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도발 행동을 지속할 경우 다음달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릴 예정인 관련국 외무장관 회담에 더해 국방장관 회담을 동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15일 뉴욕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회담했을 때 이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주최하는 외무장관 회담은 한국 전쟁 당시 유엔군을 파병한 미국과 캐나다, 그리스, 남아공 등 16개국과 한국, 일본, 인도를 합해 모두 19개국 외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 더해 군사적 대응을 연상시키는 국방장관 회담을 검토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국제적인 포위망을 구축하고 핵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경 자세를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당시 회담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의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행동이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되는 데 우려를 나타내며 “상호 생각을 잘못 읽지 않도록 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대화의 문을 계속해서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고 해서 대북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장관 회담이 실현되면 일본에서는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참석 요청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한국전쟁 유엔 참전국을 중심으로 한 관련국 외무장관 회담에 국방장관 회담까지 개최되면 북한 및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을 파병한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16일 오전 9시 지바(千葉)현 니시후나바시(西船橋)의 한적한 주택가. 20평 규모의 낡은 목조주택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포클레인이 한쪽 벽면을 부수기 시작하자 인부 한 명은 준비한 호스로 물을 뿌려 먼지를 철저히 흘려냈다. 자식들은 이미 다 떠나고 노부부가 살다가 한 명씩 세상을 뜬 뒤 10년간 비어있던 집이다. 공사 기간은 12일부터 27일까지, 비용은 200만 엔 정도 든다. 인근 주민 가와다 아키라(川田悤·85) 씨는 “몇 년 전부터 주변 주민들이 ‘불이라도 나면 어쩌느냐’며 문제 제기를 해왔다”며 “이 동네 여기저기에 이런 빈집이 많다”고 말했다. 현장 작업을 이끈 소가베 유이치(曾我部裕一) 유타카산업 주임은 “철거 의뢰가 몰려 토요일에도 작업하고 있다”며 “집은 사람 손을 타지 않으면 망가진다. 인구 감소는 이런 부분에서도 그림자를 드리우는 셈”이라고 말한다. 급증하는 ‘빈집’이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5년마다 실시하는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빈집은 약 820만 채로 전체 가구수의 13.5%를 차지했다. 베이비붐 세대(1947∼1949년생)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경에는 상속 급증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후지쓰(富士通)종합연구소는 2033년이면 일본의 빈집이 전체 주택의 30%인 2015만 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인구 감소와 핵가족화, 교통이 편리한 도심과 새로 지은 집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라이프스타일도 영향을 끼쳤다. 경제성장기, 도심 외곽에 마이 홈을 짓고 마이카를 장만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1990년대 버블 붕괴를 경험한 젊은 세대는 처리에 비용만 들어가는 부동산을 굳이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인구의 도심 집중에 따라 지방은 더욱 상황이 열악하다.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주택과 땅이 늘면서 부동산은 흔히 부동산(負動産)이라 불리는 처치 곤란한 존재가 됐다. 주인 없는 땅도 늘고 있다. 6월 ‘소유자불명 토지문제연구회’에 따르면 일본 전체 면적의 9분의 1에 이르는 토지가 명의자가 사망한 뒤 미등기 상태거나 명의자와 연락이 두절돼 있다. 수십 년 전 수백만 엔을 주고 산 땅을 단돈 10만 엔에 팔아치우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노부부의 사례나 불필요한 땅을 지자체에 기부하게 해달라며 소송을 일으켰다가 패소한 사연들이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상점가와 주택가에 듬성듬성 끼어 있는 빈집은 마을의 미관을 해치고 활기를 빼앗는다. 방범 문제는 물론이고 화재나 지진 등 사고 시의 대책 때문에 이웃에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빈집대책특별조치법’을 전면 시행해 붕괴 우려가 있는 ‘특정빈집’ 약 6400채에 대해 주인이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이 강제 철거한 뒤 철거비를 청구하고 있다. 지역 단위에서는 쓸 만한 빈집을 활용해 민박, 보육시설, 지역민들의 모임 장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2014년 도쿄도에서 유일하게 ‘2040년 소멸가능구가 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도시마(豊島)구가 대표적 사례다.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젊은이들을 불러들이고 마을의 활력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카페 겸 민박 ‘시나 앤드 잇페이’는 그런 노력의 결과로 탄생했다. 빈 가게로 방치됐던 돈가스집을 주민들이 출자한 회사 ‘시나타운’이 1200만 엔을 들여 리모델링해 2년 6개월간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15일 찾은 카페는 낮 시간에는 아기들을 안고 온 젊은 엄마들의 사랑방이 돼 있었다. 7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온 미야우치 요코 씨는 “다다미 바닥이어서 아기를 눕혀놓고 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다”며 “젊은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고 말한다. 돈가스집 시절부터 이곳 앞을 지나다녔다는 마스다 나나 씨는 “방치됐던 빈집이 어느 틈에 멋진 공간으로 변신한 게 놀랍다”며 “동네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카페 2층에 마련된 민박은 저렴한 요금에 일본 서민들의 생활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지난해 숙박객이 900명을 넘겼다. 이들은 일본식 작은 다다미방에 이불을 펴고 자고 공용 화장실을 쓰며 ‘센토’라 하는 서민목욕탕을 찾는다. 이 사업을 주도한 히가미야마 고이치(日神山晃一) 시나타운 대표는 “우리 마을을 우리가 살린다는 노력의 하나”라며 “시나타운의 장점은 도쿄의 보통 사람, 서민의 일상을 도처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덕일까. 도시마구는 지난해부터 인구가 다시 늘어 ‘소멸가능구’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도쿄·지바=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과 중국 정상이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합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22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북한이 추가 도발행위를 할 경우 석유 공급을 제한한다’는 대목에 중국이 동의한 것은 이 같은 미국과 중국 정부 간 협조의 성과라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 9일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의 이행 상황과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정보 공유를 추진하기로 했다. 