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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8일 경찰청장실과 서울경찰청장실, 서울 용산경찰서장실 등 55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서 등 7곳을 압수수색에서 강제 수사에 돌입한 지 6일 만으로, 사전 대비 소홀과 늑장 보고로 사태를 키운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본부, 이태원역 등 4개 기관 55곳에 수사 인력 84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집무실도 포함됐다. 특수본은 윤 청장이 이날 오전 11시 국회 일정이 있는 점을 고려해 윤 청장 집무실은 오전 9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나머지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오전 10시 시작됐다. 특수본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의 휴대전화를 포함해 핼러윈 축제 관련 문서 등을 확보했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핼러윈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하고 사고 발생을 뒤늦게 인지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실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실에도 수사 인력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가 경찰을 넘어 소방, 용산구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7일 특수본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당직 상황관리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및 정보계장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전날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 안 한 걸로 하자” 회유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용산서) 정보과장이 삭제 지시를 했다고 보고받았다”고 했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장 A 씨가 지난달 26일 작성된 정보 보고 문건 등을 참사 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건을 작성한 정보관의 컴퓨터에서 원본이 삭제됐다”며 “(정보과장이나 계장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며 회유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에 따르면 이 전 서장과 류 전 과장은 각각 참사 당일 현장과 서울청 112상황실에서 임무를 소홀히 하고 지휘부에 사태를 뒤늦게 보고한 혐의(직무유기) 등을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주말 인파 밀집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도 충분한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용산구 이태원 일대 일반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조례로 허용하는 과정에서 유착 등의 문제는 없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와 서울시 등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묻자 김 대변인은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했다. 김 청장은 이날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감찰 조사와 수사 결과에 따라 처신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용산소방서, 경찰 공조 요청 무시했나경찰은 소방 당국의 구조 활동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 당일 오후 8시 반과 9시경 ‘인파가 몰려 통제가 안 된다’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라는 112 신고를 받고 소방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그러나 소방은 두 차례 모두 출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참사 전 다급한 신고를 두고 경찰과 소방이 서로 대응 요청을 주고받으며 도돌이표를 그린 셈이다.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 12분 ‘숨을 못 쉬겠다’는 119 신고에 출동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이 국장은 “신고자의 목소리에 생기가 있었고, 통화도 정상적으로 종료됐다”고 해명했다.○ ‘차량 고집’ 용산서장, 최단거리 우회로 지나쳐한편 참사 현장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서 차량 우회로를 찾으며 1시간을 허비한 이 전 서장은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을 지나치고 먼 길을 돌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 당일 오후 10시경 현장에서 약 700m 떨어진 녹사평역에 도착한 이 전 서장의 관용차는 최초 경리단길을 통해 우회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되돌아 나왔다고 한다. 녹사평대로를 따라 내려간 이 전 서장의 관용차는 주한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앞길로 진입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 길은 다른 우회로에 비해서 비교적 통행이 원활한 편이었다. 이 전 서장의 관용차가 정체가 더 심하고 거리도 먼 도로를 거쳐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부근에 도착했을 때는 사고 발생 후 40분이 흐른 오후 10시 55분경이었다. 이 무렵 대통령실 관계자가 현장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이 전 서장은 전화를 받지도, 회신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김기윤기자 pep@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가능성을 사전 경고했던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보고서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후 용산서 정보과장 주도로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소방 측이 밝힌 참사 당일 최초 119신고 시각보다 3분 앞서 이태원에서 ‘숨이 막힌다’는 119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지면서 정부 내 은폐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보과의) 정보보고 인멸과 (과장의 인멸) 종용을 인지해 파악 중”이라며 “(두 의혹 모두) 감찰 대상”이라고 밝혔다. 2일 용산서 정보과 등을 압수수색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도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하고 (직원들을) 회유한 혐의(증거인멸)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삭제된 보고서는 실무진이 작성한 뒤 정보과장 등이 검토했지만 경찰 내부망에는 등록되지 않은 복수의 보고서로 추정된다. 용산서 정보과장 A 씨는 삭제 의혹에 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향후 감찰과 수사에서 소명하겠다.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10시 12분 현장 인근에서 참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자인 여성은 “이태원…죠. 숨이…. 막혀 가지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신고 중 휴대전화 등을 떨어뜨렸던 듯 “떨어뜨렸어…. 여보세요”라고 하다 통화가 중단됐다.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 시각이라고 밝힌 오후 10시 15분보다 3분 빠른 시점이었다. 여야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삭제된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보고서는 경찰의 사전 대응이 적절했는지 수사할 때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허위 보고에 이어 용산서 정보과장의 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경찰 중간 간부들이 사고 직후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용산서 정보과장 보고서 삭제 지시 정황”6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특별감찰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참사 이후 삭제된 보고서는 용산서 소속 정보관이 작성한 것으로 핼러윈 축제 기간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복수의 용산서 관계자에 따르면 용산서 정보관들은 지난달 초부터 핼러윈 기간 이태원역 일대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3건 이상 작성했다고 한다. 