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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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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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산 잘 못하고 식욕 떨어진 부모님, 우울증일 수도[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70대 부부가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찾아왔다. 아내 A 씨의 치매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남편 B 씨가 보기에 아내 A 씨는 치매 초기였다. 최근 들어 A 씨가 자주 깜빡깜빡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뭘 집어넣었는지 까먹는 일도 많아졌고, 음식을 태우는 횟수도 늘어났다고 했다. 아내 A 씨도 자신이 치매 초기가 아닐까 걱정이 되던 차였다. A 씨는 남편에게 병원에 가 보자고 했고, 이날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은 것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 아내 A 씨에게서 치매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오히려 치매 판정은 남편 B 씨에게 떨어졌다. B 씨가 평소 치매로 의심될 만한 증세를 보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진단이 떨어진 걸까. 전 교수는 “이 부부처럼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고, 아무런 증세도 없는데 치매 판정이 나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했다. 문제는, 병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울증 환자가 치매 치료제를 먹는다고 해서 증세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 부부의 경우 아내 A 씨는 우울증약을 복용한 후 증세가 크게 개선됐다. 남편 B 씨도 초기에 치매를 발견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우울증일까? 치매일까?노인 우울증인지 치매인지는 뇌 MRI 검사를 받으면 알 수 있다. 뇌의 해마와 측두엽 부위가 위축돼 있다면 치매 초기다. 그런 조짐이 없다면 치매일 가능성은 다소 낮다.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 부부의 경우 치매로 의심되던 아내 A 씨는 뇌의 상태가 건강했다. 반면 남편 B 씨는 해마가 위축돼 있었다. 이 때문에 B 씨에게만 치매 판정이 떨어진 것이다.병원에 가지 않으면 두 질병을 구분할 수 없을까. 전 교수는 “노인 우울증과 치매를 두부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긴 쉽지 않다. 다만 증세를 세심하게 살피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우울증이라면 걱정이 많아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내가 치매가 아닐까’라는 식의 걱정을 자주 한다. 전 교수는 “우울증과 치매 증세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매라고 자가진단을 내리면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본인이 직접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치매인 경우는 정반대다. 자신이 치매 혹은 인지장애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다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병원에 모시고 와서 치매 확진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병원에 가자고 했다. 치매에 걸린 남편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둘째, 방향 감각에서 차이가 난다. 치매에 걸렸다면 길을 헷갈린다.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우울증이라면 길을 찾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목적지까지 잘 찾아간다면 치매보다는 우울증에 가깝다. 그 대신 우울증의 경우 더하기와 빼기 같은 계산 분야에서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셋째, 기억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다르다. 치매는 대체로 오래전의 일은 기억하면서도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 예전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경향도 있다. 반면 우울증은 시간보다는 감정에 더 연결돼 있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 중에 특히 아프고 슬픈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린다. 이런 게 반복되면 우울증은 더 심해진다. ●젊은 우울증과 중년 우울증우울증에 걸리면 당연히 우울한 느낌이 강해진다. 하지만 다른 증세도 나타난다. 전 교수는 “나이에 따라 우울증이 발현되는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그 차이를 알아두는 게 좋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우울증’은 감정 기복이 심한 게 특징이다. 타인의 말투나 표정에 예민하고, 마음의 상처도 잘 생긴다. 밤에 뇌가 각성하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주로 밤에 먹으며, 폭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학교나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젊은 우울증의 경우 초기에는 자각하지 못하다가 중간 단계 이후 우울함을 느낀다. 이때부터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고,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집안에 자신을 가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40대 이후의 ‘중년 우울증’ 양상은 다소 다르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우울한 느낌이 강하고 의욕도 크게 떨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때가 많다. 젊은 우울증과 달리 식욕이 떨어져 먹는 것도 변변찮다. 대체로 오전에 증세가 심하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호르몬(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오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원은 오전 출근을, 주부는 오전 가사 노동을 무척 힘들어한다. 중년 우울증의 또 다른 특징은 ‘건강 염려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체 증세의 원인을 찾지 못하니 중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한다. 사실 우울증에 걸리면 나이에 상관없이 두통, 통증, 전신 쇠약감, 가슴 답답함, 미세한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젊은 나이에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덕분에 이런 증세를 덜 느낄 뿐이다. ●노인 우울증, 신체 증세 많아노인 우울증은 ‘신체화’의 경향이 강하다. 만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에 따라 두통, 요통, 전신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이를 전 교수는 “슬픈 기운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 표현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세도 다른 연령대보다 심하다. 식욕이 떨어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바람에 폐렴과 같은 2차 합병증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우울증과 함께 불면증이 심해지는 점도 노인 우울증의 큰 특징이다. 변덕이 심해진다. 갑자기 화를 버럭 내거나 짜증을 낼 때도 많다. 같은 말을 반복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는 치매 초기와 비슷해 세심하게 관찰하거나 검사가 필요하다. 건강염려증도 노인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다. 신체 증세가 나타나니까 병원을 찾아다니고, 약을 찾아 먹는다. 주관적으로 실제 통증보다 과하게 느끼는 경향도 강하다. 진통제도 더 많이 먹는다. 하지만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운동하는 것도 싫어진다. 나중에는 밖에 나가기도 싫고, 실제로 나가지도 못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년 때까지 우울 증세가 전혀 없다가 노인으로 접어든 후에 우울증이 생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 교수는 “치매 환자의 30% 정도에서 우울증이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부모 상태 2주마다 살펴야전 교수에 따르면 국내 노인 100명 중 5~10명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치료받는 환자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방치돼있는 셈이다. 전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점점 많아지면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이라며 “노인들은 우울증이 생겨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들의 역할이 무척 크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자식들이 정기적으로 부모 상태를 살펴야 한다. 전 교수는 “2주마다 한 번씩은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부모님의 증세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의욕 저하 △기억력 저하 △불면증 △식욕부진 등 네 가지 증세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증세가 2주 동안 일관되게 나타났거나 더 심해졌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경우 불면증이나 식욕부진 증세는 비교적 덜한 편이다. 다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식욕부진을 동반할 수 있다. 체중 변화도 살펴야 한다. 노인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이 떨어지면서 만사에 흥미가 떨어진다. 집 밖에도 잘 나가려 하지 않는데 먹는 것마저 부실해서 체중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전 교수는 “우울증 초기에는 대략 3개월 사이에 체중이 5~10㎏ 정도가 빠진다. 이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대략 2~4주 후부터 의욕이 살아난다. 다만 젊은 우울증과 비교했을 때 치료 기간은 긴 편이다. 전 교수는 “최소한 6개월, 보통은 1~2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한 지침1. 고립이 우울증을 키운다. 사람들과 어울리자.2. ‘나 홀로 식사’는 줄이고, 2인 이상 식사를 하자.3.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잘 관리하자.4. 의욕 저하를 막기 위해 평소 활동량을 늘리자.5. 노인에게 근력은 필수. 근력 운동을 꼭 하자.6. 자식들은 2주마다 부모님 상태를 체크하자.자료 :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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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은 습관… 평일엔 자전거 출퇴근, 주말엔 조정”[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김성환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48)는 키가 190cm에 이르는 거구다. 얼핏 보기에도 건강해 보인다. 실제로 질병을 의심할 만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40대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한 적이 거의 없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 등산을 하는 게 전부였다. 교수 대부분이 즐기는 골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요즘은 운동에 푹 빠져 산다.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종목도 한둘이 아니다. 김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나서야 자신이 그토록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운동이 재미있고 하나씩 늘리다 보니 생활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주 2회 이상 미니벨로 타고 출퇴근김 교수는 집에서 병원까지 11km의 거리를 종종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그날 저녁 약속이 있으면 자전거 퇴근은 다음 날로 미룬다. 이런 식으로 최소한 주 2회 이상 자전거 출퇴근을 지킨다. 매주 44km 이상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셈이다. 자전거는 7년 전에 처음 탔다. 당시 영국에서 연수 중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없었다. 자전거를 장만했다. 그 후로 매일 20여 분씩 자전거로 통학했다. 딱 한 달 만에 체중이 11kg 줄었다. 허리띠 몇 칸을 더 졸라매야 했다. 얼굴이 반쪽이 됐다는 농담도 들었다. 그래도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일단 가벼웠다. 아침에도 저절로 일찍 눈이 떠졌다. 김 교수는 “누구든 한 달만 꾸준히, 제대로 자전거를 타면 이런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전거를 들고 귀국했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려봤다. 한강 풍경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운동도 하고, 풍경도 즐길 겸해서 자전거 출퇴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전거 출퇴근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의 자전거는 ‘미니벨로’ 모델이다. 몸체가 작다.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기어도 3단에 불과하다. 먼 거리를 가려면 그만큼 힘이 더 든다. 그런데도 그 자전거를 택한 것은 접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페달이 빡빡하면 근력 운동 효과가 커지고, 접을 수 있으면 어디든 들고 다니며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 교수는 주말에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가족들과 서울 시내 여러 곳을 다녔다. 날을 잡아서 강원 속초시에 가서 탄 적도 있다. 제주도로 건너가 해안가를 달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 “조정, 나이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약 5년 전 김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조정을 시작했다. 선배의 제안으로 조정 동호회를 꾸렸다. 주말마다 오전 6시부터 2∼3시간씩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 훈련했다. 조정 경기장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말 자전거 타는 횟수가 줄었다. 그래도 조정을 못 하는 날에는 다시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 보니 주말 이틀 내내 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운동량이 더 늘어났다. 김 교수는 “오전에 운동을 끝내기 때문에 오후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조정 보트는 1인용, 2인용, 4인용, 8인용이 있다. 김 교수는 주로 2인용과 4인용 보트를 탄다. 혼자 균형을 잡아야 하는 1인용의 난도가 가장 높다. 언젠가 1인용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곧 물에 빠지고 말았다. 김 교수는 좀 더 훈련해서 1인용 보트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김 교수는 조정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전신운동이라고 했다. 얼핏 보면 팔로 노 젓는 동작만 보이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것. 발로 보트 밑바닥을 밀면서 몸통에 힘을 줘야 한다. 또 노를 끌어당길 때는 허리를 펴야 한다. 상체를 비트는 동작이 없어 척추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양쪽 팔과 다리를 모두 쓰기 때문에 평형감을 키우기에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힘든 운동도 아니란다. 김 교수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보니 70대와 80대는 흔하고 90대 노인도 있었다. 자기 체력에 맞게 조절하면 조정은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조정 운동의 장점은 또 있다. 김 교수는 “확 트인 공간에서 보트를 타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트 장만 비용은 부담일 수 있다. 보트를 대여해주는 업체가 없어 직접 구매해야 한다. 김 교수가 속한 동호회도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중고 보트를 샀다. ● “달리기와 등산은 신중하게”3년 전부터 달리기도 시작해 지금까지 10km 마라톤 대회를 6회 나갔다. 김 교수는 달리기를 무척 좋은 운동으로 평가했다. 운동량이 많고, 땀을 통해 노폐물도 배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같은 쾌감도 느낀다. 김 교수는 요즘도 해외 학회에 가면 아침 일찍 반드시 달린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달리기가 썩 재미 있지는 않다고 했다. 혼자 달리는 게 외로운 운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라톤 대회에도 동료들이 함께 있었으니 출전한 것이다. 나 혼자였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 점은 자전거와 다르단다. 자전거는 자기 체력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며 풍광도 즐겨야 하기에 혼자가 더 좋다는 것이다. 등산은 그가 대학생 때부터 즐겨 온 취미다. 국토 종주에 도전한 적도 있다. 해외의 유명한 산에도 몇 차례 올랐다. 히말라야산맥을 오르고 싶다는 욕망을 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꿈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산에 가는 횟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산행은 무척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자신도 언젠가 산행 중에 큰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게다가 험한 지역을 오르내리다가 잘못하면 발목이나 무릎에 큰 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달리기나 등산이 키가 큰 사람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압박이 무릎에 가해지기 때문. 이런 점만 잘 보완한다면 운동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달리기는 동료가 있다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등산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위험도가 커지는 것 같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 “나이 들수록 근력 운동 필요”김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 기술이 좋아진 덕분에 수명은 늘었지만 삶의 질까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근육량이 떨어지면 노인의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경우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다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김 교수의 아버지와 친척이 병에 걸렸다. 그제야 자신을 돌아봤고, 근력 운동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끔은 팔굽혀펴기를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제대로 근력 운동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제대로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우선 자신의 근력 상태를 체크했다. 하체 근력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상체 근력은 많이 약했다. 더 건강해지려면 골고루 근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 내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한다. 벤치프레스, 스쾃, 철봉 등 몸의 큰 근육과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주로 한다. 3개 혹은 4개의 기구를 12회 3세트씩 이용한다. 되도록 평일에는 매일 근력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보통 매주 4회 정도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김 교수는 “운동도 습관”이라고 했다. 운동하면 더 운동을 찾게 되고, 하지 않으면 더 멀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3일 혹은 4일 정도만 운동을 중단해도 이 습관이 깨진다. 배가 나오고 허리띠의 구멍이 하나 더 밀린다. 피로감도 커진다.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라며 웃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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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은 습관… 평일엔 자전거 출퇴근, 주말엔 조정”[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김성환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48)는 키가 190㎝에 이르는 거구다. 얼핏 보기에도 건강해 보인다. 실제로 질병을 의심할 만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40대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따로 시간 내서 운동한 적이 거의 없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 등산하는 게 전부였다. 교수 대부분이 즐기는 골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요즘에는 운동에 푹 빠져 산다.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종목도 한둘이 아니다. 김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나서야 자신이 그토록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운동이 재미있고 하나씩 늘리다 보니 생활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 2회 이상 미니벨로 타고 출퇴근김 교수는 집에서 병원까지 11㎞의 거리를 종종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그날 저녁 약속이 있으면 자전거 퇴근은 다음 날로 미룬다. 이런 식으로 최소한 주 2회 이상 자전거 출퇴근을 지킨다. 매주 44㎞ 이상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셈이다.자전거는 7년 전에 처음 탔다. 당시 영국에서 연수 중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없었다. 자전거를 장만했다. 그 후로 매일 20여 분씩 자전거로 통학했다. 딱 한 달 만에 체중이 11㎏ 줄었다. 허리띠 몇 칸을 더 졸라매야 했다. 얼굴이 반쪽이 됐다는 농담도 들었다. 그래도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일단 가벼웠다. 아침에도 저절로 일찍 눈이 떠졌다. 김 교수는 “누구든 한 달만 꾸준히, 제대로 자전거를 타면 이런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전거를 들고 귀국했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려봤다. 한강 풍경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운동도 하고, 풍경도 즐길 겸 해서 자전거 출퇴근을 하자 마음먹었다. 자전거 출퇴근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의 자전거는 ‘미니벨로’ 모델이다. 몸체가 작다.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기어도 3단에 불과하다. 먼 거리를 가려면 그만큼 힘이 더 든다. 그런데도 그 자전거를 택한 것은 접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페달이 빡빡하면 근력 운동 효과가 커지고, 접을 수 있으면 어디든 들고 다니며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 교수는 주말에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가족들과 서울 시내 여러 곳을 다녔다. 날을 잡아서 강원도 속초에 가서 탄 적도 있다. 제주도로 건너가 해안가를달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정, 나이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약 5년 전, 김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조정을 시작했다. 선배의 제안으로 조정 동호회를 꾸렸다. 주말마다 오전 6시부터 2~3시간씩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 훈련했다. 조정 경기장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말 자전거 타는 횟수가 줄었다. 그래도 조정을 못 하는 날에는 다시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 보니 주말 이틀 내내 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운동량이 더 늘어났다. 김 교수는 “오전에 운동을 끝내기 때문에 오후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조정 보트는 1인용, 2인용, 4인용, 8인용이 있다. 김 교수는 주로 2인용과 4인용 보트를 탄다. 