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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16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폭파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막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실제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북한이 실제 폭파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정확한 폭파 시점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상황에서 실제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와 있는 상황에 (폭발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정부는 자체 판단했지만 이날 외교안보라인들은 긴급 상황 발생에 대기하기보다는 통상적인 업무에 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외숙 인사수석 등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선지 10분 뒤 예정됐던 수여식을 그대로 진행한 것. 정 실장은 이후 두 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차관은 이날 폭파 직전까지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외교위 전체회의에서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을 지속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재난재해, 환경 등 비전통적 안보협력, 철도 연결·현대화 등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김 장관은 오후 3시가 넘어 연락사무소 폭파 속보가 나오고서야 자리를 떴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인천 강화군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폭파 위협에 나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립에만 우리 세금 약 180억 원이 투입돼, 북한이 건물을 허문다면 남북 정상의 합의 파기를 넘어 우리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락사무소는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에 문을 열었다. 2005년 개소했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건물을 개·보수해 사무소를 여는 데 총 97억8000만 원이 투입됐다. 구체적인 시설별로는 청사(33억9000만 원), 직원 숙소(21억5000만 원), 식당을 비롯한 편의시설(15억3000만 원) 등이다. 앞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처음 열 때는 공사비 80억 원이 들었다. 해당 건물의 건립과 개·보수에 총 177억8000만 원이 투입된 것이다. 토지는 북한 소유이지만 건설비는 우리가 부담했다. 이에 건물은 정부의 ‘국유재산’ 목록에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서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자산을 동결한 데 이어 정부 재산권 침해에 나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사무소 운영비도 꾸준히 투입됐다. 2018년 9∼12월 34억7300만 원, 지난해 61억6200만 원이 투입됐고, 올해 64억600만 원이 운영비로 책정됐다. 2년 3개월 동안 160억4100만 원이 투입되는 것. 이를 감안하면 연락사무소 건설 및 운영에 정부가 338억 원을 부담하지만 북한은 9일 일방적으로 통신연락선을 끊었다. 노동신문은 15일 “연락사무소인지 뭔지 하는 것을 콱 폭파하겠다”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폭파 위협에 나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립에만 우리 세금 약 180억 원이 투입돼, 북한이 건물을 허문다면 남북 정상의 합의 파기를 넘어 우리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에 문을 열었다. 2005년 개소했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건물을 개·보수해 사무소를 여는데 총 97억8000만 원이 투입됐다. 구체적인 시설별로는 청사(33억9000만 원), 직원 숙소(21억5000만 원), 식당 등 편의시설(15억3000만 원) 등이다. 앞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처음 열 때는 공사비 80억 원이 들었다. 해당 건물의 건립과 개·보수에 총 177억8000만 원이 투입된 것이다. 토지는 북한 소유지만 건설비는 우리가 부담했다. 이에 건물은 정부의 ‘국유재산’ 목록에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서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자산을 동결한데 이어 정부 재산권 침해에 나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사무소 운영비도 꾸준히 투입됐다. 2018년 9~12월 34억7300만 원, 지난해 61억6200만 원이 투입됐고, 올해 64억 600만원이 운영비로 책정됐다. 2년 3개월 동안 160억4100만 원이 투입되는 것. 이를 감안하면 연락사무소 건설 및 운영에 정부가 338억 원을 부담하지만 북한은 9일 일방적으로 통신연락선을 끊었다. 노동신문은 15일 “연락사무소인지 뭔지 하는 것을 콱 폭파하겠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적 사업 관련 부서들에 (대남 관련)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총참모부(우리의 합참 격)에 넘겨 주려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인 군사행동을 예고한 것은 처음이다. 15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비핵화 대화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 상태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김여정은 13일 낸 담화에서 “우리 군대 역시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찌감치 ‘대남 총괄’로 명명된 김여정의 지시로 총참모부가 도발 수순에 들어가는 것을 공개 예고한 것. 김여정은 “죗값을 깨깨 받아내야 한다는 판단과 그에 따라 세운 보복 계획들은 (북한)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다.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당 중앙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 “전략 무력의 고도 격동(격발) 상태” 등이 강조된 만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격 공개나 접경 지역에서의 국지적 도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김여정 담화가 나온 지 약 3시간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북한의 반응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4일 0시가 넘은 시각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화상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렸다. 청와대는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만큼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의미로, 독자적 남북 협력 강화에만 매달리다가 북한의 대남 강경 전환에 대한 ‘플랜B’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SC 참석 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별도로 군 긴급회의를 가졌다. 국방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축사에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먼 나라의 오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밖의 해외 리스크에선 발을 빼겠다는 메시지를 트럼프가 직접 재확인한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대선 전까지는 한반도 이슈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더 자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다음 대적 행동의 행사권을 군에 넘긴다”며 대남 도발을 예고하면서 한반도에 다시 한번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여정은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라며 보복 계획에 대해 ‘(북한의) 국론’이라고도 했다. 앞서 청와대가 나서 김여정의 대북전단 처벌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까지 비쳤는데도 북한이 이례적인 강도와 횟수로 대남 압박 메시지를 퍼붓는 배경과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게 세 가지가 배경으로 꼽힌다.○ 대북전단 내용이 김정은 남매 정통성 훼손했다고 인식김여정은 13일 담화에서 “조국의 상징이고 위대한 존엄의 대표자인 (김정은) 위원장 동지의 절대적 권위를 감히 건드린 쓰레기들과 그런 망동 짓을 묵인한 자들에게 대해서 끝장을 보자고 (인민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했다.