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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경험의 자유를 가져야만 합니다. 남성들만큼 자유롭게, 조롱과 겸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생각하고 발명해야 합니다.” 20세기 초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1920년 10월 16일 시사·문예지 ‘뉴 스테이츠먼’ 편집자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앞서 뉴 스테이츠먼에 ‘남성이 여성에 비해 창조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내용의 책을 옹호하는 서평이 실렸기 때문이다. 문제의 서평은 ‘기원전 600년부터 18세기까지 천재적인 여성 작가가 없었다’는 근거를 들며 여성의 열등함을 주장했다. 울프는 그리스 레스보스섬 출신의 여류 시인 사포를 예로 들어 이를 반박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위대하다고 평가한 시인 중 한 명인 사포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덕에 시로 자신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었다. 울프는 “다른 여성들도 실력 발휘가 강압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면 글쓰기와 음악, 회화에서 제대로 재능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엄격한 가부장제에 속박돼 예술인으로서의 자아를 갖기 어려웠던 당시 여성들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신간은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울프가 남긴 편지 4000여 통 가운데 그녀의 삶을 잘 보여줄 수 있는 96통을 골라 엮은 것이다. 울프가 동성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와 주고받은 서신 일부는 국내에 번역된 적이 있지만 그녀의 언니 버네사 벨, 남편 레너드 울프를 비롯한 주변 예술인들과 교류한 편지가 번역된 건 처음이다. 책은 ‘자유(1882∼1922년)’, ‘상상력(1923∼1931년)’, ‘평화(1932∼1941년)’ 등 울프가 삶의 시기에 따라 갈망했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생전에 “편지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했던 울프에게 편지는 사랑과 우정의 표현 수단이자 아이디어가 오가는 주요 통로였다. 그는 여성으로서 결혼을 고민하고, 작가로서 독자들의 반응을 두려워하며 꿋꿋이 창작을 해나간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파시즘에 저항한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이고, 연인에게는 성 정체성을 고백하기도 한다. 이런 다채로운 면모는 ‘자유는 우리 존재의 본질’이라던 울프의 철학과 맞닿는다. 대중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그의 다층성도 흥미롭다. 그녀는 여성으로서는 사회적 약자였지만 사회적 계급에선 중상류층이었다. “왜 나는 신사 계급보다 노동자를 훨씬 더 꺼릴까”라고 자문하는 모습에선 자신의 계급의식을 성찰하는 솔직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하다.” 울프가 1929년 발표한 수필집 ‘자기만의 방’에 쓴 내용이다. 신간에선 여성의 글쓰기가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만의 신념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간 울프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정제된 문학작품과는 다른, 톡톡 튀고 사랑스러운 문체는 편지글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한 세기 전 작가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다가온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문화의 향연을 만끽하면 어떨까. 추석을 맞아 볼만한 주요 공연과 문화 행사, 박물관 전시 등을 소개한다.● 거리극, 전통예술, 뮤지컬 등 다채로운 공연거리 공연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서울거리예술축제 2024’를 눈여겨볼 만하다. 16∼18일 오전 11시∼오후 9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청계천, 무교로 일대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국내외 예술가 300여 명이 거리극, 무용, 전통연희 등 24개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다. 하이라이트는 추석 당일 열리는 ‘쾌지나 창창 나네’. 현대무용가 안은미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한 공연으로 경기민요명창 이춘희와 씽씽 밴드 출신의 신승태, 추다혜 등이 출연한다. 공연료는 무료.전통예술의 깊은 맛에 빠지고 싶다면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의 ‘휘영청 둥근 달’ 공연에 가보자. 국립국악원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등이 무대에 올라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이 어우러지는 한 마당을 선보인다. ‘풍년을 기뻐한다’는 뜻을 담은 궁중음악 ‘경풍년’과 강강술래 등이 펼쳐진다. 무료로 예약 취소분에 한해 현장에서 선착순 입장이 가능하다.서울 남산의 청량함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국립극장 나들이도 고려할 만하다. 14, 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선 장선희발레단의 ‘러브스토리 인 발레’가 열린 다.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사랑에 관한 발레 명작을 7개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강민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조연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등 스타 무용수들이 출동한다. 4만∼12만 원.다양한 연령층의 가족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뮤지컬도 있다. 2014년 국내 초연 후 누적 관객 50만 명을 달성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킹키부츠’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폐업 위기에 놓인 아버지의 수제화 공장을 다시 일으키고자 주인공 찰리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8만∼17만 원.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는 창작뮤지컬 ‘비밀의 화원’이 펼쳐진다. 195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보육원 퇴소를 앞둔 네 명의 아이가 “이 세상 모든 것엔 마법이 있다”고 믿으며 꿈과 희망을 품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 석 7만 원.● 조선시대 ‘궁궐 잔치’ 체험 행사도 조선 왕실 문화의 꽃인 궁궐과 왕릉을 산책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가유산청은 14∼18일 닷새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 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도 이 기간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그 대신 4대궁 등은 무료 개방 기간 다음 날인 19일 문을 닫는다. 경복궁에선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번 궁궐 문을 지키는 수문장의 근무 교대 의식을 볼 수 있다.조선시대 궁궐 잔치를 체험해볼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됐다. 12∼18일 창경궁 문정전에선 관객 참여형 행사 ‘창경궁 야연’이 열린다.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부왕에 대한 공경과 효심을 담아 주관한 야연에서 착안해 2021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가족 중 한 명(부모님)이 국왕으로부터 초대받은 손님이 돼 고위 관료나 정경부인의 복식을 착용한다. 이때 다른 가족들도 함께 궁중병과를 즐기며 전통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5만 원.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창덕궁에선 은은한 달빛 아래 경내를 거닐며 해금, 거문고 연주 등을 즐길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이 진행된다. 3만 원.국립민속박물관은 추석 당일을 제외한 15, 16, 18일 사흘간 추석맞이 ‘한가위를 힙하게’ 행사를 연다. 이 중 16, 18일 박물관 본관 앞마당에서 ‘한가위배 씨름대회’가 열린다. 씨름 기술을 배우고, 겨루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사물놀이와 비보이가 만나 펼치는 퓨전 공연과 강강술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기획전 ‘요즘 커피’에서는 대한제국 황실이 사용한 이화무늬 커피잔 등을 선보인다. 무료.