혼자 균형을 잡아야 하는 1인용의 난도가 가장 높다. 언젠가 1인용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곧 물에 빠지고 말았다. 김 교수는 조금 더 훈련해서 1인용 보트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김 교수는 조정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전신운동이라고 했다. 얼핏 보면 팔로 노 젓는 동작만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발로 보트 밑바닥을 밀면서 몸통에 힘을 줘야 한다. 또 노를 끌어당길 때는 허리를 펴야 한다. 상체를 비트는 동작이 없어 척추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양쪽 팔과 다리를 모두 쓰기 때문에 평형감을 키우기에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힘든 운동도 아니란다. 김 교수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보니 70대와 80대는 흔하고 90대 노인도 있었다. 자기 체력에 맞게 조절하면 조정은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조정 운동의 장점은 또 있다. 김 교수는 “확 트인 공간에서 보트를 타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트 장만 비용은 부담일 수 있다. 보트를 대여해주는 업체가 없어 직접 구매해야 한다. 김 교수가 속한 동호회도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중고 보트를 샀다. ●“달리기와 등산은 신중하게”3년 전에는 달리기도 시작했다. 지금까지 10㎞ 마라톤 대회를 6회 나갔다. 김 교수는 달리기를 무척 좋은 운동으로 평가했다. 운동량이 많고, 땀을 통해 노폐물도 많이 배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같은 쾌감도 느낀다. 김 교수는 요즘도 해외 학회에 가면 아침 일찍 반드시 달린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달리기가 썩 재미는 있지 않다고 했다. 혼자 달리는 게 외로운 운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라톤 대회에도 동료들이 함께 있었으니 출전한 것이다. 나 혼자였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 점은 자전거와 다르단다. 자전거는 자기 체력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며 풍광도 즐겨야 하기에 혼자가 더 좋다는 것이다. 등산은 그가 대학생 때부터 즐겨온 취미다. 국토 종주에 도전한 적도 있다. 해외의 유명한 산에도 몇 차례 올랐다. 히말라야산맥을 오르고 싶다는 욕망을 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꿈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산에 가는 횟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산행은 무척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자신도 언젠가 산행 중에 큰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게다가 험한 지역을 오르내리다가 잘못하면 발목이나 무릎에 큰 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달리기나 등산이 키가 큰 사람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압박이 무릎에 가해지기 때문. 이런 점만 잘 보완한다면 운동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달리기는 동료가 있다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등산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위험도가 커지는 것 같아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나이 들수록 근력 운동 필요”김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 기술이 좋아진 덕분에 수명은 늘었지만. 삶의 질까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근육량이 떨어지면 노인의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경우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다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김 교수의 아버지와 친척이 병에 걸렸다. 그제야 자신을 돌아봤고, 근력 운동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끔은 팔굽혀펴기를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제대로 근력 운동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제대로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우선 자신의 근력 상태를 체크했다. 하체 근력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상체 근력은 많이 약했다. 더 건강해지려면 골고루 근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 내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한다. 벤치프레스, 스쾃, 철봉 등 몸의 큰 근육과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주로 한다. 3개 혹은 4개의 기구를 12회 3세트씩 이용한다. 되도록 평일에는 매일 근력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보통 매주 4회 정도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김 교수는 “운동도 습관”이라고 했다. 운동하면 더 운동을 찾게 되고, 하지 않으면 더 멀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3일 혹은 4일 정도만 운동을 중단해도 이 습관이 깨진다. 배가 나오고 허리띠의 구멍이 하나 더 밀린다. 피로감도 커진다.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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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생이 콩팥 기증… 새 삶 얻은 형수[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김숙자 씨(67)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였다. 콩팥 기능이 6%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다가 올해 4월 말에 콩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민상일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집도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 씨는 새 콩팥을 얻었으니 만성 신부전증에서 해방될 거라고 믿었다. 아니었다. 김 씨는 33일 동안 퇴원하지 못하고 제2의 투병을 해야 했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던 것. 자칫 새 콩팥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김 씨와 민 교수는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 ● “당뇨병 때문에 콩팥 질환 악화 가능성”2005년 소변에서 거품이 생겼다. 가까운 병원에 갔더니 당뇨병이라고 했다.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약은 거르지 않았고, 매일 1시간 반 남짓 걷기 운동도 했다. 김 씨는 당뇨병이 만성 신부전증의 징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민 교수는 “당뇨병이 생기고 평균 15년 후에 콩팥 질환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때 이미 콩팥이 손상되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2010년에는 고혈압 진단도 받았다. 지나치게 높은 고혈압 또한 콩팥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만, 약간 혈압이 높은 정도는 무방할 수도 있다고 민 교수는 설명했다. 이후로도 겉으론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 적도 없다. 4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콩팥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목이 마르고 물을 많이 먹게 됐다. 다리가 붓고 온몸이 가려울 때도 있었다. 민 교수는 “노폐물이 빠지지 못해 나타나는 증세”라고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대처했다. 운동은 더 충실하게 했다. 식단에도 신경 썼다. 쌀밥은 잡곡으로 바꿨다. 나트륨과 칼륨은 콩팥 질환자가 특히 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런 성분이 많은 바나나, 아보카도, 토마토 같은 과일과 채소는 먹지 않았다. 김 씨는 이렇게 대처하면 몸이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콩팥 상태는 더 나빠졌다. 민 교수는 “콩팥이 일단 손상되면 식단 관리나 운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것. ● 투석 버티다 시동생 콩팥 이식지난해 2월, 김 씨는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콩팥 기능이 6%만 남아있었다. 말기 신부전증 진단이 떨어졌다. 투석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입원을 기다리던 4월 말, 갑자기 음식을 토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드러누워 있지 못할 정도로 옆구리 통증이 심했다. 응급실로 직행했다. 신우신염이라고 했다. 치료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 일단 감염부터 잡은 뒤 혈액투석 준비에 들어갔다. 혈액투석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거한 뒤 다시 몸 안으로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투석을 하려면 혈액의 이동 통로를 먼저 만들고, 4∼8주 후에 투석을 시작한다. 김 씨는 5월 말부터 투석을 매주 3회씩 받았다. 투석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투석을 한다고 해서 콩팥 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상 유지가 최선이다. 민 교수는 “투석할 때 콩팥 기능의 10∼15%만 작동한다. 투석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태는 더 안 좋아지고 환자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일한 해법은 콩팥 이식이다. 7월에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코노스)에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대기자가 워낙 많아서 순번이 돌아올지는 알 수 없었다. 10월, 김 씨의 시동생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시동생은 지인이 투석하는 것을 지켜보니 정말 힘들 것 같더라며 말을 꺼냈다. 이어 김 씨에게 콩팥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다. 가족이 무척 화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곧바로 이식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김 씨와 시동생의 혈액을 섞어 거부반응을 살폈다. 수혜자인 김 씨의 혈청에 들어 있는 항체가 시동생의 백혈구를 공격하지 않았다. 일단 합격점이다. 김 씨의 혈액형은 B형, 시동생은 A형이었다. B형에는 A형을 공격하는 항체가 있다. 다만 김 씨의 경우 이 항체 수치가 낮았다. 이식에 큰 문제가 없을 수준까지 항체 수치를 떨어뜨렸다. 모든 작업이 끝난 올해 4월, 콩팥 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수술은 로봇을 사용해 3시간 만에 끝냈다. 콩팥을 이식한 경우 보통은 10일 이내에 퇴원한다. 하지만 김 씨는 그러지 못했다. 또 다른 투병을 시작해야 했다. ● 33일 동안의 두 번째 투병수술 후 소변이 잘 나오면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다. 보통은 수술 후 1시간당 400∼500cc의 소변을 본다. 하지만 김 씨는 300cc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곧 나오지 않았다. 민 교수는 초음파로 이식된 콩팥을 살폈다. 혈액이 잘 공급되고 있었다. 수술에는 확실히 문제가 없다는 증거.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 항체 거부 반응일 확률이 높았다. 투석과 같은 방식으로 혈액을 꺼내 문제가 될 만한 항체 수준을 낮추고 다시 혈액을 집어넣는 ‘혈장 교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첫 일주일 동안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씨는 여전히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투석을 또 해야 했다. 이식받은 콩팥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커졌다. 김 씨는 “시동생 생각만 하면 너무 미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악의 경우 김 씨 자신은 다시 투석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콩팥을 내어준 시동생의 헌신은 아무런 보람도 없이 끝나게 된다는 사실이 내내 걱정됐다는 것이다. 민 교수의 걱정도 커졌다. 이식받은 콩팥의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항체 거부 반응이 확실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곧이어 항체의 정체도 알아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보고된 특이 항체였다. 이 항체의 공격으로 콩팥이 기능을 못 하고 있었던 것. 민 교수는 이 항체를 다루는 외국 기업 국내 지점과 접촉해 이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어 그 항체의 수치를 낮춰갔다. 김 씨는 이식 수술 후 33일 동안 입원하면서 15회의 혈장 교환술을 받았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투석도 3회 시행했다. 혈장 교환술과 투석 모두 4시간이 소요된다. 김 씨는 그 고통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덕분에 20여 일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33일이 지난 6월 1일, 마침내 김 씨는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 “의사의 격려가 큰 희망이 됐다”김 씨는 한 번도 ‘완치’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병상에 누워 있을 때 민 교수님이 와서 ‘걱정하지 마시라. 다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을 때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의사의 헌신 또한 완치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민 교수는 김 씨가 입원한 기간 내내 휴일을 포함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상태를 체크했다. 휴일인데도 민 교수가 직접 김 씨 병상을 찾는 날도 많았다. 요즘 김 씨는 2주 혹은 3주마다 민 교수를 만나 몸 상태를 살핀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한 달 혹은 두 달마다 병원에 오면 된다. 또 하루에 2회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약을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운동도 마찬가지. 김 씨는 “매일 1시간 반씩 걷는다. 비가 와도 걷는다. 요즘 몸 상태는 최상이고, 무척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재발 우려는 없을까. 민 교수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을 되찾은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콩팥 이식 환자도 감기약은 먹어도 된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팍스로비드)는 면역억제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11월, 김 씨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좋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민 교수도 “이제 마음껏 다니셔도 된다”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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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생 콩팥 기증받아 새 삶 얻은 형수[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김숙자(67) 씨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였다. 콩팥 기능이 6%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다가 올 4월 말에 콩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민상일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집도했다.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 씨는 새 콩팥을 얻었으니 만성 신부전증에서 해방될 거라고 믿었다. 아니었다. 김 씨는 33일 동안 퇴원하지 못하고 제2의 투병을 해야 했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겼던 것. 자칫 새 콩팥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김 씨와 민 교수는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 ● “당뇨병이 콩팥 질환 악화 가능성”2005년 소변에서 거품이 생겼다. 가까운 병원에 갔더니 당뇨병이라 했다.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약은 거르지 않았고, 매일 1시간 반 남짓 걷기 운동도 했다. 김 씨는 당뇨병이 만성 신부전의 징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민 교수는 “당뇨병이 생기고 평균 15년 후에 콩팥 질환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때 이미 콩팥이 손상되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2010년에는 고혈압 진단도 받았다. 지나치게 높은 고혈압 또한 콩팥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만 약간 혈압이 높은 정도는 무방할 수도 있다고 민 교수는 설명했다. 이후로도 겉으로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 적도 없다. 4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콩팥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목이 마르고 물을 많이 먹게 됐다. 다리가 붓고 온몸이 가려울 때도 있었다. 민 교수는 “노폐물이 빠지지 못해 나타나는 증세”라고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대처했다. 운동은 더 충실하게 했다. 식단에도 신경 썼다. 쌀밥은 잡곡으로 바꿨다. 나트륨과 칼륨은 콩팥 질환자가 특히 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런 성분이 많은 바나나, 아보카도, 토마토와 같은 과일과 채소는 먹지 않았다. 김 씨는 이렇게 대처하면 몸이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콩팥 상태는 더 나빠졌다. 민 교수는 “콩팥이 일단 손상되면 식단 관리나 운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극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것. ● 투석 버티다 시동생 콩팥 이식지난해 2월, 김 씨는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콩팥 기능이 6%만 남아있었다. 말기 신부전 진단이 떨어졌다. 투석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입원을 기다리던 4월 말, 갑자기 음식을 토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드러누워 있지 못할 정도로 옆구리 통증이 심했다. 응급실로 직행했다. 신우신염이라 했다. 치료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 일단 감염부터 잡은 뒤 혈액투석 준비에 들어갔다. 혈액투석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거한 뒤 다시 몸 안으로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투석하려면 혈액의 이동 통로를 먼저 만들고, 4~8주 후에 투석을 시작한다. 김 씨는 5월 말부터 투석을 매주 3회씩 받았다. 투석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투석한다고 해서 콩팥 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상 유지가 최선이다. 민 교수는 “투석할 때 콩팥 기능의 10~15%만 작동한다. 투석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태는 더 안 좋아지고 환자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일한 해법은 콩팥 이식이다. 7월에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코노스)에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대기자가 워낙 많아서 순번이 돌아올지는 알 수 없었다. 10월, 김 씨의 시동생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시동생은 지인이 투석하는 것을 지켜보니 정말 힘들 것 같더라며 말을 꺼냈다. 이어 김 씨에게 콩팥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다. 가족이 무척 화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곧바로 이식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김 씨와 시동생의 혈액을 섞어 거부반응을 살폈다. 수혜자인 김 씨의 혈청에 들어있는 항체가 시동생의 백혈구를 공격하지 않았다. 일단 합격점이다. 김 씨의 혈액형은 B형, 시동생은 A형이었다. B형에는 A형을 공격하는 항체가 있다. 다만 김 씨의 경우 이 항체 수치가 낮았다. 이식에 큰 문제가 없을 수준까지 항체 수치를 떨어뜨렸다. 모든 작업이 끝난 올 4월, 콩팥 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수술은 로봇을 사용해 3시간 만에 끝냈다. 콩팥을 이식한 경우 보통은 10일 이내에 퇴원한다. 하지만 김 씨는 그러지 못했다. 또 다른 투병을 시작해야 했다. ●33일 동안의 두 번째 투병수술 후 소변이 잘 나오면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다. 보통은 수술 후에 1시간당 400~500cc의 소변을 본다. 하지만 김 씨는 300cc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곧 나오지 않았다. 민 교수는 초음파로 이식된 콩팥을 살폈다. 혈액이 잘 공급되고 있었다. 수술에는 확실히 문제가 없다는 증거.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항체 거부반응일 확률이 높았다. 투석과 같은 방식으로 혈액을 꺼내 문제가 될 만한 항체 수준을 낮추고 다시 혈액을 집어넣는 ‘혈장 교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첫 1주일 동안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씨는 여전히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투석을 또 해야 했다. 이식받은 콩팥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커졌다. 김 씨는 “시동생 생각만 하면 너무 미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악의 경우 김 씨 자신은 다시 투석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콩팥을 내어준 시동생의 헌신은 아무런 보람도 없이 끝나게 된다는 사실이 내내 걱정됐다는 것이다. 민 교수의 걱정도 커졌다. 이식받은 콩팥의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항체 거부반응이 확실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곧이어 항체의 정체도 알아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보고된 특이 항체였다. 이 항체의 공격으로 콩팥이 기능을 못 하고 있었던 것. 민 교수는 이 항체를 다루는 외국 기업 국내 지점과 접촉해 이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어 그 항체의 수치를 낮춰갔다. 김 씨는 이식 수술 후 33일 동안 입원하면서 15회의 혈장 교환술을 받았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투석도 3회 시행했다. 혈장 교환술과 투석 모두 4시간이 소요된다. 김 씨는 그 고통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덕분에 20여 일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33일이 지난 6월 1일, 마침내 김 씨는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의사의 격려가 큰 희망이 됐다”김 씨는 한 번도 ‘완치’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병상에 누워있을 때 민 교수님이 와서 ‘걱정하지 마시라. 다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라고 말했을 때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의사의 헌신 또한 완치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민 교수는 김 씨가 입원한 기간 내내 휴일을 포함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상태를 체크했다. 휴일인 데도 민 교수가 직접 김 씨 병상을 찾는 날도 많았다. 요즘 김 씨는 2주 혹은 3주마다 민 교수를 만나 몸 상태를 살핀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한 달 혹은 두 달마다 병원에 오면 된다. 또 하루에 2회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약을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운동도 마찬가지. 김 씨는 “매일 1시간 반씩 걷는다. 비가 와도 걷는다. 요즘 몸 상태는 최상이고, 무척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재발 우려는 없을까. 민 교수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을 되찾은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콩팥 이식 환자도 감기약은 먹어도 된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팍스로비드)는 면역억제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11월, 김 씨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좋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민 교수도 “이제 마음껏 다니셔도 된다”며 웃었다. 