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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음악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7)의 사인이 죽은 지 약 200년 만에 머리카락 ‘게놈(유전체)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그동안 납중독 등 여러 가설이 제기돼왔지만, B형간염 감염과 유전적 간 질환,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간경화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영국 케임브리지대 고고학과의 트리스탄 베그 연구원과 독일 본 대학 병원 등 공동 연구자들은 세계적 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22일(현지 시간)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베토벤의 것으로 알려진 8개의 머리카락 타래를 분석해 이 중 5개는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맞다고 확신했다. 이후 모발을 분석한 결과 베토벤이 사망 최소 몇 달 전에 B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간 질환의 유전적 소인까지 발견됐다. 여기에 널리 알려져 있던 베토벤의 지속적인 음주 이력까지 더해 연구팀은 베토벤이 간경화로 숨진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베그 연구원은 “각 요인의 관여 정도는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베토벤의 절친은 베토벤이 사망 전 1년간 매일 1리터의 와인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알코올 의존과 간질환이 베토벤의 가족력이라고 기록한 문서도 있다.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베토벤은 생전에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주치의에게 사후 자신의 질병을 밝혀내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여러 전문가들이 부검은 물론이고 편지, 일기, 진찰기록 등 베토벤과 관련된 각종 문헌 자료를 분석해 사인 규명을 시도해왔다. 앞서 머리카락 타래의 독성학적 분석을 통해 ‘납중독’ 사망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납중독설의 근거가 된 머리카락 타래는 베토벤이 아닌 유대인 여성의 것이었음이 확인됐다.베토벤의 청각장애 원인도 규명의 주요 대상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공동 연구자인 본 대학 병원 인간 유전학연구소의 악셀 슈미트 박사는 “게놈 해석에 필수적인 참조 데이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만큼 추후 청력 손실의 단서가 새롭게 발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밖에도 반 베토벤이라는 성을 공유하고 후손이라고 주장해왔던 벨기에의 한 가족은 게놈 분석 결과 베토벤과 유전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들 가족 5명이 베토벤의 직계 부계 조상의 혼외자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연구팀으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가족들이 정체성의 일부를 잃게 돼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베그 연구원은 “베토벤의 게놈을 연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하고 그의 진짜 머리카락을 추가함으로써 언젠간 그의 건강과 계보에 대한 남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사진)의 상영이 돌연 취소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2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과 영국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이 배후에서 상영 취소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홍콩은 2021년 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통통한 캐릭터 ‘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체형과 닮았다는 점을 전격 상영 금지의 원인으로 거론한다. 종종 시 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중국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중국 당국은 푸를 온라인 내 ‘불법 콘텐츠’로 지정해 검열했다. 배급사 ‘VII 필러 엔터테인먼트’ 측은 “취소 이유를 알지 못한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상영을 취소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리스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 역시 “당초 상영에 동의했던 모든 극장이 하룻밤 새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중국 당국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콩 당국은 중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당국은 상영을 허가했지만 민간 극장들이 기술적 문제 등으로 상영을 자체적으로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나온 지 10년이 흘렀지만 아직 단 한 명의 북한 인사도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활동가로 활동 중인 탈북자 출신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55)가 16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COI 보고서에 드러난 북한의 실태는 21세기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직접 처벌을 촉구했다. 탈북 과정에서 매매혼, 강제 북송 등을 겪은 박 대표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수차례 증언한 인물이다. 2013년 3월 북한 인권에 대한 유엔 차원의 조사를 목적으로 출범한 COI가 21일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보고서는 COI 출범 이듬해 발간됐으며, “북한의 인권 침해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총체적인 범죄”라고 규정했다. 박 대표는 김 위원장과 북한 노동당이 강제 노역 및 해외 파견 등 북한의 ‘현대판 노예제’를 직접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할 때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책임을 묻고 압박을 가하듯, 북한 인권을 해결하려면 노동당과 김 위원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탈북자로 북한 인권단체 ‘노체인’을 이끌고 있는 정광일 대표 또한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COI 설립 10주년: 북한 인권운동의 중점 과제와 미래’ 세미나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 처벌을 요구했다. 