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는 세금 등 필수지출을 빼고 남은 가처분소득의 약 27%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이나 소득에 비해 부채가 더 빠르게 불어나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전국 2만 가구를 조사해 21일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가구의 평균 부채는 6655만 원으로 1년 새 6.4%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2013년(7.5%)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하지만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6187만 원으로 같은 기간 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금, 국민연금 등 비(非)소비지출을 빼고 실제로 손에 쥔 처분가능소득은 4022만 원(2015년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2.4%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자산과 소득 증가 속도가 부채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가계가 초저금리와 부동산 호황에 기대 빠르게 빚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나빠졌다. 가계부채 위험성의 척도로 꼽히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은 26.6%로 지난해보다 2.6%포인트 뛰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가 100만 원을 손에 쥐면 약 27만 원을 빚을 상환하는 데 쓴다는 뜻이다. 가구당 원리금 상환액(1071만 원)은 올해 조사에서 처음으로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어 가계 빚의 위험도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40대(40~49세)가 가구주인 가구의 DSR는 30.2%로 전년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30%대를 넘어선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40대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대출을 늘린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구주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 가구의 DSR가 35.5%로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작년보다 3.9% 늘어난 9812만 원으로 1억 원에 육박했다. 직장인(상용근로자) 가구(7508만 원)보다 2300만 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또 문 닫은 자영업자와 은퇴가구가 늘면서 무직 등이 포함되는 기타 가구주의 부채가 가장 큰 폭(11.9%)으로 늘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 실적이 올해 3분기(7∼9월) 처음으로 하루 평균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의 확산 속에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등이 ‘지갑 없는 세상’을 이끄는 모습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101만1400건으로 전 분기(71만3800건)보다 41.7% 늘었다. 올해 1분기(44만200건)와 비교하면 반년 새 2.3배로 급증한 것이다. 3분기 간편결제 하루 평균 이용금액도 295억 원으로 전 분기(207억 원)보다 42.2% 불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체크카드 정보를 미리 저장해두고 물건을 살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접촉해 간단하게 결제하는 방식이다. 9월 말 현재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에 등록된 고객은 3750만 명으로 3개월 새 15.5% 늘었다. ‘페이 전쟁’으로 불릴 만큼 치열해진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 다툼에서 삼성전자, 신세계, 롯데 등 유통·제조업체가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페이, SSG페이, L페이 등 유통·제조업체가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 건수는 3분기 하루 평균 67만 건으로 전 분기보다 60.3% 늘었다. 이용 금액도 183억 원으로 66.0% 급증했다. 반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나우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내놓은 간편결제 이용 건수는 3분기 34만1400건으로 1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통·제조업 기반 업체들이 오프라인 거래 실적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편송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간편송금은 스마트폰에서 계좌이체 등으로 충전한 선불금을 전화번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체하는 방식이다. 3분기 간편송금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14만8800건으로 전 분기보다 25.7% 늘었고 이용금액은 79억 원으로 70.1% 급증했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를 제치고 토스, 네이버페이송금, 카카오머니처럼 ICT 회사들이 선보인 서비스가 간편송금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 실적이 올해 3분기(7~9월) 처음으로 하루 평균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의 확산 속에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등이 '지갑 없는 세상'을 이끄는 모습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101만1400건으로 전 분기(71만3800건)보다 41.7% 늘었다. 올해 1분기(44만200건)와 비교하면 반년 새 2.3배로 급증한 것이다. 3분기 간편결제 하루 평균 이용금액도 295억 원으로 전 분기(207억 원)보다 42.2% 불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체크카드 정보를 미리 저장해두고 물건을 살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접촉해 간단하게 결제하는 방식이다. 9월 말 현재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에 등록된 고객은 3750만 명으로 3개월 새 15.5% 늘었다. '페이 전쟁'으로 불릴 만큼 치열해진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 다툼에서 삼성전자, 신세계, 롯데 등 유통·제조업체가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페이, SSG페이, L페이 등 유통·제조업체가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 건수는 3분기 하루 평균 67만 건으로 전 분기보다 60.3% 늘었다. 이용 금액도 183억 원으로 66.0% 급증했다. 반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나우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내놓은 간편결제 이용 건수는 3분기 34만1400건으로 1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통·제조업 기반 업체들이 오프라인 거래 실적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편송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간편송금은 스마트폰에서 계좌이체 등으로 충전한 선불금을 전화번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체하는 방식이다. 3분기 간편송금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14만8800건으로 전 분기보다 25.7% 늘었고 이용금액은 79억 원으로 70.1% 급증했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를 제치고 토스, 네이버페이송금, 카카오머니처럼 ICT 회사들이 선보인 서비스가 간편송금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탄핵 정국으로 차기 은행장 공백 사태가 우려됐던 IBK기업은행에 대해 금융 당국이 차질 없이 후임 인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금융위원회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27일 이전에 신임 행장 후보를 선정해 임명 제청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는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해 앞서 1차 후보를 추려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9일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자 후임 인선 작업이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위가 27일 이전에 차기 행장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의 인사권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후임 인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차기 행장은 내부 인사를 포함한 민간 금융인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인사 과열 양상이 빚어지는 분위기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미국이 1년 만에 금리 인상에 재시동을 걸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던 세계적인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현재 