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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에 대한 공격이 매우 임박했다”고 20일 밝혔다. 네타냐후 정권은 다음 달 5일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만류에도 “이란이 1일 이스라엘 본토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만큼 강도 높은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압돌라힘 무사비 이란군 최고사령관은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에 ‘궤멸적 타격’을 행할 준비가 됐다”고 맞섰다.이스라엘은 20일과 21일 각각 레바논 전역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모두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공격으로 풀이된다.바이든 행정부는 확전을 막기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에 급파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휴전 조건으로 지상전이 한창인 레바논 남부에서의 군사 작전권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네타냐후 “이란 보복 임박” vs 이란 “궤멸적 타격”이스라엘 국영 칸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비공개 안보내각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곧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강조했다. 이란에 대한 보복 시기 및 수위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면서도 “국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이스라엘은 앞서 16일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여 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살해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 헤즈볼라와 모두 휴전 협상을 체결하라”고 압박했지만 네타냐후 정권은 거부했다. 또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모두 궤멸시킬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1일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무사비 사령관 역시 이런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맞보복’을 천명했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미국에도 “범죄를 저지르고 아동을 학살하는 정권에 대한 지지를 거두라”고 경고했다.이 같은 중동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블링컨 장관은 21~25일 중동 순방에 나섰다. 다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줄곧 불협화음을 빚은 네타냐후 정권과 바이든 행정부의 이견은 여전하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7일 미국에 헤즈볼라와의 휴전 조건으로 레바논 남부에서의 작전권을 요구했다.중동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인 레바논 남부는 이 지역을 영토로 삼고 있는 레바논 정부군과 긴장 완화를 위해 주둔중인 유엔 평화유지군의 작전만 가능하다. 이스라엘의 작전권 요구는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완전 철군’을 조건으로 채택된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도 반하는 내용이다.이스라엘은 이 1701호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헤즈볼라가 이 일대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며 작전권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사실상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휴전 조건을 내걸어 전쟁 지속 의사를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 자금줄 옥죄는 이스라엘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돈줄도 강하게 옥죄고 있다.시리아 관영 사나통신에 따르면 21일 다마스쿠스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헤즈볼라의 재정 책임자가 타고 있던 자동차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다. 이 책임자를 포함해 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측은 이 책임자가 이란발(發) 자금을 헤즈볼라에 들여오고 분배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본다.이스라엘은 20일에도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금융사 ‘알까르드 알하산’ 지점 30여 곳을 공습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사헬 병원 지하에 지난달 27일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생전 보관했던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금괴와 현금 사진도 21일 공개했다. 수장을 잃은 헤즈볼라 구성원의 심리적 동요를 느끼게하고, 국제사회에 나스랄라를 공격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채식주의자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답변을 찾고자 계속 집착하게 됩니다.”한강의 소설집 ‘채식주의자’(2007년)를 베트남어로 번역한 황하이번(46)은 20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번역가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다. 채식주의자는 2010년 베트남에서 출간되며 처음으로 해외 독자들과 만났다. 황 번역가가 채식주의자를 접한 계기는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이었다. 당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황 번역가가 대상을 수상한 한강의 중편 ‘몽고반점’을 읽은 것. 몽고반점은 육식을 거부하는 여성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 아티스트 ‘나’가 화자로 나온다. 그가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처제 영혜를 모델로 세우는 이야기다. 몽고반점이 발표되고 2년 뒤, 영혜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을 엮어 채식주의자가 출간됐다. 자신의 직감을 따른 황 번역가는 누구보다 빨리 번역서를 내놨다. “몽고반점은 미학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었어요. 인물의 감정에 고스란히 빠져들었어요. ‘아, 이건 예술이다’라는 인상을 받았고,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채식주의자가 나오자마자 번역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해외 문단의 평가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그만큼 제가 사랑한 작품입니다.” 번역 작업 중 한강과 만나는 기회도 생겼다. 2009년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번역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 당시 호치민국립대 한국학부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한달 반 동안 레지던시 참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작가님과 떠난 문학기행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궁금한 점을 직접 여쭤봤고, 이후에도 이메일로 소통하면서 작업했다”고 했다. 황 번역가가 채식주의자를 작업한 지도 벌써 15년이나 흘렀다. 그는 문장이 어렵지는 않던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설의 관능적이고 신비롭고 모호한 분위기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신경 썼다고 했다. 그는 “번역을 마치고도 여러 해가 지나서야 작품의 의미를 이해한 것 같다”고 했다. ▶관련 기사: 채식주의자 출간 직후(2007년) 소설가 한강 인터뷰황 번역가는 1세대 베트남어 번역가다. 1992년 양국 수교 이듬해에 베트남에 한국학과가 설치됐다. 그리고 1996년 하노이국립대에 입학한 황 번역가는 한국어 전공을 선택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한-베 사전이 없어 한-영 사전과 영-베 사전을 끼고 공부했습니다. 어렵게 공부했지만 재밌었어요. 대학 4학년 때는 배우 김혜수, 배용준 주연 44부작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베트남어 번역에도 같이 참가했죠.”한국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는 베트남이지만, 한국 문학은 여전히 낯설었다. 그러나 2016년 한강의 맨부커상을 받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노벨 문학상까지 받자, 베트남에 출간된 한강 작품 세권(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은 모두 동난 상태다. 황 번역가는 “가부장제가 강한 유교 문화권이고, 전쟁의 아픔을 겪은 베트남 독자들은 누구보다 한강의 작품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베트남에는 ‘한강 문학의 기적’ 열풍이 불고 있다. 한강 작품 세계와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넘어 “우리도 노벨 문학상을 받아보자”는 희망이 싹튼 것. 베트남은 중국, 프랑스, 미국 등 외세와 맞서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문학을 발달시켜 온 국가다. 문학 독자층 또한 두텁다. “베트남 주요 언론은 한국의 ‘한국 문학 세계화’ 전략을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문학번역 지원과 번역가 육성에 물심양면 지원했고,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에도 굉장히 많이 투자한 점에 주목한 것이죠.”17일(현지 시간) 호치민국립대 한국학부 주최로 연 ‘한강과 한국 문학의 기적’ 세미나에는 600명 넘게 모이며 베트남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한국 문학을 연구하는 베트남 학자들이 발표자로 나섰고 황 번역가도 ‘채식주의자 번역 및 한강 작품의 인문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주제로 발표했다.그는 “학생들에게 한강 문학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질문하러 멀리서 찾아온 고등학교 문학 교사도 있었고, 한국학계와 문학계뿐 아니라 영화계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참석해 놀라웠다”고 전했다. 황 번역가가 느끼는 한국 문학의 힘은 무엇일까.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인물의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합니다. 한국 문학이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좋은 글을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거든요. 