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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인 ‘사법시험 존치’ 관련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다. 2017년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사법시험의 존폐를 국회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논의해 보겠다는 취지다. 법사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한성,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은 19일 이같이 합의했다. 20일 법안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법사위에는 새누리당 김용남 김학용 노철래 함진규 오신환 의원 등이 발의한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사시 존치와 관련된 법안이 여러 건 상정돼 있었지만 신중한 논의를 위해 여론 수렴 절차 등을 밟느라 안건 상정이 미뤄져 왔다”며 “소위 안건 상정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되더라도 그 법안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시 존치를 둘러싼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될 수 있다. 2009년 3월 1일 전국 25개 로스쿨이 개원했고 2017년에는 사시가 폐지되는 대신 2018년부터 법조인 양성 체계가 로스쿨로 일원화된다. 사시를 놓고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사시를 살리기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조인협의회(회장 김정욱)는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일부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전해철 의원과 국회 법사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사시 존치 법안 심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의원들이 지역 표심에 어필하기 위해 이미 결론이 난 사시 존폐 논란을 다시 쟁점화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야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해 오랜만에 힘을 합쳤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13일 연석회의를 꾸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정국 현안을 놓고 연석회의를 여는 건 2013년 11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 이후 2년 만이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시민사회와의 연대 투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와 천 의원이 이날 오후 단독 회동을 하고 이른 시일 안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연석회의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회동은 천 의원의 제안으로 문 대표의 의원실에서 20분간 이뤄졌다. 이에 앞서 천 의원은 11일 “시민사회의 모든 정의로운 세력이 빠른 시간에 ‘수구 기득권 세력의 역사 독점에 반대하는 비상대책회의’로 모이자”고 제안했다. 이번 국면을 계기로 야권이 내년 총선까지 단일 대오로 맞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천 의원 측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한정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표는 앞서 13일 오전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만나 연석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심 대표는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에서 야권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야권 정치지도자 회의’를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도 ‘긴급 연석회의’ 소집을 촉구하는 등 국정화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셌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시민사회와 손을 잡게 되면 거리 시위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식민사관도, 종북사관도 반대하지만 더더욱 안 되는 건 획일사관, 주입식사관”이라며 “식민사관 합리화, 5·16을 혁명이라 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을 한국적 민주주의로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강동원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이 없다”며 2012년 대선 개표과정에서의 조작 의혹을 제기해 빈축을 샀다. 강 의원은 개표완료 시간보다 빠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표 등 조작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일부 자료의 오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여야가 13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건 ‘친일 독재 미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선 국정화가 필수적”이라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백재현 의원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건 내년 총선에서 친일·보수세력의 결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나치 독일 시대에 국정 역사교과서가 있었고, 일본 제국주의 때 국정 역사교과서가 있었던 점을 예로 들며 정부와 여당의 국정화가 후진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식민사관도, 종북사관도 반대하지만 더더욱 안 되는 건 획일사관, 주입식 사관”이라며 “국정교과서의 최종 목표는 식민사관 합리화, 6·15를 혁명이라 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을 한국적 민주주의로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찬열 의원은 “일본 아베 정권의 못된 우경화 정책에 따른 역사 왜곡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정부의 방침에 힘을 실었다. 이장우 의원은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을 격하하는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라는 것인가”라며 “편향적 이념이 가득한 왜곡된 교과서를 우리 아이들에게 계속 배우게 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국정 교과서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만약 그런 시도가 있다면 제가 막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대정부 질문에는 여야의원이 속속 자리를 비워 60여 명까지 줄면서 회의 자체가 중단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회법 제73조 의사정족수 규정에 따르면 본회의는 재적의원(13일 현재 297명) 중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되 회의 도중 이에 못 미칠 경우 의장이 회의 중지나 산회를 선포할 수 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홍정수기자 hong@donga.com}
