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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학구적인 음반사’ 하이피리언 소속으로 60여 장의 음반을 발매해 온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63)이 9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10년 만의 방한 예정이었던 2022년 리사이틀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무산되고 2년 만이다. 아믈랭의 레퍼토리는 하이든에서 현대곡까지 방대하다. 이번 리사이틀에는 슈만 ‘숲의 정경’, 라벨 ‘밤의 가스파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등 세 곡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들고 온다. ‘밤의 가스파르’는 2022년 예정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아믈랭이 한국 청중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 프로그램에 넣었다고 공연 주최사인 더브리지컴퍼니는 밝혔다. 이 곡의 3악장 ‘스카르보’는 ‘기교파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아믈랭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캐나다의 프랑스어 지역인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아믈랭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20세기의 기교파 피아노 작곡가인 알캉, 고도프스키, 소라브지 등의 작품을 연마했다. 11번이나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에코 클래식 피아노 부문 올해의 연주자상, 디아파송 올해의 음반상 등을 받았다. 그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에튀드(연습곡) 음반은 독일 음반비평가상을 수상했다. 미국 뉴요커 매거진의 음악평론가 앨릭스 로스는 ‘아믈랭은 엄청난 기교뿐 아니라 깊이 있는 탐구로도 존중받는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올해 6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35)과는 친인척 관계가 아니고 이름의 띄어쓰기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종종 피아노 듀오로 함께 무대에 선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첼로의, 첼로에 의한, 첼로를 위한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 인 서울’이 네 해째 축제를 마련한다. ‘첼로 스쿨(유파)의 역사’를 주제로 9월 6, 8, 10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세 차례 공연을 연다. 이 축제 홍채원 음악감독(첼리스트)은 “화려한 기교와 폭넓은 음역을 보여줄 수 있는 첼로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거장들의 도전으로 발전을 거듭했는지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 축제엔 심준호, 이호찬 등 한국 첼리스트 11명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유다윤, 비올리스트 김규현 이해수, 호르니스트 김홍박 이석준 등이 출연한다.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와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음대 교수로 활동 중인 옌스 페터 마인츠는 10일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협연 무대를 가지며 8일 콘서트에도 출연한다. 6일 ‘첼로의 황금기’ 콘서트에서는 베토벤과도 영향을 주고받은 뒤포르 형제, 안톤 크라프트 등 첼로의 기교를 크게 확대한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8일 ‘첼로 연주의 근본’ 콘서트에서는 모차르트 ‘음악의 농담’, 하이든 첼로 협주곡 2번 D장조, 판브레이 ‘네 현악4중주를 위한 알레그로’ 등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거나 한층 편성이 큰 작품들을 연주한다. 마인츠의 리사이틀인 10일 ‘베토벤과의 그랑 듀오’에서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1, 3, 4번과 그에게 첼로 기법의 영향을 준 크라프트의 ‘그랑 듀오’, 장피에르 뒤포르의 소나타를 감상할 수 있다. 2021년 시작된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 인 서울’은 2022년 첼리스트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72곡의 새 작품을 선보였으며 2023년에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나라들을 위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세르비아 등 동유럽 작곡가들의 작품을 서울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소개했다. 올해엔 공연 외 정상급과 어린 첼리스트들이 함께 하는 첼로 페다고지(교육법)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축제의 홍채원 음악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과 인디애나대 음대 전문연주자 과정, 미시간주립대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아람 하차투랸 국제 첼로 콩쿠르 3위와 청중상, 최고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했다. 마인츠는 1994년 당시 17년 동안 우승자를 내지 못했던 독일 ARD 국제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최연소 우승했으며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악단 및 아티스트들과 협연해 왔다. 독일 음반 비평상과 프랑스 디아파종 황금상, 에코 음반상 등을 수상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첼로의, 첼로에 의한, 첼로를 위한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 인 서울이 네 해 째 축제를 마련한다. ‘첼로 스쿨(유파)의 역사’를 주제로 9월 6, 8, 10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세 차례 공연을 연다. 이 축제 홍채원 음악감독(첼리스트)은 “화려한 기교와 폭넓은 음역을 보여줄 수 있는 첼로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거장들의 도전으로 발전을 거듭했는지를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 축제엔 심준호, 이호찬 등 한국 첼리스트 11명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유다윤, 비올리스트 김규현 이해수, 호르니스트 김홍박 이석준 등이 출연한다.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와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음대 교수로 활동 중인 옌스 페터 마인츠는 10일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협연 무대를 가지며 8일 콘서트에도 출연한다. 6일 ‘첼로의 황금기’ 콘서트에서는 베토벤과도 영향을 주고받은 뒤포르 형제, 안톤 크라프트 등 첼로의 기교를 크게 확대한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8일 ‘첼로 연주의 근본’ 콘서트에서는 모차르트 ‘음악의 농담’, 하이든 첼로 협주곡 2번 D장조, 반 브리 ‘네 현악4중주를 위한 알레그로’ 등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거나 한층 편성이 큰 작품들을 연주한다. 옌스 페터 마인스의 리사이틀인 10일 ‘베토벤과의 그랑 듀오’에서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1, 3, 4번과 그에게 첼로 기법의 영향을 준 안톤 크라프트의 ‘그랑 듀오’, 장피에르 뒤포르의 소나타를 감상할 수 있다. 2021년 시작된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 인 서울’은 2022년 첼리스트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72곡의 새 작품을 선보였으며 2023년에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나라들을 위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세르비아 등 동유럽 작곡가들의 작품을 서울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소개했다. 올해엔 공연 외 정상급과 어린 첼리스트들이 함께 하는 첼로 페다고지(교육법)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축제의 홍채원 음악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과 인디애나 음대 전문연주자 과정, 미시건 주립대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아람 하차투리안 국제 첼로 콩쿠르 3위와 청중상, 최고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했다. 옌스 페터 마인츠는 1994년 당시 17년 동안 우승자를 내지 못했던 독일 ARD 국제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최연소 우승했으며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악단 및 아티스트들과 협연해 왔다. 