사실 저는 현재 문학번역을 쉬고 있는데, 한강의 차기작은 꼭 번역하고 싶습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일부터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한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돈줄’로 알려진 금융기관을 공습하는 등 갈수록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6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야흐야 신와르 사살 전후로 무력 충돌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미국 등의 중재에도 당분간 휴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0일 밤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에 있는 금융기관 ‘알까르드 알하산’ 지점 세 곳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금융기관들은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3년 설립된 알까르드 알하산은 ‘헤즈볼라의 돈줄’로 불리는 곳으로 2007년부터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헤즈볼라 정보국과 지하 무기고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 간부 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5일 대선을 앞둔 미국은 이스라엘 측에 공습 규모 축소를 요청하는 등 휴전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귀담아듣지 않는 모양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9일 “(이스라엘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너무 많다”며 “베이루트 인근 공습을 축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다음 날 레바논 접경지인 이스라엘 북부 군부대 시찰에 나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 목표는 이스라엘 북부 주민의 귀환을 위해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를 완전히 청소하는 것”이라며 “적을 단순히 물리치는 것을 넘어 남부 마을을 완전히 파괴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평화유지군(UNIFIL)도 공격했다. UNIFIL은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이 초소와 울타리를 불도저로 고의로 무너뜨렸다”며 “이는 명백한 국제법 및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UNIFIL은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34일 전쟁’ 뒤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한 결의 1701호에 따라 레바논 국경지대에 주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아모스 혹스틴 백악관 선임 고문은 휴전 협상을 위해 21일 레바논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이스라엘이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혹스틴 선임 고문은 레바논의 총리(이슬람 수니파)와 국회의장(이슬람 시아파) 등과 만나 휴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터넷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혹스틴의 레바논 방문을 앞두고 17일 미국에 휴전 협상의 조건으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주둔’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 행정부 고위급은 “이스라엘의 휴전 조건은 레바논으로선 주권 침해로 여길 것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일부터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한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돈줄’로 알려진 금융기관을 공습하는 등 갈수록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6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야흐야 신와르 사살 전후로 무력 충돌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미국 등의 중재에도 당분간 휴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로이터통신 등등에 따르면 20일 밤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에 있는 금융기관 ‘알카르드 알하산’ 지점 세곳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금융기관들은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3년 설립된 알카르드 알하산은 ‘헤즈볼라의 돈줄’로 불리는 곳으로 2007년부터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헤즈볼라 정보국과 지하 무기고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 간부 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다음 달 5일 대선을 앞둔 미국은 이스라엘 측에 공습 규모 축소를 요청하는 등 휴전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귀담아 듣지 않는 모양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9일 “(이스라엘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너무 많다”며 “베이루트 인근 공습을 축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다음 날 레바논 접경지인 이스라엘 북부 군부대 시찰에 나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 목표는 이스라엘 북부 주민의 귀환을 위해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를 완전히 청소하는 것”이라며 “적을 단순히 물리치는 것을 넘어 남부 마을을 완전히 파괴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평화유지군(UNIFIL)도 공격했다. UNIFIL은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이 초소와 울타리를 불도저로 고의로 무너트렸다”며 “이는 명백한 국제법 및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UNIFIL은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34일 전쟁’ 뒤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한 결의 1701호에 따라 레바논 국경지대에 주둔하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 고문은 휴전 협상을 위해 21일 레바논 방문할 예정이지만, 이스라엘이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치스타인 선임 고문은 레바논의 총리(이슬람 수니파)와 국회의장(이슬람 시아파) 등과 만나 휴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터넷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호치슈타인의 레바논 방문을 앞두고 17일 미국에 휴전 협상의 조건으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주둔’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 행정부 고위급은 “이스라엘의 휴전 조건은 레바논으로선 주권 침해로 여길 것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순찰을 돌던 19세 이스라엘 군인들이 신와르를 발견했다.” 이스라엘군의 보병 분대장 양성조직 ‘828비슬라흐’ 여단의 19세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16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인근 텔술탄에서 맞닥뜨려 그의 제거까지 이끌어냈다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17일 보도했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당일 이스라엘 민간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붙잡는 작전을 주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신와르를 줄곧 ‘제거 0순위’로 천명하고 40만 달러(약 5억4800만 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하지만 그는 1년 넘게 이 추적을 피했다. 특히 신와르는 베테랑 병사나 정보요원이 아닌 어린 훈련병들의 일상적인 순찰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초 그가 가자지구 곳곳에 있는 지하 땅굴 깊숙이 은신했으며 ‘인간 방패’ 용도로 이스라엘 인질까지 대동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텔술탄 주택가에 홀로 있었고 인질도 대동하지 않은 채 최후를 맞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모두 ‘신와르 사망과 종전은 별개’라며 전쟁을 계속할 뜻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17일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하마스가 속히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자 하마스 간부 칼릴 알하이야는 18일 AP통신에 “가자지구의 이스라엘군 철군이 없으면 인질 송환도 없다”고 맞섰다.● 신와르인 줄 모르고 제거 후 신원 확인 신와르 제거는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이 아니라 우연에 가까웠다. 16일 828여단 병사들은 텔술탄 일대를 순찰하던 중 3명의 무장세력과 맞닥뜨렸다. 3명 중 1명이 주거용 2층 건물로 피신했고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로 그가 건물 내에 살아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때 10대 훈련병들의 보고를 받은 828여단 대대장이 건물에 포격 명령을 내렸고 전차 포탄 등으로 그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 1명이 바로 신와르다. 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당초 제거한 사람이 신와르임을 알지 못했다.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눈 근처의 독특한 점, 삐뚤빼뚤한 치아 등이 신와르와 놀랍도록 닮았음을 인지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신와르의 시신에 ‘부비트랩’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 등을 우려해 지문이 있는 시신의 손가락 일부만 잘라 기초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쳤다. 이후 치아 등의 법의학 검사로 최종 확인을 단행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살해하고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인 4명의 살해를 모의한 혐의로 1989년부터 2011년까지 22년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됐다. 이를 통해 이미 그의 DNA를 확보했던 이스라엘은 쉽게 신원 확인을 마쳤다.● 탐지 드론 향해 막대기 던지며 필사 저항 이스라엘군은 17일 신와르의 최후 모습이 담긴 약 20초 분량의 영상도 공개했다. 노출을 피하기 위해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그는 포격으로 완전히 무너진 해당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부상을 입은 듯한 오른팔의 움직임도 불편해 보였다. 그는 자신을 탐지하려는 이스라엘 드론을 향해 잔해 속에 나뒹굴던 나무 막대기를 던지며 위치가 발각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몸부림쳤다. 신와르는 1962년 당시 이집트가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 때 하마스에 가담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하마스의 1∼3인자와 간부를 속속 제거했다. 올 1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 공습을 단행해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겸 서열 3위인 살레흐 알 아루리를 제거했다. 같은 해 7월 서열 1위인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신와르의 최측근 무함마드 데이프 또한 제거했다. 하니야 사망 전 2인자였으며 이후 1인자에 오른 신와르 또한 16일 숨지면서 하마스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됐다.● 해리스, 네타냐후에 “빠른 종전” 압박 11월 5일 미국 대선이 채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신와르도 제거했으니 얼른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체결하라”는 취지로 압박했다. 