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이서현 기자

채널A

구독 1

추천

안녕하세요. 이서현 기자입니다.

baltika7@donga.com

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칼럼52%
문화 일반33%
사법3%
교육3%
문학/출판3%
미술3%
종교3%
  • 연예계 “공포의 댓글창 폐지 환영… 악플 대신 생산적 의견 모니터링”[인사이드&인사이트]

    ‘○○씨 솔직히 일반 시청자 눈에는 매번 똑같음. ㅠㅠ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 인정하고 다음 작품 잘 선택하시길.’ ‘△△ 배우님 대사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 고민하는 거 보여요. 배우들 합이 좋아 보이는 만큼 시청률 따라줘야 하는데 안습.’ S엔터테인먼트사 홍보마케팅팀의 최근 가장 중요한 업무는 소속 배우가 출연하는 방송프로그램이 시작하면 해당 프로그램의 실시간 채팅방인 네이버 ‘실시간 톡’을 확인하는 일이다. 동시간대 방영하는 드라마 2편에 소속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 팀원 7명을 각각 3명, 4명으로 나눠 맡은 작품의 실시간 시청자 반응을 탐색한다. 이 회사 A 실장은 “‘실시간 톡’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기사 댓글과는 달리 방송이 나가는 동안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며 “배우의 연기에 대한 지적과 드라마 전반에 대한 반응을 살필 수 있어 댓글보다 생산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지난달 5일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을 폐지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앞서 카카오도 지난해 10월 포털사이트 다음의 같은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 관련 검색어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가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악플은 사회적 문제라는 공론화가 이뤄지며 촉발됐다.○ “댓글 폐지, 오히려 다행” “옛날에는 인터넷 기사의 스크롤만 내리면 댓글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댓글을 못 달게 바뀌었더라고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걸그룹 EXID의 하니는 최근 유튜버 ‘릴카’ 채널에 나와 악플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하니는 이날 악플 대처법으로 “안 보는 방법이 최고”라고 씩씩하게 말해 팬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포털의 연예 기사 댓글이 사라지자 소속 연예인들에게 쏟아지던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기획사와 홍보회사, 콘텐츠제작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다음이 댓글을 폐지한다고 발표했을 때 “그럼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연예인이나 프로그램의) 반응을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던 업계 관계자들도 당장 눈에 보이는 악플을 피할 수 있고, 더 생산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며 환영한다. 여론 수집 도구로서 댓글이 주는 효과보다, 악플이 연예인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진에게까지 끼치는 악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악플은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심하게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연예인의 가족 문제가 불거진 사건이 있었어요. 진실이 가려지기도 했고, 오해에서 비롯된 악플을 엄청나게 받았죠. 실제 상황을 알지 못하는 남의 이야기가 연예인 본인에게는 큰 비수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댓글은 없는 것이 나아요.”(T엔터테인먼트사 이사) “안타깝게 떠난 설리와 구하라 같은 친구들의 부고 기사에까지 악플이 달린 것을 보고 ‘제정신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안 보면 된다고들 하지만 ‘분홍색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그걸 떠올리는 게 사람 심리잖아요. 댓글이 여론의 전부는 아니에요. 결정적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다행입니다.”(영화제작사 K 대표) “어떤 댓글은 언어폭력 수준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특히 여성 연예인에 대한 얼굴이나 몸매 평가, 성적인 악플을 생각하면 댓글 창이 없어진 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B엔터테인먼트사 실장)○ “생산적 의견에 더 귀 기울이게 돼” 연예인의 활동(노래 영화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파악하는 수단의 하나였던 댓글 창이 사라져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다른 통로가 많아 문제없다고도 입을 모은다. 매니지먼트사나 홍보회사 등은 유튜브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사이트의 공식 포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대중의 반응과 트렌드 변화를 확인한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개봉 예정 작품의 예고편 영상을 내놓고 나서 과거에는 관련 기사 댓글부터 살펴봤지만 지금은 유튜브와 영화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반응 등 다양하게 관찰하고 있다”며 각 플랫폼마다 이용자 성격이 달라서 더 풍부한 의견을 취합할 수 있다. ‘댓글이 곧 민심’이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말했다. 맹목적 비난이 아니라 진짜 팬들이 보내는 생산적인 비판에 더 집중하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B매니지먼트사는 연예 기사 댓글이 사라진 뒤 회사 e메일로 오는 팬들의 반응을 더 꼼꼼히 확인하고 분석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e메일을 보내는 팬들은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이 진심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어 무조건 칭찬 일색은 아니다. 이들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비판과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댓글보다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표 포털들이 연예 뉴스의 댓글을 없앤 것은 악플로 인한 연예인 인격 모독과 명예 훼손의 정도가 표현의 자유와 공론장 기능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서다. 공익성을 바탕에 둔 정치, 사회, 경제 뉴스 등과는 달리 연예 뉴스는 연예인 개인을 다루는 데다 이들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파고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댓글 서비스로 트래픽(데이터 전송량) 증가를 유도해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악플을 막아 공익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은 19일 “기술적 노력만으로는 악플이 가하는 연예인의 고통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고 인정하며 서비스의 구조적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연예 뉴스 댓글을 닫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 총괄은 “이 결정은 사용자 표현의 자유이자 양방향 소통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하는 인터넷사업자로서 내리기 어려웠지만 그만큼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책임 있는 소통의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폐지의 풍선효과 연예 뉴스 댓글창이 사라졌다고 ‘악플러(악플을 습관적으로 다는 사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같이 댓글을 달 수 있는 창이 남아 있는 공간이라면 이들 악플러는 그쪽으로 더 옮겨가 활동한다. 이른바 연예 뉴스 댓글 폐지의 풍선효과다. 포털의 댓글 창이 사라지면서 악플러들은 자신의 ‘분노’를 연예인의 개인 SNS에 직접 올리거나 소속사 공식 사이트, SNS 계정, 전화 등으로 표출한다. S엔터테인먼트사는 최근 소속 연예인이 논란의 중심이 되자 밀려드는 전화에 진땀을 빼야 했다. 논란에 제대로 대처해 이 연예인을 보호하라고 요구하는 진짜 팬들의 전화와 이 연예인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엄정하게 조처하라고 요구하는 전화로 사무실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K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소속사가 관리하는 인터넷 포스트나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가 과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움직임이 늘었다. 악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포털 댓글과는 달리 회사의 공식 유튜브, 포스트, SNS 계정은 악플이 달리면 즉시 삭제하거나 악플러로 추정되는 특정 아이디를 차단할 수 있어 관리가 훨씬 수월하다.○ 악플 감소-건설적 피드백 증가 선순환하려면 온라인 트래픽을 측정하는 업체인 코리안클릭이 지난달 16∼22일 측정한, PC를 통한 네이버 TV·연예 섹션 이용자수는 약 116만 명이다.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하기 직전 주(2월 24일∼3월 1일)의 약 124만 명, 댓글을 폐지한 주(3월 2∼8일)의 111만여 명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의 댓글은 사라졌지만 개인 SNS 등으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유튜브에 익숙한 10, 20대를 중심으로 좋아하는 연예인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소비하는 움직임은 이미 대세가 됐다. 포털 연예 섹션에는 기사는 물론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제공하는 연예인 관련 포스트와 방송 클립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어우러져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댓글을 달 수 있어 팬과의 소통이 어떤 형태로 유지될지 관심사다. 콘텐츠 업계는 댓글 폐지가 생산적 의견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선순환하려면 향후 댓글 관련 후속 조치와 포털 연예 섹션의 단계적 변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중의 관심과 환호를 자양분으로 하는 콘텐츠업계와 그 사이에 독버섯처럼 숨은 악플은 서로 쉽게 떼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선호하는 연예인과 그들이 등장하는 콘텐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공감을 얻으려는 움직임은 댓글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되고 있다”며 “악플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을 어떻게 다양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 2020-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판타지 문학클럽 ‘잉클링스’ 돼볼까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의 팬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가득한 책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나니아 연대기’의 C S 루이스 연구자인 저자가 20세기 최고의 판타지 문학의 뿌리가 된 문학클럽 ‘잉클링스’의 태동과 멤버들 간의 우정 어린 교류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을 쓴 J R R 톨킨 등 잉클링스 구성원들은 전 세계 신화와 철학, 역사와 언어를 수집하고 토론하면서 서로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톨킨의 상상 속에만 머물던 호빗, 보물을 지키는 용, 중간계와 같은 스케치가 잉클링스 동료들의 토론을 통해 구체적인 생명력을 얻은 과정이 그려진다. 판타지 문학의 팬이라면 잉클링스 멤버가 돼 밤새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토론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4-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내년 오리지널 드라마 출시… 콘텐츠-마케팅 두 토끼 잡을것”