성폭행 혐의를 받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심학봉 의원(사진)이 12일 전격 사임했다.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지 72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안이 회부된 지 61일 만이다. 그러나 심 의원이 윤리 문제로 의원직을 제명당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피하려고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심 의원은 이날 본회의 개의가 예정됐던 오후 2시를 3시간 앞두고 보좌진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비밀투표로 진행된 심 의원의 사직안은 찬성 217표, 반대 15표, 기권 16표로 재적 의원 298명 중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 요건을 넘겨 통과됐다. 심 의원은 사직서 제출 직후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국회의원 제명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회의 존엄을 지키려 한다”며 자진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심 의원이 징계안 표결을 앞두고 동료 의원들에 의해 국회에서 쫓겨나는 불명예만은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8월 1일 성폭행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두 달 넘게 의정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성폭행 혐의는 억울하다”며 기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사퇴를 거부했다. 이날 사직서에도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는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 표결을 해야 한다. 정 장관은 8월 25일 새누리당 연찬회장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로 논란을 일으켰다.차길호 kilo@donga.com·길진균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새누리당이 당당하고 자신 있다면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2+2 공개토론을 제안한다.”(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치권이 정치 논리로 공방할 일이 아니다. 응하지 않겠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정부가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정치권 긴장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일단 문 대표의 ‘맞짱토론’ 요구를 김 대표가 거부했지만 여야의 대결은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2017년 대통령 선거까지를 겨냥한 이념전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념을 매개로 해 지지층 결속을 위한 사생결단의 투쟁을 시작했다는 것.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야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여당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 대해 ‘친북숙주’라고 규정했고, 야당은 국정체제 전환을 ‘역사 쿠데타’라고 몰아붙였다. 사실상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19대 국회는 당장 파행과 공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할 실질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야당으로서는 주요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연계한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13일부터 열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는 치열한 ‘역사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野, 100만인 서명 및 지도부 1인 시위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더이상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라”며 전면전을 선언한 새정치연합은 국정 교과서 도입 반대에 타협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날 긴급의원총회를 연 야당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긴급의총 결의문을 통해 야당은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국민들 앞에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박근혜 정권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일 미화 역사왜곡 교과서 국정화 즉각 중단 △교육부 교과서 행정고시 강행 철회 △교육부 책임자 즉각 사퇴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 4가지 요구사항도 결의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역사교과서는 2011년 8월 이명박 정권이 정한 집필 기준에 입각해 만들어졌고 2013년 8월 박근혜 정부가 최종 합격 판정을 내린 교과서”라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정화 금지를 법제화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회의 직후 문 대표와 당 최고위원 5명은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친일미화 교과서 반대!’ ‘역사왜곡 교과서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1인 시위 형식을 갖추기 위해 5m 간격으로 서 30분간 시위를 벌였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은 학계·시민단체와 손잡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與 “좌파세력이 교과서 집필진 참여” 새누리당은 야당의 총력 대응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현행 교과서 집필진의 좌편향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대국민 호소에 집중했다. 국정화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만큼 교과서 집필진을 균형 잡힌 전문가들로 채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좌파세력인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소속 인사들이 대거 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집필진의 좌편향 사례를 나열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특정 이념 편향 단체에 얽힌 사람들이 출판사를 바꿔 가며 교과서를 집필하는 회전문 집필을 하고 있다”며 “현행 검정 체제를 유지하는 한 역사 교육에 대한 편향성 시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교과서가 북한을 두둔하는 내용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친북과 반국가적 사상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라며 “좌편향 교과서가 친북사상을 퍼뜨리는 숙주”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주 중 역사 교과서 오류·왜곡 사례집을 내는 등 본격적인 홍보에 착수할 예정이다. 야당의 ‘연계투쟁’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역사교과서와 내년도 예산안) 두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야당이 좌파세력과 연대해 (이를) 반대한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토장이 됐다. 여당 의원들과 황 부총리 등 교육부 관계자들은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홍정수 hong@donga.com·길진균 기자}