해리스 후보는 과거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었으나 전쟁 발발 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노선에 반발하는 무슬림계 유권자의 이탈 조짐으로 고민하고 있다. 특히 무슬림이 많은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등의 지지율 조사에서 한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앞섰지만 최근 거의 따라잡혔다. 17일 위스콘신주를 방문 중이던 해리스 후보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존엄성,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했다. 16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는 20만 명 이상의 무슬림이 거주하는 미시간주에서 각각 47%의 지지율로 동률이었다. 해리스 후보는 같은 날 위스콘신주 조사에서도 48%로 트럼프 후보(47%)에게 불과 1%포인트 앞섰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해 10월 7일 중동전쟁 발발 당시 이스라엘 민간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붙잡는 작전을 주도했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62)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무슬림계 유권자 이탈을 우려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는 ‘빠른 종전’을 원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견을 보여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이 나온다.네타냐후 총리는 17일(현지 시간) “우리의 과제는 끝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온 힘을 다해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을 풀어주지 않으면 종전할 뜻이 없음을 거론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시신의 치아 확인을 통해 하루 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인근 텔술탄 주택가에서 공습으로 숨진 신와르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는 각각 “지금은 앞으로 나아갈 때” “전쟁을 끝내고, 그 이후의 날을 시작할 시간”이라고 밝히며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도 속히 휴전하라고 압박했다. 당장은 신와르 사망이 해리스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도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헤즈볼라 및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면 그의 대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7일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신와르를 ‘순교자’로 추앙하며 “무슬림의 저항 정신이 강화될 것”이라고 맞섰다.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과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헤즈볼라 또한 같은 날 이스라엘군에 처음으로 정밀유도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밝히며 ‘확전’을 선언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전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지상군과 기술자 등 약 1만 명을 파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북한군 장교들은 이미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자국 의회에 출석해서도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이 무기와 장교들의 현대전에 대한 준비 태세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17, 18일 브뤼셀에서 진행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북한 파병설’이 비중있게 다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 국방부 고위급 인사가 처음으로 참석하는 데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전 계획’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6일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 파병설에 대해 “확인할 순 없지만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북한은 이미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 심화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승리계획’ 직접 설명 예정 이번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는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핵심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서방 지원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 필요성 등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16일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해제 △러시아의 침략 억지를 위한 비핵 전략 패키지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공동 생산 특별 협정 △전후 유럽 주둔 미군 우크라이나 군대로 대체 등의 승전 계획을 발표했다. 나토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계획의 요점이지만, 러시아가 이를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인 만큼 복잡한 문제다”라고 전했다. 북한 파병설과 관련해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과 중국, 이란이 역내에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유럽 대서양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명백히 안보에 도전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 회의에서 인태 협력국들과 함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뤼터 사무총장은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나토가 최신 첨단 기술이나 산업 생산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이 잘해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 “북한 파병, 젤렌스키는 간섭 말라” 우크라이나의 북한 참전 주장에 대해 러시아 측이 공식적으로 진위를 밝힌 적은 없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가자 구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국방부 소관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자하로바 대변인은 뜬금없이 “부차 학살은 우크라이나가 저지르고 러시아에 뒤집어씌운 사건”이라며 “희생자 명단을 발표하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부차는 전쟁 초기 러시아가 점령했던 곳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역이다. 한편 미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2500만 달러(약 5812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은 임기 동안 우크라이나의 안보 지원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에는 전쟁에서 사용될 탄약과 차량 등이 포함됐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역대 최대 규모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한 바로 다음 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접경지 순찰에 나섰다. 이른바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에 보내는 경고로 풀이된다. 직후 중국 정부가 “무력 사용의 포기를 약속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무력 통일 의지를 강조한 행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5일 대만해협의 요충지로 대만 섬에서 약 260km 떨어진 푸젠성 둥산다오(東山島)의 역사 기념관을 찾았다. 시 주석이 둥산다오를 방문한 것은 2013년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뒤 처음이다. 둥산다오는 중국군이 매년 대만을 겨냥한 상륙작전 훈련을 하는 곳이다.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이 맞붙은 국공내전 당시 격전지였기도 하다. 시 주석은 1953년 둥산다오 전투에 참전한 군 간부 구원창(谷文昌)의 기념관을 방문한 뒤 그의 업적을 학습하라고 지시했다. 대만으로 패퇴한 국민당은 둥산다오 탈환을 시도했으나 1953년 끝내 포기했다. 시 주석은 16일에는 푸젠성 최대 도시 샤먼을 찾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화 교류를 통해 대만 동포의 민족과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향상시켜야한다”고 말했다. 대만 통일을 위해 유화책 또한 적극 구사하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에서 대만을 담당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陈斌华)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평화 통일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대만에 대해) 결코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4일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육해공군 및 로켓군 병력을 투입해 대만 해협과 대만 섬 일대에서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B 훈련’을 실시했다. 직후 동부전구 리시(李熹) 대변인은 “대만 독립 시도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이날 훈련에 군용기 125대를 투입했다며 “일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는 올 5월 취임한 라이 총통이 취임 후 첫 건국기념일(쌍십절)이었던 10일 연설에서 “중화민국(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밝히자 보복 차원에서 감행한 군사훈련으로 풀이된다. 이날 라이 총통은 “중국과 공통 평화와 번영의 추구를 통해 양안 인민들에게 복지를 가져오길 원한다”며 “국가의 주권을 지키겠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현상을 유지하려는 노력에도 변함이 없다”고 주권 수호 의지를 강조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가장 지역적인 이야기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칸 영화제 수상으로 확인했습니다.” 올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인도 영화 최초로 심사위원대상(2위)을 수상한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에서 주인공 ‘프라바’를 연기한 인도 배우 카니 쿠스루티(39·여·사진)가 밝힌 수상 소감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인도 영화가 초청된 것은 30년 만인 데다 이 영화가 심사위원대상까지 수상하자 주연인 그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최근 한국을 찾은 그는 9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이 더 많은 인도 영화가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영화는 각각 고향을 떠나 인도 경제 중심지 뭄바이의 병원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삶과 우정을 그렸다. 국내에서는 내년에 개봉한다. 