특히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실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러시아는 ICC 설치 근거 조약인 ‘로마규정’ 가입국이 아닌데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며 “동족을 죽이고 고문한 김 위원장 역시 COI 보고서를 근거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NRK) 사무총장은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탈북 선원 강제 북송을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를 국내 정치용 의제로 접근하지 말고 ‘인권’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라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높은 지지율로 앞서 나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은 20일 미 ABC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 분쟁이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및 동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유력 후보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시각과 상반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쟁광’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 분쟁’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주류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공화당 내부가 찬반양론으로 갈려 내홍 조짐까지 벌어지는 와중에 펜스 전 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당의 전통적 가치를 앞세우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펜스 전 부통령은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21일 검찰에 체포될 것이다. 시위하라”고 지지자를 선동한 것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일단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우려(스럽다)”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재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6 사태 당시 펜스 전 부통령은 상원의장으로서 의회의 대선 선거인단 최종 표결을 거부하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튀르키예와 이집트가 10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이어 양국 관계도 정상화하며 이슬람세계 정세가 다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 시간) 튀르키예와 이집트 외교장관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담하고 2013년 양국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지 10년 만에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빨리 이집트와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하고 다시는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5월 14일 대선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회동할 것”이라고 했다.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도 “관계 재개 및 대사 임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는 2013년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뒤 급속히 악화됐다. 무르시 정부와 협력을 강화했던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이집트 대통령은 여전히 무르시”라며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시시가 이끌던 군부를 비난했다. 이집트 정부는 “내정에 간섭하는 도발적 발언”이라고 반발하면서 양국 외교 관계는 부대사급으로 격하돼 사실상 단절됐다. 이후 리비아 내전 개입과 동지중해 천연가스 이권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FIFA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 도하에서 양국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는 등 해빙 모드 조짐이 보였다. 슈크리 장관은 이날 “양국 정상이 도하에서 만났을 때 관계 정상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5만 명 넘게 숨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 슈크리 장관이 10년 만에 튀르키예를 방문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또 같은 달 외화 부족 문제에 시달리던 이집트에 튀르키예 기업들이 5억 달러(약 6544억 원) 신규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소셜미디어에 “(양국 만남은) 더 안정된 지역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환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튀르키예(터키)와 이집트가 10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이어 양국 관계도 정상화하며 이슬람세계 정세가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 시간) 튀르키예와 이집트 외교장관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담하고 2013년 양국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지 10년 만에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울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가능한 빨리 이집트와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하고 다시는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5월 14일 대선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회동할 것”이라고 했다. 샤메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도 “관계 재개 및 대사 임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는 2013년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뒤 급속히 악화됐다. 무르시 정부와 협력을 강화했던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이집트 대통령은 여전히 무르시”라며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엘시시가 이끌던 군부를 비난했다. 이집트 정부는 “내정에 간섭하는 도발적 발언”이라고 반발하면서 양국 외교 관계는 부대사급으로 격하돼 사실상 단절됐다. 이후 리비아 내전 개입과 동지중해 천연가스 이권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FIFA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 도하에서 양국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는 등 해빙 모드 조짐이 보였다. 