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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마스크를 오래 쓰고 다닐지 누가 알았겠어요?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하면서 눈썹 디자인은 사람의 인상(印象)에 가장 본질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메이크업 전문점 엘크레(LCREER)의 수석디자이너 이유정 씨(48). 그는 가수 아이유, 배우 송혜교, 이나영, 이요원 등 유명 여성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28년간 활약해온 베테랑. 그가 ‘눈썹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 ‘My First Eyebrows’(지오미디어)를 펴냈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얼굴형에 어울리는 맞춤형 눈썹 디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는 “눈썹은 컬러풀한 립스틱이나 볼터치 화장과 달리 한 사람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본질적인 요소”라며 “성형도 얼굴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하이리스크인 반면, 눈썹 디자인은 트렌드나 계절, 취향에 따라서 약간의 수정을 통해 세련되게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메이크업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을 보면 데뷔할 때는 촌스러운 것 같은데 갈수록 계속 예뻐집니다. 일명 ‘카메라 마사지’죠. 전문가가 화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단점을 보완하고, 예쁜 점을 살려주는 메이크업을 하는 거예요. 얼굴에서 내추럴하게 근본적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눈썹과 피부입니다. 그런데 피부는 바로 시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타난다 하더라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들죠. 반면 눈썹 디자인은 한 번만 해도 확 바뀔 수 있어요. 연예인 중에도 눈썹 모양을 바꿔서 이미지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배우가 서예지예요. 서예지는 원래 남자처럼 도톰하고 두꺼운 눈썹이었는데, 약간 입체감을 주고 가벼운 느낌으로 바꾸고 나서 얼굴이 훨씬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그는 가수 아이유를 고등학생 때부터 만나 데뷔 초기 메이크업을 전담해왔다. 그는 ‘국민여동생’ 아이유의 메이크업의 비밀은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 교복을 입은 아이유를 처음 만났어요. 아이유는 성형을 하지 않고 메이크업만으로 세련되게 이미지를 점차 바꿔온 케이스입니다. 우선 약간 까무잡잡했던 피부톤을 바꾸었고, 눈썹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어울리기 때문에 둥근형 눈썹과 갈매기형을 혼합한 형태의 디자인을 찾아갔습니다. 자연모를 최대한 살리고, 부족한 부분만 살짝 채워넣어 인위적으로 그린 것 같지 않은 느낌의 자연스러운 눈썹입니다. 아이유는 과한 화장을 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점진적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여성스럽게 변화해가고 있어요.”그는 여배우의 메이크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중들이 낯설어 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워지기”라고 강조했다. “여성 연예인은 원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예뻐지길 원합니다. 성형을 통해 갑자기 이미지를 바꾼다면, 대중들에게 내가 아닌 ‘다른 낯선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예인들은 성형을 하기 전에 우선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아이유가 만일 성형을 통해서 갑자기 변신을 했다면 ‘국민여동생’ 같은 이미지는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민여동생이란 말은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는 말입니다. 어색하지 않다는 말이죠.” 그는 이 책에서 ‘뷰티는 사치가 아니라 가치’라고 강조한다. tVN 드라마 ‘여신강림’의 주인공처럼 요즘은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유튜브를 통해 메이크업을 배워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데 활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직접 자신의 얼굴을 메이크업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실습하고, 컨설팅해주고 있다. 20~30대 여성 뿐 아니라 면접시험을 앞둔 20대 남성, 40~50대 정치인, 기업 CEO 들도 중요한 대외행사를하기 전에 눈썹 디자인 컨설팅을 받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동양의 관상학에서도 눈썹은 한 사람의 인품과 자신감, 조화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중요시합니다. 정치인이나 기업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입니다. 무조건 강해보이는 것보다 호감도가 있어야하죠. 눈썹이 아래로 향하는 것보다는 눈썹산(눈썹의 3분의2 지점 높은 부분)이 약간 올라간 것이 좋아요. 눈썹의 흐린 부분을 채워주고, 눈썹 끝부분을 부드럽게 정리해서 온화하면서도 힘이 있는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그의 눈썹 디자인의 제1원칙은 ‘균형’이다. 그는 “얼굴 메이크업은 독주가 아니라 합주”라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요시한다. “얼굴을 집이라 하고 눈, 코, 입은 가구나 가전제품에 비유해보죠. 10평 남짓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100인치가 넘는 TV를 갖고 싶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일부 단점을 가리기 위한 메이크업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 이미지의 균형을 깨뜨리면 안됩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보다는 숲 전체의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하지요.”―‘눈썹 디자인’이란 개념은 생소한데. “이제는 ‘셀프 시대’입니다. 요즘엔 세차도, 주유도 셀프로 하잖아요. 메이크업도 평생 신부화장, 돌잔치 때나 한번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서 매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관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게 눈썹과 코예요.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얼굴에서 ‘아이존(Eye Zone)’이 무척 중요해졌어요. 요즘 검색어를 조사해보면 눈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눈성형, 눈화장, 쌍커풀 수술은 많이 대중화됐고, 어느 병원에 찾아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눈썹 디자인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 알지 못해요. 단순하게 눈썹을 정리하고, 채워넣는 것이 아니라 얼굴형과 눈매를 보완해서 나에게 맞는 눈썹을 찾아주고 직접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눈썹 디자인입니다.” ―두껍고 진한 눈썹이 좋은 것인가. “무게감이 너무 강하면 얼굴 이목구비 전체 밸런스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눈썹에서 일부분만 숱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눈썹의 숱을 줄여 무게감을 빼줘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초보운전자들은 보통 앞만 보고 운전하지만, 베테랑 운전자들은 방어운전도 할 줄 압니다. 얼굴형과 계절, 트렌드, 취향에 맞게 눈썹도 변화해서 디자인하면 좋죠. 동양인들은 유럽인들보다 눈썹의 모양이 얼굴 인상에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유럽인들은 얼굴의 중앙 부분인 코, 이마에 볼륨감이 있는 형태인 반면, 동양인들은 중앙이 밋밋하고 외곽이 발달해 있지요. 그래서 동양인들에겐 살짝 입체감 있는 눈썹이 좋습니다. 밋밋한 얼굴에 눈썹도 일자일 경우에는 더 밋밋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처럼, 나에게 맞는 눈썹을 찾게 된다면 다른 이미지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미지 변신하는 데 성형과 메이크업을 비교한다면. “어떤 연예인의 눈, 코, 입술이 예쁘다고 해서, 특정 부분만 그렇게 바꿔달라는 것은 불가능한 욕심입니다. 성형에 대해서는 해야 한다, 할 필요 없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우선 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을 가지고 최대한 디자인으로 얼굴의 밸런스를 조금씩 맞추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성형을 하더라도 일단 메이크업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퍼스털한 이미지를 찾은 다음에 하다보면 훨씬 자연스럽게 될 수 있습니다. 기획사에서도 소속 연예인들을 처음부터 성형외과로 데려가지 않아요. 메이크업 전문가가 계속 이런 스타일, 저런 스타일로 시도해보면서, 메이크업으로 고칠 수 있을 때까지 업그레이드를 시켜놓고,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바꿔나가죠. 그런데 일반인들은 그런 과정을 빼고 그냥 병원에 가서 성형수술을 합니다. 그래서 맘에 안 들면 또 하고, 또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합니다. 성형 전에 본인이 자신의 얼굴형에 맞는 보정을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얼굴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메이크업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무용공연을 하는데 분장하시는 분의 작업 광경을 봤어요. 남자 분이었는데 전문적인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미용학원을 다니고 방송, 영화계에서 연기자들의 메이크업을 해주는 아티스트로 활동했죠. 영어도 학원에서 배우고, 운전도 하려면 면허를 따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초중고 학생들도 화장을 하는데 친구들 화장 따라하다 보니까 모두 똑같은 스타일이예요. 일반인들의 경우에 평생 결혼할 때 정도 한번 전문 메이크업을 받을 뿐 메이크업을 배울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일반인도 직접 배워서 할 수 있는 내 얼굴에 맞는 눈썹 디자인에 대한 책을 내게 됐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가 이렇게 마스크를 오래 쓰고 다닐지 누가 알았겠어요?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하면서 눈썹 디자인은 사람의 인상(印象)에 가장 본질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메이크업 전문점 엘크레(LCREER)의 수석디자이너 이유정 씨(48·사진). 그가 ‘눈썹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 ‘My First Eyebrows’(지오미디어)를 펴냈다. 이 씨는 가수 아이유, 배우 송혜교, 이나영, 이요원 등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한 28년 경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는 “눈썹은 립스틱이나 볼터치 화장과 달리 한 사람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요소”라며 “성형도 얼굴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하이리스크인 반면 눈썹 디자인은 트렌드나 계절, 취향에 따라서 약간의 수정을 통해 세련되게 바꿀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을 보면 처음엔 촌스러운 것 같은데 갈수록 예뻐집니다. 일명 ‘카메라 마사지’죠. 전문가가 화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단점을 보완하고 예쁜 점을 살려주는 메이크업을 하는 거예요. 고등학생 때부터 만났던 가수 아이유는 피부와 눈썹 메이크업을 통해 촌스러움을 벗고 훨씬 세련되고, 여성스럽게 변신했어요. 만일 성형을 통해서 갑자기 변신을 했다면 ‘국민 여동생’ 같은 이미지는 얻을 수 없었죠. 국민 여동생은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어색함이 없어야 해요. 바로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에서 나오죠.” 요즘엔 연예인뿐 아니라 20, 30대 여성과 정치인,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40, 50대 남성들도 눈썹 디자인 컨설팅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고 한다. “관상에서도 눈썹은 한 사람의 인품과 자신감, 조화를 상징해요. 정치인이나 기업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입니다. 무조건 강해 보이는 것보다 호감도가 있어야 하죠. 눈썹이 아래로 향하는 것보다는 눈썹산(눈썹의 3분의 2 지점 높은 부분)이 약간 올라간 것이 좋아요. 눈썹의 흐린 부분을 채워주고, 눈썹 끝부분을 부드럽게 정리해서 온화하면서도 힘이 있는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그의 눈썹 디자인의 제1원칙은 ‘균형’이다. 