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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친환경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었던 건 탄소배출 감축 의지를 가진 SK E&S 덕분이었습니다.”탄소 흡수제 생산 기업 씨이텍의 이광순 대표(69)는 직접 개발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로 창업을 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강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지낸 이 대표는 대학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이를 저장·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돈 많이 드는 탄소포집기술, 먼저 협력 제안이 교수는 퇴임 뒤 동료들과 창업에 도전했다. 씨이텍은 각종 가스에 섞인 탄소를 모아 추출하는 흡수제를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탄소 포집은 20세기 초부터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불순물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로 활용돼 왔으며, 현재 기후 위기에 직면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이다.씨이텍은 탄소 포집에 필요한 열 에너지를 기존 대비 60%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연구를 마치고 퇴임할 때까지도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상당한 자본과 설비가 필요한 기술이라 맨손으로 할 수 있는 도전은 아니었다”고 했다.당시 이 교수의 연구에 주목한 SK E&S는 먼저 협업을 제안해왔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변화해온 SK E&S는 일찍부터 탄소 배출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씨이텍에 상생협력기금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덕분에 씨이텍은 실험·분석 장비 등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하고 탄소포집 기술과 공정 과정을 해외에서 검증할 수 있었다.SK E&S는 2019~2022년 4년 연속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기금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 기술 협력, 환경 경영 협력,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을 이어 왔다. 씨이텍처럼 친환경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과 협력해 기후 위기 등 사회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SK E&S는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동반성장 주간 기념행사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분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이 대표는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요구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2021년만 해도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우리 기술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기업은 없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 지역 결식 학생에 도시락-반찬도 지원이 밖에도 SK E&S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결식 문제 해결 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농어촌과 농어업 발전을 지원하고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완화하고자 조성된 기금이다. 농어촌 의료 및 문화 지원, 주거생활 개선, 농어촌 자녀 장학 사업 등에 활용된다.SK E&S는 2020년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 멤버사로 가입한 뒤 같은 해부터 행복두끼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행복두끼 프로젝트는 기업, 지방자치단체, 사회적 기업 등이 힘을 합쳐 결식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다. 지자체가 사각지대 결식우려 아동을 발굴하면 기업이 도시락 제조 및 배송에 필요한 자원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원이 끝난 후에는 지자체가 아동을 급식제도에 편입시켜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SK E&S는 전남 구례군, 충남 예산군 등 지역 결식 우려 아동에게 행복도시락과 밑반찬을 지원해 왔다.SK E&S가 행복두끼 프로젝트에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한 건 지난해 충남 당진시가 처음이다. 올해는 전북을 지원할 예정이다.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을 담당하는 조민영 행복나래 본부장은 “SK E&S는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단일 기업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결식 우려 아동 문제를 해결하며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했다.SK E&S 관계자는 “기금을 활용하면 농어촌 지역을 포함한 지역사회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생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 E&S는 상생협력기금을 통해 중소기업 R&D 및 판로 확대, 생산성 향성 등도 폭넓게 지원할 방침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교육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만 대학혁신지원사업 인센티브(지원금)를 주겠다고 발표한지 3주 만에 이를 철회했다.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자 문턱을 없애는 대신 가산점 형태로 바꿔 무전공 선발 비율이 낮아도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이다.24일 교육부는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학혁신지원 사업안을 보고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무전공 선발 목표를 (입학 정원의) 25%로 추진하되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도 재정 지원을 하겠다”며 “물러선 게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대학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융합 인재 양성’과 ‘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며 무전공 선발 도입을 추진했다. 이달 초에는 수도권 사립대는 20%, 거점 국립대는 25%를 내년도부터 무전공 선발해야 4426억 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를 두고 대학 사이에선 “교수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데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기 전공에 학생이 쏠리면서 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대학들 “무전공 확대 졸속추진” 반발에… 교육부, 3주만에 “수정”교육부가 24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무전공 선발’ 인센티브 지원 기준을 바꾼 걸 두고 대학 사이에선 “무전공 선발 확대 정책이 졸속 추진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가 전공 쏠림에 대비한 교수 충원 방안, 비인기 학과 소외 관련 대책, 전공 선택 방식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없이 재정지원을 내세우며 대학들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문턱 없애고 폭 넓게 지원현재 대학 대부분은 신입생을 뽑을 때 학부나 학과 단위로 선발한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대학 입학 정원이 1000명이면 300명은 입학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학문 간 전공 간 벽을 허물고, 