슈크리 장관은 이날 “양국 정상이 도하에서 만났을 때 관계 정상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5만 명 넘게 숨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 슈크리 장관이 10년 만에 튀르키예를 방문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또 같은 달 외화 부족 문제로 시달리던 이집트에 튀르키예 기업들이 5억 달러(약 6544억 원) 신규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소셜미디어에 “(양국 만남은) 더 안정된 지역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환영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러시아가 핀란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도록 떠밀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선언해 큰 주목을 받았다. 1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카이 사우어 핀란드 외교안보정책 차관보(사진)는 이와 관련해 “핀란드는 침공 후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의 위협을 차단하려면 반드시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처음 나토 가입을 논의했을 때만 해도 찬성 여론이 25∼30%대였지만 80%까지 치솟았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핀란드 의회가 전체 의원 200명 중 188명(94%)의 압도적 찬성으로 나토 가입안을 결의한 것 또한 이런 찬성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가 반대하고 있다. 사우어 차관보는 “우리의 가입을 늦춰서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얻을 이익이 없다”며 두 나라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16, 17일 양일간 튀르키예를 찾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 사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핀란드가 스웨덴보다 먼저 가입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식량 및 에너지난 등으로 서방 일각에서는 ‘더이상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서방의 연대 또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침략국은 당연히 고물가, 식량 위기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나라가 그 책임을 져선 안 된다고 했다. 핀란드는 산나 마린 총리를 포함해 3명의 여성 총리를 배출했으며 여성 장관 비율 또한 64%에 달하는 대표적인 성평등 국가다. 남성인 안티 카이코넨 국방장관이 올 1월부터 두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인구의 50%를 제외하거나 배제할 필요가 없다”며 성평등 정책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러시아가 핀란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도록 떠밀었다”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선언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1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카이 사우어 핀란드 외교안보정책 차관보(56)는 “핀란드는 침공 후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NATO에 가입 신청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1995년 핀란드 외교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사우어 차관보는 2014~2019년 유엔 주재 핀란드 대사를 역임한 뒤 2019년 차관보로 임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핀란드가 중립국 위치를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을 신청한 것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나토에 가입 신청을 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이 사건 이후 핀란드는 자국의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해 깊게 분석하고 논의한 결과 나토에 가입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러시아가 우리를 나토에 가입하도록 떠밀었다. 이밖에도 2021년 말 러시아가 서방에 나토의 추가 확장 중단과 러시아 인접지로의 공격 무기 배치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역시 핀란드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았다. 핀란드는 모든 국가가 스스로 안보정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치권 또는 국민들이 느끼는 안보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현재 직접적인 위협은 없다. 하지만 핀란드는 침공 후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우리는 접경국인 러시아가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그곳에서 민간인 학살이나 강간 등 여러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실제로 나토 가입 논의 초반에만 해도 25~30%대였던 국민 찬성여론은 개전 이후 8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핀란드 의회 역시 전체 의원 200명 중 188명(94%)의 압도적 찬성으로 나토 가입안을 결의했다. 이처럼 국민이 나토 가입을 원했던 것이 나토 가입 신청의 결정적인 요소였다.”―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의 동의만 남겨둔 상태다. 함께 가입을 신청했던 스웨덴보다 핀란드가 먼저 가입할 거라는 예측도 크다.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일단 핀란드는 스웨덴과의 공동 가입을 선호한다. 양국 모두 가입을 위한 조건은 이미 오래 전에 갖췄다. 최대한 빨리 회원국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결정권은 그들(튀르키예와 헝가리)에게 있다. 우리의 가입을 늦춰서 튀르키예나 헝가리가 얻을 이익이 없다고 생각한다.”―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 등 서방의 단일대오 전선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스값 급등 등 일부 경제적 어려움에도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서방의 연대가 굳건할 것으로 보는지? “전쟁이 오래될수록 오히려 동맹이나 연합이 더욱더 굳건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라든지 일본 뉴질랜드 이러한 아시아의 파트너들까지도 동맹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침략의 피해자이자 생존을 위해서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져선 안되기 때문에 연합한 것이다.”―전쟁으로 인해 핀란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에너지 양이 상당해 지난 겨울 이전에는 어떻게 생존할 지 우려가 컸다. 하지만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풍력 수력 태양열 원자력 발전 등 에너지원을 다각화함으로써 극복해나가고 있다. 