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스타일링에 관심 있는 남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30, 40대 ‘그루밍족’도 많습니다. 개인의 매력도를 높이고 외모를 가꾸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 있는 남성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편집숍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생기고 있습니다. SSG닷컴은 남성 전문 럭셔리 플랫폼 ‘미스터포터(MR PORTER)’ 공식 브랜드관을 오픈했습니다. 미스터포터는 2011년 영국에서 론칭한 남성 럭셔리 이커머스 플랫폼입니다. 로로피아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셀린느 옴므, 톰 포드를 비롯한 500여 개 글로벌 하이엔드 남성 브랜드 컬렉션부터 국내 미발매 아이템 등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미스터포터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는 자체 브랜드 ‘미스터 피(Mr P.)’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캐주얼과 비즈니스 캐주얼을 아우르며 아우터, 상하의, 슈즈, 벨트, 가방 등 여러 아이템을 갖고 있습니다. 생활문화기업 LF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6층에 복합 럭셔리 남성 편집숍 ‘클럽 마에스트로(CLUB MAESTRO)’를 선보였습니다. 클럽 마에스트로는 최상급 슈트 라인 알베로를 비롯한 프리미엄 해외 슈트 브랜드, 수입 캐주얼 브랜드 등 30∼50대 남성 고객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습니다. 키레드, 울리치, 알테아, 오피신 제네랄 등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 프리미엄 남성 브랜드의 상품을 시즌별로 LF가 엄선하고 큐레이션해 선보인다고 합니다. 1월 말까지 방문하면 전 상품을 10%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남성복 편집숍 브랜드 ‘맨온더분(MAN ON THE BOON)’을 ‘2024 FW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프랑스 마레지구에서 선보였습니다. 맨온더분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6년 론칭한 브랜드로 비즈니스 캐주얼부터 컨템포러리 라인까지 폭넓은 상품군을 갖추고 있습니다. 맨온더분 24FW 컬렉션은 감도 높은 디자인과 고품질 원단이 특징으로 고급스러운 소재감이 돋보이는 재킷, 코트, 니트웨어가 대표 제품입니다. 파리에서의 쇼룸 운영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맨온더분의 인지도와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유통망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높은 품질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운 편집숍에서 스타일링을 한층 높여줄 나만의 아이템을 골라 보는 건 어떨까요. 유통팀 기자들이 큐(Q)레이션한 다양한라이프스타일 뉴스를 인스타그램 Q매거진(@_q_magazine)에서 만나보세요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와인 안 마시고, 소고기 안 먹고… 유럽이 가난해졌다.” 지난해 7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로 유럽 중산층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푸아그라를,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오일을, 독일에서는 소고기 대신 값이 싼 닭고기를 먹는 등 사치재부터 일상적인 식료품까지 소비가 줄었다. WSJ는 유럽연합(EU) 대부분 국가에서 진행 중인 고령화로 전반적인 생산성이 부진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유럽 중산층의 일상생활을 바꿔놓은 경기 침체는 어딘가 낯이 익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 한국에서도 식비를 비롯한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들 고군분투 중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2월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52.3%)은 올해 소비 지출을 전년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소비 지출을 줄이는 주요 이유로 고물가 지속(4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직, 소득 감소 우려(13.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가 뒤를 이었다. 지출을 줄이려는 품목으로는 여행 외식 숙박(20.6%), 문화생활(14.9%), 의류와 신발(13.7%) 순이었다. 물가는 오르는 상황에서 가계 실질 소득은 감소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알뜰 소비에 집중하는 불황형 소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즐겼던 가정에서도 외식 물가가 급등하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자 집밥을 해서 먹는다는 이들이 늘었다. 유튜브와 인터넷에서는 ‘n만 원 일주일 식단’ 같은 콘텐츠가 많이 올라와 있다. 예산 안에서 식단을 짠 뒤 필요한 것만 주문하고, 재료도 배추나 무 같은 비교적 저렴한 제철 식자재 위주로 사용한다. 젊은 세대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해진 액수의 현금만을 사용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다는 ‘현금챌린지’가 MZ들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경기 불황과 가치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저렴한 중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재판매하는 의류 중고거래 시장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 의류시장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18.1%로 2027년에는 24.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류 구매자의 35%가 최근 1년 이내에 중고 의류 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7월 103.2까지 상승한 이후 8월부터 4개월 연속 평균값인 100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출 개선세는 나타났지만 민간 소비와 투자, 건설 등 내수 지표는 둔화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가계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민생 회복과 투자 활성화에 정부가 조금 더 속도를 냈으면 한다.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지난해 판매된 삼다수 10개 중 4개가 친환경 무(無)라벨 제품입니다. 2026년까지 무라벨 제품을 100%로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삼다수의 친환경 혁신 성과를 소개했다. 제주개발공사는 2021년 친환경 경영 비전인 ‘그린 홀 프로세스’를 선포하고 생산부터 유통, 회수, 재활용까지 제품 생애 전반에 대한 친환경 경영을 펼치고 있다. 같은 해 무라벨 제품인 ‘제주삼다수 그린’을 출시해 2년 만에 전체 매출 중 40%인 140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제주개발공사는 현재 전체 생산량 중 35% 정도인 무라벨 제품을 2026년엔 100%까지 확대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생수 시장에는 400개가 넘는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1998년 출시된 제주 삼다수는 25년간 국내 생수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40% 수준이다.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미국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총 21개국에 제품을 수출 중이다. 백 사장은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수한 원수(原水)를 기반으로 한 품질, 엄격한 지하수 보전 관리, 친환경에 대한 진심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올해도 친환경 패키지를 포함해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 친환경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제주개발공사는 투명 페트병 회수, 경량화 등의 노력으로 지난 3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2570t 감축했고 2020년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9% 줄였다. 백 사장은 “제주 지하수를 잘 보전해 미래 세대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물려줄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수원지 관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영업사원으로 여러 곳을 다니며 일하다 병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현실보다는 환상에 가까운, 어떤 일화는 허무맹랑해 믿기 어려울 정도지만,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아들은 아버지의 위대함과 실패를 동시에 이해한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의 아버지는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이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대니얼 윌리스의 소설 ‘빅 피쉬(Big Fish)’ 줄거리다. 