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세계불교학회 제19차 학술대회가 15∼19일 서울대에서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불교 학술대회로 꼽히는 행사로, 한국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36개국에서 학자 350여 명이 참여해 최신 불교학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불교와 이웃 종교의 관계, 불교와 의례, 히말라야 불교, 초기 불교, 동아시아 불교, 불교 젠더학, 티베트 불교, 계율 연구 등 22개 분야에 걸쳐 연구 결과 495편이 발표된다. 서구 대학 교양수업에서 가장 많이 쓰는 불교학 교재의 저자인 루퍼트 게틴 영국 브리스틀대 교수, 불교 석학인 얀 베스터호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본각사상’이라는 저술로 알려진 재클린 스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티베트 불교 권위자인 존 파워스 호주 디킨대 교수, 화엄학 전문가인 허머르 임레 헝가리 에외트뵈스로란드대 교수 등이 참석한다. 학술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20∼22일 해인사와 통도사 등을 참배하며 한국 불교 전통을 체험하는 시간도 갖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일 찾은 경기 안양시 ‘열린교회’는 담장이 따로 없었다.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와 예배당 의 샛길은 통행로로 이용될 정도다. 가발공장이었던 건물 곳곳에는 낮은 천장과 기둥 등 그 흔적이 그대로 있다. 김남준 열린교회 담임목사(67)는 40만 부 이상 판매된 ‘게으름’을 비롯해 신앙 서적과 에세이 등 80여 권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교계에서 신망이 두터운 목회자다. 우체국장을 하다 야학으로 뒤늦게 목회를 공부했다. 신학대에서 학자로 인정받던 1993년 7명의 신자와 교회를 개척했다. 최근 ‘다시, 게으름’을 출간한 그를 만났다. ―왜 ‘다시, 게으름’인가. “2003년 ‘게으름’을 출간한 후 거의 20년이 흘렀다. 그 사이 변화한 세상 이야기를 논리보다는 감성으로, 긴 문장보다 짧은 호흡으로 다루고 싶었다.” ―책을 시처럼 썼다. “산문시를 시도했는데 잘 맞더라.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게으름이 그리 큰 문제인가. “게으름은 열의가 없어 어떤 일을 잘 못한다는 것뿐 아니라, 올바른 열정이 식었다는 의미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자서전엔 ‘아침에 일어나 가게 문을 열 때마다 설렜다’는 표현이 있다. 가슴이 뛴다는 게 없다면 살아 있지 않는 게 아닐까?” ―책에서 ‘내 무덤의 비석’을 다룬 부분이 의미심장했다. “‘사람으로 태어나 그냥 있다가 죽었다. 어이쿠! 내 무덤의 비석이구나’, 이런 구절이 있는데 스스로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특정 직업인으로 사는 건 삶의 양식이지 본질은 아니다. 중요한 건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싶은 목표의식을 주는 것이다.” ―‘오늘 하루만 나의 날이다, 내일은 덤이다’라고 했다. 불교에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현재라는 영어 단어 ‘프레젠트(present)’에는 선물이라는 의미도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나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선물인 것이다. 이를 믿는 이들은 자신을 위해서도 게으를 수가 없다. 우스운 비유 하나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부지런하게 살지 말아야 하는 진리를 깨달았다면, 그 사람은 그 진리를 ‘부지런하게’ 전파했을 것이다.” ―성공한 신학대 교수에서 다시 현장 목회자로 나섰다. “교회 개척 전까지의 삶은 안락했다(웃음). 그런데 늘 한 구석이 허전했다. 꼭, 사단장으로 전방에 가고 싶은 군인이 후방 사령부에서 행정 책임을 맡은 것처럼….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기도하는데, 교회 개척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일부 교회의 세습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아들이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3년 전 책 출간 때문에 교계 언론인들이 모였는데 세습 문제에 대한 질문에 그 자리에서 세습 안 한다고 선언해 버렸다. 지금 신자가 5000여 명인데 그분들 모두 찬성해도 ‘나는 싫다’고 했다. 교회를 물려받는 것은 사회적 형평성이나 선교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 아들에게서 스스로 사람 모으고 교회를 세워가는 즐거움을 뺏을 수는 없다.”안양=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소리도 미는 것과 당기는 것이 다르다. 당기는 소리는 슥삭슥삭에서 ‘삭’을 담당한다. ‘스와아악’이 더 정확한 묘사이겠지만.” 톱질의 소리를 묘사한 내용의 일부다. 평소 가까운 물건의 생애와 쓸모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저자는 반려공구라는 새로운 단어를 던졌다. 반려동물처럼 삶의 동반자가 되는 공구라는 의미다. ‘반려물건’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가 이전 그의 저작이다. 손수 만들기에 관심이 높아진 시대다. 새로운 공구를 장만하고 자기 눈에 만만해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나서지만 대부분 실패를 경험한다. 작품은커녕 그럭저럭 쓸 만한 것도 아닌, 조잡한 ‘괴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망치, 펜치, 드라이버, 톱, 전동드릴 등 21가지 공구를 소개한다. 익숙한 공구부터 드릴비트와 앵커, 태커, 샌딩기처럼 다소 낯선 것까지 다양하다. 구체적 사용설명서를 소개하는 건 아니고, 공구에 얽힌 사연과 삶에 대한 성찰을 풀어냈다. 여러 공구를 사용하면서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경험과 여러 비유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인생은 톱질과도 닮았다. 많은 것들을 주저하며 살아온 내 지난 삶의 궤적은 아마도 삐뚤빼뚤할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도 망설이지 않고 공구를 집어 들면,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 마포구 절두산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내년 7월 22일까지 ‘상본(像本)’을 소재로 한 특별기획전시 ‘지향’이 열린다. 상본은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 성인들의 모습이 담긴 카드 형태의 화상(畵像)이다. 한국 가톨릭교회 초기 신자들은 박해 시기에 신앙심을 잃지 않기 위해 상본을 지니고 다녔다. 전시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상본’에서는 도상 중심의 상본을 전시해 도상으로서의 상본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성령칠은’에서는 첫 영성체와 세례, 견진성사 등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았던 순간에 나눈 상본들을 전시했다. 