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 시간)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병력 부족으로 먼저 파병을 요청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미 당국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같은 날 “내년 5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혀 파병 뒤 양국 군사협력이 더욱 굳건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북한이 제안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군사령관도 7일 한 안보 관련 회의에서 “북한이 먼저 러시아에 파병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NYT는 “다만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에 대한 대가를 즉각적으로 받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대신 향후 북한을 둘러싸고 외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해주길 원한다는 의사를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군사기술 측면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주길 기대한 제안이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23일 내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승절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가장 큰 국가 경축일 중 하나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내년 전승절 열병식에 군대를 보내기로 한 국가에 북한이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 대표단이 아닌 북한군 부대가 참석한 적은 없었다.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예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북한군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사상자 1100여 명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가 24일(현지 시간)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제기한 헌법 소원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앞서 권 씨 측은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대법원이 취소한 게 유럽인권조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헌재에서 기각됨에 따라 한국행을 뒤집은 대법원 결정에 힘이 실리면서 권 씨의 미국행이 유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이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헌재는 “헌재는 명백한 권리 침해의 문제가 아닌 한, 법의 해석과 그 결론에 대해 법원에 다른 의견을 강요할 권한이 없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는 두 차례 소환장에 따라 인도에 동의했고, 어느 국가로의 인도가 피고의 특정 권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권 씨의 범죄인 인도 결정 과정에서 권리 침해가 발생했다면 헌재가 위헌 여부를 따질 여지가 있지만, 권 씨 측도 특정 국가로의 인도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권 씨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는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의 결정에 달리게 됐다. 그간 몬테네그로 법무부의 입장을 고려하면 권 씨가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몬테네그로의 밀로이코 스파이치 총리가 권 씨의 테라폼랩스 초기 개인 투자자였다는 점이 밝혀지자, 안드레이 밀로비치 전 법무장관은 “권 씨와 유착 관계인 스파이치 총리가 권 씨의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금융범죄 형량이 한국보다 높다. 권 씨의 미국행을 주장했던 밀로비치 전 장관은 올 7월 경질됐다. 현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은 권 씨를 미국과 한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할지에 관한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권 씨는 범죄인 인도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몬테네그로에 구금될 예정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 시간)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병력 부족으로 먼저 파병을 요청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미 당국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같은 날 “내년 5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혀 파병 뒤 양국 군사협력이 더욱 굳건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NYT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북한이 제안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탱평양군사령관도 7일 한 안보 관련 회의에서 “북한이 먼저 러시아에 파병을 제안했다”고 밝혔다.NYT는 “다만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에 대한 대가를 즉각적으로 받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향후 북한을 둘러싸고 외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해주길 원한다는 의사를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군사기술 측면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주길 기대한 제안이었다고 평가했다.러시아 크렘린궁은 23일 내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승절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가장 큰 국가 경축일 중 하나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내년 전승절 열병식에 군대를 보내기로 한 국가에 북한이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 대표단이 아닌 북한군 부대가 참석한 적은 없었다.북한이 올 9월부터 러시아의 군사 훈련에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알려진 10월부터 한 달가량 앞선 시기다. 미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주 “9월 진행한 군사훈련 참관국 10개국에 북한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한편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예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북한군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사상자 1100여 명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이 자국 내 무기공장을 최대 한도로 가동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로 최대 55억 달러를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러시아는 파병된 북한군에 가짜 러시아 신분증을 지급하고 이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영토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에 대거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위성사진 기업 SI 애널리틱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국내 무기공장 200여 곳을 전부 가동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무기와 탄약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DC)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포탄의 60%가 평양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대가로 올 3월 이후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받았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에 무기와 병사를 지원해 최대 55억 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군의 파병이 러시아가 아닌 북한 측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북한 측이 러시아로부터 파병에 대해 즉각적인 대가를 받진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22일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하고 획득한 군용 신분증 3개를 공개했다. 각각의 신분증에는 김 캉 솔라트 알베르타비치, 동크 잔 수로포비치, 벨레크 아가나크 카폴로비치란 러시아 이름이 표기돼 있다. 하지만 서명란에는 각각 리대혁, 조철호, 방국진이라는 한글이 다른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통상적인 러시아 군용 신분증엔 소유자 사진과 발급 기관 도장도 찍혀 있다. 하지만 이번에 획득한 신분증에는 사진과 도장이 없었다. 