독일 음반 비평상과 프랑스 디아파송 황금상, 에코 음반상 등을 수상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토벤은 제 음악의 선생님이죠. 그다음으로는 인생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최희준 예술감독(51·사진)이 롯데콘서트홀의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에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들고 온다. 다음 달 8일 열리는 클래식 레볼루션 이틀째 콘서트에서 베토벤 ‘피델리오 서곡’과 피아노협주곡 3번(김태형 협연),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그는 자신에게 베토벤이 갖는 의미와 이번 프로그램에 담은 의미를 담담히 풀어놓았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논리적이고 구조적이어서 수백 년을 갈 수 있는 단단한 건축물과 같습니다. 또한 치명적인 청각장애를 예술로 극복해낸 그의 일생 앞에 음악가들은 겸허히 고개를 숙이게 되죠.” 이번 콘서트 첫 곡인 ‘피델리오’ 서곡은 베토벤이 쓴 유일한 오페라의 서곡으로 프랑스 혁명기의 계몽적이고 해방적인 시대 분위기가 들어 있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클래식의 혁명이라는 뜻이죠. 이 오페라에서 피델리오가 보여준 용기와 사랑의 힘이 바로 혁명의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중 초기 작품에 속하는 교향곡 2번은 ‘올 베토벤 프로그램’ 메인곡으로 흔한 선택은 아니다. “이 교향곡에는 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느껴집니다. 베토벤이 치명적인 청각장애로 고민하던 시기에 작곡됐죠. 전체적으로 밝지만 어두움이 공존하고, 절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서는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피아노협주곡 3번에도 ‘나는 음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것이다’란 의지가 드러납니다.” 최희준은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과 드레스덴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고, 바트 홈부르크 지휘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했다. 독일 작센 주립극장 부지휘자를 지냈으며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현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전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현재 한양대 교수도 맡고 있다.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수원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은 그를 ‘역대 베스트 지휘자’로 꼽은 바 있다. “단원들이 지금의 음악적인 소통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편이고, 단원들은 함께 가려고 하는 의지가 크게 느껴지거든요. 그런 의지들이 모여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은 9월 7일 인천시립교향악단 콘서트로 시작해 8일 최희준 지휘 수원시향을 거쳐 9일 최수열 지휘 한경아르테필, 10일 김선욱 지휘 경기필, 11일 사오자 뤼 지휘 KBS교향악단 콘서트로 이어진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토벤은 제 음악의 선생님이죠. 그 다음으로는 인생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수원시립교향악단 최희준 예술감독(51)이 롯데콘서트홀의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에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들고 온다. 다음 달 8일 열리는 클래식 레볼루션 이틀째 콘서트에서 베토벤 ‘피델리오 서곡’과 피아노협주곡 3번(김태형 협연),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그는 자신에게 베토벤이 갖는 의미와 이번 프로그램에 담은 의미를 담담히 풀어놓았다.“베토벤의 교향곡은 논리적이고 구조적이어서 수백 년을 갈 수 있는 단단한 건축물과 같습니다. 또한 치명적인 청각 장애를 예술로 극복해낸 그의 일생 앞에 음악가들은 겸허하게 고개를 숙이게 되죠.”이번 콘서트 첫 곡인 ‘피델리오’ 서곡은 베토벤이 쓴 유일한 오페라의 서곡으로 프랑스 혁명기의 계몽적이고 해방적인 시대 분위기가 들어있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클래식의 혁명이라는 뜻이죠, 이 오페라에서 피델리오가 보여준 용기와 사랑의 힘이 바로 혁명의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합니다.”베토벤의 교향곡 중 초기 작품에 속하는 교향곡 2번은 ‘올 베토벤 프로그램’ 메인곡으로 흔한 선택은 아니다. “이 교향곡에는 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느껴집니다. 베토벤이 치명적인 청각 장애로 고민하던 시기에 작곡됐죠. 전체적으로 밝지만 어두움이 공존하고, 절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서는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피아노협주곡 3번에도 ‘나는 음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것이다’라는 의지가 드러납니다.”최희준은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과 드레스덴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고, 바트 홈부르크 지휘 콩쿠르에 1위로 입상했다. 독일 작센 주립극장 부지휘자를 지냈으며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현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전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현재 한양대 교수도 맡고 있다.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수원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은 그를 ‘역대 베스트 지휘자’로 꼽은 바 있다.“단원들이 지금의 음악적인 소통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편이고, 단원들은 함께 가려고 하는 의지가 크게 느껴지거든요. 그런 의지들이 모여서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올해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은 9월 7일 인천시립교향악단 콘서트로 시작해 8일 최희준 지휘 수원시향을 거쳐 9일 최수열 지휘 한경아르테필, 10일 김선욱 지휘 경기필, 11일 샤오 치아 뤼 지휘 KBS 교향악단 콘서트로 이어진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1821년)에서 여주인공 아가테는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태양은 그 위에 빛난다”며 “그곳은 맹목의 우연(blindem Zufall)을 받들지 않고 거룩한 의지(heiliger Wille)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노래한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의 호숫가 무대에서 지난달 16일 공개된 브레겐츠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의 ‘마탄의 사수’는 거룩한 의지의 승리를 노래한 원작을 뒤집었다. 이달 11일 브레겐츠 현장에서 이 작품을 관람했다. 원작에서 2막의 마술탄환 제조 장면에만 등장하는 악마 자미엘은 이번 무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누비며 주인공들의 행위를 조종했다. 마치 ‘이 지상은 마성과 맹목의 우연이 지배하는 곳’임을 선언하는 것 같았다. 파격적인 무대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TV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에서 전방위로 활약해온 연출가 필리프 슈퇼츨이었다. 2021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베르디 ‘리골레토’로 화제를 몰고 왔던 그는 이번 무대에도 수많은 서커스적 장치를 끌어들였다. 원형의 불길이 물속에서 악당 카스파르를 둘러싸고, 악마는 해골로 된 말과 마차를 달린다. 여주인공 아가테는 기울어진 침대에서 히스테리에 시달린다. 이런 정도까지는 미리 예상할 만한 슈퇼츨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발짝 더 나갔다. 첫 부분부터 총 맞은 아가테와 교수형 당하는 남주인공 막스를 보여준다. 이후 극은 일종의 ‘플래시백’이 되고, 끝부분에서 연출가는 또는 악마 자미엘은 처음에 제시한 결말을 스스로 철회한다. 그 모든 과정이 악마의 계획과 지배 아래 이뤄진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20세기 중반 이후 노골화된 급진적 연출 경향 ‘레지테아터(Regietheater)’는 기존 오페라의 배경은 물론이고 기본적 플롯까지 뒤집어 왔다. 이번 ‘마탄의 사수’에선 음악에까지 칼날이 가해졌다. 서곡부터 주인공 막스와 아가테의 중요 아리아들은 중간이 뚝 잘린 채 새롭게 창작된 대사들이 삽입됐다. 무대 오른쪽에는 첼로와 하르모늄(풍금과 비슷한 건반악기), 타악기로 구성된 밴드가 새로 창작된 민속풍 선율을 연주했다. 이런 공연물을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차라리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변용해 만든 새 장르의 공연물’임을 표방하는 것이 나은 것처럼 보였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마탄의 사수’는 17일까지 공연됐고 내년 7∼8월로 이어진다. 