그는 책에서 길고, 짧고, 둥그렇고, 네모난 얼굴 모양에 따라 어울리는 맞춤형 눈썹 디자인을 찾아준다. 그는 “얼굴 메이크업은 독주가 아니라 합주”라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요시한다. “얼굴을 집이라 하고 눈, 코, 입은 가구나 가전제품에 비유해 보죠. 10평 남짓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100인치가 넘는 TV를 갖고 싶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일부 단점을 가리기 위한 메이크업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 이미지의 균형을 깨뜨리면 안 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첨단 디지털 기술로 복원된 조선시대 거장의 명화(名畵)와 춤이 함께 어우러진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 공연이 펼쳐진다. (사)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회장 남상민)은 31일 안견, 정선, 김홍도 등 조선시대 3대 거장의 작품을 디지털로 복원해 재탄생한 디지털아트와 춤의 콜래버레이션 공연 ‘화첩기행(畵帖紀行), 춘천이 담다’을 공개한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춘천시 후원으로 비대면 ‘언택트’ 행사로 진행됐으며, 연말연시에 집콕해야 하는 이들에게 안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 공연에서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3대 화가의 작품이 선보인다.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조선 산수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비롯해 정선의 사직노송도, 김홍도의 소림모정도가 디지털로 재탄생해 관람객을 찾아간다. 디지털로 재탄생한 거장의 작품들은 도슨트가 관객에게 설명할 내용들을 3D, AI, AR, VR 등 첨단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디지털명화로 제작,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객들이 원화보다도 더욱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시대 명화가 상영되는 대형LED의 앞 무대에서는 작품의 콘셉트에 따라 현대무용, 팝핀, 고전무용이 펼쳐진다. 소림모장도는 현대무용과 함께 어우러지며, 사직노송도는 팝핀, 그리고 몽유도원도는 고전무용과 각각 어우러진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이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각 작품별로 디지털 명화와 춤에 대한 관람 포인트를 설명해 주고, 관람객이 궁금할만한 점에 대한 해결도 곁들여져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번 공연에 등장하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일본에 유출돼 텐리대학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김홍도의 소림모정도는 미국의 LACMA에 소장중인 유출 문화재다. 공연을 기획한 (사)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디지털로 복원하는 ‘디지털 귀향’ 캠페인을 활발하게 전개해 오고 있다. 조선시대 3대 거장의 디지털명화 작품과 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공연은 31일부터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홈페이지(www.hedico.kr)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남상민 회장은 “앞으로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에 대한 디지털 복원 작업을 꾸준히 지속해 가는 것은 물론, 디지털명화와 공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예술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여 대한민국의 신한류를 이끌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제9회 ‘고교패션컬렉션 with 디자이너 카루소 장광효’의 시상식이 19일 세종대 미래교육원 대양AI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고교패션컬렉션은 섬유, 패션계의 진학과 취업을 꿈꾸는 섬유패션계열 특성화고 학생, 진로직업센터와 위탁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일반고 학생들과 모델연기,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실용음악가 등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내는 “패션복합문화컨텐츠”다. 이번 컬렉션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디자이너 카루소 장광효 위원장은 각 분야에 지원한 학생들에게 “꿈을 꾸는 패션쇼가 아닌 꿈을 이루는 패션쇼가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믿고 정진하라.”라고 당부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손세란 교수(고교패션컬렉션 운영위원장)과 모델 분야에서는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모델학전공 김진아, 이지원 교수님등 전문가의 지도로 진행됐다. 2018년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의 제안으로 모델상, 디자이너상, 스텝 기획·홍보상 등이 신설돼 패션, 섬유기관단체상과 전국대학생패션연합회(OFF)상 등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수여된다. 제9회 고교패션컬렉션은 고교패션컬렉션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신용화 서울디자인고 교장)와 에듀컴(대표 김정호)이 공동주최했다. 심사위원장에는 디자이너 카루소 장광효가 맡았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성기학), 한국섬유수출입협회(이사장 민은기), 한국패션소재협회(회장 이영규),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회장 강태선), 한국패션산업협회(회장 한준석), LS네트웍스의 프로스펙스가 후원했다. 장소 협찬은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이 함께했다. 올해 고교패션컬렉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패션쇼 없이 사전 심사 에 의한 시상식만 진행됐다. 아래는 수상자 명단.◆고교패션컬렉션 심사위원장상 △디자이너 부문 채다운(서울공업고) △모델 부문 윤준영(반여고) ◆서울시 교육감상 △베스트 디자인 김상수(서울디자인고) △베스트크리에이티브 조태환(서울광명고) △남자모델 부분 정성윤(마산고) △SNS홍보크리에이터부문 손수영(충북고교) △여자모델부문 송진아(풍무고) △기획부문 이윤정(동덕여고) ◆패션섬유 기관장상 △섬유산업연합회장상 백지연(서울디자인고) △아웃도어스포츠산업회장상 김연서/서정우(서울공업고) △패션소재협회장상 금승은(서울디자인고) △섬유패션수출입협회장상 문경혜(성동글로벌경영고) △패션산업협회장상 서유빈(성동글로벌경영고) ◆LS그룹 프로스펙스상 △디자인 우수상 김윤정(동남고) △남자모델상 신승관(형석고) △여자모델상 이보민(대명여고)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중요무형문화재 ‘갓일’ 정춘모 장인 투명하면서도 가볍다. 바람은 숭숭 통한다. 넓은 챙은 은근한 곡선으로 휘어져 있고, 둥근 원기둥 모양은 위로갈수록 살짝 좁아진다. 빼어난 맵시다. 한국의 전통사극이 전세계에 방영되면서 의외의 인기를 얻은 아이템이 조선의 선비들이 즐겨썼던 모자인 ‘갓’이다. “한국은 모자의 왕국이다. 세계 어디서도 이렇게 다양한 모자를 지니고 있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공기와 빛이 알맞게 통하고 여러 용도에 따라 제작되는 한국의 모자 패션은 파리인들이 꼭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를르 비리, ‘뚜르 드 몽드’, 1892) 넷플릭스에서 인기였던 ‘킹덤’을 본 외국인들은 좀비 보다 모자에 더 꽂혔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다 색다른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에서 무용수들은 츄리닝 바지를 입었지만 머리에는 화려한 조선의 전통모자를 쓰고 힙(hip)한 춤을 춰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조선의 사람들은 왜 모자를 그렇게 많이 썼을까. 가장 큰 이유는 ‘효경’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인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에 따라 남성들도 머리카락을 길러 상투를 틀었기 때문이다. 상투 튼 머리를 가리기 위해 망건을 쓰고, 외출할 때는 갓을 썼다. 신분에 따라 다양한 모자로 상투를 덮었다. 선비들은 흑립(黑笠)을 썼고, 고위층 관료들은 산(山)모양의 단을 덧대 2겹, 3겹의 층을 이루는 정자관(程子冠)을 썼다. 장군들은 가죽으로 만든 전립(戰笠)을, 관례를 치른 소년들은 대나무나 풀을 엮어 만든 초립(草笠), 장돌뱅이 보부상들은 패랭이 모자를 썼다. 왕과 왕세자는 매미날개 모양장식이 달린 익선관(翼善冠)을 썼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전통 모자가 근대에 들어 사라졌다. 그것은 1894년 단발령의 영향이 컸다. 단발령으로 상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갓 쓰고 오토바이탄다’는 말이 있듯이 상투 없이도 단발에 갓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점차 서양식 중절모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라져간 전통 갓이 요즘 다시 대중문화 속에서 부활하고 있다. ● 조선 남성들의 최대의 사치, 갓“조선의 선비들이 즐겨썼던 갓은 서양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한국의 독특한 모자입니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어요. 추위를 막기 위한 것도, 비를 피하게 해주는 용도도 아니죠. 갓은 순전히 인간의 존엄성과 예의, 가치관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입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예올 북촌가’에서 만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 보유자인 정춘모 장인(80). 통영갓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한국의 공예산업을 후원하는 재단법인 예올이 선정하는 ‘2020 올해의 장인’으로 뽑혔다. 그가 만든 전통 통영갓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현대화한 ‘2020 예올프로젝트전 결/겹’ 전시회가 내년 1월29일까지 예올 북촌가에 열리고 있다. 갓은 고려 공민왕 6년인 1357년에 문무백관에게 관모로 제정하면서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남이 보지 않는 빈 방안에 혼자 앉아 있을 때도 갓을 벗지 않고 단좌를 했다. 몸가짐을 바르게 갖는 것을 마음 닦는 공부로 삼았던 것이다. 용모를 단정히하고, 옷을 바로입는다는 뜻을 말할 때는 항상 ‘의관(衣冠)’을 정제한다고 말해왔다. 옷에는 옷(衣) 뿐 아니라, 갓(冠)이 꼭 포함돼 있는 법이다. 정춘모 장인은 “갓은 서양에서도,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양에서도 볼 수 없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는 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교의 인간적인 가치관을 담아 백성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예의와 품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그가 갓을 만들 때 쓰이는 각종 도구와 함께 최고의 갓으로 꼽히는 ‘진사립(眞絲笠)’이 벽에 걸려 있다. 진사립은 대우와 양태 위에 명주실을 총총히 늘어 입혀 제작하는 갓으로서, 왕을 비롯하여 신분이 높은 사대부가 착용하는 최상품의 갓이다. “진사립은 하나 엮으려면 1년이 넘게 걸립니다. 촉살실 수천가닥을 똑같은 간격으로 하나씩 손으로 붙여나가야 해요. 때문에 한 개 완성하고 나면 온 몸에 기력이 빠져나가고, 시력도 망가집니다.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부르는게 값일 정도예요. 조선시대 남자들의 갓에 대한 사치는 요즘 부인들이 하는 명품 사치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좋은 갓을 쓰고 싶어하는 생각에 갓을 만드는 기술은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고 세련되게 발전했지요.”갓을 만드는 과정은 3가지로 분류된다. 대나무를 0.1~0.3mm 두께로 잘게 쪼개 만든 실인 죽사(竹絲)로 갓의 둥근 테를 짜는 ‘양태일’, 말총(말꼬리털)으로 원통형 모자 머리를 만드는 ‘총모자일’, 양태와 총모자를 맞추어 갓을 완성시키는 ‘입자일’ 등 크게 3가지 공정을 거친다. 양태일 24과정, 총모자일 17과정, 입자일 10과정 등 총 51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개의 갓이 완성된다. 수백번의 인두질과 어교칠, 먹칠, 옻칠을 반복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요즘엔 갓의 투명한 망사같은 부분을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지만, 전통 갓은 대나무를 잘게 쪼개만든 죽사를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짠 것이니 그 노력과 솜씨가 놀라울 뿐이다. 이처럼 갓을 만들 때는 세가지 과정에 전문가 장인이 분업형태로 일을 한다. 때문에 1964년 정부에서 갓 장인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할 때 양태장, 총모자장, 입자장 등 세분야 장인을 동시에 지정했다. ●사라져가는 전통갓, 현대적 디자인과 접목 1957년부터 대구에서 갓 만드는 일을 시작한 정춘모 장인은 이후 통영으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통영갓의 명맥을 잇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입자장 보유자인 김봉주 선생의 전수생으로, 총모자장 보유자인 고재구 선생의 전수생으로 배웠다. 