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다음 달 전쟁 발발 1년을 맞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봄이 되면 대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독일산 주력 전차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전차 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가운데 전차가 투입된다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게임 체인저’가 될지에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3일 “우리는 레오파르트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위해 제조국인 독일에 공급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급 승인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독일의 승인 없이도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제3국이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려면 독일의 승인이 필요하다. 레오파르트2는 사거리가 50km에 이르고, 최고 시속 68km로 달릴 수 있는 디젤 엔진을 장착했으며 연료소비효율이 특히 우수하다. 이 때문에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운용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디언은 “레오파르트2가 100대만 지원돼도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를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레오파르트2 지원을 요청해 왔지만 독일이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해 번번이 지원 계획이 무산됐다. 독일은 내부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반군국주의 전통과 확전 우려 등으로 인해 레오파르트2 지원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폴란드의 요청을 앞두고 독일이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폴란드의 승인 요청 하루 전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탱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우리에게 (탱크 지원 승인 여부를) 묻는다면 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22일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세계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과 나토가 우리 영토를 점령하는 데 쓰이는 무기들을 공급한다면 이는 더 강력한 무기를 이용한 보복을 촉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 집권 이후 팔레스타인 및 아랍 국가들과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경찰이 요르단대사의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 정책이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자 한국을 포함한 유엔 가입 90여 개국은 규탄 성명을 내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17일 갓산 마잘리 주이스라엘 요르단대사가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끄사 사원을 방문하려다가 이스라엘 경찰의 제지로 발길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언론은 이스라엘 경찰이 사전 방문 허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마잘리 대사의 방문을 거부했으며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알아끄사 사원은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 공동 성지다. 요르단에 속해 있다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에 점령됐다. 이후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합의에 따라 알아끄사 사원은 요르단이 주도하는 이슬람 종교 재단 ‘와끄프(WAQF)’가 관리권을 갖고 운영해오고 있다. 성지 내 예배는 이슬람교도에게만 허용한다는 규칙도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등 네타냐후 총리와의 연정으로 입각한 일부 극우 정치인들이 유대인도 알아끄사 사원 예배를 허용해야 한다며 성지 방문을 강행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요르단 외교부는 이번 사태 이후 성명을 통해 “알아끄사 사원 문제에 간섭하는 이스라엘 경찰의 조치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성지 관리 책임은 와끄프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전날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표부는 트위터를 통해 한국 등 90여 개 유엔 회원국이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가혹한 제재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 적법한지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단을 묻는 결의가 193개국 중 87개국 찬성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3월 팔레스타인 주민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자 테러범을 소탕한다며 요르단강 서안 지역 수색을 강화했다. 이후 미성년자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주민과 무장단체원 2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극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의 무력 충돌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아파트가 무너져 내려 최소 21명이 사망하는 등 러시아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은 서방 국가들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 9층 아파트 건물에 러시아가 쏜 로켓탄이 떨어져 지금까지 최소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70여 명이 구조됐으며 이 중 40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실종자 40여 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구조대가 영하의 날씨 속에서 거대한 건물 잔해 속에 깔린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전했다. 미하일로 리센코 드니프로 부시장은 “잔해에 깔린 사람들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며 “중장비 작업을 멈추고 일단 이들이 지르는 비명이나 구조 신호를 듣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에서도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공습경보가 울려 퍼졌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러시아의 주요 기반시설 공습으로 인해 게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은 “다가오는 날들은 매우 어려운 시간들이 될 것”이라며 겨울철 전기와 난방, 수도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총리실은 이날 주력 전차인 ‘챌린저2’ 14대와 AS90 자주포 30여 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폴란드가 독일제 중무장 전차 ‘레오파르트2’ 14대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주력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건 서방에서는 영국이 처음이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영국 해리 왕자 자서전 ‘스페어(spare·사진)’ 내용이 출간 전 공개되면서 영국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자서전에는 자신의 첫 성관계나 마약 흡입 경험 같은 사생활뿐만 아니라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 빈과 아버지 찰스 국왕 사이 일화까지 자세히 담겼다. 책 제목으로 쓰인 ‘스페어’(덤)는 영국 왕실 차남을 칭하는 말이다. 자서전은 10일(현지 시간) 정식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6일 스페인 일부 서점이 몰래 판매를 시작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언론이 앞다퉈 내용을 소개했다. 400쪽이 넘는 자서전에서는 2008년 아파치 헬기 조종사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해리 왕자가 “25명을 사살했다”고 언급한 대목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해리 왕자는 “자랑스러운 기록은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다”며 “그 25명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체스 판에서 말을 없애는 것과 같았다”고 밝혔다. 