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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선 12일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예·적금 금리 올리며 ‘예금 금리 5% 시대’를 예고했다. 내년 상반기(1~6월)까지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대출은 최대한 줄이고 예·적금 등 안전자산을 적극 활용한 재테크 전략을 세우라고 주문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13일부터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연 최고 3.8%에서 4.8%로 1%포인트 인상한다. 다른 예·적금 상품 금리도 일제히 0.3~0.5%포인트 올린다. NH농협은행도 14일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를 0.5%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를 0.5~0.7%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농협은행의 예·적금 상품 최고 금리가 연 4.2~4.3%인 점을 감안하면 연 5%에 육박하는 예·적금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다. KB국민, 신한, 하나은행도 연 최고 4.1~4.5%인 예금 금리를 조만간 인상할 계획이다. 최근 단위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연 7%대 이자를 주는 고금리 특판 예·적금 상품이 출시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의 빅스텝 이후 이 같은 특판 상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아진 위험자산보다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최대한 활용해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3개월, 6개월 단위로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에 가입해 추가 금리 인상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소규모 여윳돈이라도 최근 금리가 높아진 ‘파킹통장’에 넣어두고 투자할 곳을 찾는 게 좋다”며 “보유 현금이 많다면 저축성보험도 좋은 대안”이라고 했다. 보유 자산을 팔아서라도 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봉제 하나은행 CLUB1 PB센터 팀장은 “중도 상환 수수료를 계산해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활용하되 기본적으로는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매각해 대출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환경이 불안하다고 자산을 모두 예·적금으로만 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송재원 신한 PWM서초센터 PB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유 자금으로 지금부터 주식 분할 매수에 나선다면 내년 이후 증시가 반등할 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주요 은행장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규모 횡령 사고와 이상 외환송금 등과 관련해 사죄의 뜻을 밝히며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감독원도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감에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주요 은행장이 일제히 국감에 나온 건 5년 만이다. 이날 잇단 금융사고와 은행권 ‘이자 장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서민은 쥐꼬리만 한 이자 받으려고 예·적금 들고 있는데 은행들은 성과급 잔치로 부족해 횡령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원덕 행장은 “내부통제를 강화했지만 (697억 원 횡령)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소비자와 고객 이익,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진 행장은 “직원 윤리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내부교육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배구조법 개정 등 내부통제와 관련해 고민하고 있다. 준법 감시 비용, 전문 인력 등을 외국 사례를 토대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은 이자수익보다 비이자수익 비율이 높은 데 반해 한국 시중은행은 이자수익 비율이 월등히 높다”며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비판했다. 이 원장은 “비판적으로 볼 부분이 있어 금리 인하 요구권, 예대마진 공시 등을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또 “최근처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장 참여자의 불안이 극대화된 상태에서는 어떠한 시장 안정 조치도 취할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를 포함한 시장 안정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위법·부당사례가 드러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22조7000억 원에 달하는 태양광 대출 및 펀드에 대한 점검을 확대하기로 했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태양광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체 점검을 통해 부실 현황을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앞선 실태 조사에서 일부 대출의 부실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신한, KB국민, NH농협, 하나, 우리은행 등은 태양광 대출 후 공사 진행률이나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세부 지표를 점검해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또 저축은행 등 중소 서민금융사들의 태양광 대출 현황도 정밀하게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양광 대출의 연체율은 현재 양호한 수준이지만 장기 대출인 만큼 건전성 분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세부 지표를 받아본 뒤 필요하다면 현장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태양광 펀드와 관련해서도 자산운용사들로부터 태양광 대출자 및 사업장 현황에 대한 자료를 받기로 했다. 자산운용사 31곳이 조성한 태양광 관련 사모펀드가 111개로, 각 펀드 아래 연관된 차주와 사업장이 많은 만큼 신속하게 자료를 받아 충분한 분석 시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진행한 금감원 실태 조사 결과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뤄진 태양광 대출(16조3000억 원)과 펀드 설정액(6조4000억 원)은 총 22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7조 원을 비롯해 중소서민금융과 보험에서 각각 7조4000억 원, 1조9000억 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8월 말 현재 남아있는 태양광 대출 및 펀드 잔액은 17조6000억 원이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근 증시 급락세가 계속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가운데 다음 달 90일 이상 장기 공매도 투자자에 대해 대차 정보 보고가 의무화된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빌린 뒤 공매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행태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일부 개정 규정안 변경을 예고했다. 공매도 목적으로 주식을 빌린 지 90일이 지나면 금융감독원장에게 대차 종목 및 수량, 목적 등 상세 대차정보를 보고하도록 했다. 