼쳐지고 있다. 이재민들은 혹한의 날씨에 화장실 하나 없는 텐트촌에서 잠을 청했고, 구호텐트마저 구하지 못한 이들은 차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매일 치열한 생존을 벌이고 있었다. 800명의 이재민이 지내고 있다는 한 텐트촌에서는 33㎡(약 10평)도 채 되지 않는 텐트에서 10명씩 지냈다. 두 살 난 아이를 키우는 한 일가족과 같은 텐트에서 지내는 하칸 투르굿 씨(30)는 “지진에서 살아남은 데다 텐트까지 얻었다”며 “다른 도시로 탈출하기에는 연고도, 돈도 없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고 했다. 아이순 알타이 씨(22)는 “화장실이 없어 사람들이 15분 거리의 주유소 화장실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날 아디야만 초입에는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으로부터 텐트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2km 넘게 늘어서 있었다. 행렬 맨 앞에서 만난 이스마엘 씨(63)는 사흘째 기다리던 중이었다. 기자가 그와 인터뷰를 하자 AFAD 관계자가 갑자기 다가와 제지했다. 이스마엘 씨는 “(AFAD 측에서) 아직까지 언제 텐트를 주겠다는 말도 없었다. 외국인이 오니까 그제서야 사람이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준중형 승용차에서 가족 5명과 지내온 파트마 씨(50)는 “자식 2명이 아직 잔해 밑에 남아 있다.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차에서 지내야 한다. 도시를 떠날 수 없다”며 울었다. 담요와 나뭇가지 따위로 가족들이 머물 텐트를 만든 아뎀 차크마크 씨(43)는 “세 살 난 딸이 지진 트라우마에 밤이면 잠을 설친다. 안락한 거처를 구해야 안정을 찾을 것 같다”고 했다.●몸싸움 와중에 부부 구조되자 ‘환호’지진 충격과 부실한 정부 대응에 지친 사람들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1일 한 구조 현장에서는 생존자 발견 소식을 듣고 몰려온 한 가족이 접근을 막는 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실종자 가족은 군인들에게 머리를 가격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군인의 멱살을 놓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군인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이에 추가 병력이 투입되며 긴장이 고조됐다. 몇 시간 뒤 이 현장에서는 지진 발생 128시간 만에 중년 부부가 구조됐다. 함께 발견된 3명의 자녀는 시신으로 수습됐다. 시신이 실려 나올 때마다 혀를 차던 시민들은 마지막으로 나온 아버지가 손을 흔들어 보이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파키스탄과 베트남에서 온 구조대가 138시간 만에 17세 청소년을 구조하기도 했다. 구조 현장에서 만난 비정부기구(NGO) ‘사마르칸트’ 자원봉사자 파티 유란 씨(32)는 “첫 이틀간은 도로로 쏟아져나온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아무도 믿지 못하는 ‘카오스’ 상태였지만 지금은 조금씩 유대와 질서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인 페르디 굴러 씨(25)는 “이번 지진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기겠지만 튀르키예는 충분히 이겨내리라 믿는다”고 했다.아디야만(튀르키예)=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개만도 못한 처지예요.” 지진 발생 6일째 12일(현지 시간) 오후 튀르키예(터키) 동남부 아디야만의 한 주유소 앞에서 만난 카디르 마샤란 씨(20)는 “아침 6시부터 7시간째 기다리는 중인데 아직 한참 멀었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대피해 6일째 가족들과 차 안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따뜻한 곳에서 잠시나마 쉬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기름을 넣지 못하면 영하의 날씨 속에서 떨면서 자야한다. 마샤란 뒤로는 주유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1km 넘게 이어져 있었다. 인구가 20만 명인 아디야만에서 기름을 넣을 수 있는 주유소는 이 곳 하나뿐이다. 마샤란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두 청년은 서로 “내가 먼저”라며 주먹다짐을 하다 군인에게 제지당한 뒤 아예 줄 밖으로 밀려났다. 마샤란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절망스럽다”고 했다.● “자식들 깔려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못 떠나”강진이 할퀴고 간 아디아먄에서는 실종자 구조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살아남은 이들의 고군분투가 펼쳐지고 있다. 이재민들은 혹한의 날씨에 화장실 하나 없는 텐트촌에서 잠을 청했고, 구호텐트마저 구하지 못한 이들은 차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매일 치열한 생존을 벌이고 있었다. 800명의 이재민이 지내고 있다는 한 텐트촌에서는 33㎡(10평)도 채 되지 않는 텐트에서 10명씩 지냈다. 두 살 난 아이를 키우는 한 일가족과 같은 텐트에서 지내는 하칸 투르굿 씨(30)는 “지진에서 살아남은 데다 텐트까지 얻었다”며 “다른 도시로 탈출하기에는 연고도, 돈도 없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고 했다. 아이순 알타이 씨(22)는 “화장실이 없어 사람들이 15분 거리 주유소 화장실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날 아디야만 초입에는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으로부터 텐트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2km 넘게 늘어서있었다. 행렬 맨 앞에서 만난 이스마엘 씨(63)는 사흘째 기다리던 중이었다. 기자가 그와 인터뷰를 하자 AFAD 관계자가 갑자기 다가와 제지했다. 이스마엘 씨는 “(AFAD 측에서) 아직까지 언제 텐트를 주겠다는 말도 없었다. 외국인이 오니까 그제서야 사람이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준중형 승용차에서 가족 5명과 지내온 파트마 씨(50)는 “자식 2명이 아직 잔해 밑에 남아있다.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차에서 지내야 한다. 도시를 떠날 수 없다”며 울었다. 담요와 나뭇가지 따위로 가족들이 머물 텐트를 만든 아뎀 차크마크 씨(43)는 “세 살 난 딸이 지진 트라우마에 밤이면 잠을 설친다. 안락한 거처를 구해야 안정을 찾을 것 같다”고 했다.● 몸싸움 와중에 부부 구조되자 ‘환호’지진 충격과 부실한 정부 대응에 지친 사람들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1일 한 구조 현장에서는 생존자 발견 소식을 듣고 몰려온 한 가족이 접근을 막는 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실종자 가족은 군인들에게 머리를 가격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군인의 멱살을 놓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군인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이에 추가 병력이 투입되며 긴장이 고조됐다. 몇 시간 뒤 이 현장에서는 지진 발생 128시간 만에 중년 부부가 구조됐다. 함께 발견된 3명의 자녀는 시신으로 수습됐다. 시신이 실려 나올 때마다 혀를 차던 시민들은 마지막으로 나온 아버지가 손을 흔들어보이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파키스탄과 베트남에서 온 구조대가 138시간 만에 17살 청소년을 구조하기도 했다. 구조 현장에서 만난 비정부기구(NGO) ‘사마르칸트’ 자원봉사자 파티 유란 씨(32)는 “첫 이틀간은 도로로 쏟아져나온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아무도 믿지 못하는 ‘카오스’ 상태였지만 지금은 조금씩 유대와 질서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인 페르디 굴러 씨(25)는 “이번 지진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기겠지만 튀르키예는 충분히 이겨내리라 믿는다”고 했다.