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정보과장 주도로 보고서가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용산서 정보계장도 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특수본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삭제와 관련해 ‘함구령’을 내리는 등 직원들을 회유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통상 직속상관인 정보계장과 정보과장 검토를 거친 뒤 경찰 내부망에 등록되는데, 검토 단계에서 묵살됐던 보고서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내부망에 등록된 보고서는 3일가량 뒤 자동 삭제되기 때문이다. 용산서 정보과장 A 씨는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향후 감찰 및 수사 과정에서 소명하겠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보계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사고 3분 전 119신고 있었다”소방청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참사가 발생한 오후 10시 15분) 전 이태원 일대에서 17건의 신고가 있었고, 그중 사고 현장에서의 신고도 1건 있었다”고 했다. 소방청은 그동안 참사 당일 오후 10시 15분에 참사 관련 첫 119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혀 왔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2분 이태원1동에서 이뤄진 신고는 ‘압사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신고자가 다급한 상황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한 여성은 “이태원…죠. 숨이 막혀 가지고…”라며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동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 “○○아, 일로(이리로)”라고 했다. 접수자는 “119입니다” “여보세요”를 반복했고 신고자는 “…떨어뜨렸어… 여보세요”라고 했다. 혼잡한 상황에서 휴대전화 등을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전화가 잘 안 들려요”라는 접수자의 말에 신고자가 “아, 네…”라고 답한 뒤 전화가 끊겼다. 신고자 주변은 매우 시끄러웠던 듯 ‘주변 소음’이라는 상황 설명도 2차례 기록돼 있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전 신고들은 밀집도가 높아 위험하다거나 압사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아니었다”며 “최초 신고 시간은 오후 10시 15분이 맞다”고 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참사 당일 서울시와 용산구청에 각각 오후 10시 26분, 29분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출장 중이던 오세훈 시장은 오후 11시 20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오후 10시 51분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가능성을 사전 경고했던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보고서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후 용산서 정보과장 주도로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소방 측이 밝힌 참사 당일 최초 119신고 시각보다 3분 앞서 이태원에서 ‘숨이 막힌다’는 119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지면서 정부 내 은폐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용산서 정보과장이 (핼러윈 안전 우려 관련)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일 용산서 정보과 등을 압수수색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도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하고 (직원들을) 회유한 혐의(증거인멸)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했다. 삭제된 보고서는 실무진이 작성한 뒤 정보과장 등이 검토했지만 경찰 내부망에는 등록되지 않은 복수의 보고서로 추정된다. 용산서 정보과장 A 씨는 삭제 의혹에 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삭제를 지시한 적 없다. 향후 감찰과 수사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10시 12분 현장 인근에서 참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자인 여성은 “이태원…죠. 숨이…. 막혀가지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신고 중 휴대전화 등을 떨어뜨렸던 듯 “떨어뜨렸어…. 여보세요”라고 하다 통화가 중단됐다.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 시각이라고 밝힌 오후 10시 15분보다 3분 빠른 시점이었다. 여야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캠핑장에서 취침하는 동안 참사 관련 보고를 2차례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이어 윤 청장까지 야간 보고를 수차례 놓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지휘부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청장은 사고 당일 휴일을 맞아 과거 경찰서장을 지냈던 충북 제천을 방문했다. 윤 청장은 이날 정오 무렵부터 지인 3명가량과 함께 월악산을 등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현지 경찰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소주와 맥주가 섞인 ‘폭탄주’를 두 잔가량 마시고 오후 11시경 잠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윤 청장은 사고 발생 1시간 17분 뒤인 오후 11시 3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보낸 참사 관련 첫 보고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20분 후 걸려온 상황담당관의 전화도 못 받았다. 다음 날 0시 14분에야 상황담당관과 통화가 된 윤 청장은 즉시 서울로 출발했고 사고 후 4시간 이상 지난 30일 오전 2시 반에 지휘부 회의를 소집했다. 서울 치안 총책임자인 김 청장도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다. 사고 당일 오후 9시경 퇴근해 서울 강남구 자택에 머물던 김 청장은 오후 11시 34분경 3차례 걸려온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2분 뒤 다시 온 4번째 전화를 받고서야 참사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경찰과 함께 재난 대응을 맡은 소방당국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3분 후인 오후 10시 18분부터 2시간 동안 총 15차례 경찰에 인력 투입과 현장 통제 등을 요청했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이 사고를 인지하기 전에도 이미 공동대응 요청이 10차례 있었다. 경찰 내부 보고 및 지휘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윤 청장에게 보고한 경찰청 상황담당관도 소방당국을 통해 참사 사실을 알게 됐다. 당초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5분 만인 오후 10시 20분경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됐던 이임재 서장이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1시 5분이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상황 보고서에는 이 서장의 도착 시각이 ‘10시 20분’으로 적혀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6일 만에 공식 석상에서 처음 사과한 것이다.경찰청장, 등산후 캠핑장서 취침문자-전화보고에 응답 못해서울청장도 보고 전화 3차례 놓쳐5분뒤 왔다던 용산서장, 50분뒤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소방당국이 경찰에 처음 공조 요청을 한 것은 참사 발생(오후 10시 15분) 3분 후였다. 이어 수차례 현장 통제와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동안에도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소방청이 “다수가 운집해 현장 통제가 안 된다”며 12번째로 다급하게 ‘최대 인력 동원’을 요청하던 오후 11시 43분 윤 청장은 사고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김 청장은 불과 7분 전 첫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잠든 윤희근, 보고 놓친 김광호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참사 발생 당시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 머물고 있었다. 