    “그래서… 넷플릭스 같은 건가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왓챠플레이’를 제공하는 왓챠의 박태훈 대표(35)가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열심히 설명하면 마지막에 꼭 이런 질문을 받았다. 회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충성 고객’이 늘자 왓챠플레이가 무슨 회사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KAIST 전산학과 03학번인 박 대표의 학창 시절은 네이버와 다음 엠파스 등 포털사이트들이 각축을 벌이던 때였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서 박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를 철저히 고객의 눈으로 보는 습관을 익혔다. 게임업체 넥슨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할 때도 이어진 이런 습관은 각종 창업 아이디어로 영글어 엑셀 파일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렇게 모은 창업 아이디어의 하나가 2011년 영화 평점 공유 사이트 왓챠의 알파 버전으로 세상에 나왔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OTT로 탈바꿈한 왓챠플레이는 워너브러더스 폭스 디즈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6곳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현재 왓챠플레이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약 6만5000개다. 7일 서울 서초구 왓챠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HBO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이 마침내 성사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안부 e메일부터 보냈거든요. 몇 달 동안 끊기다 다시 e메일 보내기를 거듭해서 계약까지 2년이 걸렸어요.” 2017년 HBO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월정액으로 ‘왕좌의 게임’ 8개 시즌을 ‘정주행’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에 팬들은 열광했다. 이어 HBO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의 흥행도 힘을 보탰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시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는 독점 콘텐츠의 힘을 톡톡히 누린 것. 특히 왓챠 이용자의 취향을 알려주는 방대한 데이터는 좋은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토대가 된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이 왓챠의 강점이다. 이용자들이 남긴 5억4000만 개의 별점 평가를 토대로 각 개인이 선호할 만한 작품을 추천한다. 최근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개인별로 추천해주는 맞춤형 서비스 ‘왓플릭스’를 내놓은 것도 ‘취향 분석은 왓챠를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콘텐츠 업계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면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감(感)이 결정적이죠. 여기에 저희의 강점인 데이터와 분석 기능을 더합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계약할 때 ‘왓챠는 신기하게도 아무도 안 고르는 작품을 고른다’는 말을 듣기도 했죠.” 대표적 사례가 샌드라 오에게 아시아계 여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긴 드라마 ‘킬링 이브’다. “시즌 1, 2 판권을 아무도 계약하지 않았더군요. ‘여성 서사(敍事)’ ‘젠더 미러링’ ‘다양성’처럼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이 드라마의 키워드에 이용자 취향 데이터가 말해줬죠. ‘지금 이 드라마를 사야 해!’” 디즈니나 애플같이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된 OTT 시장에서 왓챠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새로운 승부수로 계획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독점 서비스할 드라마를 위해 최근 기획PD와 제작PD 등 인력을 충원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 중이다. 박 대표는 ‘출연료가 높은 배우들이 나오는 지상파 드라마와 제작비를 낮춘 웹드라마의 가운데 어디쯤’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왕좌의 게임’ 기억나세요? 할리우드 유명 배우가 한 명도 없었어요. 드라마 ‘미생’이나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였죠. 왓챠는 광고를 고려한 스타 캐스팅 대신 재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박 대표는 OTT의 필수 성공 요소로 제품 콘텐츠 마케팅을 꼽았다. 이미 데이터 알고리즘이라는 훌륭한 ‘제품’을 가졌으니 오리지널 드라마로 콘텐츠와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영화 ‘기생충’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을 보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한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한국 콘텐츠는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이에요. 미국에 ‘할리우드’, 인도에 ‘발리우드’가 있다면 ‘살리우드(서울+할리우드)’쯤 될까요? ‘다양한 콘텐츠로 다양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자’는 왓챠 모토처럼 재미있는 콘텐츠로 세상이 더 다양해지고 즐거워지는 날이 오겠죠?”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4-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넷플릭스 직행 영화 ‘사냥의 시간’ 190개국 동시개봉 제동