또한 거제도의 소문도 선생을 통영으로 모셔 양태를 제작하는 기능까지 익혔다. 그는 세 명이 분업형태로 하던 갓 만드는 일을 모두 익혀 맥이 끊어질 뻔했던 통영갓을 계속 만들어왔다. “1964년도에 통영갓이 인간문화재로 지정됐을 때 세 분이 전부 70대였어요. 그런데 그 분들에겐 제자가 없었어요. 자식도, 손자도 아무도 배우지 않았지요. 갓일을 배우려면 10~20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예요. 갓 수요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해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떠나갔어요. 할 수 없이 홀로 남은 제가 선생님들로부터 모든 기술을 다 익힐 수 밖에 없었죠.” 그의 작업장이 있는 통영12공방은 이순신 장군의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에서 직접 경영했던 공방이었다. 충청, 전라, 경상도의 수군의 지휘권을 가지고 다스리는 통제영 관아에서 필요한 각종 물품을 제작하고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통영12공방. 갓, 부채, 옻칠, 나전칠기, 목가구, 자개, 가죽, 철물 등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던 곳이다. 그 중에서도 통영갓과 나전칠기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60여년 간 평생 갓을 만들어 온 정춘모 장인의 곁을 지킨 것은 아내였다. 올해로 31년 경력을 맞는 도국희 양태장은 전수자 과정을 끝내고 이수자로 등록된 상태다. 정춘모 장인은 “갓을 나혼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아내에게 함께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가르쳤는데 이제는 갓일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道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만들 수 있는 갓은 채 10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에서 1년에 2개 정도의 갓을 구입해주는 것 외에는 판로가 별로 없다. 역사적 고증에 신경쓰는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진짜 갓을 쓰는 경우는 없다. 그는 “사극에서 쓰는 갓은 모두 PVC나 나일론으로 만든 가짜 갓”이라며 “제작비 때문에 이해가 가지만, 진짜 갓을 대여해서라도 찍지 않는 세태가 아쉽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평생 전통 그대로의 갓을 만들어온 정춘모 장인은 이번 ‘2020 예올 프로젝트 결/겹’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공예품과 접목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조규형, 최정유가 설립한 스튜디오 워드(Studio Word)의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갓이다. 전통 갓의 기능과 조형성에 현대의 미감을 접목해서, 일상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명을 선보였다. 2010년부터 진행된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프로젝트는 아름다운 전통 공예품을 현대인들의 생활에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기 위한 공예장인 후원사업이다. 2011년 옹기장 이현배, 2013년 소목장 (故)조석진, 2014년 유기장 김수영, 2015년 화혜장 안해표, 2016년 우산장 윤규상, 2017년 두석장 허대춘·안이환, 2018년 주물장 김종훈, 2019년에는 다회·망수장 임금희 장인과 함께 진행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찬바람 부는 겨울에는 여럿이 둘러앉아 끓여 먹는 전골 요리의 진한 국물이 더욱 간절해진다. 전골이 맛있으려면 국물이 맛있어야 하는 법!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곰탕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출시한 보양 간편식 2종 ‘서울식 쇠고기 보양탕’, ‘부산식 돼지국밥 곰탕’에 이어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물 요리를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지역식 국, 탕, 찌개 신제품 6종을 출시했다. ‘서울식 쇠고기 보양탕’은 사골과 양지를 진하게 우린 국물에 된장과 청양고추를 넣어 깊으면서도 칼칼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부산식 돼지국밥 곰탕’은 돼지 뼈를 진하게 끓여 깊은 맛을 내는 국물에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는 제품이다. 김치 국물에 햄과 소시지, 두부가 듬뿍 들어 있는 ‘의정부식 부대찌개’는 월계수 잎, 생강 등 각종 재료가 잘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이 외에 진한 사골육수에 쫄깃한 도가니를 듬뿍 넣은 ‘종로식 도가니탕’, 푹 곤 쇠고기 국물에 양지머리 고기, 얼갈이배추, 무, 콩나물, 대파를 아낌없이 넣은 ‘안동식 쇠고기 국밥’, 소갈비, 얼갈이배추, 무 등 풍부한 재료가 들어 있는 ‘수원식 우거지갈비탕’,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완도산 쫄쫄이 미역을 넣은 ‘남도식 한우미역국’ 등도 출시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00년대 후반부터 서울 외곽 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프리미엄 아웃렛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주말용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인기가 있던 교외형 아웃렛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도 각광받고 있다. 교외에 있는 데다 부지가 넓어 쇼핑객 간에 동선이 비교적 덜 겹치기 때문에 도심을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일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의 4번째 프리미엄 아웃렛 스페이스원(SPACE1)은 ‘갤러리형 아웃렛’을 표방하고 나섰다. 아웃도어와 인도어 쇼핑시설에 내부정원을 꾸미고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등 문화·예술적 요소를 결합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원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 면적은 총 3만6859m²(약 1만1150평)로 전체 매장 면적의 70% 수준에 이른다. 이곳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A관 3층에 들어선 ‘모카(MOKA·Hyundai Museum of Kids‘ Books and Art) 가든’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기획하고,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컬래버레이션(콜라보)한 스토리텔링형 문화·예술 공간이다. 모카가든은 총 1653m²(약 500평) 규모로 ‘하이메 아욘 가든’과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놀이터 ‘모카 플레이’, 자연 주제 그림책과 교육 공간 에듀랩이 있는 ‘모카 라이브러리’ 등 세 가지 시설로 구성돼 있다. 하이메 아욘 가든에는 디자이너의 상상에서 탄생한 7개의 조각상이 전시돼 있다. 황금빛 귀를 가진 라마, 한 손에 공을 든 원숭이, 소시지를 얹은 듯한 모자를 쓰고 있는 강아지 등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익살스러운 모습의 조각상들이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모카 플레이’와 ‘모카 라이브러리’에는 파랑 노랑 빨강 초록 등 네 가지 강렬한 색상을 사용해 그린 벽화와 코끼리 도마뱀 모양의 놀이기구, 책장 등 아욘의 개성적인 감성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욘은 2013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으로 선정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2018년에는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주로 해외 유명 미술관 및 기업들과 협업을 해 왔는데, 국내 기업과 공간 작업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카가든은 이미 관람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개장한 지 한 달여 만에 스페이스원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뿐 아니라 10, 20대 젊은 고객들에게 사진 찍기 좋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명소로 화제를 낳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시간대별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장 한 달간 모카가든을 찾은 고객만 약 12만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에 모카가든을 해시태그(#)한 게시물도 한 달간 1200여 개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로 모카카든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모카가든 오디오 가상현실(VR) 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360도로 회전하며 모카가든을 둘러보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모카가든에서 가수 자이언티와 헤이즈가 출연한 언택트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모카가든을 기획한 노정민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장은 “(모카가든에 구현된 스타일은) 다채로운 색상과 개성 있는 화풍을 강조하는 하이메 아욘 특유의 디자인 스타일”이라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선보이려는 스페이스원의 기획 의도와 가장 잘 맞아 디자인 콜라보를 제안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재창궐하는 요즘. 관공서나 은행은 물론 식당에 들어갈 때도 어김없이 체온계 앞에 서야 한다. 행여나 미열이 있어 37.5도 이상이 나오면 출입금지를 당하고, 확진자가 된다면 사회적 격리를 당해야 한다. 바야흐로 1~2도의 체온 상승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하는 시대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열이 39도까지 오른 적이 있어요. 해열제로도 열이 내리지 않아서 한밤 중에 아이를 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죠. 사람은 체온이 조금만 올라도 위급상황이 닥치는데, 마찬가지로 거대한 생명체인 지구의 평균온도가 3도에서 6도 이상 오른다면 우리의 환경과 생태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9일 충남 공주시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정상에 세워진 ‘노아의 방주’ 앞에 선 설치미술가 이경호 씨(53)는 “코로나 위기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닥치게 될지, 이렇게 길게 위력을 발휘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후위기도 어느날 갑자기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아의 방주-오래된 미래, 서기 2200년 연미산에서’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2150년 인류가 기후위기를 잘 못 대처해 남극, 북극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지구의 해수면이 70m 상승한 상황을 설정했다. 다시한번 지구에 ‘대홍수’가 발생해 노아의 방주가 지어지고, 이 방주는 그로부터 50년 후인 2200년 연미산자연미술공원 산꼭대기에서 거꾸로 처박힌채 발견된다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열린 ‘2020 금강자연미술비엔레(총감독 임수미)’ 참가작 중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어 모은 작품이다. 이 작가는 지난 여름 목공 전문가인 장태산, 조상철 작가, 디자이너 엘라와 함께 프로젝트그룹 UStudio를 결성했다. 이들은 산 속에 71일간 방주를 만들기 위해 무더위와 장마와 태풍과 싸웠다. 장맛비로 질척이는 땅 때문에 트럭이 못 올라가 참가자들이 목재를 일일이 손으로 날랐다. 막판에는 태풍 마이삭이 불어닥쳐 지어놓은 방주가 한꺼번에 날아갈 위험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결국 계획보다 한달 이상 늦어진 후 높이 11m, 길이 11m, 폭 16m의 방주가 완성됐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나무가 썩어 사라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든 걸 손으로 직접 만들다보니 노아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1987년 프랑스 디종미술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2000년까지 프랑스에서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조형예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1989년에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고, 1999년에는 프랑스 살롱드존팽트르 50주년 기념전에서 'Espace Paul Ricard' 상을 받았다. 