특수작전군은 “러시아가 전장에서의 손실을 감추고 북한군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날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을 펼치기 위해 북한군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지만 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1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 능선을 뚫기 위해 보병을 앞세운 공세를 시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군 동원 전술을 ‘인간 파도(human wave)’,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포병 진지를 구축해 버티고 있고, 은폐가 어려운 들판 지역이라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 내부에선 파병 북한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쟁 포로를 신문한 내용을 인용해 “그들은(북한군은)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신경 쓰지 않는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한 러시아군 포로는 “북한군이 훈련장에서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루다) 우리 병사들 다리에 총을 쐈고, 조교가 배에 총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이 자국 내 무기공장을 최대 한도로 가동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로 최대 55억 달러를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러시아는 파병된 북한군에 가짜 러시아 신분증을 지급하고 이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영토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에 대거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2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위성사진기업 SI 애널리틱스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국내 무기공장 200여 곳을 전부 가동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무기와 탄약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DC)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포탄의 60%가 평양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WSJ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대가로 올 3월 이후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받았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에 무기와 병사를 지원해 최대 55억 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또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 북한군의 파병이 러시아가 아닌 북한측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북한 측이 러시아로부터 파병에 대해 즉각적인 대가를 받진 않았다고 전했다.한편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22일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하고 획득한 군용 신분증 3개를 공개했다. 각각의 신분증에는 김 캉 솔라트 알베르타비치, 동크 잔 수로포비치, 벨레크 아가나크 카폴로비치란 러시아 이름이 표기돼 있다. 하지만 서명란에는 각각 리대혁, 조철호, 방국진이라는 한글이 다른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통상적인 러시아 군용 신분증엔 소유자 사진과 발급 기관 도장도 찍혀 있다. 하지만 이번에 획득한 신분증에는 사진과 도장이 없었다. 특수작전군은 “러시아가 전장에서의 손실을 감추고 북한군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날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을 펼치기 위해 북한군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지만 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1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 능선을 뚫기 위해 보병을 앞세운 공세를 시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군 동원 전술을 ‘인간 파도(human wave)’,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포병 진지를 구축해 버티고 있고, 은폐가 어려운 들판 지역이라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러시아군 내부에선 파병 북한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쟁 포로를 심문한 내용을 인용해 “그들은(북한군은)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신경 쓰지 않는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한 러시아군 포로는 “북한군이 훈련장에서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루다) 우리 병사들 다리에 총을 쐈고, 조교가 배에 총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것은 전쟁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것은 ‘잔학(殘虐) 행위’일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연례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잔학 행위라 부르며 강력 비판했다. 세계 14억 명의 신자를 이끄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평화와 화합 메시지를 강조하는 성탄절을 맞아 특정 국가를 작심 비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추기경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연설에서 “어제 아이들이 또 폭격을 당했다”며 “이는 잔학 행위이지, 전쟁이 아니다. 마음에 와닿기 때문에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설 하루 전인 20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등에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 7명 등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황은 또 연설에서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이 가자지구 신자를 방문하고자 했으나 전날 공습 때문에 입국이 거부됐다”고도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교황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대테러 전쟁의 실제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며 “유대 국가와 그 국민들에 대한 이중 잣대와 차별을 멈추라”고 반박했다. 가자지구 공습을 두고 교황과 이스라엘이 날을 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교황은 지난달 출간한 책에서도 “현재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집단 학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에도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스라엘은 아이들 뒤에 숨어 어린이를 살해하고 100명의 인질을 붙잡고 학대하는 하마스와 상대하며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교황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대응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탄절 연설에서 성직자들의 처신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교황은 “가십(험담)은 사회생활을 파괴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악”이라며 추기경을 포함한 성직자들에게 ‘겸손한 삶’을 살아가길 주문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4개월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최근 큰 폭으로 진척됐지만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와 포로 교환 대상자 여부 등을 두고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 참석한 하마스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90% 완료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자지구 최남단과 이집트 국경을 잇는 ‘필라델피 통로(회랑)’에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필라델피 통로는 가자지구 국경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직접 맞닿지 않는 곳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이곳을 이용해 다양한 무기를 밀반입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협상에서도 필라델피 통로에 계속 주둔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그간 하마스는 이 같은 이스라엘군의 입장에 반대했지만 최근에는 필라델피 통로를 따라 수km 너비의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견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격에 전력이 크게 무력화됐고,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5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면서 민심도 싸늘하기 때문이다. 협상 관계자들은 필라델피 통로를 둘러싼 이견만 조정되면 며칠 내로 휴전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논의된 휴전안은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3단계 휴전안과 유사하다. 1단계에서는 6주간 전투 중단과 인질 일부 석방,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가 진행된다. 2단계에선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완전 철수(필라델피 통로 인근 주둔 제외)와 인질 전원 석방, 3단계는 가자지구 재건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다만 하마스의 인질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이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에서 양측은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마스 측은 2000년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를 이끈 파타당 고위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의 석방을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 포로 교환 문제 등에서 합의가 이뤄져 실제로 휴전이 발효된다면 이집트와 카타르의 감독하에 가자지구로 하루에 구호트럭 500대 반입, 가자지구 북부로 피란민 귀향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수니파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 중심의 시리아 과도정부는 HTS 출신 아사드 하산 알 시바니와 