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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 간부가 술에 취한 채 택시운전사를 폭행한 뒤 신분까지 속인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6일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오전 2시 15분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꽃메마을 도로에서 용인 서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김모 경위(54)와 택시운전사 박모 씨(60)가 요금 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다. 만취 상태였던 김 경위는 “요금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박 씨가 김 경위의 멱살을 잡자 김 경위는 주먹으로 박 씨의 얼굴과 머리를 몇 차례 때렸다. 결국 박 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고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김 경위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김 경위가 소속된 용인 서부경찰서는 박 씨가 멱살을 잡았다는 이유로 쌍방 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벌여 편파 수사 의혹까지 제기됐다. 조사 과정에서 박 씨가 “상대방의 신원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쌍방 폭행사건으로 한쪽의 신원을 일방적으로 알려줄 수 없고 현재 법에 따라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그 사이 김 경위 측은 경찰 신분을 감춘 채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해 달라”고 요구했고 “사업에 실패한 무직자”라고 거짓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다른 택시운전사가 전화를 걸어와 “폭행 장면을 지켜봤다”며 김 경위의 신분을 알려준 뒤에야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두 사람은 합의했지만 이와 별개로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 감찰조사를 벌여 김 경위의 잘못이 확인되면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수원지검 안양지청(지청장 김강욱)은 협력업체의 업무 편의를 봐주고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한국전력 서울본부 소속 A 씨(48) 등 2급 부장급 간부 2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검찰은 설비 구입에 대한 사례비 등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B 씨(57) 등 한전 1급 처장급 간부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모 전력기술업체와 함께 초음파 진단 프로그램을 공동개발한 뒤 사례비 명목으로 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또 B 씨는 지난해 수의계약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구입한 뒤 사례비로 4000만 원가량을 받은 혐의도 사고 있다. A 씨 등 구속된 간부들은 매달 100만∼200만 원씩 월급처럼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협력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직원이 더 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 평택시 A사진관 주인 최모 씨(41)는 늘 헐렁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손님을 맞았다. 간혹 못마땅하게 보는 손님도 있었지만 대부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특히 여성에게 친절했다. 여성 손님에게 “사진이 예쁘게 나오게 해주겠다”며 뒤편에서 직접 자세를 잡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자세를 바로잡는 시간은 불과 10여 초.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카메라를 응시하라”고 말한 뒤 자신의 트레이닝 바지를 발목까지 내렸다. 속옷을 입지 않아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 이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최 씨는 이런 방법으로 최근 1년간 여성 20여 명의 사진을 찍었다. ‘변태 사진사’의 정체는 3월 친구와 함께 사진관에 갔다 이 장면을 보게 된 유모 양(15)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최 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모든 사진을 삭제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파일을 복구하자 19일 범행을 자백했다. 최 씨는 이후 21일 대전 서구의 한 펜션에서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심모 양(15) 등 3명과 함께 자살을 기도했지만 심 양만 숨지고 본인은 목숨을 건져 달아났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30일 최 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자살방조 혐의를 더해 구속 기소했다.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2002년 월드컵을 치른 일본 축구경기장도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월드컵 당시 신축한 경기장 7곳 가운데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 돔을 제외한 모든 경기장이 시설운영비를 자체 충당하지 못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250억∼600억 엔씩 들어간 건설비용 상환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경기장 운영을 민간업체에 맡겼다. 이들 업체는 입장료 수입이나 스포츠대회 유치비, 지자체 주민 시설이용료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하지만 매년 1억∼6억7000만 엔(약 14억7700만∼98억9800만 원)씩 지자체 보조를 받고 있다. 사실 이런 위탁경영도 적자를 탈출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나온 방식이다. 원래 일본은 지자체가 세금으로 지은 공공시설을 민간업체에 위탁경영하는 게 법으로 금지돼왔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커지는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2004년부터 각 지자체가 지정관리자제도를 도입해 공공시설의 위탁경영을 가능하도록 했다. 또 경기장 명칭을 바꿔 기업의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명명권(命名權) 제도도 허용했다. 