연극 배우 출신인 쿠스루티는 이번 영화에서 자연스럽고 생생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 비결은 바로 ‘거듭된 연습’이라고 소개했다. 쿠스루티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질의응답 세션을 통해 여러 한국 관객과 소통했다. 한국 관객의 질문 수준이 매우 높았다며 “한국의 영화 팬층이 매우 두껍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인터뷰 전문 보기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서 “우리 정보기관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무기뿐 아니라 인력 이동도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은 전쟁에서 사망한 러시아인을 대신할 공장의 근로자다. 또 러시아 군대를 위한 인력”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병력도 파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북한은 러시아 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두 번째 국가”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매체에서도 북한의 파병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제11공수돌격여단에 북한군 장병으로 구성된 ‘부랴트 특별대대’를 만들어 훈련하고 있고, 동원된 북한군이 최대 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도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약 1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와 관련해 16일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추적 중”이라며 “사실 확인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북한군 사상자 발생은 여러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파병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북한과 러시아는 올 6월 상대방에 대한 군사 원조를 약속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체결했고, 최근 비준 절차에 돌입했다. 조약이 비준되면 양국은 더욱 밀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고 있다면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특수 부대 등 전투 병력 파견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러 밀착에 따른 ‘러시아 리스크’가 한반도에서 위협으로 떠오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15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500억 원)를 냈을 것”이라며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 지급기)”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한국은 미국에 거액의 방위비를 지급할 능력이 있는 부유한 국가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머니 머신’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달 5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달 초 한미가 합의한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은 이달 초 SMA 협상을 타결하며 2026년부터 5년간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합의했다. 한국은 첫해인 2026년도 분담금을 올해보다 8.3% 오른 1조5192억 원 부담한 뒤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분담금을 증액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재집권 시 이번에 합의된 금액의 약 9배 수준인 100억 달러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北, 파병으로 러와 더 밀착… “러, 북한군 3000명 특별대대 편성”[젤렌스키 “北, 우크라전 참전”]젤렌스키 “무기 이어 인력지원 확인”… 美 “北 지원, 실제로 전장에 영향”6월 ‘北-러 조약’이후 군사협력 강화… 러도 한반도 유사시 北에 파병할수도“사실상 북한은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한 두 번째 국가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자국 의회에 출석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는 물론 인력도 공급한 사실을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인력 중 러시아 군대를 위한 인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북한의 파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북한과 러시아가 6월 19일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에 따라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게 현실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한반도에서 ‘러시아 리스크’가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 러에 병력이나 지원 인력 파견한 듯”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당국은 북한 파병설을 뒷받침할 정황들이 있다고 보고 현재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1만 명 파견설’ 등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북한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100만 발 이상의 포탄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등 주요 단거리 미사일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에 북한산 탄도미사일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이 군 기술자 수십 명을 전선에 파견했다”고 보도했다.국방정보본부는 이와 관련된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의 관련 질의에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 탄약 등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기술 지원 인력이 함께 파견됐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최근 우크라이나에서도 북한이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현지 매체들은 3일 “도네츠크 전선에서 자국군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측 20여 명 가운데 북한군 6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북한 병력으로 3000명 규모의 특별대대를 편성 중이라거나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1만 명을 보냈다는 등 ‘파병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15일에는 북한군 18명이 탈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 한반도 유사시 참전할 수도”북한이 러시아에 전쟁 투입 병력까지 직접 지원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한국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러 조약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는 경우, 타방은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이 조약대로 군사적 원조를 했다면, 한반도는 물론 국제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향후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파병이나 첨단 무기 지원으로 참전할 가능성도 커진 것”이라고 우려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인력 공급을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향후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살상 무기 제공을 요청할 가능성도 커졌다. 6월 북-러 조약 체결 당시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전투 병력을 보낸 사실이 확인되면 우크라이나는 노골적으로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절차에 대한 법적 검토는 마친 상황이다. 무기 지원 시 155mm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 탄약부터 우선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6일 오후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에 활용되는 북한의 지원 물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며 “북한의 지원이 실제로 전장에서 영향을 느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도 “보도가 사실이면 북한이 직접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또 한미일 외교차관은 이날 열린 제14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차관들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하는 무기 이전을 포함한 러-북 군사협력 심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분할한다’고 결의한 결과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건국에 기여한 유엔의 역할을 인정하고, 최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는 와중에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하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독립전쟁 승리의 결과”라며 “독립전쟁에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들도 참여했는데, 이들 다수는 (친나치 성향인) 프랑스 비시 정권의 피해자였다”는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마크롱 vs 네타냐후 연일 설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비공개 각료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유엔에서 채택한 결의안의 결과로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유엔의 결정을 무시할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줄곧 유엔의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점, 약 1만 명인 레바논 내 UNIFIL 보호 요청을 존중하지 않고 있는 점을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소식이 보도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건국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영웅적인 전사들의 피로 이룬 독립전쟁의 승리 때문이었다”고 받아쳤다. 1947년 11월 유엔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의 약 56%를 유대인에게 준다는 ‘결의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이듬해 5월 14일 팔레스타인의 독립이 확정되면서 이 지역 유대인 공동체들은 이에 맞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 직후 네타냐후 총리가 ‘독립전쟁’이라고 부른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싸워 이겼고 지중해 및 홍해 일부 지역으로 영토를 늘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독립전쟁의 참전자 다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비시 정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포함된다”며 프랑스 