신입생이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공부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이후 교육부는 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 선발하고 이 중 완전 무전공이 5% 이상이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2026학년도 선발 인원은 완전 무전공 10%를 포함해 2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거점 국립대의 경우 무전공 선발 비율을 2025학년도 25%, 2026학년도 30%로 사립대보다 5%포인트 더 높였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대학혁신지원 사업비를 나눠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날 이 부총리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혁신적 모델이 나올 수 있고, 일부 대학은 전공 자율선택제는 도입이 어렵지만 다른 차원의 혁신도 인정해 달라고 해서 다양하고 유연하게 수용하려 한다”며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교육부는 대신 대학혁신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과 확대 노력을 반영해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가산점 기준 등은 25일 발표할 계획이다.●대학들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혼란대학들은 3주 만에 바뀐 방침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서울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비인기학과 교수들의 극심한 반발을 겨우 무마하고 각 과 정원을 줄여 무전공 선발 기준 20%를 맞췄는데 갑자기 교육부가 기준을 없애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가산점을 준다니 여전히 무전공 선발 비율을 높여야 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비인기학과들이 정원을 다시 돌려달라고 난리칠까봐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반면 다른 대학의 기획처장은 “무전공 선발 정원을 20% 이상으로 늘릴 방법이 없어서 인센티브를 사실상 포기했는데 조금만 무전공 선발해도 지원금을 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또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불리는 기초학문 전공 교수 중 상당수는 여전히 정부가 무전공 선발 정책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장)은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부의 무전공 모집안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친 유보통합 시범기관 30곳을 올 상반기(1~6월) 중 열겠다고 밝혔다. 유치원의 교육 기능과 어린이집의 돌봄 기능을 통합하는 것으로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초등학교에서 돌봄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1학기 2000여 곳에서 운영하고 2학기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상 학년은 올해 1학년에서 내년 2학년까지로 확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후 이 부총리에게 “올해부터 늘봄학교와 유보통합이 본격 추진되는데 정책수요자인 학부모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전공을 정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무전공 선발’이 본격 확대된다. 정부는 융합형 인재 양성, 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 등을 이유로 내년도 입시부터 입학 정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하지만 대학에선 “무전공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컴퓨터공학, 전기전자 등 인기 학과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데 교수 등 교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 “융합형 인재-전공 선택권 보장 위해”무전공 선발 확대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입학 정원이 1000명이라면 300명은 전공 벽을 허물고 입학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이 부총리는 “전공과 영역 간 벽은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며 학문 간, 전공 간 벽을 허물며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목표 중 하나인 교육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그동안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양자역학 등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첨단 분야에 융합형 인재가 필수적인데 현재 대학의 경직된 학사 구조로는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달라졌는데 대학 학사 구조는 수십 년 전 틀에 묶여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교육부에서 ‘무전공 선발’을 대안으로 들고나온 것이다. 여기에는 학생들이 충분한 진로 탐색 기회를 가진 후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아 진로를 설계하도록 하자는 의도도 반영됐다. 지금까지 수험생 중 상당수는 내신 등급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맞춰 대학이나 전공을 택하면서 자신의 흥미와 거리가 먼 학과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중도에 좌절하거나 학업을 그만두기도 했다는 것이다. 현재도 재학 중 과를 바꾸는 ‘전과 제도’가 있지만 정원이 학칙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이동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 사립대 20% 이상 뽑아야 인센티브교육부는 이달 초 공개한 정책연구 시안에서 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에 입학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 선발하도록 했다. 이 중 완전 무전공이 5% 이상이어야 하고, 나머지는 계열·단과대 등 광역 단위 선발 인원으로 채워야 한다. 2026학년도 선발 인원은 완전 무전공 10%를 포함해 25% 이상으로 올라간다. 거점 국립대의 경우 무전공 선발 비율이 2025학년도 25%, 2026학년도 30%로 사립대보다 5%포인트 더 높다. 다만 정부가 정원을 통제하는 의대 등 보건의료와 사범 계열 정원 등은 제외하고 무전공 선발 비율을 계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혁신지원 사업비 8852억 원의 절반인 4426억 원을 정부 방침에 따라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는 대학에만 인센티브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한 학년 정원이 보통 3000명대 후반인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내년도에 300명 안팎을 무전공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는 기존 자유전공학부 123명을 포함해 약 400명을 무전공으로 뽑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고려대는 기존 자유전공학부 정원 95명에 200명을 더해 295명을 무전공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무전공 정원을 확보하는 방법도 학교마다 다르다. 성균관대는 학내 모든 학과의 정원을 균등하게 줄여 300명을 무전공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양대는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데이터사이언스학부 등 인기 학과 중심으로 정원을 감축해 330명을 무전공 선발하기로 했다.