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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을 이겨내고 늘 씩씩한 모습으로 ‘전국 수입 1위’ 배달기사에 올랐던 전모 씨(41·사진)가 신호위반 버스에 치여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전 씨는 지난달 인천 연수구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한 시내버스에 치인 뒤 치료를 받아 왔지만 이달 25일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5월 전 씨를 만나 인터뷰한 유튜버 험쎄(험한 세상 신나게 살아가기)는 28일 추모 영상에서 “본인의 힘들었던 얘기를 덤덤히 하시면서 ‘지금은 잘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던 그 모습이 눈에 아직도 선하다”고 말했다. 생전 ‘1년 5개월 동안 2억800만 원 번 배달기사’로 소개된 전 씨는 당시 자신의 사업 실패, 뇌종양 및 우울증 투병 등 사연을 공개했다. 이어 “쉬는 날 없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한다. 근무 날은 무조건 100건 넘게 뛴다”고 말했다. 전 씨는 “배달 하기 전 개인 사업이 잘 안 돼 찜질방에서 눈치 보며 살았다”며 “지금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직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면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며 보는 이들을 감동케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회삿돈 약 81억 원을 빼돌린 코스닥 상장사 재무팀장이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하다 범행 3시간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횡령 혐의를 받는 건강기능식품 업체 ‘비피도’의 30대 재무팀장 김모 씨를 지난달 5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씨는 자신이 일하던 회삿돈 80억8000만 원을 회사 계좌에서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경찰에 따르면 비피도는 올해 6월 26일 오후 거액의 자금이 돌연 회사 계좌에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돈이 흘러간 곳은 재무팀장인 김 씨의 계좌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상 출근했던 김 씨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경찰은 김 씨가 해외로 도피해 횡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즉시 출국금지와 계좌 동결 조치를 시켰다. 이후 김 씨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김 씨가 인근 백화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카드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백화점으로 출동했다.김 씨는 범행 3시간 만인 오후 6시경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명품 가방, 시계 등을 구매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신속히 출동해 검거하며 김 씨가 빼돌렸던 금액 대부분인 약 80억 원을 회수했다.지난달 경찰은 김 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고,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그를 기소했다. 횡령 사건이 발생한 비피도는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라 현재 매매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현역 군인들이 여성 군인들의 얼굴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사진 및 영상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에 공유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 등에 따르면 최근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현역 군인들로 추정되는 참가자들이 여성 군인들의 얼굴 사진을 딥페이크로 합성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대화방 참가자는 900명이 넘었다. 대화방 참가자들은 여성 군인들을 ‘군수품’이라고 지칭했다. 이 대화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여군 딥페이크 사진을 만들거나, 현역 군인임을 인증해야 했다. 대화방 운영자는 성착취물을 만들 여군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 소속, 계급, 나이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군을 지칭하며 “벗겨서 망가뜨릴 것” 등 비하하는 대화들도 있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경찰청 측은 “국방부로부터 26일 관련 사건에 대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 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해당 채팅방에 올라온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피해자, 운영자와 관리자가 현역 군인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청의 딥페이크 범죄 현황에 따르면 허위 영상물 관련 범죄는 2021년 156건에서 2022년 160건, 지난해 180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인하대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여학생들의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텔레그램방을 운영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말까지 초중고교생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가 10건 접수됐고 이와 관련해 14세 이상 청소년을 10명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만취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30·사진)가 25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재차 사과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이름에 누를 끼쳤다”며 “향후 내려질 처분은 물론이고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이날 슈가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올린 사과문에서 “그간 제가 받은 사랑에 걸맞은 행동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잊고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모두 제 잘못이다. 제 경솔함이 저를 아껴주는 모든 분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급하게 올린 첫 번째 사과문으로 인해 많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다시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뉘우치며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BTS 멤버들을 향해선 “멤버들과 팀에 피해를 입히게 되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도 미안하고 괴로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슈가는 이달 6일 오후 11시 14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술을 마신 후 전동 스쿠터를 타고 귀가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면허취소 기준(0.08%)을 훨씬 넘는 0.227%로 확인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슈가는 사건 다음 날(7일) 첫 번째 사과문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했다”고 했지만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동 스쿠터로 드러나자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슈가는 23일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곧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송치 시점은 아직 보고를 구체적으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만취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30)가 25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재차 사과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이름에 누를 끼쳤다”며 “향후 내려질 처분은 물론이고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이날 슈가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올린 사과문에서 “그간 제가 받은 사랑에 걸맞은 행동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잊고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모두 제 잘못이다. 