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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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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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2~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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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험실서 만들어도 실제 같은 쇠고기… 맛 보강하고 값은 낮출 것”[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실험실 배양기에서 ‘길러진’ 배양육이 최근 미국 시장에서 시판을 허가받았다. 지난달 21일 미국 농무부(USDA)는 배양육을 생산하는 ‘업사이드 푸즈(Upside Foods)’와 ‘굿 미트(Good Meat)’ 등 2곳이 생산한 닭고기 배양육의 일반 소비자 판매를 승인했다. 큰 육류 시장을 가지고 있고, 혁신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규범을 먼저 만드는 경향이 있는 미국이 새로운 형태의 고기를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에 이은 조치다. 배양육은 소나 돼지, 닭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기 형태로 만든 것이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증식해 단백질과 지방 등을 만드는 것이어서 이론적으로는 가축의 고기와 다를 것이 없다. 콩 같은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만든 고기는 이미 시판 중인데, 이와는 구별되는 분야다. 배양육은 대체단백질 식품 중 실제 고기 맛에 가장 가까울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오픈AI의 샘 올트먼 같은 유명 혁신가들은 배양육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 난관은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덩어리육 형태로 대량 생산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세포에 영양을 공급할 배양액의 단가를 낮춰야 하는 과제도 있다. 도축을 하지 않고, 숲을 없애지 않으면서도 인류가 고기를 취할 수 있는 길이어서다. 티센바이오팜(대표이사 한원일)은 2021년 말 배양육 분야에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이다.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인공장기를 연구하던 박사가 배양육 대량생산에 관해 ‘답’을 찾은 뒤 창업했다. 4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티센바이오팜 서울지사에서 만난 한원일 대표이사(35)는 “살아 있는 미세식용섬유를 활용해 고기의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세계 어느 기업보다 빠르게, 정육점에서 파는 실제 고기와 비슷한 배양육을 1∼2년 내에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했다.●“미세식용섬유로 덩어리육 대량생산”배양육은 미국에 앞서 싱가포르에서 2020년에 굿미트가 시판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굿미트는 배양한 닭고기로 만든 너깃을 판매했다. 한 대표는 “세계적으로 170여 배양육 회사들이 소, 닭, 돼지 등의 세포로 배양육을 만들고 있지만 덩어리 고기 자체를 만드는 곳은 거의 없고 배양육을 원료로 너깃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많이 만들고 있다”며 “고기의 조직을 재현해 고깃결이나 마블링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양육을 만드는 데는 특정 동물의 세포, 그 세포가 붙어서 증식될 지지체, 세포의 영양분이 될 배양액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지체에 세포를 착상한 뒤 키운다. 지지체를 만들 때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이 활용된다. 지지체가 있는 방식은 세포의 착상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다른 방식으로는 3D 세포 프린팅으로 직접 고기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는 느린 속도로 인해 대량생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티센바이오팜은 동물 세포와 지지체 역할을 하는 식물성 바이오잉크를 섞어 만든 지름 400㎛(1㎛는 100만분의 1m)의 가느다란 식용섬유로 고기 형태를 만든다. 한 대표는 “미세식용섬유 방식은 세포의 손실이 거의 없어 기존 방식에 비해 제작 비용을 100분의 1까지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식용섬유를 활용하기 때문에 근육과 지방섬유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쇠고기 등심의 마블링 형태도 구현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실제 고기를 보면 소, 돼지, 닭 등 모든 고기에 섬유조직이 있다”며 “실제 고기와 비슷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이런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티센바이오팜은 미세식용섬유를 초고속으로 제작하는 시스템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고기의 형태를 먼저 만든 뒤 세포 배양을 통해 세포의 밀도를 높이면 실제 고기와 비슷하게 된다. 한 대표는 “올해 안에 고기를 구울 때 ‘마야르(마이야르·갈변) 반응’까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쇠고기 세포의 밀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했다. 배양육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배양액의 가격이다. 의학 연구 등에 쓰이는 전통의 소태아혈청(FBS) 배양액은 1L에 150만 원가량으로 배양육 제조에 쓰이기에는 턱없이 비싸다. 이에 따라 많은 배양육 회사들이 독자적인 방식으로 배양액 단가를 낮추고 있다. 소의 희생이 필요 없도록 소태아혈청을 사용하지 않은 무혈청 배양액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배양액에 비해 100분의 1이나 1000분의 1로 가격을 낮춘 배양액 개발 소식이 들린다. 한 대표는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는 배양육 회사인 만큼 배양액 개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식용작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가격을 2만분의 1로 낮춘 배양액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티센바이오팜은 2027년이 되면 FBS 없는 배양액과 버섯과 채소를 녹여 만든 바이오잉크 등을 합쳐 원료가격 5달러 정도로 1kg의 쇠고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내가 답을 안다는 확신 들어 학교서 창업”한 대표는 포스텍에서 인공장기를 만드는 조직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1년 3월쯤 박사과정 중에 옆 팀 동료와 인공장기 기술을 배양육에 적용하는 것에 관한 얘기를 나눈 것이 창업의 씨앗이 됐다. 한 대표는 “배양육 분야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대량 생산과 배양액 단가를 낮추는 것이 업계의 난제였다”며 “조직공학의 장단점을 잘 알고, 다양한 연구를 한 덕분에 내가 그 난제들을 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내내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로 인터뷰에 응하던 한 대표는 ‘자신이 답을 알고 있다’는 부분을 얘기할 때는 강단과 결기를 내비쳤다. 공동창업자인 권영문 이사(35)는 정보기술 회사에 다니다 한 대표의 얘기를 듣고 창업에 더 열성을 보였다. 권 이사는 티센바이오팜에서 식품 데이터베이스와 정보기술 인프라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사업전략최고책임자인 라연주 이사(33)는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개발학 석사를 받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십자연맹 등에서 일했다. 대체단백질과 지속 가능성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연구자문은 한 대표의 지도교수였던 조동우 포스텍 명예교수가 맡고 있다. 정재희 세포공학팀장은 KAIST에서 단백질공학 등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LG화학 바이오공정팀에서 일하다 합류했다. 김건우 공정개발팀장은 의료기기 개발 경험이 많은 전문가로 공정 설계 및 개발, 스케일업을 담당하고 있다.●“새로운 맛을 내는 고기 디자인도 가능”티센바이오팜은 내년에는 시식회를 열 정도로 고기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후에는 미국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는 배양육에 대한 승인이 언제 이뤄질지 가늠하기 힘들어 판매 승인이 난 미국 진출부터 먼저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티센바이오팜이 가진 기술을 이용하면 미세식용섬유를 기반으로 고깃결과 마블링을 맞춤식으로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명한 요리사에게 독특한 질감과 맛을 내는 고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세상에 없던 고기 부위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고기를 맞춤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치를 팔 계획도 가지고 있다”며 “육류 생산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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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살기, 바다 보이거나 마당 있는 집이 인기”[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한 달쯤 어디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은 같은 기간의 여행과는 다른 욕망이다. 일상생활을 하지만 낯선 곳에서 여유롭게 지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낯섦을 만끽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어디 조용한 데 가서 한 달쯤 살다 오세요’라는 권유가 있다면 누구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욕구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부터 제주도나 외국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숙소를 구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외국에 있는 해당 숙소를 직접 보고, 잘 모르는 현지 계약 관행을 따라 계약을 해야 했다. 한 달 살 숙소를 구하기 위해 미리 한 번 다녀오는 수고를 해야 할 정도였다. 리브애니웨어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모여 ‘한 달 살기’에 특화된 풀옵션 숙소를 단기 임대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달 초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아기 유니콘’에 선정됐고, 지난달에는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리브애니웨어 사무실에서 만난 김지연 대표이사(32)는 “거주와 여행이 결합된 새로운 여행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이에 맞춘 전문 서비스는 부족한 것을 기회로 보고 창업했다”며 “살아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취향과 경제적 여건에 맞는 숙소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했다.●앱부터 만들어 예비 수요자 반응 보고 창업리브애니웨어는 2020년 6월 설립됐다. 김 대표는 여행을 좋아해서 세종대 관광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에 졸업 후 온라인 여행 플랫폼 회사에 취직했다. 외식 전문 빅데이터 서비스 회사와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회사에서 마케팅과 해외영업의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는 “5년간의 여행 관련 업무와 대학 재학 시절부터 관심 있게 봐 온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볼 때 ‘한 달 살기’ 수요는 작지만 분명해 보였다”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뜻이 맞는 직장 동료 2명과 창업을 준비했다. ‘한달살기’ 앱부터 먼저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국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 괜찮은 집들을 직접 발굴해 무료로 소개하는 콘텐츠들을 올렸다. 유일하게 운전면허가 있던 김 대표가 강원도를 수없이 오가는 수고를 하며 숙소 주인들을 만나 등록을 설득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집주인에게 연락해 허락을 받고, 추가 정보를 확보하느라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았다”며 “그래도 우리가 올린 정보를 보고 실제로 묵어보겠다는 소비자들이 생기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공동창업자인 김중현 최고기술책임자(32)는 한국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를 나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여러 회사에서 여행 관련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공동창업자인 김민주 최고상품개발책임자(CPO)는 여러 온라인 여행사에서 여행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회사를 설립한 때는 국내에 코로나가 유입된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길게 갈 줄 몰랐다. 결국은 전화위복이 됐다. 당초 태국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편히 할 수 있도록 하려던 계획을 국내 여행지로 초점을 맞춰 사업을 더 빨리 활성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사업 아이템보다는 창업자들에게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창업자들의 역량과 태도가 괜찮으면 사업 아이템은 언제든 전환될 수 있다고 여긴다.●“화장실 비데 옵션까지 세세하게 설명”숙소를 빌리는 기간으로 보면 리브애니웨어는 에어비앤비와 직방의 중간쯤에 있다. 1∼2박 정도의 단기 여행이나 출장보다는 길고, 1년이나 2년 단위로 집을 빌리는 주택 임대의 중간쯤에 있는 것이다. 리브애니웨어에서는 일주일과 보름, 한 달 정도의 단위로 숙소를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형식은 단기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리브애니웨어가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빌리고, 그걸 소비자에게 전대하는 형식이다. 물론 소비자는 그 동네를 찾아갈 필요 없이 앱에서 간단하게 전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원하는 지역과 시기, 예산, 편의시설 조건 등을 올려두고 숙소를 제안받을 수도 있다. 한 달가량을 사는 집은 2∼3일 지내는 호텔과 달리 입지나 설비가 더 중요하다. 바다가 보이는지, 숲이 근처에 있는지, 마당이 있는지, 워케이션(휴가지에서 일하는 방식)이 가능한 설비가 있는지 등 수요에 따라 세세하게 구분해 소개한다. 공통적으로는 주방과 세탁시설이 잘 구비돼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세탁기나 세탁시설이 없으면 주변 가까운 곳에 코인세탁소라도 있어야 한 달 살기에 불편함이 없기에 그런 점을 세세하게 살펴 등록한다”고 했다. 적지 않은 기간을 살아야 하기에 개인의 취향이나 편의성에 맞춘 옵션이 많은 편이다. 반려동물 동반 여부와 주차 방식은 물론이고 화장실에 비데가 갖춰져 있는지까지 살펴서 선택할 수 있다.●“1개월 비용 17만∼2893만 원까지 다양”한 달 살기 숙소를 제공하는 곳이 리브애니웨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인지도를 넓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아기 유니콘에도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1만1000여 채의 국내외 숙소가 등록돼 있고, 앱 다운로드는 누적 130만 건이다. 작년 거래액은 140억 원으로 그 전년에 비해 4배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비교적 빠른 성장에 대해 “다양한 숙소를 보유하고, 숙소 선택을 편리하게 만든 앱의 사용 편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리브애니웨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지역은 제주도이고 다음이 강원, 서울, 경남, 경기 등의 순이다. 구체적인 지역으로는 강원 속초와 고성, 강릉, 서울, 제주 서귀포, 제주 애월, 경남 거제와 통영 등의 순이다. 리브애니웨어에 따르면 1개월 기준 평균적인 숙소 판매가는 원룸이 100만 원대, 독채는 200만 원대, 바다 전망의 아파트는 150만 원대다. 가장 비싼 숙소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방 3개짜리 고급 아파트로 2893만 원에 올라 있고, 가장 저렴한 곳은 태국 치앙마이 산띠탐에 있는 원룸으로 17만 원에 나와 있다. 김 대표는 “국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로 최근 태국 치앙마이에도 직접 진출했다”며 “이번 투자 유치로 해외 진출에 보다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원하는 곳이 어디든 한 달쯤 살아볼 수 있게”한 달 살기 트렌드는 기존 숙박업계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호텔 체인이나 제주도의 호텔 등에서도 한 달 숙박 브랜드를 준비하거나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금의 한 달 살기는 장기근속휴가자나 프리랜서, 퇴직자, 주부와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주 이용자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시골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도 동네를 손쉽게 옮겨가며 사는 세상을 꿈꾼다. 휴가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 문화를 넘어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주거문화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냐는 발칙한 상상이다. 실제로 자신이 서울에서도 홍익대 입구 근처와 양재동, 대치동을 몇 개월 단위로 옮겨다니며 산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몇 개월이라도 그 동네에 가서 살아보니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그 동네에 살아볼 때만 알 수 있는 시간대별로 다른 산책로 풍경이라든지 동네의 소소한 맛집을 누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런 세상이 되려면 단기임대 주택도 연 단위 임대 가격에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김 대표는 단기임대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등록 주택이 더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김 대표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가능할까 생각하지 않았느냐”며 “합리적 비용으로 여행과 주거가 결합된 생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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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에 2300억 투자… ‘코어 근육’ 확 키우는 GS리테일