김숙자 씨의 만성 신부전증-장기이식 투병일지2005년 당뇨병 진단(콩팥 질환이 시작됐을 가능성 있음)2010년 고혈압 진단2019년 건강 검진결과 콩팥 질환 확인2022년 2월 만성 신부전증 진단4월 신우신염으로 응급 치료혈액투석 시작(주 3회, 4시간씩 진행)7월 뇌사자 장기 이식 대기자 등록10월 시동생 장기 기증 의사 밝혀장기 이식 전 항체 검사 등 이식 사전 작업 시작2023년 4월 장기 이식 수술 시행4~5월 특이항체로 인한 거부 반응 치료(15회 혈장교환술, 3회 투석 진행)6월 사실상 완치, 퇴원2023년 9월(현재) 2주 혹은 3주마다 건강 상태 확인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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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아프면 모두 디스크? 통증 양상 잘 따져보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성인 중에 허리가 한두 번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척추 질환자는 1131만 명이다. 10명 중 2명 이상은 허리 때문에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는 뜻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척추 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의 평균 나이는 41.8세였다. 2021년에는 36.9세로 낮아졌다. 젊은 척추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로 2021년 신규 환자의 40%가 20대와 30대였다. 가장 환자가 많은 척추 질환은 척추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이다. 다만 모두가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 제대로만 관리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무난히 할 수 있다. 양재혁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나 허리 질환을 자가 진단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허리 질병 상식부터 알아 두자양 교수는 “허리가 아프다고 모두 ‘디스크’는 아니다”라고 했다.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 양 교수는 근육통을 척추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각 질병은 어떻게 다를까. 척추추간판탈출증을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한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구조물인 추간판을 가리킨다. 디스크는 원래 젤리처럼 부드럽다. 탄력성이 있어 외부 충격을 잘 흡수한다. 하지만 퇴행적 변화가 일어나면 딱딱해지면서 탄력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디스크가 비어져 나오거나 파열되는 것이다. 척추추간판탈출증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20∼50대에 많이 발생한다. ‘아직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잘못된 자세로 생활하는 경우, 허리에 무리하게 힘이 가게 근력 운동을 하는 경우 허리 디스크 환자가 될 확률이 높다. 척추관협착증은 말 그대로 척추관이 좁아진 질병이다. 척추관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다. 여기가 좁아지면 신경이 눌리며 통증을 유발한다. 어느 부위의 신경이 눌리느냐, 얼마나 많은 신경 다발이 눌리느냐에 따라 증세가 나타나는 부위와 강도가 달라진다. 척추관협착증은 40대에도 발생한다. 다만 의료적 처치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경우는 주로 60대 이후일 때가 많다. 노인들에게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두 질병과 무관하게 허리가 아플 때도 있다. 단순 근육통일 때가 많다. 이 경우는 근육이 뭉친 게 원인이다. 즉, 뭉친 근육만 풀어주면 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통증은 대체로 7일 이내에 사라진다. ● 통증 양상-강도 잘 살펴야통증이 심해지면 병원에서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 그렇다면 어떤 통증이 나타날 때 병원에 가는 게 좋을까. 질병별로 통증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척추 디스크라면 허리 통증이 가장 흔하다. 허리와 엉덩이의 연결 부위가 주로 많이 아프다. 통증은 다리로 확산하기도 하는데, 다리 통증의 경우 칼로 벤 것처럼 예리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척추 질환 중에 요통 강도가 가장 높다. 양 교수는 “가장 통증이 심한 상황을 10점이라고 했을 때 척추 디스크의 통증 강도는 7∼8점이다.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척추 디스크일 때는 가만히 있을 때나 움직일 때 모두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디스크가 신경에 눌렸을 때 발생하는 통증이기 때문에 똑같은 자세를 취할 때 똑같은 양상의 통증이 발생한다. 이런 증세가 3∼7일간 이어지면 척추 디스크일 확률이 매우 높다. 허리 통증이 있다 해도 매번 부위가 다르거나, 똑같지 않은 자세에서도 나타난다면 근육통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의 통증은 강도도 낮고, 예리하기보다는 쥐어짜는 느낌이 강하다. 평소보다 일이나 운동을 많이 한 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급성 통증은 3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진통제를 먹고 쉬면 대부분 7일 이내에 좋아진다. 심한 경우에도 3∼6주를 넘기지는 않는다. 척추관협착증일 때도 통증은 척추 디스크일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에서 시작하고, 다리로 확산한다. 다만 요통의 범위가 엉덩이 아래쪽까지로 더 넓어진다. 통증 강도는 4∼5점 정도다. 통증이 주로 움직일 때 나타나는 게 척추 디스크와 다르다. 가령 가만히 있을 때는 아프지 않은데 걷기 시작하면 5∼10분 만에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 그러다 앉아서 쉬면 1∼2분 만에 통증이 사라진다. 양 교수는 “활동을 시작하면 눌린 신경으로 공급되는 에너지가 줄어들었다가, 쉬면 다시 에너지 공급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이라면 상체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척추 디스크와 완전히 다르다. 척추 디스크의 경우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지면서 통증이 더 심해진다. ● 운동도 질병에 맞춰 달리해야평소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은 좋다. 다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척추를 망칠 수 있다. 양 교수는 “질병에 따라 운동 시기와 요령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일단 척추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면 걷기와 같은 운동은 상관없지만 근력 운동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 양 교수는 “급성기일 때는 디스크가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4∼6주는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근력 운동을 해도 될까. 이에 대해서도 양 교수는 부정적이다. 통증이 80% 이상 줄어들었다고 느꼈을 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물론 허리를 펴는 ‘신전 운동’을 자주 해 주는 게 좋다. 의도적으로 상체를 세우고 허리를 펴며, 배를 내미는 듯한 느낌으로 걷도록 한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운동 부족으로 병이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충분히 근력 운동을 해 줘야 한다. 신전 운동 외에도 특히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게 좋다. 양 교수는 “40대와 50대라면 스쾃, 플랭크, 팔굽혀펴기 등 세 종목만 열심히 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반복적으로, 혹은 30분 이상 걸었을 때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확률이 높다. 다만 이 경우 당장 치료해야 할 수준은 아니다. 운동을 해 주는 게 좋다. 가령 아침에는 누운 상태로 허리를 펴 주는 동작을 10∼15분 한 뒤 천천히 일어나거나, 상체를 펴고 걷는다면 증세는 많이 사라진다. ● 허리·엉덩이·종아리 근육 키워야양 교수는 “엉덩이와 종아리 근육을 함께 강화해야 허리 질환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할 수 있는 다섯 동작을 추천했다. 운동 후에는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근육도 성장할 수 있다. ① 손으로 책상을 짚은 상태에서 뒷발을 들어 까치발 자세를 한다. 이때 배를 살짝 내밀면서 상체를 뒤로 젖히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또 엉덩이에 의도적으로 힘을 준다. 이 자세를 3초 유지한다. 틈날 때마다 이 동작을 하는 게 좋다. ② 책상을 바라보며 서거나 옆으로 선다. 한쪽 팔로 책상을 짚은 상태에서 제자리 걷기를 한다. 이때 무릎이 직각이 되도록 들어올려야 한다. 배는 약간 내미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이 동작도 틈날 때마다 하는 게 좋다. ③ 머리는 든 채로 바닥에 엎드린다. 이어 양손으로 바닥을 밀며 상체만 일으킨다. 이때 하체가 바닥에서떨어지면 안 된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하체에 집중한다. 15회씩 2, 3세트를 반복한다. ④천장을 보고 눕는다. 팔과 다리를 모두 들어 올린다. 이때 무릎은 직각이 되도록 한다. 그 상태에서 팔과 다리를 번갈아 휘젓는다. 왼팔을 머리 쪽으로 뻗었다면 오른팔은 발 쪽으로 쭉 뻗는 식이다. 배에 힘을 주고 바닥을 누르는 느낌이어야 한다. 15회씩 2, 3세트 반복. ⑤ 기어가는 자세를 취한다. 이 상태에서 왼팔은 정면, 오른발은 뒤쪽으로 뻗는다. 5초 정도 있다가 팔과 다리를 바꿔 같은 요령으로 반복한다. 15회씩 2, 3세트 반복.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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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을 즐기려면 지금 근력 운동부터 하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박선화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37)는 근력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루하고 힘들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종목의 운동에 도전했다. 운동량이 많은 덕분에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에 비해 근육량이 많았다. 체력도 강하다고 자부했다. 이러니 굳이 근력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달라졌다. 박 교수는 다른 운동을 대부분 중단했다. 대신 근력 운동에 특히 신경을 쓴다. 박 교수는 “평생 재미있게 운동하면서 살려면 근력 운동부터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스키와 테니스, 특히 즐겨”박 교수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스포츠 종목을 즐겼다. 걷기나 달리기처럼 유산소 운동의 요소를 갖고 있고, 근력도 강화할 수 있는 데다,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스키를 가장 오래 즐겼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을 따라 스키장에 갔다가 푹 빠졌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아예 겨울방학 때 스키장에서 숙식하며 응급 환자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루 2교대 근무라 다소 힘이 들었지만, 비번일 때 스키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스키는 지속하기에 한계가 너무 많았다. 업무는 갈수록 많아졌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개인 시간은 더 줄었다. 차츰 스키장에서 멀어졌다. 박 교수는 “요즘에는 겨울에도 아주 가끔 스키장에 간다. 사실상 스키를 관둔 셈”이라고 말했다. 그 후로 수영을 시작했지만, 곧 관뒀다. 일부러 멀리 있는 수영장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기 때문. 마라톤에도 도전해 10㎞ 코스 단기 마라톤을 두 번 완주했다. 하지만 마라톤도 관뒀다. 박 교수는 “역동적이고 승부 욕구를 자극하는 운동을 더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년 전, 가족과 함께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레슨을 받고 나서 연습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5년 정도 배우고 나니 능숙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때부터 레슨이 끝나면 30분∼1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 코트를 뛰어다니다 보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흘렀다. 운동을 끝내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개운해졌다. 박 교수는 “테니스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재미 세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근육량 많아도 무릎 아파 운동 중단”박 교수는 테니스를 무척 즐겼다. 병원 테니스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실력이 늘면서 동작도 커졌다. 코트도 더 많이 뛰어다녔다. 이런 동작은 무릎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박 교수는 걱정하지 않았다. 당시 체력적으로나 몸의 근육량으로나 또래 여성의 평균 수준은 넘었기 때문. 6개월 전, 문제가 생겼다. 테니스를 끝내고 나면 무릎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는 운동하지 않을 때도 무릎이 시큰거렸다. 그제야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무릎 주변 근육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근육량은 많지만, 무릎 주변 근육량은 적었던 것. 이런 사례는 흔하다. 무릎 관절이 손상되지 않더라도 그 주변 근육이 약하면 운동할 때 통증이 나타난다. 그대로 놔둔 채로 운동을 계속하면 통증이 더 심해지며, 무릎 관절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테니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근력 운동이 필요했다. 마침 병원 지하에 직원들을 위한 체력단련실이 있었다. 4개월 전, 박 교수는 그 체력단련실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매주 2회, 점심시간을 이용해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했다.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헬스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았다. 초기에는 무릎을 포함해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다. 달리거나,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동작은 일절 취하지 않았다. 평생 처음 시작한 근력 운동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딱 한 달 만에 운동 효과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무릎이 욱신거리거나 시큰거리는 등의 통증이 사라졌다. 무릎 통증이 사라지니 전반적으로 피로도 덜 쌓였다. 몸도 훨씬 가벼워졌다. 그전까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꽤 힘이 들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됐단다. ●“하루씩 번갈아 상·하체 근력 운동”박 교수는 요즘도 주 2회 근력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릎 주변 근육이 어느 정도 강해진 후로는 상체와 하체 근력 운동을 골고루 하고 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반드시 처음에는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박 교수도 먼저 5∼10분 동안 상체와 하체를 골고루 풀어준다. 사실 스트레칭은 집에서도 자주 한다. 박 교수는 “업무 때문에 어깨가 뭉칠 때가 많은데, 폼롤러를 이용해 30∼40분 스트레칭을 해 주면 훨씬 편해진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에 이어 근력 운동을 시작하는데,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우선 하나의 운동 기구를 15분 이상 쓰지 않는 것이다. 길어 봐야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같은 운동 기구만 이용하면 운동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근력 운동은 자신에게 맞게 중량을 설정한 뒤 10∼15회를 한다. 이를 1세트로 하고, 총 3세트를 이어서 한다. 이 또한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또 하루는 상체, 하루는 하체 중심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같은 부위를 거푸 운동하면 근육이 더 뭉칠 수 있고, 근육통이 생길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전문 트레이너에게 제대로 운동법을 배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구 없이도 근력 운동이 가능하다. 박 교수가 가장 좋아하고, 틈날 때마다 하는 동작이 플랭크 자세다. 1분∼1분 30초 이상 플랭크 자세만 취하면 끝이다. 보기보다 상당히 어렵단다.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머잖아 다시 테니스를 할 생각이다. 더 나중에는 암벽등반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근력 운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 박 교수는 “무슨 운동이든, 부상 없이 즐기려면 충분한 근력 운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는 평생 운동 습관”박 교수의 전공은 산부인과다. 임신부에게 규칙적인 운동을 자주 권한다. 임신했을 때 운동하면 허리 통증, 변비, 임신성 당뇨, 임신성 고혈압 위험을 줄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매주 150분 이상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그는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방법을 택했다. 박 교수는 살짝 속도를 내고 자전거를 타면 병원에서 10∼15분 이내에 닿는 거리에 살고 있다. 의대에 다닐 때부터 병원 근처에 살았고, 신접살림도 병원 근처에 차렸다. 자전거 출퇴근은 의대생 때 시작했다. 어느덧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취미이자 운동 습관이다.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는 목적이 컸다. 버스 정거장까지 가서,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보니 재미도 있고, 운동 효과도 작지 않은 것 같았다. 박 교수는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 도로가 비어 있어 약간 속도를 내서 달리는데, 이 경우 운동 강도는 중등도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가끔 맞바람이 강할 때는 페달을 밟는 하체에 힘이 더 들어가 운동 효과도 커진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탈 나이가 된 후로는 주말에 왕복 1시간 거리를 가족이 함께 다녀온다. 박 교수는 “아이가 더 크고 육아 문제가 해결되면 좀 더 멀리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싶다”며 웃었다. 박 교수는 평소 활동량을 늘리는 데도 신경을 쓴다. 굳이 운동이라 생각하지 않더라도 많이 움직이면 저절로 운동이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계단 오르기다. 박 교수는 매일 최소한 10개 층 이상은 반드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덤으로 하체 근력도 강해진단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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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번 수술 견디고 다리 살려내… 등산이 더 즐거워졌다”[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세균에 감염된 뼈에 염증이 생기면 골수염이 된다. 무릎 주변 부위에서 많이 발생한다. 청소년 때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과 발열이 대표적인 증세다. 항생제를 처방하는 등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면 후유증이나 합병증 없이 완치에 가까워진다.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골수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때는 증세가 훨씬 심각해진다. 상처 부위에서 고름이 나고, 피부가 썩는다. 물론 치료도 훨씬 어려워진다. 뼈 안의 염증을 다 긁어내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더 심하면 다리 자체를 절단할 수도 있다. 신용명 씨(69)는 중증 만성 골수염 환자였다. 오른쪽 다리를 통째로 잃을 뻔했다. 하지만 한양대병원 골수염클리닉의 황규태 정형외과 교수와 김연환 성형외과 교수에게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나서 다리도 살리고, 병으로부터도 해방됐다. 요즘 신 씨는 튼튼한 두 다리로 산에 오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60년 전 발병, 32년 후 재발 약 60년 전, 그러니까 신 씨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오른쪽 무릎 위쪽 부위에서 열이 나고 통증이 느껴졌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고름까지 나왔다.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가 준 약을 꾸준히 먹고, 상처 부위를 잘 소독했다. 4년 만에 증세가 사라졌다. 신 씨는 병이 나았다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신 씨는 자신의 병을 잘 몰랐다. 나중에야 그게 만성 골수염이며,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로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 강화에 특히 신경 썼다. 무엇보다 꾸준히 운동했다. 수시로 산에 올랐다. 암벽 등반에도 도전했다. 그 밖에도 운동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다 했다.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40대가 되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1996년, 오른쪽 다리에서 통증이 다시 나타났다. 열도 느껴졌다. 신 씨는 만성 골수염이 재발한 게 아닌가 걱정됐다. 병원에 갔더니 항생제를 처방해줬다. 15일 동안 그 약을 먹었다. 다행히 증세가 사라졌다. 신 씨는 그제야 만성 골수염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신 씨의 오판이었다. 32년 만에 병이 재발했지만 증세가 곧 사라지니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었다. 황 교수는 “신 씨와 같은 사례가 적잖다.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했을 때 균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균이 뼈 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재개한다”라고 말했다. 재발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신 씨는 더 이상의 치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병은 악화하고 있었다. 다시 10년이 지난 2006년, 허벅지 통증이 시작됐다. 50대 초반으로 접어들면서 면역력이 더 떨어지자 숨죽이고 있던 균들이 더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 “자가 치료로 버티다 더 악화”증세는 40대 때보다 더 심했다. 하지만 신 씨는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당시 그의 아내가 간암 투병 중이었던 것. 자신의 병을 신경 쓸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아내를 돌보고, 가족을 챙겨야 했다.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버텼다. 얼마 후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불행이 겹쳤다. 그의 모친이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매달 한두 번은 시골로 내려가 어머니를 살펴야 했다. 그 자신의 치료는 계속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그대로 뒀다가 골수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집에서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항생제를 먹는 식의 ‘자가 치료’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신 씨가 만성 골수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것은 2019년 초가을이었다. 그 사이에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힘든 일을 거푸 겪다 보니 신 씨의 투병 의지도 많이 꺾였다. 하지만 성장한 자식들이 신 씨에게 치료를 강하게 권했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 대형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그의 상태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뼈에서 흘러 나온 고름이 피부를 녹이고 있었다. 고름의 양도 너무 많았고,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는 그만큼 최악이었다. 의사는 골반 바로 아래쪽부터 다리 전체를 절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판정이었다. 