지인들과 산행차 월악산을 찾은 윤 청장은 하산 후 오후 5, 6시경부터 지인의 펜션에 들러 저녁 식사를 했다. 과거 제천경찰서장을 지낼 때부터 알고 지내던 경찰들도 함께였다. 윤 청장은 소주와 맥주가 섞인 폭탄주 두 잔가량을 곁들여 파전, 도토리묵 등으로 식사를 하고 오후 7시경 일행과 함께 캠핑장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윤 청장이 식사를 했던 펜션의 관계자는 “당시 5, 6명과 함께였는데 윤 청장이 ‘피곤해 일찍 캠핑장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행은 맥주 2, 3병과 소주 1병 정도를 (나눠) 마셨다”고 덧붙였다. 이 캠핑장은 가건물들로 이뤄져 투숙객이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윤 청장은 숙소에서 혼자 쉬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이날 오후 11시경 잠이 들었는데 이미 참사가 발생한 지 45분이 지난 뒤였다. 이날 오후 10시 56분과 오후 11시 21분 소방으로부터 두 차례 인력 지원 및 차량 통제를 요청받았던 경찰청 상황담당관은 오후 11시 32분경에야 윤 청장에게 문자로 상황을 보고했다. 하지만 잠들었던 윤 청장은 문자를 보지 못했고 20분 후 걸려온 전화도 받지 못했다. 다음 날 0시 14분경이 돼서야 상황담당관과 통화가 이뤄져 처음 상황을 보고받았다. 5분 뒤 윤 청장은 김 청장에게 전화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고, 바로 서울로 복귀했다. 한편 사고 당일 오후 9시경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무실에서 집회 대응을 마치고 서울 강남구의 자택으로 퇴근한 김 청장은 오후 11시 34분경 3차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2분 뒤 4번째 전화를 받고서야 사고 사실을 파악했고, 참사 2시간 10분이 지난 30일 0시 2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도심 집회는 일반적으로 서울청장이 지휘하며 상황을 총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대규모 인원이 몰리거나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는 경찰청장도 사무실로 나와 보고를 챙기는데 국정감사가 끝난 후 미뤄둔 산행을 가느라 윤 청장은 29일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지휘부 수사로 이어지나이날 오후 8시 반경까지 이어진 집회 관리를 위해 삼각지역 인근에 있었던 이 서장은 오후 9시 반경 용산서 상황실 연락을 받고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런데 삼각지역에서 약 2km 떨어진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건 참사 발생 50분 만인 오후 11시 5분경이었다. 하지만 사고 후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오후 10시 20분, 서장 현장 도착’으로 적혀 있었다. 현장에 늦은 걸 숨기기 위해 시간을 허위 보고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차량 블랙박스 등을 제출받아 구체적인 동선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이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브리핑에서 윤 청장과 김 청장 등 지휘부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감찰이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휘부에 대한 수사 관련 질문에 “수사와 감찰은 별개일 수 있다”면서도 “중복으로 할 경우 비효율적이어서 기다리고 있다. 수사에 필요한 준비는 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제천=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충북 지역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사실을 모르고 잠들었다가 관련 보고 문자와 전화를 놓쳤던 사실도 드러났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당시 토요일 휴일을 맞아 고향인 충북 청주를 방문해 오후 11시경 잠이 들었다. 오후 10시 15분 참사가 발생한 지 약 45분이 지나도록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잠이 든 윤 청장은 오후 11시 3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보낸 사고 관련 보고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고, 20분 뒤 걸려 온 상황담당관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 경찰청 상황담당관의 최초 보고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부터 사고 관련 보고를 받은 오후 11시 1분보다 30분 늦게 이뤄졌다. 윤 청장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0시 14분에야 상황담당관의 전화를 받고 사고 상황을 인지하고 즉시 서울로 출발했다. 5분 뒤인 오전 0시 19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윤 청장이 사고 발생 4시간 15분가량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전 2시 30분에야 지휘부 회의를 소집한 건 서울로 상경하는 게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약 1시간 전, 위급함을 알리는 112 신고가 이어지고 있을 때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외부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및 대응조치를 총괄해야 할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류미진 상황관리관(인사교육과장)이 참사 발생 후 1시간 반 가까이 자리를 비운 채 보고를 받지도, 하지도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3일 경찰청은 이 서장과 류 관리관이 업무를 태만하게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두 사람을 직위해제했다. 또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서장은 지난달 29일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집회 현장을 관리하다 오후 8시 반경 집회가 끝나자 오후 9시경 용산서 경비과장 등 간부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현장 인근에 인파가 운집해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라는 신고가 접수된 시점이었다. 이 서장이 용산서 상황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건 이날 오후 9시 반이 지나서였고, 참사 현장 인근에 도착한 건 사고 발생 5분 후인 오후 10시 20분경이었다. 참사 당시 서울청 112상황실 책임자였던 류 관리관이 근무수칙상 자리를 지켜야 하는 서울청 5층 상황실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10층)에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류 관리관은 이날 오후 11시 39분경에야 112상황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상황실로 복귀했다. 이 서장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 16분이 지난 이날 11시 36분에야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참사 사실을 보고했다. 이 서장과 함께 김 청장에게 보고 책임이 있었던 류 관리관은 이 시점에도 참사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서울 치안의 총책임자로 참사 당시 자택에 있던 김 청장은 이 서장의 전화를 한 차례 놓쳤다가 2분 후 전화를 받아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실제 관련 보고 전화를 놓친 횟수는 3차례였다. 김 청장은 오후 11시 34분경 3차례에 걸쳐 연달아 걸려 온 이 서장의 보고 전화를 받지 않았고, 오후 11시 36분경 온 4번째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을 통해 김 청장이 오후 11시 34분 이 서장의 보고 전화를 한 차례 놓치기 전에도 보고 연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서울청장, 참사 2시간뒤 현장에… 경찰청장은 4시간뒤 지휘부 회의 보고-지휘-소통 문제… 지휘부 공백서울청장, 전화 3번 놓쳐경찰, 참사 2시간전 “기동대 보내라”“집회 대응탓 못뺀다” 요청 거부당해 대통령보다 경찰 지휘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실을 늦게 파악하는 등 참사 전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서울 이태원 지역을 담당하는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압사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빗발치던 시기에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2시간 10분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4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첫 지휘부 회의를 소집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 보고와 지휘, 소통에 총체적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치안 책임자들 참사에 제대로 대응 못 해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오후 8시 반경 이임재 서장은 종료된 집회시위 현장 관리를 마치고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인파가 본격적으로 몰리던 시점이었다. 