또 “나쁜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먼저 제거된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이에 대해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안보와 관련된 작전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관련 질문에 “우리 군에 매우 감사한다”고만 말했다. 아프간 파병 영국군 부대장을 지낸 리처드 캠프 전 대령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해리 왕자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며 “사실이 아닌 발언은 영국 군과 정부에 해를 끼치려는 이들에게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해리 왕자가 전범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반발했다. 탈레반 경찰 대변인 칼리드 자드란은 “이런 범죄는 언젠가 국제 법정에 회부될 것이다. 해리 왕자처럼 자랑스럽게 자백한 범죄자는 국제사회가 보는 가운데 법정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 개인사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해리 왕자는 자서전에서 17세 때 코카인을 처음 흡입했고 이후 몇 번 더 했다며 “확실히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같은 나이에 나이 많은 여성과 들판에서 첫 성관계를 했다고도 밝혔다. 또 어머니와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서 영매(靈媒)를 찾아간 적도 있으며, 형 윌리엄 왕세자와 함께 찰스 국왕에게 커밀라 왕비와 결혼하지 말라고 간청했다고도 했다. 영국 왕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994년 찰스 국왕 자서전을 쓴 왕실 측근 조너선 딤블비는 7일 BBC에 “(해리 왕자 자서전은) ‘B급 유명인’이나 할 만한 폭로”라며 “최근 국왕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극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교회 성탄절(7일)을 맞아 ‘36시간 휴전’을 러시아군에 지시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는 포격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7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 지역에 이날 내내 포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러시아군이 토요일(7일) 최전선을 따라 위치한 진지와 정착촌 수십 곳에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푸틴 대통령이 휴전을 제안한 전날에도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뿐 아니라 인근 크라마토르스크를 미사일로 두 차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군은 휴전 선언에도 바흐무트 점령 시도를 전혀 멈추지 않았다”며 “대포와 박격포가 굉음을 울리며 잇달아 날아와 떨어졌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내 교회에서 열린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 예배에 참석해 “교회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한 우리 군인들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심 없는 행동은 진심으로 존경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 관영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 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서방과 벌이는 성스러운 투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은 6일 브래들리 장갑차 50대와 대전차 미사일 500기, 탄약 25만 발 등 37억5000만 달러(약 4조7250억 원) 규모의 군사지원책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미군 주력 브래들리 장갑차는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해 ‘탱크 킬러’라고도 불린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영국 해리 왕자 자서전 ‘스페어(spare)’ 내용이 출간 전 공개되면서 영국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자서전에는 자신의 첫 성관계나 마약 흡입 경험 같은 사생활뿐만 아니라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빈과 아버지 찰스 국왕 사이 일화까지 자세히 담겼다. 책 제목으로 쓰인 ‘스페어’(덤)는 영국 왕실 차남을 칭하는 말이다. 자서전은 10일(현지 시간) 정식 출간 예정이었으나 6일 스페인 일부 서점이 몰래 판매를 시작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언론이 앞 다퉈 내용을 소개했다. 400쪽이 넘는 자서전에서는 2008년 아파치 헬기 조종사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해리 왕자가 “25명을 사살했다”고 언급한 대목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해리 왕자는 “자랑스러운 기록은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다”며 “그 25명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체스 판에서 말을 없애는 것과 같았다”고 밝혔다. 또 “나쁜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먼저 제거된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이에 대해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안보와 관련된 작전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관련 질문에 “우리 군에 매우 감사한다”고만 말했다. 아프간 파병 영국군 부대장을 지낸 리처드 캠프 전 대령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해리 왕자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며 “사실이 아닌 발언은 영국 군과 정부에 해를 끼치려는 이들에게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해리 왕자가 전범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탈레반 경찰 대변인 칼리드자드란은 “이런 범죄는 언젠가 국제 법정에 회부될 것이다. 해리 왕자처럼 자랑스럽게 자백한 범죄자는 국제사회가 보는 가운데 법정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 개인사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해리 왕자는 자서전에서 17세 때 코카인을 처음 흡입했고 이후 몇 번 더 했다며 “확실히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같은 나이에 나이 많은 여성과 들판에서 첫 성관계를 했다고도 밝혔다. 또 어머니와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서 영매(靈媒)를 찾아간 적도 있으며, 형 윌리엄 왕세자와 함께 찰스 국왕에게 커밀라 왕비와 결혼하지 말라고 간청했다고도 했다. 영국 왕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994년 찰스 국왕 자서전을 쓴 왕실 측근 조너선 덤블비는 7일 BBC에 “(해리 왕자 자서전은) ‘B급 유명인’이나 할 만한 폭로”라며 “최근 국왕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극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교회 성탄절(7일)을 맞아 ‘36시간 휴전’을 러시아군에 지시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는 포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7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 지역에 이날 내내 포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러시아군이 토요일(7일) 최전선을 따라 위치한 진지와 정착촌 수십 곳에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푸틴 대통령이 휴전을 제안한 전날에도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뿐 아니라 인근 크라마토르스크를 로켓으로 두 차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이날 “러시아군은 휴전 선언에도 바흐무트 점령 시도를 전혀 멈추지 않았다”며 “대포와 박격포가 굉음을 울리며 잇달아 날아와 떨어졌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내 교회에서 열린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 예배에 참가해 “교회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한 우리 군인들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심 없는 행동은 진심으로 존경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 관영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 