아디야만=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강진 발생 닷새째인 10일(현지 시간) 튀르키예(터키) 남부 도시 아디야만. ‘외지인’인 압둘 케림 씨(50)는 8층짜리 아파트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곳에서 목장갑만 낀 채 건물 잔해를 뒤지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생존자를 찾는 중이다. 케림 씨는 7일 하카리에서 차로 9시간을 달려 이곳에 왔다. 그는 “정부 구조대원들은 생체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이내 현장을 떠난다. 우리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다시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진앙 가지안테프에서 180km 떨어진 아디야만은 도시 전체가 융단 폭격을 맞은 듯했다. 건물 잔해를 걷으며 생기는 먼지와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 피운 모닥불 연기로 공기는 잿빛이었다. 구조 현장에는 케림 씨처럼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들은 집에 있는 삽이나 망치를 들고 튀르키예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민간 구조대원인 유소프 설하트 씨(21)는 “인력이 부족할뿐더러 시신을 수습한다 해도 신원을 모르니 망자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괴롭다”고 말했다.폐허 속 ‘4시 17분’에 멈춘 시계… 거리 곳곳 이불에 싸인 시신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봉사자들 10분새 시신 3구 수습중장비 부족해 구조작업 더뎌생존자들 “우린 버려졌다” 분통 “여기 또 있다!” 야트막한 언덕 높이의 건물 잔해 위에서 맨손으로 콘크리트 조각과 흙을 파헤치던 구조대원이 소리쳤다. 기자가 지켜본 10분 새 세 번째 시신이었다. 함께 딸려 나온 보라색 이불에 시신을 말아 아래로 내려보냈다. 지켜보던 이들 모두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머리를 숙여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다. 이어 한 구조대원은 “대부분 자다가 봉변을 당했다. 주변에 같이 자던 다른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발밑을 조심하라”고 연신 기자에게 당부했다.●골목 곳곳 신원 확인 못한 시신들 10일(현지 시간) 오전 9시, 아디야만 도심 원형교차로 안에 서 있는 시계탑의 시곗바늘은 4시 17분을 가리킨 채 멈춰 있었다. 6일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남동부를 덮친 바로 그 시간이었다. 아수라장 같은 상황도 나흘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폐허가 된 잿빛 도시, 10분에 한 대꼴로 질주하는 앰뷸런스 사이렌이 이재민의 흐느낌을 덮었다. 기자가 찾은 8층짜리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부녀로 추정되는 시신이 2분 간격으로 수습됐다. 딸은 어려 보였다. “너무 작아, 너무 가벼워.” 구조대원이 눈물을 흘렸다. 골목 곳곳에서 잔해 속에서 수습한 뒤 임시로 모아 둔 시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원이 확인돼 이름표가 붙은 시신보다 그렇지 않은 시신이 더 많았다. 시신 담는 검정 포대(보디백)가 모자라 담요로 대충 말아둔 시신도 적지 않았다. 민간 구조대원 유소프 설하트 씨(21)는 보디백에 담겨 바닥에 누운 시신들을 가리키며 “내일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정부에서 임의대로 처리한다”고 전했다. 이때 히잡을 두른 채 울고 있는 여성을 조수석에 태운 앰뷸런스가 현장을 지나쳐 갔다. 생존자를 싣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보던 메흐메트 씨(32)가 “아직 찾지 못한 내 누나와 매형도 저렇게 살아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성난 가족들 “아디야만은 버려졌다” 이곳 현장에서 만난 구조대원 100여 명은 대부분 아디야만 주민이거나 타 지역에서 온 봉사자들이었다. 다른 주택 붕괴 현장에서는 이웃 도시에서 온 주민들이 가져온 모종삽과 니퍼, 망치 따위로 쓰러져 있는 콘크리트 더미를 걷어내고 있었다. 안전모를 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사용 장갑이나마 낀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인근 도시 바트만에서 온 무사 바이담 씨(32)는 “중장비가 너무 부족하다. 밤이면 전기도 없어 수색 작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20m 떨어진 또 다른 건물 잔해에서 만난 데브란 카라엘 씨(41)는 “여기 있는 크레인이나 굴착기 모두 실종자 가족들이 돈을 내서 빌린 것”이라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 지원은 도대체 언제 오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 7명을 잃은 알리 바란 씨(23)는 “나흘이 지났는데 구조대도, 경찰도, 군인도 보지 못했다”면서 “아디야만은 버려졌다”고 말했다. 여동생 가족 7명이 여전히 잔해 밑에 있다는 율리아 악토프렉 씨(53)는 “심지어 아디야만 주민들조차 이곳을 떠났다”며 “정부가 구호 음식을 보내고 있는데 필요 없다. 구조 장비를 보내 달라”고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아디야만 내 이재민을 위한 구호 천막을 찾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너무 많은 건물이 손상돼 신속하게 정부가 개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람들이 가게를 털고 있는데 비상사태하에서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응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디야만=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6일(현지시간) 대지진이 도시를 휩쓴지 벌써 닷새째지만, 튀르키예 동남부 도시 아디야만 중심부의 ‘랜드마크’인 시계탑은 여전히 그날 그 시점에 머물러있다. 도심의 회전교차로 한가운데에 있는 시계탑을 촬영한 시점은 10일 오전 9시. 하지만 시계바늘은 사고가 발생했던 오전 4시 17분 이후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이곳은 한때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도로가 무너진 건물 파편으로 뒤덮혀 자동차들이 제대로 지나다니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아직 수습하지 못한 건물 잔해 옆으로 아슬아슬 피해 다녀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디야만 곳곳에는 벽면이 무너져내려 내부가 훤히 보이는 건물들이 즐비했다. 주인을 잃은 자전거와 유모차 등이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했다. 뒤틀린 건물 앞을 지나갈 때마다 가스 냄새가 풍겨 위태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매몰자를 수색하기 위한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구조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디야만을 직접 찾아 “너무 많은 건물이 손상돼 필요한 만큼 신속하게 정부가 개입할 수 없었다”라고 시인하면서도 “비상사태 하에서 가게 등을 강탈하는 사람들은 향후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이 방문하기 전, 아디야만 중심부에는 경찰들이 곤봉을 들고 다니며 문을 닫은 상점이나 빈 집을 터는 사람들이 있는지 순찰에 나섰다.아디야만에서는 사고 닷새째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여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수색작업에 나선 이들은 변변한 보호장비도 없이 사실상 맨손으로 흙과 건물 파편을 들어내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따금씩 구조대는 팔을 휘저으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너진 건물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수색현장 100미터 밖에서 대기중인 중장비 차량들도 일제히 시동을 껐다. 