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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대통령이 일자리 현황판을 통해 개별 대기업의 일자리 동향을 체크하겠다는 구상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5대 그룹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기업 대표가 각 부서에 영업실적을 쪼는 것처럼 원색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실적 위주로 가게 되면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쉽게 늘릴 수 있는 일자리를 ‘땜빵’식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숫자에 치중한 정책이 나오다 보면 오히려 ‘좋은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얘기다. 산업 특성에 따라 일자리 창출 여력이 다른데도 같은 기준을 들이대려 하는 것도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대형 마트가 점포 하나를 내면 당장 수백 명을 추가 고용하지만, 석유화학 기업은 공장을 증설하더라도 운용 인력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일자리 현황판에 게시될 ‘비정규직’ 개념도 논란거리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대기업들의 고용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고용형태 공시제’를 운영하며 현황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고용형태 기준은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다. 기업들은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전자를 정규직으로, 후자를 비정규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보지 않는다. 고용 안정성은 있지만 임금과 복지 혜택 등은 비정규직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기업은 하도급 사원 등 간접고용을 비정규직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노동계와 기업이 발표하는 비정규직 통계는 제각각이다. 실제 이마트는 10여 년 전부터 ‘비정규직 제로’에 근접한 정책을 자랑해 왔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기준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0.63%다. 그러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에서 나온 이마트의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초 기준으로 30.9%에 달한다. 협력업체 판매사원까지 모두 비정규직에 넣은 결과다. 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의 개념도 명확하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인천공항공사 사례처럼 용역업체 직원을 포함한 개념이면 일부 업종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조선,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장치산업은 사내 하도급을 일정 부분 활용해야 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배를 만들다 보면 현장 근무 인력 중 협력업체 직원이 본사 소속의 4∼5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일감이 일정하지 않은 수주 산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 전환에 집착하기보다 헌법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지키는 차원에서 근로조건을 개선하되 직무별 차이에 따른 고용 형태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선 비정규직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만들겠다는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중 공무원을 제외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60여만 개다. 배정된 재원을 이 숫자로 나누면 1인당 월 100만∼130만 원인데 이는 무기계약직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국민이나 노동계는 결국 기대만 하다가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현수 kimhs@donga.com·이샘물 기자}
국내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안정된 경영권을 바탕으로 성장에 집중하려면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차등의결권을 통해 경영권 안정화를 이룬 미국 구글의 상장 후 성과를 분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구글은 2004년 상장 시 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했다. 그 덕분에 공동 창업자들은 지분 63.5%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경영권이 안정화된 구글은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했다. 2015년 실적은 상장 당시와 비교해 매출은 24배, 영업이익은 30배, 고용은 21배 늘었다. 차등의결권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약한 벤처·중소기업들에 더 절실하다. 외부 자금을 조달할 때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당해 기업공개(IPO)를 한 미국 회사 중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 비중은 2005년 1%에서 2015년 13.5%로 증가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대주주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해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차등의결권은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 신산업 발굴 등을 돕는 장점이 많은 제도”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지주회사의 저주’가 돼버렸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비상이 걸릴 겁니다.”(대기업 관계자)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기업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진적 지배구조’라는 이유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이제 와서 자칫 막대한 비용이 들 수도 있어서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대표적인 재벌개혁 공약 중 하나다. 오너 일가가 지주사를 활용해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 잘 협의하겠다. 하나하나 구체적인 내용이 갖는 효과에 대해 잘 시뮬레이션 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 지주회사 전환, 축복인가 재앙인가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기준을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주회사들은 제도 시행일로부터 2년 안에 새 규정에 맞게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지분 규제가 강화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SK그룹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 SK㈜는 자회사인 SK텔레콤 지분을 25.2%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즉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 20.1%를 보유 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SK㈜가 SK텔레콤 추가 지분 4.8%,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추가 지분 9.9%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각각 9300억 원, 3조9000억 원 등 4조8300억 원에 이른다. SK㈜는 또 상장사인 SK증권과 바이오랜드 지분이 30% 미만이고 비상장사인 SK건설 지분도 50% 미만이다. 지분 취득 비용이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구체적인 내용과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을 아꼈다. 