    편의점과 슈퍼마켓, 홈쇼핑 등을 운영하는 종합유통기업 GS리테일의 디지털 부문 투자 물결이 거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통합되는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온·오프라인 고객을 연결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공시 종합 포털’에 따르면 GS리테일의 2022년 기준 정보기술 부문 투자액은 2296억3300만 원,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은 28억8900만 원으로 총 2325억2200만 원에 달한다. 그 전년에 부문별로 753억 원, 53억2000만 원으로 총 806억2000만 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편의점 부문 경쟁사인 BGF리테일의 디지털 부문 투자액은 2021년 기준 정보기술 부문 투자액이 176억2100만 원,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이 7억6800만 원으로 183억8900만 원 정도다. GS리테일의 투자액은 2021년 기준 BGF리테일의 4.3배에 달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14일 “아직 경쟁사의 투자액이 공시되기 전이지만 2022년 기준으로는 우리 투자 규모가 경쟁사의 10배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중심의 의사 결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디지털 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의 디지털 부문 투자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 온·오프 채널 고객경험 개선,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 서비스 연동에서 활발하다. 매년 70여 개의 정보기술(IT) 프로젝트가 추진될 정도다. 이런 투자 덕분에 △우리동네GS(GS25 모바일 앱)와 퀵커머스 연계 △와인25플러스(주류 스마트오더 시스템)를 통한 신규 서비스 시장 선점 △통합 멤버십 프로젝트를 통한 사업별 교차 이용 고객 증대 등이 가능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우리동네GS앱은 약 600만 명의 이용자와 5만여 명의 도보 배달자, 1만7000여 GS25, GS더프레시 매장을 연결해 매월 30만 건의 퀵커머스 주문 실적을 내고 있고, 와인25플러스는 국내 온라인 주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신규 킬러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과감한 투자로 소비자들의 편의점 GS25 이용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점포 방문 전부터 원하는 상품이 원하는 매장에 있는지 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고, 반값택배 등을 이용할 때도 온라인을 통해 먼저 신청하고 매장을 방문할 수 있다. 고객의 구매 행위가 점포 방문 전부터 시작되도록 만든 것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우리동네GS앱의 올해 4월 기준 한 달 서비스이용자수(MAU)는 약 205만 명으로 CU 앱인 ‘포켓CU’의 122만 명과 비교하면 1.7배나 된다”고 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리테일 멤버십 고객 2600만 명 중 약 38%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채널 2곳 이상을 중복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 이용 빈도와 구매 금액 등을 기준으로 한 최고 등급 고객(VVIP)은 120만 명을 넘어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진 덕분이라고 GS리테일은 분석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수집한 고객 데이터와 상품 데이터를 외부 트렌드 데이터와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신상품을 만들어 고객 유입을 늘리는 선순환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오프라인 확장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탁월한 고객경험의 창출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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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LG전자 연구원 모여 창업… “기술로 피부 관리 더 간편하게”[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피부의 탄력 회복을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시술이 늘어난 것도 사람들의 이런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하이푸)를 이용한 리프팅 시술은 웬만한 병원에서 다 시행하고 있다. 빛을 사용하는 발광다이오드(LED) 방식보다 피부 깊숙한 곳으로 에너지를 보낼 수 있어 굵은 주름 등을 개선하는 데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은 만만치 않다. 시술 부위와 면적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만 원을 넘기기 일쑤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있는 레지에나(대표이사 신승우)는 병원에서 쓰는 하이푸 장비를 초소형으로 만드는 등 피부미용 장비를 집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다. 신승우 대표이사(47)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피부 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시술보다 극적인 효과는 덜하지만 집에서 간편하게 피부를 관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카트리지 교체 필요 없는 하이푸 기기하이푸 장비는 초음파를 피부 안쪽으로 쏘아 특정 깊이의 근육 조직에 열 자극을 주는 장치다. 돋보기로 빛을 모으면 종이가 탈 정도로 에너지가 모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피하지방층과 근육층 사이에 있는 섬유근막층(SMAS)에 주로 작용한다. 에너지를 작은 점 크기로 모아 열 자극을 줌으로써 조직에 상처를 내면서 수축시키고, 그 조직이 회복하면서 콜라겐 등이 생성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SMAS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고 느슨해지는데 그 결과로 눈썹이나 볼살 등이 처지게 된다. 병원에서 쓰는 장비는 의사가 다루는 덕분에 깊이 4.5mm까지 에너지를 쏘아 굵은 주름까지 완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레지에나는 홈뷰티 기기는 일반인들이 다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1.5mm와 3mm 깊이까지 에너지를 쏘도록 만들었다. 가장 큰 특징은 카트리지를 교체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카트리지에는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부품이 들어 있다. 병원의 하이푸 장비는 물론이고 다른 가정용 하이푸 기기는 대부분 에너지를 주입하는 깊이를 바꾸려면 그에 맞는 카트리지로 교체해야 한다. 게다가 소모품이어서 일정 사용 횟수를 넘기면 수십만 원을 들여 교체해 줘야 한다. 신 대표는 “가정용 홈뷰티 기기는 간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4, 5년에 걸쳐 기술을 개발했다”며 “하이푸 기술을 활용한 피부관리 기기에서 카트리지를 교체할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카트리지 안에 들어 있는 초음파 발생 부품은 일반적으로 세라믹을 오목하게 깎아 고전압을 걸어준 뒤 진동하게 함으로써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신 대표는 “세라믹을 깎지 않는 다른 방식을 개발해 내구성을 반영구적으로 높였다”고 했다. 초음파가 잘 이동하기 위해서는 카트리지 내부에 증류수가 필수적인데, 증류수가 증발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필름을 개발함으로써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토록 했다. 레지에나는 가정용 하이푸 기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절차도 진행 중이다. 신 대표는 “미국에서 병원용으로 개발돼 FDA 승인을 받은 하이푸 장비와 비슷한 전압과 주파수(100∼200V, 7Mhz)로 고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부작용 부분에 대한 검증만 이뤄지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가정용 하이푸 기기 중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아직 없다.●CES 혁신상 받은 ‘스마트 마스크’2일 마곡산업단지 내 ‘서울창업허브 M+’에 자리한 레지에나 본사에서 만난 신 대표는 레지에나가 하이푸 기기만을 만드는 회사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하이푸 기기는 시작일 뿐”이라며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스마트 마스크’를 보여줬다. 일종의 ‘전자 마스크 팩’이다. 병원이나 피부관리실 등에서 피부에 영양분을 공급할 때 사용하는 이온도입법(iontophoresis·이온토포레시스)을 1회용 마스크 팩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음전하를 띠는 영양분을 마스크에 흐르는 약한 전류가 밀어내 피부 속으로 침투시키는 원리다. 신 대표는 “올해 초 미국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이후 한국콜마와 협업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내년 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1회용 스마트 마스크는 기존 마스크 팩같이 종이처럼 얇다. 은박을 초박막으로 만들어 입혔고, 여기에 전기를 공급해야 했기에 종이전지를 개발해 적용했다. 레지에나는 반도체를 활용해 고강도 집속 초음파를 발생시기는 기술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부터 이전받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신 대표는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세라믹을 활용하지 않고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기에 부피를 훨씬 더 줄일 수 있고, 에너지를 조사하는 깊이를 조절하는 방식도 훨씬 간편해질 것”이라고 했다.●삼성·LG전자의 연구 경험신 대표는 고려대에서 메카트로닉스공학을 전공으로 2006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취직해 의료기기사업부에서 의료 기기를 개발했다. 201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외국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던 병원용 의료 기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등 첨단 의료 장비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그는 3, 4년을 밤낮없이 기술 개발에만 집중했는데, 의료 기기 사업은 당초 계획과 달리 크게 축소됐다. 두 살배기 아이가 아빠를 몰라볼 정도로 매달렸던 일이 중단되자 허탈감에 사직서를 썼다. 한 달가량 쉬던 중에 제안을 받고 2014년 말 LG전자에 입사했다. LG전자는 메디컬 뷰티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LG전자에 입사해 가정용 뷰티 기기 기획 및 기술 개발 파트장을 맡아 ‘프라엘(Pra.L)’ 기반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까지 출시했다. 신 대표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연구부서를 모두 거친 덕분에 두 회사에서 뜻이 맞는 후배들을 규합해 창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기업에 다니다가 창업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이었기에 잃을 게 적지 않았다. 2016년, 주말이면 3, 4명이 구글캠퍼스 사무실에 모여 창업 준비를 했다.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사업 모델을 검증받고 싶어 직장에 다니는 상태에서 몰래 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그런 과정을 거쳐 5억 원가량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을 때 사표를 냈다. 김태균 최고기술책임자(CTO·43)는 고려대 전자공학 석사를 마치고 삼성전자에서 의료 기기와 영상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의료 기기 하드웨어 설계와 제어 프로토콜 표준화 경험이 풍부하다. 이성민 최고마케팅책임자(CMO·37)는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로 삼성메디슨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초음파 영상진단 기기 개발 등에 참여했다. 신 대표는 “기술적 내용이나 마케팅 관련 조언을 지금도 양 사 선후배들로부터 많이 받는다”며 “양 사에 근무한 경험이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했다.●“피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레지에나는 피부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람마다 피부의 두께나 특성이 달라서 피부 미용 기기를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개인별 피부 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레지에나는 하이푸 기기를 판매하면서 개인들의 피부 데이터도 비식별정보로 모으고 있다. 지금은 앱을 통해 기기를 사용할 부위에 대한 지도를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개인화된 정보가 모이면 사용 시간이나 횟수에 대한 보다 정밀한 안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지에나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마케팅은 외부와 협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하이푸 기기도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를 통해 판매 중이다.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피부미용 기기를 개발하더라도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싱가포르와 홍콩,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신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K뷰티라는 국가 브랜드의 덕을 보는 셈”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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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도 톳 짜장면 8000원, 먹을만한 가격 아닌가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국내 대표 여행지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는 여행 분위기를 한껏 내면서도 해외여행에 비해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운항편도 적지 않아 시간대만 잘 잡으면 가성비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 만족스러운 여행은 절대적인 비용이 낮은 게 아니라 여행자가 들인 비용보다 얻는 만족이 더 큰 여행이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제주여행 공공플랫폼 ‘탐나오’ 사이트를 통해 구매 금액대별로 각각 20%를 할인해 주는 ‘빅할인 이벤트’를 7월 말까지 연다. 예산이 소진되기 전 탐나오를 활용해 제주 여행을 더 알차게 다녀올 수 있는 꿀팁을 알아봤다. 탐나오에 접속해 보면 1700여 업체가 제공하는 제주 여행과 관련된 대부분의 품목을 볼 수 있다. 항공과 선박, 숙소, 렌터카, 맛집, 레저, 기념품 등이다. ‘빅할인 이벤트’ 쿠폰은 5장이다. 20만 원 이상 구매 때 4만 원, 15만 원 이상 구매 때 3만 원, 10만 원 이상은 2만 원, 5만 원 이상은 1만 원, 1만 원 이상은 2000원을 할인받는데, 모두 사용한다면 10만 원 이상이 이득이다. 할인 쿠폰은 제주도가 별도 예산으로 업체들에 지급해 주는 것이어서 소비자는 그만큼 ‘진짜 할인’을 받는 것이다. 3장 이상을 사용하면 9월 중순에 제주 여행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3만∼8만 원 상당의 제주산 흑돼지, 제주갈치·고등어 세트, 오메기떡 세트를 선물로 받을 수 있다. 결제를 하나카드로 하면 10%가 추가 할인(최대 1만원)된다. 탐나오 사이트에 가입해 쿠폰을 5장 내려받으면 500원이 지역 사회 홀몸노인들에게 기부된다. 제주여행의 필수품이라는 렌터카도 탐나오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다른 검색 사이트에서 찾은 렌터카를 탐나오에서 검색해 보면 ‘진짜 할인폭’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2박 3일 이용에 10만 원을 넘긴 렌터카를 2만 원 할인쿠폰을 적용해 8만 원대에 이용하는 게 가능했다. 항공권에는 할인 쿠폰을 적용할 수 없지만 대행 수수료(약 1000원)를 내지 않고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탐나오에서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같은 고급 호텔부터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숙박지를 고를 수 있다. 서귀포 동부나 서부와 같은 권역을 선택한 뒤 호텔이나 펜션 같은 유형을 선택하고, 가격대까지 지정해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제주도에는 더 많은 숙박시설이 있다. 할인 때문에 숙박시설에 제한을 받고 싶지 않다면 다른 검색 방식으로 찾은 뒤 탐나오 사이트에 그 숙박지가 있는지 검색해 볼 것을 권한다. 5만 원대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면 1만 원을, 50만 원대 해비치호텔 숙소를 선택했다면 4만 원을 할인받는다. 제주 여러 관광지나 선박 이용권이 결합된 ‘제주투어패스’도 구매할 수 있다. 제주투어패스도 일종의 할인권인데, 탐나오를 통해 구매하면 할인권을 또 할인받아 구매하는 셈이다. 제주투어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레저나 관광시설이 탐나오에 별도로 올라 있는 경우도 있으니 제주투어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곳부터 살펴보는 것이 요령이다. 예컨대 ‘차귀도 돌핀 뷰 배낚시 체험’은 탐나오에서 그냥 예약하면 1인당 3만 원인데, 제주투어패스 48시간권(2만4900원)을 구매하면 1만5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제주투어패스가 있으면 마라도 왕복정기권(1만8000원)도 무료여서 마라도 톳 해물짜장면(8000원)을 별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탐나오에 올라 있는 맛집은 여행지에서 탐나오로 예약 가능한 곳이 있는지 검색한 후 이용하는 방식을 권한다. 할인권을 1장이라도 더 사용하면 9월에 받는 선물의 등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제주·서귀포=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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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 ‘입은’ 채 걷고 뛸 수 있게… “예쁘게 입는 로봇 시장 열 것”[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평소보다 훨씬 멀리 빠르게 걷고, 무거운 짐도 쉽게 나를 수 있도록 해주는 ‘입는(웨어러블) 로봇’이 일상화되면 분명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다. 소방관이나 군인은 훨씬 더 자기의 직분을 잘 수행할 것이고, 힘을 많이 쓰는 근로자의 안전과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 넓은 반경을 여행할 수 있고, 나이가 들어 걷기가 힘들어진 노인들의 일상은 더 윤택해질 것이다. 스타트업 ‘위로보틱스’(WIRobotics·공동대표 김용재, 이연백)는 웨어러블 로봇의 대중화를 목표로 2021년 5월에 설립됐다. 위로보틱스는 작고 가벼운 ‘초소형’ 웨어러블 로봇에 초점을 맞춰 ‘누구나 입고 싶은 로봇’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창업 2년이 채 안 돼 다리와 허리를 보조하는 로봇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로봇 개발을 10∼20년씩 하던 연구자 5명이 주축이 돼 개발한 덕분이다. 팔과 손을 보조하는 로봇은 다음 단계로 개발 중이다. 다리와 허리 보조 로봇으로 시작해 인간 근육의 대부분을 보강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 걷기 불편할 때는 물론 운동할 때도 사용 가능18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위로보틱스 연구소에서 상용화를 앞둔 ‘보행 보조 착용형 로봇’(모델명 WIM)을 입어 봤다. 