무르하프 아부 까스라를 각각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 구축 및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극단주의자로 분류했던 HTS의 수장 아흐메드 알 샤라에 대한 현상금 1000만 달러를 최근 해제하는 등 유화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카타르 등도 대표단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파견하거나 대사관을 재가동하는 등 향후 시리아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4개월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최근 큰 폭으로 진척됐지만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와 포로 교환 대상자 여부 등을 두고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 참석한 하마스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90% 완료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자지구 최남단과 이집트 국경을 잇는 ‘필라델피 통로’에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필라델피 통로는 가자지구 국경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직접 맞닿지 않은 곳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이곳을 이용해 다양한 무기를 밀반입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최근 협상에서도 필라델피 회랑에 계속 주둔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그간 하마스는 이 같은 이스라엘군의 입장에 반대했지만 최근에는 필라델피 통로를 따라 수 킬로미터 너비의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견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격에 전력이 크게 무력화됐고,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5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면서 민심도 싸늘하기 때문이다.협상 관계자들은 필라델피 통로를 둘러싼 이견만 조정되면 며칠 내로 휴전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논의된 휴전안은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3단계 휴전안과 유사하다. 1단계에서는 6주간 전투 중단과 인질 일부 석방,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가 진행된다. 2단계에선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완전 철수(필라델피 회랑 인근 주둔 제외)와 인질 전원 석방, 3단계는 가자지구 재건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다만 하마스의 인질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이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에서 양측은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마스 측은 2000년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를 이끈 파타당 고위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의 석방을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스라엘군 주둔 문제, 포로 교환 문제 등에서 합의가 이뤄져 실제로 휴전이 발효된다면 이집트와 카타르의 감독 하에 가자지구로 하루에 구호트럭 500대 반입, 가자지구 북부로 피란민 귀향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한편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수니파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중심의 시리아 과도정부는 HTS 출신 아사드 하산 알 시바니와 무르하프 아부 카스라를 각각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 구축 및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극단주의자로 분류했던 HTS의 수장 아메드 알 샤라에 대한 현상금 1000만 달러를 최근 해제하는 등 유화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카타르 등도 대표단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파견하거나, 대사관을 재가동하는 등 향후 시리아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53년 독재정권 무너진 시리아, 앞날은1971년 아버지부터 53년간 대를 이어 시리아를 통치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8일 붕괴했다. 잔혹한 독재자는 사라졌지만, 과도정부를 이끌 반군 조직의 통치 능력은 우려스럽다. 13년간 내전이 이어졌던 시리아의 미래를 짚어 봤다.》“신(神)이 (나 대신) 아사드가(家)에게 복수할 겁니다.” 뱌샤르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59)이 잔혹 통치를 하던 2011년 5월 아사드 정권에 아들 함자(당시 13세)를 잃은 어머니 아미르 알 카팁 씨가 최근 영국 BBC와 한 인터뷰다. 당시 아사드 정권은 “함자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그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함자의 시신에는 담배로 지진 자국이 가득했고 거세 흔적까지 발견됐다.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고문이 자행된 흔적이었다. 2019년에는 함자의 형이자 카팁 씨의 또 다른 아들 오마르마저 숨졌다. 오마르는 아사드 정권이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처형해 ‘인간 도살장’으로 불리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 옥중 사망했다. 카팁 씨는 러시아로 도피한 아사드 전 대통령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외쳤다. 1971년부터 53년간 대를 이어 시리아를 통치해왔던 아사드 정권이 8일 붕괴됐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흔든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당시에도 권좌를 지켰던 아사드 전 대통령은 수니파 무장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 주도의 반군이 지난달 27일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한 지 11일 만에 해외로 도피했다. 2011년 내전 발발 후 미국,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 강대국의 각축전이 벌어졌던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주요국은 시리아의 현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때 9·11테러를 주도한 수니파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을 맺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아직 테러단체로 지정된 HTS가 제대로 된 통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떻게 53년 독재가 가능했는지, 내전은 왜 13년간 지속됐는지, 향후 시리아는 어디로 갈지 알아본다. ● ‘이이제이’ 佛 식민통치부터 갈등다민족 다종교 다종파 국가인 시리아는 1920∼1946년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부터 많은 갈등에 시달렸다. 약 2340만 명의 국민 중 수니파가 74%로 절대 다수다. 프랑스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전체의 약 13%인 시아파에 집중적으로 권력을 몰아줬다. 특히 아사드 일가가 속한 시아파의 분파 알라위파는 군대, 경찰 등에 집중적으로 기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사람이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1930∼2000)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젊은 시절 현재 시리아 정계의 핵심 세력인 ‘바트당(아랍사회주의부흥당)’에 가입해 승승장구했다. 국방장관이던 1970년 쿠데타를 일으켜 반대파를 모조리 제거했고 한 해 뒤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반(反)서방, 반이스라엘을 기치로 주변 아랍국과 연대하고 소련과 적극 협력했다. 미국과 냉전을 벌이던 소련은 시리아에 무기와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페즈 전 대통령은 각국 독재자와도 적극 교류했다. 1974년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같은 해 ‘동유럽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과도 회동했다. 싫든 좋든 국제사회에 시리아라는 나라를 각인시킨 것이다. ‘중동의 비스마르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그는 4남 1녀를 뒀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했던 장남 바실은 1994년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숨졌다. 이에 다마스쿠스대 의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에서 안과 의사로 일하던 차남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을 긴급히 귀국시켰다. 2000년 하페즈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당시 아사드 전 대통령은 35세에 불과했다. 의회와 바트당은 그가 대통령직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시 헌법상 만 40세였던 대선 출마 자격을 만 34세로 낮췄다. 권좌에 오른 그는 초기에는 잠시 개혁 정책을 펼쳤다. 일부 반대파를 사면했고 외국계 은행의 영업을 허용하고 일부 국영기업도 민영화했다. 레바논 내 시아파 보호 등을 이유로 자국군을 파병했지만 군 철수도 단행했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의 개혁 움직임도 멈췄다. 이슬람권은 미국의 이런 행보에 강하게 반발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바트당 원로들은 30대 젊은 대통령에게 “미국에 강하게 맞서라”고 압박했다. 이후 아사드 정권은 내내 반미, 반이스라엘 기조로 일관했다.● 화학무기 사용 등 잔혹통치로 악명‘아랍의 봄’이 발발한 2011년 시리아에서도 남부 다라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아사드 정권은 함자 같은 미성년자에게도 잔혹한 고문을 일삼으며 무력 탄압에만 주력했다. 