김태형 이베스트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분관계 정리 등 대체 수단을 통해 부담을 다소 경감할 수는 있겠지만 중단기적으로는 계열 내 자금 지원 여력이 현저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대기업 중 상장사인 자회사나 손자회사 지분이 30% 미만인 곳은 한둘이 아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상장사인 한진 지분이 21.6%, CJ는 상장사인 CJ대한통운 지분이 20.1%에 불과하다. 코오롱은 상장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이 각각 29.8%와 20.5%다. 법안 통과 시 ‘지분 취득 대란’이 불가피하다.○ 오락가락 지주회사 정책에 불만 재계에서는 지주회사를 둘러싼 오락가락한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을 허용했다. 당시 지주사의 지분 요건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50%였다. 하지만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이를 각각 20%, 40%로 낮췄다. 지주사 전환을 권고한 셈이었다. LG그룹의 경우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요건에 맞춘 덕에 현재도 주요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이 모두 30%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이후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으로서는 완화된 요건이 ‘부메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분 요건이 다시 강화되면 ‘되돌이표 규제’에 지분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들여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지주회사들의 평균 상장사 지분 보유율은 40%, 비상장사 지분 보유율은 80%를 웃돈다. 지분이 낮을수록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해지는 만큼 기업들은 규제와 관계없이 지분을 높이려는 게 일반적이다. 굳이 법으로 지분 보유 기준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분이 과도하게 높으면 회사를 사고팔기가 쉽지 않은 데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투자나 배당에 더 인색해질 수도 있다. 김현종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기업이 몇 년간 많은 이익을 냈다면 지분을 매입하면 되겠지만 경영성적이 신통찮은 상황이라면 회사를 매각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최근 국내외에서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의 확산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융합과 경쟁을 초래하며 모든 업종에 위기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허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이러한 변화가 향후 우리 사업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철저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GS는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유통 건설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사업 구조조정 등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케미칼 및 복합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9월 약 5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 공장을 착공해 올해 하반기(7∼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사업지주회사인 GS에너지는 신평택발전, 동두천드림파워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을 확장해 왔다. 청라에너지 및 인천종합에너지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집단에너지사업의 지역적 기반도 마련했다. 올해 1월엔 보령LNG터미널이 상업가동을 시작하며 연간 300만 t의 LNG를 저장·공급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LNG 직도입 등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및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GS건설은 3차원(3D) 설계 기법인 ‘BIM’을 활용한 통합 설계 시스템 ‘프리컨스트럭션(Pre-Construction)’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프리컨스트럭션 서비스란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가 프로젝트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 팀을 구성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다. 특히 3D 설계도 기법으로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해 프로젝트 운영을 최적화한다. 유통분야에서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적극적인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GS리테일은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K뱅크에 참여해 새로운 사업에 나서고 인터컨티넨탈호텔을 보유한 파르나스를 인수했다. GS홈쇼핑은 상품 확보 및 판매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민간발전회사인 GS EPS는 충남 당진에서 1503MW(메가와트) 규모의 LNG복합 화력발전소 3기와 2.4MW 연료전지발전소 1기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 9월에는 105MW 용량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준공했다. GS E&R은 경북 구미와 경기 안산에 집단에너지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경기 포천 장자산업단지에 친환경 집단에너지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삼성전자 갤럭시 S8 시리즈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 상륙했다. 삼성전자는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갤럭시 S8 및 갤럭시 S8플러스 제품 발표회를 열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19일 밝혔다. 행사는 만리장성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쓰마타이창청(司馬臺長城)을 배경으로 만든 야외 특설 무대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이 몰려들어 삼성 신제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992년 중국 진출 이후 25년 동안 중국은 삼성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갤럭시 S8 시리즈를 통해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고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갤럭시 S8 시리즈의 중국 공식 출시일은 25일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5GAA(5G Automotive Association)’의 신규 이사회 멤버로 선임됐다. 5GAA는 5세대(5G) 기술 기반의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량 등 미래 자동차를 연구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설립된 단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다.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태세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과거 공정위 조사국보다 기능이 강한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일감 몰아주기 등 4대 그룹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재량권 강화, 고시 개정 등을 통해 4대 그룹에 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겠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에 ‘법 잣대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잖아 논란이 예상된다.