사방이 고요해지면 이들은 건물 잔해 아래에 귀를 대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기다렸지만 생존자를 구했다는 소식은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시신만 발견됐다. 그럴 때마다 주민들은 담요나 이불로 시신을 싸서 굴착기에 담아 아래로 내려보냈다. 아디야만에는 정부가 제공한 텐트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영하의 추위에 집을 잃은 노부부는 10일 이곳에서 차를 끓여 마시며 간신히 몸을 녹였다. 각지에서 모아온 구호품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채 사방에 겹겹이 쌓인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53세 여성 율리아 악토프렉 씨는 취재기자를 바라보며 “딱 당신 또래 나이의 조카들을 비롯해서 7명이 저 건물더미 아래에 깔려있다”라며 정부를 향해 “음식은 필요없다. 구조 장비를 보내달라”라고 호소했다. 거리는 시신으로 가득했다. 처참하게 붕괴된 건물 잔해들 옆 도로 위에 시신이 담긴 검은색 봉투가 몇 개씩 놓여있었고, 그 옆에서 주민들은 서로를 부여안고 위로하거나 작은 모닥불에 의지해 몸을 녹이며 구조소식을 기다렸다. 그나마도 남는 이불로 아무렇게나 덮은 시신들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민들은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발견된 시신”이라며 내일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수거해 소각할 예정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아디야만=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9일(현지 시간) 오전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 디야르바크르의 길가에서 주민 엥긴 이을마스 씨(37)는 한때 집이라고 불렸던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 더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색의 시멘트 파편과 구부러진 철골 사이로 뜯긴 꽃무늬 이불, 솜뭉치, 분홍색 베개가 삐져 나와 있었다. 이을마스 씨는 현장에서 만난 동아일보 기자에게 “저 안의 가족들이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는 그의 어머니와 남동생 2명, 여동생 2명이 갇혀 있다. 결혼 후 인근에서 독립해 살던 그는 6일 새벽 지진이 나자마자 본가인 이곳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가족들에겐 영하의 추위 속에 나흘째 구조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에서 270km 떨어진 디야르바크르에서는 8일까지 건물 20여 채가 무너져 139명이 사망했다. 특히 대형 주상복합 쇼핑몰이 붕괴되면서 이곳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지진이 할퀴고 간 이 건물은 생크림 케이크 단면을 숟가락으로 긁어낸 듯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밖에서도 층층이 들여다보이는 집 내부에는 침대와 식탁 등 각종 살림살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구조 작업은 이날 오전 1시가 넘어서도 조명을 밝힌 채 밤새 이어졌다. 구조요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30분마다 휘파람 소리와 함께 “쉿” “쉿” 하며 모두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러면 곳곳에서 울리던 굴착기 등 중장비 기계음이 잦아들었고, 삽이나 전기톱을 든 작업자들은 인기척이 들려오길 바라며 콘크리트 더미로 귀를 기울였다. 근처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현장을 지키던 실종자 가족들도 이때는 모두 다가와 숨을 죽였다. 하지만 사람 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고 작업은 곧 다시 시작됐다. 수도 앙카라에서 온 하즈 살르시 씨(75)는 기자에게 여동생 얘기를 하며 울먹였다. 원래 앙카라에 사는 여동생 세이란 오즈칸 씨(55)는 지난주 딸(37)과 함께 이 주상복합 건물에 사는 아들(29) 부부를 방문했다가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 일가족 4명이 모두 매몰됐다. 모처럼 가진 가족 모임이 한순간에 비극이 된 것이다. 살르시 씨는 “기다리는 매 순간 가슴이 타들어 간다. 생존자 구조 소식이 들려오면 잠시 희망이 살아났다가도 또다시 괴롭다. 알라는 재앙도 내리지만 기적도 내리기 때문에 가족들을 끝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9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만7513명에 이른다.“1시간전에도 시신 실려나와” 가족 8명 실종에 눈물만튀르키예 지진 르포“언니네 가족 2명 죽고 3명 실종모두가 소중한 사람 잃어” 눈시울생존자 발견되면 “천천히, 천천히” “잠자고 있는데 갑자기 집이 요동쳤어요. 아이들과 가족들을 깨워서 뛰쳐나왔죠. 내려오는 내내 3분 정도 건물이 흔들렸는데 그 떨림이 영원히 안 멈출 것 같았어요.”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디야르바크르의 이슬람교 예배당에서 만난 이맘 요마스 씨(60)는 “집은 무서워서 못 가고 예배당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예배당에는 1000여 명이 대피해 있다. 이들은 담요나 옷가지를 뒤집어쓰고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식량과 생수가 부족해 힘없이 벽에 기댄 사람이 많았다. 갓난아기를 안은 한 여성은 “급히 대피하느라 아기 옷과 기저귀를 못 가져왔다”고 했다. 11세 소년인 타하는 “바닥이 너무 흔들려서 죽을 만큼 무서웠어요. 집으로 절대 안 돌아갈 거예요. 저는 여기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영원히 안 멎을 듯했던 3분의 흔들림 튀르키예 디야르바크르는 로마와 비잔틴,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곳이다. 역사적인 요새와 정원이 많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6일 새벽 지진으로 도시 곳곳은 폐허가 됐고,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가족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다. 아딜 보즈쿠르 씨(53)는 여동생과 여동생의 가족 8명이 실종 상태다. 8세 조카도 함께 실종됐다. 사흘째 무너진 건물 더미 앞을 지켜온 그는 “1시간 전에도 여기서 시신이 실려 나왔다”며 기자에게 눈물을 보였다. 다행히 붕괴를 피한 옆 건물에 사는 여성은 “새벽에 갑자기 요동과 함께 ‘쿠궁’ 하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나와 보니 32가구가 사는 건물 한 동이 통째로 무너져 있었다. 온 주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여성은 “언니네 일가족 5명이 이 건물에 살고 있었는데 2명은 숨진 채 실려 나왔고 3명은 아직 실종 상태”라며 “살아 나오길 기도하는데 날씨도 너무 춥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주상복합 쇼핑몰 구조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 오르한 아칸 씨는 “학창 시절 유도 코치가 이번 지진으로 매몰돼 사망했다. 여기 살아남은 사람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며 “사흘째 못 쉬고 작업을 하고 있지만 밑에 깔려 있을 사람들 생각에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구조 현장에서 간혹 생존자가 발견될 땐 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나오며 “천천히, 천천히”라고 외쳤다. 한 소년은 속옷 차림으로 이틀 넘게 갇혀 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여진 공포에 텅텅 빈 유령도시로 디야르바크르는 사람을 보기 힘든 ‘유령 도시’로 변해 가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에 아파트 거주자들은 대부분 집을 나와 대피소로 피난을 가거나 아예 다른 도시로 빠져나갔다. 