이 공연에 앞서 9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토레델라고에서 열린 푸치니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의 ‘토스카’를 관람했다. 흑백의 프로젝션 장치는 무대 위에 실제 입체 설치물을 구현한 듯한 효과를 주었다.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알레한드로 로이는 또렷하고 맑은 서정적 테너와 드라마티코(극적) 테너를 오가는 발성으로 배역에 몰입감을 선사했다. 10일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에서는 1913년 이곳에서 열린 베르디 ‘아이다’ 공연을 오마주한 ‘아이다 1913’ 공연이 열렸다. 기존의 익숙한 ‘아이다’에 비해 약하게 설정된 조명과 다양한 색감의 무대장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라다메스 역의 테너 표트르 베차와의 영웅적이고 또렷한 음성은 무대를 사로잡았다. 지휘자 다니엘 오렌의 무대 장악력은 2005년 베로나에서 처음 관람한 ‘아이다’에서처럼 여전히 경탄스러웠다. 오렌은 10월 12∼19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공연을 지휘한다. 브레겐츠·토레델라고·베로나=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1821)에서 여주인공 아가테는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태양은 그 위에 빛난다”며 “그곳은 맹목의 우연(blindem Zufall)을 받들지 않고 거룩한 의지(heiliger Wille)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노래한다. ‘우연’과 ‘의지’의 대비는 게르만 부족사회에서 유래한 자연신적, 주술적 세계관과 기독교의 유일신적 세계관 사이의 대립을 상징한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의 호숫가 무대에서 지난달 16일 공개된 브레겐츠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의 ‘마탄의 사수’는 거룩한 의지의 승리를 노래한 원작을 뒤집었다. 이달 11일 브레겐츠 현장에서 이 작품을 관람했다. 원작에서 2막의 마술탄환 제조 장면에만 등장하는 악마 자미엘은 이번 무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누비며 주인공들의 행위를 조종했다. 마치 ‘이 지상은 마성과 맹목의 우연이 지배하는 곳’임을 선언하는 것 같았다. 파격적인 무대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TV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에서 전방위로 활약해온 연출가 필립 슈퇼츨이었다. 2021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베르디 ‘리골레토’로 화제를 몰고 왔던 그는 이번 무대에도 수많은 서커스적 장치를 끌어들였다. 원형의 불길이 물속에서 악당 카스파르를 둘러싸고, 악마는 해골로 된 말과 마차를 달린다. 여주인공 아가테는 기울어진 침대에서 히스테리에 시달린다. 마을이 불길에 휩싸이고 교회탑이 폭발한다. 이런 정도까지는 미리 예상할만한 슈퇼츨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발짝 더 나갔다. 첫 부분부터 총 맞은 아가테와 교수형당하는 남주인공 막스를 보여준다. 이후 극은 일종의 ‘플래시백’이 되고, 끝부분에서 연출가는, 또는 악마 자미엘은 처음에 제시한 결말을 스스로 철회한다. 그 모든 과정이 악마의 계획과 지배 아래 이뤄지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악마 자미엘이 무대를 끌고 가는 만큼 원작에 대한 조롱은 피할 수 없다. 아가테의 친구 엔헨은 레즈비언으로 설정되었고, 막스는 사냥꾼이 아닌 마을 서기(書記)가 된다. 원작에서 경건의 상징과도 같았던 순결한 아가테는 막스의 아기를 가진다. 베버의 음악이 그려내는 경건함은 ‘불경한’ 미장센과 계속해서 마찰을 빚는다. 그런 마찰음도 연출가의 성과라면 성과다. 20세기 중반 이후 노골화된 급진적 연출 경향 ‘레지테아터’(Regietheater)’는 기존 오페라의 배경은 물론 기본적 플롯까지 뒤집어 왔다. 이번 ‘마탄의 사수’에선 음악에까지 칼날이 가해졌다. 서곡부터 주인공 막스와 아가테의 중요 아리아들은 중간이 뚝 잘린 채 그 사이에 새롭게 창작된 대사들이 삽입됐다. 무대 오른쪽에는 첼로와 하르모늄(풍금과 비슷한 건반악기), 타악기로 구성된 밴드가 새로 창작된 민속풍 선율을 연주했다. 이런 공연물을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차라리 ‘베버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변용해 만든 새 장르의 공연물’임을 표방하는 것이 나을 것처럼 보였다. 이번 공연의 성격은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편집한 한스 젠더의 음악극 ‘겨울 나그네’와 비교할 만했다. 삽입된 민속 선율의 느낌도 젠더의 음악극과 비슷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마탄의 사수’는 17일까지 공연됐고 내년 7~8월로 이어진다. 이 공연에 앞서 9일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토레델라고에서 열린 푸치니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의 ‘토스카’를 관람했다. 높은 해상도에 치중한 흑백의 프로젝션 장치는 무대 위에 실제 입체 설치물을 구현한 듯한 효과를 주었다. 카바라도시역 테너 알레한드로 로이는 또렷하고 맑은 서정적 테너와 드라마티코(극적) 테너를 오가는 발성으로 배역에 몰입감을 선사했다. 토스카역 소프라노 에리카 그리말디는 평소의 ‘날이 선’ 토스카보다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스카르피아 역 에르빈 슈로트는 전형적인 악역으로는 음성이 밝은 편이었지만 절묘한 강약의 배합과 공들인 연기로 갈채를 받았다. 10일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에서는 1913년 이곳에서 열린 베르디 ‘아이다’ 공연을 오마주한 ‘아이다 1913’ 공연이 열렸다. 기존의 익숙한 ‘아이다’에 비해 약하게 설정된 조명과 다양한 색감의 무대장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라다메스 역 테너 표트르 베차와의 영웅적이고 또렷한 음성은 무대를 사로잡았다. 반면 아이다 역 마리아 호세 시리는 음성연기와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 모두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지휘자 다니엘 오렌의 원숙한 무대 장악력은 2005년 베로나에서 처음 관람한 ‘아이다’에서처럼 여전히 경탄스러웠다. 오렌은 10월 12~19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공연을 지휘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세 번째 해를 맞은 한여름 실내악의 향연 ‘랑데뷰 드 라 무지크 페스티벌’이 22~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린다. 2005년 17세로 부소니 국제 콩쿠르 3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김혜진이 예술감독을 맡고,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백주영, 첼리스트 이호찬 김민지, 플루티스트 박예람, 피아니스트 그레이스 여와 예수아, 현악4중주단 이든 콰르텟과 리수스 콰르텟, 앙상블 에드무지카 등이 출연한다.올해 페스티벌의 주제는 ‘RE:sonance 울림의 발견’이다. 시간의 흐름을 초월해 음악의 여정을 재탐구하고 소리를 넘어선 감동의 울림을 전하겠다는 뜻이라고 김혜진 음악감독은 설명했다.22일 오프닝 공연은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다. ‘랑데뷰 살롱’이라는 제목으로 스메타나의 피아노 3중주 G단조, 바버 네 손을 위한 피아노 모음곡 ‘추억’ 등을 소개한다. 2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메타모르포젠’ 콘서트에서는 국내 초연하는 존 윌리엄스의 ‘노래와 소박한 선물’로 시작해 앙상블 에드무지커가 연주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으로 끝을 맺는다.주말 공연인 24, 25일 공연은 오후 2시에 열린다. 24일 열리는 ‘사운즈 리바이벌: 앙코르 2022’ 공연에서는 2022년 이 축제에서 국내 초연된 아이브스의 피아노 3중주와 김택수 ‘디포 베이의 일몰’ 등을 소개한다. 축제는 25일 인춘아트홀에서 열리는 클로징 콘서트 ‘경이로운 환상: 오마주’에서 라벨의 피아노 3중주와 국내 초연곡인 리나 에스메일의 피아노 3중주 등으로 문을 닫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모데나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남쪽에 자리 잡은 인구 18만 명의 도시다. 대성당과 궁전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5km 남짓 떨어진 평원 한가운데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집 박물관’이 있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가 만년을 보내고 삶을 마친 곳이다. 2015년 지금의 모습과 같은 박물관이 되었다. 10일 찾은 이곳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열 달 만이다. 박물관 홈페이지의 소개에 특별히 덧붙일 말은 없다. “이 집에는 파바로티가 사랑했던 물건들이 있으며 가족, 친구, 학생들과 보낸 나날들의 추억이 전시되어 있다. 따뜻한 빛이 공간을 채우고 하늘을 바라보는 거대한 창문이 방을 비추며 프랭크 시나트라, 다이애나 공주와 같은 친구들의 사진과 그림, 편지를 볼 수 있다. 오페라 의상과 독특한 기념품, 수많은 상패가 그의 빛나는 경력을 보여주지만 일상적인 물건들은 이 위대한 예술가 뒤에 있는 소박한 인물을 보여 준다.” 