다음 달 7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에 들어간다. 이는 대통령의 ‘불법 공매도 엄정 대응’ 지시에 따라 7월 말 관계 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및 제도 보완 방안의 후속 조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싼값에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컸다. 금융위는 또 공매도 이후 잔액을 보고할 때 상세 대차정보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당일 공매도 물량이 실제 빌린 주식보다 많은지 파악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금융당국의 기획조사 등에 활용된다. 개인 공매도 담보 비율도 140%에서 120%로 축소된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앞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등록한 손바닥 정맥 정보(바이오 정보)로도 국내 공항에서 간편하게 탑승 수속을 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은 한국공항공사 및 9개 금융사와 함께 ‘금융권 바이오인증 공항 연계 탑승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참여 금융사는 KB국민, NH농협, 신한, 우리, 하나, 대구은행을 비롯해 단위 농·축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9곳이다. 해당 금융사 고객들은 영업점 등에서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고 공항 연계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국 14개 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의 바이오인증 탑승 게이트에서 신분증 확인 없이도 탑승 수속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탑승 수속을 위한 생체정보 등록이 공항에서만 가능했던 것을 개선한 것이다. 금융권에선 이미 손바닥 정맥 등을 이용한 바이오인증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현재 손바닥 정맥, 지문 등 금융권 바이오 정보를 등록한 고객은 약 600만 명에 이른다. 손바닥 정맥을 등록하면 카드, 통장 없이도 창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출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바이오인증 탑승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거나 공항 직원을 별도로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며 “기존보다 탑승 수속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근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채권 투자로 눈 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난 가운데 삼성증권의 해외 채권 모바일 매매 서비스가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증권은 해외 채권 모바일 매매 서비스가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액 6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삼성증권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엠팝(mPOP)’에서 해외 채권을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달 1일 출시됐다. 현재 삼성증권 모바일 채널을 통해 매수할 수 있는 해외 채권은 미국 국채, 선순위 외화표시채권(Korea Paper·KP물)이다. 삼성증권은 향후 매매 가능한 해외 채권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채권을 거래할 때 매매 차익과 환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이에 발맞춰 해외 채권 모바일 매매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기존 1만 달러(약 1400만 원)이던 미국 국채의 최소 투자금액도 100달러(약 14만 원)로 인하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에 힘입어 모바일 매매 서비스 출시 이후 이달 8일까지 일주일간 해외 채권을 매수한 고객의 88%가 모바일 앱으로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액도 100달러부터 100만 달러(약 14억 원)까지 다양했다. 해외 채권을 모바일로 매수한 투자자 가운데 43%가 40대 이하의 비교적 젊은 투자자들이었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채권 시장은 증권사가 채권을 공급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증권사의 상품 소싱 능력이 중요하다”며 “오랜 기간 다져온 삼성증권의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황에 적합한 투자 대안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기업 경영의 메가 트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금융권의 관심도 뜨겁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사가 ESG 펀드를 공시한 대로 운영하는지 점검하겠다고 나서면서 ‘무늬만 ESG’가 아닌 진정성 있는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ESG 경영에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대카드는 상품과 서비스, 기업 문화에까지 ESG 가치를 새기며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그린본드 발행에 이어 친환경차 특화 카드까지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자금 사용 목적을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고효율 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로 한정한 특수 목적 채권을 뜻한다. 현대카드는 2019년 8월 2400억 원 규모의 원화 그린본드를 시작으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45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지난해 8월엔 5000억 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도 발행해 ESG 채권 누적 발행 실적이 1조6400억 원에 이른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현대카드는 그린본드 발행사가 금리와 세제 혜택만 받고 당초 계획한 투자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그린 워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투명한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에 그린본드 관리 체계를 비롯해 검증 보고서와 사후 보고서를 모두 공시하는 식이다. 그린본드와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를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됐다. 최근 4년간 현대카드의 ESG 채권 조달 금액으로 판매된 친환경 차량은 7만8089대에 이른다. 이를 통해 감축한 이산화탄소 양은 6만6171t으로 추산된다. 현대카드는 친환경차 확산에 발맞춰 다양한 특화 신용카드도 선보이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4월 내놓은 ‘Hyundai EV카드’는 현대차의 전기차, 수소차를 구매할 때 결제금액의 1.5%를 현대차 멤버십 프로그램인 ‘블루멤버스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충전할 때 월 최대 2만 블루멤버스 포인트도 적립할 수 있다. 