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 비난 사태를 시작하며 문제를 삼은 대북전단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대한 비난과 함께 김 위원장 가계 문제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대북전단을 살포해 통일부로부터 최근 수사 의뢰를 당한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따르면 전단엔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개요 및 관련 사진과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백정 김정은’이란 문구가 들어 있다. 또 같은 전단엔 ‘김정은을 낳은 고영희는 일본에서 출생한 재일동포’ ‘김정은은 어머니 고영희의 출신성분 때문에 ‘후지산 혈통’이라는 표현도 들어가 있다. 북한은 김정은을 ‘항일 혈통’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전단은 ‘재일동포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전단엔 김여정 역시 ‘일본 출생’ 고영희의 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여정이 이번 대북전단 비난의 선봉에 선 것은 본인과 연관되기도 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에 담긴 김정은의 이복형 살해 내용 등은 과거 살포된 전단에도 담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 北 내부 ‘코로나 민심’ 불만, 외부로 돌려 김여정은 문제의 전단이 살포된 지 나흘 만인 4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16번에 걸쳐 모두 1923만9000장의 전단이 살포됐다. 집계되지 않은 전단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수거 등 전단 대응 체계를 갖췄기에 북한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은 김여정의 담화 이후 청와대의 구체적인 대응이 나오기 전부터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비난 궐기대회에 집중했다. 때문에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대내 불만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 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은 올해 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끝나지만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인민들의 불만을 외부의 적에 대한 분노로 돌리기에 군사행동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이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 이동 제한 등에 불만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美 대선 4개월여 앞두고 몸값 높이기, 한미동맹 이완 목적 이와 함께 북한이 미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한미동맹을 느슨하게 하면서 몸값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협력을 원하고 있지만, 워싱턴은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에 관심이 덜한 상황에서 북한에서 지속적으로 파열음이 발생할수록 한미 공조의 틈을 벌릴 수 있다는 것.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데 있어 현 시점을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이 13일(현지 시간) 전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예고하고서 실제로 도발을 안 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며 “긴장감을 높이는 게 북한에 실보다는 득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선임자들보다 더하다”고 했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11일 “평양과 백두산에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 달라고 할 때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다”며 “촛불 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와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문 대통령이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보수집권자들은 내놓고 우리를 반대하는 망동을 했는데 ‘평화번영’ ‘협력’을 운운하고 뒤돌아 앉아서는 인간쓰레기들을 앞세워 이따위 짓을 한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앞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강화를 통한 북―미 비핵화 촉진 프로세스에 대해 “악순환” “달나라에서나 통할 ‘달나라 타령’” 등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조평통도 아니고 산하 기관의 언급에 대해 청와대가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에서 “지금 적들이 표면상으로는 마치 아차 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 있지만 하루 한시도 우리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흉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대북전단은)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선전포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 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고 했다. 정부가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엿새 만에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2곳을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을 ‘철면피하게 놀아댄다’고 비아냥거리며 총파산을 위협한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청와대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 남북이 합의한 문서까지 꺼내 들며 대북전단 처벌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통일부가 2018년 판문점선언 합의에 위배된다며 대북전단 처벌 강행에 나서더니 청와대는 멀게는 48년 전 ‘7·4 남북공동성명 합의’까지 꺼낸 것. 청와대가 남북 당국 간 상호 비방 중단 합의 준수 및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면서 일반 국민의 자유로운 대북 비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NSC 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북)전단·물품 등 살포는 2018년 ‘판문점선언’뿐만 아니라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와 2004년 ‘6·4합의서’ 등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중지키로 한 행위”라고 했다. 김일성 때인 1972년 11월 4일 합의한 ‘7·4 성명 조절위 발표문’은 ‘쌍방은 서로 비방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한 남북 공동성명의 조항에 따라 대남·대북 방송, 상대방 지역에 대한 전단 살포를 중지한다’고 돼 있다. 1992년 9월 17일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는 ‘남북은 언론, 삐라 및 그 밖의 다른 수단, 방법을 통하여 상대방을 비방, 중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합의를 근거로 대북전단 처벌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판문점선언처럼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지 않아 국내법적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은 담화나 선전매체를 통해 “서울 불바다” 등의 발언으로 우리 국민을 위협해 왔고,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도 멈추지 않은 만큼 관련 합의를 지키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유독 우리 국민에게만 이를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이와 함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듣기 싫어하는 것을 막으려면 (헌법이 보장한)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다 막아야 한다”며 “(남북이 합의한) 비방, 중상은 당국 간 이뤄지는 것들이며 주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제거 조치에 대한 합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가 ‘코로나 3차 추경’ 과정에서 탈북민 지원 관련 예산 99억8700만 원을 삭감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삭감은 김여정 담화 전에 정해진 것이며 코로나 사태로 탈북민 입국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 담화에 통일부가 탈북자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전단 살포 처벌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도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면서 ‘대북 저자세’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도발 땐 없던 공식 입장문 내고 “엄정 대응” 밝힌 NSC청와대는 11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회의 후 직접 브리핑에 나선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대한 발표 이후 7개월 만이다. 