그는 “젊었을 때는 제 안의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했는데,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서 자녀가 살게 될 미래를 생각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기후위기에 본격적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생태 사상가 토머스 베리(1914~2009) 연구 모임인 ‘지구와 사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학계, 법조계, 기업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공부하는 모임인데 그는 예술분야에서 기후변화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창원, 울산, 광주 등 각종 비엔날레와 전시회에서 녹아내리는 빙산을 형상화한 설치작품을 발표했고, 밀라노, 서울, 베이징, 파리 등 전세계를 여행하며 하늘에 떠다니는 검은색 석유덩어리인 플라스틱 봉지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미디어아트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날 꿈에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에 녹아내린 거대한 빙산이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을 봤어요. 현재의 추세라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3.7도 상승할 것이라 합니다. 2℃이상 상승하면 지구가 생태복원력을 잃어버려요. 우선 바다에서 거대한 산소공급원인 산호, 플랑크톤이 모두 멸종됩니다. 지구 인구의 3분1이 몰려 사는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기면 수십억명의 난민이 발생해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을 겁니다.” 공주 연미산에 설치된 노아의 방주 내부로 들어가면 ‘데드라인 1.5’라는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동영상이 상영된다. 지구의 평균기온 변화를 1.5℃ 이내로 제한하지 못한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서울 광화문, 파리 에펠탑, 인도 타지마할, 뉴욕 자유의여신상 등이 물에 잠기는 장면을 형상화한 미디어아트다. 또한 방주 내부에서 노아가 비둘기를 날렸던 창문에는 무지개빛 패널과 조명이 설치됐다.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개다. 지금이라도 인류가 노력한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자기 자신부터 5년 전부터 디젤차를 버리고 전기차로 이동수단을 바꿨고, 사는 아파트에도 태양열 전기를 도입하며 탄소제로 활동을 동참해왔다. “학자나 교수들의 1,2시간 강의보다는 예술가의 작품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에 어마어마한 팬클럽을 가진 BTS와 블랙핑크와 같은 K팝스타,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회사인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이우환, 아이웨이웨이와 같은 유명 미술작가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1%의 기업인과 예술인들이 먼저 탄소제로 활동을 실천하고, 대중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게 한다면 우리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이경호 작가와의 일문일답. ―산 속에 방주를 만드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처음엔 바닷가에 난파된 배를 주워다가 사흘만에 연결시켜서 지으려했다. 그런데 목공전문가인 장태산, 조상철 작가의 도움으로 원래 계획대로 목재로 짓게 됐다. 4명의 프로젝트 참가자와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관계자들까지 모두 도와 작업을 완성했다. 비가 와서 트럭이 산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목재들을 참가자들이 손에 들고 개미처럼 일렬로 서서 20m씩 전달하면서 산으로 다 올렸다. 말 그대로 노아가 한 방식처럼 일했다. 비엔날레 측에서 4명의 팀원들에게 약속한 인건비는 총 260만원이었다. 일인당 65만원 씩 나눠가졌다. 작업기간이 71일 걸린 걸로 치면 하루 1만원도 안되는 일당이다. 전문 목수에게는 말도 안되는 돈이었지만,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열정적으로 작업해주신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 ―2150년에 왜 대홍수가 난다는 설정을 했는가. “2014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해 지구평균 기온이 3.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3.7℃ 상승은 엄청난 것이다. 지구 평균 기온변화는 2℃ 이상이 되면 자체 회복력이 불가능해 변화가 가속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데드라인 1.5’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다. 평균온도가 2℃만 올라가도 해양이 산성화돼 플랭크톤이 다 죽는다. 그러면 조개는 물론이고 어류의 먹이사슬이 끊어져 바다생물이 멸종하게 된다. 아무 대책이 없다면 2150년에는 5~6℃까지 상승할 수 있다. 남극과 북극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고, 바닷물의 온도가 뜨거워지면 부피가 늘어난다. 그래서 해수면이 최대 70m까지 상승한다. 2150년에 대홍수가 날 수 있다는 경고다.” ―기후위기가 발생할 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난민문제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태평양과 인도양의 군소 섬나라들은 물에 잠긴다. 또한 식수가 염수로 변해 물을 마실 수 없게 된다. 섬나라 주민들은 대부분 육지로 탈출해야 한다. 이어 지구 인구의 3분의 1이 살고 있는 해안가 도시들도 물에 잠겨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다. 시리아 전쟁도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과 러시아의 밀수출 중단이라는 기후위기가 배경이다. 시리아라는 한 국가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탈출하면서 엄청난 문제를 야기했다. 이 와중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거부했고, 결국 브렉시트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들어왔을 때 난리가 났다. 이에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기후위기 난민이 발생할 때 전쟁과 테러, 폭동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호주에서는 기후위기로 아시아의 35억 인구 중 약 1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들이 호주로 몰려올 것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코로나와 기후위기는 무슨 관계가 있나.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야생동물이 서식해야 하는 장소에 인간이 침범하고 있다. 그래서 박쥐를 비롯한 수많은 야생동물을 숙주로 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으로 전해질 위기가 커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도 어떻게 보면 기후난민인 셈이다. 야생에서 살아야 하는 데 인간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 사태 때문에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에 관람객들이 더 많이 몰린 것은 아이러니다. 야외에서 하는 전시라 답답한 마음을 달래러 나온 사람도 있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일 것이다.”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유럽에서는 2030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파리의 이달고 시장은 2025년 도심 디젤차 운행금지를 선언했고, 시내 외곽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대중교통을 늘리고 있다. 지하철에서 괴한을 만났을 때 ‘살려주세요!’하면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서 서로 피한다. 그런데 ‘거기 파란색 옷 입은 분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꼭 찍어서 도움을 청하면 그 사람이 바로 달려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1%의 셀럽들에게 먼저 부탁하고 싶다. BTS의 RM은 전세계 팬클럽 아미(ARMY)에게 전해달라. BTS가 먼저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타면서, 아미팬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해주세요.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님! 로봇회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를 축하합니다. 불이익이 있겠지만 앞으로 내연기관차 생산보다는 세계적인 명품 전기차와 수소차 생산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려 짓는 것을 당장 멈춰주시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세계4대 ‘기후 깡패국가’(Climate Villain)로 불리는 현실에서 탈출하게 해주시길 바랍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창궐하는 요즘. 관공서나 은행은 물론 식당에 들어갈 때도 어김없이 체온계 앞에 서야 한다. 행여나 미열이 있어 37.5도 이상이 나오면 출입금지를 당하고, 확진자가 된다면 사회적 격리까지 감수해야 한다. 바야흐로 1∼2도의 체온 상승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하는 시대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열이 39도까지 오른 적이 있어요. 해열제로도 열이 내리지 않아서 한밤중에 아이를 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죠. 사람은 체온이 조금만 올라도 위급 상황이 닥치는데, 생명체인 지구의 평균 온도가 3도에서 6도 이상 오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9일 충남 공주시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정상에 세워진 ‘노아의 방주’ 앞에 선 설치미술가 이경호 씨(53·사진)는 “코로나19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닥치게 될지, 이렇게 길게 위력을 발휘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후위기도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아의 방주―오래된 미래, 서기 2200년 연미산에서’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2150년 인류가 기후위기에 잘못 대처해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70m 상승한 대홍수 상황을 설정했다. 좌초된 방주는 2200년 연미산에서 거꾸로 처박힌 채 발견된다. 코로나19 속에 열린 올해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참가작 중 관람객에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그는 지난여름 71일간 산속에 방주를 만들기 위해 무더위, 장마, 태풍과 싸웠다. 장맛비로 질척이는 땅 때문에 트럭이 못 올라가 작품제작자들이 목재를 일일이 손으로 날랐다. 막판에는 태풍 마이삭이 불어닥쳐 지어놓은 방주가 한꺼번에 날아갈 위험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는 장태산, 조상철 목공예 작가, 디자이너 엘라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UStudio를 결성해 높이 11m, 길이 11m, 폭 16m의 방주를 완성했다. 그는 “구약시대에 모든 걸 손으로 직접 만들었던 노아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1987년 프랑스 디종미술학교에서 유학한 이후로 2000년까지 프랑스에서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조형예술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1989년에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고 프랑스 현대미술계에서 주는 여러 상을 받았다. 그는 “젊었을 때는 제 안의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했는데,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서 아이가 살게 될 미래를 생각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기후위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생태 사상가 토머스 베리(1914∼2009) 연구 모임인 ‘지구와 사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창원, 울산, 광주 등 각종 비엔날레와 전시회에서 녹아내리는 빙산을 형상화한 작업을 선보였고, 밀라노, 서울, 베이징, 파리 등 전 세계 하늘에 떠다니는 검은색 석유 덩어리인 플라스틱 봉지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미디어아트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 날 꿈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녹아내린 거대한 빙산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봤어요. 현재의 추세라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3.7도 상승할 것이라 합니다. 2도 이상 상승하면 지구가 생태복원력을 잃어버려요. 