이 카드는 올해 상반기(1∼6월) 이미 지난해 연간 발급량에 육박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ESG 경영의 출발점은 임직원 현대카드는 기업 문화에도 ESG 가치를 녹여내는 동시에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구성원 스스로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이 ESG 경영의 출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우선 모든 회의실을 출력물이 필요 없는 ‘디지털 미팅룸’으로 바꾸고, 간단한 보고는 이메일이나 구두로 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매주 수요일은 출력물 없이 근무하는 날로 지정하는 등 ‘제로(ZERO) A4’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016년 1월 하루 평균 16만 장에 달했던 종이 출력량이 5년 만에 4분의 1 수준인 4만4500여 장으로 줄었다. 2019년에는 사내 모든 공간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는 ‘종이컵 제로’ 캠페인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캠페인을 통해 수거한 일회용품을 ‘업사이클링’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4월 자사가 디자인한 생수 ‘아워워터(Our Water)’ 공병 등 사용한 페트병을 모으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여의도 본사에 50여 개 페트병 수거함을 비치했다. 캠페인을 통해 3만 병, 약 1t 규모의 페트병이 모였다. 이를 이용해 올해 2월 친환경 패션 브랜드인 ‘플리츠마마(PLEATS MAMA)’와 함께 리사이클링 숄더백을 선보였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산업재해 보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산업재해 피해 보상을 보장하는 ‘산업재해보장보험(무배당)’을 최근 내놓았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늘어난 기업의 배상 책임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체보험으로 주보험에서 가입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망을 보장한다. 가입액이 2000만 원일 경우 재해로 인한 응급실 내원 시 1회당 응급환자는 최대 5만 원, 비응급환자는 최대 3만 원의 진료비를 각각 지급한다. 산업재해로 장해 피해를 입으면 1∼14급까지 장해등급에 따라 가입액의 10∼100%까지 보험금이 지급된다. 2017년 이후 산업재해에 따른 요양재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특히 91일 이상 요양자 비중이 58%를 넘어서는 점을 고려해 ‘산업재해요양특약’을 새로 개발했다. 특약 가입액이 2000만 원이면 산업재해로 4일 이상 요양하는 경우 최초 3일을 제외한 요양일수 1일당 2만 원(180일 한도)을 보장한다. 산업재해보장보험은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만기까지 보험료 상승 없이 정액 보험금을 보장한다. 또 가입 근로자가 만기 시점까지 생존하면 사업주에게 납입보험료의 50%를 환급해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 상품의 가입 연령은 만 15세부터 최대 75세까지다. 보험기간은 5, 7, 10, 15년 중 선택할 수 있고, 5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회사가 가입할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산업재해보장보험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산업재해에 따른 사업주의 리스크를 줄이고 근로자의 소득 보전을 위해 개발된 상품”이라며 “향후에도 기업운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금융 지원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 53만여 명은 원리금 연체나 세금 체납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최대 3년간 대출 만기 연장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도 6조 원 규모로 공급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를 재연장한다고 27일 밝혔다. 2020년 4월 시행 이후 5번째 연장이다. 대출 만기는 3년간 연장되고, 원금 및 이자 상환은 1년간 유예된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高)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이지만 금융권의 잠재 부실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기 연장은 3년, 상환 유예는 1년 더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는 2020년 4월 시행 이후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 운영돼 왔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362조4000억 원의 대출이 지원을 받았으며 6월 말 현재 57만 명이 보유한 141조4000억 원의 대출이 재연장의 혜택을 보게 됐다. 이번 연장 조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충분한 여유를 갖고 정상 영업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부실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을 병행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연착륙 방안은 종전 4차 재연장과 다르다”며 “부실의 단순 이연이 아니라 근본적인 상환 능력의 회복을 지원한다”고 했다. 기존 4차례 연장에서 모든 대출자가 일괄적으로 만기 연장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대출자와 금융사 간의 ‘자율협약’을 통해 연장 조치가 결정된다.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 6개월, 1년 단위로 최대 3년간 만기 연장을 해주는 것이다. 다만 원리금을 연체하거나 자본 잠식, 폐업, 세금 체납 등 부실이 발생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는 내년 9월까지 최대 1년간 연장된다. 상환 유예를 받는 대출자는 내년 3월까지 금융사와 협의해 유예 기간 종료 후 원리금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채무조정 병행해 연착륙 지원”대출 상환이 어렵거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소상공인은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대신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대출해준 금융사와의 상담을 거쳐 다음 달 4일 출범하는 30조 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이나 ‘개인사업자119’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상환 기간을 연장하거나 원리금 감면 등을 받을 수 있다. 새출발기금 적용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은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채무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모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6조 원 규모의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도 선보인다. 대출 고정금리를 변동금리와 같은 수준으로 최대 1.0%포인트 낮춰서 최대 5년간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출은 30일부터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연장 조치로 그동안 누적된 잠재 부실 리스크를 결국 금융사들이 떠안게 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워도 새출발기금 대신 만기 연장을 택하는 사업자들이 있을 텐데 이들을 비롯한 잠재 부실을 정확히 가려내고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올 들어 6개월 새 60%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코인 시장이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약세장)에 빠져든 탓이다. 하지만 국내 코인 투자자는 반년 새 오히려 132만 명이 늘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당부된다. 26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 35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3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55조2000억 원)에 비해 58% 급감한 규모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이 16.7%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코인 시장의 위축이 훨씬 컸다. 