제 경솔함이 저를 아껴주는 모든 분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급하게 올린 첫 번째 사과문으로 인해 많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다시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뉘우치며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BTS 멤버들을 향해선 “멤버들과 팀에 피해를 입히게 되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도 미안하고 괴로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슈가는 이달 6일 오후 11시 14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술을 마신 후 전동 스쿠터를 타고 귀가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면허취소 기준(0.08%)을 훨씬 넘는 0.227%로 확인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슈가는 사건 다음 날(7일) 첫 번째 사과문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했다”고 했지만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동 스쿠터로 드러나자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슈가는 23일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곧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송치 시점은 아직 보고를 구체적으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상 전장(戰場)’이다.”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 출신의 파벨 두로프(40)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것을 두고 로이터통신이 내린 진단이다. 2013년 출시 때만 해도 ‘익명성 강화’ ‘중립 플랫폼’ 등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에 사용자 정보 및 대화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텔레그램이 전쟁 및 테러에 관한 각종 허위 정보 등을 공유하는 ‘범죄 창구’로 전락한 데다 두로프 또한 이를 제어하지 못해 체포됐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기 앱의 CEO가 체포된 것은 처음이라고 르몽드는 전했다.● 전쟁, 테러, 마약, 폭력 정보의 유통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에서 허위 정보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영국 극우 세력이 전국 곳곳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폭력 시위를 벌였을 때도 텔레그램을 통해 무슬림에 관한 허위 사실이 대거 유포되면서 극우 세력의 폭력을 부추겼다. 21일 북유럽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는 최근 기승하는 자국 내 폭력조직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구성원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층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을 때도 주로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마약 거래에서도 텔레그램이 빈번하게 쓰인다. 네덜란드의 NL타임스는 올 1월 “지난해 기준 250만여 건의 마약 관련 메시지가 텔레그램에 게재됐다”고 전했다. 코카인, 엑스터시 같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 대거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검열’ 피하려다 ‘익명 범죄 소굴’로두로프는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2년 3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우크라이나계”라고 밝혔다. 그는 2006년 형 니콜라이(44)와 소셜미디어 ‘프콘탁테(VK)’를 창업했다. 출시 2년 만에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며 성공했지만 이후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는 당국과 줄곧 대립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 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당국은 VK 측에 지속적으로 “반러 성향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의 계정을 삭제하라”고 압박했다. 두로프는 거부했다. 2014년 4월 VK CEO직에서 물러났고 독일로 이주했다. 이처럼 당국의 사용자 정보 요구와 검열 압박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두로프는 이에 대한 반발로 2013년 8월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철저한 익명성 보장 등으로 올 3월 기준 최소 9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도 꾸준히 사용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 두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일일 사용자가 최대 250만 명까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 또한 수시로 옮기는 폐쇄적인 운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등을 거쳐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뒀다. 다만 프랑스 당국이 명확한 혐의를 공개하지 않고 두로프를 전격 체포한 것에 따른 비판도 제기된다.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소셜미디어 ‘X’에 “파벨을 풀어 줘라(Free Pavel)”라고 썼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보안 기능이 뛰어나 전 세계 사용자가 최소 9억 명이 넘는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사진)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부르제 공항에서 긴급 체포됐다. 당국은 텔레그램이 마약 밀매, 사이버 폭력, 테러 조장, 아동 성범죄 등의 온상이 됐는데도 CEO인 그가 이를 방치하고 있음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은 한국에서도 성 착취물을 제작·유통한 ‘N번방 사건’, 청소년 마약 유통 사건의 창구가 되는 등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익명성을 보장해 범죄 추적이 쉽지 않다. 현지 방송 ‘TF1’과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두로프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개인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로 왔고, 이날 오후 8시경 입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당국은 텔레그램을 통한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데도 그가 이를 억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은 그가 빠르면 25일 법정에 출석할 것이며 최대 20년형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두로프는 2013년 형 니콜라이와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마크 저커버그 미국 페이스북 창업주에 빗댄 ‘러시아의 저커버그’,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은둔의 CEO’ 등의 별명이 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출시 전 ‘프콘탁테(VK)’라는 소셜미디어도 만들었다. 이후 줄곧 “반(反)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사용자 정보를 제출하라”는 러시아 보안기관의 요구를 거부했고 2014년 독일로 이주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카리브해 세인트키츠네비스 등의 시민권을 얻었다. 현재 텔레그램 본사는 UAE 두바이에 있다. ‘용산’도 쓰는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 체포 후폭풍 촉각[텔레그램 창업자 佛서 체포]서버 위치조차 몰라 추적 어려워… 尹 ‘내부총질 체리따봉’ 문자 논란도국내 사용자 315만명, 10년새 3배… 전문가 “향후 보안정책 바뀔수도”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되자 국내에서 “그동안 보안성이 높아 텔레그램을 이용했는데 앞으로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텔레그램 사용자 수는 10년 새 3배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과거에는 정보 보안이 필수적인 대통령실, 정치인, 주요 기업 임원진 등이 주로 텔레그램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업무적인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 직장인까지 보안을 위해 텔레그램을 찾고 있다.● 국내 사용자 약 315만 명, 빠르게 늘어 25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에 이어 메신저 시장에서 3위로 올라섰다. 6월 기준 사용자 수는 약 315만 명으로 2014년 100만 명에서 세 배로 늘었다. 카카오톡 사용자 수(4543만 명)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사용자 수가 7.5%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는 1.1% 늘었고, 카카오톡은 0.2% 감소했다. 