청와대가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공식 입장문을 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세 차례 감행된 북한의 도발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때도 NSC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전날 통일부가 내건 남북교류협력법과 4·27 판문점 선언에 더해 5건의 남북합의와 3개의 법률을 대북 전단 살포 처벌의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페트병에 쌀을 담아 북한에 보내는 것이 국가 소유의 바다, 하천인 공유수면에 폐기물을 버리는 행위를 금지한 공유수면법을 위반했고, 풍선에 전단을 넣어 보내는 것이 초경량비행장치 사용 시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 항공안전법을 위반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또 노무현 정부에서 채택한 6·4 합의서, 노태우 정부에서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원회 공동발표에 담긴 전단 살포 중단 합의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않은 판문점 선언을 처벌 근거로 내건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만들어진 남북 합의문까지 들고나온 것.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대북 전단 및 물품 살포를 일절 중지했고 북측도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대남 전단 살포를 중단했다”고 했다. 북한은 남북 합의를 지키고 있는데 탈북자 단체가 이를 지키지 않아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의미다.○ 청 관계자 “대북 전단 내용이 너무 자극적”대북 전단 살포 처벌을 놓고 통일부에 이어 하루 만에 청와대까지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 전단을 이유로 통신연락선을 차단하자 ‘대북 전단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전면적인 남북관계 단절을 재고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전단의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다.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라며 “정부의 조치가 나온 뒤 노동신문 등의 톤에 일부 변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탈북자 단체를 경찰에 고발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교류협력법은 물론이고 청와대가 이날 밝힌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NSC 공식 입장문에 대한 참고자료로 ‘국민 생명에 대한 위험 사태 시 경찰관은 억류, 피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11일 성명에서 “(탈북자 단체 설립 허가 취소 조치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경 지역의 안보나 대북관계 같은 모호한 호소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전단은 상대적으로 무해한 표현 방식이므로 금지하면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도외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황인찬 기자}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선임자들보다 더하다”고 했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11일 “평양과 백두산에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할 때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다”며 “촛불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와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 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문 대통령이 그렇지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보수집권자들은 내놓고 우리를 반대하는 망동을 했는데 ‘평화번영’ ‘협력’을 운운하고 뒤돌아 앉아서는 인간쓰레기들을 앞세워 이따위 짓을 한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앞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강화를 통한 북미 비핵화 촉진 프로세스에 대해 “악순환” “달나라에서나 통할 ‘달나라 타령’” 등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조평통도 아니고 산하 기관의 언급에 대해 청와대가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에서 “지금 적들이 표면상으로는 마치 아차 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 있지만 하루 한시도 우리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흉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대북전단은)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선전포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 관계가 총파산 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고 했다. 정부가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엿새 만에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2곳을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을 ‘철면피 하게 놀아댄다’며 비아냥거리며 총파산을 위협한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부가 10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바꿔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해 탈북자 단체 2곳을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담화를 내 대북전단을 비난하며 “오물들부터 청소하라”고 요구한 지 엿새 만이자, 북한이 남북 간 통신선을 끊은 지 하루 만에 우리 국민에게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다가 급기야 자국민에게 원칙을 바꿔 무리한 법 적용에 나섰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사정 변경 있다”며 김여정의 처벌 요구 수용한 통일부통일부는 이날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고, 정부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4일 김여정이 해당 단체를 비판하며 “제 집안 오물들부터 똑바로 청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하자 4시간여 만에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9일 남북 통신선을 끊고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자 이번에는 하루 만에 해당 단체에 대한 ‘즉각 처벌’ 방침을 밝힌 것이다. 통일부가 교류협력법 중 문제 삼은 조항은 통일부 장관의 반출 승인이 필요하다는 13조 1항. 한 당국자는 “전단 살포나 페트병에 쌀을 담아 살포하는 것들을 (승인이 필요한) 반출 대상에 해당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했다. 또 다른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사법 당국이 강력하게 처벌해 주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반출 승인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정부는 김여정 담화가 나온 4일만 해도 “현행 교류협력법으로는 대북전단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대북전단을 교역물품으로 판단해 반출 승인 대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북한이 9일 남북 통신선 차단 조치에 나서자 하루 만에 “기존 교류협력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통일부 내에서도 실제 처벌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도 함께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법부가 이번 정부의 유권해석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희(정부) 의견이 처벌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또한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해 정부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고도 했다. 