예컨대 니가타(新潟) 스타디움은 ‘도호쿠(東北)전력 빅스완’으로, 오이타(大分)스타디움은 ‘오이타 은행 돔’으로, 요코하마(橫濱) 스타디움은 ‘닛산(日産) 스타디움’으로 각각 스폰서 이름을 따 이름을 바꿨다. 니가타 현의 경우 스폰서 회사인 도호쿠전력으로부터 해마다 받는 돈이 1억 엔에 이른다. 경기장 명명권은 이미 유럽 등지에서는 정착된 제도다. 얼마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가 대표적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신축되면서 금융사 이름을 붙였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초저녁 나들이가 어울리는 계절이 왔다. 가족 친구와 함께 한여름 밤의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차를 타고 멀리 유명한 휴양지나 축제장을 찾는 것도 좋다. 하지만 교통체증에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한다면 적잖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그렇다면 집 근처 멀지 않은 곳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찾아가 보자.○ 집 앞 공원에서 북한강 둔치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수내동 중앙공원. 이곳은 매달 2차례 야외 음악회의 명소로 변신한다. 성남문화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파크 콘서트’를 시작했다. 공연은 12일부터 격주 토요일 오후 7시에 열린다.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공원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그 자체로 운치가 있다. 무엇보다 값비싼 티켓을 구입해야 볼 수 있었던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에 앞서 1, 2회 공연에서는 아이돌그룹 ‘티아라’,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섰다. 100여 종의 타악기를 연주하는 ‘노크타악앙상블’, 라틴음악 전문연주팀 ‘코바나’,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가 함께하는 갈라콘서트, 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지휘자 장한나와 함께하는 ‘앱솔루트 클래식’ 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 경기 과천시 중앙동 시민회관 야외무대에서는 과천 토요예술무대가 한창이다. 19일 개막해 7월 7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반(6월 2일은 열리지 않음)에 열린다. 도심을 벗어난 북한강 둔치에서는 가족 모두를 위한 무대가 열린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북한강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북한강 문화나들이’ 행사다. 2007년 시작해 올해로 6년째를 맞아 제법 입소문이 났다. 올해도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7, 8월에는 오후 5시)에 열린다. 어린이뮤지컬 시민노래자랑 인형극 퓨전콘서트 미술공예체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숲속에서 펼쳐지는 공연도 있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능동숲속의무대에서는 매주 토요일 야외음악회가 열린다. 10월 20일까지 펼쳐지는 무료 공연에서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선율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도 10월까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7시 야외공연장에서 클래식을 비롯해 대중가요 마술 전통놀이 국악 무용 공연을 선보인다. ○ 시를 논하고 사슴 먹이도 주고 도심 속 공원을 찾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공원 생태숲 꽃사슴 방사장에서는 매주 화·목·토·일요일에 두 차례 직접 사슴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 누구나 사전 예약만 하면 참여할 수 있으며 오후 2시 반, 3시 반 두 차례 열린다. 예약은 인터넷 홈페이지(parks.seoul.go.kr)에서 하면 된다. 회당 2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시민과 시인이 만나 작품을 체험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낭송대회’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에서는 10월 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5∼8월) 원형무대에서 ‘시가 흐르는 서울’ 행사를 연다. 신청은 홈페이지(seoulpoem.net).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7월 20일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사진)의 탄생 80주년 되는 날이다. 경기도는 이를 맞아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이라는 이름의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27일 도에 따르면 이번 기념사업의 개막행사는 7월 2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백남준의 부인인 구보다 시게코(久保田成子) 씨도 참석할 예정이다. 백남준의 지인인 음악가 황병기 씨가 ‘백남준의 친구들’을 주제로 가야금 공연을 펼친다. 제3회 백남준국제예술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된다. 이번 기념사업과 같은 이름의 특별전이 7월 20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이라는 문구는 백남준이 1992년에 쓴 글의 제목이다. 노스탤지어(향수)가 단순히 기억을 되살리는 차원을 넘어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별전은 인간 기계 자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했던 백남준의 열린 사고를 조명할 예정이다. ‘촛불 하나’ ‘TV 정원’ 등 백남준의 대표작들이 주제별로 나뉘어 전시된다. 7월 20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빌딩(옛 대우빌딩)에서는 비디오 콘서트가 열린다.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설치된 미디어 캔버스를 통해 백남준의 주요 영상물이 매일 5분씩 상영된다. 10월 12일에는 경기도박물관에서 ‘인간과 기계, 삶을 이중주하다’를 주제로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이 밖에 어린이들이 직접 로봇을 만들어보는 ‘로봇 오페라’ 등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선보인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22일 오후 경기 안성시 양성면 미곡초등학교 2층 4학년 교실에 ‘어머님 은혜’가 울려 퍼졌다. 