0.25∼0.50%인 기준금리를 0.50∼0.75%로 올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7년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1년 만에 다시 인상한 것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결정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준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내년에만 3차례 금리를 더 올려 금리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의 영향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이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엔화 가치가 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그동안 일제히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섰던 각국 중앙은행이 ‘돈줄 조이기’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슈퍼 달러’ 시대를 맞아 세계 자금 흐름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미국 등 선진국으로 환류(還流)하는 대격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 정국에 휩싸인 한국 경제에 미국 금리 인상,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외부 충격이 더해져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제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에 한국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6개월 연속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어느 때보다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금융 안정에 한층 더 유의하겠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1년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한 미국이 내년에 추가 인상의 ‘가속페달’을 예상보다 더 세게 밟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으로 불안한 국내 금융시장과 수출 등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초저금리에 기대 빚을 늘려온 서민들과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금리 인상의 회오리에 빨려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의 ‘성장 절벽’ 우려가 높지만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상 압력과 1300조 원을 돌파한 가계 빚 부담 등을 감안해 15일 기준금리를 6개월째 동결했다.①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떠날까 이날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국은 동결하면서 양국 기준금리 차가 0.5%포인트로 좁혀졌다. 당장 글로벌 자금의 국내 금융시장 이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년 만에 금리를 올렸을 때도 한국 증시 및 채권시장에서 3개월간 11조 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 연준은 내년 3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했다. 현재 0.50∼0.75%인 미국 금리가 내년에 한국 기준금리(1.25%)를 따라잡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자금 유출은 더 빨라지고, 강(强)달러 시대를 맞아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원화 가치 약세)도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풍부한 외환유동성과 외환보유액 등으로 대외 건전성이 양호해 당장 급격한 자본 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② 빚 많은 서민 자영업자 중소기업 위기감 고조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다. 이미 국내 대출금리는 미국 금리 인상 전부터 빠른 속도로 뛰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60%가 변동금리 상품임을 감안하면 800조 원 안팎의 가계 빚이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8조 원 정도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특히 고령층과 영세자영업자, 저소득층, 다중채무자 등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 연체나 파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한은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금융·실물자산을 다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부실위험 가구가 6만 가구 더 늘어난다.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급증하면 가계소비가 더 얼어붙어 내수경기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③ 회복 조짐 보이던 수출 전선도 먹구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국내 수출 회복세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미 신흥국 경제는 자본 유출, 통화 가치 약세 등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후 외채를 크게 늘린 일부 국가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의 대(對)신흥국 수출 비중은 현재 57.1%. 신흥국 경기 침체는 국내 수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 상승 기대가 높지만 달러 강세가 이를 제약할 수도 있다. 주요 산유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유가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국내 석유화학, 자동차 업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④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압력 커질 듯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가계와 기업의 소비, 투자가 얼어붙어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탄핵 국면에 따른 정치적 불안도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 외에도 내년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출범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가시화 등 국내 경제에 영향을 줄 대형 변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현재 국내 경제의 상방 요인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 정치적 불확실성 등 국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내년에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기대가 현실이 되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도 오를 수 있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⑤ 한은도 미국 따라 금리 올리나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침체된 국내 경제를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낮춰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날 “지금 상황에선 금리 정책을 펼 때 성장, 물가뿐 아니라 금융 안정에 한층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기 어렵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반대로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바로 올리기도 어렵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상이 정부와 엇박자를 내 경기 회복의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어서다. 안 원장은 “내년 한은의 운신의 폭은 작을 수밖에 없다.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박은서 기자}