이 소설을 번역한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는 그 싸움을 용감하게 치러내는 영웅들”이라고 했다. 스토리의 힘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에도 적용된다. 프랜시스 프레이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와 앤 모리스 리더십컨소시엄 설립자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근호에 게재된 ‘담대한 변화를 끌어내는 스토리텔링’ 아티클에서 조직에 큰 변화가 필요하거나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프레이 교수는 “보통 조직 개혁의 70%는 실패로 끝나지만 설득력 높은 이야기를 만들면 승산이 높아진다”며 “스토리는 혁신이 왜 필요한지 설명할 뿐 아니라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구체적이고 생생한 언어로 보여 준다”고 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스토리를 만들려면 우선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과거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꾸고 싶은 일들에 너무 집중하면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 버릴 수 있다. 2017년 사내 성추행, 기술 도용 등으로 위기에 처했던 우버의 구원투수로 부임한 다라 코즈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전 직원과의 첫 미팅에서 우버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강조하는 대신 “우버를 시장 강자로 만들었던 그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해 직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리더는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조직을 바꿀 수 있다. 리더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는 본인이 구상하는 조직의 변화를 위한 발판이 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능숙하게 공유할 때 이야기는 현실이 된다. 마틴 리브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BCG 헨더슨 인스티튜트 회장은 “사람들은 늘 스토리에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며 “단순한 사실과 정보는 스토리를 통해 비로소 비즈니스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차원적인 가치를 전달하고 이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쟁 우위의 핵심 원천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영감을 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 미국의 작가 팀 오브라이언은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필수 활동”이라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올해 나 또는 조직을 지탱해 준 것은 무엇인지, 새해 더 나은 변화를 가져올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골드만삭스 글로벌 연구소(The Goldman Sachs Global Institute)’를 열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까지 확산되자 지정학(地政學·geopolitics) 리스크 자문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는 지정학적, 기술적,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기술, 자본시장, 지정학 이 세 가지를 모두 이해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며 본인들의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강조했다. 지정학적 이슈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주목해야 할 10가지 이슈(The World Ahead 2024) 중 상당 부분은 지정학 관련 키워드가 차지했다. 미국 대선,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동 분쟁, 제2의 냉전, 신에너지 지형 등의 키워드가 포함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로 방향을 틀고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틀어져 버렸다”며 내년에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들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험에 특히 취약한 국가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이 본격화하면 중국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한국 경제가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세계 주요 국가에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이뤄지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들은 글로벌 대관 전문 인력을 모아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공급망 경쟁력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윌리 C 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을 묻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의 질문에 “가장 중요한 조언은 참여하라(engage)는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복잡한 현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들을 만나 내용을 설명하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국가의 외교 정책에 기업이 직접 영향을 미치며 적극적으로 국제관계에 대응하는 기업 외교(corporate diplomacy)를 강화하라는 주문도 많다. 정부 정책에 발맞춘 수동적인 대외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정빈 고려대 교수는 “지정학, 국제 정세에 능통한 전문 인력을 확보해 현지 진출국의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적극적이고 선제적일수록 경쟁자와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재러드 코언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며 “골드만에서 나의 역할은 자주 글로벌 리더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격변기는 위기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소통하면서 위기를 헤쳐 나갔으면 한다.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정한 ‘나 자신’으로서 살지 못했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는 호주의 한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브로니 웨어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다섯 가지 중 첫 번째 후회가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사느라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요즘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과거보다 타인의 평가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마이클 저베스 성과심리학자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에서 “‘타인의 의견에 대한 두려움(Fear Of People’s Opinions·FOPO)’은 숨겨진 전염병이며 개인과 집단의 잠재력을 가장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HBR에 신경과학자 레슬리 셜린과 진행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프로, 지역 티칭프로, 아마추어 골퍼를 상대로 대회를 열어 누가 가장 성과 불안이 높은지를 알아봤다. 3단계에 걸친 테스트 결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지역 티칭프로의 결과가 가장 나빴다. PGA 투어프로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대회 결과가 아니라 플레이에 대한 나의 평가”라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아마추어 골퍼는 “프로 선수가 된 것 같아 재밌고 흥미롭다”며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측면에서 테스트를 즐겼다. 반면 지역 티칭프로는 2단계 테스트를 마친 뒤 “바보같이 보였다”며 “나는 프로인데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불안해했고 이는 불안정한 퍼팅으로 이어졌다. 