모데나에서 태어난 파바로티는 1970년대 초반 예술적 정점에 올랐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주빈 메타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푸치니 ‘투란도트’ 등이 이 무렵 녹음됐고, 세계 음악 팬들은 파바로티의 마법에 사로잡혔다. 어린 나도 대기권으로 태양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파바로티의 목소리에 매혹됐다. 1977년 늦가을, 파바로티는 대한민국의 이화여대 대강당을 찾아왔다. 그가 부른 모든 노래가 세부까지 정확히 머릿속에 남아 있다. 조르다니 ‘카로 미오 벤’, 토스티 ‘마레키아레’, 앙코르로 노래한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공연장에 간 것은 아니었다. 주최사인 MBC는 공연 실황을 TV로 중계했고 성악 팬인 나와 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꼬박 앉아 이 공연을 시청했다. 공연은 며칠 뒤 라디오로 방송됐고 형제는 카세트 리코더로 공연을 녹음했다. 그해 겨울 내내 닳고 닳도록 이 테이프를 들었다. 언젠가부터 이 카세트의 행방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아쉽긴 했지만 아쉬움이 크지는 않았다. 그 공연의 모든 것이 머릿속에 그려지듯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은 놀라운, 조금은 의아한 발견도 있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몬트리올의 파바로티, 1977’이라는 음원을 보게 됐다. 글루크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할까’, 베토벤 ‘이 어두운 무덤 속에’, 도니체티 ‘뱃노래’ 등 세 곡이 들어 있었다. 세 곡 모두 파바로티가 같은 해 서울에서 부른 곡이다. 사소한 강약 변화나 가사(딕션)의 사소한 부분까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노래와 일치했다. 물론 파바로티가 그 시절 세계 곳곳에서 닳고 닳도록 노래한 레퍼토리이니 똑같이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이 음원을 게시한 사람은, 실은 서울에서 녹음된 ‘출처불명’의 노래들에 그럴싸한 지명을 붙인 것은 아닐까? 모데나는 파바로티와 동갑내기인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1935∼2020)의 고향이기도 하다. 프레니 역시 일세를 풍미한 대가수였으며 두 사람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한 파시스트는 사회 효율화의 일환으로 여성들을 공장에 보냈다. 엄마가 일하는 동안 어린 아기들은 ‘전담 유모’의 젖을 먹었다. 파바로티와 프레니에게 젖을 먹인 유모는 같은 여성이었다. 프레니는 ‘덩치 큰 파바로티가 젖을 독차지하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에 “루치아노(파바로티)는 10월생이고 저는 2월생이거든요. 제가 누나고 그땐 덩치도 더 컸겠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나는 5년 전 다큐멘터리 영화 ‘파바로티’를 소개하면서 ‘프레니가 (파바로티에 대해) 한마디도 들려주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고 적었다. 다큐 제작 당시 프레니가 병석에 누워 있었던 점을 몰랐던 것이다. 오늘날 한류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지만 반세기 전 대한민국의 한 어린이는 ‘이탈리아류’, ‘I-오페라’에 열광했다. 그 시대를 회상하는 한 남자는 파바로티가 웃고 떠들며 특유의 ‘살인미소’를 짓던 그 공간에서 어린 시절의 우상을 만난다.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스타 피아니스트 형제인 ‘뤼카스 & 아르튀르 유선 듀오’가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협연자로 나선다. 영국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이머전 쿠퍼가 베토벤 최후의 3대 피아노 소나타인 30, 31, 32번 소나타를 선보인다. 시대악기 첼로 연주 거장인 피터르 비스펠버이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곡 전곡을 연주한다.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에서 새롭게 모습을 바꾼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의 올해 레퍼토리다. 6∼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 리사이틀홀에서 14개 공연이 열린다. 이번 축제의 개·폐막 연주회는 이스라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텔아비브 이스라엘 오페라단 음악감독인 단 에팅거가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6일 개막 연주회에서는 유선 듀오가 협연하는 풀랑크의 협주곡에 이어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을, 11일 폐막 연주회에서는 테너 백석종이 협연하는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에 이어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를 연주한다. 개막 연주회 악장을 맡는 바이올리니스트 문바래니(WDR 쾰른 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는 2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팅거 지휘자는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떠오르는 별이었다. 늘 새로운 방식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지휘자”라고 소개했다. 에팅거는 “폐막 연주회에서는 오페라 아리아들에 이어 마치 오페라 같은 스토리를 전해주는 ‘셰에라자드’로 프로그램을 꾸몄다”고 소개했다. 14개 공연 중 절반인 7개는 23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공모 연주자들의 무대다. 7일 IBK챔버홀에서는 바리톤 박주성과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이 보기 드문 ‘두 바리톤’의 독일 가곡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태한은 “박주성 형의 팬으로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다가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는데 이번 공모를 알게 돼 지원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에팅거 지휘자는 “나도 이스라엘에서 바리톤으로 듀오 활동을 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게 우연이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운명론자라는 그는 폐막 연주회 첫 순서를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으로 장식한다. 역시 공모 경쟁을 통해 선정된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은 9일 IBK챔버홀에서 야나체크 현악4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와 2번 ‘비밀 편지’, 버르토크의 현악4중주 5번을 연주한다. 야나체크의 두 곡은 남녀의 사랑에 대한 작곡가의 관점과 뜨거움이 녹아있는 곡이다. 이 4중주단의 첼리스트 박성현은 “세 곡 모두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곡으로 한국적인 느낌도 있다. 기교적으로 고난도를 요구해 팀으로서 보여줄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11일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코리안 호른 사운드’ 콘서트는 김홍박 등 호르니스트만 여덟 명이 출연하는 보기 드문 호른만의 무대로 눈길을 끈다. 이머전 쿠퍼 리사이틀은 8일, 비스펠버이 리사이틀은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스타 피아니스트 형제인 ‘루카스 앤 아르투르 유센 듀오’가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협연자로 나선다. 영국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이모젠 쿠퍼가 베토벤 최후의 3대 피아노 소나타인 30, 31, 32번 소나타를 선보인다. 시대악기 첼로 연주 거장인 피터 비스펠베이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곡 전곡을 연주한다.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에서 새롭게 모습을 바꾼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의 올해 레퍼토리다. 6~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 리사이틀홀에서 14개 공연이 열린다.이번 축제의 개·폐막 연주회는 이스라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텔아비브 이스라엘 오페라단 음악감독인 단 에팅거가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6일 개막 연주회에서는 유센 듀오가 협연하는 풀랑크의 협주곡에 이어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을, 11일 폐막 연주회에서는 테너 백석종이 협연하는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에 이어 림스키코르사코프 ‘셰헤라자데’를 연주한다.