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중간선거가 끝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지난달 하순 끝난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며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상 간 담판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11일부터 이집트와 아시아 국가들을 잇달아 순방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첫 대면 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15, 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양쪽 모두 구체적인 일정 확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중 정상은 전화와 화상으로만 5번 회담했다. 앞서 시 주석이 7월 화상회담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만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한 뒤로 양국 관계는 더 험악해졌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와 대만 문제, 중국과 러시아 관계 등 갈등이 첨예한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규제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는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 제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들은 두 강대국 간 마찰을 완화하기 위해 기후 위기 같은 양국 공통 의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는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됐고 미국에서도 (야당 공화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이 득세하는 만큼 양국의 정치적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라며 미 중간선거 결과가 회담 성사 여부에 최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G20 정상회의나 18, 19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성사되면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에게 대만에 대해 군사 위협 고조시키지 말라고 요구할 것으로 일본 언론은 보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 중간선거를 이틀 앞둔 6일(현지 시간) 전국 사전투표 수가 4134만여 표를 기록해 2018년 중간선거 당시 전체 사전투표 수(3910만 표)를 넘었을 뿐 아니라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투표소에서 실시하는 직접 사전투표는 약 1902만 표, 우편투표는 약 2232만 표를 기록했다. 우편투표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총 사전투표 수는 이보다 늘어날 예정이다. 전체 투표에서 사전투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중간선거에서 31%, 2018년 40%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의 극우 성향 지지자들은 “우편투표에서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며 ‘빅 라이’(거대한 거짓말·부정 선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일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펜실베이니아의 중간선거 사전투표를 언급하며 “부정선거!”라는 글을 올렸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중간선거 개표 과정에서도 2년 전 대선 때처럼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펜실베이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 결과 집계에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일론) 머스크는 변호사에게 악몽 같은 고객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머스크 ‘코드’를 해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직원 수천 명 해고 통지 사태 배경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39세 변호사 알렉스 스피로에게 관심이 쏠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 시간) 스피로를 머스크 측근 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인물로 지목했다. WP는 스피로에 대해 “끊임없이 트윗 하면서 유명인, 정치인, 낯선 사람 가리지 않고 말다툼하며 진지하지 않은 언행으로 소송전을 일삼는 머스크의 법적 문제 가득한 트위터 개편 작업 막후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WP에 따르면 스피로는 2019년 머스크의 명예훼손 관련 소송을 맡으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스피로는 올 4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계약 번복을 둘러싼 소송에서도 그를 변호했다. 소송은 졌지만 스피로에 대한 머스크의 신뢰는 오히려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머스크 최측근인 스피로는 트위터에서도 요직을 맡았다. 해임된 트위터 경영진에 측근들을 기용한 머스크는 스피로에게는 선거 관련 작업을 담당하는 법률·마케팅·신뢰·안전팀 감독 권한을 맡겼다. 스피로는 전 세계 트위터 임직원 7500명 중 3700명을 해고할 때도 각국 법률에 위배되지 않도록 총괄 조정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머스크가 경험이나 기술보다는 강한 충성심과 끈기 있는 사람을 신뢰하는데 스피로 역시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스피로는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아스퍼거증후군이 있는 아이들과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변호사가 된 스피로는 래퍼 제이지, 테니스 선수 나오미 오사카 같은 연예 및 스포츠 거물을 변호해왔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에게 가산점을 주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합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를 지난달 31일 개시했다. 대법관 9명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한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이 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어 61년 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연방대법원 심리에선 대학 측을 상대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연방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다양성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6월 ‘낙태권 폐기’ 판결을 주도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대학 입학은 제로섬 게임인데 소수 인종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면 다른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언제까지 이 제도가 이어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란 단체는 미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대입에서 역차별당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아시아계의 경우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로 히스패닉(19%)이나 흑인(14%)보다 낮지만 소수 인종에 포함되지 않아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앞서 1, 2심 법원은 “인종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대학 측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내 여론은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부정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대입에서의 소수 인종 배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 정책은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처음 시행한 후 대입, 취업, 승진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돼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남미 좌파의 대부(代父)’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76)이 지난달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67)을 누르고 당선됐다. 