해당 대회는 티칭프로가 일하는 클럽에서 열려서 군중 대부분은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 연구진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자신을 정의하는 성과 기반 정체성을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성과 기반 정체성의 특징은 의존적 자존감,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완벽주의다. 성과 기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객관적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지속적인 외부 검증을 받아야 잘하고 있다고 안심하고, 타인의 칭찬과 의견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연구진은 타인의 의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목적 기반 정체성을 제시했다. 목적은 미래지향적이며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가’, ‘사람들이 내 일을 높이 평가하는가’라고 묻는 대신 ‘나는 내 목적에 충실한가’가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업 경영에서도 성과 기반 조직보다 목적 기반 조직의 성과가 더 좋았다며 리더는 직원에게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니라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통제 가능한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잠재력이라는 것을 알려주라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였던 고(故)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서 그 어떤 경영 수업보다 자신의 인생 목적을 정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직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남의 말과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도 될 것 같다.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초등학교 방학은 부모들에게 자녀 돌봄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시기다. 특히 출근하는 부모들은 오전 시간대에 아이를 맡아 줄 곳이 절실하다. 방학을 앞둔 지난달 중순, 아이의 방학 계획을 짜면서 머리를 싸매던 중 학교에서 보낸 알리미가 울렸다. 방학이 시작된 직후 2주간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동안 학교 원어민 교사가 담당하는 영어교실이 열리며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총 참가비는 5만 원 정도로 사설 학원의 하루 특강비 수준이었다. 알리미를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바로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영국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를 주제로 2주간 진행된 영어교실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만족감을 줬다. 영어교실 이후 남은 방학 기간의 돌봄 공백을 채워주고 있는 것은 방과후 학교 특강과 학교 도서관이다. 학기 중에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시간에 진행되는 방과후 학교가 방학 기간에는 오전으로 시간을 옮겨 진행된다. 개설 강좌들은 인공지능(AI) 창의 융합, 코딩, 보드게임, 체스, 요리, 바둑, 줄넘기, 플루트, 마술, 클래식 기타 등 다양하다. 방과후 학교 수업이 없는 날에는 방학 내내 문을 여는 학교 도서관을 보냈다. 돌봄교실도 학부모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고마운 정책 중 하나다. 돌봄교실은 초등학교 내에 마련된 별도 교실에서 각 시도교육청 또는 학교에서 채용한 돌봄 전담 교사가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간부터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방학 기간에 돌봄교실을 쉬는 곳도 있지만 적지 않은 학교들은 학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방학 기간에도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초등 저학년 자녀를 돌봄교실에 보내고 있는 한 지인은 “돌봄교실은 워킹맘에게 한 줄기 빛”이라고 했다.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결국 학부모는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학원들의 여름방학 특강이나 외부 기관에서 주최하는 각종 캠프에 보내는 것이다. 이런 경우 비용은 공교육 돌봄에 비해 최소 2∼3배는 더 들어간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 돌봄교실 수는 2017년 1만1980실에서 지난해 1만4970실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대기 인원은 9225명에서 1만5106명으로 증가했다. 돌봄교실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교육부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아침돌봄, 틈새돌봄, 일시돌봄 등 돌봄 서비스 유형을 다양화한 ‘늘봄학교’(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개 안팎의 시도 교육청을 선정해 초등학교 약 200곳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늘봄학교는 교육청 중심으로 운영하고 전담 인력도 지원한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양질의 공교육 돌봄 프로그램을 확대 공급하는 것. 돌봄이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보다 더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정책은 없을 것이다. 보다 많은 학생이 내실 있는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늘봄학교 정책이 차질없이 제대로 진행됐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났다. 많은 기업들의 관심은 이제 올해가 아닌 내년도 사업에 쏠려 있다. 주요 기업들은 보통 추석 연휴가 끝나면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데 여름 휴가가 끝날 즈음부터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다. 내년도 경영 환경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대내 환경도 녹록지 않아 2024년 경영 환경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업들이 많지만 경영 전문가들은 불황기에 지출을 줄이면서도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경기 회복기에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항공사의 승객 수송량이 전년 대비 96% 급감했을 때 많은 항공사들은 항공기 주문을 취소하는 등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알래스카항공도 채용 동결, 임원 급여 삭감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다만 한 가지가 달랐다. 항공기 주문을 취소하는 대신 기존 항공기를 최신으로 바꾸고 추가로 주문했다. 미국 주요 항공사 가운데 2020년에 항공기를 대량으로 주문한 곳은 알래스카항공이 유일했다. 당시 사장이자 현 최고경영자(CEO)인 벤 미니쿠치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위기에서 벗어나 일어설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싶었다”며 “비행기 없이는 항공 사업에서 성장할 수 없다”고 했다. 경기 침체기에 공격과 수비를 병행한 이 전략은 올해 초부터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알래스카항공은 2025년까지 매출이 연 4∼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항공사 중 한 곳이 됐다. 란자이 굴라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알래스카항공의 사례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소개하면서 “경기 침체에 직면했을 때 많은 리더와 기업은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반면 알래스카항공 같은 리더와 기업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기회로 파악하고 포착한다”며 “진정한 회복탄력성은 역경을 딛고 회복하거나 그것에 저항하는 것 이상을 포함한다”고 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굴라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경기 침체기에 약 5000개의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전략적 투자를 통해 매출과 이익 성장을 촉진한 기업은 9%에 불과했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과 시설, 전략 투자 등에 50조 원을 투자해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 메타버스 등 미래 영역을 발굴하겠다고 했고, 포스코그룹은 2025년까지 그룹 전체 투자비의 46%를 2차전지 소재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이 줄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러 있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공격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는 노동 개혁, 규제 완화 등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에이미 라이트와 벤 라이트 부부는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막내 비티와 셋째 보가 각각 여섯 살과 열한 살이던 2015년, ‘비티앤드보커피(Bitty&Beau’s Coffee)’를 창업했다. 