학생 17명이 수화로 노래가사를 표현하는 수업. 학생들은 유병숙 담임교사(52·여)의 손짓을 밝은 표정으로 따라했다. 교실 맨 뒤편에 여학생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컸다. 대부분은 캐릭터가 그려진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지만 이 여학생은 성인용 정장치마를 입고 있었다. 미곡초에서 ‘이모’로 불리는 강월춘 씨(39·여).○ 엄마는 내 친구 그의 교과서 맨 앞장에는 ‘미곡초등학교 4학년 강월춘’이라고 쓰여 있다. 수업에 외부인으로서 참관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이 학교의 학생이다. 2009년 1학년으로 입학해 4년째 다니고 있다. 중국교포 출신으로 2003년 결혼하면서 한국에 왔다. 한국생활을 6년 넘게 하다가 코흘리개 어린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한국어 때문이다. 중국교포지만 한국어를 전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에서 태어났다. 세 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한족 출신인 현재 아버지와 재혼했다. 새아버지는 강 씨를 친딸처럼 따뜻하게 대해줬지만 한국어는 못하게 했다. 집 안에서는 철저히 중국어만 썼다. 강 씨는 스스로를 한족으로 여길 정도로 철저히 중국인으로 살아왔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남편을 믿고 한국에 왔다.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여덟 살 많은 남편은 유달리 말수가 적었다. 주변에 말 붙일 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강 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원형탈모가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강 씨는 고심 끝에 학교에 가기로 결심했다. 어느 누구의 조언도 없이 온전히 자신이 선택했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다문화학교도 아닌 초등학교를 골랐다. 이미 중국에서 고교를 졸업했지만 “초등학교에 가서 한국어를 처음부터 배우겠다”고 생각했다.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학교는 집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딸 정우정 양(9)과 아들 윤홍 군(7)이 차례로 같은 학교에 입학해 각각 3학년과 1학년에 다닌다. 오전 오후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등하교를 한다. 때로는 아이들이 엄마의 서툰 한국어를 바로잡아 주고 때로는 강 씨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준다. 친구 사이나 다름없다. 강 씨는 “한국어를 못했을 때에는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으로 4년째 별 탈 없이 지내기까지 학교의 배려가 컸다. 강 씨가 입학 가능성을 물었을 때 대부분의 교직원이 당황스러워했다. 서른 살을 훌쩍 넘은,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결혼이주여성이 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 측은 경기도교육청과 안성교육지원청 등 여러 기관에 문의했다. 재량에 맡기겠다는 말을 듣고 학교 측은 입학을 허용했다.○ 의상실 여는 것이 꿈 처음에는 모두가 어색해했다. 교직원은 강 씨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다. 강 씨는 교직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해했다. 정답은 학생들이 찾았다. 강 씨와 같은 반 학생들이 그를 이모라고 부르며 따르기 시작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함께 지내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미술이나 체육수업, 급식 때마다 강 씨는 같은 반 학생들을 엄마처럼 도와줬다. 김한지 군(10)은 “3학년 때 이 학교로 전학왔을 때 우리 반에 선생님이 두 명이라고 생각했다. 이모가 어려운 공작수업도 도와주고 다치면 치료도 해줘서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교직원들도 그를 이모로 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강 씨는 사실상 보조교사 역할까지 한다. 강 씨를 2년째 가르치는 유 교사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을 강 씨가 정말 이모처럼 돌봐준다. 교사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 씨는 집에서 키운 야생화 모종을 가져와 학교 화단을 장식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화단을 가꿨다. 첫해부터 지켜본 노락철 교장(60)은 “지금은 교직원이나 학생 모두 강 씨를 특별한 존재로 보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다. 남과 다르게 보지 않는 시선이 바로 진정한 다문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실 뒤편에는 강 씨의 자기소개서가 걸려 있다. ‘장래 희망: 디자이너’라고 적혀 있다. 집 가까운 시장에 작은 의상실을 열어 직접 만든 옷을 팔려고 한다. 중국에 있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아 작은 의상실에서 일한 적도 있다. 요즘도 가족이 입을 옷은 대부분 직접 만든다. 남다른 손재주가 소문나면서 이웃들이 옷 수선을 부탁할 정도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강 씨는 2년 뒤 중학교에 진학할 생각이다. 한국어를 잘하게 되면 일을 해서 의상실 차릴 돈을 벌 계획이다. 강 씨는 “이렇게 인터뷰까지 할 정도로 한국어를 하기까지는 선생님들의 도움이 컸다. 졸업 때까지 잘 다녀서 지금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안성=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도는 남한산성 행궁 및 주변 권역에 대한 복원사업이 10여 년 만에 마무리돼 24일 일반에 전면 개방한다고 23일 밝혔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1636∼1637년) 때 인조가 한양을 떠나 47일간 머문 곳이다. 복원된 곳은 상궐(임금의 처소) 하궐(국정을 처리하던 곳) 좌전(종묘를 모신 곳), 그리고 주변 관련 시설이다. 행궁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불에 타는 등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됐다. 도는 2000년부터 약 200억 원을 들여 복원에 나섰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24일 오후 2시에는 경기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성 일대에서 복원을 기념하는 낙성연(落成宴) 행사가 열린다. 