브라질 첫 3선 대통령이자 12년 만의 재집권이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등 중남미 주요 6개국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며 제2의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물결)’가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정권들은 대부분 친(親)중국 성향이어서 중남미에서 미중 대결 구도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룰라, 1.8%포인트 차로 간신히 승리이날 브라질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개표 완료 결과 룰라 노동당(PT) 후보가 득표율 50.9%를 얻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49.1%)를 1.8%포인트 차로 이겼다. 1989년 브라질 직선제 도입 이후 최소 표차일 정도로 초박빙 승부였다. 룰라 당선인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아마존 열대 우림 불법 벌채를 근절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벌인 산림 개발 정책을 ‘청산 대상 1호’로 지목한 것이다. 이어 “2억1500만 브라질 국민을 위해 통치하겠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이라며 통합을 촉구했다. 이번 대선은 극심한 좌우 분열 속에서 치러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68만8000명)를 내며 지지율이 급감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당선인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달 4일 1차 투표 결과 룰라 당선인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결선을 치르게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숨은’ 지지자가 많았다. 지난해부터 “대선 결과는 내가 이기거나, 죽거나, 체포되는 것 3가지뿐”이라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승복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벌어진 미 의사당 난입 사태가 브라질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혼란을 사전에 잠재우려는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 “자유롭고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였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프랑스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도 당선 축하 메시지를 내놨다.○ “중남미 좌파 물결에 미국 긴장”구두닦이, 금속공장 노동자 출신 룰라 당선인은 1980년 브라질 파업을 이끌며 ‘좌파 대부’로 떠올랐다. 공장에서 기계에 왼 새끼손가락 일부를 잃은 룰라 당선인은 첫 아내도 산업재해로 잃었다.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06년 재선에 성공해 브라질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퇴임 직전까지 지지율 8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정권 아래서 부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580일간 수감됐다. 지난해 브라질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무효화했다. 룰라 당선인 부인인 사회학자이자 페미니스트 호잔젤라 다 시우바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브라질 일간 우글로부는 “그는 퍼스트레이디 호칭을 거부하고 ‘퍼스트메이트(첫 번째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고 평가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의 중남미 ‘1차 핑크 타이드’ 주요 기조가 반미(反美)였다면 룰라 당선인 재집권으로 사실상 완성된 2차 핑크 타이드는 복지 강화 같은 좌파 경제 정책이 핵심이다. 중남미 좌파 정권들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페미니스트이자 사회학자인 그녀는 ‘퍼스트레이디(영부인)’라는 호칭을 거부하는 대신 ‘퍼스트메이트(첫 번째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이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3선 대통령이 되면서 새 영부인이 될 호잔젤라 다시우바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브라질 일간 우글로부는 ‘잔자’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녀가 대선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미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잔자는 룰라 당선인의 세 번째 부인이다. 룰라가 첫 부인과 사별했다. 룰라가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던 2003~2010년에는 재혼한 부인 마리사 레티시아 카사가 영부인의 자리를 지켰다. 외신들은 가족에 헌신적인 편이었던 마리사 여사와 반대로, 잔자는 매우 적극적으로 선거 과정에 개입해왔다고 분석했다. 우글로브는 “단순한 후방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직접 선거 의제를 선택하는 등 노동당 선거캠프의 핵심 전략회의에서 주도적 업무를 맡아왔다”라고 보도했다. 잔자가 룰라 당선인과 처음 만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잔자가 17세였던 1983년부터 노동당에 입당한 뒤로 두 사람은 수십 년간 알고 지냈지만, 그들의 로맨스가 시작된 것은 2017년 좌파 예술인들이 참석한 한 행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룰라가 부패 혐의로 수감 중이었던 2019년 5월에서야 세상에 알려졌고, 같은 해 11월 룰라가 감옥에서 풀려난 직후 두 교도소 밖에 모인 군중들의 환호 속에서 공개적으로 입 맞추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그해 룰라가 출소한 뒤 올해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잔자의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그녀가 새 정권에서 맡게 될 역할에 이목이 집중된다. 잔자는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는 ‘영부인’의 개념을 재정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고, 대선 전에 열린 한 행사에서도 “남편의 도우미가 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룰라 당선인도 대선 유세과정에서 미래 영부인의 역할에 대해 묻자 “잔자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젊은 여성이고, 머리도 좋고 때로는 나보다 낫다”라며 “그녀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브라질은 동물복지와 환경보호, 지속 가능한 개발, 아동·청소년 성폭력 퇴치 등이 잔자의 최대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과거의 영부인과는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글로브는 “브라질 유권자 절반이 보수적인 기독교신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에게 표를 준 상황”이라며 노동당 내부에서 잔자의 진보적인 행보가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란 혁명수비대가 29일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오늘은 폭동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대규모 유혈진압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날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중부 도시 시라즈에서 열린 이슬람 성지 총기 테러사건의 희생자 장례식에서 “시위대는 거리로 나오지 말라”며 이렇게 말했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 “미 백악관과 (이스라엘) 시오니스트 정권이 고안한 계획”이라며 “미국에 당신의 명예를 팔지 말라”라고 말했다. 