    극장 개봉을 취소하고 넷플릭스 직행을 선택했던 영화 ‘사냥의 시간’에 대해 법원이 일시적으로 넷플릭스를 통한 영화의 해외 공개를 금지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사인 콘텐츠판다가 지난달 말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를 상대로 낸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콘텐츠판다와의 계약 해지 행위가 무효에 해당돼 효력을 정지한다”고 8일 결정했다. 아울러 리틀빅픽쳐스가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공개할 경우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이달 10일 동시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에서만 공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다른 나라를 제외한 채 한국에서 공개할지는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은 올해 2월 26일 국내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 관객이 급감하자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고, 결국 한국 신작 영화로는 처음으로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선택했다. 콘텐츠판다는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해외 세일즈 계약을 체결하고 30개국에 선판매했으며 추가로 70개국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며 “리틀빅픽쳐스는 충분한 논의 없이 구두로 계약 해지를 요청하고 3월 중순 공문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공개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법원에 소송과 동시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리틀빅픽쳐스는 “콘텐츠판다와 협상했고 천재지변 등에 의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했다”며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그 후 체결됐다”고 반박했다. 한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는 이달 29일 극장과 VOD로 동시 개봉한다고 밝혔지만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상영을 거부하고 나섰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VOD와 극장에서 함께 개봉할 경우 상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배급사 측에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CGV 측은 “극장과 2차 부가 판권 시장에서 동시에 공개할 경우 개봉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상 극장 개봉용 영화는 2∼3주간 극장 상영기간을 보장한 뒤 인터넷TV(IPTV) 등 부가 판권 시장에 공개된다. 코로나19 사태로 개봉 영화가 줄고 관객도 급감했지만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공개할 경우 극장 수입을 중심으로 수익이 배분되는 영화 생태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 극장은 넷플릭스 영화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다만 메가박스는 예정대로 29일 개봉할 예정이다. 메가박스는 멀티플렉스사 가운데 유일하게 넷플릭스 영화에 빗장을 풀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4-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IPTV 먼저 공개 후 극장 개봉? 코로나가 뒤흔든 영화 유통 방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화 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무너지고 있다. 투자-제작-배급-극장상영-부가시장(VOD 등)으로 이어지던 영화의 생산·유통 경로가 극장 관객 수 급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활성화로 격변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계획을 취소하고 이달 10일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9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 ‘공수도’는 인터넷TV(IPTV)를 통해 입소문이 나자 한국 영화가 극장으로 ‘역주행’한 첫 사례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는 북미에서는 이달 10일, 국내에서는 29일 극장과 VOD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디즈니는 올여름쯤 디즈니의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던 ‘겨울왕국2’의 온라인 서비스를 지난달 중순부터 공개했다. 극장뿐 아니라 디즈니랜드 등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사업이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이런 유통 방식의 다변화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극장 개봉만으로는 수익을 보장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다중이용시설인 극장의 일평균 관객 수는 이달 들어 3만 명대로 추락했고 이달 첫 주 주말(4, 5일) 관객은 8만 명을 간신히 넘겼다. 반면 집에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이용자들의 전체 시청 시간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난 1월 셋째 주 주말과 비교하면 3월 말 기준 51.3%가 증가했다. 제작비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큰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은 개봉을 잇달아 미루고 있다. 사전 제작이 활성화된 드라마의 경우 최대 6개월 전부터 촬영에 돌입해 올해 라인업에 큰 변동은 없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중이다. 극장 매출은 한국 영화 산업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관객이 극장에서 티켓값을 지불하면 영화발전기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극장과 배급사, 투자사와 제작사 등이 나눠 갖는다. 극장 관객이 줄어들면서 영화 산업에 속한 기업의 자금 흐름이 연속적으로 타격을 받는 구조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촬영을 멈추면 하루 수천만 원씩 손해를 본다. 그렇다고 아예 작품 제작을 중단해 버리면 계약한 스태프들이 피해를 입고 제작사는 손해를 떠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달 일정한 매출이 발생하는 극장의 손해는 눈에 보이지만 영화 작품 단위로 움직이는 제작사 수입사 마케팅사 등의 손해는 일반 기업처럼 계량화할 수도 없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극장이 아예 문을 닫은 미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IMAX와 시네마크 등 미국 영화 관련주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50% 넘게 폭락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1924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 미주리의 한 극장 사례를 들며 극장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위협이 영화의 유통 형태에 변화를 줄 순 있어도 ‘극장’이라는 공간을 근본적으로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놀런 감독은 “결속의 시간이 더 중요해지고, 이는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 분석 회사 컴스코어의 폴 더가라비디언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세간의 이목을 끄는 대작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 2020-04-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파리의 어느 노숙인, 거리에서 삶을 찾다