바다의 거대한 산소공급원인 산호, 플랑크톤이 제일 먼저 멸종돼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집니다. 인구의 3분의 1이 몰려 사는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기면 수십억 명의 난민이 발생해 전쟁과 테러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죠.” 연미산에 설치된 방주 내부로 들어가면 ‘데드라인 1.5’라는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동영상이 상영된다. 노아가 비둘기를 날렸던 창문에는 무지갯빛 조명이 설치됐다. 지금이라도 인류가 노력해 지구 기온 변화를 1.5도 이내로 막는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개다. 그는 5년 전부터 디젤차를 버리고 전기차로 바꿨고, 사는 아파트에도 태양열 전기를 도입하는 등 ‘탄소 제로’ 활동에 동참했다. “학자나 교수들의 1시간 강의보다는 예술가의 작품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팬클럽을 가진 BTS, 블랙핑크 같은 K팝 스타,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이우환, 아이웨이웨이 같은 유명 미술작가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1%의 기업인과 예술인들이 먼저 내연기관 차량과 플라스틱 소비 줄이기를 실천하고, 대중의 동참을 호소한다면 우리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공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민병헌의 ‘새’ 사진전을 보고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맑은 날. 스마트폰 카메라로 하늘을 찍으면 새파랗게, 단풍을 찍으면 타오르는 듯 붉게 나온다. 명암의 대비가 뚜렷한 원색(原色)의 향연! 누구나 폰카만 있으면 웬만한 프로 사진작가 못지 않게 찍어낼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서울 강남구 언주로 갤러리나우에서 만난 사진작가 민병헌의 사진은 달랐다. 다음달 2일까지 전시되는 민병헌의 ‘새’ 연작은 온통 희뿌연 사진들이다. 짙은 안개가 낀 바다 위, 구름이 잔뜩 낀 하늘, 눈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진눈깨비가 내리는 호수에 새들이 날거나 앉아 있다. “보통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햇볕이 쨍한 날 오후 2시에 전봇대를 찍잖아요.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림자의 밝고 어둠의 콘트라스트(대비)가 강렬하죠. 그런데 현실은 늘 그런가요?” 민 작가는 일상에서는 오히려 흐릿한 빛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가령 침대에 누워서 밤에 불을 끄고 있으면 빛이 희미하게 비친다. 그는 70년대 말에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할 때부터 ‘사진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빛이 강한 것만 리얼리티가 있는 것일까요. 사진이란 결국 광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빛이 강하냐, 약하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새벽 안개가 꼈든, 눈과 비가 오는 날이든 어떤 날씨에서도 빛은 결국 사실입니다. 단지 광선이 굉장히 어두울 뿐이죠.” 그는 요즘도 철저히 필름카메라로 찍고 암실에서 인화하는 아날로그 작업만 한다. 디지털 기술로 새 한 마리쯤 넣고 빼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인 시대. 그는 컴퓨터 대신에 구름과 안개와 같은 날씨가 자연적으로 연출해주는 것만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민 작가는 주로 비와 눈이 내리는 날에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흐릿한 풍경을 찍느라 그의 카메라는 늘 습기에 젖어 있다. 그래서 몇 년 쓰지 못하고 고장이 난다. “제가 중형카메라로는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6008’을 씁니다. 옛날엔 핫셀블라드를 썼는데 암실작업을 해보면 콘트라스트가 너무 강하게 나왔어요. 제가 추구하는 사진과 달라 바꿨어요. 롤라이플렉스가 단종되기 전에 미리 3대를 사놨어요. 그런데 이미 다 고장이 났어요. 카메라는 비맞고 눈맞으면 습기 때문에 고장이 잘 나기 때문이죠.” 그의 작업실은 17년간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있었다. 그는 양수리에서 새벽에 동트기 전에 안개가 진하게 꼈을 때 사진을 찍었다. 그는 5년 전부터는 전북 군산의 100년 된 고택으로 이사했다. 군산 인근의 서해 바다의 섬과 호수에서 새들을 찍는다. 그의 새가 있는 흐릿한 풍경 사진은 프랑스 출판사(Atelier EXB)에서 ‘DES OISEAUX’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저는 조류 연구가나 생태사진가가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어떤 대상을 보든지 화인 아트(Fine Art·순수 미술) 개념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하늘에서 새가 날아다니는 사진을 찍지만, 그것들이 이 화면 안에서 어떻게 아름답게 구성되는지에 관심이 있죠. 제 사진은 흐려서 가까이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오히려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모든 것이 잘 보입니다.” 그래서일가. 어둑어둑하고 습기가 찬 듯한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깊은 명상에 빠져든다. “갈매기 한 마리가 제게 상당히 가까이 날아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저녁이라 어두운 톤이어서 잘 안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까 새의 가슴에 털도 보이고, 새의 눈을 보니까 생각이 느껴지더라고요. 그게 누구의 생각일까. 갈매기의 생각일까. 내 생각일까. 필름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면 암실에서 빛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어떤 부분은 더 흐리게, 더 어둡게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거죠.” 그는 암실에서 작업을 할 때면 웬만하면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루, 이틀 넘게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다. 그럴 때면 밥도 암실에서 먹고, 심지어 용변도 암실에서 본다고 한다. 그는 암실 밖으로 나와버리면 광선이 바뀌고, 감정과 정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 작품은 뒤늦게 똑같은 버전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화지랑 각종 약품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암실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찾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암실에서 작업할 땐 어떤 기분인가요. “암실에 들어가면 마음이 너무너무 편했습니다. 청소년기에 열등감이 반항심으로 이어졌고, 대학 때도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진에 빠지기 시작하니까 헤어나지 못하겠더군요. 열등감, 소외감 같은 것이 나를 암실이라는 공간으로 몰아넣었던 것 같아요. 암실은 내게 도피처였습니다. 어두운 그 공간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공부 열심히 한다고 1등하는 건 아닌데, 전세계 누구도 나만큼 암실에서 오래 있던 사람은 없을꺼예요. 정말 무식한 이야기죠. 그 정도로 암실 안에 있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식음을 전폐하고 암실에 있었죠.” ―군산으로 이사하신 이유는. “원래 고향은 서울입니다. 5년 전에 촬영을 갔다가 마음에 드는 적산가옥을 발견했죠. 3년 동안 비어서 폐허처럼 돼 있던 집이었습니다. 군산의 구시가지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제가 어릴적 종로5가 효제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서울이 대도시지만 당시만 해도 저녁 때가 되면 골목의 조용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낮은 건물 뒤로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아이들끼리 뛰어놀다보면 할머니가 욕을 하시면서 ‘밥차려 놨으니 빨리 들어와라’하고 소리치시죠. 군산의 도심지에 그런 분위기가 남아 있더군요. 시골에 전원주택 짓고 살 곳은 많아요. 그런데 도심인데도 그런 골목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더 늙기 전에 한번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니면서 보는 풍경도 찍을 계획입니다.” ● 맺는 말민병헌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찍은 인물 인터뷰 사진이나 풍경사진을 되돌아보았다. 신문에는 늘 명확한 초점과 밝은 조명 아래에서 선명하게 찍힌 사진만 실린다. 초점이 나가거나, 안개가 낀 흐릿한 사진은 실릴 수가 없다. 인터뷰 사진은 가급적 야외의 태양광 아래서 클로즈업 해야 하고, 풍경사진도 맑은 날 총천연색으로 찍힌 사진을 쓰게 마련이다. 그런데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날. 집으로 가는 아스팔트 길에 가로등 불빛이 비춰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마치 검은색 아스팔트에 작은 별들이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어둡고도 흐릿하게 번지는 빛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글진흥원(원장 손수호)은 24일 ‘2020년 공공문장 바로 쓰기 자치단체장’ 대상 수상자로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소통 부분)과 이재준 고양시장(교육 부분)을 선정했다. 이 상은 바르고 쉬운 공공 문장을 일선 행정에 구현한 자치단체장에게 주는 상으로 2013년 제정됐다. 이들 자치단체장은 시민이 읽는 각종 안내문등을 알기 쉽고 정확한 글로 선보이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에 애쓰는 등 공공문장 바로 쓰기에 모범을 보인 공적을 인정받았다. 우리글진흥원은 또 이날 ‘공공문장 바로 쓰기 시민운동상’ 수상자로 석준서 군(휘문고 2년)을 선정했다. 석 군은 올 한해 자치단체에서 잘못 쓴 공공문장을 33회에 걸쳐 바로잡아 우리글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케첩통·러닝머신·헤어드라이어를 케찹통·런닝머신·헤어드라이기로 잘못 쓴 환경부의 재활용품 배출 안내문, 송림이 울창하게 ‘둘러싸여’를 ‘둘러 쌓여’로 적은 고성 화진포 안내문 등이다. 우리글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공기관의 잘못된 문장은 올 한해 830여 건에 달한다. 올해 시상식은 당초 26일 서울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해당 자치단체로 ‘찾아가는 시상식’으로 대체됐다. 이 상은 ‘공공문장 바로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익법인 (사)우리글진흥원에서 바르고 쉬운 공공언어 사용으로 소통을 촉진하고 국어 진흥에 애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응원하기 위해 2013년 제정해 해마다 시상하는 상이다. ‘공공문장 바로쓰기 운동’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우리말글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영향력이 큰 공공기관부터 우선적으로 공공언어 사용에서 전 국민의 모범이 되게 하자는 운동이다. 공공기관이 만드는 공문서 등을 사전 감수하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며, 잘못된 공공문장을 시민들이 바로잡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에는 유서 깊은 누드 크로키 아카데미 ‘그랑 쇼미에르’가 있다. 모딜리아니, 샤갈, 자코메티, 호안 미로와 같은 유명 화가들도 다녔던 곳이다. 5년 전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친분이 있던 화가로부터 누드 크로키 강좌에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학창 시절 이후로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일이 없던 터라 자신이 없었고, 바쁜 업무에 치여 결국 포기했다. 올해 5월 초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누드 크로키 아카데미 강좌가 열린다는 보도자료를 받았다. 파리에서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 남아 있던 것일까. 갤러리 측에 전화를 걸었다. “저 이거 배우고 싶은 데요!” ○ ‘선의 예술’ 누드 크로키 매주 목요일 퇴근 후 인사동을 찾았다. 수강생은 다양했다. 현직 화가도 있었지만 패션디자이너, 산업디자인과 교수, 사진작가, 필라테스 강사, 80대 제약회사 회장, 공무원…. 다양한 직종의 일반인이 인체 드로잉에 빠져 있었다. 모델의 동작을 그리는 데 주어진 시간은 3∼5분. 계속 포즈를 바꾸기에 눈과 손을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첫 그림은 겨우 얼굴 부분에 동그라미 하나 그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는 사람은 아마추어지만, 모델은 프로였다. 모델은 포즈를 취하기 전에 스마트폰에 준비해 온 다양한 음악을 틀었다. 한 무용수 출신 모델은 한 편의 현대무용 같은 작품을 보여주기도 했다. 2시간 동안 고난도의 애크러배틱한 동작을 이어가다 마지막엔 막대 소품을 들고 배를 찌르는 듯한 비극적 몸짓으로 마무리지었다. 퍼포먼스의 감동을 제대로 화폭에 담지 못하는 실력이 안타까웠다. 남성 모델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스케치할 때는 살아있는 다비드상을 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6개월의 연습을 통해 누드 크로키는 ‘선의 예술’이라는 걸 깨우쳤다. 