무릎 주변에서 절제한다면 의족이라도 착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의 판단대로라면 의족 자체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신 씨는 다른 병원을 물색했다. 마침 황 교수가 해외 연수를 끝내고 막 돌아와 한양대병원 골수염 클리닉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 씨는 다리 절제 수술 예정일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이 클리닉을 찾았다. ● 11번의 수술 극복, 사실상 완치황 교수와 김 교수도 신 씨의 상태에 적잖이 놀랐다. 다리를 통째로 절제해야 한다는 다른 병원 의료진의 판단이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른쪽 허벅지 위쪽 20㎝ 정도가 썩어 있었다. 피부는 다 녹았다. 진료실에 악취가 퍼져 1시간 가까이 환기를 해야 했다. 그래도 황 교수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 염증 제거 수술을 먼저 하고, 만약 실패하면 그때 가서 다리를 절제하자고 판단한 것. 상처 부위가 워낙 커서 한 번의 수술로는 부족했다. 출혈량도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매주 1회씩, 두 달 동안 8회의 수술을 시행했다. 그때마다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뼈 안의 염증을 긁어냈다. 수술이 끝나면 균 배양 검사를 했다. 결과는 좋았다. 염증 수치가 점점 떨어졌다. 다만 뼈가 약해질 수 있어 추가 조치가 필요했다. 이듬해 12월, 뼈 안에 인공 물질을 채워 넣는 수술을 했다. 아홉 번째 수술이었다. 이때까지 신 씨의 허벅지는 피부가 없이 ‘열린’ 상태였다. 김 교수가 피부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옆구리에서 피부조직을 떼어내 허벅지에 이식했다. 이식한 피부의 크기만 해도 가로 24㎝에, 세로 16㎝였다. 피부와 혈관을 성공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열 번째 수술도 잘 끝났다. 이후 신 씨는 매월 병원을 찾아 몸 상태를 검사했다. 9개월이 지나자 염증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의료진은 재발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고, 마지막으로 뼈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먼저 김 교수가 종아리의 얇은 뼈를 20㎝ 정도 잘라내 허벅지에 이식했다. 이어 황 교수가 양쪽 골반에서 각각 8㎝씩 뼈를 떼어내 다시 허벅지에 이식했다. 2021년 4월, 이식한 뼈가 잘 붙어있는 게 확인됐다. 황 교수는 사실상 완치를 선언했다. ● “적극적 운동-투병 의지가 회복 도와”완치라고는 하지만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 황 교수는 “물론 병의 특성상 재발의 위험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증세가 나타났을 때 바로 조치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미세하게나마 균이 뼈 안에 남아 있을 수 있어 6개월마다 몸 상태를 살피고 있다. 신 씨가 다리를 절제해야 할 위험을 극복하고 사실상 완치에 이른 비결은 뭘까. 신 씨는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 두 교수가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덕분에 힘든 것도 모를 만큼 적극적으로 투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걸어서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자 하루라도 더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싶었다. 신 씨는 몸을 세우지 못할 때는 병상에 누워서 팔로만 상체를 지탱하는 운동을 했다.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문 뒤에는 병상을 활용해 근력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3∼4시간을 빠지지 않고 운동했다. 황 교수는 “신 씨가 적극적으로 운동한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어떨 때는 지나칠 정도로 많이 운동하는 바람에 말리기도 했다”며 웃었다. 신 씨는 이식한 뼈가 붙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부터 보조 장비 도움 없이 걷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토록 좋아하던 등산을 재개했다. 평지를 다닐 때와 달리 이때는 보조 장비가 필요했다. 지난해 3월, 마침내 보조 장비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처음 산에 올랐다. 그 후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별 어려움 없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 신 씨는 “산에 오르는 즐거움이 훨씬 더 커진 것 같다”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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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확진 후, 귀 먹먹하면 돌발성 난청 의심을”[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고교생 강민지(가명·17) 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후 왼쪽 귀가 먹먹해졌다. 며칠이 지난 후에도 증세는 좋아지지 않았다. 동네 의원에서 스테로이드 약물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마찬가지였다. 강 양은 큰 병원으로 옮겼다.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검사해보니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왼쪽 귀의 청력이 심각하게 나빠져 있었다. 문 교수는 강 양을 입원시킨 뒤 6일 동안 집중 치료를 시행했다. 퇴원한 후로는 1주 혹은 2주에 한 번씩 상태를 살폈다. 2개월의 치료가 끝난 후 청력은 30% 정도 돌아왔다. 문 교수는 “더 늦게 병원에 왔으면 청력을 완전히 잃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 병을 ‘돌발성 난청’이라 불렀다. 원인을 알 수 없으며, 갑자기 발생한다고 해서 이런 병명이 붙었다. 문 교수는 “코로나19 합병증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 난청, 종류 따라 원인-증세 달라난청은 말 그대로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병이다. 문 교수는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성 난청 등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음성 난청은 중이염 같은 귓속 염증이 원인이다. 이 염증 때문에 청각기관인 달팽이관까지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것. 예전에는 가장 흔한 난청이었지만 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염증이 있는 귀에서만 먹먹함, 통증, 고름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급성이라면 하루 만에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만성이라면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증세가 나타난다. 병원에 가면 원인 질환부터 치료한다. 염증을 제거하거나 항생제 치료를 하며 심하면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감각성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청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이나 청신경 등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감각성 난청은 다시 여러 종류로 나뉜다. 그중에서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가장 흔하다. 소음성 난청은 지나치게 큰 소리가,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따른 감각기관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감각성 난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대체로 3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 진행된 후에야 난청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진행 상황을 잘 모를 수 있다. 대체로 양쪽 귀 모두에서 똑같이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안 들리기만 할 뿐 통증은 발생하지 않는다. 감각성 난청의 경우 약물치료가 크게 효과가 없다. 난청을 유발하는 소음을 멀리하거나 평소에 귀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치료의 일환으로 보청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돌발성’ 생길 수도”돌발성 난청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여러 원인이 동시에 작용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청신경종양, 메니에르병이 원인인 경우는 10% 정도다. 문 교수는 돌발성 난청의 대표적 증세로 귀가 먹먹해짐을 꼽았다. 증세는 한쪽 귀에서만 1, 2일 이내에 나타난다. 1주일 이상 서서히 귀가 안 들렸다면 돌발성 난청이 아니다. 이와 함께 환자의 90%에서 이명이 나타난다. 청신경종양이나 메니에르병이 원인이라면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통증은 사람에 따라서 생길 수도,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5분 이상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문 교수는 “증세가 아주 짧게 나타난다면 돌발성 난청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증세 지속 시간이 짧더라도 반복될 때는 돌발성 난청일 수 있다. 문 교수는 “하루에 10회 이상 증세가 반복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돌발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한 해외 연구 결과 코로나19 확진자일수록 돌발성 난청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입한 쥐에게서 귀 안에 있는 달팽이관 세포가 더 손상된다는 실험실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입원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가 청력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청각 신경계에 직접 작용한다는 의학적 확신은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문 교수는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귀가 먹먹해진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치료 시기 놓치면 청력 영구 상실”다른 난청과 달리 돌발성 난청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문 교수는 “증세가 나타나고 3일 이내에 치료할 때 효과가 좋다. 아무리 늦어도 7∼10일 이내에는 진료를 시작해야 청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증세가 나타나자마자 병원에 갔을 때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일단 나빠지기 시작하면 완치율은 50% 이하로 떨어진다. 너무 늦게 병원에 간다면 청력을 완전히 잃을 가능성이 있다. 신속한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문 교수는 최근 치료한 환자 A 씨 사례를 들었다. A 씨는 귀가 먹먹해지고 어지러운 증세를 느꼈다. 곧바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 결과 청신경 종양이 발견됐다. 이 종양이 원인인 돌발성 난청이었던 것. A 씨는 일찍 병원에 간 덕분에 난청 치료와 청신경종양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결과 청력을 100% 되찾았다. A 씨와 달리 20대 남성 B 씨는 치료를 미루다가 낭패를 봤다. B 씨도 귀가 먹먹하다는 증세를 느꼈다. 하지만 곧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후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청력의 30%를 잃은 후였다. 그 후 치료가 듣지 않아 B 씨는 사실상 한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 문 교수는 “결국 증세가 나타난 후 얼마나 빨리 병원에 가느냐가 치료 성패를 가르는 셈”이라면서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동네 의원에서 얼른 치료를 받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 달 이상 병을 키운다면 대학병원에서도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면역력 키우는 게 최고 예방법”문 교수는 “돌발성 난청은 면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특히 50대 이후에 몸에 무리가 가도록 일하다가 돌발성 난청에 걸리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과로하거나 감기 등의 바이러스 질환에 걸렸다면 충분히 쉬라고 했다. 또 몸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한데, 귀만 먹먹하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사실 돌발성 난청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면역력을 키우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문 교수는 △적절히 운동하고 △과로하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덜 느끼려고 노력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술은 줄이고 카페인이 든 커피는 하루 한 잔으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돌발성 난청 환자의 절반 정도가 60대 이상이다. 문제는, 질병이 있는 노인의 경우 돌발성 난청 초기 증세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의 세심한 체크가 필요하다. 문 교수는 최근 치료했던 70대 후반의 이정심(가명) 씨 사례를 들었다. 이 씨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다. 간호사였던 이 씨의 딸은 이틀 만에 청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내고 치료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문 교수는 “증세를 일찍 발견한 덕분에 2주 만에 증세가 50% 수준을 회복했고, 곧 100%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특히 치매나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들은 자신의 상태를 잘 알 수 없다. 그냥 뒀다가 청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가족의 수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함께 살지 않는다면 매주 1회 이상은 통화한다. 이때 양쪽 귀로 번갈아 가면서 통화하도록 하고, 평소보다 잘 듣지 못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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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확진 후, 귀 먹먹하면 돌발성 난청 의심을”[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원인 모르는 돌발성 난청 증가 추세바이러스 감염 합병증이 주된 원인1~2일 사이에 한쪽 귀만 급성 증세먹먹함에 이명-어지럼증도 동반5분 이상 계속되면 ‘돌발성’ 의심초기 치료하면 완치율 90% 넘어10일 이상 치료 끌면 청력 잃을 수도50대 이후 면역력 강화 노력해야고교생 강민지 양(17·가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후 왼쪽 귀가 먹먹해졌다. 며칠이 지난 후에도 증세는 좋아지지 않았다. 동네 의원에서 스테로이드 약물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마찬가지였다. 강 양은 큰 병원으로 옮겼다.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검사해보니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왼쪽 귀의 청력이 심각하게 나빠져 있었다. 문 교수는 강 양을 입원시킨 뒤 6일 동안 집중 치료를 시행했다. 퇴원한 후로는 1주 혹은 2주에 한 번씩 상태를 살폈다. 2개월의 치료가 끝난 후 청력은 30% 정도 돌아왔다. 문 교수는 “더 늦게 병원에 왔으면 완전히 청력을 잃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 병을 ‘돌발성 난청’이라 불렀다. 원인을 알 수 없으며, 갑자기 발생한다고 해서 이런 병명이 붙었다. 문 교수는 “코로나19 합병증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 ●난청, 종류 따라 원인-증세 달라난청은, 말 그대로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병이다. 문 교수는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성 난청,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음성 난청은 중이염과 같은 귓속 염증이 원인이다. 이 염증 때문에 청각기관인 달팽이관까지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것. 예전에는 가장 흔한 난청이었지만 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염증이 있는 귀에서만 먹먹함, 통증, 고름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급성이라면 하루 만에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만성이라면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증세가 나타난다. 병원에 가면 원인 질환부터 치료한다. 염증을 제거하거나 항생제 치료를 하며 심하면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감각성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청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이나 청신경 등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감각성 난청은 다시 여러 종류로 나뉜다. 그중에서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가장 흔하다. 소음성 난청은 지나치게 큰 소리가,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따른 감각기관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감각성 난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대체로 3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 진행된 후에야 난청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진행 상황을 잘 모를 수 있다. 대체로 양쪽 귀 모두에서 똑같이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안 들리기만 할 뿐 통증은 발생하지 않는다. 감각성 난청의 경우 약물치료가 크게 효과가 없다. 난청을 유발하는 소음을 멀리하거나 평소에 귀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치료의 일환으로 보청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돌발성’ 생길 수도”돌발성 난청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여러 원인이 동시에 작용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청신경종양, 메니에르병이 원인인 경우는 10% 정도다. 문 교수는 돌발성 난청의 대표적 증세로 귀가 먹먹해짐을 꼽았다. 증세는 한쪽 귀에서만 1~2일 이내에 나타난다. 1주일 이상 서서히 귀가 안 들렸다면 돌발성 난청이 아니다. 이와 함께 환자의 90%에서 이명이 나타난다. 청신경종양이나 메니에르병이 원인이라면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통증은 사람에 따라서 생길 수도,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5분 이상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문 교수는 “증세가 아주 짧게 나타난다면 돌발성 난청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증세 지속 시간이 짧더라도 반복될 때는 돌발성 난청일 수 있다. 문 교수는 “하루에 약 10회 이상 증세가 반복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돌발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한 해외연구결과 코로나19 확진자일수록 돌발성 난청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입한 쥐에서 귀 안에 있는 달팽이관 세포가 더 손상된다는 실험실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입원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가 청력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청각 신경계에 직접 작용한다는 의학적 확신은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문 교수는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귀가 먹먹해진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치료 시기 놓치면 청력 영구 상실”다른 난청과 달리 돌발성 난청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문 교수는 “증세가 나타나고 3일 이내에 치료할 때 효과가 좋다. 아무리 늦어도 7~10일 이내에는 진료를 시작해야 청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증세가 나타나자마자 병원에 갔을 때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일단 나빠지기 시작하면 완치율은 50% 이하로 떨어진다. 너무 늦게 병원에 간다면 청력을 완전히 잃을 가능성이 있다. 신속한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문 교수는 최근 치료한 환자 A 씨 사례를 들었다. A 씨는 귀가 먹먹해지고 어지러운 증세를 느꼈다. 곧바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 결과 청신경종양이 발견됐다. 이 종양이 원인인 돌발성 난청이었던 것. A 씨는 일찍 병원에 간 덕분에 난청 치료와 청신경 종양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결과 청력을 100% 되찾았다. A 씨와 달리 20대의 남성 B 씨는 치료를 미루다 낭패를 봤다. B 씨도 귀가 먹먹하다는 증세를 느꼈다. 하지만 곧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후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청력의 30%를 잃은 후였다. 그 후 치료가 듣지 않아 B 씨는 사실상 한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 문 교수는 “결국 증세가 나타난 후 얼마나 빨리 병원에 가느냐가 치료 성패를 다루는 셈”이라면서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동네 의원에서 얼른 치료를 받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 달 이상 병을 키운다면 대학병원에서도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면역력 키우는 게 최고 예방법”문 교수는 “돌발성 난청은 면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특히 50대 이후에 몸에 무리가 가도록 일하다 돌발성 난청에 걸린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과로하거나 감기 등의 바이러스 질환에 걸렸다면 충분히 쉬라고 했다. 또 몸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한데, 귀만 먹먹하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사실 돌발성 난청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면역력을 키우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문 교수는 △적절히 운동하고 △과로하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덜 느끼려고 노력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술은 줄이고 카페인이 든 커피는 하루 한 잔으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돌발성 난청 환자의 절반 정도가 60대 이상이다. 문제는, 질병이 있는 노인의 경우 돌발성 난청 초기 증세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의 세심한 체크가 필요하다. 문 교수는 최근 치료했던 70대 후반의 이정심 씨(가명) 사례를 들었다. 이 씨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다. 간호사였던 이 씨의 딸은 이틀 만에 이 사실을 알아내고 치료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문 교수는 “증세를 일찍 발견한 덕분에 2주 만에 증세가 50% 수준을 회복했고, 곧 100%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특히 치매나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들은 자신의 상태를 잘 알 수 없다. 그냥 뒀다가 청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가족의 수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함께 살지 않는다면 매주 1회 이상은 통화한다. 이때 양쪽 귀로 번갈아 가면서 통화하도록 하고, 평소보다 잘 듣지 못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돌발성 난청 대비를 위한 생활 수칙 1. 평소 충분히 운동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2.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과로했다면 반드시 쉰다. 3. 술을 줄이고 커피는 하루 한 잔으로 제한한다.4. 바이러스 감염 후에는 귀 상태를 잘 살핀다. 5. 돌발성 난청의 증세에 대해 미리 파악해 둔다.6. 귀가 먹먹한 증세가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간다. 7. 노인이 있다면 가족이 주기적으로 청력을 확인한다. ※자료 :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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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산행 10년… “축 처졌던 몸, 이제 가뿐”[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8)는 환자들에게 운동을 강조한다. 