당시 부부는 미국에서 장애인의 80%가 실직 상태라는 사실을 접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 중이었다. 에이미는 샤워를 하다가 동네에 커피숍을 열어 직원 대부분을 장애가 있는 사람들로 뽑는 방안을 떠올렸다. 3개월 만에 부부는 지적장애나 발달장애가 있는 직원 19명을 채용해 커피숍을 열었다. 이 특별한 커피숍에 지역사회는 매료됐다. 찾는 이들이 너무 많아져 6개월이 채 안 돼 원래 매장보다 10배나 큰 곳으로 옮겼다. 7년이 지난 현재 비티앤드보커피는 미국 내 11개 주와 워싱턴DC의 17개 매장에서 장애인 400여 명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부는 창업 스토리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6월호에 소개하면서 “다른 직원들은 장애를 가진 동료의 끈기와 투지, 용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며 “기업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일을 통해 의미를 찾고, 가치를 만들고, 속해 있는 공동체와 관계를 맺도록 도울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 서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기업에서 ‘언더도그(underdog·성공 가능성이 낮은 약자)’들은 화려한 인맥, 학력 등을 가진 ‘톱도그(topdog·경쟁에서 승리한 자)’처럼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이는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미르 누르모하메드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조직에서 못 미덥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그 평가가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경우 더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언더도그의 저력을 간파한 일부 기업은 기업 채용이나 투자에 언더도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회사 울트라노츠 직원의 75%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이들이다. 울트라노츠의 라제시 아난단 최고경영자(CEO)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계속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며 패턴 인식, 기억력, 수학적 능력 등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이들의 강점에 집중했다. 울트라노츠는 포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서비스 수주 실적에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을 능가했다. 2013년 설립된 벤처캐피털 회사인 백스테이지캐피털은 유색인종 등 사회적 소수자가 만든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아이비리그를 나온 백인 남성이 창업한 회사에 비해 관심을 덜 받고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언더도그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에 더 호감을 느낀다. 세상 사람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갖추고 시작한 톱도그의 약간은 뻔한 성공 이야기보다는 힘들게 출발해 역경을 이겨내면서 하나씩 성취해가는 언더도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끌린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언더도그에 관심을 갖고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유럽연합(EU)은 올해 4월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EU로 수출되는 6개 품목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이른바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정했다. 올해 10월 1일부터 2025년 12월 말까지는 준비 기간으로 세금을 부과하지는 않지만 EU로 해당 제품군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보고해야 한다. 준비 기간이 끝난 2026년부터는 EU가 정한 기준을 넘어서는 탄소 배출량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곳은 EU만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탄소 배출량뿐 아니라 기업이 직면한 기후변화 리스크 관련 정보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와 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 기준을 정하고 2025년부터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주도로 개발 중인 국제회계기준(IFRS) 기반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SG 공시와 관련된 첫 글로벌 표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종안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산정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 기업들의 탄소 배출 관리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환경을 신경 쓰지 않는 기업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거세지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시를 위한 데이터 확보 체계를 마련하고, 환경 관련 기술에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지난달 유럽의회는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탄소를 줄이는 대신 구매한 탄소 감축권을 활용해 감축했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제품을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활동을 금지했다. 백광열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 겸임교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서 “앞으로 유럽에서 감축권을 활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기업은 고품질의 탄소 감축 기술인 탄소 제거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올해 환경 분야 현안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친환경 기술개발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61.6%는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ESG 경영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서라도 탄소 배출 관리를 비롯한 ESG 활동을 다시 점검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으로만 여기기보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혁신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수수료와 세금이 없으면서 연 2%의 이자를 보장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100만 원을 입금한 후 찾지 않고 5년 동안 넣어 둔다면(이자는 매년 지급) 5년 후에 해당 계좌에는 얼마의 돈이 있는가? ①110만 원 초과 ②110만 원 ③110만 원 미만 ④주어진 정보로는 말할 수 없음 위의 문제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2년마다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문항 중 하나다. 복리 개념을 묻는 질문인데 정답은 ①이다. 복리는 투자자산에 대한 이자를 계산할 때 원금과 이전에 발생한 이자를 합산해 다음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복리 투자를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재테크를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가장 정답률이 낮았던 문항이 복리 계산 문제였다. 10명 중 4명만 답을 맞혔다. 조사 대상 전체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6.5점(100점 만점)으로 2년 전 조사 65.1점보다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점수였다. 한국인들의 경제·금융 이해력이 낮은 편이라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8년 발표한 ‘세계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한국은 142개국 가운데 77위로 금융문맹률이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실시한 ‘전 국민 경제이해력’ 평균 점수는 56.3점이었다. 