법인 설립이 취소되면 청산 절차가 진행되고, 잔여 재산 처분 조치 등이 이어진다. 이참에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 여당에선 대북전단 살포 처벌 법안 내놔 이와 함께 통일부는 또 다른 고발 이유로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에) 합의한 것을 정면으로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않은 판문점선언의 효력 논란과 관련해선 “남북 간 준수 의무가 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각종 도발로 합의를 어겼는데도 유독 우리 국민에게만 판문점선언 준수를 강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김여정의 담화 영향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관계기관과는 충분히 조율하고 협의했다”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의 사전 협의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통일부 발표가 나온 날에 더불어민주당에선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대북전단을 날리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을 내놨다. 박상혁 의원은 이날 불법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지난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대남 비방을 이어오던 북한이 결국 기존의 대남 사업을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9일 공식 선언했다. 북한이 ‘대적 사업’이란 용어를 꺼낸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한국을 ‘적’으로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겠다”며 단계별 대적사업계획까지 거론해 남북 관계가 한동안 냉각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北, ‘대적 사업’ 첫 언급김여정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8일 대남 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대남 사업을 철저히 대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전했다. 이어 “(김여정 등이)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들을 심의했다”며 “우선 북남(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대남 총괄’로 명명된 김여정이 일련의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신속, 강력하게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김여정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4일), 통일전선부에 ‘연락사무소 결단코 철폐 지시’(5일), 연락사무소 연락 일시 중지(8일)에 이어 9일 ‘대적 사업’ 전환까지 김여정이 이끌고 있다는 것. 김여정이 대북전단과 관련해 ‘죗값 계산’을 강조한 지 3시간 만에 북한은 연락사무소, 군 통신선 등을 끊었다. 앞서 북한의 대북전단 압박이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우회 제스처라는 해석도 일각에선 나왔지만 당국은 그 가능성을 점차 낮게 보고 있다. 노동신문은 ‘대적 사업’ 전환 내용을 전하며 “지켜보면 볼수록 환멸만 자아내는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소식통은 “북―미 대화나 대북 제재와 큰 상관이 없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마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 같다”고 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미 관계 교착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탈북자 단체가 지난달 31일 전단 살포에 나서자 남북 관계에 대해 ‘대적 사업’이라는 새 용어를 꺼내들고 앙갚음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영철 재기하며 김여정과 강경 노선 강화할 듯앞서 북―미 정상 간 두 차례 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위상이 추락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대남 사업 복귀를 공식화했다. 김영철은 8일 대남사업회의에 참석했고, 북한 매체는 공식 당 서열이 높은 김영철을 김여정보다 먼저 소개했다. 김영철은 지난해 10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명의로 담화를 내 대미 비난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확인했는데, 이번엔 대남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는 게 나타난 것. 정부 당국자는 “김영철이 당 부위원장에 있으며 대남 사업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여정―김영철 ‘대남 투 톱’이 통일전선부장 장금철 위에서 최근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 통신선 단절을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행동”이라고 위협했다.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 연락사무소 폐쇄를 주장하며 개성 사무소에 있는 우리 집기를 가져가라고 하든가, 금강산 관광 지구 내 우리 시설 철거 등을 재차 주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5일 전후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예정된 만큼 북한이 무력 경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 나흘 만인 8일 오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화에 응하지 않다가 오후엔 통화에 나섰다. 김여정의 지시를 받은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가 5일 “갈 데까지 갈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당장 연락사무소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일단 반나절 만에 연락이 재개된 것. 북한의 대남 흔들기가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33일 만에 무응답하더니 8시간 만에 응답한 北북한은 연락사무소와 관련해 이날 하루 종일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던졌다.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한국 인력이 철수한 이후 남북은 오전 9시, 오후 5시 업무 개시와 마감 통화를 해왔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 8층에 위치한 서울사무소가 북한에 전화를 하고, 통화연결음도 정상적으로 들렸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러자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연락사무소는 예정대로 북한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현재 북측이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8시간 뒤인 오후 5시 업무 마감 통화에는 응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후 공동 연락사무소 남북연락협의는 평소대로 진행됐다”며 “오전 (불통된) 연락협의에 대해 북한은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오후 통화가 우리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을 북한이 받은 것인지, 북한이 먼저 연락해온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김여정이 4일 담화를 통해 연락사무소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고, 통일전선부는 5일 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 실무집행 검토사업 착수 지시를 내렸다”며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 있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이 오전 연락사무소 무응답이 알려지자 연락사무소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이날 오전 연락 두절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에 연락사무소가 설치된 이후 633일 만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것. 북한 당국자의 실수보다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해 3월 일방적으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북한 인력을 철수시켰다가 사흘 만에 복귀시킨 적이 있다. 이번 연락 두절도 그런 차원의 흔들기 전술로 보인다”고 했다. ○ 北 ‘대남 압박’ 높일 듯 북한이 이날 연락사무소 통화에 일시적으로 무응답했지만 동·서해지구 남북 군 통신선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은 이날 오전 군 통신선을 이용해 평소 확인차 진행되던 통화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전했다. 