남한산성 행궁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요금은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이다. 031-777-7500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동아일보 사회부 남경현 이성호 신광영 기자가 지난달 5일부터 연속 보도한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 관련 기사가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26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23일 선정됐다. 시상식은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경찰이 인터넷 포털과 게임업체의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미 대부분의 업체가 개인정보를 온라인결제 대행업체에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포털이나 게임업체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는 22일 네이버 등 대형 포털업체와 넥슨 등 유명 게임업체들이 다날, KG모빌리언스 등 국내 주요 온라인결제 대행업체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 대상은 포털 및 게임업체를 비롯해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온라인결제 대행업체를 포함하면 수십 곳에 이른다. 현재 포털이나 게임사이트에서 30만 원 이하 소액 결제는 대행업체들이 처리한다. 보통 이용자들이 온라인이나 휴대전화에서 콘텐츠를 구입할 때 지불하는 돈은 나중에 이용자가 낸 뒤 대행업체의 정산과정을 거쳐 포털 및 게임업체로 넘어온다. 포털과 게임업체는 정산기간을 줄여 콘텐츠 판매대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행업체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대형 포털이나 게임업체가 원하는 대로 협조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찰은 개인정보가 건네지는 과정에서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또 포털 및 게임업체들이 개인정보 유출로 수익을 얻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은 수년간 이뤄졌으며 실무자들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광범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출된 개인정보가 제3의 업체로 넘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돼 이용자 개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경기 지역에 있는 한 병원의 여성 간호사가 트위터에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3초면 숨지게 할 수 있다”는 막말을 남겨 물의를 빚고 있다. 아이디 ‘Jo*******’라는 이 간호사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간호사들에게 원한 사면 빨리 죽는 지름길. 우리는 살리는 법만 아는 게 아니라 죽이는 법도 알아요”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시비 걸지 마라. 환자, 보호자들. 맘만 먹으면 너네 3초면 숨지게 할 수 있다. 응? 그래도 정상인이라 분노 조절 중”이라고 썼다. 이 글은 병원 서비스에 불만을 터뜨린 환자 보호자를 겨냥해 쓴 것으로 보인다.문제의 글은 시간이 지나면서 리트윗(재전송)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고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면서 누리꾼들의 비난을 샀다. 이어 해당 글을 올린 간호사에 대한 ‘신상 털기’가 이뤄지면서 당사자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병원에는 비난 전화가 잇따랐고 홈페이지에는 비난 글이 이어졌다.급기야 해당 병원 홈페이지는 18일부터 접속이 차단됐고 처음 글을 올린 간호사의 트위터 계정도 삭제됐다. 문제의 간호사는 이달 1일부터 해당 병원에서 일했으며 트위터 글로 인해 물의가 빚어지자 18일 사표를 내고 병원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고위층의 비자금으로 물건을 싸게 구입해 줄게요!” 이런 속임수로 200억 원을 받아낸 황당한 사기꾼이 적발됐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16일 물품대금의 11∼40%를 선투자하면 나머지는 정부 고위층이 조성한 비자금으로 대신 구입해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173명으로부터 200억 원을 받아 이 가운데 90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 씨(43)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온 전직 대통령과 일반인이 찍은 기념사진 가운데 자신과 닮은 사람의 사진을 도용하고 1600만 달러가 입금된 위조 통장을 보여주며 환심을 샀다.}
110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한국잡월드가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문을 연다. 이곳에서는 체험뿐 아니라 다양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도 있다. 서울에 어린이체험 중심의 민간시설이 있지만 직업 소개부터 체험, 진로설계까지 가능한 곳은 잡월드가 처음이다. 개관식 준비가 한창인 잡월드를 14일 둘러봤다.○ 직업체험부터 진로설계까지지하 2층, 지상 4층의 잡월드는 크게 4가지 공간으로 나뉜다. ‘직업세계관’에서는 시대에 따라 어떤 직업이 탄생했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멀티미디어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원형 벽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형 스크린 ‘심포니아’에서는 소리와 영상을 통해 직업의 세계가 생생하게 표현된다.청소년체험관은 만 11세부터 18세까지 이용할 수 있다. 43개 체험실에서 총 66개 직업을 체험형으로 소개한다. 소방서 법원 같은 공공서비스를 비롯해 경영금융(광고회사 무역회사 등), 문화예술(미용실 패션쇼장 등), 과학기술(건축현장 자동차정비소 등) 분야로 나뉜다. 각 체험실은 크기만 작을 뿐 실제와 똑같이 재현됐다. 조종사와 승무원이 될 수 있는 항공사 체험실, 런웨이가 마련된 패션쇼장, 취재부터 편집까지 가능한 신문사 및 방송국 등이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어린이체험관은 44개의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37개 체험실로 이뤄졌다. 만 4∼10세가 대상이다. 구성은 청소년체험관과 비슷하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마술사 체험이 가능한 마법사학교, 고생물학자로 변신해 화석을 발굴하는 공룡캠프,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주인이 되는 우주센터가 눈에 띈다. 체험관 내에서는 ‘조이(JOY)’라는 가상의 돈을 사용할 수 있다. 소방관 택배기사 청소원 등의 일을 하고 돈을 벌면 피자가게 과자가게 등에서 재료비 명목의 돈을 내고 체험을 할 수 있다.