경제·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개인은 재무계획에 취약하고 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투자보다는 지인 추천 등에 의존해 잘못된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 투자자들의 실패는 과잉부채, 신용불량, 빈곤율 증가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주요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경제·금융 교육을 확대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교육협의회(CEE)에서 ‘금융문해력 국가표준’을 만들어 소득, 소비, 저축, 신용 등 세부 영역별로 유치원부터 고교생까지 학년별로 도달해야 할 성취 기준을 제시하고 관련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도 금융위기 이후 경제·금융 교육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수업 시수나 내용 등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학교 교육이 대학입시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경제·금융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국회에는 금융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교육진흥법 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학교에서부터 금융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해 향후 성인이 된 후 경제활동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경제·금융 지식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습득된 지식은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관련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미래 세대가 잘못된 투자로 고통받지 않도록 학교에서의 경제·금융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챗GPT를 대표 주자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올해 들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개인정보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규제에 나선 국가가 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아예 챗GPT 접속을 잠정 차단하고 조사 중이며 영국, 캐나다, 프랑스에 이어 미국은 규제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이른바 스마트폰 혁명 이후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판을 뒤흔드는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챗GPT는 워낙 파급력이 커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도 많다.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1억 명 이상, 국내에서도 220만 명 이상이 경험해 본 최신 기술 개발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챗GPT를 업무에서 활용해본 사람들은 챗GPT의 능력에 놀라며 이 새로운 도구를 잘 활용하고 싶어한다. 이선 몰릭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학)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AI의 전환점, 챗GPT가 온다’ 아티클에서 “챗GPT는 더 깊이 탐구하면 훨씬 많은 잠재력이 드러난다”며 “챗GPT는 마케팅 카피 작성 등 창의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한 작업에 적용하면 응용의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했다.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챗GPT는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전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업무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코드를 한 번도 짜 보지 않은 사람도 챗GPT를 통해 실행 가능한 코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손진호 알고리즘랩스 대표는 “챗GPT를 활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 혁신이 가능해진다”며 “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개인과 기업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챗GPT는 질문에 포함된 단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을 생성해 낼 뿐이기에 종종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챗GPT를 활용한 작업의 마지막에는 결과물에 대한 인간의 검증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데이터 입력과 수집 과정에서 개인정보나 기밀 정보 등이 유입돼 오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AI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정부 차원에서 꼭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챗GPT와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라는 책을 최근 펴낸 김대식 KAIST 교수는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새로운 기술을 더 먼저 받아들이고, 이런 기계와 함께 살아야 할 학생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책을 발간한 배경을 설명했다. “저를 비롯한 기계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인간이 기계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챗GPT가 책의 에필로그에서 전해준 글의 일부다. AI를 향한 과도한 두려움 또는 기대감보다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스마트한 도구로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현장의 아이디어가 없으면 변화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직원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합니다.” 얼마 전 열린 동아비즈니스리뷰(DBR) 비용 절감 세미나에서 ‘성공적인 비용 절감 실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안장현 딜로이트안진 상무가 한 답이다. 지속 가능한 비용 절감을 하려면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점검, 검토, 개선해 효율적인 비용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실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 상무는 “비용을 줄이려면 조직이 변해야 하는데 변화는 고통스럽다”며 “현장과 소통하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커져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업 경영에서 현장의 중요성은 비용 절감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경영 활동에 해당된다. 특히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과거 경험이나 지식 등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3∼4월호에서 현장과 긴밀히 소통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CEO들을 소개했다. 쓰러져 가던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8년 만에 회생시킨 위베르 졸리 전 CEO는 직원들을 ‘창의적 엔진’이라고 부른다. 기업에 시급한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자신이 모든 답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현장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에게서 모든 답을 찾았다”고 했다.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도 현장을 잘 챙기는 리더로 유명하다. 18세부터 현장실습생을 시작으로 제조 엔지니어, 공장 검사원, 설계 엔지니어 등을 거쳐 관리직까지 40년 넘게 GM에서 일했던 그는 CEO 취임 이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거리낌 없이 안전 문제 말하기(Speak Up For Safety)’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에는 공장 직원들과 수시로 만나 문제점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CEO들은 평균적으로 팀과 보내는 시간이 6%, 고객과 보내는 시간은 3%에 불과하고 무려 72%의 시간을 회의에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CEO는 거품막 속에서 따로 떨어져 사업을 운영하고 직원들이 처해 있는 진짜 세계를 전혀 보지 못하는 위험에 빠져 있다”며 “직원 및 고객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회사와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는 데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의 새 CEO로 20일(현지 시간) 취임한 랙스먼 내러시먼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4시간씩 매장에서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40시간의 바리스타 교육을 마친 그는 다른 임원들에게도 매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국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늘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를 갖고 현장을 찾는 CEO들을 응원한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한국과 영국의 과학두뇌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만큼 이번 콘퍼런스에서 도출된 새로운 협력이 과학적 진보를 넘어 양국의 사회경제적 성장을 견인하길 바랍니다.”