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서방과 벌이는 성스러운 투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은 6일 브래들리 장갑차 50대와 대전차 미사일 500대, 탄약 25만 발 등 37억5000만 달러(약 4조7250억 원) 규모 군사지원책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미군 주력 브래들리 장갑차는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해 ‘탱크 킬러’라고도 불린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사진)가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 법 규정을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히잡을 완벽하게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향해 종교적 규율을 어겼다거나 이슬람 혁명에 반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우리의 딸들”이라며 “(그들 역시) 종교적, 혁명적 의식에 참여하는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지난해 12월에도 히잡 착용 의무화 규정 완화를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6일 국가문화위원회 회의에서 “이란 최고위원회는 국가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화적 약점을 잘 관찰하고 인식해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명한 해결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검찰총장 또한 히잡 의무화 규정 재검토를 시사했다. 고위 당국자들의 잇따른 발언이 나온 만큼 이란 당국이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내내 강제해 온 여성의 히잡 의무화 규정에 손을 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히잡 의무 착용 규정 완화가 하메네이의 본심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란 매체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히잡은 의심할 여지없이 불가침한 필수 요소이며 히잡 챡용 불량은 그릇된 일”이라는 발언도 동시에 내놓았다. 미국의 이란 전문가인 아바스 밀라니 스탠퍼드대 교수는 NBC에 “히잡에 관한 하메네이의 발언은 모호한 데다 현행법을 수정하겠다는 약속도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하메네이 또한 여성들이 갖고 있는 히잡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무인항공기(드론)를 요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최첨단 방공 미사일 체계 등의 비용이 너무 비싸 고민에 빠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 시간) 전했다. 값싼 드론을 격추시킬 때 쓰이는 미사일이 엄청 비싼 것을 알지만 당장 이를 대체할 만한 무기도 없어 수지타산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최근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이란제 자폭 드론은 대당 약 2만 달러(약 24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에 이를 요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첨단 지대공 미사일 ‘NASAMS(나삼스)’의 가격은 무려 25배인 50만 달러(약 6억 원)에 이른다. 미국이 나삼스를 지원해주기 전 우크라이나군이 주로 사용했던 옛 소련제 ‘S-300’ 미사일 또한 14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드론 공습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음에도 현 상황이 마냥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도 NYT는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미사일을 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러시아가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인명 및 인프라 보호를 위해서는 적자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조지 바로스 연구원은 “발전소 같은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려면 비싼 방공 미사일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전략 컨설팅을 맡고 있는 몰타컨설팅의 아르템 스타로시크 대표 역시 “발전소를 수리하는 것보다는 미사일 값이 싸다. 사람 목숨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늘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AMX-10RC’ 경장갑차 지원을 약속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서방이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의 지도력으로 우리가 승리에 더 가까워졌다”며 감사를 표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아프리카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올라가는 동안 우리 삶은 나아진 게 없다.” 지난해 12월 26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떨어진 신(新)행정수도 건설 현장을 찾았다. 흙바닥에 앉아 동료들과 점심으로 먹을 옥수수를 굽고 있던 한 일용직 노동자는 기자에게 “3년째 일하고 있지만 일당은 그대로”라며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라 실질임금은 내려간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 물어보려고 하자 그는 “이러다 경찰에 잡혀 간다”고 손사래를 치며 옥수수를 챙겨 급히 자리를 떴다. 그의 뒤로는 완공 후 높이 385m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오벨리스크 모양 ‘아이코닉 타워’를 비롯해 서구 대도시에서나 볼 법한 마천루가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흙 묻은 얼굴로 빵 같은 주전부리를 파는 어린이가 적지 않았다. 건설 자재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쉼 없이 들어왔지만 이 아이들의 안전을 배려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우버 기사로 일하며 손님을 태우고 신행정수도 건설 현장을 종종 구경시켜 줬다는 30대 남성은 “이집트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같은 초현대 도시가 들어선다는 건 매우 설레는 일”이라면서도 “대폭 오른 물가와 경제난으로 많은 이가 시름하는 모습과는 대비된다”고 했다.시진핑에 “수도 건설 끝까지 부탁” 2015년 시작된 신행정수도 프로젝트는 이집트 ‘건국 이후 최대 국책사업’으로 꼽힌다. 총면적 700km²에 대통령궁과 정부 청사, 공공기관 건물을 비롯해 거대 상업단지와 600만 명이 거주하는 주택단지가 들어선다. 미국 국방부 펜타곤을 본뜬 세계에서 가장 큰 국방부 청사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슬람 사원,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스타디움도 한창 공사 중이다. 사실상 서울(면적 605km²)보다 큰 도시를 통째로 건설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 덕분에 실행이 가능했다. 중국은 아이코닉 타워가 들어서는 상업지구 건설에만 150억 달러(약 19조1600억 원)를 차관 형식으로 제공하는 대신 국영기업 중국건축공정공사(CSCEC)를 시공사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신행정수도 건설 현장 출입구에서부터 상업지구로 이어지는 왕복 10차로 도로변에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얼굴 포스터와 함께 곳곳에 CSCEC라고 적힌 대형 광고판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이집트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잇달아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난에 빠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가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신행정수도 프로젝트 투자를 계속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이후 이집트 당국은 “신행정수도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정부로서는 중국 정부의 ‘약속 재확인’이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도 “신행정수도 상업지구 건설을 포함한 여러 이집트 개발 분야에 일대일로(一帶一路) 차원의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화답했다.중국, 이집트 투자 지속할까 이집트와 중국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쿠데타 이후 사실상 장기 집권 체제를 굳힌 시시 대통령으로선 중국이라는 ‘돈줄’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서구 주요국처럼 중국은 민주화나 인권 개선, 부패 방지 같은 개혁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이집트는 신행정수도를 비롯해 수에즈운하 일대 개발에도 최소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자받는 등 대형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어김없이 중국에 손을 벌렸다. 