그 어떤 약보다 운동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만성피로, 비만, 근 감소 환자들은 대부분 자세가 좋지 않고 근육량도 적다. 운동만 제대로 해도 증세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방을, 조 교수 자신도 이행한다. 그는 10여 년째 주말 이틀 동안 집 근처 산에 오른다. 하산한 후에는 가끔 남편과 도심을 걷는다. 주중에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뜀틀을 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한 편이었다. 그 후로 발레, 수영,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그나마 체력이 좋아졌다. 다만 걷기나 산행과 같은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랬던 그가 10여 년 전,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걸까. ● 항암제 부작용 이기려 등산 시작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대수명(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다. 3명 중 1명 이상이 평생에 걸쳐 한 번 이상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환자를 고치는 의사라고 암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10여 년 전, 조 교수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조 교수의 경우 업무나 육아에 따른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를 잇달아 받았다. 결과는 좋았다. 조 교수는 재발이나 전이 없이 완치할 수 있었다. 다만 항암제 부작용이 생겼다. 암만 골라 죽이는 표적 치료제를 쓰려 했지만 조 교수와는 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전통 항암제를 써야 했다. 이런 항암제는 광범위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건강한 조직도 다칠 수 있다. 그 때문이었을까. 암은 잡았지만, 몸에서 힘이 빠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항암제 후유증이다.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조 교수는 할머니보다 자신이 더 느리게 걷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친구와 산행할 때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헉헉댔다. 몸이 힘들어지니 운동을 덜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근육이 빠져 몸은 더 힘들어졌다. 대책이 필요했다. 조 교수는 근육량도 늘리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봤다. 그때 집에서 가까운 곳에 ‘안산(鞍山)’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높이 295.9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등산로가 여러 갈래로 나 있어 오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조 교수는 안산에 오르기로 했다. ●“산행, 중년 건강 관리에 좋아” 업무량이 많은 평일 주중에는 등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주말마다 안산에 올랐다. 산에서 2시간 정도 걸었다. 처음엔 다소 힘이 들었다. 하지만 체력을 회복하려면 꼭 필요한 운동이었다. 이를 악물고 걸었다. 주말에 열리는 학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주말 이틀에는 반드시 산에 올랐다. 점차 익숙해졌다. 걷는 속도도 빨라지고 체력도 점차 좋아졌다. 6개월 정도가 지나자 예전의 체력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렇게 1년 동안은 주말 이틀 산행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걸을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 원하는 목표를 이뤘지만 조 교수는 산행을 이어나갔다. 직접 산에 오르다 보니 중년 이후의 건강 관리로 주말 산행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항암 부작용을 없애려 시작한 운동이 중년 건강 관리 수단으로 바뀐 셈. 조 교수는 요즘에도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2시간 남짓 산에 오른다. 속도는 5.8∼6km 정도로, 다소 빠른 편이다. 때로는 산행을 마친 후에도 남편과 함께 도심으로 1시간 정도 산책을 겸해 걷는다. 산행은 주로 안산에서 한다. 다른 산에 갈 때도 있지만 완만한 길과 가파른 길이 섞여 있는 안산 산행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코스에 따라 걷는 법도 다르다. 가령 경사가 가파른 흙길에서는 런지 자세를 취하며 성큼성큼, 빠르게 걷는다. 이런 자세는 하체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돌길에서는 판판한 돌덩어리를 골라 밟아가며 걷는데, 평형감을 키우는 데 좋다. 조 교수는 “최근 등산로에 계단을 까는 산이 많아졌다.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상체 세우고 탄력 주며 걸어야”중년 이후에는 운동 부족도 문제지만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몸이 상할 수 있기 때문. 조 교수는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만의 산행 원칙을 세웠다. 첫째, 산행은 2시간 내외로 끝낸다. 운동 시간을 더 늘리면 체력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현재의 건강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운동의 목적이라면 지나치게 길게 운동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둘째,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조 교수는 “오늘 산에 오르지 않으면 다음 일주일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행을 시작한 초기 6개월 동안에는 비나 눈이 내려도 산에 올랐다. 셋째, 바른 자세로 산에 오른다. 우선 상체를 꼿꼿이 세운다. 걸을 때 상체를 숙여서는 안 된다. 뒤쪽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는 땅바닥을 발로 차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 또 스프링처럼 몸을 위아래로 탄력을 주면서 걸어야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조 교수는 “올바른 자세로 걷거나 산에 오르면 피로감도 덜하고 몸에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다”고 말했다. 넷째, 유산소 운동은 원칙적으로 주 5회, 매번 1시간씩은 해야 효과가 크다. 다만 주말 이틀 동안 몰아서 해도 의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매주 5시간 운동 원칙은 지키려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조 교수는 주말 이틀 동안 등산 4시간, 걷기 1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가벼운 워킹화를 신는다. 맨발 산행은 어떨까. 조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평발로 변하기 때문에 충격이 덜 흡수되고, 다치기도 쉽다. 깨끗하고 푹신한 길이 아니면 맨발 산행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교수는 “그래도 맨발 산행을 하고 싶다면 파상풍 예방접종을 3차까지 마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주 3회 근력 운동도 꾸준히항암제 부작용을 완전히 떨칠 즈음, 허리에도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주말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10kg이 넘는 장비를 들고 기차를 탔다가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가 생긴 것. 치료를 겸해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이 근력 운동도 어느덧 7∼8년 이어가고 있다.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하며 되도록 매주 3회를 채우려고 한다.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동작도 있지만 혼자 할 수 있는 동작도 여럿 있단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동작 세 가지를 조 교수가 추천했다. 첫째, 천장을 보고 눕는다. 이 상태에서 배꼽에 힘을 주면서 배를 바닥 쪽으로 끌어당긴다. 동시에 등에도 힘을 주면서 등이 바닥에 닿도록 한다. 배 근육과 등 근육을 동시에 강화하는 이 동작은 척추 환자들이나 노인들의 근력 강화에도 좋다. 10회씩 3세트를 이어 한다. 둘째, 누운 상태에서 배를 들어 올리는 브리지 자세도 좋다. 손으로는 바닥을 민다. 이 또한 10회씩 3세트를 한다. 브리지 동작이 끝나면 그 자세 그대로 한쪽 발을 들어 올린다. 마찬가지로 10회씩 3세트. 이 동작이 끝나면 같은 요령으로 다른 쪽 발을 10회씩 3세트 들어 올린다. 셋째, 서서 하는 동작이다. 우선 앞무릎은 굽히고 뒷무릎을 펴는 런지 자세를 취한다. 공을 가볍게 쥐고 앞으로 팔을 곧게 뻗는다. 이어 좌우로 10회 회전한다. 그 다음에는 발을 바꿔 같은 방식으로 운동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3세트를 하면 된다. 팔과 다리, 허리 모두의 근육을 강화하는 전신 운동이다. 조 교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은 허리디스크 환자뿐 아니라 중년 이후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매주 2회 정도면 괜찮지만, 효과를 더 보려면 3회를 채울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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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산행 10년…“축 처졌던 몸, 이제 가뿐”[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8)는 환자들에게 운동을 강조한다. 그 어떤 약보다 운동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만성피로, 비만, 근 감소 환자들은 대부분 자세가 좋지 않고 근육량도 적다. 운동만 제대로 해도 증세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방을, 조 교수 자신도 이행한다. 그는 10여 년째 주말 이틀 동안 집 근처 산에 오른다. 하산한 후에는 가끔 남편과 도심을 걷는다. 주중에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뜀틀을 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한 편이었다. 그 후로 발레, 수영,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그나마 체력이 좋아졌다. 다만 걷기나 산행과 같은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랬던 그가 10여 년 전,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걸까. ●항암제 부작용 이기려 등산 시작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대 수명(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다. 3명 중 1명 이상이 평생에 걸쳐 한 번 이상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환자를 고치는 의사라고 암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10여 년 전, 조 교수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조 교수의 경우 업무나 육아에 따른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를 잇달아 받았다. 결과는 좋았다. 조 교수는 재발이나 전이 없이 완치할 수 있었다. 다만 항암제 부작용이 생겼다. 암만 골라 죽이는 표적 치료제를 쓰려 했지만 조 교수와는 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전통 항암제를 써야 했다. 이런 항암제는 광범위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건강한 조직도 다칠 수 있다. 그 때문이었을까. 암은 잡았지만, 몸에서 힘이 빠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항암제 후유증이다.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조 교수는 할머니보다 자신이 더 늦게 걷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친구와 산행할 때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헉헉댔다. 몸이 힘들어지니 운동을 덜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근육이 빠져 몸은 더 힘들어졌다. 대책이 필요했다. 조 교수는 근육량도 늘리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봤다. 그때 집에서 가까운 곳에 ‘안산(鞍山)’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높이 295.9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등산로가 여러 갈래로 나 있어 오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조 교수는 안산에 오르기로 했다. ●“산행, 중년 건강 관리에 좋아” 업무량이 많은 평일 주중에는 등산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주말마다 안산에 올랐다. 산에서 2시간 정도 걸었다. 처음엔 다소 힘이 들었다. 하지만 체력을 회복하려면 꼭 필요한 운동이었다. 이를 악물고 걸었다. 주말에 열리는 학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주말 이틀에는 반드시 산에 올랐다. 점차 익숙해졌다. 걷는 속도도 빨라지고 체력도 점차 좋아졌다. 6개월 정도가 지나자 예전의 체력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렇게 1년 동안은 주말 이틀 산행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걸을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 원하는 목표를 이뤘지만 조 교수는 산행을 이어나갔다. 직접 산에 오르다 보니 중년 이후의 건강 관리로 주말 산행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항암 부작용을 없애려 시작한 운동이 중년 건강 관리 수단으로 바뀐 셈. 조 교수는 요즘에도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2시간 남짓 산에 오른다. 속도는 5.8~6㎞ 정도로, 다소 빠른 편이다. 때로는 산행을 마친 후에도 남편과 함께 도심으로 1시간 정도 산책을 겸해 걷는다. 산행은 주로 안산에서 한다. 다른 산에 갈 때도 있지만 완만한 길과 가파른 길이 섞여 있는 안산 산행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코스에 따라 걷는 법도 다르다. 가령 경사가 가파른 흙길에서는 런지 자세를 취하며 성큼성큼, 빠르게 걷는다. 이런 자세는 하체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돌길에서는 판판한 돌덩어리를 골라 밟아가며 걷는데, 평형감을 키우는 데 좋다. 조 교수는 “최근 등산로에 계단을 까는 산이 많아졌다.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상체 세우고 탄력 주며 걸어야”중년 이후에는 운동 부족도 문제지만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몸이 상할 수 있기 때문. 조 교수는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만의 산행 원칙을 세웠다. 첫째, 산행은 2시간 내외로 끝낸다. 운동 시간을 더 늘리면 체력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현재의 건강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운동의 목적이라면 지나치게 길게 운동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둘째,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조 교수는 “오늘 산에 오르지 않으면 다음 일주일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행을 시작한 초기 6개월 동안에는 비나 눈이 내려도 산에 올랐다. 셋째, 바른 자세로 산에 오른다. 우선 상체를 꼿꼿이 세운다. 걸을 때 상체를 숙여서는 안 된다. 뒤쪽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는 땅바닥을 발로 차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 또 스프링처럼 몸을 위아래로 탄력을 주면서 걸어야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조 교수는 “올바른 자세로 걷거나 산에 오르면 피로감도 덜 하고 몸에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다”고 말했다. 넷째, 유산소 운동은 원칙적으로 주 5회, 매번 1시간씩은 해야 효과가 크다. 다만 주말 이틀동안 몰아서 해도 의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매주 5시간 운동 원칙은 지키려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조 교수는 주말 이틀 동안 등산 4시간, 걷기 1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가벼운 워킹화를 신는다. 맨발 산행은 어떨까. 조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평발로 변하기 때문에 충격이 덜 흡수되고, 다치기도 쉽다. 깨끗하고 푹신한 길이 아니면 맨발 산행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교수는 “그래도 맨발 산행을 하고 싶다면 파상풍 예방접종을 3차까지 마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 3회 근력 운동도 꾸준히항암제 부작용을 완전히 떨칠 즈음, 허리에도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주말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10㎏이 넘는 장비를 들고 기차를 탔다가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가 생긴 것. 치료를 겸해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이 근력 운동도 어느덧 7~8년 이어가고 있다.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하며 되도록 매주 3회를 채우려고 한다.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동작도 있지만 혼자 할 수 있는 동작도 여럿 있단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동작 세 가지를 조 교수가 추천했다. 첫째, 천장을 보고 눕는다. 이 상태에서 배꼽에 힘을 주면서 배를 바닥 쪽으로 끌어당긴다. 동시에 등에도 힘을 주면서 등이 바닥에 닿도록 한다. 배 근육과 등 근육을 동시에 강화하는 이 동작은 척추 환자들이나 노인들의 근력 강화에도 좋다. 10회씩 3세트를 이어 한다. 둘째, 누운 상태에서 배를 들어 올리는 브리지 자세도 좋다. 손으로는 바닥을 민다. 이 또한 10회씩 3세트를 한다. 브리지 동작이 끝나면 그 자세 그대로 한쪽 발을 들어 올린다. 마찬가지로 10회씩 3세트. 이 동작이 끝나면 같은 요령을 다른 쪽 발을 10회씩 3세트 들어 올린다. 셋째, 서서 하는 동작이다. 우선 앞 무릎은 굽히고 뒷무릎을 펴는 런지 자세를 취한다. 공을 가볍게 쥐고 앞으로 팔을 곧게 뻗는다. 이어 좌우로 10회 회전한다. 그 다음에는 발을 바꿔 같은 방식으로 운동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3세트를 하면 된다. 팔과 다리, 허리 모두의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전신 운동이다. 조 교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은 허리디스크 환자 뿐 아니라 중년 이후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매주 2회 정도면 괜찮지만, 효과를 더 보려면 3회를 채울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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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로 전이된 4기 방광암, 곧 완치돼요”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2017년 가을, 심재흥 씨(46)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혈뇨는 이틀 후 사라졌다. 인터넷에서 피로 때문에 혈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글을 봤다. 당시 심 씨는 영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몸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심했다. 술과 담배도 많이 했다. 그래서 혈뇨가 나타났으려니 하고 넘어갔다. 해가 바뀌고 2018년 초, 이번엔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병원에 갔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변검사조차 할 수 없었다. 이뇨제를 처방받은 뒤 먹기 시작했다. 몸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2월에 그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의료진은 방광에 혹이 꽉 찼는데 암인 것 같다며 얼른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심 씨는 하유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의 진료를 예약했다. 진료는 5월로 잡혔다.● 폐로 전이된 4기 방광암 진단그후로도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집에서 쉬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진료 예정일 바로 전날에 일이 터졌다.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고, 의식도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결국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소변을 오래 보지 못한 탓에 급성 신부전이 나타난 것. 심 씨는 응급처치 도중에 정신을 잃었다. 갑자기 심장이 멈췄다. 심 씨의 심장은 이후 8분 동안 뛰지 않았다. 의료진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하 교수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심 씨가 응급실로 즉각 오지 않았다면 돌아가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방광에 차 있는 암 덩어리였다. 암 덩어리가 방광을 꽉 채우는 바람에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관을 막아 급성 신부전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심장 쇼크가 일어난 것. 하 교수는 “이 씨처럼 방광암이 너무 커지면 소변량이 적어지면서 신부전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실 이 씨는 혈뇨가 나왔던 2017년부터 이미 방광암이 진행되고 있었다. 혈뇨가 방광암 초기 증세였던 것인데, 그 사실을 모른 채 1년 넘게 버틴 것이다. 응급처치를 끝내고 이 씨가 안정을 되찾은 후 하 교수는 방광암의 전이 여부를 확인했다. 방광 4분의 1이 차 있을 정도로 암은 커져 있었다. 폐에서도 2∼3cm 크기의 암 5개가 보였다. 림프샘을 거쳐 폐로 전이된 방광암 4기였다.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평균 15% 정도에 불과하다. ● 집중 항암치료, 폐 전이된 암 사라져4기 암일 때는 수술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항암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종양내과 의료진이 먼저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의 전통적 항암제로 치료를 시작했다. 첫 4개월 동안 총 6회의 항암치료를 했다. 항암치료는 3주마다 진행됐다. 입원하지 않고 30분 정도 주사를 맞는 식이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항암치료 부작용은 크지 않았다. 심 씨는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기는 했지만, 입맛이 떨어지고 딸꾹질이 나오는 것 말고는 크게 힘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하 교수는 “항암치료가 힘들 것 같다며 거부감을 가지는 환자들이 많은데, 최근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제들이 많아졌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암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의료진은 항암제를 교체했다. 인체 면역 체계를 변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항암제였다. 최근 여러 암에서 꽤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 교수는 “비뇨기계 암 중에서 방광암이 특히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심 씨는 이때부터 약 2년 동안 34회에 걸쳐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 중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폐로 전이됐던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제 더 주저할 게 없었다. 하 교수와 종양내과 의료진 등이 모여 논의한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다만 이 대목에서 고민이 생겼다. 표준치료 원칙을 따른다면 방광을 완전히 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심 씨는 방광을 살려줄 것을 원했다. ● 방광 살리고 암 덩어리만 제거방광을 완전히 들어내는 게 방광암 수술의 표준치료법인 까닭이 있다. 암세포가 어딘가에 남아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 장기까지 암이 침투했다면 그 장기들도 완전히 혹은 일부를 절제해야 한다. 심 씨의 경우 방광에 있는 암 덩어리가 너무 컸다. 이 때문에 방광을 완전히 들어내는 게 옳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주변 장기에 침투하지 않고 림프샘을 따라 폐에만 전이된 것은 행운이었다. 폐에 있던 암은 사라졌으니 방광 안에 있는 암만 제거하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게다가 심 씨는 인공 방광을 삽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 교수와 의료진이 다시 논의했다. 환자와도 충분히 상의했다. 최종적으로 방광을 살리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하 교수는 “생존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기에 환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수술법을 결정했다”고 했다. 2019년 2월, 하 교수가 수술을 집도했다. 