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21∼23일 열린 ‘제6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한국과 영국 과학자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IBS와 영국왕립학회는 2013년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연구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14년부터 한국과 영국에서 번갈아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해 왔다. IBS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국왕립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올해 콘퍼런스는 국가적 어젠다인 양자 물질과 감염병을 주제로 열렸다. 해당 분야의 석학을 포함한 한국과 영국의 과학자 40여 명은 이 자리에서 양자컴퓨터, 백신 개발 등에 관한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주제토론 시간을 가졌다. 영국왕립학회는 1660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80명이 넘는 학회 회원이 노벨상을 받는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기관으로 손꼽힌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양자 연구 분야의 석학인 피터 나이트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 명예교수가 참석해 영국 정부의 ‘국가 양자 기술 프로그램’의 배경과 방향을 발표했다. 영국은 2014년 10억 파운드(약 1조5800억 원)를 투입해 국가 양자 기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해서는 양자 기술이 중요하다고 보고 선도적인 양자 기술 국가가 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담은 정책이다. 나이트 교수는 “영국의 국가 양자 기술 프로그램은 글로벌 산업계의 추가 투자를 유치해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다”며 “지난 9년간 개발된 양자 네트워크와 컴퓨팅 관련 플랫폼들이 미래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은 2024년부터 10년간 새로운 양자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 25억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 양자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을 영국에 적극 유치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감염병 세션에서는 카롤린 베그바리 영국 ICL 박사가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임상시험 시뮬레이션(CTS)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임상 결과를 예측하면서 불필요한 실험을 최소화함으로써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는 그동안 생명과학, 재료과학, 신경과학, 의생명과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을 주제로 열렸다. 나이트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과학 국가 중 하나로 영국왕립학회와 한국의 관계는 긴밀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콘퍼런스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했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는 양국의 정상급 리더 과학자는 물론이고 젊은 과학자의 참여와 역할도 확대하면서 양국 간 긴밀한 학술 교류와 공동 연구를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이는 2015년 도시락 전문 업체 스노우폭스 매장에 걸려 화제를 모았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안내문을 걸게 한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무례한 고객에 대한 응대는 직원들 입장에서 가장 난처한 상황인데 회사가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졌다”며 “고객들도 점원을 더욱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일터에서 경험하는 무례함은 팬데믹 이후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례함의 비용’이라는 책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크리스틴 포래스 조지타운대 교수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아티클에 따르면 전 세계의 다양한 업계 종사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일터에서 무례함을 경험했고, 78%는 고객의 무례한 행동이 5년 전보다 늘었다고 답했다. 포래스 교수는 무례함이 사회 곳곳에서 확산된 이유 중 스트레스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동료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응답자의 73%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직장 환경,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서 감정 조절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격근무 확대로 인해 느슨해진 직장 내 유대관계, 소셜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나빠진 정신건강 등도 무례함을 확산시키는 요인들이다. 무분별하게 퍼지는 무례함을 그냥 참으라고 하기엔 무례함의 비용이 너무 크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무례함은 직접 당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고객이 직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을 목격한 고객은 해당 회사의 가치관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의향이 35%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을 잡기 위해서라도 회사는 무례한 이들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무례함은 생산성을 크게 감소시킨다. 무례한 말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해내는 능력이 저하되고 공격적인 생각이 늘어난다. 상사가 무례한 태도를 보이면 부하 직원들이 지식이나 정보 은폐로 보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직 내에서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은폐된다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조직이 성장할 수도 없다. “정중함이란 규격화된 예절 항목들을 하나씩 체크하는 의전이 아니라 매 순간 넓은 마음으로 타인을 포용하고 내 것을 내어주는 태도를 말합니다. 우리는 예의 바른 환경에 있을 때 좀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유익한 사람,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됩니다.” 포래스 교수는 무례함은 전염성이 있지만 다행히 정중함이 전파되는 힘도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친절, 배려, 존중의 가치가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 곳곳에서 정중함을 전파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2021년 뉴질랜드 팀은 유명한 요트 대회인 ‘아메리카 컵’을 준비하면서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알파고에게 바둑을 가르쳤던 것처럼 AI에게 항해를 가르쳤다. AI는 인간들과 달리 잠을 자거나 밥을 먹지도 않고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무섭게 학습하더니 8주 만에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이겼다. 이때부터 AI가 스승이 되어 선수들에게 효율적인 항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AI 도입 전에는 새로 설계된 요트를 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데 몇 주가 걸렸지만 AI 덕분에 이 시간이 대폭 단축된 것이다. 