마지막으로 김수환 추기경의 사제수품 상본(사진) 등 서울대교구 사제들의 서품 기념 상본 60여 장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올해 5월부터 절두산순교성지와 서소문순교성지 순례자, 서울대교구 신부들을 대상으로 상본 기증 운동을 펼쳤다. 총 3500여 장의 상본이 수집됐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1500여 장이 공개된다.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충남 홍성군 오서산 기슭에 작은 선원(禪院)이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이곳은 최근 개원했지만 아직 주변이 정비되지 않아 선원이라기보다는 시골 농가에 가깝다. 선원의 이름은 ‘오로지’, 선원장 스님의 법명(法名)은 ‘도무지(道無知)’다. ―주변을 보니 할 일이 많을 듯하다. “큰 절 일을 하면 곧 주지 자리 나는데 왜 사서 고생이냐는 말도 있지만 그러기는 싫더라. 자유롭지 않고, 절이 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먼 길을 돌아가는 것 아닌가. “절은 부처님 말씀을 가르치는 학교인데 자꾸 돈 얘기하면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다.” ―절이 학교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절은 학교, 스님은 교사, 신도는 학생의 관계다. 스님과 신도가 없는 사찰은 교사와 학생이 끊긴 폐교와 마찬가지다. 절만 유지되면 그게 ‘관광불교’ 아닌가?” ―선원 이름과 스님 법명에는 어떤 사연이 있나. “선원은 오로지 부처님 법대로 수행정진하며 부처님 뜻대로 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법명은 사연이 좀 있는데….” 짧지 않은 사연이 이어졌다. 충남 태안이 고향인 그는 고교 때까지 절에 가보지도 않았지만 대학 동아리에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 시절 꿈속에서 도무지라는 법명을 받았다. ―도무지(道無知), 어떤 의미가 있나. “참선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무(無)라고 말한 뜻을 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법명은 은사가 정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사연을 말씀 드렸더니 허락하셨다. 그 대신 두 가지 말씀을 따르라고 하시더라.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10년 동안 운전하지 말고 강원에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법당에 뼈가 앙상한 부처 고행상을 모셨다. “이 시대는 질병과 재난, 전쟁으로 수행과 참선이 필요한 시기다. 복을 바라는 기복불교가 아니라 수행 중심의 불교가 필요하다.” ―부처님 학교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나. “쉽고 친절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 스님들은 교사로 법문 위주로 살고, 의식과 관련된 것은 신도들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선원의 경우 내가 자리를 비우면 신도들끼리 법회도 진행한다. 금강경에 맞춘 한글 의식집도 출간했다.” ―신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우리 불교에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질문이 실종됐다. 그래서 신도들에게 ‘절에 갈 때 공양물만 챙기지 않고, 질문 보따리도 챙겨 가라’고 한다. 스님들을 자꾸 귀찮게 해야 한다. 그래야 스님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발전한다.”홍성=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선거가 9월 1일 치러진다. 현 총무원장 임기 만료일은 9월 27일이다. 후보자 등록 기간은 8월 9∼11일이다. 총무원장 후보는 승랍(僧臘·출가 햇수) 30년, 연령 50세 이상의 비구로 중앙종회의장 호계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을 역임했거나, 교구본사 주지 4년 이상 재직, 중앙종무기관 부실장급 3년 이상 재직, 중앙종회의원 6년 이상 재직 등 요건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후보 등록 이후부터 8월 31일까지다. 단독 후보일 경우 무투표 당선을 확정짓는다. 총무원장 후보를 선출할 선거인단은 총 321명이다. 직할교구를 비롯해 24개 교구 본사가 교구 종회를 열고 교구 본사 주지를 포함한 10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교구별 선거인단 선출 기간은 8월 17∼21일이다. 선거인단 321명은 교구 선거인단 240명과 중앙종회의원 81명으로 구성된다. 선거인단 자격심사는 8월 26일 실시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올해 5월 4일 인천항에 정박해 있던 다이아몬드글로브호에선 선원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2년 6개월 만의 선상 미사였다. 미사 후 생일 축하 파티와 안전 운항을 기원하며 상갑판과 엔진룸에 대한 축복 의식도 이어졌다.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낯선 해양사목의 한 사례다. 해양사목은 스텔라 마리스(바다의 별)로 불린다. 인천교구 이주·해양사목부를 맡고 있는 김현우 신부(41)를 21일 만났다. ―선상 미사는 어땠나. “코로나19뿐 아니라 안전 문제, 선원들의 다양한 국적 등 여러 이유로 선상 미사가 열리는 게 쉽지 않다. 대면도 어려운 여건에서 미사까지 이뤄져 너무 기뻤다. 수첩을 뜯어낸 종이에 이름과 사연을 적어 기도를 부탁하며 울먹거리는 선원들도 있었다.” ―해양사목은 아직 생소하다. “라틴어로 스텔라는 별, 마리스는 바다와 성모마리아라는 의미다. 1922년 비오 11세 교황님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바다에 있는 선원들을 위한 사목 목적으로 설립을 지시했다. 스텔라 마리스는 교황청 직속 부서로 세계 53개국 330개 도시에서 활동 중이다. 국내에서는 인천(1988년 설립)과 부산교구(1978년)에 스텔라 마리스가 있는데 각각 서해안과 동해안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서해안 항만과 도서 지역에서 일하는 선원과 어선원을 대상으로 사목한다. 세관과 협력해 인천항에 정박하는 선박에 승선해 상담하고, 고해성사와 미사를 집전하기도 한다. 본당은 신자들이 찾아오지만 여기는 우리가 배를 찾아다닌다.” ―요즘 어떤 어려움이 있나.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박 중인 배의 외국 선원들이 뭍으로 내려오는 것이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일단 승선하면 2, 3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배에만 머무르는 상황도 있어 선원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우려된다.” ―이주 사목 분야는 어떤가. “무료 진료가 핵심 과제다. 이주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의료 비용이다. 예를 들어 유학생 비자로 공부하다가 생계에 어려움이 있어 일을 하러 나가면 미등록 외국인이 된다. 이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간단한 수술에도 수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이름이 ‘김신부의 레인보우’다. “무지개는 희망과 긍정을 상징한다. 망망대해의 외로움과 미지의 위험에 노출된 선원, 집을 떠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과 함께하는 일과 의미가 잘 연결된다.”