국내에서 텔레그램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4년에 있었던 ‘사이버 검열’ 논란이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수집한다는 논란이 일자 서버가 해외에 있는 데다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 붐이 일었다. 텔레그램 보안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데에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두 사람 외에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풀 수 없는 보안 기술이 주로 거론된다. 암호화된 메시지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메시지 수신자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서버에도 암호화된 메시지만 저장된다고 텔레그램 측은 주장한다. 보안 기능 덕에 국내 정·재계 인사들 사이에서 텔레그램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공식 업무용으로는 내부 인트라넷 메신저를 사용하지만 외부 메신저로 카카오톡보다는 텔레그램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검사 시절부터 텔레그램을 사용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 시절부터 텔레그램으로 소통을 하다 보니 취임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많이 쓰게 됐다는 것이다. 2022년 7월에는 윤 대통령이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텔레그램으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보낸 일명 ‘체리 따봉’ 문자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임직원들의 업무 및 소통 채널로 폭넓게 활용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결제, 선물 등 다른 서비스와 연결이 많이 돼 있는 국내 플랫폼과 달리 메신저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안성이 높다고 판단해 텔레그램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버 장소 파악 안 된다는 게 인기의 핵심” 보안 기술이 텔레그램의 인기를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 역시 2014년 이후 텔레그램식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비밀 채팅’ 기능을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의 서버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더라도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을 텔레그램 인기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텔레그램의 본사 위치는 공개되지만 정확한 서버 장소는 알려진 바가 없다. 10년 전 텔레그램은 데이터 서버가 영국, 싱가포르, 미국에 분산돼 있다고 밝혔으나 수시로 서버를 옮기고 있어 현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즉, 우리나라 사법 당국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국제 수사 공조를 요청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텔레그램은 ‘검열’ 반대로 시작된 기업이라 자체 검열뿐 아니라 각국 정부의 수사 요청에도 비협조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텔레그램은 성범죄와 마약 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 2018년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인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만들고, 성관계 영상을 찍도록 협박했는데, 이를 모두 텔레그램에서 유포했다. 지난해에는 인천의 고3 학생 3명이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거래하고 직접 투약한 사건도 있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꿔 말하면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 앞으로 텔레그램 내용이 공개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인 등 요직자들이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법망을 피할 수 있어 범죄자들도 많이 쓰고 있다”며 “두로프의 체포로 텔레그램 보안 정책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 보기로 결정하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과 심의 절차가 이번 주 본격화된다. 검찰은 늦어도 이번 주 중반까지 위원 선정을 마무리한 뒤 심의 기일을 지정하는 등 이 총장 퇴임식(다음 달 13일) 전까지 사건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2018년 도입 이후 15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11번은 수사심의위 결론과 검찰 처분이 같았고 4번은 달랐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디올백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결론은 물론이고 검찰이 권고를 수용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또 추첨기’로 15명 선정, 비공개 심의대검은 수사심의위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수사심의위는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각 분야에서 미리 선정한 위원(임기 2년) 150∼300명 중 15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열린다. ‘로또 추첨기’와 비슷한 기계에 번호가 적힌 공을 넣은 후 수사심의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15개를 뽑는 방식이다. 늦어도 이번 주 중반에는 구성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추첨에 뽑혔다고 해도 출석이 불가능하면 새 위원을 다시 뽑는다. 피의자나 당사자와 친분 등이 있다면 스스로 회피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다시 위원을 추첨한다. 위원 선정 절차를 마치면 심의 기일이 지정되고, 수사팀과 당사자들이 의견서를 내거나 심의 기일에 직접 출석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결론은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김 여사 사건은 이 과정을 거쳐 검찰의 최종 처분까지 2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가 검토할 핵심 쟁점은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이다. 이 총장이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와 함께 회부한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여부 역시 직무 관련성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알선의 대가’가 존재했는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상 ‘막연한 기대감’으로 금품을 주는 행위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아서다. 수사심의위는 위원 명단과 선정부터 회의록까지 모든 과정이 비공개다. 정치권에선 정권에 따라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한 고소인이 경찰 수사심의위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명단이 공개돼도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고, 2심도 경찰의 항소를 기각해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사건은 불수용, 이태원 참사는 수용 검찰은 수사심의위가 다룬 사건 15건 중 11건에 대해 수사심의위 권고와 같은 처분을 내렸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검찰은 상급자의 폭언·폭행 등으로 극단 선택을 한 고(故) 김홍영 검사 사건과 관련해 직속상관이던 김대현 전 부장검사를 수사심의위 권고대로 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징역 8개월 형이 확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 4개 사건에서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2020년 6월 이 회장 요청으로 열린 수사심의위는 위원 13명 중 10명의 동의로 불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올 2월 1심은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디올백 사건과 관련해 ‘이태원 참사’로 불구속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두 사건 모두 수사팀의 ‘무혐의 불기소’ 결론에도 이 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한 불기소 방침을 뒤집고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 재판에 넘겼다. 