미국이 1년 만에 금리 인상에 재시동을 걸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던 세계적인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0∼0.75%로 올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7년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1년 만에 다시 인상한 것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결정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준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내년에만 3차례 금리를 더 올려 금리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의 영향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이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미 달러 가치가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엔화 가치가 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그동안 일제히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섰던 각국 중앙은행이 '돈줄 조이기'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슈퍼 달러' 시대를 맞아 세계 자금 흐름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미국 등 선진국으로 환류(還流)하는 대격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 정국에 휩싸인 한국 경제에 미국 금리 인상,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외부 충격이 더해져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제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에 한국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6개월 연속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어느 때보다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금융안정에 한층 더 유의하겠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정부의 잇단 가계부채 대책에도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9조 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앞두고 가계 빚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04조6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8조8000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지난해 10월(9조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것이다. 또 예년(2010∼2014년) 11월 평균 증가액(3조9000억 원)의 2배를 웃돈다.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529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새 6조1000억 원 늘었다. 이 또한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액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미 분양된 아파트의 집단대출 수요가 여전히 많고 주택 거래가 꾸준히 이뤄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내 대출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자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까지 가세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집단대출 보증 요건을 강화한 ‘8·25 대책’,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한 ‘11·3 대책’ 등을 잇달아 내놨지만 약발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도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인 2조7000억 원 늘었다. 예년 11월 평균 증가액(9000억 원)의 3배나 된다. 10월 ‘코리아 세일 페스타’ 때 사용했던 신용카드 결제 수요가 지난달 몰린 영향이 컸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엔 미국인에게도 이름이 새로운 ‘워싱턴 아웃사이더’들이 많은 만큼 인연이 깊은 한국인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이광국 현대자동차그룹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와 친분을 맺고 있다. 이 부사장은 최근까지 현대차 워싱턴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현대차 몽고메리 시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 주 연방 상원의원인 세션스 후보자와 수시로 연락하는 사이였다. 1997년부터 주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세션스 후보자는 현지와 서울 본부의 현대차 그룹 관계자들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 현안을 자주 논의했다. 홍재기 공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소장)은 2007∼2009년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에서 연락장교로 근무할 때 사령관이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와 인연을 맺었다. 홍 부사령관은 ”1년에 두 번 매티스가 관저를 개방하는 ‘오픈하우스’ 파티를 했다. 가보니 서가에 엄청난 양의 책이 있었다“며 “전쟁사, 전투전략 및 체계 등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들도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으며 박식했다”고 말했다. 뉴욕 금융가 출신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당시 재계 12위였던 한라그룹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간여했다.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한라시멘트 등 한라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에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채권 헐값 인수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악명을 떨쳤다.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과 인연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후보자와는 한국 정부가 별다른 연결 고리가 없다. 미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2008년 8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 당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며 “주미 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이제부터 틸러슨 측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해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전 국방정보국장) 등이 모두 중동, 유럽을 중심으로 경력을 키워온 사람들”이라며 “아시아에 대한 정책 비중이 낮아지고 북핵 문제 등 현안을 임기응변으로 대응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pen@donga.com·정임수·조숭호 기자}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내년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45%로 높이기로 했다.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나눠 갚도록 하는 분할상환 대출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2일 금융위·금융감독원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질적 구조개선을 가속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주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국내 금리가 치솟으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내년도 은행권의 고정금리 대출 목표 비중을 당초 설정했던 42.5%에서 45%까지 높이기로 했다. 분할상환 대출 비중도 50%에서 55%로 상향 조정했다. 고정금리 대출은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분할상환은 처음부터 원금을 갚아나감으로써 가계대출 규모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임 위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변동금리 상품을 권유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하는 불건전한 영업행위는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진웅섭 금감원장도 “일부 은행이 고정금리 대출 취급을 축소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른 금융회사는 현장점검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금리 산정 및 공시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또 탄핵 정국의 혼란기를 틈타 불공정 거래 등으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증시 교란 세력을 사전 차단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이번 주에 금융당국과 검찰, 한국거래소가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테마주 등 이상 급등 종목에 대한 집중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에 부담이 집중된 현행 구조조정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금융당국은 내년 3월 기업 회생과 구조조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생전문법원’ 출범을 계기로 법원과 한국형 ‘프리패키지드 플랜’ 운용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채권단이 신규로 자금을 지원하는 워크아웃의 장점과 채무 재조정이 가능한 법정관리의 장점을 결합한 구조조정 방식이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유일호 경제팀은 주말 동안 휴일을 반납한 채 연이어 비상회의를 열어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하지만 회의만 많았을 뿐 별다른 내용이 없었던 탓에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움직임’이란 비판도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열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국 경제에 쏟아지는 외국의 불안한 시선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금번 탄핵 의결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 관련 증권) 지표의 움직임은 안정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신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으로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경제 분야는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 부총리는 기자들이 쏟아낸 민감한 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는 “경제정책 실패가 촛불집회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미국 CBS 기자의 질문에 “경제정책과 관련한 불만은 국회 논의 과정 등에서 충분히 표출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란 질문에는 “제가 답할 일은 아니다. 