인체에는 수많은 선(線)이 있었다. 마른 모델에게선 척추와 갈비뼈, 고관절 등 마치 해부학 교과서를 보는 듯 날카로운 뼈의 라인이 선명했다. 풍만한 체형의 모델은 부드러운 곡선의 향연이었다. 안타깝게도 3분 안에 모든 선을 다 그릴 수는 없었다. 선택해야만 했다. 살아 움직이는 모델의 퍼포먼스에서 감정을 뒤흔든 선을 탐구하고 기록해 나갔다. 어느덧 내 그림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드 크로키는 명상과 집중을 하는 ‘선(禪)’ 수련과도 비슷했다. 3분마다 한 장씩 정신없이 그리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수강생인 채승진 연세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공부할 때 3분을 하더라도 몰입하는 경우와 2시간 공부해도 딴생각을 한 사람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라며 “크로키 때의 ‘몰입효과’가 머릿속 잡념을 없애줘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팔순의 나이에 누드 크로키를 시작했다는 동구바이오제약 이경옥 회장(82)은 “회사 일로 바쁘다가도 그림을 그리면 평안해지고 힐링이 된다”며 “나이 들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험은 내 삶을 더 도전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드로잉은 넓게 보고, 세밀하게 보는 훈련” 대부분 참가자는 연필이나 목탄으로 드로잉을 한다. 하지만 백범영 용인대 동양화과 교수는 먹물을 묻힌 붓으로 과감하게 인체의 곡선을 표현해내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했다. “드로잉은 손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눈으로 그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관찰력이 중요한데 ‘관(觀)’은 넓게 보는 것이고, ‘찰(察)’은 세세하게 보는 것이죠. 인체는 먼저 크게 골격을 보고, 세심하게 조목조목 그려야 합니다. 이것은 음식을 요리하는 법, 기업체 경영에도 다 적용돼요. 그림을 그려 보면 세상의 이치도 깨닫게 됩니다.” 패션브랜드 ‘데무(DEMOO)’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박춘무 씨는 “패션이란 결국 사람의 몸에 옷을 입히는 작업”이라며 “관찰과 표현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10년 넘도록 꾸준히 크로키를 그려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샤샤 정은 6년 전부터 누드 크로키를 시작해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인체 드로잉은 몸을 연구하기에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수강생들의 그룹 전시회도 열렸다. 똑같은 모델을 그린 그림들인데도 각자의 직업과 성향에 따라 개성이 달랐다. 누드 크로키를 지도하는 이은규 화백은 “그림은 ‘그리움’에서 태어난 것”이라며 “동굴벽화에서 누군가 그리운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가장 간단한 도구로 이미지를 남긴 것이 크로키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인근에는 유서깊은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그랑 쇼미에르’가 있다. 모딜리아니, 마르크 샤갈, 쟈코메티, 후안 미로와 같은 유명 화가도 다녔던 곳이다. 5년 전 쯤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친분이 있던 화가로부터 자신이 다니는 누드크로키 강좌에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참가비는 단돈 5유로(당시 약 7500원). 학창시절 미술시간 이후로 한번도 그림을 그려본 일이 없던 터라 자신이 없었고, 바쁜 업무에 치여 결국 가보지 못했다. 올해 5월초. 메일함을 열어보니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강좌가 열린다는 보도자료가 있었다. 파리에서 한차례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 가슴 속 한켠에 남아 있던 것일까. 메일을 받자마자 갤러리 측에 전화를 걸었다. “저 이거 배우고 싶은데요!” ●‘선을 탐구하는 예술’ 크로키 매주 목요일 퇴근 후 7시에 인사동을 찾았다. 수강생들의 직업과 연령대는 다양했다. 현직 화가와 미대 교수부터 패션디자이너, 산업디자인과 교수, 사진작가, 필라테스 강사, 80대 제약회사 회장, IT기업 회사원, 공무원….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인체드로잉에 심취해 있었다. 그들은 도대체 왜 크로키를 하는 것일까. 10여 명의 수강생들이 이젤을 놓고 둥그렇게 앉아 있다. 가운데 있는 모델의 동작을 그리는 데 주어진 시간은 3분. 곧바로 새로운 포즈로 바꾸기 때문에 눈과 손을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3분에 그린 나의 첫 그림은 겨우 얼굴 부분에 동그라미 하나 정도 밖에 그리지 못했다. 그리는 사람은 아마추어지만, 모델은 프로였다. 모델은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준비해온 음악을 틀었다. 클래식부터 가요, 팝송과 샹송까지…. 잔잔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슬픈 음악은 그리는 사람과 모델사이의 어색한 공간을 채워주었다. 모델협회에서 보내오는 모델은 매일 바뀌었다. 무용수 출신의 한 모델은 등을 활처럼 휘고, 온몸을 비트는 아크로바틱한 동작을 이어가다가, 마지막엔 기다란 막대 소품을 들고 자신의 배를 찌르는 듯한 비극적인 몸짓으로 마무리지었다. 비록 정지된 동작이었지만 마치 한 편의 현대무용을 본 듯한 퍼포먼스였다. 그 움직임을 제대로 화폭에 담지 못하는 내 실력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남성 모델은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탄탄한 근육이 다져진 몸을 스케치할 때는 ‘내가 살아있는 다비드상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6개월 정도 꾸준히 누드크로키를 연습하면서 크로키란 ‘선의 예술’이라는 걸 느꼈다. 인체에는 수많은 선(線)이 있다. 마른 모델에게는 마치 해부학 교과서를 보는 듯 울퉁불퉁한 뼈가 선명하게 보였다. 등뼈와 쇄골, 고관절, 갈비뼈, 치골…. 반면 풍만한 체형의 모델은 부드러운 곡선의 향연이다. 그러나 3분 안에 이 모든 선을 다 그릴 수는 없다. 화가는 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살아 움직이는 모델의 퍼포먼스에서 내 감정을 뒤흔든 선을 탐구하고 기록하다보면, 어느덧 그림에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또한 크로키는 명상을 하듯 고도의 집중을 하는 ‘선(禪)’ 수련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3분마다 바뀌는 자세를 정신없이 스케치하다보면 어느 샌가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수강생인 채승진 연세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공부를 할 때 3분을 하더라도 몰입하는 경우와 2시간 공부해도 딴 생각을 한 사람은 차이가 많이 나게 마련”이라며 “크로키 할 때의 ‘몰입효과’가 머릿 속의 잡생각을 비워줘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디자이너를 포함해 조형예술을 하는 사람은 관찰력과 정확한 표현력이 필요한데, 누드크로키 만큼 좋은 연습은 없다”고 말한다. 그의 인체 드로잉에서는 뼈대나 구조, 해부학에 기초한 탄탄한 조형물 같은 느낌이 든다. 채 교수는 “매주 모델이 바뀌는데다 동작도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누드 크로키는 디자이너로서 자기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늘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동구바이오제약 이경옥 회장(82)은 수강생 중 최고령이다. 2년 전 팔순의 나이에 누드 크로키를 처음 시작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인 이 회장은 요즘 누드크로키 외에도 도시풍경을 펜과 수채물감으로 묘사하는 어반스케치도 배우고 있다. “이 나이에 누드크로키를 배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나이 들어서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은 내 삶을 더 도전적으로 위를 바라보게 합니다. 취미활동은 한가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느슨할 때보다 오히려 바빠야 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체크하고, 빠르게 움직이게 됩니다.” ●나는 왜 크로키를 그리는가 백범영 용인대 동양화과 교수는 소나무 그림과 산수화로 유명한 화가. 대부분 수강생들이 연필과 목탄으로 누드 크로키를 그리는 반면, 먹물을 묻힌 붓으로 과감하게 인체를 표현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화가는 손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눈으로 그려야합니다. 관찰에서 ‘관(觀)’은 넓게 보는 것이고, ‘찰(察)’은 세세하게 보는 것입니다. 인체 드로잉은 먼저 크게 골격을 보고, 세심하게 조목조목 그려야 하죠. 이 방법은 음식을 요리하는 법, 기업체 경영에도 다 적용돼요. 그림을 그려보면 세상의 이치도 알게 되는 법이죠.” 백 교수는 “서양화든 동양화든 회화는 같은 것”이라며 “화가에게 드로잉은 ‘밥’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처럼 특별할 때 먹는 것이 아니라 밥먹는 것처럼 매일 훈련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불교미술과 서양화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는 장용주 화백도 “동양화를 하는 사람은 매일 사군자를 그리듯이, 서양화의 기본인 데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크로키가 필수”라고 말했다. 필라테스 강사 샤샤정(오산대 건강재활 겸임교수)은 2000년도부터 헬스클럽 퍼스널트레이닝(PT)에 필라테스를 접목해 대중화시킨 주인공이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샤샤필라테스는 아나운서 최은경, 이정민과 배우 남규리 안선영 등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의 몸을 관리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학원에서 스포츠의과학을 전공하면서 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그는 6년 전부터 누드크로키를 시작해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가 필라테스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아크릴화도 센터 곳곳에 걸려있기도 하다. “사람들의 몸에 관심이 생기면서 인체드로잉은 몸을 연구하는 데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모델의 동작을 보면서 근육과 뼈의 움직임을 봅니다. 모델이 몸에 힘을 줘 근육을 수축시킨채 3분 동안 버티는 동작은 엄청나게 고난이도의 ‘등척성(等尺性) 운동’이예요. 2시간 동안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제 삶의 힐링타임이기도 합니다.” 패션브랜드 ‘데무(DEMOO)’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박춘무 씨는 2018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전시회에서 자신이 그동안 만들어 온 의상을 전시하면서, 한쪽 벽에는 자신이 그려 온 누드크로키 100여 점을 빼곡히 전시했다. 특유의 무채색의 아름다움을 펼치는 그의 의상과 텍스타일 디자인도 인기가 높았지만, 아름다운 누드크로키 그림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관람객들이 쇄도했다고 한다. 박 씨는 “패션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몸에 옷을 입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인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누드 크로키를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그룹 전시회가 열렸다. 똑같은 모델을 보고 그렸는데도, 각자의 직업이나 성격에 따라 개성있는 선으로 표현해낸 인체 드로잉은 비교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1주일에 한번 하는 누드 크로키 아카데미의 수강료는 4개월에 40만원. 한달에 10만원 꼴인셈. 평생 기자로서 다른 예술가를 취재하고, 비평하는 일만 해왔던 내가 그림을 그리고, 그 작품이 갤러리에 걸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누드 크로키 강좌를 지도하는 이은규 화백은 “그림은 ‘그리움’에서 태어난 것”이라며 “동굴벽화에서 누군가 그리운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가장 간단한 도구로 이미지를 남긴 것이 크로키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 화백은 자신의 크로키 화집인 ‘이은규 Nude Croquis’ 서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사람의 모습도 우주의 역사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숨이 차 오를 때 벌떡이는 뱃골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고 근육과 피부는 뼈의 움직임에 따라 파도처럼 튀어오르며 뭉치고 뒤틀리며 맺히고 풀어지고 흐르면서 사라진다. 지상에서 오직 사람만이 내딛는 발은 대지를 할퀴듯 발가락을 꼬부리고 꼬부린 발가락은 신경줄이 팽팽하다. 곧게 뻗은 허벅지는 세상을 헤쳐나갈 꿋꿋한 버팀목이요, 자유로운 팔과 손은 공간을 휘젓고 조그만 눈은 먼 곳을 응시힌다. 