개막 연주회 악장을 맡는 바이올리니스트 문바래니(WDR 쾰른 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는 2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팅거 지휘자는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떠오르는 별이었다. 늘 새로운 방식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지휘자”라고 소개했다. 에팅거는 “폐막 연주회에서는 오페라 아리아들에 이어 마치 오페라같은 스토리를 전해주는 ‘셰헤라자데’로 프로그램을 꾸몄다”고 소개했다.14개 공연 중 절반인 7개는 23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공모 연주자들의 무대다. 7일 IBK챔버홀에서는 바리톤 박주성과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이 보기 드문 ‘두 바리톤’의 독일가곡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태한은 “박주성 형의 팬으로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다가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는데 이번 공모를 알게 돼 지원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에팅거 지휘자는 “나도 이스라엘에서 바리톤으로 듀오 활동을 했었다. 이 자리에 있는게 우연이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운명론자라는 그는 폐막 연주회 첫 순서를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으로 장식한다.역시 공모 경쟁을 통해 선정된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은 9일 IBK챔버홀에서 야나체크 현악4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와 2번 ‘비밀 편지’, 버르토크의 현악4중주 5번을 연주한다. 야나체크의 두 곡은 남녀의 사랑에 대한 작곡가의 관점과 뜨거움이 녹아있는 곡이다. 이 4중주단의 첼리스트 박성현은 “세 곡 모두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곡으로 한국적인 느낌도 있다. 기교적으로 고난도를 요구해 팀으로서 보여줄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11일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코리안 호른 사운드’ 콘서트는 김홍박 등 호르니스트만 여덟 명이 출연하는 보기 드문 호른만의 무대로 눈길을 끈다. 이모젠 쿠퍼 리사이틀은 8일, 비스펠베이 리사이틀은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 책의 부제는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다. 책 제목은 얼마간 ‘미스터리하다’. 대약진운동 시대 중국이 참새를 박멸하려 했듯이 미스터리 장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박멸을 지시할 독재자는 없다. 하지만 “범죄 드라마와 영화를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어른들’은 있다. 저자는 미스터리가 ‘관습과 문법에 있어서 가장 치밀하게 발달한 장르’이면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장르’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제목은 일종의 반어(反語)다. “미스터리는 유해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다. 진실을 알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좋은 미스터리는 사회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제공한다.” ‘범죄라는 형태로 드러난 사회적 문제를 공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이야기 모델이 미스터리’라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시선은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 최신의 서사와 더불어 소설에서 영화와 드라마, 게임까지를 거침없이 오간다. ‘퇴마록’ ‘곡성’ ‘파묘’로 대표되는 오컬트 장르, 역사와 공상과학(SF) 미스터리 등을 차례로 분석하며 저자는 한국의 경우 특히 영화로 꾸준히 제작되고 관객들의 선호도 분명한 누아르 장르가 흥미롭다고 말한다. 고전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이 부도덕한 사회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둔다면 한국적 네오 누아르의 주인공은 부도덕한 세계에 섞여 있으면서(심지어 그 최전선에 있으면서) 스스로 탈출을 꿈꾼다. 개인이 믿을 만한 구원의 손길은 공적 체제가 아니라 가족을 중심으로 한 혈연 집단에서 오고, 이는 ‘자경단’에 비유된다. 지난해 나온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대표적 예 중 하나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가족과 혈연관계 때문에 청부살인 업계에 뛰어들고 그 때문에 몰락한다. 이처럼 미스터리 장르는 법률과 제도, 사회라는 공적 영역에 대해 ‘사적인 방식에 대한 대항 서사’가 되지만 이런 측면에서 한국 미스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트릭의 정교함이나 소재의 강렬함에서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미스터리가 오늘날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사회적 책임을 환기할 수 있는가의 측면에서다. 미스터리가 대중적 장르가 된다는 것은, 대중 각자가 개인적 만족을 추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매개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을 구성하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지역성, 즉 ‘로컬리티’로 향한다. 범죄에 얽힌 사연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화된 억압이나 소외와 이어져 있을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미스터리의 고유함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그 안내판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다. 사회적 증상으로서의 범죄자에 대한 미스터리 특유의 논리적 사연이 더해질 때 한국의 본격 미스터리는 대중적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부산가톨릭대 교수 및 교보문고 문학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한국 대표 타악 앙상블인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35주년 정기연주회 ‘세계를 흔들어라 카로스’를 연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는 ‘환희의 찬가’로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을 타악 앙상블과 합창단 300명의 협연으로 연주한다. 카로스 앙상블은 서울 올림픽 다음 해인 1989년 KBS교향악단 타악 수석이었던 이영완을 중심으로 창단됐다. 수많은 형태의 앙상블이 창단되고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라틴어로 ‘사랑’ ‘아름다움’을 뜻하는 ‘카로스’의 이름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음악 수도 빈을 대표하는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공연했다. 35년 전 29세의 나이로 카로스 앙상블을 창단한 이영완 음악감독(64)은 “타악기가 부수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주인공이 되는 앙상블을 만들고자 겁 없이 창단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타악기만의 독립적인 악단이 없다면 타악인들이 사회에 대한 봉사나 세상을 이끄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단원 16명 중 5명은 창단 멤버이며 윤경화 악장이 대표를 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오래 함께 호흡하면서 실력이 계속 늘었죠. 세계 어느 무대에서도 뽐낼 수 있는 타악 앙상블이라고 자부합니다.” 타악 연주자는 한 사람이 팀파니에서 마림바(목금), 캐스터네츠나 트라이앵글까지 모든 타악기를 연습하고 연주한다. “모든 멤버가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죠.” 이번 콘서트는 슈체드린 편곡 비제 ‘카르멘 판타지’로 시작해 바흐 ‘두 대의 건반악기를 위한 협주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으로 이어진다. ‘전람회의 그림’은 올해 4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르가니스트 김희성(이화여대 교수) 협연으로 연주한 바 있다. 