내시경을 통해 미세한 암까지도 모두 제거했다. 방광을 살려야 하기에 더 신중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수술 시간도 평소보다 4∼5배 더 걸렸다. 수술하면서 다시 주변 장기를 살폈고, 암의 침투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후 심 씨는 항암치료를 재개했다. 하 교수는 이와 함께 암의 재발과 전이 여부를 정기적으로 살폈다. 일단 수술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났을 무렵, 폐에서 완전관해(암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가 확인됐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2020년 10월, 심 씨는 항암치료도 끝냈다. 그 후로는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경과만 살피고 있다. 수술 후 4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재발과 전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내년 2월이면 수술 후 5년이 지나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긍정 의지가 암 투병에 큰 도움”하 교수는 “심 씨의 ‘치료 순응도’에 놀랄 때가 많았다. 어떤 치료를 하든지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났고, 큰 부작용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심 씨가 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심 씨가 항상 긍정적이었다. 그런 자세가 투병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심 씨의 ‘긍정 의지’는 치료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그는 총 40회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든 싸움이었다. 그래도 잘 이겨냈다. 입맛이 없어 식사량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그래도 하루 세 끼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식단에는 반드시 고기를 넣었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운동과 담을 쌓았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면서 오전에 1만 보, 오후에 1만 보를 걸었다. 이때 시작한 운동이 습관이 돼 요즘에도 하루 1만 보는 무조건 걷는다. 씩씩하게 투병했지만 심 씨도 사실은 무서웠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암이 의심된다고 했을 때 머리가 멍해졌다. 나중에 4기 방광암이라고 했을 때는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심 씨는 “다른 방법이 있겠나. 그냥 받아들였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까”라며 웃었다. 이와 관련해 하 교수는 “암 진단을 받은 뒤 우울해지거나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가끔은 치료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마음을 바꿔 적극적으로 투병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암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이 또 있을까. 심 씨는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가 가족의 지원과 배려였다. 심 씨는 “가족이 많이 도와줬고, 덕분에 병과 잘 싸울 수 있었다”고 했다. 둘째, 의사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랐다. 심 씨는 “주변에서 암에 좋은 음식이라고 추천해도 의사가 권하지 않으면 단 하나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 교수는 “암에 좋다는 음식을 먹었다가 신장이나 간 독성으로 병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있다.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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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로 전이된 4기 방광암, 곧 완치돼요”[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2017년 가을, 심재흥 씨(46)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혈뇨는 이틀 후 사라졌다. 인터넷에서 피로 때문에 혈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글을 봤다. 당시 심 씨는 영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몸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심했었다. 술과 담배도 많이 했다. 그래서 혈뇨가 나타났으려니 하고 넘어갔다. 해가 바뀌고 2018년 초, 이번엔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병원에 갔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변검사조차 할 수 없었다. 이뇨제를 처방받은 뒤 먹기 시작했다. 몸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2월에 그 병원에서 컴퓨터단층(CT) 검사를 했다. 의료진은 방광에 혹이 꽉 찼다며 암인 것 같다며 얼른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심 씨는 하유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의 진료를 예약했다. 진료는 5월로 잡혔다. ● 폐로 전이된 4기 방광암 진단그 후로도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집에서 쉬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진료 예정일 바로 전날에 일이 터졌다.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고, 의식도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결국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소변을 오래 보지 못한 탓에 급성 신부전이 나타난 것. 심 씨는 응급처치 도중에 정신을 잃었다. 갑자기 심장이 멈췄다. 심 씨의 심장은 이후 8분 동안 뛰지 않았다. 의료진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하 교수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심 씨가 응급실로 즉각 오지 않았다면 돌아가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방광에 차 있는 암 덩어리였다. 암 덩어리가 방광을 꽉 채우는 바람에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관을 막아 급성 신부전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심장 쇼크가 일어난 것. 하 교수는 “이 씨처럼 방광암이 너무 커지면 소변량이 적어지면서 신부전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실 이 씨는 혈뇨가 나왔던 2017년부터 이미 방광암이 진행되고 있었다. 혈뇨가 방광암 초기 증세였던 것인데, 그 사실을 모른 채 1년 넘게 버틴 것이다. 응급처치를 끝내고 이 씨가 안정을 되찾은 후 하 교수는 방광암의 전이 여부를 확인했다. 방광 4분의 1이 차 있을 정도로 암은 커져 있었다. 폐에서도 2~3㎝ 크기의 암 5개가 보였다. 림프절을 거쳐 폐로 전이된 방광암 4기였다.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평균 15% 정도에 불과하다. ● 집중 항암치료, 폐 전이된 암 사라져4기 암일 때는 수술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항암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종양내과 의료진이 먼저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의 전통적 항암제로 치료를 시작했다. 첫 4개월 동안 총 6회의 항암치료를 했다. 항암치료는 3주마다 진행됐다. 입원하지 않고 30분 정도 주사를 맞는 식이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항암치료 부작용은 크지 않았다. 심 씨는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기는 했지만, 입맛이 떨어지고 딸꾹질이 나오는 것 말고는 크게 힘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하 교수는 “항암치료가 힘들 것 같다며 거부감을 가지는 환자들이 많은데, 최근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제들이 많아졌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암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의료진은 항암제를 교체했다. 인체 면역 체계를 변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항암제였다. 최근 여러 암에서 꽤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 교수는 “비뇨기계 암 중에서 방광암이 특히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심 씨는 이때부터 약 2년 동안 34회에 걸쳐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 중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폐로 전이됐던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제 더 주저할 게 없었다. 하 교수와 종양내과 의료진 등이 모여 논의한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다만 이 대목에서 고민이 생겼다. 표준치료 원칙을 따른다면 방광을 완전히 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심 씨는 방광을 살려줄 것을 원했다. ● 방광 살리고 암 덩어리만 제거방광을 완전히 들어내는 게 방광암 수술의 표준치료법인 까닭이 있다. 암세포가 어딘가에 남아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 장기까지 암이 침투했다면 그 장기들도 완전히 혹은 일부를 절제해야 한다. 심 씨의 경우 방광에 있는 암 덩어리가 너무 컸다. 이 때문에 방광을 완전히 들어내는 게 옳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주변 장기에 침투하지 않고 림프절을 따라 폐에만 전이된 것은 행운이었다. 폐에 있던 암은 사라졌으니 방광 안에 있는 암만 제거하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게다가 심 씨는 인공 방광을 삽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 교수와 의료진이 다시 논의했다. 환자와도 충분히 상의했다. 최종적으로 방광을 살리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하 교수는 “생존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기에 환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수술법을 결정했다”고 했다. 2019년 2월, 하 교수가 수술을 집도했다. 내시경을 통해 미세한 암까지도 모두 제거했다. 방광을 살려야 하기에 더 신중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수술 시간도 평소보다 4~5배 더 걸렸다. 수술하면서 다시 주변 장기를 살폈고, 암의 침투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후 심 씨는 항암치료를 재개했다. 하 교수는 이와 함께 암의 재발과 전이 여부를 정기적으로 살폈다. 일단 수술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났을 무렵, 폐에서 완전관해(암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가 확인됐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2020년 10월, 심 씨는 항암치료도 끝냈다. 그 후로는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경과만 살피고 있다. 수술 후 4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재발과 전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내년 2월이면 수술 후 5년이 지나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심재흥 씨의 방광암 투병 일지2017년 초, 이틀 동안 혈뇨 발생2018년 2월 방광암 의심 진단5월 급성 신부전으로 응급실행급성 심정지 발생폐 전이 4기 방광암 진단5~9월 전통적 항암치료 6회 시행10월 면역항암제 치료 시작2019년 2월 폐로 전이된 암 소멸방광암 수술(방광 적출하지 않고 보존함).면역항암제 치료 계속 진행.2020년 9월 방광암 완전히 사라짐(완전관해).면역 항암 치료 종료(2년 동안 34회 시행)2023년 8월 수술 후 4년 6개월 경과. 재발-전이 없음.2024년 2월, 수술 후 5년 경과, 완치 판정 가능.● “긍정 의지가 암 투병에 큰 도움”하 교수는 “심 씨의 ‘치료 순응도’에 놀랄 때가 많았다. 어떤 치료를 하든지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났고, 큰 부작용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심 씨가 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심 씨가 항상 긍정적이었다. 그런 자세가 투병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심 씨의 ‘긍정 의지’는 치료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그는 총 40회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든 싸움이었다. 그래도 잘 이겨냈다. 입맛이 없어 식사량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그래도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식단에는 반드시 고기를 넣었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운동과 담을 쌓았었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면서 오전에 1만 보, 오후에 1만 보를 걸었다. 이때 시작한 운동이 습관이 돼 요즘에도 하루 1만 보는 무조건 걷는다. 씩씩하게 투병했지만 심 씨도 사실은 무서웠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암이 의심된다고 했을 때 머리가 멍해졌다. 나중에 4기 방광암이라고 했을 때는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심 씨는 “다른 방법이 있겠나. 그냥 받아들였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까”라며 웃었다. 이와 관련해 하 교수는 “암 진단을 받은 뒤 우울해지거나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가끔은 치료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마음을 바꿔 적극적으로 투병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암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이 또 있을까. 심 씨는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가 가족의 지원과 배려였다. 심 씨는 “가족이 많이 도와줬고, 덕분에 병과 잘 싸울 수 있었다”고 했다. 둘째, 의사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랐다. 심 씨는 “주변에서 암에 좋은 음식이라고 추천해도 의사가 권하지 않으면 단 하나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 교수는 “암에 좋다는 음식을 먹었다가 신장이나 간 독성으로 병을 악화하는 사례가 있다.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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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뇌졸중 방심 말라…물 넉넉히 마시길”[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30대 여성 이민희(가명) 씨는 최근 오른쪽 팔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처음에는 업무상 팔을 많이 쓰다 보니 그런 거라고 여겼다. 좀 쉬고 나면 몇 분 이내에 증세도 사라졌다. 얼마 후 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30분 정도 증세가 계속됐다. 좀 쉬었더니 다시 괜찮아졌다. 그 후로 이런 일이 더 자주 발생했다. 게다가 증세 지속 시간은 2~3시간으로 길어졌다. 다른 변화도 생겼다. 말이 어눌해졌다. 똑바로 걷는데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 씨는 그제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뇌혈관을 촬영한 결과 왼쪽 대뇌반구로 이어진 큰 혈관의 70~80%가 막혀 있었다. 이와 별도로 뇌혈관 여러 곳이 이미 조금씩 막혀 있었다. 이른바 ‘다발성 뇌경색’이다. 뇌졸중(뇌중풍)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 막히면 뇌경색으로 진단한다. 보통은 겨울에 뇌졸중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 씨를 치료한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계절적 요인으로 여름에 더 많이 발생하는 뇌졸중도 있다. 이 씨가 전형적인 ‘여름 뇌졸중’ 사례”라고 했다. 여름 뇌졸중은 겨울 뇌졸중과 어떻게 다를까. ●겨울엔 뇌출혈, 여름엔 뇌경색 많아 추워지면 우리 몸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대비한다. 내부 에너지와 열을 최대한 보존하는 형태로 전환한다. 이때 혈관은 수축한다. 혈관 내부의 압력은 커진다. 만약 고혈압이 심하거나 뇌혈관이 약해져 있다면 터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겨울에는 뇌출혈 발생률이 높아진다. 여름은 반대 방향으로 생체 시스템이 작동한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열을 발산한다. 혈관은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팔다리 등 말초 부위로만 혈액이 더 많이 흘러갈 수 있다. 그 경우 뇌에 혈액이 덜 공급되면서 뇌경색이 발생한다. 혈액이 부족해 생기는 ‘저혈류 뇌경색’이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 성분인 혈장의 양이 줄어든다. 하지만 혈장에 녹아있던 단백질, 전해질 등은 그대로 남는다. 그 결과 혈액의 점도가 높아진다.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는 것이다. 이런 혈액이 응고돼 혈관에 달라붙으면 피떡(혈전)이 된다.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경색이 생기기도 한다. ‘혈전성 뇌경색’이다. 폭염은 이처럼 여름 뇌졸중을 유발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폭염이 계속되면 기온이 1도 오를 때 뇌졸중 사망자의 비율이 2.3%에서 5.4%로 늘어난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탈수가 여름 뇌졸중 부추겨” 폭염에 방치될 때 우리 몸은 탈수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이 여름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씨의 뇌경색을 유발한 가장 큰 원인 또한 탈수였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 씨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 놀았고 여름 휴가도 함께 다녀왔다. 그때마다 술을 마셨다. 이 잦은 음주가 발단이었다. 그때마다 탈수가 생겼다. 하지만 이 씨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 혈관염이 발생했고, 이후 여러 부위에서 뇌경색이 진행됐다. 물론 증세가 얼마 후 사라졌기에 이 씨는 자신이 뇌경색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열심히 건강을 관리했는데도 탈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정 교수는 특히 뇌졸중 고위험군인 고혈압 환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70대 후반의 김기동(가명) 씨는 혈압을 낮추기 위해 평소 열심히 운동하며 세 종류의 고혈압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이 약이 오히려 뇌졸중을 유발하는 간접 원인이 돼 버렸다. 이번에도 탈수가 문제였다. 김 씨가 복용하는 고혈압약에는 이뇨제와 혈관 확장제가 포함돼 있었다. 여름에는 땀이 더 많이 배출되고 혈관이 확장되는데, 똑같은 기능의 약을 추가로 먹은 셈이다. 이런 경우 탈수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실제 김 씨가 그랬다. 김 씨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운동하다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자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정 교수는 “실내외 온도 차도 여름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더운 곳에 있으면 혈관은 확장한다. 그러다 서늘한 곳으로 들어가면 혈관은 급속하게 수축한다. 확장과 수축이 반복되면 혈관이 뻣뻣해질 수 있다. 그는 “만약 혈관이 약한 상태라면 뇌경색뿐만 아니라 뇌출혈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실내외 온도 차가 10도 이상이 되면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온도 차는 5도 이내로 조절하는 게 좋다. ●“여름 뇌졸중 전조 증세 파악해야”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이 경우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진행함으로써 후유증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어느 계절이나 뇌졸중 전조 증세는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난다. 다만 뇌경색의 비중이 큰 여름 뇌졸중의 경우 크게 네 가지 증세가 가장 많이 발견된다. 첫째, 한쪽 마비 현상이 심해진다. 오른쪽 뇌혈관에 문제가 생겼다면 왼쪽 팔다리에서 힘이 갑자기 쑥 빠진다. 얼굴 또한 한쪽에서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 웃으려고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을 때도 있다. 양쪽 팔다리나 얼굴에서 동시에 마비 증세가 나타나면 뇌졸중이 아닌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언어 문제가 발생한다. 갑자기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거나 딴소리를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발음이 제대로 안 되거나 어눌해진다. 때론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셋째,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때도 한쪽 시야만 검게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갈라져 보인다. 양쪽 시야가 컴컴해질 경우 뇌졸중이 아닐 확률이 높다. 넷째, 균형감이 무너진다. 몸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심한 어지럼증을 느낀다. 때로는 걷다가도 넘어진다. 이때도 앞쪽이 아닌 옆쪽으로 넘어질 때가 많다. 정 교수는 이 중에서 한 가지 증세만 나타나도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했다. 증세가 사라졌다고 해도 뇌졸중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 정 교수는 “여름 뇌졸중은 일시적으로 증세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이를 일과성 허혈 발작, 혹은 미니 뇌졸중이라고 부른다. 여름에는 탈수가 생겨도 수분을 공급하면 금방 좋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세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 경우 30% 정도는 영구적인 뇌졸중으로 악화할 확률이 있다. ●“고위험군 여부 미리 파악해야” 권 교수는 여름 뇌졸중에 취약한 고위험군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여기에 속하는지 반드시 알아둘 것을 권했다. 첫째, 동맥경화성 혈관 협착 등 이미 혈관 질환이 있다고 진단받은 환자들이다. 이런 환자들은 특히 여름철 저혈류 뇌경색에 취약하다. 둘째, 고혈압 환자를 비롯해 만성질환자들이다. 특히 고혈압이 있으면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뇌출혈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셋째, 노인도 고위험군에 들어간다. 노인들은 생체 리듬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신체 반응이 느려진다. 탈수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목마름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노인들은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마셔주는 게 좋다. 넷째, 자신의 혈관 상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30대 여성 이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씨는 뇌혈관에 염증이 잘 생기기 쉬운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 검진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아두는 게 좋다. 고위험군은 물론이고 질병이 없는 사람들도 여름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탈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 교수는 물을 충분히 먹을 것을 권했다. 이온 음료도 무방하다. 단, 커피와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하므로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다. 탄산음료에는 당 성분이 많아 수분 흡수를 막는다. 물은 본인 체중(㎏)의 3%를 하루에 먹는 게 좋다. 가령 체중이 70㎏이라면 2.1L 정도는 먹어야 탈수를 막는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혈압과 혈당은 자주 측정해 변동 상황을 파악해둬야 한다. 또 고열량 보양식이나 햄, 치즈, 육가공식품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여름 뇌졸중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1. 혈압-MRI 검사 등으로 자신의 뇌혈관 상태를 점검하라.2. 본인이 뇌졸중 고위험군인지를 파악하라.3. 탈수 증세가 생기면 곧바로 넉넉히 물을 마셔라.(노인은 탈수 증세가 없어도 미리 물을 많이 마신다)4. 평소 복용하고 있던 약을 계속 먹어도 되는지 점검하라.5. 기름기 있고 짠 음식은 피하라.6. 