러시아가 핀란드 유제품이나 소비재의 큰 수입국이었고, 러시아에 투자한 핀란드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도 봤다. 인적 교류도 단절됐다. 현재 핀란드는 러시아인들에게 관광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핀란드와 한국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 상공을 비행하지 못하고 우회해야 해서 핀란드-한국 간 비행시간이 더 길어졌다. 핀란드 국영항공사 핀에어(FINNAIR)는 부산-헬싱키 노선을 취항하려고 했는데 전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핀란드 외에도 전세계가 전쟁으로 인해 식량 위기, 인플레이션 등 여러 위기를 겪고 있다. 누군가는 분명히 그 책임을 져야 할텐데, 이는 당연히 우크라이나나 지지국들이 아닌 침략국의 몫이다.”―러시아와의 국경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서다. 2015년 핀란드는 대규모 불법 월경으로 사회 불안을 겪은 경험이 있다. 2021년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서 발생한 갈등이 핀란드에서 재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표다.” (2021년 약 3만 명 이상의 난민이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불법 월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폴란드 정부와 여러 외신들은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을 흔들기 위해 일부러 유럽으로 ‘난민 밀어내기’를 자행했다고 봤다.)―유엔 근무 이력이 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엔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일각에서는 유엔이 우크라이나전에 있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나 유엔 의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입장이나 결정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중재해 우크라이나 식량을 수출할 수 있도록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를 성공시켜 글로벌 식량 위기를 완화했다. 이밖에 국제원자력발전소(IAEA)와 같은 유관기관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러시아와 논의하는 등 비가시적이지만 꽤 효과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핀란드는 산나 마린 총리를 포함해 3명의 여성 총리를 배출했으며 여성 장관 비율 또한 64%에 달하는 대표적인 성평등 국가다. 핀란드 여성 정책의 모토는 무엇인가? “(오히려) 인구의 50%를 배제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속한 외교부를 비롯해 일부 분야에서는 여성이 이미 절반을 넘는다.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2차 세계대전 중 핀란드 여성들이 산업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했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됐다. 또한 흔히 뉴질랜드가 여성 참정권을 가장 먼저 인정한 현대 국가로 알려져있는데 이는 ‘투표권’만이고, 여성의 ‘피선거권’을 가장 먼저 보장한 나라는 핀란드다. 러시아로부터 독립도 하기 전인 1906년에 이뤄졌다. 이 같은 성평등적 경향을 지금의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지난해 말에는 나토 가입 문제를 앞두고도 안티 카이코넨 핀란드 남성 국방부 장관이 육아휴직을 해서 국제적 화제가 됐다. 핀란드 남성의 80% 정도가 출산 후 54일짜리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아직 남성의 육아휴직이 비교적 보편적화되지 않았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왜 필요하다고 보는지?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라고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빠에게 양육과 가정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정책이다. 동시에 엄마의 양육 책임을 덜고 고정된 성역할을 타파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마지막으로 핀란드인들과 정부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핀란드 정부 입장에서 한국은 뜻이 통하는 ‘파트너’다. 기술 발전이라는 공통 분야가 있고, 국제 질서를 기반으로 다자간 협력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존경한다. 또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k-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소프트 파워’를 지닌 국가라고 생각한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미중 간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의 고삐를 더욱 조일 예산으로 올해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의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 국무부는 14일 성명에서 “첨단 반도체가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동맹국들과 협력해 수출 통제 및 라이선스 정책을 긴밀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예산 요청 사실을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해 제정된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억 달러씩 ‘국제기술안보혁신기금(ITSI Fund)’을 받아 반도체 공급망 확보 등에 쓸 수 있다. 국무부는 이 예산으로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 기술이 유출되거나 남용되는 일을 막을 안전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산업국과 중국의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한 수출 규제 관련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루미늄, 희토류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서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최근 중국 정부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빅펀드’) 총재에 국무원(정부) 공업정보화부 간부 출신인 장신(張新)을 새로 임명했다고 15일 전했다. 빅펀드는 2014년 중국 재정부와 중국개발은행 등 주요 국유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다. 