    “옷에 얼룩이 묻으면 처음에는 모두가 동요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무감각해지고, 한번 더러워지기 시작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프랑스 엘리제궁과 샹그릴라 호텔 사이에 있던 고급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던 남자. 아내와 아들이 떠난 날부터 그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수렁으로 빠져든다. 정신을 차려 보니 그는 ‘관타나모’라는 별명으로 악명 높은 파리 노숙인 보호시설로 내몰려 있었다. 파리 뒷골목의 노숙인 생활은 옷에 묻은 얼룩처럼 저자의 영혼을 서서히 파괴했지만 그는 얼룩이 그를 집어삼키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트위터로 세상과, 이웃과 소통하며 냉정하지만 다정한 거리에서 희망과 연대를 발견한다. 거리에서 세 번의 겨울을 겪으며 마침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에세이로 담아냈다. 우리가 투명인간처럼 바라봤던 거리의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프랑스인 특유의 유머와 함께 어우러졌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4-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총선 출마 예정자 예능프로 출연… 방심위, MBC에 ‘주의’ 중징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2일 4·15 총선 출마 예정자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MBC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 요인이 되는 중징계다. 이날 방심위 선방위에 따르면 MBC 예능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는 2월 7일 장진영 변호사를 출연시켰다. 이후 장 변호사는 지난달 2일 미래통합당에 입당해 서울 동작갑 출마를 선언했다. 선방위는 이 프로그램이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 규정’ 21조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조항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이 허용하는 방송 및 보도, 토론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 변호사가 출연할 당시(총선 68일 전)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조항을 어겼다고 선방위는 판단한 것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4-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입학사정관 제도로 교육 불평등 해소될까

    입학사정관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입시제도 일부가 한국에 이식됐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더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뉴요커’ 등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미국의 교육제도에 천착해온 저자가 그 구조적 불평등을 파헤친 논픽션이다. 교육학자, 경제학자, 입시제도 전문가 등을 수년간 밀착 취재하고 사회학 경제학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분석해 연구논문을 완성하듯 써내려갔다. 어떤 대학을 택하느냐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고, 어떤 집안 출신이냐에 따라 같은 성적으로도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택하게 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책의 미덕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면서도 버려진 우등생들을 클로즈업하며 ‘사람’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공부 잘하는 저소득층 고등학생, 부모 세대까지 대학 문턱을 밟아 본 적이 없는 ‘1세대 대학생’의 사투와 좌절 그리고 성취를 따라가는 과정은 소설처럼 흡인력이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CGV 35곳-메가박스 19곳 “코로나에 영업 중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일부 지점 문을 닫는다. CGV는 28일부터 전국 직영점 116곳 중 서울 대학로, 명동, 수유, 청담씨네시티, 피카디리1958, 하계와 경기 김포풍무, 의정부태흥, 파주문산, 평택소사, 인천공항 등 35개(30%) 극장을 폐점한다고 26일 밝혔다. 최근 전체 극장 관객이 하루 약 2만5000명으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관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 따른 조치다. 정상 영업하는 극장도 일부 상영관만 운영하거나 하루 상영 횟수를 줄인다. 임직원은 주 3일 근무하고 휴업수당을 지급한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표 30%, 임원 20%, 조직장 10%씩 월 급여를 연말까지 자진 반납하고 근속기간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모든 극장 임대인에게는 임차료 지급 유예를 요청하기로 했다. 메가박스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전국 102개 지점 중 일산킨텍스, 울산, 평택, 남포항, 대전중앙로 등 19곳의 영업을 4월 한 달간 중단할 예정이다. 임직원 절반은 유급휴직에 들어가며 나머지 절반은 주 4일 근무한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임원들이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고용 안정과 영화산업 현장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지점 휴업에 돌입하지는 않았으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산한 극장가에 공포영화 스윽∼ “아무도 없으니까 더 무서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국내 극장가에서 공포영화가 조용히 상영관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지난달 26일 개봉한 ‘인비저블맨’은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한 달 만에 관객 수 5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3일 기준 누적 관객은 49만3249명. 자신의 모든 것을 감시하려 드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남자친구에게서 도망친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는 남자의 자살 소식과 함께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지만 갑자기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시달리기 시작한다. 지난해 개봉해 호평을 받은 ‘어스’의 제작진에 골든글로브와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가 만나 코로나19의 ‘공포’로 한산한 극장가에 공포영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관객들은 “극장에 관객이 없어서 더 무섭다” “보이지 않는 존재로부터 늘 감시당하는 듯한 현실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진짜 공포”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 관계자들은 “일반 관객은 발길을 끊고 있는 극장 객석을 공포영화 마니아층이 채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이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틈새시장을 노리며 공포영화들이 잇달아 관객을 찾는다. 25일 개봉하는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은 핼러윈에 찾은 한 마을의 폐가에서 발견한 비밀스러운 책에서 비롯되는 공포의 사건을 다룬다.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연출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26일 개봉하는 일본의 오컬트 영화 ‘온다’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만든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신작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던 한 남자가 자신을 부르는 정체불명의 ‘그것’을 쫓으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더 터닝’은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을 원작으로 했다. 가정교사가 대저택의 마지막 주인이 된 아이들 플로라와 마일스를 돌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매켄지 데이비스가 주연을 맡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침체기 극장가에 공포영화 바람…‘인비저블맨’ ‘어스’ 약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국내 극장가에서 공포영화가 조용히 상영관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지난달 26일 개봉한 ‘인비저블맨’은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한 달 만에 관객 수 5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3일 기준 누적 관객은 49만3249명. 자신의 모든 것을 감시하려드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남자친구에게서 도망친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는 남자의 자살 소식과 함께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지만 갑자기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시달리기 시작한다. 지난해 개봉해 호평을 받은 ‘어스’의 제작진에 골든글로브와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가 만나 코로나19의 ‘공포’로 한산한 극장가에 공포영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관객들은 “극장에 관객이 없어서 더 무섭다” “보이지 않는 존재로부터 늘 감시당하는 듯한 현실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진짜 공포”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 관계자들은 “일반 관객은 발길을 끊고 있는 극장 객석을 공포영화 매니아층이 채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이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틈새시장을 노리며 공포영화들이 잇달아 관객을 찾는다. 25일 개봉하는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은 핼러윈에 찾은 한 마을의 폐가에서 발견한 비밀스러운 책에서 비롯되는 공포의 사건을 다룬다.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연출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26일 개봉하는 일본의 오컬트 영화 ‘온다’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신작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던 한 남자가 자신을 부르는 정체불명의 ‘그것’을 쫓으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더 터닝’은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을 원작으로 했다. 가정교사가 대저택의 마지막 주인이 된 아이들 플로라와 마일스를 돌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매킨지 데이비스가 주연을 맡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24
    • 좋아요
    • 코멘트
  • 개봉 미루더니… 극장 건너뛰고 넷플릭스로