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구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실향민이 10억 명 발생합니다. 신(新)유목 시대는 이미 도래했습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79)은 신간 ‘플래닛 아쿠아’(민음사) 출간을 맞아 9일 한국 언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지난 14년간 2100만 명이 기상 이변으로 이주를 택했다. 현재도 중앙아메리카와 중동에서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한 대규모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해수면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대도시가 쇠퇴하고, ‘임시(팝업) 도시’가 출현하는 등 인류의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3일 8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그의 신간은 기후 변화로 인해 지난 6000년간 물을 통제하고 지배한 인류의 ‘수력 문명’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을 담고 있다. 리프킨은 책에서 인류가 농경사회 이래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화를 추구하면서 댐, 저수지, 제방 등을 만들며 물을 길들여 왔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가뭄으로 담수가 고갈되면서 수자원 인프라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 그는 “석탄, 석유 등을 활용한 산업 활동으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대기 중에 대량으로 배출됐다. 인류는 진보를 이뤘지만 이제 엄청난 청구서를 받아들게 됐다”고 했다.기후 재앙은 도시 중심의 정주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재앙이 극심한 아열대와 중위도 지역에서 북쪽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된다. 그는 “2050년이면 인류의 절반이 넘는 47억 명이 ‘생태적 위협이 높거나 극심한 국가’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중앙아메리카와 중동의 몇몇 정부는 붕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독일 정부가 이미 제창한 ‘기후 여권’과 언제라도 해체 조립할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건물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3D 프린팅을 활용해 이동하면서 해체 또는 재조립할 수 있는 집을 사람들이 갖고 다닐 것”이라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콘크리트 대신 친환경 점토나 목재로 집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시대에 군대의 역할도 기존의 국가 안보에서 ‘자연재해의 대응자’에 방점을 두리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리프킨은 “이미 미국의 군인 수십만 명이 생태지역 복원에 투입되고 있다”며 “모든 글로벌 싱크탱크들은 앞으로 군대가 자원 확보에서 생태지역의 복구와 구호로 역할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 해법으로 그는 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수생태주의’를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성공보다 삶의 질을, 지정학보다 생태지역에 기반한 정치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지속 가능성이 높으면서 한계비용이 없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체 전기의 68%를 원자력 발전에서 생산하는 프랑스는 기온 상승으로 냉각수를 쓸 수 없어 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에 ‘플래닛 아쿠아’란 새 이름을 붙이는 ‘리브랜딩’도 제안했다. 인간이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는 것. 그는 “한국이 지구의 두 번째 이름, 플래닛 아쿠아란 명칭을 공식화하고 다양한 법률에 이 이름을 포함시키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799년 설립돼 미국 박물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의 피보디에식스 박물관에는 한국실이 있다. 2003년 문을 연 ‘유길준 갤러리’가 그것. 고종의 명을 받아 19세기 말 미국을 방문했던 유길준(1856∼1914)의 도움으로 박물관이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 유물을 수집한 것을 기리는 공간이다. 피보디에식스 박물관이 내년 5월 15일 유길준 갤러리를 확장해 재개관한다. 전시 면적을 260m²로 늘리고 조선시대 나전칠기, 도자기, 불화 ‘감로도(甘露圖)’ 등 80여 점을 상설 전시할 예정이다.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서 현대 미술과의 접목도 시도한다. 재개관전에선 사진 몇 영상 설치를 하는 정연두 작가,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 작가와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방한해 3일 기자들과 만난 린다 하티건 피보디에식스 박물관장은 “조선 최초의 미국 유학생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꿈을 꿨던 유길준의 삶을 통해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현대 컬렉션을 늘려 가는 중이고 (한국관) 재개관전에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사진)가 내한 공연 도중 앙코르곡을 부른 상대 배우와 지휘자에게 불만을 제기하며 공연을 지연시키는 이례적인 해프닝이 발생했다. 일부 관객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9일 공연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날 공연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주역을 맡은 게오르기우는 상대역 카바라도시 역 테너 김재형이 노래하는 동안 갑자기 무대에 나타나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김재형이 3막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 계속되는 갈채 속에서 같은 곡을 다시 한번 부르자, 이 아리아 뒤에 등장해야 할 게오르기우가 갑자기 무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며 항의하기 시작한 것. 김재형의 노래가 끝나자 또렷이 객석에 들리는 목소리로 지휘자 지중배에게 “이건 공연이지 리사이틀이 아니다” “나를 존중해 달라”고 항의했다. 문제는 오페라가 막을 내린 뒤의 커튼콜로도 이어졌다. 게오르기우는 자신이 등장할 순서가 되어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무대 가장자리 부분에 잠깐 나타난 뒤 손을 저으며 돌아 나가버렸다. 공연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감상을 망쳤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오페라 공연에서 앙코르 요청을 받아 아리아를 다시 부르는 일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난다. 게오르기우는 2016년에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빈 국립오페라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앙코르를 요청받아 ‘별은 빛나건만’을 다시 부르자 무대에 나오지 않고 분장실로 돌아갔다. 세종문화회관은 9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게오르기우 측에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오르기우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옛사람들은 상상의 동물 ‘용’에게 자연을 다스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나쁜 것을 없애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받아들여진 용은 왕 같은 최고 권력자를 상징했다. 1500년 전 세상을 떠난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과 왕비의 무덤에 용 무늬로 장식된 칼이 놓인 이유다. 용을 중심으로 한 백제 문화의 다양성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공주박물관은 10일부터 특별전 ‘상상의 동물사전―백제의 용’을 선보인다. 올해 용의 해를 맞아 용 관련 유물 148건, 174점을 전시하는데 이 중 국보 6점과 보물 7점이 포함됐다.전시장에선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용봉황무늬 고리자루 큰칼’(사진)을 볼 수 있다. 무령왕의 허리 부근에서 발견된 칼의 둥근 고리에는 두 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다. 칼자루 양끝에는 금판 위에 봉황무늬 등을 새긴 은판을 덧씌웠고, 그 사이에는 금실과 은실을 교대로 감아 화려함을 더했다. 무령왕비의 왼쪽 팔 부근에서 발견된 ‘무령왕비 은팔찌’ 한 쌍에는 발톱이 셋 달린 용이 생동감 있게 묘사돼 있다. 팔찌에는 ‘경자년 2월 다리라는 사람이 대부인용으로 은 230주를 들여 만들었다’는 문구가 한자로 적혀 있다. 제작 시기와 만든 이의 이름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삼국시대 유일의 팔찌다. 