봉긋이 솟아오른 가슴은 풍요로운 사랑이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유연한 선은 벌판을 휘감고 도는 강줄기 같고 부드러운 허리선과 골반을 싸안은 엉덩이는 생명 그 자체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파리바게뜨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합격 기원 메시지를 담은 수능 선물세트 30여 종을 출시했다. 이번 선물세트는 밝고 경쾌한 디자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위글위글(Wiggle Wiggle)’과 협업해 재미를 더했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취향을 반영한 위글위글의 귀여운 아트워크가 적용된 가방, 파우치, 스팀안대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 제품은 위글위글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스마일 위 러브(웃는 데이지꽃 일러스트)를 적용한 미니가방 안에 수면안대, 누가(꿀과 견과류를 섞어 만든 프랑스 과자)를 담은 합격펜, 후르티아 쨍쨍젤리 등 인기 간식으로 꽉 채운 ‘너의 든든한 백’이 있다. 또 위글위글의 하트 캐릭터를 적용한 붉은색 파우치에 수면안대, 누가를 담은 합격펜, 초콜릿 등을 채운 ‘합격을 부탁해 레드파우치’와 스마일 위 러브를 그려 넣은 파란색 파우치에 합격 누가캔디와 후르티아 쨍쨍젤리 등을 담은 ‘합격을 부탁해 블루파우치’ 등도 주력 상품이다. 상징적인 캐릭터와 ‘행운(Lucky)’ ‘넌 최고야(You’re the best)’ 등의 응원 문구를 새긴 선물세트도 내놓았다. △호박떡, 자색고구마떡 등 찹쌀떡과 달콤한 초콜릿으로 구성한 ‘넌 최고야, 합격 응원 세트’ △찹쌀떡과 초콜릿, 레드퀴노아 참깨바를 담은 ‘합격 스마일꽃’ △상큼한 유자찰떡과 초콜릿, 레드퀴노아 참깨바 등으로 구성한 ‘미리 합격을 축하해’ 등이다. 이 밖에 ‘복(福) 찹쌀떡’ ‘통째로 월넛초코’ ‘합격누가캔디’ 등 부담 없는 선물도 선보였다. 파리바게뜨는 수험생들의 긴장을 풀어줄 ‘홀로그램 응원 영상’도 준비했다. 이번 수능 제품 12종에 동봉된 홀로그램 키트를 조립해 휴대전화 위에 올려두고, 상자 겉면에 인쇄된 QR코드를 인식해 영상을 재생하면 파리바게뜨만의 특별한 홀로그램 응원 영상을 볼 수 있다. 한편 수험생들에게 비대면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배달 및 픽업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11월 20일부터 12월 3일까지 2주간 해피오더 앱을 통해 수능 선물 기획 제품을 배달 및 픽업 주문 시 10% 혜택(최대 3000원) 쿠폰과 해피포인트 5% 적립을 제공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도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수능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지난봄. 회사원 김인수 씨(32)는 낡은 TV를 과감히 버렸다. 그가 TV 대신 택한 건 가정용 빔 프로젝터였다. 재택근무는 물론이고 휴일에도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그는 안방극장을 꾸몄다. 흰 벽만 있으면 굳이 대형 TV 없이도 100인치 이상의 큰 화면으로 홈시네마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넷플릭스, 인터넷TV(IPTV)에 있는 영화와 콘서트 실황을 대형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가족들과 함께 즐기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했다.》 집 안에서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중요해지면서 ‘안방 1열’이 만석을 기록하는 홈시네마의 시대다. 이제 홈시네마는 극장을 못 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대안이 아니다. 영화관보다 더 몰입해 영화를 즐기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 됐다. 홈시네마를 꾸미기 위해 대형 디스플레이부터 오디오까지 각종 설비들을 검색하고 구입하던 부담도 사라졌다. 뛰어난 성능의 빔 프로젝터로 누구나 극장 같은 대화면과 풍성한 음향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3.3m 스크린으로 차원 다른 몰입감 선사 극장 같은 홈시네마의 필수 요소는 벽면을 가득 채우는 초대형 화면, 조명을 켜도 보이는 선명한 고화질, 풍성한 사운드다. 삼성전자 ‘더 프리미어(The Premiere)’는 최대 3.3m의 초대형 화면에 트리플 레이저로 완성한 4K 초고화질, 풍성한 서라운드 사운드까지 스케일이 다른 성능으로 가정용 프로젝터의 프리미엄 시대를 열었다. 더 프리미어는 최대 3.3m까지 화면을 확장할 수 있어 영화부터 게임, 스포츠 경기, 홈트레이닝 등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차원이 다른 몰입감으로 즐길 수 있다. 설치하기도 간편해 집 안 어디에든 놓고 전원만 연결하면 순식간에 극장이 된다. 더 프리미어는 초단초점 방식을 적용해 벽과 반 뼘(11cm) 거리만 있으면 어디서든 대화면 홈시네마를 완성해준다. 화면의 크기는 벽과 떨어진 이격거리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고 손쉽게 이동이 가능해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시청이 끝난 후에는 전원만 끄면 초대형 스크린이 단번에 사라져 화면이 있던 공간을 기존대로 깔끔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에도 유용하다. 제품 자체도 가볍고 콤팩트해서 셋톱박스, 게임기 등 주변 기기와 함께 두고 쓰기 편하다.○ 4K 초고화질… 화면 커져도 화질 생생 기존에는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보면 화면이 큰 대신 화질이나 색감이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더 프리미어는 화면이 커져도 4K 초고화질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적색, 녹색, 청색의 각각 다른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트리플 레이저 기술을 적용해 차원이 다른 풍부한 색감을 선사한다. 빔 프로젝터로 투사한 화면은 주변 조도에 영향을 받기 쉬운 만큼 밝기도 중요하다. 더 프리미어는 최대 2800안시루멘의 밝기를 지원해 빛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형체와 색감을 또렷하게 표현해낸다. 안시루멘은 프로젝터 투사 밝기 단위로, 통상 800안시루멘 이상이면 흐린 조명을 켜둔 채로 실내에서 영상을 볼 수 있고 2000안시루멘을 넘으면 어느 정도 밝은 환경에서도 영상을 문제없이 볼 수 있다. 더 프리미어는 2800개의 촛불을 동시에 켠 것과 같은 밝기로 일반적인 극장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뿐만 아니라 더 프리미어는 프로젝터 제품 중 세계 최초로 HDR10+와 필름메이커 모드 인증을 공식 획득했다. 콘텐츠에 따라 최적화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HDR10+ 기능으로 장면마다 밝기와 명암비를 최적화해 고화질 콘텐츠를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현실감 있게 감상할 수 있고, 필름메이커 모드와 200만 대 1 명암비를 지원해 원작자가 의도한 그대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4.2채널 40W의 풍성한 사운드 초대형·초고화질에 생생한 음향이 더해지면 콘텐츠의 감동은 배가된다. 더 프리미어는 강력한 내장 우퍼가 적용된 4.2채널의 올인원 스피커를 갖춰 40W에 달하는 사운드로 공간을 채운다. 더 프리미어에는 고음을 담당하는 2개의 트위터와 저음 담당의 2개의 우퍼가 모두 내장돼 있어 입체감 있는 음향을 구현한다. 또한 어쿠스틱 빔은 총 44개의 사운드 홀을 통해 소리를 증폭해주는 원리로 깊이 있는 서라운드 사운드를 완성해준다. 따라서 효과음이 중요한 액션 영화부터 콘서트 영상, 현장감 있는 스포츠 경기 등을 더욱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에 대한 올바른 위상 정립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사단법인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순국선열 위상정립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국회·국가보훈처·국방부·광복회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공청회에선 헌법 전문에 순국선열에 대한 명문 규정 반영과 순국선열추념관 건립, 순국선열유족회 공법단체 법제화 추진 등을 논의하고 결의한다. 최범산 순국선열역사교육원장이 ‘순국선열 위상 정립’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죽은 친일파 살아있는 친일파’를, 김병기 광복회 학술원장이 ‘독립운동가와 가족수난사’를 주제로 각각 강의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이 결의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이동일 회장은 “국가유공자 중 최상위 개념인 순국선열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날로 쇠퇴하고 있다”면서 “광복 75주년을 맞아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순국선열 위상 제고로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통합·남북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개최 의의를 설명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아트벨트’로 탈바꿈한 옛 철도관사, 대전 소제동 몸이 불편해 밖에 나가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가 마당에 하나 둘 심었던 대나무가 방치된지 수십년 만에 울창한 숲이 되었다. 대나무로 유명한 전남 담양이 아니라 대전 시내 중심가인 소제동 골목길에서 만나는 뜻밖의 풍경이었다. 시원스럽게 길쭉길쭉 뻗은 대나무 숲 사이에는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마당 끝에 있는 한옥 건물인 ‘풍뉴가’에서는 브랜딩 차를 판다. 오래된 집 마당에는 집과 함께 늙어가는 나무가 한 두그루씩 있게 마련. 소제동 골목길 의 집들에도 철도관사 마을의 역사를 보여주는 나무들이 있다. 그 중 한 곳이 ‘두충나무집’이다. 두충나무는 뼈와 혈관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난 한약재. 주인장이 약으로 달여 먹기 위해 나무껍질을 벗겨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집 안에 들어가보니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이 있고, 오후 햇살을 받으며 마루에 앉아 느긋하게 볼 수 있는 만화도 있다. 대전역 주변에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인 최첨단 쌍둥이 빌딩 뒤편에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인 소제동의 100년 골목길이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음식점과 카페, 문화예술이 접목되며 젊은층과 장년층 모두가 찾는 뉴트로(New+Retro) 공간으로 급부상 중이다. ● ‘대전 블루스’…근대 철도도시 대전 대전을 상징하는 노래는 ‘대전 블루스’다. 여수는 밤바다, 부산은 갈매기가 주인공이지만, 대전 사람들의 감정이 이입되는 대상은 열차다. “잘 있거라~나는 간다”고 외치며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대전발 0시50분’ 밤 기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대전은 철도와 함께 성장한 근대도시다. 1895년(고종32) 지방관계 개혁 때 ‘회덕군 산내면 대전리’로 승격된 대전은 당시 ‘거주자가 수십 호에 지나지 않고, 갈대가 무성하고 황량한 한촌’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대전이 도시로 새롭게 태어났다. 원래 경부선이 공주를 경유하려 했으나, 계룡산을 뚫어선 안된다는 유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한밭 마을’이었던 대전이 근대철도 도시로 급속히 성장하게 된 것이다. 1914년 호남선 대전역까지 개통되면서 대전은 사통팔달의 요지로 탈바꿈했다. 소제동은 약 100년 전 근대도시 대전이 태동할 당시 철도부설을 위한 일본인들이 짓고 살던 관사에서 시작됐다. 1910년 대전역 주변에 남관사촌과 북관사촌, 1920년대 소제동 동관사촌이 생성됐다. 남관사촌과 북관사촌은 한국전쟁으로 파괴돼 거의 흔적이 없다. 동관사촌은 해방이후 서민들의 삶의 터가 되었다. 철도 개통으로 대전 인구는 급속히 늘었고 공장, 시장, 금융, 행정, 교육기관이 몰려들었다. 해방 직후 12만명이던 대전 인구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100만명 이상으로 10배가량 늘었다. 어릴 적 대전역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경부선에서 호남선으로 분기하느라 정차하는 5분 동안 열차에 급하게 뛰어내려 승강장에서 선채로 가락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흡입하던 추억이다. 이 기억 때문인지 대전은 여행의 목적지라기 보다는, 중간에 잠깐 쉬어가는 기착지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실제로 대전은 1993년 대전엑스포가 열려 반짝 관광객이 몰려들었지만, 이후 신도시처럼 콘크리트 건물 일색으로 개발돼 ‘노잼’(No+재미)의 도시가 돼 버렸다. 대전하면 ‘성심당 빵집’ 외에는 별 다르게 생각나는 먹거리도, 가볼만한 명소도 없는 도시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 No잼 도시 대전? 소제동! 지난달 방영된 tvN의 예능프로그램 ‘서울촌놈’에서는 대전 출신인 골프선수 박세리, 배우 한다감, 개그맨 김준호 등이 출연해 차태현, 이승기와 함께 대전 곳곳을 둘러봤다. 이 프로그램의 주제도 역시 ‘대전은 노잼 도시인가?’였다. 한다감은 이 말을 반박하며 유서깊은 소제동의 골목길과 새로 생겨난 카페들을 소개했다. 소제동은 낡은 슈퍼와 철물점, 쌀집, 세탁소가 있는 30여개의 골목길로 이어진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에서 도심재생 사업을 주도했던 ‘익선다다’ 팀이 소제동의 옛 관사를 개조한 카페와 음식점 10여 개를 열면서 골목길이 변하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처럼 소금을 주제로 한 인테리어와 음식을 파는 식당, 로봇이 직접 드립커피를 추출하는 커피숍, 일본 온천을 모티브로 한 샤브샤브집, 하늘 높이 곧게 뻗은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찻집 등 숨어 있는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곳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한 ‘로컬리즘’을 내세운다. 