    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에 독점 공개된다. 한국 영화 신작이 넷플릭스로 직행한 첫 사례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미룬 영화가 50여 편인 상황에서 비슷한 사례가 뒤따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와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측은 ‘사냥의 시간’을 다음 달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 29개 언어 자막으로 공개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 영화는 ‘파수꾼’(2010년)으로 호평을 받은 윤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됐다. ‘기생충’에 출연한 최우식을 비롯해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를 이끄는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로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달 26일 국내 개봉 예정이었으나 언론배급시사회를 앞두고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되며 개봉을 잠정 연기한 상태였다. 리틀빅픽처스 측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해 관객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방안을 고민한 끝에 넷플릭스에 제안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에는 홍보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수 제작비만 약 90억 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 일정을 계속 미룰 수 없다는 사정과 외부 투자사를 고려한 제작비 회수, 재개봉 시 투입될 추가 프로모션 비용 등이 다각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관객이 큰 폭으로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4, 15일 주말 관객 약 19만 명으로 20만 명 선이 무너진 뒤 지난 주말(21, 22일) 국내 극장 관객은 13만4925명에 그쳤다. 넷플릭스, 왓챠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인터넷TV(IPTV) 이용은 계속 늘고 있다.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와 계약하기 전 이미 해외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서 이중계약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예고됐다. 이 작품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업체 콘텐츠판다는 이날 공식 입장 자료를 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콘텐츠판다 측은 “배급사 측이 충분한 협의 없이 넷플릭스 판매를 위해 기존 해외 개봉 계약을 해지하자고 요청했지만, 극장 개봉을 앞둔 해외 영화사들은 계약을 번복할 의사가 없다고 알려왔다”며 “이번 사태는 한국 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반발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산 게임 크로스파이어, ‘제2의 툼 레이더’ 꿈꾼다