● 대학 “자유전공학부 실패 되풀이 말아야”대학들도 무전공 선발 확대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서울대는 교육부 방침이 공개되기 전 이미 중장기 발전 계획에 ‘입학 정원의 30%까지 무전공 선발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서울대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학의 현실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게 할 경우 취업에 유리한 학과 등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몰려드는 학생을 감당하려면 학과에서 교수 등 교육 인프라가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학사 구조에서 갑자기 특정 학과의 교수진을 늘리거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이미 계열·단과대 등 광역 단위 선발을 하는 곳은 많지만 무전공 선발은 서울대, 한동대, KAIST 등에서만 해왔다. 예를 들어 서울 주요 대학이 매년 300여 명을 무전공 선발하고 입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할 경우 상당수가 AI나 반도체 관련 학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정원이 50명인 학과에 극단적인 경우 정원의 2∼3배나 되는 학생이 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학과별 정원 제한을 둘 경우 원하는 세부 전공으로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 무전공 선발을 각 대학의 자발적 선택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반발도 나온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심화 교양교육 과정, 진로 지도, 학생 쏠림에 대비하려면 자유전공학부는 일반 학과·학부보다 훨씬 더 많이 손이 가기 마련”이라며 “2009년 많은 대학이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했다 폐지한 사례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했다.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도입 당시 많은 대학이 폐지된 법대 정원을 자유전공학부로 운영했는데 서울대 외에는 주요 대학에서 거의 살아남지 못하고 폐지됐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각 대학에선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인기 학과 쏠림’ 현장이 과도하게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서울대에서는 현재 정원 123명인 자유전공학부가 내년 3월 출범할 서울대 학부대학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자유전공학부 재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부대학으로 확대 개편될 경우 교수의 지도를 받거나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문사철 교수도 융합과목 맡아야”대학들은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학생을 가르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이 몰리면 그만큼 교수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공학과 등 첨단 학문의 경우 국내 최상위권 대학조차 교수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년 가까이 동결된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대학 재정난과 교수 처우 악화 때문이다. 서울의 한 상위권 사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쓸 만한 인재는 구글, 엔비디아 등에서 한국 돈으로 연봉을 3억 원씩 주고 데려가는데 연봉 1억 원 남짓인 대학에 누가 교수로 오려고 하겠나”라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공립·사립대 192곳의 조교수 평균 연봉은 6385만 원이었다. 이 중에서 국·공립 40개교의 평균 연봉은 8171만 원인데 사립 152개교의 경우 5943만 원으로 차이가 2000만 원 이상 벌어졌다. 사립대 조교수 연봉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대졸 신입 사원 평균 연봉(5356만 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서울 주요 사립대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한 20년차 교수는 “내 연봉이 세전 1억 원 조금 안 되는데, 기업의 15년차 과장급 사원과 비슷하더라”라며 씁쓸해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교원 부족을 호소할 게 아니라 교원의 소속을 다양화하고 융합과목을 신설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전공 선발 확대 이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전공자가 줄어든다면 교수들이 ‘철학과 AI 융합’, ‘철학과 반도체’ 같은 과목을 개설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 소속을 특정 학과나 학부로 제한하지 말고 복수 학과 또는 단과대로 넓히면 전공 분야 외 다른 전공과 결합한 융합과목을 얼마든지 강의할 수 있다”고 했다. 최훈진 정책사회부 기자 choigiza@donga.com}
전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2024학년도 입시에서 사회통합전형(입학 정원의 20%)으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이 117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학교는 내년도 입시부터 지원자가 정원에 못 미칠 경우 미달분의 절반을 일반전형으로 뽑을 수 있어, 올해와 상황이 비슷할 경우 내년도 입시에서 약 580명을 일반전형으로 더 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종로학원이 전국 자사고 31곳, 외고 28곳, 국제고 8곳의 2024학년도 사회통합전형 선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경북 포항제철고, 서울 세화고, 경기 과천외고 등 42개 학교가 지원자 부족으로 사회통합전형 정원을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 사회통합전형 정원은 2403명인데, 지원자가 1230명에 그쳐 1173명이 미달됐다. 정부는 이달 16일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방침을 백지화하며 사회통합전형을 전국 단위 자사고(10곳)까지 확대하는 대신 미달되면 해당 정원에서 지원자 수를 뺀 인원의 50%를 일반전형으로 돌려 선발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사회통합전형 정원이 100명인데 80명만 지원한 경우 10명을 일반전형으로 뽑는 식이다. 내년도 모집에서 2024학년도와 비슷하게 미달 인원이 발생할 경우 서울에서 약 450명, 전국에서 약 580명이 일반전형으로 더 합격할 수 있게 된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최근 교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고교생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은 ‘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지난해 7월 5∼19일 전국 초중고생 1만38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2023 교육정책 인식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고생 1만1079명에게 직업별 신뢰도를 물어본 결과 교사(86.8%)가 신뢰도 1위로 나타났다. 검찰·경찰(61.7%), 판사(55.6%), 언론인(37.6%), 종교인(34%) 등이 뒤를 이었다. 대통령(22.7%)과 정치인(23.4%)은 인플루언서(31.5%)보다 신뢰도가 낮아 최하위권이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믿을 수 있다’고 평가한 초중고교생 비율은 31.4%에 그쳤다. 초등학생의 경우 43.9%가 사회를 신뢰했지만 중학생(29.5%), 고등학생(26.3%) 등으로 올라갈수록 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회, 타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를 반드시 다녀야 하느냐’는 물음에 초중고생의 29.5%는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특히 고등학생은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이 37.7%로 초등학생(17%)이나 중학생(29.6%)보다 훨씬 높았다. 성공의 조건을 ‘행복’이 아니라 ‘돈’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1년 전보다 늘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것은’이란 질문에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한 초중고생은 36.5%로 지난해(42%)보다 줄었다. 