역사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일방적인 휴전은 안보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美 “30일 지켜보겠다” 최후통첩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레바논에 주둔 중인 UNIFIL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주장하며 18일 레바논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태도가 정당하지 않다”며 노골적인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을 줄곧 지원하던 미국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30일 안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타냐후 정권 일각에선 하마스 궤멸을 위해 일부 주민의 아사(餓死)까지 예상되는 구호품 지급 일시 중단을 거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한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4일 이스라엘의 텐트촌 공습으로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 이날 가자지구 중부 알아끄사 순교자 병원 부지가 공습받아 최소 5명이 숨지고 65명이 부상을 입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분할한다’고 결의한 결과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건국에 기여한 유엔의 역할을 인정하고, 최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는 와중에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하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독립전쟁 승리의 결과”라며 “독립전쟁에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들도 참여했는데, 이들 다수는 친나치 성향인 프랑스 비시 정권의 피해자였다”는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마크롱 vs 네타냐후 연일 설전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비공개 각료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유엔에서 채택한 결의안의 결과로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유엔의 결정을 무시할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줄곧 유엔의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 약 1만 명인 레바논 내 UNIFIL 보호 요청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이 소식이 보도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건국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영웅적인 전사들의 피로 이룬 독립전쟁의 승리 때문이었다”고 받아쳤다.1947년 11월 유엔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의 약 56%를 유대인에게 준다는 ‘결의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이듬해 5월 14일 팔레스타인의 독립이 확정되면서 이 지역 유대인 공동체들은 이에 맞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 직후 네타냐후 총리가 ‘독립전쟁’이라고 부른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싸워 이겼고 지중해 및 홍해 일부 지역으로 영토를 늘렸다.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독립전쟁의 참전자 다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비시 정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포함된다”며 프랑스 역사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한 비시 정권이 당시 유대인을 탄압했던 점을 상기시켜 자신을 압박하는 마크롱 대통령을 위축시키려는 속내로 보인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일방적인 휴전은 안보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 美 “30일 지켜보겠다” 최후통첩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레바논에 주둔 중인 UNIFIL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주장하며 18일 레바논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태도가 정당하지 않다”며 노골적인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이스라엘을 줄곧 지원하던 미국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30일 안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타냐후 정권 일각에선 하마스 궤멸을 위해 일부 주민의 아사(餓死)까지 예상되는 구호품 지급 일시 중단을 거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한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4일 이스라엘의 텐트촌 공습으로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 이날 가자지구 중부 알아끄사 순교자 병원 부지가 공습 받아 최소 5명이 숨지고 65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측은 이와 관련해 액시오스에 “이스라엘은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가장 지역적인 이야기야말로 세계에 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올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인도 영화 최초로 심사위원대상(2위)을 수상한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에서 주인공 ‘프라바’를 연기한 인도 배우 카니 쿠스루티(39)는 영화에 쏟아지는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9일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찾은 쿠스루티를 화상으로 만났다.영화는 고향을 떠나 인도 북부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역경과 우정을 담았다. 국내에서는 내년 중 개봉한다.프랑스 르몽드는 “꿈결같이 아름다운 영화”라며 “38세인 젊은 파얄 카파디아 감독이 영화 예술의 본질을 담아냈다”고 극찬했다. 영국 BBC도 “뭄바이에 바치는 마법 같은 시”라고 높게 평가했다.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인도 영화가 초청된 것은 30년 만. ‘당길’ ‘세얼간이’ 등 세계인을 즐겁게 한 인도 영화가 여럿 있지만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일은 드물었다. 쿠스루티는 “인도에는 거빈더 싱(Gurvinder Singh) 감독과 아밋 두타(Amit Dutta) 감독 등 칸영화제 경쟁 부분에 진출할 재목이 많다. 우리의 수상이 인도 영화계에 빛을 비추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쿠스라티가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과 인연을 맺은 것은 무려 8년 전이다. 파얄 카파디아 감독이 그가 나온 단편영화를 보고 먼저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스루티에게 영감을 받아 다른 주인공 ‘아누’ 역을 만들었다고 했다.불행히도 ‘영화 대국’ 인도에서 독립 영화가 설 자리가 매우 좁다. 영화는 무려 5개국 제작사(프랑스 2곳, 인도 2곳, 룩셈부르크·네덜란드·이탈리아 1곳)가 합심해 유럽 자금을 조달한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영화를 보고 나면 쿠스루티가 사실은 뭄바이에 사는 간호사가 아닐지 궁금해진다. 그만큼 자연스럽지만 그는 15세에 처음 연극 무대에 오른 25년차 배우다.청소년기에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천체물리학, 공학, 건축학 전공을 꿈꾸던 이과생이었다. 당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여성 연기자가 극히 적기도 했다. 연극에 도전한 것은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그는 “15세에 첫번째 연극으로 재미를 느꼈고, 16세에 두번째 연극으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됐다”며 “연극은 자기 이해와 자기 발견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배우가 세트도 만들고, 대본도 함께 짜는 연극 특유의 환경이 좋았다고 한다.연기 자체를 좋아하기까지는 10년 넘게 걸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케랄라주 트리수르 드라마스쿨, 그리고 움직임 위주의 ‘신체적 연기’와 창작 연극에 비중을 둔 프랑스 파리 자끄르꼭 연극학교에서 공부하며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쿠스루티는 출연한 영화만 45편이 넘고, 드라마로도 인도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그는 “제안이 들어오면 다 했다”며 웃었다.연기할 때는 전적으로 감독의 지시에 맞추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것.“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현장에서는 제 신체를 묘사할 때 남성의 시선이 아닌 중립적인 시선으로 보려고 해요. 저는 사실적 연기보다는 ‘신체적 연기’를 추구해요. 연극이 제 연기의 뿌리인 영향도 있고, 자신도 놀라게 할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합니다.”쿠스루티의 고향 케랄라주는 ‘인도 시네필의 고향’으로 불린다. 춤과 노래 중심인 힌두어권 영화와 달리 케랄라의 말라얄람어 영화는 이야기 중심이다. 지적 쾌감 또한 선사해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급으로 인도 전역이 ‘몰리우드’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말라얄람 영화를 궁금해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쿠스루티는 리조 조세 펠리세리(Lijo jose Pellissery) 감독 작품을 추천했다. 상업 영화로는 이마야우(Ee.Ma.Yau.), 마헤신테 프라티카아람(Maheshinte Prathikaram), 쿰발랑이 기사단(Kumbalangi Nights), 울로주쿠(Ullozhukku)를 입문작으로 추천했다.주인공 ‘프라바’ 역은 오디션으로 따낸 배역이다. “두번째 오디션을 마치고 며칠 뒤에 합류해달라고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 행복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8년 내내 하고 싶었던 작품을 마침내 하게 되었으니까요. 케랄라에 있는 모든 배우가 이 영화의 오디션을 봤어요. 파얄(감독)은 그만큼 모든 배역을 신중하게 캐스팅했어요.”아름답고 생생한 영화를 만든 비결은 리허설이다. “연극을 준비할 때만큼의 노력을 기울인 영화예요. 한 달 가까이 다 함께 모여서 연습했어요. 솔직히 인도에서는 리허설 없이 찍는 영화가 많단 말이에요. 아주 이례적이고 이상적이었죠. 저예산 영화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도입니다. 100번 넘게 연습한 장면도 많았고, 제가 즉흥연기를 한 장면은 딱 하나예요.”각본을 쓴 카파디아 감독 또한 세 언어를 모두 구사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쿠스루티는 “제작진 전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헌신한 특별한 영화였다. 언어의 장벽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각본을 번역할 때 중요한 기준은 ‘소리’였다. 영화 대사의 약 70%를 차지하는 말라얄람어는 카파디아 감독이 쓴 대사를 조연출 로빈 조이가 1차로 번역했다. 이후 단어를 조금씩 바꿔가며 문장을 여러번 읽어보다가 카파디아 감독이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문장을 골랐다.말라얄람어 대사는 주로 쿠스루티가 맡은 간호사 ‘프라바’와 후배 ‘아누’(디비야 프라바)의 대화다. 배우들도, 이들이 연기한 등장인물도 모두 말라얄람어를 쓰는 남부 케랄라주 출신이다. 반면 병원에서 일하는 장면에서는 힌디어를 썼다. 