가로 약 24cm, 세로 10cm, 두께 5cm의 본체와 허리띠, 허벅지 힘 전달부 전체 무게는 1.4kg으로 손으로 들었을 때는 노트북컴퓨터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허리에 부착했을 때는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입는 과정은 30초가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했다. 노트북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가방에서 로봇을 꺼내 허리띠와 본체를 연결하고 허벅지 착용부와 연결하면 끝이다. 걷기 시작하자 로봇이 걸음 속도와 보폭을 감지하면서 허벅지를 들어주고 밀어주어 걷는 데 드는 에너지를 줄여 줬다. 이연백 공동대표(49)는 “에너지를 20%가량 더 적게 쓰도록 해 두는데 이는 국내외 대기업은 물론 미국 유명 대학에서 연구용으로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과 비교해도 제일 좋은 성능이다”고 했다. 위로보틱스에 따르면 이 회사 로봇의 무게(1.4kg)는 기존 웨어러블 로봇들의 무게(3∼30kg)보다 가볍다. 기존 로봇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관절 옆에 모터를 부착해 보행을 보조하는 방식이어서 2개 이상의 모터가 필요하다. 위로보틱스는 인체 생체역학을 기반으로 모터 1개로 양다리의 보행을 돕는 방식을 개발해 부피와 무게를 최소화했다. 인공지능(AI) 학습 기능을 갖춘 로봇은 또 사용자의 걷거나 뛰는 자세가 적절한 범위를 벗어나면 바른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제공한다. 배터리는 연속 사용 기준으로 2시간 사용 가능하고, 일상 생활용이면 4∼5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교체해서 사용 시간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현재 경기 수원시 영통구 보건소와 함께 노인 운동 프로그램 사용성 평가를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8주 이상 사용하면 다리 근력이 40%가량 늘고, 균형 감각은 15% 이상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10년가량 더 젊은 보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보행 보조 기능뿐만 아니라 힘을 더 쓰게 만드는 운동 보조 기능을 갖춘 것이 기존에 개발된 로봇들과 크게 다른 특징이다. 보행 보조 기능은 재활치료용으로 노인이나 뇌중풍(뇌졸중) 환자의 보행을 돕는 용도로 쓸 수 있고, 운동 보조 기능은 건강한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더 큰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휴대전화 앱을 통해 운동 보조 기능으로 바꿨더니 허벅지의 움직임이 제한돼 물속을 걷는 것처럼 저항감이 느껴졌다. 김용재 공동대표(49)는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 덕분에 기존 로봇들과 달리 운동 기능까지 갖춘 로봇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위로보틱스는 24일 이 로봇을 공개했다. 내년 1월 판매할 계획이다. ● 근로자용 허리 보조 로봇과 손-팔 보조 로봇위로보틱스는 건설 현장과 공장 등에서 쓸 수 있는 ‘허리 보조 착용형 로봇(WIBS)’을 올해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공개했다. 등에 1.5kg의 장치를 메고 무릎 뒤쪽 부위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허리 부위를 보강하는 로봇이다.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척추에 가해지는 근육 부하를 최대 40kg까지 보조하는데 동력이 필요 없다. 특정 각도로 고정하는 기능이 있어 구부린 자세로 오래 일할 때도 유용하다. 다양한 신체 형태에 대응이 가능하고, 보조력을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120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와 함께 자세 감지 모듈을 추가할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연구과제인 ‘수요맞춤형 서비스 로봇 개발 보급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대우건설 현장에서 시험 적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물류 현장에서 상하차 작업 등에 적용 중인데, 착용 후 경미한 부상 위험은 44%, 허리 부상 확률은 13%가 줄면서도 작업량은 4.4%가량 증가했다”고 했다. 위로보틱스는 팔을 오래 들고 작업해야 하는 근로자를 위해 ‘유연 핸드-암 보조’ 로봇도 개발 중이다. 팔을 들어주고 손의 촉감은 유지하면서 쥐는 힘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김 대표는 “보행 보조 로봇과 허리 보조 로봇을 함께 착용하는 것도 가능해 많이 걷고 무거운 것을 자주 들어야 하는 작업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팔-손 보조 로봇까지 개발되면 인간 대부분의 근육을 보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함께 연구한 인연으로 창업”이 대표와 김 대표는 1974년생으로 둘 다 KAIST 출신이다. 이 대표는 기계공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김 대표는 전기전자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에 같이 입사해 로봇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19년 근무하고 2021년 창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김 대표는 이보다 8년쯤 먼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로봇을 연구하다가 위로보틱스 공동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착용형 로봇 및 휴머노이드 로봇 설계 전문가다. 김 대표는 센서 없이도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안전 로봇 팔, 사람의 손처럼 다양한 물건을 쥘 수 있는 자유도를 가진 로봇 손 개발 전문가다. 노창현 재무최고책임자는 고려대 전자공학 석사로 삼성에서 20년간 로봇 구동기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최병준 최고운영책임자는 성균관대 기계공학 박사로 삼성에서 10년간 로봇 센서 및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임복만 팀장은 서울대 기계공학 박사로 삼성에서 14년간 로봇을 개발한 보행 제어 전문가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연구원 시절 어르신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4∼8주 동안 주 2회 1시간 정도만 걷기 운동을 해도 자세가 바르게 되면서 자신감을 되찾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웨어러블 로봇을 더 고도화하고 싶어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대표와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20여 년 전 로봇 분야에 왕성한 투자를 하면서 연구자가 늘었고, 지금은 그들이 학계와 산업계로 퍼져 나가 로봇 생태계가 형성됐다”며 “그 생태계의 일원으로 대중이 좀 더 친숙하게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대중화를 위해 개발되는 로봇은 소비자들이 구독료를 내는 형태로 적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용자의 운동 시간과 형태, 작업 자세 등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부나 민간 기업으로부터 구독료 보조를 받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위로보틱스는 웨어러블 로봇을 재활치료실이 아닌 일상에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자사 제품에 ‘웨어러블 모빌리티(입는 이동수단)’라는 이름을 붙였다. 차나 휠체어에서 내려서 걷는 ‘마지막 1마일’에서도 불편함을 없애고, 건강한 사람이 더 높이 오르거나 더 멀리 걸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용인=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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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수 없이 리튬 대량 ‘채굴’하고, OO까지 없애는 기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폐수 없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상용화하는 ‘에코알엔에스’ 소형 배터러 재활용 위해 개발…전기차 시장 커지며 관심도 증가 습식 박식에 비해 공간 적게 차지…처리 물량 늘어도 공장 증설 쉬워글로벌 전기차 폐차 본격화 예상…“내년 양산 성공 후 세계 시장 진출” 배터리에서 리튬은 핵심 물질이다. 한국이 잘 만드는 삼원계(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중국이 많이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모두 리튬 이온 배터리 계열이다. 리튬을 기초로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과 국가 간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에 있는 에코알엔에스(류상훈 대표이사·44)는 특허받은 기술을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은 폐수가 동반되는 습식 공정을 이용하는데 이 회사는 폐수가 없는 건식 방식을 쓴다. 습식 공정은 폐배터리에서 나온 검은 가루(블랙 파우더)를 강한 산성 물질(황산이나 질산)에 녹여서 추출하는데, 추출 후 남는 폐수는 시간과 돈을 들여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 에코알엔에스는 폐배터리에서 나온 검은 가루에 이산화탄소를 직접 결합시켜 리튬(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추출한다. 9일 부경대 용당캠퍼스에 있는 에코알엔에스의 연구실에서 만난 류 대표는 “폐수는 일절 나오지 않고, 설비도 기존 습식 공정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간편하다”고 했다. 류 대표는 이산화탄소까지 줄여주는 이 기술을 부경대학교기술지주회사로부터 이전받아 2020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연구실에서 만든 리튬은 판매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았다. 양산을 위해 올해 연말까지 연간 6000t의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폐수 생성 없이 실험실서 리튬 추출 9일 찾은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에 자리한 에코알엔에스의 연구실은 석탄 같은 검은 가루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재활용의 원료인 ‘블랙 파우더’ 흔적들이다. 검은 가루를 반응로에 넣으면 탄산리튬이 함유된 검은 가루가 나오고 이를 증류수에 녹인 후 결정화 과정을 거치면 LFP 배터리 제조 공정 등에 쓰이는 탄산리튬이 만들어진다. 별도 공정을 추가하면 삼원계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이 나온다. 증류수는 재활용에 사용한다. 김문성 연구원은 “약 60kg의 원료를 넣으면 10kg 정도의 탄산리튬이 나온다”고 했다. 에코알엔에스의 기술은 기존 습식에 비해 훨씬 단순한 공정과 적은 설비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류 대표는 “탄산리튬 생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제조원가는 약 30%, 설비투자에서는 40%가량 더 경제적”이라고 했다. 습식은 건식에 비해 공정이 더 복잡하고, 원료를 녹이는 데 쓰이는 용액(황산) 부피가 원료의 10배나 돼 설비 면적도 그만큼 더 필요하다. 류 대표는 “전기차의 증가로 향후 재활용 처리 물량이 늘어날 때 공장 설비를 증설할 때도 건식이 유리하다”고 했다. 리튬 추출 과정에서 쓰이는 이산화탄소를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것을 바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작년 4월 GS에너지의 투자를 받기 전 인천의 한 열병합발전소 한 곳에서 리튬 추출 설비를 연결해 탄산리튬을 제조하는 실증시험에 성공했다. 탄산리튬 1t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1.2t 정도가 소모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포집 효과가 있다. 류 대표는 “건식 공정을 연구 중인 곳이 몇몇 있지만 우리처럼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효과까지 있는 기술을 가진 곳은 없다”며 “폐배터리 재활용과 이산화탄소 포집을 동시에 함으로써 탄소 중립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효율이 좋은 리튬 추출 외에 니켈이나 코발트 추출 기술에 관한 특허도 등록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다. 현재 상태로도 사업화하는 방안은 있다. 류 대표는 “기존 습식 공정은 리튬 추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리튬을 추출하고 남은 가루를 습식 공정으로 보내는 협업을 하면 국내에서 니켈과 코발트까지 완전하게 추출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테슬라가 중국 기업들에 대량 주문을 하면서 LFP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배터리에서는 리튬이 경제적 가치가 가장 크기 때문에 에코알엔에스의 기술을 적용하기 더 좋다.● 휴대전화 배터리 재활용하려 기술 개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기술은 왕제필 부경대 공대학장(금속공학 전공)이 2016년 특허 등록한 기술이다. 에코알엔에스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왕 교수는 “특허를 출원할 2014년만 해도 전기차는 염두에 두지 못했고 노트북PC와 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삼원계 배터리의 재활용을 위해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습식 공정 기술은 있었지만 폐수 발생으로 인한 환경 규제 때문에 향후 공장 증설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그는 “무엇보다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등의 광물이 국내에서는 나오지 않는데,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고 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당시 국내 배터리 제조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당시에는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의 가격이 지금의 5~10% 수준으로 낮은 때여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왕 교수는 “당시는 리튬 등의 광물이 비싸지도 않았고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어서 재활용 기술 개발의 수요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왕 교수는 “국내에는 없는 핵심 광물들이니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해 두면 언젠가는 쓰일 것이라는 마음으로 국책 연구과제로 제안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했다. 특허를 먼저 등록하고 학계에 논문으로도 발표했다. 이후로도 한참 동안은 리튬 등의 가격이 비싸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다가 3~4년 전부터 핵심 광물 가격이 오르고 탄소중립 이슈까지 겹치면서 관심을 받게 됐다. 여러 기업에서 기술 구매 문의가 있었지만 스타트업을 통해 사업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는 “기술력을 알아본 투자 기업이 사업을 운영할 경영자 등을 잘 연결해줬고, 같은 대학 공간에 회사를 둘 수 있어 사업화에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구분2025년2030년2035년2040년폐차대수(대)56만411만1784만4227만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원)39조5600억70조8000억126조3700억230조1400억● “2030년 70조 원 시장…모든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할 것” 류 대표는 액체화물을 보관 운송하는 부산탱크터미널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지만 현재는 에코알엔에스에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쏟고 있다. 연세대 화학과 졸업 후 가업을 잇기 위해 입사했고, 사업에 익숙해지면서 친환경 분야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창업기획보육기업인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소개로 왕 교수를 만나 사업화 계획과 방향을 설명하며 공동 창업을 설득했다. 류 대표는 “2020년 창업 당시만 해도 이렇게 빨리 양산공장까지 계획할 줄은 몰랐다”며 “전기차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상용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연구원과 관리 인력들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폐배터리 재처리 플랜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에너지 시장조사 전문기업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약 40조 원, 2030년 약 70조 원으로 전망된다. 에코알엔에스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 뒤 2028년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양산을 안정화시키면서 전고체배터리와 그 이후 개발될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도 모두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사업 내용이산화탄소를 활용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주요 제품 및 서비스탄산리튬, 수산화리튬주요 기술폐수 생성 없이 리튬 추출하는 기술투자받은 금액누적 13억 원(시드 1억 원 및 pre-A 12억 원)투자 기관선보엔젤파트너스, GS에너지, 블루포인트파트너스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류상훈 대표이사, 왕제필 연구소장, 연구 및 개발 4명 등 총 6명설립일/소재지2020년 3월 17일/부산 해운대구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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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적 설비로 리튬 대량 ‘채굴’… “이산화탄소까지 없애 1석 2조”[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배터리에서 리튬은 핵심 물질이다. 한국이 잘 만드는 삼원계(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와 중국이 많이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모두 리튬 이온 배터리 계열이다. 리튬을 기초로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과 국가 간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에 있는 에코알엔에스(류상훈 대표이사·44)는 특허받은 기술을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은 폐수가 동반되는 습식 공정을 이용하는데 이 회사는 폐수가 없는 건식 방식을 쓴다. 습식 공정은 폐배터리에서 나온 검은 가루(블랙 파우더)를 강한 산성 물질(황산이나 질산)에 녹여서 추출하는데, 추출 후 남는 폐수는 시간과 돈을 들여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 에코알엔에스는 폐배터리에서 나온 검은 가루에 이산화탄소를 직접 결합시켜 리튬(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추출한다. 9일 부경대 용당캠퍼스에 있는 에코알엔에스의 연구실에서 만난 류 대표는 “폐수는 일절 나오지 않고, 설비도 기존 습식 공정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간편하다”고 했다. 류 대표는 이산화탄소까지 줄여주는 이 기술을 부경대학교기술지주회사로부터 이전받아 2020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연구실에서 만든 리튬은 판매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았다. 