반면 ‘돈을 잘 버는 것’이란 응답은 31.2%로 지난해(25.2%)보다 늘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최근 교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고교생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은 ‘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지난해 7월 5~19일 전국 초중고생 1만38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한 결과를 정리해 ‘2023 교육정책 인식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중고생 1만1079명에게 직업별 신뢰도를 물어본 결과 교사(86.8%)가 신뢰도 1위로 나타났다. 검찰·경찰(61.7%), 판사(55.6%), 언론인(37.6%) 종교인‘(34%) 등이 뒤를 이었다. 대통령(22.7%)과 정치인(23.4%)은 인플루언서(31.5%)보다 신뢰도가 낮아 최하위권이었다.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믿을 수 있다’고 평가한 초중고교생 비율은 31.4%에 그쳤다. 초등학생의 경우 43.9%가 사회를 신뢰했지만 중학생(29.5%), 고등학생(26.3%) 등으로 올라갈수록 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회, 타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학교를 반드시 다녀야 하느냐’는 물음에 초중고생의 29.5%는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특히 고등학생은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이 37.7%로 초등학생(17%)이나 중학생(29.6%)보다 훨씬 높았다.성공의 조건을 ‘행복’이 아니라 ‘돈’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1년 전보다 늘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것은’이란 질문에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한 초중고생은 36.5%로 지난해(42%)보다 줄었다. 반면 ‘돈을 잘 버는 것’이란 응답은 31.2%로 지난해(25.2%)보다 늘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전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2024학년도 입시에서 사회통합전형(입학 정원의 20%)으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이 117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학교는 내년도 입시부터 지원자가 정원에 못 미칠 경우 미달분의 절반을 일반전형으로 뽑을 수 있어, 올해와 상황이 비슷할 경우 내년도 입시에서 약 580명을 일반전형으로 더 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21일 종로학원이 전국 자사고 31곳, 외고 28곳, 국제고 8곳의 2024학년도 사회통합전형 선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경북 포항제철고, 서울 세화고, 경기 과천외고 등 42개 학교가 지원자 부족으로 사회통합전형 정원을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 사회통합전형 정원은 2403명인데, 지원자가 1230명에 그쳐 1173명이 미달됐다. 정부는 이달 16일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방침을 백지화하며 사회통합전형을 전국 단위 자사고(10곳)까지 확대하는 대신 미달되면 해당 정원에서 지원자 수를 뺀 인원의 50%를 일반전형으로 돌려 선발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사회통합전형 정원이 100명인데 80명만 지원한 경우 10명을 일반전형으로 뽑는 식이다. 내년도 모집에서 2024학년도와 비슷하게 미달 인원이 발생할 경우 서울에서 약 450명, 전국에서 약 580명이 일반전형으로 더 합격할 수 있게 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68)이 항소심에서도 교육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 김진하 이인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 대해 1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별채용 공모 조건이 최소한의 실질적 ‘공개 경쟁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조 교육감은 공개 경쟁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특별채용은) 임용권자의 사적인 특혜나 보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항소심 선고가 대법원에서도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잃게 된다. 조 교육감의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다. 조 교육감은 선고 직후 “10여 년 동안 해직된 교사들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도록 한 화합 조치이자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적극행정이었다”며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후 처음 수사한 ‘1호 사건’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채용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8일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조 교육감은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대법원에서도 이 형이 확정될 경우에는 교육감직을 잃는다.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 김진하 이인수)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항소심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이 사적 특혜에 해당한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선고 뒤 조 교육감은 기자들과 만나 “10여년 동안 해직된 교사들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도록 한 화합 조치이자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적극행정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즉각 상고하겠다고도 밝혔다. 상고심에서도 금고 이상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물러나야 한다.서울 최초의 3선 교육감인 조 교육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자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정책 추진 동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의 제동으로 생태교육이나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등을 추진하기 어려웠는데 앞으로 더 역점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이 불법, 특혜 채용이었음을 재차 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교육감 선거 때 불법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형을 선고받아 퇴직한 교사들을 특별채용한 것을 국민이 과연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예비교사들의 임용 기회가 교육감의 위법행정, 직권남용으로 박탈되는 일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정서·행동 위기를 겪는 학생을 선별하는 검사가 수시로 진행된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조기에 진단하고 이들의 치유와 회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학생에게 검사를 권고하고, 검사 결과를 해당 학생의 상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모든 초중고교에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선별하는 온라인 ‘마음 EASY 검사’가 도입된다. 이 검사는 정서·불안, 대인관계·사회성, 학교 적응 등 다양한 영역의 37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교사는 어떤 학생이 정서적으로 불안해 보인다고 생각되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검사를 권고할 수 있다. 초등학생은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학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검사지를 푼다. 중고교생은 학생이 직접 검사를 받는다. 