피아노곡인 원곡이나 라벨이 편곡한 오케스트라 연주와는 다른 리드미컬한 박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베토벤 교향곡 합창 4악장의 타악 앙상블 연주에 대해 이 감독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웅장하고 섬세한 효과를 내기 위해 편곡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타악 앙상블만의 다이내믹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한 메시지가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신세계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35년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이 감독은 지난해 빈 무지크페라인 공연을 떠올렸다. “파헬벨 ‘캐논’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객석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박수가 나올 때 몇몇 관객이 일어서서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음악 수도로 불리는 빈의 관객들에게도 큰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데 저희 자신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카로스 앙상블은 강동아트센터와 강남문화재단의 상주단체로 활동한 바 있고 지난달에는 양천문화재단과 제2회 서울 두드림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시 생활 동아리 지원 사업으로 누구나 타악기를 배우고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카로스 아카데미 다함께 타타타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을 묻자 이 감독은 “믿고 따라준 단원들이 카로스 앙상블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급여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타악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누구나 쉽게 타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타악 인재 개발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르디 만년의 걸작 오페라 ‘오텔로’가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무대 그대로 서울에서 공연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 오페라 ‘오텔로’를 내달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고 최근 밝혔다. 웨일스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냈고 베르디 ‘가면 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등의 전곡 음반을 지휘한 오페라 지휘 거장 카를로 리치가 지휘봉을 든다. 리치는 5일 오후 2시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개 지휘자 워크숍도 열 예정이다. ‘오텔로’는 푸치니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 대표 거장으로 꼽히는 주세페 베르디가 전작 ‘아이다’ 이후 16년 만인 1887년에 74세 나이로 선보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를 오페라화했다. 원작에 담긴 주인공의 질투와 파멸, 갈등을 음악의 힘으로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걸작이다. 이번 공연에서 우선 기대를 모으는 부분은 연출가 키스 워너의 솜씨다. 2017년 그가 로열오페라에서 선보인 ‘오텔로’는 공개 직후 ‘상징적이면서 극적인 힘이 넘치는 무대’라는 찬사를 받았고 여러 시즌을 거치며 거듭 공연됐다. 예술의전당은 특히 “1막이 시작되자마자 성인 합창단 80명과 어린이 합창단 14명이 부르는 합창 장면을 주목해 달라”고 밝혔다. 주인공인 베네치아 장군 오텔로의 함대가 터키 함대를 물리치고 폭풍 속에 키프로스로 귀환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조명 디자이너 브루노 포엣이 빚어내는 빛의 대비도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킬 예정이다. 작품 속의 액션 장면을 위해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무술 감독이 내한해 출연자들을 지도하며 무대 위에 펼쳐지는 전투와 갈등을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한다. 주인공인 오텔로 역에는 테너 이용훈과 테오도르 일린커이가 출연한다. 이용훈은 한국인 중 드라마티코(극적) 역할을 가장 뛰어나게 소화할 수 있는 테너로 불리며 지난해 10월 서울시오페라단 푸치니 ‘투란도트’에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루마니아 출신인 일린커이는 코벤트가든과 호주 오페라, 도쿄 신국립극장 등에서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약해 왔다. 오텔로의 질투로 희생당하는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역에는 독일계 아르메니아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추계예술대 교수인 소프라노 홍주영이 출연한다. 홍주영은 국립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미미 역 등으로 호평을 받아 왔다. 오페라 역사상 악당의 전형으로 꼽히는 이아고 역에는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와 니콜로즈 라그빌라바가 출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르디 만년의 걸작 오페라 ‘오텔로’가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무대 그대로 서울에서 공연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 오페라 ‘오텔로’를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고 최근 밝혔다. 웨일스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냈고 베르디 ‘가면 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등의 전곡 음반을 지휘한 오페라 지휘 거장 카를로 리치가 지휘봉을 든다. 리치는 5일 오후 2시에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공개 지휘자 워크숍도 열 예정이다. ‘오텔로’는 푸치니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 대표 거장으로 꼽히는 주세페 베르디가 전작 ‘아이다’ 이후 16년 만인 1887년에 73세 나이로 선보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를 오페라화했다. 원작에 담긴 주인공의 질투와 파멸, 갈등을 음악의 힘으로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걸작이다.이번 공연에서 우선 기대를 모으는 부분은 연출가 키스 워너의 솜씨다. 2017년 그가 로열오페라에서 선보인 ‘오텔로’는 공개 직후 ‘상징적이면서 극적인 힘이 넘치는 무대’라는 찬사를 받았고 여러 시즌을 거치며 거듭 공연됐다. 예술의전당은 특히 “1막이 시작되자마자 성인 합창단 80명과 어린이 합창단 14명이 부르는 합창 장면을 주목해 달라”고 밝혔다. 주인공인 베네치아 장군 오텔로의 함대가 터키 함대를 물리치고 폭풍 속에 키프로스로 귀환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조명 디자이너 브루노 포엣이 빚어내는 빛의 대비도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킬 예정이다. 작품 속의 액션 장면을 위해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무술 감독이 내한해 출연자들을 지도하며 무대 위에 펼쳐지는 전투와 갈등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한다.주인공인 오텔로 역에는 테너 이용훈과 테오도르 일린카이가 출연한다. 이용훈은 한국인 중 드라마티코(극적) 역할을 가장 뛰어나게 소화할 수 있는 테너로 불리며 지난해 10월 서울시오페라단 푸치니 ‘투란도트’에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루마니아 출신인 일린카이는 코벤트 가든과 호주 오페라, 도쿄 신국립극장 등에서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약해 왔다. 오텔로의 질투로 희생당하는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역에는 독일계 아르메니아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추계예술대 교수인 소프라노 홍주영이 출연한다. 홍주영은 국립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미미 역 등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오페라 역사상 악당의 전형으로 꼽히는 이아고 역에는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와 니콜로즈 라그빌라바가 출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핀란드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은 2011년 10월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시리즈로 마련된 두 번의 콘서트에서 처음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 1월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지휘로 시벨리우스의 가곡들을 노래할 예정이었지만, 벤스케 감독의 부상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면서 두 번째 만남은 1년 넘게 연기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다음 달 9일 니컬러스 카터 지휘로 여는 ‘니컬러스 카터의 슈만 교향곡 3번’ 콘서트에서 윤투넨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헬렌 그라임 ‘저녁 가까이’를 노래한다. 13년 만에 서울 무대를 찾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반갑습니다. 핀란드 북부에서 태어나셨는데, 그곳에서의 어린 시절이 궁금합니다. 