뭄바이가 속한 마하라슈트라주의 공용어는 마라티어지만, 타향 출신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공공장소에서는 힌디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칸영화제 경쟁 부문 선정 소식을 듣고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렇구나. 잘됐다. 축하해.” 쿠스루티는 당일에 이렇게 동료들과 축하를 건넸다고 했다. 그는 “케랄라 사람들은 좀 차분한 편”이라며 “물론 소식을 듣자마자 정말 행복했지만 2, 3일 뒤에 흥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웃었다. 그는 “대가 없이 쏟은 노력을 인정받고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아주 적은 예산으로, 제작진 한명 한명이 최선을 다했다. 칸 진출은 모두의 성과”라고 말했다.쿠스루티는 프랑스 개봉을 기념해 파리 투어를 마친 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K-드라마’ 애청자라 매우 고대했던 일정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질의응답 세션을 통해 한국 관객과 소통한 그는 좋은 질문이 많이 나왔다며 “한국의 영화 팬층이 매우 두텁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쿠스루티는 아시아 신인 감독의 작품이 경쟁하는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다음 달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팽팽했던 초박빙 레이스의 균형이 깨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일 대선 후보 간 TV토론에서 우위를 점한 뒤 줄곧 지지율 상승세였던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추격을 허용하면서 ‘해리스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해리스 후보는 지난달 중순 실시된 대부분의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5∼7%포인트 내외의 우위를 보였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동률 혹은 2, 3%포인트 우위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이달 말까지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면 트럼프 후보가 경합주를 휩쓸며 대선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트럼프 측근, “경합주 승리로 압승 가능”13일 NBC가 여론조사회사 하트리서치, 퍼블릭오피니언스트래티지스트와 함께 진행해 발표한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는 48% 동률이었다. 지난달 22일 같은 조사 때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49%로 트럼프 후보보다 5%포인트 높았지만 불과 3주 만에 이 격차가 사라진 것. 같은 날 ABC와 입소스 조사에서도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50%로 트럼프 후보에게 2%포인트 앞섰다. 역시 지난달 15일보다 격차(5%포인트)가 좁혀졌다.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대선 승자를 예측하는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예측 모델에서 해리스 후보의 승리 확률은 지난달 57%에서 14일 52%로 떨어졌다. 선거 분석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도 지난달 TV토론 직후 64%까지 올랐던 해리스 후보의 승리 확률이 14일 54%로 하락했다고 진단했다.트럼프 후보의 참모인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에 “트럼프 후보가 경합주에서 1만 명의 유권자만 더 확보해도 해리스의 대선 가도가 끝난다”며 “‘접전 속 압승(narrow slide)’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선처럼 공화당이 전국적으로 더 적은 표를 얻고도 주요 경합주에서 승리해 백악관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극적인 전략으로 주도권 내준 해리스 해리스 위기론의 주요 원인으로는 인터뷰 등을 피하는 소극적인 전략으로 트럼프 후보에게 의제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컨설턴트 더글러스 매키넌은 정치매체 더힐에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해리스의 불안한 이미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해리스 후보가 7일 CBS 인터뷰에서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바이든 행정부와 다르게 할 정책이 있었느냐’란 질문에 “떠오르는 게 없다”고 답한 게 치명타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빌 매킨터프는 “유권자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운데 나온 이 발언은 역풍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경제, 불법 이민, 중동전쟁 등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약점이다.● 해리스, 이달 말까지 반등 사활 한편 해리스 후보는 16일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매체인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는 등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었지만 최근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흑인 남성을 위한 공약도 준비하고 있다.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는 15일, 또 다른 경합주인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가 모두 17일부터 사전투표를 시작한다. 사전투표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유권자가 참여하는 것으로 여겨져 해리스 후보에겐 기회다. 이에 따라 위스콘신주(22일), 미시간주(26일) 등 나머지 경합주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이달 말까지 해리스 후보가 반등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셀린다 레이크는 뉴욕타임스(NYT)에 “해리스 부통령에겐 투표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 방식을 ‘이란 군사 및 정보시설 공격’으로 결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4일 보도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이란 석유 혹은 핵 관련 시설 타격을 거론했지만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제 유가 상승, 중동 전쟁 확전 등을 우려한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만류로 이스라엘이 보복 수위를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1일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를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습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줄곧 ‘강력한 보복’을 예고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 결정을 두고 “중동의 확전을 막고 잠재적인 유가 상승을 피하기 위해 백악관이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13일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로 배치하고, 이를 운용할 약 100명의 미군을 파병하겠다고 밝힌 것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핵·석유 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이뤄졌다고 WP는 전했다. 즉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수위를 낮추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이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에 사드 배치를 단행했다는 의미다. 다만 이스라엘의 보복 시점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바이든 행정부와 이스라엘 모두 이번 사안이 미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다만 한 이스라엘 소식통은 WP에 이스라엘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란에 ‘이스라엘이 약해졌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미 대선 전 보복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한 말을 뒤집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중동 특사를 지낸 프랭크 로언스타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는 대통령이 듣고 싶어했던 말을 했다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이스라엘 극우파의 반발에 밀려 말을 바꾼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레바논에도 연일 맹폭을 퍼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4일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난민촌, 대피소 등으로 쓰이던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병원 부지를 공습해 최소 4명이 숨졌다. 인근 누세이라트에서도 피란민의 거처인 학교에 공습을 가해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보건 당국이 밝혔다. 레바논 북부 아이투 마을에서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2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각각 자신의 고정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비(非)백인과 백인 유권자의 이탈로 고심하고 있다. 전통적인 지지층의 표심 변화가 대선 막판의 변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대졸 이하 비백인 유권자는 민주당의 과도한 진보 문화와 자신들이 겪는 취업난 등에 반발하며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동시에 대졸 이상 백인 유권자 중에는 트럼프 후보의 과도한 극우 성향과 막말 등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도 많다. 이에 따라 두 후보의 상대방 지지층을 잡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12일 해리스 후보의 고향이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유세를 가졌다. 해리스 후보도 11일 열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애리조나주 유세에서 “집권하면 공화당원도 참석하는 초당적 자문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반(反)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유권자를 집중 공략했다.● 해리스 非백인-트럼프-백인 이탈 뚜렷두 후보의 고정 지지층이 이탈하는 조짐은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다. 12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에 따르면 현재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 후보를, 15%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흑인 유권자의 92%, 90%라는 ‘몰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주도하는 세력은 흑인 남성이다. NYT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에 대한 흑인 남성의 지지율은 70%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85%)보다 15%포인트 낮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0일 해리스 후보 지원 유세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흑인 남성을 비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시 민주당 지지층인 라틴계 유권자의 이탈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 NBC방송과 스페인어 방송 ‘텔레문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유권자의 54%는 해리스 부통령을, 40%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해 두 후보 간 격차가 14%포인트에 그쳤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50%포인트, 36%포인트 격차로 트럼프 후보를 앞섰다. 