10대 아들과 단둘이 살았던 40대 여성은 기자에게 “지진이 언제 또 닥칠지 몰라 아들을 동쪽 도시에 있는 친척집에 보내고 혼자 일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인근 지역들에서 호텔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거기로 많이 갔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로 상가 역시 거의 문을 닫았다. 구조 현장 근처에만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추위를 견디려고 땔감을 태우느라 주변에 연기가 자욱했다. 도심 곳곳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 경찰관들은 검문을 위해 오가는 차량들을 멈춰 세웠다. 길목 곳곳은 중무장한 병력과 특수 차량으로 막혀 있었다. 며칠 전 지진을 틈타 도심에 있는 교도소에서 소요사태가 벌어져 경비가 더욱 삼엄해진 상태였다. 디야르바크르(튀르키예)=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6일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3일 만에 사망자가 1만9300명을 넘어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1만8500명 사망)보다 많은 숫자다. 부상자도 거의 7만 명에 다다랐다. 지진 발생 73시간 만에 구조된 5세 소녀의 소식도 들려왔지만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지나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현지 시간 9일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오후 10시 반) 기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만9332명이다. 몇 시간 만에 사망자가 수천 명씩 증가하고 있는 튀르키예 내 사망자가 1만6170명까지 늘어났고 시리아에서도 최소 3162명이 숨졌다. 지금까지 발표된 두 곳의 부상자를 합치면 최소 6만8000명으로 7만 명에 육박한다. 서방 국가와 국제 단체는 물론이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총성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까지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구조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지역까지 닿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공항과 항만을 이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로, 다리 등도 무너져 남동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호물품은 차치하고 구조대원들의 이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희망의 불씨가 희미해지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0만 명 넘는 목숨이 희생될 확률도 14%나 된다고 예측했다. 국제 구조 전문가 데이비드 루이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어떤 생존자는 지진 발생 20여 일 후에도 발견되지만 이는 온도, 식수, 음식량, 갇힌 방식 등 조건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앙인 가지안테프 등의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는 또 “이번 지진은 한밤중에 발생해 안전한 곳을 찾을 시간도 없었기에, 건물 붕괴 당시 운 좋게 위층이나 지붕으로부터 지켜줄 빈 공간이 있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에 따르면 유엔은 일반적으로 지진 발생 후 5~7일 차에 수색 및 구조 시도를 중단한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중동지부는 “생필품은 물론이고 시신을 수습할 가방도 모자란다. 얼마 뒤면 시신을 적절히 수습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도 있다”며 간곡하게 지원을 호소했다고 BBC는 전했다.디야르바크르=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9일 오전 1시 20분(현지 시간)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남동부 디야르바키르에서 영하 2도를 밑도는 쌀쌀한 날씨에도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디야르바키르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에서 약 300km 떨어져 있다.큰 쇼핑몰 건물이 지진으로 처참하게 무너져내려 새벽시간에도 구조대원들이 불빛을 비추며 실종자를 찾기 위해 중장비로 잔해 더미를 뒤지고 있다. 이밖에도 수십 명의 구조대원들은 건물 더미 곳곳에 퍼져 삽과 손으로 흙을 파내는 중이다. 아직 발견되지 못한 이들의 가족들은 3일 내내 현장을 지키고 있다. 가끔 시신들이 실려 나올 때마다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글·사진 디야르바키르=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6일(현지 시간) 오후 시리아 북부 진디레스. 규모 7.8 강진으로 5층 아파트가 무너져 내린 잔해에서 칼릴 알 샤미(34)는 형의 가족을 찾기 위해 손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출산 예정일을 하루 앞둔 형수와 태어날 아기가 걱정이었다. 시멘트 파편과 흙먼지 사이로 형수로 보이는 여성의 다리와 탯줄을 달고 있는 아기가 보였다. 차가운 폐허 속에서 조카가 태어난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재난의 한복판에 갇힌 조카는 팔다리가 축 처진 채 구조대원의 손에 들려 나왔다. 얼굴과 등이 멍투성이였지만 숨을 쉬며 팔다리를 움직였다. 아기가 구조된 것을 본 사람들은 앞다퉈 담요를 던졌다. 안타깝게도 산모 등 다른 가족들은 모두 숨졌다고 AP통신은 7일 전했다. 조카의 탯줄을 자른 샤미는 “형수가 다음 날 출산하기로 돼 있었는데 지진의 충격으로 분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8일 오후 2시 반(한국 시간 오후 8시 반) 기준 확인된 사망자는 1만1200여 명에 이른다. 최대 3일까지인 구조의 골든타임이 끝나가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 유니세프는 어린이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부모를 잃어 신원 파악이 안 되는 아이들도 많다. 숨진 아이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시신 수습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누르다으의 건물 잔해에서 숨진 자녀를 꺼낸 압두라흐만 겐차이 씨는 “아이를 빨간 담요로 말아 집집마다 다니며 묻어줄 사람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시체 안치소도 꽉 차서 수십 구의 시신이 앞에 방치돼 있다”고 7일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지진 사망 1만1200명 넘어 천으로 싸인 시신들 도로 곳곳 널려“생존 아동들도 큰 트라우마 겪을 것”이재민 2300만명… 동사 위험도 커 지진으로 도로 등 기반시설이 파괴된 데다 장비 부족 등이 겹치면서 현지에서는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를 파내며 구조에 나서는 실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여기에 추운 날씨까지 겹치면서 생존 능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희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사태 수습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에서 구조 작업을 주도하는 반군 측 민방위군 ‘화이트 헬멧’의 한 대원은 “가족 내 사망자 중 대부분이 아이들”이라고 WP에 전했다. 다른 대원은 한 소녀가 건물에 깔린 것을 보고 나무토막으로 잔해가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으며 4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갔지만 다른 곳에서 지원 요청이 쇄도해 결국 떠나야 했다. 그는 “생존자가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기적적인 생존 소식들도 간간이 전해졌다.