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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의 확산세가 심상찮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8일까지 유럽과 미주, 중동 등 비(非)아프리카 지역 23개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417명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9일(현지 시간) 이 바이러스의 보건위험 단계를 총 5단계(0∼4단계)의 중간인 2단계 ‘보통 위험(moderate risk)’으로 격상했다. 원숭이두창 주요 정보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원숭이두창 치명률이 3∼6%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 국내 치명률 0.13%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최대 46배 더 위험하다는 건가.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에서는 이 병의 치명률이 3∼6%에 이른다고 보고됐지만 한국처럼 의료 체계가 잘 갖춰진 곳에선 치명률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치료받지 못해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이 질환의 국내 확진이 시작되더라도 치명률이 1% 미만일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 아프리카 외부에서 원숭이두창으로 숨진 사람은 없다.” ―아프리카 풍토병이 왜 전 세계로 퍼졌나. “지금까지 확인된 첫 번째 비(非)아프리카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뒤 6일 확진된 영국인이다. WHO는 최근 확진자 급증에 대해 ‘일정 기간 바이러스 전파가 감지되지 않고 퍼지다가 최근 증폭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비교하면 전파력이 어떤가. “원숭이두창은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숨만 쉬어도 전파될 수 있는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낮다. 원숭이두창은 대개 감염자의 콧물, 침, 체액 등에 직접 접촉했을 때 전파가 이뤄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해도 옮을 수 있다.” ―걸렸을 때 증상은…. “발열, 두통 등 감기 증세로 시작해 2∼4주 동안 전신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난다. 잠복기가 최대 21일이다.” ―걸리면 어떤 치료를 받나. “전용 치료제가 있지만 치료제를 쓰지 않아도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수포가 생긴 자리에 흉터가 남게 돼 발병을 막는 게 중요하다. 확진자 접촉 후 4일 이내에 백신을 접종받으면 약 85% 발병 예방 효과가 있다.” ―한국에 백신이 있나. “원숭이두창 전용 백신은 없다. 다만 흔히 ‘천연두’로 불리는 사람 두창 바이러스용 백신을 3500만 회분 비축하고 있다. 이 백신을 맞아도 85%의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생긴다.” ―코로나19처럼 전 국민이 백신을 맞아야 할까. “그럴 필요 없다. 전파력이 낮아 환자 밀접 접촉자들만 맞으면 된다. 다만 국내에 있는 두창 백신은 살아 있는 백신의 독성을 약화시켜 체내에 주입하는 ‘생백신’이라 부작용 발생 우려가 크다.” ―고령층은 면역력을 갖췄을 것이란 이야기가 있던데…. “국내에선 1978년까지 사람 두창 백신을 전 국민에게 의무 접종했다. 2∼6개월 영아기, 5세, 12세 등 3차례 접종이 원칙이었다. 따라서 1966년 이전 출생자(만 56세 이상)들은 3차 접종까지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1979년 이후 출생자(만 43세 이하)는 한 번도 두창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다. 해외도 20∼40대 감염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 글을 통해 알리고 싶은 것 하나가 있다면 바로 백인 출생률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12일 밤, 18세 백인 페이턴 겐드런은 ‘구글 닥스’에 180페이지 분량의 수상한 문서가 올립니다. 그는 이어갑니다. “내 개인적 인생과 경험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내 공동체, 내 사람, 내 문화, 내 인종을 지키고 이들을 섬기려는 백인일 뿐이다.” 그리고 이틀 뒤 미국 뉴욕주 버펄로시 동부 킹슬리 ‘톱스프렌들리’ 슈퍼마켓.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거주하는, 반경 4마일(약 6.4km) 내 유일한 마트인 이곳에서 총격 소리가 연속으로 울려 퍼집니다. 이날 겐드런은 마트로 들어가 50발 이상 총을 쏴 10명을 살해합니다. 3명이 다쳤습니다. 사상자 가운데 부상자 2명을 뺀 나머지 사람은 모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습니다. 이날 1급살인 혐의로 기소된 겐드런은 법정에서 이렇게 내뱉습니다. “혐의를 이해합니다(I understand my charges)”. 혐의를 인정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는 현재 보석 없이 구금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겐드런의 위 글과 소름 돋을 만큼 비슷한 ‘문서’가 있습니다. 2019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51명을 살해한 총격범의 선언문입니다. 호주 국적 브렌튼 테런트는 범행 직전 선언문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에게 이메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두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출생률이다(It‘s the birthrates.) 출생률이다(It’s the birthrates.) 출생률이다(It‘s the birthrates.)’ ‘이 글에서 당신이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출생률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문서 모두 백인의 낮은 출생률을 지적하며 시작합니다. 줄어드는 백인을 대체하기 위해 비(非)백인, 비(非)유럽인이 밀려왔고 유례없는 ‘침공(invasion)’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대체되고 있다.” 두 문서 모두 반복합니다.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백인이 대체되고 있다, 따라서 출생률이 복구될 때까지 침입자를 이 땅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두 문서의 핵심은 한마디로 ‘(백인) 생존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살인범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백인 청소(White Genocide)’ 두 살인범이 무서울 정도로 같은 극단적 논리를 외쳐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의 주장이 대체이론(Replacement Theory)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이 이론은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불과하며 어떠한 차별적 폭력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대체이론은 프랑스 극우 민족주의 철학자 르노 카뮈가 2012년 쓴 책 ‘대전환(Le Grand Remplacement)’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모든 유럽 국가가 인구학적, 문화적으로 비백인 인종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백인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음모론의 돌림노래 격입니다. 대체이론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비(非)백인종이 의도적으로 백인 중심 국가로 이주해 자녀를 계속 낳으며 인구를 늘리고 있다. 둘째, 백인은 자신의 인종을 ‘약화하려는’ 의도적인 움직임 아래 점점 자녀 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성소수자 및 성적 다양성 지지와 백인 여성의 직업 활동 장려가 포함된 이 움직임으로 전통적인 백인 가족관은 무너지고 있다. 즉 인구통계학적으로 비백인 인구가 백인을 압도하는 ‘백인 청소(White genocide)’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이론 신봉자들은 이런 ‘음해’ 뒤에 정부와 대기업이 있다고 믿습니다.(겐드런 역시 ‘세계 엘리트’가 세상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줄어드는 백인을 대신해 세금을 내고 물건을 사줄 인구를 채우려고 의도적으로 이민자 유입을 허용했다는 겁니다. 유대인이 모든 걸 조종하고 있다는 반(反)유대주의 주장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때로는 ‘출산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며 백인 여성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갑니다. 대체이론은 인종주의와 여성 혐오의 결합체입니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혐오 현재 미국에서 대체이론을 가장 큰 목소리로 외치는 사람으로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을 꼽을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열성 ‘트럼프주의자’인 칼슨은 방송에서 “백인이 대체(replaced)되고 있다”는 말을 400번 이상 했다고 합니다. ‘민주당이 제3세계 순종적인(obedient) 유권자를 유입시켜 미국인 투표권을 훼손하고 있다’고도 했다고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미국 대중에게 ‘(우리가) 대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심어준 장본인입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미국과 멕시코 국경 문제를 두고 공공연하게 ‘이민 침공(immigration invasion)’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은 2019년 텍사스주 엘파소 월마트 총기 난사로 20명을 살해하고 26명을 다치게 한 범인 입에서 반복됩니다. “이것은 히스패닉계의 텍사스 침공(invasion)에 대한 대응이다.” 