이 외에도 ‘청동자루솥’, ‘금동신발’ 등 용의 형상이 새겨진 백제 유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책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백제의 용을 새롭게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전시품을 3차원(3D) 고화질 데이터로 재현한 영상에선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용 무늬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내년 2월 9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건 공연이지 리사이틀이 아니잖아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 주역인 토스카 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상대역인 카바라도시 역 테너 김재형이 노래하는 동안 무대에 나와 항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공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감상을 망쳤다”는 불만이 잇따랐으며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김재형이 3막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 갈채가 계속되자 같은 곡을 다시 한 번 부르면서 일어났다. 이 아리아 뒤에 등장해야 할 게오르규가 갑자기 무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재형의 노래가 끝나자 게오르규는 또렷이 객석에 들리는 목소리로 지휘자 지중배에게 ‘나를 존중해 달라’고 항의했다. 문제는 오페라가 막을 내린 뒤의 커튼콜로 이어졌다. 게오르규는 자신이 등장할 순서가 되어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무대 가장자리 부분에 잠깐 나타난 뒤 손을 저으며 돌아 나가버렸다. 오페라 공연에서 앙코르 요청을 받아 아리아를 다시 부르는 일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난다. 2010년 2010년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는 토스카 역의 다니엘라 데시가 2막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 카바라도시 역 테너 파비오 아르밀리아토가 3막 ‘별은 빛나건만’에서 나란히 앙코르를 받아 같은 노래를 각각 두 번씩 불렀다. 게오르규는 2016년에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빈 국립오페라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 카바라도시 역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앙코르를 요청받아 ‘별은 빛나건만’을 다시 부르자 게오르규는 무대에 나오지 않고 분장실로 돌아갔다. 세종문화회관은 9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게오르규 측에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오르규의 입장은 9일 오후 현재 전해지지 않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옛 사람들은 상상의 동물 ‘용’에 자연을 다스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나쁜 것을 없애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받아 들여진 용은 왕 같은 최고 권력자를 상징했다. 1500년 전 세상을 떠난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과 왕비의 무덤에 용 무늬로 장식된 칼이 놓인 이유다.용을 중심으로 한 백제 문화의 다양성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공주박물관은 10일부터 특별전 ‘상상의 동물사전-백제의 용’을 선보인다. 올해 용의 해를 맞아 용 관련 유물 148건, 174점을 전시하는데 이 중 국보 6점과 보물 7점이 포함됐다.전시장에선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용봉황무늬 고리자루 큰칼’을 볼 수 있다. 무령왕의 허리 부근에서 발견된 칼의 둥근 고리에는 두 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다. 칼자루 양끝에는 금판 위에 봉황무늬 등을 새긴 은판을 덧씌웠고, 그 사이에는 금실과 은실을 교대로 감아 화려함을 더했다.무령왕비의 왼쪽 팔 부근에서 발견된 ‘무령왕비 은팔찌’ 한 쌍에는 발톱이 셋 달린 용이 생동감 있게 묘사돼 있다. 팔찌에는 ‘경자년 2월 다리라는 사람이 대부인용으로 은 230주를 들여 만들었다’는 문구가 한자로 적혀 있다. 제작 시기와 만든 이의 이름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삼국시대 유일의 팔찌다. 이외에도 ‘청동자루솥’, ‘금동신발’ 등 용의 형상이 새겨진 백제 유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박물관 관계자는 “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책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백제의 용을 새롭게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전시품을 3D 고화질 데이터로 재현한 영상에선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용 무늬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내년 2월 9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영광의 수상자들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9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8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6∼8월 3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오늘날 밀알학교가 있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대표해 이 상을 받는 것 같습니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82·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소감을 밝히고 한동안 교정을 바라봤다. 밀알학교는 밀알복지재단이 1996년 설립한 발달 장애 아동 특수학교다. 1975년 남서울교회를 세워 담임목사로 활동 중이던 그가 밀알학교 설립을 결심한 것에는 지체 장애를 가진 스무 살 터울 막내 여동생의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동생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결국 홍 이사장 권유로 미국 유학을 떠났고 현지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홍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견고한 사회적 편견과 장벽에 맞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며 “장애인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다 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밀알학교 설립 당시만 해도 지역 주민 반대로 개교가 무산될 뻔했다. 결국 소송을 통해 학교를 설립했지만 홍 이사장은 이후 지역 주민과 학교의 ‘공존’을 위해 노력했다. 1998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은 학교 건물 내 카페, 음악홀, 미술관 등의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또 남서울은혜교회는 별도 건물을 짓지 않고 밀알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진행했다. 밀알학교를 달가워하지 않던 주민들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다. 2009년에는 밀알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 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드림대학도 설립했다. 2011년부터는 세계적 비영리 단체인 ‘굿윌’과 손잡고 굿윌스토어를 운영하며 발달 장애 학생들의 취업도 지원하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많은 장애 학생들이 삶의 보람과 희망을 찾고 있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예술단 소속 한 첼리스트는 다른 기업에서 채용 제의를 받고도 “살면서 여기서 처음 사람대접을 받았는데 다른 곳으로 왜 가겠냐”며 거절하기도 했다. 홍 이사장은 “그 말을 듣고 모든 걸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이 감사하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사회의 됨됨이는 가장 연약한 사람을 어떻게 돕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 곳곳에선 서로 미워하고 싸우기만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선(善)이 더 큰 선을 키우는 선순환의 고리를 종교와 교육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공적국내 복음주의 운동의 선구자인 홍정길 이사장은 ‘건물 없는 교회’로 유명한 남서울은혜교회의 원로목사로 1996년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밀알학교를 설립했다. 1997년 3월 유치원과 초등학교 총 13학급으로 출발한 밀알학교는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교, 직업 훈련 과정인 드림대학까지 총 31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은 총 196명이다.