유사시에 대비해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중국군 북부전구와 서울 주한미군사령부 사이 핫라인도 설치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1시간 반 동안 북한 문제를 집중 논의하면서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할 수 없으며 △핵을 포기할 때까지 압력을 높이고 △제재 등 조치에 투명성을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중국의 대북제재 및 규제와 관련해 상무, 세관, 금융당국이 각각 미국 정부에 몇 주∼몇 개월마다 이행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신문은 중국이 협력을 계속하는 한 미국은 군사행동 등 단독 행동에 나서는 데 더욱 신중하기로 하고, 중국이 주장하는 대화에 의한 문제 해결에도 이해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벤 카딘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24일(현지 시간) 이 결의에 대해 “주요한 업적(major accomplishment)”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이례적으로 치켜세웠다. 카딘 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번 제재는) 분명히 매우 강력한 진전이며,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원유 공급 상한선(연간 400만 배럴)을 특정하고 대북 원유 공급 보고, 불법 화물 적재 해상 검색 등의 대북 원유 감시망을 대폭 강화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화재 참사를 일본 언론들은 크게 다뤘다. 특히 방송들은 현장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도를 이어갔다. 활활 타오르는 건물, 건물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는 장면 등은 시청률을 높이는 데 좋은 소재일 것이다. 그런데 공영방송 NHK는 화재 현장을 평창 올림픽과 연관지었다. NHK는 21일 밤 뉴스에서 “제천은 인구 13만의 지방 도시로 내년 2월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남서로 약 30km 떨어져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플라자까지는 80km가 넘는다. 22일 오전 뉴스에서는 “22일 제천에서 성화 릴레이가 벌어질 예정이었으나 화재로 많은 희생자가 생겨 중지됐다”고 추가했다. 이날 TV아사히의 보도 버라이어티 ‘하토리 모닝쇼’도 화재 소식을 상세히 다뤘다. ‘평창 인근 도시에서 화재 참사’라는 제목을 달아 10분 이상 화재 영상을 틀고 사고 경위와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했다. 역시 제천이 평창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며 이날 예정됐던 성화 릴레이가 취소됐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수시로 ‘평창이 갈 곳이 못 된다’는 식의 방송을 해왔다는 점이다. 지난주 ‘평창 특집’에서도 평창에 가려면 비행기로 인천이나 김포공항에 내려 다시 한반도를 가로질러야 하며, 고속철도가 개통될 예정이지만 공사 과정에서 사고가 속출하는 등 안전이 의심된다고 했다. ‘평창 기온이 체감 온도로 영하 10도 이하인데 경기장에는 지붕이나 난방 시설이 없어 극한 체험을 해야 한다. 가설 경기장이라 관람객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무너질 우려가 있다. 바가지요금 때문에 숙소를 구할 수 없고 일본 여행업협회에서 내놓은 상품의 1인당 참가비가 80만 엔(약 762만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평창에 가지 말라”고 말하지 않을 뿐 방송을 본 사람이 평창에 갈 엄두를 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더해 제천 참사는 평창에서 가까운 숙소를 찾는 일본인의 마음에 불안감을 더했다. 일본인의 평창 올림픽에 대한 감정은 매우 좋지 않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실린 세계 지도에서 일본 열도만 지워져 감정이 상했고, 북한의 위협 때문에 전쟁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27일로 예정된 위안부 합의 재검증 발표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평창 방문 카드를 이용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평소 겨울올림픽의 인기가 높은 일본이지만 평창에 가서 경기를 관전하자는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조성에 언론의 선정적 여론 몰이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내년은 일본에서 1868년 메이지 연호가 시작된 지 150주년 되는 해다. 메이지유신 시대는 일본 역사가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인 낭만적인 시기다. 서쪽의 ‘촌놈’들이던 조슈(현재의 야마구치현)와 사쓰마(가고시마현)의 젊은 사무라이들이 메이지 덴노(天皇)를 내세워 260년 에도 막부를 무너뜨리고 새 국가체제를 구축했다. 이런 과정에서 풍운처럼 살다간 유신 주역들의 삶의 역정은 ‘료마가 간다’ ‘언덕 위의 구름’ ‘바람의 검심’ 등 소설과 만화, 드라마의 소재로 사랑받아 왔고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껍다. 실제로 그들이 일본의 주도권을 쥔 데는 획기적인 근대화의 성취, 그 과정에서 보여준 진취적 개혁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삐딱하게 보자면 이 시기는 일본이 침략팽창주의로 방향타를 잘못 잡은 출발점이기도 하다. 메이지유신의 사상 기반을 제공한 요시다 쇼인이 일본의 미래를 대외팽창에서 찾았고, 이에 심취한 젊은 제자들이 나라의 키를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조슈의 패권은 이후 150년 동안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여름 아베 신조 총리가 지지율 급락으로 궁지에 빠졌을 때, 일본의 한 원로 기자는 “아베 총리, 아니 그 어머니 요코 여사(기시 노부스케의 딸)의 염원은 ‘메이지 150주년’인 내년까지 총리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일본의 초대 총리는 이토 히로부미였고 메이지유신 50주년은 조선총독을 지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 100주년은 사토 에이사쿠 등 소위 ‘꺾어지는’ 해의 총리는 모두 조슈 출신이었다. 150주년의 해에 아베 총리가 건재하다면 말 그대로 “일본의 근현대사는 조슈가 이끌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반대로 일본 내에서 조슈 패권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가령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막대한 피해를 본 후쿠시마 등 도호쿠 지역은 메이지유신 과정에서 벌어진 보신전쟁에서 막부의 편에 선 대표적인 적군 지역이다. 이들 적군 지역의 한(恨)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여름 한 주간지는 “일본의 원전 54기 중 46기가 적군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4월 일본의 부흥상이 “(대지진 장소가) 도호쿠 지방이라 다행”이란 망언으로 단칼에 목이 날아간 일도 따지고 보면 뿌리 깊은 역사적 배경을 가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2017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일본에서 ‘메이지 150년’은 생각만큼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2015년부터 ‘150주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어쩐지 숨어서 일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NHK가 내년 대하드라마 주인공을 사쓰마 출신 사이고 다카모리로 정한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차세대 육상배치형 ‘이지스 어쇼어’ 2기가 북쪽은 아키타, 남서쪽은 야마구치의 하기시에 각각 배치될 예정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하기’는 말 그대로 요시다 쇼인이 쇼카손주쿠를 세운, 메이지유신의 정신적 태동지다. 