또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정 간 핫라인(국제상선공통망)도 이날 오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반나절 만에 통화에 복귀했지만 연락사무소 철폐 압박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대남 압박 수단을 잘게 쪼개서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압박 살라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통일전선부는 ‘첫 순서’로 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언급한 뒤 “이미 시사한 여러 조치들도 따라 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북 군사합의 파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대남 압박 수단을 매우 세분하고 있다. 남북 군사합의 파기 조치로 넘어갈 경우 군 통신선도 끊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중요한 것은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의 ‘핫라인’인 만큼 북한의 이런저런 통신 두절 압박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규진·한기재 기자}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 나흘 만인 8일 오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화에 응하지 않다가 오후엔 통화에 나섰다. 김여정의 지시를 받은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가 5일 “갈 데까지 갈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당장 연락사무소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일단 반나절 만에 연락이 재개된 것. 북한의 대남 흔들기가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633일 만에 무응답하더니 8시간 만에 응답한 北 북한은 연락사무소와 관련해 이날 하루종일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던졌다.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한국 인력이 철수한 이후 남북은 오전 9시, 오후 5시 업무 개시와 마감 통화를 해왔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 8층에 위치한 서울사무소가 북한에 전화를 하고, 통화연결음도 정상적으로 들렸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러자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연락사무소는 예정대로 북한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현재 북측이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8시간 뒤인 오후 5시 업무 마감 통화에는 응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후 공동 연락사무소 남북연락협의는 평소대로 진행됐다”며 “오전 (불통된) 연락협의에 대해 북한은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오후 통화가 우리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을 북한이 받은 것인지, 북한이 먼저 연락해온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김여정이 4일 담화를 통해 연락사무소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고, 통일전선부는 5일 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 실무집행 검토사업 착수 지시를 내렸다”며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 있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이 오전 연락사무소 무응답이 알려지자 연락사무소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이날 오전 연락 두절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에 연락사무소가 설치된 이후 633일 만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것. 북한 당국자의 실수보다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해 3월 일방적으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북한 인력을 철수시켰다가 사흘 만에 복귀시킨 적이 있다. 이번 연락 두절도 그런 차원의 흔들기 전술로 보인다”고 했다. ●北 ‘대남 압박’ 높일 듯 북한이 이날 연락사무소 통화에 일시적으로 무응답했지만 동·서해지구 남북 군 통신선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은 이날 오전 군 통신선을 이용해 평소 확인차 진행되던 통화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전했다. 또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정 간 핫라인(국제상선공통망)도 이날 오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반나절 만에 통화에 복귀했지만 연락사무소 철폐 압박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대남 압박 수단을 잘게 쪼개서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압박 살라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통일전선부는 ‘첫 순서’로 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언급한 뒤 “이미 시사한 여러 조치들도 따라 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북 군사합의 파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대남 압박 수단을 매우 세분화하고 있다. 남북 군사합의 파기 조치로 넘어갈 경우 군 통신선도 끊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의 ‘핫라인’인 만큼 북한의 이런저런 통신 두절 압박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8일 상시적으로 운영되던 남북연락사무소의 남북 간 유선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실무지시로 북한이 “첫 순서로 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하겠다”고 압박한 이후 추가적인 실제 행동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한국 연락사무소와의 유선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 오전 연락사무소 통화 연결을 시도하였으나 북측이 받지 않았다. 오후에도 연결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남북 간 유선 통화에) 북한이 응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앞서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인력이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잠정 철수한 이후 남북은 평일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통신선 확인 등을 위해 연락해왔지만 넉달 여 만에 북한이 유선 연락마저 끊은 것이다. 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북한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대남 압박에 나선 셈이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폐지 위협은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2019년 3월 22일 일방적으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북한 인력을 철수시켰다가 사흘 만에 복귀한 적도 있다. 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상시연락 체계 확보란 의미로 2018년 9월 14일 개소했지만 오래전부터 실질적 대화 기능이 실종된데 이어 최근엔 대남 압박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 교류 백지화’를 겁박하는 담화를 낸 지 하루 만인 5일 담화를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 착수 지시를 내리면서 ‘대북전단’과 관련된 압박 강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결단코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추가적인 대남 조치를 예고하면서 최근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독자적 남북 협력 드라이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北 “김여정이 대남사업 총괄”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 실무집행 검토사업 착수 지시를 내렸다”면서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 있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며 이미 시사한 여러 가지 조치들도 따라 세우고자 한다”고 했다. 