이집트는 UAE, 사우디에 이은 3대 채권국 중국에 지난해 7월 기준 78억 달러(약 9조9528억 원) 채무를 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위안화 채권 형태로 5억 달러(약 6380억 원) 추가 대출을 약속받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도 이집트는 북아프리카 지역 일대일로 프로젝트 수행 차원에서 끌어안고 가야 하는 동반자다. 이집트가 관리, 운영하는 수에즈운하가 일대일로 완성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데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이집트는 최근 이들 지역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려는 중국에 전략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다만 중국의 대(對)이집트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전문 매체 알모니터는 “신행정수도에 대한 중국의 투자 약속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놓인 이집트의 중국 채권 만기가 다가오며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이집트가 중국에 진 빚을 제때 갚지 못한다면 투자 약속이 지켜지겠느냐는 얘기다. 이집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친 최근 2, 3년간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6년, 2020년에 이어 지난해 말 IMF에서 30억 달러 지원을 약속받은 이집트는 아르헨티나에 이어 IMF에 가장 빚이 많은 나라가 된 지 오래다. 외신은 현재 1580억 달러(약 206조 원)인 이집트 외채 규모가 신행정수도 건설로 1조 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MF 요구에 따라 지난해 말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를 14% 절하한 여파로 서민들은 급격한 물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수에즈운하 中에 빼앗길라” 우려도 이집트에 더 좋지 않은 소식은 중국 경제 상황 또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아프리카 부채 고통에 대한 대응과 중국 역할’에서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채권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라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 무분별하게 채권을 발행한 중국이 채권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52개국 중 22개국이 채무 부실(debt distress)에 빠져 있으며 중국 역시 아프리카 신규 대출을 2016년 284억 달러(약 36조2400억 원)에서 2020년 19억 달러(약 2조4200억 원)로 대폭 줄였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폭증 등으로 경제 성장이 더 둔화할 경우 중국은 ‘해외 대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스리랑카나 파키스탄에서처럼 채권 상환을 미뤄주는 대가로 이집트 사회간접자본(SOC) 운영권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이집트 내에서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집트 정부가 수에즈운하와 관련해 수조 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이후 운하 운영권을 중국 등 외국 투자가에게 매각하려는 구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집트 당국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집트 베니수에프대 나디아 헬미 정치경제학 전공 교수는 “중국이 이집트에 빌려준 약 80억 달러 채권을 조건으로 공항 항만 같은 기간시설 운영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며 “중국이 실제로 이 같은 요구를 해오기 전에 철저한 대비와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성휘 카이로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에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국경을 넘어 딸을 찾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러시아군에 납치된 13세 딸을 찾아오기 위해 11일간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딸과 상봉한 우크라이나 모녀의 사연을 영국 더타임스가 2일(현지 시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인근의 작은 마을에 사는 류드밀라 코지르 씨(49·여)는 지난해 여름 러시아군에 딸 베로니카를 뺏겼다. 당시 쿠피안스크 일대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러시아 내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겠다”며 공립학교 학생들을 러시아 영토로 데려갔다. 이 과정을 ‘여름 캠프’라고도 주장했다. 딸 역시 캠프 참가를 원했기에 코지르 씨는 베로니카를 보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물론이고 같이 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전투가 격화돼 캠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차일피일 귀가를 미뤘다. 급기야 우크라이나군이 쿠피안스크 일대를 재점령하자 아예 “직접 러시아에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라”고 통보했다. 마을 주변을 벗어나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시골 주민들에게 직접 포탄이 쏟아지는 국경을 넘어 아이들을 찾아가라는 러시아군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근 대도시인 하르키우조차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자식을 되찾겠다는 부모의 마음을 꺾을 순 없었다. 마침 ‘세이브 우크라이나’라는 비정부기구(NGO)가 여권 발급 등 절차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코지르 씨를 포함한 부모 14명이 용기를 냈다. 이들은 여권을 만든 후 폴란드,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로 들어갔다.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이 버스만 11일을 타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성탄절 직전에 베로니카를 포함한 총 21명의 아이를 데리고 돌아올 수 있었다. 코지르 씨는 “캠프 입구에서 베로니카를 기다릴 때 혹여 ‘여기에 아이들이 없다’고 말할까 봐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엄마를 상봉한 베로니카 역시 “엄마와 아빠, 오빠까지 너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러시아가 강제로 데려간 우크라이나 미성년자는 1만3613명이다. 이 중 불과 122명만 집으로 돌아왔고 나머지는 행방불명 상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대부분이 러시아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구를 고의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에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국경을 넘어 딸을 찾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러시아군에 납치된 13세 딸을 찾아오기 위해 11일간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딸과 상봉한 우크라이나 모녀의 사연을 영국 더타임스가 2일(현지 시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인근의 작은 마을에 사는 류드밀라 코지르 씨(49·여)는 지난해 여름 러시아군에 딸 베로니카를 뺏겼다. 당시 쿠피안스크 일대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러시아 내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겠다”며 공립학교 학생들을 러시아 영토로 데려갔다. 이 과정을 ‘여름 캠프’라고도 주장했다. 딸 역시 캠프 참가를 원했기에 코지르 씨는 베로니카를 보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물론 같이 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전투가 격화돼 캠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차일피일 귀가를 미뤘다. 급기야 우크라이나군이 쿠피안스크 일대를 재점령하자 아예 “직접 러시아에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라”고 통보했다. 마을 주변을 벗어나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시골 주민들에게 직접 포탄이 쏟아지는 국경을 넘어 아이들을 찾아가라는 러시아군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근 대도시인 하르키우조차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자식을 되찾겠다는 부모의 마음을 꺾을 순 없었다. 