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만해 한용운(1879∼1944)의 뜻을 잇는 인물과 단체를 조명한 ‘만해 한용운의 기억과 계승’(인북스)이 최근 출간됐다. 책은 1부 ‘만해의 동지들’, 2부 ‘만해의 제자들’, 제3부 ‘만해사상의 계승단체’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수덕사 주지를 지내며 한국 선(禪)불교를 이끈 만공 스님, 해인사 주지를 맡아 불교 대중화와 항일 불교운동을 이끈 비밀결사 만당(卍黨) 당원으로 활동한 이고경 등을 다뤘다. 2부는 경봉 스님을 비롯해 통도사 해인사 범어사 등에서 만해의 가르침을 접했거나 ‘중앙불전’ 학생으로 영향을 받은 인물들을 소개한다. 3부는 만해를 추모하고 그의 사상을 알리기 위해 결성한 단체와 그 활동을 정리했다. 저자인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근·현대 한국불교사를 연구했다. 저서로는 ‘한용운 평전’ ‘우리가 만난 한용운’ ‘한용운 연구’ 등이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불의의 사건으로 서거하신 아베 신조 총리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 분들, 그리고 중요한 지도자를 잃어버린 일본 국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한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곽정환(86) 전 세계회장은 19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교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위 지도자로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베 총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1958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옛 통일교)에 입교한 그는 천주평화연합 초대 의장을 비롯해 세계일보 초대 사장, 프로축구팀 성남 일화 구단주와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작고한 문선명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씨가 그의 사위다. 통일교는 문 총재 사후 현진 씨 그룹, 총기무장을 한 채 합동결혼식을 개최해 논란을 빚었던 ‘생추어리처치’를 이끌고 있는 7남 형진 씨와 4남 국진 씨 등의 갈등 끝에 현재 문총재 부인 한학자 총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곽 전 세계회장의 기자회견은 그가 과거 통일교 최고위급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아베 전 총리 피살에 대해 사죄한 것을 빼면 인사말과 답변의 대부분을 3남 문현진 전 세계회장의 후계자로서의 정통성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1998년 문선명 총재가 자신의 권위와 사명을 계승하고 통일운동을 발전시킬 인물로 3남 문현진 회장을 선택하고 ‘제4차 아담’으로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문 총재는 인류구원과 평화세계 건설의 역할을 담당할 이른바 ‘아담형 인물’ 4명을 공인했다. 인간 조상 아담이 1차 아담, 예수가 2차 아담, 문 총재가 3차 아담, 문현진 회장이 4차 아담이라는 것이다. 곽 전 세계회장은 “문 총재와 문 회장의 새로운 개혁에 반기를 든 세력이 문 총재의 부인 한학자 여사와 문국진, 문형진 등 다른 자녀들까지 끌어들여 문현진 회장을 몰아냈다”며 “이 과정에서 7남 형진 씨를 후계자로 내세워야 한다는 ‘속초 영계(靈界) 메시지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상황과 관련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답변했다. 그는 “문현진 회장은 일본 교회를 현금을 만들어내는 ‘경제부대’에서 참된 가정 이상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정상적인 섭리운동 조직으로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려 했다”면서 “출발부터 저항과 암초에 부딪혔고, 결국 일본에 더이상 손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7남 문형진 씨가 이끄는 ‘생추어리 협회’가 아베 전 총리 총격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묻자 “이번 사건이 생추어리 교회, 다시 말해 문형진을 따르는 사람들과 관련 있다는 것인데, 거기와 연관돼 있는지는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통일교 일본교회와 자민당 정치인들 관계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곽 전 세계회장은 “문 총재가 아베 전 수상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전 수상, 아베 수상의 아버지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관계는 종교나 정치적, 인간적 관계는 아니다”며 “1960, 70년대 일본과 동남아시아가 좌경화됐을 때 문 총재가 승공(勝共)이론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친 게 일본 지도자들에게 감명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교의 책임 있는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누구보다 교회 분열에 책임 있는 이가 사죄를 빌미로 사욕이 가득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이들이 교회를 떠난 뒤 통일교가 안정화됐고, 더 많은 평화와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상황과 관련해 “여러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나돌고 있는데 일본교회는 경찰의 수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일본 경찰에서 보다 명확하고 공개적인 수사 결과가 나오면 여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하나도 힘들다는데 박사 학위를 여섯이나 보유한 스님이 있다. 중앙승가대학 불교학부 교수이자 불교학연구원장, 월정사 교무국장과 불교신문 논설위원, 문화재청 전문위원…. 다양한 직함을 지닌 자현 스님(51)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율장)와 고려대 철학과(선불교)를 비롯해 동국대 미술사학과(건축), 역사교육과(한국고대사), 국어교육학과(불교교육), 미술학과(고려불화)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 이상으로 10여 년 전부터 그를 세상에 알린 것은 타고난 입담과 왕성한 글쓰기였다. 흥이 오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강의에는 청중이 몰렸다. 한 해 4∼6권꼴로 출간한 책이 60여 권,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수록된 논문은 180여 편에 이른다. 최근 ‘세상에서 가장 쉬운 사찰과 불탑 이야기’(담앤북스)를 출간한 그를 12일 서울 조계사가 보이는 한 찻집에서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는 어떻게 진행되나. “이번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불교’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3권은 불화와 불상 등 불교 건축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고, 불교사도 책으로 다룰 만하다.” ―‘부처 당시에도 부엌은 있었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정지(淨地)라고 하는 간이부엌이 있었다. 