검찰 내부에선 디올백 사건의 수사심의위 회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외부 기구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이 총장이 직접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를 지휘한 만큼 수사심의위 소집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반응도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검찰의 ‘면죄부’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 절차로 끝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혜란 대변인은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절차라고 본다”고 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당시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에 뛰어내린 뒤 숨지자 에어매트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에어매트는 소방법상 ‘구조장비’가 아니라 ‘보조장비’로 분류돼 관련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장비 전체 예산 중 보조장비 예산은 0.5%에 불과해 노후화와 부실 관리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장비’로 분류, 예산 부족 현행 소방장비관리법에 따르면 소방장비 중 에어매트는 구조장비가 아닌 보조장비로 분류된다. 보조장비란 소방 업무 수행에 간접 또는 부수적으로 필요한 장비로 카메라와 녹음기, 지휘 텐트 등이 해당된다. 구조장비는 구조용 사다리, 유압장비, 총포류, 절단기 등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에어매트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구조장비가 아닌 보조장비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보조장비로 분류될 경우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가 소방 관련 예산 최근 5년 치(2020∼2024년)를 분석한 결과 소방장비 구매 분야 예산은 총 1조3800억 원이었다. 그중 에어매트 등 보조 장비 예산은 72억7000만 원(0.5%)에 불과했다. 반면 구조장비의 예산은 1171억3000만 원으로 훨씬 많았다.● 노후화-관리 부실 원인으로 작용 이 예산은 장비의 구입뿐만 아니라 보수, 유지, 수리 등에 쓰인다. 예산이 부족하면 노후화와 관리 미비의 원인이 된다. 현재 소방이 쓰는 에어매트는 개당 400만∼500만 원 수준이다. 22일 부천시 화재 현장에서 사용된 에어매트는 2006년에 지급돼 사용 가능 연한(7년)을 훌쩍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까지만 쓸 수 있었던 셈. 소방당국은 “매년 관리를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고 당시 에어매트가 뒤집힌 것을 목격한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에어매트의 노후화 비율은 20%가량”이라며 “매년 심사를 하고 구조적으로 사용하는 데 큰 지장이 없어서 계속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부천 화재에서 에어매트가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점검에 나선 소방서들도 있다. 화재 다음 날(23일) 서울 서대문소방서는 서울시가 관리하는 서울정보광장 온라인 사이트에 ‘공기안전매트 누기 및 내부 연결고리 파손’ 결재 문서를 올렸다. 공기 주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달 6일에는 서울 서초소방서가 에어매트 고장을 신고했고, 서울 송파소방서는 지난달 25일과 5월 31일 두 번 수리를 요청했다. 경기의 한 소방서 관계자는 “구조대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에어매트 수리를 해 본 적이 없다. 예산은 적은데 값싼 장비가 아니다 보니 많이 찢어지지 않는 이상 수리도 잘 안 하고 문제가 생겨도 바로 교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에어컨서 시작된 화재, 매트리스에서 커져 전문가들은 향후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예산 확보, 매트 교체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에어매트를 18년 동안 썼다는 것 자체가 소방의 예산 부족 문제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며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이 관리하도록 해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부세는 현재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숙박 시설이었기 때문에 진압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화재가 시작된 810호 객실의 에어컨에서 떨어진 불똥이 매트리스에 떨어져 불길이 커지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트리스에 불이 붙으며 실내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방재학회에 따르면 매트리스는 TV보다 불이 확산되는 속도가 490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고의당정협의회에선 구축 건물의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비 설치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 방안이 논의됐다. 부천=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상 전장(戰場)’이다.”‘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 출신의 파벨 두로프(40)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것을 두고 로이터통신이 내린 진단이다. 2013년 출시 때만 해도 ‘익명성 강화’ ‘중립 플랫폼’ 등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에 사용자 정보 및 대화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텔레그램이 전쟁 및 테러에 관한 각종 허위 정보 등을 공유하는 ‘범죄 창구’로 전락한 데다, 두로프 또한 이를 제어하지 못해 체포됐다는 것이다.● 전쟁, 테러, 마약, 폭력 정보의 유통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 허위 정보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최근 영국 극우 세력이 전국 곳곳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폭력 시위를 벌였을 때도 텔레그램을 통해 무슬림에 관한 허위 사실이 대거 유포되면서 극우 세력의 폭력을 부추겼다. 21일 북유럽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는 최근 기승하는 자국 내 폭력조직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구성원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층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을 때도 주로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마약 거래에서도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의 NL타임스는 올해 1월 “지난해 기준 250만 여건의 마약 관련 메시지가 텔레그램에 게재됐다”고 전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된 마약에는 코케인과 엑스터시 같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검열’ 피하려다 ‘익명 범죄 소굴’로두로프는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2년 3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우크라이나계”라고 밝혔다.그는 2006년 형 니콜라이(44)와 소셜미디어 ‘프콘탁테(VK)’를 창업했다. 출시 2년 만에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며 성공했지만 이후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는 당국과 줄곧 대립했다.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 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당국은 VK 측에 지속적으로 “반러 성향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의 계정을 삭제하라”고 압박했다. 두로프는 거부했다. 2014년 4월 VK CEO직에서 물러났고 독일로 망명했다.이처럼 당국의 사용자 정보 요구와 검열 압박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두로프는 이에 대한 반발로 2013년 8월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철저한 익명성 보장 등으로 최소 9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도 구준히 사용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두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텔레그램 사용자가 하루에 최대 250만 명까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 또한 수시로 옮기는 폐쇄적인 운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등을 거쳐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뒀다.● 머스크 “두로프 석방” 촉구다만 프랑스 당국이 명확한 혐의를 공개하지 않고 두로프를 전격 체포한 것에 따른 비판도 제기된다.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소셜미디어 ‘X’에 “파벨을 풀어 줘라(Free Pavel)”라고 썼다. 11월 미 대선에 출마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또한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라”며 두로프 석방을 촉구했다.두로프의 독특한 성향도 주목받고 있다. 