교사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학생·학부모를 지방자치단체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병원 등으로 연계해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다. 그동안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된 ‘정서·행동 특성 검사’는 문항이 바뀐다. 초1·4, 중1, 고1을 대상으로 매해 4, 5월 실시되는 이 검사는 2017년 처음 도입된 이래 줄곧 타당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의 한 사립고 전문상담교사는 “정서·행동 특성 검사는 ‘최근 3개월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등 광범위한 상태를 묻기 때문에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검사 결과를 우편으로 발송하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 정신건강 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학교 폭력이 교권 침해로 이어지는 등의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정서적 문제가 있거나 문제 행동을 일삼는 학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들 학생의 행동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학급 내 다툼 및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대규모 교사 집회의 계기가 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배경에도 일부 학생의 반복적 문제 행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학기를 앞두고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현직 초중등 교사와 전문상담교사에게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과 관련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알아두면 도움이 될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문제가 되는 행동은 어떤 것들인가. “문제가 되는 행동은 자신과 다른 학생 학업에 지장을 주거나, 친구·교사와의 상호 작용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교실에는 ‘말 안 듣는 학생’이 존재했다. 하지만 개별 학생의 문제 행동의 원인에 대한 교육 현장의 고민은 부족했다. 2010년 이후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는 학생의 비정상적 행동을 학생의 심리적·정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또 많은 교사들이 문제 학생들의 치유와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현재 모든 학생은 학교에서 3년 주기로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받는다. 초등학교의 경우 이 검사에서 보통 한 반에 3명 이상이 ‘관심군’으로 분류된다.”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특징이 뭔가. “상대방 욕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갈등을 일으키고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일부는 유아기 때부터 정서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양육 환경이 조성됐을 수 있다. 예전에는 양육이 대부분 가정에서 이뤄졌지만, 요즘은 일찍부터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는 탓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를 거치며 발달 단계에 맞는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문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가정에서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학교와 가정은 다르다는 인식을 먼저 심어줘야 한다. 한 자녀를 둔 가정이 워낙 많다 보니 학생들은 자신의 욕구가 바로 채워지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규칙에 따라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친구와 교사가 수용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 친구나 교사로부터 원치 않는 부탁을 받았을 때 참고 수용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경험을 통해 많은 걸 배워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문제 행동이 상담을 통해 개선될 수 있나. “그렇다. 예를 들어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학생은 학부모가 상담교사에게 전화해 자녀의 공격적 행동과 분노조절 장애로 양육이 힘들다고도 했다. 이에 교내 전문상담실인 위클래스에서 해당 학생에게 분노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올바르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진행했다.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적힌 카드를 학생에게 제시하고, 각각의 분노 상황마다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지 스스로 찾게 했다. 해소법은 숫자 세기, 노래 듣기 등으로 다양하게 정했다. 10주간 상담을 진행한 뒤 이 학생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처럼 학교와 부모가 함께 문제 행동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연령이 어릴수록 더 확실하게 개선될 수 있다.” ―집에서 시도할 수 있는 행동 조절 훈련이 있나. “상담실에서 행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과 하는 활동이 청기백기 게임, 숨은그림·미로 찾기, 특정 리듬을 반복해서 따라 해보기 등이다. 순간적인 집중력과 충동 조절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가정에선 아이가 충동성을 조절하지 못할 때 부모가 함께 숫자를 세어주거나,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눈에 보이는 계획표로 만들어 단계별로 실천하도록 도울 수 있다. 학교 위클래스에서 주 1회 40분 만나는 것만으로는 개선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가정에서 학부모가 일관되게 함께 노력한다면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문제 학생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 “정서·행동 특성 검사 결과에 따라 학교에선 학부모에게 여러 지원을 해준다. 심층 평가도 무료로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원이나 심리치료센터와도 연계해 준다. 그럼에도 일부 학부모는 외부 기관의 치료가 자비 부담인 데다, 맞벌이라 방문할 시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일부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길 원치 않아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가 마음을 열고 아이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집중할수록 치료도 빠르다. 문제 행동은 최대한 빨리 대처해야 개선하기도 쉽다. 치료가 지연되면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문제 행동이 고착화될 수 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없어 자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도 있고, 교과서 대신 수능 문제집을 펴놓고 푸는 최상위권 학생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수업을 안 듣는다는 건데 교사들도 이제 그러려니 하는 모습입니다.” 