거리에서 음식을 구하는 탁발(托鉢) 전통으로 절에서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더위로 인한 식중독 우려 때문에 음식을 데치기는 했다. 어린 출가자의 건강을 위해 쌀뜨물에 가까운 맑은 죽도 만들었다.” ―가장 쉬운 책 맞나. “사진을 많이 넣어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을 내려고 했다. 불교사를 보면 말 그대로 탑이 ‘TOP’이었는데 그 자리를 불상에 내줬다, 다시 탑의 반격이 나온다. 편하게 보고 읽다 보면 불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박사 학위가 6개인데, 혹시 그 사이…? “신라 말 선승(禪僧)인 범일국사(810∼889)에 관한 연구로 동국대 부디스트비즈니스 학과에서 학위를 준비 중이다. 이분이 고승인데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대관령국사성황으로 ‘겸직’도 하게 된 묘한 분이다. 하하.” ―공부머리는 타고나나. “초등학교 성적표의 ‘가’ 행렬을 보면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바쁘다, 머리가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은 다 ‘구라’다. 진짜 좋아하면 미치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한번 보자고 하면 시간 없다고 하겠나?” ―책 내고 학위는 계속 딸 것인가. “스님들이 농을 섞어 ‘너는 책을 왜 이렇게 많이 내냐’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저의 노는 방식이다. 뭐, 종단에서 큰일을 주지도 않더라.” ―왜 일을 안 시키나. “어디로 튈지 몰라 위험하니까(웃음). 교구장 스님은 그릇이 크다 보니 저를 받아주는 것 같다.” ―어떤 큰일을 하고 싶나. “조계종은 선불교(禪佛敎)와 강원과 율원 등을 중심으로 한 교육문화를 유지하고 있어 ‘명상종’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명상이 세계적 조류임에도 이 기회를 못 살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현 스님의 쏘댕기기’란 유튜브 채널도 인기다. “2018년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13만 명 정도다. 지금은 콘텐츠 전쟁 시대인데 중세 유럽과 토르 같은 북유럽 신화까지 끌어다 쓴 서구의 소재는 고갈됐다. ‘매트릭스’의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슈퍼맨처럼 그냥 허공으로 날아가지만 ‘와호장룡’의 리무바이(저우룬파·周潤發)는 대나무에서 대나무로 옮겨 다닌다. 현실 또는 육체와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아시아적 세계관은 무궁무진하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무엇이 미래의 과제인가? “고령인구와 메타버스 등으로 상징되는 인터넷 세계의 변화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 한 사람이 아니라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여기에 하루 종일 서 있으면 지루하지 않나요?” “예수님의 그림을 보고 삶에 대해 묵상하고 있죠.”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미국 뉴욕의 성경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는 경비원과 저자의 대화다. 생존을 위해 다른 직업을 선택했지만, 경비원은 사기 사건 수사관을 꿈꿔 왔다. 뉴욕은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가장 매력적인 도시의 하나로 꼽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법이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걸으면서 도시와 사람들의 변화를 보여주자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2008년부터 4년간 9783km를 걸었는데, 가장 편하고 질긴 신발 아홉 켤레가 닳았다고 한다. 걸으면서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이뤄졌고, 종종 스포츠와 종교 등 다양한 이벤트의 참석자가 됐다. 그렇다고 도시의 역사와 풍경을 기행문 형식으로 다룬 책은 아니다. 저자의 관심은 도시의 외형적인 변화 안쪽에 자리 잡은 뉴요커의 내면, 변화와 그 이유에 맞춰져 있다. 책은 ‘뉴욕의 내밀한 삶과 심장’ ‘핫도그, 꽃, 꿈: 새로운 이들’ ‘다이너, 사랑, 엑소시즘, 양키스: 뉴욕의 커뮤니티’ 등 여러 키워드를 중심으로 8장으로 구성돼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 문제를 비롯해 종교와 문화, 이민과 옛 도심의 개발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등 쉽지 않은 주제들을 쉽고 흥미롭게 다뤘다. 불행하게도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진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뉴욕의 운명이다.”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선거 유세에서 벌어진 폭력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에 투표소에 왔습니다.” 10일 오후 도쿄 시나가와구 제5투표소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투표를 한 지금도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여성의 목소리는 떨렸다. 일본 정치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총에 맞아 숨진 지 이틀 만에 진행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의 과반 확보가 확실시된다”고 NHK가 예측했다. NHK는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출구조사 및 개표 상황을 종합 분석한 결과, 선거가 치러진 125석(전체 248석)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60∼6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거 전 의석(55석)보다 최대 14석 많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63석)을 웃돌 기세”라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자민당 지지층인 보수 표심이 어느 정도 집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립여당 공명당은 10∼14석을, 개헌 지지 세력인 극우야당 일본유신회는 10∼1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현재 의석수인 22석보다 적은 13∼19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됐다. NHK는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87∼102석을 얻어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수인 3분의 2를 확보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전쟁 포기, 군대 보유 불가, 교전권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투표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개헌과 관련해 “자민당이 내놓은 안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라며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구체적으로 발의할 방안 마련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는 이날 경찰에서 “어머니가 빠진 종교단체에 원한을 품고 있었고 아베 전 총리가 그 종교와 가깝다고 생각해 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과거 통일교 신자였다고 10일 밝혔다. 