○ ‘기업집단국’ 신설해 4대 그룹 집중 감시 김 후보자는 재벌 개혁을 위한 첫 번째 구상으로 공정위 조직 개편을 꼽았다. 4대 그룹 등의 사건을 전담할 기업집단국을 신설하는 게 대표적이다. 재벌 개혁의 무게중심을 한곳에 집중시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경쟁정책국 아래 있는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격상시키고 카르텔조사국, 시장감시국 등에 나뉘어 있는 대기업 제재 관련 업무를 이곳으로 몰아넣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공정위의 경제 분석 능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편법 상속 등 대기업들의 불공정 관행이 갈수록 치밀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김 후보자는 “신설 기업집단국은 경제분석과 조사 기능이 모두 강화된 조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재량권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위법행위에 ‘현미경 잣대’를 적용할 경우 과징금 등 제재 수위는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경쟁당국이 재량권 명목으로 대기업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올 3월 이명희 회장의 830억 원어치 차명주식을 허위 신고한 신세계그룹에 5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게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면세점 과장광고로 적발된 호텔롯데, 호텔신라 등에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상조 체제의 공정위는 대기업 관련 제재 기준이 대폭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 고시를 개정해 부과 기준을 낮췄던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기준 등이 우선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기업의 담합 행위에 법정 상한인 관련 매출 10%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안팎의 예상이다.○ ‘고무줄 잣대 집행’ 우려도 하지만 김 후보자의 이 같은 4대 그룹 제재 방안을 두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같은 법 조항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임원은 “법이든 행정조치든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특정 기업이나 그룹을 타깃으로 한 조사나 법 적용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규제를 적용받을 당사자인 4대 그룹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4대 그룹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으니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주홍글씨를 새겨놓고 손보겠다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매스를 들이대더라도 일관된 기준부터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공정위가 대기업 제재 수위 등을 높이더라도 법원 소송에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성공한 재벌 개혁으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천호성 thousand@donga.com·이샘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공약 중 가장 먼저 나온 것은 ‘4대 재벌개혁’이었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를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이런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대기업 역시 국가경제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무조건적인 ‘개혁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제력을 강제적으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분산하려는 정책보다는 중소·벤처업계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 체계를 ‘포지티브 방식’(법에 명시한 부분만 허용)에서 ‘네거티브 방식(최소한의 금지 사항 외에 모두 허용)’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해왔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배경이다.○ ‘제로섬’보다는 ‘파이 키우기’로 새 정부가 천명한 재벌 개혁의 주요한 축 중 하나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불법 경영 승계, 오너가에 돌아가는 부당한 특혜, 황제 경영 등을 근절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해당 규제가 대주주의 권한 남용을 제어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위축과 성장잠재력 훼손 등의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발의해 둔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이 통과돼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상당수 대기업은 외국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인사가 최소 한 명씩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2월 지분 현황을 기준으로 국내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4곳이 이에 해당한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헤지펀드나 소수 주주들은 단기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해 자산 매각, 고용 축소, 연구개발(R&D) 비용 감축 등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도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방편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만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최소 20% 이상(상장사 기준)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30%로 높이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기존 지주사들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경우 SK, LG 등은 지분 추가 매입에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한다. 신 실장은 “지주회사 보유 지분을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다. 지주사 전환 또는 유지비용이 늘어나면 투자는 위축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1987년 이후 지주회사 제도를 금지했다가 1999년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제도를 부활시켰다. 20년도 안 돼 다시 정책을 뒤엎는 데 대해 재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유롭고 유연하게 경영활동을 해나가야 하는데, 너무 규제의 틀에 가둬 놓으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중소·벤처 뛰어놀 운동장 서둘러 마련해야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신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관련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쳐내고 있다. 중국은 드론, 핀테크 같은 신성장 산업에 대해 선(先)허용, 후(後)보완의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법률이 허용하지 않으면 일단 불법으로 간주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는 시장을 선점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법과 제도로 규정할 수 없는 신기술, 신사업이 쏟아져 나온다. 한국은 규제 완화 속도가 너무 더디다.