대체이론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한 것은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사태’입니다. 백인 우월주의자를 비롯한 6000여 명이 샬러츠빌에 모여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You will not replace us)”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결국 사상자 20명을 내는 유혈 사태로 끝났습니다. 대체이론은 마치 돌림노래처럼 총기 난사 살해 피의자의 입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8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학살(11명 사망), 2019년 엘파소 월마트 학살(20명 사망), 파웨이 유대교 회당 총격(1명 사망), 이번 버팔로 톱스프렌들리마켓 학살(10명 사망)까지 말이죠.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던 25일, 계속 울리는 속보 알림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켰다 절망에 목이 메었습니다. 텍사스주 유벨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4명, 그 다음은 18명, 마지막은 19명이었습니다. 교사 2분도 아이들을 지키다 사망했습니다. 오전에 한 아버지가 딸을 찾지 못해 결국 장례식장까지 왔다는 사연을 접했습니다. 퇴근하기 전, 그 아이가 결국 사망자 중 포함됐다는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14일, 그리고 24일에 벌어진 비극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지역사회에 헌신한 전직 경찰이었고, 세 살배기 아들 생일케이크를 사러 마트를 찾은 아버지였습니다. 이제 막 10살 생일이 지난 딸이었고, 목소리가 씩씩한 꼬마 농구팀의 마스코트였습니다. 부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대만, 인도태평양 등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한반도로 확산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미국이 26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한 대북 제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각각 상대방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이 문제와 미중 갈등을 연계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장 대사는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고 한다면 중국은 결단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군사 대응을 시사했다. 장 대사는 이날 “미 고위 당국자가 동북아를 방문해 한 발언 및 행동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관련국과의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일부 국가의 특정 정치인은 미국과의 핵 공유를 지지하는 것이 북한 비핵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을 찾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미 고위 당국자’로 지칭하며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 도발을 부추겼다고 주장한 셈이다. 특히 그는 “다른 속셈이 있다면 전쟁의 불길(戰火)이 동북아를 불태우고 조선반도의 안정을 불태울 것”이라며 “중국 또한 단호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군사 대응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북한 도발의 이유이므로 한반도 비핵화와 미중 갈등을 연계해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중인 24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이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의 무책임한 태도가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고 있다며 맞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치하에서 중국이 더 억압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했다”며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중국 전략을 발표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가 대다수 안보리 이사국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채택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무산되자 미국은 독자 제재에 나섰다. 미 재무부는 27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북한 무역회사 ‘에어고려트레이딩코퍼레이션’과 북한 국적자 1명, 러시아 은행 2곳을 제재했다.中 “美, 한반도를 체스의 ‘말’로 써”… 美 “긴장 고조된건 中 책임”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두고 ‘한반도 전쟁 불길’ 등을 거론하며 위협한 것은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각각 상대방 최고지도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 역시 ‘신(新)냉전’을 방불케 하는 양국 갈등이 더 격화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中 “단호한 결단 가능” vs 美 “한미일 차원 대응”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현지 시간) 미국이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안의 표결을 실시했다. 하루 전 탄도미사일 3발을 쏜 북한에 석유 수출 등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로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정족수(9표)를 넘긴 13개국의 찬성표를 받았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표결 직후 장 대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필연적으로 한반도 상황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반도 상황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체스 말’로 쓰려고 한다”며 “만약 누군가 다른 생각을 갖고 동북아시아부터 한반도까지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 하면 중국 또한 단호한 결단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어떤 사람’은 한반도의 이웃 중국에 부정적인 의도를 갖고 이런 상황을 바라볼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이 동맹과의 연합훈련을 강화해 중국과 북한을 압박한다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 미국 영국 호주 3개국 협의체 ‘오커스’,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을 좌시하지 않을 뜻도 밝혔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방문에서 북한을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고 중국을 두둔했다. 그러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부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이처럼 이날 안보리에서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양상이 뚜렷했다. 이날 회의에 초청된 조현 유엔 주재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유엔 주재 일본대사 등도 북한과 중국 등을 비판했다. 조 대사는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며 부족한 자원을 하늘로 날려버렸다”고 했고, 이시카네 대사 역시 “안보리는 무엇을 하는 곳이냐”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지적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한미, 미일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미국은 한미일 3자 차원의 조치를 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 피지 IPEF 가입 vs 왕이 남태평양 순방 시작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 남태평양 피지가 중국 견제용 경제공동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14번째 회원국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쿼드 회원국인 호주 역시 페니 웡 외교장관을 피지에 보냈다. 이날부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피지,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8개국을 순방하며 경제 지원을 무기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하는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뚜렷하다. 