총 규모가 6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총재 교체는 잇달아 불거졌던 펀드 내부 비리 문제를 정리하는 한편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하려는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창안대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2010∼2020년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 1000여 곳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10년 새 연구개발(R&D) 투자가 53% 증가하고, 특허 출원도 58%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제재 압박을 견디기 위해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며 자생력을 키웠다는 뜻이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나에 대한 관심을 여성 차별과 불평등 문제로 돌려달라.” 아시아계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말레이시아 배우 양쯔충(楊紫瓊·61·사진)이 수상 하루 뒤인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2015년 네팔 대지진, 지난달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 같은 국제 의제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유엔개발계획(UNDP) 친선대사로 네팔을 방문한 8년 전의 경험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바꿔 놓았다며 “위기는 기존의 깊은 불평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가난한 이들,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나에 대한 관심을 여성 차별과 불평등 문제로 돌려달라.” 아시아계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말레이시아 배우 양쯔충(楊紫瓊·61)이 수상 하루 뒤인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2015년 네팔 대지진, 지난달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 같은 국제 의제에 대한 전지구적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유엔개발계획(UNDP) 친선대사로 네팔을 방문한 8년 전의 경험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바꿔놓았다며 “위기는 기존의 깊은 불평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가난한 이들,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깨끗한 물, 백신, 상담 등 구호 서비스를 가장 마지막으로 받는 대상도 여성, 학교에 가장 늦게 복귀하는 존재 또한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또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는 대규모 보호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안 성범죄가 늘어난다”며 재난 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또한 급증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강진을 겪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진 발생 전에도 시리아의 상황은 심각했다. 인구의 약 90%가 빈곤에 시달리고 수백 만 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우려했다. 이런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 고위층으로 진출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이 처한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여성들이 정책 입안자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카데미상 수상을 비롯해 나의 삶에 대한 관심은 감사하지만 이 관심을 세계적인 문제로 돌리고 싶다”며 “각종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여성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된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10일 5년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유럽 내 ‘영원한 라이벌’로 불리는 영국과 프랑스는 브렉시트 이후 각종 현안을 두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었다. 이번에 정상 간 만남을 통해 양국이 관계 개선의 신호탄을 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에는 찰스 3세 영국 국왕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다.● 5년 만의 훈풍…AFP통신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영국 총리의 프랑스 방문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 최대 현안으로 꼽히던 영불해협을 통한 불법 이주민 대책에 합의했다. 프랑스가 드론(무인항공기) 등을 통해 불법 이주민 순찰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영국이 3년간 5억4100만 유로(약 76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영국은 불법 이주민들이 소형보트를 이용해 프랑스 해안에서 영국으로 건너오고 있는데 프랑스가 단속에 손놓고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해왔다. 이들은 각각 장관 7명을 대동한 채 양국 재계 인사들과도 만나 경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수낵 총리와 영어에 능통한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통역사 등 배석자 없이 둘이서만 1시간 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수낵 총리 역시 마크롱 대통령에게 프랑스어로 “고마워요, 내 친구(Merci, mon ami)”라고 인사하며 화답했다. 양 정상은 회견 내내 어깨를 다독이거나 끌어안는 등 해빙 모드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수낵 총리는 “오늘 만남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이 순간은 아주 명백한 관계 회복의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관계 개선은 지난해 10월 수낵 총리 취임으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수낵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모두 40대이며 금융권 근무 경력과 정계 입문 후 단시간에 지도자에 오른 것 등 비슷한 점이 많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제 침체에 직면한 영국이 EU와의 협력 강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 정치평론가 니콜라 둥간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두 정상 모두 이념보다 실용을 강조하는 정치인”이라고 전했다.● 브렉시트 이후 양국 충돌 잇달아영국과 프랑스는 브렉시트 이후 안보, 경제,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빚었다. 