정격유착은 이제 정말 없어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고만 말했다. 유 부총리는 앞서 10일 오전에는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최순실 게이트 이후 흐트러진 기재부 내부 분위기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또 이날 오후에는 경제5단체장들을 만나 정부의 대응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경제계의 협조를 부탁했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비상경제대응반을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도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탄핵안 가결에 따른 금융 부문의 리스크 요인과 은행의 외화 유동성 상황을 점검했다. 임 위원장은 “현재 금융위, 금융감독원 합동으로 운영하는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이 ‘24시간 빈틈없는 모니터링’ ‘현안 점검’ 등 상투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 위기 대응을 위한 액션플랜(실행계획)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말 동안 기재부와 금융위 주재로 수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회의 내용은 일반의 예상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여야정이 만나서 먼저 경제 컨트롤타워 확립에 관한 합의를 하고,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등 여러 현안을 어떤 일정으로 처리해 나갈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정임수 기자}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 경제 앞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이 닥쳤다. 이번 주로 예정된 미국 금리 인상에 정부 경제팀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한국 경제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등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탄핵 이후 가장 급한 건 미국 금리 인상에 대응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탄핵 이후 사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경제 컨트롤타워를 누구로 세울지조차 정리되지 않아 금리 인상을 계기로 불안감이 되레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명확한 교통정리를 신속히 마치고, 내년 경제정책 방향 등을 하루빨리 수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고된 충격’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13일(현지 시간)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단행될 예정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중순에 내놓은 성명에서 “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지연시키면 경제가 목표보다 과열되고, 이에 따라 갑작스럽게 긴축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며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탄핵 정국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 기존에 유입됐던 선진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1년 국채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3개월 뒤 3조 원 유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적극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내년에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점은 기정사실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당장 주택담보대출 등의 부담이 큰 서민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 등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이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카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FOMC에서 결론이 나오는 직후 긴급관계회의를 열겠다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다. 지난달 말 한은이 국고채 1조2700억 원어치를 직접 매입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안갯속’ 이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탄핵 이후 대책을 마련하고 한국 경제를 책임져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는 아직도 불명확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의 어정쩡한 동거 상태가 1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다. 형식적으로는 유 부총리가 현직 경제팀 수장으로 다양한 업무를 챙기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가 발표된 지난달 초 이후 경제부처 내에서는 이전보다 리더십이 확실히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부총리 스스로도 내년도 예산안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이 마지막까지 앉아 책임져야 하니 그렇긴 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을 사기도 했다. 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지난달 일찌감치 철수시키고 금융위원장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마저 △임 후보자 임명을 추진해야 할지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보자 임명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 등 코앞에 닥친 현안을 매끄럽게 풀기 위해서라도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을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 부총리 유임이든, 임 후보자 임명이든 서둘러 결론을 낸 뒤 경제 문제를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황교안 권한대행-유 부총리-임 후보자가 공동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누가 되든 빨리 결정해 정리만 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워낙 빠듯하고 상황이 긴박한 만큼 거시경제 안정을 목표로 삼아 리더십 공백을 빨리 메워야 한다”고 덧붙였다.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정임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파는 크지 않았다. 그동안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정치 불확실성의 ‘뇌관’이 어느 정도 제거됐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에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미국의 금리 결정이 코앞으로 닥쳐 금융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미국 금리 인상 등 대형 변수가 불거질 때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9일(현지 시간) 미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전날보다 5.5원 오른 1168.8원에 마감했다. 10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금리는 2.63%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탄핵안 표결 결과가 나온 뒤 처음 열린 역외 시장에서 탄핵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0.425%포인트로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의 지표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만큼 12일 개장하는 국내 금융시장도 탄핵의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당장 13, 14일(현지 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금리 인상 자체는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FOMC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신호가 나오면 시장은 예상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국내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거나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국 혼란이 다시 고조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내외 불안 요인이 계속되자 국내 투자자들은 고정금리형 대출을 늘리는 한편으로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성 금융상품을 찾고 있다.