진로설계관에서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직업을 찾아볼 수 있다. 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사들이 현장에서 진로를 설계해 준다. 장의성 잡월드 이사장은 “주5일 수업제 실시에 맞춰 진로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재미뿐 아니라 그 이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준비하면 즐거움 ‘두 배’잡월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미리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약은 필수다. 전체 입장권의 90%를 온라인(www.koreajobworld.or.kr)으로 예약판매한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회원이 되면 현장시설을 이용할 때 편리하다. 입장료를 내면 직업세계관과 진로설계관을 이용할 수 있다. 두 곳만 제대로 이용하는 데도 2, 3시간가량 걸린다.청소년체험관에서는 1∼5부에 걸쳐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자신이 원하는 체험실을 미리 예약하면 1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1회 체험료는 5000원(주말 6000원), 주말에만 운영하는 일부 프로그램은 100분, 1만 원이다. 어린이체험관은 1, 2부로 나뉘어 하루 2회 운영된다. 자유이용권(1만3000원, 주말 1만5000원)을 구입하면 4시간 동안 원하는 체험실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1일부터 시범 운영했는데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학교의 반응이 좋다. 이미 올해 말까지 주중 입장권의 80%가 예약됐다.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는 중고등학교의 신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명순주 잡월드 홍보협력팀장은 “이용 실태를 수시로 파악해 체험시설 및 프로그램을 계속 바꿔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1981년 설립된 교통안전공단은 도로 철도 항공 분야의 교통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교통안전 전문기관으로서 다양한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이 눈길을 끈다. 공단 사회공헌활동은 크게 ‘4愛(애) 운동’으로 집약된다. 교통안전 관련 활동(안전愛), 자연보호 활동(자연愛), 이웃사랑 실천 활동(지역사회愛), 저소득층 후원 활동(소외계층愛)이다. 교통안전 관련 활동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통약자 배려 문화운동’이다.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경우 교통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른바 ‘교통약자’는 보행자뿐 아니라 운전자 입장일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령 또는 장애인 운전자의 경우 일반 비장애인에 비해 순발력 주의력 등이 떨어진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공단이 교통약자 배려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공단은 국토해양부와 함께 ‘교통약자 배려 문화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현재 전국 조직망을 이용하여 지역별 선포식과 함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고령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 대해 다른 운전자들이 우선적으로 배려와 양보를 하자는 내용이다. 공단은 교통약자용 스티커를 직접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또 각 운수사업단체를 통해 사업용자동차 운전자들의 배려와 양보를 당부하고 있다. 교통약자와 관련된 사고를 줄여야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가운데 30위 수준인 교통안전 후진국의 오명을 벗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단이 직접 농기계 점검에 나선 것도 비슷한 이유다. 임직원들은 단순히 모내기나 추수 때 농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업무 특성을 살려 농기계 사고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 직접 시골 마을을 찾아가 경운기 등 농기계를 점검하고 후부반사판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주고 있다. 농촌 방문에는 공단의 숙련된 전문 검사 인력이 총출동하고 직접 개발한 이동식검사차량도 투입된다. 소외계층에 대한 도움의 손길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숙인 무료급식소로 유명한 ‘민들레 국수집’과 안산시 군자사회복지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지원하고 있다. 민간복지단체와 함께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무료급식 봉사와 생필품 지원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가정의 달에는 관내 사회복지시설의 어린이 노인 등을 위한 위로공연도 열었다. 최근 화두가 된 동반성장 강화도 공단의 주요 정책 목표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고졸인력 입사에 따른 직제 및 보수체계 관련 규정을 고쳤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채용인원 68명의 25%인 17명을 고졸 출신으로 뽑았다. 장애인 직원도 총 38명으로 법정 의무고용비율(3%)을 준수하고 있다. 또 이사장을 위원으로 하는 ‘TS동반성장협의회’를 구성해 공단과 협력업체 간 ‘윈윈(win-win)’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일영 공단 이사장은 “공단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의 강화와 동반성장의 지속적 추진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결혼이주여성 출신인 이자스민 씨(34·여)의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 당선은 대한민국 다문화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본격적인 국제결혼 역사가 10여 년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씨의 국회 입성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실로 크다. 물론 아직도 가정폭력이나 무관심, 사회적 고립 등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씨처럼 대한민국 주류 사회에 진입해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사례도 분명 늘어나고 있다. 