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는 콘크리트 지붕과 뒤틀린 철근 아래에 갇혀 있던 세 살배기 남아 아리프 칸이 지진 발생 이틀 만에 구조됐다. 칸보다 먼저 구조됐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이 구급차에 실리자 감격의 눈물을 터뜨렸다. 33세 여성과 두 살 난 딸이 지진 발생 44시간 만에 구조됐고, 소파 밑에 끼어 있던 2세 아이도 43시간 만에 구출됐다고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조 잉글리시 유니세프 대변인은 뉴욕타임스(NYT)에 “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들 중 신체적·심리적으로 이번 재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는 없을 것”이라며 “아이들에겐 트라우마 중의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색 먼지를 뒤집어쓴 수십 명의 생존자가 유령처럼 절뚝거리며 (가족이나 지인을 찾기 위해) 아파트 잔해를 헤집고 있다”며 지진이 휩쓸고 간 현장의 참상을 묘사했다. 한 여성이 11세, 17세인 두 아들이 서로 껴안은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며 울먹이자, 어머니를 찾고 있던 이웃은 “시신이라도 찾은 당신이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해가 특히 심각한 튀르키예 하타이주의 안타키아에는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구급차량들이 접근하지 못해 혼란이 벌어졌다고 NYT는 보도했다. 하타이 현지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천으로 싸인 시신들이 도로 곳곳에 5, 6구씩 놓여 있었다. 피해 지역은 넓은데 당국의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자구책에 의존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알리며 구조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무너진 집에 갇힌 한 10대 소년은 영상 촬영 도중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자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신이여, 저희를 도우소서”라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8일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1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이재민은 2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튀르키예 주민은 “텐트도, 난로도, 아무것도 없는데 아이들과 함께 비에 젖은 채 떨고 있다. 굶주림이나 지진이 아니라 추위로 죽을 것”이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튀르키예 시민들은 정부가 재난 예방과 응급 서비스 개선에 쓰겠다며 1999년 이른바 ‘지진세’(특별 통신세)를 도입해놓고 지진 대비에는 부실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AFP통신은 시민들이 “재난 발생 후 첫 12시간 동안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인 것이냐”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앙카라=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 지진 발생 이틀째인 7일(현지 시간) 사망자가 5100명을 넘었다고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이날도 진앙에서 가까운 튀르키예 동부에서 규모 5.7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된 데다 무너진 건물 수천 채의 잔해에 깔린 사람이 아직도 많아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비상관리국은 전날 새벽 발생한 강진으로 이날 현지 시간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오후 10시 반) 기준 튀르키예에서 3549명, 시리아에서 1622명 등 모두 517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루 새 사망자가 3배로 늘어난 것이다. 부상자는 튀르키예에서 2만1103명, 시리아에서 3649명으로 집계됐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무너진 건물이 많은 데다 눈비 같은 악천후까지 겹쳐 구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튀르키예 당국은 7일 오전 기준 건물 5775동이 붕괴된 것으로 파악했다. 여진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11분 튀르키예 동부에서 규모 5.7 지진이 발생하는 등 첫 지진 이후 약 30시간 동안 규모 6.0을 넘는 지진 4차례를 비롯해 규모 4.0 이상 여진이 130차례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 폭증 가능성을 우려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6일 AFP통신에 “지진 발생 일주일간 사상자가 상당히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망자가 8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집계된 사망자는 약 2600명으로 8배로까지 늘어난다면 2만 명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에 따른 경제난과 심각한 내전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이번 대지진으로 더 큰 고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7층 건물 10초만에 붕괴 영상 올라생존자들은 추위-여진 공포에 떨어2200년 된 가지안테프 古城도 훼손 “신이시여, 우리가 무엇을 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를 강타한 지진 피해를 직격으로 받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6일(현지 시간) 가족과 함께 겨우 탈출한 무함마드 하이 카두르 씨는 이렇게 되뇌었다.카두르 씨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축구장 크기의 건물 일대가 전멸했다. 주위는 사람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며 “(내전) 공습 당시 같은 피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이들리브주의 한 의사는 “50구 넘는 시신이 병원 복도에 쌓였다. 대부분 아이들이었다”면서 “계속해서 또 다른 시신이 들어왔다”고 NYT에 밝혔다. 규모 7.8, 7.5의 강진과 7일까지 이어진 총 130여 차례의 여진은 건물들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서는 진앙인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샨르우르파주 할릴리예 7층 건물이 굉음과 함께 10초 만에 붕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부 말라티아에서는 현장 생중계를 하던 튀르키예 방송 취재진 너머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일부에서는 여진으로 건물 일부가 내려앉아 구조하던 사람들을 덮치면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지진이 부른 정전과 영하 5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잇단 여진 때문에 컴컴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대다수는 두꺼운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거나 신발조차 없었다. 6일 밤 튀르키예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무너진 건물 목재로 피운 모닥불 주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 몸을 녹이는 경우가 많았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거나 장비가 부족해 수색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 사는 남성은 7일 “어머니가 어제부터 24시간째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아침에 구조대가 온다고 했지만 소식도 없다. (구조) 시스템이 열악하다”며 울먹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튀르키예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남부 하타이 거리는 잔해에 묻힌 가족 친지 이름들을 부르는 울부짖음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정전은 물론이고 전화나 인터넷 연결도 수시로 끊어졌다. 