이어 오후 9시경에는 용산서 경비과장 등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이미 오후 9시 전에 압사를 우려하는 신고 4건이 이태원파출소에 접수된 상태였다. 이 서장이 식사를 하던 오후 9시부터 10분 동안 4건이 추가로 접수되며 위험 징후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이 서장은 오후 9시 반경에야 용산서 상황실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참사가 발생한 5분 후인 오후 10시 20분에야 이태원역 인근에 도착해 현장 대응을 했다. 김광호 청장은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집회 관리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오후 9시경 집회가 끝나자 그는 서울 강남구 자택으로 퇴근했다. 김 청장이 사고 발생을 보고하는 이 서장의 전화를 받은 것은 사고 발생 후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이었다. 이에 앞서 김 청장은 2차례 이상 관련 보고 전화를 놓쳤다고 한다. 통상 서장급 이상의 관용차량, 관사에는 상시 무전 대기가 가능한 무전장비가 설치돼 있으나 김 청장은 관사를 쓰지 않고 있었다. 경찰청은 이 서장의 서울청장 보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보고가 늦어진 데다 이동에도 시간이 걸리다 보니 김 청장이 현장에 도착한 건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0시 25분이었다. 참사 당일 윤 청장은 자택에 머물다 30일 0시 14분에 처음으로 경찰청 상황실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참사 발생 후 1시간 59분 후였다. 그가 경찰청 지휘부를 소집한 것은 사고 발생 4시간 15분가량이 지난 30일 오전 2시 30분이었다.○ “집회 관리” 참사 전 기동대 요청 거부참사를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기회는 사전에 여러 차례 있었다. 참사 당일 오후 7시 반∼8시경 이태원 현장에 있던 용산서 소속 경찰관이 현장 인파 통제를 위해 용산서 교통과에 “교통기동대라도 빨리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교통기동대 20명은 인근 집회가 끝난 뒤 이태원 현장 질서 관리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이 심상치 않자 먼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교통기동대 지원을 요청한 시점은 사고 발생 2시간여 전으로 인파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용산서 교통과 담당자는 “집회 대응을 하고 있어 (교통기동대를) 빼기가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교통기동대 20명은 집회 대응을 마친 뒤 오후 9시 반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이미 인파가 들이차 사고를 막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이어 사고 발생 1시간 15분 후인 오후 11시 반에야 서울경찰청에서 대규모 기동대가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참사가 경찰 지휘관들의 대응 부실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통령실보다 경찰 지휘부가 사안을 늦게 알 정도로 보고 체계가 붕괴됐고, 지휘관들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에 너무 많은 계급, 기관 간 상하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보고 문화도 경직돼 있어 단계를 거칠 때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자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감찰에 착수한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사고 후 1시간 넘게 지나서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수뇌부보다 먼저 보고를 받아 ‘경찰-행안부-대통령실’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 순서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김광호 서울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6분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 사고가 발생(오후 10시 15분)한 지 1시간 21분이 지난 시점이다. 이 서장은 이날 오후 11시 34분에 휴대전화로 첫 보고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2분 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김 청장이 다시 이 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에 대해 인지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지난달 30일 0시 2분에 참사 관련 첫 ‘치안 상황 보고’를 받았다. 사고 발생 후 1시간 47분이 지난 시점이다. 3분 후 경찰청은 대통령실에 사고 내용을 보고했다. 윤 청장은 이날 0시 14분에 첫 보고를 받고 사안을 인지했다고 한다. 경찰수장이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약 2시간 지나서야 사고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경찰청 보고가 이뤄지기 약 1시간 전 이미 소방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다음이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첫 신고가 접수된 지 38분 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3분 대통령국정상황실에 곧장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1시 1분에 사고 사실을 보고받았다. 경찰청이 대통령실에 보고한 시각보다 61분이나 빨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1시 21분 “구조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첫 지시를 내렸다. 한편 행안부 중앙재난상황실로 소방당국의 첫 신고 내용이 접수된 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48분이었다. 중앙재난상황실은 이날 오후 11시 19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포함한 재난안전 담당자들에게 문자로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장관은 문자가 도착한 지 1분 후 비서실 직원을 통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윤 대통령이 사안을 보고받은 시각보다는 늦었지만 경찰 수뇌부가 사안을 파악한 시점보다는 빨랐다. 이를 두고 경찰 수뇌부의 사태 파악 및 대처 지시가 늦어 인명 피해가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 및 수사를 통해 보고 및 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수사에 착수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구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등 7개 기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사고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역에 대해선 3일 압수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의 감찰을 받고 있는 이태원파출소는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참사 발생 전 위험성 보고 책임이 있었던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경찰서 112치안상황실, 용산서 정보과 등이 특수본의 중점 수사 대상이라고 한다. 특수본은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사고 당일 담당 경찰관 등이 직무상 책임을 다했는지, 신고 상황을 전파 받은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아울러 핼러윈 인파를 관리할 경력 투입 계획 등 전반적 준비 상황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용산경찰서가 핼러윈을 앞두고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서울경찰청이 거부했다는 의혹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찰청은 현장 지휘 책임이 있는 이임재 용산서장에 대해 “정상적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발령했다. 