《 여야가 ‘역사전쟁’에 돌입했다. 겉으로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싼 논쟁이다. 그러나 그 속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가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인 ‘친일 또는 유신’과 ‘종북’을 각각 겨냥한 ‘파워 게임’이다. 역사전쟁의 선봉에 선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 강은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 도종환 의원의 설전을 지상 중계한다. 》 ▼ “다양성 미명 하에 왜곡된 교육” ▼與 교과서개선특위 간사 강은희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사진)은 “역사는 한 번 잘못 배우면 돌이킬 수가 없는데, 검인정 체제에선 왜곡·편향된 역사가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수없이 합리화돼 왔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3년 이후 10년 이상 검인정 제도를 운영한 한국에서 논란이 커져 가는 만큼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100점 만점에 80점만 맞은 교과서도 합격시키는 현 체제에서는 아무리 집필 기준을 보완해도 역사 왜곡의 소지가 있다.” ―통합된 단일 교과서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만족시킬 수 있나. “물론이다. 현재 교과서는 8종이지만 학생 입장에선 한 가지 역사밖에 배울 수가 없다. 정말 다양성을 담아내려면 논란이 있는 부분은 무엇이 논란인지도 교과서에 써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다양한 해석을 놓고 토론하면서 창의성까지 키울 수 있다.” ―국정화할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통합 교과서를 2017년부터 적용한다면 1년이 지난 후 새 정권이 탄생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모르는데 국가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겨우 1년 쓰고 버릴 교과서를 만들겠나.” ―1년 만에 단일 국정교과서를 집필한다면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국정교과서는 검인정 체제에 필요한 ‘교과서 전시 및 학교별 선택’ 기간을 아낄 수 있다. 또한 현재 출판사별로 4∼8명 수준에 불과한 집필진을 대폭 확대한다면 집필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 집필을 빨리 시작하고, 감수 단계에서 여야 추천 전문가들이 ‘깨알 검증’을 하면 교과서의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최종 발행 전에 학계와 시민단체가 다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다면 찬성하겠나. “그럴 것 같다(웃음). 사실 일본은 현행 검인정 체제를 악용해 자기들 입맛에 맞는 극우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오히려 국정으로 하게 되면 균형적인 시각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본 정권이 반대하지 않을까.” ▼ “교과서 국정화, 국격 훼손행위” ▼野 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 도종환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사진)은 “정치가 역사 교육에 개입해서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정 절차를 강화하고 정부가 수정 명령을 내리면 된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에 왜 반대하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교육이 우려스럽다. 독립운동을 했든, 친일을 했든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역사 교육이다. 그런 시공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학생들이 사유하게 하는 게 역사 교육이다.” ―현재 검정 시스템에서 나온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보수 또는 뉴라이트 시각의 교과서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국정교과서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여당은 고교 교과서 집필진 120여 명 가운데 80여 명이 진보좌파 성향이기 때문에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했다. 극우 쪽 인사들이 보면 가운데 있는 사람들도 모두 왼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고 교과서 문제를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건 교육에 죄를 짓는 것이다.” ―교육부가 새누리당에 제공한 ‘고교 교과서 분석’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는 이유는…. “역사 교육을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근거가 되는 자료여서다. 집필진 성향 분석 등 많은 부분에 과도한 편집과 왜곡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자료를 공개한 뒤 여야가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해 정정당당하게 교육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원하는 여론도 있다. “학부모들은 교과서 종류가 많으면 ‘아이들이 그걸 다 어떻게 공부하지’라는 우려 때문에 하나로 통일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안이 있나. “현재 역사교과서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집필기준에 따라 작성됐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한 것이다. 이 교과서가 문제라면 교육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교과서 심의 방식 등을 다시 논의해 제대로 된 검정을 하면 된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여야가 전면적인 ‘역사전쟁’에 돌입했다. 겉으로 드러난 전선은 역사교과서의 검정제도 유지냐, 국정으로의 전환이냐다. 하지만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겨냥하고 있는 정치권의 셈법은 한층 복잡하다. 여권은 역사전쟁에서 야권의 아킬레스건 격인 ‘종북 논란’의 재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궁극적으로 상대의 정체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의도가 숨어있다. 더 나아가 총선 및 대선의 프레임 선점과 지지층 결집까지 염두에 두고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진지전’ 양상도 보인다. 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촉구 결의대회’를 방불케 했다. 김무성 대표는 “대다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성향에 물들어 학생들에게 획일적 역사관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화가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야권의 지적에 대한 반격이다. 당 지도부는 일제히 ‘국민통합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를 상대로 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은 역사전쟁의 최전선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빗대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를 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은 “(국정 교과서는) 친일 교과서이자 유신 교과서”라고 비꼬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논의할 당정협의를 11일 연다. 역사전쟁은 역대 정부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잇달아 출범시켜 ‘역사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08년 10년간 이어진 좌편향 역사교육을 바로잡겠다고 밝혀 여야 간 ‘1차 역사교과서 전선’이 형성됐다. 2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검정제 유지(43.1%)와 국정 전환(42.8%)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국정 전환을 찬성하는 의견이 66.5%, 새정치연합은 검정제 유지가 69.5%로 확연히 갈린다.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 기자}