도심 도로는 빠져나가려는 차량과 지인, 친척들을 구하려고 들어오는 차량으로 마비됐다. 하타이에 사는 안바울 안디옥교회 목사는 “(3층짜리) 100년 된 교회 건물 2, 3층이 무너졌다”며 “거센 비가 내렸지만 여진이 두려워 동틀 때까지 교회 밖에서 기다렸다”고 전했다. 문화재도 다수 훼손됐다. 가지안테프 랜드마크인 2200년 역사의 가지안테프 성도 성벽과 망루 등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800년 가까이 온전하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리아 알레포 성채도 일부 훼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7일 대국민 연설에서 지진 피해를 심하게 입은 남동부 10개 지역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적어도 8000명이 구조됐으며 5만3000여 명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이스탄불=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신이시여, 우리가 무엇을 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를 강타한 지진 피해를 직격으로 받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6일(현지 시간) 가족과 함께 겨우 탈출한 무함마드 하이 카도르 씨는 이렇게 되뇌었다. 카도르 씨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축구장 크기의 건물 일대가 전멸했다. 주위는 사람들의 울음소리 뿐이었다”며 “(내전) 공습 당시 같은 피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이들리브주 한 의사는 “50구 넘는 시신이 병원 복도에 쌓였다. 대부분 아이들이었다”면서 “계속해서 또 다른 시신이 들어왔다”고 NYT에 밝혔다. 규모 7.8, 7.5의 강진과 7일까지 이어진 도합 130차례 여진은 건물들을 순식간에 무너트렸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서는 진앙인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140㎞ 떨어진 샤르우르파주 할릴리예 7층 건물이 굉음과 함께 10초 만에 붕괴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부 말라티야에서는 현장 생중계를 하던 튀르키예 방송 취재진 너머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일부에서는 여진으로 건물 일부가 내려앉아 구조하던 사람들을 덮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지진이 부른 정전과 영하 5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잇단 여진 때문에 컴컴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대다수는 두터운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거나 신발조차 없었다. 6일 밤 튀르키예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무너진 건물 목재로 피운 모닥불 주위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여 몸을 녹이는 경우가 많았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거나 장비가 부족해 수색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곳도 많았다.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 사는 남성은 7일 “어머니가 어제부터 24시간째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아침에 구조대가 온다고 했지만 소식도 없다. (구조) 시스템이 열악하다”며 울먹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튀르키예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남부 하타이 거리는 잔해에 묻힌 가족 친지 이름들을 부르는 울부짖음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정전은 물론이고 전화나 인터넷 연결도 수시로 끊어졌다. 도심 도로는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차량과 지인과 친척들을 구하려고 들어오는 차량으로 마비됐다고 한다. 하타이에 거주하는 안바울 안디옥교회 목사는 “(3층짜리) 교회 건물 2, 3층이 무너졌다”며 “거세게 비가 왔지만 여진이 두려워 동 틀 때까지 교회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문화재도 다수 훼손됐다. 가지안테프 랜드마크인 2200년 역사의 가지안테프 성도 성벽과 망루 등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800년 가까이 온전하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리아 알레포 성채도 일부 훼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6일부터 일주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또 피해 복구에 집중하기 위해 13일까지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갇혔다. 현재 상황은 재앙이다.”‘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병대 관계자가 6일 영국 가디언에 전한 지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다. 이날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오전 4시대에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대피 기회를 놓쳤고, 시리아에서는 2011년부터 계속된 내전의 여파로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폭우, 폭설,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상자들이 각 병원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현지 의료체계 또한 붕괴 직전이라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후 건물 잔해에 깔린 가족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주민, 완전히 파괴된 도심의 영상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히로시마 원폭 32개 규모 튀르키예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7분 약 210만 명이 거주하는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km 떨어진 곳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수십 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중부에서도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규모 7.8 지진의 위력은 TNT 500Mt(메가톤)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규모다. 84년 전인 1939년에도 튀르키예 북부 에르진잔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3만 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1000∼1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확률을 47%로 추산했다.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 또한 34%로 내다봤다. 