겨울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 고향 키밍키는 오울루라는 도시 근처의 작은 마을이에요. 오울루에는 오케스트라와 극장, 음악원이 있어서 예술을 접하기 좋았죠. 이 지역을 떠나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 공부하러 가면서 자연의 가치를 깨달았어요. 헬싱키에서는 빛 공해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어렵거든요.” ―성악가로서 언제 어떻게 재능을 발견했는지 궁금합니다. “열 살 때 오울루 시립극장에서 처음 배역을 맡으면서 무대의 마법에 빠졌어요. 곧 내 삶의 세 가지 사랑인 노래와 극장, 클래식 음악을 결합한 것이 오페라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윤투넨은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파미나에서 베르크 ‘보체크’의 마리까지, 광대한 레퍼토리에 걸쳐 찬사와 인정을 받아 왔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BIS와 온디네(옹딘) 레이블로 시벨리우스 가곡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에 이르는 광대한 앨범에 참여해 왔고,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푸치니 ‘나비부인’에서 프랑스 낭시 오페라의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마리 역까지 출연하고 있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역할로 오페라에 출연해 왔고, 콘서트와 음반에서도 다양한 성격의 레퍼토리를 섭렵해 왔는데…. “제 목소리는 가볍지만 오케스트라를 관통할 수 있는 색깔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라보엠’의 미미와 ‘살로메’의 타이틀 롤 같은 상반된 개성의 역할을 모두 노래할 수 있습니다. 아, 두 곡 모두 1900년대 무렵의 곡이네요. 저는 이 시대의 오페라를 좋아합니다. 멋진 드라마와 멋진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고, 여성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표현돼 노래할 것도, 연기할 것도 많습니다.” ―이번에 노래할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레이프 세게르스탐 등의 지휘자와 호흡을 맞춰 오셨죠.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와 가곡이 주는 그만의 도전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슈트라우스는 가수들에게 매우 매혹적인 소재들을 제공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악절은 매우 길면서 또한 여운을 남겨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발레리나가 도약하는 것 같은 환상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쉽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지난해 독일 ARD 콩쿠르 비올라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청중상, 오스나브뤼크 음악상, 게바 특별상 등 세 개의 특별상까지 휩쓴 비올리스트 이해수(25)가 다음 달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신예 연주자를 조명하는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의 올해 순서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전문연주자 과정에 다니고 있는 이해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비올라를 시작한 뒤 늘 연습이 즐거웠다. ARD 콩쿠르는 참가만으로도 꿈이었는데 천천히 소망을 이뤄 가는 게 꿈만 같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ARD 콩쿠르 우승 특전인 독일 오스나브뤼크 오케스트라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실내악 프로그램을 기획해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실내악 연주도 하죠. 지역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BR 클래식 레이블로 실내악 음반 출반 및 내년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도 예정돼 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피아니스트 알베르트 카노 스미트와 협연한다. 전반부에는 미요의 ‘네 개의 얼굴’, 알베르토 포사다스의 ‘도리포로스’, 요크 보언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 등 20세기 곡 및 동시대곡 세 곡을 소개한다. “미요의 곡은 다른 도시에서 온 여성 네 명의 특징을 비올라 특유의 사람 목소리를 닮은 음색으로 풀어낸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숨은 명곡을 발견한 기분이어서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후반부엔 바이올린 소나타가 원곡인 프랑크의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한다. “바이올린 연주보다 한층 애절하고 호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에는 없는 저음으로 더 울림이 있는 느낌을 표현하려 합니다.” 그는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출연하며 고국 음악 팬들과 낯을 익혔다. “커티스음악원에서 사사한 중국계 신윤 황 선생님과 함께 멘델스존 현악 5중주를 협연했죠. 스승님과 처음 무대에 오른 일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도 ‘디어 슈베르트’ 등 두 개의 무대에 출연한다. 1년 반 전 그는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1590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가스파로 다 살로’ 비올라를 후원받았다. “다크초콜릿 같은 색깔만큼 소리도 중후해요. 악기는 바꿀 때 적응이 필요한데 딱 적당한 시점에 이 악기를 받아서 ARD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올해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는 8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세종솔로이스츠와 네 콘서트마스터’, 27일 같은 장소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퓨어 리리시즘’ 등의 콘서트가 이어진다. ‘네 콘서트마스터’는 세종솔로이스츠가 배출한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 네 명이 협연자로 나서는 콘서트다. 올해는 강효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가 뉴욕에서 세종솔로이스츠를 창단하고 30년이 되는 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타르모 펠토코스키는 핀란드의 신동 피아니스트였다. 여덟 살 때부터 무대에 선 그는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다 유튜브로 리스트에 대해 찾아보았고 리스트의 친구(훗날 사위)인 바그너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열한 살 때 바그너의 음악들을 흥얼거리고 다녔죠.”친구들도, 가족까지도 별종이라고 놀렸지만 지휘대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지휘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열네 살 때 고향에서 열린 지휘 명교사 요르마 파눌라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했고 헬싱키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진학해 정식으로 지휘를 배우기 시작했다.펠토코스키는 도이체 카머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모차르트 교향곡 35, 36, 40번 앨범을 올해 5월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내놓았다. 그는 이달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2년 뒤인 2026년 9월에 취임한다. 2022년 라트비아 국립 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된 뒤 두 번째로 갖는 오케스트라 감독 직함이다. 그는 2000년 4월생으로 24세다.펠토코스키는 같은 핀란드인인 클라우스 메켈레보다 네 살 어리다.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이자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며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지명자’다. 그도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파눌라에게 배웠고 24세 때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가 됐다.파눌라의 제자들로는 에사페카 살로넨, 유카페카 사라스테, 미코 프랑크, 사카리 오라모,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오스모 벤스케 등 스타급 지휘자들이 있다. 메켈레와 펠토코스키는 파눌라 제자 군단의 가장 어린 세대에 속하지만 파눌라는 1993년 시벨리우스 음악원을 공식 퇴임한 뒤에도 이곳에서 계속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올해 94세다.펠토코스키는 홍콩필을 맡게 된 것이 특히 뜻깊다고 말한다. 