여야가 ‘이념 전선’으로 격돌하고 있다. 야당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직격탄을 날린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사진) 문제에, 여당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여야가 모처럼 내부의 계파 갈등을 접고 단일화하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은 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고 이사장의 즉각 해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도 요구했다. 이날 의총은 고 이사장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설훈 의원은 “본인이 말한 식으로 표현하면 ‘변형된 정신병자’다. 국민적 수치다”라고 비난했다. “공안 좀비세력의 상징”(전병헌 최고위원), “극우적 언동 중 국보급”(우상호 의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2002년 김정일을 만난 뒤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고 이사장 기준이라면 박 대통령도 공산주의자인가”라고 반문했다. 고 이사장을 성토하는 발언이 쏟아지면서 최고위원회의 개최가 30여 분이나 늦어졌다. 새정치연합은 고 이사장의 발언에 정면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여권의 종북(從北)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2012년 대선에서 패한 이유 중 하나가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체된) 통합진보당과 확실히 선을 긋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지원 의원은 “(공산주의자 발언을) 아무 일 아닌 것처럼 지나가선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과 대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고 이사장의 사퇴 등 야당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국감 일정이나 다음 주로 예정된 대정부 질문을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공식 논평은 내지 않았다. 정치 쟁점화를 피하기 위해서다. 다만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그분(고 이사장)의 답변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고 이사장은 우리 당 이재오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도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다”며 “너무 거부 반응을 일으킬 필요가 없고, 방어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화력을 집중했다.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굳혔고, 당정도 다음 주 이를 공식화할 계획이다. 모처럼 계파를 넘어 한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현재 중고교 역사교과서는 일관되게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다”며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해 학생들에게 민중혁명을 가르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이정현 최고위원도 “역사교과서는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소수의 편향된 의식을 가진 집필진의 전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고 가세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반대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역사인식을 길들이고 통제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을 그만두라”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왜곡을 넘어 친일·독재를 정당화하려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진균 leon@donga.com·홍정수 기자}
내년 4월 총선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검토됐던 자치구시군 분할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게리맨더링’ 지역이 최대 7곳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여야 모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본보 6일자 A1·6면 참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6일 라디오에서 “19대 국회에서도 불가피한 4곳에 자치구시군 분할을 했는데 더 확대하면 ‘예외가 확대’되는 비정상이 된다”고 반대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에는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도 라디오에서 “분할 금지 원칙을 깨면 전국의 모든 선거구가 엉망이 된다”며 “게리맨더링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에서 자치구시군 분할 방안 시행 여부 등과 관련해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에서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정치권이 강력 반대하는 데다 지역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획정위는 8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구 의석수와 시도별 의석 배분 규모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일단 획정위는 자치구시군 분할 방안 대신 적정 규모의 하한 인구를 우선 설정하고, 2배수 내에서 상한 인구를 산출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하한 미달 인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먼저 하한 인구인 13만9473명보다 수천 명 적은 선거구를 선택해 기준선으로 정한 뒤 상한 인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의원 정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의식한 듯 김 의원은 “의원 정수는 경우에 따라서 약간 탄력적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당초 증가가 예상됐던 충청권의 의석이 현행 유지로 검토되면서 충청권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충남 ‘보령-서천’은 인구 하한 미달이 아닌데도 인근 선거구와의 통폐합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 지역구의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획정위는 농촌 지역은 1에 가깝게 하고 도시지역은 2에 가깝게 조정해야 한다. 멀쩡한 선거구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라고 반발했다.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검찰은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논란을 일으킨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국정원의 형사 고발에 대비해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비밀누설 혐의로 세 번째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검찰이 기소를 하는 데에는 김 전 원장의 회고록 내용을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김 전 원장은 2007년과 2011년에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각각 입건유예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밀 누설 혐의는 인정되지만 경험을 회고하는 과정 등에서 비밀 일부만 포함됐을 뿐 고의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국정원 전직 간부는 “(김 전 원장 회고록에) 비밀이 있든 없든 법에 따라 현 국정원장의 허락을 사전에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3일 트위터에 김 전 원장을 향해 “남북 간 핫라인은 존재하지만 어떻게 정상끼리 전화하겠는가. 국정원장다운 말을 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발언을 계속하면 밝힐 걸 밝히겠다. 