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던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지난해 5월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통과를 전제로 한 고용창출 효과는 2020년까지 약 21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다. 이 밖에도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 국가정보화기본법, 빅데이터 이용 및 산업진흥법도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자율주행자동차, 드론을 비롯한 각종 신산업은 사업화를 위해서는 실증 테스트가 중요하다. 그러나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게 대부분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단일 산업을 전제로 설정된 각종 칸막이 규제와 행정이 산업 융합을 가로막고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전 규제를 철폐하고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사후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문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설치되면 이런 장벽들부터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기업들이 위법성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혁신 제품 및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임시허가제도’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3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이샘물 evey@donga.com·신수정 기자}
“재벌 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정부가 기업들을 휘젓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벌써부터 한국 대기업들이 제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지 우려하는 고객사도 많습니다.” 국내 대기업 A사 관계자가 15일 문재인 정부 체제에서 사정기관의 ‘기업 손보기’가 본격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이런 정책 기조를 가진 새 정부 출범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희비 엇갈린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아일보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10∼12일 31개 대기업과 3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이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온도 차가 뚜렷이 드러났다. 대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에 포함된 곳이다. 중소기업은 자산 5000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중앙회 회원사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기업정책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업 조사와 수사 강화뿐 아니라 증세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재원이 부족할 시 현재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원상 복귀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대기업들은 신임 대통령 공약 중 부정적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는 경제정책(이하 복수응답)으로 ‘법인세 인상’(33.9%)과 ‘재벌 개혁’(22.6%)을 선택했다. 대기업 B사 관계자는 “미국을 봐도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다. 법인세 인상은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새 정부가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를 확대해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식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C사 대표는 “단체급식 시장이 연간 4조 원에 이르는데 10개 미만의 대기업이 90%를 점하고 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한다는 공약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인들은 이번 조사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으로 ‘공정 경제 추진’(33.9%)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분배도 좋지만 성장 전략도 필요 중소기업계가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마냥 기대감만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정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높아지면 작은 기업일수록 비용 감당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인 D 씨는 “노동시간 단축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얼핏 보면 일자리가 창출될 것 같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매출이 늘어나지 않으면 결국은 직원부터 줄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법정 노동시간 52시간’에 대한 걱정은 중소기업(37.9%)이 대기업(21.0%)보다 더 컸다. 정부가 장기적인 성장 전략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권은 분배, 배분이 핵심이고 ‘인간다운 삶, 헌법에 충실한 경제정책’을 하겠다고 했는데 성장 비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신박제 NXP반도체 회장도 “대기업이 세계무대에서 원활하게 영업하며 수출을 많이 하면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전해지고, 대기업이 어려워지면 중소기업도 타격을 받는다”며 “중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세계시장에서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도록 정부가 튼튼한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과 ‘노동 유연성 확보’(이상 21.8%)를 가장 많이 원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정부가 하루빨리 청사진을 발표해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샘물 evey@donga.com·신동진 기자}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65)이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공동모금회(UWW)의 최고액 기부 클럽인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 회원이 됐다. 14일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11일(현지 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유나이티드웨이 커뮤니티 리더스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결정됐다. UWW가 이번에 설립한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은 UWW나 관련 기관에 1000만 달러(약 113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기부를 약정한 회원들의 모임이다. 개인과 단체 회원 32명으로 구성됐다. 최 회장은 2011년 1억 원 이상 국내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초대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2012년 11월 아시아 최초로 UWW 산하 리더십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2015년 9월 ‘UWW 리더십위원회 서울 라운드테이블’을 유치한 것도 최 회장의 영향력 덕분이었다. 최 회장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은 37억3000만 원에 이른다. 그는 여기에 추가적인 기부를 약정해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 회원이 될 수 있었다. UWW는 이날 최 회장에게 ‘글로벌 필랜스러피 어워드’도 수여했다. 개인 기부 활동의 불모지인 아시아에서 적극적으로 나눔 활동에 나선 공로를 인정해서다. 