라틴계에서도 청년층 남성을 중심으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후보는 백인 유권자의 지지세가 주춤하다. 9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현재 백인 유권자로부터 51%의 지지를 얻고 있다. 역시 2020년 대선(58%)보다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유명 정치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대학 졸업 여부에 따라 지지 정당이 갈라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대학 학위가 없는 흑인, 라틴계, 청년층 유권자는 트럼프 후보, 대학 졸업 백인 유권자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해리스 고향 유세 vs 해리스, 트럼프 고령 공격 트럼프 후보는 12일 캘리포니아주 코첼라 유세에서 “캘리포니아가 잃어버린 낙원이 됐지만 우리가 되찾겠다”고 했다. 미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538명 중 가장 많은 54명이 걸려 있다.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늘리고 부유한 캘리포니아주 부호의 선거 자금을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11일에도 민주당 우세 지역인 콜로라도 오로라를 찾아 “미국 국민이나 법 집행관을 살해한 이민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려야 한다”며 불법이민 의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12일 자신의 신체·정신 상태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큼 건강하다는 검진 결과를 공개하며 트럼프 후보의 고령을 문제 삼았다. 78세인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82)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을 때 바이든 대통령을 고령이라고 집중 공격하면서도 자신의 건강 정보는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1일 200여 발의 탄도미사일로 본토를 공격한 이란에 대해 군사 및 에너지 관련 시설을 타격하는 방식의 보복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NBC가 12일 보도했다. 당초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 타격과 고위 인사 암살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전 우려와 국제사회의 반발이 커지면서 보복 수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상전이 벌어지고 있는 레바논 남부에서는 최소 5명의 유엔평화유지군(UNIFIL)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이스라엘군의 공격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유엔평화유지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유엔평화유지군에 자국군을 파병한 한국 중국 프랑스 등 세계 40개국도 12일 공동성명을 내고 “평화유지군에 대한 일련의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NBC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및 에너지 인프라 시설로 보복 목표를 좁혔다”고 밝혔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 또한 이스라엘에 큰 피해를 입히지 않았기에 이스라엘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보복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보복 개시 명령이 떨어지면 이스라엘군은 언제든 수행할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지상전도 한창이다. 이스라엘군은 12일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 전투원 5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또한 11일 일몰 이후부터 12일 일몰까지 이스라엘에 로켓 320기를 발사하며 맞섰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선제공격을 단행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당초 2001년 9·11테러에 맞먹는 대규모 기습 공격을 준비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12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올 1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지하 하마스 지휘소에서 발견한 59쪽 분량의 비밀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마스는 당초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의 최고층 빌딩인 ‘아즈리엘리 센터(49층)’와 텔아비브 인근 라마트간의 ‘모셰 아비브 타워(68층)’를 공격할 계획이었다. 다만 건물을 어떻게 파괴할지 정확한 방법을 찾지 못해 이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 또 하마스는 2022년 가을에도 이스라엘 공격을 검토했지만 헤즈볼라, 이란 등을 공격에 끌어들이기 위해 실행 시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독일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할 걸 그랬나?”1998년 이기향 번역가는 김주영 소설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의 번역을 힘겹게 마치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에서 중세와 근대 독일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한국문학 번역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번역을 마쳤다고 끝난 것도 아니다. 현지 출판사에 ‘한국 소설을 출판해달라’고 설득하는 고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힘들게 나온 첫 번역서를 손에 들었는데 모든 고통이 씻겨나가더라고요. 한 권씩 하고, 또 하다 한국문학 30여 권을 번역했습니다.”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는 인고의 세월을 견딘 문학번역가들의 공이 매우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동아일보와 각각 인터뷰한 27년차 이기향 번역가(독일어)와 26년차 윤선미 번역가(스페인어)는 “번역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영광”이라며 “한국문학이 인정받을 기회를 잡으려면 번역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 번역가는 한국문학 세계에 알린 주역둘은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일찍이 아르헨티나(2012년), 독일(2016년), 스페인(2019년) 등에 보급한 베테랑 번역가다. 윤 번역가는 스페인어권 독자들이 한강 작품을 좋아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역시나 채식주의자가 아르헨티나에서 2012년 출간되고 이듬해 한강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전을 찾았을 때 강연장은 만석이었고 행사 전후로 1000부 이상 팔렸다. 그는 “가부장제 특유의 보이지 않는 무형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라 해외 여성 독자들이 열광했다”고 했다. 10일 노벨문학상 발표 후 스페인어권 언론은 윤 번역가에게 달려갔다. 이 번역가도 독일 언론들로부터 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한강의 작품 세계는 물론 한국문학 전반을 잘 설명해줄 인물이 해외에 드물기 때문이다. 이처럼 번역가들은 한국문학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전문가 역할까지 도맡고 있었다. 윤 번역가는 “문학번역은 인공지능(AI)이 절대 대체하지 못할 창작의 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섯살 때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뒤 스페인 콤플루텐세대에서 중세 스페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1999년 김춘수 소설 ‘들림, 도스토예프스키’를 번역하며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초창기의 열악한 번역 환경에 대해 묻자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여전히 교보생명의 공익재단인 대산문화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 사실상 두곳 만이 한국문학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서 차세대 번역가들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정부 지원이 제자리인데다 신인 번역가가 설 자리마저 좁아졌다고 우려했다. 얼마 전 번역가가 아닌 해외 출판사만 신청을 할 수 있게 바뀌어 패기 넘치는 새내기 번역가가 지원금을 등에 업고 소규모 출판사를 설득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주도권을 출판사가 쥐게 되면서 잘 팔릴 작품 위주로 지원이 돌아가는 현상도 부각되고 있다.● 포기 않는 번역가들, 날개 달아줘야 갖은 역경에도 문학번역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번역가는 독일 뮌헨에 정착해 아동문학 출판사 ‘동화의 숲’(Maerchenwald Verlag)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출간한 백희나 동화책 ‘달 샤베트’가 올해 독일 청소년문학상 그림책 부문 최종후보에 올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올 3월에는 라이프치히도서전 번역상(정보라 단편소설집 ‘저주토끼’)을 수상했다. 그는 “내게 번역은 외면했던 한국사의 단면을 깊이 들어다 보며 시야를 넓힌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는 ‘K-팝 키즈’ 외국인도 많다. 어린 시절 한국에 가졌던 호기심이 진지한 관심으로 거듭난 사례다. 스페인어권은 내·외국인을 통틀어 매년 20명 안팎이 지원해 최종 4, 5명이 선발되는 추세다. 윤 번역가는 “출판계 상황이 어려워 졸업을 앞두고 데뷔에 성공하는 학생이 고작 1명 정도라 안타깝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새내기 번역가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번역가가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독일어로 번역한 한강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은 올해 현지 출간됐다. 한강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도 지난해 지원작으로 선정돼 작업 중이다. 윤 번역가는 1999년 번역 데뷔작부터 대산문화재단과 함께했다. 현재는 재단 지원으로 한강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을 스페인어로 번역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은 이처럼 한강 작품 9건의 번역출판을 지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76건의 번역출판을 지원했다. 윤 번역가는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이 없었다면 생계 문제에 많은 번역가들의 꿈이 좌절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번역가는 “완성도 높은 번역을 위해 꼭 필요한 자료 조사, 교정 작업 등에 쓸 시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의 조건 없는 지원 덕분에 번역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다음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각각 자신의 고정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비(非)백인과 백인 유권자의 이탈로 고심하고 있다. 