최근 미국과 안보협정을 맺은 미크로네시아의 데이비드 파누엘로 대통령은 이웃 국가 지도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언뜻 매력적인 듯 보이는 중국의 지원 제안이 남태평양 경제와 사회를 중국에 종속시키고 미국과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신냉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1일로 예정된 홍콩 반환 25주년 행사를 앞두고 홍콩 당국이 시 주석의 방문에 대비해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약 2년 반 동안 중국 본토에 머물고 있는 시 주석이 홍콩에 대한 사실상의 직할 통치를 강조하기 위해 이곳을 찾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두고 ‘한반도 전쟁 불길’ 등을 거론하며 위협한 것은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각각 상대방 최고지도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 역시 ‘신(新)냉전’을 방불케 하는 양국 갈등이 더 격화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中 “단호한 결단 가능” vs 美 “한미일 차원 대응”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현지 시간) 미국이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안의 표결을 실시했다. 하루 전 탄도미사일 3발을 쏜 북한에 석유 수출 등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로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정족수(9표)를 넘긴 13개국의 찬성표를 받았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표결 직후 장 대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필연적으로 한반도 상황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반도 상황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체스 말’로 쓰려고 한다”며 “만약 누군가 다른 생각을 갖고 동북아시아부터 한반도까지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 하면 중국 또한 단호한 결단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어떤 사람’은 한반도의 이웃 중국에 부정적인 의도를 갖고 이런 상황을 바라볼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이 동맹과의 연합훈련을 강화해 중국과 북한을 압박한다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 미국 영국 호주 3개국 협의체 ‘오커스’,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을 좌시하지 않을 뜻도 밝혔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방문에서 북한을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고 중국을 두둔했다. 그러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부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이처럼 이날 안보리에서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양상이 뚜렷했다. 이날 회의에 초청된 조현 유엔 주재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유엔 주재 일본대사 등도 북한과 중국 등을 비판했다. 조 대사는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며 부족한 자원을 하늘로 날려버렸다”고 했고, 이시카네 대사 역시 “안보리는 무엇을 하는 곳이냐”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지적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한미, 미일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미국은 한미일 3자 차원의 조치를 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 피지 IPEF 가입 vs 왕이 남태평양 순방 시작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 남태평양 피지가 중국 견제용 경제공동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14번째 회원국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쿼드 회원국인 호주 역시 페니 웡 외교장관을 피지에 보냈다. 이날부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피지,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8개국을 순방하며 경제 지원을 무기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하는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뚜렷하다. 최근 미국과 안보협정을 맺은 미크로네시아의 데이비드 파누엘로 대통령은 이웃 국가 지도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언뜻 매력적인 듯 보이는 중국의 지원 제안이 남태평양 경제와 사회를 중국에 종속시키고 미국과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신냉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1일로 예정된 홍콩 반환 25주년 행사를 앞두고 홍콩 당국이 시 주석의 방문에 대비해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약 2년 반 동안 중국 본토에 머물고 있는 시 주석이 홍콩에 대한 사실상의 직할 통치를 강조하기 위해 이곳을 찾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두고 ‘한반도 전쟁 불길’ 등을 거론하며 위협한 것은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각각 상대방 최고지도자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례적이다. 대만, 남태평양 등에서 ‘신(新)냉전’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국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그 먹구름이 한반도 또한 뒤덮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中 “美, 한반도를 인태전략 ‘체스 말’로 써” 유엔 안보리는 26일(현지 시간) 미국이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갔다. 북한이 25일 ICBM 등 3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선데 따라 석유 금수(禁輸)조치 등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정족수(9표)를 넘긴 13개국의 찬성표를 받았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표결 직후 장 대사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필연적으로 한반도 상황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반도 상황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체스 말’로 쓰려고 한다”며 “만약 누군가가 다른 생각을 갖고 동북아시아부터 한반도까지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 한다면 중국 또한 단호한 결단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어떤 사람’은 한반도의 이웃인 중국에 부정적인 의도를 갖고 이런 상황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이 관련국과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 미국 영국 호주 3개국 협의체 ‘오커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또한 “역내에 새로운 군사 블록을 만들어낸 것은 북한에 대한 이들의 의도에 심각한 의문을 일으킨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 방문에서 북한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중국을 두둔했다. 그러자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을 보호하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부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했다.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 구도 뚜렷이날 유엔 안보리에서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기존 대결 양상 또한 뚜렷하게 나타났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 의장국 대사인 자신의 초청으로 회의에 참석한 조현 유엔 주재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유엔 주재 일본 대사에게도 발언권을 줬다. 조 대사는 “북한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며 부족한 자원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다”고 북한을 비판했다. 기미히로 대사 역시 “안보리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지적했다. 중국이 북한 도발의 책임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돌리고, 미국 또한 이를 한국 일본 등 동맹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당분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이뤄진 한미, 미일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미국은 한미일 3자 차원의 조치를 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에드거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 수석국장 또한 “(북한에 대한) 도구들의 조합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건 없는 대화’보다 ‘지속적인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무차별 총격 사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도대체 언제쯤 총기 로비에 맞설 것이냐”고 격분하며 강력한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24일(현지 시간) 한일 순방을 마친 뒤 귀국길에 사건 소식을 접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하자마자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분노와 절망을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끊이지 않는 총기 사건에 대해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가 난다(sick and tired of)”며 “더 이상 (총기 규제가) 학살을 막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고 격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숨진 학생들은) 아름답고 무고한 2, 3, 4학년 학생들이었다. 