현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인 야프 판즈베던은 올해 미국 홍콩필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직을 마친다. 판즈베던은 홍콩필 재직 시절 ‘아시아 악단과는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을 녹음했고 이 음반들은 음악전문지 그래머폰의 ‘비평가의 선택’에 오르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펠토코스키는 “홍콩필의 바그너 전통을 내가 잇기 바란다. 이미 바그너는 이 악단의 피에 흐르고 있으므로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스웨덴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의 커리어도 펠토코스키나 메켈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찍 시작됐다. 27세 때 노르셰핑 심포니 오케스트라, 30세 때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가 됐다.이달 11일 그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브루크너가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했던 오스트리아의 장크트 플로리안 수도원에서 연주했다. 콘서트 말미에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스웨덴 노래 ‘이 달콤한 여름날에’를 깜짝 연주했다. 블롬스테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단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날은 그의 97번째 생일이었다. 최근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그의 음악은 ‘연륜이 주는 깊이’ 같은 표현을 넘어 완벽함과 명료함을 전해준다”고 말한다.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한 지휘자 오이빈 피엘스타드(1903∼1983)를 회상했다. “오슬로 필의 경영진은 당시 젊은 나이로 주목받은 저를 수석지휘자로 지명하면서 제 나이와 짧은 커리어를 우려해 당시 59세였던 피엘스타드를 공동 수석지휘자로 임명했죠. 사람들은 젊은 나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피엘스타드는 불편함을 나타내지 않았고 지휘자로서의 나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음악적 접근도 많은 것을 전해주었습니다.” 1953년 쿠세비츠키 지휘상을 수상한 뒤 블롬스테트는 70년 이상 세계 무대에서 지휘해 왔다.“경험은 무언가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휘는 이미 제가 오랫동안 해 온 일입니다.” 블롬스테트가 한 말이 아니다. 요르마 파눌라의 지휘 클래스에 처음 참여한 지 10년째가 되는 펠토코스키의 말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걸리버화(gulliverization)’는 어떤 생물의 크기가 특별히 작아지거나 커졌을 때 쓰는 말이다. 두말할 것 없이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온 말이다. 이 소설 속의 소인국과 거인국은 실제 가능할까? 소설에 나온 소인국의 사람 키는 약 15㎝, 몸무게는 약 40g이다. 소인국인은 몸의 열손실을 막기 위해 생쥐처럼 끊임없이 먹고 움직여야 하며 뇌 무게가 10g 미만이어서 인지 능력이 우리의 1%에 불과할 것이다. 대인국인은 키가 21m 남짓, 몸무게는 116t가량이다. 우리보다 더 똑똑할지는 모르지만 뼈와 근육이 면적당 10배 이상 많은 무게를 지탱해야 하며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러질 것이다. 캐나다의 환경과학자 겸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등 여러 분야의 데이터와 통계를 분석해 왔다. 이 책에서는 ‘크기’에 대해 우리가 놓치기 쉬운 다양한 시선을 제공한다. 20세기는 거대화의 시기였다. 현재 가장 높은 고층건물은 1900년대 초에 비해 9배, 용광로 부피는 10배, 수력발전소 용량은 600배 이상 늘었다. 최초의 양산 자동차인 포드 모델 T는 탑승자 대비 차량 무게 비율이 7.7배였지만 오늘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그 비율이 30배 이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주택 면적은 평균 2.5배 커졌고 가족당 인원이 줄어 1인당 면적은 4배 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증가세가 더 가파를 것이다. 큰 것에 대한 경외는 인간의 의식 밑바탕에 늘 있어 왔다. ‘위대(偉大)’ ‘great’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큰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풍력발전소는 클수록 큰 전력을 발생시키고 높은 곳에선 풍속도 증가하지만 날개 길이가 2배 길어지면 무게는 8배가 된다. 크게 지으면 자연재해로 파괴되기도 쉽다. 2차 대전 이후 선박은 대형화를 거치며 크기당 효율이 늘었지만 클수록 항만 시설과 운하 통과에 제약을 받는다. 작아지는 것도 있다. 과거 여객기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 거리는 81∼96cm였지만 오늘날엔 71cm까지 줄어들었다. 효율화가 크기를 ‘짜낸’ 것이다. 생물도 거대화의 이점을 누린다. 몸집이 커지면 더 다양한 생물종을 먹어 치울 수 있고 적에게 맞서는 방어력도 커진다. 포유류의 평균 부피는 1억5000만 년 동안 세 자릿수가 늘어났다. 인간에게도 큰 몸집은 좋은 성장 환경의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키가 클수록 세포 수가 늘어 암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통계적으로 키가 1cm 늘어날 때마다 기대 수명은 0.4∼0.7년 줄어든다. 크기에 대한 다양한 관찰은 ‘비례’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른바 피보나치수열에 의한 황금비(1.61804:1)가 미학적으로 완벽한 비례를 이룬다고 들어 왔다. 하지만 이를 증명한다고 알려진 자연이나 예술 속의 사례들은 모두 근거가 부실하다. “현실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꿰뚫는 단 하나의 불변 법칙은 존재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소프라노 김순영(44)의 노래에서는 목소리의 컨트롤을 틀어쥔 안정감이 느껴진다. 촉촉한 물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매 순간 바뀌는 가사에 가장 적절한 질감을 제공한다. 2021년 국립오페라단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 역, 2023년 서울시오페라단 모차르트 ‘마술피리’ 파미나 역 등으로 맹활약해 온 그가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감사’를 연다.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죠.” 3년 전 그는 위기를 맞았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에 반년 이상 활동을 쉬었다. “스트레스를 꾹 누르다가 터졌던 것 같아요. 잘 회복해서 지금은 더 건강해졌습니다.” 이번 리사이틀 레퍼토리는 바구니에 가득 꽃과 향기를 담은 ‘포푸리’ 같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중 아리아 ‘평원이 푸른 초목으로 덮이도다’로 시작해 가곡 ‘내일’로 유명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가곡’, 벨리니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 중 ‘오 몇 번이었던가’ 같은 오페라 아리아, 김효근 ‘첫사랑’ 등 동시대 한국 가곡, ‘팬텀’ 중 ‘마이 트루 러브’를 비롯한 뮤지컬 넘버로 이어지고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로 무대를 마친다. 테너 이명현이 함께한다. 최영선 지휘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여러 장르를 노래해 왔으니 제 대표곡 중 잘할 수 있는 것을 골라서 ‘음악의 종합 선물 세트’를 드리려 합니다.” 그는 부산 오페라 하우스 초대 감독으로 위촉된 정명훈 지휘로 지난달 부산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같은 역으로 출연했다. “정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보신 비올레타 중에 최고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로서는 정 선생님의 지휘에서 감동을 받았죠. 손끝만 보고 있어도 감동이 전달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는 2015년 뮤지컬 ‘팬텀’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 2018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아델리나 패티 역으로도 많은 팬을 얻었다. “오페라가 선이 굵다면 뮤지컬은 연기의 선이 잘게 나눠져 있죠. 뮤지컬에서 연마한 게 오페라에도 도움이 돼요.” 이번 공연 후엔 다음 달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주최하는 월트디즈니홀 한국 광복절 기념 콘서트에 참가한다. 8월 2, 3일엔 노블아트 오페라단이 경기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여주인공 로지나로 출연한다. “앞으로의 목표? 지금처럼 건강하게 노래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것. 늘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성악가가 지금의 작은 목표입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