    “할리우드 제작사들 중 어느 곳을 접촉해야 하는지 구글 검색부터 시작했었어요.” ‘크로스파이어’의 첫 IP(지식재산권) 영화화 작업을 시작한 2015년을 돌이키며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의 백민정 IP담당 상무는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2007년 출시돼 전 세계에서 약 10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 게임은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에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전역한 이들이 소속된 국제 용병회사와 테러단체 간 전투를 다룬 1인칭 슈팅 게임이다. 최근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만든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 오리지널필름과 배급사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이 게임의 영화 제작을 결정했다. 한국 게임이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바탕으로 게임을 기반으로 한 IP 확장에 나선 경험이 있다. 게임의 영향력을 넓히고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기 위해 온라인의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게임이 가진 음악과 스토리 등 예술적 요소들을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디즈니식’ 전략을 펼쳤다. 2019년 중국 쑤저우시 쇼핑몰에 게임을 활용한 테마파크를 열었다. EXO 출신 배우 루한 등이 주연을 맡아 e스포츠 대회를 소재로 한 청춘드라마를 제작해 올해 방영할 예정이다. ‘크로스파이어’ 게임의 스토리 자체를 드라마로 만든 작품 역시 중국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의 IP 확장 경험을 발판으로 할리우드 30여 개 제작사의 문을 일일이 두드려 IP 세일즈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시큰둥하던 제작사들도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내 인기와 게임 IP의 확장 가능성을 들으면 반응이 달라졌다. 게임과 드라마의 중국 내 높은 인지도는 영화 개봉 시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백 상무는 “지금은 모든 장르의 경계가 파괴되는 시대다. 영화나 드라마도 스핀오프를 통해 캐릭터와 스토리가 단단해지듯 게임의 스토리와 세계관, 철학도 다른 장르로 확장시키면 게임의 수명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소재에 목마른 할리우드에 게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소재의 저장고로 평가받는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게임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돼 저작권의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게임 캐릭터를 소재로 영화나 드라마적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스토리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레지던트 이블’ ‘툼 레이더’처럼 시리즈로 성공한 사례도 있어 콘텐츠 제작 업계는 여전히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니픽처스는 게임사 인수를 통해 다양한 게임의 저작권을 보유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인기 게임 ‘언차티드’는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아 소니픽처스 영화로 올해 촬영에 돌입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헨리 캐빌이 주연을 맡은 오리지널 시리즈 ‘더 위쳐’를 공개했다. ‘더 위쳐’는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삽코프스키가 1993년 처음 출간한 판타지 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2007년 게임으로,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로 장르를 오가며 사랑받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산 게임 ‘크로스파이어’ 영화로 만든다…첫 할리우드 진출기

    “할리우드 제작사들 중 어느 곳을 접촉해야 하는지 구글 검색부터 시작했었어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의 백민정 상무는 ‘크로스파이어’의 첫 IP(지식재산권) 영화화 작업을 시작한 2015년을 돌이키며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2007년 출시돼 전 세계에서 약 10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 게임은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에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전역한 이들이 소속된 국제 용병회사와 테러 단체 간 전투를 다룬 1인칭 슈팅 게임이다. 최근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만든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사 오리지널필름과 배급사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이 게임의 영화 제작을 결정했다. 한국 게임이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바탕으로 이미 게임을 기반으로 한 IP 확장에 나선 경험이 있었다. 게임의 영향력을 넓히고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기 위해 온라인의 게임 이용자 뿐 아니라 게임이 가진 음악과 스토리 등 예술적 요소들을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디즈니식’ 전략을 펼쳤다. 2019년 중국 쑤저우시 쇼핑몰에 게임을 활용한 테마파크를 열었다. EXO 출신 배우 루한 등이 주연을 맡아 e스포츠 대회를 소재로 한 청춘드라마를 제작해 올해 방영할 예정이다. ‘크로스파이어’ 게임의 스토리 자체를 드라마로 만든 작품 역시 중국에서 제작이 진행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의 IP 확장 경험을 발판으로 할리우드 30여 개 제작사의 문을 일일이 두드려 IP 세일즈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시큰둥하던 제작사들도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내 인기와 게임 IP의 확장 가능성을 들으면 반응이 달라졌다. 게임과 드라마의 중국 내 높은 인지도는 영화 개봉 시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백 상무는 “지금은 모든 장르의 경계가 파괴되는 시대다. 영화나 드라마도 스핀오프를 통해 캐릭터와 스토리가 단단해지듯 게임의 스토리와 세계관, 철학도 다른 장르로 확장시키면 게임의 수명과 가치가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소재에 목마른 할리우드에 게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소재의 저장고로 평가받는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게임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돼 저작권의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게임 캐릭터를 소재로 영화나 드라마적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스토리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레지던트 이블’ ‘툼 레이더’처럼 시리즈로 성공한 사례도 있어 콘텐츠 제작 업계는 여전히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니픽처스는 게임사 인수를 통해 다양한 게임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인기 게임 ‘언차티드’는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아 소니픽쳐스 영화로 올해 촬영에 돌입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헨리 카빌이 주연을 맡은 오리지널 시리즈 ‘더 위쳐’를 공개했다. ‘더 위쳐’는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가 1993년 처음 출간한 판타지 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2007년 게임으로,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로 장르를 오가며 사랑받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17
    • 좋아요
    • 코멘트
  • 극장가 코로나 불황 메르스때보다 심각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길고 심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극장 관객 감소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월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달 관객은 737만 명으로 2005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확산됐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2015년 6월 1일 메르스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극장 관객은 9일간 크게 줄었다가 차츰 회복세를 보였다. 그달 11일 영화 ‘쥬라기 월드’가 개봉하면서 전체 관객은 전년과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 영화는 554만 명이 보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반면 코로나19는 확진자가 방문한 극장이 휴업한 다음 날인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극장 관객이 연일 큰 하락폭을 보이며 감소했다. 지난달 첫 주말이던 1, 2일만 해도 주말 관객이 209만 명에 이르렀지만 매주 줄면서 지난 주말(3월 14, 15일)은 19만 명으로 급감했다. 확진자의 동선에 극장이 포함되며 해당 극장 전체가 방역으로 쉬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진 데다 코로나19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며 다중이용시설인 극장을 기피하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배급사들이 시사회를 비롯한 각종 영화 프로모션 행사를 중지하고 개봉일을 미루고 있는 것도 메르스 때와 확연히 다르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엎친 데 덮친 영화계의 침체 추세를 조금이나마 타개하기 위해 미개봉 해외 신작을 상영하는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을 19일부터 서울 종로구 시네큐브 등에서 연다. 다큐멘터리 ‘슈윙! 블루노트 레코드 스토리’를 시작으로 일본 배우 기키 기린의 유작 ‘모리의 정원’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 팬을 보유한 프랑스 배우 아델 에넬 주연의 ‘그 누구도 아닌’ 등 10여 편이 상영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시험에 합격해야 ‘우수 인재’인가요