양산을 위해 올해 말까지 연간 6000t의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폐수 생성 없이 실험실서 리튬 추출9일 찾은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에 자리한 에코알엔에스의 연구실은 석탄 같은 검은 가루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재활용의 원료인 ‘블랙 파우더’ 흔적들이다. 검은 가루를 반응로에 넣으면 탄산리튬이 함유된 검은 가루가 나오고 이를 증류수에 녹인 후 결정화 과정을 거치면 LFP 배터리 제조 공정 등에 쓰이는 탄산리튬이 만들어진다. 별도 공정을 추가하면 삼원계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이 나온다. 증류수는 재활용에 사용한다. 김문성 연구원은 “약 60kg의 원료를 넣으면 10kg 정도의 탄산리튬이 나온다”고 했다. 에코알엔에스의 기술은 기존 습식에 비해 훨씬 단순한 공정과 적은 설비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류 대표는 “탄산리튬 생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제조원가는 약 30%, 설비투자에서는 40%가량 더 경제적”이라고 했다. 습식은 건식에 비해 공정이 더 복잡하고, 원료를 녹이는 데 쓰이는 용액(황산) 부피가 원료의 10배나 돼 설비 면적도 그만큼 더 필요하다. 류 대표는 “전기차의 증가로 향후 재활용 처리 물량이 늘어날 때 공장 설비를 증설할 때도 건식이 유리하다”고 했다. 리튬 추출 과정에서 쓰이는 이산화탄소는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것을 바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작년 4월 GS에너지의 투자를 받기 전 인천의 한 열병합발전소에 리튬 추출 설비를 연결해 탄산리튬을 제조하는 실증시험을 해 성공했다. 탄산리튬 1t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1.2t 정도가 소모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포집 효과가 있다. 류 대표는 “건식 공정을 연구 중인 곳이 몇몇 있지만 우리처럼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효과까지 있는 기술을 가진 곳은 없다”며 “폐배터리 재활용과 이산화탄소 포집을 동시에 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효율이 좋은 리튬 추출 외에 니켈이나 코발트 추출 기술에 관한 특허도 등록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다. 현재 상태로도 사업화하는 방안은 있다. 류 대표는 “기존 습식 공정은 리튬 추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리튬을 추출하고 남은 가루를 습식 공정으로 보내는 협업을 하면 국내에서 니켈과 코발트까지 완전하게 추출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테슬라가 중국 기업들에 대량 주문을 하면서 LFP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배터리에서는 리튬이 경제적 가치가 가장 크기 때문에 에코알엔에스의 기술을 적용하기 더 좋다.●휴대전화 배터리 재활용하려 기술 개발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기술은 왕제필 부경대 공대 학장(45·금속공학 전공·사진)이 2018년 특허 등록한 기술이다. 에코알엔에스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왕 교수는 “특허를 출원한 2014년만 해도 전기차는 염두에 두지 못했고 노트북PC와 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삼원계 배터리의 재활용을 위해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습식 공정 기술은 있었지만 폐수 발생으로 인한 환경 규제 때문에 향후 공장 증설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그는 “무엇보다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등의 광물이 국내에서는 나오지 않는데,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고 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당시 국내 배터리 제조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당시에는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의 가격이 지금의 5∼10% 수준으로 낮은 때여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왕 교수는 “당시는 리튬 등의 광물이 비싸지도 않았고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어서 재활용 기술 개발의 수요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왕 교수는 “국내에는 없는 핵심 광물들이니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해 두면 언젠가는 쓰일 것이라는 마음으로 국책 연구과제로 제안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했다. 특허를 먼저 등록하고 학계에 논문으로도 발표했다. 이후로도 한참 동안은 리튬 등의 가격이 비싸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다가 3∼4년 전부터 핵심 광물 가격이 오르고 탄소중립 이슈까지 겹치면서 관심을 받게 됐다. 여러 기업에서 기술 구매 문의가 있었지만 스타트업을 통해 사업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는 “기술력을 알아본 투자 기업이 사업을 운영할 경영자 등을 잘 연결해 줬고, 같은 대학 공간에 회사를 둘 수 있어 사업화에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모든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할 것”류 대표는 액체화물을 보관 운송하는 부산탱크터미널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지만 현재는 에코알엔에스에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쏟고 있다. 연세대 화학과 졸업 후 가업을 잇기 위해 입사했고, 사업에 익숙해지면서 친환경 분야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창업기획보육기업인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소개로 왕 교수를 만나 사업화 계획과 방향을 설명하며 공동 창업을 설득했다. 류 대표는 “2020년 창업 당시만 해도 이렇게 빨리 양산 공장까지 계획할 줄은 몰랐다”며 “전기차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상용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연구원과 관리 인력들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폐배터리 재처리 플랜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에너지 시장조사 전문기업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약 40조 원, 2030년 약 70조 원으로 전망된다. 에코알엔에스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 뒤 2028년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양산을 안정화시키면서 전고체 배터리와 그 이후 개발될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도 모두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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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선진 연구기관 “기술 사업화 열쇠는 자체 전문 조직 운영”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 등 공공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사회적으로 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해당 기술의 사업화라는 것을 선진국들은 일찍 깨닫고 관련 체계를 구축해 왔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옥스퍼드대 이노베이션’이라는 조직을 1987년에 설립해 세계적인 수준의 특허출원을 기반으로 창업을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이 소유한 지식재산을 활용한 비즈니스 수행을 위해 투자는 물론이고 지식재산을 사업화하는 방식, 더 나은 경영을 위한 전략개발 등 창업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5∼20개 기업을 배출하고 있다. 사업화 분야는 바이오와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이 중심이고 녹색기술, 의료기기, 연구장비 개발 등도 있다. 영국은 주요 과학기술 정책은 연구자가 결정한다는 홀데인(Haldane) 원칙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원칙의 범주에는 연구기금은 정치가가 아닌 연구기관들이 결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독일은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 이전과 사업화에 대한 역사가 더 오래됐다. 1949년 설립된 프라운호퍼 연구소, 1971년에 설립된 슈타인바이스재단, 1978년 창립된 베를린 기술 중계 에이전트(TVA) 등이 관련 업무를 오래전부터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독일 전역에 74개 연구소와 2만7000여 명의 연구인력을 두고 사업화가 가능한 다양한 응용기술을 연구하고 이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사업화전문조직(TLO)을 연구소 본부뿐만 아니라 전국 74개 개별 연구소에도 둘 정도로 사업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본부의 총괄 TLO는 개별 연구소의 IP관리와 계약 업무를 지원하고 기술사업화 프로그램(AHEAD)과 창업펀드(FTTF)를 운영한다. 또 1999년부터는 ‘프라운호퍼 벤처’라는 조직을 두고 공공기술의 기술 창업 문화를 강화·확산시키고 있다. 기술 보유 연구자와 기업가, 투자자, 산업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며 대형 기술 이전과 창업을 지원한다.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두고 매칭을 통해 창업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독일은 연구 수행에 관한 모든 권한은 연구자가 가지며 정부는 예산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하르나크(Harnack)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요즈마펀드가 있다. 이 펀드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공공의 민간 기술사업화 지원에 있다.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각각 40%, 60%의 지분을 출자해 만들었다. 벤처 발굴 및 투자 활성화를 통한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당시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이었던 이갈 에를리흐 요즈마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934년 설립된 와이즈만연구소도 기술 사업화의 주요 축이다. 기술사업화 전문 조직 ‘예다’를 두고 기술의 사업화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직원 20명이 특허출원부터 기술 지원, 창업 지원, 자금 융자 등 기술의 사업화를 총체적으로 지원한다. 연구에는 외부 통제가 거의 없다. 다만, 기술 사업화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화 실패 때 정부 지원 창업자금의 10%를 연구자 개인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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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성과 사업화는 국부를 키우는 길… 연구자 창업 과감히 지원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미국 방문 중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들른 자리에서 “과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실용화할 수 있도록 조직화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출연연구소나 대학 등 공공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작년 말 ‘제8차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계획’을 수립하고 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3개년 정책을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4월 중순에는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구자근 의원 등 10인 명의로 발의됐다. 연구자가 창업을 위해 최대 6년간 휴직할 수 있게 하고, 사업화가 촉진되도록 공공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등이 창업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담았다. 범정부 정책인 ‘기술이전·사업화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의 사업화는 민간의 관심과 수요에 기반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민관 합동의 ‘테크2비즈 포럼’도 창설했다. 연말까지 6회에 걸쳐 민간의 의견을 듣고 개선점을 꾸준히 발굴해 중장기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1회 테크2비즈 포럼은 민관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자 기술창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윤기동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기조 발제를 통해 “정부가 20여 년 전부터 기술 사업화에 노력해 여건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됐다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기업이 외부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오픈이노베이션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대학이나 정부 출연연구소의 기술 사업화 지원 제도는 허술하고 거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부 출연연구소의 기술 사업화 여건은 대학보다 훨씬 좋지 않다고 봤다. 그는 “공공 기술의 창업 사업화를 위해서는 기획창업 전문조직(컴퍼니빌더)의 활성화가 절실하고, 창업 이후 그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 연구기관이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지현 연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는 ‘연구자 사기 진작 및 사회·경제적 우대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연구자들의 기술 이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고 참여도 저조하다”며 “기술 이전에 따른 발명자 보상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세금 등 여러 방안이 강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기주 이노폴리스파트너스 대표는 연구자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투자를 위해 접촉해 보면 연구기관 내의 사업화전담조직(TLO)의 조직 내 위상이 너무 낮다”며 “TLO에 대한 독립성 부여와 재정적 지원 확대 등이 절실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신희동 전자기술연구원장은 “공공 연구기관 연구자의 기술창업은 공공기술의 사업화와 연구자 사익추구 간의 경계점에 위치해 있다”면서도 “연구자가 기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딥테크 혁신기업을 만들어 신산업 및 신규 고용을 늘려 간다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인식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최근 기술 개발과 산업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신속한 사업화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가 직접 창업하면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 창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민 원장은 연구자 창업에 주는 혜택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정혁 연구소기술이전협회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업화본부장)은 “연구자 창업에 있어서 연구소 현장에서는 ‘대학만큼이라도 규제 수준을 낮춰 줬으면 좋겠다’는 한탄을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어 “연구자 창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도 크게 바뀌면 좋겠다”며 “연구자가 창업해 연구원의 자회사를 차리는 것(스핀아웃)은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실증하는 연구의 확장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연구만으로 끝내지 않고 실용화함으로써 연구기관에는 새로운 재원을 공급해 주고, 사회적으로는 튼튼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연구자 창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김우승 전 한양대 총장은 “이공계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성과로 질 좋은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나이 제한 없이 얼마든지 좋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며 “이는 의대로 몰리는 이공계 인력의 전공 선택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과 국민의힘 한무경, 양금희 의원도 참석했다. 패널들의 제안과 질의에 대해 정부 정책과 의정 활동 방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공동기획: 한국산업기술진흥원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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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론 자전거’ 개발 중 나온 발상… “국산 부품으로 유럽서 호평”[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자전거 바퀴에서 더 바뀔 것이 있었단 말인가’. 바퀴살(스포크)과 바퀴축(허브)이 없는 자전거를 19일 전남 장성군 나노산업단지에 있는 코리아모빌리티(대표이사 박정석·54) 생산공장에서 탔다. 앞뒤 바퀴의 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미래 지향적인 외관이 눈길을 확 끌었다. 오래되고 친숙하기만 한 자전거를 코리아모빌리티는 바퀴살이 없는 허브리스(hubless)의 형태로 혁신해 수출에 나선다. 올해 6월 224대를 네덜란드로 수출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코리아모빌리티는 2021년 8월 허브리스 전기 자전거를 개발했고, 그해 9월 독일 유로바이크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2년여 전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허브리스 자전거를 만들겠다고 했고(아직 양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국내의 한 중소기업도 개발 소식을 발표했다. 1885년 영국의 사업가 존 켐프 스탈리(J. K. Starley)가 현재의 자전거와 비슷한 형태를 내놓은 이후 140년이 다 돼서 바퀴살이 없는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시승 뒤에 이어진 3시간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특징들과 뒷 얘기들을 들려줬다. 허브리스 자전거는 드론 자전거(날 수 있는 자전거)를 개발하는 과정 중에 나온 것이었다. 실제로 드론 자전거는 2025년 완성을 목표로 성능을 개선 중이다. 허브리스 자전거에 광고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유럽의 유명 축구 구단에 공급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한 상태다. 회사 이름에 ‘자전거’가 아닌 ‘모빌리티’가 있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한 탈것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눈길 끄는 전기 자전거코리아모빌리티의 허브리스 전기 자전거 이름은 ‘코모 바이크’다. 