시위대도 ‘테러범’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시위대 또한 정부군과 본격적으로 맞서면서 길고 긴 내전이 발발했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에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 무기까지 사용했다. 2013년 8월 반군 지지 주민이 많은 다마스쿠스 교외 구타에서 ‘사린가스’를 사용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1400명이 숨졌다. 2017년 4월에는 역시 반군의 주요 거점인 북부 이들리브주에 사린가스 공격을 자행해 최소 80명이 숨졌다. 2018년 4월에는 구타 일대에 또 화학 무기를 살포했다. 이때도 최소 50명이 사망했다. 수감된 반대파에게도 악명 높은 고문을 자행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를 쇠막대 벨트 채찍 등으로 구타하고, 생식기에 전기 고문을 가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BBC에 따르면 일부 교도관은 수감자들에게 “서로를 고문하라. 따르지 않으면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 내전 기간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만 최소 3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전역에서 최소 50만 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내전 장기화로 경제는 더욱 나빠졌다. 세계은행은 2021년 시리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421달러(약 60만 원)로 추정했다. 인구의 24.8%는 하루 2.1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내전 기간 동안 고질적인 전력난이 더 심해져 최근에는 많은 주민이 옷을 태워 연료로 쓴다.● 이란-러시아 발 빼자 ‘와르르’ 이런 상황에서도 아사드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해군 기지를 두고 있다. 이 기지를 통해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적극 지원했다. 특히 공군을 동원한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어 반군을 저지했다. 이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지상군을 적극 도왔다. 2013년부터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동부와 이라크 북서부 일대에서 ‘국가(state)’를 자처한 것도 아사드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킨 측면이 있다. 산 사람을 공개적으로 화형시키는 극악무도한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미국 등 국제사회도 IS 궤멸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랜 교착 상태에 빠졌던 내전의 판도가 바뀐 것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두 개의 전쟁’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연명하던 아사드 정권의 허약한 체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사실상 궤멸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을 돕던 헤즈볼라 전투원 1만 명은 올 9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을 벌이면서 시리아에서 속속 철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의 지원 또한 급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헤즈볼라 대원들이 철수한 가운데 이란이 시리아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아사드 정권의 몰락이 가속화했다고 진단했다.● HTS 통치 능력 ‘기대 반 우려 반’ 국제사회는 새 과도정부를 이끌 HTS가 어느 정도의 통치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약 2만 명의 조직원을 보유한 HTS는 2017년부터 인구 약 470만 명의 북부 이들리브주를 사실상 통치했다. 수장은 한때 알카에다에 몸담았지만 2016년 결별한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42). 이슬람 원리주의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지만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종파와도 협력할 뜻을 밝히는 등 최근에는 유화적인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2017년 설립한 민간행정조직 SSG를 과도정부의 통치에 활용할 뜻을 밝혔다. 보건, 교육, 지방 재건 등 10개 부처, 총인원 75명의 정치자문(슈라) 위원회로 구성됐다. HTS는 7년간의 이들리브 통치 당시 오랜 내전으로 지친 주민들에게 식량 및 전기 보급 등으로 민심을 얻었다. 2023년 초 시리아 북부와 튀르키예 남부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도 국제 구호단체의 지원을 거들었다. 다만 시리아 내부의 분열 및 갈등 역사가 워낙 오래된 탓에 HTS가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반군은 HTS뿐 아니라 쿠르드족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단체의 집합체 성격이 크다. 언제든 분열의 씨앗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BBC 역시 HTS에 동의하지 않는 반군 세력 또한 상당하다며 이들이 모두 일정 부분 권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누가 누구의 적이고 우군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이해관계 또한 제각각 다르다. 오랜 내전으로 시리아 땅을 떠났던 약 500만 명의 국민을 어떻게 귀환시키고 어디에 정착시킬 것이냐는 사안은 과도정부의 또 다른 과제다. 내전 기간 동안 이들을 수용했던 오스트리아 독일 벨기에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은 벌써부터 “이제 더 이상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며 빗장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서유럽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진 상당수 난민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무관하게 고국의 정치 사회적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자발적 귀환을 망설이고 있다.● 강대국 각축전 시작 주요국은 벌써부터 이런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느라 바쁘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8일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 일대의 시리아군 기지를 재빨리 점령했다. 9일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약 20km 떨어진 까타나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같은 날 시리아 서부의 요충지인 라타키아항과 타르투스항에도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은 겉으로는 “아사드 정권이 보유했던 생화학무기가 IS 같은 테러단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에도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기 위해서”라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기소돼 10일 법정 출석까지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생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 격퇴에 이어 시리아 군사 공세 강화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있다. 이번에 점령한 시리아군 기지를 결코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또한 현 상황의 주요 승자라고 분석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는 내전 발발 후 전체 시리아 난민의 약 70%(약 350만 명)를 울며 겨자 먹기로 자국 땅에 수용해야 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곳곳에서 “시리아 난민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난민 수용 부담을 일거에 털어낼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헤즈볼라, 시리아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해온 이란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송웅엽 전 주이란·이라크·아프간 대사는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까지 겹쳐 이란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8·사진)이 미국 시사매체 타임의 ‘2024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타임은 12일 올해의 인물을 발표할 예정인데 하루 앞서 내용이 유출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건 첫 번째 대선에서 승리한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올해의 인물 선정 관계자 3명은 “트럼프 당선인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것”이라며 그가 12일 오전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개장 종을 울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타임에 따르면 올해의 인물 후보로는 트럼프 당선인, 그와 이번 대선에서 겨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올 2월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총 10명이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17년 8월 취임한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58)이 11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의 임기는 2027년 8월까지로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핵심 측근인 ‘충성파’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에 기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레이 국장이 남은 임기를 지키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레이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집권 1기에 직접 뽑은 인물이다. 