    한국인으로 태어나 어떤 고사장에서든 한 번쯤 깊은 심호흡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출제자의 의도’란 얼마나 절대적인지. 사회학자와 심리학자인 두 저자가 한국인은 왜 ‘출제자의 의도’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탐구했다. 시험은 본래 학습의 목표와 과정이 온전히 달성되었는지를 측정하는 도구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결과에 따라 개인의 삶을 가르는 승자독식의 근거로 활용된다. 저자들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시험은 공정하다’ ‘합격만 하면 행복이 보장된다’는 맹신의 근거를 파헤친다. 그리고 세계적인 인구 감소에서 오는 교육 현장의 변화에서 가능성을 본다. 우수한 인재를 걸러내는 교실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우수한 자원으로 키워내는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후반부 핀란드와 프랑스, 미국 등 시험을 탈피하기 위해 애쓰는 세계 각국의 사례는 요원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일주일새 관객 1만… 독립영화 ‘흥행 관문’ 넘어

    이야기는 그날 밤 술자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이 마흔의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과 스태프 앞에서 감독이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는 순간, 영화에 대한 순정 하나로 지금껏 잘해왔다고 생각하던 찬실의 인생은 그 순간 완전히 꼬여버리고 말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는 와중에도 5일 씩씩하게 개봉한 영화가 있다. 김초희 감독(사진)의 첫 장편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11일 기준 관객 1만1150명이 봤다. 코로나19로 극장에 가기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유례없는 관객 감소에도 독립영화 흥행의 1차 관문과도 같은 관객 1만 명을 뛰어넘었다. 극장 일일관객수가 10일 기준 약 5만1000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고무적인 숫자다. 영화 속 찬실에게서 관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집은 못 가도 영화는 계속 찍으며 살 줄 알았건만 감독의 급사로 찬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배우 소피(윤승아)가 돈을 빌려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당차게 말한다. “아니! 일해서 벌어야 한다.” 급기야 소피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그에게 소피의 프랑스어 과외선생 영(배유람)과의 설레는 ‘썸’도 찾아온다. ‘영화는 이제 그만둬야 하나’ 싶은 때 자신이 영화 ‘아비정전’ 속 홍콩 스타 장국영이라고 주장하는 유령(김영민)이 찬실의 눈앞에 나타나 말한다. “찬실 씨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프로듀서로 오랫동안 일하던 김 감독이 3, 4년 전 실직하면서 구상했던 이야기에서 영화는 출발했다. 그는 ‘사람들이 살면서 맞는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은 없는가’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찬실이가 밤길을 걷는 후배들 앞에 손전등을 비춰주듯 영화는 꿈과 열정으로 살다 어느 날 문득 ‘현생(現生)은 망했네’를 자각한 이들의 발걸음 앞에 사려 깊은 빛을 밝혀준다. 관객들은 김 감독과 배우들이 깜박이는 손전등에 화답했다. CGV앱 실관람평에는 ‘꿈꾸는 이들을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위로한다’ ‘누군가 대신 해 주는 것 같은 내 이야기. 사려 깊게 위로받았다’는 평이 이어졌다. 이 영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영화제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45회 서울독립영화제와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표가 매진되면서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었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감독조합상, KBS독립영화상, CGV아트하우스상까지 받으며 3관왕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도 개봉을 미뤘지만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개봉을 강행했다. 배급사 찬란 관계자는 “지금 이 시기에 개봉하는 것이 맞는지 심사숙고를 거듭했지만 영화제에서 작품을 본 관객들의 평이 좋았고 영화가 가진 힘을 믿었기에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옛 그림책 복간시키고 직접 제작 ‘3040 엄마들의 힘’