기본 배터리만으로는 약 40km, 뒷좌석 아래쪽에 보조 배터리를 달면 약 100km를 달린다. 차체는 모두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등이어서 녹이 슬지 않는다. 시승을 위해 자전거에 앉으니 차체가 약간 내려가면서 운전자가 앉을 때 생기는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앞바퀴와 자체 중간에 충격흡수장치 외에도 안장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원 모양의 관절형 구조물이 지형이나 운전자의 몸무게에 따라 조금씩 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페달을 밟으면 자연스럽게 전기모터가 함께 구동이 됐다. 회생 제동 기술이 적용돼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거나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배터리에 충전이 된다. 같은 배터리 용량이어도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 모터를 소비자가 탈부착할 수 있도록 모듈화했다. 자전거만 구매했다가 나중에 모터가 포함된 업그레이드 키트를 사서 전기 자전거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자전거는 차체가 역삼각형 구조인 데 비해 코모 바이크는 가로로 긴 스틱형이다. 운전자의 키에 비례해 운전대와 안장 간의 거리를 최적으로 맞추기 위해 고안한 차체다. 박 대표는 “스틱형 차체는 생산 과정에서 길이만 맞춰 절단하면 맞춤형 자전거가 된다”며 “운전자의 전신 사진과 신체 정보를 앱을 통해 분석하고, 그 정보가 스마트 공장에 전송되면 그에 맞춘 차체가 제작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상 튜브를 사용해 펑크가 나는 자전거 바퀴와 달리 이 자전거의 바퀴는 일반 튜브타이어에 비해 30% 더 가벼운 합성고무 재질로 통으로 성형돼 펑크가 나지 않는다. 유럽에 수출한 자전거는 국내 무역상사인 STX를 통해 판매된다. 2021년 9월 ‘코모 바이크’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유로바이크 전시회에서 국내 무역상사인 STX와 연결돼 해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유럽 수출을 위해 인증(TUV라인란드 인증)을 신청했고, 지금까지 없던 독특한 외양과 구동 방식 때문에 1년 2개월이나 지난 작년 12월 22일에야 인증이 나왔다. 박 대표는 “소비자 가격은 약 3000유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친환경 자전거에 2000유로와 1000유로의 보조금을 주는 등 보조금 정책을 취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아 소비자가 부담은 훨씬 낮을 것”이라고 했다.●현대차 ‘빌트인 전동킥보드’ 불발 후 새 길 찾아국민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충남 당진에 있는 신성대에서 교수로 지내며 전기모터를 연구했다. 2020년에 설립된 코리아모빌리티는 원래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에 빌트인으로 제공할 전동 킥보드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준비하던 중에 전동 킥보드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져 아이오닉5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대표이사가 크게 다치면서 기술자문을 해 주던 그가 대표이사의 책임을 맡게 된 것이 창업의 길로 이어졌다. 킥보드를 상용화시키지 못했지만 킥보드를 개발하며 축적한 기술로 연구진들은 친환경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전기 자전거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힘이 센 ‘파워 모터’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덕분이다. 박 대표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드론 자전거 개발을 검토했다. 자전거 앞쪽 양옆 2곳과 뒤쪽 양옆 2곳에 큰 프로펠러를 달아서 운전자가 탄 자전거를 드론처럼 띄우는 모델을 구상했다. 지상에서 달릴 때는 프로펠러를 접어 자전거 가까이 붙여야 했기에 바퀴축이 있던 공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바퀴축과 바퀴살이 없는 자전거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전류량을 늘려 힘을 키운 파워모터로 기어 구조물을 구동토록 하는 방식으로 허브리스 바퀴를 만들었다. 코리아모빌리티는 전기 모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소형 모빌리티용 전기모터를 별도로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도 펼친다. 최근 모터 양산 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국내 전기자전거 모터는 모두 중국 혹은 일본산이다. 코리아모빌리티의 자전거 모터가 양산되면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코리아모빌리티는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조달한다. 공기튜브가 없는 타이어도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했다. 운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호남대로부터 회생 제동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의 상품성을 높였다. 광주지역 대학들이 주축이 돼 만든 광주연합기술지주의 투자도 받았다.●“허브리스 전기자전거는 시작일 뿐”코리아모빌리티는 허브리스 자전거로 이미 유럽에 1만5000대, 일본에 1000대 수출 계약을 한 상태다. 월 500대인 코모 바이크 생산 대수를 올해 연말에는 2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역삼륜 킥보드와 전기 오토바이도 개발을 마친 상태다. 전기 오토바이는 국내의 한 대기업에 5000대를 판매할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허브리스 자전거가 유로바이크 전시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 유럽 축구 구단들이 연락해 왔다. 바퀴의 빈 공간에 구단 로고와 광고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제품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광주에 있는 한국광기술원과 협업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허브리스 자전거를 활용한 광고 플랫폼 사업, 지자체와 협업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며 “협업 체계를 잘 마련해 국내에서는 허브리스 자전거를 광고와 결합한 구독 형태로 아주 싸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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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소득층 입맛 살리고 국산 농산품 수요 늘려”

    농식품바우처(전자카드) 사업이 4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치고 2025년 본사업 전환을 앞두면서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식품바우처 제도는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채소·과일·육류 등 신선하고 품질 좋은 국내산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2년 시범사업 결과 분석에 따르면, 농식품바우처 지원 이후 수혜자의 식품 섭취 횟수가 증가(5품목 기준 평균 8.69회→9.30회)했고, 식품을 충분히 섭취했다는 평가는 11.5%포인트(66.9%→78.4%), 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했다는 평가는 21.4%포인트(51.9%→73.3%) 올랐다. 또 농식품바우처 지원을 통해 식생활 만족도가 증가(3.18점→3.34점)했고, 국내산 농산물 관심도(3.6점→3.7점) 및 지역산 농산물 관심도(3.52점→3.6점)도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2017년 제도 도입 타당성 연구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강원 춘천시, 전북 완주군을 대상으로 실증 연구를 했다. 시범사업은 2020년 4개 시군구의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해 2022년 15개 시군구 4만7000가구로 늘었다. 올해는 18개 시군구의 6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지원 중이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수혜자들을 찾아가는 행복장터(마차)를 운영 중이고, 밀양시에서는 필요한 농산물을 배달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시범사업 기간에 수혜자들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2020년에는 채소·과일·흰우유·신선란만 살 수 있었으나 2021년에는 육류·잡곡·꿀을 추가했고, 2022년에는 두부·단순 가공 채소류·산양유를 추가해 수혜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구매처를 더 확대해 GS25 편의점에서도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바우처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50% 이하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구다. 지원금액은 가구원 수에 따라 차등해 지급하고 있다. 시범사업에서는 1인 가구에 월 4만 원을, 4인 가구면 월 8만 원을 농식품바우처 카드에 충전해주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은 소득이 낮아 식품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고, 필수 영양소 섭취량이 권장량에 못 미치는 등 영양 섭취가 부족하다”며 “저소득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을 강화하고, 영양을 보충적으로 지원해주며 국산 농산물의 지속 가능한 소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추진했다”고 했다. 정부는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을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먹거리 지원 및 국산 농산물 수요 확대에 대한 중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농식품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농식품바우처 제도를 본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의 변경 협의를 지난해 8월 완료했고, 그해 10월 말 제5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농식품바우처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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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퀴 파손 조짐 실시간 감지… “안전과 비용절감 혁신 자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시대가 되면 차를 이동형 회의실이나 침실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 관점의 전망은 많이 나왔다. 그렇게 차량의 활용 시간이 늘어날 때 생기는 새로운 사업 기회는 없을까. 주행 분석 안전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 반프(BANF)의 유성한 대표(40)는 자율주행의 시대를 예상하면서 차량 운행 시간 증가에 주목했다. 운행이 가장 늘어날 차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트럭 같은 상용차라고 봤다. 물류 트럭은 고속도로 구간을 많이 달리기 때문에 자율주행 구현이 상대적으로 쉬워 이르면 2024년부터 가능(레벨 4)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자율주행 트럭 개발회사들은 실제로 24시간 운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트럭의 타이어는 관리 측면에서 보면 비싼 소모품(1개당 약 700달러)이다. 교통사고 원인 측면에서는 ‘운전자의 부주의’ 다음이 ‘타이어의 이상’일 정도로 관리가 중요하다. 유 대표는 8일 서울 강남구 반프 본사에서 “자율주행의 시대가 되면 운전자의 부주의 요인은 사라지는 셈이어서 사고 예방을 위한 타이어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된다”며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들이 타이어 내부에 센서를 넣어 실시간으로 타이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했다.● 글로벌 타이어 회사들보다 앞서 개발반프는 타이어의 내부에 부착하는 내구성이 뛰어난 타이어 센서(iSensor)를 개발했다. 가로세로 각 1.5cm, 높이 0.5cm 크기의 센서는 타이어의 상하좌우 움직임과 내부 압력, 온도 등을 측정해 트럭 바퀴 위쪽 차체에 부착된 수신기로 데이터를 송출한다. 그 데이터는 이동통신망을 타고 반프의 서버에 저장된다. 반프의 센서 개발은 사실상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 한 곳과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반프는 2년여 동안 국내에서 센서를 조금씩 개선했고, 테스트는 타이어 회사가 있는 국외에서 진행했다(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는 못한다). 상용화를 앞두고 현재 미국 텍사스에서 트럭에 적용해 막바지 데이터 수집 시험을 진행 중이다. 반프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투심플(tusimple)과도 협업해 올해 상반기 중 타이어 센서를 장착한 트럭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 정식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유 대표는 “미쉐린 브리지스톤 굿이어 콘티넨탈 피렐리 같은 세계 타이어 회사들이 모두 이런 센서를 개발 중이지만 제품화가 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고 데이터를 송출하는 곳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업체들은 타이어의 실시간 데이터 획득을 위한 다중 무선 네트워크 아키텍처 설계, 센서 경량화, 센싱에 필요한 에너지 솔루션 개발 부문에서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타이어 내부 환경은 실시간 데이터를 얻기에는 혹독한 조건이다. 고속으로 운행되는 조건에서 견디는 내구성을 갖춘 센서가 필요하다. 또 가속도를 측정해 타이어의 상하좌우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솔루션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타이어 외부로 내보내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타이어 내부에는 철심들이 들어 있어 무선 통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프의 센서는 타이어의 이상 정보(평크, 타이어 파손, 편마모 정도, 탈거 조짐, 교체 시기 등)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고의 조짐이 보이면 운행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휠얼라인먼트(바퀴의 정렬 상태)를 그때그때 파악해 연비가 나빠지는 것을 예방한다. 적재량에 따른 연비와 타이어 수명도 예측해 준다. 타이어는 차량이 지면과 직접 닿는 유일한 부위라는 점에서 도로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도구로도 제격이다.● 시장부터 먼저 찾고 관련 기술 개발유 대표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03학번인 그는 재학 시절 창업에 관심을 두고 ‘서울대 창업네트워크’ 동아리 활동을 했다. 병역 특례로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창업 아이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가 창업 아이템을 찾은 방식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식이다. 여느 기술 창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중심으로 시장을 찾는 방식인데, 유 대표는 달랐다. 시장이 있을 만한 곳을 먼저 찾았다. 평소 다양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는 유 대표는 영업이익률이 높은 업종을 물색했더니 타이어 회사들이 눈에 띄었다. 제조업은 5%의 이익률도 내기 힘든데 10%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세계적으로 많았다.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타이어 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들 모두가 타이어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센서를 개발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통신과 데이터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2020년 12월 하드웨어와 운영을 맡아 줄 동료 2명과 함께 반프를 창업했다. 반프(BANF)는 ‘Begin A New Future’(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라)의 머리글자에서 나왔다. 유 대표는 “자본금 1억 원은 3명이 갹출했고, 이후 필요한 경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여러 창업 지원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센서 부착 무료… 구독 모델로 혁신 불러올 것”반프의 무대는 해외다. 미국 시장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트럭의 소유와 관리를 트럭 물류회사(fleet)가 하는 구조다. 국내는 트럭 운전사들이 개인사업자로 자신의 트럭을 관리하면서 물류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반프에 따르면 컨테이너를 싣는 대형 트럭의 경우 지금도 1년에 1번은 타이어를 교체한다. 타이어 1개의 가격은 700달러 수준. 트럭 1대에 18개가 들어가니 1년에 1만2600달러나 된다. 반프는 24시간 운행 시대가 되면 타이어 교체 주기가 2, 3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타이어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타이어 수명을 연장해주고 사고를 낮춰주는 실시간 모니터링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프는 센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트럭 1대당 구독 비용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 데이터 분석 결과 센서를 달면 트럭 1대당 연료비 15%, 타이어 교체 비용 10%, 정비비 25%, 보험료 5% 등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했다. 도로 노면의 파임 정보나 결빙 정보 등을 확보해 도로를 관리하는 기관이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서비스할 계획도 있다. 반프는 한발 더 나아가 트럭 물류정보업체(FMS)를 인수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센서를 활용한 차별화된 관리 서비스로 관련 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 대표는 “국내에 있으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물류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새로운 비즈니스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현지화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바퀴는 5500여 년 전 벽화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인류의 혁신품이다. 그 바퀴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혁신은 국내 스타트업 반프가 주도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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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인공지능·로보틱스 분야 랩 어카운트 판매