마이클 헤이드 전 UWW 리더십위원회 위원장은 공로패를 전달하며 “최 회장은 끊임없는 헌신과 열정, 솔선수범으로 나눔의 저변을 확대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훌륭한 리더”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깊은 울림을 줄 것이며 최 회장의 헌신 앞에 절로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UWW 관계자와 전 세계 모금기관 담당자 등 2000여 명이 모인 행사장에서는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최 회장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지구촌 행복을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하고 함께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55·사진)이 약 900억 원대로 평가받는 동부고속 인수에 나선다. 박 전 부회장이 최근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물류 부문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부회장이 소유한 물류업체 피앤에스네트웍스는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키스톤프라이빗에퀴티(PE)와 함께 동부익스프레스 비(非)물류 부문 매각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피앤에스네트웍스에 여객 부문을 추가해 사업을 확장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본입찰은 이달 말 이뤄질 예정이다. 피앤에스네트웍스는 박 전 부회장의 개인 소유 회사인 팬택씨앤아이가 40%, 박 전 부회장의 아들인 성준 성훈 씨가 30%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박 전 부회장은 피앤에스네트웍스를 통로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면서 물류·운송 사업을 확대해 왔다. 2015년엔 현금수송업체인 발렉스코리아를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하기도 했다. 동부고속은 팬택씨앤아이가 추진한 M&A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동부익스프레스 비물류 부문은 동부고속, 동부렌터카가 포함된 여객사업부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11.11%로 구성돼 있다. 박 전 부회장은 매각 대상 중에서 동부고속만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물류 부문 전체 매각가는 2000억 원 안팎이고 그중 동부고속은 최대 900억 원으로 평가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에 사절단을 파견한다. 암참은 15∼18일 ‘도어녹(Door Knock)’을 통해 미국에서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 고위 관료들을 만난다고 14일 밝혔다. 도어녹은 암참의 회장단과 회원사 대표단이 매년 상반기(1∼6월) 워싱턴을 방문하는 주요 연례 회의다. 암참의 이번 방문은 트럼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거론하는 등 양국 간 경제협력이 큰 파도를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특히 올해는 최초로 한국 기업인 현대자동차도 도어녹 행사에 참여한다. 이번 사절단은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암참 회장), 데이비드 럭 유나이티드항공 한국지사장(전 암참 회장), 제프리 존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미래동반자재단 이사장) 등이 이끈다. 이 외에 이안 제이미슨 비자인터내셔날아시아퍼시픽 코리아리미티드 사장, 안익흥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최인범 제너럴일렉트릭인터내셔널 상임고문, 이상수 메드트로닉코리아 상무, 데이비드 김 현대차 워싱턴사무소장, 김철환 현대차 상무 등이 포함됐다. 도어녹 사절단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 등을 강조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속의 중요성을 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 재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 3배로 늘어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는 1분기에 매출 3조9181억 원, 영업이익 6456억 원을 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27.7%, 영업이익은 96.6% 증가한 수치다. 손자회사이자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좋은 실적을 낸 데다 GS EPS, GS E&R 등 발전 자회사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돼서다. GS칼텍스는 1분기에 매출 7조2759억 원, 영업이익 585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32.5%, 영업이익은 85.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정유부문 이익이 38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0억 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1분기 정제마진이 지난해 1분기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이익이 났다. 다만 정제마진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졌다. ㈜GS 관계자는 “최근 유가 변동 폭이 다시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자회사들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복제약(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선전으로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한 89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9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469% 증가한 671억 원이었다. 셀트리온 측은 “램시마가 유럽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미국시장에도 안착하면서 실적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램시마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매출 약 1700만 달러(약 192억 원)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항암제 복제약인 ‘트룩시마’의 유럽 판매도 시작했다. 글로벌 제약 유통사를 통해 판매되기 때문에 셀트리온 실적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합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8% 증가한 38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대비해 83% 늘어난 4438억 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의 1분기 영업이익이 330억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증권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이다. 주력 사업인 음악, 게임, 웹툰 등 콘텐츠 분야 매출이 2218억 원을 기록해 실적을 이끌었다. 콘텐츠 플랫폼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42% 늘었다. 특히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반영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이 1103억 원을 기록하면서 콘텐츠 매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졌다. 카카오는 생활 플랫폼으로의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카카오톡 주문하기·장보기’에 이어 올 상반기(1∼6월) ‘카카오톡 스토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결제와 판매, 정산이 가능한 스토어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과 동국제강도 1분기 영업이익이 1966억 원, 576억 원으로 각각 37.6%, 10.6%가 늘어났다. 한화케미칼은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가성소다와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국제 가격이 급등해 실적이 상승했다. 한화케미칼의 당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3242억 원이다. 동국제강은 8개 분기 연속 흑자다. 물론 모든 기업이 웃고 있는 건 아니다. CJ제일제당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매출 2조3995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원당(정제하지 않은 설탕)과 대두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21.2% 감소한 1442억 원에 그쳤다. PC 온라인 게임이 주력인 엔씨소프트도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냈다.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95억 원, 304억 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60%나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PC 온라인 게임에서의 매출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현석 lhs@donga.com·이샘물·이새샘 기자}