통일교 관계자는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예전에 통일교회 신자였지만 지금은 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日개헌파, 참의원 개헌의석 확보 확실시”… ‘아베 숙원’ 힘 실릴듯 NHK “자민-공명 여당, 과반 확실”… 중의원은 작년 선거서 개헌선 확보국민 74% “아베 피격, 선거에 영향”… 3년전 선거보다 투표율 3%P 높아기시다 “개헌 발의 구체방안 마련”… 與추진 방위력 증강 급물살 가능성 10일 낮 12시경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조난초등학교.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의 시나가와구 제5투표소가 설치된 이곳에 유권자들이 들어섰다. 5분 사이 20명 이상이 투표소에 입장했다.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는 장소 앞에 10여 명이 줄을 섰다.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NHK의 분석에 따르면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70∼83석을 얻어 여당의 과반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단독 과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일본 언론이 선거 전 예상한 최대 의석수보다 의석을 더 얻어 자민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본 것이다. NHK는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87∼102석을 얻어 의석수는 총 248석 가운데 개헌 통과가 가능한 3분의 2(166석)를 웃돌 것으로 보도했다. 2019년 참의원 선거 때는 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에서 160석을 차지해 개헌 확보선 마련에 실패했다. 출구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면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개헌 가능선을 확보한 데 이어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 추동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 “아베 총격 사건이 선거 결과에 영향 줬다” 일본 민영방송 TV도쿄가 이날 실시한 시청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건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자민당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의 뜻이 표심에 작용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NHK는 이날 투표 마감(오후 8시) 기준 투표율을 52.16%로 추계했다. 3년 전(48.8%) 참의원 선거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투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사망으로 일본 전체가 불안해질 것을 걱정했다. 한 40대 유권자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보고) 투표로 정치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불안하니 방위와 안보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70대 여성은 “(피습 사건 이후) 투표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질까봐 무서웠지만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정국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표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투표장에서 만난 50대 회사원 남성은 “아베 전 총리 사건을 듣고 놀라긴 했지만 이번 선거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했다. 지지 후보도 안 바꿨다”고 말했다. ○ 기시다 “개헌 발의 구체 방안 마련할 것”자민당 등 개헌지지 세력이 개헌통과선을 확보하면서 아베 전 총리가 ‘필생의 과제’로 추진하던 헌법 개정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개헌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구체적으로 발의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의원 선거 이후 자민당이 추진하는 일본 방위력 증강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민당은 향후 5년 이내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높여 현재의 2배로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수방위’(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폐기하고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종 현안에서 아베파와 물밑에서 갈등했던 자민당 내 소수파인 기시다 총리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자민당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해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아베가 이 종교를 일본에 확산시킨 것으로 믿고 살해 대상을 아베로 바꿨다.” 일본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의 범행 동기가 드러나고 있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특정 종교단체에 빠져 거액의 돈을 기부하다 파산했다고 진술했다. 과거 종교단체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알게 된 뒤 서로 연관이 있다고 믿어 범행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개인적 원한을 품은 ‘외로운 늑대’에게 아베 전 총리가 살해된 셈이다. 야마가미는 10일 나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됐다. 8일 체포 당시 안경을 쓰고 회색 티셔츠 차림이던 그는 남색 티셔츠에 안경을 벗은 얼굴로 취재진 카메라를 노려봤다. 교도통신은 비교적 덤덤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아베가 모친 망친 종교 퍼지게 했다 믿어”요미우리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경찰에 특정 종교단체 이름을 언급하면서 “어머니가 많은 돈을 기부해 파산했다.