올 상반기(1∼6월) 가상자산의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은 5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1조3000억 원)에 비해 53% 감소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인 8200만 원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11월에는 일평균 거래금액이 13조1300억 원에 달했지만 이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일평균 하루 거래액은 4조230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시장이 위축되면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하반기 1조6400억 원에서 상반기 6031억 원으로 62%(1조 원) 급감했다. 금융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금리 인상 등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된 데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코인 시장의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주식보다 더 위험한 자산으로 꼽히는 가상자산에서 자금 유출이 더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쪼그라들었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는 오히려 더 늘었다. 6월 말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6곳을 이용한 투자자는 690만 명(중복 포함)으로 지난해 말(558만 명)보다 24%(132만 명) 증가했다. 코인 거래소들이 금융당국 신고를 통해 제도권 규제 영역으로 일부 들어오면서 코인 하락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유입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73%(505만 명)의 투자자는 100만 원 이하의 가상자산을 보유했다. 작년 말(313만 명)에 비해 200만 명가량 늘었다. 반면 1000만 원 이상의 코인을 보유한 투자자는 6.5%(47만3000명)로 작년 말(82만 명)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개인투자자를 성별과 연령별로 분석하면 30대 남성(148만 명), 40대 남성(123만 명), 20대 이하 남성(121만 명), 30대 여성(63만 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 이용자가 68%로 압도적이었다. 또 6월 말 현재 국내 거래소들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은 638개(중복 제외)였다. 이 중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김치코인’이 61%(391개)였다. 금융위는 “여전히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김치코인이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한화그룹이 2조 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KDB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해온 대우조선은 21년 만에 ‘주인 없는 회사’ 꼬리표를 떼게 됐다.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했다가 불발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으면 국내 조선업계의 ‘빅3’ 체제는 더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6일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이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앞으로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며 “국내 대기업 그룹들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결과 한화그룹이 의향을 표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인수는 이번 MOU 체결 이후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주는 경쟁입찰을 거쳐 확정된다.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을 찾겠다는 것이지만 한화보다 나은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산은은 연내 최종 인수자를 선정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합병 불허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된 바 있지만 한화그룹은 동일 업종이 아니어서 이 같은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산은은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철회했던 한화그룹은 14년 만의 재도전을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업체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한화, 2조에 대우조선 인수… 산은, 헐값 논란속 “빠른 매각이 살길” 21년만에 주인 찾은 대우조선… 빨리 팔려는 산은-방산 강화 한화대우조선 매매 셈법 맞아떨어져… 산은 등 2015년후 7조1000억 투입회수자금 턱없이 적어 논란일 듯… “눈덩이 손실 최소화 방안” 강조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정권 초반에 신속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방위산업을 강화하려는 한화 측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21년이란 기나긴 매각 작업 끝에 대우조선이 새 주인을 찾게 되면서 민간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에 큰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인수 가격 2조 원은 앞서 2008년 한화그룹이 써냈던 6조3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인 데다 그동안 투입됐던 공적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대기업 접촉해 한화 의지 확인”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의 통매각, 분리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수자를 물색해 왔다”며 “국내에서 제조업을 하는 모든 대기업 그룹을 접촉한 결과 한화그룹의 인수 의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체결한 투자합의서(MOU)에 따라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 한화 측은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에는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 원을 투입하고 한화시스템 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1000억 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돼 최대주주인 산은은 지분이 55.7%에서 28.2%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다만 최종 인수 전까지 남은 절차가 있다. 