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대출(5년 혼합형) 비중은 지난달 말 현재 41.3∼45.8%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보다 평균 0.5%포인트 정도 금리가 더 높지만 지난달 들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낀 대출자들이 금리가 높더라도 변동성이 작은 고정금리 상품을 찾는 것이다. CMA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금융상품도 뭉칫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현재 CMA와 MMF 잔액은 약 173조 원에 이른다. CMA 잔액은 이달 6일 53조2851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부동자금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국민들의 실제 호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개 분기 연속 뒷걸음쳤다. 올해 3분기(7∼9월) 경제 성장률은 종전 잠정 집계해 발표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떨어진 0.6%에 그쳤다.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NI는 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 올 2분기(―0.4%)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과 수출 부진으로 교역 조건이 나빠진 결과로 풀이된다. 실질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에 교역 조건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준다. 2008년 금융위기 때 3개 분기 연속 감소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금융위기 같은 대형 충격이 없었는데도 저성장 국면이 길어져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또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10월 발표된 속보치(0.7%)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9월 들어 건설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고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3분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 꺾이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역시 정부 전망치(2.8%)는 물론이고 한은 전망치(2.7%)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코시 마타이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1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국 경제 리뷰 세미나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3.0%)를 아마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때문에 한국 경제의 중장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는 △높은 가계부채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여성 및 젊은층의 노동시장 참여율 저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노동생산성 △내수와 서비스업 주도형으로의 경제구조 전환 지연 등을 한국 경제의 위기 요소로 지목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황인찬 기자}
11월 수출이 깜짝 반등했다. 수출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가, 수출 지역 중에선 중국이 각각 상승세를 견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조업일수가 작년 11월보다 하루 많았고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아직 수출 회복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5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증가한 것은 올해 8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수출은 역대 최장 기간인 20개월간 하락세를 이어 오다 8월에 2.6% 증가하며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 파업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 등의 여파로 9월(―5.9%)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뒤 10월(―3.2%)에도 감소했다. 11월 수출액은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규모다. 13대 주력 품목 중 11개의 수출액이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는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어나면서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스마트폰 신제품의 메모리 용량이 커지면서 반도체 단가가 오른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20.0%), 일반기계(19.3%)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자동차(1.5%)는 파업이 끝난 뒤 생산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만에 증가했다. 주력 품목 가운데 선박(―36.8%)과 무선통신기기(―17.9%)는 수출액이 줄었다. 지난해 11월 국내 조선업계가 역대 4위에 해당하는 실적을 내면서 발생한 기저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0.4% 늘었다. 미미하지만 17개월 만에 증가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물량이 늘었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자국 내 생산설비가 부족한 중국이 수입을 확대한 게 영향을 미쳤다. 미국(3.9%)과 일본(12.6%)으로의 수출도 늘었다. 반면 선박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유럽연합(EU·―22.0%)과 중남미(―16.0%)로의 수출은 줄었다. 산업부는 주력 품목의 수출이 늘면서 하락세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월별로 수출 실적 차이가 큰 선박을 제외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2월 이후 21개월 만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본격적인 수출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24일로 지난해 11월보다 하루 많았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1.6% 줄었다. 미국 차기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수출에는 악재다. 한편 10월 경상수지는 사상 최장인 5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7억2000만 달러였다.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 흑자(98억3000만 달러)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서비스수지(―15억9000만 달러)는 전달(―25억8000만 달러)보다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해외 여행객 감소로 여행수지 적자가 줄고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적자였던 운송수지가 10월 들어 흑자로 돌아선 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운송수지 흑자 규모(1억5000만 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쳐 해운업 부진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세종=신민기 minki@donga.com / 정임수 기자}