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처음에는 이 종교단체 수장을 살해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본부가 해외에 있어 접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야마가미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이 종교단체 산하 기구가 지난해 개최한 행사 영상에서 아베 전 총리의 화상 연설 장면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가미는 이후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이 종교단체가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설립됐다고 보도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측에 따르면 야마가미 어머니는 과거 통일교 신자였다. 통일교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고 있다. 교회를 다닌 기간이나 헌금을 얼마나 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마가미가 본 것은 지난해 9월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가정연합(UPF)이 공동 개최한 ‘싱크탱크 2022 희망전진대회’에서 상영된 특별연설 영상이다. 통일교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에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불미스러운 일로 생을 마감해 매우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총격범, 범행 전날도 아베 살해 시도”야마가미가 범행 하루 전인 7일에도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하려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 자민당 후보 연설회장을 찾아간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날 아베 전 총리 일정은 트위터에 미리 공개됐다. 야마가미는 사제 총을 들고 현장에 갔지만 10분간 연설하던 아베 전 총리 주위의 경찰과 경호원들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야마가미가 살아온 이력도 추가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야마가미가 어렸을 때 그의 부친은 건설회사를 경영했다.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회사를 물려받은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종교단체에 빠져들었다. 이후 많은 돈을 이 종교단체에 헌금으로 냈고 야마가미와 형, 여동생 등 삼남매는 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기까지 했다. 어머니는 2002년 파산 선고를 받았고 2009년에는 경영하던 회사도 문을 닫았다. 가난에 시달린 야마가미는 2002년 돈을 벌기 위해 해상자위대에 입대했다. 3년 뒤 제대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최근 무직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아베 저격 사제총, 한번 쏘면 총알 6개 난사 금속원통 2개 속에 총알 6개 캡슐저격범 아파트서 총 5개 추가 압수“폭탄 만들려다 실패해 총 제조”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한 번 쏘면 총알 6개가 한꺼번에 발사되는 사제총인 것으로 밝혀졌다. 저격범 야마가미는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 총기를 개량한 뒤 살상 성능이 가장 높은 총을 골라 범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집에서 산탄총과 같은 구조의 총기 여러 개를 직접 제작했다. 범행 후 현장에서 압수된 총은 길이 약 40cm, 높이 20cm로 금속 원통 두 개를 목제 판에 테이프로 묶어 고정한 형태였다. 원통 안에는 탄환 6발이 든 캡슐이 들어있었다. 한 번 발사되면 6개 총알이 난사되는 구조였다. 아베 전 총리 피살 지점에서 약 20m 떨어진 도로변 유세 차량에서는 야마가미의 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탄환 구멍 여러 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야마가미가 살던 나라현 나라시의 한 아파트에서 5개의 사제 총기를 추가 압수했다고 밝혔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화약을 샀고, 처음에는 폭탄을 제조하려 했지만 실패해서 총을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 기자가 나라현에 있는 야마가미의 집을 찾아 살펴보니 철제 현관문 밑에 쇠파이프 같은 둔기로 내리친 듯한 자국이 보였다. 이웃들은 그의 집에서 톱 등 연장을 사용하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한 달 동안 톱으로 금속을 쓱쓱 써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야마가미의 집에서 시끄러운 전기공구 소음이 흘러나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다고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도쿄=김민지 특파원 mettymom@donga.com}
대한불교관음종 제9대 종정 추대 법회가 14일 오후 2시 종단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묘각사에서 봉행된다. 관음종 종정추대위원회는 6월 7일 추대위원회를 소집하고 홍파 스님(79·사진)을 종정으로 추대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홍파 스님은 1961년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1979년 관음종 종무원장에 이어 1988년부터 최근까지 총무원장을 지냈다. 1985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 사무총장을 맡았다. 종단협 금강산 순례, 서울 봉은사 3·1 남북불교도 합동법회, 평양 광법사 8·15 남북불교도 합동법회 등 남북 불교 교류에 기여해 왔다. 관음종 종정은 2010년 죽산 스님 입적 이후 공석이었다. 홍파 스님은 “오랜 시간 공석이었던 종정이라는 막중한 중책을 맡게 돼 부담이 크지만 종단의 위상과 발전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종정 추대 법회는 불교 의례에 이어 원로원장 법륜 스님의 추대사, 종정 홍파 스님의 법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축사 등으로 진행된다. 홍파 스님에 이어 총무원장으로 임명된 법명 스님의 취임식도 함께 열린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양업 신부(1821∼1861)는 김대건 신부에 이은 조선의 두 번째 사제다. 김대건 신부가 사제 서품 1년 만에 순교하자 그의 벗이자 동료였던 최양업 신부는 남은 몫을 온전히 감당하며 사목 활동을 했다. 그는 전국에 흩어져 있던 127개 교우촌을 해마다 7000리(약 2800km)를 걸어 찾아다니다 탈진해 쓰러졌고 고열에 시달리다 14일 만에 병사했다. 그해 나이 마흔이었다. 그가 ‘길 위의 목자’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이유다. 천주교 원주교구는 최근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施福諡聖)을 기원하는 ‘희망의 순례’를 선포했다. 