나아가 내년까지 야마구치현에 자리한 이와쿠니 기지는 전투기 120대가 결집해 미군의 극동 최대급 항공기지가 될 예정이다. 우연이겠지만 상징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그간 아베 총리를 지원하는 우익 세력들은 메이지 헌법을 이상적인 헌법으로 여기고 패전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당장 아베 총리 주변의 보수계 인사들은 메이지 덴노의 탄생일인 11월 3일 ‘문화의 날’의 명칭을 ‘메이지의 날’로 바꾸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질서에서도 일본의 재무장이 용인되면서 아베 일본호가 메이지유신의 정신을 어떻게 살려 나갈지 관심이 간다.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미사일방어 대상에 탄도미사일 외에 순항미사일 등을 포함하는 미군의 ‘통합방공미사일방위(IAMD)’ 구상을 도입하려 한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IAMD는 미국 국방부가 순항미사일이나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에 발표한 구상이다. 신문은 일본이 최근 도입을 결정한 육상형 이지스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도 그 일환이라고 전했다. IAMD 구상은 내년 말 수정할 일본의 ‘방위대강’에 포함될 예정으로 19일 각의에서 결정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5일 한 강연에서 방위대강 개정에 대해 “나라를 둘러싼 엄혹한 현실에 맞서 종래의 연장선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방위력의 모습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해 방위 구상을 과감하게 수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일본은 현재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SM-3’와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으로 미사일방어 체제를 갖추고 있다. IAMD는 여기에 더해 순항미사일이나 무인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바다와 공중, 우주 등에서 요격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핵심은 차기 요격미사일 SM-6다. 현행 SM-3는 탄도미사일밖에 대처할 수 없지만 SM-6는 이지스함과 이지스 어쇼어에 배치해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요구서에 SM-6의 시험탄약 취득 비용으로 21억 엔(약 204억 원)을 배정했다. 미군 IAMD가 도입한 이지스함이나 육상설비, 항공기를 네트워크로 통합해 정보를 공유하는 ‘니프카(NIFC-CA)’ 시스템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방어 대상을 확대하려는 이유로 중국의 위협을 든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마하 5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신형 순항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문은 앞으로 미군과 자위대가 어떻게 연대해 IAMD 구상을 실현해 가느냐가 초점이라며 “자위대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미군과 함께 목표를 탐지하는 ‘눈’을 늘려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미국 측 정보에 근거해 자위대의 이지스함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일본 헌법 9조가 금한 ‘무력행사의 일체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신문은 고도화된 미사일을 어느 정도 요격 가능한지 기술적으로도 명확하지 않은 데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돼 일본 정부 내에서도 IAMD 도입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이 부르는 게 값이다.” 일본이 2019년부터 도입할 계획인 육상배치형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 ‘이지스 어쇼어’의 가격이 1000억 엔(약 9626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방위성이 12일 밝혔다. 당초 예정됐던 1기당 800억 엔(약 7703억 원)보다 200억 엔 비싼 가격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탄도미사일 방위(DMB)를 위한 최신 장비 도입을 계속해 온 일본에서는 부풀어 오르는 방위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8년도 일본 방위예산은 5조1500억 엔 전후로 6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2019년부터는 이지스 어쇼어 2기분의 비용이 더해진다. 마이니치신문은 13일 2004∼2018년 일본 미사일방위 예산이 누계로 2조 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2004년 이후 이지스함 탑재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SM3와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 고성능 레이더 등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약 1조8450억 엔을 지출했다. 2018년에도 사거리를 늘린 신형요격미사일 SM3블록2A와 패트리엇 개량형, 레이더 구입 정비 등에 약 1791억 엔의 예산을 올렸다. 문제는 이 같은 장비가 모두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해외군사판매(FMS) 형태로 팔려 “미국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점이다. 일본 언론은 향후 각종 첨단 장비와 그에 따른 운용시스템까지 도입하면 향후 방위비가 더 부풀어 오를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런 문제점은 8월 미국 노스럽그루먼사가 제작한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UAV) 3기의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한 차례 드러난 적이 있다. 2020년까지 글로벌호크 3대를 도입하려던 일본 방위장비청은 당시 도입 중단을 포함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비용 상승이 가장 큰 이유였다. 방위성은 당초 3기 본체와 지상 장비 도입에 예산 약 510억 엔을 배정했으나 4월 미국 측에서 “부품 재고가 없다”며 23% 증가한 630억 엔을 통보해 왔다. 일본 판매용 글로벌호크 탑재 레이더의 재고가 바닥나 개발 업체가 대체품을 개발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든다는 이유였다. 일본에 인도하는 일정도 당초 2020년 3월에서 2021년 7월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방위장비청 자체 규정에 따르면, 고가 장비의 도입 비용이 예상보다 15% 이상 늘어나면 계획을 재검토하고 25% 이상 오르면 중지를 검토한다. 