장례식이 열린 시라즈에서는 26일 한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무차별 총격 테러가 발생해 최소 15명이 숨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밝힌 상황이다. 이란 정부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의 사망 40일을 기념하는 반정부 시위가 같은 날 열려 대규모 군경을 투입하면서 테러 예방에 빈틈이 생겼다고 시위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28일 이란 정보부와의 공동성명을 통해 아미니 의문사 사건을 초반에 보도한 이란 여성 기자 2명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첩자라고 주장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이란에서 외국 첩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대규모 유혈진압 우려가 커지자 국제사회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알바니아가 다음 주 이란의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28일 보도했다. 미국은 안보리에서 이란 정부의 인권 침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주요 외신들은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를 일제히 머리기사로 다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 기준이 완화된 뒤 첫 핼러윈데이인 만큼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사고 예방 대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존제이형사사법대 브라이언 히긴스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출구 표지판이나 교통수단 등의 안내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 때) 그 무엇도 적재적소에 없었던 것 같다”며 “충분한 현장 인력과 계획이 없었던 것이 꽤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국은 수십 년간 정치적 시위 등 대규모 집회를 통제해 온 경험이 있는 나라”라며 “최근 정치(집회)의 경우 경찰이 시위대보다 많아 보이는데, 이번 참사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CNN은 경찰 사전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국이 인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대응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스페인 출신 마르코 모레이 씨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근처에서 교통경찰을 몇 명 본 것이 전부”라고 전했다. 김서정 씨는 NYT에 “경찰관 몇 명이 뒤늦게 달려와 호루라기를 불며 사람들을 통제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도로가 좁은 이태원의 특성상 사전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 도쿄 올림픽 경비 총책임자였던 요네무라 도시로 전 일본 경시청장은 30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좁은 장소는 사전에 확인하고 사람이 움직이는 요인이 없는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모인 (좁은) 곳에서는 인파의 흐름이 갑자기 변하게 되면 손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키스 스틸 영국 서퍽대 교수는 WP에 “좁고 막힌 공간에서 군중이 한번에 쓰러지면 다시 일어날 수가 없다”며 사고 원인을 ‘도미노 효과’에 비유했다. 재난 관리 전문가 줄리엣 카이엠은 CNN에 “좁고 막다른 골목에 있었던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더 치명적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인명 피해라는 점을 지적하며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가 실시해 온 공공안전 개선책에 대해 조사하라는 대중의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BBC는 참가 인원 제한이 없었던 점에 주목하면서 “(적절한) 안전 기준과 군중 통제가 취해졌는지로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 핼러윈이 (외국과는 달리) 20대 파티 애호가들이 특별한 의상을 차려입는 클럽 행사로 변질됐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주요 외신들은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를 일제히 머리기사로 다뤘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방역기준이 완화된 뒤 첫 핼러윈데이인 만큼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사고 예방 대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존제이형사사법대 브라이언 히긴스 교수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주최 측이 명확하지 않은 행사는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출구 표지판이나 교통수단 등의 안내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 때) 그 무엇도 적재적소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6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스페인 출신 마르코 모렐리 씨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근처에서 교통경찰을 몇 명 본 것이 전부”라며 “핼러윈을 맞아 경찰 복장으로 꾸민 방문객이 많아 더 혼란이 컸다”고 전했다. NYT는 “한국은 수십 년간 정치적 시위 등 대규모 집회를 통제해온 경험이 있는 나라”라며 “최근 정치(집회)의 경우 경찰이 시위대보다 많아 보이는데, 이번 참사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시민들도 “경찰이 부족했다”라는 공통된 증언을 내놨다. 현장에서 간신히 탈출한 김서정 씨(17)는 NYT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경사진 길에서 앞뒤로 사람들이 ‘밀어!’라고 외치는 와중에 나도 떠밀려 넘어졌다”라며 “비명을 질렀지만 음악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뒤늦게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온 경찰관 몇 명이 사람들을 통제하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라고 전했다. 