가톨릭교회에는 죽은 사람의 생전 덕행을 인정해 부르는 존칭으로 가경자(可敬者), 복자(福者), 성인(聖人) 등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성덕 심사가 마무리된 최양업 신부를 가경자로 선포한 바 있다. 가경자는 시복 심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성덕 심사를 통과한 이에게 선포되며 시복 후보자에게 부여되는 존칭이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염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추계 정기총회를 마친 뒤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교황청 시성성 내부 심의가 진행됐으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래서 ‘희망의 순례’ 선포는 원주교구뿐 아니라 한국 가톨릭교회 차원의 기도와 힘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순례길은 최양업 신부의 탄생지부터 성장지, 사목지를 거쳐 묘소가 있는 원주교구 배론성지까지 30곳에 이른다. 원주교구는 최양업 신부 선종 161주기 당일인 지난달 15일 희망의 순례 선포 미사를 봉헌하며 의미를 알리고, 전국 모든 신자가 최양업 신부의 발자취를 찾아 순례하는 여정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170여 년 전 박해 속에도 전국 교우촌의 양 떼를 찾아다녔던 사제의 믿음을 따라 ‘제2의 최양업 신부가 되자’는 취지다. 원구교구는 순례 책자 ‘희망의 순례자’(기쁜소식)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최양업 신부의 탄생지인 대전교구 청양다락골성지부터 시작해 성장기, 최 신부가 12년 넘게 전국의 교우촌을 돌보다 끝내 선종한 뒤 묻힌 배론성지까지 교구를 초월한 각지의 30곳 순례지를 수록했다. 순례지마다 도장을 받아 30곳을 모두 순례한 신자들은 이를 배론성지에 제출하면 교구장 명의의 축복장을 받을 수 있고 배론성지가 마련하는 최양업 신부 관련 주제 강의와 피정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의 집들은 밀집 고깔 속에 얼굴을 감춘, 별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행복한 농촌의 아낙네와 같다. 초가들은 매우 가난해 보이고 꾸밈도 없지만, 결코 처량하지는 않다.” 1901년 조선을 방문한 프랑스 시인 조르주 뒤크로의 책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의 일부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원조 격인 ‘국화부인’을 쓴 소설가 피에르 로티는 비슷한 시기 서울 풍경에 대해 “낮고 게딱지만 하며 우스꽝스럽고 단조로운 회색.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기묘할 정도로 묘석(墓石)같아 보이는 서울집의 지붕들”이라고 썼다. 이 책은 ‘상실의 계절’ ‘안녕, 엘레나’ ‘빈집’의 소설가 김인숙이 한국에 관한 서양 고서(古書) 46권을 다룬 ‘책 에세이’다. 그는 두 작가의 사례를 통해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 속에서도 시선의 방향에 따라 서울 풍경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안내하는 고서들에는 ‘하멜 표류기’나 선교사들의 알려진 저술뿐 아니라 조선이 이스라엘의 여러 지파 가운데 사라진 지파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조선과 사라진 열 지파’ ‘한국인은 백인이다’처럼 꽤나 낯설고 황당한 책도 있다. 소설가의 서양 고서읽기는 새 작품을 위한 여행일까. 궁금증은 책이 끝날 무렵 ‘나가는 말’에 와서야 풀렸다. 도서관 애호가인 그는 명지-LG한국학자료관(과거 연암문고)에서 1만1000권에 이르는 책, 그리고 ‘함녕전 시첩’과 운명적으로 조우했다. 이 시첩은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고종이 베푼 연회에서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 등이 한 절구씩 읊어 시를 완성한 뒤 만든 것이다. 시첩에 얽힌 사연과 작가의 시선이 흥미롭다. 여러 이유로 서가에서 침묵하고 있는 고서들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다. 작가는 “책은 이야기를 담은 몸”이라며 “그 몸에 묻은 얼룩, 문신같이 새겨진 낙서, 찢기고 갈라진 흉터,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질 때 몸과 정신은 완성된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솔뫼 정현식 서예가(62)의 전시회 ‘몽필생화(朦筆生花·흐릿한 붓 끝에 꽃이 피다)’가 30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백악미술관에서 열린다. 정 작가는 불교 수행, 문자명상, 서예 인문학을 통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창작활동을 벌여 왔다. 그는 자신의 호를 딴 솔뫼민체와 솔뫼한자체를 비롯해 손편지체, 광개토대왕비체 등 9개 서체를 개발했다. 이육사 청포도 시비 등 여러 금석문과 해인사, 팔공산 갓바위, 곡성 태안사, 안동 봉정사, 청주 용화사, 강릉 현덕사, 고운 최치원기념관 등 사찰과 기관의 현판 및 주련(한시 구절을 새기거나 써서 전통 건축물 기둥에 걸어 놓는 장식물로, 두 구절이 한 짝을 이룸)을 썼다. 이번 전시에는 1만6000여 자로 이뤄진 ‘임제록’ 16폭 병풍과 수묵점묘를 비롯해 스테인리스, 가죽, 의류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작품들을 출품했다. 1층에는 개인 작품 외에도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작업한 가구, 의류, 영상 등 서예의 스펙트럼을 확대한 작품을, 2층에는 전통서예와 수묵점묘를 각각 전시한다. 다음 달 5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한다. 정 작가는 “한글 민체와 한문 서체가 조화를 이루고 호환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골랐다”며 “해학적인 글씨의 형상 체계를 통해 추상성과 독창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3일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상호는 ‘JESUS COFFEE(지저스 커피)’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반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한쪽에 한 평(3.3m²) 남짓의 기도실이 있다. 이곳은 카페이자 교회로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예배가 진행된다. 안민호 커피와교회 목사(48)의 노트북 화면에는 ‘必生(필생), 반드시 살아난다’는 문구가 떠 있다. ―필생? 비장하게 느껴진다.(웃음) “개척 교회 설립에 2억∼3억 원이 필요한데 3년 안에 살아남는 것은 10%, 온전하게 성장하는 교회는 1%라고 한다. 2011년 커피와교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가슴에 새긴 문구다.” ―왜 하필 커피였나. “신앙을 가진 청년들이 예배는 빠져도 식사와 모임 등 뒤풀이에는 나오더라. 먼저, 사람이 오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게 결론이었다. 한국에서는 그게 술집 아니면 카페인데 술집을 할 수는 없으니(웃음), 카페였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나중에 땄다.” ―교회 이름을 ‘커피와교회’로 지은 이유는 뭔가. “상호는 지저스 커피, 교단에 등록된 교회명은 커피와교회다. 