어업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영국이 영불해협 일부 해역에서 프랑스 어선 조업을 규제하자 프랑스는 2021년 영국 어선을 나포하고 영국 어선 프랑스 입항 금지, 세관 통제 강화, 에너지 공급 중단 등 보복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수역에서 프랑스인이 즐겨 먹는 조개류가 많이 잡혀 ‘가리비 전쟁’으로 불렸다. 2021년 미국 영국 호주가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발족시키면서 호주가 프랑스와 맺은 560억 유로(약 77조 원) 규모 핵추진 잠수함 계약을 무산시키자 프랑스는 “3국이 전통적 동맹 관계를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았다”며 격노하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재임 시절에는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을 두고 언론을 통해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다. 존슨 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대화를 통해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주권국가와 국제 시장을 영구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을 때에는 12일 만에야 축하 전화를 해 ‘가깝지만 먼 이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전쟁범죄 관련 정보를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공유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이 지난해 수집한 러시아 전범 관련 정보를 ICC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만 동의하지 않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ICC 설치 근거인 로마규정에 가입하지 않은 러시아의 전범 혐의자가 조사받게 된다면 역시 미가입국인 미국 혐의자도 ICC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는 것이다. ICC에 제공하려는 정보에는 러시아가 부인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에 대한 의도적 공격과 어린이 수천 명 납치를 입증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고 NYT는 전했다. 1998년 ICC 설립을 위해 120개국이 채택한 로마규정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은 그동안 비가입국 국민은 ICC 조사 및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에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해 수감 중인 테러리스트를 고문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려던 ICC 수석검사 등에 대해 ‘관할권 없는 불법 행위’라며 자산 동결 조치 등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의 전범 행위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바이든 행정부는 ICC 전범 조사 지원을 약속했고, 미 의회도 이를 뒷받침하는 2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ICC에 증거를 더 빨리 제출하면 세계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국방부를 비판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상설 전범재판소 ICC는 전쟁범죄, 제노사이드(대량 학살), 인간성에 반한 범죄 등을 다룬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영국 정부가 소형 보트를 타고 입국하는 불법 이주민들을 ‘추방’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추진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법이주민법’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영국 내무부로 하여금 작은 고무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입국하는 불법 이주민들을 ‘가능한 빨리’ 르완다나 제 3국으로 내보내도록 의무화했다. 합법적인 경로로 들어오지 않은 이들은 영국에 머무는 동안 망명 신청도 할 수 없고 보석 없이 구금된다. 한 번 추방당하면 영원히 영국 입국이 금지되는 등 강경책을 담고 있다. 수낵 총리는 “그동안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남부와 프랑스 북부 사이에 있는 영불해협은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주요 통로다. 지난 한 해에만 4만6000명에 달하는 이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영국에 입국해 망명신청을 했으며, 올해도 8만 명 넘는 사람들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안이 실제 통과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유럽인권협약에 위배될 가능성 때문이다. 영국 타임즈는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이 하원의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유럽인권협약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50% 이상”이라 적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유엔난민기구(UNHCR) 역시 곧바로 성명을 내 “난민을 금지하고, 난민협약에 명백히 위반되는 (이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에도 영국 정부는 르완다 정부에 1억2000만파운드(약 1906억 원)를 주고선 자국으로 온 난민들을 르완다로 보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달 만에 비행기를 띄우려 했으나 이륙 직전 유럽인권재판소가 계획 중단 명령을 내려 취소됐다. 당시에도 UNHCR은 물론 영국 국교회 지도부까지 나서 영국 정부를 비판했다. 설령 통과된다 해도 별 효과가 없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영국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난민 의회’의 엔버 솔로몬 대표는 “‘전쟁과 박해를 피하는 데 절박한 사람들’의 도강은 막지 못할 것”이라고 타임즈에 말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이주 경로가 부족한 상황에서 차단책만 내놓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반발도 나온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있는 ‘추모의 벽’에 새겨진 미군 전사자 명단에서 다수의 오류가 드러나자 미 연방 의회가 직접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미 의회의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와 군사위원회 상·하원 의원들은 2일(현지 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추모의 벽 오류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오스틴 장관에게 23일까지 상임위에 전사자 명단 오류 현황을 보고하고, 정확한 전사자 명단과 현재의 오류를 바로잡을 계획을 제출하라고도 했다. 의원들은 “이 정도 대규모 오류는 애초에 계획 단계에서부터 검증됐어야 할 뿐 아니라 석판에 새겨져 완성된 채로 대중에 공개돼선 안 됐다”며 “확연한 결함이 어떻게 완공 이후까지 발견되지 않았는지 책임을 묻기 위해 글을 작성했다”고 서한에 밝혔다. 아울러 “유족들에게 감동적인 헌사가 됐어야 할 추모의 벽이 부끄러운 실수로 변질됐다는 게 유감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의 벽은 한국 정부가 2360만 달러(약 29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미 국방부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이 사업을 진행해 지난해 준공했다. 