공개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이 회고록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선언은 빈 선전갑”이라고 했다는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일각에선 비노(비노무현) 원로인 박 의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김 전 원장을 발탁한 친노(친노무현) 부산파 그룹을 우회 비판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길진균 leon@donga.com·변종국 기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일 격론 끝에 지역구 수를 결정하지 못하자 총선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처리 시한(11월 13일)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획정위는 이날 경계·구역조정 등 세부 작업을 거쳐 법정 시한인 10월 13일까지 국회에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어렵게 국회로 ‘공’이 넘어오더라도 획정안의 처리는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신경전이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 선거구 획정안은 11월 13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 시한은 물론이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되는 12월 15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 획정안은 국회 정개특위가 심사한다. 정개특위는 획정안에서 위헌 또는 위법적 요소가 발견될 경우 한 차례에 한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획정위에 획정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정개특위가 한 차례 획정안을 거부할 경우 획정위는 재제출을 요구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다시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수정된 획정안은 정개특위에서 행정적 절차만을 밟은 뒤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의원들은 채택에 대한 가부(可否) 의결만 할 수 있다. 6월 19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선거구 법률안 또는 선거구 법률안이 포함된 법률안이 제안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부의해야 하고, 국회는 이를 수정 없이 바로 표결해야 한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획정안이 부결될 경우 획정안을 수정할 주체와 본회의 처리 규정 등에 대해선 법에 정해진 것이 없다. 그래서 ‘획정안 부결 시 획정위가 다시 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다’는 해석과 ‘이때부터는 국회가 직접 획정안을 마련한다’는 해석이 엇갈려 논란이 예상된다. 이 경우 법제처의 유권해석 등을 기다려야 해 선거구 획정 일정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건 공천과 내년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공천 개입 의도를 쟁점화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해선 감싸면서 청와대와 ‘분리’ 대응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 체제가 흔들릴 경우 자칫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 공천 및 선거 룰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대응은 새누리당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때와도 비슷한 기조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의회주의를 무시하고 유 전 원내대표를 힘으로 찍어 냈던 국회 무시, 국회 파탄의 참상 2라운드가 시작된 것 같다”라며 “오만과 독선의 태도로 국회를 대하는 박 대통령의 국정 인식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는 집안싸움에 관여하지 말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친위대를 채우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TK 공화국’인가”라며 “‘TK의 패권을 쥐겠다’는 청와대의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날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해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의 ‘2+2 회동’을 제안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즉각 거부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 원내대표가 김 대표의 양해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갑작스러운 제안이어서 생뚱맞다”고 일축했다. 선거구획정위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구 수를 발표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원 원내대표의 여야 대표 회동 제안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새누리당은 지금 새로운 회담을 제안할 게 아니라 양당 대표 간의 합의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내홍이 장기화하는 상황이 야당에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빅 텐트’를 쳐 (신당 세력까지 포함해) 누구나 참여하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 조용히 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합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시점은 총선 일정을 감안해 내년 1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대표 주자에 속하는 박 의원은 1년 전(10월 2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 왔다. 박 의원은 조기 전대론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민심을 움직이기 위해 신당 세력과 통합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 2008, 2012년 총선에선 여야 모두 조기 전대나 비대위 체제를 통해 지도부가 바뀌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 조금 넘는 당 지지율로는 ‘지도부 흔들기’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전대에) 문 대표가 다시 나와야 된다”고 했다. 야권 대통합을 위해선 다시 한 번 새로운 걸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중진 불출마를 압박한 당 혁신위원회의 요구에 대해 “‘내려놓기’를 누구 지시에 의해 하면 감동도 없고 효과가 반감된다”며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 과정에서 친노·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히자 ‘탈당’까지 검토했다. 박 의원은 “뭔가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가려고 했으면 그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탈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여야를 넘어 개혁적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참여하는 ‘중도신당론’에 대해선 “만날 수 있는 힘이 모아진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3선인 박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다시 지역구(서울 구로을)에 출마한다.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선 “정치권에 들어와 뭔가를 계획적으로 하겠다며 일한 적은 없다”면서도 “(2011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좀 아쉬운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7월 ‘누가 지도자인가’ 발간을 계기로 북 콘서트를 열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북 콘서트는 ‘건전한 진영에 있는 이들이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지는 건 아닌가’, ‘우리가 반추해 봐야 되는 이들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박 의원은 11월 4일 대구에서 김부겸 전 의원과 북 콘서트를 연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그렇다고 신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방황하는 민심’이다.”