볼보그룹코리아는 지난해 1조619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572억8400만 원이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192.0%다. 같은 기간 볼보그룹코리아가 국내에 낸 기부금은 2억4900만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0.0154%에 불과하다. 순이익의 두 배를 배당하면서 국내 기부에는 극히 인색했던 것이다. 이 회사는 스웨덴 본사가 지분 100%를 가져 배당금은 모두 해외 본사로 간다.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대기업들은 당기순이익의 4분의 3을 배당하면서도 기부금 비율은 미미했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외국계 기업 44개사와 국내 기업 374개사의 배당 성향과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외국계 기업은 최대주주나 최상위 지배기업이 외국계인 기업을 기준으로 했다. 12월 말 결산 기업 32개사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그 외 결산(3·5·8·9월 말) 기업 12개사는 2015년 실적을 토대로 분석했다. 국내 진출 외국계 기업은 전체 당기순이익 3조5451억 원 중 2조6917억 원을 배당에 썼다. 평균 배당 성향이 75.9%다. 국내 기업 평균인 23.6%의 3배가 넘는다. 외국계 기업은 비상장사이면서 해외 본사가 지분 100%를 가진 곳이 대부분이다. 이 기업이 배당한 돈은 결국 해외의 본사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은 전체 매출 115조7900억 원 중 고작 604억 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5%다. 국내 대기업(0.12%)의 절반 이하다. 배당성향이 100%가 넘는 기업들은 볼보그룹코리아 외에도 동양생명(170.2%)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153.5%)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149.4%) 아디다스코리아(140.1%) 이베이코리아(135.6%) 한국쓰리엠(113.7%) 비엠더블유코리아(101.0%) 등이 있다. 한화엘앤씨 도레이케미칼 코스트코코리아 푸르덴셜생명 유안타증권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등 흑자기업 12개사와 알리안츠생명 유코카캐리어스 한국지엠 필립모리스코리아 등 4개 적자기업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등을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매출 1조1822억 원에 당기순이익 828억 원을 냈지만 기부는 한 푼도 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 중 유일한 ‘기부금 0원’ 기업이다. 르노삼성자동차(5000만 원) 노무라금융투자(1000만 원) 한국스티롤루션(500만 원)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도 0.0003∼0.0008% 수준이었다.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아프로파이낸셜대부로 매출의 0.3265%(27억9900만 원)였다. 필립모리스코리아(0.2528%·17억1700만 원) 유한킴벌리(0.2154%·32억3100만 원) 에스원(0.1634%·29억9000만 원) 에쓰오일(0.1396%·227억8700만 원)도 기부를 많이 하는 기업으로 꼽혔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은 ‘협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수 공약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이 통과돼야만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한 법안 대부분은 임시국회가 열리는 대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재벌 개혁 관련 공약들을 발표하면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올해부터 법 개정을 추진하고, 개정 후 1년 이내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우선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가 시행되려면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는 올해 2월 여야 간 합의에 이른 바 있다. 이른 시기에 통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서면투표제 역시 이미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많아 의무화하는 방안에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집중투표제는 부작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아 합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회사가 가져야 하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 비율을 높이는 등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자회사 주식 보유기준을 상장사의 경우 현행 20%에서 30%로 높여야 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재계에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사안이다. ‘연 1800시간대의 노동시간’을 임기 내에 실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도 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국회는 올해 3월 현행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만큼 논의가 재개된다고 해도 법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비정규직·일자리 관련 공약 중에도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내용이 많다. 공약에 포함된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가칭)을 제정하는 것과 민간 대기업에도 청년 고용의무 할당제를 적용하는 방안 모두 법 개정 사항이라 여야 합의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은 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노사정 대표들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는 공약은 별도의 법 개정 없이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막대한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문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10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10일 경북 울릉군 남양초등학교. 학생, 학부모, 주민 등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김민우 교사(38)가 삼성전자 ‘스마트스쿨’을 활용해 수업을 시연했다. 스마트스쿨은 삼성전자가 디지털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어린이들도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첨단기기와 교사 연수 등을 제공한다. 남양초 전교생은 37명이다. 섬마을 학교라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견학할 기회가 매우 적다. 학생들은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지 않고 학교 수업에만 의존하고 있다. 김 교사는 이재철 교사(36)와 함께 지난해 삼성 스마트스쿨의 문을 두드렸다.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자 했다. 