전통적인 지지층의 표심 변화가 대선 막판의 변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대졸 이하 비백인 유권자는 민주당의 과도한 진보 문화와 자신들이 겪는 취업난 등에 반발하며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동시에 대졸 이상 백인 유권자 중에는 트럼프 후보의 과도한 극우 성향과 막말 등에 거부감을 보인다.이에 따라 두 후보의 상대방 지지층을 잡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12일 해리스 후보의 고향이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유세를 가졌다. 해리스 후보도 11일 열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애리조나주 유세에서 “집권하면 공화당원도 참석하는 초당적 자문위원회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반(反)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유권자를 집중 공략했다.● 해리스 非백인-트럼프 백인 이탈 뚜렷두 후보의 고정 지지층이 이탈하는 조짐은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다. 12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에 따르면 현재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 후보를, 15%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흑인 유권자의 92%, 90%라는 ‘몰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주도하는 세력은 흑인 남성이다. NYT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에 대한 흑인 남성의 지지율은 70%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85%)보다 15%포인트 낮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0일 해리스 후보 지원 유세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흑인 남성을 비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역시 민주당 지지층인 라틴계 유권자의 이탈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 NBC방송과 스페인어 방송 ‘텔레문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유권자의 54%는 해리스 부통령을, 40%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해 두 후보간 격차가 14%포인트에 그쳤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50%포인트, 36%포인트 격차로 트럼프 후보를 앞섰다. 라틴계에서도 청년층 남성을 중심으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트럼프 후보는 백인 유권자의 지지세가 주춤하다. 9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현재 백인 유권자로부터 51%의 지지를 얻고 있다. 역시 2020년 대선(58%)보다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유명 정치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대학 졸업 여부에 따라 지지 정당이 갈라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대학 학위가 없는 흑인, 라틴계, 청년층 유권자는 트럼프 후보, 대학 졸업 백인 유권자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해리스 고향 유세 VS 해리스, 트럼프 고령 공격 트럼프 후보는 12일 캘리포니아주 코첼라 유세에서 “캘리포니아가 잃어버린 낙원이 됐지만 우리가 되찾겠다”고 했다. 미 50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538명 중 가장 많은 54명이 걸려 있다.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늘리고 부유한 캘리포니아주 부호의 선거 자금을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11일에도 민주당 우세 지역인 콜로라도 오로라를 찾아 “미국 국민이나 법 집행관을 살해한 이민자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야 한다”며 불법이민 의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반면 해리스 후보는 12일 자신의 신체·정신 상태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큼 건강하다는 검진 결과를 공개하며 트럼프 후보의 고령을 문제 삼았다. 78세인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82)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을 때 덤단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이라고 집중 공격하면서도 자신의 건강정보는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손글쓰기문화확산위원회가 주관하고 교보문고, 대산문화재단, 교보생명이 공동 주최하는 ‘교보손글씨대회’가 10주년을 맞아 신설한 외국인 부문에서 으뜸상(1위)을 수상한 모하메드 호세이파 군(19)은 인천에 사는 이집트인이다. 정치외교학과 진학을 꿈꾸는 ‘고3’ 수험생이기도 하다. 수험 생활 와중에도 짬을 내 출품한 작품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남긴 유언이다.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1910년 3월 25일자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글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시상식을 앞두고 모하메드 군을 만났다.“손글씨 대회 참여를 통해 저만의 글씨를 찾았지만, 요즘에는 남의 글씨를 따라 써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 사람이 글을 쓰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 보게 되더라고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글씨에는 사람의 생각과 영혼이 담겼습니다.”올해 처음 치른 외국인 부문에는 35개국 출신 400여 명이 출품했다. 19명이 참여한 심사에서 모하메드 군은 만장일치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신달자 시인(81)은 “놀랍다. 정교하고 리듬까지 느껴진다”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이쯤 표현하려면 한국을 이만큼은 이해하고 있을 듯하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평했다. 안중근 의사는 모하메드 군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모하메드 군은 “안중근 의사의 확고한 신념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안 의사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2022년 고등학교 1학년 한국사 수업 시간에 하얼빈 의거를 배우면서였다. 재판 참관기를 찾아 읽었고,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안 의사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는 “역시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집 속 ‘동포에게 고함’에 닿게 된 것이다. 모하메드 군은 수상소감에서 “76년 동안 땅이 빼앗기며 억압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자유와 해방을 염원하며 썼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한국에 알리고 싶어서 대회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뒤, 모하메드 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접하고 있다. 그는 “1년 넘게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지속되면서 4만2000여 명이 희생되었고 그중 70%는 어린이와 여성이다”라고 했다.“한국에 사는 아랍인으로서, 그리고 이집트인으로서 한국 사람들이 아랍권과 이슬람권에 갖는 편견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양측 다 제국주의 식민지배로 고통을 받은 공통점이 있어요. 공통점을 통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안중근 의사의 ‘동포에게 고함’을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국제 사회의 침묵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공감 해주면 좋겠습니다.”그는 이날 흰색 바탕에 검은색 체크무늬가 들어간 ‘케피예’(keffiyeh · 중동 남성들의 전통 두건)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검은 체크무늬 케피예는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 남성이 많이 두르다보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도 여겨진다.그가 외교관이 되고 싶은 이유도 아랍권과 한국을 잇는 통로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물리적 거리가 먼 한국과 아랍권은 왜 서로를 더 알고 이해해야 할까. 모하메드 군은 ‘인류애’를 강조했다. “사람들이 종교나 인종, 성별 등의 차별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더 나은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그는 2018년 한국 땅을 밟았다. 13세 때의 일이었다. 모하메드 군의 가족은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다. 아버지가 반(反)독재 활동을 해 자주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래도 국내나 인접국에 머물렀지만 이집트 정치 환경이 계속 나빠졌다. 2013년 쿠데타를 주도한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이듬해 정권을 잡은 데 이어 2018년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결국 그의 가족은 이집트를 떠나게 됐다. 시시 대통령은 현재도 집권 중이다.13세에 한국에 온 모하메드 군은 한국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경험했다. 입국 직후 인천 한누리학교에서 6개월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운 후 일반 초등학교로 전학 갔다. 당시엔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점심시간에 축구하면서 친구들과 친해졌다고 한다. 선생님 말씀을 놓치기도 하고 어려움이 없지 않았던 시절이지만 “늘 곁에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괜찮았다”고 했다. 한국은 모하메드 군의 두 번째 고향이 됐다. 2021년에는 마침내 난민 인정도 받았다. 학교에서는 반장으로 뽑혔고,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을 하며 분주하게 산다. 친구들과 있으면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어도 매우 유창하게 구사한다. 인터뷰 도중 “편하게 제 이름 호세이파로 불러달라”고 넉살 좋게 말하다가도, 생각을 물어보면 문어체가 묻어나는 문장으로 답했다. 그는 뉴스와 정치 서적을 좋아한다고 한다. “친구들은 추상적인 걸 싫어하는 것 같다”며 대신 신문 읽기 동아리와 법정치 동아리에 가입했다고 했다. 수상작은 이달 30일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전시된다. 교보문고 웹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올해는 아동, 청소년, 일반, 외국인 부문에 4만4993명이 응모해 예·결선 심사와 고객 투표를 거쳐 으뜸상 11명, 버금상 23명이 선정됐다. 교보손글씨대회는 손글쓰기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손글쓰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손글쓰기문화확산위원회가 주관하고 교보문고, 대산문화재단, 교보생명이 공동 주최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