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윌스토어(기증품 판매점)는 33호점까지 확장됐다.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만 400여 명에 이른다. 해외 빈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 사업도 진행해 지난해만 10개국 1777명의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62년간 연기 한우물… “연극배우 첫 수상, 후배들에 길 열어줘 기뻐”언론·문화 박정자 배우“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요. 인촌상이 연극배우에게 주어지는 건 처음이기에 더욱 감사합니다. 앞으로 후배들이 상 받을 기회가 열린 것 같아서요.”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연극배우 박정자 씨(82)를 만났다. 1962년 데뷔 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무대를 지키고 있는 박 씨는 “과거 잘나가던 한때의 배우가 아니라 현역 배우로서 받은 상이라 뜻깊다. 이름값을 하기 위해 여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박 씨는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총 16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도 연극 ‘햄릿’, 뮤지컬 ‘영웅’ 등 세 편에서 조연 및 단역을 맡았다. 박 씨가 보여준 수첩은 연습과 공연 일정 메모로 빼곡했다. 그는 “배역의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다. 객석을 등진 채 앉아 있기만 해도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는 실력이 중요하다”며 “어제 한 연습 오늘 또 하는 건 소용없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연극과의 첫 만남은 그가 여덟 살이던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이 나기 직전이다. 박 씨는 “극단 ‘신협’ 연구생이던 오라버니(박상호 영화감독)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러 간 부민관에서 연극 ‘원술랑’을 봤다. TV조차 없던 시절, 어린아이가 마주한 판타지는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내게 연극은 운명과도 같았다.”박 씨는 1963년 동아방송(DBS) 성우극회 1기로 활동했고, 1966년 극단 자유의 창단 멤버가 되며 연극 ‘따라지의 향연’ 등에 출연했다. ‘신의 아그네스’를 비롯해 숱한 대표작을 남겼고, 동아연극상을 3번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에 서는 것은 지금도 혼신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요즘도 무대에 설 때마다 떨립니다. 객석 앞에서 대사를 잊어버리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어떤 호흡과 발성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할지 지금도 끝없이 고민하곤 합니다.”박 씨는 2005년부터 12년간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연극인 처우 개선에 힘쓰기도 했다. 그는 배우로서 연극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주위에 전달하고자 했으며, 그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하겠다고 했다.“일평생 가장 잘한 선택은 배우가 된 것입니다.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것이 꿈이에요. 염치없을 만큼 큰 욕심이지만요. 내 가슴속 불덩이가 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불을 지피겠습니다.”공적1962년 연극 ‘페드라’ 이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르면서 일생을 연극에 헌신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금언을 자신의 연극 정신으로 삼아 160여 편의 연극 작품에 주연, 조연, 앙상블(주·조연 제외한 배역)을 마다하지 않고 출연했으며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나의 종교는 연극이다’라는 말로 삶의 지표와 가치를 표현하기도 했다. 1986년 연극 ‘위기의 여자’로 여성 관객들을 대거 문화 현장으로 불러내는 트렌드도 만들었다. 당시 만들어진 후원조직 ‘꽃봉지회’와 함께 연극 대중화 운동과 연극인의 복지 향상에도 힘썼다.한문 고전 쉽게 풀어 대중화… “삶의 지평 넓히는 고전, 널리 알릴것”인문·사회 안대회 교수“무게감 있는 상을 받았으니 앞으로도 더 차분하게 연구를 지속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인촌상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63)는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퇴계인문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안 교수는 “큰 영광이면서도 ‘내가 이런 상을 받을 만한 성과를 냈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겸손해하기도 했다.1994년 연세대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7년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임용돼 후학을 양성 중인 안 교수는 한문 고전을 쉽게 풀어 번역해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전 중에는 지금 읽어도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고전을 딱딱하다고 여기는 대중들에게 읽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안 교수는 18, 19세기 조선 민중들의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문헌을 수집해 연구해 왔다. 개성 한량 한재락이 1820년대 평양 기생 66명과 기방 주변 명사 5명을 만나 엮은 책인 ‘녹파잡기(綠波雜記)’ 원본을 2006년 발굴한 것이 대표적. 2011년에는 조선 정조 때 활약한 노비 시인의 한시집 ‘초부유고(樵夫遺稿)’를 소개하기도 했다. “사대부뿐 아니라 민중과 예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삶을 복원해야 우리 문화사가 풍부해집니다. 한문학 하면 점잖은 양반들의 이야기만 다룰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2018년에는 조선 후기 학자 이중환(1691∼1756)이 쓴 인문 지리서 ‘택리지(擇里志)’ 정본을 번역해 발간했다. 제자들과 함께 6년 가까이 200여 종의 이본을 비교해 믿을 만한 텍스트를 선별한 결과다. 안 교수는 “후학들의 연구를 돕기 위해선 선배 연구자들이 많은 이본과 교감해 신뢰할 수 있는 연구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좋은 연구서가 있어야 이를 토대로 후학들이나 외국 학자들이 우리 고전을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했다.흥미로운 대중 교양서도 다수 펴냈다. 조선시대 광대, 점쟁이 등 재주꾼들의 삶을 다룬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2010년), 여행가와 바둑기사 등 조선 전문가들의 열정을 그린 ‘벽광나치오’(2011년) 등이다.안 교수는 “정년 이후로도 관심사에 천착한 긴 호흡의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고전은 그냥 ‘구닥다리’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분명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삶을 바라보는 지평을 넓혀주는 고전의 훌륭함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공적한문학 연구 권위자로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통해 한문 고전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18, 19세기 문집을 집중 연구해 조선시대 지식인과 민초들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는 미시사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학술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이라는 소신에 따라 대중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문 자료들을 번역해 소개해 왔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인문지리서인 ‘택리지’ 이본을 수집해 정본을 확정하고, 주석을 붙여 번역 출간했다. 이 밖에 꾸준한 자료 발굴과 해석을 통해 조선 후기 풍속사와 문화예술사 연구의 기반을 구축했다.국내 AI 컴퓨터비전 연구 기틀… “실패는 재도전 기회, 꾸준히 노력을”과학·기술 권인소 교수“조용하게 연구만 해 온 저에게 이런 상을 주신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후배 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습니다.”