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민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신 의원은 “비판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지역을 다니기 민망할 정도였다”며 “특히 상당수 유권자들이 당 내분을 두고 ‘도대체 언제까지 싸울 거냐’라고 질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면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며 “야권의 분열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 전남 지역 의원들은 추석 민심에 대해 “야당에 대한 불만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9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 등으로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 간 갈등이 폭발한 것을 두고 질책이 많았다는 것이다. 다만 신당 등 야권 분열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남 지역 의원은 “상당수 유권자들이 친노를 싫어하면서도 야권의 신당 움직임에 대한 호감도도 높지 않았다”고 전했다. 어느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리지 않는 민심 탓에 의원들의 고민도 많았다.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탈당 등)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반면 신당을 선택한 의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광주 동)은 “연휴 기간에 재래시장 상인부터 여론 주도층까지 다양하게 만났는데 모두 ‘탈당을 잘했다’더라”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광주 서을)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주 시민은 새정치연합이나 문 대표에게 미래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시민들의 10명 중 9명은 정권 교체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신당을 만들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농어촌 지역구 감소 문제가 문 대표 비판 여론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남 지역은 현행 지역구 246석이 유지될 경우 2석가량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도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야당 대표가 호남의 농어촌 선거구가 대폭 줄어드는 것을 방치하니 (문 대표를)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승부수’가 이어지고 있다. 재신임 정국을 돌파한 데 이어 추석 연휴 기간인 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안심번호를 통한 국민공천제’에 합의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반발 속에 당 혁신안의 현실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모양새다. 문 대표 측은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겼다”는 분위기다.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명분을 새누리당에 주고 새정치연합이 줄곧 주장했던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과 투표시간 연장 및 투표연령 낮추기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이는 8월 문 대표가 새누리당에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동시 추진’ 제안과 일맥상통한다. 새누리당은 당시 이 같은 문 대표의 ‘빅 딜’ 제안에 대해 “의원 정수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한 걸음 진전된 전향적인 협상 결과”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투표시간 연장, 투표연령 낮추기 문제 등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절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노 진영에선 온도차가 감지된다. 비노 진영의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은 ‘체면 세워주기식 협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문 의원은 “양당 대표가 결과 없이 헤어질 수 없으니까 ‘당신 말도 옳소’ 하고 체면을 세워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심번호제 도입은 원래부터 하기로 했던 것이고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여야 간 생각이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호남 초선인 김승남 의원은 “일단 안심번호제를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선거 관련 제도를 정비할지 후속 협상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노 진영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투표시간 연장 등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들어 ‘반쪽 협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비노 진영도 공천 과정에 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민 공천제’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협상 결과를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서 공천 룰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의 내부 갈등이 정치개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라는 외부 갈등으로 옮겨지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가 총선 정국으로 옮아가는 과정에서 당 내홍을 비켜 가기 위한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사.’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외부 인사 영입을 보면서 떠올리는 말이다. 20% 물갈이 공천의 열쇠를 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사회학과 명예교수(69·여)가 거론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 교수는 3년 전 19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을 지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조 교수는 한국여성학회 회장,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등을 지냈다. 당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유능한 경제 정당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 강 교수는 당시 ‘정체성’을 심사 기준으로 제시해 논란이 됐다. 최근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사면, 조경태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 등으로 ‘친노(친노무현) 감싸기’ 논란에 휩싸인 안병욱 당 윤리심판원장도 당시 비례대표 공심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2년 19대 공천은 친노 원로인 한명숙 당시 대표가 주도했다. 그래서 친노 주도의 공천 논란이 거셌다. 당시 공천 심사 관련 인사들이 줄줄이 복귀하면서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친노 독식의 공천 악몽이 떠오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내년 총선에 나설 현역 의원들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곳이다. 문 대표는 22일 최고위원 만찬에서 조 교수를 직접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고위원들은 “추석 연휴 이후 평가위원장뿐 아니라 평가위 구성을 어떻게 할지 같이 논의하자”며 결정을 보류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이 23일 ‘공갈 막말’ 파문으로 당직이 정지된 정청래 최고위원을 사면하고 당직자격 회복 조치를 결정했다. 이로써 정 최고위원은 4개월 만에 최고위원직에 복귀한다. 