광주의 한 일반고 교사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교실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이 교사는 “특히 학군이 좋다는 지역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능 출제 과목이 아니면 수업에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일반고 학생 10명 중 3명은 “수업 시간에 같은 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학고나 외고는 ‘잔다’는 답변이 일반고의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지난해 9월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 외 다른 장소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한 학생생활지도고시가 시행됐지만 일반고의 교실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고 학생 28.6% ‘수업시간에 자는 편’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교육부의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에서 ‘우리 반 학생들이 수업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묻는 문항에 27.3%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답했다. 19.2%는 ‘수업과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일반고 학생들은 응답자의 28.6%가 ‘우리 반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자율고(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 학생들은 17.9%, 과학고 학생들은 14.3%, 외국어고 학생들은 13.1%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했다. 일반고 교실의 경우 자율고나 과학고, 외고에 비해 면학 분위기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 학생들이 잔다’고 답변한 학생 비율은 여학생(24.1%)보다 남학생(30.1%)이 더 많았고 문과가 이과보다 많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28일∼7월 14일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교사 1211명, 고교 1·2학년생 43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학생들 엎드려 자도 교사들은 못 본 척” 교육부는 교권을 보호하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지속적으로 수업을 방해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경우 교실 밖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학생생활지도고시’를 시행했다. 또 수업 중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울 수 있게 했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에게도 주의를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학생은 수업 중 엎드려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등 ‘딴짓’을 하고, 교사들은 별수 없이 못 본 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교실에서 내보내려 해도 학생이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여전히 교사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여학생의 경우 손으로 잡고 일으켜 세우거나 교실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자칫 성희롱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선도위원회를 열어 벌점을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무전공’ 선발 인원이 늘면 이과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3학년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2022학년도에도 합격생의 94.6%가 이과생이었다.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개설 취지와는 달리 사실상 이과생들이 대부분 합격하는 것이다. 이는 자유전공학부에서 의대와 간호대, 사범대 등을 제외하고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택해 공부할 수 있다 보니 우수한 학생이 많이 지원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를 지낸 김경범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수학·과학을 잘해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 입장에선 자연계열보다 자유전공학부로 진학하면 전공 선택권이 넓어진다”며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을 전공하면서 경제, 철학을 부전공하는 등의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입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국어·수학·탐구 영역 평균 백분위 점수 합격선은 98.3점으로 서울대 전체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인문·사회계열에선 정치외교학과(98.5점) 다음이었고 자연계열에선 의예과 일반전형(99.3점)과 치의학과(99.0점)의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내년도에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로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면 이과생에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에 많게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때만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인센티브(총 4426억 원)를 줄 계획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 통합 수능 체제에서 계열 구분 없이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면 이과생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무전공 선발을 위해 인문대 정원을 줄일 경우 문과생의 진학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무전공’ 선발 인원이 늘면 이과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3학년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2022학년도에도 합격생의 94.6%가 이과생이었다.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개설 취지와 달리 사실상 이과생들이 대부분 합격하는 것이다.이는 자유전공학부에서 의대와 간호대, 사범대 등을 제외하고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택해 공부할 수 있다보니 우수한 학생이 많이 지원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를 지낸 김경범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수학·과학을 잘해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 입장에선 자연계열보다 자유전공학부로 진학하면 전공 선택권이 넓어진다”며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을 전공하면서 경제, 철학을 부전공하는 등의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입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국어·수학·탐구 영역 평균 백분위 점수 합격선은 98.3점으로 서울대 전체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인문·사회계열에선 정치외교학과(98.5점) 다음이었고 자연계열에선 의예과 일반전형(99.3점)과 치의학과(99.0점)의 뒤를 이었다.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내년도에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로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면 이과생에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에 많게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때만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인센티브(총 4426억 원)를 줄 계획이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에서 계열 구분 없이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면 이과생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무전공 선발을 위해 인문대 정원을 줄일 경우 문과생의 진학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로 교사의 발언을 무단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광진구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A 씨는 2018년 3∼5월 담임을 맡은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학생의 어머니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해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고, 검찰은 이를 근거로 A 씨를 기소했다. 1, 2심은 녹취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유죄로 판결했다. 