삼성전자는 신청서가 들어오면 전문가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웹사이트에 후보 학교와 기관들의 사연을 게재한다. 누리꾼들로부터 공감 투표를 받은 뒤 스마트스쿨을 선정하고 있다. 두 교사는 신청서에 다음과 같은 사연을 담았다. “작은 섬마을 학생들에게 꿈마저도 작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가르치고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남양초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세요!” 남양초는 누리꾼들로부터 총 1만4243표를 받아 지난해 11월 스마트스쿨에 최종 선정됐다. 올해 2월 스마트스쿨이 완공된 뒤 학생들은 최신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스쿨을 통해 지금까지 50개 학교 및 기관을 지원했다. 지난해부터는 병원, 다문화센터, 지역아동센터, 특수학교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올해도 이달 18일까지 웹사이트()에서 신청을 받아 총 15개 기관을 선정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대기업 복합 쇼핑몰 입점으로 우리 50, 60대 자영업자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가 각별히 챙기겠습니다.”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 부평역 앞 유세에서 “상생협력 방안을 입법으로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설 직후 지역 상인들은 환호했고, 신세계는 곤혹스러워했다. 문 대통령이 신세계의 부천 복합쇼핑몰 계획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당초 ‘스타필드 부천’을 세우기로 부천시와 협약을 맺었지만 인근 인천 부평 지역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백화점으로 계획을 바꿨다. 백화점은 골목상권과 겹치는 부분이 적다는 게 이유였다. 신세계와 부천시는 아직 토지 매매 계약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대기업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새 정부가 소상공인 보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내수 대기업이 집중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규제-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경제정책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례다. 문 대통령은 “재벌과 대형 유통업체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무너뜨렸다”고 강조해 왔다. 공약에도 도시계획 단계부터 복합쇼핑몰 입지를 제한하고 복합쇼핑몰에 대해 대형마트와 같은 수준의 영업제한(매월 공휴일 중 2일 휴업)을 하는 방안을 담았다. 공약이 현실화하면 ‘스타필드 하남’ 같은 복합쇼핑몰은 한 달에 두 번 주말이나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최근 백화점, 아웃렛이 대형화되고 문화시설이 결합되는 추세라 사실상 대규모 점포는 모두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신세계는 광주에 백화점과 호텔을 함께 지으려다가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유통업계는 “어려운 골목상권의 문제를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대립으로 보지 않길 희망한다”고 호소한다. 온라인 판매가 대형마트를 제친 상황에서 전통시장 쇠락의 원인을 대규모 점포에서 찾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복합쇼핑몰은 주로 교외에 있어 골목상권과 겹치지 않고, 내수 살리기와 국내 관광 촉진 정책과도 배치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직접고용 인원만 5000명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4대 그룹’도 숨을 죽인 채 새 정부의 초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 상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 집중투표, 전자투표, 서면투표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공익법인, 자사주 등을 활용한 대주주 일가의 우회적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겠다고 밝혀 왔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기 이익을 노린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며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지주회사로의 전환 움직임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겠다며 자회사 의무 소유 비율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주사 전환을 포기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신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언급한 재벌 개혁, 청년고용할당제 강화,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은 현재 경제상황에 맞게 신중한 검토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견기업들도 문 대통령이 자칫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분법적인 틀로 경제구조에 접근하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재벌 개혁 하겠다고 내놓은 규제 공약들을 보면 중견기업까지 포함돼 있다. 진입 규제 같은 칸막이를 치면 중견기업들은 아래 위에서 규제를 받게 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고무된 중소기업, 일부 공약은 걱정 중소기업계는 문 대통령이 대기업 중심 성장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을 육성해 ‘국민성장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것에 고무돼 있다.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숙원이었던 중소기업청의 부(部) 승격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대해 기대가 크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정책을 맡은 중소기업청이 입법 발의권이 없어 한계가 많았는데 부로 승격되면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내걸었던 중소기업 공약은 지원과 보호,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설치해 납품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부당 내부거래 같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도 실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소기업이 회원사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중에는 남북 관계가 개선돼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많다. 다만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이 파트타임 고용을 하는데 최저임금을 1만 원 수준으로 맞추면 곧바로 수익 하락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자는 등의 정책도 중소기업계가 마냥 반기긴 힘든 상황이다. 대기업 2차 하청업체인 중소기업 A사 대표는 “인건비 부담도 부담이지만 신규 인력 채용이 하늘의 별 따기인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정민지·이샘물 기자}