그러나 8월 말 방위성은 “북한 등 감시에 불가결하다”며 글로벌호크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굳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임금 인상과 설비 투자를 촉진하는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안을 확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2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평균 임금을 전년 대비 3% 이상 올리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내 설비 투자와 직원 교육비를 일정 금액 이상 늘린 경우 임금 인상분 총액의 최대 2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준다. 기존에는 2% 이상 임금을 올린 경우 최대 12% 감세 혜택을 줬다. 2020년까지 한시적인 조치로 14일 결정되는 내년도 ‘여당세제개정대강’에 반영될 예정이다. 2018년도 법인세 실효세율은 29.74%로 떨어질 예정이지만 여기에 임금 인상 등으로 추가 세금 우대를 받으면 실질 세율은 25% 정도까지 내려간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 기술에 5000만 엔(약 4억8100만 원) 이상 투자한 경우 감세 혜택을 더 받아 세율을 20% 정도로 낮출 수 있다. 반면 업적 부진 기업이 아닌데도 평균 급여 지급액이 전년도 이하이거나 임금 인상과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은 기존 감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중소기업은 1.5% 이상 임금을 인상한 경우 임금 인상 총액의 15%를 감세해 준다. 2.5% 이상 임금 인상과 인력 투자를 한 기업은 감세액을 최대 25%까지 확대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 테러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11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개막까지 3년이 채 남지 않은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19년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럭비 월드컵 등을 앞두고 이날 국제테러대책 추진본부에서 테러 대책 추진요강을 확정하는 등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테러 대책 추진요강은 “갖가지 형태의 테러를 상정한 대책을 신속하게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7가지 구체적인 대책을 내걸었다. 이 중 정보 수집 분석 강화책에서는 경찰청이나 외무성 등 관련 11개 부처가 각기 보유한 국제테러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테러대책 정보공유센터’를 내년 여름 내각관방에 신설하고 테러 의심이 드는 사안의 해명에 노력한다고 정했다. 또 테러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폭발이나 총격에 의한 외상을 치료하는 외과 의사를 양성하고 의약품 공급 체제를 구축하며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이송 체제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호텔 등 숙박시설에 비해 관리가 취약할 수 있는 ‘민박’이 테러리스트에게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적정한 운영 방법을 확보하고 불법 민박에 대해서는 단속을 철저히 하기로 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일본 역사문제에 대한 비판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지지통신이 11일 전했다. 하기우다 대행은 10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지구당 대회에서 한 인사말에서 “전후(戰後) 72년이 됐는데도, 72년 전의 역사를 끄집어내 비판한다. 이래서 (일본이) 국제사회 속에서 때로는 뭇매를 맞는다”며 “이건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72년 전의 역사’를 비판하는 주체나 구체적인 사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위안부 강제 동원이나 난징(南京) 대학살 등 일본의 침략전쟁 당시 만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한국과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통신은 지적했다. 하기우다 대행의 이런 발언은 현 정권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베 총리는 겉으로는 “한국은 일본과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내세우면서도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등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여 왔다. 하기우다 대행은 아베 총리의 친구가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에 대한 수의학부 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학 스캔들’의 한 축으로 지목되기도 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은 매년 여름 전통 등(燈) 축제인 ‘네부타 마쓰리(祭)’가 열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한국인 남모 씨(38·회사원)가 일본 여행 중 아오모리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축제가 끝난 늦가을이었다. 하지만 이 축제를 주제로 설립된 현지 박물관에 들러 수십 점의 다양한 전통 등과 현장 사진들을 보면서 마치 축제에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지역 대표 특산물인 사과 관련 상품을 파는 대형 상점 ‘에이 팩토리’엔 사과를 이용한 요리 레스토랑까지 마련돼 있어 젊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남 씨는 “일본에 오면 지역에 얽힌 역사와 전통 같은 ‘스토리’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또 (일본에) 가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일본도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중국의 관광 보복을 겪었다. 2012년 9월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국유화하자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본 관광을 금지시킨 것이다. 10월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4% 급감했다. 하지만 일본은 아오모리현처럼 특색 있는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식 관광 상품과 마케팅으로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화장과 헤어스타일까지 체험할 수 있는 기모노 대여 서비스, 옛날식 극장인 메이지자(明治座)에서 공연하는 일본 전통 예능 관람 상품 등은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남 씨처럼 문화 체험을 통해 ‘일본만의 특색 있는 스토리’에 매력을 느낀 관광객들 덕분에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재방문율은 61.6%를 기록했다. 한국(38.6%)보다 23%포인트나 높다. 중국인 관광객조차도 결국 일본을 다시 찾았다. 2014년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83% 증가해 24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639만 명을 기록했다. 관광비즈니스 전문가 기쿠치 히데로(菊地秀朗) 일본종합연구소 조사부 연구원은 “특히 젊은 관광객들은 일본 문화를 어디에서 체험할 수 있는지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으고 친구들끼리 공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대만이 ‘92공식(九二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의 합의)’ 수용을 거부하자 자국 관광객의 대만 방문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만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5% 이상 줄었고, 약 6개월간 관광산업이 받은 피해만 15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육박했다. 