성공을 꿈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다문화 정치인’으로 살아온 2년 이 씨보다 먼저 ‘다문화 정치인’의 타이틀을 얻은 이라 경기도의원(35). 지방의회와 국회라는 차이가 있지만 2년간 한국 정치를 경험한 선배 정치인이다. 몽골 출신의 그는 2003년 결혼해 한국에 왔고 2008년 국적을 취득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 성남에서 성을 따 ‘성남 이씨’로, 이름은 부르기 편하도록 외자로 지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경기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1번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현재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평범한 ‘외국인’ 주부였던 그의 삶은 달라졌다. 거의 매달 진행되는 의사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1년 내내 임시회와 상임위 활동, 정기회와 행정사무감사, 당내 일정이 이어진다. 그는 “처음에 비해서는 많이 적응했다. 이제는 일을 하면서 학교 공부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강남대에 편입해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다. 여야 간에 또는 같은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고 심하면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한국 정치. 그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신중함과 소통이 원칙이란다. 그는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처신하려 한다. 여러 번 묻고 두세 번 듣는다. 서두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하면 실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 의원은 “의정활동을 통해 다문화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며 “다문화가정도 당장 돕는 것 못지않게 멀리 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베트남댁’, 대학 강단에 서다 전정숙 씨(38)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것은 2002년 5월. 한국 사회에서는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였다. 전 씨가 살던 경기 안성시는 물론이고 주변에도 변변한 한글교실 한 곳 없었다. 한국에 오기 전 ‘엄마’라는 한 단어만 배워온 전 씨는 독학으로 한글을 익혔다.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한국음식 요리법 등 살림을 배우면서 말과 글을 늘렸다. 다행히 모국에서 4년간 중학교 영어교사를 한 경험이 있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 씨는 자신의 경험을 다른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했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곳곳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지역복지관이 들어섰다. 그는 시설들을 찾아다니며 통역과 번역 봉사활동을 했다. 살림과 육아, 봉사활동까지 하는 틈틈이 공부를 해 미용 재봉틀 컴퓨터 등 각종 자격증도 땄다. 2006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2년 뒤에는 평택대에 편입해 디지털응용정보학을 공부했다. 이어 대한민국 다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2010년 같은 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2년간 다문화가족복지를 공부했다. 올 2월 평택에 있는 국제대에서 베트남 중국 등 5개국 출신 외국인 교수(전임강사)를 공개 채용했고 전 씨는 당당히 합격했다. 국제대 대외협력처 안병준 팀장은 “초기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이 조만간 대학에 진학할 것을 염두에 두고 채용했다”며 “다른 대학을 모두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결혼이주여성이 정식 대학 교원이 된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요즘 2학기 강의 개설을 준비하며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그는 “이민자, 다문화가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그들이 사회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려면 배움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사람은 차별받지 않는다” 팜튀퀸화 씨(32·베트남)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청 외국인생활지원과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 지원이 그의 업무다. 2005년 결혼과 함께 한국에 온 그는 현재 서울대 국어교육과에서 석사 과정도 밟고 있다. 팜 씨는 “지난해 공무원 채용 공고를 보고 ‘나도 한국을 위해 일하고 싶다’, ‘다문화가정 여성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보자’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한 장짜리 공문서 만들기도 쉽지 않았고 민원인을 대할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개인별 성과를 내고 평가를 받는 시스템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정말 공무원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는 공공마인드가 강해 늘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편견도 이겨내야 했다. 동료들은 모두 따뜻했지만 일부 민원인은 여전히 ‘의아하다’는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심지어 “개나 소나 공무원 하느냐”는 비아냥거림도 전해 들었다. 팜 씨는 “국적보다 개인을 먼저 봤으면 좋겠다”며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열심히 살아온 사람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래도 한국의 다문화 수준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시선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아시아 각국에서도 학력 높은 인재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사회 진출을 원하는 결혼이주여성도 늘고 있다. 팜 씨는 이런 여성들에게 늘 “관심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라”고 조언한다. 