자식을 잃는 것은 영혼 일부가 뜯겨지는 기분”이라고 피해자 유족들을 위로했다. 또 “18세 아이가 가게에 들어가 총기를 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다. 사람 죽이는 것 말고 총기가 필요할 일이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자신이 부통령이던 2012년 벌어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열흘 전 뉴욕주 버펄로시 총격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총기 난사 사건은 세계 어디에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carnage)과 함께하려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산업의 의회 로비에 맞서 행동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총기) 로비에 맞서 싸울 용기를 지닌 우리의 기개(backbone)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으며 “이제는 이 고통을 행동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텍사스주의 초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최소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범인은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18세 남성으로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24일(현지 시간)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살바도르 라모스는 텍사스주의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앞까지 차를 몰고 가 교내로 진입한 뒤 한 4학년 교실에 있던 학생들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쐈다. 총격으로 학생 19명과 4학년 담당 여교사 등 성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 전원이 한 교실에서 나왔다. 다른 학생 여러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만5000여 명이 사는 유밸디는 멕시코 접경지대에 있다. 주민 대부분이 히스패닉 계열이다. 라모스는 경찰이 출동하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은 범행 전 소총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주변에 “이제 막 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참극을 예고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이번 참사는 2012년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피해가 난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다. 이달 14일 뉴욕주 버펄로 흑인 주거지역의 한 슈퍼마켓에서 18세 백인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 같은 참극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은 총기규제법상 18세 이상이면 총을 구매할 수 있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는 총기 소지 권리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7일 전미총기협회(NRA) 후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백악관 연설에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영혼의 한 조각을 영원히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가. 이 문제에 맞설 용기를 주는 우리 사회의 중추는 어디 있는가”라며 의회에 총기규제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초등생 19명 포함 최소 21명 숨져, 교실 곳곳 피로 흥건… 현장 참혹일부 학생 깨진 창으로 간신히 탈출… 범인,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 받아총기 살 수 있는 18세 되자 참극벌여, 방탄복 입고 경찰과 대치… 사살돼 24일 오전 11시 반경(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 앞 도랑에 회색 포드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인근 장례식장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이 트럭 운전석에 있던 살바도르 라모스(18)에게 “차를 빼도록 도와주겠다”며 다가갔다. 그러자 라모스는 갑자기 권총을 꺼내 이들에게 난사했다. 그는 이 초등학교에 오기 전 자신의 할머니(66·중태)를 총으로 쏜 뒤 집을 나선 참이었다.○ “10세 조카, 교실 곳곳 튄 피 보고 충격”라모스는 학교 옆문을 통해 진입해 교실 복도를 돌아다녔다. 이날 학생들은 3일 뒤 시작되는 방학을 앞두고 ‘자유롭고 멋진 날(footloose and fancy day)’을 맞아 예쁜 옷을 차려입고 등교한 상태였다. 라모스는 학생들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고 교실 바닥은 순식간에 피로 흥건해졌다. 일부 학생들은 깨진 유리창 틈으로 기어 나와 탈출했다. 목격자들은 뉴욕타임스(NYT) 등에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 학교 학생인 10세 조카를 둔 에리카 에스카미야 씨(26)에 따르면 조카가 쉬는 시간 후 교실로 돌아오던 중 한 남자가 소리치고 욕하는 것을 들었으며, 곧 총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그러자 교사가 아이들을 교실 안으로 황급히 밀어 넣고 전등을 모두 끈 뒤 창문을 종이로 가려 화를 면했다. 그는 “조카가 대피하면서 교실 안 모든 곳에 피가 튀어 있는 것을 보고 심장마비가 온 것 같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에 사는 로먼 버두스코 씨는 “갑자기 학교에서 공사장 못 박는 기계 소리 같은 게 들려왔고, 곧 경찰이 학교로 몰려갔다”고 했다. 데릭 소텔로 씨(26)는 “총소리를 들은 학부모들이 학교 밖으로 몰려들자 범인이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쳤다”고 전했다. 방탄복까지 챙겨 입은 라모스는 바리케이드 뒤에 숨어 경찰과 대치하다 범행 시작 약 45분 만에 사살됐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딸의 사망을 확인한 한 부모는 페이스북에 ‘비가 내리는 걸 보니 네가 하늘에 도착했나 보다. 아가야, 영원히 사랑한다’는 글을 올렸다.○ 사흘 전 총기 사진 올리며 범행 예고 라모스는 미국 총기규제법상 총기 구매가 가능한 하한 연령인 18세가 되자마자 참극을 벌였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그는 중학교 시절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에는 거의 안 가고 햄버거 체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해당 햄버거 가게 매니저는 CNN방송에 “라모스는 조용했고 다른 종업원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일하고 월급만 받아 갔다”고 말했다. 라모스의 지인들은 라모스가 최근 재미 삼아 칼로 얼굴을 긁고, 행인들에게 비비탄 총을 쏘거나 차량에 달걀을 던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다. 그는 마약을 하는 친모와 갈등을 빚다 몇 달 전부터 할머니 집에서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총격 사흘 전 소총 두 자루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범행을 예고했다. 사건 당일 오전 5시 43분경에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이제 막 하려고 한다(I am about to)”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여성이 “뭘 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한 시간 안에 말해주겠다. 그 대신 반드시 답장해야 한다”고 답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국 텍사스주 유벨디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무차별 총격 사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대체 언제쯤 총기 로비에 맞설 것이냐”고 격분하며 강력한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24일(현지 시간) 한일 순방을 마친 뒤 귀국길에 사건 소식을 접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하자마자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분노와 절망을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끊이지 않는 총기 사건에 대해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가 난다(sick and tired of)”며 “더 이상 (총기 규제가) 학살을 막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고 격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숨진 학생들은) 아름답고 무고한 2, 3, 4학년 학생들이었다. 