지진이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했고 곳곳에서 여진이 끊이지 않자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구조 대원이 여진을 우려해 건물 진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진이 최소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구조 속도도 더디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에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 또한 악천후로 운항이 상당수 취소됐다. 특히 가지안테프에는 폭설이 내린 후 기온이 크게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이 지역은 제조업, 농업, 가죽공예 등이 발달한 곳이어서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가디언은 반군이 대부분 장악했지만 정부군과의 교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이들리브가 주요 피해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레포, 하마 등 반군이 장악한 도시는 원래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데다 주민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와중에 지진으로 도로가 끊기고 단전과 단수도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헬멧 측은 “안전한 대피소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군은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공습을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댐의 균열, 홍수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와 비교적 가까운 유럽 주요국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속속 지원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지진 발생 직후 남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철회했다. 다만 해안가 주민들에게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당국의 추가 공지를 기다리라고 밝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에서 6일(현지 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다쳤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지진이 새벽 시간에 일어난 데다 많은 사람이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사상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폭설과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오전 4시 17분 남동부 가지안테프 일대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수십 차례의 여진이 뒤따랐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현지 시간 오후 1시 기준)까지 9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5385명이 부상을 입었고 사상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도 했다. 2011년부터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최소 783명의 사망자와 2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국영 사나통신 등이 전했다. 인근 레바논과 사이프러스 등은 물론이고 1000km 이상 떨어진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약 3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39년 지진 이후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84년 만의 최대 규모 지진이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갇혔다. 현재 상황은 재앙이다.”‘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병대 관계자가 6일 영국 가디언에 전한 지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다. 이날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오전 4시대에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대피 기회를 놓쳤고, 시리아에서는 2011년부터 계속된 내전의 여파로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폭우, 폭설,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상자들이 각 병원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현지 의료체계 또한 붕괴 직전이라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후 건물 잔해에 깔린 가족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주민, 완전히 파괴된 도심의 영상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32개 규모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 등에 따르며 이날 오전 4시 17분 약 210만 명이 거주하는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km 떨어진 곳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수십 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중부에서도 규모 7.7의 여진이 발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규모 7.8 지진의 위력은 TNT 500메가톤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규모다. 84년 전인 1939년에도 튀르키예 북부 에르진잔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3만 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1000명~1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확률을 31%로 추산했다.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 또한 34%로 내다봤다. 진원 깊이(17.9㎞)가 얕고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대도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 가지안테프는 제조업, 농업, 가죽공예 등이 발달한 곳이라 튀르키예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구조도 원활하지 않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에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악천후로 대부분 운행이 취소됐다. 특히 가지안테프에는 폭설이 내린 후 기온이 크게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 시리아 당국, 현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도 최소 467명이 숨지고 67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가디언은 반군이 대부분 장악했지만 정부군과의 교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이들리브가 주요 피해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레포, 하마 등 반군이 장악한 도시는 원래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데다 주민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와중에 지진으로 주요 도로가 끊기고 수도, 전기, 생필품 등의 수급도 어려워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헬멧 측은 “안전한 대피소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군은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공습을 보류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댐의 균열, 홍수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와 비교적 가까운 유럽 주요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남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철회했다. 