앞서 김여정이 담화에서 언급한 연락사무소 폐쇄에 이어 남북 군사합의 파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담화는 그러면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곧)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며 “대결의 악순환 속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라고 했다. 특히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라며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며 이번 대북전단 압박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북한이 이틀 연속 대남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대북 공조의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접경지역 시장 군수와 만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국민 다수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긴장 조성 행위에 대해 아마 대부분 반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안보라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안보”라고도 했다. 전날 김여정 담화 이후 통일부가 즉각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 의사를 공식화한 데 이어 ‘안보’를 내세워 재차 법제화를 강조한 것.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이날 대북전단을 반출 물품으로 규정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살포가 가능케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美 내퍼 “남북 어떤 진전도, 비핵화와 함께 가야”정부가 “국민 다수가 지지한다”며 대북전단 금지법 드라이브를 거는 것에 미국의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4일(현지 시간) “남북 관계의 어떠한 진전도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함께 가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과의 협력에서) 중요한 조건은 북한이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압박 정책을 할 것이며, 이는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한국 정부의 완화 움직임과 별개로 대북 압박 정책을 재확인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대화 재개에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북한이 자신의 정권을 비판해 왔던 사람들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을 요구했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래통합당 지성호 조태용 신원식 서정숙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국민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고 오히려 ‘김여정 하명법’(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하니 참담할 뿐”이라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에 대해 “똥개들이 기어 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위협했다. 이에 청와대가 대북 전단 살포는 “백해무익”이라고 했고, 통일부 국방부는 잇따라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촉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여정은 4일 담화에서 “탈북자라는 것들이 기어 나와 수십만 장의 반(反)공화국 삐라를 우리 측 지역으로 날려 보내는 망나니짓을 벌여 놓은 보도를 보았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그는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며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남북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실상 북한의 2인자인 김여정의 원색적인 비난 담화가 나온 지 4시간여 만에 통일부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접경지역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 방안을 이미 고려하고 있다”며 “법률 정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도 “대북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 반경 기자들과 만나 “대북 삐라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고 비난한 뒤 “안보에 위협을 가져오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앞으로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서면 브리핑을 냈지만 김여정 담화 관련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북한의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인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에 대해선 ‘우발적 총격’이라고 한 정부가 김여정 담화 이후 탈북 단체의 전단 살포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독자적 남북협력 드라이브를 의식한 지나친 대북 저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북한의 적반하장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우리 정부는 왜 북한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통일부가 만들겠다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활동을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할 경우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수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법으로 막으라”고 압박하자 정부가 당일 즉각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부터 비핵화 대화 진전과 무관하게 남북 협력 사업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남북 간 관계 악화를 막고, 남북 정상이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전단 살포 중지’를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앞서 북한군의 남측 감시초소(GP) 사격 등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서는 북한으로부터 별 해명도 듣지 못한 정부가 김여정의 한마디에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지나친 대북 저자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최소한의 상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김여정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 김여정은 4일 담화문에서 전단 살포에 대해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며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선 교류협력 성과들을 백지화시킬 수 있다고 압박하며 문 대통령의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까지 건드린 것이다. 앞서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경기 김포에서 ‘위선자 김정은’ 등 문구가 적힌 대북 전단 50만 장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에 보냈다. ○ 정부, 4시간 만에 ‘대북 전단 금지법’ 선언 논란그러자 정부는 김여정의 담화 발표 4시간여 만에 ‘대북 전단 금지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전단 금지 관련)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 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며 “법률안 형태는 정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는 “대북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삐라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며 안보 위해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에 합의한 이후로 정부는 관련 법 정비를 검토해왔다. 앞서 정부는 탈북민 단체들에 협조와 자제 요청, 그리고 경찰집무집행법을 적용해 전단 살포를 차단해왔다. 이미 살포된 전단에 대해서는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달 GP 총격 등 군사합의 위반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의사표현을 “백해무익” “안보 위해행위”라며 법으로 강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북 저자세 논란은 물론 헌법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이 이를 통해 남남 갈등을 유발시키고, 대북 전단을 향후 도발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연락이 닿은 신의주에 있는 소식통으로부터 ‘평양에서 접경지역 부대들에 특별지시를 내렸다. 