양측은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에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선정하는, 이른바 ‘스토킹호스’ 인수합병(M&A) 방식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27일 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7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받은 뒤 최대 6주간의 실사 작업과 경쟁 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정한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방산 부문에는 국가 혁신 기술이 많이 포함돼 해외가 주체가 된 인수자에겐 입찰 자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화그룹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투자자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헐값 논란’ 있지만 매각 가능성 높아유상증자로 수혈된 2조 원은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투자 등에 쓰인다. 또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화 인수 이후에도 다른 채권단의 협조를 구해 대출 등 기존 금융지원 방안을 5년간 연장할 계획이다. 수은은 영구채 조건을 변경해 대우조선의 이자 부담도 낮춰주기로 했다. 하지만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공적자금 7조1000억 원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회수 자금이 턱없이 적은 ‘헐값 매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날 강 회장은 “2015년 부실화 이후 7년 가까이 대우조선이 산은의 품에 있으면서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했고 지난해 1조7000억 원, 올해 상반기 6000억 원의 손실을 냈다”며 “이번 방안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현재 2만 원대인 주가가 상승해 투입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우조선은 2008년과 2019년에도 각각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에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모두 무산된 전력이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인수는 올 1월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합병을 불허하면서 불발됐다. 강 회장은 “기업결합 심사가 10여 개국에서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례는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결합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3강 구도’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대우조선이 21년 만에 주인을 찾게 된 것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선업 불황이 닥쳤을 때는 빅3의 출혈 경쟁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초호황 국면에서는 3강 체제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우조선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도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 때문에 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을 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저지르면 최대 10년간 금융투자 거래가 막히고 상장사 임원도 되지 못한다. 아울러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에 최대 2배의 과징금도 부과된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금융당국이 강력한 행정제재를 도입해 ‘자본시장 범죄와의 전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최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가 빈번해졌지만 형사 처벌 외에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보니 재범 비율이 높고 투자자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았다. 증권 범죄 대응 강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 주가 조작하면 최대 10년간 금융 거래 차단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금융 거래와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사기관이나 사법부의 판단에 앞서 금융당국의 독자적 판단으로 위법 행위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자본시장 참여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만으로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를 한 사람의 금융상품 신규 거래와 계좌 개설을 최대 10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상장·비상장 주식을 비롯해 주식 관련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 상품의 거래가 제한되며 지인 명의 계좌를 활용한 차명 거래나 주식 대여·차입 등도 모두 막힌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최대 10년 동안 상장사와 금융회사의 임원에 선임되는 것도 제한된다. 등기이사, 감사를 비롯해 사장, 상무, 이사 등의 이름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사실상 임원이 모두 포함된다.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이라면 임원 직위를 박탈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반하면 해당 대상자와 금융사, 상장사에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또 고액·상습 체납자를 공개하는 것처럼 금융 거래 및 임원 선임 제한 대상자의 인적 사항, 위반 내용, 제한 기간 등을 홈페이지에 공표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 부당이득에 최대 2배 과징금도 당국이 형사 처벌과 별도로 이 같은 행정제재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적발돼 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평균 2∼3년씩 오래 걸리는 데다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재범률이 높기 때문이다. 2020년 불공정거래로 재판에 넘겨진 64명 중 26명(40.6%)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면했다. 또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를 한 307명 가운데 21.5%는 과거 전력이 있는 재범자였다. 이미 미국, 영국, 홍콩,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당국의 행정제재를 통해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자본시장 참여를 제한하고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당국은 행정제재 도입과 더불어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에 대해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물리고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법제화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대해선 과징금을 물릴 수 없고 부당이득 산정 기준도 미비해 불법 이익을 제대로 몰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당국의 제재 수단을 다양화해 불공정거래를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번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약세장)의 끝은 이제까지와 다른 국면이 될 것입니다. 더 개선된 블록체인 환경과 콘텐츠 등으로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2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막을 올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2’의 개막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UDC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가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멜 매캔 카르다노재단 개발총괄, 저스틴 쑨 트론 설립자 등 국내외 블록체인 업계의 유명인사 50여 명이 연사로 나섰고, 블록체인 관련 기업 30여 곳이 부스를 마련했다. 