자식을 잃는 것은 영혼 일부가 뜯겨지는 기분”이라고 피해자 유족들을 위로했다. 또 “18세 아이가 가게에 들어가 총기를 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다. 사람 죽이는 것 말고 총기가 필요할 일이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자신이 부통령이던 2012년 벌어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열흘 전 뉴욕주 버팔로시 총격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총기 난사 사건은 세계 어디에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carnage)과 함께 하려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산업의 의회 로비에 맞서 행동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총기) 로비에 맞서 싸울 용기를 지닌 우리의 기개(backbone)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으며 “이제는 이 고통을 행동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차로 10분 거리인 10km 떨어진 곳의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15일 동안 3700km를 이동한 우크라이나 남성 포커 선수 세르히 벨랴예우 씨(32) 사연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2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벨랴예우 씨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동부 하르키우 외곽, 약혼녀 나탈리 드로즈드 씨는 하르키우에 거주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올 2월 24일 하르키우 일대를 점령하면서 벨랴예우 씨 집에서 드로즈드 씨 집으로 가는 길목이 끊겼다. 약혼녀가 보고 싶었던 벨랴예우 씨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이동이 어렵다고 느낀 그는 대신 러시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통과해 다시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3700km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달 4일 그는 다른 일행과 함께 차량 4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합류했다. 우선 70km를 이동해 러시아로 넘어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군은 벨랴예우 씨 일행이 민간인인지 우크라이나 군인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속옷까지 벗겨 몸을 수색했다. 그의 일행은 우크라이나를 떠난 지 10일 만인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도착했다. 이후 수도 키이우를 거쳐 나흘 뒤인 같은 달 18일 마침내 약혼녀가 살고 있는 하르키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혼녀의 집에서 불과 50m의 거리에서 다시 검문을 받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약혼녀를 향해 ‘보고 싶다. 기다려 달라’고 되뇌면서 힘든 여정을 버텨냈다고 회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차로 10분 거리인 10km 떨어진 곳의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10일 동안 3700km를 이동한 우크라이나 남성 포커선수 세르히 베라예프 씨(32)의 사연이 화제다. 22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라예프 씨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동부 하르키우 외곽, 약혼녀 나탈리 드로즈드 씨는 하르키우에 거주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침공 당일인 올해 2월 24일 하르키우 일대를 점령하면서 베라예프 씨의 집에서 드로즈드 씨의 집으로 가는 길목이 끊어졌다. 약혼녀가 보고싶었던 베라예프 씨는 중대결단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이동이 어렵다고 느낀 그는 대신 러시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통과해 다시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3700km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달 4일 그는 다른 일행과 함께 차량 4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합류했다. 우선 70km를 이동해 러시아로 넘어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군은 베라예프씨 일행이 민간인인지 우크라이나 군인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속옷까지 벗겨 몸을 수색했다. 일부 일행은 러시아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여권이 모두 불타버리는 바람에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심문을 받았다.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이들이 탄 차량의 바퀴와 브레이크는 모두 망가져 있었다. 베라예프 씨는 여정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건강도 악화됐다. 하지만 약혼녀를 만나겠다는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의 일행은 우크라이나를 떠난 지 10일 만인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도착했다. 이후 수도 키이우를 거쳐 나흘 뒤인 같은 달 18일 마침내 약혼녀가 살고 있는 하르키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혼녀의 집에서 불과 50m의 거리에서 다시 검문을 받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약혼녀를 향해 ‘보고 싶다. 기다려 달라’고 되뇌면서 힘든 여정을 버텨냈다고 회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8년차 유아 특수교사 크리스티나 실 씨(41)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주 슬리델에 있는 헌혈센터에 들어섰을 때 이날도 대기실은 만석이었다. 벽면에 ‘헌혈 4회 할 때마다 기름값 20달러(약 2만5000원) 추가 제공’이란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실 씨는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매주 2회(화, 목요일) 혈장을 기증해 왔다. 그렇게 월 400∼500달러(약 50만∼63만 원)를 벌었다.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물가 급등으로 미국인 수백만 명이 새로운 한계에 직면했다며 공립초등학교 교사인 실 씨의 사연을 전했다. 생활비는 거의 배로 뛰었고 빚도 1만 달러(약 1270만 원) 가까이 늘었다. 동료 교사들은 과외로 ‘투잡’을 뛰기도 했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 실 씨는 여력이 없었다. 결국 최후 수단으로 ‘혈장 판매’에 나섰다. 미국 적십자사가 권고하는 혈장 기증 횟수는 28일에 한 번, 1년에 최대 13회다. 실 씨는 주 2회 기증하다 보니 단백질 수치가 너무 떨어져 ‘기증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단백질 음료를 마셔 가며 3주 만에 정상 수치로 끌어올린 뒤 다시 기증을 이어갔다. 지난달 극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도 너무 비싸 치료를 포기했다. 실 씨는 “내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혈장까지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줄은 몰랐다”며 “이것이 내 인생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독일 정부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78·1998∼2005년 집권·사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노골적인 친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임 총리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제공했던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독일은 전직 총리에게 국비로 사무실 및 보좌관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폐쇄가 확정되면 슈뢰더 전 총리는 연간 40만7000유로(약 5억3000만 원)에 준하는 혜택을 잃는다.