    삼성증권(사장 장석훈)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분야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 ‘삼성POP골든랩―AI&로보틱스’를 판매 중”이라고 4일 밝혔다(사진). ‘삼성POP골든랩’은 삼성증권의 대표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AI&로보틱스 랩’은 프랑스에 있는 ‘시매틱자산운용’이 자문을 맡았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고객과 증권사가 투자 일임 계약을 맺고 고객의 자산을 운용 인력들이 운용하는 일임 자산관리 서비스다. 자문을 맡은 시매틱자산운용이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중에서 구조적인 성장 동력이 확인된, 저평가된 우량 성장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먼저 분석하는 상향식 종목 선정을 통해 투자 성과를 노린다. 또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준을 적용한다. 시매틱자산운용은 혁신 투자 테마 주식 전략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톱 운용사 중 하나인 나틱시스의 계열 운용사다. 2022년 9월 기준 약 3조5000억 원을 운용 중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시매틱자산운용이 자문을 맡은 국내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 분야 랩어카운트는 이 상품이 유일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AI&로보틱스 랩은 ‘의료 자동화’, ‘소비자&서비스 자동화’, ‘오피스 자동화’ 등과 관련한 AI&로보틱스 내 소수의 우량주를 선별하여 벤치마크인 MSCI 세계 주가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상품”이라며 “시매틱자산운용사의 투자 자문과 더불어 삼성증권의 리스크 관리, 리서치 및 운용 역량이 합쳐져 좋은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해당 랩어카운트의 최소 가입 금액은 1억 원으로 삼성증권 오프라인 지점에서 가입이 가능하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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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터리 방열 소재 日 앞질러 상용화… “반도체에도 적용 가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전기차의 급속 충전 성능을 높이거나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급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에서 열이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빨리 배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행거리 연장에도 배터리 온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배터리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전기차에 쓰이는 여러 소재와 부품 중에서 배터리 열 관리 부문의 개발 경쟁이 뜨거운 배경이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소울머티리얼(대표이사 정인철)은 높은 열전도성을 갖는 첨단 방열(放熱) 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좀 더 정확히는 방열 성능이 좋은 분말 형태의 방열 필러(충전재)다. 방열 소재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열이 나는 전자 부품 어디에든 쓰인다. 세계 산업계는 지난 50여 년간 알루미나(산화알루미늄)를 주원료로 한 방열 필러를 써 왔는데, 소울머티리얼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그네시아(산화마그네슘)를 활용한 방열 소재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마그네시아는 알루미나보다 열전도성이 2배가량 높고, 무게는 더 가벼워 전기차에 쓰기에 좋다. 마그네시아는 습기에 취약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일본의 화학·소재 기업들이 앞서 개발에 나섰지만 결승선에는 소울머티리얼이 먼저 들어서고 있다. 제품은 평균 지름이 각각 100, 60, 20, 3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하얀 세라믹 입자들이다. 이 작은 입자의 양산을 위해 지금 10명의 임직원이 뛰고 있다.●첨단 ‘마이크로 세라믹’소재는 전체 상품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만 상품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이 자국 첨단 소재의 수출 금지를 외교적인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소울머티리얼이 만든 방열 소재는 전기차의 배터리 모듈과 하부 냉각 모듈 사이에 들어가는 재료다. 배터리에서 난 열을 냉각 장치로 제대로 전달하려면 열전도성이 좋은 물질을 주원료로 한 ‘열계면소재’로 빈틈없이 채워 줘야 한다. 소울머티리얼의 마그네시아는 묽은 치약 같은 점성을 가진 열계면소재의 주원료로 쓰인다. 소울머티리얼은 자사 마그네시아 제품에 ‘엑시알(ExiAl)’이라는 이름을 붙여 시리즈로 내놨다. ‘엑시트 알루미나(Exit Alumina)’라는 의미로 기존 알루미나를 대체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엑시알의 열전도율은 55W/m·K로 기존 알루미나보다 2배가량 높다. 무엇보다 엑시알은 습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그네시아는 열전도성이 알루미나보다 좋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습기에 약하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알갱이들의 표면이 습기로 인해 변질되면 열전도성이 크게 떨어져 방열 소재로서 기능을 못 한다. 정인철 대표이사(49)는 “일본 기업들은 아직 습기에 취약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엑시알은 또 제조공정에서 필요한 최고 온도가 기존 마그네시아 제조 때에 비해 300도나 낮다(저온 소결 기술). 그만큼 제조비용을 낮출 수 있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지름을 가진 알갱이들이 얼마나 공처럼 둥근 형태를 갖추고 있는지도 중요한데, 엑시알은 단위 부피당 98% 이상의 알갱이들이 구형을 갖추고 있다. 정 대표는 “작은 알갱이 입자들이 구형을 띠지 않으면 이 알갱이들을 주원료로 만드는 열계면소재의 점성이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고, 이는 배터리를 만들 때 열계면소재를 주입하는 공정을 방해하게 된다”고 했다.●한국재료연구원 특허기술 이전받아 창업정 대표는 2012년 영남대에서 무기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라믹 제조 전문 기업인 세라트랙에서 기술연구소장으로 세라믹 공정 기술을 10년 가까이 개발했다. 업무 파트너 중에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이 있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습기에 강한 새로운 마그네시아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대기업에 이 기술을 팔기 위해 마그네시아 샘플의 제조를 정 대표에게 의뢰했다. 이후 대기업으로의 기술 판매는 조건이 맞지 않아 차질을 빚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세라믹 공정 전문가인 정 대표에게 사업화를 제안했고, 정 대표가 고심 끝에 수락하면서 2021년 소울머티리얼이 설립됐다. 한국재료연구원은 특허 기술을 출자했다. 정 대표는 이 기술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자본을 끌어들이고 양산을 위한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사업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마그네시아 제조 공정 중 알코올을 용매로 사용하던 과정을 물로 바꾸고, 과립화 공정을 최적화했다. 덕분에 마그네시아 분말을 거의 다 공처럼 둥글게 만들 수 있었다. 기존보다 공정을 하나 줄이고, 더 낮은 온도에서 제조함으로써 제조 단가를 낮추고 제조 과정의 친환경성도 높였다. 정 대표는 “세라믹을 오래 연구하고 제조한 경험으로 볼 때, 내습 문제를 해결한 한국재료연구원의 새 마그네시아를 경제적으로 생산한 기술을 개발해 1970년대 초부터 쓰여 온 알루미나의 제조단가만큼 낮추는 것은 도전해볼 만한 목표였다”며 “아직 제조 단가를 더 낮추기는 해야 하지만 자본을 투입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부품기업들 5곳의 성능 인증 시험을 통과했다”고 했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정 대표뿐만 아니라 한국재료연구원과 기술을 개발한 연구원들에게도 수익이 배분된다. 정 대표는 “한국재료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은 사업화가 가능한 보유 기술들을 소개하는 행사들을 많이 연다”며 “정부가 많은 예산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창업을 하는 방안을 예비 창업자들이 생각해 볼 만하다”고 했다.●“올해 하반기 추가 투자받아 설비 증설 계획”소울머티리얼의 당면한 과제는 대량 생산 체제 구축이다. 현재는 경북테크노파크에 있는 830m²(약 250평) 규모의 공장에 월 9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년 하반기 투자받은 재원을 활용해 연말에는 월 40t의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창업 1년 6개월 만에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소규모 양산 체제까지 갖추고 덩치를 키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울머티리얼의 능력을 믿고 57억 원을 투자한 기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재료연구원 10억 원(기술 출자), 기술보증기금이 20억 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배터리 전문 기업 그룹인 에코프로그룹의 창투사 아이스퀘어벤처스가 20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 하반기 추가 투자 유치도 계획 중이다. 소울머티리얼은 한국재료연구원과 협업해 마그네시아의 전도성은 높이고, 무게는 더 가볍게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후속 연구개발에서도 연구원의 고급 인력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기업의 장점이다. 소울머티리얼은 2025년이면 전기차에 쓰일 열계면소재용 방열 소재 시장이 9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을 바탕으로 한 추산이다. 정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에도 쓰일 수 있는 소재여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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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 기술로 누구나 창업 가능하게… 수백억 받는 ‘기술백만장자’ 더 배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이과 인재의 의과대학으로의 쏠림을 우려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크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반도체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첨단 기술의 축적이 없으면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의 해법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일자리를 창출할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갖추면 된다. 정부는 2000년 공공(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등) 기술 사업화 정책을 시작했다. ‘기술 이전·사업화 촉진 계획’으로 불리는 이 정책은 3년마다 갱신된다. 작년 말 8번째로 새로 마련됐다. 민간이 기술을 독점적으로 이전받을 수 있게 되고, 창업을 위해 연구자들에게 최대 6년이나 휴·겸직이 허용되는 등 20여 년 만에 획기적인 틀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17개 부처에 걸친 사업이다. 이 정책을 총괄하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57)을 14일 만나 연구 기술의 사업화 정책의 변화와 그 함의에 대해 들었다. ―제8차 기술 이전·사업화 촉진 계획 중에서 예비 창업가나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한 제도적 변화는 뭔가. “20여 년 만에 공공연구기관 기술 이전·거래 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지금까지는 공공연구기관 보유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더라도 독점적으로 넘길 수 없었는데, 이를 폐지했다. 기술 특성, 민간의 현장 수요, 활용 계획 등을 고려해 독점 이전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에 민간이 과감하게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연구자가 기술을 직접 사업화할 수 있도록 창업 여건을 크게 개선했다. 공공연구기관 연구자가 최대 6년간 휴직이나 겸직을 할 수 있고, 사업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창업 기업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사업화 대상 기술과 관련해 권리화되지 않은 지식(노하우)이나 정보, 연구기관 시설의 사용 등을 허용했다. 지금까지 이해충돌 문제 때문에 창업이나 사업화를 주저했던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술이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의 기술 이전·사업화 촉진 계획을 되돌아본다면…. “2000년에 제1차 기술 이전·사업화 촉진 계획을 세우면서 기술 거래 인프라, 사업화를 위한 연구개발(R&D), 기술금융, 기술의 판로 개척 등 기술 거래에 관한 전체 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기술 이전 건수로 보면 최근 5년간 6%씩 증가해 2021년의 경우 1만5383건이 기업에 이전됐다. 기술이전율(공공연구기관 보유 기술 대비 이전 실적)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지금까지 신규로 개발한 기술 10개 중 4개 이상이 이전됐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술이 중소기업에 이전(76%)됐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우리 산업과 사회에 보다 뚜렷한 이득을 가져다줄 경제적 임팩트가 있는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앞으로 이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왜 공공 기술 사업화가 중요한가. “기업에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새 혁신기술을 도입해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업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이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지금 시대에 맞는 방식이다. 미국 등 창업 선진국에서는 이런 문화가 보편화돼 있다.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은 기술 이전과 자체 창업으로 더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아이디어와 자본을 만들 수 있다. 연구자에게는 더 많은 보상 혹은 창업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이공계 인력이 의대로 쏠리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수백억 원의 기술이전료를 받는 연구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2021년 기준 기술 이전 계약 건당 이전료는 2580만 원에 불과했다. 앞으로 연구소와 연구자는 기술이전료 외에 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해 주고도 현금, 주식, 채권, 스톡옵션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공 기술 사업화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간 수요 중심의 기술 개발과 민간과 함께하는 사업화다. 앞으로는 연구개발 과제를 정할 때부터 민간의 수요를 반영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수요를 파악해 이를 개발할 연구자와 스타트업이 협업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식이다. 향후 이들이 대기업에 기술을 파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재직 때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와 대기업 기술 개발 담당자들을 연결하는 모임을 만든 경험이 있다. 쌍방 모두에게 그런 교류가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 벤처캐피털 및 사업화 전문기관 등 민간이 먼저 발굴한 프로젝트에 정부가 연구개발 자금을 우선 투자하는 방식(민간투자 연계형 R&D)은 더 확대한다. 아울러 기술의 사업화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3년간 3조 원 규모 민관 합동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기술을 사업화하는 혁신 스타트업 등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장과 산업에 초점을 맞춘 기술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딥테크와 함께 달리기(Colab4DeepTech) 프로그램’도 중요한 시도다. 기업과 공공연구기관, 투자자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출한 솔루션에 대해 비즈니스 모델 수립 단계부터 R&D 투자, 민간 투자 유치까지 전(全) 주기를 지원한다. 민간 수요 중심의 시장 친화적인 개발 및 사업화로, 경제적 임팩트가 있는 기술이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은 기술 사업화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해 1980년에 베이돌 법(法)(Bayh-Dole Act)을 제정했다. 대학과 연구기관에 특허 등 연구 성과의 소유·활용권을 보장하고, 기술 사업화 전담조직(TLO)을 적극 지원 중이다. 기술 선진국들은 개발한 기술의 단순한 이전뿐만 아니라 공공연구기관이 직접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시행 중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내부 인력이 사업화를 직접 지원하고,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일본 도쿄대는 출자회사를 두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민간 전문회사를 통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방식도 있는데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등이 그렇게 한다. 우리도 이번 계획에 사업화 민간 전문기관의 참여를 높이는 등 공공 연구기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출연연 같은 공공 연구기관을 연구만 하는 곳이 아닌 창업의 요람으로 변화시키고, 꾸준한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를 통해 ‘스타 연구자’나 ‘기술백만장자’가 배출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공공 보유 기술 알아보려면… 국가기술은행에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등이 보유한 기술 정보가 망라돼 있다. 현재 32만8000여 건의 정보가 등록돼 있다. 회원 가입 후 로그인을 하면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 관계망 그래픽을 볼 수 있다. 키워드를 넣으면 연관 기술들로 연결된 기술 관계망이 보이는 방식이다. 특정 기술의 특허 정보와 판매자 연락처 등도 나오고, 대략의 기술 가격도 알 수 있다. 작년 기준으로 일평균 방문자는 6만4000명 정도다. 아직 연구원들 중심으로만 알려져 있어 정부가 예비 창업가와 대학생 등 창업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기술의 완성도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 장영진 차관은…2022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에 임명됐다. 직전에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그 이전에 산업부 기획조정실장, 산업혁신성장실장, 산업기술융합정책관, 주미 대사관 경제공사 등을 지냈다. 행정고시 35회.