이날 하루 국내외 개발자와 일반인 2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올해 UDC는 ‘상상하라, 블록체인이 일상이 되는 세상’을 주제로 진행됐다. 송 회장은 “블록체인이 가진 상호 운용성과 가능성은 거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만들어내는 콘텐츠 시장과 크리에이터 경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SNS, 메신저보다 월렛(가상자산 지갑)이 더 익숙하고, 토큰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관리하는 ‘블록체인 세대’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매캔 개발총괄은 “서면이 아닌 블록체인에 구현하는 스마트계약으로 생각보다 많은 일상이 바뀔 수 있다”며 ‘미국 조지아주의 와인 위·변조 방지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블록체인에 해당 와이너리의 생산 및 유통 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QR코드로 라벨에 새겨 손쉽게 위·변조를 막게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연사들은 한국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맷 소그 솔라나재단의 개발총괄은 “한국 소비자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성장성이 크다”며 “한국 업무를 확장하기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역점 사업으로 대체불가토큰(NFT)을 꼽았다. 그는 “하이브와 함께 미국에 설립한 합작법인 레벨스가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있다”며 “방탄소년단(BTS), 아리아나 그란데 등을 보유한 하이브와 NFT 상품을 만든다면 국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NFT 갤러리, 기업 전시장 등이 별도로 마련돼 관람객들이 블록체인 최신 트렌드를 직접 체험했다. 23일 UDC에서는 NFT, 메타버스, 게임 등을 주제로 강연과 패널토론이 열린다.부산=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태양광 사업에서 위법·부당 사례가 대거 적발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관련 대출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은행권이 2017년 이후 태양광 발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5조6000억 원을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나 비리 등이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별로 취급한 태양광 대출의 종류와 규모, 건전성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회계 부실 등이 있었다는 국무조정실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 금감원은 이 같은 작업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현황 점검을 거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현장 검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에서 태양광과 관련된 여신이나 자금 운용이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형태”라며 “필요하다면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여당이 지난 정부의 태양광 비리 의혹에 총공세를 펴고 있는 만큼 부실 징후가 포착되면 은행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앞서 20일 국회에서 태양광 대출 부실 우려와 관련해 “금감원과 긴밀히 협조해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14개 은행이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으로 내준 태양광 대출은 5조60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5조3931억 원이 문 정부 때 이뤄진 대출이다. 태양광 대출을 가장 많이 해준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1조7393억 원을 대출해줬다. 이어 전북은행(1조4830억 원), 신한은행(6924억 원) 순이었다. 이 중 담보물 가치를 초과해 대출해 준 규모도 1조4953억 원이나 됐다. 해당 대출은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은행이 담보를 처분해도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부실 위험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태양광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 회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태양광 사업에서 위법·부당 사례가 대거 적발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관련 대출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은행권이 2007년 이후 태양광 발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5조6000억 원을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나 비리 등이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별로 취급한 태양광 대출의 종류와 규모, 건전성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회계 부실 등이 있었다는 국무조정실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 금감원은 이 같은 작업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현황 점검을 거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현장 검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에서 태양광과 관련된 여신이나 자금 운용이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형태”라며 “필요하다면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여당이 지난 정부의 태양광 비리 의혹에 총공세를 펴고 있는 만큼 부실 징후가 포착되면 은행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앞서 20일 국회에서 태양광 대출 부실 우려와 관련해 “금감원과 긴밀히 협조해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14개 은행이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으로 내준 태양광 대출은 5조60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5조3931억 원이 문 정부 때 이뤄진 대출이다. 태양광 대출을 가장 많이 해준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1조7393억 원을 대출해줬다. 이어 전북은행(1조4830억 원), 신한은행(6924억 원) 순이었다. 이 중 담보물 가치를 초과해 대출해준 규모도 1조4953억 원이나 됐다. 해당 대출은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은행이 담보를 처분해도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부실 위험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태양광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 회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국내외 주식과 가상자산에 3억 원을 투자했던 30대 회사원 이모 씨는 올여름 투자금이 1억6000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억 원이 넘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 씨는 지난달 해외 선물·옵션 투자에 뛰어들었다. “주식 투자에 비해 평균 15배 높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한 유튜버의 성공담에 혹했다. 