그해 뉴질랜드 팀은 7개 대회 중 3개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아제이 아그라왈 창조적 파괴 랩 설립자는 이 일화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소개하면서 “AI로 인한 차이는 기계가 더 많은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달려 있다”며 “AI는 그 자체로 통찰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정보를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화형 AI 서비스 프로그램인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기업들의 전략적 AI 도입을 독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HBR은 최신호(1∼2월)에 게재된 ‘AI 도입, 언제까지 고민만 할 텐가…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때가 왔다’라는 아티클에서 기업들의 AI 도입은 미래 거의 모든 사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머스 H 대븐포트 뱁슨대 교수 등은 이 아티클에서 미국의 빅테크를 제외하고는 AI를 본격적으로 다루거나 사업의 핵심에 두고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AI의 잠재력을 의심하면서 단순히 실험해보는 정도에 그쳐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민간기업과 정부기관 중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해 성공을 거둔 30곳을 분석해 벤치마킹할 만한 요인을 도출했다. 이들은 기업이 AI를 통해 큰 가치를 얻고자 한다면 우선 사람과 AI가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모든 핵심 부서에 AI를 배치해 새로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리더들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AI가 우리 회사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M이 지난해 전 세계 기업의 AI 도입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2022 AI 도입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자사 비즈니스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답한 국내 기업은 22%로 전 세계 평균(34%)보다 낮았다. 국내 기업 응답자의 46%만이 ‘AI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산업 강국이다. 여기에 AI 활용 능력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현 시대에 데이터는 원유(oil)나 다름없는 가치를 갖고 있고, 이러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최상의 도구가 AI이다. 여러 이유로 AI 도입을 주저했다면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지난해 학교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 수가 두 배로 늘었고 창업을 대하는 태도도 훨씬 진지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경희대 링크 3.0 사업단에서 창업활성화센터장을 맡고 있는 엄주명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가의 창업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엄 교수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며 “교내 창업대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외부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기술과 아이디어 측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팀도 제법 많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경희대 창업인의 밤 행사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는 경희대 출신 창업인 50여 명이 참석해 회사를 소개하고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경희대 졸업생 창업인 20명은 재학 중 창업에 뛰어든 후배들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고 노하우도 공유했다. 인적 자원이 방대한 경희대는 최근 창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빅뎃과 한국딥러닝은 각각 2018년과 2019년 창업한 기업으로 올빅뎃의 이동재 대표, 곽지우 이사와 한국딥러닝의 김지현 대표는 모두 경희대 재학 중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교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KHU Valley Program’에 참가해 비즈니스 모델, 수익구조 분석 등 창업에 필요한 조언과 자료 등을 지원받았다. 이 두 기업은 인공지능과 전통 예술을 결합해 한국 전통 수묵화 데이터세트를 구축하는 정부 사업에 최근 선정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거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시프트미러의 이재진 대표와 음식물 처리 체계 구축 솔루션을 만든 다알시스의 최윤호 대표도 경희대 출신으로 교내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됐다.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사업이 정부의 산학협력 사업인 링크 사업이다. 경희대는 2017년 교육부의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링크 플러스) 육성사업에 선정돼 5년간 이를 잘 수행한 데 이어 지난해 링크 3.0 사업에 다시 선정됐다. 허균영 경희대 링크3.0사업단 부단장은 “경희대는 링크 플러스 사업에 뛰어들 때 가급적 다수의 학사 단위를 참여시켜 대학 전반에 산학협력 문화가 동시에 자리 잡도록 했다”며 “보통 산학협력 하면 공학 계열을 생각하지만 경희대에서는 문과 계열이나 예술 계열 학사 단위에서도 학과 특성을 살린 돋보이는 산학협력 결과가 다수 창출되었다”고 했다. 경희대는 2028년까지 6년간 진행될 링크 3.0 사업을 통해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앞세운 경희대만의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부단장은 “링크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좋은 프로그램을 잘 홍보해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며 “올해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지는 데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에 그 마음가짐과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새해를 맞을 때마다 일 년 동안 무슨 공부를 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했다.” 이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산처럼 공부를 목표로 세운 이들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라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낯선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 알고 있는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을 지내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존 헤네시는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Lessons from My Journey)’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주요 투자를 둘러싼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서 반드시 필요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며 “나는 지금까지도 책에 욕심이 많은데 배움은 삶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는 젊음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1920년생으로 올해 103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공부를 제일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신체가 늙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늙는 건 자기 책임인 것 같아요. 뭐든지 배워야 해요. 공부가 따로 있나요? 독서하는 거고 취미 활동 하는 거죠”라고 했다. 