아직도 중국의 보복을 받고 있는 대만은 개별 관광객에 집중해 돌파구를 찾았다. 관광객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관광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한 정보 사이트 ‘Go2 Taiwan’이 대표적이다. 주요 관광지를 도는 셔틀버스와, 교통 티켓으로 사용할 수 있는 ‘iPASS’ 카드를 도입해 개별 관광객의 이동 편리성도 높였다. 특히 이 카드는 전통시장 야시장 등 특색 있는 관광지에서도 통용할 수 있게 했다. 주요 관광지 표지판에는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를 추가했다.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69만 여명으로, 전년 대비 2.4% 늘어 사상 최대였다. 올해도 10월 기준 861만 명이 대만을 찾아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추추이정(邱垂正) 대륙위원회 부주임(차관)은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관광객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무역액도 작년 대비 18%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주성하·김범석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이 목전에 다가오니 5월 도쿄에서 열린 ‘한국관광의 밤’ 행사에서 ‘기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고급 호텔에서 일본 언론인, 여행업 관계자 등 250여 명을 초청해 평창을 홍보하는 자리였다. 초청객 중 최고위급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집권 자민당의 2인자이자 일본전국여행업협회(ANTA) 회장이다. 한국과 중국에 곧잘 친근감을 표하는 인물로 통하는 그가 인사말 도중에 돌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여러분은 자꾸 일본인들이 평창 올림픽에 와야 한다고 하는데, 그 ‘사죄하라’는 말 그만한다면 가겠습니다. 일본인은 요즘 한국 가기 무서워합니다. 기껏 돈 들이고 시간 내서 가면 ‘사죄하라’는 소리나 듣는걸요. 그거 안 한다는 약속만 해준다면 저라도 평창 방문 캠페인에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한국 독자를 자극하는 발언일 수 있으나 보도는 국익 차원에서 백해무익이라 생각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큰 비용을 들여 평창을 홍보하는 자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었다. 이 발언은 일본인의 속내를 잘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09만 명,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230만 명이다. 올해는 방일 한국인이 7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통계를 보면, 방일 한국인보다 많던 방한 일본인 수가 역전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그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연이은 일왕 모독성 발언이 일본 내에 반한 감정을 몰아왔다. 그해 12월 아베 신조 정권이 재탄생한 배경에 이 일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에게 평창 올림픽에 와 달라고 다각도로 요청하고 있다. 아베 총리도 일본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사를 위해서라도 한국과 등을 돌리지는 않으려는 자세가 읽힌다. 하지만 보통 일본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관광공사가 아무리 일본 전역을 돌며 평창 홍보에 애를 써도, “한국인들은 일본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거나 자칫 한국에 갔다가 봉변을 당할 것을 우려하는 일본인들이 부쩍 늘어나 있다. 여기저기에 위안부 소녀상이 서 있고 소녀상을 태운 버스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한국에서 일본인이 환영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까지 겹쳤으니 안전에 민감한 일본인으로서는 안 갈 이유가 많을 것이다. 그동안 일부 일본 언론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반일(反日)’로 단정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일부 국민감정이 있긴 하지만 정부의 의사는 아니다”라며 항의성 설명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더 이상 이런 설명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만찬에 독도새우를 내놓고, 위안부 할머니와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미 관계를 논의하는 자리에 굳이 제3국인 일본을 자극할 소재를 끼워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일본 비하’ 인기 전략에 미국 대통령을 들러리 세웠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청와대에도 외교부에도 의전 전문부서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이런 상황을 연출했을 리는 없으니 더 윗선의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의도했건 아니건 정부가 한일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과연 4개월 뒤 일본 총리를 평창 올림픽 개막식 귀빈석에 초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던 걸까. 나아가 외국인들도 한 국가의 1호 의전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것을 너그럽게 이해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친분이 있는 미국 전문가와 북한 고위 인사의 만남을 빈번하게 제안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더글라스 팔 미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부회장은 산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올해 들어 8차례에 걸쳐 북한 고위 간부와의 만남을 제안 받았으며 가장 최근에는 10월 상순 최선희 북미국장과의 만남 제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팔 부회장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보좌관을 역임한 친공화계 인물이다. 그는 북한 측으로부터의 접촉은 트럼프 정권이 발족한 올 1월 시작됐고, 4월과 8월 한미공동훈련 전후에도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은 팔 부회장이 북한을 방문하겠다면 조선노동당과 외무성 고위 간부와의 만남을 주선하겠으며, 스위스 등 제3국에서 만난다면 최선희 북미국장이 대응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8차례 모두 정해진 의제는 없었으나 “핵무기에 관한 교섭은 하지 않되 그쪽(미국)이 원한다면 논의는 환영한다”는 의향을 전해왔고 팔 부회장은 밝혔다. 북한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한반도를 담당했고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을 가진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상급연구원에게도 방북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있다. 신문은 두 사람 모두 북한의 만남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팔 부회장은 북한 측 의도에 대해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트럼프 정권이 어떻게 나올지를 모색하려 했다는 것이다. 