식이요법과 함께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라.7. 뇌졸중 전조 증세에 대해 파악해 두라.※ 자료 :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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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저 달렸을 뿐인데… 체중 줄고 건강 체질 됐어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서현민 한양대 구리병원 피부과 교수(36)는 30대 초반까지도 운동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전공의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심지어 걷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상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고나 할까. 그랬던 그가 요즘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5년 전 여름, 우연히 한강공원에 갔다가 ‘한번 달려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주행거리를 측정해보기로 했다.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그날 3㎞를 달렸다. 운동하면서 느낀 첫 성취감. 그렇게 서 교수는 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체중 줄이려고 달리다”한강 둔치 공원에서 처음 달릴 즈음, 서 교수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늘어나는 체중이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써야 할 논문도 많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식을 자주 먹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은 적정치에서 8∼9㎏ 정도를 초과해 74㎏까지 늘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업무 집중도도 떨어졌다. 모니터를 응시할 때 집중해 보려고 얼굴을 들이밀다 보니 거북목 증세도 생겼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 숙취가 심해 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다이어트가 절실한 상황. 서 교수는 일단 식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저녁 한 끼만 먹었다. 채소와 신선한 음식을 골라 먹었다. 하지만 식욕만큼은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슬금슬금 음식 섭취량이 늘었다. 식이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달리기를 접했다. 그러니까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달리기를 택했는데, 그 달리기가 지금은 ‘인생 운동’이 된 셈이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처음에는 꽤 힘이 들었다. 하지만 주행 거리가 늘어날 때마다 성취감도 커졌다.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 교수는 “달릴 때마다 내 몸이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수록 달리기에 더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대회 참가할 때마다 기록 경신”한 달이 지났다. 서 교수는 난도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당장 동아일보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2018년 서울달리기대회에 하프코스(21.0975㎞) 참가 신청서를 냈다. 달리기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한 것이다. 이때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5㎞를 달렸다. 한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10㎞ 달리기 대회에도 시험 삼아 출전했다. 목표했던 1시간보다 30초 일찍 들어왔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하프코스도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결과는 좋았다. 서울달리기대회 하프코스를 1시간 58분에 주파했다. 목표했던 2시간보다 2분 일찍 결승선을 끊은 것.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건강도 절로 되찾았다. 몸이 우선 날렵해졌다. 그사이에 체중은 무려 16㎏이 빠졌다. 몸의 군살이 사라지는 것과 비례해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 거북목 증세도 사라졌다. 음주 후에 그토록 괴롭히던 숙취와 두통도 없어졌다. 다음 목표는 풀코스 완주. 이듬해 6월부터 주행 거리를 늘려 나갔다. 처음에는 매월 150㎞를 달렸고, 얼마 후에는 이를 250㎞로 늘렸다. 또 20㎞ 이상의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훈련도 서너 차례 했다. 이어 한 번에 35㎞를 주파하기도 했다. 4개월 이상 집중 훈련을 한 서 교수는 2019년 11월,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4시간 이내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게 목표였다. 결과는 3시간54분5초.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서 교수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때마다 기록은 단축됐다. 현재까지 서 교수는 네 차례 풀코스에 도전했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기록은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달성했다. 3시간38분18초였다. 서 교수는 “겨울 추위 때문에 훈련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틈날 때마다 달린 덕분에 결과가 좋게 나왔다”며 웃었다. ●“매주 4회 이상 운동, 습관이 되다”서 교수에게는 최종 목표가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서 3시간 이내에 풀코스를 주파하는 것이다. 이 기록을 달성하려면 평소에 체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게다가 서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이다. 가족력 때문이다. 당연히 약은 먹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 교수는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그토록 운동을 싫어하던 사람이, 이젠 운동을 하지 않고는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사실 처음 마라톤에 도전한 후로 한동안 운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4∼5개월 정도 방심했을 뿐인데 그사이에 다시 10㎏ 이상 불어났다. 운동의 필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이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다시 몸을 만들었다. 이후로는 운동을 중단한 적이 없다. 이때부터 운동은 ‘당연한 습관’이 됐다. 마라톤 대회가 몰려 있는 시즌에는 당연히 달리기 위주로 운동한다. 평일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주말에는 매일 달린다. 시즌이 아닌 3∼7월에도 매월 평균 100㎞를 채운다. 이를 달성하려면 2, 3일마다 5㎞ 이상 달려야 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시속 10㎞의 속도로 30분 정도를 채운다. 비시즌에는 추가로 하체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전거를 탄다. 진료가 있는 토요일에는 대체로 병원까지 왕복 40㎞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평일에도 가끔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매주, 최소한 4일 이상은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을 달린 뒤 출근하는 날이 많다. 병원 업무가 많을 경우에는 오전 4시에 일어나 달린다. ●“달리기 초반엔 몸 풀면서 천천히” 서 교수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며 무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나의 달리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서 교수는 대회를 앞두고 주 5회 달렸다. 최장 36㎞에 이를 때까지 1, 2주마다 거리를 늘리면서 달렸다. 서 교수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산한 훈련이다”고 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약 10㎞를 50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는 체력과, 4시간 정도를 느리게 달릴 수 있는 능력 등 두 가지만 갖춘다면 풀코스를 4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 자신은 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훈련했을 뿐이라는 것. 평소 달리기 연습을 할 때도 요령이 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움직이면서 1, 2분 동안 100회 정도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린다. 때로는 앉은 채로 다리를 풀어준다. 달릴 때도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않는다. 보통 첫 1㎞를 달릴 때는 목표 시간보다 30초 정도 여유 있게 설정한다. 가령 1㎞를 6분에 달린다고 하면 일부러 6분 30초 정도로 시간을 맞추는 것. 이런 식으로 달리면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운동을 끝낸 후에는 반드시 5∼10분 정도 마사지로 다리를 풀어준다. 일종의 마무리 관리인 셈인데, 이것을 하지 않으면 근육 경직으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운동을 끝내고 난 후에는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다. 무릎은 괜찮을까.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마라톤을 하는데 무릎 괜찮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며 웃었다. 근거가 있단다. 서 교수는 1000회 이상 마라톤을 완주한 60대와 전혀 마라톤을 하지 않은 60대의 무릎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해 비교한 외국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서 교수는 “오히려 마라토너가 더 건강했다”며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무리한 동작만 없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에게도 운동을 권한다. 특히 수면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수영,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을 오전 이른 시간에 한두 시간 정도 할 것을 권한다. 이렇게 하면 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달릴 때는 피부 보호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바를 것을 서 교수는 권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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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저 달렸을 뿐인데…체중 줄고 건강 체질 됐어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서현민 한양대 구리병원 피부과 교수(36)는 30대 초반까지도 운동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전공의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심지어 걷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상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고나 할까. 그랬던 그가 요즘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5년 전 여름, 우연히 한강공원에 갔다가 ‘한번 달려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주행거리를 측정해보기로 했다.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그날 3㎞를 달렸다. 운동하면서 느낀 첫 성취감. 그렇게 서 교수는 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체중 줄이려고 달리다” 한강 둔치 공원에서 처음 달릴 즈음, 서 교수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늘어나는 체중이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써야 할 논문도 많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식을 자주 먹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은 적정치에서 8~9㎏ 정도를 초과한, 74㎏까지 늘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업무 집중도도 떨어졌다. 모니터를 응시할 때 집중해보려고 얼굴을 들이밀다 보니거북목 증세도 생겼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 숙취가 심해, 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다이어트가 절실한 상황. 서 교수는 일단 식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저녁 한 끼만 먹었다. 채소와 신선한 음식을 골라 먹었다. 하지만 식욕만큼은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슬금슬금 음식 섭취량이 늘었다. 식이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달리기를 접했다. 그러니까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달리기를 택했는데, 그 달리기가 지금은 ‘인생 운동’이 된 셈이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처음에는 꽤 힘이 들었다. 하지만 주행 거리가 늘어날 때마다 성취감도 커졌다.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 교수는 “달릴 때마다 내 몸이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수록 달리기에 더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대회 참가할 때마다 기록 경신” 한 달이 지났다. 서 교수는 난도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당장 동아일보와 서울시가 공동주최한 2018년 서울달리기대회에 하프코스(21.0975㎞) 참가 신청서를 냈다. 달리기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한 것이다. 이때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5㎞를 달렸다. 한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10㎞ 달리기 대회에도 시험 삼아 출전했다. 목표했던 1시간보다 30초 일찍 들어왔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하프코스도 충분히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결과는 좋았다. 서울달리기대회 하프코스를 1시간 58분에 주파했다. 목표했던 2시간보다 2분 일찍 결승선을 끊은 것.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건강도 절로 되찾았다. 몸이 우선 날렵해졌다. 그 사이에 체중은 무려 16㎏이 빠졌다. 몸의 군살이 사라지는 것과 비례해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 거북목 증세도 사라졌다. 음주 후에 그토록 괴롭히던 숙취와 두통도 없어졌다. 다음 목표는 풀코스 완주. 이듬해 6월부터 주행 거리를 늘려나갔다. 처음에는 매월 150㎞를 달렸고, 얼마 후에는 이를 250㎞로 늘렸다. 또 20㎞ 이상의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훈련도 서너 차례 했다. 이어 한 번에 35㎞를 주파하기도 했다. 4개월 이상 집중 훈련을 한 서 교수는 2019년 11월,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4시간 이내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게 목표였다. 결과는 3시간 54분 5초.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서 교수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때마다 기록은 단축됐다. 현재까지 서 교수는 네 차례 풀코스에 도전했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기록은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달성했다. 3시간 38분 18초였다. 서 교수는 “겨울 추위 때문에 훈련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틈날 때마다 달린 덕분에 결과가 좋게 나왔다”며 웃었다. ●“매주 4회 이상 운동, 습관이 되다” 서 교수에게는 최종 목표가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서 3시간 이내에 풀코스를 주파하는 것이다. 이 기록을 달성하려면 평소에 체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게다가 서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이다. 가족력 때문이다. 당연히 약은 먹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 교수는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그토록 운동을 싫어하던 사람이, 이젠 운동을 하지 않고는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사실 처음 마라톤에 도전한 후로 한동안 운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4~5개월 정도 방심했을 뿐인데 그 사이에 다시 10㎏ 이상 불어났다. 운동의 필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이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다시 몸을 만들었다. 이후로는 운동을 중단한 적이 없다. 이때부터 운동은 ‘당연한 습관’이 됐다. 마라톤 대회가 몰려 있는 시즌에는 당연히 달리기 위주로 운동한다. 평일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주말에는 매일 달린다. 시즌이 아닌 3~7월에도 매월 평균 100㎞를 채운다. 이를 달성하려면 2,3일마다 5㎞ 이상 달려야 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시속 10㎞의 속도로 30분 정도를 채운다. 비시즌에는 추가로 하체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전거를 탄다. 진료가 있는 토요일에는 대체로 병원까지 왕복 40㎞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평일에도 가끔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매주, 최소한 4일 이상은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을 달린 뒤 출근하는 날이 많다. 병원 업무가 많을 경우에는 오전 4시에 일어나 달린다. ●“달리기 초반엔 몸 풀면서 천천히” 서 교수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며 무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나의 달리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서 교수는 대회를 앞두고 주 5회 달렸다. 최장 36㎞에 이를 때까지 1~2주마다 거리를 늘리면서 달렸다. 서 교수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산한 훈련이다”고 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약 10㎞를 50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는 체력과, 4시간 정도를 느리게 달릴 수 있는 능력, 두 가지만 갖춘다면 풀코스를 4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 자신은 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훈련했을 뿐이라는 것. 평소 달리기 연습을 할 때도 요령이 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움직이면서 1~2분 동안 100회 정도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린다. 때로는 앉은 채로 다리를 풀어준다. 달릴 때도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않는다. 보통 첫 1㎞를 달릴 때는 목표 시간보다 30초 정도 여유 있게 설정한다. 가령 1㎞를 6분에 달린다고 하면 일부러 6분 30초 정도로 시간을 맞추는 것. 이런 식으로 달리면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운동을 끝낸 후에는 반드시 5~10분 정도 마사지로 다리를 풀어준다. 일종의 마무리 관리인 셈인데, 이것을 하지 않으면 근육 경직으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운동을 끝내고 난 후에는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다. 무릎은 괜찮을까.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마라톤을 하는데 무릎 괜찮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며 웃었다. 근거가 있단다. 서 교수는 1천 회 이상 마라톤을 완주한 60대와 전혀 마라톤을 하지 않은 60대의 무릎을 MRI(자기공명영상) 촬영해 비교한 외국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서 교수는 “오히려 마라토너가 더 건강했다”며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무리한 동작만 없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에게도 운동을 권한다. 특히 수면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수영, 자전거, 걷기 등을 오전 이른 시간에 한두 시간 정도 할 것을 권한다. 이렇게 하면 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달릴 때는 피부 보호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바를 것을 서 교수는 권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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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여성암도 완치 가능… 강한 의지로 이겨내야”[생명을 살리는 수술]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20년 기준)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률은 5위다. 10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 순위도 6위에서 5위로 올랐다. 자궁암의 한 종류인 자궁내막암도 같은 기간 85% 늘면서 여성에서 발생하는 암 8위가 됐다. 난소암은 발생 순위가 10위권 밖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서 많이 늘고 있고,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가장 치명적인 여성암으로 꼽힌다. 여성암은 대부분 △서구형 식습관 △과체중과 비만 △여성호르몬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자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여성암인 난소암, 자궁내막암, 유방암의 치료법을 집중 조명한다.●3기 이후 난소암 생존율 50% 넘겨암이 난소에 국한되면 1기, 나팔관이나 자궁, 골반강까지 침범하면 2기로 본다. 암이 복강까지 퍼졌다면 3기, 먼 장기로 전이됐다면 4기로 진단한다. 보통 3기까지는 수술을 먼저 한 뒤 6회 항암치료를 한다. 단, 중요한 혈관과 장기에 암이 침투할 경우 항암치료 3회, 수술, 항암치료 3회의 순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난소암 수술은 난도가 높다. 난소에서 발생한 암은 복수(腹水)를 타고 맹장, 대장, 횡격막, 위장, 간까지 이동하면서 암 파편을 퍼뜨린다. 이 때문에 난소, 자궁, 방광은 물론이고 대장과 소장, 간의 일부 등 넓은 범위를 절제한다. 난소암은 특히 초기 증세가 거의 없다. 환자의 80∼90%는 3기 이후에 발견된다. 홍진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의 경우 암 덩어리가 테니스공만큼 커져도, 뱃살이 나왔다고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을 일찍 발견하려면 질 초음파 검사나 혈액으로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3기 이후의 난소암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홍 교수는 A 씨 사례를 들려주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10여 년 전, 당시 A 씨는 55세였다. 소변 횟수가 늘어났다. 복부에 혹도 만져졌다. 검사해 보니 복강 내에 암이 다 퍼진, 난소암 3기였다.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불가능한 상태. 홍 교수는 배를 열어 난소, 자궁, 대장과 소장의 일부, 복막, 림프샘, 맹장 등을 절제했다. 7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완치를 기대하며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암이 재발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난소암의 재발률은 70%에 이른다. A 씨는 그 후로 수술을 세 차례 더 받았다. 그때마다 항암치료도 했다. 끈질긴 투병 끝에 2년 전, 항암치료를 끝냈다. 이후 암세포는 보이지 않았다. 이를 ‘완전관해’라고 한다. 사실상 완치인 셈. 3년 후에는 의학적으로도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자궁내막암 면역항암제 효과 커자궁암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크게 자궁경부암과 자궁체부암으로 구분한다. 자궁내막암은 자궁내막에 생기는 암으로, 자궁체부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성암 발생률 1위는 자궁경부암이었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출산 시기도 늦어지면서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은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9년 자궁내막암이 1위로 올라섰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자궁암의 양상도 서양과 흡사해진 것이다. 자궁경부암보다 자궁내막암의 악성도가 높고 치료도 어렵다. 