마침 ‘세이브 우크라이나’라는 비정부기구(NGO)가 여권 발급 등 절차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코지르 씨를 포함한 부모 14명이 용기를 냈다. 이들은 여권을 만든 후 폴란드,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로 들어갔다.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이 버스만 11일을 타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성탄절 직전에 베로니카를 포함한 총 21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었다. 코지르 씨는 “캠프 입구에서 베로니카를 기다릴 때 혹여 ‘여기에 아이들이 없다’고 말할까봐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엄마를 상봉한 베로니카 역시 “엄마와 아빠, 오빠까지 너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러시아가 강제로 데려간 우크라이나 미성년자는 1만3613명이다. 이 중 불과 122명만 집으로 돌아왔고 나머지는 행방불명 상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대부분이 러시아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구를 고의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이같은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한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속속 중국을 향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가운데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도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무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BBC 등 영국 언론은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영국 정부가 곧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입국 규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항공기에 탑승하려면 48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추적하기 위해 중국발 승객의 최대 20%에게 ‘입국 후 검사’ 또한 실시하기로 했다. 같은 날 프랑스도 중국발 항공기 승객을 상대로 탑승 전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제시하라고 공지했다. 특히 수도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한 중국 승객들에게는 무작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작업도 시행하기로 했다. 자국민에게 “가급적 중국으로의 여행을 늦추라”고도 권고했다. 유럽연합(EU) 또한 4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공동 방역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올해 상반기 EU 순환 의장국인 스웨덴 정부는 “입국 제한 조치 도입에 관한 EU 회원국 전체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 지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과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 55개국 내 공항 500곳을 대표하는 단체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와 호주 역시 각각 5일부터 중국발 여행객의 코로나19 PCR 검사를 의무화한다.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홍콩, 마카오에서 출발하는 여행객은 출발 48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푸틴 “우크라전, 우리가 도덕적”… 군인들과 샴페인 잔 들고 건배 지난 20년 신년사 중 가장 긴 9분 연설러, 새해 첫날에도 드론-미사일 공습젤렌스키 “테러 지시한 자, 용서받지 못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의 마지막 날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한 직후 신년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덕성과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며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샴페인 잔을 들어 전쟁을 자축하는 건배도 제의했다. 러시아군은 2023년 새해 첫날에도 자폭 무인기(드론)와 미사일로 공습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공개된 신년사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우리의 역사적 영토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침공의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 우리는 조국의 위대함과 독립을 수호할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침공 초기부터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해방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그 나라 국민을 이용하고 있다”며 “서방은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산업, 재정, 수송 능력이 파괴될 것이라고 기대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9분 분량의 신년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년 동안 공개한 신년 연설 중 가장 길다. 과거에는 수도 모스크바 야경을 배경으로 신년사를 했지만 군복 차림의 남녀 군인 30여 명을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선 것도 특징이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 군인들에게 “2022년은 진정으로 중요하고 운명적 사건으로 가득 찬 한 해였다”며 샴페인 잔을 들고 전쟁을 자축하는 건배를 제의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이 신년사는 같은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습을 감행한 직후 공개됐다. 러시아는 이날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키이우에서는 한때 비상 정전 조치로 전체 가구 중 30%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남부 미콜라이우와 자포리자주, 서부 빈니차와 흐멜니츠키주, 중부 지토미르주에서도 공습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는 하루 뒤인 이달 1일에도 키이우 등에 이란산 자폭 드론 ‘샤헤드’를 앞세워 공격했다. 이로 인해 키이우에서만 4시간 넘게 공습경보가 울렸고 폭발물 파편이 도심에 떨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날까지 4일 연속 무인기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의 상당수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 연설을 통해 “테러 국가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이런 공격을 지시한 자, 수행한 자 모두 용서받을 수 없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의 비인간적 소행과 비인간성은 결국 패배하게 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은 이 사실을 결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당신도 알고 나도 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양안 한가족, 같이 가야”… 전과 달리 ‘조국 통일’ 언급안해 習 “코로나 상황 희망 보여… 인내로 극복을”“대만보다 코로나-경제위기 극복 방점” 분석차이잉원 “전쟁은 양안문제 해결방안 아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면서 ‘조국 통일’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는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하며 대만을 압박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신년사를 통해 “전쟁은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1일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전날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양안은 한 가족’이라고 언급할 때 ‘조국 통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차이 총통은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을 주목했고 시 주석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방식으로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군의 군사 활동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양안의 평화는 이 지역 모든 당사자의 공동 책임이며 공동의 