팔 부회장은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국을 도발하는 것과는 별개로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북한은 자신들의 무기 시스템을 설득력 있는 형태로 과시할 수 있을 때까지는 진지한 대화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진지한 대화’의 시점을 6개월~1년 후라고 예상하고 북한이 그때까지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얻기 위해 계속 ICBM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처하기 위해선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 △북한에 대한 비밀공작 강화 △미사일 방어 강화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자위대가 내년 가을 미국 공군이 주도하는 우주안보 가상훈련에 처음으로 참가하기로 하는 등 미국과 일본 간 우주공간에서의 공조가 부쩍 눈에 띄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 공군 우주사령부 등이 실시하는 가상훈련인 ‘슈리버 훈련’에 참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훈련은 2001년 시작돼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참가해 왔다. 훈련은 우주 공간에서 미국, 일본 등의 위성이 전파 방해와 공격을 받은 경우 또는 사이버 공격을 받은 상황을 가정해 이뤄진다. 방위성은 “우주 공간에서 미-일 협력 강화와 일본의 우주 관련 시스템의 기능 향상 측면에서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달 말에는 미국 등이 달과 화성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제 우주탐사 계획에도 참가할 뜻을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20년대 후반에 건설을 계획 중인 새 우주기지에 참여해 일본인 우주비행사의 달 표면 탐사를 실현할 계획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주탐사 협력을 추진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나아가 일본 방위성은 2022년 가동을 목표로 자위대 산하에 우주 상황을 감시할 전담부대 설치를 추진키로 하고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 ‘우주 관련 경비 887억 엔(약 8607억 원)’을 반영했다. 이런 움직임에는 유인 우주기술 습득과 인재 육성, 우주산업 활성화에 더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우주 개발에 나서는 것이 일본의 안보 강화와 연결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일본은 조만간 아베 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우주개발전략본부 회의를 열어 세부 계획을 공식 결정하기로 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1만901명 대 28명. 지난해 이웃 나라 일본의 난민 신청자와 난민 인정을 받은 외국인의 수다. 난민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약 0.3%에 불과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난민을 보다 폭넓게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에서도 근래 들어 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신청자는 2000년 216명에서 2010년 1202명, 2015년 7586명으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난민 수용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치안 악화, 국민의 세 부담 및 행정 부담 증가, 사회 갈등의 심화 같은 문제 등이 단골손님처럼 지적된다. 국가 간 마찰 같은 국제 정치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이 36만2000명에 이르는 유럽은 난민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난민 정책에 따라 정권이 바뀌고 정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유럽은 난민 심사 제도를 보완하고 난민으로 인한 사회 갈등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 일본일본은 난민을 수용하는 대신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일본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 1억7300만 달러(약 1880억 원)를 출연하는 등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난민 지원 기금을 내고 있다. 또 신청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대신 비자를 연장해 주는 형태로 인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은 난민 인정 심사를 기다리는 신청자에게 반년 기한의 비자를 발급하고 기한마다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난민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일본에 머물 수 있다. 난민 심사 신청을 하면 체류자격과 취업자격(신청 6개월 뒤부터)을 얻을 수 있다. 문호를 더 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013년부터 2년간 이의신청 난민들을 심사하는 민간인 ‘난민 심사 참여원’으로 일한 하카타 게이(墓田桂) 세이케이대 교수는 “돈벌이가 목적인 난민 신청자가 적지 않다. 신청자들의 생존 능력이 너무 높았다”며 “일본 사회의 안녕을 생각한다면 신중한 난민 행정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일본의 ‘난민 공포’는 다른 쪽에서 찾아오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속에서 한반도 유사시 수만 명의 북한 난민이 몰려올 경우를 걱정하고 있는 것. 최근에도 일본 정부가 한반도 유사시 규슈(九州) 등의 지역에 임시 수용시설을 설치하고 전염병 예방을 위한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 독일유럽 국가 중 난민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독일이다. ‘난민의 어머니’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월 4연임에 성공하며 난민 포용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국내 갈등의 골이 깊다. 지난달 27일 독일 내 난민에게 우호적인 시장이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이에게 피습을 당했을 정도다. 독일은 보호 필요성에 따라 난민의 등급을 세분해 혜택을 다양하게 적용한다. 이는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완전한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3년 동안 머물 수 있다. 이 기간 독일어 구사 능력이 향상되고 자립하려는 노력이 인정되면 계속 정착할 수 있다. 난민의 가족 역시 교육, 의료 등 각종 기본 권리가 보장된다. 그 아래 단계인 ‘보완적 보호(Subsidiary protection)’로 결정이 날 경우 이들은 1년 동안 비자를 받고 이후 2년마다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완전한 난민 등급과 달리 고국에 있는 가족을 데려올 수 없다. 독일의 경우 2015년 보완적 보호 상태가 전체 난민 관련 결정자 28만2726명 중에 1707명(0.6%)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무려 15만3700명이나 보완적 보호 상태로 지정해 전체 결정자의 22.1%를 차지했다. ● 프랑스프랑스는 입국 120일 안에 난민신청소(PADA)에 가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도록 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PADA에서는 난민 신청자가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곳에 들어간 지 10일 내에 경찰청과 약속을 잡아야 하는데 그동안에는 이 장소에서 머물 수 있다. 