서민층을 위한 정책금융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연말까지 현재의 연 2.50∼2.75%로 유지된다. 주택금융공사는 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12월 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올 6월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한 뒤 6개월간 동결한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대로 오르는 등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지만 서민층의 상환 부담을 덜고자 금리를 동결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론은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서민 실수요자만을 대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다만 공사 측은 내년 시장 금리 상황과 정책모기지 상품 개편 등을 고려해 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보금자리론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연내에 보금자리론을 비롯해 정책모기지 적용 대상을 강화하는 등 상품 체계를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개월째 올라 연 3% 선에 성큼 다가섰다. 서민층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 금리도 조만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은퇴가구,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이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3.09%로 전달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89%로 한 달 새 0.09%포인트 뛰었다. 올 7월 역대 최저 수준(2.66%)으로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개월 만에 0.23%포인트 올라 연 3%에 육박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압박에 은행들은 가산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증가세를 조절했다. 여기에다 시장 금리 상승까지 맞물려 금리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 연 3% 미만인 대출의 비중도 9월 69.2%에서 지난달 59.9%로 쪼그라들었다. 이 비중이 50%대로 떨어진 것은 올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달 들어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진 상황이다. 주택금융공사는 12월 보금자리론 금리 고시를 앞두고 현재 2.50∼2.75%인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말 고시되는 보금자리론 금리는 6월 이후 계속 동결돼 왔다. 다른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은 이미 최근 10일 새 최고 금리(30년 만기 기준)가 3.7%대에서 3.8%대로 0.1%포인트 정도 올랐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국 혼란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는 국제기구의 분석이 처음으로 나왔다. 글로벌 교역의 회복 지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 등에 따른 대외 악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이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올 6월에 내놓은 전망치(3.0%)보다 0.4%포인트 낮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에 미칠 단기적 위험이 높아졌다”며 최순실 사태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삼성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에 따른) 휴대전화 산업 문제, 구조조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등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낮출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요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될 정도로 나빠진 정치 상황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박 대통령의 갈등’이라는 제목의 전면 기획 기사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일련의 기업 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한국 경제가 리더십 부재와 혼란, 성장 둔화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부당한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연일 외신에 거론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이미지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단순한 정치적 혼란이 아닌, 규제 운용 등 한국 경제 시스템의 불투명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미 국내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킨 지 오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매주 서울 등 주요 대도시 도심에서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쇼핑가를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수출 기업 10곳 중 4곳은 내년도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이 28일 내놓은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0개 수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8.5%가 내년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응답했다.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22.7%에 그쳤다. 기업들은 수출 여건 중에서도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세계 시장의 경쟁 심화, 환율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 특히 최근 미국으로부터 반덤핑관세가 부과된 철강업(68.4%)과 조선업(66.7%) 등에서는 수출 여건 악화를 우려하는 업체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정임수 기자}
저금리 여건에도 국내 은행들이 올해 3분기(7∼9월) 4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호황으로 가계대출을 크게 늘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1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000억 원)에 비해 146% 늘었다. 올 2분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1조1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가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2012년 1분기 3조3000억 원의 순익을 올린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 반등은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 등의 비용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3분기 대손비용은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7000억 원)보다 88% 감소했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도 같은 기간 2000억 원 줄었다. 또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1.54%로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지만 이자이익(8조6000억 원)은 오히려 2000억 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같은 우량 담보대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각종 수익성 지표도 좋아졌다.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이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57%, 7.71%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뛰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다음 달 9일 이후부터 신용대출이 많거나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대출 신청자가 한 해 빚을 갚는 데 정확히 얼마를 쓰는지 은행들이 알 수 있게 되면서 대출 심사가 지금보다 깐깐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은 다음 달 9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을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은행권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이날부터 대출자가 대출을 신청하면 기존에 은행, 저축은행, 캐피털 등 모든 금융회사에서 받은 신용 및 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규모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DSR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화된 개념이다. 신규로 받는 대출을 주로 따져온 DTI와 달리 DSR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존 빚을 모두 따져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또 대출 상환 방식과 만기, 금리 등 개인별 실제 대출 정보를 바탕으로 산출돼 DTI보다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일단은 DSR를 당장 대출 규제 기준으로 쓰지 않고 참고 지표로만 활용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를 참고 지표로 활용하다가 가계부채 증가 속도 등을 감안해 자율 규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있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DSR를 대출 심사에 빠르게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한 ‘적정 DSR’(예를 들어 70% 또는 80%)를 초과하는 경우 대출자에 대해 소득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거나 대출 금액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자신의 원리금 상환 부담액을 모르는 고객이 많다”며 “대출 상담 때 DSR가 높은 대출자에게 만기를 조정하거나 다른 대출의 상환을 권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