언론 노출을 거의 하지 않지만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자신의 정자 제공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세계 12개국 수십 쌍의 부부에게 나의 ‘고품질 정자’를 기증해 100명 이상의 아이들을 낳았다. 저출산 완화에 기여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에도 운동으로 다져진 상반신 노출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포브스 기준 자산이 최소 155억 달러(약 20조599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보안 기능이 뛰어나 전 세계 사용자가 최소 9억 명이 넘는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부르제 공항에서 긴급 체포됐다. 당국은 텔레그램이 마약 밀매, 사이버 폭력, 테러 조장, 아동 성범죄 등의 온상이 됐는데도 CEO인 그가 이를 방치하고 있음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텔레그램은 한국에서도 성 착취물을 제작·유통한 ‘N번방 사건’, 청소년 마약 유통 사건의 창구가 되는 등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익명성을 보장해 범죄 추적이 쉽지 않다.현지 방송 ‘TF1’과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두로프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개인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로 왔고, 이날 오후 8시경 입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당국은 텔레그램을 통한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데도 그가 이를 억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은 그가 빠르면 25일 법정에 출석할 것이며 최대 20년형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두로프는 2013년 형 니콜라이와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마크 저커버그 미국 페이스북 창업주에 빗댄 ‘러시아의 저커버그’,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은둔의 CEO’ 등의 별명이 있다.두로프는 텔레그램 출시 전 ‘프콘탁테(VK)’라는 소셜미디어도 만들었다. 이후 줄곧 “반(反)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사용자 정보를 제출하라”는 러시아 보안기관의 요구를 거부했고 같은 해 독일로 망명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카리브해 세인트키츠네비스 등의 시민권을 얻었다. 현재 텔레그램 본사는 UAE 두바이에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로 7명이 숨진 가운데 이 중 2명이 인명 구조를 위해 설치된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로 뛰어내리다가 사망해 구조 실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낙하 인원을 안전하게 받아줬어야 할 매트가 딱지처럼 뒤집히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건 당시 호텔 7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2명은 3초 간격으로 추락했다. 첫 번째 낙하로 에어매트가 뒤집히자 두 번째로 뛰어내린 투숙객은 매트를 스친 뒤 바닥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 건물은 4층이 없어 8층으로 표기된 층이 사실상 7층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선 에어매트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왔다. 메트가 고정돼 뒤집히지 않았다면 2명 모두 살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냐”고 물었고,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 에어매트를 잡아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안전한 낙하를 유도하는 지휘통제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후화된 에어매트가 사고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에 사용된 에어매트는 2006년 배급된 것이지만 적정 사용 가능 기간(7년)을 훌쩍 넘긴 제품이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객실 에어컨에서 발생한 스파크(spark·불꽃)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폐쇄회로(CC)TV 영상 사진을 분석한 결과 화재가 처음 발생한 810호 출입문이 개방된 상태로 방치돼 연기가 1분 23초 만에 급격히 확산했다. 낙하충격에 뒤집어진 에어매트… 소방당국 “인력 없어 고정못해”[부천 호텔 화재 참사]뒤집힌 매트, 구조실패 논란“3초 간격 뛰어내린 것도 문제… 현장통제 못해 부실 대응” 지적에어컨 스파크서 화재 시작 추정, 유독가스 급속 확산… 피해 키워“살려주세요! 807호예요!”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빠르게 호텔 내부를 뒤덮자 창문 쪽에서 남성이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방당국은 재빨리 창문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잠시 후 남녀 투숙객은 건물 외부에 설치된 에어매트 위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의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매트가 뒤집혔다. 뒤집힌 에어매트 탓에 3초 후 뛰어내린 남성은 매트를 살짝 스친 뒤 맨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에어매트 왜 뒤집혔나 에어매트가 이례적으로 뒤집어진 배경엔 소방당국이 현장 통제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대원들이 에어매트를 잡고 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소방당국도 ‘대응이 부실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인력이 부족해 잡아주지 못했다”고 밝히면서도 6층 이상 고층의 경우 낙하자와 충돌 위험이 큰 탓에 의무 규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건 이례적”이라며 “공기압이 적정했는지, 관리 상태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도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사가 있는 호텔 주차장 입구에 설치한 탓에 뒤집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에어매트를 설치한 바닥이 경사면이라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매트 가장자리로 추락하면서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며 “에어매트 규격이 16m(5층) 이하 높이에서 받아내는 것이라 그 이상은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숙객들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시차를 두고 낙하시키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투숙객들이 3초 간격으로 뛰어내린 것도 (당국의) 현장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조대가 투숙객들을 안정시키고 낙하 요령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 에어매트의 적정 공기압과 충격 흡수량, 전복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날 사고 현장에서 사용된 ‘IC100’ 에어매트는 10층 이하 높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무게는 126kg이다. 해당 제품은 가로 4.5m, 세로 7.5m, 높이 3.0m 규격에 2개 층으로 나뉜 구조로, 낙하물과 닿으면 4개 면에서 공기를 배출해 충격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에어매트의 노후화와 관련 규정 미비도 문제다. 현장에서 사용된 에어매트는 내용연수(耐用年數·쓸 수 있는 기간)가 10년 이상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장비 분류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에어매트 내용연수는 7년인데 해당 에어매트는 18년 전인 2006년 지급됐다. 이 에어매트가 보급되던 당시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이 에어매트에 관한 규정을 만들기 전이다.● ‘에어컨 스파크’ 발화 원인 추정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객실 에어컨에서 발생한 스파크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에어컨 정도의 가전 제품이 아닌 이상 이 정도로 불이 삽시간에 번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004년 준공돼 노후한 호텔 특성상 불에 잘 타는 내·외장재가 많고 먼지가 다량 쌓여 있던 점도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 초기 진압에 실패한 데다 유독가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건축소방법이 2017년 개정돼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호텔은 2004년에 완공돼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불길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화재가 발생한 객실 문이 열린 상태에서 복도에 유독가스가 가득 들어찼다. 63개 객실이 있는 호텔에는 27명이 투숙하고 있었으나 건물 안에 검은 연기가 빠른 속도로 퍼져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사상자 대부분은 발화 지점에서 가까운 호텔 7, 8층 객실 내부와 계단, 복도 등지에서 발견됐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부천=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서울 송파구에서 60대 대리 기사가 몰던 테슬라 전기차가 주택가 담벼락과 인근 차량 여러 대를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경기 용인에서 ‘원 페달 드라이빙(가속페달로만 가속, 감속하는 주행법)’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테슬라 돌진 사고로 11명이 다친 가운데 유사한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40분경 송파구의 한 주택가에서 60대 남성 A 씨가 몰던 테슬라 차량이 주택가 담벼락으로 돌진했다. 