연방 검찰은 트럼프 당선인이 2021년 1월 퇴임 당시 백악관 기밀 자료를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불법 반출했다는 혐의 등을 포함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4건의 형사 기소를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레이 국장이 자료 불법 반출에 관한 수사를 위해 2022년 8월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눈 밖에 났다. 미국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FBI가 중립적,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1976년부터 국장 임기를 10년으로 보장해 왔다. 다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해임하면 교체가 가능하나, 해임이 가능한 상황이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교체를 단행하는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구조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이 발탁한 사람의 임기도 지켜주지 않는 데다 4건의 형사 기소에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보복 의사도 드러낸 만큼 FBI의 정치 중립성 논란, 정치 보복 우려 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때도 FBI 국장 경질 CNN 등에 따르면 레이 국장은 이날 워싱턴 FBI 본부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내년 1월 현 행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일하고 물러나는 것이 FBI에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기 사임은 FBI를 더 깊은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당시 FBI 수장의 임기를 지켜주지 않았다. 당시 수장은 제임스 코미 전 국장(2013년 9월∼2017년 5월 재직). 트럼프 당선인은 코미 전 국장이 자신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임기가 6년 넘게 남은 그를 트위터(현 X)로 해임했다. 그 후임자로 발탁한 레이 국장 역시 임기를 지켜주지 않은 것이다. FBI는 테러, 부패, 사이버 범죄, 화이트칼라 범죄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권을 가진다. FBI 국장 또한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녀야 한다. 10년 임기를 법으로 정한 것 또한 도청, 사찰 등으로 확보한 정보를 무기로 미 사회를 쥐락펴락했던 존 에드거 후버 전 국장(1935∼1972년 재임) 같은 막후 권력자가 나타나는 것을 막고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런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텔 FBI 국장 지명자, 칼바람 예고트럼프 당선인은 오래전부터 레이 국장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8일 NBC뉴스 인터뷰에서 ‘레이 국장을 해고하겠느냐’는 질문에 “그가 마러라고 리조트에 침입했다. 그가 한 일은 매우 불만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날 레이 국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사법기관의 무기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날”이라며 “미국의 법치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인도계인 파텔 지명자 또한 11일 성명을 내고 “이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며 “취임 첫날부터 미국인들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 국장을 포함해 트럼프 당선인을 수사한 인물들에 대한 보복, FBI 본부 축소 등 대대적인 칼바람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해 온 충성파로 애리조나주의 TV 앵커 출신인 캐리 레이크를 ‘미국의 소리(VOA)’ 방송 대표로 지명했다. VOA는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을 받지만 독립적인 편집권을 보장받아 왔다. 이 같은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틈타 이스라엘이 시리아 전역에 대한 군사 공세를 연일 강화하고 있다. 8일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시리아군 기지를 점령했고, 9일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약 20km 떨어진 까타나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같은 날 시리아 서부의 요충지인 라타키아항과 알바이다항에도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알바이다가 속한 타르투스주(州)에는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 해군 기지가 존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는 러시아로 도피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 시절 보유했던 생화학무기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단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에도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기소됐으며 10일에는 역시 현직 총리 최초로 법정 출석까지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생명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격퇴에 이어 시리아 군사공세 강화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48시간 동안 480회 공습10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48시간 동안 전투기와 지상작전 등으로 시리아 전역을 약 480회 공습했다. 다마스쿠스의 공군기지, 공항, 알바이다항과 라타키아항 등이 주요 목표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통해 “시리아의 군사 역량 중 80%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이스라엘과 가까운) 시리아 남부에 테러 위협에서 안전한 ‘무균보안구역(sterile security area)’을 조성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IS 같은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새롭게 점령한 골란고원 내 시리아 영토를 돌려주지 않을 뜻을 비쳤다. 그는 9일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며 영토 확장 야욕을 노골화했다. 10일에는 “시리아의 새 정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지만 새 정권이 (아사드 정권처럼) 이란과 관계를 맺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골란고원의 약 80%를 장악해 지금까지 실효지배하고 있다. 8일에는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40km 떨어진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의 시리아군 기지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군사 작전을 골란고원과 시리아 남부를 일컫는 지명 ‘바샨(Bashan)’을 딴 ‘바샨의 화살’로 명명했다.● 네타냐후, 피고인으로 첫 법원 출석두 번째 총리 재직 시절인 2019년 11월 사기, 배임,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 법정에 출석했다. 이 재판은 2020년 5월 시작됐지만 그의 두 번째 실각과 세 번째 취임,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등으로 언제 1심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는 약 5시간 동안 직접 변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친한 사업가들로부터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준 사실이 없다면서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하며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10일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아사드 전 대통령을 러시아로 데려왔다”고 밝혔다. 반대파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등으로 ‘중동의 도살자’로 불리는 아사드 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도록 인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는 ICC 협약 당사국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또한 11일 시리아 반군의 승리를 두고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공동 음모”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시리아 반군의 대대적인 공세로 축출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무함마드 가지 알 잘랄리 전 총리(55)가 9일 “반군으로 권력을 넘기겠다”고 밝힌 가운데, 공습을 이어온 이스라엘군이 지상군도 10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서쪽으로 20여 km 떨어진 카타나까지 진격했다. 혼란을 틈타 시리아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골란고원의 점령을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잘랄리 전 총리는 9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방송 인터뷰에서 “시리아구원정부(SSG)에 권력을 넘기기로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SSG는 HTS의 행정 조직으로 내전 과정에서 HTS가 장악했던 북부 이들리브 일대에서 사실상 정부 역할을 담당했다. HTS도 “무함마드 알 바시르(38)를 과도정부 총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1986년 이들리브에서 태어난 그는 1월부터 SSG 수반으로 활동했다. HTS 지도자인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42)는 군 책임자 지위를 유지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권력 이양이 본격화하면서 국제사회는 HTS를 공식 정부로 인정할지 고심하고 있다. “권력 공백 사태를 틈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 조직이 재건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HTS를 과도정부로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조하고 과거 알카에다와도 연을 맺었던 HTS가 미덥지 못하다”는 반론이 대립하고 있다. 