윤리심판원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회의 직후 “당의 혁신안이 발표됐고 (막말) 사건의 당사자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복귀하면서 당의 화합을 위해 당직자격 회복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5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최고위원을 겨냥해 “사퇴도 안 할 거면서 사퇴한다고 공갈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리심판원은 정 최고위원에게 ‘당직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가 6월 재심에서 ‘당직정지 6개월’로 낮췄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놓고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날 혁신위원회가 비노(비노무현)계인 조경태 의원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고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 것과 대비됐기 때문이다. 친노 성향의 정 최고위원 사면 결정은 결국 ‘친노 감싸기, 비노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리심판원은 혁신안의 중앙위 처리 과정에서 “패권화 세력의 집단적 광기(狂氣)를 보았다”는 발언을 한 조 의원에 대해 다음 달 21일 본인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이 참석하진 않았지만 22일 문 대표가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마련한 최고위원 만찬에 정 최고위원까지 초대한 것을 보면 이미 사면이 예정돼 있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에 인적 쇄신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가 23일 일일이 실명을 거명하며 인적 쇄신을 촉구하고 나서자 일부 당사자들은 “올 것이 왔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 측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심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범친노(친노무현) 중진을 끼워 넣은 채 결국 반대 세력을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재신임 정국을 거치며 간신히 봉합된 당내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 문재인, 안철수 엇갈린 반응 출마를 요구받은 문 대표는 “혁신위의 대안처럼 (불출마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출마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고민도 있어 보인다. 총선 불출마를 번복해야 하는 데다 출마 여부에 따른 득실을 쉽게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날의 칼이다. 새정치연합의 불모지인 부산 등 영남 지역 공략에 성공하면 문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지만 낙선할 경우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어서다. 한 혁신위원은 “문 대표가 부산 영도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격돌한다면 베스트”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의명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총선에서 출마했던 부산 북-강서을도 출마 예상 지역으로 거론된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부산 출마 제안에 대해 “처음 출마할 때부터 (지역구인) 노원 주민들께 삶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며 거부했다. 사실상 용퇴를 강요당한 전직 대표들은 모두 혁신위의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세균 김한길 의원은 아예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18대에 불출마했고, 19대에도 (당이 선거에) 나가라고 해서 나갔는데 또 살신성인을 하라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혁신위가 해당행위자로 지목한 조경태 의원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대표 잘못을 비판한 것이 해당행위라면 이게 문재인 사당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불출마 요구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비노, “친노만 남기겠다는 것이냐” 반발 혁신위의 요구에 대해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인적 쇄신의 신호탄에 국민들이 ‘야당이 바뀌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비노 측 관계자는 “문 대표와 (문 대표가)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안 의원은 출마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불출마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비주류, 비노는 다 쳐낸 뒤 친노와 친노에 우호적인 세력들로만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비노 측은 똑같이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지만 문 의원은 명단에 포함되고, 박영선 의원은 배제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쇄신 대상에 친노와 가까운 ‘486’ 세력이 빠진 것도 논란이다. 한 혁신위원은 “박 의원과 이종걸 원내대표도 명단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대상이 너무 넓어질 것을 우려해 제외했다”고 전했다.○ 혁신위, ‘안철수 혁신’안에 자극받은 듯 5월 닻을 올린 혁신위는 이날로 120일 동안의 활동을 마감했다. 지금까지 최고위원회 폐지, 5본부장제 도입 등 제도 개선 부분에 집중해 온 혁신위는 마지막 날 ‘인적 쇄신’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혁신위는 실패했다’는 안 의원 등의 비판에 자극받은 혁신위가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최대 성과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룰 도입을 꼽는다. 반면 아무런 논의 없이 불쑥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제기한 것은 가장 큰 실책이라는 평가다. 이날 발표한 11차 혁신안 중 일부도 도마에 올랐다. 혁신위는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형태의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문 대표까지 나서서 ‘천 의원 등과 총선을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하는데, 통합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나가지 마라’고 윽박지르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혁신위의 미숙한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이 마지막에도 드러났다”고 꼬집었다.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경기지역 A고교의 책상 다리는 상당수가 심하게 삐걱거린다. 서랍이 떨어져 나간 책상도 많아 수납할 공간도 없다. 학생들은 “책상이 작은 데다 기울어져 있는 게 많아 앉아 있기 불편하다”며 “책상 표면에 홈이 심하게 파여 시험지에 글씨를 쓰다가 종이가 찢어지는 일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 학교 시설 담당자는 “책걸상을 바꾼 지 10년이 넘다 보니 높낮이 조절이 안 되는 구형인 데다 훼손도 심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삐져나온 나사에 다리를 긁히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예산이 부족해 책걸상 교체는 엄두를 못 낸다”고 털어놓았다. 전국 초중고교 교실의 열악한 현실이다. 