삐라가 넘어오면 원점 타격하란 지시’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북한 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김여정 담화는) 대북 전단을 군사분계선 일대 무력충돌의 빌미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심야나 새벽에 고사총 등으로 전단 살포지역에 경고 또는 조준사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당장 북한과 무엇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남북교류협력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 만큼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보자는 것이다.” 통일부가 추진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논란에 대해 한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30년 전 제정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많은 교류와 협력사업이 추진됐다”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상황을 맞이했다”고도 했다. 정부의 이런 개정 필요성에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행법엔 방북 승인을 거부하는 구체적 근거 조항이 없어 통일부 장관이 ‘자의적 재량’으로 승인 거부를 해왔다. 대북 민원인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에 정부는 2년 이상의 형에 기소된 사람 등 구체적인 방북 승인 거부 대상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이번 교류협력법 개정안이 그동안 법규상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에는 북한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해 영리 추구뿐만 아니라 부동산, 주식 등에도 접근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들어가 있다. 당장 “비핵화도 안 했는데 북한에 우리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것이냐”란 비판도 뜨겁다.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해당 사안이 이미 규정으로 고시된 상태로, 상향 입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고시도 법적 효력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새로 개정안에 넣는 배경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 보인다. 교류협력법은 남북 경협 사업자, 대북 인도주의 단체 등이 1차적인 관련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경협뿐만 아니라 공연, 방송, 음반 등 문화사업 시장을 북한에 개방하는 내용까지 담아 향후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이미 공청회를 마쳤고, 통일부의 입안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과 관련해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국민을 향한 이해와 설득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존 규정을 상향 입법한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비핵화 이후 적용 가능할 교류협력법 개정안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에는 남북 상호주의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성격이 구체화됐다. 남북 경협 활동 등을 정의한 ‘경제협력사업’(제18조의 3)이 법에 포함되며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상대방 지역에서 이윤 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명문화된 것. 한국 기업이 북에 가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 기업이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보장하는 근거를 담은 것이다. 구체적인 허용 범위로는 △상대방 지역이나 제3국에서 공동 투자 및 결과에 따른 이윤 분배 △증권 및 채권 △토지, 건물 △산업재산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광업권, 어업권, 전기·열·수자원 등 에너지 개발·사용권 등이 포함됐다. 즉, 북한의 기업이 삼성 주식을 사고, 서울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가능해지는 셈이다. 북한 기업이 한국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도 있다. 북한 문화기업이나 예술인이 한국에 와서 활동할 수 있는 ‘사회문화협력사업’(제18조의 4) 조항도 새로 들어갔다. 학술, 음악, 공연, 영화, 음반, 방송 등 문화사업 대부분을 북에 개방하는 근거가 법에 마련됐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파격적인 대북 메시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냥 달갑게 보지만은 않을 것 같다. 1인 독재 체제를 지키기 위해 주민의 이동 제한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도 막는 북한 당국이 한국에 노동자나 예술가를 자유롭게 보내기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개정안의 일부 사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해 유엔 제재가 해제되고, 전면 개방 수준의 개혁 정책을 펼친 후에야 적용 가능한 ‘이상적 미래 법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개정안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 개방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이 이를 넘어서는 개혁적인 개방 카드를 꺼냈을 때 실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경협 대폭 지원하지만 이적 행위도 감시 남북 경협의 시작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북한 정책을 전향적으로 전환하기로 한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선언)을 한 그해 김우중 대우 회장(1936∼2019)이 홍콩 중개상을 통해 북한 도자기 519점을 들여온 것이 정부의 승인을 받은 것. 교류협력법은 남북 경협 등을 지원하기 위해 1990년 제정됐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경협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했다. ‘경협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 대표적으로 경협 사업자들이 사업상 북한과 접촉하는 것을 승인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꿨다. 그마저도 부득이한 경우 사후 신고해도 된다. 정부 눈치 보지 말고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기존 교류협력법에는 북한 사람과 접촉하면 모두 신고해야 하고, 어기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번에 신고 의무 대상도 대폭 줄었다. 북한 방문이나 물품 반출입, 북한 주민이 참가하는 국제행사 참석이나 기타 교류협력 목적 등으로 접촉 신고 대상을 제한한 것. 일부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북한 식당 방문과 관련한 신고 의무가 없어졌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좀 차이가 있기도 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식당 방문은 기존 법률엔 신고 대상으로 돼 있지만 단순 접촉이고 일회성 성격이 강해 ‘신고가 필요치 않다’는 법률적 해석을 이미 해왔다”고 했다. 비슷한 예로 탈북민이나 이산가족이 북한 내 가족과 연락하거나, 연구 및 취재 목적으로 북한 내 소식통과 연락하는 행위도 신고가 필요치 않다고 해석해 왔다. 이 외에도 ‘우수 교역업체 인증제’를 마련해 각종 행정 지원을 늘린다. 우수 교역업체에 선정되면 북한 방문, 반출입과 관련된 제출 서류가 간소화되며 남북협력기금을 우선 지원할 수 있다. 한국 사업자가 평양 등 북한 지역에서 사무소도 개설할 수 있다. 북한 사무소는 한국 본사와 수시로 연락할 수 있으며 북한 지역의 시장 조사, 연구 활동 등에도 나설 수 있다. 이를테면 삼성, SK 등 대기업이 북한 사업의 교두보를 직접 설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정 교류협력법을 통해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남북 접촉이 촉진되면서 대북 경계망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정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북한에 설치된 사무소의 설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도 법에 뒀다. 