다만 해안가 주민들에게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당국의 추가 공지를 기다라고 밝혔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중재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두 국가 해법’ 지지 표명에도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중동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이어 팔레스타인 자치령 수도 라말라를 찾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주장한 이스라엘에 대해 “정착촌 확장, 불법 정착촌 합법화, 팔레스타인 가옥 철거 및 주민 추방, 성지의 역사적 지위 훼손은 ‘두 국가 해법’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델로 미국이 지지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최근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책으로 일관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극우 연정 인사들에게 자제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면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두 국가 해법으로부터 멀어지는 어떤 조치도 이스라엘의 장기적 안보와 민주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해칠 것”이라며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조처를 취해아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인에 의한 두 차례 총격 사건 이후 정착촌 확대, 이스라엘인 총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유대인 정착촌 확대가 지역 평화를 해친다는 미국 우려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팔레스타인 및 아랍 국가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시 아브라함 협정을 포함해 네 가지 역사적인 평화 협정을 일궈냈다”며 “이는 지난 70년간 전임 총리들이 체결한 평화협정의 2배”라고 강조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지난해 말 극우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재집권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동예루살렘에서 27, 28일 양일간 팔레스타인인에 의한 총격 사건으로 최소 7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네타냐후 내각 또한 28일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고 이스라엘인의 총기 최득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양측 충돌이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 동예루살렘 ‘네베 야코브’의 유대교 회랑에서 무장 괴한이 안식일 예배 후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을 나오는 신자들을 향해 권총을 난사해 7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2명은 위중한 상태여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21세 팔레스타인 청년 카이레 알캄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도주 과정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당국은 알캄의 가족을 비롯해 관련자 42명을 체포했다. 28일에도 동예루살렘의 13세 팔레스타인 소년이 총기를 쏴 2명이 다쳤다. 이 중 40대 남성은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의 총격은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행한 공격에 대해 복수하는 성격이 크다. 앞서 26일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제닌 난민촌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10명이 숨졌다. 알캄 또한 최근 이스라엘군의 총에 숨진 17세 팔레스타인 소년의 친척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27일 “오늘의 공격은 제닌 수색 작전 등에 대한 자연스러운 보복”이라며 알캄의 배후를 자처하는 듯한 성명을 내놨다. 양측이 모두 보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정착촌 확대 정책이 더 큰 불씨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의 승리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강제 점령한 이스라엘은 이곳에 이스라엘인을 대거 이주시켜 현지 팔레스타인인과의 충돌을 조장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점령지 내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30, 31일 양일간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라말라를 방문하기로 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양측 화해를 주선할지 관심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 왔던 터라 이 사안이 그의 주요 방문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출신인 리처드 샤프 영국 BBC 회장(사진)이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에게 거액의 대출을 알선해준 뒤 이에 대한 대가로 공영방송인 BBC의 회장직에 올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윌리엄 쇼크로스 영국 공공인사위원장은 루시 파월 노동당 하원 의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샤프 회장이 정부의 공직자 인사 규정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존슨 전 총리 재임 중인 2020년 12월 샤프 회장이 최대 80만 파운드(약 12억2000만 원) 규모의 대출 보증을 도왔고, 그로부터 몇 주 후인 2021년 1월 BBC 회장에 선임됐다며 대가성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샤프 회장은 BBC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나는 (존슨 전 총리에 대한) 대출이나 보증 마련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자금 마련도 주선하지 않았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존슨 전 총리 역시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다. 샤프 회장은 20년 넘게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리시 수낵 현 영국 총리가 골드만삭스에 근무할 당시 그의 상사이기도 했다. 존슨 전 총리가 런던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경제 고문을 맡았으며, 수낵 총리가 재무장관으로 재임할 당시 기업 대출에 관한 무보수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영국 언론들은 공직자 윤리를 둘러싼 의혹이 수낵 총리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낵 총리는 BBC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 “샤프 회장은 투명하고 엄격한 절차를 거쳤다”며 그를 옹호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