매일 반복되는,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상이 불만족스럽다면 일상 속에서 경외감을 느끼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 보는 것을 새해 계획으로 세워도 좋을 것 같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대커 켈트너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Awe(경외감)’에서 ‘내가 세계에 대해 현재 이해하는 바를 초월하는 거대한 무언가의 존재 속에 있는 느낌’이라고 정의했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그랜드캐니언, 오로라 등의 장엄한 자연 앞에서 경외감을 느끼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경외감을 느끼면 더 차분하고 친절해지고, 창의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번 해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시니어 에디터는 HBR 신년호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를 일상 속 경외감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상 속에서 경외감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면 일상의 따분함을 피할 수 있다”며 “이는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가 묘사한 ‘작은 방의 무한한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완서 작가(1931∼2011)는 설악산에서 마주친 단풍과 석양을 보면서 느낀 순간의 감동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남겼다. “예사로운 아름다움도 살날보다 산 날이 많은 어느 시기와 만나면 깜짝 놀랄 빼어남으로 빛날 수 있다는 신기한 발견을 올해의 행운으로 꼽으며 1982년이여 안녕.” 배움의 즐거움과 일상 속 경외감을 통해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보다 풍요로워질 2023년 계묘년을 기대한다.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매년 연말 치열한 토론을 거쳐 올해의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긍정적인 케이스들도 있지만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악영향을 준 아쉬운 케이스들도 다룬다. 올해는 평판과 리스크 관리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일부 기업들이 케이스에 포함됐다.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진 SPC, 플랫폼 독점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카카오 먹통 사태, 7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진 우리은행 등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평판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SPC는 이번 사망 사고 전에도 여러 번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끼친 사건들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가맹점을 압박하고 원재료 시장을 봉쇄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SPC는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받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명성을 쌓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올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던 카카오는 이 사건으로 ‘돈만 밝히는’ 이미지로 전락했다. 모바일 전환 생태계의 최대 수혜자로 지난 10년간 고속 성장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기본인 서비스 안정화에 실패하면서 고객들을 실망시켰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3 세계 대전망’에서 “지정학과 경제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던 시기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며 “오늘날 세계는 강대국 경쟁과 팬데믹의 여진, 경제 대변동, 기상 이변,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동요하고 있어 훨씬 더 불안정하다”고 분석하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인 시대’라고 정의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기업에 수반되는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이 실시간으로 주주와 투자자는 물론이고 고객과 대중에게도 빠르게 전파된다. 새로운 혁신 기술이나 제품 개발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넷포지티브’의 저자인 앤드루 윈스턴 작가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양극화와 같은 사회 문제에 분노하며 이를 해결해 주는 기업이나 인물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오너뿐만 아니라 실무를 맡고 있는 중간관리자 모두가 자신이 영위하는 비즈니스 활동이 세상에 줄 수 있는 효과와 충격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비단 젊은 세대 소비자들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소비자들은 환경, 인권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에 관심이 많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더러운 기술(dirty tech)’로 만들어졌거나 비윤리적인 기업에서 만든 제품은 피하고 싶어 한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가치에 관심을 두고 노력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도 고객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개인적인 커리어와 회사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아이디어가 무엇인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올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글로벌 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8명에게 물어본 질문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미래에서 현재로 역행하며 비전을 세운 것을 꼽았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 뒤 미래를 생각한 다음 이 ‘영화’를 거꾸로 감아 보면서 현 시점에서의 좁은 사고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모더나 창업자 겸 CEO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역행적 사고를 경영에 적극 활용했다.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모더나는 기댈 만한 성과나 실적이 없었고, 그는 10년 뒤 회사 모습을 야심 찬 비전을 갖고 그렸다. 전임상연구용 로보틱스 개발, 메신저RNA 생산 기술의 상용화가 이때의 비전이었고 모더나는 이를 실현시켰다. 그는 “시간을 역행하는 방법은 모든 기업에 유용한 경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사고의 제약을 무너뜨려 시장을 바꾸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니시 샤 CEO는 이 질문에 1945년 11월 마힌드라가 창립 한 달을 맞이했을 때 인도에서 가장 큰 영어 일간지 타임오브인디아에 실은 광고를 떠올렸다. 이 광고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마힌드라 운영의 근본 원칙이 실려 있었다. ‘가장 큰 이익을 볼 사람들, 즉 대중의 협력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 ‘피부색도, 교리도, 카스트도 일터의 화합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다. 그는 “1945년 이후 지금까지 마힌드라는 광고에서 밝혔던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촉발해 모두가 비상(飛上)할 수 있게 하라’는 지금의 모토에 이르렀다”며 “이 모토 때문에 내가 마힌드라에 합류했고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로즈 브루어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 CEO는 경청하기를 들었다. 그는 과거 리테일 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면서 항상 일선 지점을 방문해 고객과 부하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어떤 문제가 생겨 해결책을 찾았을 때도 꼭 해당 지점 매니저를 만나 그 해결책을 보여주며 “이 해결책이 맞는 것 같나요? 괜찮으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찢어버리셔도 좋은데 어떤지 말해 주세요. 꼭 듣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학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HBR에 기고한 글을 보면 리더십은 대화”라며 “경청하기는 리더의 가장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나와 회사의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다양한 답이 나온 가운데 HBR는 이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갈수록 역동적으로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와 비전의 중요성이었다. 어느덧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계획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잃어버렸던 일상들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전쟁으로 인한 불안, 극단적인 기후 변화 등으로 내년은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미래의 나 또는 조직의 모습을 그려 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