신임 용산서장에는 임현규 경찰청 재정담당관이 임명됐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자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감찰에 착수한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사고 후 1시간 넘게 지나서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수뇌부보다 먼저 보고를 받아 ‘경찰-행안부-대통령실’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 순서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김광호 서울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6분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 사고가 발생(오후 10시 15분)한 지 1시간 21분이 지난 시점이다. 이 서장은 이날 오후 11시 34분에 휴대전화로 첫 보고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2분 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김 청장이 다시 이 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에 대해 인지했다고 한다. 한편 경찰청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지난달 30일 0시 2분에 참사 관련 첫 ‘치안 상황 보고’를 받았다. 사고 발생 후 1시간 47분이 지난 시점이다. 3분 후 경찰청은 대통령실에 사고 내용을 보고했다. 윤 청장은 이날 0시 14분에 첫 보고를 받고 사안을 인지했다고 한다. 경찰수장이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약 2시간 지나서야 사고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경찰청 보고가 이뤄지기 약 1시간 전 이미 소방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다음이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첫 신고가 접수된 지 38분 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달 29일 오후 10시 53분 대통령국정상황실에 곧장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1시 1분에 사고 사실을 보고받았다. 경찰청이 대통령실에 보고한 시각보다 61분이나 빨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1시 21분 “구조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첫 지시를 내렸다. 한편 행안부 중앙재난상황실로 소방당국의 첫 신고 내용이 접수된 건 지난 달 29일 오후 10시 48분이었다. 중앙재난상황실은 이날 오후 11시 19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포함한 재난안전 담당자들에게 문자로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장관은 문자가 도착한 지 1분 후 비서실 직원을 통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윤 대통령이 사안을 보고받은 시각보다는 늦었지만 경찰 수뇌부가 사안을 파악한 시점보다는 빨랐다. 이를 두고 경찰 수뇌부의 사태 파악 및 대처 지시가 늦어 인명 피해가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 및 수사를 통해 보고 및 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수사에 착수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구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 등 8개 기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사고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의 감찰을 받고 있는 이태원파출소는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참사 발생 전 위험성 보고 책임이 있었던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경찰서 112치안상황실, 용산서 정보과 등이 특수본의 중점 수사 대상이라고 한다. 특수본은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사고 당일 담당 경찰관 등이 직무상 책임을 다했는지, 신고 상황을 전파 받은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아울러 핼러윈 인파를 관리할 경력 투입 계획 등 전반적 준비 상황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용산경찰서가 핼러윈을 앞두고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서울경찰청이 거부했다는 의혹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찰청은 현장 지휘 책임이 있는 이임재 용산서장에 대해 “정상적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발령했다. 신임 용산 서장에는 임현규 경찰청 재정담당관이 임명됐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사망자 156명이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사고 장소 및 인근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며 인파 통제를 요청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10시 15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접수된 관련 신고는 11건에 달했는데, 신고를 받고도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에 대한 책임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접수된 112 신고 중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 인근에서 압사 위험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신고 전화는 11건이었다. 녹취록에서 신고자가 ‘압사’를 직접 언급한 횟수도 9번이나 됐다. 관련 신고가 처음 들어온 건 사고 발생 3시간 41분 전인 오후 6시 34분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처음 신고를 한 시민은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 압사당할 것 같다”며 “소름 끼친다. 인파 통제를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때 경찰 역시 ‘압사’ 단어를 반복하며 “출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오후 8시 이후부터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고 있다”(오후 8시 53분),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다”(오후 9시) 등 참사를 예고하는 신고가 빗발쳤다. 참사 직전에는 신고자가 “아” 하는 비명까지 되풀이해서 질렀다. 하지만 당시 신고 종결 기록에 따르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건 4건뿐이었고, 나머지 6건은 전화 상담 또는 안내만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녹취록 공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발생 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걸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또 “책임 규명을 위해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하고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수사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퇴 여부에 대해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느 시점이 됐건 상응하는 처신을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경찰청으로부터 시민 신고에 경찰이 부적절하게 대응한 정황을 보고받고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진실을 공개하고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경찰서 치안종합상황실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에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2022 핼러윈데이 종합 치안대책’ 보고서는 A4용지 8쪽 분량으로 “유흥업소 영업이 재개돼 더 많은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112 신고도 예년 수준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용산서 정보과에 이어 치안상황실도 추가 대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안전사고를 막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 대부분이 경찰의 늑장 대처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란 것으로 안다”며 “고강도 감찰과 수사 후 책임자들에 대한 경질성 인사 조치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현장 대처가 늦고 판단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경찰이 신고에 조금만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비통한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며 “철두철미하게 파헤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경찰청이 시민단체와 여론 동향 등의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문건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문건에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1일 SBS가 공개한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정부 부담 요인’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온라인 특이 여론’ 등 목차별로 참사의 파장을 파악하고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경찰청은 “(해당 문건은) 경찰청이 작성한 자료가 맞다”고 했다. 