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등은 18일(현지 시간) 집권 사회민주당,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수도 베를린 연방의회 건물에 있는 슈뢰더 전 총리의 사무실을 폐쇄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3당은 “그가 전임 총리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친러 노선을 묵과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 겸 자민당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로비를 벌이는 전직 총리가 세금으로 특권을 누리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슈뢰더 전 총리가 속했던 사민당 내에서는 출당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줄곧 푸틴 대통령을 ‘친구’라고 칭하며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등 곳곳에서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을 부인하며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 공격을 명령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불렀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미국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앞으로는 공화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18일(현지 시간) 본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거 민주당은 (대체로) 친절함을 지닌 정당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투표했다”며 “그러나 지금 그들은 분열과 증오의 정당으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지지하지 않으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반발을 예측하듯 “그들이 나에 대해 추잡스럽고 속임수가 담긴 캠페인을 펼치는 것을 지켜봐라”고 덧붙였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머스크가 이미 16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한 테크 컨퍼런스 행사에서 앞으로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머스크는 “민주당은 노조에 의해 과도하게 통제되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노조에 사로잡혀 있다”며 “민주당은 당 지지자들 대신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트위터 인수를 발표한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 복구 문제로 민주당 측과 갈등을 빚어 왔다. 그가 표현의 자유를 앞세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할 것을 암시하자 백악관은 “온라인 플랫폼이 허위 정보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머스크는 13일 “트위터의 스팸 및 가짜 계정이 전체 사용자의 5% 미만이라는 계산의 구체적인 근거가 나올 때까지 인수를 일시 보류한다”고 돌연 발표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독일 정부가 친러시아 성향으로 유명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78)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친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임 총리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제공돼 온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폐쇄가 확정되면 슈뢰더 전 총리는 연간 40만7000유로(약 5억 3000만 원)에 달하는 지원 혜택을 잃게 된다. 다만 연간 10만 유로(약 1억 3000만 원)씩 제공되는 연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등은 18일(현지 시간) 집권 사회민주당,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 중인 녹색당, 자유민주당 3개 당이 베를린 연방의회 건물에 있는 슈뢰더 전 총리의 사무실을 폐쇄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3당은 폐쇄 이유에 대해 “그가 전임 총리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의 친러 노선을 묵과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은 임기를 마친 총리에게 정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무실과 보좌관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모두 국비 지원이다. 슈뢰더 전 총리의 사무실이 폐쇄되면 각종 자료 파일들은 국가 기록보관소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슈뢰더 전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계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친구’라고 칭했다. 러시아 가스기업의 고위직을 유지하며 거액의 급여를 받는 등 친러 행보를 이어가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그는 지난달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보로댠카 등 곳곳에서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을 부인하며 푸틴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해 큰 논란을 불렀다. 당시 그는 “부차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는 푸틴 대통령이 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해 호된 비판을 받았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푸틴을 위해 공개적으로 로비 활동을 펼치는 전직 총리가 여전히 시민 세금으로 특권을 누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퇴임 직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드스트림 2’ 송유관 사업을 승인했으며 2005년 퇴임 후 해당 사업 파이프 라인 운영사의 이사장직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러시아 정유사 로스네프트의 고문을 맡고 있다. 그가 받는 연봉은 87만 달러(약 11억 원)에 달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인간에 대한 증오는 지나갈 것이고 독재자는 죽을 것이며 그들이 빼앗은 권력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는 한 자유는 결코 소멸될 수 없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열린 제75회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깜짝’ 연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걸작 ‘위대한 독재자’(1940년) 대사를 인용해 세계 영화계가 다시 한번 전쟁 반대, 러시아 규탄의 한목소리를 내 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채플린의 독재자는 진짜 독재자(히틀러)를 무너뜨리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영화계는 침묵하지 않았다”며 “또 한번 독재자가 등장했고 자유를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채플린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의 독재자에 함께 맞설 것을 호소했다. 그는 “매일매일 수백 명이 죽는다. 그들은 (영화처럼) ‘컷’ 소리를 들어도 다시 살아날 수 없다”며 “영화는 언제나 자유의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칸 영화제는 주요한 테마로 전쟁을 다루고 있다. 21일에는 우크라이나 영화인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날’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칸 영화제 측은 이번 영화제에 러시아 대표단 및 정부 관계자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럽 최대 음악제전 ‘2022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밴드 멤버들이 고국을 지키기 위해 곧바로 우크라이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팀 ‘칼루시 오케스트라’ 리더 올레흐 프슈크 씨(사진)는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15일(현지 시간) 택시에 짐을 싣고 공항으로 향했다. 남성 6인조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특별 임시 허가’를 받아야 했다. 러시아가 침공한 올 2월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려 징집 대상자인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우승 멤버들은 16일까지 우크라이나로 복귀해야 한다.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고국 복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프슈크 씨는 14일 우승 기자회견에서 “우승 축하 무대를 끝내고 고국으로 복귀하겠다. 다른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처럼 우리는 끝까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푸틴의 이너서클(inner circle·최측근)은 누구인가?”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두 달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당초 72시간 안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겠다던 전쟁이 길어지는 원인으로 외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꼽습니다. 푸틴의 눈과 귀를 막은 그들이 전황(戰況)을 잘못 예측해 보고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푸틴이 그들의 꼭두각시일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이너서클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푸틴 최측근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푸틴의 고향이자 정치 행보를 시작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입니다. 한때 러시아에서는 “피테르(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줄임말) 출신이면 글을 읽고 쓰기만 해도 고위직에 오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정치 경제 산업 등 전방위 요직을 차지했기 때문이죠. 