기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언급하며 “중국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조국 통일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대만을 압박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시 주석은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양안 동포의 공통된 염원”이라며 통일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번 신년사에서 시 주석은 “14억 중국인이 하나를 생각하고 힘을 모으면 못할 일과 넘지 못할 고비가 없다”면서 “양안은 일가친척으로, 양안 동포들이 손을 잡고 나아가며 중화민족의 복지를 창조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지난해 신년사와 비교할 때 대만 문제에 대해 확실히 ‘톤다운’ 된 것이 분명하다”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경제회복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세와 관련해선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희망이 보인다”며 “단결과 인내로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예방·통제 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고, 여전히 힘이 들지만 모두 끈질기게 노력해 서광이 눈앞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고 힘든 노력 끝에 우리는 전례 없는 어려움과 도전을 이겨냈다”며 “인내하는 게 승리하는 것이고 단결하는 게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단결과 인내를 강조한 것을 두고 ‘제로코로나’ 등 중국 당국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백지 시위’ 등으로 표출되자 이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표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외곽 ‘LG-한국국제협력단(KOICA) 희망학교’ 운동장. 미스라시(31)와 메리마(27), 키디스트(23)가 구슬땀을 흘리며 야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프리카 최초의 여자 야구팀인 ‘LG-KOICA 희망야구팀’ 소속이다. 이들이 처음 야구를 접한 건 희망학교에 다니면서다. 생활체육시설이 열악한 에티오피아에서 각종 장비를 갖춰야 하는 야구를 남성이 아닌 여성이 즐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여성들은 대체로 20대 초반에 가정을 꾸려 출산, 육아를 도맡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 취미활동을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희망학교 측은 2016년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여성 야구 동아리를 만들었다. 학창 시절 야구부 경험이 있는 LG전자 에티오피아 지점장이 주말마다 기본기를 가르쳤다. 키디스트는 “내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과 포수 장갑을 처음 받아든 날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이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다. 메리마는 딸의 야구부 활동을 극구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는 데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9년 한국을 찾아 한국 사회인 여자 야구팀 ‘후라’와 친선경기를 벌인 때다. 여자 야구팀과의 경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1차전은 콜드 패. 경기 후 동료들과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희망야구팀의 목표는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열리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 최소 4승을 거두는 것이다. 미스라시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여자들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아디스아바바=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꿈이 있는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매일 깨닫고 있어요.”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알렘차이 카히사이(34·여)는 직업이 세 개다. 낮에는 LG-코이카 희망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저녁에는 자신의 전자기기 수리점으로 출근한다. 최근 개원한 작은 유치원까지 더하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었다. 하지만 기술도, 돈도 가진 게 없었다. 4년 전 입학한 희망학교는 삶을 180도 바꿨다. 희망이 생기니 배 속 아기를 포함해 자녀 4명을 돌보면서도 공부로 밤을 지새울 수 있었다. 졸업 성적도 최우수였다. 그는 LG전자 중동·아프리카 본부 두바이 지점 인턴 기회를 갖는 대신 희망학교에 남기로 했다. 자신 같은 처지의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어서였다. 길에서 먹고 자던 청년 3명을 최근 고용한 것도,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을 연 것도 같은 이유다. 카히사이는 “희망학교가 나를 바꿨듯 나도 누군가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현지인 삶을 바꾼 희망학교카히사이의 삶을 바꾼 희망학교는 LG전자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2014년 설립한 기술전문학교(TVET)다. 에티오피아의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곳이다. 학비는 전액 무료. 입학 정원 150명 중 50%는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후손 및 취약계층에 우선권을 준다. 이날 찾은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희망학교에선 평가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빨간색 작업복을 입은 전기전자학과 학생들은 분해된 에어컨 실외기나 세탁기, 냉장고 주변에 모여 앉아 고장 원인을 토론했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흰색 작업복의 정보통신기술(ICT)학과 학생들이 컴퓨터에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하고 있었다. 희망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학교를 졸업한 322명 모두 일자리를 얻었다는 점이다. 직접 창업한 이도 83명이나 된다. 2022년 에티오피아 실업률이 21%임을 감안했을 때 고무적인 일이다. 졸업생의 임금 및 수입도 월 4000∼7000비르(약 9만5000∼16만4000원)로 에티오피아 4년제 대학 졸업생 평균과 비슷하거나 많다. 타리쿠 메딘 희망학교 교장은 “명실상부한 에티오피아 내 기술교육 분야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LG전자는 특히 현지 사정에 맞는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희망학교 로비에는 학생들 아이디어로 직접 만든 자동달걀부화기나 에티오피아 전통식 ‘인제라’ 요리를 위한 고효율 오븐,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물 감지 지팡이 등이 전시돼 있었다. 희망학교 졸업 후 교사로 근무 중인 다김(27)은 토양 수분 및 비옥도 측정 센서를 개발했다. 다김은 “상용화 방안을 에티오피아 농림부와 논의 중이다”라며 “농작 가능 토지 비율이 10%대로 매우 낮은 현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사회 진출 졸업생이 교육·채용 늘리는 선순환에티오피아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교육은 뒷전이었다. 청년 일자리 또한 턱없이 부족했다. 가난은 가난을 불렀고, 기아 문제는 점차 심각해졌다. 희망학교는 작지만 의미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 4년 전 전자제품 수리점을 연 졸업생 아브라함(24)은 “매년 3, 4명씩 고용을 했다. 이 중 여럿이 자기 가게를 차려 독립했다”고 했다. 메스핀 체루 희망학교 주임 교사는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 수가 누적되면서 이들이 제조 및 산업 기반을 넓히는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2021년 발표한 10개년 개발계획을 통해 국내총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32.6%에서 22.0%까지 줄이는 대신 산업 비중을 29.0%에서 35.9%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양질의 기술 인력 공급이 중요해졌다. 이런 면에서 희망학교의 의미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LG전자 케냐법인이 에티오피아 기술직 인턴 파견 요청을 해오는 등 기술인력 수출 국가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희망학교에서 다른 기술전문학교에 보낼 강사를 키워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 당시 지상군을 파병한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뒤 사업 진행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LG전자는 2012년 ‘희망마을 프로젝트’를 먼저 시작했다. 