알카에다 연계 등을 이유로 현재 미국, 영국 등 유럽 주요국, 튀르키예 등은 HTS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줄라니는 자신이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했다며 “새 정부를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중동으로 급파하기로 했다. 아사드 정권이 보유했던 화학무기가 테러 조직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중동의 안정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는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방안 또한 논의하기로 했다. 8일 골란고원 내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공격했던 이스라엘은 10일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까지 진격했다. 로이터통신은 시리아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의 시리아와 이스라엘 완충지대에서 약 10㎞ 떨어진 카타나까지 전차 등을 진입시켰다”고 전했다. 9일 시리아 내 화학 무기 관련 시설 100여 곳을 공습했던 이스라엘군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이스라엘 측은 “시리아 정부군 잔재 세력이 재건하지 못하도록 일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한편 주민들은 러시아로 도피한 아사드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상당수 주민이 그의 다마스쿠스 자택에 들이닥쳐 물품을 약탈하고 집기를 파손했다. 아사드 정권의 주요 후원자였던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조성한 군사 기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해당 기지의 보안을 보장할 수 있는 반군 인사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슬람은 승리했다. 이슬람 국가의 등불이 될 새로운 시리아를 건설하겠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접수한 수니파 반군 무장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42)가 8일 승리 연설을 갖고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이슬람 전체의 역사적인 일”이라고 자평했다. HTS의 다마스쿠스 점령 직전 해외로 도피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사실상 러시아로 망명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9일 아사드 일가가 러시아로 망명했다는 언론 보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정치적 망명 허가에 관한 결정은 국가원수의 참여 없이 내려질 수 없다”고 답했다. 망명을 허가한 사람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HTS 주도의 권력 이양이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주변국과 국제 사회는 이번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에 있는 일부 시리아군 기지를 재빨리 점령했다. 미국 또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권력 공백을 틈타 재건할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시리아 내 IS 거점지 75곳을 공습했다. 아사드 정권이 보유했던 화학무기가 테러단체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중동의 여러 국가와도 협력할 뜻도 비쳤다.● 줄라니 “시리아 정화, 이슬람 승리” 그간 노출을 꺼려 왔던 줄라니는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 연설을 갖고 내전 승리를 선언했다. 군중의 환호 속에 다마스쿠스 우마이야 모스크에 등장한 그는 아사드 정권과 배후 이란을 동시에 비판하며 “아사드가 시리아를 ‘이란의 탐욕을 위한 농장’으로 전락시켰다. 시리아를 정화(purify)하겠다”고 외쳤다. 이번 승리는 아사드 정권하에서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사람과 전사(戰士)들의 희생으로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8세기 초 건립된 이 모스크는 이슬람의 주요 성지로 꼽힌다. 줄라니가 아사드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대통령궁이 아닌 이곳을 첫 연설 장소로 택한 것 또한 자신이 차기 지도자가 되는 것이 신(神)의 뜻이라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디언 역시 그가 시리아의 새 통치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줄라니는 다마스쿠스 점령 후 자신을 본명 아흐메드 후세인 알 샤라로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2003년 9·11테러의 주역 알카에다에 합류했지만 2016년 연을 끊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HTS의 진격 직전 비행기를 타고 다마스쿠스를 떠난 아사드 대통령과 가족들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아사드 일가가 어디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당분간 아사드 대통령과 만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해군 기지를 두고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에도 아사드 정권의 주요 지원자를 자처해 왔다.● 이스라엘, 골란고원 추가 점령시리아 전체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이스라엘은 8일 1974년 이후 50년 만에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의 일부 시리아 군 기지를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고원을 점령해 이곳의 약 80%를 실효 지배해 왔다. 그간 고원의 서부는 이스라엘, 중부는 유엔 평화유지군, 북동부는 시리아가 지배했으나 이날 진격으로 북동부 일부 시리아 군 기지까지 접수한 것이다. 정상 높이가 2814m인 헤르몬산은 다마스쿠스와 불과 40km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낮은 지대에 있는 다마스쿠스를 육안으로도 감시할 수 있다. 또 골란고원에서 발원한 요르단강과 갈릴리 호수는 이스라엘의 주요 식수(食水)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골란고원 내 다른 지역을 찾아 “이란이 만든 ‘악의 축’의 핵심 고리였던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타격을 가한 결과”라고 자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들의 가족 단체와도 만났다. 그는 “아사드 정권의 몰락이 (하마스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인질 귀환 합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낙관했다.● 우크라 “푸틴 편에 서면 몰락” 반색아사드 정권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중단했던 우크라이나 또한 반군의 승리를 반겼다. 안드리 시비하 외교장관은 8일 아사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가까웠다는 점을 거론하며 “푸틴에게 베팅하는 독재자는 늘 몰락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로 들어설 시리아 정부와 속히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싶다고도 했다.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일부 반군을 지원했던 튀르키예도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반기는 모양새다. 현재 튀르키예에는 최소 300만∼40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거주해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낼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높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011년 3월부터 13년 넘게 내전을 벌여 온 시리아 반군이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내전 승리”를 선언했다. 반군에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무기 등을 쓰며 ‘중동의 도살자’로 불렸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다마스쿠스를 떠났지만 정확한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과 부친 하페즈 전 대통령은 1971년부터 53년간 대를 이은 철권통치를 이어왔다. 이런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중동을 포함한 국제정세 또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아사드 정권과 정부군을 지원해 왔던 러시아, 이란 등은 반군 승리로 중동 내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수도 점령을 주도한 수니파 무장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이 다종교 다민족 국가인 시리아를 통치할 만한 능력이 부족해 정정 혼란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HTS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한때 연관을 맺었으며 미국 등 여러 나라로부터 테러단체로도 지정됐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또한 “이건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미국은 시리아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개입 불가를 선언했다.● 반군, 제2도시 점령 8일 만에 수도 장악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HTS는 8일 “다마스쿠스가 ‘폭군’ 아사드로부터 자유로워졌다”며 다마스쿠스 점령 소식을 알렸다. 지난달 27일부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반군은 같은 달 30일 제2도시 알레포, 7일 제3도시 홈스를 점령했다. 