대리 기사인 운전자는 손님의 차를 주차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에 “차량이 갑자기 급발진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량의 브레이크등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사고로 빌라 벽돌담과 차량 7대가 파손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운전 당시 A 씨는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와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브레이크 작동 여부나 원 페달 드라이빙 여부 등을 포함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최근 60대 여성이 운전하던 테슬라 전기차가 경기 용인시 한 카페로 돌진해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해당 운전자가 ‘원 페달(One-Pedal) 드라이빙’으로 인한 조작 실수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인천과 경기 용인 등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전기차의 꽃이라 불리는 원 페달 드라이빙에 대한 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원 페달 드라이빙 안전성 논란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1명을 다치게 한 60대 여성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실을 인정하면서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인한 운전 미숙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사고 당시 A 씨는 주차하던 중 전진 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후진 기어로 변경했다고 착각하고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통상 후진할 때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서 주행하지만, 원 페달 드라이빙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경찰은 당시 차량이 전방으로 급가속했지만 원 페달 드라이빙에 익숙해진 A 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확인 결과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켜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기차에 주로 탑재된 원 페달 드라이빙이란 가속페달 하나로 차량을 움직이고 멈추는 기능을 뜻한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는 힘을 줄이면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충전하는 ‘회생제동’이 작동해 브레이크를 밟는 효과가 생긴다. 회생제동의 강도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가속부터 정차까지 페달 하나로 주행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은 제조사별로 테슬라 ‘홀드모드’, BMW ‘B모드’, 현대자동차 ‘i-페달’ 등으로 불린다. 업계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등록된 전기차 47만6000여 대의 대다수가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조모 씨(67)는 “30년 넘게 일반 차를 몰다 최근 전기차로 바꿨다”며 “원 페달 드라이빙이 페달 하나만 사용하니 편리하고 배터리도 아낄 수 있다고 하는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 조심해서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중에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늘고 있는데 원 페달 드라이빙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이태원 주택가의 담벼락을 들이받은 택시 전기차의 경우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실제론 가속페달을 6번이나 밟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전기차 운전자들도 원 페달 드라이빙의 위험성을 토로한다. 테슬라 차주인 강모 씨(28)는 “주말 동안 해안 도로를 운전하다 커브 길에서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바다로 빠질 뻔한 적이 있다”며 “그 뒤론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페달 오인 방지 위한 안전장치 필요”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 운전자 사이에서의 원 페달 드라이빙 위험성을 경고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습관화가 되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잘못 밟을 수 있다”며 “특히 고령 운전자의 경우 전기차 급발진 사고 10건 중 9건 이상이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인한 운전 미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달 오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필수 안전장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은 2012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도입한 데 이어 내년 6월부터는 장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가속페달 혹은 브레이크를 조작하고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추가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최근 출시된 신형 전동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에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기능을 적용했다. PMSA는 차량 앞뒤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빠르고 깊게 밟는 경우 이를 오조작으로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는 기능이다. 가속페달을 최대로 밟은 상태를 100%로 봤을 때 100%까지 도달 시간이 0.25초 이내일 경우 차량의 구동력·제동력 제어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용인=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광복절인 15일 전국 각지에서 실시된 폭주족 특별 단속 결과 난폭운전·음주운전 등을 벌인 위법 행위 총 780여 건이 적발됐다. 매년 공휴일, 국경일마다 폭주족들이 활개 치는 가운데 이번 광복절에는 유관순 열사 동상 앞에서 폭주하는 일당도 있었다. 이날 경찰청은 광복절 전후로 출몰하는 폭주족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여 총 789건을 단속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난폭운전 1건, 음주운전 39건, 무면허 20건, 불법 개조·번호판 가림 등 자동차 관리법 위반 97건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공동위험행위 등 중대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채증자료 분석을 거쳐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올해 광복절 단속 건수는 지난해보다 약 11% 증가했다. 폭주족은 보통 삼일절과 광복절에 주로 출몰해 경찰은 이 기간 집중 단속을 벌인다. 지난해 삼일절과 광복절엔 각각 230건, 708건이 적발됐다. 