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KAIST 교수(66)는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실패를 ‘다시 도전’이라 생각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넸다.국내 대표 인공지능(AI) 컴퓨터비전 석학으로 꼽히는 권 교수의 전공은 뜻밖에도 기계공학이다. 서울대 기계설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권 교수는 1984년 미국 카네기멜런대로 박사학위를 따러 떠났다. 그는 당시 로봇 공학자로 이름을 떨치던 가나데 다케오 교수를 찾았다. 로봇 과제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3개월 만에 개발하라는 과제를 받았고,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도전한 끝에 눈이 내리던 12월 마지막 날, 권 교수는 가나데 교수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하지만 권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 에러로 인해 고가의 ‘보드’에 불이 붙는 사고가 생겼다. 당시 미국 내 5개밖에 없던 보드였다. 쫓겨날 위기였다. 권 교수는 “그때 가나데 교수가 차라리 다른 전공인 ‘컴퓨터비전’으로 바꾸면 연구실에 머물 수 있다며 기회를 주셨다”고 회상했다. 실수가 평생의 연구 분야로 이끌어준 것이다.AI 컴퓨터비전은 AI를 활용해 이미지와 동영상 속 물체를 인식, 분류하고 분석하는 기술이다. 권 교수는 201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재난 구조 로봇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던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숨겨진 조력자다. 휴보의 눈과 머리를 맡았던 권 교수는 라이다 센서와 컬러 카메라 정보를 융합해 빛의 양과 관계없이 물체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했다.이후 권 교수는 인간의 주의 집중을 모사한 ‘어텐션’ 모델을 컴퓨터비전 분야에 적용한 ‘CBAM(Convolutional Block Attention Module)’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어텐션 모델은 챗GPT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에도 적용된 모델이다. CBAM은 수많은 딥러닝 모델에 적용돼 성능은 유지되면서 모델의 복잡도는 평균 37% 정도 줄였다.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에 게재돼 현재까지 2만 회 이상 인용됐다.권 교수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연구를 이어갈 것이다. 후학들도 항상 성실하게 겸손한 마음으로 AI 연구를 이어가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공적권인소 교수는 1980년대 국내에서 불모지였던 로보틱스·컴퓨터비전 분야 연구에 도전해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은 연구자다. 1세대 컴퓨터비전 연구자로 200여 명의 제자를 양성해 국내 AI 컴퓨터비전 분야의 기틀을 닦았다. 최근 인간의 주의 집중을 모사한 ‘어텐션’ 모델을 컴퓨터비전 분야에 확장해 영상 인식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CBAM’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등 세계적인 학술대회에서 여러 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2017년에는 한국컴퓨터비전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바 있다.제38회 인촌상 심사위원 (가나다순)▽교육 △위원장 김경성 전 서울교대 총장 △위원 신종호 서울대 교수, 이용균 중앙고 교장, 장덕호 건국대 교수▽언론·문화 △위원장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위원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 이은주 서울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인문·사회 △위원장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 △위원 구범진 서울대 교수, 김두얼 명지대 교수, 임준철 고려대 교수▽과학·기술 △위원장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김창영 서울대 교수, 예종철 KAIST 교수, 천진우 연세대 교수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그웨니의 열두 번째 생일’이라 적힌 분홍 리본이 묶인 조개 무늬 상자. 안에는 엄마가 끼던 꽃 모양 자수정이 박힌 반지가 있다. 상자 안에는 엄마의 편지도 있다. “이건 엄마의 두 번째 탄생석 반지야. 네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 이 상자는 유방암을 앓던 엄마가 딸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상자 중 하나였다. 엄마는 자신이 세상을 뜨면 딸의 기념일을 축하해주지 못할 것을 안타까워하며 매년 돌아오는 딸의 생일뿐 아니라 졸업, 운전면허 취득, 결혼과 출산 등 인생의 기점을 축하하는 상자를 미리 마련해뒀다. 딸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다. 상자에는 주로 진주 목걸이, 나뭇잎 모양의 핀, 자수정 브로치 등 자신이 쓰던 손때 묻은 보석들과 편지를 담았다. 책은 열두 살 때 엄마를 잃은 딸의 마음을 담아낸 에세이.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판지 상자에 담은 못다 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돼 호응을 얻은 뒤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저자는 엄마가 살아 있을 땐 그 상자를 두려워했다. 상자를 열면 엄마가 없는 미래가 현실이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세상을 뜬 뒤 딸은 외로워졌다. 아빠는 곧 여러 여자를 만났고, 세 살 위 오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떠난다.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 아버지의 자살까지 시련은 더욱 깊고 험난해진다. 딸인 저자가 기댈 것은 엄마의 흔적이 남은 상자뿐. 절망의 문턱에서 딸은 엄마가 남긴 사랑을 느끼며 꿋꿋하게 일어선다. 상실의 아픔을 넘어서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엄마의 편지에선 비록 곁에는 없지만 딸이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런 편지를 선물 받은 딸이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편지나 선물 상자가 엄마를 대신할 수 없는 걸 알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어.” 책 속 엄마를 떠올리니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려고도 했어요. 하지만 막혔던 번역이 뚫릴 때 느껴지는 기쁨이 너무 커서 30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국내 셰익스피어 연구 권위자인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75)의 눈에는 고된 작업을 끝낸 시원함과 아쉬움이 번갈아 스쳤다. 3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그가 번역한 ‘셰익스피어 전집’(민음사)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는 “번역 과정에서 시행들이 우리말 운율을 타고 춤출 때 ‘고통 속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총 10권, 5824쪽에 달하는 셰익스피어 전집은 비극 10편, 희극 13편, 소네트 154편 등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수록했다. 최 명예교수가 1993년 ‘맥베스’로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을 시작한 지 31년 만이다. 민음사 전집으로는 2014년 5권 출간 후 10년 만에 나머지 5권이 추가됐다. 최 명예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운문 형식으로 번역했다. ‘햄릿’의 75%, ‘맥베스’의 95% 등 셰익스피어 희곡 중 대부분의 대사가 산문이 아닌 운문 형식으로 이뤄진 데 따른 것. 그러나 최 명예교수 이전 번역본들은 의미 전달에 방점을 둔 산문 번역이 주를 이뤄 원문에 담긴 ‘읽는 맛’을 살리기가 힘들었다. 최 명예교수는 “국내에 셰익스피어 번역이 들어온 게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인데, 일본어 구조상 운문 번역이 어려워 그 영향으로 우리도 산문 번역을 했다”며 “이번 완간으로 일본의 영향에서 완전히 독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문을 우리말로 풀기 위해 셰익스피어 작품의 ‘약강 오보격 무운시’(약강 음절이 다섯 번 반복되면서 시행 끝의 운을 맞추지 않은 시) 형식에 우리나라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三四調)’를 적용해 자연스러운 번역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햄릿’의 명대사인 ‘To be, or not to be’는 보통 ‘사느냐, 죽느냐’로 번역돼 왔지만 한국어 뜻과 소리의 조화를 고려해 ‘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옮겼다. 16세기 영국 작가의 작품이 오늘날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읽히고 공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 명예교수는 “셰익스피어는 르네상스 이후 인본주의를 고스란히 살린 인물”이라며 “인간 감정의 진실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매력 포인트로 재치 있는 신조어를 사용한 ‘말’,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과 심리상태를 다루는 흥미로운 ‘이야기’,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꼽았다. 