도로가 좁은 이태원의 특성상 사전준비를 더 철저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 도쿄 올림픽 경비 총책임자였던 요네무라 도시로 전 경시청장은 30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국제 이벤트 경비, 정상급 경호 등도 어렵지만, 대규모 인파 경비만큼 어려운 게 없다”며 ”좁은 장소는 사전에 확인하고 사람이 움직이는 요인이 없는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좁은) 모인 곳에서는 인파의 흐름이 갑자기 변하게 되면 손을 쓰기 어렵다”며 “일본도 도쿄 시부야에서 2018년 핼러윈 때 젊은이들이 트럭을 뒤집은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2014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발생한 인명피해라는 점을 지적하며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가 실시해온 공공안전 개선책에 대해 조사하라는 대중들의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는 핼러윈이 (외국과 달리) 어린이들이 사탕을 주고받는 휴일이 아니라 20대 파티 애호가들이 특별한 의상을 차려입는 클럽 행사로 변질됐다”라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유럽중앙은행(ECB)이 27일(현지 시간) 월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현 1.25%에서 2.00%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지난달에 이은 두 번째 0.75%포인트 인상이다. ECB는 성명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다”며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ECB는 올 7월 11년 만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0.50%포인트를 올렸고 이후 두 차례 자이언트스텝도 단행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 상승률은 9.9%였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또한 일각의 경기 침체 우려에도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6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경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중립 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금리 인상의 체감 효과는 2024년경 나타날 것으로 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유럽중앙은행(ECB)이 27일(현지 시간) 월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현 1.25%에서 2.00%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지난달에 이은 두 번째 0.75%포인트 인상이다. ECB는 성명을 통해 지난달 9.9%에 달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상승률을 ECB의 목표 수준인 2.00%대까지 낮추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ECB는 올 7월 11년 만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0.50%포인트를 올렸고 이후 두 차례 자이언트스텝도 단행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또한 일각의 경기 침체 우려에도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6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경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중립 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금리 인상의 체감 효과는 2024년경 나타날 것으로 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여성 프로 보디빌더들이 수십 년간 보디빌딩 업계 주요 관계자들에게 성적 착취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제보디빌딩연맹(IFBB) 프로리그 짐 매니언 회장의 아들인 사진가 J M 매니언은 15년 넘게 여성 보디빌더들을 반(半)강제로 압박해 비키니 차림이나 누드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IFBB는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피트니스 단체다. 피해 여성들은 매니언의 촬영 ‘제안’을 거부하면 프로 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하거나 대회 성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WP에 증언했다. 한 대회 참가 여성은 “매번 대회가 열리는 주말 직전의 누드 촬영 제의를 우리는 ‘목요일 밤의 소나기’라고 불렀다”며 “옷을 얼마나 벗느냐에 우승 확률이 달려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를 위해 몇 달 동안 해온 운동과 극단적인 식이요법에 들인 노력이 허사가 될까 고민한 참가자들은 이 같은 압박에 굴복하기 쉬웠다고 WP는 진단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이자 스포츠 분야 여성 권리 옹호단체 ‘챔피언 위민’ 설립자인 낸시 호그스헤드메이카는 “보디빌딩 대회는 평가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심사위원의 영향력이 막중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병력 부족으로 고전하는 러시아가 전직 아프가니스탄 특공대원들에게까지 러시아군 입대를 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군하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직 엘리트 군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이 아프가니스탄 육군 특전부대 출신들에게 왓츠앱, 시그널 같은 메신저앱을 통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제의하고 있다고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특전부대는 지난 20여 년간 미 해군 특수부대나 영국 특수공군과 연합훈련을 하며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 등을 상대로 대(對)테러작전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집권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고위 장교 수백 명은 국외로 피신했지만 일반 대원 2만~3만 명은 사실상 버려졌다는 것. 일부는 탈레반의 살해 위협 같은 보복을 피해 이웃 나라로 도피했다. 한 전직 군인은 FP에 “20년간 미국과 영국을 위해 싸웠는데 지금은 죄수처럼 숨어 지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고도로 훈련된 이 전직 대원들에게 높은 봉급 등을 제시하며 참전을 회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예비군 30만 동원령 이후 징집된 병사들이 기초 군사훈련 및 장비조차 받지 못한 채 최전선에 동원되는 형편다. 한 군사 소식통은 “아프간 ‘패잔병들’은 나라도, 직업도, 미래도, 잃을 것도 없다”며 “파키스탄이나 이란으로 도피해 하루 3~4달러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바그너의 (월) 1000달러 제안을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프간 현지 방송은 모집 제안에 러시아 시민권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군사안보 소식통은 “최대 1만 명이 입대 제안을 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FP는 “고도의 전투력을 갖춘 이들이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다면 러시아군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아프간 전직 육군 대위는 19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해 10년간 전쟁을 벌였던 과거를 언급하며 참전 제안에 (대원들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미 50개주 대부분에서 점수가 떨어졌다. 미국 교육부는 24일(현지 시간) 50개 주(州) 중 유타를 제외한 49개 주에서 4학년과 8학년생을 대상으로 수학과 독해 부분의 전국 학업성취도평가(NAEP) 추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NAEP는 전국 1만여 개의 학교를 대상으로 격년으로 실시하지만, 올해 검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올해에는 3년 만에 이뤄졌다. 미 VOA는 “팬데믹이 학업 성취도에 미친 영향을 국가차원에서 처음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석 결과, 한국의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8학년의 수학 점수는 500점 만점에 평균 274점을 기록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 비해 8점 내려간 것으로, 평가가 실시된 1969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4학년에서도 평균 241점에서 236점으로 5점 떨어졌다. AFP통신은 읽기 능력은 1992년 수준, 수학 능력은 2003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기존에 존재하던 격차가 더 확대된 양상도 나타났다. 4학년에서는 흑인·히스패닉 학생들의 점수가 백인 학생들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성취도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의 격차도 더 커졌다. 