학생들이 하루를 보내는 교실의 낡은 책걸상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의 책걸상 1626만 세트 중 42.5%에 이르는 685만 세트가 사용한 지 8년이 넘어 교체 대상으로 분류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교체하기에는 학교의 재정이 절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특히 이들 학교를 총괄하는 교육부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6년 교육환경개선비 배분 방식(안)’ 자료를 21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해 확인한 사실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내년 교육환경개선비 사용 대상에 ‘책걸상 교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환경개선비는 책걸상 교체, 바닥 및 창문 교체, 화장실 개선 등 낡고 망가진 학교 시설을 보수하거나 개선하는 비용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시도 교육청이 학교 수요 조사 등을 거쳐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해 왔던 교육환경개선비를 내년부터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배분하기로 했다. 또 정해진 사업에 대해서만 집행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육환경개선비를 지출할 수 있는 사업을 36가지로 한정해 제시한 데 있다. 교육부는 내년 교육환경개선비의 배분 기준을 10%는 정책사업비(방송시설 개선 8%+교실 세면대 설치 2%)에, 90%는 노후 시설 개선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노후 시설 개선비로 사용할 수 있는 36가지 사업으로 안전(교사동 개축, 구조 보강, 옹벽 보수, 옥내 소화전 등) 에너지(LED 조명, 이중창, 외벽 보수 등) 내외부 시설(바닥, 출입문, 내외부 도장, 운동장, 담장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정작 낡은 책걸상 교체 항목은 없었다. 유 의원은 “교육환경개선비 배분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낡은 교실에서 부서진 책걸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최신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공사가 진행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제시한 배분 방안을 다시 조정하고 LED 조명, 교사동 개축 같은 대규모 시설 사업은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환경개선비는 학교 건물의 안전 문제 해결이나 노후 보수에 사용되는 항목이라 책걸상 같은 비품 교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책걸상 교체 비용은 시도 교육청이 여건에 따라 다른 교부금 항목이나 학교운영비 등을 통해 집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길진균 leon@donga.com·김희균 기자}
《 야권의 주도권을 둘러싼 삼국지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주무대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다. 문재인 대표가 20일 재신임 의결을 이끌어내며 위기의 1차 터널을 통과했다. 비노(비노무현) 측이 움츠린 틈새에서 안철수 의원은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친노(친노무현)를 향해 혁신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당 바깥에서 범야권 통합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반(反)문재인’의 기치를 선명히 했다. 세 사람은 이날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주도권 쟁탈전이 야권 지형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사진)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20일 열린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이 의결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문 대표 체제에 대한 ‘흔들기’를 멈추는 대신 ‘재신임 투표’는 하지 않기로 당의 총의를 모았다. 문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걸고 비노 진영을 밀어붙였던 정치적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많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일부 불참이 있었지만 이날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을 결의한 만큼 외관상 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된 셈이다.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내일(21일)로서 대표의 거취 논란은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연석회의에는 재적 160명 중 국회의원 81명 등 93명이 참석했다. 연석회의는 국회의원 129명과 당 소속 시도지사를 포함한 원외 주요 당직자 31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날 사실상 독자 노선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김한길 주승용 박영선 등 비노 진영의 핵심 인사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또 재신임 투표에 강하게 반발했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역시 노웅래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불참해 ‘미완의 재신임’이라는 한계도 드러냈다. 파국의 위기는 넘겼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비공개로 이뤄진 연석회의에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게 나왔다고 한다. 친노 진영의 홍의락 의원은 “재신임 투표를 하는 게 맞다”며 “지금 봉합하려고 하는 건데 이대로 봉합이 되겠느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비노 측 노 의원은 “이미 정해놓고 한 것 아니냐. 이런 식의 결의는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재신임 정국을 통해 리더십을 다진 문 대표가 이제는 대통합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등 공천과 관련된 핵심 요직을 비노 측에 제안하는 ‘결심’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당의 통합과 재건을 통해 당 지지율과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대표 후퇴론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급한 불은 껐지만 야권 분열과 재편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안철수 의원이 부패 척결을 앞세워 당내 ‘인적쇄신’의 시동을 걸었고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신당의 깃발을 든 이상 언제든 헤쳐 모이기가 가능해졌다. 특히 안 의원이 꺼내든 고강도 인적쇄신론은 예기치 않은 원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부패 척결’ 대상으로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당에서 이탈해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로 예정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혁신위원회의 일부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한 불출마 촉구 선언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문 대표는 천 의원에게 ‘통합’을 고리로 손을 내밀고 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천 의원 측 염동연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새정치연합은 총선 뒤 흩어지고 사라질 당이니 같이 할 일은 영원히 없다”고까지 했다. 안 의원 역시 ‘인적쇄신’을 앞세운 ‘혁신’의 명분을 쥐고 당내 투쟁의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인적쇄신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문 대표로서는 안 의원의 ‘부패 척결론’으로 부담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당내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고민이 커진 면도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