완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작품의 밀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풀어 쓰는 산문과 달리 글자 수 제한이 있는 운문은 함축적이고, 영어의 조사나 목적격 등이 생략되는 경우도 많았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시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맥베스의 번역이 가장 까다로웠던 이유다. 최 명예교수는 “1993년 맥베스 번역에 성공한 것을 추진력 삼아 나머지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번역 작업을 마친 지난해는 셰익스피어 최초 전집인 ‘제1 이절판(The First Folio)’이 나온 지 400주년 되는 해였다. 그는 “제1 이절판의 편집자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라’고 권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셰익스피어를 읽은 후의 삶은 그전보다 정서적으로 풍성해져 있을 겁니다. 꼭 소리내서 읽어보세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아직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연습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멤버 전원이 영국인으로 이뤄진 5인조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의 제임스 샤프는 연습실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이렇게 말했다. 첫 연습생 평가를 앞두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멤버들도 “춤을 보여줄 생각을 하니 조금 떨린다”, “조금 긴장되지만 열심히 준비했다”는 등의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17일부터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메이드 인 코리아: 더 케이팝 익스피어리언스(Made in Korea: The K-Pop Experience)’의 한 장면이다. 디어 앨리스는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북미 통합 법인이 영국 현지 엔터테인먼트사와 함께 선보인 케이팝 현지화 그룹이다. 3화까지 공개된 다큐에는 디어 앨리스 멤버들이 100일간 서울에 머물며 SM에서 케이팝 트레이닝을 받는 모습이 담겼다. 보컬과 퍼포먼스 트레이닝, 팀워크, 멤버 스타일 콘셉트 기획 등 아이돌 제작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6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는 황금 시간대인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15분 영국 현지에서 방송된다. 최근 케이팝 현지화 등 글로벌 진출을 심층 조명한 해외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 중에는 유명 제작진이 참여한 다큐도 포함됐다. 기존에도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의 공연 실황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는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제작된 해외 다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엔터 산업을 심층 분석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큐 ‘메이드 인 코리아’에 등장한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는 “케이팝은 이제 화려한 의상과 완벽한 퍼포먼스 등이 결합된 ‘시각적 장르’”라며 “글로벌 현상으로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애플TV+는 6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웰컴 투 케이팝: 아이돌 이야기’를 공개했다. 다양한 케이팝 가수들의 무대 뒤 노력을 다룬 이 다큐에는 DR뮤직 소속 4인조 다국적 걸그룹 블랙스완과 여성 솔로 아티스트 제시, 9인조 남자 아이돌 크래비티 등이 출연한다. 블랙스완의 외국인 멤버들이 한국어와 랩, 춤을 익히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과 고된 한국 생활에서 벌어진 멤버 간 갈등 등이 담겼다. 지난달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8부작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는 하이브와 미국 게펀레코드의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의 탄생 과정을 조명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캣츠아이는 미국인 3명, 스위스인 1명, 필리핀인 1명, 한국인 1명으로 구성됐다. 다큐엔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과 작업한 유명 프로듀서와 트레이너들이 대거 등장한다. 케이팝 다큐엔 해외 유명 제작진이 참여했다. 디어 앨리스를 다룬 ‘메이드 인 코리아’는 보이 그룹 원디렉션을 탄생시킨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의 제작자 나이절 홀이 제작에 나섰다. ‘웰컴 투 케이팝’ 제작은 과거 에미상을 수상한 제이 피터슨과 토드 루빈이 맡았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연예계에서도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소속사들은 해당 영상물 등에 대한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속속 밝히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0일 팬 커뮤니티에 “전문 법무법인과 함께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한) 선처 없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당사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며, 현재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그룹 ‘아이즈원’ 출신 가수 권은비 역시 최근 합성 음란 사진을 유포한 이들에 대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앞서 7월 “아티스트의 초상을 합성해 허구의 음란성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를 한 자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다수의 게시물을 취합해 1차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하며 관련 제보를 당부했다. 덱스의 소속사는 지난달 “덱스를 사칭해서 딥페이크,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접목해 만든 불법 도박 게임 광고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우리는 항상 컴퓨터나 화면 앞에 앉아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지루해할 시간조차 없고, 창의성마저 잃어버립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3)는 지난달 28일 이런 생각을 본보에 e메일로 전해왔다. 유튜브 쇼츠를 비롯한 자극적 영상에 중독돼버린 현대인들의 요즘 일상을 우려한 것. 그는 “책과 이야기의 힘은 독자들이 상상하고, 창조하고, 세상을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독서의 힘’을 강조하기도 했다. 34년 차 작가인 그는 여전히 부지런하다. 매년 10월이 되면 새 작품을 내놓는다. 다음 달 프랑스에서 신작 ‘영혼의 왈츠’(가제)를 내놓는다. 막바지 작업 중인 영혼의 왈츠는 최면을 통해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 ‘내면의 여정(inner journey)’을 다룬 SF 소설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주인공은 지구를 덮쳐 오는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시간을 오가며 다섯 영혼을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빛과 사랑만이 어둠을 막을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베르베르는 “주인공은 내적 여정을 할 수 있으면서도 지구를 구할 해결책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라며 “최근 몇 년간은 이 주제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왔다”고 했다. 그는 올해 6월 한국 시장에 번역돼 나온 ‘퀸의 대각선’(열린책들)에 대한 얘기도 했다. 