조사를 실시한 국립교육통계센터는 “8학년은 진학을 위한 수학 능력을 키우는 데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구엘 카르도나 교육부 장관도 “끔찍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적”이라며 “지금은 교육을 위한 진실의 순간이다. 이번 성적 하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앞으로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상과 달리, 원격 수업 기간과 학업능력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에서는 비교적 등교를 일찍 재개했지만 수학 점수가 전국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대면 수업을 가장 늦게 재개한 지역 중 하나인 로스앤젤레스에서는 8학년의 읽기 실력이 오히려 올랐다. 교육매체 초크비트는 “등교기간은 8학년생들의 읽기 점수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미 CNN은 “비대면 수업이 학업성취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존의 연구 결과와 다소 배치된 것”이라며 향후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 교육정책 방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1220억 달러(14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예산을 공교육 지원에 투입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국이 초등학교·중학교들이 지원받은 금액의 15%도 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NAEP에서 점수가 많이 떨어진 하위 50% 가량의 지역에서는 사용률이 5% 이하에 그쳤다고 분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독재 시대를 알린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뒤인 24일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3위안을 넘어 역외 시장 기준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홍콩 증시도 6% 이상 폭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역외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7.3098위안까지 오르며 2010년 거래를 시작한 후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다. 역내 중국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달러당 7.2633위안까지 올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을 무제한으로 내놓을 수 있는 시 주석의 권력이 공고해졌다고 시장이 우려하고 있다”며 시장의 깊은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6% 떨어진 15,180.69로 거래를 마쳤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본토 기업들의 주가인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도 7.3% 떨어진 5,114.48로 거래를 마쳤다. 1994년 이 지수가 출시된 이후 최저치였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도 2.02%, 선전성분지수도 1.76% 급락하며 마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30조7627억 위안(약 6086조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 성장했다고 밝혔다. 외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3.4%)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3%에 그쳤다. 백화점, 편의점 등 소매점 판매를 나타내 내수 경기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소매 판매의 9월 성장률은 2.5%에 그쳤다. 로이터통신 등의 예상치 3.3%보다 낮았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 늘어났다. 8월의 7.1%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도 경기 둔화세를 벗어나기 쉽지 않아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5%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장률 발표는 원래 당대회 기간인 17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어떤 설명도 없이 돌연 연기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0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25년 만에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독재 체제를 강화하면서 정치 분야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더욱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열린 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공개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은 물론이고 전체 정치국 위원 24명 명단에 여성은 없었다. 유일한 여성 위원이었던 쑨춘란 부총리의 은퇴에 따른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것이다. 공산당은 1949년 중국 정부 수립 이후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회에는 한 번도 여성을 포함시킨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권력 핵심부의 ‘여성 전멸’ 사태로 ‘유리천장’ 논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열린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선출된 중앙위원 205명 중에서도 여성은 5년 새 1명 늘어나 11명(5.4%)에 불과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정치기구에서 여성이 고위직을 차지한 비율이 10%를 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6일 태국의 한 어린이집 안팎에서 영유아 24명을 포함해 38명을 살해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총기 난사범은 마약 범죄자였다. 범인인 빠냐 캄랍은 마약 소지 혐의로 해고된 전직 경찰관이었다. 그는 사건 당일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나온 직후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 참사에서 범죄의 원인 중 하나가 마약이었다는 점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태국 정부가 최근 아시아 최초로 대마를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과거 태국은 강도 높은 ‘무관용’ 마약 규제 국가로 유명했지만 2019년 들어선 새 정권이 기존 정책을 뒤집었다. 요즘 태국은 마약에 관대한 네덜란드에 빗대 ‘아시아의 암스테르담’이라 불린다. 태국을 중심으로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 마약이 확산되면서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를 잇는 마약 유통채널이 활성화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태국 ‘마약 엄벌주의→대마 합법화’ 선회어린이집 총기 난사범 캄랍이 소지했던 마약은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진 ‘야바’다.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카페인을 섞어 만든 야바는 각성 효과가 강력해 1970년대까지 태국의 장거리 운전자들이 잠을 쫓기 위해 주유소에서 구매하곤 했다. 또한 태국에서는 약물 제조에 쓰이는 야생 대마초 ‘간자’ 등 다양한 마약류 재배가 성행했다.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3국 접경지대를 일컫는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지대)’은 1960년대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지로 악명을 떨쳤다. 