통신비밀보호법 14조 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교사가 교실에서 한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반면 대법원은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부모가 몰래 녹음한 교사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해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부모는 수업 중 학생과 별개의 인격체이자,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이기 때문에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부모가 녹음한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A 씨의 발언이 아동학대처벌법이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이날 판결이 특수교사의 발언을 녹음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자녀 등 쟁점이 유사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원단체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 활동을 무단 녹음하고 유포하는 것이 명백히 불법임을 밝힌 판결”이라고 반겼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최근 교육부가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동결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을 5.64%로 공시한 직후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말 ‘2024학년도 대학(대학원) 등록금 인상률 산정 방법 공고 및 등록금 동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등록금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걸 감안해 달라”며 ‘등록금 동결 기조 유지’와 ‘등록금 안정화 적극 동참’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이후 주요 대학에 전화를 걸어 등록금 동결 여부도 확인했다. 대다수 대학은 올해 등록금을 정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진행 또는 준비 중인 상황이어서 교육부 공문과 전화에 적잖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 안정화 동참 관련 내용은 지난해 공문에는 없었던 내용”이라며 “재정이 한계에 몰린 탓에 등록금 인상을 고민 중이었는데 교육부가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Ⅱ 유형 사업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주도해 왔다. 이 때문에 2022년과 2023년 법정 상한은 각각 1.65%, 4.05%였지만 사립대의 경우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0.4%, 0.6%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물가 급등으로 법정 상한이 올해 5.64%로 오르고 일부 대학에선 “국가장학금Ⅱ를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다급해진 교육부가 직접 공문과 전화로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대학 중에는 서울대 경북대 국민대 등이 등록금 동결을 확정했는데 다른 대학들도 ‘결국 동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법정 상한이 높아 동참 권고 문구를 추가했다”며 “서민층과 중산층이 굉장히 어려우니 같이 보조를 맞추자는 취지지 동결을 강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대형 입시학원 일타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과 2024학년도 EBS 수능 특강 교재 감수본에 실린 것과 관련해 교육부는 9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수능 연계교재인 EBS 집필·감수 과정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및 EBS 관계자와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오 차관은 이 자리에서 “다른 어떤 시험보다 공정해야 할 수능에서 의혹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송구하다”며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수능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더욱 출저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교사 4명 논란된 수능 출제와 EBS 교재에 관여 안 해”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최근 감사 과정에서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책에서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영어 영역 23번 문항 뿐 아니라 수능 한달 전 메가스터디의 일타강사 모의고사 및 2024년 1월 발간된 EBS 교재 감사본에 실렸던 사실을 파악하고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EBS 관계자는 이날 해당 지문에 대해 “지문은 수능 문항과 똑같았지만 문제 유형은 빈칸에 들어갈 문장을 추론하는 형태라 달랐다”면서 “총 14차례 감수 단계 중 11번째 외부 감수를 마치고 평가원 감수에 들어가기 전 수능에 동일한 지문이 나온 걸 확인해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EBS교재 감수와 수능 출제를 총괄하는 평가원은 수능 이후 “메가스터디의 일타강사 모의고사에 등장한 지문과 같다”는 이의신청이 100여 건 접수됐음에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이에 대해 “지문은 같았지만 문항 자체의 유형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당시 EBS 교재 제작 감수 단계에서 수능과 동일한 지문이 빠지게 된 경위에 대해 평가원으로부터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해당 일타강사는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문제를 사들여 교재를 만들며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교육부는 해당 일타강사는 물론 그와 문제를 거래한 의혹이 있는 교사 4명을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의뢰했으나 EBS 교재 감수본에 같은 지문이 있었다는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추후 파악한 결과 해당 교사 4명이 다른 해에 제작된 EBS교재 문항 출제와 시도교육청 주관 학령평가 출제에는 참여했지만 2023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은 없었으며 논란이 된 EBS 교재 제작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EBS 집필 감수 점검 강화”EBS교재·강의는 수능 연계비율이 50%에 달한다. 