사실 지저스 커피는 우리말로 옮기면 예수커피인데 그러면 사람들이 오겠나? 지저스도 같은 의미 아니냐고 하겠지만, 손님들은 예상외로 그렇지 않다. 지저스를 ‘제우스’, ‘제수스’라고 무심코 읽는 분들도 적지 않다. 교회 이름도 어떻게 커피가 앞에 나올 수 있냐는 교단 어른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통과됐다.” 커피와교회는 이른바 카페교회의 모범이 됐다. 안 목사는 현재 ‘지저스 처치’라는 연합공동체를 설립해 경기 의정부시 한서중앙병원, 프랜차이즈로 잘 알려진 와플대학 등을 통해 일터에 기반한 사역도 담당하고 있다. ―많은 카페교회가 실패했다. “카페와 음식점 등의 외형을 지닌 일터교회들이 실패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수익을 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영세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카페는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 “조금 낯이 익었다고 ‘예수 믿으세요’ 하면 되겠나? 이곳은 커피도 맛있고 직원의 서비스도 훌륭한데 알고 봤더니 예수 믿는 사람이더라, 이렇게 되어야 한다. 커피와교회의 힘은 직장을 일터선교지로 여기는 사역자들과 신자들에게서 나온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지 목사가 아니라는 확실한 선교관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커피와교회는 단순한 카페교회가 아닌 선교적 교회, 새로운 교회들의 개척자로서 100개의 교회 개척 및 개척 인큐베이팅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교회를 한 곳에 높이 세우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커피와교회는 로컬 처치, 와플대학은 일터교회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새에덴교회가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를 기리는 ‘추모의 벽’ 준공식에 후원자 자격으로 참가한다. 준공식은 다음 달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새에덴교회 측은 20일 “소강석 담임목사 등 교회 관계자 30여 명이 준공식에 초대받았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의 대사, 한미 보훈처장, 새에덴교회 대표단 등 400여 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추모의 벽에는 미군 전사자 3만6000여 명과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인 카투사(KATUSA) 7200명의 이름을 새겼다. 이 사업은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전사자 명단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새에덴교회는 준공식 전날인 다음 달 26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올해 4월 97세로 별세한 미군 예비역 대령 윌리엄 웨버 등에게 헌화한다. 웨버 대령은 6·25전쟁 당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미국 내 6·25전쟁 참전용사를 초청해 보은행사도 연다. 소강석 담임목사는 “전쟁 중 한 다리와 팔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웨버 대령을 만나면서 그분이 추진한 추모의 벽 건립 후원을 결심하고 신자들과 그 소망을 나눴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부터 올해로 16년째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행사를 열고 있는 새에덴교회는 19일 경기 용인시와 오산시에 거주하는 국군 참전유공자 190여 명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후손들을 초청해 보은 예배를 개최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6·25전쟁 중 뒤편 명부전에 부상병을 위한 교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불보사찰(佛寶寺刹·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인 통도사에 말이죠.” 경남 양산시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18일 거행된 ‘현충시설 지정 기념 호국영령 위령재’에서 영축총림 방장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성파 스님(사진)은 법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성파 스님은 준비된 원고가 아닌 즉석 법문에서 “저는 고향 합천에서 전투로 젊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나라 정치를 잘하고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게 위령재를 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통도사의 현충시설 지정은 주지 현문 스님을 중심으로 3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이뤄졌다. 6·25전쟁 중 많은 부상 군인이 통도사에 머물며 치료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전쟁 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통도사와 이별한다” “停戰(정전)이 웬 말?” 등의 문구뿐 아니라 탱크와 트럭, 아이 얼굴 등 사찰과 어울리지 않는 대광명전 벽면의 그림들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2019년 용화전 미륵불좌상 복장물(불상 봉안 시 넣는 물건)을 조사하다 6·25전쟁 때 통도사가 육군병원으로 쓰였다는 실마리가 나왔다. 통도사 주지를 지내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돕기도 했던 구하 스님은 친필로 쓴 ‘미륵불좌상조성연기문’에 “1950년 6월 25일 사변 후 국군 상이병(傷痍兵) 3000여 명이 입사(入寺)해 1952년 4월 12일 퇴거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1월 국방부는 통도사가 ‘제31 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으로 사용됐음을 확인하는 내용을 통보했고, 국가보훈처는 그해 11월 통도사를 현충 시설물로 지정했다. 이날 위령재는 불교의식에 이어 현문 스님의 봉행사, 성파 스님의 법어, 조계종 총무부장 삼혜 스님이 대독한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추모사, 군악대와 합창단의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현문 스님은 “긴 시간을 지나 제31 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역사가 온전히 드러났다”며 “통도사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아 전쟁 중 산화한 무명의 용사를 위로하고, 이 땅에 희생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주호영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스님과 불교 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위령재에 앞서 연기문이 나온 용화전에서 ‘1000 미륵옥불 점안식’도 거행됐다.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