미군 전사자 3만6000여 명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000여 명 등 4만 명 이상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올 1월 뉴욕타임스(NYT)는 역사학자 핼 바커의 조사 결과 이 기념비에 오자가 1015자에 달하고 반드시 포함돼야 할 500여 명의 이름이 누락됐으며 전혀 무관한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가는 등 ‘오류투성이’라고 보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한 이후 주(州) 정부가 낙태권을 허용하는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일부 주에서는 오히려 낙태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가 어려워진 다른 주 주민의 ‘원정 낙태’가 증가한 것이다. 일부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 시술 병원 앞에서 물리력를 행사하는 등 찬반론자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4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족계획협회(SFP) 조사를 인용해 낙태권 폐기 이전인 지난해 4월 3190건이던 노스캐롤라이나 낙태 건수가 같은 해 8월 4360건으로 37% 늘었다고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임신 24주 이전 낙태할 권리를 여전히 보장한다. 낙태 시술을 하는 자녀계획클리닉 병원 측은 “낙태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다른 주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은 “낙태권이 없는 테네시주에서 4시간 차를 타고 왔다”며 “이제 막 3세가 된 아이가 있는데 또 낳을 경우 안정적 삶을 유지할 수 없어 (낙태를) 결정했다”고 NYT에 말했다. 낙태 환자가 몰려 병원 예약에만 한두 달이 걸리다 보니 기다리다 법적 기한 임신 24주를 지날 우려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산부인과 전문의 조너스 스워츠 박사는 “남부의 다른 주들이 낙태를 제한하면서 (밀려오는)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마저도 병원비 숙박비 등을 댈 처지가 못 되는 빈곤층에게 ‘원정 낙태’는 그림의 떡이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병원 앞에 진을 치고 병원에 오는 여성들 사진을 찍거나 고함을 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체포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지난해 낙태 시술 병원 주변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노스캐롤라이나주 의원들이 낙태 가능 기간을 임신 12주 이하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주지사가 거부권 행사를 밝히는 등 정치권의 갈등도 심각하다. 여론조사 결과 노스캐롤라이나 응답자 57%는 ‘현행 임신 24주를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한 이후 주(州) 정부가 낙태권을 허용하는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일부 주에서는 오히려 낙태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가 어려워진 다른 주 주민의 ‘원정 낙태’가 증가한 것이다. 일부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 시술 병원 앞에서 물리력를 행사하는 등 찬반론자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족계획협회(SFP) 조사를 인용해 낙태권 폐기 이전인 지난해 4월 3190건이던 노스캐롤라이나 낙태 건수가 같은 해 8월 4360건으로 37% 늘었다고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임신 24주 이전 낙태할 권리를 여전히 보장한다. 낙태 시술을 하는 자녀계획클리닉 병원 측은 “낙태 환자 3분의 1 이상이 다른 주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은 “낙태권이 없는 테네시주에서 4시간 차를 타고 왔다”며 “이제 막 3세가 된 아이가 있는데 또 낳을 경우 안정적 삶을 유지할 수 없어 (낙태를) 결정했다”고 NYT에 말했다. 낙태 환자가 몰려 병원 예약에만 한두 달이 걸리다 보니 기다리다 법적 기한 임신 24주를 지날 우려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산부인과 전문의 조나스 스왈츠 박사는 “남부 다른 주들이 낙태를 제한하면서 (밀려오는)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병원비 숙박비 등을 댈 처지가 못되는 빈곤층에게 ‘원정 낙태’는 그림의 떡이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병원 앞에 진을 치고 병원에 오는 여성들 사진을 찍거나 고함을 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체포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지난해 낙태 시술 병원 주변 치안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원들이 낙태 가능 기간을 임신 12주 이하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주지사가 거부권 행사를 밝히는 등 정치권 갈등도 심각하다. 여론조사 결과 노스캐롤라이나 응답자 57%는 ‘현행 임신 24주를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유럽에서 러시아와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가 NATO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NATO와 무려 1340km의 국경선을 새로 접하게 된다. 다만 스웨덴은 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반대에 가로막혀, 당초 핀란드와 스웨덴이 약속했던 ‘동반 가입’이 무산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예측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핀란드 의회가 1일(현지 시간) NATO 가입에 필요한 모든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핀란드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개월 만인 5월 옆나라 스웨덴과 함께 NATO 가입을 동반 신청했다. 두 나라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랫 동안 표방해왔던 ‘군사 중립국’으로서의 지위를 결국 포기한 것. NATO 가입을 위해선 회원국 30곳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한데, 두 나라 모두 모두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헝가리 의회 역시 1일 이들의 승인에 관한 토론을 시작했으며, 이달 내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다만 유럽에서 러시아와 가장 긴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핀란드가 NATO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와의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여당 의원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에 에너지 분야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는 기존에도 EU의 러시아 제재에 자주 반대해왔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권위주의 통치를 비판해온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와 입법부를 꽉 잡고 있는 오르반 총리가 두 국가의 승인을 지지한다고 밝힌 만큼, 헝가리가 가입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이 매체는 핀란드가 튀르키예의 승인을 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갈등을 빚고 있어 핀란드만 우선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 정부가 튀르키예가 범죄 집단으로 여기는 쿠르드족 단체를 용인하고 반튀르키예 시위를 묵인해주고 있다며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핀란드는 최근 러시아와 접한 국경에 철조망 설치를 시작했다. 