문건은 시민단체 동향과 관련해 “추모·애도에 초점을 두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며 내부적으로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또 진보 성향 단체들이 “전 정부의 핼러윈 대비 조치와 비교하며 정부 성토 여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이라고 봤다. 문건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이번 참사에서 여성 사망자가 많았던 점을 거론하며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국민중행동은 이번 사건을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언론 동향과 관련해선 ‘정부 책임론’ 관련 보도량이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면서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보도를 준비 중이어서 ‘정부 책임론’ 부각 소지(가 있다)”라고 했다. 문건에는 각 단체들이 공개한 입장에는 없는 것들이 담겨 있다. 경찰이 여러 관계자를 접촉해 문건을 생산한 뒤 대통령실 등 상부에 보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공공 안전과 질서 유지에 관한 정보 수집을 하도록 돼 있고 구체적인 정책 정보를 해당 기관에 통보해 참고하도록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치적 내용이라든가 개인 사찰과 관련한 내용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문건의 내용은 다 ‘구글링 검색’을 하면 나오는 수준의 정보”라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3일 만에 공식 사과했다. 이 장관은 1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날 “(사고 당일)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며 “경찰에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상응하는 처신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공개된 ‘112 신고 접수 녹취록’ 등을 집중 부각하며 본격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 책임론’을 꺼내든 것. 이에 국민의힘은 “지금은 슬퍼해야 할 시간”이라며 공세 차단에 나섰다.○ 이상민 “유족 마음 세심하게 못 살펴”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앞서 “이번 일을 계기 삼아 더욱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대형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등 논란을 일으킨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재차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을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여야를 불문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이 장관에게 “발언 취지가 어떠했든 이번 사고로 깊은 슬픔에 빠진 유족,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현안보고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은 행안부 장관 자격이 없다.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與 “애도부터” 野 “규명해야”정쟁을 자제하겠다던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이번 참사는 제도 부족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다”고 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이번 사고처럼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전날까지만 해도 “일단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며 애도를 표했던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말이라곤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며 “가족과 친지를 잃고 오열하는 국민 앞에 장난하고 있나”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특히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시민들의 경찰 신고가 이어졌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민주당의 대여 공세는 더 거세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공개된 녹취록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은 국회법이 허용하는 방법을 통해 모든 사실관계를 파헤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다수의 112 신고에도 초동 대처에 미흡했던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이달 5일까지가 국가애도기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야권의 공세 차단에 주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 그 점에 관한 논의가 있을 거니 그 기간 동안만은 자제해 달라”고 했다. 여야는 다음 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를 열고 참사를 둘러싼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후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경찰청이 시민단체와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정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건에는 진보 성향의 시민 단체가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라는 내용과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1일 SBS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이 작성한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이번 참사 관련 ‘정부 부담 요인’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온라인 특이여론’ 등이 주제별로 담겨있다. 지난달 31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엔 ‘특별취급’이라는 글씨 아래 타 기관으로 전파나 복사를 할 수 없다고도 명시했다. 시민단체의 동향 관련 내용에선 “추모·애도에 초점을 두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며 내부적으로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는 보고 내용도 적혀있다. 또 진보성향 단체들이 전 정부의 핼러윈 대비 조치와 현 상황을 비교하며 정부 성토 여론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고도 담겼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번 참사에서 여성 사망자가 많았던 점을 거론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정책으로 들고 나온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적시됐다. 전국민중행동의 경우 이번 사건을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나 1989년 영국의 축구장 참사 사례를 들며 정부가 끝까지 국민 보호책임을 다할 것을 주장한다고도 적혔다. 보수단체 성향 시민단체인 자유통일당과 관련해선 “진보 시민단체들이 세월호 때처럼 여론몰이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경우 대응이 불가피한 만큼 대규모 집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사고 당일엔 “촛불집회 참석인원 중 다수가 이태원에 합류했을 것”이라며 촛불행동 측의 책임을 주장할 것이라는 일부 보수단체 활동가의 말도 포함됐다. 