하지만 선물·옵션 상품 시세는 그의 예측과 반대로 움직였고, 이 씨는 하루 만에 투자금 4000만 원을 모두 잃었다. 최근 글로벌 증시와 코인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자 ‘한 방’을 노리고 초고위험 상품인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품과 달리 해외 파생상품 투자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어 이른바 ‘도박 개미’들은 연간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 ‘도박 개미’ 해외 파생상품 거래 5000조 원 육박20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개인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4677조4992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관투자가와 법인 거래액(1104조7534억 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특히 30, 40대가 상반기 개인 거래액의 61%를 차지했다. 개미들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액은 2018년 3625조 원대에서 지난해 7387조 원대로 3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주식, 코인 시장이 부진하자 개인 투기 수요가 해외 파생상품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나스닥100,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처럼 해외 주식, 원자재, 통화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선물·옵션 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증시의 막장’으로 꼽히는 해외 파생상품에 발을 들이는 것은 현물 투자와 달리 가격이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액의 증거금으로도 최대 30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해 초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 매년 1조 원 넘게 손실…안전장치 없어하지만 레버리지가 큰 만큼 투자 위험도 높아 실제 수익을 내는 개미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올 상반기에만 5186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개미들의 손실 규모는 2020년(1조2203억 원)과 지난해(1조1091억 원) 2년 연속 연간 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주식 투자로 5억 원 넘게 모았던 신모 씨(33)도 올 초 해외 선물·옵션 투자에 나섰다가 2억 원 가까운 손실을 내고 투자를 중단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파생상품은 가격 변동 폭이 크고 변수가 많아 개인투자자들이 시세를 예측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해외 파생상품은 투기성이 짙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없어 ‘개미들이 무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개인이 코스피200 선물·옵션 같은 국내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면 사전교육 1시간, 모의거래 3시간을 의무적으로 거치고 1000만 원 이상을 예탁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 파생상품은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 파생상품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6년 만의 총파업을 강행했지만 시중은행 참여율이 1% 미만에 그쳐 일선 영업점의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집회와 시가행진으로 서울 도심은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었다. 금융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약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연 뒤 대통령실 인근 용산 삼각지역까지 가두행진을 이어갔다. 3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하면서 광화문, 용산 일대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이날 노조는 임금 5.2% 인상,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개선, 국책은행 지방이전 추진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별로 총파업을 대하는 온도 차가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7개 은행의 파업 참여자는 9807명, 파업 참여율은 9.4%로 집계됐다. 이 중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참여율은 0.8%에 그쳤다. 반면 국책은행 참여율은 높았다.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KDB산업은행에서는 노조원의 76%인 1600여 명이 참여했다. IBK기업은행도 노조원의 48%인 5000여 명이 나섰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크리스 김’이라는 남성을 알게 됐다. 김 씨는 홍콩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가 잠시 귀국했으며 서울 고급빌라에 거주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상형에 가까운 김 씨의 외모와 재력에 A 씨는 호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한 달 가까이 달콤한 대화를 이어가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김 씨는 과거 한 채팅 사이트에 보관해둔 3000만 원이 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출금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걱정하는 A 씨에게 김 씨는 사례금 500만 원을 약속하며 출금을 부탁했다. A 씨는 100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해당 사이트에 가입한 뒤 출금 수수료 300만 원까지 냈다. 하지만 출금 버튼을 클릭하자 ‘오류’ 메시지만 떴다. 다음 날 해당 사이트는 접속이 되지 않았고 김 씨와의 연락도 끊겼다. 김 씨도, 사이트도 모두 가짜였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 ‘로맨스스캠(romance scam)’이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채팅·소개팅 앱을 이용해 비대면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같은 신종 사기가 활개를 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로맨스스캠 피해 금액은 20억7000만 원으로 2020년(3억7000만 원)에 비해 5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센터에 신고되지 않은 사건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채팅 앱을 통해 A 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 80여 명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을 대리하는 송앤최 법률사무소의 최지현 변호사는 “과거엔 외국인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로맨스스캠이 대다수였는데 최근 내국인이 내국인을 상대로 사기 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유사한 사이트를 통해 환전 사기 방식으로 이뤄지는 로맨스스캠이 많아 수사기관에 사건 병합을 요청했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2020년 3억7000만 달러 수준이던 로맨스스캠 피해 규모가 지난해 5억4700만 달러로 늘었다. 