기업 활동을 보장하지만 이적 행위 여부도 함께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 정부 대북 드라이브, 깊어지는 우려 정부도 ‘북한 기업에 대한 한국 시장 개방’과 같은 개정안 내용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합작 등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대북 제재(2375호)를 비롯해 국제사회 제재와 충돌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가 북한에 한국 시장을 여는 것을 추진한다는 개정안 부분을 읽다가 그냥 자료를 덮어 버렸다. 한마디로 당장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5·24조치의 사실상 폐기에 이어 교류협력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할 일은 해나가자”는 기조의 연장선이다. 이는 지난해 2월 북-미의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1년 넘게 비핵화 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이에 따라 남북 교류도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화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고, 한국의 2022년 대선 일정이 사실상 내년 상반기에 본격화하는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가 남북 협력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의무를 지키고 유엔 제재를 충실하고도 강하게 이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제재 이탈 움직임을 보이지 말라는 경고로도 읽힌다. 정부는 법 개정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지만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이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에 틈을 벌릴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자칫 북한의 호응도 못 이끌어내고, 한미 동맹의 간극만 벌어지는 난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황인찬 정치부 기자 hic@donga.com}
정부가 북한 기업이 한국에서 영리 활동을 할 수 있게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내 경제 활동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수익을 인정하고, 한국인 노동자 고용도 허용하겠다는 게 핵심으로 사실상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 제재와 배치되는 것이다. 이는 비핵화 대화에만 매달리지 않고 남북 협력은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남북 협력과 비핵화 속도를 맞추라”는 미국과의 대북 엇박자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교류협력법) 개정안 초안에는 남북 경협 활동 등을 정의한 ‘경제협력사업(제18조의 3)’이 신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상대방 지역에서 이윤 추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북에 가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 기업이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보장하는 근거를 개정안 초안에 새로 추가한 것. 구체적인 허용 범위로는 △상대방 지역이나 제3국에서 공동 투자 및 결과에 따른 이윤 분배 △증권 및 채권 △토지, 건물 △산업재산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광업권, 어업권, 전기·열·수자원 등 에너지 개발·사용권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북한이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제3국 기업과의 합작도 허용하며, 북한 기업이 한국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행위도 허용된다. 그러나 이런 정부 개정안은 기존 국제사회 주도의 각종 대북 제재와 충돌하는 대목이 많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는 회원국은 자국 내에서 북한 기업체나 개인들과 기존 및 새로운 합작사나 협력체를 개설, 유지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벌목공, 식당 종업원 등 유엔 회원국 내에서 소득 활동을 하는 모든 북한 노동자를 지난해 12월 22일까지 북한으로 송환토록 하고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정부가 남북 교류를 금지한 5·24조치의 사실상 폐기,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활성화하는 교류협력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을 때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동맹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정부는 이 내용이 담긴 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온라인 공청회를 지난달 28일 마쳤으며 연내 정부 입법으로 발의할 예정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부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교류협력법)을 개정하면서 북한 기업의 한국 진출에 대한 근거 조항까지 마련하려는 것은 남북 협력의 핵심인 경제 분야 협력을 본격화하고 비핵화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유도하기 위해 대북 경제 제재의 고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드라이브가 자칫 이를 무력화하거나 중국 못지않은 대북제재의 ‘구멍’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응도 안 하고 있는데 우리만 일방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北에 “한국 시장 열겠다”는 정부 정부가 이번에 30년 만에 교류협력법을 대폭 개정하면서 강조한 것은 ‘남북 상호주의’이다. 우리 기업이 북에 가서 사업하는 것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처럼 북한 기업이 한국 시장에 와서 영리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근거를 국내법에 담겠다는 것이다. 기존 교류협력법에는 북한 기업이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자체가 없었다. 남북협력사업을 정의하며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공동으로 하는 문화, 관광, 보건의료, 체육, 학술, 경제 등에 관한 모든 활동’이라고만 적시했기 때문. 하지만 이번 개정안 초안에서는 ‘경제협력사업(제18조의 3)’ 조항을 별도로 신설해 남북 경협의 범위를 구체화, 세분화했다. 그러면서 남북 기업이 한국이나 북한, 제3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펼치며 영리 추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명시했다. 특히 증권 및 채권 등 유가증권, 토지나 건물, 그리고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등에까지 북한 기업의 접근을 허용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존 교류협력법에는 우리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는 내용만 반영돼 있었는데 북한이 한국에 올 때도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이라며 “남북의 기업 활동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경제협력사업뿐만 아니라 북한 문화기업이나 예술인이 한국에 와서 활동할 수 있는 ‘사회문화협력사업’(제18조의 4) 조항도 새로 포함됐다. △공동조사·연구·저작·편찬 및 그 보급 △음악·무용·연극·영화 등 공동 제작·공연 및 상영 △음반·영상물 및 방송프로그램 공동제작 등이 그것이다. 각종 예술 및 문화사업 부문도 북에 한국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 ○ 北 기업 활동 보장까지, 한미 엇박자 커지나 통일부는 남북의 경제·문화 상호 개방 내용을 담은 이번 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해 “구체적인 (향후 추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단계에서 실행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유엔 대북 제재가 북한과의 기업 합작을 금지(2375호)하고 있고, 북한 노동자의 강제 본국 송환도 의무화(2397호)하는 등 대북 경제 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기업의 자유로운 왕래와 기업 활동을 보장한 교류협력법 개정안이 실현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통일부 당국자는 “쌍방의 경제활동을 트는 개념이 필요하다”며 입법화 추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 대응이었던 5·24조치를 사실상 폐기한 데 이어 그 후속 성격으로 교류협력법 개정에 나서면서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앞서 미국이 정부의 독자적 남북 협력 강화 움직임에 “비핵화와 보조를 맞추라”고 강조한 바 있어 한미 간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앞서 ‘우회로를 찾는다’며 지속적인 제재 완화 시그널을 보낸 데 이어 이런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미국과의 신뢰 관계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