오로모주(州) 센다파 두기데데라 마을을 지속가능한 자립형 농촌마을로 탈바꿈하는 1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현재는 아디스아바바 내 참전용사 후손 밀집 거주지역인 예카, 쿨렐레 등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참전용사 2세인 에지가예후 테쇼메(60)는 “우리 가족을 포함해 새 집을 받은 가족들 모두 집 걱정을 덜면서 자녀가 일자리를 얻고 손자들은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아디스아바바=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한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속속 중국을 향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가운데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도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무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BBC 등 영국 언론은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영국 정부가 곧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입국 규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항공기에 탑승하려면 48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추적하기 위해 중국발 승객의 최대 20%에게 ‘입국 후 검사’ 또한 실시하기로 했다. 같은 날 프랑스도 중국발 항공기 승객을 상대로 탑승 전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제시하라고 공지했다. 특히 수도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한 중국 승객들에게는 무작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작업도 시행하기로 했다. 자국민에게 “가급적 중국으로의 여행을 늦추라”고도 권고했다. 유럽연합(EU) 또한 4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공동 방역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올해 상반기 EU 순환 의장국인 스웨덴 정부는 “입국 제한 조치 도입에 관한 EU 회원국 전체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 지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과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 55개국 내 공항 500곳을 대표하는 단체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와 호주 역시 각각 5일부터 중국발 여행객의 코로나19 PCR 검사를 의무화한다.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홍콩, 마카오에서 출발하는 여행객은 출발 48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돌이켜보면 유독 힘든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를 여전히 공격했고, 전쟁 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에 고통을 받았고, 이태원에선 158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꺾이지 않은 사람들’의 의지는 우리에게 기적과 감동을 가져다줬다. 카타르 월드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단 9%의 확률을 뛰어넘고 16강에 진출했다. 지하 190m 막장에 갇혔던 광부 2명은 221시간 동안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끝에 생환했고, 허준이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 모두 ‘기적’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순간이었다. 해외에선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사 항전 의지가 세계를 감동시켰다. 불의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난 중국과 이란의 시위대도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이들 덕분에 우리의 입에는 ‘기적’과 ‘감동’이란 단어가 계속 오르내렸다. 2023년을 앞둔 우리가 “당신들 덕분에 시련 속에서 한 발 더 내디딜 힘을 얻었다”고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이유다.9% 확률 뚫고 월드컵 16강… 매몰 탄광서 9일만에 생환 올해의 인물 “근거없는 자신감이 큰 힘 됐다”필즈상 허준이 교수, 국민에 희망 이달 3일 축구대표팀의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한국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미국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16강 진출 확률에 따르면 한국은 9%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늘 그래왔던 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후반 추가시간에 2-1로 역전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썼다. 환희의 순간 선수들은 태극기를 펼쳐 보였다. 태극기에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꺾마’는 기적과 불굴의 의지, 희망을 뜻하는 올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필즈상과 봉화의 기적올 7월 필즈상을 수상한 허 교수는 고교 1학년을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갔다. 대학 3학년에야 뒤늦게 수학에 눈을 떴지만, 필즈상의 영예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안았다. 허 교수는 모교인 서울대 강연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목표를 변경하도록 돕기도 하고 기존 목표를 향해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면서 인생을 끝까지 잘 살아낼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더라”라고 했다. 허 교수에겐 꺾이지 않는 마음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던 셈이다. 광부 박정하 씨(62)는 ‘막장’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올 10월 26일 박 씨는 경북 봉화 아연광산 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 고립됐다. 이들이 살아 돌아오리란 걸 기대한 이는 별로 없었지만, 박 씨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9일 만에 다시 빛을 본 박 씨는 역경에 빠진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희망을 잃지 않으면 한 줄기 빛이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그 증거입니다.”○ 꺾이지 않는 의지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란 이름은 유명하지 않았다. 코미디언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에 주목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하지만 전쟁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는 수도 키이우에 상주하며 항전을 주도했다. 그가 내내 입은 카키색 티셔츠는 저항 의지의 상징이 됐다. 11월 24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아파트에서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탓에 진화 및 구조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반발과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공안이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 구호가 적힌 피켓을 압수하고 탄압하자 시민들은 백지를 들고 ‘무언의 항의’를 이어갔다. 중국은 결국 이달 7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22)가 9월 16일 의문사한 뒤 시작된 반정부 시위도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했고, 적법한 재판 절차조차 없이 체포한 사람들을 사형에 처했다. 인권단체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로 507명이 숨졌다. 그중 69명은 미성년자다. 그럼에도 시위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세계 곳곳에서 연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이 주도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맞서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에 석유 및 석유 제품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석유 감산을 예고한 데 이어 금수조치까지 실행에 옮기며 국제 원유시장을 교란하려 시도하고 있다.