이들 가운데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이 세운 ‘오제로 다차(별장) 집단농장’을 함께 운영한 극소수는 최측근 중 최측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들 대다수는 실로비크(silovik·복수로 실로비키)입니다. 러시아어로 ‘강한 사람들(strongmen)’을 뜻하는 실로비키는 정보기관, 군대, 경찰 혹은 관련 기관 출신을 뜻합니다. 현재 핵심 실로비키는 푸틴처럼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입니다. 그 중 일부는 푸틴과 함께 1980년대 동독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레닌그라드 트리오’197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시절입니다. 푸틴은 막 KGB에 들어가 레닌그라드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의 옆에는 동료 3명이 있습니다. 이 3명을 뜻하는 ‘레닌그라드 트리오’는 지금까지 푸틴과 가장 오래한 심복입니다. 강경파 중 강경파로 통하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위원회 비서관은 핵심 외교 참모입니다. 1975년 푸틴과 같은 해에 KGB에 들어왔고 1999년 푸틴 후임자로 KGB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에 임명됩니다.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그가 주도해 결정했다고 분석합니다. 파트루셰프는 미국과 자본주의 체제에 극도의 경계심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를 분리시켰고 자본주의가 국가를 부패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정권을 무너뜨린 유로마이단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열린 러시아 국가안보회의에서 푸틴에게 “똑바로 대답하라”는 말까지 들으며 혼쭐난 인물이 있었죠. 세르게이 나리쉬킨 해외정보국(SVR) 국장입니다. 하원 두마 의장까지 맡은 그는 푸틴 집권 초부터 그의 그림자 같은 인물입니다. 러시아 ‘역사적 진실 위원회’ 위원장이자 국영방송 채널1 이사회 의장까지 하고 있는 그는 이번 침공의 이념적 근거를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현 FSB 국장 알렉산더 보르트니코프는 파트루셰프와 마찬가지로 푸틴의 KGB 동료입니다. 푸틴에게 그는 최고의 정보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그가 러시아 ‘반(反)푸틴 세력’이 점찍은 후계자라고 공개했습니다. 쿠데타로 푸틴이 축출될 경우 그가 새로운 지도자를 맡아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중론입니다. ● 푸틴의 올리가르히올리가르히(Oligarch)는 러시아어로 신흥 재벌을 뜻합니다. 옛 소련 해체 직후인 1990년대 초반 민영화 과정에서 국유기업을 손아귀에 넣은 재벌을 의미합니다. 푸틴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 대통령 때부터 올리가르히는 정치권과 강력하게 유착했습니다. 집권 후 푸틴은 올리가르히 길들이기에 나섭니다. 푸틴에 협력하길 거부한 일부 재벌은 배임이나 횡령 등 이유로 체포됩니다. 그 빈자리를 푸틴의 새로운 올리가르히가 채우게 됩니다. “러시아 2인자는 누구인가?” 러시아의 2인자가 만약 존재한다면 먼저 석유 재벌 이고리 세친을 떠올리는 서방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세친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입니다.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앉히고 슬쩍 총리를 맡은 2008년~2012년 부총리를 지냈습니다.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1990년대 초반 세친은 그의 비서실장에 오릅니다. 2004년 푸틴은 당시 러시아 2위 국영회사 로스네프트 대표로 세친을 임명합니다. 러시아 경제 핵심인 에너지를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러시아 언론은 세친을 다스베이더, 또는 ‘지구상 가장 무서운 인물’이라고 표현합니다. 영국 정부는 세친을 ‘푸틴의 오른팔’이라고 공개적으로 칭했습니다. 2016년 11월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경제장관이 뇌물 혐의로 체포됐을 때 세친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세친이 회의가 있다며 울류카예프를 불러 놓고 거액의 현금을 건넸고 받자마자 체포했다는 것입니다. 세친이 경제와 정치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으로 회자됩니다. 아르카디와 보리스 로텐베르크 형제는 푸틴의 죽마고우입니다. 형 아르카디는 12세 때 유도 수업에서 푸틴을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이후 셋은 서로서로 유도 파트너를 하며 성장합니다. 로텐베르크 형제는 현재 러시아 최대 규모 가스관 및 송전선 건설 회사 스트로이가스몬타슈를 공동 소유하고 있습니다. 푸틴의 죽마고우라는 이유로 여러 국영사업을 수주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형제는 대표적 ‘유도크라시(judocracy·judo+bureaucracy)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도광인 푸틴과 함께 유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 파벌을 뜻합니다. 러시아 고위 정치인이나 관료 중에는 유도가 취미인 사람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푸틴과 한 판 ’제대로‘ 붙기만 하면 고위직에 오를 확률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게나디 팀첸코는 푸틴의 숨은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러시아 ’석유 황제‘입니다. 1990년대 초반 청년 석유 무역상과 정치 샛별은 손을 잡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교위원회 위원장이던 푸틴은 팀첸코에게 석유 수출 허가증을 내줍니다. 둘의 관계가 본격화합니다. 팀첸코는 스위스에 러시아산 석유 수출업체 ’군보르‘를 공동 설립하며 억만장자로 부상합니다. 이에 군보르의 배후에 푸틴이 있다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됩니다. 미국 재무부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푸틴이 군보르에 비공개 투자했다는 이유로 팀첸코를 제재 대상에 올립니다. 다만 팀첸코는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기 전날 자신의 모든 군보르 지분을 스위스의 동업자에게 넘기며 제재를 피합니다.● 친구보다는 각자도생 이너서클로 알려진 인사 중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대표적 인물이 러시아 최대 민영은행 알파방크 공동 설립자 미카일 프리드먼입니다. 프리드먼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영국 소재 투자회사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쟁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혈사태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뿐”이라고 밝힙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이번 전쟁을 비극이라고 말합니다. 러시아 알루미늄 올리가르히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좀 더 대담했는데요. 공개적으로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자신의 텔레그램에 “이 세계는 매우 중요하다! 가능한 빨리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립니다. 원치 않은 ’손절‘을 해야만 했던 인물도 있습니다. 프로축구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 구단주였던 로만 아브라모비치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론을 의식한 듯 첼시 구단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를 위한 구호재단을 설립해 매각 순수익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힙니다. 20년 우정 ’덕분에‘ 도주해야만 했던 인물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친(親)러시아 정치인 빅토르 메드베드추크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브로커‘ 역할을 맡아 온 메드베드추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푸틴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푸틴이 메드베드추크 막내딸의 대부라는 점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 소치에서 함께 F1 경기를 관람하는 등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은 자주 목격됐습니다. 메드베드추크는 이번 러시아 침공이 성공했을 시 ’꼭두각시 정권‘을 이끌 유력한 인물로 거론됐습니다. 그는 앞서 2016년 한 인터뷰에서 “크름반도는 법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불행하게도 사실상 러시아에 속한다”고 말하며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의 고립 정책을 비난했습니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던 그는 젤렌스키 정권이 들어온 후 2021년 반역 혐의로 가택 연금에 처해집니다. 그리고는 이번 침공이 발발한 지 사흘 만인 2월 27일 도주했습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는 우크라이나 군복을 입은 채로 체포됐습니다. 러시아는 그를 두고 포로 교환을 하자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우리 시민이 아니다”라며 단칼에 거절합니다. 전쟁 초기 마리우폴에서 폭격을 맞아 죽은 어린 소녀에 대한 기사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죽은 소녀를 끝내 놓지 못하던 의사는 “이 소녀의 눈을 푸틴에게 보여줘라!”