과거엔 혼자 살면서 말동무나 연인을 찾는 70대 이상 고령층 피해자가 많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개인 시간이 늘어난 20, 30대 청년층에서 피해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이 로맨스스캠의 주요 송금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피해액 가운데 가상자산을 이용한 피해 규모가 1억39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가상자산은 국가 간 이동이 쉬운 데다 추적하기가 어려워 신종 사기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달 “가상자산 버전의 로맨스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큰돈을 벌었다며 공동 투자를 권유하거나 트레이딩 방법을 교육해주겠다는 제안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회사원 이모 씨(35)도 7월 초 데이트 앱에서 ‘안나’라는 여성을 만나 친해졌다. 그녀는 가상자산 선물 투자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며 자랑했고 관심을 보이는 이 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이틀 만에 100%의 수익률을 올린 이 씨는 투자금을 2000만 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안나의 소개로 가입한 거래소는 가짜였고 이 씨는 고스란히 2000만 원을 날렸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채팅 앱에서 만나고 가상자산까지 활용되면 인적사항을 특정하기 어려워 수사가 힘든 경우가 많다”며 “SNS로 낯선 이성을 만날 때는 로맨스스캠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금리 상승기에 서민의 금융 부담을 경감하고 불합리한 금융 관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려운 때일수록 위험 관리와 민생 안정을 위한 금융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취임 이후 은행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며 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해온 이 원장이 다시 한 번 금융권의 불합리한 관행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시장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불공정거래와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금융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감원은 공매도조사팀을 신설하고 공매도 거래가 집중된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 자산운용사 경영진의 차명 투자 의혹이 잇달아 불거진 가운데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운용 관행에 대한 엄벌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일부 자산운용사는 ‘오늘만 산다’란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잘못된 운용 관행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가능한 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발생한 8조5000억 원대의 이상 외화 송금과 관련해서는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적정한 단계에서 검사 중간 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라며 “현재 단계에서 ‘은행에 분명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은행들이 ‘일선에서 한 것이니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려면 왜 없는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1000만 원어치를 사들인 회사원 김모 씨(39)는 현재 ―50%를 밑도는 수익률을 보고 있다. 올 들어 계속된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일정 금액을 매수해 장기 투자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이마저도 멈췄다. 김 씨는 “미국발 긴축 우려가 있을 때마다 시장이 발작하는 걸 보니 코인도 쉽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발 물가 쇼크에 세계 증시가 요동치면서 대표적 위험자산인 가상자산 시장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비트코인은 3000만 원 선이 다시 붕괴됐고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상자산 해킹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한 데다 해외 주요국들의 규제까지 강화돼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의 겨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최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14일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날보다 9.14% 급락한 2만34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6만8790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주 미국 증시 상승세에 따라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발표되자 다시 주저앉았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이날 9.5% 넘게 폭락해 2820만 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이달 12일 한 달여 만에 회복한 3000만 원대를 다시 내준 것이다. 다른 코인들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에 이어 글로벌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6.4% 하락한 1613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1월 고점(4812달러) 대비 66% 폭락한 수준이다. 리플, 카르다도, 솔라나 등도 5∼10%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2조9700억 달러를 웃돌았던 글로벌 가상자산 시총도 9885억 달러까지 떨어지며 1조 달러 선이 무너졌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보다 더 위험한 자산으로 꼽히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연착륙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급락은 가상자산이 여전히 고위험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 길어지는 크립토 윈터세계 코인 시장을 뒤흔든 ‘루나·테라’ 폭락 사태 이후 연이어 발생한 사고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의 파생상품마저 청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코인 대출 서비스를 하는 미국의 셀시우스가 투자자 예치금을 돌려주지 못한 채 7월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달 초에는 알트코인인 솔라나 기반의 가상자산 지갑이 수십억 원대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각국의 가상자산 규제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게리 갠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8일(현지 시간)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으로 분류된다”며 가상자산과 코인 거래소를 연방증권법에 따라 규제할 계획임을 밝혔다. 라비 메논 싱가포르 통화청장도 지난달 “소액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실물 가치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반등 시점을 점치기 어려운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