팬케이크 전문점 ‘볕’에서는 충남에서 생산된 밀가루를 사용하고, 레스토랑 ‘파운드’는 충청도 지역 기반 식자재로 요리를 한다. 서천김 페스토파스타, 예산 표고 트러플크림파스타, 금산 깻잎 리조토, 예산 꽈리고추 닭구이 등 충청도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로 메뉴를 구성했다. 여기에 대전의 청년문화재단인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이 후원하는 복합예술 문화행사인 ‘소제동 아트벨트’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이 재단은 관사16호를 시작으로 마당집, 핑크집, 두충나무집 등 1920~30년대 지어진 관사를 활용해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었다. ‘관사16호’에 들어가 보면 근대시기 한국의 주거양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 드러난 서까래가 시선을 끈다. 실내로 처음 들어온 화장실, 온돌과 다다미를 사용한 방바닥 등 근대시기 한국의 주택 변화를 볼수 있다. 뒤로 연결된 대문을 나서면 또 다른 골목길로 이어진다. 소제동은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1607~1689)이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지도하던 소제호가 있던 곳이다. 우암은 별당인 기국정을 짓고 유림과 제자들에게 성리학을 강론했다. 소제호는 일제시대 매립되고, 일부 흔적이 대동천으로 남았다. 소제동 인근의 대동천변 산책길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 근대문화의 거리 VS 아파트 재개발관사촌의 일부는 지난 8월 문화재청에 근대 문화재등록 신청을 마쳤다. 풍뉴가와 관사 16호, 마당집, 두충나무집 등 4채다. 그러나 관사촌 밀집 구역이 아파트 재개발 사업에 포함돼 철거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힙한 거리로 뜨고 있는 서울 을지로와 성수동, 익선동 뿐 아니라 목포, 군산, 통영 등의 지방도시에서도 낡은 근대역사문화의 유산이 남아 있는 공간을 특색있는 문화의 거리로 꾸며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것보다 지역에 훨씬 더 높은 부동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제 당시 적산가옥이 밀집돼 있는 군산에는 작년에 200만 명이 찾았다고 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통영시 도심 재개발의 벤치마킹을 위해 소제동 관사촌을 찾아와 견학하기도 했다. 건축가 유현준은 ‘로봇 커피숍’이 있는 소제동을 인근의 대덕연구단지와 연계된 IT, BT 기업타운으로 개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전역은 전국의 어디서든 1시간 이내에 찾아올 수 있다. 소제동은 그런 대전역에서 걸어서 5분이다. 게다가 대전에는 카이스트를 비롯한 많은 연구소의 우수한 두뇌들이 배후에 위치하고 있다. 소제동의 독특한 공간적 컨텍스트와 대전의 인재들이 합쳐진다면 차고 창업이 일어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스마트타운이 만들어질 수 있다.” ● ‘소제동 아트벨트 프로젝트’ 황인규 대표(CNCIY에너지 회장) “대전이 철도와 함께 성장한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사촌은 일제 강점기 역사가 아닌 ‘대전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수십년간 대전 사람들이 살아온 생활 속 문화가 녹아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죠.” ‘익선다다’와 함께 소제동 골목길을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꾸미는 데 힘을 쓰고 있는 사람은 CNCITY에너지(전 충남도시가스)의 황인규 대표다. 도시가스는 대전의 땅밑에 회사의 전 자산이 묻혀 있다. 그래서 그는 대전이란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고 한다. 회사에 합류한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전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찾기. 그는 “검사생활하면서 여러 도시를 가보았는데, 도시마다 특산물, 특성이 있더라. 대전은 무엇일까 싶어서 거의 3년 동안 여기저기를 다녔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검사가 되어 24년을 보내고 집안의 ‘가스사업’을 물려받았다. 작고한 대한도시가스의 창업자 황순필 회장이 선친이다. ‘소나기’의 황순원이 그의 큰 아버지이고 ‘즐거운 편지’의 시인 황동규가 사촌형이다. 이런 피가 흐른 탓일까. 그는 검사생활을 하면서도 합창단으로 활동하고, 파견근무를 하면서 문화를 접하는 일을 즐겼다. 황 대표는 “검사 생활도 의미 있지만 지역을 위해 뭔가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내고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가 대전의 오리지널리티로 손꼽은 곳은 대전 역사의 시작점인 철도와 근대건축물. 그는 목원대 건축학과 교수들과 대전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소제동 관사촌을 우연히 알게 됐다. “100여채까지 있던 관사가 현재 30여채 조금 넘게 남았어요. 소제동 옛 철도관사는 도시형성과 근대 생활문화가 층층이 쌓여 있는 ‘대전’이라는 도시 역사에 ‘켜’를 이루는 장소입니다. 이 장소와 건축물은 분명히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지역에 커다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이 추진한 첫 프로젝트는 관사촌을 전시공간으로 한 ‘소제동 아트벨트’ 프로젝트. 관사촌 16호를 시작으로 마당집, 핑크집, 두충나무집 등 이름을 정하고 각각의 특성을 살린 전시공간으로 조성했다. 관사촌을 문화시설로 활용하면 30여개의 소제동 골목길 특색을 살리면서 사람들이 찾고 즐기는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계획에서다. 그는 옛 충남도청,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한남대 선교사촌 등 근대역사문화 공간을 전시와 음악을 위한 예술공간으로 꾸미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도시재생보다 새롭게 창조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며 “크리에이티브나 창의성은 다양한 공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토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아파트만 남겨주는 것이 좋을까? 대전의 미래와 후세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은지 늘 고민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1990년대 중반 지방의 여중학생들 사이에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추정되는 빼빼로데이가 어느덧 24년째를 맞고 있다. 최근에는 토종 빼빼로데이가 글로벌 축제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올해의 빼빼로데이 콘셉트를 전 세계인의 관심사인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인의 안부를 묻다’로 설정했다. 빼빼로데이는 사랑과 우정의 콘셉트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나눔과 상생의 콘셉트가 더해지고 있다. 빼빼로는 1983년 4월에 탄생해 올해로 출시 37세를 맞았다. 빼빼로가 지난 37년간 거둔 누적 매출액을 추정하면 약 1조70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되는 인기 상품이다. 이렇듯 세계인의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아지자 롯데제과는 올 빼빼로데이에 맞춰 콘셉트를 ‘Say Hello’로 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에도 이 콘셉트의 광고를 방영할 예정이다. 빼빼로 명성에 맞춰 사회공헌활동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빼빼로 수익금으로 지어지는 ‘롯데제과 스위트홈’ 건립 사업이다. 2013년 전북 완주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로 8년째 이어진 스위트홈 건립은 농어촌 지역의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하며 놀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7대 이사장을 지낸 이광희 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와 홍익 미술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변재진 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관광과 교수가 공동 저자로 ‘도시를 살리는 문화 관광’(박영사·사진)을 출간했다. 시민들이 더 쾌적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현재의 문화유산과 문화예술 환경, 문화관광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관광객 유치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 등 문화관광과 지역발전의 융합에 대한 이론과 사례를 정립한 책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시대가 퇴보하면서 실업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유럽의 한 도시가 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로 변화한 과정, 오염된 채 버려지고 방치됐던 탄광과 조선소가 문화의 중심지로 다시 살아난 성공사례, 여러모로 배울게 많은 유럽문화수도 지정과 유럽문화루트 이야기, 자연자원이 없는 캐나다와 호주의 소도시가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도시로 변모한 이야기 등 약 50개의 성공사례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1부에서는 쇠락하는 도시를 살려내는 ‘문화관광, 스마트시티를 넘어서 플레이어블 시티로 가는 길’을 시작으로 현대인이 즐기는 음악관광, 축제, 도시를 명소로 만드는 미술관광, 스토리텔링과 문학관광을 다룬다. 2부에서는 눈부신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유럽의 60여개 문화수도, 절망을 극복한 유럽의 산업도시, 산촌 오지마을과 외딴섬을 명소로 변모시킨 예술축제 등 지역주민의 삶이 담긴 예술을 통한 지역재생과 공동체 회복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도시민들이 더욱 행복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하고 지방의 도시와 농촌이 문화관광개발을 통해 새롭게 번영하는 미래 한국사회의 비전을 제시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개성 있는 삶을 뽐내는 시대. 작가가 손으로 직접 만든 공예품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공방이나 갤러리, 전시장을 직접 찾아가야만 구입할 수 있었던 수(手)공예품을 온라인을 통해 거래하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20일 국내 최초로 무관객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를 통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한 ‘2020 올해의 공예상’ 수상자인 하지훈 작가를 소개한다. 온라인 경매에는 총 6000만 원 상당의 하 작가의 대표작 20점이 출품된다. 한국의 전통적인 형태와 현대적인 소재, 색상을 창의적으로 접목한 소반, 수납장, 의자, 조명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은 현재 케이옥션 홈페이지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플랫폼 ‘아이디어스(IDUS)’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아이디어스’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1000만을 돌파했다. 심사를 거쳐 플랫폼에 입점한 작가는 본인이 만든 수공예 작품을 아이디어스 앱에 등록해 판매할 수 있다. 현재 약 1만9000여 명의 작가가 아이디어스에 입점했다. 수제화, 도자기, 가죽공예, 가구, 패션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화장품 외에도 수제 먹거리, 생산자가 직접 등록한 농축수산물 등 총 30개 분야 약 26만 점의 작품이 거래되고 있다. 아이디어스에 따르면 입점 작가 상위 10%의 월 매출은 1000만 원 정도이며, 월 매출이 억대 수준인 스타 작가도 등장했다. 주문 제작 수제 커스텀 케이크 판매로 월 4억 원의 매출을 올린 케익팩토리의 김경석 대표다.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도예작가인 동생을 돕던 중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홍익대 앞 곳곳에서 동생이 만든 투박한 그릇 파는 걸 도왔다”며 “이런 걸 사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정말 잘 팔렸다.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분명 있는데도 작가가 굶는 이유는 바로 ‘시장이 없어서’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9 공예산업 실태조사’에서도 공예작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판매 유통망 강화’(77.7%)로 나타났다. 옥션 온라인 경매와 핸드메이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고독한 작가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새로운 활로인 셈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