삼성그룹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특검 수사 여파로 연기해왔던 임원 인사를 이르면 이달 중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12월 실시했어야 할 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무기한 연기해왔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 구속된 직후 1심 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인 5월 말 이후를 임원 인사 시점으로 거론해왔다. 하지만 재판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8월 말 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임원 인사 시기도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삼성에서는 임원 인사가 늘어지면서 조직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인사를 이른 시일 내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장단 인사는 1심 선고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 인사 시기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30대 그룹의 접대비 지출이 지난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 이후 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접대비 지출액은 총 212억8600만 원으로 전년 동기의 296억2500만 원보다 28.1% 감소했다. 이 기간 30대 그룹의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48.0% 늘었다. 조사 대상은 30대 그룹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과 접대비 명세를 공시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 KT&G를 제외한 27개 그룹 111개 계열사였다. 조사 대상 그룹 중 접대비가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금호아시아나(―65.4%)였다. 롯데(―59.9%), GS(―55.0%), 미래에셋(―50.3%), 삼성(―49.8%), OCI(―49.8%), 대우건설(―46.3%), 포스코(―45.0%) 등도 감소율이 높았다. 반면 접대비가 늘어난 곳은 KT(5.3%), 현대자동차(2.1%) 등 2곳이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최근 11년(2005∼2015년)간 국내 제조기업이 해외에서 만든 일자리는 3배로 늘어난 반면에 외국 제조기업이 국내에서 만든 일자리는 1.4배로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내놓은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밝혔다. 리쇼어링(re-shoring)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자국 기업이 다시 돌아오는 현상으로, 최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15년 국내 제조기업의 해외 고용인원은 53만2652명에서 162만4521명으로, 외국 제조기업의 국내 고용인원은 19만8910명에서 27만1390명으로 늘었다. 국내로 들어온 일자리 대비 해외로 나간 일자리 수가 최근 11년간 2.7배에서 6배로 격차가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 유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에서 20.2%로 4.7배로 늘어난 반면에 투자유입은 11.7%에서 12.7%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 금액은 최근 5년(2011∼2015년)간 464억 달러로 세계 37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에선 규제 개혁과 기업 지원책을 쏟아내며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과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규제 1개를 만들 때 2개를 없애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제도를 도입하고,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15%까지 인하하는 세제 개편안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대한상의 자문위원)은 “투자 유치뿐 아니라 최근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경쟁국을 뛰어넘는 기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한 기업 규제도 개선 대상으로 꼽혔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의 정부 규제 부담은 138개국 중 105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외국인 투자 규제는 35개국 중 30위였다. 후순위로 평가될수록 규제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를 ‘일자리 죽이는 산업’이라고 부르며 규제 개혁과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용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아무리 좋은 투자유치 제도가 있어도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자주 바뀌는 규제, 복잡한 행정절차 등 신뢰의 걸림돌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지은 배터리 공장이 고전하는 가운데 중국 경쟁자들이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다.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에서도 중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BYD(비야디·比亞迪)는 지난해부터 설비 용량을 매년 6GWh(기가와트시)씩 늘리고 있다. 2019년 증설을 완료하면 생산 규모가 34GWh로 2015년(10GWh)의 3배 이상이 된다. CATL은 2020년까지 생산 규모를 50GWh로 증설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대비 6배 수준이다. 궈쉬안(國軒)하이테크는 2015년 2GWh에서 2020년 23GWh로, 리선(力神)은 지난해 3GWh에서 2020년 20GWh로 생산 능력을 키운다. 최근 발표된 증설 계획만 합해도 중국 기업들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설비 용량은 2020년 총 157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인 연간 65.1GWh(지난해 기준)의 두 배가 훌쩍 넘는 규모다. 공격적인 선제 투자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2024년 283.5GWh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국 중국 일본이 3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2015년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했다. 규모 면에서는 중국이 앞선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출하실적 순위에서 일본 파나소닉(2위)을 제외하면 1∼5위가 모두 중국 기업이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6위와 9위였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도약하고 있는 배경이다. LG화학과 삼성SDI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5년 각각 난징(南京)과 시안(西安)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내 배터리 판매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지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모델용 배터리에 대한 중국 공업정보화부 승인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승인 기업 57곳을 발표하면서 외국 기업을 배제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현지 배터리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공장 가동률도 바닥을 쳤다. LG화학은 올해 1월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중국 공장 가동률이 20%대였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오히려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동률을 70%가량(3월 말 기준)으로 올렸다. 삼성SDI는 중국 공장 생산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해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런 방안이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배터리산업 경쟁력 자체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국은 특히 흑연 니켈 망간 구리 등 배터리 핵심소재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데다 기술 개발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배터리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부상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배터리는 차세대 수출 산업인 만큼 대외변수를 하루빨리 돌파해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해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