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학사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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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길 CCTV에 ‘두뇌’ 심는 기술 개발… “미래 자율주행 인프라 될 것”[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소방차에는 1분 1초가 소중하다. 골목길로 진입을 했는데 길을 막고 있는 차량이 있다면 누군가의 생명은 위태로워진다. 차량이 막고 있지는 않더라도 교통량이 많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커진다. 실시간 골목길 교통정보가 있다면 우회로를 선택해 대처하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내비게이션에는 아직 골목길 교통량 정보가 없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 티맵 등을 켜보면 골목길에는 교통 흐름 정도를 보여주는 색깔 선이 표시되지 않는다. 큰길을 따라서만 교통 정체에 따른 녹색과 적색 등의 색깔선이 안내될 뿐이다. 스타트업 알트에이(대표이사 이태우)는 골목길의 실시간 교통정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많은 노력과 자본이 필요할 것 같은 분야를 개척하는 방식이 지혜롭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안 등을 위해 골목길 곳곳에 설치해 둔 일반 폐쇄회로(CC)TV를 ‘지능화’해 교통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골목길 교통량을 파악하고 있다. 일반 CCTV에 알트에이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기(알트 플러스)를 달아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과 차량, 킥보드,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구별해 낸다. 이런 정보를 활용해 운전자나 보행자가 잘 보지 못하는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서로에게 알려준다. 이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골목길 교통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지자체와 ‘윈윈’하는 전략인 셈이다. ●“골목길 교통사고 줄이고, 불법 주·정차 관리도”알트에이가 개발한 시스템은 골목길이나 사유지(아파트 단지 안 주차장이나 물류센터 내 도로 등)에서 교통 사고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알트에이는 골목길과 사유지를 ‘라스트 마일’이라고 부른다. 교통이나 물류 흐름의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알트에이는 라스트 마일의 교통 안전을 위해 만든 시스템에 ‘알트 세이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CCTV에 연결할 손바닥만 한 크기의 AI 프로세스가 갖춰진 기기,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과 빔 프로젝터, 보행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스피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골목길 대부분은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사용해 혼잡한 곳이 많다. 운전자가 골목에서 갑자기 나오는 사람을 놓치기 쉬운 환경인 셈이다. 알트에이가 지능화한 CCTV가 달린 곳에서는 알림판에 ‘우회전, 보행자 주의’ 같은 정보가 나타나 사람을 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보행자에게는 스피커로 옆 골목에 차량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주변이 주택가여서 보행자가 있는 쪽으로만 소리를 전달하는 지향성 스피커를 쓰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만난 이태우 대표이사(31)는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60∼70%는 골목길에서 발생할 정도로 골목길은 위험한 곳”이라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보다 명확하게 교통 정보를 제공해 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9년 알트 세이프를 도입한 서울 금천구에 따르면 우회전 모퉁이 길에서 차량이 감속을 시작하던 거리가 시스템 도입 전에는 교차 지점 5m 정도 전이었지만 시스템 도입 후에는 15m로 늘었다. 그만큼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알트 세이프 시스템을 기반으로 불법 주정차 등 골목길을 관리할 수 있는 도시 관제 플랫폼 ‘알트 콘솔’도 만들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보이면 전광판과 스피커를 통해 경고를 보내고 5분이 지나도 차를 옮기지 않으면 주차관리 요원이 바로 주차위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야간에 골목길 주차 환경은 더욱 열악한 편으로 소방차가 지나갈 수도 있는 길에 주차를 하는 차량이 있으면 운전자가 내리는 시점을 인식해 빔프로젝터로 차량 전체를 감싸는 큰 빛을 쏴 경고한다. 운전자가 경고 문구를 보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알트에이의 교통안전 시스템은 현재 서울 서대문구와 강서구, 양천구, 금천구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태우 대표는 “유지 보수가 필요한 분야여서 본사가 가까운 곳 위주로 영업을 하고 설치를 해 왔다”며 “올해부터는 관리 역량이 늘어나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로 설치 지역을 넓히려 한다”고 말했다.●대학 창업 동아리 때 동료들과 창업알트에이의 이 대표와 최상일 운영팀장(31), 안형준 개발팀장(35), 최성현 수석연구원(32) 등 4명이 2016년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한국외국어대(컴퓨터공학, 통계학 전공)에 재학 중이던 이 대표가 2015년경 만든 대학생 연합 창업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던 사이다. 이 대표는 교내 창업 동아리에 가입했다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어 연합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 공간은 전기통신 공사업을 하는 이 대표 아버지의 경기 성남시 모란역 인근 8평짜리 낡은 사무실이었다. 이 대표는 “주 7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고 구현하는 일을 반복했다”며 “모두 너무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보안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 공모전에 참여해 상금도 탔다”고 했다. 창업할 때는 결국 교통 아이템이 선택됐다. 적외선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보행자를 미리 감지해주는 안내판이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있으면 좋은 아이템이 아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기술과 서비스라고 모두들 느낀 아이템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처음에 만든 보행자 감지 장치 아이디어는 창업보육회사인 스파크랩의 심사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 대표는 “우리 아이디어만으로는 사실상 불합격이었다”면서도 “우리 아이디어를 심사했던 이한주 현 베스핀글로벌 대표이사가 골목길 교통 데이터의 중요성을 심사장에서 강조하면서 그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투자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알트에이가 만든 인공지능 기반 기기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산업용 컴퓨터다. 온도와 습도 변화가 심한 외부 환경에서 24시간 작동한다. 이런 기기를 만드는 것은 스타트업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 대표는 “한 대기업 계열사 직원이 ‘대기업도 만들지 못한 안정적인 기기를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묻더라”며 “서울 서대문구에 처음 설치를 하고 나서 창업자 4명이 각자 구역을 맡아 24시간 붙어 있다시피 하면서 고장에 대처했다”고 말했다. 기기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순간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기 쉬웠고, 계속해서 보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알트에이의 사업 대상은 공공기관으로 무엇보다도 납품 실적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이들의 기기를 믿고 써주는 곳이 없었다. 다행히도 단국대에서 교내에 설치해 시범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 대표는 “단국대의 관용 덕분에 자치구 공무원들을 현장으로 초대해 설명할 수 있었다”며 “스타트업의 새로운 시도를 단국대처럼 받아주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택배 배달시간 더 줄어들 것”알트에이는 올해 우수조달 업체 자격을 따는 데 도전한다. 조건이 까다롭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알트에이의 교통안전 시스템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수조달기업이 되면 10억 원 이하 규모까지는 수의계약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알트에이는 지방자치단체 다음으로는 소방차와 응급차, 경찰차 등에 골목길 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물류유통 회사으로 대상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골목길 교통 정보 데이터를 집적해 여러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물론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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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금연과 더불어 연초 흡연자를 더 나은 대안제품으로 이끌길”

    담배 업계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민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한국 법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작년 말과 올해 잇달아 3개의 전자담배 기기를 선보였다. 국내 담배회사인 KT&G는 전자담배 수출 확대를 위해 PMI의 국제적인 유통망을 활용하는 15년 장기 협약을 최근 PMI와 맺었다. 여기에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도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담배 업계는 ‘태워서 피우는 담배(연초)’가 수백 년 만에 없어지는 전환점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을 몇 년 전부터 내놓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발생이 적어서 연초 흡연자에게는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질을 태우면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향 전환이지만 비연소 제품인 전자담배(크게 궐련형과 액상형으로 나뉨)를 대하는 각국 정부의 태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PMI의 토마소 디 조반니 부사장(49)을 서울 영등포구 한국필립모리스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세계 약 180개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PMI의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고 있다. 대외업무를 맡은 경험도 있어 담배 규제와 정책에도 정통하다. 각국 정부의 전자담배에 대한 태도와 담배 사업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리에 있는 셈이다. -연초든 전자담배든 해로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 “흡연은 중독성이 있고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연초의 연기에 존재하는 유해물질의 대부분은 연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궐련형 전자담배처럼 연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가열형 제품 등은 분명히 연초보다 더 나은 선택이다. 이런 제품들은 유해물질 배출을 크게 낮춰 준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이런 장점을 이해하고 두 제품의 카테고리를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연초처럼 태우는 연소 제품과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스누스(구강흡수형 담배 제품) 같은 비연소 제품을 구분해서 규제하는 것이다. 연초 흡연자들을 더 나은 대안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다.” -어떤 나라가 어떤 차별적 규제 정책을 펴고 있나. “연초와 비연소 제품에 대한 차별 규제의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2008년 미국 의회는 식품의약국(FDA)에 공중보건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2012년에는 FDA가 이를 실행했고, 이후 차별 규제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주장하는 건강상 이점에 대해 FDA가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인가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PMI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쳤고, 아이코스는 연초에 비해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상당히 줄여준다는 사실과 함께 위해저감담배제품(MRTP)으로 인가를 받았다. 그리스는 우선 제조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주장에 근거가 없다면 규제 당국이 사후에 인가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연초와 전자담배를 차별화해 규제할 뿐 아니라 흡연을 지속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덕분에 영국 연초 흡연자의 3분의 1이 전자담배로 전환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불가리아, 필리핀과 뉴질랜드 등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 역시 차별적인 규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것이 확실하기는 한가. “회사 내부는 물론 수많은 외부 및 독립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비연소 제품은 유해 화합물의 배출이 90∼95% 줄어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회사가 진행한 여러 건의 임상연구 또한 일정 기간 아이코스를 사용한 사람과 일정 기간 금연한 사람이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리는 역학적인 연구 조사도 시작했다. 일본에서 심혈관 질환 입원율을 조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에서는 아이코스로의 전환과 입원율 감소 간에 명백한 상관관계를 볼 수 있었다. 또 미국 FDA 외에 네덜란드와 독일을 포함한 많은 정부의 연구기관들과 독립 연구기관들의 증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 비연소 제품은 연초에 비해 유해 화합물의 발생을 낮춰주고 또 연초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PMI는 비흡연자에게 전자담배를 권하는 것을 절대 금하고 있다. 계속 흡연 의사가 있는 성인 흡연자에게만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권유토록 돼 있다. PMI의 모토는 ‘연초를 안 피운다면 시작하지 말고, 흡연한다면 금연하고, 계속 흡연하려 한다면 전환하라’다. -한국은 어떻다고 파악하고 있나. “영국과 일본은 연초 흡연자의 3분의 1이 전자담배로 전환했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연초 흡연자의 아이코스 전환율이 40%에 달한다. 한국도 초반에는 전환에 있어 선두 주자였다. 규제당국이 소비자들에게 ‘혼란스러운 정보(PMI는 한국 규제당국은 전자담배도 연초와 똑같이 유해한 담배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고 본다)’를 전달하기 시작한 2018년 이전까지는 전환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그 이후 전환 속도가 둔화됐고 일부 흡연자들은 전자담배로 전환했다가 연초 흡연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공중보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 왔던 한국이 금연에 힘을 쏟는 동시에 연초 흡연자들이 더 나은 대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를 바란다.” -전자담배도 100% 안전한 것이 아니라면 모두 끊으라고 하는 방향도 맞지 않나. “우리는 규제당국이 새로운 데이터와 과학적 증거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전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규제 당국이 기존의 선입관에 의해 이런 제품을 바라본다면 중요한 사실과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정부의 메시지가 연초와 비연소 제품이 동일한 수준으로 유해하다는 부정확한 내용이 전달된다면, 이는 흡연자들을 혼란하게 만들어 이들이 건강을 위한 더 나은 대안으로 전환하는 것을 줄이는 동시에 계속 연초를 피우도록 만들 것이다. 또 이런 일은 흡연자들의 건강과 한국의 공중보건에도 해가 될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과학적인 증거를 공유할 것이다. 한국의 규제 당국이 기존의 결론을 재검토할 것으로 희망한다. 한국의 흡연자들은 비연소 제품의 리스크와 이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다.”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비연소 제품에 14조원 투자헬스케어-웰니스 분야도 진출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1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1위 민영 담배 회사다. 1847년 영국 런던의 한 담배 가게에서 시작됐다. 20세기 초 미국으로 이전해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2008년 미국 알트리아그룹에서 분사해 PMI가 생겼다. 현재 PMI의 운영본부는 스위스 로잔에 있다. PMI는 2008년부터 연초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비연소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105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PMI 순매출의 32% 정도가 이미 비연소 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담배 비즈니스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와 웰니스 분야를 주목하며 관련 분야 기업들을 인수했다. 구강을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퍼틴 파마, 에어로졸 형태의 약물 흡입 제품을 보유한 벡추라와 오티토픽 등이다. 비연소 제품 개발 및 연구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이들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2025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PMI의 현지법인으로 1989년 설립됐다. 서울 본사와 경남 양산 공장, 그리고 전국의 영업 사무소에서 약 1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양산 공장은 2018년부터 아이코스의 전용담배 ‘히츠’를, 2022년부터는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의 전용담배 ‘테리아’를 생산하고 있다. 