태국은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1년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에 동조해 마약 소지와 유통을 법으로 금지했다. 1983년에는 ‘도이퉁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아편 생산을 전면 금지했다. 2000년대 들어선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마약밀매상이 갈 곳은 감옥이나 무덤뿐”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잔혹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당시 태국 교도소 수감자의 약 70%가 마약 관련 범죄자였다. 조직적으로 마약을 생산·거래한 자는 최대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엄벌주의 원칙이 올 6월 뒤집어졌다. 2019년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개인이 의학적 목적으로 대마를 재배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향정신성화학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함량이 0.2% 미만인 대마 제품 생산도 허용됐다. 미국공영라디오(NPR)는 “태국 정부가 세계 의료용 마약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농민들을 대마 생산으로 유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국 정부는 100만 개의 대마초 묘목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보건장관은 대마초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오늘 부자가 되지 못한다면 언제 부자가 될 수 있겠느냐”고 홍보했다. 그가 속한 품짜이타이당은 2019년 총선에서 가정용 대마 재배 합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대마당(黨)’이라고 불렸다. 마약을 불법으로 소지·복용한 행위에 대해 처벌도 완화됐다. 태국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는 “범죄 조직에 대해선 여전히 가혹하지만, 개인 범죄자에게는 처벌보다는 치료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변화된 방침에 태국의 대마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요즘 태국과 주변국의 유흥가에선 길가에 대마 냄새가 진동한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다양한 품종의 대마의 맛과 효능을 홍보하는 게시물도 자주 눈에 띈다. 태국의 인기 휴양지 꼬사무이에서 25년째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인 칼 램은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요즘 전화나 이메일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은 마리화나를 판다는 말이 진짜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민심 겨냥해 마약 합법화한 듯” 문제는 태국 정부가 마약 관련 규제를 완화한 목적이 마약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려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태국 정부가 새로운 ‘환금작물’을 합법화함으로써 관광·농업 분야 수익을 늘리고, 내년 총선에 대비해 민심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한다. 교도소의 과밀 현상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에 만연한 마약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6월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 한 해 동안 동북아·동남아 지역에서 압수된 필로폰이 총 172t에 달한다고 밝혔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통상 0.03g인 점을 감안하면 총 57억 회분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 특히 도소매 가격이 지난해 사상 최저로 하락하면서 알약 형태의 필로폰 압수량은 처음으로 10억 개를 돌파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무려 7배로 급증한 것이다. 미 군사전문지 인도태평양디펜스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 간 단속이 막힌 데다, 지난해 미얀마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정부의 대응력이 떨어지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마약 밀매업자들과의 싸움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정책 변경 후 기존 수감자들 상당수는 석방됐고 마약 관련 범죄 기록도 삭제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더선데일리 등은 태국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인접 국가들에 의료용 대마 산업 합법화 ‘노하우’를 전수해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태국 정부는 안전장치가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미성년자와 임신·수유 중인 여성에게는 대마를 판매할 수 없고, 공공장소에서 대마를 복용하는 것도 금지됐다는 것이다. 아누틴 보건장관은 “마약으로서의 대마초 사용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태국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대마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은 가짜 뉴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마 판매량과 농도, 용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콕포스트는 “정부는 오락용이 아닌 의료용 생산·소비만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 경계가 이미 흐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약물정책컨소시엄의 글로리아 라이 아시아 담당 이사는 “사람들이 가정에서 대마초를 키울 수 있다면 처방전 없이도 대마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공공장소가 아닌 사유지에서는 대마를 피우더라도 누군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도 법의 허점이다. 태국 내에선 대마 합법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어린이집 총격 사건을 계기로 찬반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 다음 날 쁘라윳 총리는 마약 억제를 긴급 국가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태국의 국가부패방지위원회(NACC) 위차이 차이몽꼰 사무총장도 13일 “필로폰 가격이 급락하면서 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대응 강화를 예고했다. 의료계에서도 마약 남용과 부작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쭐랄롱꼰대 찬차이 시티판 의과대학장은 “젊은이들의 대마초 사용이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 의사 1000명은 의회에서 법이 개정될 때까지 ‘대마초 비범죄화’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의료용 대마가 과잉 처방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한국인 A 씨는 이달 초 불면증 치료를 위해 방콕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용 액상 대마를 처방받았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치료제에 대마를 뜻하는 초록색 잎사귀 모양이 그려진 것을 보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5월 태국 총선을 앞두고 현 정권에 비판적인 야당들은 다시 총기·마약 규제를 강화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도 해외 도피 중 이번 사건을 접한 뒤 정부에 마약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 한국인 관광객들 마약 노출 위험 커져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의 마약 확산은 해당 지역 관광객이 많은 우리나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협 요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주요국 한국인 출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베트남, 태국, 필리핀 순이다.