그런데 EBS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최근 교육부가 현직 교사와 사교육 간 문제거래를 막기 위해 마련한 ‘교원의 사교육업체 관련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집필에 참여하기 전 영리 목적의 교재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청렴이행서약서를 쓰긴 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드러나지 않는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한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EBS와 교사 간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교사의 서약 위반 시 EBS가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사교육 업체들은 EBS교재 출제 경력이 있는 현직교사에게 문제를 사고 돈을 지급하는 거래를 활발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을 언급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EBS교재 출제 교사들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EBS 연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오 차관은 이날 점검회의에서 “EBS 집필과 감수에 참여하는 현직 교원 등은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사교육업체에서의 겸직이 당연히 금지되나 집필 감수 과정에서 이를 좀더 철저히 점검할 수 있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에서 입시학원 일타강사의 모의고사와 같은 지문이 출제된 것과 관련해 교육부가 뒤늦게 해당 강사와 현직 교사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8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2022년 11월 수능 직후 영어 23번 문항이 논란이 됐는데도 교육부가 즉시 수사 의뢰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영어 23번 지문은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책에서 인용한 것인데, 수능 한 달 전 메가스터디의 일타강사 모의고사에 등장한 것으로 나타나 수능 직후 이의신청이 100여 건 접수됐다. 문제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당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신고가 접수되자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해당 일타강사는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문제를 사들여 교재를 만들며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직 교사 4명 중 2023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교사들이 학원에 판 문제 중 일부가 수능 모의평가에 나온 것과 유사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고심 끝에 인기 학과 위주로 정원을 줄이는 게 맞다는 방침을 정하고 교수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한양대 관계자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25학년도 신입생 330명을 무전공 선발한다는 방침을 정한 후 오랜 논의 끝에 지난해 12월 말 각 학과 정원 조정을 마무리지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들은 어떻게 무전공 선발 정원을 확보할지 고민 중이다. 한양대는 학생들이 몰리는 공대 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정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은 모든 학과에서 균등하게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양대, 국문-사학-철학 정원 안 줄인다 한양대는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많게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히자 가장 먼저 선발 인원을 정하고 학과별 정원 감축 규모도 확정했다. 한양대는 무전공 선발로 330명을 뽑을 예정인데 이 중 250명이 정원 내 선발이다. 정원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곳은 데이터사이언스학부로 올해 80명인 정원이 내년에 40명으로 반 토막 난다. 융합전자공학부는 145명에서 119명으로,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는 150명에서 130명으로 10% 이상 줄어든다. 반면 국어국문학과(29명)와 사학과(22명), 철학과(17명) 등은 정원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인기 학과 위주의 정원 감축에 대해 해당 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기정 총장은 지난해 7월 출범한 교육혁신처를 중심으로 설득에 나섰다. 류호경 한양대 교육혁신처장은 “어차피 학생들이 많이 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기 학과 위주로 줄여야 한다”며 “학생들을 융합형 인재로 만들자”고 설득했다. 그 대신 비인기 학과에는 “지금은 소규모 학과 보호 차원에서 정원을 안 줄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학생으로부터 외면받으면 정원을 유지할 수 없다”며 “다른 학과와 융합과목을 만들어 무전공 신입생들이 배치되는 인터칼리지학부에서 강의하라”고 요구했다. 한양대는 또 학생들이 특정 전공에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부전공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고려대-성균관대 ‘균등 감축’ 검토 한양대는 진통 끝에 정원 조정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말 학칙까지 개정했지만 다른 대학들은 무전공 선발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 9월부터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고 관련 모집요강을 4월까지 확정해야 하는 만큼 각 대학은 무전공 선발 규모와 학과별 정원 조정 방안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정원 감축에 다들 예민한 만큼 일부 대학은 모든 학과의 정원을 같은 비율로 줄이는 ‘고통 분담’ 방침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는 2025학년도에 입학정원의 5%, 2026학년도에 10%를 무전공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모든 학과 정원을 균등하게 감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2025학년도의 경우 각 학과 정원의 5%씩을 줄여 무전공 선발로 돌리는 방식이다. 다만 한문학과 등 정원이 30명 이하인 소규모 학과는 학과의 존폐와 관련될 수 있는 만큼 기존 정원을 유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성균관대 역시 모든 학과 정원의 5%나 10%를 일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무전공 선발의 취지가 학생에게 전공 선택권을 돌려주는 것인 만큼 모든 전공에서 균등하게 정원을 줄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대학에선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학과를 교양학부로 통합하고 해당 정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하자”는 주장이 나와 교수들 반대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에서 입시학원 일타강사의 모의고사와 같은 지문이 출제된 것과 관련해 교육부가 뒤늦게 해당 강사와 현직 교사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은 2022년 11월 수능 직후 해당 문항이 논란이 됐는데도 교육부가 즉시 수사의뢰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8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교육부가 2023학년도 수능 직후 영어 23번 문항 출제 논란에 왜 즉시 대처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영어 23번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2020년 출간한 책 ‘투 머치 인포메이션’에서 인용한 것이다. 그런데 수능 한 달 전 입시업체 메가스터디의 일타강사 모의고사에 같은 지문이 등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능 직후 이의신청 100여 건이 이어졌다. 수능 문제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당시 “출처만 동일할 뿐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다르다”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약 8개월이 지난 지난해 7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해당 일타강사는 현직 교사들이 출제한 문제를 돈을 주고 산 뒤 교재를 만들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4명은 해당 강사와 거래한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이들 중 2023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은 없었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