이번 참사 수습을 위한 보상금 지급 관련 “통상 대형참사 유가족에게 지급되는 보상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향후 보상 문제가 이슈화될 소지”라고도 적혔다. 또 세월호 사고 당시 유족이 받은 보상금을 언급하며 ‘서울시, 용산구, 정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 내용도 담겨있다. ‘온라인 특이 여론’이라는 주제의 내용에는 ‘정부 책임론’ 관련 보도량이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일부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단순히 외부로 공개된 단체별 일정, 성명을 정리한 수준을 넘어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경찰이 직접 접촉하며 파악한 정황들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사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이 작성한 문건이 맞다”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공공안전과 질서 유지에 관한 정보 수집을 하도록 돼 있고 구체적인 정책 정보를 해당 기관에 통보해 참고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내용이라든가 개인 사찰과 관련한 내용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문건의 내용은 다 ‘구글링 검색’하면 나오는 수준의 정보”라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사망자 156명이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사고 장소 및 인근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며 인파 통제를 요청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10시 15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접수된 관련 신고는 11건에 달했는데, 신고를 받고도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에 대한 책임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접수된 112 신고 중 해밀턴호텔 서편 골목 인근에서 압사 위험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신고 전화는 11건이었다. 녹취록에서 신고자가 ‘압사’를 직접 언급한 횟수도 9번이나 됐다. 관련 신고가 처음 들어온 건 사고 발생 3시간 39분 전인 오후 6시 34분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편의점 앞에서 처음 신고를 한 시민은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 압사당할 것 같다”며 “소름끼친다. 인파 통제를 해 주셔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때 경찰 역시 ‘압사’ 단어를 반복하며 “출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오후 8시 이후부터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고 있다”(오후 8시 53분)”,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다(오후 9시)” 등 참사를 예고하는 신고가 빗발쳤다. 하지만 당시 신고 종결 기록에 따르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건 4건 뿐이었고, 나머지 6건은 전화 상담 또는 안내만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녹취록 공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발생 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걸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또 “책임 규명을 위해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하고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수사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퇴 여부에 대해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느 시점이 됐건 상응하는 처신을 하겠다”고 했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유가족과 슬픔에 빠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도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눈물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등 재난대응기관이 행사의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로 안전관리에 나서지 않은 것을 두고 “행사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라며 철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어 “조만간 관계 부처 장관 및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사고 당일) 현장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며 1일 사과했다. 경찰 대응이 미흡한 부분과 관련해 경찰청에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고강도 감찰과 수사를 벌이겠다고도 했다. 윤 청장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리면서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청장은 또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강도 높은 감찰은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를 받고 관할 경찰서에서 제대로 조치했는지 등 현장 대응 적정성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윤 청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찰에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다”며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인 대응에 대해서도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향후 범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논의에도 참여해 재발 방지에도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청장은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 상황에서 사고수습과 향후대책 마련이 급선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느 시점이 됐건 상응하는 처신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응이 미흡했던 원인과 관련한 질문에는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이 완화되면서 다수의 인원이 집결될 것으로 예상해 기타 년도에 대비해 경력을 나름 배치한 것이 137명”이라고 했다. 윤 청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 논란에 대해선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서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정도의 뉘앙스였다”며 “일부 발언들의 판단이 미흡했던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축제처럼 주최자가 없는 가운데 다수 인파가 몰리는 경우 경찰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는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법적·제도적 보완을 하겠다”고도 말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사망자 155명을 낸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사흘 전 경찰과 용산구 관계자 등이 모인 간담회에서 압사 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경찰과 용산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사무실에서 경찰과 용산구, 이태원역, 상인단체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 등 관계자 10여 명이 모인 ‘4자 회의’가 열렸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없는 핼러윈을 앞두고 공동 대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용산경찰서는 112상황실장 형사과장 여성청소년과장 등이, 용산구는 자원순환과 직원 2명이, 이태원역에선 역장이 참석했다. 