○ 러, 서방의 유가상한제에 금수조치로 맞불로이터통신 등은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나 기업에 대해 석유 및 석유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령은 내년 2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5개월간 적용되며 대통령의 특별 허가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수출을 허용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EU와 G7, 호주 등 27개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조치로 5일부터 시행 중인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에 대한 대응이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동결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이나 유럽 보험사를 이용할 수 없게 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23일 내년 초 러시아산 원유 생산을 최대 7%까지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금수 조치에도 국제 유가는 일단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센트(0.04%) 떨어진 79.53달러로 마감됐다.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도 배럴당 56달러로 서방이 정한 상한선인 60달러를 밑돌았다. 한국 정부는 유가상한제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우리 정유업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줄여 왔다. 올해 초 약 5%였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현재 0.96%까지 줄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34.8%), 미국(16.3%), 아랍에미리트(9.0%), 이라크(8.6%) 순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한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해도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 내부 “재정적자 예상보다 커질 수도”러시아 내부에선 유가상한제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태연해하고 있지만 서방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것.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일부 국가가 러시아 대신 새로운 원유 수입국을 찾아 나설 경우 에너지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내년 재정적자 규모가 애초 계획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2%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마이클 클라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전 소장 겸 엑서터대 전략연구소 부소장은 BBC에 러시아군이 새로 징집한 병력 5만 명을 포함한 30만 명이 전선에 배치될 경우 전쟁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영국 킹스칼리지 전쟁학과 바버라 진체타 교수는 “당장 평화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전쟁이 끝나게 된다면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 육군 총사령관은 내년 말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까지 되찾는 큰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정치평론가 안드레이 피온트콥스키도 BBC에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가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완전히 영토를 수복해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으로 주요 도시의 전력 시설에 큰 타격을 입은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5분의 1이 넘는 900만 명이 전기와 수도, 난방이 끊겨 혹독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이상 전기와 물 없이 버티는 게 다반사이며 가로등 불빛이 사라진 도로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병원과 학교에선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수술과 수업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우크라 인구 22% 혹한에 ‘無전기 생활’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연설에서 “오늘 저녁 우크라이나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거의 900만 명은 전기가 끊긴 채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인구(4000만 명)의 약 22%가 전기 없이 연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방송 TSN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을 비롯해 드니프로, 자포리자, 하르키우, 리비우 등 5개 권역에 비상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송전 시스템 운영사인 우크레네르고는 “그동안 9차례 있었던 러시아군의 대규모 포격으로 발전기와 송전 시스템이 큰 타격을 받았으며 핵심 시설에 대한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주요 도심의 중앙난방 및 수도 공급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이로 인해 드니프로 일부 지역에선 전력 공급이 5일 넘게 중단됐다. 물과 난방도 이틀 넘게 끊긴 상태에서 주민들이 혹한에 시달렸다. 키이우 등 도심에서는 도로 가로등과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에 전기가 끊겨 가동이 중단됐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정전 이전 대비 6배로 늘었다. 미콜라이우에서는 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수도 공급 없이 9개월째 살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드니프로에서는 주민들이 다이오드 램프와 배터리로 직접 손전등을 만들고 비상 식수를 구비하는 등 각자 대책을 세워 암흑의 5일을 견뎌냈다. 키이우 시민들은 외출할 때 교통사고를 피하기 위해 빛 반사 팔찌를 두른다.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손전등에 의존해 수술을 하고 있다. 부모들은 “전력과 가스가 끊겨 요리를 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일 수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가 크리스마스로 축제 분위기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선 전력난으로 인해 시민들의 삶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했다.○ 러, “점령지서 철군 않으면 결단” 최후통첩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헤르만 할루시첸코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은 26일 “러시아가 에너지망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새해 첫날에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가 계획 중인 새해 기념행사를 노려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습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날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종료 시점에 대해 어떠한 전망도 무의미하다”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갈루진 차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복구 비용을 부담하고 스스로 전범재판도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헛소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으로 남았다면 본인도 비웃었을 조건”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평화협상’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자신들의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군하지 않을 경우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최후통첩을 해 연말 대규모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7일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새 영토를 포함한 지역에서의 (우크라이나) 철군과 위협 요소 제거가 우리의 조건임을 적들은 잘 알고 있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군의 결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