암이 자궁내막에 국한하면 1기, 자궁경부까지 침투하면 2기로 본다. 질, 나팔관, 난소, 주변 림프샘이나 대동맥까지 퍼지면 3기다.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지면 4기로 진단한다. 난소암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암도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다. 3기 이전에는 주로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수술한다. 다만 3기 말이거나 암이 공격적인 유형이라면 개복수술을 한다. 2017년 50대 초반의 B 씨가 홍 교수를 찾았다. 자궁내막암 3기였다. 심지어 공격적이고 재발이 잦은 유형이었다. 일단 수술까지는 잘 끝났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항암치료가 듣지 않았다. 이후 목 림프샘에서 암이 발견됐다. 원격전이가 이뤄진 것이다. 의료진은 B 씨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어 가장 적합한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암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B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홍 교수는 “최근 면역항암제가 자궁내막암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성 살리는 유방보존술 늘어유방암은 암의 크기가 2cm 미만이고 겨드랑이 림프샘에 전이되지 않으면 1기로 진단한다. 암이 2cm 이상이거나, 크기는 작아도 림프샘으로 전이됐다면 2기다. 이보다 더 커지고 전이된 개수도 많아지면 3기,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졌다면 4기다. 유방암 수술은 유방 조직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전절제술, 최소한의 유방 조직만 절제하며 암을 제거하는 유방보존술로 나눈다.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혹시라도 암이 남아있을지 몰라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7 대 3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3기까지는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먼저 할 때가 많다.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면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때도 흉터를 최소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정 교수는 “유륜 선을 따라, 혹은 유방 밑주름을 따라 2∼3cm 정도만 절개하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경우에는 겨드랑이 부위로 구멍 한 개만 뚫기 때문에 유방 부위에는 흉터가 없다.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만 4기에 발견하면 40%대로 떨어진다. 그래도 최종 완치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 교수가 치료한 환자 C 씨도 그랬다. C 씨는 진단 당시 32세였다. 왼쪽 유방에서 암이 발견됐다. 뼈로 전이됐고, 피부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암이 퍼져 있었다. 4기 유방암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투병했다. C 씨는 먼저 8회 항암치료를 받았다.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암은 완전히 제거됐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발하지 않고 있다. 유방을 복원하는 수술도 받았다. C 씨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유방암 환자 70%, 유방 재건 선택C 씨는 유방 조직 전체를 들어낸 뒤 유방을 재건했다. C 씨처럼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재건하려는 여성이 최근에는 더 많아졌다.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가 유방을 재건한다. 유방 재건은 미적 효과를 넘어 심리적 치료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형철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선천기형 치료나 유방재건술을 전문으로 한다. 90%는 유방 재건 환자다. 보형물을 가슴에 삽입하거나 뱃살로 유방 조직을 만들어 삽입한다. 보형물 삽입은 1시간 정도면 끝난다. 자기 조직을 이식하려면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보형물 삽입을 택하는 사람이 7 대 3 정도로 많다. 이 교수는 “암을 제거한 뒤 후속 치료를 할 때도 유방이 없으면 상실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70대 환자도 재건 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70대 초반의 D 씨가 그랬다. D 씨는 처음에는 재건 수술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D 씨의 남편과 자식들은 상실감을 덜 느끼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재건 수술을 적극 권했다. 결국 D 씨는 유방 재건 수술을 받았다. 나중에 D 씨는 그 선택이 옳았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유방 재건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지만 치료비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방 재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0만 원의 재건수술기금과 보형물을 확보한 상태다. 대상자는 이 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이 선정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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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여성암도 강한 의지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생명을 살리는 수술]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20년 기준)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률은 5위다. 10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 순위도 6위에서 5위로 올랐다. 자궁암의 한 종류인 자궁내막암도 같은 기간 85% 늘면서 여성암 8위가 됐다. 난소암은 여성암 중 발생 순위가 10위권 밖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서 많이 늘고 있고,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가장 치명적인 여성암으로 꼽힌다. 여성암은 대부분 △서구형 식습관 △과체중과 비만 △여성호르몬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자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여성암인 난소암, 자궁내막암, 유방암의 치료법을 집중 조명한다. ●3기 이후 난소암 생존율 50% 넘겨 암이 난소에 국한되면 1기, 나팔관이나 자궁, 골반강까지 침범하면 2기로 본다. 암이 복강까지 퍼졌다면 3기, 먼 장기로 전이됐다면 4기로 진단한다. 보통 3기까지는 수술을 먼저 한 뒤 6회 항암치료를 한다. 단, 중요한 혈관과 장기에 암이 침투할 경우 항암치료 3회, 수술, 항암치료 3회의 순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난소암 수술은 난도가 높다. 난소에서 발생한 암은 복수(腹水)를 타고 맹장, 대장, 횡격막, 위장, 간까지 이동하면서 암 파편을 퍼뜨린다. 이 때문에 난소, 자궁, 방광은 물론 대장과 소장, 간의 일부 등 넓은 범위를 절제한다. 난소암은 특히 초기 증세가 거의 없다. 환자의 80~90%는 3기 이후에 발견된다. 홍진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의 경우 암 덩어리가 테니스공만큼 커져도, 뱃살이 나왔다고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을 일찍 발견하려면 질 초음파 검사나 혈액으로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3기 이후의 난소암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홍 교수는 A 씨 사례를 들려주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10여 년 전, 당시 A 씨는 55세였다. 소변 횟수가 늘어났다. 복부에 혹도 만져졌다. 검사해보니 복강 내에 암이 다 퍼진, 난소암 3기였다.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불가능한 상태. 홍 교수는 배를 열어 난소, 자궁, 대장과 소장의 일부, 복막, 림프절, 맹장 등을 절제했다. 7시간에 걸치는 대수술이었다. 완치를 기대하며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암이 재발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난소암의 재발률은 70%에 이른다. A 씨는 그 후로 수술을 세 차례 더 받았다. 그때마다 항암치료도 했다. 끈질긴 투병 끝에 2년 전, 항암치료를 끝냈다. 이후 암세포는 보이지 않았다. 이를 ‘완전관해’라고 한다. 사실상 완치인 셈. 3년 후에는 의학적으로도 완치판정을 받게 된다. ●자궁내막암 면역항암제 효과 커 자궁암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크게 자궁경부암과 자궁체부암으로 구분한다. 자궁내막암은 자궁내막에 생기는 암으로, 자궁체부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부인암 발생률 1위는 자궁경부암이었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출산 시기도 늦어지면서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은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9년 자궁내막암이 1위로 올라섰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자궁암의 양상도 서양과 흡사해진 것이다. 자궁경부암보다 자궁내막암의 악성도가 높고 치료도 어렵다. 암이 자궁내막에 국한하면 1기, 자궁경부까지 침투하면 2기로 본다. 질, 나팔관, 난소, 주변 림프절이나 대동맥까지 퍼지면 3기다.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지면 4기로 진단한다. 난소암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암도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다. 3기 이전에는 주로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수술한다. 다만 3기 말이거나 암이 공격적인 유형이라면 개복수술을 한다. 2017년 50대 초반의 B 씨가 홍 교수를 찾았다. 자궁내막암 3기였다. 심지어 공격적이고 재발이 잦은 유형이었다. 일단 수술까지는 잘 끝났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항암치료가 듣지 않았다. 이후 목 림프절에서 암이 발견됐다. 원격전이가 이뤄진 것이다. 의료진은 B 씨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어 가장 적합한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암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B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홍 교수는 “최근 면역항암제가 자궁내막암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성 살리는 유방보존술 늘어 유방암은 암의 크기가 2㎝ 미만이고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되지 않으면 1기로 진단한다. 암이 2㎝ 이상이거나, 크기는 작아도 림프절로 전이됐다면 2기다. 이보다 더 커지고 전이된 개수도 많아지면 3기,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졌다면 4기다. 유방암 수술은 유방조직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전절제술, 최소한의 유방조직만 절제하며 암을 제거하는 유방보존술로 나눈다.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혹시라도 암이 남아있을지 몰라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7대 3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3기까지는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먼저 할 때가 많다.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면.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기 때문.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때도 흉터를 최소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정 교수는 “유륜 선을 따라, 혹은 유방 밑주름을 따라 2~3㎝ 정도만 절개하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경우에는 겨드랑이 부위로 구멍 한 개만 뚫기 때문에 유방 부위에는 흉터가 없다.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만 4기에 발견하면 40%대로 떨어진다. 그래도 최종 완치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 교수가 치료한 환자 C 씨도 그랬다. C 씨는 진단 당시 32세였다. 왼쪽 유방에서 암이 발견됐다. 뼈로 전이됐고, 피부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암이 퍼져 있었다. 4기 유방암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투병했다. C 씨는 먼저 8회 항암치료를 받았다.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암은 완전히 제거됐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발하지 않고 있다. 유방을 복원하는 수술도 받았다. C 씨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유방암 환자 70%, 유방 재건 선택 C 씨는 유방조직 전체를 들어낸 뒤 유방을 재건했다. C 씨처럼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보존하려는 여성이 최근에는 더 많아졌다.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가 유방을 재건한다. 유방 재건은 미적 효과를 넘어 심리적 치료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형철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선천기형이나 유방재건술을 전문으로 한다. 90%는 유방 재건 환자다. 보형물을 가슴에 삽입하거나 뱃살로 유방조직을 만들어 삽입한다. 보형물 삽입은 1시간 정도면 끝난다. 자기조직을 이식하려면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보형물 삽입을 택하는 사람이 7대 3 정도로 많다. 이 교수는 “암을 제거한 뒤 후속 치료를 할 때도 유방이 없으면 상실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70대의 환자도 재건 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70대 초반의 D 씨가 그랬다. D 씨는 처음에는 재건 수술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D 씨의 남편과 자식들은 상실감을 덜 느끼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재건 수술을 적극 권했다. 결국 D 씨는 유방 재건 수술을 받았다. 나중에 D 씨는 그 선택이 옳았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유방 재건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지만 치료비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방 재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0만 원의 재건수술기금과 보형물을 확보한 상태다. 대상자는 이 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이 선정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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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기암이든 전이암이든, 완치할 수 있습니다”[생명을 살리는 수술]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5세)까지 생존할 때 암 발생률은 36.9%다. 3명 중 1명은 평생에 걸쳐 한 번 이상 암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에 암은 사망 선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혁신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고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생존율은 크게 높아졌다. 일부 암을 제외하면 초기에 발견할 때의 생존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다. 암 치료에서도 수술의 역할은 무척 크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만으로 완치에 가까워진다. 3기 말 혹은 4기에 발견하면 과거에는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한다. 과거에 암 수술은 대부분 메스로 직접 절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내시경 수술에 이어 요즘에는 로봇 수술까지 널리 시행되고 있다. 진화하고 있는 암 수술 현장을 들여다봤다.●“고난도 암 수술도 척척”방광암 수술은 특히 난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져 있다. 방광은 물론이고 골반 림프샘까지 적출한다. 여기에 남자는 전립샘(전립선)과 정낭, 요도 일부까지 절제하며 여자는 자궁, 난소, 질, 요도 일부까지 들어낸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수술 시간만 8∼10시간이 소요됐다. 그나마 최근에는 4∼6시간으로 단축됐다. 암이 방광의 점막을 넘어 근육까지 퍼진 2기 혹은 3기일 때까지 수술을 시도한다.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대체로 항암치료를 먼저 한 뒤 수술에 돌입한다. 이 방식으로 치료했을 때 생존율이 6∼7%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년 전, 당시 30세의 남성 A 씨가 방광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결혼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아이 출산을 원했다. 암을 제거하면서도 생식 기능을 유지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방광암 수술 중에서도 최고 난도인 셈. 강 교수가 집도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A 씨는 암과의 투병을 이겨냈다. 2021년에는 그토록 원하던 아기도 얻었다. 강 교수는 91세의 고령자 수술도 성공한 바 있다. B 할머니는 방광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강 교수가 보니 수술하지 않으면 2∼3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다만 워낙 고령인지라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다행히 심폐기능을 비롯해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강 교수는 환자의 나이를 고려해 로봇 수술을 결정했다. 이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B 할머니는 5년 동안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완치된 것이다.●말기-전이암도 수술 성공암의 병기가 3기 말 이후라면 과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암 완치가 아닌 생명 유지가 사실상의 목표였다. 지금은 다르다.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한 뒤 수술로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6년 전 50대 남성 C 씨가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암은 이미 간과 폐로 전이됐다. 4기 암이었다. 암 진단을 내렸던 의사는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C 씨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C 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암이 여러 곳으로 전이돼 완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치료하기 시작했다. 김진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먼저 암이 발생한 부위인 직장을 들어내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간과 폐는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먼저 암의 크기부터 줄여야 했다. 간과 폐의 암 덩어리를 줄이기 위한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어느 정도 암의 크기가 줄어들자 간과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결과가 좋았다. C 씨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의 재발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재발성·전이성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30% 내외다. 김 교수는 이를 40%대로 끌어올렸다. 또 대장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항문을 최대한 보존한다. 김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최적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머릿속에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한 뒤 수술에 임한다”고 말했다.●암에도 로봇 수술 적극 시도보통 갑상샘(갑상선)암 수술은 목의 중앙 부위를 5cm 정도 절개한 뒤 진행한다. 이 때문에 수술 흉터가 그대로 남는다. 김훈엽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경구 로봇 갑상샘 수술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이 방법으로 1000건이 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 방법으로 수술하면 흉터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로봇팔이 입안으로 들어가 갑상샘만 정교하게 절제하기 때문에 다른 조직도 손상되지 않는다.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입안 상처도 사라지고 목소리 변화도 거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교수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 김 교수는 로봇 수술의 장점에 대해 “정밀해서 좁은 부위의 수술이 가능하고, 의사의 손 떨림도 보정되며, 실제와 같은 3차원 입체 영상을 20∼3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을 끝내고, 그 결과 통증과 흉터 크기를 줄여 빠르게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지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신경을 얼마나 더 살리느냐가 김 교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이를 위해 수술하는 도중에 후두 신경에 전기자극을 주고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김 교수는 D 씨 사례를 들려줬다. D 씨는 갑상샘암이 1cm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문제는 암이 신경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는 것. 이 경우 신경까지 도려내면 암은 제거할 수 있지만 목소리가 돌아올 확률은 50% 정도다. 김 교수는 신경 모니터링을 하면서 수술했고, 그 결과 3시간 만에 안전하게 암 덩어리만 제거했다.●흉부종양 로봇 수술 세계 최고흉부외과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의 도입이 무척 더딘 편이었다. 갈비뼈가 가로막고 있어 수술 부위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로봇팔이 움직이는 데도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흉부종양에도 로봇 수술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국내 흉부외과 의료진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10여 년 전인 2012년, 김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가슴에 단 1개의 구멍만 뚫고 폐암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다. 이 수술 노하우를 발전시켜 로봇 수술을 연구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폐암 로봇 수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김 교수는 흉부종양 수술에 적극적으로 로봇을 도입했다. 가슴의 양쪽에 폐가 있다. 폐와 폐 사이에는 가슴샘(흉선)이 있는데, 이곳에 생긴 암을 흉선종이라고 한다. 이 경우 흉선을 제거해야 한다. 가슴뼈(흉골)의 중앙 부위를 목 아래에서부터 명치 부위까지 절개한 뒤 견인기로 벌려 수술 부위로 진입한다. 절개 부위가 너무 커서 수술 후 통증이 심하며 회복 속도가 더디다. 2020년, 김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단 1개의 구멍만 뚫는 ‘단일공 흉부종양 절제술’을 시도했다. 당시만 해도 통상 3, 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했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로봇 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미국흉부외과학회지에도 보고됐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개의 구멍만 뚫고 폐암 로봇 수술을 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 교수의 실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수술 로봇 다빈치를 제작하는 글로벌 기업이 올 4월 고려대 구로병원에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 교육센터’를 처음으로 세운 것이다.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을 하려는 전 세계 의사들은 이곳에서 김 교수에게 기술을 배우게 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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