평소 경험에서 우러난 ‘탁월한 사람은 차별받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팜 씨는 “처음 맡은 업무는 외국인 밀집지역 모니터링과 의견 수렴 정도였지만 계속 공부하고 전문성을 쌓자 다른 업무까지 돌아왔다”며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전문가가 돼야 당당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이주여성 취업률 37%… 평균임금 月 108만원 ▼국내 다문화가정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부터다. 그전까지만 해도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자였다. 따로 통계도 잡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결혼한 부부 10쌍 가운데 1쌍이 다문화가정일 정도로 결혼이주여성은 급증했다. 국회의원, 교수, 공무원 등 한국 사회 주류로 진입하는 결혼이주여성도 생겨났다. 지역 사회에 관심을 갖고 봉사에 나서는 결혼이주여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서려면 ‘자립’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대다수 출신국가인 중국이나 동남아는 한국보다 여성 취업률이 높기 때문에 결혼이주여성이 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그러나 2009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결혼이주여성의 비율은 36.9%로, 한국 여성보다 20%포인트가량 낮았다. 일자리의 질도 좋지 않다. 서비스직이 29.4%, 단순 노무직이 18.6%였으며 평균 임금은 108만 원이었다. 취업에 성공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정말 한국인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 대상자일 땐 몰랐는데 자립하고 세금을 내면서 떳떳해졌다는 것이다. 쉬리 씨(34)는 인천 강화군 강화중학교에서 과학보조교사로 2년 동안 일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강화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알선받았다. 빚도 갚고 적금도 부으면서 경제적 안정을 찾는 기쁨도 컸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생겼다는 게 더 기뻤다고 한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공장이나 식당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나 통역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은 요즘 쉬리 씨를 소개할 때 “이사람 선생님이에요”라는 말부터 한다. 이웃들의 시선도 전보다 따뜻해졌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유쿠타케 미나코 씨(42)는 부산 사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의료관광코디네이터 과정을 수료한 뒤 취업에 성공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병원을 찾으면 접수 상담 치료 수납의 전 과정을 도와준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일을 하면서 가족 간의 유대가 더욱 돈독해졌다. 초등학생 자녀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고, 남편과의 대화거리도 풍성해졌다.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을 하게 되면 자존감을 회복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며 “한국어에 능숙해지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원봉사 등 사회 참여 활동을 통해 이런 능력을 길러가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수원지검 공안부(부장 김영규)는 최근 논란이 된 ‘김문수 경기도지사 대선 홍보문건’과 관련해 11일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경 수사관 5, 6명을 도청 대변인실 등에 보내 도정 관련 홍보물과 각종 계획서 그리고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 앞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문건 작성 목적 및 경위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도선관위는 지난달 경기도청에서 ‘김 지사가 대선에 출마해야 할 이유’ ‘서민적 이미지 부각 방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비교’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이 잇달아 발견되자 조사를 벌여왔다. 김 지사는 최근 “문건을 알지 못하지만 조사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제가 저지른 죄이고 피해자에게 너무 미안해서…거짓말 안하고 바른 말 하기로 했습니다.”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피고인 오원춘 씨(42·사진)가 11일 오전 10시에 열린 첫 공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판장이 “강간 시도 부분은 증거가 불충분한데 왜 인정하느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동훈)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오 씨는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그는 이날 재판장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나지막하게 “예”라고 답했다. 한국의 법정 분위기가 어색한 듯 이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살해 및 시체 훼손 이유는 ‘우발적’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장이 “(성폭행 실패로) 기분이 나빠 살해할 생각이 들었냐”고 묻자 질문의 뜻을 착각한 듯 처음에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이내 “맞다”며 말을 바꿨다. “범행을 은폐하려고 살해한 것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고개를 절래 흔들며 “그건 아니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에버랜드 오늘부터 한달간 장미축제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는 11일부터 약 한 달간 장미축제를 연다.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1985년 시작해 올해로 27주년을 맞았다. 이번 축제에서는 850여 종 100만 송이의 장미를 선보인다. 올해는 유럽식 노천축제 방식을 도입해 장미를 테마로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장미축제 개막과 함께 본격적인 야간개장이 시작돼 평일에도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단국대-中베이징대 교류 협약 단국대는 중국 베이징대와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장호성 총장과 저우치펑(周其鳳) 총장은 8일 베이징에서 만나 학생 및 교원 파견, 공동 학술연구 등 실질적인 교류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장 총장은 “단국대의 동양학 분야와 베이징대의 인문사회학 분야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경기 가평의 자라섬은 물이 안 빠져 비만 오면 진흙탕으로 변하던 곳이었다. 