가족 신청자와 나 홀로 신청자는 분리해서 수용한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낯선 땅에서 가급적 편하게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프랑스나 독일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난민의 동화 정책이다. 사회 갈등을 줄이면서 동시에 국가 노동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난민은 누구나 무료로 언어는 물론이고 직업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해 언어 교육 예산만 전해의 두 배인 5억5900만 유로로 늘렸다. 30만 명의 난민에게 1인당 660시간씩 독일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액수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후배 폭행사건에 관여한 일본 스모(相撲·일본식 씨름) 스타 요코즈나(橫網)가 “책임을 통감한다”며 은퇴를 선언하자 30일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스모는 일본의 국기(國技)인 데다 요코즈나는 스모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장사로 일본 내에 4명밖에 없었다. 장본인인 하루마후지(日馬富士·33·사진)는 전날 일본스모협회에 은퇴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요코즈나로서 책임을 느꼈다”며 “지지해준 분들께 마음으로부터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일본에서는 스모의 최고위직인 요코즈나에게 공인으로서 엄격한 품격을 요구한다. 그래서 이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이래 일본 언론은 연일 들끓었다. 하루마후지는 10월 26일 돗토리(鳥取)현에서 역시 몽골 출신인 하쿠호(白鵬·32), 다카노이와(貴ノ巖·27) 등 10여 명과 술을 마시다가 다카노이와에게 “예의가 없다” “선배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손바닥과 주먹으로 때리고 리모컨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노이와는 골절과 두개골 파열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그의 스승 다카노 하나(貴ノ花)가 하루마후지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루마후지는 지난달 14일부터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공개 사과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16세 때 일본 스모에 데뷔해 2012년 처음으로 요코즈나에 오른 그가 이날 결국 은퇴를 선언하자 주변에서는 “17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스모계의 스승 격인 ‘오야카타(親方)’로 남기 위해 일본 귀화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게 됐다. 스모협회 관계자는 그의 은퇴에 대해 “매우 큰 손실로 유감”이라면서도 “폭력을 긍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몽골 출신들 사이에서는 별일 아닌 후배 얼차려를 일본인들의 시각으로 문제 삼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루마후지는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자세한 경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사건 다음 날 다카노이와가 나에게 사과하러 와 악수를 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3명의 요코즈나는 2명이 몽골인, 1명이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스모 선수가 불상사로 은퇴한 것은 2010년 2월 당시 최강자였던 요코즈나 아사쇼류(朝靑龍)가 지인을 폭행한 사건 이후 처음이다. 2007년에는 선배들의 폭행에 소년 선수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최저기온이 영하 5도였던 지난달 29일 새벽 평안남도 평성의 한 들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양손을 검은색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초조하게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굳은 얼굴은 지휘감시소(지휘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웃음꽃이 피었다. 모니터엔 대기권 밖으로 뻗은 ‘빨간색 선’(로켓 궤도 추정)이 선명했다. 김정은은 오른손 주먹을 꽉 쥔 채 환호하며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오전 3시 17분 감행된 화성-15형의 발사 전 과정을 김정은이 현지 지도했다고 전했다. “28일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가 완료됐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깊은 밤 현장에 도착했다”고 했다. 흐렸던 평성 일대 날씨가 개자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동식발사대(TEL)가 대기하고 있던 대형 창고부터 찾았고, 발사대가 이동하는 과정, 설치하는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이후 발사장과 멀리 떨어진 지휘소를 찾은 김정은은 발사 순간에는 밖으로 나와 지켜봤다.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미사일을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다. 하지만 미사일 궤적과 상태 등을 보여주는 모니터 4대가 놓인 지휘소 안에 들어와서는 자신감 있는 웃음을 보였다. 국방과학원 전일호 중장 등 미사일 개발 관계자들과 담배를 피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이) 화성-15형 단번 성공에 기쁨을 금치 못하면서 대만족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화성-15형은 서울보다 30분이 늦은 북한 시간으로 오전 2시 47분경 발사됐다. 평양에서 30km 떨어진 평성을 오가고, 발사 전 과정을 체크하느라 김정은은 거의 밤을 새웠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화성-15형 관련) 국방과학원에 매일같이 세심한 지도를 줬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이 이번 미사일 발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29일자 5개 면을 화성-15형 발사 기사와 사진 42장으로 ‘도배’했다. 30일자 1면 사설에서는 “(7월) 화성-14형 성공 후 불과 몇 달 안 돼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성공시킨 것은 남들 같으면 엄두도 될 수 없는 기적 중에 기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조선청사에 길이 빛날 민족의 대경사, 위대한 조선인민의 대승리”라면서 앞으로도 핵과 경제 개발의 병진노선을 고수할 것을 강조했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미국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은 “‘태평양 수소탄 실험’은 북한에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미국의 대응을 봐가며 스커드나 노동,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신문은 30일 북한이 ‘화성-15형’에 이어 신형 SLBM ‘북극성 3호’를 조만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베이징발 기사에서 북한 군수부문에 가까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극성 3호’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곧 발사 실험을 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북극성 3호의 동체는 