고 절규했습니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전쟁, 매일같이 참혹한 사진들과 마주하지만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언제나 그 소녀입니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푸틴의 최측근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소녀의 눈, 그리고 수많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눈물을 그 누군가는 푸틴에게 똑똑히 보여줬으면 합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 4일(현지 시간)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AP통신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일반적인 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이른바 ‘빅스텝(Big step)’이라 불리는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시점은 정보기술(IT) 기업의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5월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8.5%를 기록하는 등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2년 만에 공격적인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진 상태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보유자산의 축소(양적 긴축)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매입했던 채권 등을 다시 팔아 시중 유동성을 조인다는 의미다. ○ 6월 FOMC서 0.75%포인트 인상 전망도연준이 22년 만에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초 1%대에 불과했던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대로 치솟은 데다 향후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전 세계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연준이 이달은 물론 다음 달 FOMC에서도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두 달 연속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6월 FOMC에서 빅스텝을 넘어선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즉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에 금리를 0.75% 올릴 확률이 90%에 근접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 노무라홀딩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6, 7월에 모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0.75%포인트 인상에 대해서는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긴축 선호(매파)로 유명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준은행 총재는 “물가를 잡기 위해 0.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준은행 총재는 “연준의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 미 국채금리도 3년 반 만에 최고연준의 긴축 강화에 따라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일 장중 한때 2018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에 3% 선을 넘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1.5%가 채 안 됐지만 불과 넉 달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다가 경기 경착륙이 나타난 사례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22일 CNBC 방송에서 “지금 단계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내년에 침체가 올 것”으로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긴축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 풀렸던 ‘쉬운 돈(이지 머니·easy money)’의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항전 중인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두 달 넘게 러시아군에 고립돼 있다 최근 탈출한 시민들이 끔찍했던 피신 상황을 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마리우폴에서 탈출한 시민 100여 명은 우크라이나 군이 통제하는 자포지라 난민센터에 도착했다. 어린 아들과 함께 탈출한 옐레나 기베르트 씨는 “고립된 주민들이 극단적 선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마리우폴은 절망뿐”이라고 토로했다. 식량을 빌미로 러시아에 충성 맹세를 강요한 정황도 드러났다. 기베르트 씨는 “매일 오전 6시 러시아군이 나눠주는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며 “식량을 받으려면 먼저 러시아 국가(國歌), 그 다음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가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배급한 식량도 먹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세니아 자포노바 씨는 “러시아군 인도적 지원이라면서 나눠준 통조림은 침공 한 달 전인 올 1월에 유통기한이 만료한 것이었다”고 했다.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군 포격이 줄어들면서 소규모 시장을 중심으로 러시아군이 배급한 식료품이 천정부지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탈출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일종의 사상 검증을 했다고 밝혔다. 자포노바 씨는 “검문소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외치며 우리 반응을 살폈다”면서 “‘(우크라이나)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라고 외쳤다면 끝이 분명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협조를 받아 이날 이뤄지기로 예정된 추가 민간인 탈출은 러시아군 폭격이 재개되는 등 상황이 악화돼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민간인 100여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주주총회를 개최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창업자(사진)가 미 금융시장이 단기 투자가 성행하는 카지노처럼 변했으며 월가 금융사가 투자자들의 투기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버크셔 본사가 있는 미 중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등장한 버핏은 “주식 거래자들이 마치 주식을 포커판의 칩을 다루듯 대하도록 월가가 장려하고 있다. 미 금융시장이 사실상 카지노로 변했다”고 질타했다. 금융사에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안겨주지만 개인투자자에겐 위험한 콜옵션 같은 파생상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월가는 사람들이 ‘투자’보다 ‘도박’을 할 때 더 많은 돈을 번다. 자본주의라는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들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주식시장이라는 도박판의 칩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월가의 주류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기존 입장 또한 고수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생산적인 자산이 아니다”라며 “어떤 가치도 창출해 내지 못한다. 그저 속임수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마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농지는 식자재를 생산하고 아파트는 임대료를 벌게 해주지만 비트코인은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 또한 “어리석은 것, 악한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해 나를 나쁘게 보이게 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이 세 가지를 다 가졌다”고 가세했다.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유명 록페스티벌)’으로 불리는 버크셔 주총에는 매년 전 세계 유명인, 주주, 버핏의 투자 조언을 들으려는 일반인 수만 명이 몰린다. 올해에도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배우 빌 머리 등 약 4만 명이 참석했다. 버핏은 올해 1분기(1∼3월)에 510억 달러(약 64조26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셰브론,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등 미 에너지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고 비디오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9.5%를 보유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1분기 주식 투자에서 16억 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1분기 버크셔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급감한 54억 달러에 그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주주가 실망스러운 실적 때문에 버핏의 퇴장을 원하지만 그의 스타 파워는 건재하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