올해 삼일전엔 530건으로 단속 건수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이번 광복절에 교통경찰 등 인력 3102명과 순찰차 등 장비 1230대를 동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폭주족 출몰이 늘고 있어 예년 대비 많은 경찰 인력을 투입했고 단속 건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폭주족 관련 정보가 퍼지며 단속 건수 역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전동킥보드 등을 타고 난폭 운전을 일삼는 ‘따릉이 폭주족 연맹(따폭연)’이 폭주에 동행할 인원을 SNS로 모집하는 일도 있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지난해 11월 실외 자율주행로봇의 보도 통행이 법적으로 허용된 이후 정부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법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이에 정부 발표와 관련 법 조항, 전문가 조언 등을 묶어 실외 자율주행로봇과 관련된 일문일답을 준비했다. ―어떤 로봇이, 어느 길로 다닐 수 있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시행하는 운행안전인증 심사에서 운행구역 준수, 횡단보도 통행 등 16가지 시험 항목을 통과한 실외 자율주행로봇만 법적으로 ‘보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이 심사를 통과한 로봇(인증 표시 부착)은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나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 등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다른 보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차도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통행할 수 없다. 다만 골프장, 아파트단지 내부와 같은 ‘사유지’에서 운행하는 실외이동로봇은 따로 인증이 필요 없다.” ―보행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은…. “로봇이 다가왔을 때 당황하지 말고 평소 길 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마주쳤을 때처럼 서로 길을 비켜주며 걸어가면 된다. 가끔 로봇이 신기하다는 이유로 로봇 앞을 가로막거나 로봇을 붙잡거나 만지는 경우가 있는데, 로봇이 현재 업무 수행 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행 중 로봇 고장 시 어떻게 대처하게 돼 있나. “로봇 몸통 중 잘 보이는 위치에 ‘비상정지장치’를 부착해 누구든지 비상 상황에 자율주행로봇의 운행을 정지할 수 있게 돼 있다. 제조사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고장이나 배터리 방전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운행이 중단되고 관제센터로 통보돼 관리자의 제어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누가, 어떤 처벌을 받나. “로봇의 법규 위반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법에 제조사가 아닌 로봇의 실질적 ‘운용자’ 개념을 신설했다. 만약 로봇이 신호위반, 무단횡단 금지 등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게 되면 일반 보행자와 똑같이 운용자에게 범칙금이 부과된다. 만약 ‘차 대 로봇’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이 로봇에 있다고 인정되면 형법 규정에 따라 로봇의 운용자를 처벌한다. 반대로 차의 책임인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므로 운전자는 입건되지 않으며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운전자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될 수 있다. ‘보행자 대 로봇’ 사고의 경우에는 로봇에 책임이 있으면 운용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을 적용할 수 있다. 보행자의 책임일 때는 고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보행자와 사고가 발생하면 ‘교통사고 처리’가 아닌 일반적인 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또 실외 자율주행로봇은 손해배상을 위한 보험 가입이 법으로 의무화돼 있다. 다만 자동차 급발진 사고처럼 로봇 운용자의 과실이 없는 점이 명백히 증명되면 운용자가 아닌 제조사에 배상 책임이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을 적용할 수 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지난달 5일 낮 12시. 키 73cm, 무게 66kg 정도 되는 흰 물체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대를 휘젓고 다녔다. 일부 시민은 놀라움에 감탄사를 연발하다가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정체불명의 물체를 촬영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관심 어린 시선 속에 거리를 이동하던 이것의 정체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 ‘개미’였다. 개미는 한창 배달을 가는 중이었다. 지난해 11월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에 한해 보도 통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및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예전에는 자율주행 로봇이 아파트 단지나 캠핑장, 골프장 같은 사유지에서만 2018년부터 운행이 가능했다. 이제는 ‘공공 도로’ 통행까지 허용되면서 보도나 골목길을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배달 외에도 청소, 순찰 등 다양한 용도의 실외 자율주행 로봇이 개발되면서 더 많은 로봇이 도로 위를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과 사람들이 뒤섞인 도로는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 미리 엿보기 위해 이날 본보 기자가 개미의 배달 현장을 동행했다.● 주차장 진출입구에서는 ‘일단 멈춤’ ‘띵동.’ 전용 앱으로 커피 주문 배달이 들어오자 개미를 만든 로봇제작업체 로보티즈 본사 앞에 주차돼 있던 개미는 망설임 없이 배달을 시작했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던 개미는 보도 위에 불법 주차된 오토바이를 맞닥뜨리자 ‘일단 멈춤’을 시전했다. 오토바이를 피해 지나갈 각도를 계산해 살짝 후진한 뒤 매끄럽게 대각선으로 방향을 틀어 오토바이 옆으로 지나갔다. 이후에도 수 m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인식해 미리 한쪽으로 피해 가기도 했다. 간혹 로봇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앞을 계속 가로막고 있으면 개미는 “물품을 배송 중입니다, 조심히 지나갈게요”라는 안내음을 송출했다. 간혹 개미는 장애물이 없는데도 멈췄다. 주변을 둘러보니 왼편에 주차장 출입구가 있었다. 실사를 통해 주차장 진·출입구나 경사로 같은 구체적인 지형·지물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 미리 차가 나오진 않는지 확인차 멈춘 것이었다.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개미는 이후 배달 요청이 들어왔던 카페 앞에 정확히 멈춰 ‘도착’ 알림을 보냈다. 카페 직원이 나와 개미의 몸통을 열고 배달할 커피를 담았다. 커피가 담긴 몸통 부분에 위치한 서랍은 전자식 잠금장치로 돼 있어 고객들만 열 수 있다. 주행 중 내용물이 쏟아질 염려는 없어 보였다. 이 자율주행 로봇은 인적이 드문 길에서는 빠른 배달을 위해 시속 8km 정도의 속도로 운행하다가 사람이 많아지면 일반적인 걸음 빠르기로 낮추는 등 상황에 따라 속력도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개발된 자율주행 로봇들의 평균 속도는 보행자와 비슷한 시속 4∼5km 수준이다. 이날 3세 아들과 함께 나왔다가 개미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서연 씨(39)는 “로봇이 천천히 다녀서 아이들에게 그리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며 “다만 차들이 다니는 횡단보도도 안전하게 건널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렌즈·레이더·라이다로 장애물 감지 실제로 이날 개미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도 수차례 건넜다. 건너기 전 일단 멈춰 서서 도로 상황을 확인한 뒤 달려오는 차량이 없으면 횡단을 시작했다. 개미의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본체에 깃발을 꽂아놔 주행 중인 운전자들도 로봇을 확인하고 속력을 줄여줬다. 로봇이 실외 주행 자격을 얻기 위해선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운행안전인증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횡단보도 통행을 비롯해 △속력 제어 △장애물 감지 및 회피 주행 △비상 정지 기능 △운행구역 준수 등 총 16개 항목이 평가된다. 이 밖에도 최고 속력 시속 15km, 적재물 포함 최대 무게 500kg 등 제한사항이 있는데, 개미를 포함해 현재 심사를 통과한 로봇 6종류의 평균 최대 무게는 약 94kg이다. 자율주행 로봇이 신호등은 물론이고 장애물까지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렌즈와 레이더, 라이다 덕분이다. 우선 렌즈를 이용해 장애물 존재 여부뿐만 아니라 장애물 종류, 그리고 장애물과의 거리까지 파악할 수 있다. 초음파 센서를 갖고 있어 투명한 유리도 문제 없이 피해 갈 수 있다. 우천 시 등 상황에 따라 레이더와 라이다까지 활용한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쏘고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 정보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장소에 따라 장애물 회피 민감도 조정도 가능해 골프장처럼 광활한 곳은 도심보다 민감도를 낮춰 신속성을 좀 더 키울 수 있다. 로봇의 렌즈를 통해 보이는 장면들은 관제실로 실시간으로 송출돼 유사시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종할 수 있다. 1차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면서, 추가적으로 사람이 총괄 관리할 수 있도록 이중 안전망을 쳐놓은 셈이다. 또 다른 로봇제작업체 뉴빌리티의 경우 매뉴얼에 따라 사고 발생 시 즉시 관제센터에서 로봇에 부착된 마이크를 켜 피해자에게 관련 사항을 안내한다. 이후 대응팀이 현장에 출동해 로봇을 옮긴 뒤 수리를 진행한다. 