    “가장 좋아했던 전집인데 아이와 함께 읽으니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지난해 말부터 아이를 키우는 3040세대 여성 사이에 가장 화제인 그림책은 단연 계몽사 ‘디즈니 그림명작’ 전집이다. 총 60권으로 구성된 이 전집은 1980년대 초판의 그림과 내용을 그대로 복원해 이들 엄마 세대가 어렸을 때 보던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약 30년 만에 디즈니 전집의 복간을 이끈 것은 3040세대 엄마들의 힘이다. 계몽사 이수정 e비즈팀장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복간 요청이 있었다”며 “엄마 세대의 향수가 담겨 있는 데다 책이 아이와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매개이다 보니 예상보다 더 많이 팔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림책 시장에서 고학력에 구매력과 교육열을 갖춘 3040세대 엄마들이 주도하는 ‘맘코노미(mom+economy·엄마+경제)’의 위력이 거세다. 그림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시장의 흐름이 자리 잡은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엄마는 그림책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뿐 아니라 그림책을 직접 그리고 제작하거나 출판하는 등 적극적인 소비와 생산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리상담가로 일하며 6세 아이를 키우는 남보라 씨(36)는 ‘그림책 식당’에서 그림책 제작을 공부하며 출간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 ‘토선생 거선생’ 등을 펴낸 박정섭 작가가 운영하는 ‘그림책 식당’은 그림책을 통한 토론과 제작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강습교실이다. 5명 안팎의 소규모로 이뤄지는 강습에는 주로 영·유아 자녀를 둔 3040세대 엄마들이 참여한다. 조경희 작가의 ‘엄마 자판기’, 김리라 작가의 ‘위대한 건축가 무무’, 미안 작가의 ‘나씨의 아침식사’ 등이 이 강습에서 싹튼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박 작가는 “출간을 지향하기보다는 그림책을 만드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상생활의 감정을 그림책이라는 장르로 표현해 보려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남 씨는 “수업을 듣고 나니 이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그림책의 표현 의도와 의미들이 더 풍요롭게 보인다. 좀 더 아이의 시각에서 그림책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책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에 힘입어 그림책이 선사하는 즐거움과 치유의 효과를 다른 프로그램과 결합한 서비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작가 기자 번역가 최고경영자(CEO)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책을 골라주는 북 큐레이션 서비스 업체 ‘리딩리딩’은 아이의 기질을 분석해 육아 상담을 제공하는 ‘그로잉맘’과 함께하는 그림책 서비스를 다음 달 시작한다. 그로잉맘이 아이를 위한 심리 상담 솔루션을 제공하면 이 아이와 부모의 관심사에 맞는 그림책을 리딩리딩이 추천하는 방식이다. 리딩리딩 조민선 대표는 “그림책을 읽고 감상하는 활동과 미술놀이를 결합한 ‘북앤아트 키트’처럼 그림책을 단순히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놀이와 결합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코로나 불황’ 극장가, 명작영화 재개봉으로 침체기 활로 모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가 명작 영화 재개봉으로 활로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관객 감소와 개봉 연기에 따른 콘텐츠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국내 극장 업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에서 2009년 개봉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12일 다시 국내 관객을 찾는다. 인도 빈민가에서 자란 소년이 퀴즈쇼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200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9개 부문을 휩쓸었다. 같은 해 개봉했던 뮤지컬 영화 ‘페임’도 25일 재개봉할 예정이다. CGV는 ‘누군가의 인생 영화 기획전’이라는 제목으로 옛 작품을 재개봉하고 있다. 국내외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참고해 후보작 130편을 추린 뒤 댓글 추천과 관객 만족도지수 등을 종합해 22편을 선정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상영한다. 9일 ‘스타 이즈 본’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재개봉하고 ‘메멘토’와 ‘살인의 추억’ 등도 상영을 앞두고 있다. 관람료는 일반영화 5000원, 아이맥스영화 1만 원이다. 8일 기준 댓글 추천이 약 5000개로 관객도 호응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힐링무비 상영전’이라는 이름으로 ‘리틀 포레스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원더’ ‘그린 북’ 등을 다시 튼다. 관람료 5000원이다. 이날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극장 관객은 총 737만2882명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올 1월 관객 수(1684만3696명)와 비교해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관객이 기대했던 영화들도 줄줄이 개봉을 미뤘다.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4월 예정이던 개봉일을 11월 25일로 미뤘다. 이달 개봉하려던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도 개봉을 미뤘다. ‘사냥의 시간’ ‘후쿠오카’ ‘콜’ 등 한국 영화 기대작들도 언제 극장에 올릴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개봉이 확정되지 않은 작품은 국내외 약 50편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번엔 심은경… 日아카데미 한국인 첫 정상 올랐다

    배우 심은경(26)이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심은경은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 배우가 최우수 주연상을 받은 것은 1978년 일본 아카데미상이 생긴 이래 최초다. 2010년 배우 배두나가 영화 ‘공기인형’으로 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일본 아카데미상은 주요 부문 우수상을 시상한 뒤 시상식 당일 우수상 수상자 가운데 최우수상을 발표한다. 앞서 심은경은 올 1월 영화 ‘날아라 사이타마’의 니카이도 후미(二階堂ふみ) 등 일본 여배우 4명과 함께 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지명됐다. 심은경은 이날 수상자로 호명되자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무대 위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는 일본어로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아무런 (수상 소감) 준비를 못했다. 죄송하다”며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은경의 수상과 함께 ‘신문기자’는 이날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남우주연상(마쓰자카 도리)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앞서 심은경은 이 영화로 제74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제34회 다카사키 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신문기자’는 일본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비판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도쿄신문 사회부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가 2017년 쓴 동명의 자전적 에세이집의 일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을 연상케 한다. 이 영화는 지난해 6월 일본 개봉 당시 상영관이 143곳에 불과했으나 일본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개봉 한 달 만에 흥행수익 4억 엔(약 45억 원)을 돌파했다. 2004년 MBC 드라마 ‘단팥빵’으로 데뷔한 심은경은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만덕’의 아역을 거쳐 영화 ‘써니’(2011년)에서 극을 이끄는 ‘나미’로 출연해 관객과 평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연을 맡은 영화 ‘수상한 그녀’(2014년)에서는 오두리(나문희)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면서 ‘심은경을 위한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 ‘써니’와 ‘수상한 그녀’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돼 일본 내 인지도도 쌓았다. 최근에는 5일 종영한 tvN 드라마 ‘머니게임’에 출연하기도 했다. 심은경은 ‘신문기자’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신문사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를 연기했다. 1년간 일본어를 공부한 뒤 일본어로 연기하고 일본 신문사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등 역할을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해 관객 약 1만 명을 모았다. 당시 방한한 가와무라 미쓰노부 프로듀서는 기자간담회에서 “심은경의 지적인 면, 다양한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진실을 추구하는 요시오카 역에 제격이었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함께 왔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제한된 촬영 시간과 일본어라는 장애물에도 심은경은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20-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