북한이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에 2기를 탑재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발사했던 ‘북극성 1호’보다 더 날렵해졌다는 정보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또 북한이 전날 발사한 화성-15형은 올 7월에 발사한 ICBM 화성-14형 및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개발한 팀과는 별도의 팀이 연구개발을 담당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화성-15형은 화성-14형의 엔진 4개를 하나로 묶은 구조(클러스터 로켓)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29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떨어지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여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4시경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오전 3시 18분경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1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미사일이 아오모리(靑森)현 서쪽 250km 지점에 떨어진 시각은 오전 4시 11분으로 추정된다. 이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가 역대 최장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이 53분간 1000km 비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로프티드(lofted·고각) 궤도로 발사됐으며 고도 4000km를 훨씬 넘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북한이 발사한 1발의 탄도미사일이 복수로 분리된 모습을 찍은 레이더 항적 등의 정보에 기반을 두고 “이번에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다단식 탄도미사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미사일의 개량형인지, 새로운 미사일인지는 추후 분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오전 6시 1분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각료회의를 열어 정보 수집과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NSC 참석 직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폭거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어떠한 도발 행위에도 굴하지 않고 압력을 최대한 높여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미사일 파괴 조치나 긴급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는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러트) 등의 피난지시 시스템은 가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스가 관방장관은 “미사일이 일본 영토·영해에 떨어지거나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9일 새벽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선 지 약 5시간 만인 오전 8시 30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의 공동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정상 간 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6번째로, 북한의 도발 당일 한미 정상의 통화는 처음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 나감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이라는 기존의 기조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면밀하게 대응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정은이 75일 만에 추가 도발에 나선 배경 파악에 비중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평가와 한미 외교안보 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추가로 협의하자”고 말했다. 북한의 주장처럼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실제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는지 더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갖고 한미일 공조 등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예정된 중국 방문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핵 해결을 위한)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하기 2시간 앞서 오전 6시 30분부터 아베 총리와 통화했다. 아베 총리는 “미사일 발사를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미일, 한미일이 결속해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한 뒤 “압력을 더욱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두 달 넘게 도발 휴지기를 갖고 있는 북한에서 도발 재개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28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7일 미사일 위치정보 등을 지상에 전달하기 위한 전파 신호를 포착하는 등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를 포착했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도 27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도발 임박설을 뒷받침했다. 우리 군 당국 역시 북한 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한미 공조 아래 북한 움직임을 추적 감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보안 사항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이상 징후가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된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8일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은 9월 15일 이후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지만 엔진이나 연료시험을 꾸준히 해 왔다”고 말했다. 9월 ‘태평양상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예고한 북한이 연말연시 전 세계가 축제 분위기일 때에 대형 도발을 감행해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중국 특사단의 제의를 공식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조만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2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정부로부터 쑹타오 대북 특사의 방북 활동 결과를 들은 결과 북한이 모든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경제 제재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중단돼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의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도쿄=서영아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