이 업체는 국내 최초로 이동로봇 안전인증을 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9년부터 서울 마곡·상암과 경기 수원, 부산 등에서 ‘로봇 보도 통행’ 실증특례사업을 시작했다”며 “아직 사고 발생 사례가 없어 최소한의 안전성은 입증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5월∼7월 초 2400건 이상의 배달을 수행한 개미도 아직 사고를 낸 적은 없다. 다만 앞으로 실외이동 로봇이 상용화되면 무허가 로봇 운행 등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어 정부는 추가적인 법 제도 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병원 지하주차장까지 이용을 못 하게 하는 건 전기차 타면서 처음입니다.”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노원을지병원에 전기차를 몰고 온 인모 씨(75)는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전기차는) 화재 예방을 위해 지하주차장 이용이 불가합니다’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인 씨는 “환자 입장에서 많이 아파서 한시가 급해도 지하에 차를 못 대고, 지상주차장 빈 곳을 찾아 돌아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병원들이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명확한 대책이나 가이드 라인을 내놓지 않자 민간 시설들이 불안감에 먼저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노원을지병원 관계자는 “8월 7일부로 임직원 전체 및 내원 환자 대상으로 전기차는 지하주차장이 아닌 야외로 주차 안내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특성상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가 있고,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대전 등의 병원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을지병원 등도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금지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기차 주차 제한 등을 검토 중이다. 민간 시설이 자체 대응하다 보니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종합병원에선 흰색 테슬라 전기차 한 대가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려고 하자 직원이 막아서 실랑이가 빚어졌다. 직원은 “진입이 곤란하니 다른 곳에 가서 차를 대야 한다”고 안내했고, 운전자는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론 회사, 상업시설, 호텔 등에서도 전기차 주차가 불가능했다는 인증 글이 잇따랐다. 지난 주말 김포의 한 쇼핑몰을 방문했다는 대학원생 이모 씨(27)는 “전기차 충전기 쪽 주차면을 전부 점검 중이라며 막아둬서 주차를 할 수 없었다”며 “정부에선 전기차 사라고 보조금 줄 땐 언제고 이젠 전기차주들이 불이익을 다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불안감을 느낀 일부 시민들은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전기차 관련 대책을 일부 발표했으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등에 그쳤기 때문이다. 5년째 전기차를 탄다는 직장인 이모 씨(28)는 “전기차 충전을 급속으로 하면 위험하다고 해서 완속으로만 충전하고, 충전 완료된 뒤엔 바로 아파트 외부 주차장에 주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차량용 소화기를 구매했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해외에서는 병원 등에서 전기차 충전을 금지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11개 병원을 운영 중인 ‘모나시 헬시’ 그룹은 병원 내 모든 공간에 전기차의 충전을 금지했다. 지난해 8월 호주 빅토리아주의 직장 안전 관련 정부기관인 ‘워크 세이프’는 개방된 지역 혹은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갖춘 장소에서만 전기차를 충전하도록 권고했다. 올 5월 영국 리버풀의 한 어린이병원은 화재 우려를 이유로 전기차를 타고 온 환자들을 돌려보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화재 사건 이후 일부러 전기차 근처에는 주차를 안 하는 편이에요.”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27)는 “전기차 충전소가 지하에 있는 데다 주변에 소화기도 없으니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 시설은 3대 있지만 소화기는 없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은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서울 일대 아파트 10곳을 둘러봤다. 그 결과 9곳은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소화 시설이 없었다. 기자가 찾아간 서대문구의 다른 아파트엔 전기차 충전기 바로 옆에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 있었다. 주민 최모 씨(28)는 “실외기만 해도 뜨거운데 혹시 전기차 충전하다 불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엔 전기차 충전시설 인근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놓여 있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쓰레기에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았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아파트 등에 지상 주차를 유도하는 공문 정도를 보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이후 서울 서초구는 전기차 충전소 점검에 나섰다. 12일 서초구 반포복개천 공영주차장에서 구의 전기차 충전소 점검을 동행하는 동안 전문가가 전압, 전류, 전기선, 충전기 단자, 누선 등 화재 위험 요인 5가지를 중심으로 충전소를 점검했다. 화재 위험 요인은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기에 계량기, 열화상 카메라 등 장비를 동원했다. 점검 업체 대표 김덕기 씨(66)는 “전기차 시설 주위엔 불이 붙을 수 있는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하고, 소화기를 꼭 구비하는 것이 좋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소방안전관리자들이 화재 위험 요소들을 인지하고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전기차 충전소가 지하에 있는 데다 주변에 소화기도 없으니 불안하죠.”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27)는 “일부러 전기차 근처에는 주차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 시설은 3대 있지만 소화기는 없었다.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은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서울 일대 아파트 10곳을 둘러봤다. 그 결과 9곳은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소화 시설이 없었다. 기자가 찾아간 서대문구의 다른 아파트엔 전기차 충전기 바로 옆에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 있었다. 주민 최모 씨(28)는 “실외기만 해도 뜨거운데 혹시 전기차 충전하다 불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여름철엔 실외기 화재도 많다보니 더욱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엔 전기차 충전시설 인근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놓여 있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쓰레기에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았다.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시설에 소화기 구비나 환경 정돈을 강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친환경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시설 및 전용 주차구역 설치 규정은 있지만 화재 예방 및 대처 관련 규정은 없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아파트 등에 지상 주차를 유도하는 공문 정도를 보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법적 공백에 지자체들은 자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구 내 전기차 충전소 점검 등 화재 대응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12일 서초구 반포복개천 공영주차장에서 구의 전기차 충전소 점검을 동행하는 동안 전문가가 전압, 전류, 전기선, 충전기 단자, 누선 등 화재 위험 요인 5가지를 중심으로 충전소를 점검했다. 화재 위험 요인은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기에 계량기, 열화상 카메라 등 장비를 동원했다. 점검 업체 대표 김덕기 씨(66)는 “전기차 시설 주위엔 불이 붙을 수 있는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하고, 소화기를 꼭 구비하는 것이 좋다”고 재차 강조했다.전문가들은 전기차 관련 화재 예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충전시설 인근 적치물, 가연물 등은 모두 화재 확산에 기여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며 “관리 의무를 지는 소방안전관리자들이 화재 위험 요소들을 인지하고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