조반니 부사장은…△1994∼1999년 이탈리아 보코니대 경영학 및 행정학 전공 △2001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사업개발팀 입사 △2002∼2013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대외업무 담당 매니저로 프랑스 스위스 미국 브라질 근무 △2013∼2016년 비연소 제품 커뮤니케이션팀 글로벌 헤드 △2016∼2018년 위험감소제품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2019년∼현재 국제커뮤니케이션 부사장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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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운영 가능한 ‘치킨집’ 개발… “주방일, 이제 로봇이 할 때 됐다”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주방은 적잖이 위험한 곳이다.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이 주요 도구들이니 말이다. 반복되는 작업들로 힘든 노동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을 하는 식품공장에서는 조리 과정에 로봇이나 자동화 기기가 일찌감치 도입됐다. 하지만 도시의 수많은 식당 주방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시대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인난으로 사람이 귀해진 탓이다. 공장 자동화와 로봇 개발에 쓰이던 기술들이 식당 주방에도 적용될 요인이 생긴 것이다. 퓨처키친(대표이사 한상권)은 로봇으로 주방의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위험하고 힘든 주방일은 로봇에 맡기자는 생각이다. 2020년에 설립돼 튀김용 닭(치킨)을 조리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을 이용해 조리한 치킨 판매도 하고 있다. 판매를 하면서 완전 자동화에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KAIST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한 한상권 대표이사(37)는 “로봇 관련 기술은 언제나 시대보다 앞서 준비돼 있다가 임금이 높아지거나 인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오면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로봇을 만드는 값은 싸지고 노동력은 비싸지는 지금이 주방 로봇이 확산될 때”라고 했다.● 닭고기 부위×반죽 두께별로 세분화된 메뉴 가능 퓨처키친이 만든 치킨 튀기는 로봇의 정식 이름은 ‘로봇 주방 자동화 플랫폼―치킨조리버전 MVP(최소 기능 제품)’이다. 상용화를 할 수 있는 최소 기능을 갖췄고, 앞으로 더 고도화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최소 기능만 갖췄음에도 이 로봇을 활용해 작년부터 치킨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퓨처키친은 자사 치킨 브랜드 ‘왓어크리스프’ 이름으로 서울 강남에 2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로봇이 설치된 매장 1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1명이고, 다른 한 곳은 3명이다. 고객이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하면 로봇 시스템에 주문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메뉴는 여느 치킨집과 달리 닭고기 부위(닭다리, 윙, 봉 등)별로 조합할 수 있는 메뉴가 많다. 독특하게 튀김옷의 두께를 얇게 한 메뉴도 섞어서 주문할 수 있다. 또 튀김옷도 맥주발효반죽 등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사람이 튀긴다면 이런 다양한 메뉴에 손길이 많이 가 운영하기 힘들겠지만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면 복잡한 메뉴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며 “다양한 조합의 이런 메뉴들을 3월부터 더 많이 선보일 것이다”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다 튀겨진 닭고기에 양념을 바르고 상자에 담는 일이다. 양념과 포장을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인데, 기존 시스템에 결합시킬 예정이다. 한 대표는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메뉴와 조리법은 더 다양해질 것이고 사람의 손길이 가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작년 7월에 로봇으로 치킨을 처음 튀길 때는 닭고기의 순살만 활용했다. 로봇 팔이 닭고기를 잡는 기술이 초기 단계여서였다. 뼈가 포함된 다양한 부위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그리핑 기술을 개발하면서 메뉴가 다양해졌다. 한 대표는 “로봇은 치킨 부위, 반죽, 두께에 따라 각기 다른 최적의 튀김 시간을 적용한다. 일부 품목에는 두 번 튀기는 기법을 적용하는 등 상품마다 가장 바삭하고 맛있는 튀김옷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배달앱을 통해 얇은 반죽의 치킨을 먹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협동 로봇 활용 대신 ‘실용적인 로봇’ 새로 설계 6일 서울 강남구 왓어크리스프 가로수길점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주방 한쪽에서 뜨거운 기름통 위로 6개의 로봇 집게들이 닭고기를 집어 반죽에 담그더니 일정한 두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옆 칸으로 재빠르게 이동해서는 닭고기를 기름에 안정적으로 담갔다. 사람은 주문이 오면 필요한 부위를 선반에 올려두고는 고객 주문이 떠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양념을 준비했다. 다 튀겨진 닭고기가 바구니째 기름 위로 올라오자 양념 그릇에 옮겨 버무렸다. 한 대표는 “튀기는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화상 걱정을 줄일 수 있고, 모니터에서 지시하는 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로봇 시스템에는 카메라를 설치해 조리 과정별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주문한 고객은 영수증에 프린트된 QR코드를 찍어 보면 자신에게 배달돼 온 닭고기가 어떻게 조리되고 포장됐는지를 볼 수 있다”며 “더 안심하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겠냐”고 했다. 한 대표는 “로봇 주방이라고 하면 흔히들 사람 팔 모양의 협동로봇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며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주방을 혁신하기 위해 치킨을 튀기는 과정을 별도로 분석해 그 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만 있는 로봇 자동화 플랫폼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주방의 면적이나 필요한 생산 속도 등에 맞춰 로봇 집게와 튀김그릇, 반죽그릇 등의 수를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퓨처키친은 작년에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초기에는 왓어크리스프 브랜드를 중심으로 닭고기 브랜딩과 판매에 사업의 무게 중심이 있었다. 투자자들과 내부 구성원들의 논의 결과 로봇 주방 자동화 플랫폼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그가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선 배경이다.● 잡초 뽑는 로봇 개발 경험 살려 스타트업에 합류 한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서 KAIST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KAIST에 있을 때 국책연구과제에 참여해 논에서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그리노이드’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2016∼17년 당시에는 배터리의 밀도가 낮아 로봇이 무른 논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대표는 “학교에 있을 때는 로봇 기술 개발 자체에 의의가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되면 달려들곤 했다”고 했다. 이후 농기계 회사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농업 분야에서는 아직 로봇을 도입할 만큼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즈음에 스타트업 육성 회사(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의 제안을 받았다. 퓨처플레이는 로봇 기술자와 유명한 셰프, 식음료 브랜딩 전문가들을 모아서 창업하면 점점 더 구인난에 시달리게 될 요식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 대표는 세분화되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구인난을 해결할 길은 로봇이라고 보고 제안에 응했다. 스타트업 육성 회사가 주도해 세운 이런 회사는 ‘컴퍼니 빌딩 스타트업’이라 불린다. 한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과 마케팅, 기술 등의 영역에서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전폭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스타트업 육성 회사들은 창업자 및 핵심 구성원들이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분과 스톡옵션 등을 통해 충분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편이다. 퓨처키친은 로봇 주방 자동화 플랫폼이 필요한 곳에 렌트 방식으로 로봇 시스템을 설치해 주고 원격지에서 시스템의 유지와 보수 관리를 해줄 계획이다. 로봇의 움직임과 작업 프로세스, 조리 레시피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각 매장에 제공하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거대한 요식업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향후에는 주방에서 쓰이는 다른 도구들을 로봇으로 자동화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임직원들과 함께 ‘치킨을 튀기는 일은 로봇이 하는 시대’를 열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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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방일 로봇이 할 때 됐다” 로봇으로 주방 혁신 꿈꾸는 ‘퓨처 키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탁월한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방은 적잖이 위험한 곳이다.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이 주요 도구들이니 말이다. 반복되는 작업들로 힘든 노동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을 하는 식품공장에서는 조리 과정에 로봇이나 자동화 기기가 일찌감치 도입됐다. 하지만 도시의 수많은 식당 주방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시대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인난으로 사람이 귀해진 탓이다. 공장 자동화와 로봇 개발에 쓰이던 기술들이 식당 주방에도 적용될 요인이 생긴 것이다. 퓨처키친(대표이사 한상권)은 로봇으로 주방의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위험하고 힘든 주방일은 로봇에게 맡기자는 생각이다. 2020년에 설립돼 튀김용 닭(치킨)을 조리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을 이용해 치킨 판매도 하고 있다. 판매를 하면서 완전 자동화에 필요한 데이터도 쌓아가고 있다. KAIST에서 로봇 공학을 전공한 한상권 대표이사(37)는 “로봇 관련 기술은 언제나 시대보다 앞서 준비돼 있다가 임금이 높아지거나 인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오면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로봇을 만드는 값은 싸지고 노동력은 비싸지는 지금이 주방 로봇이 확산될 때”라고 했다.●닭고기 부위×반죽 종류×반죽 두께별로 세분화된 메뉴 가능 퓨처키친이 만든 치킨 튀기는 로봇의 정식 이름은 ‘로봇 주방자동화플랫폼-치킨조리버전 MVP(최소 기능 제품)’이다. 상용화를 할 수 있는 최소 기능을 갖췄고, 앞으로 더 고도화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최소 기능만 갖췄음에도 이 로봇을 활용해 작년부터 치킨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퓨처키친은 자사 치킨브랜드 ‘왓어크리스프’ 이름으로 서울 강남에 2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로봇이 설치된 매장 1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1명이고, 다른 한 곳은 3명이다. 고객이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하면 로봇 시스템에 주문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메뉴는 여느 치킨집과 달리 닭고기 부위(닭다리, 윙, 봉 등)별로 조합할 수 있는 메뉴가 많다. 독특하게 튀김옷의 두께를 얇게 한 메뉴도 섞어서 주문할 수 있다. 또 튀김옷도 맥주발효반죽 등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사람이 튀긴다면 이런 다양한 메뉴에 손길이 많이 가 운영하기 힘들겠지만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면 복잡한 메뉴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며 “ 다양한 조합의 이런 메뉴들을 3월부터 더 많이 선보일 것이다”고 했다.현 시점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다 튀겨진 닭고기를 양념을 바르고 상자에 담는 일이다. 양념과 포장을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인데, 기존 시스템에 결합시킬 예정이다. 한 대표는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메뉴와 조리법은 더 다양해질 것이고 사람의 손길이 가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작년 7월에 로봇으로 치킨을 처음 튀길 때는 닭고기의 순살만 활용했다. 로봇 팔이 닭고기를 잡는 기술이 초기 단계여서였다. 뼈가 포함된 다양한 부위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그리핑 기술을 개발하면서 메뉴가 다양해졌다. 한 대표는 “로봇은 치킨 부위, 반죽액, 두께에 따라 각기 다른 최적의 튀김 시간을 적용한다. 일부 품목에는 두 번 튀기는 기법을 적용하는 등 상품마다 가장 바삭하고 맛있는 튀김 옷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배달앱을 통해 얇은 반죽의 치킨을 먹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협동 로봇 활용 대신 ‘실용적인 로봇’ 새로 설계 6일 서울 강남구 왓어크리스프 가로수길점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주방 한켠에 뜨거운 기름통 위로 6개의 로봇 집게들이 닭고기를 집어 반죽에 담그더니 일정한 두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옆 칸으로 재빠르게 이동해서는 닭고기를 기름에 안정적으로 담갔다. 사람은 주문이 오면 필요한 부위를 선반에 올려두고는 고객 주문이 떠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양념을 준비했다. 다 튀겨진 닭고기가 바구니 채로 기름 위로 올라오자 양념 그릇에 옮겨 버무렸다. 한 대표는 “튀기는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화상 걱정을 줄일 수 있고, 모니터에서 지시하는 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로봇 시스템에는 카메라를 설치해 각 과정별로 조리된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주문한 고객은 영수증에 프린터된 QR코드를 찍어보면 자신에게 배달돼 온 닭고기가 어떻게 조리되고 포장됐는지를 볼 수 있다”며 “더 안심하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겠냐”고 했다. 한 대표는 “로봇 주방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들 사람 팔 모양의 협동로봇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며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주방을 혁신하기 위해 치킨을 튀기는 과정을 별도로 분석, 그 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만 있는 로봇 자동화 플랫폼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주방의 면적이나 필요한 생산속도 등에 맞춰 로봇 집게와 튀김그릇, 반죽그릇 등의 개수를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퓨처키친은 작년에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초기에는 왓어크리스프 브랜드를 중심으로 닭고기 브랜딩과 판매에 사업의 무게 중심이 있었다. 투자자들과 내부 구성원들의 논의 결과 로봇 주방자동화플랫폼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그가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선 배경이다.사업 내용주방 자동화 플랫폼주요 제품 및 서비스치킨 조리 자동화 로봇 및 자동 주문 인식 프로그램주요 기술다양한 치킨 부위 로봇 그리핑 기술 및 정밀 배터링, 프라잉 기술, 자동 주문 인식 프로그램 및 생산 알고리즘투자받은 금액누적 45억 원(시드 5억 및 pre-시리즈A 40억) 투자 기관퓨처플레이, 해시드, 스톤브릿지벤처스, (주)농심, 농심엔지니어링(주), 본촌인터내셔날(주)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대표이사 한상권 총 8명(연구 및 개발 4명, 운영 3명, 경영지원 1명)설립일/소재지2020년 5월 서울시 강남구●잡초 뽑는 로봇 개발 경력…제안 받고 스타트업에 합류 한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서 KAIST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KAIST에 있을 때 국책연구과제에 참여해 논에서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그리노이드’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2016~17년 당시에는 배터리의 밀도가 낮아 로봇이 무른 논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대표는 “학교에 있을 때는 로봇 기술 개발 자체에 의의가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되면 달려들곤 했다”고 했다. 이후 농기계 회사에 스카웃됐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농업 분야에서는 아직 로봇을 도입할 만큼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즈음에 스타트업 육성 회사(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의 제안을 받았다. 퓨처플레이는 로봇 기술자와 유명한 셰프, 식음료 브랜딩 전문가들을 모아서 창업하면 점점 더 구인난에 시달리게 될 요식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 대표는 세분화되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구인난을 해결할 길은 로봇이라고 보고 제안에 응했다. 스타트업 육성 회사가 주도해 세운 이런 회사는 ‘컴퍼니 빌딩 스타트업’이라 불린다. 한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과 마케팅, 기술 등의 영역에서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전폭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스타트업 육성 회사들은 창업자 및 핵심 구성원들이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분과 스톡옵션 등을 통해 충분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편이다. 퓨처키친은 로봇 주방자동화플랫폼이 필요한 곳에 렌트 방식으로 로봇 시스템을 설치를 해주고 원격지에서 시스템의 유지와 보수를 관리 해 줄 계획이다. 로봇의 움직임과 작업 프로세스, 조리 레시피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에 각 매장에 제공하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거대한 요식업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향후에는 주방에서 쓰이는 다른 도구들을 로봇으로 자동화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임직원들과 함께 ‘치킨을 튀기는 일은 로봇이 하는 시대’를 열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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