책은 작가가 충무공 이순신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지정학적 소설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활동하는 두 여성 스파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는 작품을 쓰면서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였으면서도 고유 영토와 언어를 보존한 한국의 역사를 떠올렸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특히 이순신은 한국인의 용기와 기술, 개인적 원한을 뛰어넘는 공동체 정신의 완벽한 전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키메라의 시대’(가제)가 번역돼 한국 독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베르베르는 1991년 장편 소설 ‘개미’로 데뷔한 뒤 ‘뇌’ ‘신’ ‘나무’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았다. 7세부터 소설 습작에 나섰다는 그는 3500만 부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작가. 이런 원동력으로 그는 ‘작가의 규칙성’을 강조했다. 그는 “글쓰기는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면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끊임없이 써야 진전이 있다. 규칙성은 작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오전 8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글을 쓰는데, 하루에 딱 장편 원고 10장을 쓰는 게 그만의 ‘루틴’이다. 그렇다고 ‘오전 근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후 3∼6시에는 자료 조사를 하거나 소설 외 프로젝트를 하고, 오후 6∼7시에는 단편소설을 쓴다. 그는 “휴가, 생일, 또는 인생의 불행한 사건들로 인해 이 루틴을 방해받기도 한다”면서도 “글을 쓰는 장소와 시간을 바꾸더라도 글을 쓴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책과 이야기의 힘은 독자들이 상상하고, 창조하고, 세상을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데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유튜브 쇼츠 같은 짧은 콘텐츠가 책보다 훨씬 인기 있는 시대, 책의 힘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컴퓨터나 화면 앞에 앉아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기 때문에 더 이상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1991년 장편 소설 ‘개미’로 데뷔한 뒤 ‘뇌’, ‘신’, ‘나무’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았다. 7살부터 소설 습작에 나섰다는 작품 3500만 부가 전세계에서 판매된 작가다. 하지만 그의 지적 사색에는 멈춤이 없어 보였다. 그가 지난달 28일 이메일을 통해 근황을 알려왔다. 베르베르는 올 6월 한국에서 ‘퀸의 대각선(열린책들)’을 출간한 데 이어 다음달 프랑스에선 새 작품 ‘영혼의 왈츠(가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 한국에 나올 신작은 ‘키메라의 시대(가제)’다. 이렇게 우리가 베르베르의 작품을 이렇게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꾸준히 쓰는 작가’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글쓰기는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며 “글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끊임없이 글을 쓰고,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퀸의 대각선’은 SF도, 판타지 소설도 아닌 베르베르의 첫 지정학적 소설이다. 혼자 있기를 혐오하는 ‘오토포비아(Autophobia)’에 걸린 니콜과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을 혐오하는 ‘안트로포비아(Anthrophobia)’에 걸린 모니카 등 두 여성 스파이의 대결을 그린다. 어릴 적 체스 대회에서 조우한 두 주인공이 훗날 각각 소련 KGB, 미국 CIA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란 핵 위기와 911테러 등 세계사의 중대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베르베르는 “현 상황에 대해 느끼는 바를 이야기하고자 했다”며 “양(서구)과 음(독재와 공산주의)라는 두 개의 상반된 블록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또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들이 서구에 맞서 단결하는 모습 등을 보면 우려스럽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이 소설을 쓸 때 충무공 이순신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을 접했다”며 “이순신이 거북선이라는 기술적 해결책을 통해 일본 침략을 막아낸 점은 숫자가 열세여도 전략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순신은 한국인의 용기와 기술, 개인적 원한을 뛰어넘는 공동체 정신의 완벽한 전형”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달 프랑스에서 나오는 신작에 대한 정보도 소개했다. ‘영혼의 왈츠’는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내적 여정(inner journey)’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 그는 최근 몇 년 간 내적 여정을 탐구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베르베르는 “주인공은 유일하게 내적 여정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지구를 덮쳐오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내가 그의 심장을 만져보아도 전혀 뛰지 않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로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영웅왕 길가메시가 친구 엔키두의 죽음에 대해 탄식하는 내용이다. 기원전 2600년경 쓰인 이 문헌은 인류 최초의 심장 박동에 대한 언급으로 추정된다. 무려 4600여 년 전 인류는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이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국 심장 전문의인 저자는 수만 년에 걸친 심장의 역사를 설명한다. 고대 문헌 등에서 길어올린 심장의 문학적, 역사적 의미까지 다면적으로 다룬다. 고대 영어 ‘헤오르테(heorte)’에서 유래된 심장이란 단어는 본래 가슴, 영혼, 정신, 용기 등 다양한 의미를 지녔다. 고대 여러 문명에서 심장은 생명의 상징이나 영혼이 깃드는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고대 인도 의사들은 인간의 심장이 두 개라고 생각했다. 몸에 영양분을 전달하는 육체적 심장과 욕망·비애를 느끼는 감정적 심장은 별개라는 것이다. 기원전 6세기 고대 인도 의사 수슈루타가 남긴 논문에는 “임신한 여성은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을 때 ‘갈망하는 여성’으로 불릴 수 있다”며 “갈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는 곱사등이거나 손이 없거나 절름발이가 된다”는 대목이 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심장 기능에 대한 믿음은 다소 축소됐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심장도 다른 기관과 같이 손상될 수 있는 인체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후 뇌과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심장은 단순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 역할에 그친다는 견해가 대세가 됐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심장이 인간의 성향 또는 감정을 결정짓는 기능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47세 전직 무용수인 클레어 실비아는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18세 남성 팀 라미란드의 심장을 이식 받았다. 이후 클레어는 걸음걸이가 남자처럼 바뀌었고, 원래 싫어하던 맥주와 치킨너겟을 좋아하게 됐다. 팀의 가족은 “팀이 생전에 그랬다”고 증언했다. 이 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최근 ‘심장신경학’에선 심장과 뇌 방향 사이 양방향 대화가 이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심장에는 4만여 개의 감각 뉴런으로 만들어진 고유 신경계가 있고, 뇌가 심장에 보내는 것만큼 심장도 뇌에 많은 신경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한다. 의사로서의 저자의 전문성이 드러나는 부분도 흥미롭다. 20세기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심장 치료법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다. 1944년 소아 심장학의 창시자인 헬렌 타우시그는 최초로 아동 환자에 대한 심장 수술을 시행했고, 1952년 존 루이스는 처음으로 저체온증을 활용한 개흉(開胸·심장을 열다) 수술에 성공했다. 이제 매년 전 세계에서 8000명이 심장 이식을 받고 있다. “심장이 부서질 것 같다”처럼, 우리는 여전히 애끓는 감정을 심장을 활용해 표현한다. 오랜 기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로 여겨진 심장을 역사, 문화, 과학이란 다각도에서 톺아 볼 수 있다. 