이후 하루 만에 수도까지 확보한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 사령부는 군인들에게 아사드 대통령의 통치가 끝났다고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도 수도 외곽의 하페즈 전 대통령 동상을 부수며 반군을 환영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수도 함락 직전인 8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도피했으나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부인과 자녀들이 6일 이미 러시아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트레이더24를 인용해 아사드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시리아 해안 지역을 향해 비행하다 갑자기 유턴한 뒤 사라졌다고 전했다. 시리아 소식통들은 “아사드가 추락 사고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무함마드 가지 알 잘랄리 총리는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국민이 선택한 어떤 지도부와도 협력할 준비가 됐다. 원활한 권력 이양과 국가 시설 보존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며 자유 선거를 실시하자고 밝혔다.● HTS 정권 잡아도 혼란 지속 전망중동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여파로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오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인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시리아를 중동 진출의 거점으로 삼아 온 러시아 등의 지원을 받았다. 반군 또한 수니파, 소수민족 쿠르드족, 여러 군벌 등으로 나뉘어 좀처럼 힘을 합치지 못해 어느 한쪽도 승기를 잡지 못했다. 교착 상태가 깨진 것은 2개의 전쟁 즉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벌인 가자 전쟁 때문이다. 이 2개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하마스를 지지해 온 이란은 과거처럼 아사드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군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한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셈이다.HTS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사진)는 6일 CNN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의 독재를 끝내고 제도에 기반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HTS는 알카에다의 연계 조직으로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알누스라)’을 전신으로 하는 단체다. 설립 초기에는 과격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성향을 보였으나 2016년 줄라니가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으면서 이름을 지금의 HTS로 바꾸고 변신을 꾀했다. 여성의 히잡 착용과 금연을 강요하지 않는 등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고 있다. 줄라니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알카에다와의 연관성을 재차 부인했다. 미국, 튀르키예(터키), 유엔 등에 속히 테러단체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집권 1기 당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내렸던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2기에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시리아는 엉망이지만 미국의 친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 NBC 뉴스와 당선 이후 첫 인터뷰를 갖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이후 주요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건 처음이다.8일(현지 시간) 미 NBC뉴스는 트럼프 당선인과 6일 사전 녹화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는 크리스틴 웰커 앵커가 진행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해온 유럽 군사 동맹인 나토에 미국을 계속 두지 않겠다”며 “그들이 청구서를 제대로 지불한다면 나토에서 미국의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가능하다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는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미국으로부터 많은 군사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아마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한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터뷰를 마친 뒤 7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 10분 정도 참여했다”고 NBC에 전했다.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관세 인상 공약도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웰커 앵커가 “미국 가정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냐”고 묻자,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고 전했다.집권 1기 당시 사임을 압박했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대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파월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도 중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자신의 자녀들을 백악관 보좌관으로 합류시키지 않겠다고도 말했다.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는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대량 추방을 실시할 것이며,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부모의 출신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헌법 개정을 고려할 것이다”고 했다. 다만 어린 시절 불법적으로 미국에 끌려와 수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온 ‘드리머스’들이 미국에 계속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입법 해결책에 대해서는 열려 있다고 전했다.또 재임 첫날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에 가담해 수감돼있는 지지자들을 전부 사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서 지나치게 가혹한 대우를 견뎌내고 있다”고 주장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게 42~60일간 휴전하는 내용이 담긴 새 휴전협상안을 제안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가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내년 1월 20일 자신의 취임 전까지 휴전이 이뤄지기를 원한다고 밝히자, 이에 이스라엘이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계자는 최근 42~60일간 휴전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내용을 담은 휴전협상안을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안은 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장관과 안보 책임자 등을 소집한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카타르가 휴전 협상 중재를 그만둔 뒤로 이를 대신하고 있는 이집트는 2, 3일 카이로에서 열린 회담에서 하마스 대표단에게 새 휴전협상안을 전달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다만 아직 하마스는 새 휴전협상안에 대해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새 휴전협상안에 대한 하마스의 입장이 아직 불분명하다”며 “우리는 이집트로부터 하마스의 대응이 무엇인지 전달받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새 휴전협상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카이로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후 휴전 기간, 석방될 가자지구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 등 세부사항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그간 휴전 협상에 미지근했던 이스라엘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건 트럼프 당선인의 휴전 압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2일 트루스소셜에 “모두가 중동에서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으로 억류돼 있는 인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말뿐이고 행동은 없다”며 “2025년 1월 20일(미국 대통령 취임일) 이전에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는다면 중동에서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른 책임자들은 지옥 같은 대가(hell to pay)를 치르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이에 미국을 방문한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장관은 4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집권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과 만나 휴전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당선인 캠프 관계자는 “당선인은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있는 휴전협상을 지지하며,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합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세계가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자국도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공공연히 권위주의적 성향을 내비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 시간) ‘대한민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미국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헌법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없지만, 시민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특정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WP에 따르면 주지사는 주에 계엄령을 선포할 권한이 있지만, 대통령은 그럴 권한이 없다. 