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동남아 국가들을 찾는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마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휴가차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직장인 정모 씨(29)는 저녁을 먹으러 방문한 거리에서 3시간 사이 3번이나 마약 구매 의사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정 씨는 “마음만 먹으면 하노이에서 마약을 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로 보였다”며 “(모든 마약이 불법인) 하노이가 이 정도인데, 대마초가 합법인 다른 동남아 국가는 얼마나 심각하겠나 싶었다”고 말했다. 각국의 방역 정책이 완화되고 국제 물류운송이 재개되면서 동남아 주요 국가와 한국을 잇는 마약 유통채널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약 범죄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합성 대마 상당량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의) ‘골든 트라이앵글’을 통해 들어온다”며 “한국인 판매책들이 해당 국가들로 도피해 한국으로 반입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말 한중일 3국이 신흥 마약 유통 경로로 떠오르면서 ‘화이트 트라이앵글’로 지목됐던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우리나라에 이미 외국산 마약이 너무 많이 퍼져 주워 담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내에도 마약 관련 범죄조직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마약 유통 경로에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약 수요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원도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야바를 밀반입시킨 태국인 65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관세청은 태국 당국과 마약 합동단속을 통해 올 5월부터 지난달까지 우리나라로 밀반입하려던 필로폰 약 22kg과 야바 약 29만 정을 적발했다. 이들은 공동 숙소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집단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더라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 수가 늘면서 불법 체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클럽 주점 등 유흥업소가 늘어나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봉쇄된 기간 동안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이 소규모 네트워크를 통해 자체적으로 마약을 유통·소비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순 투약을 넘어 해외에서 마약을 유통·판매하는 일로도 넘어가면 동남아 현지 마약이 국내에 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인들이 의도적으로 찾지 않더라도 마약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약이 합법화된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하는 국민에 대해선 소지품 검사를 강화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마약과 접촉할 소지를 줄이기 위한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남아 주요 국가에 마약 단속 인력 파견을 강화해 현지에서 마약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 시간) 사의를 밝혔다. 지난달 6일 취임한 지 44일 만이다. 취임 직후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 급락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며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가 결국 물러났다. ‘제2의 마거릿 대처’를 표방하며 ‘영국 역사상 최초의 40대 여성 총리’로 출발했던 트러스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안았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을 지킬 수 없어서 물러난다”며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를 해결하라는 소명을 가지고 선출됐지만 현 상황에선 총리로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 보수당은 다음 주 후임 총리 선출을 위한 경선을 연다. 지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에게 패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등이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된다.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이 “즉각 총선 실시”를 요구해 혼란이 예상된다. 트러스, 감세안 실패로 리더십 치명상… 英 사상 최단명 총리 오명 英총리 44일만에 사임 “난 싸우는 사람” 野사임 요구 일축… 측근 내무장관 사임에 결국 백기전임 존슨도 내각 사퇴에 물러나… 野, 총선 요구… 정계 혼란 가능성가디언 “보수당 실험은 죽었다”… 보수당 “28일까지 후임선거 가능”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집권 보수당 내 총리 경선 때부터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노선을 따르겠다는 뜻을 밝혀 ‘제2의 대처’로 불렸다. 하지만 취임 직후 성급하게 발표한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하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감세안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이는 영국 국채 금리 급등과 파운드화 급락을 불러 세계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했다. 이후 영국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는 등 긴급하게 개입해 일시적으로 혼란을 수습했지만 “영국이 세계의 문제 국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영국의 국가 신뢰도가 추락했다. 이로 인해 정치적 치명타를 입은 뒤 ‘좀비 총리’로 불릴 정도로 리더십이 훼손됐다. 수세에 몰린 트러스 총리는 감세 정책을 추진한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임명 38일 만에 해임하며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보수당 내에서 트러스 총리를 축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19일 수엘라 브래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정부가 공약을 깼다”며 사임하면서 트러스 총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됐다. 직전 기록은 19세기 초반 취임 119일 만에 사망한 조지 캐닝 총리다.○ 측근 장관들 잇단 사퇴에 못 버틴 듯BBC에 따르면 브래버먼 장관은 “정부 업무에 잘못이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가 잘못한 게 없다고 하면 사람들이 모를 것이며 모든 일이 마법처럼 잘되리라고 바라는 것은 진지한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핵심 정책인 대규모 감세 정책을 철회해 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트러스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이 17일 ‘트러스표’ 감세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트러스 총리는 사실상 ‘식물 총리’나 다름없게 됐다. 