장맛비라도 내리면 금세 물바다가 됐다. 물이 빠지면 밀려온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남았다. 폐허나 다름없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자라섬은 전 세계 재즈아티스트들이 손꼽는 꿈의 무대로 변신했다. ○ 진흙탕 섬이 재즈천국으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인재진 씨(47·호원대 방송연예학부 교수)가 자라섬을 처음 찾은 것은 2003년. 황량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는 것이 당시 인 씨의 심경이었다. 그러나 외국의 전통 있는 재즈페스티벌처럼 아기자기한 축제를 연다면 꽤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면 물에 잠겼던 섬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오히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1년을 준비한 끝에 2004년 가을 첫 재즈페스티벌이 열렸다. 인 씨가 인맥을 총동원해 섭외한 150여 명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폭우 속에 열린 제1회 페스티벌은 3000여 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8회 페스티벌이 열렸다. 국내 50여 개, 해외 20여 개 등 21개국에서 80개가 넘는 팀이 참가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관광객이 90만 명에 이르며 이제는 아시아 최대의 재즈축제로 자리 잡았다. ‘재즈 막걸리’ ‘재즈 와인’이 등장하고 미용실과 모텔에도 ‘재즈’라는 간판이 걸리는 등 오지나 다름없던 가평은 이제 ‘한국의 뉴올리언스(미국 재즈의 고향)’로 변하고 있다. 재즈페스티벌은 내년이면 10년을 맞는다. 현재의 틀을 유지할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인 씨는 “예술축제를 한 10년 정도 하면 변화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며 “축제기간을 늘리거나 계절별 축제를 벌이는 것 등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운 길 10년 가까이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면서 자라섬의 모습도 180도 바뀌었다. 66만2000m²(약 20만 평) 규모의 자라섬은 거대한 생태체험장으로 탈바꿈했다. 계절마다 다양한 야생화가 섬 곳곳을 장식한다. 갖가지 형태의 캠핑카가 들어선 캠핑장은 마치 유럽의 휴가지를 연상케 한다. 2009년에는 3만5000m²(약 1만600평) 규모의 이화원(二和園)이 문을 열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영남과 호남, 한국과 브라질의 화합을 주제로 한 식물원이다. 전남 고흥군이 주산지인 유자나무와 경남 하동군의 녹차나무가 함께 재배되고 한국과 브라질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커피나무도 있다. 자라섬 외곽을 따라 조성된 강변길은 화려하지 않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6km 정도의 길을 걷다 보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북한강 굴봉산 그리고 경춘선 열차까지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인 씨는 거의 매일같이 이 길을 걷는다. 휴일에는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다. 그는 5년 전 가평으로 아예 이사 왔다. 자라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직접 집을 지었다. 인 씨는 “아내가 국내에 있을 때에는 가급적 일정을 잡지 않고 가평에 머무른다”며 “강변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가 특히 아내 같은 사람에게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유명 재즈가수 나윤선 씨(43)다. 나 씨는 1년 중 절반 정도를 공연차 해외에 머무른다. 북한강과 맞닿은 강변길 끝자락은 강태공들이 몰리는 낚시 포인트다. 인 씨는 “낚시를 해도 좋고, 캠핑에도 좋고, 그저 한 바퀴 걷기만 해도 좋은 곳”이라며 “혼자서 오면 나만 알고 있는 낚시 포인트를 알려줄 수도 있다”며 웃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차병원그룹이 의약품 도매업체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분당차병원과 약품 도매상인 D사를 압수수색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3년간의 회계 관련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정밀분석을 하고 있다. 또 강남차병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함께 분석하고 있다. D사는 제약업체가 생산한 의약품을 차병원그룹에 납품하는 도매업체. 지난해 매출 규모는 500억 원대에 이른다. D사 전체 거래량의 70% 정도가 차병원그룹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측의 거래 과정에서 차병원그룹 고위 간부가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간부는 D사 소유의 에쿠스 승용차를 장기간 빌려 탄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대가성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에쿠스 승용차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 3월경 관련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여왔다”며 “압수한 자료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자를 불러 불법성 유무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와 관련해 차병원그룹 관계자는 “현재 자체적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차병원그룹의 이른바 ‘남매의 난’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차병원그룹은 설립자인 차경섭 이사장(93)의 둘째 딸 광은 씨(63·전 차의과학대 대외부총장)와 막내아들인 광렬 씨(60·차병원그룹 회장)가 병원 경영권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갈등을 빚었다. 급기야 2011년 투자회사 설립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뒤 광은 씨가 병원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바 있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