다만 ‘하베아스 코퍼스(habeas corpus·인신보호청원)’를 중지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하베아스 코퍼스란 구금된 이들이 자신의 구금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법원에 물을 수 있는 권리다. 이를 제한하면 정부는 체포의 정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미 헌법은 하베아스 코퍼스를 중단하기 위한 조건으로 ‘반란이나 침략 시기 등 공공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선 2001년 9·11테러 이후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하베아스 코퍼스를 중단한 적이 있다.또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할 수도 있다. 이 법은 대통령이 비상사태 시 법 집행을 위해 군대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 등을 해산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뒤 시위가 거세지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한 바 있다.미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회 과반수 찬성으로 이를 무효화할 수 있다. 다만 WP는 “내년 의회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공화당이 장악한다”며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면 부적절한 시민권 박탈에 대한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미군의 몫이다”고 전했다.한편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MJ 리 미 CNN방송 백악관 출입기자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 “미국인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건이다”고 강조했다. 리 기자는 “트럼프는 군대를 이용해 자신의 적을 쫓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다”며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이 벌인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사태를 언급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최근 반군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며 정부군을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 이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왔던 강대국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소강 상태였던 내전이 격화하면서 강대국의 대리전 양상도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전 발발 후 줄곧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해 온 러시아와 이란은 최근 “정부군을 계속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란은 “군대 파병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다. 미국은 시리아 내 친(親)이란 무장세력을 공습하며 반군을 돕고 있다. 이란과 중동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또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반군에 힘을 실어 주는 모양새다. 3일 뉴욕타임스(NYT)는 “여러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시리아 정세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고, 폭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군, 제2 도시 이어 제4 도시도 점령 눈앞3일 AFP통신, 현지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등에 따르면 반군이 제4 도시 하마 코앞까지 진격했으며 점령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마는 정부군이 점령 중인 수도 겸 제1 도시 다마스쿠스, 제3 도시 홈스로 가는 길목에 있다. 반군은 지난달 30일부터 북부의 제2 도시 알레포를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까지 점령한다면 반군의 공세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두 공세 모두 반군 내 무장단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수니파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이 주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TS는 하마 도심에서 5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공군기지에서 무인기(드론)로 정부군 헬기를 공격하고 있다. HTS가 하마를 장악하면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뒤 정부군이 하마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첫 사례가 된다. 로이터통신은 “반군이 하마를 장악하면 아사드 정권에 대한 퇴진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이란 vs 美·사우디 대리전 양상미국은 아사드 정권이 내전 초 수차례 국제법으로 금지한 화학무기 ‘사린가스’ 등을 사용했으며 러시아, 이란과 협력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군을 지지하고 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시리아 동부 유프라테스강 일대에서 친이란 무장단체가 소지한 것으로 보이는 다연장 로켓포, 탱크, 박격포 등을 발견하고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부대사는 뉴욕 유엔 본부에서 “아사드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의 잔학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도 이날 다마스쿠스 공항 인근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 인사 살만 네메르 자마를 표적 공습으로 살해했다. 이란의 최대 경쟁자인 사우디 역시 반군에 대한 무기와 재정 지원을 꾸준히 해왔다. 튀르키예는 반군을 지원하며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설립 움직임을 막기 위해 시리아 북서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반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2일 아사드 대통령과 통화한 후 “시리아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카타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부가 ‘군대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면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도 지난달 29일 “시리아(정부)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하며 현재 시리아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또 러시아, 튀르키예, 카타르 3국 외교장관도 조만간 회동을 갖고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한 러시아와 튀르키예, 내전 중재를 해 온 카타르 외교장관의 회담이라 사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의회가 군화에 짓밟히면 민주주의는 권력에 굴복하고 자유주의 이상은 현실의 무게에 무너진다.”국제정치계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3일(현지 시간) ‘X’에 한국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로 진입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이같이 밝혔다. 또 “부패 혐의가 제기됐을 때 계엄령은 권력이 종종 책임감을 앞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해제에 대해 국제정치 석학들이 충격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를 ‘쿠데타’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정치적 자살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또한 X에 영상을 게시하고 “한국은 북한이 아니며, 강력한 제도를 갖춘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다”며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를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지독한 숙취와 함께 일어나서 자신이 엄청나게 어리석고 도를 넘은 일을 했으며,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성과를 파괴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 역시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올리고 “계엄이 해제됐지만 현재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며 “지지율이 10%에 불과한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가 쏟아져 윤 대통령의 종말(demise)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연구원은 X에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비판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 임기 종말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이날 가상화폐 기반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윤 대통령이 올해 안에 퇴임할 것인가’에 대한 베팅이 열렸다. 한때 윤 대통령이 퇴임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78%까지 올랐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