트러스 총리는 19일만 해도 하원에서 개최된 정례 주간 총리 질의응답에 참석해 야당의 사임 요구에 “나는 싸우는 사람(fighter)이지 그만두는 사람(quitter)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각료들이 잇달아 사임하는 등 당 안팎에서 거세지는 사임 압박에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수칙을 어긴 ‘파티 게이트’ 및 이에 대한 거짓 해명으로 사퇴 압력을 받았음에도 버티다가 최측근 리시 수낵 전 장관이 사표를 던진 이후 장관들 사퇴가 이어지자 총리 직을 내놨다.○ 보수당 “다음 주 경선”에 야당 “총선 요구”영국 언론들은 신임 총리가 44일 만에 사퇴한 초유의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BBC는 “우리 현대사에서 일어난 가장 빠른 수반 교체다. 10월에 영국은 올 들어 세 번째 총리를 맞게 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보수당의 실험은 죽었다. 용서하지 말고 잊지 말자”고 논평했다. 집권 보수당은 이날 “28일까지 후임 선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대부분의 보수당 중진 의원들이 수낵 전 재무장관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선 3위였던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이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CNN은 일각에서는 보리스 존슨이 다시 전면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수당보다 지지율이 크게 높은 야당 노동당이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영국 정계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도 크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무리한 감세 정책으로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입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재정 정책 실패 책임을 물어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14일 경질했다. 또 법인세율을 동결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하는 등 감세안을 추가로 철회했다. 영국 총리실은 14일(현지 시간) 콰텡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제러미 헌트 전 외교장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38일간 재임한 콰텡 장관은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임기가 짧은 재무장관으로 남게 됐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리려던 지난 정부의 계획을 취소하고 동결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무효화하기로 한 것이다. 법인세 동결은 지난달 23일 트러스 총리가 발표한 430억 파운드(약 69조 원) 규모 감세안인 ‘미니 예산’ 정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장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르고 규모가 컸다”며 “현재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안정이고, 이것이 오늘 내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라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가 이처럼 물러선 데에는 영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영국 안팎의 비판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전부터 대규모 감세를 예고했던 트러스 총리의 유턴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트러스 총리는 미니 예산 발표 후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영국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3일 고소득자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이후 11일 만에 법인세율 동결 방침까지 철회하면서 취임 전부터 공약해온 대규모 감세안을 백지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세안 추가 철회 전망에 14일 영국 증시 FTSE100 지수는 전날보다 1.13%포인트 상승하는 등 다소 안정됐다. 만기 30년 영국 국채 수익률은 한때 전날보다 0.3%포인트 낮은 4.24%로 떨어졌다. 파운드화 환율 역시 1.13달러에 거래되며 전날보다 소폭(0.3%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천재들의 장학금’으로 불리는 미국 ‘맥아더 펠로십’의 올해 수상자 25명에 7월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탄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39)를 포함해 최예진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45), 모니카 김 위스콘신대 역사학과 교수(44) 등 한국계 연구자 3명이 선정됐다. 12일(현지 시간) 발표된 수상자들은 향후 5년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80만 달러(약 11억 원)를 각각 상금으로 받는다. 맥아더 재단은 허 교수의 수학적 성과를 소개하며 “효과적이고 명확한 의사소통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수학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호평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권위자인 최 교수는 2015년 미 전기전자공학자학회(IEEE)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AI 과학자’ 10명에 드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맞물려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짜 뉴스’에 관련된 연구를 해왔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자연어를 분석한 후 그 안에 함축된 의도를 포착하는 AI 체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두고 온라인 쇼핑몰의 가짜 리뷰에서 가짜 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탐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컴퓨터 언어학을 연구한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일상적인 사건의 원인과 결과, 그에 관한 사람들의 의도와 정신 상태를 추론하도록 기계를 가르치는 것은 AI 분야의 오랜 과제”라며 “기계가 인간과 더 잘 소통하고 인간의 가치에 더 잘 부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역사 전문가인 김 교수는 미국이 냉전 기간 중 전 세계 외교군사정책에 개입한 과정,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의 탈식민지화 과정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그는 6·25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외교정책에 벌어진 변화를 재조명했다. 그는 6·25 당시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국가원수나 지도자가 아닌 평범한 서민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연구를 추구한다. 맥아더 재단은 그의 연구가 전쟁 및 갈등지역에서 인종, 계급, 정체성 등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981년 시작된 맥아더 펠로십은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미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수상자 선정 과정이 비밀에 싸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재단이 전국 익명의 전문가들로부터 비공개로 후보자 수백 명을 추천받은 뒤 역시 익명의 심사위원 12명이 수상자를 뽑는다. 올해 수상자에는 미국의 총기문화를 연구한 제니퍼 칼슨 애리조나대 교수,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규모와 경로를 예측한 제나 잼벡 조지아대 교수, 재즈 첼리스트 겸 작곡가 토메카 리드 등도 포함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