인파 쏠림을 우려한 안전 문제는 연합회 측이 제기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연합회 관계자는 3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의 자리에서 ‘압사 사고를 포함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사고를 막으려면 거리에 있는 테이블 등을 치워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용산구 관계자도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이라 주변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회의에서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전 우려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쓰레기 배출 등의 논의만 구체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간담회 당시 연합회 측과 공동으로 불법촬영 방지, 마약류 단속 등에 대한 공동 캠페인을 논의했다”면서 “간담회 당시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도 안전사고 우려를 담은 내부 보고를 사전에 올렸으나 서울경찰청 경비 운용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핼러윈을 며칠 앞두고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경찰 내부 전산망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용산구가 별도 개최한 긴급대책회의에서도 안전사고 관리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예년보다도 많은 인원이 이태원 일대에 운집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현장 안전관리 인력 배치 등 구체적인 대책은 사전에 어디에서도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1일 오후 11시 반까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5명, 중상자 30명, 경상자 122명 등 총 307명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사망자 155명 전원에 대한 신원 확인을 완료했다”고 했다.경찰, 직무법상 이태원 보행 통제할 수 있었다 ‘압사’ 경고 묵살한 경찰… 경찰, 현장 CCTV 보고도 대응 안해“주최측 없는 행사, 매뉴얼 부재”… 대통령실 “국민 통제할 권한 없다”전문가 “경찰직무법 명확히 적시… 위험 인지땐 합당한 조치 취해야”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참사 발생 조짐을 감지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U-용산통합관제센터’ 시스템은 차량과 인파로 가득 찬 이태원 일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센터에는 경찰관도 파견돼 있다. 그러나 별다른 사전 조치는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시간 현장을 보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골목까지 비추진 않으며, 주로 교통 흐름 파악 용도로 활용된다”고 해명했다.○ 주최자 없는 행사 경찰 개입은 월권?정부 당국이 31일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에서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선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면서 “주최 측의 요청이 있거나 주최 측의 안전관리계획상 필요한 경우엔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제도적으로 권한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권한이 없어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권한과 가능한 조치가 명확히 적시돼 있다고 지적한다. 직무집행법 2조(직무 범위)와 5조(위험발생의 방지)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 우려가 있을 경우 경고와 피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적 권한이 없어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해명은 직무집행법과 맞지 않는다”며 “사전 또는 현장에서 경찰이 위험을 인지했다면 당연히 합당한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적 받고도 매뉴얼 마련에 안 나서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최 측이 없는 다중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이 2015년 10월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받은 ‘다중 운집 행사 안전관리를 위한 경찰 개입 수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다중 운집 행사의 유형을 포괄해 정리하고 안전관리계획 작성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관리는 경찰의 단독 업무 수행이 아니라 유관기관의 역할 범위와 책임의 한계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있었음에도 경찰, 정부가 구체적 매뉴얼 마련에 나서지 않았던 셈이다. ○ 안전요원 없이 방역·주차 단속만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도 사전 대책 마련이 부실했다. 지난달 27일 별도 개최한 긴급회의에선 특별방역, 거리 청결 문제, 식품접객업소 지도점검 등이 집중 논의됐을 뿐 안전사고 관련 논의는 주요 시설물 점검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10월 27∼31일을 핼러윈 관련 ‘긴급 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젊은층의 분위기가 핼러윈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구청이 하루 현장 관리에 투입한 인원은 30여 명 선에 그쳤다. 하지만 이 인원마저도 방역, 불법 주정차 단속 인력이며 안전사고 관리 담당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었던 29일 밤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154명이 깔려 숨지고 13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4년 304명이 숨진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30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기준으로 이번 사고 사망자는 154명, 중상자 36명, 경상자 96명으로 모두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중상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고 장소는 해밀톤호텔 서편 폭 3.2m짜리 내리막 골목길이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와 유명 식당 및 클럽이 밀집된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잇는 지름길이라 이태원역 인근에서 유동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참사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저녁부터 인파가 몰리면서 시작됐다. 골목마다 행인들이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는데, 오후 10시 15분경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길에 서 있던 인파가 내리막 방향으로 넘어지면서 도미노처럼 서로 깔리는 참사가 났다. 신고 2분 만에 구조대원이 도착했지만 좁은 공간에 인파가 뒤엉켜 있어 구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도로 정체로 구급차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구조 작업이 지연됐다. 시민들도 앞다퉈 팔을 걷어붙이고 심폐소생술(CPR)에 나섰지만 이미 구조의 골든타임(4분)은 지난 뒤였다. 소방당국은 이날 대응 최고 수준인 3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경찰 등 2421명을 구조 작업에 투입했지만 끝내 154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내 압사 사고로는 최악의 인명 피해다. 사망자 154명 중 103명(66.9%)이 20대였다. △30대 30명 △10대 11명 △40대 8명 △50대 1명 등이었고 1명은 연령대가 파악되지 않았다. 사망자 중 98명은 여성이었다. 미국(2명), 중국(4명), 일본(2명), 러시아(4명), 이란(5명) 등 14개국 외국인 26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를 두고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는 3년 만의 마스크 없는 핼러윈 축제라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컸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은 안전사고 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 없이 인근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파티를 여는 방식이라 안전조치 의무를 다해야 할 주체도 마땅치 않았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들을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목격자를 조사하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