학문적 지식과 스토리텔링이 적절히 조화돼 있어 읽기 부담스럽지 않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영문책 출간을 계기로 영미권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조선의 한시들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한시를 모아 영문으로 번역한 시선집 ‘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자서전(A Confucian Autobiography of Tasan Chong Yagyong·사진)’의 저자 홍진휘 번역가(61)는 이렇게 말했다. 다산이 결혼하러 한양 가는 배를 타던 1776년부터 75세가 된 1836년까지 60여 년 동안 그가 쓴 시 중 수작 134편을 골라 담았다. 번역된 한시 원문은 1817행, 한자 수는 총 1만4408자에 달한다.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 고전 100선 영문 번역 사업’(현 한국학술번역사업) 지원을 받아 올 4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국제학술출판사 ‘브릴(BRILL)’에서 출판됐다. 전근대 한국 문학을 통틀어 한 인물의 시를 모아 영문으로 번역한 단행본이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보와 도연명 등 중국 유명 문인들의 한시는 이미 영미 문화권에서 널리 번역돼 읽혀 온 것과 달리 한국은 영역된 인물 시선집이 없었다. 홍 번역가는 “한시 영역이 워낙 까다로워 연구자가 많지 않은 데다 한국 한문학의 위상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출간을 계기로 영미권 연구자들이 다산의 한시를 기존 중국 한시 연구들과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10여 년간의 ‘산고(産苦)’ 끝에 나왔다. 시작은 지난달 작고한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2014년 홍 번역가에게 “함께 다산 시선집 영역 출간에 도전해 보자”고 제안한 것. 이후 홍 번역가와 한 교수,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이 팀을 꾸린 뒤 매달 모여 다산의 한시를 읽고 토론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동아시아 언어’ 박사 과정을 10년간 공부한 홍 번역가가 영문 번역을 맡았다. 김 원장은 “토론을 통해 기존 국역본의 오류를 바로잡는 등 다산 시의 본뜻에 좀 더 가까이 간 책”이라며 “다산 선생이 국제 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단순 영역본은 약 3년 만에 완성됐지만, 해외 출판사 측의 “시에 해설을 붙여 완성도를 높여 달라”는 요구를 반영하느라 실제 출판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 홍 번역가는 ‘다산의 자서전’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시의 의미는 물론이고 다산의 일생을 다루는 해설을 붙여 수년간 책을 보강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산과 관계 있는 인물 리스트도 책에 포함됐다. 책에는 다산의 인간적인 면이 많이 등장한다. 19세 때 쓴 시 ‘두치진(豆巵津)’에선 다산이 술과 고기, 생선 등 온갖 특산품이 몰려드는 장터를 보고 감탄하면서도 ‘이익을 좇는 세태’를 탓하는 이중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34세에 쓴 시 ‘탄빈(歎貧)’에선 안빈낙도(安貧樂道)에 만족하지 못하는 복잡한 심사를 읽을 수 있다. 홍 번역가는 “그동안 민족주의 시각에 의해 ‘구국(救國)’의 실학자로만 알려진 이미지를 잠시 뒤로 하고 다산의 소소한 삶을 제대로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영문책 출간을 계기로 영미권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조선의 한시들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한시를 모아 영문으로 번역한 시선집 ‘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자서전(A Confucian Autobiography of Tasan Chong Yagyong)’의 저자 홍진휘 번역가(61)는 이렇게 말했다. 다산이 결혼하러 한양 가는 배를 타던 1776년부터 75세가 된 1836년까지 60여년 동안 그가 쓴 시 중 수작 134편을 골라 담았다. 번역된 한시 원문은 1817행, 한자 수는 총 1만4408자에 달한다.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 고전 100선 영문 번역 사업(현 한국학술번역사업)’ 지원을 받아 올 4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국제학술출판사 ‘브릴(BRILL)’에서 출판됐다. 전근대 한국 문학을 통틀어 한 인물의 시를 모아 영문으로 번역한 단행본이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 두보와 도연명 등 중국 유명 문인들의 한시는 이미 영미 문화권에서 널리 번역돼 읽혀 온 것과 달리 한국은 영역된 인물 시선집이 없었다. 홍 번역가는 “한시 영역이 워낙 까다로워 연구자가 많지 않은 데다 한국 한문학의 위상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출간을 계기로 영미권 연구자들이 다산의 한시를 기존 중국 한시 연구들과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10여 년간의 ‘산고(産苦)’ 끝에 나왔다. 시작은 지난달 작고한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2014년 홍 번역가에게 “함께 다산 시선집 영역 출간에 도전해 보자”고 제안한 것. 이후 홍 번역가와 한 교수, 김언종 고전번역원장이 팀을 꾸려 매달 모여 다산의 한시를 읽고 토론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동아시아 언어’ 박사 과정을 10년 간 공부한 홍 번역가가 영문 번역을 맡았다. 김 원장은 “토론을 통해 기존 국역본의 오류를 바로잡는 등 다산 시의 본뜻에 좀 더 가까이 간 책”이라며 “다산 선생이 국제 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단순 영역본은 약 3년 만에 완성됐지만, 해외 출판사 측의 “시에 해설을 붙여 완성도를 높여 달라”는 요구를 반영하느라 실제 출판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 홍 번역가는 ‘다산의 자서전’이라는 컨셉을 잡고 시의 의미는 물론 다산의 일생을 다루는 해설을 붙여 수년간 책을 보강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다산과 관계있는 인물 리스트도 책에 포함됐다. 책에는 다산의 인간적인 많이 등장한다. 19세 때 쓰인 시 ‘두치진(豆巵津)’에선 다산이 술과 고기, 생선 등 온갖 특산품이 몰려드는 장터를 보고 감탄하면서도 ‘이익을 좇는 세태’를 탓하는 이중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34세에 쓰인 시 ‘탄빈(歎貧)’에선 안빈낙도(安貧樂道)에 만족하지 못하는 복잡한 심사를 읽을 수 있다. 홍 번역가는 “그동안 민족주의 시각에 의해 ‘구국(救國)’의 실학자로만 알려진 이미지를 잠시 뒤로 하고 쓴 다산의 소소한 삶을 제대로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향(香)은 그릇에 담긴 곡식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선 고대부터 제사와 종교 의식에서 중요한 요소로 활용됐다. 호림박물관은 27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향의 의미와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전 ‘향, 푸른 연기 피어오르니’를 열고 있다. 다양한 향은 물론이고 향 관련 그림, 도자, 금속 등 각종 공예품 170여 점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향로 등 관련 유물은 조형성이 뛰어나 아름다움과 독창성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국보 ‘금동합과 향’은 둥글넓적한 형태의 금동합으로 7세기 백제 지배층의 종교 의식 등에 사용되던 향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유물이다.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금동향로’ 등 보물 11점도 선보인다. 향의 문화사를 보여주는 문헌과 회화 작품도 전시된다. 조선 정조 대 남인의 당수였던 채제공(1720∼1799)의 초상화가 대표적이다. 분홍 관복 차림에 향낭(香囊·향을 넣어 몸에 차는 주머니)과 손부채를 든 모습이 선비의 정취를 보여준다. 불교에서 불단 위에 향을 피우기 위해 사용한 고려시대 향완, 조선시대 종묘 제사에 쓰인 유기 향로와 향합 등 종교와 향문화의 관계를 살필 수 있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12월 21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독립유공자인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사진)의 제75주기 추모대회를 30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 내 100주년선교기념관에서 연다고 사단법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가 28일 밝혔다. 헐버트 박사는 1886년 육영공원의 교사로 한국에 와서 한국에 관한 20권의 단행본과 논문, 기고문을 발표해 세계에 한국을 알린 인물이다. 한국의 국권 회복을 위해 투쟁한 점 등이 인정돼 건국공로훈장,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이기도 하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