높이 약 3m로 일부 지역에는 감시카메라와 확성기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투입되는 예산만 해도 약 3억8000유로(약 5330억 원)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화된 안보위협 외에, 징집을 피하려는 러시아인들이 이곳에 몰려든 것도 주요 원인이다.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도피하는 길목으로 사용돼왔다. 미 CNN에 따르면 하루 만에 8500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핀란드 국경을 넘은 적도 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다음달 1일(현지 시간) 7년 만에 새 미래 청사진을 공개한다. 3000만 원대 ‘반값’ 테슬라 및 초대형 생산 시설이 어디 들어설지 관심이 모인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달 1일 오후 3시(한국시간 2일 오전 6시) 미국 텍사스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열리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세 번째 장기 계획 마스터플랜3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는 7일 트위터에서 마스터플랜 3을 “사람과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마스터플랜3에서는 ‘모델 2’로 알려진 2만5000달러(약 3300만 원)짜리 전기차 출시 계획이 세계인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4만2990달러(약 5690만 원) 하는 보급형 모델 3의 절반을 약간 넘는 가격이다. 머스크는 2만5000달러짜리 전기차 생산을 강조했지만 지난해 저가 전기차에 필수적인 신기술을 갖춘 배터리가 미비해 생산 계획을 보류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모델 3 가격을 낮춘 데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도 저가 공세에 나서 기대감이 높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새 공장을 어디에 지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테슬라 기가 팩토리(초대형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물밑 작업 중인 한국 멕시코 캐나다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 교외에 생산시설을 둔 테슬라는 아시아에 5조~10조 원을 들여 82만㎡(약 25만 평) 이상의 터를 확보해 두 번째 기가 팩토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공동 설립자인 머스크가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를 언급한 것을 두고 AI 분야 비전도 공개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지속가능한 연료전지에 관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로이터는 “머스크가 테슬라 관련 중대 발표를 하고서 시간 약속을 지킨 사례는 드물다”며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전했다. 앞서 머스크는 2006년 공개한 마스터플랜1에서 밝힌 스포츠카 및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전부 실현했다. 2016년 발표한 마스터플랜2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콤팩트 SUV 및 픽업트럭 개발, 지속가능한 에너지 비전 등을 담았는데 ‘현재 진행 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후텐로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15세기 서양에 인쇄술을 도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에 비유했다. 동시에 인간의 비판적 사고능력 저하, 소수 독점 등 AI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 등 세 사람은 25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를 통해 “인쇄술 발명 후 정보의 확산으로 중세가 지고 계몽주의 시대가 도래했듯, 생성형 AI의 등장은 계몽주의 이후 인간의 가장 큰 지적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쇄술이 현대 인류 사상을 풍부하게 했다면, AI 기술은 그 사상을 정교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2021년 ‘AI의 시대: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공동 집필했다. 당시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패권 전쟁의 승패 또한 AI가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가 가져올 각종 부작용도 우려했다. 세 사람은 AI가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조작된 사실, 딥페이크(심층 합성 기술) 생산물 등을 학습함으로써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큰데도 적절한 통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I에 의존할수록 인간이 비판적 사고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AI의 윤리적 이용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I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도 인간이 악의적으로 AI를 통해 부정행위를 하거나 허위 제작물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을 만드는 데 최소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기에 극소수 대기업과 세계적 부호들이 이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짚었다. 몇몇 강대국이 AI 개발을 위한 정보를 독점하는 등 국제사회의 양극화 또한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해법으로 “AI 기술의 결과에 도전할 수 있는 인간 본연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AI의 답변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AI의 답변을 평가하고 반문할 수 있도록 인간 또한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는 의미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